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힐미 2
S#1 클럽 파라다이스 앞 골목 (1부 엔딩)
너무 변한 모습의 도현(세기)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가
는 리진. 순간 리진의 손목을 확 낚아채는 세기.
리진 ! (누구? 보다가, 그제야 알아보는) 어? 아까 그....(하다가,
아래위로 상태 살피며) 괜찮으세요? 아니 근데 옷은 또 언제
갈아 입으셨대?
세기 기억해. (하며, 리진의 손목을 잡아 올리는)
리진 뭐...뭘...요..?
세기 .... (리진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로 시선을 내리는)
리진 .... (그 시선 따라서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면)
째깍, 째깍, 째깍, 원형의 시계판 속에서 시계 초침이 움직여가는....
그 소리가 마치 심장박동처럼 커지다가....
뚝. 마침내 정확히 10시를 가리키는 시계바늘.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긴 정적이 흐르는데....
세기 2015년 1월 7일 오후 10시 정각. (다시 리진에게 시선)
리진 (그게 뭐? 세기를 쳐다보는)
세기 내가 너한테 반한 시간.
리진 ....!!!
몹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세기를 바라보고 있는 리진.
그런 리진을 보며 그제야 씨익 웃는 세기(1부 엔딩점).
S#2 클럽 파라다이스 / 2층 화장실 (밤)
피범벅이 되어 팬티 바람으로 바닥에 뻗어있는 폭주족1.
으으....신음소리와 함께 더듬더듬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폭주1 어디야... (통증에 괴로워하며) 애들 데리구...당장 이리루 튀어와.
방금 어떤 새끼가 잠바 들구 튀었어. (터지며) 씨(발)!!! 그 안에
도리도리(환각제 엑스터시의 은어)가 들어있다고!!!!
S#3 클럽 파라다이스 앞 골목 (밤)
여전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세기를 바라보고 있는 리진.
리진 (마음의 소리, E) 뭐....뭐지?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반했다는 건지
당최...... (순간, 퍼뜩 떠오르는)
(F.C) 유도기술로 도현을 넘겨버리던 리진(1부 55씬)
리진 !!! (마음의 소리, E) 서....설마! 나를 함부로 대한 여잔 니가
처음이야. 뭐 그런....닭살 돋는 멘트를 날리는 건 아니,
세기 (OL) 나를 함부로 대한 여잔,
리진 !!! (헉! 기겁해서, E) 하지 마. 하지 마, 제발.
세기 니가 처음이야.
리진 (순간, 현실로 비명 터지는) 아아아아악!
세기 (비명에 흠칫! 보면)
리진 (닭살이 돋아 머리를 감싸 쥐고 흔들며) 죄송합니다. 못들은 걸로
할게요. 앞으로 계속 함부로 대할 자신이 없네요. 그럼. (도망가는데)
리진의 얼굴 위로 쏟아지는 오토바이의 굉음과 헤드라이트 불빛!
보면, 시동을 끄고 오토바이에서 내려서는 폭주족 세 명!
어깨에 각목 하나씩을 척! 걸친 채로 세기와 리진을 향해 다가온다.
순간, 순발력 넘치게 몸을 홱 돌려, 반대쪽으로 튀려는 리진인데,
마찬가지로, 오토바이의 굉음과 헤드라이트 불빛이 쏟아지더니,
각목을 여의봉처럼 돌리며 다가오는 또 다른 세 명의 폭주족들!
그리고 언제 나왔는지 절룩이며 걸어와 그 틈에 서는 폭주1.
리진 !!! (마음의 소리, E) 뭐....뭐야 이건 또. (울고 싶은) 어떻게
로코에서 갑자기 액션으로 장르가 튀어어어--
폭주1 (세기에게) 벗어.
리진 (헉! 마음의 소리, E) 뭐야, 에로야?
세기 벗겨보든가.
리진 (헉! 마음의 소리, E) 브로맨스야? 아이씨, 대체 뭐야 장르가?
폭주1 우리 괜히 피 낭비하지 말자. 잠바만 벗어서 돌려줘.
리진 ! (순간 살았다! 얼굴 환해지며) 어머, 정말 쿨하시다! (세기를 툭툭
치며) 벗어드려요, 얼른. 그게 마음에 드시나봐.
세기 (무표정. 시선은 폭주1에게) 싫은데?
리진 !!! (헉! 보며) 싫어? (울고 싶은) 왜 싫은데? 그 가죽 잠바가 당신과
나의 목숨보다 소중해?
폭주1 내 말이. 그럼 피 좀 봐야겠는데?
세기 그 제안은 솔깃하네.
리진 !!! (머리카락 쭈뼛) 아씨, 뭐래 지금! (재킷을 벗겨내려 하며)
벗어! 미련을 버려! 이거 보니까 가죽도 아니야. 레자야 레자!
순간, 우우우---! 각목을 치켜들고 양방향에서 달려오는 폭주족들!
아아아악---!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는 리진!
마치 장난감을 앞에 둔 아이처럼 즐거운 표정으로 피식 웃는 세기.
세기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움직여 보더니) 그럼....놀아볼까?
(M) 강렬한 비트의 음악 시작되면,
순간, 벽을 차고 날아올라가더니, 바로 코앞까지 달려온 폭주족들
을 향해 환상의 날라차기를 선보이는 세기에서!
S#4 클럽 파라다이스 / 플로어 (밤)
세기에게 열광하듯 와아아--!! 환호하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 틈에 채연과 ID엔터 직원들의 모습도 보이고.
(*이하 7:1의 레전드를 만들어가는 세기의 모습과, 마치 그런 세기의
모습에 열광하듯 함성을 지르며 춤을 추는 클럽 안 사람들의 모습이
스타일리시하게 교차 편집되는)
S#5 클럽 파라다이스 앞 골목 (밤)
바닥에 떨어진 각목을 발로 밟아 허공으로 튕겨 잡아채서는
자신을 둘러싼 폭주족들을 제압해나가는 세기!
그런 세기를 압도당한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리진.
허공에서 난무하는 각목들 사이를 마치 춤이라도 추듯 유연하게
피하고, 막아내고, 격파하고, 빼앗아들고, 공격하는 세기.
S#6 클럽 파라다이스 / 플로어 (밤)
와와--!! 점점 격렬해지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
S#7 클럽 파라다이스 앞 골목 (밤)
다섯 명은 이미 바닥에 피떡이 된 채 널브러져있고, 마지막 두 명을
상대중인 세기. 이때, 뒤쪽에 쓰러져 있던 폭주1, 좀비처럼 비틀비틀
일어나더니 각목으로 세기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순간, 뚝 끊기는 음악! 들고 있던 각목을 떨어뜨리며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 세기! 공포에 질리는 리진!
이마에서 지이익---핏줄기가 흘러나오더니 그대로 앞으로 푹
쓰러지는 세기! 그 위로,
DJ (E) Do we need it?
S#8 클럽 파라다이스 / 플로어 (밤)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분위기에 뚝 끊겨버린 음악.
애가 타듯 DJ를 향해 떼창으로 “Yeah!” 외치는 사람들!
애를 태우듯 DJ가 다시 큰소리로 “Do we want it?”하고 물으면,
더 큰 소리로 “Yeah!!!!” 외치는 사람들!
순간, 다시 강렬한 음악과 함께 사람들의 함성 시작,
S#9 클럽 파라다이스 앞 골목 (밤)
순간, 마치 이 모든 건 DJ의 쇼 타임이었다는 듯 번뜩 눈을 뜨는
세기! 뒤에서 재킷을 벗기려 하고 있는 폭주1의 이마를 뒤통수로
박아버리고는 일어나 돌려차기, 멱살 잡아 후려치기, 무릎으로
배를 가격하기를 선보이는 세기! 마침내 피떡이 되어 널브러지는
폭주1. 상황종료...마치 꽃잎이 개화한 듯 원을 그리며 뻗어있는
폭주족들. 그 한가운데....마치 사냥을 끝낸 늑대인간처럼
우뚝 서서 리진을 바라보는 피투성이 세기.
리진 ......(섬뜩함에 얼어붙은 듯 꼼짝도 못하고 서있는)
세기 ......(입술의 피를 손등으로 스윽...천천히 닦아내며 씩 웃는)
S#10 클럽 파라다이스 / VIP룸 (밤)
홀로 술잔을 들고 앉아 뭔가 곰곰 생각에 잠겨있는 기준.
(F.C) 세기로 변신해서 클럽을 나가던 도현(1부 58씬)
얼음이 든 술잔을 천천히 돌리며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는데,
이때,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들어오는 채연.
채연 (우롱차 캔을 따서는 꿀꺽꿀꺽 반 이상을 마시고 테이블 위에 탁!
내려놓으며) 사회생활,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지치고 질린다.
(문득 빈자리 보며) 근데 도현인 어디 갔어?
기준 (그제야 보며, 피식) 글쎄? 부뚜막?
채연 뭐야 그게. 술집 이름이야?
기준 (재밌는) 얌전한 고양이가 먼저 올라가는 데라며 거기가.
제대로 올라갈 모양인지, 털갈이까지 아주 섹시하게 했던데?
채연 ? (무슨 소리야? 보는 데서)
S#11 클럽 파라다이스 앞 골목 (밤)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리진을 바라보며 서있는 세기.
맹수를 만난 초식동물처럼 꼼짝도 못하고 서있는 리진.
리진 나.....나한테 왜 이래요 대체?
세기 (리진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며) 니가 나를 불렀잖아.
리진 (흠칫 뒤로 천천히 물러서며) 제가요? 아닌데요? 안 불렀는데요?
세기 (다가오며 피식) 불렀어.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리진 (물러나며)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그쪽을 전혀 몰랐는데요?
세기 (다가오며) 괜찮아. 지금 알게 됐잖아.
리진 (물러나며) 저....저기요, 여심 좀 공략하겠다고 순정만화 꽤나 읽은
모양인데, 나는 차도남, 까칠남, 짐승남, 이런 거 무지 싫어해요.
세기 (다가오며) 괜찮아. 내가 널 좋아하니까.
리진 (물러나며 울듯이) 아, 뭐가 다 괜찮대에. 내가 안 괜찮다는데에.
세기 (다가오며) 귀찮은 물건들 다 처리했으니까, 이제 놀자 나랑.
리진 (물러서며) 내, 내가 왜요?
세기 니가 날 불러냈으니까.
리진 (미치겠는) 안 불렀다니까요! (다가오는 세기) 오지 마요. 오지 말라니
까? 소리 지른다? 나도 폭력 쓴다? 에이 진짜, 오지 말라니까!
(급한 김에, 저도 모르게 한 손바닥 내밀어 보이며) 기다려!!!!
세기 (순간 우뚝 멈춰 선다)
리진 (어라? 내친김에 검지를 세워 보이며) 움직이지 마!
세기 (그대로 있다)
리진 !! (설마 싶어, 다시 한 번 시도해보는) 옳지, 착하다. (조심스레
검지를 빙글! 돌려 보이며) 이제 천천히 뒤로 돌아.
세기 (정말 천천히 뒤로 돈다)
리진 !!! (마음의 소리, E) 이것은 완전 늑대 소년!
세기 (용기 얻어) 옳지 잘 한다.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그대로 가만히
있어. 가만히이? 아이구, 착하다.
리진 잠시 가만히...기다려보다가 정말 움직임이 없자 이때다! 싶어
냅다 도망친다. 뒤돌아 선 채 여전히 움직임이 없는 세기.
보면, 피식 웃고 있다. 리진과 놀아준 것이다.
S#12 강남 거리 (밤)
미친 듯이 달려와 손바닥을 정신 사납게 팔랑 팔랑대며 택시를 잡는
리진. 기적처럼 택시 한 대가 와서 서면, 네 발로 기듯이 빠르게
뒷좌석에 올라타서는 차문을 쾅! 닫고는,
S#13 택시 안 (밤)
리진 (다급하게) 아저씨 강한 병원까지 풀악셀이요 풀악셀!
택시 출발하면, 리진 그제야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기사 (백미러 노려보며) 아, 왜 저렇게 바짝 따라 붙어, 죽을라구!
리진 ?? (뒤를 돌아보면)
오토바이(폭주족이 타고 왔던)를 탄 세기가 리진의 택시 뒤를 바짝
붙어 쫓아오고 있다! 헉! 해서 얼른 고개를 돌려버리는 리진,
양손으로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며 괴로워 죽겠고.
S#14 강한 병원 앞 (밤)
정문 앞에 와서 서는 택시. 안에서 튀어나와 병원으로 뛰어
들어가려는 리진인데, 그 앞을 가로막는 세기의 오토바이!
리진 ! (무시하고 가면)
세기 (시동 끄고 내려 따라오는)
리진 !! (기겁해서 확 돌아서더니, 한 손바닥 내밀어 보이며) 기다려!
세기 (무시하고 다가오는)
리진 !!! (당황! 검지 세워 보이며) 움직이지 마!
세기 (그대로 다가오는)
리진 !!! (명령 안 먹히자 에이 씨, 얼른 도망가는데)
세기 (리진의 팔을 잡아채는) 애완견 놀이 재미없어 이제. 내가 한 번
놀아줬으니까 이젠 니가 나랑 놀아줘야지. (하고는 끌고 가는)
리진 (울고 싶은) 다 큰 어른이 뭘 자꾸 놀아 달래? 둘이서 뭐해?
고무줄놀이 해? 땅따먹기 해?
세기 (끌고 가며) 그건 가면서 생각 해. 내가 시간이 별로 없거든.
리진 아니 나는 뭐 시간을 은행 금고에 쟁여놓고 이자 불려 쓰나?
나도 바쁜 사람이에요! 바쁜 사람!
세기 너랑 나는 다르지. 나는 언제 또 나오게 될지 알 수 없거든.
리진 뭐래. 뭐 궁에서 탈출한 세자쯤 되시나? (하다가 퍼뜩!) 아니면
혹시, 가석방 중이야? (하는 순간 머리에 팍 씌워지는 헬멧)
세기 궁이나, 감옥 보다 더 탈출하기 어렵고, 몇 만 배는 더 갑갑한
곳이야. (하고는) 타.
리진 (헬멧을 벗어 오토바이에 내려놓으며, 정색) 그만 해요 이제.
나 정말 병원에 들어가 봐야 돼요. (뒤돌아가려는데)
세기 (다시 잡아채서는 헬멧을 씌우는)
리진 (헬멧을 확 벗어 던져버리며, 터지는) 적당히 좀 해 제발!!!
너 같은 인간 싫다고 했잖, (하다가 멈칫 보면)
세기의 찢어진 이마 상처에서 천천히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리진 ......(보다가, 작은 한숨, 세기의 손을 잡아 병원으로 끌고 가는)
세기 (안 움직이며) 나 병원은 질색인데.
리진 ......(그래도 말없이 끌고 가는)
세기 (피식 웃으며 순하게 끌려가주는)
S#15 강한 병원 / 처치실 (밤)
드레싱 카트 앞에 서서 적당한 약과 도구를 골라내고 있는 리진.
치료 의자에 앉아 그런 리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세기.
리진 (뒷모습인 채로) 옷 벗어요. 아까 싸움할 때 피 많이 흘린 거 같던데,
상처 봐줄 테니까, (하며 돌아서는 순간 경악의) !!!
보면, 언제 다 벗었는지 상체는 이미 날 몸인 세기(*상체에는
예의 그 Mors sola 레터링 타투가 보이고), 이제 막 바지의
버클을 풀려고 하는 중이다.
S#16 강한 병원 / 처치실 문 앞 (밤)
문 앞에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는 레지던트(강선생과 신선생)
와 인턴 네댓 명! (*박선생은 없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어떻게든
로얄석을 차지해보려는 견제와 침묵의 몸부림이 치열한데,
리진 (E) 아아아아아악-----!!!!
의사들 !!! (비명 소리에 화들짝 놀라 문에서 떨어지는)
신선생 !!! (놀라) 뭐야.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냐, 이거?
인턴1 그러게요. 오선생님 저런 비명 처음 들어봐요.
웬만한 환잔, 보호사들보다 오선생님이 더 잘 제압하잖아요.
이거 분명 뭔가 심상찮은 일이,
강선생 (신중함과 진지함, OL) 아냐, 아냐. 오선생 비명을 분석해봤을 때, 딱히 싫지만은 않은 뉘앙스야. 호기심 한 스푼에, 수줍음
반 스푼. 열정과 환희가 한 큰 술 반 정도? (하는데)
리진 (E) 얼른 바지 입어요, 얼른! 다 벗을 필요 없다니까!
의사들 !!!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문에 달라붙어 치열한
자리싸움 벌이는 데서)
S#17 강한 병원 / 처치실 (밤)
벌렁거리는 심정을 진정시키며 의자에 앉아있는 세기의 이마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는 리진. 그런 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세기.
리진 (신경 쓰이는) 눈 좀 깔아주시죠?
세기 피식 웃으며 리진의 가슴께로 시선을 내리다가 멈칫 한다.
리진의 가운 가슴에 새겨진 ‘정신건강의학과 오리진’이라는 명찰.
세기 ......(명찰을 보는 채로) 정신과 의사였어? 별로 좋지 않네.
리진 방금 그 말, 직업 비하에 명예훼손이 될 수 있어요.
세기 (혼잣말처럼) 악연이 될 수도 있겠어.
리진 (치료하는 채로 과장되게) 어머나, 세상에, 그걸 이제 아신 거예요?
명찰을 가만....바라보다가, 리진의 가운 주머니에 삐죽 튀어나온
휴대폰을 발견한 세기, 허락도 없이 불쑥 꺼내든다.
리진 뭐하는 거예요, 또! (뺏으려 하며) 주세요. 아이 씨, 달라니까아!
이리저리 피해가며 리진의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는
통화 버튼을 누르는 세기. 바지 뒷주머니에서 도현의 휴대폰을
꺼내 리진의 번호가 찍혔음을 확인하고는, 리진 휴대폰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해서 리진 손에 직접 쥐어준다.
세기 봐. 내 이름이야.
리진 보면, (INS) 액정화면에 뜬 ‘신세기’
세기 죽을 때까지 기억해.
리진 (미치겠는) 아놔, 닭살 돋아 죽겠네 진짜. 이봐요, 신세기씨,
그쪽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몇 번을,
세기 (OL, 리진의 팔목을 잡아 당겨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보게 하는)
리진 ! (흠칫 보는)
세기 기억해 둬. 내 얼굴을 하고 다른 이름을 대는 놈은 가짜야.
이 얼굴을 한 신세기는 나 하나뿐이야. 나는 유일해.
그러니까 너는,
리진 ......! (눈빛에 사로잡힌 듯 보는)
세기 내 눈빛을 절대 잊으면 안 돼.
리진 .......! (심장이 떨려오는)
세기 ....... (뚫어질 듯 리진의 눈을 보고 있는)
리진 ......! (혼란스러움에 눈빛이 흔들리다가, 이내 떨쳐내듯 세기에게
잡힌 팔목을 확 빼내며) 치료 다 끝났으니까, 이젠 정말 가보세요.
(도망치듯 나가버리고)
S#18 강한 병원 / 복도 (밤)
중간중간 뒤를 의식하며 도망치듯 빠르게 걸어오고 있는 리진.
그런 리진의 뒤를 여유롭게 따라오고 있는 세기.
어떻게든 벗어나고픈 리진인데, 저만치 험악 살벌한 표정으로
리진을 향해 다가오는 박선생을 발견하는!
리진 !!! (구세주를 만난 듯 달려가) 박선생님! 제가 뭐 도와드릴 거
없어요? 대신 당직 서 드릴까요? 논문 도와 드려요?
박선생 (눈치 제로, 막말 작렬!) 이 새끼 이거, 머리통에서 자갈 굴리는 거
봐라? 너 왜 이제 와. 이 새끼가 빠져가지구, 환자나 잃어버리고
말야. 너 이 새끼 당분간 오프 없을 줄 알, (순간, 세기에게 컥!
멱살을 잡히는)
리진 !!! (헉! 경악하는)
세기 (덤덤하게) 죽고 싶구나.
박선생 !!! (컥컥대며, 세기의 눈빛이 장난이 아님을 알겠는)
세기 (까딱 리진 쪽 고갯짓 하며) 잠깐 데리고 나가도 되나?
박선생 되, 됩니다. 무조건 됩니다. (그제야 세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면,
엄청 친절하게) 오선생 뭐해? 얼른 나갈 준비하지 않고.
기다리시잖아. (하며, 리진의 등을 의국 쪽으로 떠밀며 가고)
리진 아, 아니 저.....저기요, 박선생님, (등 떠밀려가고)
보다가, 적당한 곳에 등을 기대고 서서 기다리는 세기.
바지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리진의 번호에 ‘오리진’이라는 이름을 입력한다.
저장된 리진의 이름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 세기인데,
울리는 휴대폰. (INS) 액정화면에 뜬 ‘안국 실장님’
세기 .....(비식 웃고는, 도현인 척 하고 전화를 받는) 네. 안실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안실장 (F) 스코필드 박사를 찾았습니다.
세기 ! (순간 표정 서늘하게 정지되는, 이내 미소로) 그래요? 그거 잘
됐군요. 어느 병원에 계십니까? (대답을 들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이 되는) 아아....그래요.......?
하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간호사 스테이션 쪽을 바라보면,
스테이션 데스크 앞에 붙어있는 강한 병원 마크!
S#19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밤)
컴퓨터 앞에 앉아 과거 도현의 치료 영상기록을 보고 있는 석호필.
노크소리에 ‘네’ 대답하며 보면, 안으로 들어서는 세기!
석호필 ! (반색하며 안경을 벗어놓고 일어나며) 이게 누구야! 차도현!!!
세기 (도현의 선한 미소와 예의바른 태도를 가장하고)
오랜만에 뵙습니다. 박사님.
석호필 (책상에서 나오며) 안 그래도 안 실장 연락받고 기다리고 있었어.
대체 얼마만이야, 응? (악수 청하며) 반가워. 완전 반가워.
세기 (마주 잡으며 여전한 미소로) 정말 제가 반가우십니까?
석호필 하하. 반갑고말고. 귀국은 언제, (하다가, 어떤 느낌에 멈칫 보며) !
세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날 죽여 없애려던 당신이,
(순식간에 표정 살벌해지며) 내가 반가울 리가.
석호필 ! (표정 굳으며) 신세기.....?
S#20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밤)
운전을 하며 생각에 잠겨 있는 안실장. 그 위로,
세기 (도현의 목소리로, F) 자리가 생각보다 길어질 거 같네요.
안실장님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박사님을 만나 뵙고 들어가겠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께름칙한 안실장.
어느 순간 끼이익--- 급하게 차를 유턴시키는데서,
S#21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밤)
형광등 불빛에 번뜩이는 수술용 메스!
세기 (메스 날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날이 아주 제대로 선 게
멋지지 않아? 요섭이한테 선물로 주면 좋아하겠어.
보면, 바닥에 쏟아진 노트북과 파일들, 짓밟혀 깨진 석호필의
안경 등으로 엉망이 된 실내!
석호필 ......(의자에 앉아 담담한 시선으로 세기를 바라보고 있고)
세기 (책상 끝에 걸터앉아있는) 아, 당신도 요섭이 잘 알지?
석호필 (담담) 차군 몸에 살고 있는 열일곱 살 소년 인격이지.
세기 맞아. 자살중독에 빠진 녀석. 그동안 얌전히 지낸 대가로 이걸
선물해줄 생각이야. (비식) 뭐, 그 전에 내가 먼저 당신한테
사용할 수도 있고.
석호필 (동요 없이 담담한) 하고 싶은 얘기가 뭔가.
세기 (피식, 그제야 메스를 빙글 돌려 바지 뒷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차도현한테 전해. 융합치료 따윈 깨끗이 포기하라고. (책상에서
털썩 내려오며) 우릴 없앨 생각도, 간섭할 생각도, 방해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석호필 차군이 치료를 포기 하지 않으면 그땐 어쩔 텐가?
세기 (돌아보며, 빙긋) 그땐, 당신이 나서줘야지. (느닷없이 양손으로
책상을 탕! 짚어 석호필의 눈을 직시하며) 차도현을 재워.
석호필 (!!!)
세기 (살벌한 눈빛) 영원히, 깨어날 수, 없게.
석호필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세기 (고개 갸웃) 그럴까?
석호필 (담담한 표정으로) 너희들의 주(主)인격은 차군이야.
넌 차군이 방어기제로 만들어낸 교대인격들 중 하나일 뿐(이고),
세기 (OL) 닥쳐!!!!
소리침과 동시에 석호필의 목을 한 손으로 콱! 조르는 세기!!!
순간, 컥! 하고 숨이 막히는 석호필!!!
세기 (살벌한 눈빛으로 조르며) 나는 나야! 차도현이 아니라 신세기라고!
석호필 (세기의 완력에 벽까지 밀려가며 숨이 막혀 컥컥)
세기 똑똑히 들어! 만에 하나, 예전처럼 그 자식과 날 융합하려 들거나,
녀석이 잃어버린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면, 그땐 요섭이가 내
선물을 아주 제대로 이용하게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우리가 죽으면! 차도현도 같이 죽어 없어지는 거라고!!!!
야차처럼 냉혹한 얼굴로 석호필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는 세기!
꺽꺽 숨이 넘어가는 석호필, 얼굴이 거의 보랏빛이 되어가는 순간,
갑자기 두통(전조증상)을 느낀 듯 미간을 찌푸리는 세기!
젠장, 벌써....안돼....! 빌어먹을...! 욕설을 뱉어냄과 동시에,
동공이 확장됐다가, 원래모습으로 돌아오며 정지되는!
도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가 퍼뜩 놀라며) !!! 박사님?
(보면, 석호필의 목을 조르고 있는 자신의 손) !!!!!
(흠칫 놀라 얼른 손을 풀며) 박사님...!! 괜찮으십니까!!!
석호필 (막혔던 숨을 뱉어내며 괴로워하는)
도현 이게 대체.....(자신의 옷차림을 보면, 피투성이고,
혼란스러움에 멍해지며) 대체 무슨 일이.....
석호필 세기가...(호흡이 채 풀리지 않아 기침을 하며) 세기가 왔다갔어.
도현 !!!! (눈앞이 아득해지는데서)
S#22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시간 경과)
투명한 찻잔에 쪼로로....따라지고 있는 찻물.
카모마일 찻잔을 놓고 석호필과 마주 앉아있는 도현.
(*도현은 석호필이 빌려준 카디건을 입고 있는)
도현 (죄송한 마음) 괜....찮으십니까?
석호필 (자신의 잔을 채우다가) 응? 아아, 괜찮아, 괜찮아, 내가 목이 두꺼운
편이라서 말야. 별명이 목도리 도마뱀이거든, 하하. (순식간에 웃음기
지우고, 심각) 그나저나 말야, 세기가 강해진 거 같아.
도현 (본다)
석호필 뭐랄까....섣불리 단정 짓긴 어렵지만, 자네를 포함한 모든 인격들의
주인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달까?
도현 ! (순간 보는) 그 말은....저를 없애겠다는 뜻입니까?
석호필 ....(보다가) 자넬 잠재워달라고 하더군. 영원히 깨어날 수 없게.
도현 !!! (충격으로 멍해지는)
석호필 놈에게 뭔가 목적이 생긴 것이 분명해. 그 목적이 놈을 강하게
만들었겠지. 혹시 뭔가 짚이는 데 없어?
도현 (멍한 채로) 글쎄요....잘.....박사님이야말로 뭔가 짐작 가는 바가
없으십니까? 세기를 직접 만나보셨잖아요.
석호필 글쎄....다만....인상적인 말을 하더군. 첫사랑을 찾았다나?
도현 (!!!) 인격도.....사랑이 가능합니까?
석호필 물론 가능하지.
S#23 강한 병원 일각 (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도현.
석호필 (앞에서 이어지는, E) 하지만, 놈처럼 폭력적인 인격의 경우,
상대에 대한 가해나 집착을 사랑으로 착각할 수도 있고,
상대의 사랑을 얻지 못할 경우, 그 애증이 파괴욕구로 변질될
수도 있지. 만에 하나 그렇게 되면....상대는 매우 위험해져.
도현 암담함에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대로 벽에 등을 기대서는
한 손을 이마 위로 올리며 괴로운데....순간 떠오르는,
(F.C) 기준과 귓속말을 나누다 웃음을 터뜨리던 채연(1부 53씬)
도현 !!! (번뜩 고개를 들며, E) 설마....채연이 누나?
순간,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채연의 단축키를 누르는 도현.
연결음만 이어지고 받지 않는다. 덜컥 불안해지는 도현,
계속 통화를 시도하며 달리기 시작한다.
S#24 강한 병원 건물 앞 (밤)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세기를 기다리며 서있는 리진.
간호사들 지나가면, 얼른 휴대폰을 꺼내 ‘엄마? 어, 나야 잘 지내지’
통화하는 척하다가, 지나가면 쪽팔려서 에이 씨....휴대폰을 내린다.
리진 아....왜 이렇게 안 나와 진짜. 병원 사람들 다 보겠네. (하는 순간)
도현 (휴대폰을 귀에 붙인 채, 건물 안에서 빠르게 나오고 있는)
리진 ! (발견하고, 마음을 다잡듯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는 다가가,
도현을 잡을 듯이 한 손을 내밀며) 저기, (하는 순간)
도현 (빛의 속도로 리진 앞을 쌩 지나가는)
리진 ! (한 손 든 채로, 뻘쭘+민망+무안해서 얼른 손 내리고 주변을
홱홱 살폈다가, 다행히 아무도 없자 도현을 향해 버럭) 저기요!!
도현 (착신을 기다리는 초조한 표정이다가, 소리에 돌아보며) ?
리진 (나 여기 있었다는 듯, 다가와 서더니, 말없이 시선 비끼는)
도현 ? (모르는 얼굴.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가, 아무도 없자, 공손하게)
저기 실례지만 누구.....?
리진 ! (황당해서) 실례지만 누구? 아니 실롄지 알면서 그건 왜 물을까?
도현 ? (보다가, 퍼뜩 떠오르는)
허숙희 (F.C) 아주 위험한 여자예요. 과대망상증 환자. (1부 53씬)
도현 ! (떠올리고는) 아아....(예의 그 친절함으로) 무사히 병원으로
돌아오셨군요. 다행입니다. 힘 내시구요. 제가 좀 바빠서 이만....
(가볍게 목례하고는, 다시 통화버튼을 누르며 돌아서는)
리진 (황당함에, 도현의 팔을 잡아채며) 자, 잠깐만요!
도현 ? (돌아보며) 왜 그러십니까?
리진 그게 다예요?
도현 네? 그게 다가 아니면....?
리진 아니....내가 이런 말까진 안 할라구 했는데, 클럽에서부터 나좋다고
죽자 사자 쫓아온 건 그쪽이거든요? 내가 아니고?
도현 클럽이라니....무슨 클럽....(하다가, 떠오르는) !
# 플래시백 (1부 55씬의)
도현 (가려는 리진을 막아서며) 죄송하지만, 잠시만 여기 계시죠.
도현 (역시 막아서며) 일단 진정하시고, 잠시 저랑 얘기를...
# 현재
도현 (아, 과대망상! 짠하게 보며) 아아...그래서 오해를 하셨군요.
리진 (기막혀서) 오해?!
도현 (안쓰러움을 담아 정중히)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마음이 아프신
분한테....제가 본의 아니게 더 상처를 드린 것 같네요.
리진 예? 아, 아니, 누가 마음이 아프다는,
도현 이해합니다. 병원 생활이 많이 힘드시겠지만, 부디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는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목례하고 또다시 바쁘게 사라져가고)
리진 ! (어이없고, 기 막히는) 뭐야, 나 지금 까인 거야?
아니 뭐 이런 허접스러운 멜러가 다 있어어어---
S#25 강한 병원 앞 거리 (밤)
여전히 휴대폰 귀에 붙인 채로, 손을 들어 택시를 잡고 있는 도현.
여전히 연결은 안 되고, 택시는 잡히지 않고, 초조해지는 도현인데,
이때 도현의 차가 끼익—와서 서더니, 안에서 내리는 안실장!
안실장 부사장님!
도현 ! (휴대폰 내리며) 안실장님, 여긴 어떻게.....
안실장 !!! (도현의 피 묻은 옷과 몰골을 보고는) 대체....어떻게 된 일입니까?
도현 (참담한 심정으로) 세기가.....박사님을 위협했습니다.
안실장 ! (보는)
도현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일단 차 좀 쓰겠습니다.
(급히 차에 올라 출발시키고)
S#26 강한 병원 / 화장실 (밤)
당직 준비하며 분노의 양치질을 하고 있는 리진. 그 위로,
(F.C) ‘기억해. 내가 너한테 반한 시간’ 하던 세기(1씬의)
리진 하! (기도 안 찬다는 듯이, 콧방귀 뀌고는, 캭! 퉤! 야무지게
거품 뱉어내더니 다시 분노의 양치질)
(F.C) '아아...그래서 오해를 하셨군요.' 하던 도현(24씬의)
리진 허! (분노를 모아 캬아아악---퉤!!! 거품을 뱉어내는데서)
S#27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밤)
운전하며 핸즈프리로 계속 채연과 통화를 시도하고 있는 도현.
도현 (간절한) 받아 누나.....제발.....받아.
채연 (F) 야, 차도현! 너 중간에 대체 어디로 샌 거야?
도현 (순간 안도감에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누나!
S#28 채연의 집 앞 (밤)
채연 현관문을 열고 나온다. 도현이 현관문 앞에 서있다.
(*도현은 집에 들렀다 왔는지, 평소대로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이다)
채연 ? (도현 이마의 상처를 발견하고) 뭐야, 너, 싸웠니? (재밌다는 듯
웃으며) 연필 쥘 때만 쓰는 모범생 주먹인줄 알았더니, (상처가
진짠가 만져보려는 듯 도현 이마로 손 올라가며) 사람 팰 때 쓸 줄도
알아? (하다가, 도현에게 가만히 그 손을 잡히는) ? (멈칫 보면)
도현 ......(잡은 손, 가만히 내려 놓아주며, 진지한) 할 말이 있어, 누나.
채연 (심상찮은 분위기 살피며) 뭐. 중요한 얘기야?
도현 그렇게 들어주면 좋겠어.
채연 (피식 웃으며) 해봐 어디.
도현 만일 앞으로 내가, 나답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누날 당황하게 한다면
그땐, 나를 무시해 버려.
채연 (황당) 뭐?
도현 만일 내가 누나를 함부로 대하거나, 밤늦은 시간에 찾아오거나,
(가슴이 아파오며)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거나,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그런 짓을 한다면, 그건 내가 아니야.
채연 너 취했니?
도현 만일 내 얼굴을 하고 다른 이름을 대거나, 내가 아닌 행동을 한다면,
그건 내가 아니니까 도망쳐 누나. 가능한 멀리. 도망을 못 치겠거든
치고, 박고, 때려. 내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쳐도 좋아.
채연 (웃음이 나오며) 야, 차도현. (하는데)
기준 (집안에서 들리는, E) 채연아, 와인 어떤 걸로 오픈할까?
도현 ! (순간, 표정 정지되는. 기준이 있는 줄 몰랐다)
채연 기준 오빠랑 와인 한 잔 하려던 참인데, 들어와서 계속할래?
도현 (짧게 당황) 아, 아냐. 다 했어. 갈게. (애써 미소로 돌아서다가,
멈칫 서더니, 다시 뒤돌아서) 누나.
채연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 보면)
도현 작년 크리스마스 날...전화해줘서 고마워. (미소 짓는 눈가가
붉어지며) 덕분에 따뜻했어. 행복했어.
돌아서는 순간 가슴이 미어지는 도현이고.
좀 황당해서 보다가, 웃으며 들어가는 채연.
S#29 채연의 집 / 거실 (밤)
아일랜드 식탁에 앉아 와인을 따르고 있는 바스 가운 차림의 기준.
기준 (채연 들어오는 기척에, 웃으며) 이 아가씨가 겁이 없네. 나 여기
목욕가운 입혀 앉혀놓고 도현일 불러들일 생각을 해?
채연 (앞에 와 앉으며) 나 여기 있네, 효과음 낸 건 누군데.
기준 건 수컷들의 영역싸움이지. 일종의 하울링이랄까?
채연 (싫지 않은) 아아, 나는 오빠 영역이고?
기준 설마 아니란 말은 못하겠지. (잔 건네며) 증권가 지라시가 이미
광고했고, 정재계가 주목하는 세기의 커플인데.
채연 도현이만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 가여워라. (마시고)
기준 (피식) 너 은근 즐긴다?
채연 남자의 순애보는 여자들의 로망이야. 뭐랄까....화려하고 알차긴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잡지책에 따라붙는 별책부록 같은 거.
준다는데 굳이 마다 할 이유 없잖아?
기준 내가 2%나 부족해? 그럴 리가.
채연 자만하지 말고 긴장해. 그 뜻이야.
기준 도현이가 너 이렇게 여운(여우)거 알까?
채연 (잔 들며 생긋) 알면 더 매력 있지. 교회누나 컨셉보다 섹시하잖아.
기준 (허! 잔 부딪히며 웃어버리는데서)
S#30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밤)
붉어진 눈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도현. 그 모습 위로,
(F.C) 석호필의 목을 조르던 자신의 손(21씬).
(F.C) 현관문을 열고 나오던 채연의 아름다운 모습 슬로우(28씬).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지는 도현...이를 악 물어 참아보지만....결국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확 핸들을 꺾어버리는.
S#31 한적한 도로의 갓길 (밤)
끼이이이익----! 거친 마찰음을 내며 갓길에 멈춰서는 도현의 차!
S#32 도현의 차 안 (밤)
양손으로 핸들을 꽉 잡은 채,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는 도현.
어느 순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창밖을 노려보더니,
도현 잘 들어 신세기. 누구든, 단 한 명이라도, 내 사람을 건드리면 너는,
(살벌하게) 죽어. 알아들어? 차라리 내가 죽어 널 없애고 말아.
내가 없으면 너도 없어! 니가 강해지면 나는 더 강해져! (터지며)
듣고 있나, 신세기? 듣고 있냐고, 이 개자식아아아아---!!!
S#33 도현의 집 / 거실 (밤)
매서운 눈빛으로 빠르게 안으로 들어서는 도현.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가 일어서는 안실장.
도현 (매서운 눈빛 그대로 겉옷을 벗으며) 지금부터 ID엔터 업무 파악에
들어갑니다. (겉옷 대충 처리하고, 셔츠 소매 걷어 올리며, 빠르고
결연한 말투) 지난 3년간 ID엔터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업무현황표, 내년도 신사업 기획안, 직원 및 소속 연예인 프로필까지,
빠짐없이 준비해주세요.
안실장 ! (의외다) 남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도현 놈에게 목표가 생겼다면 내가 미국으로 돌아간다 한들,
놈은 또다시 비행기를 탈겁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납니다.
전면 유리창에 쳐진 커튼을 확! 젖히면 눈앞에 펼쳐지는 야경.
검은 유리창에 비치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노려보며,
도현 도망치지 않습니다. 정면 대결합니다. (눈빛 매섭게 빛나는 데서)
S#34 몽타주 (일주일 정도의 시간흐름 있음/낮)
# 도현의 서재
여기저기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온갖 자료와 서류들로 넘쳐나는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꼼꼼히 체크해가며 숙지하고 있는 도현.
도현 (E) 단기 목표는 일단, 석 달 뒤로 예정된 주총입니다.
그때까지 제게 그 어떠한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빔 화면에 띄워진 ID엔터 PPT 자료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안실장.
진지한 눈빛으로 화면과 서류를 번갈아보며, 뭔가를 지적하거나
질문도 해가며 열심인 도현.
도현 (E) 따라서, 놈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 도현의 침실
창가 블라인드 사이로 햇살이 비쳐드는 침실.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기계처럼 정확히 눈을 뜨는 도현.
알람을 끄고, 시간을 확인한 후, 스마트 워치에 기상시간을 녹음하는.
도현 2015년 1월 ** 오전 6시50분 기상. (녹음 정지 버튼 누르면)
안내음 (E) 녹음이 완료되었습니다.
# 도현의 거실
거실로 나온 도현의 움직임을 감지하며 징-돌아가는 카메라.
구석구석에 설치된 카메라가 안전한지 살펴보는 도현.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리모컨을 들어 거실 일각을 향해 누르면,
한 쪽 벽이었던 곳에 문이 드러나며 비밀의 문이 열리는!
그곳에 비밀 요새처럼 차려진 상황실의 위용!
도현 (E)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집안의 잠금장치로 나를 감금시키고,
깨어있는 동안에는 감시카메라가 나를 감시하게 할 겁니다.
# 상황실
FBI상황실을 능가하는 최첨단 감시 시스템이 설치된 실내.
방안, 거실, 현관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는 CC-TV화면들!
한쪽에는 마치 폭탄의 타임장치처럼 시간이 세팅되어 있는 기계.
오전 7시 정각이 되자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안내 멘트.
안내음 (E) 세팅하신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A구역 상황 무.
B구역 상황 무. C구역 상황 무.
밤새 상황보고의 안내멘트가 이어지는 가운데,
# 체력 단련실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러닝머신을 뛰는 도현.
도현 (E) 체력 단련실도 필요합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을 느끼게
되면, 놈들이 나를 공격해올지도 모르니까요. 감정과 컨디션을
항상, 평상심으로 유지해야만 합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요가 메뚜기 자세를 취하는 도현.
도현 (E) 마지막으로, 비밀주치읩니다. 세기가 박사님을 위협한 이상,
그분께 치료를 부탁드리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박사님을 대신해줄 비밀주치의를 찾아봐주세요. 단, (강조)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S#35 강한 병원 외경 (낮)
리진 (E) 죽을 때까지 비밀 지켜줄 테니까,
S#36 강한 병원 / 허숙희의 병실 (낮)
리진 (가운 주머니에 손 넣고 서서, 침대 쪽을 보며 살살 달래듯)
나한테만 말해 봐요. 대체 어디루, 어떻게 탈출한 거예요? 네?
허숙희 (이불 푹 뒤집어쓰고 등 돌려 누워있는) ......
리진 허숙희씨. 이렇게 약도 잘 안 먹고 계속 치료를 거부하면,
퇴원이 늦어져요. 그래도 좋아요?
허숙희 집이나 여기나 지옥인 건 마찬가진데 뭐.
리진 (보며) .....
허숙희 집에도 전부 의사. 병원에도 전부 의사. (자조적으로 흐흥 웃으며)
집에 있는 의사들은 날 의사로 못 만들어 미쳐 날뛰고, 병원에 있는
의사들은 날 환자로 못 만들어 미쳐 날뛰고.... 오선생 의대 가려고
6수 해봤어? 사람 할 짓 못 돼 그거. 그냥 춤 좀 추면서 살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미친 짓이야?
리진 .....(짠하게 보다가) 그렇게 가고 싶으면 차라리 나중에 나랑 같이
가요. 약 잘 먹고, 치료 열심히 받으면 내가 같이 가줄게.
허숙희 (무심한 듯 시크하게) 진짜?
리진 진짜.
허숙희 (역시 무심한 듯 시크) 언제.
리진 나중에 나 오프 때.
허숙희 (순간, 이불을 확 젖히고 일어나 앉으며 화색이 도는) 그럼 오늘 가면
되겠네! 오늘 오선생 오프잖아! (하는데, 이미 클럽 갈 옷차림에,
시뻘건 눈화장!)
리진 !!! (허숙희의 뱀파이어처럼 붉은 눈을 보고 놀라) 엄맛!
허숙희 (미간 꿈틀) 왜 놀라?
리진 (심장이 벌렁벌렁한 채로) 누....눈이.....
허숙희 자꾸 나더러 시베리안 허스키 닮았다고들 해서, 눈매를 바꿔봤어.
(자신만만) 트와일라잇 버건디 컬러. 요즘 클럽에서 먹히거든.
리진 머....먹히는 거 확실해요?
허숙희 (도도) 물론이지. 엑소 백현이 서가대 메이크업, 몰라?
리진 (모른다. 입 떡 벌린 채로 보기만)
허숙희 (코웃음) 모르는군. 한심하긴. 그런 주제에 부킹하는 재주는 있어서.
리진 (퍼뜩) 부킹이라니요? 누가요? 제가요?
허숙희 오리발은 넣어둬요, 오리진 선생. 이미 병원에 소문이 쫘악 났어.
오리진 선생이 환자 잡으러 갔다가 웬 남자를 한 명 부킹해왔는데,
두 시간도 못 돼 까였다고. (꼬시다) 우하하하하하하!!!!!
리진 !!!!
S#37 강한 병원 / 정신과 병동 복도 (낮)
리진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며 걸어오고 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간호사들과 인터들이 리진을 발견하고
인사하더니, 몰래 웃음을 참으며 간다. 리진 쪽팔린다. 그 위로,
강선생 (E) 우하하하하하하!!!!
S#38 강한 병원 / 의국 (낮)
피자와 치킨 등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인턴과 레지던트들(16씬에 나왔던).
강선생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우리 오선생이 부킹신동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네, 내가.
신선생 게다가 두 시간 만에 까이는 신공까지. 우리 오선생은 뭘 해도 끝을
봐 암튼. 화끈해. 장군감이야. 하하하하하!
인턴2 내가 보기엔 밀당의 실패예요. 그쪽에서 바지를 벗는다 할 때, 입으론
어서 입으라면서도, 본능의 언어는 다른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신선생 나만 느낀 게 아니구나? 나도 그런 걸 좀 느꼈거든. 예리하다 너.
강선생 생각해보면 불쌍한 아이야. 뭐 연애를 해봤어야 알지.
신선생 왜 아니겠어. 신경 써 줘. 이번 일로 PTSD가 생길지도 몰라.
벌써 자신이 까였다는 사실을 디나이얼하고 있대.
근데 어디 창문 열렸냐? 왜 이렇게 갑자기 서늘해?
리진 (E) (이 악문 소리로 낮고 살벌하게) 부킹......아니거든?
소리에 돌아보면, 서늘하고도 살벌한 표정으로 서있는 리진!
순간, 입에 물고 있던 피자를 뚝 떨어뜨리며 기겁하는 의사들!!!
신선생 오,오,오,오선생, 너 오늘 오프 아니었어?
리진 (억울해서 이 악문 소리로) 지 혼자 좋다고 따라붙은 거고!
지 혼자 바쁘다고 사라진 거며! 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칠 때 나는
장단 맞춰 춤 춰준 적 없고! 그러니까 부킹이 아니라고! (하는데)
인턴1 (가죽재킷 들고 들어오다가, 리진을 발견하고) 어, 오선생님!
이거 그때 오선생님이 부킹해온 남자가 입고 있었던 옷 맞죠?
미화원 아주머니가 전해주라고,
리진 (미치겠는,OL) 부킹 아니라고오오오오오---!!!!
S#39 강한 병원 / 병동 일각 (낮)
가죽재킷을 한 손에 움켜쥔 채 씩씩대며 걸어오고 있는 리진.
휴지통에 재킷을 확 던져버리며 가다가 어쩐 일인지 멈칫 서는 리진.
다시 꺼내서 보면, (INS) 재킷 라벨에 새겨진 ‘Made In Italy’!!!
레자가 아니라 이태리 산 진짜 가죽! 순간, 아....! 갈등되는 리진.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고 몸을 이리저리 탁탁 돌리며 갈등하다가,
결국 심호흡 한 번 하고, 휴대폰을 꺼내더니, 세기의 이름을 찾아내서
는, 잠시의 망설임 끝에, 드디어 통화 버튼을 꾹 누른다!
S#40 도현의 집 / 거실 (낮)
평화로운 새소리와 음악소리, 풍경소리와 함께 명상의 말씀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리진의 억울함은 전혀 모른 채,
정좌하여 단전에 기를 모으는 도현의 고요한 모습.
명상말씀 (E)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도웁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경로를 삼으라 하셨느니...
도현 (더없이 평온하고도 해탈한 듯한 표정이고)
S#41 강한 병원 / 병동 일각 (낮)
‘고객님의 전화가 꺼져있어....“ 안내음이 들리면,
리진 허! (허무하고도 기막힌) 나 까인 거 맞네. 까였네. 까인 거네.
(다시 휴지통에 재킷을 확 쳐 박아 버리고 가는데서)
S#42 쌍리 앞 + 리진의 차 안 (낮)
끼이이익---와서 멈추는 리진의 차.
리진, 운전대를 잡은 채로 잠시 그대로 있다가, 느닷없이 조수석 쪽을
홱 돌아보면, 쇼핑백 안에 담긴 세기의 가죽재킷!
리진 (재킷을 보며, 변명하듯) 이건 미련도 아니고, 기대도 아니야.
그저 아나바다 운동에 동참하려는 것뿐이야. 왜? 레자가 아니라
가죽이니까. 왜? 메이드 인 이태리니까.
자신의 변명이 썩 맘에 드는지,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이고는
안전벨트 풀고 내리려다가, 운전석 창에 얼굴을 바싹 붙인 채
안을 보고 있는 오대오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리진 엄맛!!!
오대오 (차 문을 열어주며, 씩) 아빱니다만. (하더니, 상체를 조수석까지
쑤욱 집어넣어, 쇼핑백을 잡으며) 이게 뭐냐, 아빠 선물이냐?
리진 ! (당황) 아니야 아빠. (이미 몸 빼서 차 밖으로 나간 오대오)
안 돼. 그거 이리 줘, 아빠! (하며 서둘러 내리는데)
S#43 쌍리 앞 (낮)
리진 서둘러 내려서 보면, 이미 재킷을 껴입고(작아서 여기저기
낑기는 핏으로), 양손을 허리에 척 걸친 채 당당하게 서있는 오대오!
오대오 (너무나 마음에 드는) 어떠냐? 잘 어울리냐?
리진 (미치겠는) 어울리기인! 아빠가 입으니까 완전 볼레로 됐잖아!
오대오 (귓등으로도 안 듣는) 차식, 너도 흡족한 모양이구나.
리진 (걱정스런) 얼른 벗어요. 피 안 통하겠어어---
오대오 (안 들려) 오프 나오면서 아빠 선물도 챙길 줄 알고, 다 컸구나.
(재킷 여기저기를 살피며) 빈티지스러운 것이 아주 마음에 든다.
(하다, 핏자국 발견하고) 응? 이건 레알 핏자국 같은데? (감탄의)
이야, 이런 효과를 주다니, 확실히 이태리 가죽이 고급지다. 하하하.
리진 (안 되겠다) 아빠, 내가 목숨 걸고 직언 하나 올리는데,
그거 아빠한테 짝아(작아)! (하는데)
지순영 여보! 장작 다 팼어? (하며 가게에서 나오다가 리진 발견하고,
환해지며) 리진아! (손 활짝 벌리며 달려와) 언제 왔어?
리진 (안기며, 표정 환해져서 애교) 방금 왔지이. 엄만 잘 지냈어?
지순영 잘 지냈지 그럼. 너 오면 바비큐 해준다고, 아빠가 멧돼지 잡아왔어.
여보, 장작은 다 팼어? (하고 보면)
오대오 (여전히 가죽 재킷에 정신 팔려있고)
지순영 (못살아) 여봇! 장작 안 팰 거야?
오대오 응? 으응. 금방 패 금방. 바로 패 바로. 들어가 있어. (도끼 잡고)
지순영 (딸 어깨 감싸 안으며) 들어가자. 배고프지? (가려는데)
오대오 (E) (이상하다는 듯) 여보.
지, 리진 ? (보면)
오대오 (도끼 들고, 옷이 낑겨 어정쩡한 자세로 서서) 팔이 안 올라가는데?
지, 리진 짝다니까!!! (소리치는 데서)
S#44 쌍리 홀 (낮)
아일랜드 식탁 위에 온갖 식재료들이 놓여있고, 그 앞에 나란히
서서 바비큐 꼬치에 고기와 채소를 끼우며 수다를 떨고 있는 모녀.
리진 (웃음 나오며) 아빤 여전하시네?
지순영 여전만? 날로 발전이다, 날로. 아직도 자기가 양조장 갑부 집
도련님인 줄 알아. 그 재산 다 갉아먹은 지가 언젠데.
(나오느니 한숨) 그저어---사람만 좋아서는, 이리 퍼주고,
저리 퍼주고, 아마 평생을 저렇게 어린애처럼 해맑다 죽을
테니까 암튼.
리진 (이미 많이 들어온 말. 애정 어린 투정인 걸 안다) 하하, 왜에.
그게 우리 아빠 장점이자 매력 포인튼데. 세상 사람들이
아빠만 같으면, 병원에서 우리꽈(과)는 바로 퇴출이야.
지순영 니 아빠 같은 사람 데리구 사는 여편네들이 니네 꽈(과) 먹여
살릴 테니까 걱정 마.
리진 (깔깔 웃다가) 근데 리온이는 어디 나갔어? 조용하네?
지순영 (그 또한 나오느니 한숨) 모르겠다. 새벽 내에— 소설 쓴다고
주리를 틀더니만, 자는지 잠잠하다. (하다가, 내친 김에 아예
리진 쪽으로 몸을 틀며) 얘, 니 오빠 그 추리소설인지 뭔지 좀
못 쓰게 못 만드니? 매엔-- 사람 죽이는 얘기만 써대니까,
지가 쓰구, 지가 가위 눌려 잠을 설친다?
리진 하하하.
S#45 쌍리 / 2층 복도 (낮)
리온의 방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하고 있는 리진.
리진 (반응 없자) 자냐? 셋 세고 들어간다. 핫둘셋! (문 여는)
S#46 쌍리 / 리온의 방 (낮)
짠! 방문 열고 얼굴 삐죽 들이미는 리진.
추리소설가의 방답게 오래된 나무 책장엔 미스터리 소설과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삐죽빼죽 꽂혀 있고,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탑처럼
위태롭게 쌓여 있는 책들, 바닥엔 보다 만 책과 자료 따위가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아날로그적인 분위기의 방 안. 리온은 없다.
리진, 나가려다가 문득 방 한쪽에 내려진 블라인드에
시선이 간다. 호기심에 다가가 천천히 걷어 올려보면....
벽 위에 가득 붙어있는 신문기사들과 자료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바로 1부 프롤로그에서 보여지던 그 벽이다!!
블라인드가 반쯤 걷히고....도현(미식축구 옷 입고 있는 사진)의
사진이 드러나려는 찰나! 리진의 어깨 위로 턱! 올려지는 손.
리진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면,
리온 (샤워를 했는지 젖은 머리에, 목에 수건 걸고 서서) 뭐하삼?
리진 심장 떨어질 뻔 했네!
리온 (퍼뜩) 설마 아이템 도둑? (순간 블라인드를 후다닥 내리고는,
그 앞에 양 팔을 벌리고 서서) 누가 보냈어? 다함 출판사야?
이룸 미디어야? 아니면 설마. 제리 블록 하이머 그 자식이야?!!!
리진 (나오느니 한숨) 니네 엄마가 보냈다. 밥 먹으라고.
S#47 쌍리 홀 (낮)
2층에서 함께 내려오는 리온과 리진.
지순영 (꿴 꼬치들 넓은 쟁반에 나란히 정리하고 있다가 리온 보며) 쯔쯔...
다크서클이 저게, 저게 팬더지 사람이야? 어젠 몇 명이나 죽였어?
리온 (오이 하나 덥석 쥐고 씹으며) 두어 명 죽였어요.
지순영 으이이이구.....자식이라고 둘 있는 게 하는 일이 어째 다 부모 가슴
녹이는 일인지. 한 명은 환자들한테 해코지 당할까 겁나고,
한 명은 저러다 정신 망가질까 겁나고. 리진이 너, 오프 나온 김에
니 오빠 상담치료 좀 해주구 가.
리진 우리 집 자체가 훌륭한 주치읜데 뭘 의사까지 필요해.
정신 건강의 시작과 끝은, 행복한 가정에 있는 거야.
리온 와우. 여기서 다 같이 공익광고 웃음 한 번 가나요? (하면)
리온,리진 (공익광고처럼 과장된 행복으로) 하하하하하하!!! (웃는데)
오대오 (문 열고 얼굴 내밀며) 리온! 너 나와 불 피워. 장작 다 됐어.
리온 넵! (나가며) 근데 아버지 그 잠바 어디서 났어요? 완전 제대룬데?
S#48 몽타주 (낮)
쌍리 앞마당에 차려진 식탁 위에 정갈한 테이블보가 씌워지고.
그 위로 음식들을 세팅하기 시작하는 리진과 지순영.
한쪽에선 리온이 바비큐를 굽고 있고, 또 한쪽에선 오대오가
맥주통에서 신선한 크래프트 비어를 뽑고 있는.
온갖 산해진미가 차려진 식탁 위로, 오대오가 막 뽑아낸 신선한
크래프트 비어가 한 잔씩 놓이고, 함께 건배를 외치고는 즐겁게
식사를 하는 리진의 가족. 함께 떠들고 웃으며 식사를 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진정 공익광고의 한 장면 같고.
때 맞춰 다함께 공익광고 같은 행복한 웃음을 웃는 데서.
S#49 인서트
밤하늘 가득 총총히 떠있는 별들.
S#50 쌍리 / 마당 일각 (밤)
커피 잔을 들고 야외 벤치에 앉아 그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리진.
간만에 평안함을 느끼며 맛있게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데.....
리온 (E) 별 조오타~!
리진 ? (보면)
리온 (언제 왔는지 커피 잔 들고 옆에 와 털썩 앉는) 넌 먹었으면
들어가서 잘 것이지 야밤에 웬 커피야. 쉬러 온 놈이.
리진 (리온 커피 보며) 넌 오늘도 밤샘 작업?
리온 응. 오늘 두어 명 더 죽이고 자야 돼. (주먹 불끈, 눈빛 매섭)
리진 (끄응...봤다가, 커피 마시며) 요즘 가위 눌려 잠 설친다며?
(짐짓 무심한 척) 너무 몰입하는 거 아냐?
리온 (피식 웃으며) 상담 시작된 거냐?
리진 작가한테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현실세계와 허구세계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돼. 지나치게 몰입하면, 니가 만든 세상에,
니가 상처 입을 수 있어.
리온 ......(마음 써주는 게 기특한, 한 손 올려 리진의 머리통을 마구
쓰다듬으며) 염려마라. 오빠가 그거 하난 끝내주게 잘 하니까.
내가 괜히 오메가라는 필명에, 신비주의를 장착했겠냐?
리진 (찌릿) 내 보기엔 괜히 장착한 거 같은데?
리온 (리진의 어깨에 팔을 걸어 어깨동무 하며) 잘 들어봐요, 선생님.
오메가로서의 저는, 신비한 천재 추리소설 작가로서 옴므파탈적인
인생을 살지만, 오리온으로서의 저는, (어깨동무한 손으로, 밤하늘의
오리온좌를 가리키며) 저 방황하는 별들처럼 그저 한없이 자유로운
영혼이거든요?
리진 (끄응....앓는 소리)
리온 덧붙여, 오휘로서의 나의 삶은,
리진 언제 또 세 명이 됐냐? 오휘는 또 누구야?
리온 (씨익) 여자들 꼬실 때 가끔 씁니다. 오리온이라는 이름이 너무
쪼코파이스러워서. 그녀들은 저를 휘라고 부르죠.
리진 (끄응....) 상담 시간 끝났습니다. 다중인격이네요. (가려는데)
리온 (잡아 앉히며) 어쨌든 그렇게 나를 여러 명으로 분리시킴으로서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다는 거죠.
리진 (무시하고 커피 마시려는데)
리온 (E) 마치 지킬 앤 하이드처럼.
리진 ! (순간 멈칫 정지되는 위로)
(F.C)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달랐던
도현과 세기의 모습 짧게.
리진 ......! (뭔가 마음에 걸리는데)
리온 왜 그래?
리진 응? 아무 것도 아니야....(커피 한 모금 마시다가) 근데,
그렇게 자기를 여러 명으로 분리해서 살면 재밌냐?
리온 뭐, 재미있다기보다는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보호색이랄까? 마음의 전략이랄까? (씨익—) 뭐 그런 거지.
S#51 쌍리 / 세면실 (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채로 잠이 안 오는 리진. 그 위로,
(F.C) ‘내 눈빛을 절대 잊으면 안 돼’ 하던 세기(17씬의).
리진 (생각을 떨쳐내려는 듯 눈을 감고 돌아눕는)
(F.C) ‘병원 생활이 많이 힘드시겠지만, 부디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하던 도현(24씬의).
리진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있다가, 어느 순간 번뜩 눈을 뜨는)
다르다... (몸을 일으켜 앉으며) 눈빛이.....
불 꺼진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어쩐지 혼란스러워지는
리진의 모습에서.....F,O
S#52 도현의 집 외경 (이른 아침)
S#53 도현의 집 / 거실 (이른 아침)
띠리릭- 잠금장치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들어오는 안실장.
텅 빈 거실을 확인하고는 침실 쪽으로 향하려는데,
도현 (E) 오셨습니까.
안실장 (보면)
도현 (페리에를 마시며 주방에서 나오는, 운동 끝내고 샤워한 얼굴)
예정보다 일찍 오셨네요.
안실장 (조심스레) 밤새.....아무 일 없으셨습니까?
도현 (좀 웃으며) 다행히 요 며칠 잠잠합니다. (손목에 채워진 스마트
워치를 잠깐 들어보였다가 내리며) 기록에 의하면 지금까지
시간 상실, 의식상실 모두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겠지만요.
안실장 그럼 이사회를 예정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도현 (결연한 눈빛으로 끄덕이는데서)
S#54 승진그룹 건물 앞 (아침)
으리으리한 규모를 자랑하는 승진그룹 본사 건물 앞.
고급 세단 두 대가 차례로 와서 멈춰 선다.
미리 도열하고 있다가 신속히 차문을 열어주는 회장실 비서진.
앞차에서 서태임이 먼저 내리고, 이어 뒤차에서 내리는 도현.
재벌 3세다운 세련되고 완벽한 슈트차림이다!
서태임 ......(잠시 멈춰 서서 도현을 돌아보는)
도현 ......(담담하지만 단단한 눈빛으로 보는)
서태임 ......(이내 뒤돌아 다시 걷기 시작하면)
도현 (단정하고도 빈틈없는 자세로 반걸음 뒤에서 따르는)
S#55 승진그룹 로비 ~ 엘리베이터 앞 (아침)
서태임을 선두로, 도현, 안실장, 회장실 비서진이 출근하던
직원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들어선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직원들. 경례하는 청경들.
보안 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임원용 엘리베이터로 향해가던
서태임, 어쩐 일인지 우뚝 멈춰 선다.
도현 ? (해서, 시선을 따라가 보면)
임원용 엘리베이터 앞에 차영표와 기준이 작은 소리로
뭔가 이야기를 나누며 서있다.
차영표 ? (시선을 느끼고 돌아봤다가 서태임과 시선 마주치는)
서태임 ......(감정 숨기고 담담히 보는)
기준 (서태임에게 목례하고 도현을 보는)
도현 (차영표에게 목례하며) 안녕하셨습니까, 당숙부님.
찾아뵙고 인사 드렸어야 했는데, 이렇게 뵙습니다.
차영표 (호인처럼 웃으며) 하하. 인사야 급할 게 있나. 그보단...
(서태임을 향해, 짐짓 농처럼) 오랜 미국생활 접고 들어와서,
아직 시차 적응도 못했을 아이한테 첫날부터 이사회라니,
이거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닙니까, 회장님?
서태임 하루라도 빨리 업무를 시작하는 편이 그룹 차원에서도,
차도현 부사장 개인을 위해서도, 현명한 판단이 아니겠습니까.
차영표 사실 걱정이 많았습니다. ID엔터가 승진 계열사 중 신생이긴 하지만,
이제 막 첫발을 떼는 아이에게, 부사장 직함이 좀 버겁지 않나 해서.
서태임 (미소로) 차기준 사장이 워낙 기반을 잘 닦아놓았으니,
어련히 잘 보고 배울 테고.. 무거운 직책을 맡았으니,
그만큼 책임감도 빨리 늘지 않겠습니까.
하는데, 엘리베이터 도착하고 문 열리는.
서태임이 먼저 오르고, 이어 따라 오르는 도현 일행.
이때, 옆 엘리베이터도 이어 도착하고.
차영표 (짐짓 겸손하게) 먼저 올라가시지요. 저흰 다른 걸 이용하겠습니다.
서태임 그럼, 그렇게 하세요.
안실장, 버튼을 누르면, 닫히는 문틈 사이로 부딪히는
서태임과 차영표의 눈빛. 그리고 기준과 도현의 눈빛!
S#56 엘리베이터A 안 (아침)
서태임 ......
도현 ......
서태임 (시선 정면에 둔 채) 니 당숙부 웃음에 속지마라.
도현 (보면)
서태임 호인인 양, 사려 깊은 양, 흑심 없는 양...전부 위장이고 전략이다.
가슴에 품은 것이 검은 사람일수록 위장에 능한 법이지.
도현 .....
S#57 엘리베이터B 안 (아침)
기준 회장님을 대동해서 등장하다니, 꽤나 화려한데요? (피식) 장난으로
MBA학위 딴 건 아닌 모양이에요.
차영표 (흐흠...웃으며) 아직 젖도 못 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몰라야
다루기 쉽지. 그나마 지켜주던 어미 개마저 없어지면, 바로 범
차지다. 그 때까지 귀여워해줘라. 가엾지 않니. 출신도 비루한데.
기준 (웃는, 그 위로)
사모1,2 (E, 캐디들과 경쾌한 합창) 나이 샷!
S#58 골프장 티잉 그라운드 (낮)
하늘을 가르며 멀리 날아가는 골프공.
티샷을 마치고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주시하고 있는 윤자경.
사모1 (감탄) 윤여사 샷은 언제 봐도 감동이더라. 비결이 뭐에요?
윤자경 (미소로) 공이 늘 잘 맞기만 하나요, 어디. 소 뒷걸음으로 쥐 잡은
거지, 어쨌든 나쁜 시작은 아니네요. (고상하게 미소 짓는데)
신화란 (E) 아, 그래, 거기 맞다니깐∽ 승진그룹∽
윤자경, ‘승진’이라는 단어가 귀에 꽂혀 돌아보면,
날씬한 몸매에 더는 화려할 수 없게 쫙 빼입은 신화란,
옆구리에는 고급 골프채 하나 끼고 동네방네 다 들리게 큰소리로
통화 중이다. 순간 표정이 굳는 윤자경, 표 안 나게 사모들의 눈치를
살피면, 다행히 눈치 못 챈 듯한데.
신화란 아니, 아니, 사장은 아직 아니구, 아이디엔터 부사장.
아,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아이디엔터! 아이디엔터!
사모들 ! (들었다. 순간 신화란을 봤다가, 윤자경을 보며) ?
윤자경 (얼른 관심 돌리려 미소로) 이동할까요? (움직이려는데)
신화란 (OL, 버럭) 자기야!
일동 (이동하려다가, 신화란의 버럭질에 깜놀해서 보면)
신화란 (쩌렁쩌렁) 아무리 내 아들이 승진그룹 유일무이 후계자래도
그렇지, 어떻게 첫술에 배부를 수 있어, 남들 이목도 있는데.
내가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경영수업 받으라 그랬지.
사모들 ! (대충 짐작이 가고, 일제히 윤자경에게 시선이 쏠리면)
윤자경 ......(창피해서 죽고 싶은 심정인데)
신화란 (천박한 웃음소리) 하하하하!!!! 그래, 낸다 내! 한턱으로 안 되면
두 턱이라도 낼 테니깐, 날짜만 박아!! (하다가, 윤자경을 발견하고는
주책없이 반가워서) 어머, 동서!! (휴대폰에 대고) 자기야, 전화
끊어봐봐. (끊고 윤자경 쪽으로 빠르게 오면서) 동서! 나야!!
윤자경 (쳐다보지도 않고 서늘하게 굳어서는 그대로 가버리고)
신화란 아니, 저게 진짜...!! (속이 부글부글, 울그락불그락하는 표정에서)
S#59 골프장 / VIP 레이디 파우더 룸 (낮)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한눈에도 격조 있는 실내.
윤자경, 골프복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누군가와 통화 중이다.
윤자경 (화가 식지 않은) 모처럼 라운딩 나왔다가 이게 무슨 망신이야.
도무지 창피란 걸 모르는 그 천박한 철면피 땜에 내가,
신화란 (E) 그 천박한 철면피가 난거 같은데, 맞지? 동서?
윤자경 ! (휴대폰 한 손으로 막고, 신화란 노려보듯 보다가, 휴대폰에 대고)
나중에 다시 할게. (끊고는 일어나, 무시하고 나가려는데)
신화란 (잡아채서는) 앉아. 앉아서 나랑 얘기 좀 해, 동서.
윤자경 (터지며) 제발! (했다가, 감정 추슬러 간신히 교양 찾고)
그 동서라는 말 좀 안 할 수 없어요?
신화란 동서를 동서라 그러지 그럼, 남북이라고 불러?
윤자경 내가 왜 당신 동서예요. 승진가(家) 호적에 당신 이름 있어요?
신화란 (자신의 치부지만 부러 더 화통한 척) 하! 그깟 종이가 뭐?
그깟 종이 없다고 내가 차준표 아내라는 거 모르는 사람 있어?
윤자경 꿈 깨세요. (서늘하게) 승진가에선 그 누구도 당신을 일족으로
생각 안 해! (쏘아주고 돌아서는 순간, 신화란에게 뒤 머리채를
잡히는) 아아아아악----!
신화란 내가 왜 꿈을 깨야 돼. 내 남편이 아직 멀쩡히 살아있는데,
(발악하듯) 내 아들이 승진가의 후계잔데 내가 왜!!!!
윤자경 아아아아악----!
S#60 도현의 사무실 (낮)
엔터테인먼트 회사답게 젊은 감각으로 세팅이 된 내부.
책상 위에 놓인 명패에, <ID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차도현>
도현, 명패를 들어서 가만히....바라보는데,
기준 (E) 사무실은 마음에 드냐?
도현 ? (보면, 문가에 서있는 기준, 웃으며) 오셨습니까, 사장님?
기준 (웃으며) 뭐야, 벌써 전쟁선포하고 거리 두자는 거야?
도현 전쟁선포라니?
기준 순진한 척 하지 마 인마. 승진그룹 서열전쟁의 서막이 시작됐다고,
밖에서 우릴 보는 눈이 흥미진진이야.
도현 (웃는) 엔터 사업하면서 너무 거창한 거 아냐?
기준 (농으로) 살살 하자. 살살. 아무리 피로 세운 왕조가 500년 갔다지만,
그건 조선시대 얘기잖냐. 안 그래?
도현 나 아직 이사회에서 인사도 못 꺼냈어. 무슨 벌써 피바람 얘기야.
기준 (피식 웃으며) 이사회 때 보자. (나가려다가, 짐짓 이제 생각났다는
듯) 아, 나 그 날 클럽에서 너 나가는 거 봤다.
도현 ! (순간 표 안 나게 굳는)
기준 (놓치지 않고 보며)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변신했던데?
도현 ! (긴장 숨기고, 애써 여유로운 미소로) 아아....그날?
같이 유학 했던 친구들이 갑자기 연락을 해 와서 말야.
미안. 말도 없이 사라져서.
기준 미국에서 꽤나 화려하게 놀았던 모양이네. 약도 했었냐?
도현 ! (보는)
기준 (농이라는 듯 피식 웃고, 도현의 어깨 툭툭 쳐주며) 조심해라.
여긴 한국이야. 보는 눈도 많고. 간다. (나가면)
도현 (그제야 긴장이 풀려 주저앉듯 의자에 앉는 위로)
리진 (E) 힘들긴 뭐가 힘들어.
S#61 달리는 리진의 차 안 + 강한 병원 주차장 (낮)
운전하며 핸즈프리로 엄마와 통화하고 있는 리진.
리진 엄마 딸이 얼마나 맷집이 좋은데?
지순영 (F) 아, 맷집 좀 없어도 돼. 그냥 병원에서 적당히 하나 골라서
결혼하고, 집에 눌러앉아. 대신 꼭 의사 중에 골라? 환자 말고?
리진 (주차장으로 들어서며 웃는) 엄마 나 주차해야 돼요. 그만 끊어요.
(끊고, 주차하는)
S#62 강한 병원 주차장 (낮)
리진, 차에서 내려 차문을 잠그고 돌아서는데, 문자 메시지 알림음.
확인해보면, (INS) 세기의 재킷을 입고, 패션화보처럼 허세작렬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오대오의 사진과 함께 문자.
오대오 (E) 딸아! 선물 고맙다! 좀 짝지만, 잘 입으마.
리진 (웃으며 보는데)
폭주1 (뒤에서, E) ...오리진 씨?
리진 네? (하며 무심히 뒤돌아봤다가 멈칫, 굳어버리는데서)
S#63 도현의 사무실 (낮)
책상 앞에 앉아 태블릿 PC로 이사회 보고서를 읽고 있는 도현.
뭔가를 메모하거나 페이퍼와 대조하면서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데,
울리는 휴대폰. 보면, 액정화면에 뜬 ‘오리진’
도현 ? (모르는 번호다, 잠시 보다가, 받으며) 여보세요?
폭주1 (F) (살벌+험악한 목소리로) .....신세기?!!!
도현 !!! (신세기란 이름에 순간, 긴장+경계 모드) 누구....십니까?
폭주1 (F) 나?! 얼마 전 클럽 파라다이스에서 너한테 욜라 능욕당한
사람. 내 잠바 어딨어? 내 잠바 어딨냐고오오, 지금!!!!!
도현 (!!!) 잠바라니...무슨 잠바를 말씀하시는지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폭주1 (F) 씹 닥쳐!! 니가 갖고 튄 내 가죽잠바,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말고
고대∽로 갖고 와. 안 그럼...니 여잔, 내 손에 죽는다!!!
도현 !!!! (놀라는) 제 여자라니요?
S#64 폐창고 (낮)
바닥에 뒹구는 박스들과 쓰레기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물류 컨베이어벨트 따위가 보이는 폐창고.
얼굴엔 채 아물지 않은 상처와 멍을 달고 전화하고 있는 폭주1.
폭주1 이 비겁한 새끼, 쌩까시겠다? 이 폰 주인 몰라? 강한 병원, 오리진!
하고 보면,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의자에 손이 뒤로 묶여 있는 리진!
뭔가 말하려 애쓰지만 재갈 때문에 웅얼거리는 소리로만 들리고.
폭주1 잘 들어! 1시 정각까지 오류동 태산물류창고로 잠바를 가져와!
물건이 없어도 여잔 죽고, 니가 늦어도 역시 여잔 죽어!!
경찰에 신고하거나 꼬릴 달고 오면, 당연히 죽어!!!!
S#65 도현의 사무실 (낮)
도현 !!! (눈앞이 아득해지며) 여보세요! 여보, (하는 순간 뚝 끊기는 전화!)
퍼뜩 시계를 보면, 10시 30분을 막 넘기고 있는 시각!
이사회 보고서를 보며 잠시 갈등하다가 벌떡 일어나는 도현.
막 외투를 집어 드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서는 안실장.
안실장 ? (도현의 손에 들린 외투를 보고) 어디 가십니까?
도현 (이미 문 쪽으로 향하며)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거의 뛰다시피 급하게 나가고)
안실장 부사장님!! (바로 뒤쫓아 나가고)
S#66 도현의 집 / 드레스룸 (낮)
드레스 룸을 마구 헤집으며 가죽 재킷을 찾고 있는 도현.
안실장 (초조한) 부사장님, 지금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이사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도현 찾아야 합니다. (빠르게 거실로)
안실장 (따르며) 부사장님!!!
S#67 도현의 집 / 거실 (낮)
드레스룸에서 나와 이미 헤쳐져 있는 휴지통을 다시 뒤져 보는 도현.
안실장 일단 회사로 돌아가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사회에는 반드시
참석하셔야만 합니다!! 인질 건은 경찰에 신고해 조치를 취할 테니,
도현 (O.L.) 제가 가지 않으면, 그 여자의 목숨이 위험해집니다!
안실장 세기가 저지른 일입니다!! 정황도 모르는 부사장님이 간다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도현 사람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빈손으로라도, (순간 뭔가 떠오른 듯)
!!! 안실장님.... 저를 한 대 치십시오!
안실장 !!! (당황하는) 예? 그게 무슨....
도현 (결연한) 신세기, 그 놈을 불러낼 겁니다.
안실장 부사장님!!!!
도현 그날의 정황과 잠바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세기뿐입니다.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놈 또한 세기뿐입니다.
안실장 그런다고 반드시 놈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질 않습니까.
도현 분노하거나 폭력을 당했을 때,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놈입니다.
이것밖엔 방법이 없습니다. 어서 때리세요!!!
안실장 그럴 수 없습니다!
도현 (진지하게) 상사로서의 명령입니다!
안실장 (미치겠는)
도현 이후 발생되는 모든 문제는 제가 감수하고 책임집니다.
그러니까, 도와주세요, 안실장님.
안실장 ..... (더는 반대도, 수긍도 못하는 채로 난감한데)
도현 얼른요! 시간이 없어요!!!
안실장 ..... (어쩔 수 없이 도현의 얼굴을 가볍게 찰싹 때리는)
도현 너무 약해요. 더 세게 치십시오!
안실장 (조금 더 세게 도현의 어깨를 주먹으로 치는)
도현 (좀 비틀했다가) 아직 멀었습니다. 좀 더 세게요!!!!
안실장 .... (망설이다가, 도현의 명치에 크게 제대로 어퍼컷을 날리면)
도현 (윽! 허리가 꺾이며 배를 움켜쥐며 괴로워하는)
안실장 (놀라서) 괜찮으십니까?!!
순간 두통과 함께 전조를 보이기 시작하는 도현.
몸에 경련을 일으키던 도현의 움직임이 한순간 정지되고.
잠시 후....천천히 고개를 드는 도현의 변한 눈빛!
스윽 눈만 돌려 살벌한 눈빛으로 안실장을 노려보면,
안실장 (흠칫, 긴장하는) 신....세기...?
페리박 (눈썹 실룩이더니, 걸쭉한 사투리 작렬!) 시방....나 때린 것이여?
안실장 !!!!
페리박 이런 느자구 없는 놈의 새끼! 시방 니가 나를 때린 것이냐고오!!!
안실장 페리....박.....?!!! (눈앞이 아득해지고)
페리박 그려, (느끼하게 씨익 웃으며) 나 페리박이여.
-<킬미 힐미>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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