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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도의 남자  3부

1. 방파제 / 밤

신문지에 싸인 칼을 들고 달려가는 선우. 바다바람이 거세다.

장일(E);내 인생에 햇빛이 쫙 비춰 들어오는 느낌이야.

김선우, 나 반드시 성공한다! 성공해서 내가 너 도와줄거야.

선우, 멈춰서 바다에 칼을 던진다. 선우, 다시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한다.

2. 당구장 / 밤

양아치로 보이는 사내들 서너 테이블에서 당구치고 있다. 선우, 문 열고 들어선다.

당구 다이로 뛰어올라가 제일 풍채 있는 젊은 남자(장택)의 가슴을 걷어찬다. 큐대를 뽑아 장택을 때리는 선우. 달려드는 사내들을 큐대로 때리고 몸을 피하며 싸우는 선우. 한 사내를 치다가 선우의 큐대가 반으로 부러진다. 날카로운 끝. 선우, 순간 망설이는 0.5초. 큐대를 장택의 가슴 속으로 향하다 장택의 허벅지에 큐대를 꽂는다. 사내들 선우를 한꺼번에 덮치고....

3. 상가 계단 / 밤

피투성이가 돼 계단으로 굴러 내려오는 선우. 위에선 양아치들 선우를 걷어차며 따라 내려온다. 선우, 그들과 맞서 다시 난투극.

4. 부둣가 / 밤

선우, 얼굴에 피를 흘리고 옷도 찢어지고 만신창이가 돼 달리고 있다. 저만치 멀리선 악착같이 따라오는 너댓명. 선우, 푹 고꾸라진다. 있는 힘을 다해 일어나려한다. 바로 뒤까지 따라온 사내들. 선우를 일으켜 세워 때린다.

사내1;너 어디서 보냈어. 어디서 온 놈이야.

선우;(픽 웃으며)그 자식 맘에 안 들어서 내 멋대로 조진거야.

사내1;이 새끼 또라이 아냐.

선우, 있는 힘을 다해 남자를 한 대 치고 달아난다. 선우, 바다로 뛰어든다.

사내들, 들어가진 못하고 주춤거리고.

5. 바닷 속 / 밤

어두운 바다. 선우, 가라앉고 있다. 정신 차리려 애쓰는 선우. 물속에서 기괴한

에코우처럼

선우(E);아버지. . . .장일아....... 아버지....... 아버지.....

6. 숲 속 / 밤 (용배의 꿈)

누워있는 경필의 목에 줄을 가져가는 용배. 경필, 눈을 번쩍 뜬다. 벌떡 일어나

용배를 덮치는 경필. 용배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용배, 경필을 밀쳐내려 안간힘 쓰며

용배;사... 살려줘요... 내가 잘못했어...

7. 용배네 거실 / 밤

소파에 담요 덮고 대충 누워 잠든 용배. 악몽과 싸우고 있다. 고통스러워 보인다.

용배;흐으..... 흑..... 으아아악....

용배, 벌떡 일어나 앉는다. 숨을 헐떡이는. 장일, 자다 깬 모습. 놀라서 방에서 나온다.

장일;아버지, 왜 그러세요.

용배;.........(장일보며 안도감)아니다... 오늘 술을 많이 마셔서 속이

놀랬나봐.

장일;꿀물 좀 타드려요?

용배;아냐 아냐. 괜찮아. 어여 들어가 자.

장일;......

용배;괜찮대두.

장일;주무세요. (들어가는데)

용배;오늘 아버진 기분 엄청 좋았다.

장일;저두요.

장일, 방으로 들어간다. 용배, 어둠속에 멍하니 앉아있다.

용배;....아들 때문에 그랬습니다. 날 좀 용서해 주시오.

8. 부둣가 / 밤

정박돼 있는 작은 낚시 배를 잡는 상처난 선우의 손. 배 위로 가까스로 올라오는

선우. 배에 올라 기절하듯 쓰러져 버린다.

9. 수미네 거실 / 밤

스탠드만 켠 채 뭔가 편지지에 적고 있는 광춘. 생각에 빠져 입귀만 살짝 올라가는 듯 미소도 지으며 차근차근 적다가... 쓴 걸 한번 읽어보는 광춘.

<이장일씨 아버님께. 그날 밤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오천만원이 필요합니다.> 그 아래 덧붙여 계속 써나가는 광춘.

10. 동네 미용실 / 아침

잡지에서 거칠게 찢은 듯한 줄리아로버츠 사진(수미가 찢어온) 거울에 붙어있다. 부드러운 웨이브헤어의 줄리아 로버츠. 미용사, 수미의 젖은 머리를 드라이로 말리고 있다. 수미, 쌩한 얼굴.

수미;저거랑 많이 다른 것 같은데요.

미용사;말리면 똑같아져요.

수미, 잔뜩 독이 올라있다. 다 말려진 머리. 강한 웨이브로 앉아있는 수미. 아랫부분이 심하게 바글거려 삼각형 모양의 헤어스타일이 됐다.

수미;풀어주세요.

미용사;그럼 머리상해요. 아깝게 뭘 풀어.

수미;풀어주세요 당장.

미용사;자연스럽게 해달랬다가도 금방 빠마 풀리면 와서 뭐라고 해요.

촌 동네는 그런다니까.

수미, 벌떡 일어서 미용사 허리에 차고 있는 가죽띠에서 가위를 꺼내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다. 미용사, 놀라고 겁먹고. 수미, 바글거리는 아랫머릿단을 다 잘라낸다. 거울 앞에 놓인 스폰지를 집어 들어 얼굴을 터는 수미.

11. 바닷가 일각 / 낮

축 합격 이장일’ 플래카드 바람에 펄럭인다. 가방을 어깨에 멘 수미, 쌩한 표정으로 잘린 머리칼 휘날리며 걸어간다. 수미, 걸어가던 발 멈춰선다. 맞은편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는 선우 천천히 걸어온다. 상처 난 얼굴과 타진 입가.

두 사람, 가까이 마주친다.

수미;..........술 쳐 먹고 싸운거야?

선우;응......

수미;좋겠다. 나도 그렇게 맞고 패고 해보고 싶어.

선우;축하해. 미대 수석으로 붙었다며.

수미;지방대 수석이 뭐. 유학 준비할거야.

선우;담에 또 보자. (걸음 옮기는데)

수미;이장일은 서울 갔니?

선우;이달 말에 완전히 짐 싸서 올라가나봐.

수미;난 지금 서울 가는 길이야.

선우;서울엔 왜.

수미;머리하러.

12. 기차 안 / 낮

수미, 티켓을 보고 기차 좌석 번호를 살피며 걸어간다. 가다가 멈칫. 수미의 티켓과 일치하는 자리, 장일 창가 쪽에 앉아있다.

수미;.........

장일, 통로에 서 있는 수미를 보곤 놀라고 의아한.

수미;(표 보여주며)36.

장일, 낭패라는 듯 창밖으로 고개 돌린다. 수미, 고개 돌리는 장일의 표정을 본다. 수미, 쌩한 표정으로 장일 옆 자리에 앉는다.

달리는 기차. 수미와 장일, 두 사람 말없다. 장일은 창밖만 보고 수미는 책만 읽고 있다. (고흐나 클림트에 관한...)

장일;(한마디도 시키지 않는 수미가 의외다. 수미의 책 쪽으로 시선 돌리 면, 아름다운 그림)

수미;..........(책에만 시선)

]

두 사람 말없고 기차는 달린다. 장일, 피곤한 듯 눈 감고 있다. 수미, 책 덮고 일어서려다 눈감고 있는 장일을 본다. 가지런한 속눈썹, 무릎위에 놓인 한 손, 콧날....

수미;(슬픈 눈으로 장일을 만지듯 바라본다)

13. 기차 / 낮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내리는 사람들. 수미도 장일에게 한마디 안 시키고 통로로 걸어간다. 장일, 수미와 간격을 두고 천천히 일어선다.

14. 서울역 앞 / 낮

사람들과 함께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수미. 수미를 툭 치고 지나가는 젊은 남녀. 수미, 살짝 비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수미, 정신없다.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며 가방에 손을 넣는데

수미; !

수미, 깜짝 놀라 가방을 뒤진다.

수미;.....내 지갑.....

수미, 미친 듯 가방을 뒤지지만 지갑은 없고. 수미,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들 무심히 지나가고 저만치서 장일 걸어온다. 수미를 지나쳐 걸어가는 장일.

수미;.......

장일, 걸어가고 수미는 주저주저 하며 서 있다.

수미;(망설이다 따라가)저기......

장일;(못 듣고 걸어간다)

수미;이장일!

장일;(돌아본다)

수미;나 방금 소매치기를 당한 것 같은데.... 돈 좀 빌려줄래. 내일 당장 갚을게.

장일;(비웃음처럼 픽 웃는)

수미;거짓말 아냐. 정말이야.

장일;미안하지만 빌려줄 돈이 없는데.

수미;...........

장일;오늘 서울 가는 건 또 어떻게 안거야. 선우한테 물어봤니.

수미;...........

장일;(돌아서 가는데)

수미;내가 널 만나고 싶어서 이런 수를 쓰는 것 같아?

장일;(돌아보는)

수미;넌 니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니. (웃으며)촌 동네 가난뱅이 아들이

공부 하나 잘했을 뿐이야. 날 무시할 권리는 없어.

장일;널 무시한 적 없는데.

수미;미안하지만 난 너를 다 읽고 있어.

장일;무슨 소리야.

수미;넌 내가 부잣집 딸이었으면 해미리에 같이 갔을 거야. 난 니가

너무 없어보여서 슬펐어.

장일;(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쁜)얘기 끝났어?

수미;후회할 날이 있을거야. 날 이렇게 대한 거.

장일;(걸어가며)후회할게.

수미, 이글거리는 눈으로 장일을 쏘아본다.

15. 선우 방 / 낮

선우, 죽은 듯 담요를 안고 맨 방바닥에 쓰러져 있다. 전화벨이 한참을 울린다.

선우 꼼짝 않는다.

16. 공중전화 / 낮

수미, 열 받는 듯 수화기로 전화기를 내리친다. 다시 버튼을 누르는 수미.

수미;나 지금 서울역인데 돈 좀 갖고 올라와. 소매치기 당했어요. (버럭)

아 글쎄 새벽이건 밤이건 기다릴 테니까 당장 오라구. 정상인처럼 입고 와. 알었어? (전화통을 부수듯 끊는다)

17. 서울역 벤치 / 밤

수미, 앉아있다. 사람들 오가고.... 부랑자로 보이는 남자, 수미 곁을 얼쩡거리다 가고. 수미, 꼼짝 않고 독하게 앉아있다. 기차시각 안내 전광판은 계속 바뀌고. 수미, 움직임 없이 앉아있다.

수미;...........

장일(E);오늘 서울 가는 건 또 어떻게 안거야. 선우한테 물어봤니.

수미(E);후회할 날이 있을거야. 니가 날 이렇게 대한 거.

장일(E);후회할게.

수미, 눈물이 핑글. (시간 경과) 사람들 뜸해지고 수미 피곤한 듯 고개를 떨군다.

광춘, 두리번거리며 뛰어온다. 멋낸 양복차림. 셔츠 색깔은 보라색으로 튄다. 한 구석 벤치에 앉아있는 수미를 발견.

광춘;야 임마.

수미;(고개를 든다)

광춘;너 같이 독한 게 어떡하다 소매치기를 당한거야. 여태 이러구 앉아있 었어? 점심 저녁 다 못 먹었지?

수미;내려 가는 표 끊어.

18. 기 차 / 밤

달리는 기차. 광춘과 수미 앉아있다. 광춘, 캔 맥주 마시고 있다.

광춘;밥 생각 없음 이거라도 한잔 할래?

수미;.......

광춘;너 오늘 돈 얼마 털렸어. 털린 만큼 가짜 부적 팔테니까 그런 줄

알어.

수미;...........

광춘;내가 스타일 다 버리고 양복까지 꺼내입고 왔는데 그래도 서울에서 하루는 놀다가야..... (하다가 전혀듣지 않는 수미를 보고).....뭔 생각 을 그렇게 하냐.

수미;.....엄마 보고 싶어.

광춘;........지랄이다. (꺼억 트름)

19. 수미네 거실 / 밤

불 꺼진 거실. 수미, 들어와 대자로 뻗어버린다.

광춘;찬 밥 있는데 물 말아 주랴.

수미;안 먹어.

광춘;쳐 먹어. 소매치기 당한 주제에 쎈 척 하지 말고.

광춘, 부엌으로.

수미;(귀찮은 듯 모로 누으며)안 먹는다니까.

부엌에선 서툴게 덜그럭 거리는 소리. 수미, 모로 누워있다 눈을 뜨면 테이블 아래

편지지 여러 개 구겨져 있는 게 보인다. 수미, 손을 뻗어 집어든다.

광춘(E);내다버리고 싶은 애비라도 없는 것 보단 있는 게 낫지. 나 아니었 음 너 오늘 어쩔 뻔 했어. 아우, 이건 언제적 김치가 여태 있어.

으윽... 냄새...

편지지엔 용배에게 쓴 협박편지. <이장일씨 아버님께. 난 그날 밤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오천만원이 필요합니다. 제2선착장으로 15일 새벽 02시에 돈을 갖다 놓으시오. 비밀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쓰다가 맘에 안드는 듯 볼펜으로 직직 그어놓았다.

수미;(불에 덴 듯 벌떡 일어나 앉는다)

광춘;(부엌에서)명란이랑 김치면 물 말아 먹는데 최고지. 이리 와 먹어.

수미;......(광춘을 빤히 보며)..

광춘;.....저게 고마운 것도 모르고....

광춘, 부엌으로 들어가 또 달그락. 수미는 가만히 앉아있다.

광춘(E);너 같은 걸 낳은 것도 내 죄구 업보다. 방에 갖다 줄테니까

처먹고 자.

광춘, 그릇 세 개 단촐하게 놓인 쟁반을 들고 수미 방으로 들어간다. 수미, 테이블

아래 구겨져 있는 다른 편지들도 펼쳐서 읽어본다.

20. 수미 방 / 밤

합격통지서 붙어있는 메모판.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귀하는 미술대학 서양화과 차석 합격하셨기에 다음과 같은 장학금 혜택이 주어집니다......’ 책상 위에 밥 쟁반 놓는 광춘. 메모판 보며

광춘;잘난 척 하느라고 여지껏 붙여놨네. (웃는)

광춘, 나가려다 그림 붙어있는 벽을 본다. 그 중에 한 인물이 서너 장 붙어있는 스케치. 장일이다.

광춘;(놀라)이거.... 이거..... 이게 누구야.

수미, 스윽 들어온다. 편지를 뒤에 숨기고 조용히 서 있다.

광춘;이 놈... 이거 법대 붙은 놈 맞지? 니가 왜 이 자식 그림을 온 천지 에 그리고 자빠졌어.

수미;.........

광춘;너 이 자식 좋아하는거야.

수미;좋아해.

광춘;미쳤어? 안 돼!

수미;왜 안되는데.

광춘;하여간 안 돼 그 놈은.

수미;(조용히 편지를 내밀며)이것 때문에?

광춘; (놀라)!

수미;(침착하게 묻는)이게 뭐예요?

광춘;!! (놀라 얼른 수미 손에서 뺏어 박박 찢어버린다)

수미;이장일 아버지한테 돈 달란 편지는 왜 쓰고 있었어.

광춘;밥이나 먹어. (나가려는)

수미;(거칠게 아버지 잡으며)뭐냐니까! 대답 안함 경찰에 신고한다.

광춘;신고해! (나가는)

21. 수미네 거실 / 밤

광춘, 막걸리 한 병 꺼내 들고 냉장고 문을 쾅 닫는다. 기분 안 좋은 표정.

수미, 방에서 나와 마루 좌탁에 있는 전화를 집어 든다. 112를 꾹꾹 누른다.

광춘;야! 지금 뭐하는거야.

수미;여보세요. 신고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요....

광춘, 달려들어 전화를 뺏고 던져버린다.

광춘;너 미쳤어.

수미;저 편지 뭐야.

광춘, 철퍼덕 앉아 막걸리를 들이킨다. 수미는 빤히 보고 있다.

광춘;.........

수미;..........

광춘;..........그날 밤에.... 봤어.

수미;뭘.

광춘;누가 김선우 아버지를 나무에 매다는 걸.

수미;..........(믿기지 않는)뭐!

광춘;그 땐 그게 선우 아버진 줄 몰랐지.

수미;.........(굳어있는)

광춘;산에서 술 마시고 잠들었다 깼는데... 누가 축 늘어진 남자 목에

줄을 감더라구. 그 때 그 사람 살아있었어. 나랑 눈이 마주쳤고

도와달라고 했는데... 잘못 나섰다간 나까지 개죽음을 할 것 같았어.

수미;말도 안 돼...

광춘;캄캄한 밤이고 술이 덜 깨 비몽사몽 간이었지만... 그 사람이 맞아.

번갯불 번쩍 할 때 분명히 봤어. 팔에 난 흉터. 그 흉터를 그저께

합격축하 잔치에서 봤어.

수미;팔에 흉터 있는 사람이 세상에 하나야?

광춘;특이한 흉터야. 몸집에 머리모양까지.... 그날 본 그대로야. 법대 붙은 놈 아버지, 맞아.

수미;........왜 경찰에 말 안했어?

광춘;가짜 부적 때문에 지금 사기로 수배 걸려있는 게 있잖아... 그거 아 니래도 이런 일에 끼어들기 무서웠어.

수미;굿판에서 혼이 씌운 척 한 건 뭐야.

광춘;선우한테 뭔가 알려주고는 싶어서....

수미;그러면서 돈까지 받았어.

광춘;돈 안 받고 함 의심할 꺼 아냐. 걔가 내 인간성을 이미 아는데.

수미;이장일 아버지한테도 돈을 뜯을 생각이었구.

수미와 광춘, 한참을 말이 없다. 불편한 정적 속에 서 있다가

수미;이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마.

광춘;...........선우가 그 놈이랑 친하던데.

수미;나랑 약속해! 죽는 날까지 비밀로 하겠다고. 잠꼬대라도

해선 안 돼.

광춘;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선우한테는 얘기해줘야.....

수미;(말 끊어)선우한테도 하지 마.

광춘;선우 니 친구잖아.

수미;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요. 아무한테도....

22. 수미 방 / 밤

수미, 들어와 벽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자신이 그린 장일의 얼굴을 본다.

수미, 희미하게 웃는다.

23. 장일의 서울아파트 / 낮

환한 햇살 비춰 들어오는 30평대의 깔끔한 아파트. 텅 비어있고 책상과 침대만 들어와 있는 상태. 용배와 장일, 욕실과 방들 돌아보고 있다. 용배는 좋아서 빙그레.

용배;좋구나.... 넓고 좋다... 새 아파트라 깔끔하구.

장일;저 혼자 지내기 너무 큰데요.

용배;회장님이 고르셨다. 그만큼 널 그만큼 대우한다는 거지.

장일;사업하는 사람들 헛돈 안 쓰는데... 너무 과한 대접 같아요.

용배;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니까 넌.

장일;사시 패스하면 편하게 부려 먹을려고 그러는 거 아닌가.

용배;(언짢은)그럼 장학금 주는 사람들은 다 꿍꿍이가 있단 소리냐. 내가 진회장 머슴으로 지금껏 성실하게 일했다. 넌 받을만한 가치가 있 는 아이구. 난 니가 이런데서 지낼 수 있어서 너무 좋은데 왜 자꾸

엇나가. 널 이렇게 만들려고 내가 얼마나....

장일;알았어요 그만하세요.

용배;(서운한)..........

장일;세상에 공짜가 어딨습니까. 저도 열심히 해서 장학금 탈테니까 아버 지 너무 회장님한테 굽신거리지 마세요.

용배;그래 내 아들 최고다.

24. 캠퍼스 / 낮

걸어가는 장일. 가슴 가득 야망을 담은 표정. 밝은 얼굴로 걸어간다.

25. 캠퍼스 게시판 앞 / 낮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공고’ 안내문 붙어있다. 장일, 그 앞에 서서 보고 있다. 게시판 뒷편으로 운동화에 청바지 입은 한지원, 교문 방향으로 바쁘게 달려 나간다. 장일은 게시판에 가려 지원을 보지 못한다.

26. 변두리 동네 / 낮

이삿짐 트럭 서 있다. 낡고 허름한 3층 연립주택. 지원, 목에는 짐 가방을 하나 걸고 등에는 무거운 이불 짐을 지고 계단을 올라간다. 빈 짜장면 그릇들 문 앞에 내놓은 집도 있고 고장 난 유아 자전거등등 지저분한 계단과 복도. 지원, 이불 짐을

다시 고쳐 메고 올라간다.

27. 지원네 집 / 낮

연립3층. 방 2개. 24평형 정도의 연립. 상자와 짐들로 마루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다. 지원, 짐 내려놓고 땀 닦는다. 집을 둘러본다. 얼룩진 벽. 늘어진 천장 벽지.

지원;............ (울적하다)

지원, 숨을 한번 크게.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를 시작한다. 씩씩하다.

28. 선우 방 / 낮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는 선우. 잠들어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선우, 눈을 떠 간신히 일어난다. 전화벨 끊어진다. 선우, 다시 누으려다 문가에 뭔가 놓여있는 게 보인다. 누가 문 만 살짝 열고 놓고 간 듯 죽 그릇과 과일 통조림 여러 개 놓여있고 쪽지와 맥가이버 칼(또는 소형 깡통따개)이 놓여있다. 선우, 쪽지 펼쳐본다.

수미(E);챙겨먹고 정신 차려. 도와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수미.

잠시 후 다시 벨이 울린다. 선우, 가까스로 전화 있는 쪽으로 손을 뻗는다.

선우;여보세요.... (아무 소리도 없다).....여보세요? 수미냐.

태주(F);김경필씨 계십니까.

선우;.....! 누구시죠?

29. 태국 광산 / 낮

시추작업 중인 현장. 야전텐트 서 있고 인도, 말레이시아계 남자들 흙먼지 뒤집어 쓰고 바삐 움직인다. 지프 차 옆에 서 있는 남자, 검게 그을리고 탄탄한 피부에 선글래스를 쓴 문태주다. 부피가 큰 구형 핸드폰으로 통화중.

태주;김경필 씨와 통화를 하고 싶습니다.

선우(F);어디시죠?

태주;전화 받으시는 분은 누구십니까.

선우;제가 아들입니다.

태주;........

선우;여보세요.

태주;저는 김경필씨 선배되는 사람입니다. 아버지 좀 바꿔 주시겠어요.

선우;아버지.... 돌아가셨는데요.

태주;.........!!

선우(F);여보세요?

태주;경필이가.... 죽었어요?

선우(F);혹시 아버지를 만나기로 하셨나요? 여보세요.....(직직거리는 잡음)

직직거리는 잡음. 선우의 여보세요.. 여보세요’ 엉키고 끊겨 들리다 전화 끊어진다. 태주, 전화 내려놓는다. 한참을 쓸쓸한 얼굴로 앉아 있는다.

태주;.....

태주에게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쿤, 주먹만한 크기의 거친 루비 원석을 가져와 보인다.

쿤; Mr. Moon. I think We're so closed! (거의 다 온 것 같아)

태주;(원석을 손에 받아 든다. 주먹으로 움켜쥔다)

황량한 모래바람이 쓸쓸히 불어온다.

30. 선우네 옥탑 / 밤

선우, 벽에 기댄 채 전화기 옆에 붙어 앉아있다. 울리지 않는 전화. 손에 작은 맥가이버 칼만 만지작만지작. 밖에선 다급히 문 두드리는 소리.

금줄;선우야 김선우.

금줄, 문 두드리다 거칠게 열고 들어온다. 급하다.

금줄;야, 너 좀 피해있어야겠다.

선우;(보는)

금줄;장택이네 애들 지금 연장차고 오고 있어. 어디가서 보름만 숨어있어 라. 빨리 일어나. (선우 팔을 잡는데)

선우;(거칠게 밀쳐내는)꺼져.

금줄;나도 너한테 그런 거 시킬 줄 몰랐어. 같은 편 먹자고 협박만 할 줄

알았다니까.

선우;꺼지라구.

금줄;너 죽인다고 오고 있다니까. 일어나 빨리.

금줄, 선우를 막무가내로 끌어 일으킨다.

31. 선우네 동네 / 밤

금줄의 부축을 받아 집에서 내려오는 선우.

금줄;빨리 빨리.... 아 빨리 좀 움직여.

선우, 금줄을 잡고 절뚝거리며 걷는데 달려오던 무리와 마주친다. 각목과 야구배트를 든 무리들, 달려든다. 금줄 앞에 나서 선우를 방어하며 주먹 몇 번 날리다 나가 떨어진다. 열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선우를 때린다. 금줄, 그들을 뜯어내려 달려드는데 내팽개쳐져 계단으로 구른다. 순식간에 초죽음이 된 선우, 그들에게 질질 끌려간다.

금줄;서.... 선우야.... 선우야!

32. 공사장 / 밤

신축중인 공사장. 어둡다. 선우, 죽은 듯 엎어져 쓰러져 있다. 빙 둘러서서 구경하는 장택이 파 사내들. 한 사내, 쭈그리고 앉아 선우의 얼굴을 본다. 한 손으로 라이터를 켜 선우를 살피려하는데 불이 잘 안 들어오자 바닥에 내팽개친다. 선우 손 옆께로 떨어지는 라이터. 죽 둘러서 있던 사내들 물러선다. 한 손에 목발을 들고 다리 깁스를 한 장택, 걸어온다. 선우에게 다가가 목발로 선우 등을 쿡 찍는다. 선우, 꼼짝도 없다.

장택;........차 태워.

33. 냉동 창고 앞 / 밤

대형 냉동차 서 있다. 생선이 든 스티로폼 상자들과 S자 갈고리에 걸린 고기와

자루들을 냉동차 인부들이 싣고 있다. 냉동 차 인부 옷을 입은 장택이파 사내 두 명, 자루를 냉동차 안으로 집어 던진다. 인부들, 차 문을 닫는다.

34. 도로 / 밤

막히지 않는 도로, 달리고 있는 냉동차.

35. 냉동 차 안 / 밤

허옇게 얼어붙고 서리가 끼어있는 냉동차 안. 어둡다. 선우가 담긴 자루, 한쪽에 놓여있다. 자루, 조금씩 꿈틀꿈틀한다. 자루를 맥가이버 칼로 찢고 나오는 선우.

입김이 무섭게 나온다. 선우, 라이터를 켜본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들어오는 불.

흔들리며 달리는 차. 선우, 발로 찬다. 쿵쿵쿵. 냉동차 운전기사, 크게 트로트를 틀고 운전 중. 선우, 계속 발로 차며

선우;차 세워!

선우, 고기를 걸어둔 S자 갈고리를 본다.

36. 장일 서울 아파트 거실 / 밤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클래식 선집 CD 가지런히 놓여있다. (마희정의 선물)베토벤의 영웅이나 베르디 레퀴엠 진노의 날’ 같은 강하고 남성적인 곡. 장일, 수북하게 쌓여있는 책을 정리하고 있다. 학교 교재와 법학서적, 영어회화 책 등등....

장일;(기분 좋은 듯 음악을 따라서 흥얼흥얼)

37. 냉동 차 안 / 밤

갈고리로 냉동고 벽을 찍는 선우. 손이 빨갛게 얼고 곱아간다.

38. 도로 / 밤

달리는 냉동차. 도로 옆 아래는 기찻길. 기차가 멀리서 달려온다. 냉동차 문이 열린다. 선우, 갈고리로 벽을 찍은 채 잡고 서 있다. 기차, 냉동차 있는 곳 까지 달려온다. 아슬아슬 위험한 순간. 선우, 있는 힘껏 기차가 달리는 위로 뛰어내린다.

39. 산 속 창고 / 밤

선우, 문이 열리고 기다시피 비틀거리며 들어와 푹 쓰러지듯 눕는다. 달빛이 창으로 희미하게 흘러든다. 칠판에 쓴 글씨 경필과 선우의 아지트’. 많이 지워져 있다. 선우, 눈물이 핑 돈다.

선우;......아버지..... 미안해. 나 장일이 도와주고 싶었어요. 아버지가 이해 해 줘.

40. 대학캠퍼스 / 낮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팻말 따라서 걸어가는 장일.

41. 강의실 복도 / 낮

벽에 붙은 명단.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분반표’ 2일차. 1반부터 20반 까지 명단이 적혀있다. 법과대 인문대 사회대 통합 오리엔테이션이랑 설정. 명단에서 이름을 찾아보는 장일. 눈이 번쩍하며 밝아진다. <신입생 OT 12반> 법학과 이장일’ 이름에서 열 번 째 아래 영문과 한지원’ 장일, 설레는 미소. 달려간다.

42. 계단식 강의실 / 낮

오리엔 테이션 몽타주. '신입생 OT 12반' 이라 적혀있다. 외국인 교수 열강 중.

<What is Ambition?>

교수;(영어)우리는 자칫 개인적 이기심과 야망을 혼동해서 씁니다. 이상적 인 의미의 야망은 무엇인가,

장일, 뒤쪽 자리에 앉아 학생들을 둘러보고 있다. 긴 생머리 여학생 뒷모습 유심히 살피는 데 여학생,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장일, 실망한 모습.

<내 인생의 10대 古典>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의 강의.

노교수;인문학의 바탕이 없으면 그 어떤 학문도 우리에겐 사상누각과

같다.

장일;........(딴 생각하는)

<Photographic Memory> 라 쓰여진 칠판. 젊은 여자 강사, 강의 중.

강사;어느 순간 우리 뇌 속에 사진이 찍히듯 팍 들어서는 기억의 순간이 있죠. 그 순간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는 작가들도 많아요. 누구나 하 나쯤은 다 있을거야. 누구 자신의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얘기해 볼

사람?

학생들 조용.

강사;그럼 내가 시켜야겠네. 불문과 안주연.....안 왔나? (출석부 보고)

그럼.....영문과 한지원.

지원(E);네!

장일, 깜짝 놀라 돌아본다. 지원, 막 뛰어 들어 온 듯 가방을 등에서 내리며 장일 뒷자리에 앉는다.

강사;지원씨가 한번 해 볼래?

지원;네! (씩씩하게 앞으로 뛰어나가는)

장일;(설레고..... 미소...)

지원;(숨 찬 듯 머리매만지고)그런데 뭘 얘기하면 되는거죠?

학생들 웃고, 장일도 지원 보며 미소 빙그레.... 장일, 주위의 풍경 사라지고 오직 지원에게만 시선 꽂혀있다.

강사;(칠판 가리키며)내 인생의 포토그래픽 메모리.

지원;(알겠다는 듯)아.... 음..... 작년 가을 추운날 이었어요. 저희 아버지

사업파트너 되는 분이랑 우리 식구가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었어 요. 아버지 회사 사정이 안좋은 때였는데 저희 아버지한테 모욕적인

말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밖으로 나가서 주차돼있는 그 분 차

유리창을 깼어요.

학생들 우와’... 하며 마주 보고 장일은 시선 꽂힌 채 빙그레 바라보기만

지원;그런데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한 번에 박살나지 않더라구요.

플래쉬 백 -1부 한식당 앞. 지원과 선우.

지원(E);계속 내리치고 있는데 부숴진 유리창 틈으로 차 뒷좌석에 있던 어떤 남자랑 눈이 딱 마주쳤어요. 너무 놀라서 서 있는데 그 때

그 남자가 내렸어요. 제 또래의 남학생이었구요 제 손에 있던

돌맹이를 뺏어들더니.....

강사(E);학생 이마를 내리쳤나?

지원(E);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유리창을 박살내 주더라구요.

학생들(E);와.....

1부 플래쉬백 -

지원;그 순간과, 그 사람 눈동자가 저한테 사진처럼 남았어요.

강사;미남이었나봐요?

지원;미남....까진 모르겠고 제 타입이었어요.

학생들;(웃고)

장일;....(질투..........)

강사;잘 들었어요. 이번엔 남학생 중에 누구 지원자 없나?

지원, 자리로 들어온다. 장일, 옆으로 지나가는 지원을 의식하고 느낀다. 학생들 다른데 보고 고개 숙이고 조용.....

장일;(손드는) 제가 하겠습니다.

장일, 일어나 나간다. 장일, 교탁 앞에 서고 일부러 지원 쪽을 외면해 다른 쪽에 시선을 두고 이야기.

장일;저도 작년 가을쯤 일인데요. 같은 반 친구가 아버지네 회사에서 행사 를 한다고 데려갔어요. 회사 임직원들과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리였는 데 그 때 무대에서 기타를 치는 한 여학생을 봤습니다.

플래쉬 백 2부 -- 부경 화학 소강당. 기타 치는 지원.

장일(E);어두운 무대위로 조명이 한 줄 떨어지고 그 여학생 손가락이

기타줄 위로 가볍게 날아다녔어요. 제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했는 데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어요. 그 여학생을 언젠가 다시

한번 꼭 만나고 싶습니다.

43. 강의실 복도 / 낮

학생들 흩어져 나가고. 지원 걸어간다. 장일 따라가

장일;혹시.... 그 때 기타 치셨던 분 아닌가요.

지원;(돌아보며)그때 쳤던 곡이 뭐죠?

장일;비틀즈 노래 변주곡.

지원;........ 맞는 것 같은데요.

장일;.......(미소)

복도 한 켠. 자판기 앞에 서 있는 두 사람.

장일;신기한데요. 같은 학교에서 만나게 되다니....

지원;그 때가 너무 먼 옛날 같아요.

장일;멋있었어요.

지원;(쓸쓸히 웃는)

장일;시간 어떠세요? 제가 저녁 사드리고 싶은데.

지원;제가 지금 아르바이트를 가야해서요.

장일;아르바이트 끝날 때 까지 기다릴 수 있는데.

지원;아르바이트 세 탕 있어요. 끝나면 12시구요. 죄송합니다.

장일;왜 아르바이트를 세 탕씩이나 하세요.

지원;(픽 웃으며)돈이 필요해서요.

장일;...........(의아)

지원;(커피 원샷 하고 컵을 쓰레기통에 버린다)커피 잘 마셨습니다.

참! 제가 차 유리창 부순 곳도 여수였는데..... 진미회관 앞에서.

지원, 간다. 장일, 커피 잔만 든 채 가만히....

44. 장일네 거실/ 밤

장일 신문을 한아름 쌓아놓고 뒤적거리고 있다. 부경화학 최종 부도’. 장일, 신문을 내던지고 벌렁 누워 멍하니 천장을 본다.

장일;...........

45. 학교 식당 / 낮

식판 들고 가는 장일, 어디론가 시선. 지원, 옆에 책을 펼쳐놓고 혼자 밥 먹고 있다. 책 보며 먹느라 천천히 먹는둥 마는둥.

장일;.........

장일, 지원에게서 멀리 떨어진 쪽에 앉는다. 지원은 장일 못 보고. 커다란 식당, 두 사람 멀리 떨어져 앉아 밥 먹고 있다. 장일, 지원에게 시선 안 돌리고 밥만 빨리 먹고 있다. 장일, 대충 먹고 빈 식판 들고 일어선다.

장일;(지원을 돌아본다)

지원;(책장 넘기고 있는)

장일;.........

지원의 책 옆에 사과와 커피를 놓는 손. 지원, 고개 들어보면 장일이다.

장일;디저트 드세요.

지원;......

장일;또 뵈요.

장일, 간다. 지원 옆에 놓인 커피와 사과 하나.

46. 진승원 서재 / 낮

책상에 앉아있는 노식. 차 실장, 그 앞에 서 있다.

차실장;사기전과가 한번 있구요, 별 다른 건 없습니다. 이렇다 할 재산도 없구요. 3천만원 하는 전세에 트럭을 한 대 가지고 있습니다.

노식;(시큰둥하게 듣고 있다)

차실장;특이한 건 10년 전에 아홉 살 된 남자아이를 입양했습니다.

노식;...........!

1부 플래쉬 백 --

경필;트럭으로 배달 일 하면서 말썽쟁이 자식 놈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

노식;..............

차실장;그 때 혼인신고를 했다가 1년도 안돼서 이혼을 했습니다. 입양조 건 때문에 결혼을 했던건지, 입양한 아이가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 서 태어난 아이인지 까진 확인이 힘들었습니다.

노식;.........

47. 진승원 일각 / 낮

생각에 잠겨 서 있는 노식. 용배, 공손히 다가온다.

용배;회장님.........

노식;장일이는 서울 잘 갔구요?

용배;예, 지금 오리엔트이션인지 뭔지 받고 있습니다.

노식;지난 번에 말했던.....그 사람 아들... 요즘 어떻습니까.

용배;조용합니다.

노식;대학은 갔나요?

용배;안간 걸로 아는데요. 그냥 허송세월하면서 지내는 것 같습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노식;.........

48. 산 속 창고 / 밤

선우, 나무를 깎아서 뭔가 만들고 있다. 밖에서 뭔가 넘어지는 소리 우당탕. 선우, 나무 각목 하나를 집어 든다. 긴장하며 문가로 가는데 금줄, 엎어지듯 들어온다.

금줄;나... 나 좀 숨겨줘. 선우야.

선우;무슨 일이야.

금줄;서... 선우야... 나 좀 살려줘....

선우;.......(피 흘리는 금줄의 손을 보며)...........

선우, 금줄의 찢어진 팔에 소독약 붓는다.

금줄;(아파서)아흐.....땡보가 장택이한테로 붙었어.

선우;뭐?

금줄;일부러 간 볼려고 널 보냈던 거야.

선우;....나쁜 자식.

금줄;아으... 진통제 한 알만 더 주라.

선우;좀 기다려봐. 약기운 퍼질꺼야.

선우, 열심히 나무 깎고 독서대 만드는 데만 열중. 금줄, 반창고 붙인 팔 만지작 거리며 선우 눈치를 보고 있다. 금줄 앞엔 김으로 싼 주먹밥 두 개 놓여있다.

선우;먹어. 약 기운에 후달리지 않을려면.

금줄;..... 그동안 너한테 얘기해 줄려고 계속 벼르던 게 있었는데....

선우;뭐가 됐든 듣고 싶지 않은데.

금줄;아버님 얘긴데....

선우;(돌아본다)

금줄;포장마차에서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갔었는데 그 때 형사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어. 나뭇가지에 난 줄 자국이 이상하다는 거야.

선우;..........

금줄;일반적인 줄 자국이랑 다르다고. 더 깊이 파였다고 하다가... 그 아들 이 잡아당겨서 그렇다고 또 누구는 반박하고.

선우;...........

금줄;이상하다고 숙덕대면서도 국제 경제인총회 뭐 그런 게 있어서 대충

넘어가려는 눈치였어. 중요한 행사 앞두고 살인사건 나서 좋을 게 뭐야.

선우;그래... 나도 알아.

금줄;그리고.... 아버지를 태웠던 택시기사가 있어. 진승그룹 회장이 새로 지은 건물있지. 그 근처에서 내렸대. 거긴 그거 하나 덜렁있고 벌판 인데 이상하다 생각했대.

선우;그게 언젠대, 확실해?

금줄;하우스에 포카하러 자주 오는 기사님이야. 내가 직접 들었어.

산 속에서 발견되기 전날이래.

선우;.......거긴 장일이 아버지가 계신 곳인데....

49. 진승원 창고 / 낮

선우, 서 있다. 용배, 장갑 벗으며 나오는

용배;선우 니가 웬일이냐.

선우;안녕하셨어요. 장일인 아직 서울에 있죠?

용배;그럼.

선우;뭘 좀 여쭤볼게 있어서 왔는데....

용배;뭔데.

선우;아버지가 산속에서 발견되기 전날, 이 근처에 왔었다는 얘길

들었어요.

용배;.......!

선우;택시 기사가 내려주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대요. 썰렁한 공사장엔

왜 가지 하면서.... 혹시 그 날 아버지 보신 적 없어요?

용배;우리 인부들 빼고 외부사람은 못 봤는데.

선우;그날 같이 있었던 인부들 좀 만나 볼 수 없을까요? 그 분들 중에

누굴 만나러 왔을 수도 있잖아요.

용배;공사 다 끝나서 흩어 터졌는데 연락이 안되지. 전국을 돌면서 일하는 사람들이야. 난 모른다.

선우;혹시라도 연락이 닿으면 저한테 꼭 알려주세요.

용배;.....그래.

선우, 걸어간다. 용배, 불길한 듯 선우를 바라보고.

50. 진승원 일각 / 낮

선우, 아버지의 흔적을 짚어보려는 듯 진승원 마당을 두리번거리며 보고 있다. 본관 건물로 들어가 본다. 입구에 붙어있는 사진을 본다. 진노식 회장이 정치인들과 외국 경제인들과 악수하고 있는 사진들. 선우, 진노식 회장의 얼굴을 자세히 본다.

선우;............?

51. 선우 방 / 낮

젊은 시절 경필 태주 노식의 사진을 보고 있는 선우. 책상에 놓인 경필 사진에

선우;......아버지.... 그날 진회장 만나러 갔었어?

52. 기차역 / 낮

가방을 든 밝은 얼굴의 장일, 내린다.

53. 동네 거리 / 낮

가방을 든 장일, 씩씩하게 걸어간다. 화구통 들고 걸어오는 수미와 마주친다. 수미, 옅은 화장에 세련되고 여성스러워진 아름다운 모습. 장일, 잠시 멈칫하나 수미가 먼저 외면하고 지나간다.

장일;........

수미,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멀어지고 있다.

54. 선우네 옥탑 / 낮

햇살 밝은 옥탑 마당. 나무로 만든 의자들 여러 개 놓여있다. 선우, 의자에 사포질하는 중. 장일 계단을 뛰어 올라오며 반갑게 부른다.

장일;김선우!

선우;야... 이 자식 며칠 사이에 얼굴 좋아진 것 좀 봐. 서울 물이 좋긴

좋구나.

장일;이게 다 뭐냐....

선우;아버지랑 같이 아지트에서 만들던 거. 난 다음 주 부터 가구공장

나가기로 했다.

장일;.........공장 다니지 말고 서울 와서 재수해.

선우;마음은 고맙다.

장일;빈 말 아냐 임마.

선우;저녁에 뭐해. 술 한잔 해야지.

장일;당연하지. 나 빈말 아니다. 농담으로 듣지 마.

선우;그래 고마워. 내가 보낸 건 받았냐? 그저께 부쳤는데.

장일;아니. 뭘 부쳤는데?

선우;별 거 아니고... 내가 장난감 하나 만들어 보냈어. 시시해.

(웃는)

55. 심겹살 집 / 밤

삼겹살에 소주 마시는 선우와 장일.

장일;똑똑하고 잘난 놈들 투성이야. 집안까지 빵빵해요. 하지만 걔들한테

없는 한 가지가 난 있어.

선우;뭔데. 인물? (웃는)

장일;학비 생활비 부쳐줄테니 서울로 대학가라는 친구. 걔들은 너처럼

꼴통 같은 친구가 없다.

선우;니가 장학금 받고 가서 내가 아주 편해졌다. 허리가 휠 뻔 했는데.

장일;나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세상엔 경쟁자 말고 친구란 게 있단 걸.

선우;같은 과에 맘에 드는 여학생은 없냐?

장일;영문과에 있다.

선우;정말. 이쁘냐?

장일;(엄지 손가락 세운다)

선우;(웃음 터지며)야... 누굴까 궁금하네.

장일;내가 여자친구로 만들어서 여름방학 때 보여줄게.

선우;건투를 빈다.

장일;건배!

두 사람, 소주 마시고 기분좋게 크으.... 선우, 장일을 보다가

선우;장일아, 나 경찰에 진정서 낼거다.

장일;?

56. 선우 방/ 밤

타이프로 친 진정서 읽고 있는 장일.

선우;유서가 없어져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경찰에서 유서를 다 사진

찍어서 보관하고 있대. 그동안 아버지가 쓴 배달 계약서도 증거로 갖다 낼거야.

장일;아버지가 자살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선우;그걸 밝히려고 이러는 거 아냐. 재조사 안 해주면 서울에 가서 진정

넣어볼거야. 경찰청이랑 방송국도 찾아가서 돌리고.

장일;누가 빽 좀 써주면 좋을 것 같은데... 진회장님한테 부탁해 볼까.

경찰서장, 국회의원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

선우;..........

장일;왜, 싫어?

선우;사실은 진노식 회장도 찾아가 볼 생각이었어.

젊은 시절 사진을 보고 있는 장일.

장일;진노식 회장님 맞아. 아버지랑 어떻게 아시지?

선우;나도 모르겠어.

장일;(태주 가리키며)이 옆에 있는 분은 누구야?

선우;몰라.

57. 서울 진회장 자택 / 낮

현대적으로 지은 고급빌라. 피아노 소리와 윤주의 노랫소리 울려 퍼진다. 피아노 반주자 있고. 카르멘의 하바네라. 거실과 주방엔 그릇장식장과 앤틱 드레서(오픈형 접시꽂이 장)에 무서울 정도로 많은 명품 찻잔세트가 진열돼 있다. 2층 어느 방. 희정, 음대생 딸 윤주와 성악레슨 중.

윤주;(한 소절 불러주면)

희정;(따라서 노래)

윤주;아주 훌륭해 잘했어. 오늘은 여기까지.

희정;음정 박자 다 틀렸는데 뭐가 훌륭해. 너 귀찮아서 그러지.

윤주;티 나?

희정;내가 공짜로 배우니? 레슨비 주잖아.

윤주;레슨비 모아서 유학가도 돼지?

희정;좋지! 빈? 줄리어드? 맨하탄 음대?

윤주;아니, 경영학 공부하고 싶어.

희정;(발끈)미쳤니.

윤주;노래는 그냥 취미로 하고 싶었던거지 내가 정말 배우고 싶은건 따로 있단 말야. 공부하고 와서 진회장님도 돕고 싶고.

희정;진회장님이 뭐니.

윤주;아버지란 말 안 나와요. 연애나 하라니까 괜히 결혼은 해가지구.

희정;내가 보수적인 여자라.

윤주;보수적이어서 애 둘 데리고 법적총각이랑 재혼하셨어요.

희정;이혼남이었음 안했지. 돈 없어도 안했고.

윤주;아버지 유산도 다 진회장한테 주고.

희정;주다니. 투자한거지.

윤주;엄마 진회장 아저씨 사랑 안하지?

희정;사랑 안하면서 어떻게 결혼하니. 촌스럽고 무식한 데가 있지만 외로 운 사람이야.

윤주;엄마가 아저씨를 더 외롭게 만들고 있는 건 아냐?

희정;그럴 리가. (악보 챙겨서 나가는데)

윤주;나 졸업하면 진회장님 회사에서 일할거야.

희정;(들은 척 만 척 노래 부르며 나가는)

58. 남성복 매장 / 낮

수트를 입고 서 있는 선우.

장일;잘 어울린다. 이걸루 해.

선우;됐어. 필요 없어.

장일;경찰서를 가건 진회장님을 만나러 가건 말쑥하게 입고 가는 게

낫지. 이것두 서울에서 배운 거다. (지갑 꺼내며)이걸로 하겠습니다.

선우;(장일 말리며)나 돈 있어.

장일;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받아주라 임마.

선우;............

59. 진승원 로비 / 낮

양복을 입은 선우와 장일, 서 있다.

차실장;이리 와요, 장일씨.

차 실장, 선우와 장일을 안내한다. 선우, 이리저리 둘러보며 따라가고.

60. 진승원 응접실 / 낮

진노식, 앉아있고 선우와 장일 들어온다.

장일;(밝게)안녕하셨어요 회장님.

노식;어서와요 장일군. 서울에 있는 줄 알았는데.

장일;오리엔테이션 잘 받고 왔구요. 내일 모레 올라갑니다.

(선우에게)인사해. 진노식 회장님이셔.

선우;(고개 숙여 공손히 인사)

장일;제 친굽니다.

노식;........(혹시 하는).....

장일;친구가 회장님한테 여쭤보고 싶은 게 있대서요.

노식;나한테?

선우;회장님, 죄송한데 이 사진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선우, 사진을 내민다. 노식, 받아든다. 표정이 순간 굳는 데 얼른 침착하게 표정을 풀고.

노식;........이게 언제더라. 옛날 직원들하고 야유회 때 찍은 사진인가.

선우;오른 쪽에 있는 분이 제 아버지십니다.

노식;아... 그래요.........

장일;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자살로 처리됐는데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어서요. 경찰에 재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내려구요.

장일을 바라보는 노식, 웃는다.

노식;그래....?

선우;아버지가 산 속에서 발견되기 전날 이 근처에 내려 준 택시기사가 있대서요. 혹시... 이건 그냥 추측인데 아버지가 회장님을 뵈러 왔던 건 아닌가 싶어서요.

노식;.........(평정을 잃지 않는)그게 언제쯤이죠? 회사가 커지다 보니 옛날

직원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선우;지난 봄입니다. 4월 12일쯤요.

노식;4월이라..... 그 땐 내가 출장 중 이었는데. 여기 없었어요.

선우;네......

노식, 침울해져 시선을 떨구는 선우를 바라본다. 옆에선 장일이 선우 등을 가볍게 도닥인다.

경필(E);은애씨가 낳은 형님의 아들이 있습니다.

노식(E);은애는 날 배신했다.

노식(E);날 배신하고 문태주의 아이를 가졌어.

경필(E);난 그 애가 문태주의 아이기를 바래요.

시선 떨구고 있는 선우의 옆 얼굴.

과거 회상 -- 책을 읽고 있는 문태주의 옆 얼굴. 선우와 흡사하게 느껴진다. 태주,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치며 웃는다.

태주;(노식에게 하는)형! 언제 왔어요.

선우;(똑같은 각도로 고개 돌리며)그 전엔 아버지가 연락 하신 적 없었나 요.

노식, 태주의 아들이라 생각한다. 선우가 가엽게 여겨지지 않는다.

노식;........없었습니다.

선우;사진에 있는 다른 한 분도 직원이었습니까?

노식;....아마도.

선우;이름은 기억 나세요?

노식;기억 안납니다.

장일;(선우에게)그냥 어제 니가 쓴데 까지만 해서 갖다내자.

선우;........그래.

장일;바쁘실텐데 저희가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회장님.

노식;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네. 서울에서도 한번 보세.

장일;예.

노식;자넨 이제 평범한 시골청년이 아니야. 앞으로 큰 인물이 될꺼고 그건 곧 실수를 했을 때 잃을 것도 많아진다는 거야. 매사 신중하고 바르 게 처신해.

장일;명심하겠습니다.

장일과 선우, 인사하고 나간다. 노식,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다.

61. 진승원 일각 / 낮

선우와 장일, 걸어 나온다.

장일;내일 경찰서 갈 때 같이 가자. 너 혼자 가는 것보단 두 사람이 가면 좀 낫겠지. 내가 내일 아침에 너희 집으로 갈게.

선우;고맙다.

장일;이 양복 꼭 입고.

선우;알았어 임마.

장일;난 아버지 좀 보고 갈게.

선우;그래, 내일 보자.

장일, 창고 쪽으로.

62. 진승원 창고 / 낮

텅 비어있는 창고. 장일 들어온다.

장일;아버지...........

장일, 두리번거리다 쪽지 써놓고 나간다. 아버지 오늘 우리 외식해요. 퇴근 시간에 맞춰 올게요!

63. 진회장 서울 집 / 낮

식탁 가득 디너세트를 차려놓고 8인용 테이블 세팅중인 마희정. 냅킨홀더에 와인잔 물잔 샴페인잔 센터피스까지 제대로 갖췄다. 옆에선 은식기 행주로 광을 내고 있는 가정부.

희정;음.... 맘에 들어.

윤주와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윤석 들어온다.

윤석;다녀왔습니다. 배고파요. (식탁에 앉는)

희정;아줌마, 윤석이 밥 좀 2층에 차려줘요.

윤석;여기서 먹음 안 돼?

희정;나 작업 하는 거 안 보여?

윤주;이건 어디다 쓸 거야. 별장 파티 때?

희정;오시는 사모님들은 다 알거야. 내 안목이 얼마나 높은지.

우리 진회장 달리 보게 될거다. 이런 게 외조야. 그날 너 노래

불러야 한다.

윤주;돈 얼마 줄 건데.

희정;얼마를 원해.

윤주;천 만원.

희정;십 만원.

윤주;(대꾸 없이 나가버리고)

윤석;(그릇을 한쪽으로 밀어놓고)아줌마 밥 주세요.

희정;(발끈)야! 깨져!

64. 선우 방 / 밤

비닐에 싼 경필의 양복과 사진(사건 현장, 경필의 트럭 등등)과 진정서를 봉투에 넣고 정리하는 선우. 선우, 세 사람 사진도 그 안에 넣으려다 원래 있던 양철상자 바닥 아래 넣는다.

65. 진승원 창고 / 밤

장일, 창고로 가는데 안에서 노식의 고함소리.

노식(E);제 정신 인겁니까.

의아한 표정. 살그머니 다가가 몰래 들여다본다. 노식, 때리기 직전의 분노. 용배, 머리 조아리고 죄인처럼 죽어있다. 장일, 기분 안 좋은 표정으로 벽에 몸을 숨기고 귀를 기울이는데

노식;난 그 녀석 창자까지 다 보여요. 지금 우쭐해 있다고. 법대 신입생이

친구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혔다 어디 기사라도 한줄 나길 바라 고 있을테지.

장일;..........

노식;여기서야 공부 하나로 주목받았지만 서울 가보니 그게 아니거든.

어떻게든 솟아보려고 몸부림치고 싶겠지. 그 몸부림에 지 애비가

다치는 줄 도 모르고.

장일; ?

노식(E);그 녀석 데려와요. 오늘 우리 셋이 지옥에 가봅시다.

용배(E);제가 타이르겠습니다, 회장님.

노식(E);그 녀석 표정이 궁금합니다. 니가 지금 편하게 먹고 자고 공부하 는 게 어떤 댓가인 줄 알면.

용배;회장님, 제발.... 아들놈 한텐 죽는 날까지 비밀로 할 겁니다. 제발...

장일;......

노식;법학과니까 잘 알겠군. 살인공범죄가 어떤 형을 받을지. 그 날

발견된 시신은 느이 아버지 작품이다, 내가 왜 갑자기 너한테

장학금을 줬겠니.

장일; !!

모든 소리 멈춘다. 장일, 창고로 다시 시선을 돌려 두 사람의 표정과 말소리를 듣는다. 참을 수 없는 듯 다시 고개를 돌린다. 충격으로 멍한 장일의 표정.

66. 몽타쥬

2부 창고. 폭우 쏟아지는 밤.

용배;(역정내는)지금이 몇 신데 여기까지 와. 어서 가.

2부 용배네 거실.

용배;유서는 잘 뒀니?

선우;네. 집에 잘 보관해 뒀어요.

2부 굿판.

광춘;그 놈이 여기 있다 그 놈이 여기 있어.

두려운 얼굴로 발길을 돌려 빠져나가고 있는 용배.

67. 바닷가 / 밤

어두운 밤. 흐느끼며 뛰고 있는 장일. 눈물이 얼굴 가득 흐른다.

장일;선우야...... 선우야...... (통곡하듯)선우야.....

파도소리에 장일의 통곡소리가 묻힌다. 달빛 아래 쓸쓸히 한참을 울부짖는 장일의 모습.

68. 선우 방 / 밤

책상에 서류봉투 얌전히 놓여있다. 양복도 벽에 얌전히 걸려있고. 내일의 준비를 모두 끝낸 듯 깔끔한 느낌의 방. 선우, 불을 끄고 이불로 들어간다. 조용한 방. 텅텅텅 문 두드리는 소리.

장일(E);(술 취한)선우야!

선우;?

장일(E);선우야. 문 열어 봐.

69. 선우네 옥탑 / 밤

장일, 옥탑 평상에 술이 취해 앉아있다. 선우, 나오며

선우;야! 웬일이야. 술 마셨냐?

장일;나랑 내일 서울 가자.

선우;무슨 소리야.

장일;갑자기 정신이 퍼뜩 들었어.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나. 뭐가 더

중요한가, 지금! 선우야, 서울가서 대학준비 해. 내가 도와줄게. 나랑 같이 살면서 너도 큰 꿈을 가져 봐.

선우;그 얘길 왜 지금 이 시간에 해.

장일;아버지 일은 잊어버리자.

선우;......... 너 갑자기 왜 이래.

장일;갑자기 정신이 들었다니까. 니가 다 지난 일로 시간낭비를 하면 안되 겠다 싶어.

선우;취했다. 가서 자.

장일;좋은 세상이 있다는 걸 몰라서 그래. 좋은 걸 보고, 좋은 걸 먹고,

좋은 걸 가져 본 적이 없어서 그래.

선우;(웃긴다는 듯 푹 웃는)그게 아버지 일이랑 무슨 상관이야.

장일;아버지 자살에 너무 집착해 있어. 그래, 안 믿어지겠지.

믿고 싶지 않겠지. 선우야, 정신 차리고 니 미래를 생각해.

선우;(버럭)닥치고 돌아 가. 난 내일 진정서 접수할 거니까.

장일;뭐가 중요한지를 생각해, 멍청하게 굴지 말고.

선우;난 이게 제일 중요해. 그래, 나 무식하고 무모해. 끝까지 가볼거야.

장일;.............

선우;가서 자라. 내일 경찰서는 나 혼자 갈테니까.

두 사람 말없이 바라보다 장일 돌아선다.

70. 선우네 옥탑 / 밤

선우, 옥탑마당에 서서 아래로 장일이 걸어가는 걸 바라보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화가 난 표정. 장일, 걷다가 올려다본다. 선우, 보고 있다. 두 사람 눈 마주친 채 말 없이 잠깐 바라본다. 선우, 장일을 외면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장일, 다시 걷기 시작하고.

71. 용배네 거실 / 밤

거실 좌탁 앞에 소줏병 놓고 앉아있는 용배. 현관문 열리고 장일 들어온다.

용배;.....(시선 안 돌린 채)늦었구나. 장일;.......예.

용배;외식하자더니.......

장일;다음에 해요.

용배;이 시간까지 선우랑 있었냐.

장일;누구랑 있었는지까지 다 보고해야 됩니까.

용배;너 선우 도와서 경찰에 낼 진정서 만들고 있다면서.

장일;..............

용배;신입생이 뭘 안다고 나서, 나서길. 너 도대체 왜 그러는거냐.

장일;걱정마세요. 진정서 안낼 겁니다. (신경질 적으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

72. 장일 방 / 밤

장일, 들어와 꺼지듯 바닥에 주저앉는다.

73. 용배네 거실 / 밤

장일의 잠긴 방문을 열려 애쓰며 닫힌 문을 열심히 두드리는 용배

용배; (애타는) 장일아! 이놈아 문 좀 열어 봐. 도대체 뭐가 어쨌다는거 냐!! 응? 장일아.

74. 여수 장일 방 / 밤

장일 버럭 소리친다.

장일;아버진 대체 왜 그러셨어요!

용배(E);장일아 문 좀 열어 봐.

장일;진정서 안 낼겁니다. 걱정 말고 주무세요.

방문 두드리는 소리에 아랑곳 않고 벽에 기대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장일. 벽에 붙은 종이 고난을 박차고 일어서라. 빛나는 내일이 증언하리

75. 선우 방 / 아침

창문 가득 화사한 봄 햇살 비춰 들어온다. 창문가의 작은 화분, 연두빛 새로 올라온 잎사귀가 예쁘다. 거울 앞에 서서 양복을 깔끔히 입고 넥타이를 메고 있는 선우. 옷을 다 입고 서류봉투를 집어 든다.

76. 숲 속 / 낮

양복차림의 선우, 경필의 재를 뿌렸던 곳에 서 있다.

선우;아버지..... 나 지금 가요. 아버지도 도와줄거지?

장일(E);선우야.

선우;(돌아본다)

장일, 서 있다.

선우;........술 다 깼냐.

장일;..........

선우;어젯밤엔 왜 그런거야.

장일;아직도 니가 마음을 바꿨으면 하는 생각은 변함없다.

선우;그럴 일은 없다.

장일;지금이라도 그만 둘 수 없겠니.

선우;이러는 이유가 뭔데.

장일;부탁한다. 선우야, (진정서 든 봉투 잡으며)이거 그만 두고 나랑

같이 올라가자.

선우;........(손 뿌리치고)너 혹시 뭔가 알고 있는거야?

장일;........

선우;......그렇지? 그래서 갑자기 이러는거지?

장일;........아냐.

선우;경찰서 갈 때 입으라고 이 양복까지 사줘놓곤 왜 이래.

장일;너랑 영원히 좋은 친구로 있고 싶어서 그래. 니가 이 일에 얽혀서

시간보내는 동안 난 서울에서 너와 다른 삶을 살고 있을테니까.

그러면서 우리 사이도 멀어질 것 같아.

선우;............

장일;선우야....

선우;억울하게 죽은 게 우리 아버지가 아니라 너였다면... 그래도

난 지금처럼 했을거야. 나한테 중요한 건 사랑하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을 잃는 게 나한텐 가장 큰 고통이야.

장일;........ 가지 마 선우야. (무릎 꿇는)이렇게 부탁한다.

선우;..............이장일....

장일;내가 너희 아버질 죽였다.

선우;.........

장일;선우야, 내 실수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치자. 그러니 날 용서해 줘. 경찰서 가지 마라.

선우;.....(동요없다. 나즈막히)너 미친거야.

장일;그래 미쳤다고 치자. 그러니까 내 말 들어.

지금 그대로 가면 나 너 다신 안본다. 제발 멍청하게 굴지 마.

선우;(말도 안된다는 듯 픽 웃으며)니가 우리 아버지를 실수로 돌아가시게 했다면.... 난 널 인간적으로 용서할거다. 하지만....밝힐 건 밝힐거야.

장일;선우야.... 그만 두자.

선우;어떤 말로도 날 설득할 수 없어.

장일;.............

선우;니가 우리 아버지를 해쳤어도 난 경찰에 진정서를 낼 거야.

선우, 장일을 외면하고 걸어간다. 두 사람만 있는 산 속. 선우, 걸어간다. 장일 무릎 꿇고 앉아있다. 선우,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간다. 장일, 눈가가 젖어들다가 일어선다. 주변에 부러져 나뒹구는 굵은 나무 가지를 집어 든다. 말없이 선우를 따라간다. 선우는 뒤에서 나는 기척에도 아랑곳없이 걸어가고. 장일, 나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 간다 두 손으로 움켜잡고 선우에게 달려들어 뒤에서 선우의 머리를 가격한다.

선우; !!

선우, 무릎이 푹 꺾인다.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풀려가는 눈으로 돌아보는데.......


.적도의 남자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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