청춘기록 1
[무거운 음악]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힘겨운 숨소리]
현… [떨리는 숨소리]
현재 대기 중인 수상 구조대에게 부탁드립니다
방금 보신 추락 지점에서 즉시 수색 작업 시작해 주십시오
분명 생존자가 있을 겁니다
전원 구조할 수도 있습니다 제발 빨리 가서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박노규 씨
박노규 씨
사과니 뭐니 이딴 소리 하더니 이러고 전화 끊으면 끝이야?
어?
너 어차피 죽일 생각이었지?
[제작진이 키보드를 달칵 누른다]
(감독) 괜찮은데?
하정우하고 또 다른 맛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난 해효가 더 나아요
얘 이름은 뭔데?
(김 PD) 인간적으로 우리 이름도 모르는 애 뽑지 말자고요
이름 뭐냐고
[흥미진진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한숨]
- (보라) 안에 있죠? -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헛웃음]
나 아무 아니에요
(보라)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보라예요
어?
지금 닿았네요?
이거 성추행이거든요
[흥미로운 음악]
비켜요
팩트를 알려 줄까요?
[도하의 한숨]
오늘 여기에 아무도 들이지 마
특히 이보라
거머리 같아, 거머리
아주 그냥 징그러워 죽겠어, 쯧
[한숨]
(도하) 근데 너 어디서 많이 봤다?
어디서 봤지?
하, 알았으니까 비키세요
그런데도 들어가겠다고요?
(보라) 내 연애는 내가 끝내요
안 돼요?
안 돼요 오더받은 대로 해야 돼요, 전
[보라의 한숨]
하지만 예외는 있죠
제가 힘으로 이길 수 없으면요
[도하의 아파하는 신음]
우리 그래도 5년을 만났잖아
[문이 탁 닫힌다] (보라) 헤어지는 걸 받아들이는 게 어려워서
좀 찌질하게 굴었다고
이렇게까지 사람을 쓰레기 취급해야 돼?
[문이 달칵 닫힌다]
[헛웃음]
그래서 뭐 어떻게 해 달라고?
(보라) 이제 헤어져
네가 아니라 내가 끝내는 거야
널 보면 패고 싶어서
네가 아무리 맞을 짓을 해도 때리면 안 되잖아
난 좋은 사람이니까
이거 아주 자기 미화 작렬이네!
[떨리는 숨소리]
(도하) 야, 야! 씨 [문이 달칵 열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도하의 한숨]
(도하) 야, 야
너 뭐 하는 새끼야?
내가 쟤 들이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막느라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숨 쉬며] 최선
최선?
[흥미진진한 음악]
피
너 낯이 많이 익어서 내가 검색 좀 해 봤어
(도하) 모델이더라?
아니, 무대도 꽤 섰던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
[헛웃음]
어쩌다 이렇게 됐냐고?
(혜준) 왜? 내가 어때서?
반말해서 놀랐냐?
나도 검색해 봤더니 나랑 동갑이더라
[헛웃음] (혜준) 갑끼리 말 까자
먼저 시작했잖아
너 이 새끼가 이게 아주 미친놈이구나?
[의미심장한 효과음]
(혜준) 내 꿈은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놈이다
[혜준의 아파하는 신음]
[연신 퍽퍽 맞는다] [힘주는 숨소리]
이런 놈도 되는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힘주는 신음]
[옅은 신음]
[한숨]
쯧, 아유
[입소리를 쩝 낸다]
[발랄한 음악]
"사혜준"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무진) 어, 그렇지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보면서, 깊게 보면서
오케이, 그렇지, 오케이!
"원해요 스타일 설명"
(무진) 좋았어, 아, 좋아
굿
그렇지, 간다, 마지막
오케이, 됐어!
(해효) 운동 좀 해라
(진우) 아유, 밤마다 조깅하자고 부르지 좀 마
(해효) 우리가 괜히 그러냐?
콜레스테롤 수치 높잖아
제발 자기 관리 좀 해
(진우) 내 몸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네 몸이나 알아서 하셔
아니면 우리 같이 알아서 해 볼까?
(해효) 정신 차려
(진우) 야, 그래도 내가 너희들보다 나은 거 하나는 있다, 인마
(해효) 하나만 있겠냐? 둘도 있고 셋도 있지
(진우) 카, 어쩜 우리 해효는 이렇게 말도 이쁘게 할까?
군대도 안 갔다 온 녀석이
오늘도 진우는 1일 1군대 했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진우) 어, 혜준이다, SNS 올렸어, 걔
'아니다'에 500원 건다
어, 야, 너 팔로워 수 엄청 많이 늘었더라
(진우) 네가 그, 유승호랑 최진혁보다도 훨씬 더 많아
뭘 했다고 자꾸 느는지 모르겠어
(진우) 이런 지나친 겸손은 재수 없다
겸손 아니고 팩트
(해효) 500원 줘야 되냐?
(진우) 야, 근데 얘 얼굴이 왜 그러냐?
알바 가서 쥐어 터졌나?
(해효) 터질 일이 뭐가 있어?
(진우) 하긴 너 같은 금수저가
우리 같은 흙수저의 비애를 알 리가 없지
언어 위험 수위가 너무 높다?
야, 너 그거 발표할 때 안 됐냐, 그 영화?
이번에도 혜준이 안 되면 어떡하냐?
뭘 어떡해? 내가 있잖아
혜준이는 내가 책임져
오, 나도 좀 책임져 줘
(진우) 형, 형
(해효) 아이, 각자 도생하자면서?
- (진우) 아이, 좀 책임져 줘 - 아, 김진우 씨, 저리 가세요
(진우) 아유, 형님, 형님, 해효 형님 [휴대전화 진동음]
어? 어, 어머니에 500원 건다
내가 전화 올 데가 엄마밖에 없냐?
- 누구인데, 누구인데? - (무진) 너 뭐 하냐?
(무진) 여기 놀러 왔어?
해효랑 너랑 처지가 같냐?
(진우) 야, 하, 하, 합쳐서 천 원 줘야 돼!
(해효) 아니라니까, 이, 씨
어, 엄마
(이영) 스튜디오 촬영 한다면서 왜 안 와?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해효) 어디를 가?
(이영) 헤어 숍 옮기기로 했잖아 내가 다니는 데로
(해효) 싫다 했잖아
네 머리 마음에 안 든다고, 구리다고
됐다고, 애들 쓰는 말 좀 쓰지 말라고
집에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끊어요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영의 헛웃음]
(이영) 진주 디자이너 왜 안 와요?
아, 잠깐 원장님하고 말씀 중이세요
(정하) 뭐 마실 거 갖다드릴까요?
잠깐 아닌 거 같은데?
자기가 해 줘, 기다리기 싫어
아, 전 아직 그 단계 아니에요 금방 오실 거예요
내가 하라면 해
(이영) 전에도 했었잖아
(정하) 그때는 진주 선생님이 하시기 전에 바탕만 조금…
(이영) 하, 말 많다, 참
그냥 갈까?
[살짝 웃으며] 그럼…
(이영) 뭐 해?
(정하) 살균요
[웃음]
나 이런 거 좋아
(이영) 딴거 하다가 손도 안 닦고 남의 얼굴에 손대잖아
내가, 자기 전에 내 얼굴 만져 줄 때 감 왔어
좀 다르구나?
(정하) [웃으며] 감사합니다
어떤 모임이세요? 정중한 자리신가요?
가벼운 자리
그럼 신경 안 쓰신 거 같은데 아주 예쁘게 해 드릴게요
[웃음]
[흥미로운 음악]
눈이 참 예쁘세요
더 해 줘, 예쁘다는 말
(이영) 기분 좋아
5분 뒤에요
(정하) 금방 하면 진정성 떨어지잖아요
[이영의 웃음]
어머, 자기, 진짜 센스 있다?
[이영과 정하의 웃음]
(진주) 얘기가 좀 길어졌어요
톤 정리하고 제가 해 드릴게요
(이영) 오늘은 이 친구한테 할게
안정하
(진주) 네?
아, 아, 저는 톤 정리만 하고 어시 할게요
(이영) 싫다고 했잖아
자기, 요즘 좀 빠졌어
기다리게 하는 거 질색이야
(진주) 죄송합니다, 교수님
(이영) 시작해
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잘 있어
- (정하) 좋은 주말 되세요 - (진주) 안녕히 가세요 [이영의 웃음]
(진주) 좋니?
(정하) 네?
(진주) 대기업 다니다 관뒀으면 다야?
(정하) 아, 선생님
[진주의 헛웃음]
(진주) 내가 안정하 씨 눈에는 선생님으로 보여?
아, 원장님이 예뻐해 주시니까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내가 이 바닥 10년째인데
남의 밥그릇 뺏는 년치고 제대로 된 년 못 봤어
다시 내 고객한테 살랑대면…
(정하)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선생님 제가 안 된다고 했는데
고객님께서 해 달라고 해서 할 수 없이 제가…
(진주) 할 수 없이?
다들 그래, 할 수 없이 그랬다고
얻다 대고 개소리야?
이런 일 다시 한번 생기면
그때는 '아, 내가 대기업 다닐 때는 꿀 빨았구나' 느끼게 해 줄게
[웃음]
[입소리를 씁 낸다]
[한숨]
(수빈) 언니 또 혼났지?
하, 저거 다 열등감이야 언니한테 열등감 있어서 그래
(정하) 나한테 열등감 있을 게 뭐가 있어?
(수빈) 잘하니까, 응
[한숨]
고맙다, 수빈아
나 진짜 잘한다는 말 백 년 만에 처음 듣는 거 같아
그래? 그럼 내가 사혜준보다 더 좋아?
그건 아니고
[정하의 웃음] (수빈) 응, 단호박이네
덕질을 아주 성실하게 해, 응
언니, 내일 진주 쌤 옴므 패션쇼 가잖아
거기 따라간다 그래, 사혜준도 올걸?
억지 인연 만들고 싶지 않아 때가 되면 만나겠지
그날을 위해 열심히 산다
(수빈) 걔가 사라질 수도 있어
걔 뭐, 모델로만 반짝했지 배우로는 별로잖아
야
그렇잖아
(수빈) 근데 걔 금수저라며? 한남동 산다던데
카, 연예인 안 해도 먹고살겠다, 응
(정하) 야
너 진짜 못됐다
아까 고맙다고 한 말 취소
혜준이 한남동 사는 건 맞는데 금수저 아니고
되게 열심히 살아, 착하고
언니, 제일 한심한 게 연예인 인성 영업하는 거야
(수빈) 언니가 걔 인성을 어떻게 아냐? [리시버 조작음]
(직원1) 1603 들어옵니다
가서 일이나 보셔
[멋쩍은 숨소리]
괜히 성질이야
누가 보면 사혜준 애인인 줄 알겠다
[리시버 조작음] (직원1) 1층 빨리 내려와 주세요
(정하) 치
사혜준 이름 나온 김에 우리 혜준이 얼굴 한번 볼까?
[밝은 음악] [탄성]
혜준아
난 오늘도 너에 대한 덕심으로 하루를 버틴다
너도 잘 버티고 있지?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좋아요 88,513개 원해효"
(혜준) 내 친구한테 꿈은 자신을 지켜 주는 거지만
나한테 꿈은
돈이 많이 드는 숙제다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태수) 제정신이냐, 네가?
제정신 아닌 건 제가 아니라 대표님이죠
(혜준) 저번 런웨이랑 저번 저번 알바비 왜 통장에 안 들어옵니까?
(태수) 박도하가 너 고소하겠다는 거를 내가 말렸어
난 쫄릴 거 없어요, 전치 2주는 나와요
(혜준) 쌍방 안 되려고 끝까지 맞았어요
불리하면 딴말하는 거
- 이제 안 통해요 - (태수) 혜준아!
(태수) 너도 알다시피 요새 회사가 너무 어렵다!
오죽하면 내가 네 알바비를 못 넣어 주겠어?
감성팔이 좀 그만해요, 진짜!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왜 내가 내 돈 받는데 애걸해야 돼요?
(혜준) 딴 애들 대표님 양아치라고 나갈 때
아니라고, 돈이 없어서 그런 거지 돈 있으면 안 그럴 거라고
대표님 믿고 남았어요
(태수) 그러게, 넌 왜 날 믿냐?
혜준아, 너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너무 순진해서
그래서 내가 널 위해서 네 돈 대신 관리해 주는 거잖아
[혜준의 헛웃음] (태수) 아이, 뭐, 이런 얘기
놀랐지?
그래, 너하고 나 사이에 왜 이래, 돈?
돈 갖고?
(민재) [책상을 탁 치며] 아,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대표님, 혜준이 돈 주세요
(태수) 아니, 그만둔다고 하셨잖아요
짐 정리 끝나셨으면 빨리 나가세요
(민재) 하, 껑짜치게 애들 돈이나 떼먹고
이래서 언제까지 잘될 거 같아요?
(태수) 아주 나간다고 막말을 하는구나
다시 볼 일 없다 이거지, 이민재 씨?
세상 그렇게 만만한 거 아니야
안 볼 거 같지? 우리 또 봐! 같은 바닥이잖아
곱게 나가
(민재) 이 바닥 뜰 거고요
대표님 볼 일 다시는 없고요
나가면서 착한 일 좀 하려고요
이 회사에 있는 내내 착한 일이 고팠거든요
[헛웃음]
아, 까고 있다, 진짜
대표님 까는 거 좋아하시는구나
(민재) 어떤 것부터 깔까요?
언론에 제보 먼저 할까요? 사모님한테 먼저 갈까요?
아니다
노동청에 먼저 갈까요?
뭐야, 협박하는 거야, 지금?
이걸 협박이라고 느끼시면 엄청 구린 게 많으신 건데
아
내가 이래서 대표님 리스펙트한다니까
(민재) 주제 파악 너무 잘하셔서 계속 성공하실 거예요
그러니까 혜준이 돈은 줘요
코 묻은 돈으로 격 떨어지지 마시고, 오케이?
아유, 노 오케이
(민재) 제일 반응이 빠른 쪽이 어디인가? [휴대전화 조작음]
사모님이 빠르겠죠? 저녁에 만나야 되니까
[흥미로운 음악]
(태수) 너 뭐야?
(민재) 대표님 여자들이랑 헤어질 때마다 내가 해결사 해 줬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그래서 그걸로 뭐 어떻게 하게?
(민재) 이걸로요
[휴대전화 진동음]
돈 안 주시면 플랜 비 갑니다
- 뭐 하냐? - (혜준) 문 열잖아
(민재) 그러니까, 네가 왜 문을 여냐고
(혜준) 내 매니저 합시다, 누나
(민재) 뭐?
누나 같은 사람이 필요해
통장에 돈 들어오고 얘기해
섣부르게 돈 받아 준다니까 혹해 가지고
(민재) 그러니까 네가 사기를 당하는 거야
(혜준) 아니, 사기 치는 놈이 문제지 당하는 사람이 문제야?
그런 시각이 사기꾼들한테 면죄부를 주는 거야
그게 2차 가해라는 거야
말은 잘하지
이 바닥 뜬다고 말했잖아
(혜준) 아, 누가 뜨지 말래?
내 바닥은 그 바닥하고 다르다고
[자동차 시동음] 누나
[창문을 두드리며] 누나, 아직 말 안 끝났어, 응?
멋있다, 너
(민재) 잠깐 설렜다
[기어 조작음]
(혜준) 아, 누나
[한숨]
남편을 믿어야지 그럼 누구를 믿을래?
(태수) 잠깐만, 끊어 봐, 내가 지금…
저, 손님 왔어
아, 돈 벌어야 우리…
[태수의 헛웃음]
우리 식구 먹여 살리지
(태수) 어
[태수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하, 왜 도로 왔어? 속이, 속이 시원하냐, 이제?
아까 했던 얘기 끝내요
(태수) 또 무슨 얘기?
서로 원하지 않을 때는 헤어진다는 계약서 조항
기억하죠?
보니까 너는 네가 대단한 줄 아는구나?
계약 해지서 써요
아, 마음대로 해
(태수) [부스럭거리며]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식아
내가 너 위해서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혜준) 날 위한다는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주먹 나갑니다
(태수) 알았어
알았어
이제 갈라지자
[서류를 쓱 내민다]
- 나 돈은 못 준다 - (혜준) 먹고 떨어지세요
당신 같은 인간하고 갈라지는 대가치고는 싸다고 생각할게
너 모델 데뷔한 지 7년이야
(태수) 네가 될 수 있는 최고까지 올라갔었어
그거 누가 해 줬어? 나야!
네가, 네가 이래서 무슨 배우가 되겠냐?
너, 너 안 돼
[태수의 한숨]
왜?
뭐?
[한숨 쉬며] 치고 싶어?
다 너 잘되라고 내가…
[태수의 겁먹은 숨소리]
[태수의 한숨]
[혜준의 떨리는 숨소리]
때리지 않아
때릴 가치가 없어
해효랑 너랑 같다고 생각해?
네가
해효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잔잔한 음악] (태수) 혜준아
네가 조바심 나는 거 그거잖아
(강사) 푸시업부터
올렸다가
마시면서 내려와요
내쉬면서 꼬리뼈 말고
[강사가 설명한다]
[혜준이 숨을 들이켠다]
(태수) 뭐 하냐?
당신이랑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고 있잖아
해효
내 친구야
걔처럼 되려고 한 적 없어
(태수) 아유, 어디서 약을 팔아?
[태수의 헛웃음]
(태수) 어유, 이제 홀가분하다
내가 정말 너 같은 애 데리고 있으면서…
(혜준) 콩밥 먹이려다 봐주니까 말이 많네
(태수) 그리고 너, 너 법으로 가도 못 받아
너 줄 바에 법원에 벌금 내고 말지
내가 왜 그 돈을 안 받는지 알아?
안 줄 거 아니까
그 돈 받으려면 당신보다 더 더러운 짓 해야 되는 거 아니까
그럴 시간이 나한테는 없어
너 절대로 안 돼
(태수) 평생 해효 따까리나 하면서 살 거다
[휴대전화 진동음]
(민기) 화이팅
[한숨]
[헛기침]
(혜준)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기) 놀아
(민기) 씁, 이거 빨리 답 온 거 보니까 전화해도 되네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헛기침]
어, 할아버지
(민기) 어, 뭐 하냐, 너?
(혜준) [웃으며] 나도 놀지, 뭐
[잔잔한 음악] (민기) 잘한다
돈 줄까?
(민기) 아, 주면 좋지 우리 손자 돈 많이 벌었나?
아니
(민기) 그럼 주면 안 되지
지금 못 번다고 계속 못 버나?
그건 아니지, 넌 분명 된다, 어?
(민기) 할아버지가 장담해
세상에 너만큼 잘난 놈은 내가 보지를 못했다
그런 말 하니까 아빠한테 맨날 혼나지
(민기) [웃으며] 네 아빠 무서워, 야
일찍 들어와, 너 없으면 난 쭉정이야
사민기 씨, 왜 이렇게 졸보가 되셨나?
할아버지가 아빠보다 더 위야
[민기의 웃음]
(민기) 똥 된 지 오래됐어
혜준아, 우리가 현실은 알아야지
그래도 넌 최고야
[웃으며] 역시 할아버지는 사람을 잘 봐
(민기) 지금은 안 풀리지만 금이 똥은 아니다
넌 금이야
다음 달에 용돈 올려 줘야겠네?
감사합니다
자, 우리 손주 목소리 들었으니까 이제 신나게 놀아 봐야지
[민기의 웃음]
(민기) 어? 어, 그래, 그래그래
[한숨]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손님들이 떠들썩하다]
(혜준) 시간 바꿨어?
오랜만에 만나니까 반갑다
(직원2) 나도, 네가 주문받아
(혜준) 왜?
(직원2) 저기 봐 봐
[손님들의 탄성]
[직원2의 한숨]
(손님1) 오빠, 뭐 할 거예요?
(혜준) 주문받을 거예요
(손님1) 어, 그럼 내가 먼저
- (손님2) 저요, 저요 - (손님3) 저요
뭘로 드릴까요?
(손님1) 오빠가 추천해 주세요
(혜준) 이탈리안 비엠티 어떠세요?
(손님1) 좋아요
네
왜 이렇게 맨날 똑같아?
저번 시즌보다 나아진 게 없네?
[다가오는 발걸음]
(이영) 달리아가 너무 길잖아, 좀 잘라
[흥미로운 음악] (애숙) 기니까 포인트 되고 더 예쁜 건데
(애숙) 알았어요
(이영) 아참, 내가 까먹고 안 내놨는데 손빨래할 거 있거든?
(애숙) 저…
옷 갈아입은 거 안 보이세요?
(이영) 자기 옷 갈아입은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시간 다 끝났다 이거지?
[웃으며] 빨래 그거 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린다고
오늘은 일찍 집에 가야 돼요
해 주면 안 돼?
다음에 와서 할게요
(애숙) 우리 큰애 오늘 첫 출근 날이라 축하 모임 있어요
동네 사람들 불러서, 장 봐야 돼요
(이영) 취직하면 동네잔치까지 해야 되는 거야?
그렇게 취직이 어려운데 어떻게 했어?
[웃음]
스펙이 좋아요
(이영) 스카이 대학? 하나도 안 부러워요
대기업 가 봐야 평생 일만 하다 쫑 나는 인생
어디?
나한테 얘기했으면 우리 학교 직원으로 추천해 줬잖아
[웃음] (애숙) 그 학교 가려면 취직을 안 하고 말죠
오라는 데 몇 군데에서 골랐어요
그래서 어디 갔는데?
자랑하고 싶으면 자랑해 길게 늘어지지 말고
(이영) 이럴 시간이면 내 빨래 해 줬겠다
(애숙) 결국 빨래네
(애숙) [웃으며] 아이고, 이거 빨리해야겠네?
아유, 말 돌리는 거 봐
우리 집 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야박하게 딱 잘라 안 된다고 하냐?
[못마땅한 신음]
응, 뭐야?
[잘박거리는 소리가 난다]
(애숙)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사람 없다더니 다 뻥이야
세상 불공평한 거 새삼스럽게 안 게 아니잖아
어차피 이번 생은 꽝이야
불평불만 해 봐야 나만 손해야
[휴대전화 진동음]
(영남)
안다, 또 확인하네
(혜준)
아, 얘는 왜 늦어?
자기 아빠한테 한 소리 들으려고
암튼 중간에서 다리를 놓으려도 손발이 맞아야 놓지
(영남)
뭘 또 무조건 맞춰? 늦을 수도 있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으며] 암튼 마음에 안 들어
[의아한 숨소리]
일 나간다더니 다 끝났나?
[기계 작동음]
(영남)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경준 엄마한테 하라 그럴게
(장만) 어련히 알아서 할까, 형수님이
[기계 작동음]
형님은 좋겠수
경준이 취직하고 이제 혜준이 하나 남아서
그 하나가 문제다
붕 떠 갖고 뜬구름만 잡으러 다녀
(장만) 텔레비전 나오고 잡지 나올 때는
툴툴거리면서도 좋아서 실쭉실쭉 웃더구먼
(영남) 아, 좋아서 그랬나?
그때는 진짜 얼굴로 밥 벌어 먹고살 줄 알았지, 쯧
차라리 아무것도 안 됐으면 헛바람은 안 드는 건데
아, 7년 해서 안 됐으면 집어치워야지 미련을 못 버리고
아, 우리 따라다니면서 기술이나 배웠으면 좋겠어
난 우리 진우가 혜준이만큼 생겼으면 올인했어
(장만) 뭐 좋다고 우리 일을 시키려고 해?
아이, 기술이 있으면 굶어 죽지는 않잖아
[영남의 아파하는 신음]
- (장만) 에헤, 참 - (영남) 아이고
힘쓰는 건 내가 한다니까
아, 미안해서 그러지, 아휴
(장만) 큰 그림은 형님이 잘 그리잖아 [영남의 한숨]
일하다 다쳐서 한쪽 팔 못 쓰면서
자식한테 물려주고 싶냐?
아, 나야 아버지 빚 때문에 무리해서 일하다가 그런 거고
아휴, 군대도 가야 되지
내가 걔 생각 하면 잠이 안 와
언제까지 내가 봐 줄 수 있겠어?
어마, 형수님도 벌잖아요
(영남) 그 일 언제까지 해? 요즘 얼마나 유세인데
(장만) 유세 떨 만하지, 뭐
형님은 형수 업고 다녀야 돼
아, 이런…
[장만의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큰 목소리로] 아, 저, 저 가요!
(이영) 잠깐만!
오늘 시간 초과한 거 더 줄게
아, 아, 괜찮아요
왜? 넉넉하게 넣었어, 5만 원
하루 10만 원인데 빨래 하나 더 했다고 무슨…
일찍 가야 된다는 사람 붙잡았으니까 보상하려는데 왜 그래?
[도어 록 작동음]
하, 됐다니까요
[문이 탁 닫힌다]
(해효) 어? 어머니
(애숙) 아유, 해효 오랜만이다!
더 잘생겨졌다?
어머니도 이뻐지셨는데요?
(해효) 제가 맨날 늦어서 못 뵀네요
(애숙) 우리 혜준이도 요즘 맨날 늦어
뭐 하는지 말도 잘 안 하고
너한테는 다 말하지?
어유, 당근이죠
저도 엄마한테 안 하는 얘기 혜준이한테 다 해요
[애숙과 해효의 웃음]
(이영) 나한테 안 하는 얘기가 뭔데?
(해효) 어, 우리 김 여사님 계셨네 [애숙의 웃음]
(애숙) 난 늦어서 먼저 간다
- (해효) 가세요, 어머니 - (애숙) 어!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이영) '어머니'?
어머니 그 소리 잘도 나온다 무슨 어머니야?
[도어 록 작동음] 친구 엄마한테 어머니라 그러지 뭐라 그래?
아줌마
엄마는 젊은 애들 말투 흉내만 내지 말고
(해효) 생각도 좀 따라와 봐
말 같지도 않은 계급 의식으로 사람 깔보지 말고
(이영) 내가 언제 사람을 깔봤다 그래?
너, 나한테 안 하는 얘기 뭐야?
혜준이한테는 하고 나한테 안 하는 얘기 뭐냐고
허, 너 혹시 여자 있어?
이 정도면 영화 사이즈 나오는데?
'스토커'
[이영의 멋쩍은 숨소리]
(이영) 야, 너 저녁은 어떻게 할 거야?
내일 패션쇼잖아, 샐러드 준비한다?
(해효) 하, 소름
아, 나한테 신경 좀 꺼
까불지 마
(이영) 너 지금 그 자리까지 간 거 그냥 된 건 줄 알아?
무슨 뜻이야?
지, 지금 그 눈빛 뭐야?
내 힘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거 보여 줄 거야
그거 하나만은 존중해 줘
아유, 존중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
[해효의 한숨]
[이영의 한숨]
- (김 PD) 사모님 - (이영) 김이영이에요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영) 나 진짜 싫어 김 PD님한테 사모님 소리 듣는 거
아이, 그래도 이름 부르기는…
[웃음]
(이영) 와이프 갖다줘요
(김 PD) [웃으며] 하, 감사합니다
아, 지금 해효 밀고 있긴 한데 감독님이 꿈쩍도 안 하세요
(이영) 선물 받으면서 바로 그런 말 하면 뭐 바라고 그런 거 같잖아요
쯧, 물론 뭐든 '기브 앤드 테이크'긴 하죠
해효가 스타 되면 어머니 공이 반은 넘을 겁니다
반밖에 안 돼요?
어, 좀 더 분발해야겠어요
[김 PD의 웃음]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애숙의 한숨]
[애숙이 슬리퍼를 툭 내려놓는다]
[애숙이 스위치를 탁 켠다]
[애숙의 힘겨운 신음]
[헛기침]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놀란 숨소리]
[문이 달칵 여닫힌다] (경미) 언니!
(애숙) 어
[경미의 가쁜 숨소리] 왜 벌써 와? 아무것도 안 했어, 아직
(경미) 도와주려고 먼저 왔지
아이고, 하루 종일 남의 집 일 하고 와서
밥도 거하게 차려 내야 되네 자식이 뭐라고
그러게, 자식이 뭐라고
(경미) 그 여자 요즘 잠잠해?
1년에 한두 번 지랄 떠는 거, 뭐
근데 요즘은 조심해
(경미) 조심해야겠지
전에 언니 관두고 다시 와 달라고 애걸복걸해서 다시 간 거잖아
나한테 익숙해져서 그래
사람을 구하자면 왜 못 구하겠어?
(경미) 음, 겸손 그만하시고요
[함께 웃는다]
(경미) 근데 이거 뭐야?
혜준이 영장 나왔어?
[한숨]
오늘 피바람 한번 불겠어
- (수빈) 집에 바로 들어갈 거야? - (정하) 어, 왜?
(수빈) 집에 꿀 발라 놨냐? 맨날 집, 집, 집
우리 집 가서 삼겹살 먹을래?
(수빈) 와, 언니 사랑해!
(정하) 참 나, 빨리 정리해
- (수빈) 사랑해, 언니, 사랑해 - (정하) 빨리 정리해
(원장) 두 사람 뭐가 그렇게 좋아?
[정하와 수빈의 웃음]
- (원장) 정하 씨 - (정하) 네
(원장) 내일 출장 갈래? 옴므 패션쇼
어, 쉬는 날인데 싫으면 말고
아니요, 좋아요
(원장) 진주 디자이너 혼자 하려면 하겠지만 빡세, 너무
(정하) 감사합니다
[밝은 음악] 감사합니다, 원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장) 열심히는 맨날 하잖아
잘해야지
- 네 - (원장) 나 간다
- (수빈) 들어가세요, 원장님! - (정하) 조심히 가세요!
[수빈의 신난 탄성] (정하) 예스!
언니 운명인가 봐
(수빈) 사혜준이랑 언니, 어떡해! [정하의 들뜬 신음]
어머, 언니, 얼굴 빨개졌어
- 아니야 - (수빈) 어머
(종업원) 네
[손님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혜준의 힘주는 숨소리]
(사장) 야, 혜준아 이거 6번 갖다주고 요거 8번
- (혜준) 네 - 어, 들고 가, 어, 그렇지
(혜준) 나왔습니다
네, 여기 있습니다
(손님4) 저기요
(혜준) 네, 뭐 더 필요한 거 있으세요?
(손님4) 오빠, 너무 멋있어요
감사합니다
(손님5) 우리 오빠 때문에 오는 거예요
쌈 좀 더 줄까요?
- (손님4) 네, 좋아요 - (손님5) 좋아요
(사장) 인기 많다? [혜준과 사장의 웃음]
(진우) 하이, 하이, 하이
- (혜준) 너 왜 우리 집에 안 갔어? - (진우) 너랑 같이 들어가려고
- 삼겹살 2인분? - (진우) 받고 비냉 하나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장만) 레벨링 작업을 빨리해야 되는데 어떡해, 걔들?
(영남) 아직도?
여보, 와서 이것 좀 날라!
(장만) 알았어
(경준) 제가 갈게요, 손님인데 앉아 계세요
손님은 무슨, 우리가 손님?
(장만) 네 덕에 먹는 건데?
(영남) 하게 놔둬, 애들이 더 잘해
(진리) 그래, 아빠, 오빠보고 하라 그래
네가 그러니까 갑자기 가기 싫다
(진리) 오빠는 꼭 누가 하라 그러면 더 하기 싫어하더라?
(경준) 나만 그러냐?
(장만) 나도 그래, 형님은 어떠셔?
나도 하고 싶다가도 누가 시키면 하기 싫어
(장만) 사람 다 비슷비슷해, 거기서 거기고
(경미) 대체 나르라고 한 지가 언제인데 수다 떨고 있어?
- (경미) 참 말 많아 - (경준) 제가 가요, 죄송해요
(경미) 네가 왜 가? 오늘 주인공이 넌데 당신 가
넌 하지 마, 시키면 더 피곤해
(장만) 이하 동문 '오빠는 안 시키고 나만 시키냐?'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여자라고 집안일을 시키는 거냐?'
- '시대착오적이다', 어유 - (진리) 그렇지
(장만) 내가 하고 말아 [진리의 웃음]
(영남) 진리야, 그래?
(진리) 네, 제가 요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에 관심이 좀 많아요
똑똑하다, 뉘 집 딸내미인지
[영남과 진리의 웃음] (장만) 형님이 같이 살아 봐
야, 경준이 잘하네
(경미) 아유, 당신이 좀 해!
- (장만) 난 좀 더 큰 걸로 줘 - (경미) 아휴, 정말
- (경미) 이거 가지고 가, 완전 뜨거워 - (장만) 오케이
[익살스러운 음악] [고민하는 숨소리]
아하, 이거 나가야 돼, 말아야 돼? [대화 소리가 들린다]
이거 부르러 오기 전에 나가야지
애들 귀찮게 한다고 싫어하지 않을까?
(민기) 가만있자
아이고, 깜짝이야
[민기의 떨리는 숨소리] (진리) 나와서 식사하시래요
(민기) 어, 나 운동하고 있었다
(진리) 저 안 물어봤는데
전 사생활을 존중해요, 할아버지
[피식 웃는다]
(민기) 아이고
내가 눈치 보고 사는 건
아, 온 동네가 다 아는구나
[힘주는 신음]
[한숨] [손을 쓱쓱 비빈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웃음]
[헛기침]
너 언제까지 이렇게 살래?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사장) 생각해 봤어, 널 위한 일이 뭔가
알바 말고 매니저로 일해 보는 거 어떠냐?
아이, 붙박이로는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언제까지 젊을 거 같아?
(사장) 가게 일 배우면서 돈도 모으고 좋잖아
너 군대 다녀와서 잘하면 가게 넘겨줄게
말씀은 감사합니다
(사장) 에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바로 거절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어른이 얘기할 때 좀 들어
내가 살아 보니까 어른 말씀 그른 게 없더라
저도 처음에는 잘 들었거든요?
근데 살아 보니까
인간은 자기 이익이 제일 우선이더라고요
야
가게까지 넘겨줄 생각 했는데 그게 어떻게 날 위한 거야?
(사장) 혜준아
너 그렇게 안 봤는데 꼬였다? [혜준의 웃음]
(혜준) 아이, 사장님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얘기를 말씀드린 거예요
(사장) 휴, 그렇지?
- (혜준) 예 - 네가 날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지
(사장) 그러니까 어른 말 잘 들어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아, 왜 대답이 없어?
알았어요
[피식 웃으며] 그래, 수고했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준) 가 보겠습니다
- (종업원) 응, 잘 가 - (혜준) 들어가겠습니다
(진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옷 갈아입는 데?
사장이 뭐라 그래?
(혜준) 생각이 많은 날이다
이럴 때는 뭘 해야 될까?
[경쾌한 음악] (진우) 뭘 해야 될까?
아, 싫어
아, 싫어, 싫어, 나 안 해, 안 해 안 할 거야, 안 할 거야
아, 아, 안 할 거야, 이, 씨
- (혜준) 하지 마, 넌 - (진우) 나 안 해, 야, 안 한다고!
(진우) 야, 너, 너무 빨라, 같이 가!
(진우) 야, 야, 야, 쟤, 쟤 좀 잡아 봐
야, 야, 빨리빨리, 빨리빨리, 빨리
(혜준) 웬일이냐?
(해효) 우리 동네인데 뭐 불만 있냐?
(혜준) 불만 없지 [해효의 웃음]
(진우) 아유, 씨, 원해효 저 배신자, 저거
뛰는 것 좀 막자고 불렀더니
아, 같이 좀 가 이 기럭지 긴 새끼들아!
(해효) 쟤는 왜 맨날 입으로 뛰어?
(혜준) 입이 다리인가 보지
[장만의 탄성]
(장만) 경준아, 이제 대출받을 때 네 덕 좀 보는 거냐?
전 기업 담당이라 개인은 잘 몰라요
(민기) 잘 알아도 공과 사는 구분해서 일해야지, 안 돼
(영남) 어련히 알아서 할까 봐 그런 걸 짚어 줘요?
(민기) 아, 아는 길도 물어 가라 그랬어
(장만) 자, 자, 다시 건배하죠
오늘 같은 날은 형님이 한마디 하시죠
(영남) 내가 할 말이 뭐가 있어?
(민기) 왜 할 말이 없어?
이, 네 자식이 이렇게 잘됐는데
난 자식이 이렇게 잘났으면
동네방네, 사돈의 팔촌까지 떠들고 다녔겠다
(진리) 할아버지, 그거 디스 같은데요?
(민기) 응, 디스? 그게 뭐야?
(진리) 어, 우리말로 하면 욕하는 거?
(장만) [작은 목소리로] 아이고, 야
[장만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너,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
(경준) 그래야 오해 안 하시지
(영남) 오해는 무슨 오해? 디스 맞아
- 여보 - (영남) 그렇잖아
아버지 자식이 누구야? 나잖아
(영남) 내가 잘났으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시겠는데
못나서 못 한다 이 말이잖아
(진리) 와, 리스펙트
멋져요, 아저씨, 짱
[진리의 탄성] (장만) 진리야, 너 왜 그래?
형, 얘가 대학 가고 이상해졌어
너무 사실만 말해
[함께 웃는다]
(진리) [웃으며] 뭐야, 아빠
(영남) 그래, 웃자, 좋은 날, 쯧
다들 건배해요
우리 장남 경준이 취직 다시 한번 축하하면서
진리야, 잔 들어
아저씨가 오늘 웃게 해 준 상으로 따라 줄게, 자
(진리) 감사합니다 [영남의 힘주는 신음]
진우랑 혜준이도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
[웃음] - (경미) 그러게 - 자, 자
[잔잔한 음악] - (경미) 경준아, 축하 - (진리) 짠
(경미) 경준아, 축하해 [진리의 탄성]
(경준) 고맙습니다 [경미의 웃음]
[저마다 숨을 카 내뱉는다] [잔들이 달그락거린다]
(진우) 나는 전생에 죄 많이 지은 놈들이 모델 하는 거라고 본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고
먹는 게 인생의 다는 아니잖냐
(해효) 어떤 사람한테는 먹는 게 인생의 다지
나?
(해효) 우린 그거 갖고 놀리진 않아
놀리지 않고 존중하지
[진우의 헛웃음]
(진우) 둘이 아주 죽이 척척 맞네, 아주 그냥
[해효가 피식 웃는다]
우아, 야, 멋지다
- (진우) 언니! - (혜준) 야, 그러다 혼쭐난다
[웃으며] 왜?
[진우의 탄성]
오빠들, 타
- (해나) 심심해 - (해효) 안 타
(진우) 난 타!
탈 거야, 비켜, 비켜, 비켜
(해효) 쟤는 자존심도 없냐?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동생한테 자존심 세워서 뭐 하냐?
(혜준) 야, 해나 진짜 많이 컸다
(해효) 큰 정도냐?
성장은 멈추고 노화가 시작되고 있거든? [혜준의 못마땅한 신음]
[피식 웃는다]
얘들아, 안녕!
(혜준) 좋단다
(해효) 아, 놔둬, 집 앞에서 버려질 텐데, 뭐
해나 보니까 시간은 진짜 공평해
나만 먹는 줄 알았는데 쟤도 먹었네?
어떻게 시간만 공평할 수가 있냐?
무슨 일 있어?
계속 공격받고 있어
현실한테
내려
- (진우) 그냥? - (해나) 그냥
- 진짜? - (해나) 진짜
- 후회하기 없기 - (해나) 후회하기… [진우가 안전벨트를 딸깍 푼다]
있기 [진우가 피식 웃는다]
우리 여기 말고 다른 데 가자
싫어 [진우가 입소리를 씁 낸다]
네가 싫으면 나도 싫어
[피식 웃는다]
좋아, 태도
- 상 줘야겠어 - (진우) 어?
(진우) 어, 아니…
[혜준의 한숨]
[잔잔한 음악]
(해효) 자, 이제 말해 봐
오늘 어떤 일로 힘들었는지
(혜준) 말하면 다시 기분 나빠질 일들이야
(해효) 다시 기분 나빠지지 않을 때 되면 얘기해
(혜준) 영화 오디션 본 거 연락 왔냐?
(해효) 아니, 너 왔어?
(혜준) 아니, 너 왔나 궁금해서
- (해효) 너 아니면 내가 될 거 같냐? - (혜준) 어
(해효) [피식 웃으며] 동감
네가 돼도 축하해 줄게
(해효) 야, 당근 축하해 줄게, 너
[해효와 혜준의 웃음]
나 이번에 안 되면 군대 가려고
(혜준) 해 볼 만큼 해 봤다고 생각해
(해효) 군대 같이 가기로 했잖아
사람들이 말하잖아
나이 들면 친구도 바뀐다고 사는 형편 따라
(해효) 우리한테는 해당 안 되지 처음부터 달랐잖아
빙고
만약 우리가 달라진다면
형편 때문이 아니라 순수함을 잃은 거다
(혜준) 그 눈빛 뭐냐?
사랑한다, 사혜준
하지 마
[해효의 장난스러운 신음] (혜준) 아, 야, 하, 하지 마, 하, 에헤, 참
아이, 미친놈, 진짜
[해효의 웃음] [발랄한 음악]
(해효) 언젠가는 꼭 하고 말 거다!
- (혜준) 간다! - (해효) 가!
(정하) [놀라며] 얼굴 썩었네요?
(수빈) 멘트 죽인다
나, 나, 나 이거 말하면 안 되나?
(정하) 괜찮아, 나중에 편집하면 돼
여러분도 퇴근쯤 얼굴 보고 깜짝 놀라신 적 많죠?
근데 갑자기 약속이 잡혔어요 [수빈의 놀란 신음]
걱정 마세요, 다시 화장하면 돼요
간단한 화장법 알려 드릴게요
아까보다 훨씬 좋죠?
기억하세요, 눈 밑에 글리터
아이라이너, 립 틴트
[웃으며] 짠
아, 내일 혜준이 만난다! [수빈의 웃음]
나도 배고파!
(정하) 빨리 와 [수빈의 웃음]
- (수빈) 이제 먹어도 돼? - (정하) 먹어
[수빈의 들뜬 신음]
[수빈의 놀란 신음]
(수빈) 이 조합 인정
이, 그, 고기의 감칠맛하고 치즈의 고소함
그리고 느끼함을 싹 잡아 주는 김치!
(정하) 이거 다 먹고 깍두기볶음밥 해 줄게 완전 죽여 줘
(수빈) 나 처음에 언니 봤을 때 진짜 짠순이다 그랬거든
밥 먹자 그래도 맨날 집에 가서 먹자 그러고
그래서 내가 이 집을 샀잖아
(정하) 물론 현관문만 내 거고 다 은행 거지만
(수빈)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데 어떻게 30년 상환으로 집을 사?
난 이해가 안 돼
네가 집 없이 살아 보지를 않아서 그래
내 집이 주는 안정감이 있어
(정하) 오죽하면 내 채널 이름이 '안정 좋아해요'겠니?
안정 좋아하면 결혼해
결혼은 안 해
어, 사혜준이 하자고 해도 안 해?
아무리 사혜준이라도 가치관은 못 버려
그러면서 왜 좋아해?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건 사랑밖에 없잖아
사랑은 안 하고 싶고 감정은 갖고 싶어
(수빈) 사랑에는 술이지, 술 있어?
(정하) 없어, 나 일하기 전날 술 안 마셔
(수빈) 언니 너무 언니 위주 아니야?
내 위주 맞아
내가 회사를 관두면서 한 결정이 내 위주로 사는 거야
너도 네 위주로 살아 대한민국은 너무 가족 위주야
[입바람을 후 분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혜준이 흥얼거린다]
[지퍼가 직 열린다]
[쓱쓱 톱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금장치가 철커덕 열린다]
[드릴 작동음] [연신 흥얼거린다]
(영남) 아주 노래까지 하고
어디 좋은 데 갔다 오냐?
알바요
(영남) 뭔 알바? 너 대체 뭐 하고 다니는 거야?
뭐 하는 거예요?
대답하기 싫다 이거지?
(영남) 경준이 방 문짝 새로 만들어 주려고
[드릴 작동음]
[잔잔한 음악]
[한숨]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왔냐?
(애숙) 혜준아
- 할 말 있어 - (혜준) 뭔데?
아빠 들으면 안 돼
(혜준) 아이, 그냥 말해, 나 오늘 되게 피곤해
잠깐이면 돼
[부스럭거린다]
(애숙) 어떻게 할 거야?
- (애숙) 이제는 가야지 - (혜준) 가야지
잘 생각했어
(혜준) 근데, 엄마
나 이번에 영화 오디션 본 거 있거든?
그거 붙으면 하늘이 나한테 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한 번만 더 미룰게
(경준) 어차피 갈 거 그냥 가
(혜준) 왜 남의 말을 엿들어?
(경준) 이 좁은 집에서 엿듣고 할 게 어디 있어? 다 들린다
(혜준) 남의 인생에 참견하지 말고 형이나 잘 살아
(경준) 난 이미 잘 살고 있어
알잖아, 네가 우리 집 우환덩어리인 거
(애숙)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경준) 엄마도 말은 안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잖아
내가 말을 했을 뿐이지
(혜준) 지, 진짜야?
아, 그게 아니라…
(혜준) 나 모르게 내 뒤에서 평가질 하고 있었어, 가족끼리?
야, 인간은 어디서나 평가받아
(경준) 뭐, 가족이라고 예외냐?
평가 기준이라는 게 똑같냐? 여기 다르고 저기 다르지
형 너는 내가 평가할 때는 인성 꽝이야
(혜준) 네가 공부 잘해서 취직한 거 인정 [문이 달칵 열린다]
근데 네가 공부 잘해서 취직해서 가족한테 기여한 게 뭐 있냐? [문이 탁 닫힌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영남) 기여한 게 왜 없냐?
[문이 탁 닫힌다] (애숙) 아이, 당신은 왜 껴?
[경준의 한숨] (영남)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애숙) 아, 별거 아니야
[애숙이 속삭인다]
(경준) 별거 아니긴 엄마가 쟤를 자꾸 감싸니까
애가 자꾸 스포일해지잖아요
(애숙) 알았으니까 그만해
[문이 달칵 열린다]
- (민기) 어, 이제 왔냐? - (혜준) 응
(민기) 밥은 먹었어?
(혜준) 먹었어, 할아버지는?
먹었지, 인마, 근데 너 얼굴 왜 그래?
아유, 아무것도 아니야
[혜준의 웃음]
(영남) 너 입영 통지서 나왔다며?
왜 숨겼어?
(혜준) 뭘 숨겨요? 나도 지금 봤는데
어쨌든 당장 군대 가
(혜준) 당장 군대를 어떻게 가? 지금 밤이야
아, 그런 말이 아니잖아!
(영남) 어떻게 살 거야?
계속 되지도 않는 일에 네 청춘 바칠 거냐?
(혜준) 나도 하나만 묻자 [차분한 음악]
아빠도 내가 우환덩어리라고 생각해?
아, 그건 왜 물어?
나도 우리 가족 평가 좀 해 보려고
가족은 특별하다고 생각했거든
(혜준) 뒤에서 내 평가 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도 바꿔야지, 생각을
세상 사람들하고 똑같잖아
군대 얘기 하다가 네 장래 얘기하는데 왜 말이 그리 튀어?
아빠가 진짜 내 장래에 대해 걱정해서 말하는 건지
아니면 자기 짐덩어리 될까 봐 그러는 건지
뭔지 알아야 대답을 다르게 할 거 아니야
말하는 싸가지 봐라, 아빠한테
(영남) 아빠가 너 잘되라고 하는 얘기지 안되라고 하겠냐?
모델 실컷 해 봤잖아
처음에야 좋아라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됐냐?
겨우 네 용돈만 벌어 쓰잖아
멀리 갈 것도 없어, 할아버지 봐 봐
지금 네 모습을 봐
젊어서 남들이 '잘생겼다, 인물이 아깝다'
'이런 일 할 사람 아니다' 남들이 옆에서 펌프질 하니까
팔랑팔랑 '가수 한다', '배우 하고 싶다'
이리저리 다니다 저렇게 됐잖아
(민기) 나랑은 다르지, 우리 혜준이는
왜 자꾸 나랑 비교를 해?
(영남) 다르긴 뭐가 달라요?
똑같아, 내 보기에는 아버지 젊었을 때랑
아버지가 내가 모은 돈 갖고 나가서 사기만 안 당했어도
우리 이렇게 안 살아!
그러니까 미안해
그래서 찍소리 안 하고 살잖아
(민기) 우리 집 우환덩어리는 나야 혜준아, 너 아니야
(영남) 아, 애는 왜 이렇게 감싸요?
내가 얘 얼굴 볼 때마다 그냥 가슴이 턱턱 막혀!
아버지 닮아서 인물값 한다고 나댈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애숙) 이제 그만해, 됐어
아, 저, 너도 그만 자
(혜준) 속 다 뒤집어 놓고 자라면 잠이 와?
(영남) 아, 왜 이래?
(애숙) 그만 좀 해
(영남) 뭘 그만해!
당신이 이러니까 애가 저 모양이지! [애숙의 당황한 숨소리]
(애숙) 들어
(경준) 들으면 어때? 쟤도 현실을 알아야지
하, 안 되겠다
(애숙) 당신 이리 와 봐, 너도 와 [경준의 짜증 섞인 신음]
[스위치가 탁 켜진다] [문이 달칵 열린다]
(영남) 나 참 [경준의 아파하는 신음]
(경준) 엄마, 나… (애숙) 아이, 여기서 얘기하자
(영남) 혜준이 망치는 거 당신하고 아버지야 [경준의 한숨]
사내자식을 강하게 키워야지, 쯧
(경준) 엄마, 하
쟤 지금 터닝 포인트야
지금 잘못 선택하면 할아버지 테크 타는 거야
할아버지가 어때서?
[한숨] (영남) 아버지가 어떤 걸 말로 해야 알아?
다정다감하고 성품이 따뜻하시잖아
- 하, 참 - (경준) 가식적이야
(경준) 엄마가 속으로 정말 그렇게 생각할까?
- 아니라고 본다 - (애숙) 아유, 그래서 어떡하자고?
(애숙) 가뜩이나 일 안 풀려서 힘든 애를 잡아서 뭐 해?
애초에 걸으면 돈 주는 일이라는 게 말이 되냐?
[코웃음] [애숙의 헛웃음]
방송 나올 때는 좋다고 자랑하고 다닐 때는 언제고?
아, 그때는 뭐가 되는 줄 알았지
나도 그때는 뭐에 씌어 갖고
(경준) 지난 일은 지난 일이야
현실을 직시해야 돼, 엄마
무조건 감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니까?
(영남) 역시 경준이다
날 닮아 갖고 어릴 때부터 제 앞가림을 얼마나 잘해
(애숙) 어쨌든 혜준이가 선택할 수 있게 기다려 줘야 돼
너한테는 항상 엄마 아빠 그랬어
네 동생도 그럴 권리 있어
(영남) 아유! 참, 쯧
[민기의 헛기침]
[잔잔한 음악]
[한숨]
[정하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마우스 클릭음]
[정하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영상 속 정하) 퇴근쯤 얼굴 보고 깜짝 놀라신 적 많죠?
근데 갑자기 약속이 잡혔어요 [영상 속 수빈의 놀란 신음]
걱정 마세요, 다시 화장하면…
[마우스 클릭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정하) 드디어 내일 만난다, 떨린다
그 남자에게 말할 거다
나는 너의 오랜 팬이고 너를 응원한다고
[정하가 키보드를 달칵 누른다]
[흥미로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안정하"
[정하의 웃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찰리) 어깨 펴고 눈에 힘줘
(찰리) 뒷사람들 간격 잘 맞추자
"옴므정 서울"
(찰리) 1번, 2번 바꿨으면 좋겠어요
(찰리) 좋아, 더 템포 있게
(찰리) 혜준아, 좋아
[디렉터의 한숨]
(디렉터) 선생님
(찰리) 어
시선 앞으로, 좀 멀리
좀 더 나이스하게
[리드미컬한 음악]
[원장과 진주가 대화한다]
(진주) 정하 씨, 내 것도 꾸려 줘
네
- (해효) 메이크업하러 가자 - (혜준) 그래
[부드러운 음악]
(진주) 원해효 씨! 이쪽으로 와요
(해효) 네
(진주) 교수님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해효) 교수님요?
(진주) 김이영 교수님요
(해효) 엄마 강의 관둔 지 오래됐어요
(진주) 아, 그래요?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예요
[진주와 해효의 웃음]
왜 난 안 불러요?
아, 네
"헤어 메이크업 빅토리"
(진주) 우선 피부에 영양부터 주죠
[울리는 효과음]
미안해요
(혜준) 괜찮아요
[정하가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난 왜 팩 안 해 줘요?
피부 좋아서 할 필요 없어요
[부드러운 음악]
"옴므정 서울 헤어&메이크업"
[의미심장한 효과음]
(정하) 끝났습니다
(혜준) 수고하셨습니다
(스태프) 원장님이 잠깐 오시라는데요?
(진주) 거의 다 됐거든요?
잠깐 얘기하고 와서 마무리해도 될까요?
(해효) 네, 괜찮아요, 시간 많아요, 우리
(진주) 감사합니다
(혜준) 나 나가 있을게, 다 하고 와
(해효) 같이 가, 잠깐이면 된다잖아
(혜준) 다 끝났는데 앉아 있기 눈치 보이니까 그렇지
(해효) 앉아 있으면 안 돼요?
돼요
[휴대전화 진동음]
(해효) 어, 엄마
어, 여기 왔다고? 왜?
(혜준) 여기 더 앉아 있어도 돼요?
아, 네
(해효) 지금 나오라고?
(혜준) 근데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
(정하) 아니요
(해효) 알았어, 알았어요
엄마가 뭐 준다고 나오라는데?
갔다 와
이거 어떡해?
(혜준) 다 됐어, 가도 돼
(해효) 아, 입술이…
이것 좀 마무리해 주세요
아, 진주 디자이너님 고객이라 안 돼요
(혜준) 내가 갔다 올까?
(해효) 나보고 오래
근데 되게 빡빡하다
(혜준) 같은 숍인 거 같은데
꼭 그렇게 내 고객, 네 고객 나눠야 돼요?
(해효) 두 분이 사이 안 좋은가 봐요?
네
(정하) 아니, 아니요
저 해 준 선생님 성질 더러워요?
(혜준) 야
너 같으면 더러우면 더럽다고 얘기하겠냐?
할게요
(정하) 해 드릴게요
[정하가 붓을 탁 집는다]
저희 선생님 성질 더럽지 않아요
어떤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어떤 사람들이 그러는데
제가 좀 사람을 편하게 해 주지 못한대요
씁, 나랑 반대네?
난 사람들이 너무 편하게 해 준다고 다들 좋아하잖아
(해효) 음, 사람들만 좋아하냐?
동네 개들도 너만 보면 좋아서 개 소리 작렬이잖아
뭐?
(해효) 멍, 멍! [웃음]
[혜준이 어른다] [해효가 개 울음을 흉내 낸다]
(혜준) 잘한다, 한 번 더
[혜준과 정하의 웃음] (혜준) 그만해, 그만
[진주의 한숨] (진주) 너는 언제나 이렇구나?
남의 손님한테 껄떡대는 거
하, 저번에는 실수거니 했어 너도 인정하지?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습관인 거
선생님, 그게 아니라 고객님께서…
(진주) 죄송해요
제가 이 친구하고 약속한 게 하나 있거든요
이런 일 다시 한번 생기면 그때는 개망신 주겠다고
약속은 지켜야 되잖아요
- (혜준) 저… - (진주) 어어
(진주) 이런 데서 편들면 상대방이 더 곤란해지는 거 알죠?
죄송합니다, 선생님
[진주의 한숨]
(진주) 사람들은 내가 나쁘다고 생각할 거야
'참지, 왜 저러나?'
하지만 넌 알잖아 네가 얼마나 사악한지
[정하가 도구를 탁 내려놓는다]
(진주) 얼굴 라인 좀 빼 드릴게요
셰이딩 한번 할게요
[차분한 음악]
[정하가 훌쩍인다]
[정하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코를 훌쩍인다]
[떨리는 숨소리]
[숨을 후 내뱉는다]
[코를 훌쩍인다]
[한숨]
[코를 훌쩍인다]
이런 행운이 어떻게 나한테 왔을까?
살면서 이런 벅찬 순간이 나한테 오다니
착하게 산 보람이 있구나
정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개뿔
[한숨]
그 와중에 우리 혜준이는 왜 이렇게 멋있니?
[헛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코를 훌쩍인다]
착하게 사는 거랑 행복하게 사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코를 훌쩍인다]
하, 인생은 원래
성질 못돼 처먹고 남 배려 안 하는 인간이 위너야
네 팬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
(혜준) 내 팬이었어요?
뭐예요?
[발걸음이 울린다]
[밝은 음악]
나 좋아했어요?
(정하) 떨렸어요
얼마나 떨렸는지 알아요? [정하의 신난 탄성]
(민재) [영어] 어, 대니얼, 나야
(민재) [한국어] 나 사고 쳤어, 혜준아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혜준) 다시 시작하면 돼
(찰리) 같이 시작한 해효를 봐
걔는 백그라운드가 좋으니까 계속 승승장구잖아
(혜준) 혼자 할 수 없으면 그만둬야죠
(영남) 그럼 이제 군대 가면 되겠네
가족이라면서, 날 위한다면서?
- (경준) 야, 가족이 무슨 만능 키야? - (혜준) 그럼!
내 인생에 훈수 두지 마
.청춘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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