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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전의 여왕 3

사무실 (D) 3부 수정 9.11

 

태희 (목에 걸린 사원증 빼서 손에 든다여진 보란 듯이 보여주고 여유롭게이제 계급장 뗐으니까오래 봐 온 언니로서 한마디만 할까?

여진 (표정)

태희 너 지금 잔머리 써서 나 이겨먹으니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지그런데 너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잔머리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그렇게 섣불리개념없이재수없게 들이대다간뒤통수 제대로 맞는 날반드시 와조심해 너.

여진 (!)

태희 (핸드백 달랑 들고 또각또각 가다가 홱 돌아보며내 짐은.. 택배로 부쳐줄래선불로.

 

뒤에 선 여진쪽팔리고 열받고태희 확 째려보는데.

태희통쾌하게 미소 지으며 밖을 향해 나가는.

 

유경 팀장...(...했다가 얼른 눈치보고못 쫓아가는)

 

여진팀원들 앞에서 왠지 창피하기도 하고..

 

복도 (D)

 

태희걸어나오는데맞은편에서 한상무가 비서들과 온다.

 

태희 상무님.

한상무 따로 할 얘기는 백팀장 통하라고 했을텐데? (하고 쓱 가려고 하면)

태희 마지막으로 인사 드리는 건데... 다른 사람 통하긴 좀 그래서요.

한상무 (멈칫하고 돌아본다)

태희 인사.. 드리러 왔어요저 사표 냈습니다 상무님.

한상무 (설마..했는데 역시.. 실망스럽다생각했던 것보단 빠르네.

태희 ?

한상무 믿는 구석 있으니 조만간 그만두겠다 싶었는데생각보다 더 빠르다구.

태희 믿는 구석 없는데요그냥 저한텐 제 자신이 믿는 구석이에요딴 구석은.. 없습니다.

한상무 (싸늘한 표정 있다가 의미심장그래그럼 어디든.. 한번 가 봐.

태희 (인사하고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이건 진심이에요 상무님.

한상무 진심...? (피식 씁쓸하게 웃고그거 그렇게 함부로 쓰는 말 아닐텐데.

태희 (눈물 참으며처음 입사해서부터 너무 잘해주신 거.. 많이 가르쳐 주신 거.. 과분하게 보호해주신 거.. 아무 것도 아닌 저를사람들 앞에서 높이 세워주신 거잊지 못할 겁니다.

한상무 (다른 의미로그래그건... 나도 잊지 못할 거야.

태희 (꾸벅 인사하면)

한상무 (그대로 꼿꼿하게 서서 보다가 돌아선다)

태희 (표정 있다가 돌아서 간다)

한상무 (가다가 홱 돌아보는데매섭다)

 

사무실 (D)

 

준수설문지 뭉치 들고 들어오는데.

유경이 눈치 봐가며 준수를 구석으로 끌고 간다.

 

유경 방금 난리 났었어요.

준수 ...

 

회사 로비 (D)

 

태희로비 경비 앞에 서고손에 들고 있던 사원증 보고.

 

태희 이거 인사과에 반납 좀 해주세요. (사원증 한번 쓰다듬어 보고 건네는수고하세요.

 

미련 없다는 듯이 당당하게 걸어나간다.

 

복도 (D)

 

준수사무실에서 뛰어나오고.

 

회사 정문 앞 (D)

태희 나오는데조금은 쓸쓸한 기분이다.

이때 뒤에서 뛰어오는 준수.

 

준수 황태희!

 

태희돌아보면준수가 있고왠지 안심되고 위로가 되는 기분.

 

태희 준수씨.. 사고쳤다.

준수 (다가오고잘했어.

태희 (의외다잘했어?

준수 그럼~했어역시 내 마누라가 한칼이 있어얘기 듣는데내 속이 다 후련하드라.

태희 (눈물 그렁진짜?

준수 그래당신처럼 능력있는 사람이 뭐 여기 아니면 갈 데 없겠냐?

태희 그래두... 너무 막한 거 아닌가 걱정도 살짝 돼.

괜히 당신한테 불똥 튀면 어떡해.

준수 별 걱정을 다 한다!

 

준수손 내밀면태희 착하게 척 손 얹고준수태희 손잡고 걷는.

조금 뒤에서 그 모습 보고 있는 여진.

시원한 게 아니라오히려 진 느낌이다.

닭살스러울 정도로 다정하게 걸어가는 태희 준수.

 

주방 (N)

 

태희,준수마주보고 앉아서 저녁 먹는다.

김치찌개며 여러 가지 맛깔나는 반찬들 놓인.

 

준수 그냥..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확 관둘까?

태희 아냐아냐당신은 일단 붙어 있어내가 딴 데 가서 자리 잡으면그때 부를게.

준수 (해맑다그러까그럼 그러지 뭐! (밥 먹다가아 맞다나 내일부터 예비군 훈련인데군복 찾아놔야겠네.

태희 예비군아니.. 군대 갔다 왔음 됐지.. 무슨 훈련을 또 해우리 자기 힘들게.

준수 2박 3일인데 뭐.

태희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2... 3진짜야그럼 이틀밤을.. 나 혼자 자야 된다구?

준수 그러게 말이야빨리 통일이 돼야지아 진짜... 남북분단의 현실이 슬플 뿐이다. (진짜 슬픈 듯 국 후루룩 마시고)

태희 (힘없이 숟가락 놓으며어떡해. 23.. 너무 길다... (막막하기만 한)

 

대문 앞 (D)

 

칼날처럼 날씬하게 다려진 예비군복 입은 준수반짝반짝 빛난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배웅 나온 태희.

 

준수 자기 군복에.. 풀 먹여 다린거야?

태희 .

준수 어깨 아팠겠다.

태희 (여기저기 털어주며이 정도야 뭐.. 자기 고생할 거 생각하면. (안쓰런가서 얻어맞고 그러는 거 아니지?

준수 그런 거 아니야.

태희 전화 자주 해야 돼.

준수 거기.. 휴대전화 반입금지야.

태희 목소리도 못들어 그럼? (땅이 꺼져라 한숨)

준수 (맘아픈 듯문단속 잘하고아 요새 너무 위험해서.. 내가 맘이 안놓여.

장모님 오시라 그래아니다자기가 장모님댁 가서 자.

태희 자기나 몸조심 해. (하는데 울컥 눈물날 것 같고하늘 보며 눈물 참는.. 나 왜 이러지?

준수 (놀란우는거야 자기?

태희 (꾹 참는아니야안 울어얼른 가아.. (하는데 목메고)

준수 에이 정말... (영화처럼 태희 확 안아준다)

 

이때 옆집에서 나오다가 화들짝 놀라는 대머리 아저씨.

.. 하고 계단으로 내려가면.

 

준수 안되겠다다시 들어가자.

태희 안늦었어?

준수 시간 좀 있어이리와 봐. (하고 태희 팔 확 끌고 안으로 들어가고)

태희 어머..자기야몰라.. (끌려 들어가는)

 

대문 닫힌다.

그리고 잠시 뒤문 열리는데. (*5년 후 상황*)

넥타이도 제대로 못차고 나오는 준수스타일 확 바뀐 태희그리고 대여섯살 짜리 아이 소라 나온다.

준수태희는 걸어나가며 툭탁툭탁 싸우는 중.

 

준수 (지 옷 여기저기 털며양복 드라이 좀 맡겨놓으라고 그렇게 말했더니!

태희 아직 깨끗하잖아그거 한번 하는 데 얼만지 알기나 해?

준수 모른다내가 월급 벌어다 주면 됐지왜 그거까지 알아야 돼?

태희 (기막히고누가 들으면 월급을 한 오백만원쯤 갖다주는 줄 알겠다?

준수 애 듣는데. (이 악물고그만하자.

태희 그러게 사람을 건드리긴 왜 건드려.

준수 (절로 한숨나고내가 미쳤지이런 여자랑..

태희 (감탄어머우리 이렇게 한 마음 된 거 오랜만이다지금 그게딱 내 마음이거든. (톤꺾어 톡 쏘는내가 미쳤지이런 남자랑!

준수 남편이 오백만원 못 벌어다 줘서 그렇게 불만이면당신도 벌면 되잖아요즘은 맞벌이가 대세고 필수고 트렌드야.

태희 (점점 오르는맞벌이.. 누군 하기 싫어서 안 해?

준수 나는 당신이 하두 큰소리 뻥뻥 치고 회사 멋지게 때려치길래금방 근사한 데 덜컥 재취업해서. ‘여보당신 월급은 용돈해살림과 저축은 내가 번 걸로도 충분해!’ 이럴 줄 알았다그런데 이게 뭐냐어떻게 5년 동안 어디 한 군데서도 오라는 데가 없냐?

태희 (바짝 약오르고오라는 데가 없는 게 아니라한송이 상무가 내가 가려는 데마다 탁탁 막고 다니니까...

준수 핑계 없는 무덤 없지.

태희 (째려보다가예전에 당신.. 그랬잖아얼른얼른 승진해서과장되고 부장되고 이사되고더 나아가선 전문경영인 자리까지 노려보겠다고.

근데그런 거 다 해보려면일단 대리 승진부터 해야하는 거 아냐?

준수 (울컥당신이 회사에서 그 쌩난리를 치고 나갔는데내가 무슨 수로 승진을 해팀장이니 상무니아주 나를 웬수 보듯 보는데!

태희 핑계 없는 무덤 없다며!

준수 오늘날까지 내가 안짤리고 버티는 건그나마 내가 실력이 있고사람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고 있기 때문이야!

태희 그러니까... 그노무 믿음과 신뢰 때문에 집까지 홀라당 날려먹...

준수 (OL/말 막으려 버럭소라야아빠가 안아줄까?

소라 (태연괜찮아하던 얘기 계속해.

준수 아냐아냐안아줄께! (됐다는 애를 번쩍 안더니 나간다)

 

아파트 앞 (D)

 

태희 준수 소라나온다.

태희와 준수소라 몰래 팔꿈치로 치며 여전히 티격태격 싸우며 오는데.

이때 다가오는 민준과 민준엄마.

민준엄마는 아줌마 치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스타일.

 

민준엄마 .. 소라 엄마시죠?

태희 그런데요.

민준엄마 민준이 엄마에요.

태희 어머그러시구나우리 소라가 민준이 얘기 많이 했는데민준이 안녕?

민준 (멋지게 미소만)

소라 (수줍..)

민준엄마 (어색해하며.. 이거... (시계 내민다)

태희 (웃으며이게 뭐에요? (하다가 보면아는 물건이고어머우리 애아빠 시곈데?

준수 (!)

소라 (흠칫..)

민준엄마 소라가 어제 어린이집에서 민준이한테 이걸 선물로 줬나봐요자기랑 놀자고 하면서.

태희 (망신살..) .....

민준엄마 비싼 거 같아서...

준수 (정중하게결혼..예물입니다.

민준엄마 어머나..

태희 (표정)

 

동네 거리 (D)

 

태희열받아서 걸어온다조금 뒤로 준수와 소라.

 

태희 아니 넌 애가 누굴 닮아서 그러냐?

준수 누굴 닮았겠어?

태희 나 닮았단 거야?

준수 소라야예전에 니 엄마두 아빠 꼬실 때통장이며 아파트로...

태희 (OL) 어우 좀애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준수 우리 소라두 지 출생의 비밀은 알아야지.

태희 출생의 비밀은 무슨! (소라에게 타이르듯소라야여자는 지가 좋아하는 남자랑 결혼하면 안돼자기를 좋아해주는 남자랑 결혼해야지.

소라 싫어난 민준이랑 결혼할거야.

태희 (속상민준이는 예은이 좋아한다며!

소라 .

태희 유치원에 너 좋아하는 남자애 있을 거 아냐!

소라 (눈 굴리며 좀 생각해보다가없는데남자애들이 날 무서워해.

태희 .....

준수 장모님 소원이 이뤄졌네.

태희 ?

준수 입버릇처럼 그러셨다며당신이랑 똑같은 딸 낳아서 한번 키워보라구.

태희 (!)

준수 소라야미안하다니가 이 아빨 닮았으면 세상살기가 좀 편했을텐데.

태희 아빠 닮아 뭐하게맨날 승진 미끄러지면서 살게?

준수 (에씨!) 애 앞에서 진짜이번엔 붙을거거든?!

태희 그래어디 두고보자!

준수 (자신 있다는 듯 큰소리그래두고 봐라두고 봐! (에씨.. 하며 걸어가고)

 

로비 (D)

 

로비 한켠준수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인사 공고를 보고 있다.

준수 옆으론 오과장그 옆엔 동원그리고 다른 직원들도 웅성웅성.

 

오과장 (준수 보고 뭐라 해 줄 말이 없는 듯... ... 이거... .... 어쩌다가... ... (그러더니 동원 쪽 보고 밝게축하한다강과장대우. (악수하고)

동원 (입 찢어지면서도 애써 겸손하게감사합니다그치만동기 녀석은 대리에서도 미끄러진 마당에 저 혼자 좋아하기도 좀 그렇네요.

오과장 그러니까... (하고 다시 준수 보며 뭐라 해야 할지 난감에이..........

준수 (표정)

 

복도 (D)

 

오과장과 준수 걸어간다.

 

오과장 너두 참.. 왜 이렇게 하는 일마다 안되냐..

준수 올해 저 삼잰가봐요.

오과장 내가 본 너는언제나 삼재였어.

 

이때 엘리베이터 문 열리더니한상무 나온다.

한상무 뒤로 백여진그리고 다른 팀장급들 줄줄이 나오는데.

5년 사이에 더 강해진 한상무백여진의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저절로 주눅 들며 얼른 벽 쪽으로 딱 붙어 서게 되는 준수오과장.

다른 직원들도 양쪽으로 갈라지며 인사하고.

한상무여진과 뭔가 얘기하며 가다가준수와 눈 마주치고.

준수놀라서 얼른 고개 숙여 인사한다.

한상무인사 안받고 말없이 1초쯤 응시하다가 다시 가면.

여진은 준수 외면한 채 한상무 뒤로 따라 가고.

그 무리 사라지고 나면.

 

오과장 .. 난 눈에서 레이저 나오는 줄 알았네상무님이 널 보는 눈빛이 무슨.. 애인 뺏어간 놈 보는 그런 눈빛이야!

준수 애인은 무슨요.

오과장 애인은 애인이지너 입사전에한상무랑 니 와이프 장난 아니었어일할 때 손발 척척 잘 맞는 건 기본이고둘이 뭐.. 출퇴근도 같이 하고주말도 같이 보내고휴가 때는 여행도 같이 가고친자매보다 더 친했어.

준수 (표정)

오과장 그런 제수씨 혼을 쏙 빼서 홀라당 뺏어갔으니... 니가 이쁘겠냐?

준수 그럼 도루 뺏어가라 그러세요데리구 살아봐야 내 심정을 알지.

오과장 중요한 건상무님은 은혜든 웬수든절대 잊지 않는 분이란 사실이지.

한마디로 뒤끝이 길고더럽다는 거...

준수 (... 한숨 쉬고)

 

상무실 (D)

 

한상무여진과 커피 마신다.

 

한상무 난 뒤끝 긴 거아주 딱 질색인 사람이야.

여진 네 상무님.

한상무 그런데 자긴왜 그렇게 질질 끌어?

여진 뭘 말씀이세요?

한상무 아까 봤던 사람 말야황태희 남편.

여진 (!!)

한상무 안 보이는 데로 발령을 내든.. 알아서 처리하라고 몇번 얘기한 것 같은데다른 건 재깍재깍 잘하는 사람이그건 왜 자꾸 잊어버리는거야?

아니면 일부러 붙여두는 다른 이유라도 있는거야?

여진 (얼른 대답 못하고)

한상무 황태희 때문이야?

여진 ?

한상무 아직도 황태희를 그렇게 의식해?

여진 아뇨 상무님그런 건 아니지만...

한상무 그게 아니라면황태희 남편 옆에 끼고 황태희 대신 괴롭히면서 복수하는 그런 유치한 짓은 그만두는 게 낫지 않겠어이제 자긴 황태희 부하직원 백여진이 아니잖아.

여진 (표정)

한상무 그동안은 자기 입장도 조금은 이해가 되고다른 사람들 눈도 있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더 이상은 아닌 것 같아.

여진 ...

한상무 (커피 한모금 마시고아직은 대외비지만좀 있으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거야.

여진 (!!!) 구조조정요?

한상무 확실히 말할게난 황태희 남편.. 가끔이지만 얼굴 볼때마다 거슬려.

이번 기회에 좀 치워줬으면 해같은 말 다시는 안하게 해줘.

여진 (표정 있다가알겠습니다 상무님.

 

사무실 (D)

 

여진 좀 복잡한 표정으로 들어오는데.

준수나름대론 잔뜩 벼르고 있었던 표정으로 일어난다.

 

준수 (작정한 듯팀장님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일동 (시선 집중)

오과장 (옷깃 잡아당기며.. 너 왜 그래..)

여진 (힐끗 보고 따라오라는 듯 들어가면)

준수 (당당히 따라 들어간다)

팀장실 (D)

 

문 닫고 들어오는 준수자리로 가서 앉는 여진.

 

준수 (당당하게제가 왜.. 승진에서 떨어졌는지 알고 싶습니다.

여진 정말 몰라서 물어요?

준수 모르겠는데요.

여진 회사에 아무런 보탬도 안된 사람인데뭘 구실로 인사고과를 줘야 하죠?

준수 저도 제 밥값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진 뭘로?

준수 그건.. (하다가그동안 제가 말씀을 안 드렸는데예를 들면 지난번 개선돼서 힛트친 클린징 용기도 제 아이디어였습니다. (표정에서)

 

술집 (N) -회상

 

준수동원바에서 술 마신다.

 

준수 (신나서 얘기하고 있는우리 마누라가 그러는데돌려서 쓰는 게 많이 불편하다 그러더라구그냥 눌러쓰는 펌프식이면 훨씬 간편할 것 같애.

동원 (바로 맞받아치는안그래도 나도 그 생각 막 하던 참인데!

준수 그치괜찮지?

동원 . (잔 내밀며마시자내가 오늘 쏠게.

준수 (환해지며진짜니가 웬일이냐? (건배하며 원샷하는데)

동원 (입만 대고 바로 내린다)

준수 (다 마시고 잔을 머리 위로 털며 해맑게 기분 좋고)

 

회의실 (D) - 회상

 

준수숙취 덜 풀린 채 한쪽 머리 웃기게 눌려서 회의실 들어오는데.

이미 사람들 다 모여있고한심하게 준수 보는.

동원은 레이저 빔 이용해 프리젠테이션 중이다.

준수여진 눈치 보며 자리에 앉으면동원 유창하게 설명한다.

 

동원 이 용기를 보시면펌프식입니다이렇게 간단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준수 (!!!)

동원 와이프가 그러는데돌려 쓰는 게 불편하다고 하더라구요그래서 생각하게 된 겁니다.

일동 (끄덕끄덕하며 동원이 나눠준 종이 들춰보고)

준수 (저 자식이... 기막히고)

여진 좋네요샘플 의뢰해 보세요.

동원 알겠습니다. (레이저 빔 끄고 자리로)

여진 (준수 보고봉준수씨아이디어 가지고 왔어요?

준수 (동원 째려보다가 놀라? (수첩에 조잡하게 그림 그려져 있고용기 개선.. 펌프식이 어쩌고.. 쓰여 있는 것만 보인다)

여진 뭐해요?

준수 ......저도.. 저거랑 같은 생각인데...

여진 (한심하게 보고다른 아이디어는 없다는 얘긴가요?

준수 (억울정말 저거랑 똑같은 생각이라...

 

팀장실 (D)

 

여진준수 말이 거짓말 같진 않다하지만 다리 꼬고 시니컬하게 보는.

 

여진 그럼 왜 여태 얘기 안했어요?

준수 아니.. 남자가 돼 가지구 그런 걸 또.. 시시콜콜 일러바치기도 참 그렇고.

여진 지금시시콜콜 일러바치고 있잖아요?

준수 (울컥 열받고팀장님이 저한테 왜 이러시는지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여진 (표정 있다가 싸늘내가 공과 사 제대로 구분했으면봉준수씨 이 자리에 있지도 못해요.

준수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여진 됐어요나가 보세요. (외면하며 서류 들춰보면)

준수 (억울해 죽겠는 표정으로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와되긴 뭐가 됩니까난 하나도 안됐거든요?

여진 (보면)

준수 팀장님 정말.. (했다가 열받아서백여진 너 진짜.. 그러는 거 아니다얼마나 나를 더 괴롭혀야 직성이 풀리겠냐?

여진 괴롭혀내가?

준수 너 솔직히 안 그랬어내 생일와이프 생일결혼기념일 귀신같이 알아가지구 야근시켰지크리스마스어린이날당직 시켰지여름휴가 제때 보내준 적 없지뭐 망할 것 같은 프로젝트만 다 나 시켜가지구 맨날 피보게 만들었지!

여진 그래서?

준수 사람을 그렇게 괴롭혔으면인간적으로... 난 큰 것도 안 바래대리 승진은 시켜줘야지내가 정말 쪽팔려서 회살 다닐 수가 없어!

여진 그럼... 그만 둘래?

준수 (!!!!)

여진 그래맞아예전엔 준수씨 괴롭히는 거.. 솔직히 재미도 있었지만.

지금은 좀.. 귀찮고 지루해졌거든?

준수 ?

여진 그러니까 그만 둬도 돼승진도 안 시켜주고 공도 인정 안해주는 회사뭐하러 붙어 있어본인이 결단 내리기 힘들면마지막으로 내가 그건 도와줄께!

준수 너무 극단적이시네요제 얘긴 그런 건 아니구요.

여진 회사 관두긴 싫은가봐?

준수 그럼요먹여살려야 될 처자식이 딸린 몸인데요.

여진 (그 말에 싸늘나가보세요!

준수 (돌아서 나가며 표정)

여진 (좀 복잡한 표정)

 

태희 집 거실 (D)

 

태희아줌마들 쫙 눕혀놓고 맛사지 팩 붙여주고 있다.

 

태희 이거 한 장에 얼마씩 하는지 다들 아시죠맛사지에 팩까지 오천원이면 완전 공짜에요.

병규맘 아유 그래 알지근데 소라엄마가 진짜 이 화장품 회사에서 팀장까지 했었어?

태희 (표정 있다가네에저두 그땐 좀.. 잘 나갔었죠.

병규맘 그래저번에 반상회 때 보니까소라엄마가 추진력도 있고 리더쉽도 있더라음식물수거통에 대한 아이디어는 정말 획기적이었잖아.

일동 (맞아맞아)

태희 (겸손해하며 손사래아유 뭘요.

은미맘 (좀 뚱뚱하다하긴.. 나두 한땐 잘 나갔었지나 스튜어디스였잖아.

우리 남편은 스튜어디스랑 결혼했더니웬 스모선수가 침대에 누워 있냐...! 그러지만.

일동 (와아.. 웃고)

태희 웃으시면 안돼요주름 져요.

 

순간 아줌마들 웃음 뚝다들주름질까봐 눈가며 입가를 잡고.

 

태희 그리고제가 회원관리 차원에서 피부상태 체크하고 있으니까요가시기 전에 사진 좀 찍구요몇가지 설문에만 응답 좀 해주구 가세요~

 

집 앞 (N)

집앞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준수어떻게 집에 들어가나.. 답답하다들어가려다 돌아서서 몇걸음 걷다가다시 들어가려다.. 왔다갔다하는 준수.

 

거실 (N)

아줌마들 다 갔고태희는 청소 중소라는 인형놀이 하고 놀고 있고.

이때 비밀번호 띡띡 누르고 들어오는 준수.

 

태희 왜 이제 와전화두 안되구. (급하게 속삭어떻게 됐어?

준수 (표정)

태희 소라야 잠깐만. (하더니 준수 끌고 안방으로 간다)

 

태희 집 안방 (N)

 

두 사람 들어온다.

 

태희 (재촉승진 어떻게 됐냐구~

준수 (시선피하며표정 있고)

태희 (표정 살피다떨어졌지내가 그럴 줄 알았어아침에 그렇게 큰소리를 치고 가더니두고 보자던 게 이거였어또 떨어지는 거?

준수 (OL/욱해서떨어지긴 뭘 떨어져!

태희 그럼!!

준수 (에라 모르겠다!) ..붙었다!

태희 (!!) 정말당신 그럼.. 승진한거야대리 됐어?

준수 (큰소리그래!

태희 (반색아니... 그럼 전화를 좀 해주지!

준수 그거 뭐 대단한 일이라구...

태희 잘됐다축하해 여보~

준수 (찔리고 시선 피하며 겉옷 벗는다)

태희 (급다정해져서 옷 받아주며오늘 엄마 생신이라저녁 같이 먹자고 연락 왔더라구연희 기지배 마주치기 싫어서 주말에 간다 그랬는데오늘 그냥 가서 먹자? (자랑하고 싶어서 죽겠는)

준수 (난감하지만에라 모르겠다!)

 

태희 친정집 주방 (N)

 

태희모연희,태희상 차리고 있다.

 

태희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질이다사실... 기대도 안했거든그런데 떡하니 승진이 돼 가지구 온거야.

태희모 놀고만 다니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일은 했나보네.

태희 (더 업돼서그 사람이 노력형이라기 보단굳이 말하자면천재형이거든아이디어가 워낙 좋아이런 사람이 한번 맘먹고 하면 무서운 거 알지?

연희 (삐쭉누가 들으면 이사 승진 쯤 한 줄 알겠다꼴랑 대리갖구...

태희 (찌릿꼴랑 대리니가 대기업을 알아고서방이 병원에만 틀어박혀 있으니까 니가 잘 모르나 본데원래 크고 좋은 회사에선 대리도 쉽지 않아.

연희 아 그래그런데 언니 넌.. 왜 그 대리도 쉽지 않은 크고 좋은 회사에서

팀장 자리를 때려치고 집에 들어앉았냐?

태희모 그러게 말이다금방 다시 취직할 거라구 그렇게 큰소리를 치더니.

어디 취직한거니집구석에 취직한거니?

태희 집구석에 취직했음 어때남편이 버는데?

태희모 아유.. 그거 얼마나 번다구그 쥐꼬리만한 거에서 니 시댁에 퍼다주는 돈은 또 얼마니미순이 그게 아들한테 생활비 타 쓴다고 자랑할 때마다 내 속이 터져게다가 봉서방이 그 집 날려먹은 것만 생각하면 내가...

태희 (OL) 아 왜 다 지난 얘길 자꾸 꺼내!

태희모 암튼요새 외벌이는 연희 신랑처럼 한달에 천 이상은 버는 사람이 하는거야.

태희 (오기 나서우리 그이 제부만큼은 못 벌어도때 되면 고아원에 과자도 사들고 가구월 삼만원씩이래두 못사는 나라 후원도 하고 그래.

그 사람.. 마음만은 부자거든?

연희 좋겠다형분 마음이 부자라서근데 난몸이 부잔 게 더 좋드라. (얄밉게 뭐 하나 집어먹으며 쓱 가고)

태희 (저 기지배가확 열받고)

 

태희 친정집 거실 (N)

 

준수연희남편과 앉아 있다.

 

연희남편 형님이번 어머님 생신 선물은 저희가 하려구요집사람이 어머님 여행 보내드리고 싶다고 해서..

준수 (기죽긴 싫어서같이 해 같이.

연희남편 아닙니다저희가 그냥 하겠습니다.

준수 (조금 빈정 상하고같이 나눠서 내자구.. 여행... 얼만데?

연희남편 호텔팩으로 유럽일주하는 건데요칠백만원..

준수 (!!!)

연희남편 그냥 저희가 낼께요 형님.

준수 (표정 있다가주섬주섬 봉투 꺼낸다)

연희남편 (?해서 보면)

준수 같이 내 같이.. (봉투 쓱 밀어주더니 얼른 일어나며)

소라야소라야? (하며 괜히 방으로 가버리고)

연희남편 (봉투 열어보면 만원짜리들 서른장쯤.. 황당)

 

태희 친정 식탁 (N)

 

케익 불 끄는 태희모일동 박수 쳐준다.

 

태희모 다들 고마워바쁜데 시간 내서 와주구..

준수 어머님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꽃다발 주는)

태희모 (덤덤응 그래고맙네.

연희남편 그리구 이거... (티켓봉투 내민다)

태희모 어머나이게 뭔가?

연희 엄마 유럽일주 하고 싶어했잖아오성급 호텔들로만 럭셔리하게 다녀오시라구 여행권 끊었어.

태희모 아우... 뭐하러 그렇게 무리를 해저번에 니들이 호주도 보내줬잖아.

연희남편 이번엔 형님이랑 같이 했습니다.

태희모 (놀라서진짜? (태희 보면)

태희 (역시 놀라고어떻게 된 거냐고 준수 보면)

준수 하하.. 즐겁게 다녀오세요 어머님.

연희 우리가 그냥 다 하려고 했는데형부가 굳이 같이 내겠다 그랬대.

태희 (뭐가 어떻게 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미소로 엄마 보고)

연희 그래서 뭐... 삼십만원.. 보탰다 그러더라구?

준수 (표정)

태희 (표정)

태희모 (그럼 그렇지..)

준수 (민망해서 케익 자른다얘들아우리 케익 먹을까여보.. 접시 좀..

태희 (창피하고 민망하고 열받고)

 

안방 (N)

 

불 꺼져 있고협탁 조명등 정도만 들어와 있다.

태희 돌아누워 있고준수는 돌아누운 태희 눈치 슬쩍 본다.

 

준수 (괜히아니.. 여행은 고생하는 맛 아냐오성급 호텔로만 돌아다니면 여행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겠냐고안그래?

태희 ....

준수 고서방 말이야난 맘에 안 들어사람이 진정성이 없어자식이 맨날

돈질이나 할라 그러고 말이야. (진짜 궁금한성형외과가 그렇게 많이 버나?

태희 ....

준수 내가 삼십만원 내서 쪽팔렸냐그래도 사람이 뭔 말을 하면 대꾸를 좀...

태희 (속상해서 확 일어나며/OL) 삼십만원씩이나 왜 내니 왜그 돈은 어디서 난거야?

준수 내가 돈이 어딨냐현금 서비스지.

태희 그게 이자가 얼만데! (열받고어차피 우리는 연희네 하는 거 따라할 수가 없단 말이야생색도 못낼거 뭐하러 삼십만원씩이나 내냐구내고 망신 당하느니안내고 망신 당하는 게 남는 장산데!

준수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안내냐우린 뭐 자식 아냐?

태희 (그 말에 미안하고난 오늘 당신 승진한걸루 연희 그 기지배코를 납작하게 해줄라 그랬는데당신도 속상했지.

준수 (찔리고 미안하고처제 코가 어떤 콘데.. 납작하게 해줘?

태희 맞어그 기지배 코는 수술한 코라 납작하게 만들기가 힘들지.

 

두 사람그제야 좀 웃는다.

 

태희 있잖아되고 나면 얘기할라 그랬는데나 제품기획안 하나 만들었거든.

준수 기획안?

태희 집에서 아줌마들 피부관리해주면서 생각난 아이디어들 좀 모아서..

작은 회사긴 한데한번 내보려구.

준수 업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며한상무 때문에.

태희 워낙 작은 데니까시간도 좀 지났고.

준수 (끄떡)

태희 당신 승진하고 나니까 앞으로 일도 잘 풀릴 것 같구뭔가 예감도 좋구그러네? (좋아하며당신도 그렇지?

준수 (그 모습 보고 찔리고 미안하고.. 뭐 그렇지. (표정)

태희 주말에 새 양복이라두 한 벌 사러 갈까?

준수 양복?

태희 어차피 월급도 오를텐데기분이지 뭐!

준수 (슬그머니 돌아누우며 미치겠고)

 

구내식당 (D)

 

준수오과장과 함께 식판 들고 줄 서서 기다리는 중이다.

 

오과장 그래서승진했다구 뻥쳤단 말야?

준수 사람을 막 몰아치는데.. 자존심이 상해서..

오과장 (반찬 담으며일 더 커지기 전에 조용히 실토해라몇 대 맞으면 되지.

준수 과장님그 사람 성격 모르세요?

오과장 (잠깐 떠올려보더니몇 대 갖곤 안되겠구나그러게.. 왜 그랬어...

준수 (암담하기만 한)

오과장 근데 너..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그 얘기 들었냐곧 피바람이 불 것 같다.

준수 무슨...

오과장 (주변 휘 둘러보고 속닥....

준수 (!) ?

오과장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고위층하고 접촉을 해봐야지.

 

휴게실 (D)

 

목부장과 오과장 앉아 있고준수가 커피 뽑아다 준다.

옷도 다림질이 안돼 구깃하고머리도 부스스하고.

고위층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꼬질꼬질하고 없어뵈는 목부장.

 

목부장 어 고마워. (맛보고이거.. 고급커핀가?

준수 (깍듯부장님께서 드실건데 일반커피는 좀 그래서..

목부장 어쩐지.. 맛이 다르드라. (맛있게 먹고)

오과장 구조조정 본부가 진짜 차려진다고 합니까 부장님?

목부장 내 동기 알지인사담당 곽이사그놈이 한 말이니까 맞겠지.

그 자식이 날 어려워해서허튼 소린 안하거든.

준수 (존경스럽고회장님 막내 아드님이 본부장으로 올 거라면서요?

목부장 곽이사가 자리 한번 만들어준다구.. 회장 아들이랑 밥 한번 먹자구 자꾸 그래서... (머리 긁으며내가 스케쥴 좀 보자 그랬어.

오과장 부장님먹자골목에 목포낙지라고 새로 생긴 식당 있는데요연포탕 한번 시원하게 모시고 싶습니다!

준수 ..저두요 부장님!

목부장 (허허..) 연포탕.. 좋지. (커피 마시고)

오과장 그럼... 저희는 오늘부터 부장님 라인인 겁니다.

목부장 (흐뭇허허.. 라인은 무슨일단 나부터 회장 막내랑 안면 트고 나면 자네들한테도 소개를 해 줄게. (왠지 앉은 자세 거만하고)

준수,오과장 (좋아서 꾸벅감사합니다 부장님!!!

 

고급 레스토랑 (D)

 

구회장장여사용준 앉아서 밥 먹는 중이고용식 들어온다.

 

장여사 (살갑다막내 이제 오니어서 와 앉아.

용식 (앉으면)

구회장 (못마땅지금이 몇시야시간 하나 못 맞춰?

장여사 우리 제임스두 시차 적응해야죠한국 온 지 얼마나 됐다구.

구회장 제임스는 얼어죽을용식이란 좋은 이름 놔두구.

용식 다들 그래요양촌리 김회장님 아들도 아니고퀸즈 구회장님 아들 이름이 용식이가 뭐냐고.

구회장 (한심하게 보며이거 먹고 나랑 회사 가.

용준 (불만용식이.. 미국 다시 들어갈 거 아니었어요?

구회장 들어가긴 뭘 또 들어가언제까지 그렇게 떠돌고 살거야!

용식 저 아직 배울 거 많아요잠깐 다니러 온건데 이러시면 곤란하죠.

장여사 그래요애가 아직 부담스러워 하는데뭐든 지가 하고 싶어할 때 시켜야지 당신두 참.

구회장 (버럭시끄러워당신도 저 녀석 감싸기만 하는 거 그만둬!

장여사 막내라 그런지.. 아직도 내 눈엔 애같기만 하네요.

(하며 음식 용식 앞으로 끌어다 주고애 먹는데 그만 뭐라고 하세요.

 

누가 봐도 자애롭기만 한 어머니인 장여사.

용식그런 장여사 보는 표정서글퍼 보이기도 하고 시니컬해 보이기도 하고묘하다.

 

뷰티 관리 센터 (D)

 

장여사 우아하게 들어오면프론트 직원들 얼른 나와서 맞이하고.

복도 따라 들어가는 장여사전씬과는 완전히 달리 싸늘한 포스.

 

뷰티 관리실 (D)

 

장여사와 한상무 나란히 누워서 관리 받는다.

 

장여사 그럴 줄 알았어걔가 사고 한두번 치는 것도 아닌데굳이 불러들이시는 게...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 같더라구어디 걜 회사에 끌어들여?

한상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장여사 그래큰 걱정 안해우리 용준이랑은 달라도 너무 다른 애니까.

그래두.. 여기 오래 두기는 싫어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한상무 네 사모님일단 이사회와 주주쪽에서 여론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장여사 너무 티나지 않게제대로 개망신 시키고 내쫓을 방법을 한번 찾아봐.

한상무 네 사모님.

장여사 난 용식이 우리 식구라고 생각 안해식구는 오히려 한상무 같은 사람이 식구지.

한상무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장여사 용식이 건 마무리 되면 나도 가만 있진 않을게한상무도 이제 더 큰 걸 누리면서 살 때가 됐잖아안 그래?

한상무 (보일 듯 말듯한 미소만)

 

엘리베이터 앞 (D)

구회장 용식 들어오면.

일사분란하게 줄 서서 인사하는 직원들.

자기들끼리 무전기로 뭐라뭐라..하며 바쁜 경호원들.

목부장은 임원들 뒤에 묻혀서 보이지도 않는다.

 

목부장 (곽이사에게저기 곽이사.. (뭐라고 말이라도 하려는데)

곽이사 어 나중에... (하더니 얼른 회장님 무리 쫓아가고)

쭈빗쭈빗 고개 들어 눈이라도 맞춰 보고 싶지만 쉽지 않은.

구회장 일가 회장실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사라진다.

저만치 끝에서 사람들 헤치고 오는 준수와 오과장.

 

오과장 부장님만나셨어요?

목부장 .. 사람들 보는 눈도 많고 해서.. 나중에 정식으로 인사 나눠야지. (쓱 가면)

오과장 아씨.. 좀 빨리 올걸.. (기웃기웃)

준수 (아쉬운)

 

남자 화장실 (D)

 

준수볼일 보고 있다아쉬운 표정.

 

준수 .. 좀 빨리 도착했으면 눈도장이라도 찍을 수 있었는데....

 

준수 손 씻기 시작하는데.

들어오는 용식.

처음에는 못 알아보고 있다가 다시 한번 용식 본다.

 

준수 ?!!!

용식 (? 본다)

준수 용식이? (확신맞구나 구용식 이병! (하고 뒤통수 딱 때린다)

용식 (아씨...)

준수 아 자식 빠져 가지구나 몰라봉준수 병장님?!!!

용식 (!!! 준수 보며 점점 표정 변하는)

 

내무반 (D)

 

건들건들한 병장 준수와 군모 쓴 이병 용식 서 있고.

 

준수 감히.. 피같은 짬밥을 입맛에 안맞는다고 남겨대가리 박어.

용식 이병 구용식군에서 대가리를 박는 기합은 금지된 거 아닙니까?

준수 (!) .. 사회에 무슨 빽 있냐니네 아버지가 이건희야?

용식 아뇨이건희 회장님 아드님은 재용이 형이십니다제가 어렸을 때부터 무척 따르던 형이긴 합니다만...

일동 (어이없다는 듯 웃고)

용식 그렇지만 저희 아버지도 재계 20위 안에 드는 회사의 회장님이십니다!

준수 .. 그러십니까우리 아버지는 대통령이신데요.

용식 (놀라..말이십니까?

준수 작은 아버지는 국방부 장관고모는 여성부장관.

일동 (킬킬대고 웃는다)

용식 (???)

준수 (뒤통수 때리고재벌 아들이 현역으로.. 그것도 최전방으로 오냐?

우리 나라 재벌들이 그렇게 양심적이야?

용식 (아프고 신경질난다)

준수 구청장 아들인 내 친구도 방위다그 자식.. 철인삼종경기 챔피언인데.

일동 (킬킬대며 웃고)

용식 (억울그게 말입니다얼마전에 병역비리도 터졌고.. 요즘 사회 분위기가... 점점 투명하게.. 변해가는 바람에... 그리구 아버지가 정치에 꿈이 있으셔서...

준수 (웃으며두손 주먹 쥐고 눈에 갖다 대봐.

용식 (시키는대로 한다)

준수 뭐가 보이냐.

용식 ...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준수 (손 떼주며그게 앞으로 니 군생활이다. (군모 딱 때리는)

일동 (낄낄대고)

용식 (에씨!)

 

남자화장실 (D)

용식 생각만 해도 원통하고 분한 표정으로 준수 노려보고.

용식 ....?

준수 내가 니 친구냐감히 어디서 고참님 존함을..

용식 (꾹 참으며 사납게 본다여기 다니십니까?

준수 (좀 거만그래 임마니가 아는 봉병장님이 뭐 짜잔한 회사 다닐 그럴 분은 아니잖냐근데 넌.. 우리 회사 뭐하러 왔어?

용식 (표정 있다가 피식저도 조만간 여기 들어올 것 같습니다.

준수 조만간 들어오기는 자식아.. 대기업이 만만해아무나 다 들어오냐?

용식 (어이없는)

준수 너 백수지?

용식 ... 아직은 그렇습니다.

준수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너같은 고문관 스타일은 취직이 어렵지. (명함 주며면접 보기 전에 한번 전화나 넣어보든가.

용식 (명함 받으며 표정)

준수 (거만의 극치니가 사회생활 해보면 알겠지만인맥보다 중요한 게 없거든사실은 내가.. (!) 회장님 라인이야.

용식 .. 그러세요?

준수 (허세회장님 막내가 요번에 귀국했는데조만간 날 아끼시는 부장님이랑 다같이 술 한잔 하기로 했다.

용식 (피식네에..

준수 아 내가 어린앨 데리고 뭔 소릴 하고 있냐알아듣지도 못할텐데.

암튼 그런 게 있다형님은 바빠서 이만 가보실테니까힘들고 어려운일 생기면 연락하고!

용식 그러죠.

준수 양복... 아버지꺼냐좋아보인다야. (웃고 나가는)

용식 (씩 웃는)

 

주방 (N)

 

태희뜨거운 불 앞에서 왔다갔다 거하게 음식 만들고 있고.

준수모 음식 접시에 담으며 마냥 흐뭇한.

 

준수모 난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내가 뭐랬니걘 대기만성형이야.

태희 (기분 좋아 맞춰주는네 어머니.

준수모 이제 대리 달았으면 앞으로 쭉쭉 뻗어나갈 일만 남았지 뭐.

아유우리 준수는 몇시에나 올라나?

태희 전화해볼까요?

준수모 아냐 얘승진해서 회사일 바쁠텐데 괜히 서둘러 올라. (룰루랄라 기분 좋은)

태희 (역시 기분 좋고)

 

아파트 앞 (N)

 

준수부괜히 뒷짐 진 채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준수가 온다.

준수준수부 보고 깜짝 놀라는.

 

준수 아부지언제 오셨어요?

준수부 .. 아까.. (괜히 딴 데 두리번거리며니 어머니가 하두 오재서.

준수 무슨 일.. 있으세요?

준수부 아니.. ... (괜히 돌맹이 툭툭 차며너 승진..했다구... 니 어머니가 하두 오재서. (머리 긁적긁적)

준수 (!!!) 그 사람이 저 승진했다구 전화했어요? (난감해 죽겠다)

 

거실 (N)

 

한상 제대로 차려져 있고태희,준수모,준수부,소라그리고 몹시 불편한 표정의 준수가 앉아 있다.

 

준수모 고모님이랑 작은할아버님도 얼마나 좋아하시는지너 축하한다고 꼭 전해 달라시드라시간 내서 전화 넣어드려.

준수 (!) 엄마 친척들한테도 전화 돌렸어?

준수모 그럼기쁜 소식인데한턱 쏘라고들 난리시다.

준수 (답답해 죽겠고술 벌컥벌컥 마시고)

준수모 (속도 모르고얘가 좋긴 좋은가부네과음하네. (호호호)

준수부 (표는 안내지만 기분 좋고)

태희 (미소천천히 마셔요봉대리님. (안주 놔주고)

준수 (..)

준수모 아유 봉대리입에 쫙 붙는다우리봉대리를 위하여!!

준수 (먹다가 체할 것 같다기침하며 가슴 치는)

 

이때 전화 오면 웃으며 핸드폰 가지고 주방으로 가는 태희.

 

주방 (N)

 

태희 통화중이다.

 

태희 응 유경씨어 서류는 대강 다 준비됐어그래 그 회사 인사담당자한테 얘기 좀 잘 해 주구저녁 먹는 중이야우리 남편 승진턱 내느라구.

(사이우리 준수씨 대리 승진했잖아같은 부서 있으면서 그것도 몰라?

(사이뭔소리야 그게? (놀랍고 어이없고 쪽팔리고 분하고)

 

거실 (N)

 

태희차가운 표정으로 나와 준수 등 꾹 찌르고.

 

태희 (거의 복화술 하듯이 이 악물고나 좀 잠깐 봐.

준수 (태희 살벌한 표정에 불안해서 본다)

 

안방 (N)

 

준수 쭈볏대며 들어오면태희 문부터 딸깍.. 잠근다.

준수 뭔가 불안하고.

 

준수 .. ..문은 잠그구..그래?

태희 솔직히 말해.

준수 .

태희 승진한거야만거야?

준수 (쿠쿵.. 놀라고?

태희 나 방금 소유경씨랑 통화했어유경씨 말론당신 이번에도 승진.. 미끄러졌다던데어떻게 된 거야?

준수 (사색여보일단 내 말을 들어봐.

태희 (차갑게!

준수 (막상 하라고 하니까 당황스럽다내가 그럴라고 해서 그런 건 아니고자꾸 당신이 다그치니까 순간적으로 그냥...

태희 (얘기 들으며 점점 더 차가워지는 표정거짓말한거야?

준수 결론적으론... 그렇지.

태희 (폭발할 것 같은그러니까대리 승진했다는 게 뻥이었다구당신 제정신이야?

준수 일단.. 미안하게 됐다.

태희 일단 미안이게 지금 일단 미안으로 될 일이야?

준수 (밀리지 않고당신이 날 너무 코너로만 모니까 나도 모르게 그런 거 아냐.

태희 (기막힌그럼... 내 잘못이란 거야?

준수 누가 그렇대잘못은 내가 하긴 했는데... 나도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거지.

태희 남들은 회사 개근만 해도 달아준다는 대리야그걸 못 달아서 거짓말까지 하고이 난리가 나게 만들어밖에 어머님 아버님 좋아하시는 거 봤지어쩔거야우리 엄마며 연희 기지배한테도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해 놨는데이제 어쩔거냐구!

준수 (달래는) 1년만 버티다가.. 내년에 진짜 대리 승진하면 되잖아내가 그땐 기필코....

태희 (베개나 쿠션 같은 거 확 집어던지며기필코 같은 소리 한다!

준수 (얼굴에 정통으로 뻑맞는다)

 

거실 (N)

 

안에서준수 !!!’ 하는 소리 들린다.

 

준수모 이게 무슨소리야?

소라 (아무렇지 않게엄마가 아빠 꼬집나봐요.

준수모 엄마가 아빠.. 막 꼬집구 그러니?

소라 자주 그래요.

준수모 (확 열받으면)

준수부 (말린다고당신두 나 꼬집구 그러잖아.

준수모 난 애교로 그러는 거구이게 그거랑 같아요? (열받아서 문 열려고 하는데 잠겼다두드리는니들 뭐하니 문 잠궈놓고문 열어 빨리!

 

문 열리고조금 흐트러진 모습의 준수와 화 꾹꾹 눌러참으며 나오는 태희 모습.

 

준수모 .. 에미한테 맞았니?

준수 아니에요맞기는요. (급하게 머리 정돈)

준수모 (태희 한번 밉게 째려보고너두 소라가 어디 가서 얻어맞고 오면 기분 나쁘지나도 그래.. 며느리한테 꼬집히고 살라구 우리 아들 키우지 않았다.

태희 (욱해서 뭔가 말하려고 하면)

준수 (살려달라는 듯 눈빛으로 비는)

준수부 무슨 일... 있냐?

태희 (후우... 꾹 참으며아무 것도... 아니에요죄송합니다.

준수 (아슬아슬하고)

 

안방 (N)

 

태희 들어오면불 꺼져 있고준수 이미 잠들어 있는 듯 하다.

태희불 탁 켜고준수 이불 확 젖히고.

 

태희 일어나 봐아직 얘기 안 끝났잖아! (엉덩이 사정없이 철썩철썩 때리고일어나 보라구!

준수 (깊이 잠든 듯 꿈쩍도 안한다)

태희 (팔 사정없이 꼬집으며안자는 거 다 알아일어나!

준수 (살짝 움찔하지만 그래도 눈 안뜬다)

태희 (에씨열받아 양발로 있는 힘껏 확 밀어버린다)

준수 (데구루루 쿵떨어지는데몹시 아프지만 방바닥에서도 음냐음냐.. 깊이 잠든 척 안 일어난다)

태희 (기막히고그래애쓴다애써. (하고 침대에 눕는다)

준수 (그제야 살짝 눈 뜨는데아파 죽겠나보다)

태희 (벌떡 일어나면)

준수 (다시 눈 꼭 감고)

태희 (분통,서글픈아니 내가 왜 이러구 살고 있어야 되는거니나 그냥.. 황상무님이 이뻐하는 팀장으로 살았으면회사에서 훨씬 더 잘나갔을 거고돈도 훨씬 더 모았을 거고여기저기 해외 출장 다니면서사람들한테 인정받고 대접받으면서내가 하고 싶은 일 맘껏 하면서지금보다 백배 더 멋진 여자로 살 수 있었을 거란 말이야근데 내가 왜 지금.... (말하는데 울컥해서 눈물 날 것 같다내꼴이 지금 이게 뭐니황태희 어디 갔냐구. (속상해서 확 이불 뒤집어 쓰는)

준수 (바닥에서 표정마음 안좋다)

 

주방 식탁 (D)

 

유경태희 서류 보고 있고태희유경 앞에 커피 놔준다.

 

유경 역시 팀장님.. 안죽으셨는데요기획안 너무 좋아요그쪽 회사에서도 좋아할 것 같아요.

태희 그래? (웃으며 오고인스턴트 커피밖에 없다.

유경 괜찮아요. (자기도 모르게팀장님.. 예전엔 에스프레소만 드셨었는데...

태희 (표정 있다가에스프레소그게 뭐니난 생각도 안난다. (커피 마시고어떻게 지내?

유경 저 연애해요.

태희 그래뭐하는 남자랑?

유경 빵 만들어요아직은 진짜 제빵사는 아니구인턴인데... 팔봉빵집이라고 유명한 집 있거든요그 사람.. 제빵왕 되는 게꿈이래요.

태희 (마뜩찮은집이 좀 살아?

유경 부모님이 안계셔서 형편이 좋진 않죠그렇지만.. 저흰 진짜 사랑해요.

태희 (답답하다그 남자랑 사랑.. 해 봤으면 됐지뭘 결혼까지 할라 그래결혼은 딴 남자랑 해안정된 정규직에 집안 빵빵한 남자랑.

유경 팀장님실망이에요팀장님은 그렇게 죽고 못살아 결혼하셔놓구선.

태희 그래죽고 못살아 결혼했다가죽지 못해 산다. (웃고 마는요즘 회사에 별 일 없지? (하는데서)

 

로비 (D)

 

척척척.. 들어오는 구조본 직원들.

외국인도 섞여 있고.

모두들 빨간줄의 신분증을 목에 달고 있다.

신분증엔 큼지막하게 구조조정본부라고 씌어 있다.

준수,오대리,동원 등 직원들 출근하다가 그들을 보면 왠지 주눅 들고.

왠지 심란하다.

 

11층 엘리베이터 앞 (D)

 

11층에서 멈추는 엘리베이터 앞.

문 열리면 구조본 직원들이 훈련 잘받은 군인들처럼 내린다.

 

구조본 사무실 (D)

 

일사분란하게 사무실 꾸며지고 있다각종 집기들이 착착.. 놔지고.

책상마다 붉은색 파일들도 탁탁탁.. 쌓인다.

빨간 목줄 직원들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

절도 있고 재빠르게 자기 할 일들 하는 모습들.

나란히 놓인 수십대의 프린터들이 각자 징.. 소리 내며

사원들의 상세 이력과 성과에 대한 보고서를 쉴새 없이 뽑아내고 있다.

본부장 자리에 <구조조정본부장 구용식명패가 놓인다.

 

임원회의실 (D)

 

한상무의 안내를 받아 용식이 들어온다.

임원진 일동기립하는.

 

한상무 구용식 구조조정본부 본부장님이십니다. (용식 보고먼저 임원진을 간단하게 소개해 드릴..

용식 (OL) 소개는.. 나중에 해도 될 것 같은데요서로 갈길이나 정해지고 나면요이 자리.. 제 자린가요?

한상무 (기막히지만 사무적인 미소로앉으시..(벌써 용식 앉았다표정)

 

한상무를 비롯한 임원진들의 표정뭐야 저거?

하나 둘 어수선하게 앉는다.

 

(컷 튀면)

 

와글와글하며 격하게 토론 중인.

 

변이사 이번에 정리해야할 사람이 삼백명이 넘습니다먼저 숫자가 많은 계약직부터 쳐내고..

용식 (낙서나 하고)

 

(컷 튀면)

 

곽이사 승진에서 두 번 이상 누락된 직원은 회사로부터 능력 인정을 못받았다는 얘기 아닙니까회사가 무슨 월급줘가면서 교육시켜주는데도 아니고.

가능성 없는 직원부터 자르는 게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어쩌고)

용식 (하품이나 하고)

 

(컷 튀면)

 

한상무 연봉이 일정액 이상 되는 부장급 중에서도 대상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구 실적이 좋지 않은 유부녀 직원들도 최우선 대상자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용식 (지루하게 볼펜이나 돌리고 있다가 문득 손들고저기.. 잠깐만요.

일동 (??? 해서 용식 본다)

용식 질문.. 있습니다.

한상무 (미소하시죠.

용식 제가 뭘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일동 (무시하는 표정으로 용식 보고)

용식 회사가 구조조정을 해야할만큼 경영악화가 된 책임은 직원들보단임원진에게 더 큰 거 아닌가요거기에 대한 지적을 하신 분은 아무도 안계시네요그게 좀.. 이상해서...

임원진 (!!! 표정들)

용식 (빙긋제가 뭘.. 잘 몰라서요.

 

임원회의실 앞 (D)

 

임원들 나오면서 다들 기가 막혀하는.

뭐 저런 게 다 있어.. 한마디씩 하는데.

한상무만만치 않은 놈이네.. 싶고.

 

사무실 (D)

 

직원들삼삼오오 모여서 근심스럽게 수군거리고 있다.

 

기쁨 구조조정 대상자 1차 명단.. 담당팀장이 뽑아서 올린대요.

준수 (!)

기쁨 우리 백팀장님 머리 아프실 것 같애열손가락 깨물어서 제일 안아픈 손가락 짤라내셔야 하잖아요?

준수 (아무래도 불리하고표정 위로)

여진 OFF) 승진도 안 시켜주고 공도 인정 안해주는 회사뭐하러 붙어 있어본인이 결단 내리기 힘들면내가 도와주구.

준수 (불안불안한데)

오과장 (슬쩍 와서더 늦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냐누가봐도 니가 제일 안아픈 손가락이야.

준수 (표정)

오과장 이건 진짜 나만 알고 있을라 그런건데우리 팀장.. 이번 주말에 이사한대니네 동네라던데.

준수 (표정 있다가 돌아보면)

 

어느새 직원들 다 와서 듣고 있다.

 

여진네 집 거실 (D)

 

온 직원들 다 모여서 여진 이사를 돕고 있다남자들은 일사분란하게 짐 배치하고여자들은 자질구레한 짐 정리와 청소.

 

여진 (방에서 예쁜 꽃병 같은 거 하나 들고 나오며쉬는 날 다들 미안해서 어떡해요어떻게들 알고 오셨는지 정말..

동원 (얼른 나서서엠티라고 생각하고 팀워크 다지는 거죠 뭐이런 기회 주셔서감사합니다 팀장님! (휘 둘러보며그런데 우리 봉준수씨만 안 왔네요 유일하게?

 

하는데기다렸다는 듯이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준수.

등엔 커다란 책장이나 화장대 따위의.. 한명이 들기엔 무리인 큰 물건이 얹혀져 있고일동 놀라고.

 

준수 (곧 쓰러질 듯 끙끙대며이게 다치면 안되는 거라고 그래서직접 업고 왔습니다어디다..놓을까요.

일동,여진 (표정들)

 

몽따쥬

 

못도 박고박다가 망치질 잘못해서 손도 다치고.

걸레질도 하고.

바지 둥둥 걷고 화장실 청소도 하는 준수.

여진 그런 준수 모습 슬쩍씩 보고.

 

여진 집 방 안 (D)

 

상자 가지고 와서 놓는 준수나가려는데 쌓여있는 짐 속에 앨범이 보인다그리고 살짝 삐져나와 있는 사진도 보이고준수다가가서 사진 빼보면여진 20대 시절의 사진들싱그럽고 발랄한 모습들이다.

준수저도 모르게 아련해지는 표정 있고.

다시 사진 넘겨보다 멈칫하는.

여진이 준수와 찍은 사진인데준수 얼굴만 동그랗게 파놓았다.

 

준수 (기막힌뭐야... 싫으면 버리든가 하지.. 사람 얼굴을 쥐파먹은 것처럼 파놨냐.. 얘 성격 진짜 이상하네.

 

열받아서 넘겨보는데마지막 사진 한 장은 멀쩡하다.

시청광장에서 준수와 여진 함께 찍은 사진붉은악마티 입고 있고.

2002년 6월 22일로 날짜 찍혀있고두 사람 마냥 행복하고 다정한 모습.

준수사진 보는 표정에서.

 

시청광장 (D) - 회상

 

붉은티 입은 사람들 속 준수와 여진사진 찰칵 찍고.

찍어준 사람에게 카메라 받고인사하고.

 

여진 (디카 들여다보며잘 나왔다.

준수 밖에 나와서 응원하니까 기분 확 풀리지?

여진 여기 나오느라 얼마나 눈치 봤는지 알아?

준수 누구또 그.. 황태흰가 뭔가 그 팀장 때매?

여진 (어리광지가 애인 없으니까 세상에 월드컵을 사무실에서 단체로 보자는거야.

준수 미쳤구나?

여진 내 말이아마 지금쯤 다 도망가고 저 혼자 어디서 TV 보고 있을거다.

준수 그런 여자.. 누가 데려갈지 참... 불쌍하다 그놈도!

 

여진 방안 (D)

 

준수사진 보는데자기도 모르게 한숨 나고.

 

준수 .. 불쌍한 놈이 내가 될 줄이야...

 

이때 문 확 열리면얼른 뒤로 사진 감추는 준수.

 

오과장 (자장면 그릇 든 채준수씨뭐해짜장면 먹자고 몇 번을 불렀는데!

준수 아 네나갑니다. (엉거주춤 일어나고사진은 주머니 속으로)

 

여진 집 거실 (D)

신문지 대충 깔고 앉아서 자장면 먹고 있는 일동.

여진이 탕수육 접시 랩 뜯고 있다.

 

여진 나 상사랍시고 부하직원들 이렇게 부려먹는 거 딱 질색인데.

현주 무슨 말씀이세요이건 저희가 자발적으로 도와드리는 건데~

여진 알긴 알지만남들이 보면 딱 오해사기 좋겠어서 그렇지.

오과장 (아부한답시고누가 오해를 해요백팀장님은 이런 거 도와줄 남편이 없으시니까 저희라두...

 

분위기 싸해지고여진 표정.

기쁨이 오과장 슬쩍 꼬집는다.

 

오과장 (수습한답시고하지만애인은 있으시잖아요오늘 같은 날 오셔야 되는 거 아닌가?

여진 (표정)

기쁨 (더 세게 꼬집고 하지 말라고...)

오과장 (난감한 표정)

여진 그럼드시고들 계세요음료수 좀 사올께요. (하고 나간다)

현주 왜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오과장 ... 애인 있는 거 아니었어부잣집 아들?

기쁨 깨졌단 말이에요그 집에서 팀장님 편모슬하에서 자랐다구.. 헤어지라구 난리쳐서.

현주 (OL) 그만 해.

기쁨 (! 해서 입 다물고)

오과장 진짜야.. 난 그것도 모르고 괜히 결혼했네좀 더 기다릴걸...

준수 (그랬구나.. 싶고표정)

 

동네마트 (D)

 

태희생선 코너에서 생선 고르고 있다.

 

태희 굴비는 얼마나 해요?

상인 한 두릅에 이십만원이에요영광 굴비라 아주 맛있습니다.

태희 (얼른 놓고표정 있다가고등어 한손 주세요.

상인 . (하며 다듬기 시작하는)

 

태희뭐 이렇게 비싸.. 궁시렁대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멈칫!

맞은편으로 여진이 오고 있다.

몹시 세련된 차림에 당당한 걸음걸이로 또각또각 오는 여진.

태희깜짝 놀라고.

재빨리 자기 차림부터 점검한다.

슬리퍼에 너무 편안한 차림부스스한 머리.

게다가 티셔츠에 김치국물 튄 거 작게 묻어 있고.

그것을 발견한 태희 표정홱 돌아선다하지만.

여진 (태희 돌아선 거 보더니 여유롭게 오며황선배?

태희 (돌아선 채이런 젠장!!!!)

여진 (확인사살황태희 선배 맞죠? (하며 또각또각 다가온다)

태희 (어쩔 수 없이 돌아선다장바구니 같은 걸로 자연스레 김치국물 가리며 도도하게누구? (이제야 봤다는 듯어머... 백여진씨네?

여진 . (태희 위아래로 한번 훑고몰라 볼 뻔 했어요.

태희 (여전히 도도하게잠깐 집앞 마트 나오느라 차림이 좀 그렇네여진씨는 여기 웬일이야?

여진 이사왔거든요.

태희 어딜?

여진 어디긴요이 동네죠.

태희 (표정이 동네?

여진 여기 바로 길건너에 우리 그룹에서 새로 지은 주상복합 있잖아요.

특별분양 받아서 들어왔어요.

태희 .. 그래?

여진 준수씨가 얘기 안해요지금 준수씨 우리집 이사 도와주고 있는데?

태희 (!!!) 이사를 도와주고 있다구?

여진 액자 걸어주겠다구 못 박아주다가 손가락두 다쳤어요미안해 죽겠네.

태희 (표정)

여진 그러지 말구저희 집에 잠깐 들르세요오랜만에 팀원들도 볼 겸.

태희 (!) 아니야됐어!

여진 (힐끗 보더니옷 때문에 그러세요아줌마들이 살림하다 보면 그렇죠 뭐정 걸리면 갈아입고 오시든가요.

태희 (!!! 다시 확 가리고)

 

동네마트 앞 (D)

태희 장바구니 들고 나오는데.

뒤로 여진 쥬스병 하나 달랑 들고 따라오고.

 

여진 오랜만에 만났는데아쉽네요다음에 또 뵈요.

태희 글쎄.. ..

여진 다 지난 일인데서로 안 볼 이유는 없잖아요?

태희 (표정 있다가보통사람이랑 싸워서 안 보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재수 없어서 안 보지.

여진 (!!)

태희 (홱 돌아서 가면)

여진 (여전하구나 싶고)

 

태희집안방 (N)

 

태희 화장대 앞에 앉아서 거울 보면 속상해 죽겠다.

 

태희 .. 하필 이 꼬라질 때... (표정 있다가근데 이 인간은 왜 그 기지배 이사하는 델 가 있어? (준수에게 전화하는데 꺼져 있고)

 

여진 오피스텔 건물 앞 (N)

 

준수전화기 꺼내 보면 배터리가 다 나갔고주머니에 다시 넣는데.

일각에 여진 모습이 보인다준수, ? 해서 다가간다.

여진남자와 실랑이 중이고.

 

남자 일단 타타고 나서 얘기하자니까?

여진 그 차 타면나랑 결혼할거야?

남자 (약간 당황하며 달래듯여진아그건 좀 천천히...

여진 나랑 결혼해서 병원에 있는 우리 엄마도 모셔주고그럴거야그럼 탈게.

남자 내가 우리 엄마 설득해 볼게. (하며 여진 손목 끄는데)

여진 (찰싹 뺨 때리고너 결혼날짜 잡힌 거 알고 있거든니네 엄마가 와서 친절하게 알려주시드라.

남자 (!!)

여진 그러니까 곱게 보내줄 때 가. (돌아서려는데)

남자 (확 잡고그래나 결혼한다결혼하고 우리가 못 만날 이유 있냐?

여진 ?

남자 너 돈 좋아하잖아명품도 좋아하고내가 결혼해도 여태 내가 너한테 해준 것처럼 다 해줄게아니 더 해줄께!

여진 (또 때리려고 손 드는데)

남자 (손목 잡아 확 놓고너 진짜 나랑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냐난 그게 더 놀랍다.

여진 (휘청해서 쓰러질 뻔)

준수 (더는 못보고 있겠다나서는백여진여기서 뭐해?

여진 (!!! 해서 본다)

준수 어머니 뵈러 병원 가기로 해놓고여기 있으면 어떡해누구셔?

남자 너 그새 남자 생겼냐?

준수 ... 얘가 니가 그렇게 씹던 마마보이야딱 그렇게 생겼네.

남자 이 자식이... (하며 달려들 듯 다가오면)

준수 (악수할 듯 손 내밀며서울스포츠 봉준수 기잡니다재벌2세나 졸부2세들의 사생활 캐는 일을 주로 하고 있구요방금 이 상황.. 아주 좋은 기삿감인데어떻게 인터뷰 좀 해주시겠습니까결혼식 때 확 뿌려드릴게.

남자 (표정 있다가 그대로 차 타고 간다)

여진 누가... 나서랬어!

준수 돈 많다고... 아무나 만나지 말고좀 제대로 된 놈을... (했다가 말자 싶고아닙니다나서서 죄송합니다회사에서 뵙겠습니다. (하고 가면)

여진 (속상하고 창피하고)

 

태희 집 거실 (N)

 

태희냉랭하게 앉아서 텔레비전 보고 있는데보는 게 보는 게 아니다리모콘 계속 돌리는데준수 들어온다들어오는 거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데준수 손가락에 밴드 감긴 거 보니 열불난다.

 

태희 못 박아줬다더라백여진 이사하는 데 가서?

준수 ... 어떻게 알았어?

태희 아까 마트 갔다가 만났어난 당신이 그런 건 아예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거든그래서 여태 내가 다 하고 살았는데다른 집 가선 그런 것도 하는 사람이었나봐?

준수 (선 채로나도 뭐... 기분 좋아서 한 건 아니다.

태희 (휙 보면기분 나쁜데 왜 해백여진 비위 맞추려구?

준수 그래비위 맞추려고못도 박고냉장고도 나르고걸레질도 하고화장실 청소도 했다.

태희 (속상하고뭐하러.. 그렇게까지 해!

준수 니꼴이 지금 이게 뭐냐며황태희는 어디 갔냐며!

태희 (!! 표정)

준수 (울컥멋있고 화려하고 잘나가던 황태희가겨우 대리 승진도 못해서 이렇게 빌빌대는 남자 만나 불행해 죽겠다는데내가... 그래도 남편인데... 내 마누라한테 그런 소리 듣고어떻게 가만 있냐못 박는 게 대수냐내가 뭔 짓을 못하겠냐!

태희 (표정)

준수 (확 들어가면)

태희 (눈물 나고속상하고)

 

여진 방 안 (N)

 

여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모니터에는 인트라넷에 접속한 화면 떠 있고.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 적어내는 화면이다.

여진빈 칸에 이름 적기 직전이고조금은 갈등되는 표정이다.

키보드에 뭔가 치는 모습에서.

 

구내 식당 (D)

 

준수오과장그리고 목부장이 들어온다.

 

목부장 (괜히 주머니 뒤적뒤적식권 있나?

준수 (얼른 내주며제가 내겠습니다.

목부장 고마워..깜박 깜박하네?

 

세 사람음식 배식받으며 대화 진행.

오과장 부장님도 데스콜 얘기 들으셨죠?

목부장 .. 그거?

준수 솔직히 좀 긴장되더라구요전화로 통보해서 11층으로 올라오라 그런다면서요.

목부장 얘기는 들었는데.. 괜찮아너무 걱정들 하지 말고.

준수 그래도 되는 겁니까?

목부장 명단 올라오는대로 곽이사가 나한테 콜을 주기로 했으니까내가 미리 알려줄게너무 떨지들 말라구.

준수,오과장 감사합니다 부장님.

 

얼른 가서 의자 빼주고예를 다해 모신다.

 

영업부 (D)

 

목부장이 쑤시며 들어오는데자리에 있는 전화벨 울린다.

목부장 표정 있다가 전화 받는다표정 있다가..

 

목부장 .. ... 지금 말씀입니까? ... .

 

전화 끊고나가는 목부장.

목부장 책상 위에 압정으로 눌러 붙여진 사진.

아이들 두명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다.

 

사무실 (D)

 

오과장준수유경 모여 앉아 있고.

 

준수 진짜?

유경 네에좀전에 올라가셨는데 삼십분 넘게 안 내려오고 있대요.

오과장 (... 기막힌 한숨어떻게 이런 일이....

준수 곽이사님 라인이라면서요!! 회장님 라인이라면서요!!

오과장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완전 헛다리 짚은 거 같다.

 

이때 준수 자리의 전화벨 울리고.

!! 놀라는 일동시선 쏠린다긴장되는 순간.

준수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조심스럽게 전화기 드는데서.

 

엘리베이터 앞 (D)

 

준수무서워 죽겠다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문자 온다.

마누라. <꽃게 샀어싱싱할 때 꽃게찜해줄게일찍 들어와>

순간 눈가 빨개지는 준수꾹 참는다.

 

엘리베이터 안 (D)

 

준수 탄다준수표정 있다가 11층 누른다.

함께 탄 사람들, 11층이라는 숫자만 보고도 놀란 표정들.

안된 듯 준수 보고지들끼리 뭔가 수군수군..

숫자 올라가는 거 보는 준수의 막막한 표정.

 

1102호 앞 (D)

 

준수서 있다가 심호흡하고 무겁게 문 열고.

 

1102호 (D)

 

준수들어서는데.

몇몇 사람들 한 가운데용식이 앉아 있다.

준수잘못 봤나 싶어 다시 보고또 다시 보고분명히 용식이다.

 

준수 (자기도 모르게구이병... 니가 여기 왜 있냐?

용식 (표정)

 

구조본 사람들무슨 소릴 하는거야하는 표정들로 준수 보면.

용식피식 웃는다.

 

준수 아니.. 구이병 니가...

 

하고용식 이름표를 보면구조조정본부 본부장이라고 돼 있다.

준수잠시 멍해진다잘못 봤나?해서 다시 봐도구조조정본부장이다.

 

준수 그러니까.. 구이병 니가... 구조조정본부장...(화들짝)님이시라구요?

 

용식씩 웃고그대로 얼어버린 준수의 표정에서

.역전의 여왕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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