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4회
1. 자막 - 제 4 부 Over the rainbow
2. 달리는 차 안 (밤)
- 나사장의 차 안.
- 침묵에 휩싸여있는 진헌과 삼순. 삼순, 힐긋 그를 본다.
3. 저택, 2 층 오디오방 겸 서재 (1 회 엔딩)
진헌 ... 그건 안되겠는데?
삼순 ?... 왜요?
진헌 ... 악보가 없잖아요
삼순 ?... 지금까지 악보 없이 쳤잖아요.
진헌 그건 못외웠어요
삼순 ?... 지금 나 놀리는 거죠? 방금 친 것보다 몇십배 더 쉬운 건데 그걸 못 외워요? 빨리
쳐줘요. 난 그거 듣고 싶어요
진헌 못쳐요
삼순 쳐요!
진헌 못친다구요!
삼순 쳐요 빨리! 여자친구한테 그것도 못해줘요?!
진헌 (확 분노가 서린다)
삼순 (아 저 표정, 큰일이다!)
진헌 (싸늘한 얼굴로 피아노 뚜껑을 쾅! 덮는다)
삼순 (흠칫!)
- 굳은 얼굴로 삼순을 지나쳐 나가는 진헌
- 삼순, 어처구니가 없는데
윤비서 (E) 전에 사귀던 아가씨가 좋아하던 곡이에요.
삼순 (홱 돌아본다) ?!...
윤비서 삼순양도 진헌이가 처음은 아니겠죠 설마?
삼순 !...
4. 달리는 차 안
- 삼순, 새로 알게 된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삼순 (마음의 소리) 이 얼음왕자가 연애를 했다구? 어떻게 안녹고 살아있었네?
진헌 임기사님, 여기 세워주세요
삼순 (여긴 왜?)
5. 바
- 마주앉은 진헌과 삼순
- 종업원이 진헌의 앞에는 위스키를 삼순의 앞에는 칵테일을 놓고 간다
진헌 (종업원이 가자마자) 앞으로 나한테 요구 같은 거 하지말아요
삼순 ?!...
진헌 요구, 질문,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모든 말과 행동, 하지 말아요.
삼순 !... 아니 치기 싫은 곡을 쳐달라고 한 건 미안한데요, (새삼 화가 나서) 지금 나한테 5 천만원
빌려줬다고 유세 떠는 거에요? 사정사정할 때는 언제구, 왜 그렇게 앞뒤가 달라요 사람이?
진헌 (피곤하다) 묻지 말아요, 토 달지 말아요, 귀찮게 하지 말아요 제발! 안그럼 계약 파기하는
수가 있으니까.
삼순 (어처구니가 없다!) ... 좋아요, 계약 파기 해요!
진헌 ?!...
삼순 나 참 드러워서 정말. 돈 오천에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조만간 갚을 테니까 계약 파기
합시다.
진헌 ?...
삼순 돈이 어디 있냐구요? 장기 팔 거에요
진헌 (같잖다) 그 몸에 그렇게 비싼 장기가 있을까? 아- 애는 잘 낳겠군
삼순 !!!... 그래, 파기하자 파기해! 계약서를 쓰길 했어, 차용증을 쓰길 했어? 없던 걸로 합시다.
대리모를 해서라도 갚을테니까!
- 삼순, 벌떡 일어나 나가는데 바로 옆을 스치는 그녀를 진헌이 확 끌어앉힌다. 그뿐 아니다. 바짝
밀착하며 어깨를 덥석 안는다.
삼순 (자지러지게) 뭐, 뭐 하는 거에요 지금!
진헌 (재빨리 속닥이는) 가만 있어요. 나사장이 사람 풀었어요.
삼순 !... (덩달아 속닥이는) 사람.. 을 풀다뇨? 진돗개를 푼 게 아니구요?
진헌 고개 돌리지 말고 봐요, 저쪽 바바리 입은 남자
삼순 (슬그머니 본다)
- 방금 전에 들어온, 바바리 입은 남자가 자리를 잡고 앉는다.
진헌 나사장 떨거지에요. 우리가 진짠지 아닌지 감시하는 걸 거에요.
삼순 !... 아니 그럼 이런데서도 연극을 해야 돼요?
진헌 오천만원을 거저 먹을려 그랬어요?
삼순 (이런!)
6. 바
- 단단한 종이로 된 컵받침(크고 인상적인)에 뭔가 열심히 쓰고 있는 삼순.
- 진헌은 연인 흉내를 하느라 아직도 삼순의 어깨를 안고 있지만 피곤한 표정이 역력하다.
- 삼순, 마침표를 찍고 건넨다. 진헌이 그걸 보는 동안 바바리맨이 슬쩍 본다.
- 영문잡지 보는 척 하는 바바리맨, 홴지 엉성해보인다.
진헌 ?... 쓸데없는 스킨쉽은 하지 말라뇨?
삼순 몰라서 물어요? 하지만 지금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참아주죠 까짓거. 5 천만원 거저
먹을 생각은 없으니까.
진헌 (같잖고 피곤하다) 세상에 어느 남자가 댁같은 여잘 안고 싶어하겠어요?
삼순 !!!
진헌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내뱉는 말에서부터 내쉬는 숨소리까지, 그쪽 아주 훌륭한
무리인 거 알아요?
삼순 (찰싹 뺨을 친다. 너무 가까워서 애교스러운 정도. 자기도 모르게 그래놓고 당황스러운)
진헌 ?!...
삼순 (사과하긴 싫어서 턱 치켜들며) 어때요 무기 맛이?
진헌 (화났다. 컵받침을 던지듯 내려놓는다)
삼순 (에라 모르겠다) 좋아요, 파기해요.
진헌 ...
삼순 ...
진헌 ... 가장 중요한 게 빠졌어요.
삼순 (? 해서 본다)
- 진헌, 컵받침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 삼순, 힐끔거린다
이영 (E) 연애계약서. 일. 현진헌과 김삼순은 자발적인 합의하에 2005 년 12 월 31 일 까지
연애하는 척을 한다.
7. 삼순네 화장실 (동 밤)
- 삼순,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한다
- 이영이 문가에 서서 컵받침을 읽고 있다
이영 이. 그 대가로 현진헌은 김삼순에게 5 천만원을 빌려주고, 김삼순은 그가 하는 모든 일에
절대적으로 협조한다. 삼. 현진헌은 김삼순에게 스킨쉽을 시도하지 않는다. 이 조항은
김삼순에게도 해당된다. 단, 연애하는 척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서로 동의한다?
유치하게 뭐야 얘들? 니들 하이틴로맨스 쓰니?
삼순 요즘은 할리퀸 문고야
이영 가만, 이건 또 뭐야? 육. 연애하는 척은 하되 연애는 하지 않는다. 절대로.
8. 바 (#6)
- 진헌, 컵받침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 삼순, 힐끔거리다가 진헌이 다 쓰자 확 뺏듯이 가져와 읽어본다. 곧 찌쁘드드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진헌 그게 있으면 스킨쉽 따위 걱정 안해도 되겠죠?
삼순 (소리내어 읽다가...) 연애하는 척은 한되 연애는 하지 않는다. 절대로?
진헌 왜요, 마음에 안들어요?
삼순 아뇨, 몹시! 아주 몹시!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이 부분, 양다리를 걸치지 말라뇨?
진헌 아무리 가짜연애지만 내 여자가 다른 남잘 만나는 건 용서 못해요. 나 외의 다른 남자는
만나지 말아요.
삼순 (혼잣말) 지가 예수야?
진헌 맞선도 안돼요.
삼순 좋아요. 아무리 가짜연애지만 동시에 두 남자, 내 체질 아녜요. 혼인을 잠시 유보하죠 뭐.
근데 그쪽도 나 외에 다른 여잘 만나선 안되겠죠?
진헌 물론.
9. 삼순이 방
- 삼순, 앉은뱅이 화장대 앞에 앉아 밤화장 중이다. 방은 혼자 쓰는 방이다.
이영 위험해, 분명 정상은 아니야
삼순 이제 알았어? 그 비정상 덕분에 집을 건진 거라구.
이영 삼식이 잘 생겼니? 키 커?
삼순 (시큰둥) 키는 좀 크고, 뭐 남들은 잘 생겼다구 하긴 하는데.. 아 그럼 뭐해.. 개싸가진데
이영 피부는 구리빛이겠구나.
삼순 구준엽이냐? 그냥 백설기야.
이영 안되겠다. 내가 한번 가봐야지.
삼순 와서 뭐하게. 꼬실려구?
이영 야. 내가 남잘 좋아하긴 하지만 동생이랑 계약연애하는 남잘 꼬시겠니? 계약 끝나면
꼬셔야지.
삼순 (이구, 그럼 그렇지!)
이영 (컵받침을 마저 읽는다) 위의 여섯 조항을 어길 경우 계약은 자연파기된다. 그 책임은
김삼순에게 있을 시 김삼순은 오천만원을 당장 상환하고, 그 책임이 현진헌에게 있을 시 현진헌은
오천만원을 깨끗하게 탕감해준다. 냄새가 나... 아무래도 냄새가 나.
삼순 ?... (킁킁) 냄새 나네. 가스불에 뭐 올려놓고 온 거 아냐?
이영 ?... (킁킁) 어머 베이컨! (뛰어나간다)
삼순 백만불짜리 체질이야. 잠잘 자리에 삼겹살을 먹고도 저 몸매 유지하는 걸 보면.
10. 홀 룸
- 진헌과 오지배인과 현무와 삼순이 회의중이다.
진헌 인원은 대략 50 명 선이고 1 인당 단가는 10 만원에서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현무 보며) 그
선에서 일단 몇가지 메뉴 좀 뽑아놓으시구요. 케익이 문젠데 그쪽 요구가 좀 까다롭습니다.
삼순 (? 해서 본다)
현무 까다롭다니? 뭐가?
진헌 케익만큼은 드마리에서 주문하고 싶다고 하네요
현무 왜?
진헌 요즘 상류층에 베이커리는 드마리가 최고라고 알려진 모양이에요. 작년 가을에 일본에서
공수해온 파티쉐 때문인 거 같아요.
현무 하여튼 사람들 입맛처럼 간사한 게 없다니까? 한동안은 당텔로 몰려들 가더니 어떻게
귀신같이 알아요들.
오지배인 이부장님은 가보셨어요?
현무 몇 번 가봤죠. (잘난 척) 뭐... 제대로 하드라구요.
오지배인 (진헌 보며) 그래두 그럼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을까요? 우리도 엄연히 파티쉐가
있는데.
삼순 아뇨.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 모두들 삼순을 본다
삼순 채리 성격 저도 잘 아는데, 그 애, 남한테 지는 걸 몹시 싫어해요. 아마 최고의 약혼식을
만들고 싶을 거에요. 그러니 요리는 물론 케익까지 최고여야 돼구요.. 그쪽에서 그렇게 원한다면
들어주세요. 저는 디저트만 맡겠습니다.
진헌 그쪽에서도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삼순 (마음의 소리) 다행이야. 현우씨 약혼식 케익을 안만들어도 된다니.
진헌 하지만 이쪽에서 다 맡기로 했습니다.
삼순 (휙 본다)
진헌 드마리보다 나은 케익이 나올 거라고 설득했습니다.
삼순 ?!...
- 오지배인과 현무, 뜨아하게 진헌을 본다
- 진헌, 좀 당황한다. 연인선언을 한 뒤라 이상하게 비칠지도 모르겠다.
진헌 물론 사적인 관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파티쉐 김희진씨에 대한 제 소견일 뿐입니다.
현무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진헌 아닙니다.
현무 에이 아닌데 뭘. 기면 또 어때서. 괜찮아아.
진헌 (정색하고) 아닙니다
현무 ?... (머쓱)... 알았어..
삼순 (인상 일그러진 채, 마음의 소리)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냐고요... 뭘 잘못 했길래 날 차버린
남자의 약혼식 케익을 만드냐고요...
진헌 김희진씨, 자신있죠?
삼순 (끙... 얼굴 펴며)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11. 홀 룸
- 진헌, 흩어진 서류를 모으고 있다
- 오지배인, 진헌을 보며 웃는다
오지배인 (자연스럽게 반말) 일만 하는 청춘은 재미없다 그랬더니 희진씨랑은 언제부터
그런거야?
진헌 (그저 웃는다)
오지배인 희진씨, 괜찮은 거 같애. 자기가 좀 무뚝뚝하니까 옆에 그런 사람이 있는 게 좋지. 근데..
둘이 결혼할 거야?
진헌 (피식 웃는다)
오지배인 왜. 내가 너무 앞서가나?
진헌 오지배인님은 결혼을 왜 하셨어요?
오지배인 나? 내가 왜 결혼을 했더라? ... 아, 내가 추위를 잘 타거든. 겨울만 되면 이불 속이
어찌나 춥던지 못견디겠더라구. 그래서 전기장판을 살까 결혼을 할까 하다가 나 좋다는 남자가
있길래 얼른 해버렸지. 전기요금이 안드니까. 근데 이 놈의 영감이 너무 빨리 가는 바람에 결국 돈
썼잖아. 돌침대루.
진헌 (후후 웃는)
오지배인 그래두 사람 체온만은 못해
진헌 저 오후에 제주도 가는 거 아시죠?
오지배인 걱정말고 다녀와. 어머님한테 좀 사근하게 굴고. 오픈이 언제랬지?
진헌 다음 달 9 일이요
12. 보나뻬띠 전경 (동 오후)
- 홀 입구에 있는 안내판이 휴식시간임을 알린다.
12-1. 홀
- 텅 빈 홀 테이블에 앉아 관련서적을 들추며 레시피 짜고 있는 삼순
- 노트. 3 단 케익이 그려져 있다. 갖가지 메모들.. 채리와 현우의 이름도 휘갈겨져 있다
- 문 열리는 소리에 이어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난다. 돌아보는 삼순
- 누군가 들어섰는데 역광으로 잘 안보인다.
삼순 (눈 부셔 찌푸리며) 지금 쉬는 시간인데요
- 실루엣이 뚜벅뚜벅 다가온다
- 삼순, 일어난다
- 실루엣이 삼순의 앞에 와 멈춘다. 희진이다. 선글라스를 벗는다
삼순 (상냥하게) 런치 타임 끝났습니다. 손님.
희진 (실내를 둘러본다. 그가 이렇게 꾸며놓고 사업을 하는구나)...
삼순 ?... 손님?
희진 사장님 만나러 왔어요. 안에 계신가요?
삼순 사장님, 지금 안계신데요.
희진 어디 외출하셨나봐요?
삼순 일 땜에 제주도에 잠깐... 근데 누구시죠?
희진 언제쯤 오시죠?
삼순 내일 오후에요. 다음에 오죠. 실례했습니다. (돌아서다가 멈칫, 다시 돌아보며) 저 혹시
커피는 되나요? 커피 한잔 했으면 좋겠는데
삼순 죄송합니다. 손님. 오더마감이 되서요.
희진 네에... (웃어보이고 돌아서서 나간다)
- 삼순, 테이블에 앉다가 문득 돌아본다. 좀 갈등하더니,
삼순 저기요.
희진 (멈춰 돌아본다)
삼순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마시는 커피라도 드릴 까요?
희진 ?...
삼순 그냥 뭐... 손님을 박대하는 것 같아서..
13. 홀
- 희진의 테이블에 커피를 서빙하는 삼순
- 희진, 삼순의 이름표를 보게 된다
희진 제 이름이랑 똑같네요
삼순 ?... 아, 네에.. 또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희진 네, 고맙습니다.
- 삼순, 자기 테이블로 가 하던 일 한다. 두 여자가 앞뒤의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은 형국이 된다.
문득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어색해서, 누가 먼저랑 것도 없이 웃어주는 두 여자... 마주앉은 채,
삼순은 레시피를 짜고 희진은 커피를 마신다. 흑백고전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4. 홀
- 삼순이 열심히 메모하고 있는 노트 위로 커피가 떨어진다.
- 삼순, 놀라 쳐다본다
- 영자가 스릴러적인 표정으로 커피를 쪼르르 붓고 있다.
삼순 뭐하는 거에요 지금?
영자 몰라서 물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 너 어디서 배워먹은 짓거리야? 어디서
굴러먹다 와서 남의 남자를 가로채?
삼순 이봐요 장캡틴.
영자 어떻게 그 얼굴에 우리 진헌씨를 꼬셨을까? 불어터진 너구리상으로? (은근히) 너, 니가
먼저 자빠졌지.
삼순 (기막히다)... 말을 말자 말을... (주섬주섬 챙겨 돌아서다가 헉!)
- 전 여자직원이 쪼르르 서서 삼순을 무섭게 흘겨보고 있다. 그 중엔 인혜도 있다
삼순 (구세주 같다) 인혜씨.
인혜 관심 없다면서요. 사람이 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
삼순 !... 인혜씨, 내가 인혜씨한텐 정말 할 말이 없다. 근데 그럴만한 사연이 있거든? 좀만
이해해주면 안될까? 연말 지나면 내가 다 얘기해줄게 응?
인혜 시방 뭐라고 씨부렁거리는 거여 저 잡것이?
삼순 (충격) 잡것? 씨부렁?
인혜 밟아부러!
- 여자들, 우르르 달려든다. 때리고 꼬집고, 넘어진 걸 밟는다. 살려주세요, 너희들 가지세요, 라고
하는 삼순의 구차한 구걸과 비명소리! 밟아! 죽여! 여자들의 외침으로 아수라장인데...
15. 홀
- 테이블에 엎어져 자다가 헉! 일어나는 삼순. 침 닦으며,
삼순 요즘 나 왜 이러냐... 몸이 허해졌나? 보약이라도 한재 지어먹을까?
- 그때 우르릉 천둥소리
- 삼순, 자라목이 되어 휘휘 돌러본다. 화창한 날씨!
삼순 (졸아서)... 알았어 알았어, 안먹으면 될 거 아냐. 이 몸에 보약 먹으면 벼락 맞지...
- 그 눈에 맞은 편 테이블의 찻잔이 보인다. 삼순, 일어나 희진이 앉았던 테이블로 간다
삼순 갔나?... (빈 찻잔 옆에 몇 자 적힌 냅킨을 집어들고 본다)
희진 (E) 커피 잘 마셨습니다, 김희진씨
삼순 얼굴도 이쁜 년이 글씨도 이쁘네. (그때 뭔가 떠오른다. 경직된다)
-( 플래쉬백) 희진이라는 이름은 안된다던 진헌(1 회 #57)
-( 플래쉬백) 전에 사귀던 여자에 대해 얘기하던 윤비서(#2)
- 혹시 그 여자일까? 느낌이 이상한 삼순
16. 홀 입구 (다음날 저녁)
- 영자가 '오늘의 스페셜' 메뉴를 걸어놓는다
17. 베이커리실
- 삼순과 인혜, 바쁘게 디저트용 셔벳을 만들고 있다. 똑똑 노크소리. 둘 모두 돌아본다
- 진헌이 문가에 서 있다
- 인혜가 눈치껏 나간다
삼순 (인혜가 나가자 그에게 쏘아붙인다) 거봐요. 이게 뭐에요, 불편하게. (혼잣말) 이래서
사내연애는 쉬쉬 하는 건데...
진헌 (신경도 안쓴다. 다가와 케익상자를 내민다) 제주도에서 아주 맛있는 케익을 발견했어요.
유자랑 유채를 이용했더라구요. 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서요
삼순 (떨떠름하게 받는다) 고마워요
진헌 (건네자마자, 삼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돌아서고)
삼순 어제 낮에 손님이 왔었어요
진헌 (멈춰 돌아본다)
삼순 성은 모르고, 혹시 희진이라는 여자 알아요?
- 진헌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한다
- 그 변화에 더 놀라는 삼순
진헌 ... 누가... 왔었다구요?
삼순 (내가 왜 떨릴까?)... 희진.. 이라는 여자요...
진헌 (확실하냐고 묻듯이 뚫어지게 본다)
삼순 (목소리가 떨려나온다) 내 이름표를 보고... 이름이 똑같다고 했어요. 그래서 내가 커필
줬어요. 그냥 보내기 그래서.. 그냥 우리 마시는 거...
진헌 (그래서?)...
삼순 그래서... 나중에 다시 온다 그랬는데... 전화번호 같은 건 안남겼는데.. 내가 조는 사이에
그냥... 받아둘 걸 그랬나?...
진헌 ... 알았어요. (돌아서서 나가다)
삼순 ... 근데 혹시 오, 오버 더 레인보우 좋아한다던 여자가 그 여자에요?
진헌 (멈추며)!!!...
삼순 ...
진헌 (돌아선다. 싸늘한 매서운 표정)
삼순 (아... 실수! 방정맞은 입을 손으로 쥐어튼다)
진헌 계약서의 네 번째 조항이 뭐죠?
삼순 ?...
진헌 (버럭) 뭐냐고 묻잖아!
삼순 (흠칫!)... 김삼순은... 현진헌에게 과도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답.. 하기 싫은 걸 두 번 이상
묻지 않는다.
진헌 (알았지? 눈으로 새겨주고 나간다)
- 삼순, 기분이 이상하다. 어리둥절하면서 몹시 불쾌하다. 못참겠어서 따라나간다.
18. 복도
- 무섭게 표정 굳은 진헌이 성큼성큼 온다. 그 뒤로 삼순이 쫓아온다
삼순 사장님
진헌 (모른 척 그냥 간다)
삼순 (화 난다) 야 사장!
진헌 ...
삼순 (오기로 소리친다) 내가 한번 물었지 두번 물어봤냐?
진헌 (멈칫! 돌아본다)
삼순 (다가와 앞에 멈춘다. 재빨리 누가 있나 둘러보고) 그리구 다섯 번째 조항이 뭔 줄 알아?
진헌 ...
삼순 현진헌은 김삼순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준다
진헌 ...
삼순 방금 그게 내 인격을 존중하는 거니? 툭하면 소리 지르고 반말하고 명령하고, 우리가
노비계약을 한 것도 아니구 이게 뭐하는 짓이야? 돈 5 천만원에 사람을 이렇게 무시하고 깔봐도
되는 거야? 남자나이 스물일곱이면 애도 아니구 그만한 예의나 상식은 당연한 거 (아냐?)
-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삼순의 얼굴을 스치며 주먹이 날아온다. 쿵! 쨍그렁!
- 삼순, 얼어붙는다
- 진헌, 벽의 액자에다 주먹 박은 채 삼순을 노려본다
- 삼순, 너무 무섭다
- 진헌, 손을 거둔다. 액자가 떨어지면서 박살이 난다
- 그 소리에 흠칫하는 삼순
- 진헌, 간다
- 삼순, 얼어붙은 채 본다
19. 사장실
- 들어와 쾅 문 닫는 진헌. 피가 맺힌 주먹은 아랑곳 없이 장승처럼 우뚝 서 있다. 잠시 그렇게 숨을
고르더니... 책상 위의 화분을 집어던진다. 분노로 씩씩거리는 진헌...
F.O
20. 희진 아파트, 거실(오전 F.I)
-TV 에서 요가비디오
- 요가동작 따라하는 희진. 정지자세로 잠시 있다가 바닥의 핸드폰을 집어들어 버튼 꾹꾹 누른다
-( 인서트) 진헌의 전화번호
- 요가동작 그대로인 채 갈등하는 희진... 결국 통화버튼을 누른다
21. 진헌 오피스텔
- 출근준비하는 진헌. 핸드폰 울리자 무심히 집어들고 액정을 보다가 감전이라도 된 듯 표정
굳는다.
-( 인서트) 발신자는 '웃음의 여왕'이다
- 진헌, 받지도 않고 미동도 안한다. 벨이 계속 울어댄다
22. 희진 거실
- 희진의 핸드폰에서 음성메세지를 남기라는 안내맨트가 나온다. 희진, 무언가를 남기고 싶지만
선뜻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탁 닫아 버린다. 마음이 안좋다.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요가자세 따라한다
23. 물품 반입구(동 오전)
- 주방 직원들이 재료도매상의 트럭에서 재료들을 내리고 있다. 밀가루 포대에서부터 닭, 오리,
육류, 살아있는 생선, 과일, 야채, 각종 양념, 향신료 등등 온갖 것들...
- 삼순이 급하게 달려온다
삼순 말린 살구 왔어요?
요리사 3 여기요
삼순 일단 말린 살구랑 슈가 파우더랑 쿠엥트로부터 주세요. 아, 칼바도스두요.
요리사 3 (하나씩 외며 얼른얼른 바구니 같은 것에 챙겨준다)
삼순 고마워요. (들고 뛴다)
24. 복도
- 바구니 들고 뛰어오는 삼순. 문득 멈춘다
-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진헌도 멈춘다
- 두 사람, 모두 어색하다. 며칠 전 싸운 뒤로 처음 만남이다
삼순 ...
진헌 ...
- 두 사람, 말없이 서로를 지나쳐간다
- 문득 삼순이 뒤돌아본다
- 진헌의 오른 손에 가벼운 드레싱
삼순 ... 그러게 힘자랑은 왜 해? (왠지 마음이 안좋다. 곧 바구니 들고 뛰어간다)
25. 주방
- 큰 솥에서 물이 끓고 있다. 쇠고기 스튜를 할 솥이다. 현무, 솥을 들여다보고는 인상 매서워진다
현무 오늘 포토푀 누구냐
요리사 3 (얼른 다가온다) 전데요.
현무 물이 끓냐, 안끓냐
요리사 3 (아차!)
현무 (빈그릇으로 머리를 빡 치고는) 물 다시 올리고 고기부터 너.
- 현무, 이번엔 양상치 샐러드 (또는 다른 간단한 것)를 만들고 있는 요리사 2 에겔 간다. 현무,
마음에 안드는지 툭 쳐내고는 자기가 한다. 눈 깜짝할 새에 완성한다. 모양새와 격이 요리사 2 가
한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현무 봤냐?
요리사 2 네...
현무 봤으면 익혀라. (이번엔 생선 손질하고 있는 요리사 1 에게로 오더니 다짜고짜 퍽 뒤통수를
때린다)
요리사 1 (아이쿠 나도 무슨 잘못을 했구나, 졸아서) 왜요
현무 밥 먹으러 가자. (나간다)
- 요리사들 모여서 툴툴댄다
요리사 3 맞잖아요. 요즘 다크써클 진해진다고 조심하자 그랬잖아요.
요리사 2 얌마, 그게 조심한다고 될 일이냐?
요리사 1 아 분위기 정말 창백하네. 빨리 터지든가 해야지
26. 홀
- 삼순, 식판을 들고 여직원들 사이에 앉는다. 그러자 약속이나 한 듯이 영자와 여직원 몇몇 일어나
자리를 옮긴다. 인혜만 자리 옮기지 않고 묵묵히 밥을 먹는다. 삼순, 인혜가 고맙다
삼순 ... 내가 인혜씨한텐 정말 미안하다. 거짓말 한 꼴이 되서...
인혜 (밥만 꾸역꾸역 먹는다. 참 많이도 먹는다)
삼순 (생선조림을 집어 인혜의 식판에 놓아준다) 많이 먹어. 객지생활 하느라고 마음이 허기져서
돌아서면 배고프고 그럴거야 아마.
인혜 (아무런 반응없이 생선조림을 먹는다)
- 삼순, 그걸 보고 씨익 웃는다. 인혜가 이쁘다. 그때 여직원들이 술렁이자 삼순이도 그녀들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놀란다
- 진헌이 장미 꽃다발을 들고 걸어온다
- 의아해하는 삼순에게 진헌이 다가와 멈춘다
삼순 ?...
진헌 (무뚝뚝하게 꽃다발을 내민다)
삼순 ???... (나요? 하는 제스츄어)
진헌 (천연덕스럽게) 이 넓고 넓은 우주, 지구라는 별에서 당신과 내가 만났습니다. 당신이 내
곁에 온지 100 일 째 되는 날이에요. 고마워요. 나한테 와줘서.
삼순 ???!!!
- 남자직원들 우- 부러운 야유를 보낸다. 어떤 직원은 닭살을 털어내고,
- 여직원들은 저 꽃다발을 내가 못받는게 억울해 도끼눈들이다.
현무 희진씨 꽃 안받고 뭐해? 야 니들은 협조 안하고 뭐하냐, 박수~~~
- 남자직원들이 휘파람 불며 박수 쳐주자 어색하게 웃어주며 받아드는 삼순.
27. 달리는 택시 안 (동 오후)
- 뒷좌석에 앉아있는 진헌과 삼순
삼순 (퉁명스레) 그런 유치한 문장은 누가 가르여줬어요?
진헌 지식검색창
삼순 흥, 입에 침도 안바르구
진헌 ... 발랐어요.
삼순 (얼씨구? 농담까지?) ... 어쨌든 내가 5 천 날로 먹기 싫어서 별 짓을 다하긴 하는데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돼요?
진헌 네.
삼순 (허무개그처럼) 알았어요. ... (붕대 풀린 오른손이 눈에 들어온다. 생채기가 좀 남았다) ...
진헌 (창 밖 보며 딴 생각) ...
삼순 근데요, 딱 한번만 더 물을게요. 엑스맨이 정말 있긴 있는 거에요?
진헌 ... 지금쯤 나사장 귀에 들어갔을 거에요.
28. 나사장 사장실
- 나사장, 윤비서에게 보고 받고 있다
나사장 뭐? 우주가 어쩌구 저째? 그 호빵한테 장미꽃을 바치면서 그랬다구?
윤비서 네.
나사장 (기가 찬다) 뽕꾸라 같은 놈. 어디서 그런 건 주워들어가지구... 그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윤비서 정말 사귀는 거 아닐까요?
나사장 사귀긴 뭘 사져 쇼 하느 거지. 내 속으로 나왔는데 그걸 몰라?
윤비서 근데 왜 허락 하셨어요.
나사장 쇼를 하든 뭘 하든 기집애들 좀 만나라구. 그래야 희진일 잊지.
윤비서 결국, 짜고치는 고스톱이네요.
나사장 !...
윤비서 ?...
나사장 차회장님 사모님, 고스톱으로 몇억 날렸다더라. 돈 빌리러 전화 올지 모르니까 알아서
따돌려.
29. 택시 안
삼순 혹시 짐작가는 사람 없어요?
진헌 없어요
삼순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봐요. 그동안 의심가는 행동을 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진헌 (생각한다)
삼순 이부장님은 어때요?
30. 보나뻬띠
- 요리하는 현무
- 웃는 영자
- 요리하는 요리사 1
- 베이커리실의 인혜
- 접시 들고 활기차게 홀을 가로지르는 웨이터 등등..
- 평상시의 그들의 모습이 스케치된다
삼순 (E) 오지배인님은요. 오지배인님이 빠졌잖아요.
진헌 (E) 오지배인님은 절대 아녜요.
삼순 (E) 그런 게 어딨어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괜히 있는 줄 알아요?
31. 사장실
-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문을 열고 슬그머니 들어오는 오지배인, 주위를 살피며 살금살금
안쪽으로 들어간다. 목표한 것을 찾았는지 눈이 빛난다.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처럼 소리도 없이,
귀신처럼, 사사삭 옮겨오더니.. 콱! 누군가의 덜미를 잡아챈다.
- 책상 앞에 쪼그리고 앉아 책상 속 파일을 보고있던 영자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영자 으아아아~~~ (그 바람에 들고 있던 이력서 파일이 떨어진다)
오지배인 여기서 뭐하는 거에요 도둑고양이처럼?
영자 (울상) 으흥....
오지배인 몰래 들어오길래 수상하다 했어요. 뭐했어요 여기서
영자 (삭삭 빈다) 한번만 봐주세요. 사장님한텐 비밀, 네?
- 오지배인, 펼쳐진 채 떨어져 있는 파일을 집어든다. 삼순의 이력서가 드러난다
오지배인 ? 이력서는 왜요?
영자 글쎄 본명이 삼순인 거 있죠. 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어요?
32. 드마리(드썅) 앞
- 택시가 달려와 멈춘다. 진헌과 삼순이 내린다
삼순 여긴 왜요? (하며 둘러보다가 간판을 본다) 드마리?
진헌 사람들이 왜 여길 최고로 치는 지 궁금해서요. 들어가죠. (먼저 들어간다)
삼순 (맥 빠진다) 데이트가 아니라 일이구만.. 하긴, 진짜 데이트면 큰일이지 아암 큰일이구말구.
(들어간다)
33. 드마리
- 삼순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 종업원들이 온갖 종류의 케익과 과자와 초콜릿 접시들을 날라온다. 먹이를 나르는 개미들처럼
끊임없이 들어온다
- 삼순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어느 순간은 헉!
- 종업원들이 모자랐는지 3 단 캐리어에 접시가 가득 든 채 들어온다
- 삼순과 진헌의 테이블(단체석 긴 테이블)을 그 접시들이 가득 채운다. 드디어 마지막 접시가
날라져 온다.
매니저 이제 저희 샵에서 나올 수 있는 전부입니다. 총 00 가지 입니다. 더 필요한 게 있으신지...
진헌 아뇨, 일단 맛을 보고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겠습니다.
매니저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인사하고 사라진다)
삼순 이걸 어떻게 다 먹어요?
진헌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그것도 못해요 프로가?
삼순 (프로라는 말에 전투력이 살아난다) 좋아요. 맛있는 걸 먹어보지 않고서는 맛있는 음식이
나올 수가 없죠. 시작합시다.
- 삼순, 기세 좋게 포크를 집어들고 서양배 타르트부터 맛을 본다
삼순 음... 재료가 신선하네요. 이건 서양배 타르튼데, 파리의 부르달루 거리에 있던 과자점에서
처음 만든 거라 이름도 그렇게 붙였어요. 타르트 부르달루. 아몬드 크림하고 서양배를 듬뿍
넣는게 포인트죠. (다음은 무얼 먹을까 눈으로 고르다가) 딸기가 제 철이니까? (하며 딸기를
재료로 한 걸 맛보고는 너무 맛있어서 몸서리를 친다) 으음~~~
진헌 (눈살을 찌푸린다)
삼순 역시 과일은 제 철에 먹어야 돼. (진헌의 시선을 느끼고는) 뭐해요 안먹고?
진헌 난 단 거 싫어해요
삼순 !... 단 거 안먹고 무슨 낙으로 살아요?
진헌 댁을 괴롭히는 낙.
삼순 (쌍심지)?!
진헌 (뻔뻔하게 차만 마신다)
삼순 (확 째리고는 바스크풍의 구운과자를 거칠게 디민다) 단 게 싫으면 이거나 드세요.
프랑스랑 스페인이랑 국경 근처에 바스크라는 지방이 있는데 그 지방의 전통적인 과자에요. 맛이
소박하니까 괜찮을 거에요. (하고는 초콜릿을 한입에 집어넣는데)
채리 (E) 삼순이 언니!
삼순 (삼순이 소리에 놀라 초콜릿이 목에 쏙 걸린다) 켁! 켁켁...
진헌 (돌아본다)
채리 (다가오며 그제야 진헌을 보고) 어? 오빠! 오빠가 왜 여기 있어?
진헌 너는
채리 케익 먹으러 왔지 우리 아저씨랑. (하며 돌아보면)
- 현우가 온다. 이미 보았는지 동요가 없다
- 삼순, 그를 보고 얼굴 굳는다
- 진헌, 그 표정을 보고 의아해한다. 아주 짧은 순간이다
현우 (진헌에게 악수 청한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또 뵙네요.
진헌 (일어나 악수하며) 네 안녕하세요
채리 근데 오빠가 왜 삼순이 언니랑 있어?
진헌 견학. 니 약혼식 케익 땜에
채리 (그 많은 케익을 보며) 와- 그래서 이렇게 많이 시킨거야? 잘됐다. 아저씨 우리도 여기서
먹어요. (현우를 끌어앉힌다) 언니, 이걸 잘 보고 가서 내 것도 근사하게 만들어줘야 돼?
삼순 (어설피 웃어주고는 일어난다) 나 화장실 좀...
- 삼순, 일어나 간다
- 진헌이 본다. 뭔가 이상하다. 평상시의 삼순이 아니다. 스멀스멀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
그때 그 남자? 현우를 쳐다본다!
현우 (E) 내 사랑은 여기까진데 왜 여기까지냐고 보채면 난 어떡해야 되니? 미안하다,
여기까지라서.
34. 드마리 화장실
- 손을 씻다가 거울 보는 삼순. 마음이 안좋다
35. 드마리
채리 근데 오빠 애인 생겼다며? 소문 파다하더라? 누구야? 중매는 아니라던데
진헌 (현우를 보고 있다 아까부터) ....
현우 (느끼고 있다. 불쾌하다) ...
채리 이뻐? 나이는 몇 살? 설마 나보다 어리진 않겠지? 집안은 어때?
진헌 (현우에게서 시선 거두며 작정하고) 안이뻐.
채리 ?...
진헌 솔직히 말해서 이쁜 얼굴은 아냐. 그냥 반듯하게 생겼어. 나이는 서른이구. (서른이라는
말에 허억 놀라는 채리) 좀 뚱뚱해. 근데 뚱뚱한 것도 나쁘진 않더라구. 안으면 푹신하거든,
솜사탕처럼. 집안? 방앗간집 셋째딸이야. (이 부분부터 현우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아버진
안계시고 어머니는 시장에서 일수를 살짝 놓으시지. 전문직업을 갖고 있고, 결혼을 빨리 하고
싶어하는 여자야. 아, 그리고 주제파악을 잘 해. 난 그 점이 아주 마음에 들어. 어, 여기 오네.
- 채리와 현우가 돌아보고 놀란다
채리 (이 언니가?)!!!
현우 (삼순이 얘가?)!!!..
- 영문 몰라 멀뚱멀뚱한 삼순을 자기 옆에 끌어다 앉히는 진헌.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자랑스럽게
진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하지. 우리나라 최고의 파티쉐가 될 김삼순이야.
36. 드마리 일각
- 채리가 신경질적으로 걸어와 멈춰 홱 쳐다본다. 삼순이 따라와 마주 선다
채리 (다짜고짜) 어떻게 꼬셨어?
삼순 (귀찮다) ... 그냥...
채리 그냥 꼬셨는데 넘어와? 저 목석이?
삼순 아 그래 자빠졌어.
채리 오빠 앞에서 자빠지는 애들이 한둘인 줄 알어? 솔직히 말해, 무슨 수를 쓴 거야?
삼순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오빠한테 물어야지. (흉내) 오빠, 삼순이 언니가 무슨 매력이 있어서
넘어간 거에요? 뭔데요? 가르쳐줘요. 네네??
채리 어떻게 언니같은 여자일 수가 있어? 이쁘길 해, 늘씬하길 해? 나이가 어려? 언니 고등학교
땐 폭탄이었잖아.
삼순 농구 관두고 갑자기 살이 불어서 그랬지
채리 우리 할머니가 언닐 얼마나 이뻐했는데
삼순 나도 느이 할머니 좋아했지. 울아버지랑 같이 배달 가면 그때마다 용돈도 주시구 참 좋은
분이셨는데. 넌 왜 느이 할머니 안닮았을까?
채리 방앗간집 셋째딸? 흥, 나는 은행장 둘째딸이야!
삼순 누가 뭐래?
채리 (약이 오른다. 파르르 떨며 쏘아본다)
삼순 비너스냐? 레이저빔 나오겠다?
채리 야 김삼순!!
삼순 왜, 마징가제트 불러줘? 잠깐만 기다려. (주제가 부르며 간다) 기운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싸나이~
채리 야! (약이 올라 발을 구른다) 악~~~
37. 드마리
- 단 둘이 마주앉은 진헌과 현우. 차를 마시며 무언의 신경전을 벌인다. 팽팽하다
현우 ....
진헌 ....
현우 두 분이 사귄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진헌 처음 만난 건 작년 크리스마스 이븝니다.
현우 !... (나랑 헤어지자마자?)
진헌 그 날, 실연당하고 무척 상심해있길래 제가 위로해주다가 그만...
현우 !... 후후.. 남녀관계란 그렇게 빈 틈에서부터 시작되곤 하죠. 그런데 이런 말을 해도 될런
지 모르겠는데...
진헌 ...
현우 실은.. 삼순이, 아니 삼순씨랑 좀 아는 사입니다. 파리에서 공부하다 만났죠.
진헌 알고 있습니다.
현우 !... 그렇죠 요즘은 혼전에 연애한 게 큰 흠도 아니고.
진헌 흠이 될 수도 있죠, 어떤 남자를 사겼느냐에 따라서.
현우 ?... 예를 들면요?
진헌 크리스마스 이브에 애인이 아닌 다른 여자와 호텔에 드는 남자.
현우 !... (그런 얘기까지 했단 말인가) ... 애인한테 사랑이 식었겠죠.
진헌 그러면 깨끗이 정리하고 가야하지 않을까요?
현우 도브슨이라는 영국시인이 이런 말을 했죠. 사랑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찾아든다. 우린
다만 그것이 사라져가는 것을 볼 뿐이다. 연애가 끝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그겁니다.
사라져가는 걸 그저 바라보기...
진헌 좋은 말이네요.
현우 (으쓱)
진헌 좋은 말을 아무데다 갖다붙이는 건 바람둥이들의 특징이라는데 설마 민실장님이 그러시는
건 아니겠죠?
현우 !...
진헌 채리랑 결혼하면 잘해주세요. 단순해서 조금만 잘해줘도 행복해하는 아이에요.
38. 달리는 전동차
39. 전동차 안
- 케익 상자 들고 나란히 서 있는 진헌과 삼순
진헌 미안해요. 그 사람인 줄 알았으면 약혼식 케익 떠맡기지 않았을 거에요
삼순 (의기소침) 괜찮아요
진헌 (정말 미안한 듯) 지금이라도 취소할 수 있어요.
삼순 아뇨, 됐어요. 벌써 레시피까지 다 짰는 걸요. 이부장님도 오케이하시구
진헌 (1 초도 주저하지 않고) 그래요 그럼.
삼순 (벙- 해서 본다. 마음의 소리) 이럴 때 보면 꼭 작정하고 날 놀려먹는 것 같단 말야? (가자미
눈으로) 알 수가 없어...
진헌 ... 민현우씨, 어떤 사람이에요?
삼순 ?... 왠 관심?
진헌 채리, 불행해지면 나를 귀찮게 하거든요.
삼순 (피식 웃는다) 그럼 현우씨가 좋은 사람이어야겠네? 음... 잘 모르겠어요 나도
진헌 3 년 씩이나 연애해놓고 몰라요?
삼순 그러는 사장님은 잘 알겠던가요?
진헌 (좀 허를 찔린 기분으로 본다)
삼순 왜요, 네 번째 조항을 어겼나요?
진헌 (앞을 본다)
삼순 결국은 자기 식대로 보게 되있어요 사람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갖다붙이고. 그래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죽어도 모르는 거죠
진헌 (그렇군)... 그래도 꽤 오래 갔네요 3 년이면. 유효기간이 보통 2 년인데.
삼순 ? 유효기간이요?
40 . 에스컬레이터
- 올라오는 두 사람
진헌 남녀가 처음 서로를 갈망할 때는 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분비돼요. 그
갈망이 지속되고 사랑에 빠지는 단계가 되면 도파민, 세로토닌이 나오구요. 쾌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은 니코틴이나 코카인에 의해서도 활성화돼요.
삼순 초콜릿에도 페닐에칠아민이라고 사랑할 때 나오는 화학성분이 있어요. 실연당해서 우울할
때 초콜릿도 꽤 좋은 처방이에요
41. 환승통로 1
- 퇴근길의 사람들에 파묻혀 걸어오는 진헌과 삼순
진헌 세로토닌은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화학물질인데 사람을 일시적으로 미치게 만들어요. 그
다음 단계가 되면 남녀는 관계가 지속돼 더욱 밀착되기를 원하고 섹스나 결혼으로 발전하죠.
(희진의 목소리와 겹쳐진다) 이때 뇌에서는 옥시토닌과 바소프레신이 분비돼요 (분비돼)
42. 희진 아파트, 거실(회상)
희진 옥시토신은 남녀가 애정행각을 벌일 때 외에도 엄마가 아기에게 수유할 때도 나와.
여성에게 사랑과 모성은 똑같다는 연구도 나왔구.
- 인체마네킹의 뇌를 만지며 희진 (진헌의 셔츠를 입고) 이 강의하듯 하고 있다. 진헌은 쇼파에
편한 자세로 앉아있다. 방금 전 사랑을 나눈 분위기...
희진 더 재밌는 건 세로토닌이야. 세로토닌은 상대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서 사람을
눈멀게 하거든. 이땐 주변에서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어. 홍수처럼 분출되는 세로토닌이
콩깍지 역할을 하니까. 민수가 영희한테 미쳐있는게 바로 그 원리야. 니들 영희 못생겼다고
헤어지라 그랬다며?
진헌 난 아냐. 애들이 그랬지.
희진 아무리 얘기해봐라. 지금은 세로토닌 땜에 안돼. 2 년쯤 지나면 모를까
진헌 2 년?
희진 방금 얘기한 호르몬들의 농도가 높게 유지되는건 2 년 정도거든. 길어야 3,4 년?
진헌 (일어나며) 뭐야.. 그럼 우린 그 호르몬이 다 말라버렸단 말이야?
희진 안그래도 요즘 좀 이상해. 세로토닌이 다 말랐는지 니 단점만 보여
진헌 (짐진 인상) 너 빨리 가서 주사 맞고 와.
희진 (귀엽게 히 웃으며) 근데 도파민하고 옥시토신은 마구마구 샘솟는 거 있지? (하며 달려든다)
- 인체마네킹 위로 둘의 실감나게(!) 장난치는 소리가 들린다.
43. 환승통로 2
- 걸어오는 두 사람
진헌 그러니까 그 사람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그 사람은 자기 몸의 화학적 원리에 충실히
반응한 거니까
삼순 지금 그 새끼 편드는 거에요?
진헌 (새끼? 황당하게 보더니) 난 그 사람보다 그 쪽이 더 이해가 안가요.
삼순 내가 왜요?
진헌 얼마나 우습고 가벼운 건지 그렇게 겪고도 너무나 쉽게, 사랑에 대한 기대를 또 하잖아요.
- 삼순, 우뚝 멈춰 바라본다. 진헌도 멈춰 바라본다
삼순 그렇다고 사랑을 안하고 살 순 없잖아요.
진헌 ?!...
- 진헌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어떻게 저런 사고방식이 있을까?
- 하지만 삼순의 표정은 너무나 확신에 차 있다. 당연함에서 오는.
- 진헌, 헷갈린다. 내가 틀린걸까?
- 퇴근길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무심히, 그들을 지나쳐 간다.
삼순 그리고, 쉽다뇨? 누가 뭘 쉽게 하는데요? 난 단 한번도 사랑을 쉽게 해본 적이 없어요.
시작할 때도 충분히 고민한 뒤에 시작하고, 끝낼 때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요 동의해요. 시간이
지나면 도파민인지 세로토닌인지 그게 말라버리는 거 다 알아요. 하지만 사람은 복잡한
동물이에요. 그런 화학성분으로만 단정지을 수 없는 미묘한 무언가가 있다구요. 난 그렇게 믿고
그런 마음으로 사랑을 했어요. 호르몬이 넘치든 메마르든 진심으로 대할려고 노력했다구요,
진심이요. 진심을 담당하는 호르몬은 혹시 없나요?
진헌 도대체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요?
삼순 ?...
진헌 도대체 그게 뭔데 그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흥분을 하냐구요
삼순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확신에 차서) 이거 하난 확실해요. 사랑이 뭔지 생각하는 사람,
사랑이 이거다라고 단정하는 사람은 이미 사랑을 할 수가 없다는 거...
진헌 (갑자기 아! 찌푸린다)
삼순 ?...
44. 지하철 플랫폼
- 벤취에 앉아있는 진헌과 삼순
삼순 (힐긋 본다)
진헌 (무표정)
삼순 미안해요, 퇴근시간이라 지하철이 더 빠를 것 같아서... 그냥 택시 탈 걸.. 도대체 어디가
아픈 데요
진헌 ...
삼순 영 못일어나겠어요?
진헌 ...
삼순 (어쩌나)... 아! 좋은 생각이 났어요!
45. DVD 방
- 침대같은 소파에 구두를 벗고 편하게 몸을 기대는 진헌.
- 좁은 어두운 공간이 어색해 소파 한 귀퉁이에 앉아 실내를 둘러보는 삼순
삼순 DVD 방이 이렇게 생겼구나아... 와- 저 프로젝터 몇백만원 할텐데.. 사운드도 5.1 채널이네?
- 그때 영화가 나오기 시작한다. 대망의 문제작 <미지왕>의 타이틀이 뜬다
- 진헌, 어이가 없어 쳐다본다
삼순 미지왕이 뭔지 궁금하다면서요
진헌 (정말 어이가 없군) ...
46. DVD 방
- 웃기는 장면이 나온다
- 삼순이 푸하하 웃는다. 이러쿵저러쿵 애드립하며 깔깔거리며 요절복통이다. 찌푸리는 진헌을
삼순이 마구 때린다. 진헌은 짜증스런 얼굴로 피해보지만 막무가내 삼순의 주먹을 피할 도리가
없다. 그때 옆방에서 이상한 소리
여자 1 (E) 어우 오빠는? 안된다니까아?
남자 1 (E) 한번만, 응? 딱 한번만~
- 삼순과 진헌, 놀라서 벽을 쳐다본다
여자 1 (E) 흐응 안되는데에...
남자 1 (E) 여기까지 와서 안된다 그러면 어떡해? 너 오빠 못믿어?
여자 1 (E) 그럼 나 오빠만 믿는다?
남자 1 (E) 그래 나만 믿으라니까?
- 진헌은 잔뜩 찌푸리고, 삼순은 괜히 흐흐흐 웃는다
- 반대편 벽에서는 남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 이건 또 뭐야? 진헌과 삼순, 그 벽을 휙 쳐다본다
남자 2 (E) 헉, 허억! 야 야! 움직이지 좀 마, 떨어지겠다.
여자 2 (E) 아이씨, 조용히 좀 해! 옆방에서 듣겠다. 하아하아..
남자 2 (E) 들으면 어때. 가만 좀 있어봐. 아! 거봐 떨어졌잖아!
여자 2 (E) 아이씨. 그것도 하나 못하냐?
- 진헌과 삼순, 죽을 맛이다
삼순 이쪽은 상당히 터프하네요. 호호호...
- 그때 소파가 드르륵 움직이기 시작한다. 삼순, 자지러지게 놀라며 답삭 엎드린다. 진헌도 놀란다.
영화의 사운드가 높아지자 의자(소파?) 의 진동도 점점 더해간다. 사운드에 따라 진동하는 의자다
삼순 이건 또 뭐하자는 플레이야. 미치겠네 정말.
진헌 이건 뭐에요?
삼순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나도 처음인데
진헌 이거 어떻게 꺼요
삼순 나도 처음이라니까요. 거기 아무거나 눌러봐요 좀
- 진헌, 뭔가를 마구 눌러댄다. 스크린이 꺼진다. 조명이 거의 없는 실내라 스크린이 꺼지자
암흑이나 마찬가지다. 소파 진동하는 소리만 계속 들리면서
삼순 (E) 아 뭐하는 거에요! 영화는 왜 꺼요!
진헌 (E) 그냥 자기가 꺼졌어요
삼순 (E) 그런 게 어딨어요. 빨리 켜요! 소파는 끄구!
진헌 (E) 아 씨...
삼순 (E) 뭐해요 그것도 하나 못하구!
진헌 (E) 그럼 당신이 하면 될 거 아냐!
삼순 (E) 아 비켜요 내가 할테니까! 남자가 그것두 못하냐?
진헌 (E) ....
삼순 (E) 아 가만 좀 있어요. 일루 좀 비켜봐요.
진헌 (E) 이렇게요?
삼순 (E) 됐어요, 가만 있어요. 아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이잖아
진헌 (E) 멀었어요?
삼순 (E) 다 된거 같아요
- 전체 등이 켜지고 소파의 진동이 멈춘다
- 훤해지자 민망해지는 두 사람
진헌 (이죽거린다) 흥, 편히 쉴 수 있는 곳?
삼순 (볼 맨) 나도 처음이라니까요... (옷과 가방을 챙겨 일어나며) 나가요 빨리.
진헌 좀만 더 있다 가요.
삼순 ?... 아직도 아파요?
진헌 ...
삼순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요
진헌 ...
삼순 묻지마요?
진헌 (심드렁하게) 인공뼈랑 관절이 박혀있어요 왼쪽 다리에. 교통사고가 크게 났었거든요.
삼순 !... (왼쪽 다리를 본다) ... 운전, 그래서 안하는 거에요?
진헌 네..
삼순 ...
47. DVD 방
- 소파 가운데 아까 먹다남은 케익들이 펼쳐져 있다.
- 삼순이 캔을 따자 진헌이 그걸 채가더니 휴지로 입구를 뽀득뽀득 닦아서 건네고 자기 것도 그렇게
한 다음 뚜껑을 딴다.
삼순 깔끔 떠는 건 어느쪽 유전이에요?
진헌 아버지요
삼순 아버지 언제 돌아가셨는지 물어봐도 돼요?
진헌 아뇨
삼순 (삐죽) 그럼, 어머님은 왜 그렇게 빨리 결혼시키고 싶어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진헌 ...
삼순 안된다는 말은 안하네?
진헌 ... 미주 때문이에요. 미주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는데 데리고 다닐 사람이 필요하다고
삼순 (황당) 에? 조카한테 숙모 만들어주려고 결혼하는 사람도 있어요?
진헌 ...
삼순 진짜 이유, 따로 있죠?
진헌 ... 내가 남의 집 자식들처럼 여자 만나고 연애하고 웃고 떠들고.. 그러길 원하는 거에요.
삼순 ?... 그럼 그러면 되잖아요.
진헌 싫어요.
삼순 왜요? 그때 그 여자 (얼른 입 닫고 눈치 본다)
진헌 (모른 척) ...
삼순 (면피용으로) 혹시 남자가 더 좋아요?
진헌 (어이없게 쳐다본다)
삼순 그게 아니면... (시선이 하체에 내려간다)
진헌 (그 시선 따라가다가 거기에 멈추고는 이 여자 정말? 확 쳐다본다)
삼순 (얼른 시선 거두고 뻔뻔하게) 아니 뭐... 교통사고가 크게 났다 그래서...
진헌 멀쩡해요.
삼순 (중얼중얼) 그거야 모르지.
진헌 (발끈) 보여줘요?
삼순 에게게? 남자는 남잔가부네 그 얘기 나오니까 발끈하구... (장난스레) 보여줘요. 봅시다
한번.
진헌 (같잖다는 듯 일견하고 케익 먹는데 입가에 묻는다)
삼순 남자는 무슨. 애네 애야. (하며 동생한테 하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닦아주는데)
- 진헌, 그 손을 낚아채 와락 눕힌다
- 삼순의 눈이 왕방울만 해진다
- 진헌, 그 눈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 삼순, 가슴이 쿵쾅댄다
- 진헌이 다가온다. 입술이 가까워진다.
- 삼순, 심장이 뚫고 나올 것 같다. 미치겠다. 아 몰라. 눈을 질끈 감는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진헌 (E) 이제 남자로 보여요?
삼순 (번쩍 눈을 뜬다)
진헌 (일으켜주고 태평하게) 눈은 왜 감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삼순 (이 자식이 나를 능멸해? 으~~~~ 주먹이 운다!)
- 그때 터프방에서 남녀의 신음소리가 높아지자 삼순이 화풀이하듯 그 벽을 쾅쾅쾅 친다
삼순 야! 집에 가서 해!
남자 (E) 에이 씨! 누구 얏!!!
삼순 그 방에 몰카 있어 쨔샤!
-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삼순은 화풀이하듯 케익에 포크를 찔러댄다
48. 삼순의 방(동 밤)
- 잠 못이루고 뒤처깅는 삼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뒹굴기 시작한다
삼순 아 미치겠네 정말! 아 쪽팔려! 너무 오래 살았어... 죽어야 돼... (못 참겠는지 벌떡 일어나
부채질을 한다) 아 더워... 왜 이렇게 덥냐.. 아 나쁜 자식... 쪼그만 게 어디서 감히...
-( 플래쉬백) 아까 눕혀놓고 눈을 뚫어지게 보던 그 모습!
- 삼순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둥!둥!둥! 삼순, 두 손으로 심장을 누른다
삼순 얘가 왜 이러지? (부르르 떤다) 맞어, 너무 오래 굶었어.. 단지 그것 뿐이야. 오래 굶은 거...
아 더워. (뛰쳐나간다)
49. 보나뻬띠 전경 (새벽 F.I)
- 여명이 밝아온다
50. 홀
- 어두운 새벽의 홀... 육중한 느낌의 테이블, 의자, 장식품들...
삼순 (N) 어느 날 몸이 마음에게 물었다. 난 아프면 의사선생님이 치료해주는데 넌 아프면 누가
치료해주니?
51. 주방
- 어둠 속의 주방. 깨끗이 닦여져 저마다의 자리에 놓여있는 냄비들, 그릇들, 집기들...
삼순 (N) 그러자 마음이 말했다. 나는 나 스스로 치유해야 돼...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이 아플 때 유용한 치유법을 하나씩 갖고 있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화를 내고, 웃고
울고...
52. 복도
- 역시 어두운... 복도 끝 어디에선가 불빛이 흘러나온다
삼순 (N)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하고, 여행을 가고, 마라톤을 하고... 가장 최악인 것은 그 아픔을
외면해 버리는 것... 나의 치유법은...
53. 베이커리실
- 오븐에서 빵이 구워지고
- 앞치마와 캡을 깔끔하게 갖춰입은 삼순이 각양각색의 초콜릿 과자를 만들고 있다. 새벽의 기운을
흠뻑 받아 경건한 모습이다
삼순 (N) 지금처럼 아침에 다가오는 시간에 케익과 과자를 굽는 것...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도, 불같던 연애가 끝났을 때도, 실직을 당했을 때도, 나는 새벽 같이 작업실로 나와
케익을 굽고 그 굽는 냄새로 위안을 받았다. 세상에 이렇게 달콤한 치유법이 또 있을까?
- 그때 창으로 아침햇살이 비쳐들어온다. 마치 비밀의 문이 열리는 것처럼 빛이 열린다. 삼순,
일손을 놓고 햇살을 기분 좋게 맞는다. 호흡도 한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든다!
삼순 가만, 오늘은 왜 일찍 나왔지? ... 일찍 일어났으니까. ... 왜 일찍 일어났지? ... 잠을
설쳤으니까. 왜 잠을 설쳤지? 음.. (생각하다가 어젯밤 DVD 방에서의 일이 생각나는 듯 슬그머니
자기 입술을 만진다. 그때)
진헌 (E) 일찍 출근했네요
- 삼순, 자지러지게 놀라며 주저앉는다.
- 진헌도 덩달아 놀란다. 츄리닝 차림이다
- 삼순, 잔뜩 찡그린 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끙 일어난다
진헌 왜 그렇게 놀래요?
삼순 노, 놀랄만하니까 놀라죠. 아 애 떨어질 뻔 했네.
진헌 대리모 계약했어요?
삼순 (흘기며) 아침부터 쯧... 근데 그건 무슨 패션이에요?
진헌 운동할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나서요. (초콜릿과자들을 보고는)
새벽부터 나와서 그거 만든 거에요?
삼순 맛 한번 보실래요? 아, 단 거 싫어한댔죠?
진헌 직업상 필요하다면.
- 직업적으로 스스럼없이 들어서는 진헌. 역시 직업적으로 초콜릿과자들을 가지가지 접시에
담아내놓는 삼순
삼순 (변명조) 어젯밤에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잠이 안오지 뭐에요. 그래서 일찍 나왔어요.
어때요?
진헌 (맛을 본다)
삼순 (궁금하게 바라본다)
진헌 쌉싸름한 맛은 뭐에요?
삼순 (새초롬) 레시피는 공개하지 않아요.
진헌 쌉싸름한 맛 때문에 단맛이 지나치지 않아서 좋은데요? 좀 더 만들어봐요, 오늘 테이블에
내놔보게.
삼순 정말요?
진헌 웰빙 시대잖아요. 수고. (나간다)
삼순 (입이 쑥 나온다) ... 꼭 자기 용건만 말하지... (그러다 정신 차리고는) 그럼 자기 용건만
말하면 됐지, 뭘 원하는데! (주둥이를 때리며) 정신 차려 김삼순!
54. 베이커리실
-' 마르키즈 글라세'를 마악 완성한 삼순, 입이 댓발은 나왔다.
삼순 내가 꼭 이 짓을 해야되니?
인혜 그럼 어떡해요. 손님이 주문한 건데.
영자 (E) 김희진씨?
삼순 (돌아본다)
영자 (삼순의 이름표와 삼순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득의양양한 미소)
삼순 ? 왜요?
영자 그건 뭐.. 나중에 알게 되겠죠. 기대되네 그 날이. 아이스크림은요?
삼순 (방금 만든 걸 건넨다)
영자 (받아들고 흥, 콧방귀 끼고 나간다)
삼순 왜 저래?
55. 홀 입구
- 장중한 음악이 흐르면서 여자의 구둣발이 나타난다
-2 회의 그 아내다. 한손엔 약수통을 들었다
- 분노로 이글거리는 그 눈!
- 벌컥 문 열리고 카메라가 들어선다. 어서오세요 하며 맞는 영자를 힘으로 밀어붙이며 적진
깊숙이 치고 들어선다. 목표물을 찾아 휘휘 둘러본다. 저쪽에 목표물이 있다! 카메라가 성큼성큼
목표물을 향해 간다
56. 홀
- 젊은 애인이 '마르키즈 글라세'를 먹다가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반지를 씹는다. 입 안에서 꺼내어
보고는 놀라 입이 귀에 걸린다.
애인 (코맹맹이) 어머 자기야~ 어머어머 어떡해! 이거 나 주는 거야? 자기 미워. 날 이렇게
감동시키구...
남편 뭘 그 정도 갖구... 다음엔 더 좋은 거 해줄께
애인 눈물 나... 흑.. 다음부턴 이러지 마? 나 울리면 안돼에? (하는데 누군가 그 반지를 냅다
채가자 놀라 쳐다보면)
아내 (무섭게 부라린다) 정말 눈물 난다 눈물 나.
- 남편, 쳐다보고 사색이 된다
- 애인, 누구? 하다가 눈치 까고 움츠러든다
아내 흥,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내 것보단 작게 했네? 그럼 나도 작은 걸로 응답하지
- 바닥에 내려놓았던 약수통을 순식간에 테이블에 뿌린다. 노리끼리한 액체가 남편과 애인에게
쏟아진다. 오줌이다. 애인은 비명 질러대고 남편은 '당신 미쳤어?' 고함을 치고 손님들은 놀라서
쳐다보고 오지배인과 웨이츄리스들이 달려오고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아내 그래 나 나 미쳤다 어쩔래! 입장 바꿔 생각해봐. 너 같음 살인 났어 이 새끼야! (애인이
달아나려 하자 잽싸게 머리채를 낚아챈다) 어딜 도망 가!
57. 베이커리실
- 여자의 비명소리와 말리는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그대로 들려온다
삼순 이게 무슨 소리야?
인혜 ?...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뛰어나가는 삼순과 인혜
58. 홀
- 뛰어들다가 놀라서 멈추는 삼순과 인혜
- 애인은 도망가려 바닥을 기며 몸부림을 치고, 아내는 온갖 욕을 하며 머리채를 흔들고,
오지배인을 비롯한 홀직원들이 뜯어말리지만 분노한 아내의 힘을 당하지 못하고.. 아수라장인데
남편 야! 너 그거 못놔!
아내 (죽어라 머리채 흔들고)
남편 (달려들어 뜯어낸다) 이게 사람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놔! 안놔? (떨어지자- 애인은
얼른 도망가고) 이게 정말 아우! (주먹을 확 치켜드는데 누군가 그 팔을 잡는다. 돌아보면)
- 진헌, 남자의 팔을 움켜쥐고 있다.
남편 넌 뭐야!
진헌 (팔을 움켜쥔 손에 힘을 준다)
남편 아! 아아아아...
진헌 (힘을 주느라 눈에도 힘이 들어간다)
남편 아아아아아악!
진헌 (확 팽개친다)
남편 (바닥에 널부러져 아내에게 이를 간다) 너, 나중에 보자. (바람처럼 사라진다)
- 이제 사람들의 시선은 하나 남은 아내에게 꽂혀 있다.
- 아내, 남편이 앉았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 오지배인과 진헌, 난감하다. (웨이터들은 난장판을 수습하고 오물을 닦고)
오지배인 진정하세요 손님. 일단 안으로 좀 드시죠. 들어가서 안정을 취한 다음에 가시는 게
좋겠어요. (아내의 울음소리가 더 커지자 난감하다) 손님, 저희가 지금 영업중이라서...
삼순 (E) 오지배인님.
- 오지배인과 진헌이 돌아본다.
- 삼순이 그들에게 눈짓을 하고는 준비해온 초콜릿과자들과 와인을 서빙한다
삼순 드시고 좀 진정하세요. 손님. 실연당했을 땐 초콜릿이 최고거든요
아내 뭐? 실연? 넌 이게 실연으로 보이니?
삼순 저도 작년 크리스마스에 비슷한 일을 당했거든요. 제 애인이 다른 여자랑 호텔에 있는
현장을 잡았거든요.
아내 (솔깃... 울먹울먹하며) 그래서?
삼순 그냥.. 보내줬어요.
아내 (테이블을 쿵 치며) 왜 그냥 보내? 반쯤 죽여놓지?
삼순 (씁쓸) .... 마음 떠나면 그것처럼 무서운 게 없잖아요
아내 (동감.. 한숨처럼) .....
삼순 그리구 오늘은 저희 레스토랑 특별이벤트 첫날이거든요?
- 진헌과 오지배인 금시초문이라 놀란다
삼순 실연당한 여자들을 위한 이벤튼데 실연당한 여자들이 오면 이 초콜릿이랑 와인이 무료에요.
아내 (퉁명스레) 실연당한 걸 어떻게 증명해? 구청에서 실연증명서라도 떼준대?
삼순 눈에 다 써있잖아요.
아내 ...
삼순 그리고 피아노 연주도 해드려요, 우리 사장님께서 직접. (하며 진헌을 소개한다)
- 진헌, 당황해한다
- 아내가 진헌을 훑어본다. 저 젊은 청년이 피아노 연주를 해준다면 괜찮겠군. 어느새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 이때다! 삼순, 진헌에게 사사삭 다가와 귀엣말을 한다
삼순 뭐하고 있어요. 밥상 다 차려놨는데 재 뿌릴 거에요? ... 이렇게라도 수습해야죠
진헌 왜 하필 피아노에요?
삼순 그럼 춤 출래요?
진헌 꼭 드라마 따라하는 것 같잖아요.
삼순 ? 예?
진헌 (퉁퉁 부어서) 개나 소나 피아노야. (하며 무대로 간다)
삼순 (갸웃하더니 아하..) 테레비 안보는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볼 건 다 봤네
아내 (진헌을 향해) 나 오버 더 레인보우 신청해도 돼요?
삼순 (확 돌아보며) !!!
- 피아노 앞에 앉던 진헌도 놀란다
- 그때 웨이터 하나가 피아노 연주를 독려하는 박수를 친다. 그러자 전직원이 박수를 친다.
손님들도 박수를 친다. 홀 분위기가 화해모드로 돌아섰다.
- 진헌, 진퇴양난이다
삼순 (애가 탄다) 저 인간, 괜히 또 성질 부리는 거 아냐? 다 차려논 밥상인데..
- 진헌, 건반만 노려보고 있다. 사람들의 박수도 잦아들고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 안절부절하던 삼순이 또 소리없이 사사삭 다가와 뭐라고 속닥인다
- 진헌의 표정이 굳는다.
- 삼순, 걱정스런 표정으로 무대에서 내려온다
- 진헌, 건반만 본다
- 삼순, 걱정된다
- 직원들도 왜 안치는지 의아하게 쳐다본다
- 아내도 기다린다. 왜 안치는 거야?
- 제발... 두 손을 그러모으는 삼순.
- 드디어 손을 드는 진헌. 건반을 누른다
- 삼순의 눈이 번쩍 트인다
- 진헌, 연주하기 시작한다. Over the rainbow 그 곡이 맞다.
- 삼순, 감격해 눈물이 날 지경이다.
- 모두들 그만 쳐다본다. 아내도, 손님들도, 오지배인도, 영자도, 현무도, 인혜도, 홀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
- 삼순, 마음이 이상하다. 그 마음이 낯설고 민망해 고개 돌리는데
- 희진이 들어서고 있다
- 삼순, 놀란다. 그때 그 여자? 얼른 진헌을 본다
- 연주하다 무심코 문쪽을 보던 진헌이 희진을 발견하고 표정 굳는다
- 삼순, 두 사람을 번갈아본다
- 희진이 또각또각 걸어들어온다
- 진헌, 연주는 계속하면서 뚫어져라 희진을 본다
삼순 ....!!!
- 희진도 홀 입구에 멈추어 선다
- 진헌도 연주를 멈추고 그녀만 바라본다
- 두 사람을 번갈아보는 삼순. 둘이 깊은 사연이 있는 게 틀림없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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