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5회
1. 자막 - 제 5 회 Over The Rainbow
2. DVD 방(4 회 엔딩)삼순 혹시 남자가 더 좋아요?
진헌 (어이없게 쳐다본다)
삼순 그게 아니면... (시선이 하체로 내려간다)
진헌 (그 시선 따라가다가 거기서 멈추고는 이 여자가 정말? 확 쳐다본다)
삼순 (얼른 시선 거두고 뻔뻔하게)아니 뭐.. 교통사고가 크게 났다 그래서...
진헌 멀쩡해요.
삼순 (중얼중얼)그거야 모르지...
진헌 (발끈)보여줘요?
삼순 에게게? 남자는 남잔가부네 그 얘기 나오니까 발끈하구... (장난스레)
보여줘요. 봅시다 한번.
진헌 (같잖다는 듯 일견하고 케잌 먹는데 입가에 묻는다)
삼순 남자는 무슨. 애네 애야. (하며 동생한테 하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닦아주는데)
-진헌, 그 손을 낚아채 와락 눕힌다.
-삼순의 눈이 왕방울만 해진다.
-진헌, 그 눈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삼순, 가슴이 쿵쾅댄다.
-진헌이 다가온다. 입술이 가까워진다.
-삼순, 심장이 뚫고 나올 것 같다. 미치겠다. 아 몰라. 눈을 질끈 감는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진헌 (E)이제 남자로 보여요?
삼순 (번쩍 눈을 뜬다)
진헌 (일으켜주고 태평하게)눈은 왜 감으시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삼순 (이 자식이 나를 능멸해? 으~~~~~ 주먹이 운다!)
-그때 터프방에서 남녀의 신음소리가 높아지자 삼순이 화풀이하듯 그 벽을
쾅쾅 친다.
삼순 야! 집에 가서 해!
남자 (E)에이 씨! 누구얏!!!
삼순 그 방에 몰카 있어 짜샤!
3. 삼순이 방(동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곰처럼 웅크리고 있는 삼순.
삼순 (E)아 쪽팔려... 너무 오래 살았어... 죽어야 돼... (이불을 확 젖히며 일어나
앉아 손부채질)아 더워... 나쁜 자식 쪼그만게 어디서 감히... 아 왜 이렇게
덥지? (부채같은 거 찾아 요란하게 부채질한다)
4. 오피스텔 전경(새벽)
-(E)핸드폰 벨소리.
5. 오피스텔
-잠들어 있는 진헌. 벨소리가 거슬리는지 옆으로 돌아누우며 이불을 뒤집어
쓴다.
-침대맡 어디에선가 울리는 핸드폰.
-진헌, 결국 돌아누워 핸드폰을 집어들고는 졸리운 눈으로 발신자 확인하고
받는다. 집이다.
진헌 (졸리움 가득한)네. (응답이 없자)여보세요. (또 응답 없자 눈에서 졸음기가
가신다)미주니?
6. 나사장 저택 거실
-어둠 속에서 미주가 유선전화기를 들고 있다.
진헌 (F)미주 안자고 뭐해?
미주 (소리없이 헤~ 웃는다)
7. 오피스텔&거실
-진헌, 얼른 시간 확인한다. 여섯시도 안된 이른 시각.
진헌 미주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나쁜 꿈 꿨어?
미주 (손장난하며 웃는다)
-진헌, 일어나 앉아 스탠드를 켜고 편한 자세를 취한다.
진헌 삼촌이 노래 불러줄까?
미주 (끄떡끄떡)
진헌 뭐 불러줄까. 올챙이송?
미주 (좋아서 끄떡끄떡)
진헌 (마치 다 보고 있는 듯 미소 띈 채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미주 (헤 웃으며 듣는다)
진헌 앞다리가 쏘옥 뒷다리가 쏘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꼬물꼬물 꼬물꼬물
꼬물꼬물 헤엄치다 앞다리가 쏘옥 뒷다리고 쏘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미주 (헤~)
진헌 이제 미주가 불러봐.
미주 (그저 웃는다)
진헌 삼촌도 미주 노래 듣고 싶은데... 언제 불러줄거야?
미주 ...
진헌 미주, 삼촌이 노래 불러줬으니까 더 자야 돼?
미주 (끄떡끄떡)
진헌 뽀뽀.
미주 (수화기에 대고 쪽 뽀뽀한다)
-진헌도 가볍게 뽀뽀해주고 끊는다. 잠시 생각하다가 이불을 젖히고 일어난다.
8. 보나뻬띠 전경(동 새벽)
-여명이 밝아온다.
-(E)시계소리.
9. 홀
-벽시계가 여섯시(또는 다섯시)를 가리키며 소리를 낸다. 땡땡땡...
-어두운 새벽의 홀... 육중한 느낌의 테이블, 의자, 장식품들...
삼순 (Na.)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이 아플때 유용한 치유법을 하나씩 갖고 있다.
10. 주방
-깨끗이 닦여져 저마다의 자리에 놓여있는 냄비들, 그릇들, 집기들...
-어디선가 불빛이 흘러나온다. 따라가면... 베이커리실이다.
삼순 (Na.)술을 마시고, 노래를 하고, 화를 내고 웃고 울고, 여행을 가고, 마라톤을
하고... 가장 최악의 것은 그 아픔을 외면해버리는 것...
11. 베이커리실
-냄비에 초콜릿 재료가 들어간다.
-복장을 깔끔하게 갖춰입은 삼순이 봉봉 오 쇼콜라(셀리멘)을 만드는 중이다.
셀리멘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초콜릿과자를 만드는 과정들이 스케치된다.
-삼순의 모습은 새벽에 향을 피워올리는 성직자처럼 경건하다.
삼순 (Na.)나의 치유법은, 지금처럼 아침이 다가오는 시간에 케잌과 과자를 굽는
것...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도, 불같던 연애가 끝났을 때도, 실직을
당했을 때도, 나는 새벽같이 작업실로 나와 케잌을 굽고 그 굽는 냄새로
위안을 받았다. 세상에 이렇게 달콤한 치유법이 또 있을까?
-창으로 아침햇살이 비쳐들어온다. 마치 비밀의 문이 열리는 것처럼 빛이
열린다. 삼순, 일손을 놓고 햇살을 기분 좋게 맞는다. 호흡도 한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들어 자기검열에 들어간다.
삼순 가만, 오늘은 왜 일찍 나왔지? ... 일찍 일어났으니까. ... 왜 일찍 일어났지?
... 잠을 설쳤으니까. 왜 잠을 설쳤지? (갸웃 생각하는)
-(플래쉬백)와락 눕히고 뚫어지게 쳐다보던 진헌.
-삼순, 심장이 두근거린다.
삼순 (가슴을 누른다)얘가 왜 이러지?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안돼 안돼...
진헌 (E)일찍 출근했네요.
-삼순, 자지러지게 놀란다.
진헌 (츄리닝 차림)왜 그렇게 놀래요?
삼순 노,놀랄만하니까 놀라죠. 아 애 떨어질 뻔 했네.
진헌 대리모 계약했어요?
삼순 (가볍게 흘기다가)근데 그건 무슨 패션이에요?
진헌 운동할려고 나왔는데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나서요. (들어오며)초콜릿 만들어요?
삼순 네, 어젯밤에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 나서...
진헌 늦게 들어갔는데 제대로 못잤겠네요.
삼순 (변명조)잠이야 맨날 자는건데... 글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니까 잠이
와야 말이죠. 첫차 기다리느라고 혼났네.
-진헌, 하나 집어 맛을 본다.
삼순 (궁금하게 바라본다)
진헌 쌉싸름한 맛은 뭐예요?
삼순 (새초롬)레시피는 공개하지 않아요.
진헌 쌉싸름한 맛 때문에 단맛이 지나치지 않아서 좋은데요? 좀 더 만들어봐요,
오늘 테이블에 내놔보게.
삼순 정말요?
진헌 웰빙 시대잖아요. 수고. (나간다)
삼순 (입이 쑥 나온다)꼭 자기 용건만 말하지... (그러다 정신 차리고는)그럼 자기
용건만 말하면 됐지, 뭘 원하는데! (주둥이를 때리며)정신 차려 김삼순!
12. 홀(동 밤)
-디너타임의 풍경...
13. 베이커리실(동 밤)
-‘마르키즈 글라세’를 마악 완성한 삼순, 입이 댓발은 나왔다.
삼순 내가 꼭 이 짓을 해야되니?
인혜 그럼 어떡해요. 손님이 주문한 건데.
영자 (E)김희진씨?
삼순 (돌아본다)
-영자가 삼순의 이름표와 얼굴을 번갈아보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삼순 ? 왜요?
영자 그건 뭐 나중에 알게 되겠죠. 기대되네 그 날이? 아이스크림은요?
삼순 (방금 만든 걸 건넨다)
영자 (받아들고 흥, 콧방귀 끼고 나간다)
삼순 왜 저래?
14. 홀 입구
-장중한 음악이 흐르면서 벌컥 문이 열린다.
-2 회의 그 아내가 썩 들어선다. 한손에 약수통을 들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그 눈!
-어서오세요, 하며 맞던 웨이터와 웨이츄리스들이 의아하게 쳐다본다.
-아내, 그들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안으로 들어간다.
-카메라가 실내를 휘저으며 적진 깊숙이 치고 들어간다. 목표물을 찾아 휘휘
둘러본다. 저쪽에 목표물이 있다! 카메라가 성큼성큼 목표물을 향해 간다.
15. 홀
-젊은 애인이 ‘마르키즈 글라세’를 먹다가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반지를
씹는다. 입 안에서 꺼내어 보고는 놀라 입이 귀에 걸린다.
애인 (코맹맹이)어머 자기야! 어머어머 어떡해! 이거 나 주는 거야? 자기 미워.
날 이렇게 감동시키구...
남편 뭘 그 정도 갖고... 다음엔 더 좋은 거 해줄께.
애인 눈물 나... 흑... 다음부턴 이러지 마? 나 울리면 안돼에? (하는데 누군가
그 반지를 냅다 채가자 놀라 쳐다보면)
아내 (무섭게 부라린다)정말 눈물 난다 눈물 나.
-남편, 쳐다보고 사색이 된다.
-애인, 누구? 하다가 눈치 까고 움츠러든다.
아내 흥,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내 것보단 작게 했네? 그럼 나도 작은 걸로
응답하지.
-바닥에 내려놓았던 약수통을 순식간에 테이블에 뿌린다. 노리끼리한 액체가
남편과 애인에게 쏟아진다. 오줌이다. 애인은 비명 질러대고 남편은 ‘당신
미쳤어?‘ 고함을 치고 손님들은 놀라서 쳐다보고 오지배인과 웨이츄리스들이
달려오고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아내 그래 나 미쳤다 어쩔래! 입장 바꿔 생각해봐. 너 같음 살인 났어 이 새끼야!
(애인이 달아나려 하자 잽싸게 머리채를 낚아챈다)어딜 도망 가!
16. 베이커리실
-여자의 비명소리와 말리는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그대로 들려온다.
삼순 이게 무슨 소리야?
-삼순과 인혜, 창구 앞으로 다가와 홀을 내다보다가 놀란다.
17. 홀
-애인은 도망가려 바닥을 기며 몸부림을 치고, 아내는 온갖 욕을 하며 머리채를
흔들고, 오지배인을 비롯한 홀직원들이 뜯어말리지만 분노한 아내의 힘을
당하지 못하고 아수라장인데.
남편 야! 너 그거 못놔? (떼어내며)이게 사람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놔! 안놔?
(떨어지자- 애인은 얼른 도망가고)이게 정말 아우! (주먹을 확 치켜드는데
누군가 그 팔을 잡는다. 돌아보면)
-진헌, 남자의 팔을 움켜쥐고 있다.
남편 넌 뭐야!
진헌 (팔을 움켜쥔 손에 힘을 준다)
남편 아! 아아아아...
진헌 (힘을 주느라 눈에도 힘이 들어간다)
남편 아아아아아악!
진헌 (확 팽개친다)
남편 (바닥에 널부러져 아내에게 이를 간다)너, 나중에 보자. (바람처럼 사라진다)
-이제 사람들의 시선은 하나 남은 아내에게 꽂혀 있다.
-아내, 남편이 앉았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오지배인과 진헌, 난감하다(웨이터들은 난장판을 수습하고 오물을 닦고).
오지배인 진정하세요 손님. 일단 안으로 좀 드시죠. 들어가서 안정을 취한 다음에
가시는게 좋겠어요. (아내의 울음소리가 더 커지자 난감하다)손님, 저희가
지금 영업중이라서...
삼순 (E)오지배인님.
-오지배인과 진헌이 돌아본다.
-삼순이 그들에게 눈짓을 하고는 준비해온 초콜릿과자들과 와인을 서빙한다.
삼순 드시고 좀 진정하세요 손님. 실연당했을 땐 초콜릿이 최고거든요.
아내 뭐? 실연? 넌 이게 실연으로 보이니? 너 지금 내 남편 바람 났다고 우습게
보는 거야 뭐야!
삼순 전 작년 크리스마스에 비슷한 일을 당했어요. 제 애인이 다른 여자랑 호텔에
있는 현장을 잡았거든요.
아내 (솔깃... 울먹울먹하며)그래서?
삼순 그냥... 보내줬어요.
아내 (테이블을 쿵 치며)왜 그냥 보내? 반쯤 죽여놓지?
삼순 (씁쓸)... 마음 떠나면 그것처럼 무서운 게 없잖아요.
아내 (동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삼순 그리구 오늘은 저희 레스토랑 특별이벤트 첫날이거든요?
-진헌과 오지배인, 금시초문이라 놀란다.
삼순 실연당한 여자들을 위한 이벤튼데 실연당한 여자들이 오면 이 초콜릿이랑
와인이 무료예요.
아내 (퉁명스레)실연당한 걸 어떻게 증명해? 구청에서 실연증명서라도 떼준대?
삼순 눈에 다 써있잖아요.
아내 ... 그렇긴 하네.
삼순 그리고 피아노 연주도 해드려요, 우리 사장님께서 직접. (하며 진헌을
소개한다)
-진헌, 당황해한다.
-아내가 진헌을 훑어본다. 저 젊은 청년이 피아노 연주를 해준다면 괜찮겠군.
어느새 마음이 콩밭에 가있다.
-이때다! 삼순, 진헌에게 사사삭 다가와 귀엣말을 한다.
삼순 뭐하고 있어요, 밥상 다 차려놨는데 재 뿌릴 거예요? 내일이면 단골들 사이에
소문 좍 퍼질텐데...
진헌 왜 하필 피아노예요?
삼순 그럼 춤 출래요?
진헌 꼭 드라마 따라하는 것 같잖아요.
삼순 ? 예?
진헌 (부어서)개나 소나 피아노야. (하며 무대로 간다)
삼순 (갸웃하더니 아하...)테레비 안보는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볼 건 다 봤네.
아내 (진헌을 향해)나 오버더레인보우 신청해도 돼요?
삼순 (확 돌아보며)!!!
-피아노 앞에 앉던 진헌도 놀란다.
-그때 웨이터 하나가 피아노 연주를 독려하는 박수를 친다. 그러자 전직원이
박수를 친다. 손님들도 박수를 친다. 홀 분위기가 화해모드로 돌아섰다.
-진헌, 진퇴양난이다.
삼순 저 인간, 괜히 또 성질 부리는 거 아냐? 다 차려논 밥상인데...
-진헌, 건반만 노려본다. 사람들의 박수도 잦아들고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삼순, 애가 탄다.
-직원들도 왜 안치는지 의아하게 쳐다본다.
-아내도 기다린다. 왜 안치는 거야?
-제발... 두 손을 그러모으는 삼순.
-드디어 손을 드는 진헌. 건반을 누른다.
-삼순의 눈이 반짝!
-진헌, 연주하기 시작한다. Over The Rainbow 그 곡이 맞다.
-삼순, 크게 안도한다.
-진헌의 연주가 점차 궤도에 오른다.
-모두들 그만 쳐다본다. 아내도, 손님들도, 오지배인도, 영자도, 현무도,
인혜도, 홀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
-삼순, 마음이 이상하다. 그 마음이 낯설고 민망해 고개 돌리는데,
-희진이 들어서고 있다.
-삼순, 놀란다. 그때 그 여자? 얼른 진헌을 본다.
-연주하다 무심코 문쪽을 보던 진헌이 희진을 발견하고 표정 굳는다. 희진을
보는채 연주는 기계적으로 계속되고.
-삼순, 두 사람을 번갈아본다.
-희진이 또각또각 걸어들어온다.
-진헌, 연주 계속하면서 뚫어져라 희진을 본다.
-희진이 멈추어 선다.
-진헌도 연주를 멈추고 그녀만 바라본다.
-두 사람을 번갈아보는 삼순. 이 여자가 그 여자구나! 놀라움과 함께 묘한
질투심까지...
18. 보나뻬띠 외경(동 밤)
-네온이 꺼진다.
19. 베이커리실
-밀가루 반죽하는 삼순. 심란하다.
-퇴근하려던 인혜가 들여다본다.
인혜 언니 퇴근 안해요?
삼순 어, 크로와상 반죽 좀 만들어놓고.
인혜 그럼 저한테 말씀하시지.
삼순 아냐 됐어. 먼저 가.
인혜 (눈치 살피다가)아까 그 여자요...
삼순 (멈칫 했다가 다시 일 한다)
인혜 혹시... 사장님 옛날 애인 같은 거예요?
삼순 ... 어.
인혜 어머, 언닌 알고 있었어요?
삼순 (왠지 모른다고 하기엔 자존심 상한다)어.
인혜 근데 괜찮아요?
삼순 ... 인혜씬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남녀가 사귀다 헤어지고 등성이 하나
잘 넘기면 더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어.
인혜 친구 같진 않던데...
삼순 퇴근하기 싫으면 다시 유니폼 갈아입고 와.
인혜 아녜요, 갈께요. 수고하세요. (얼른 간다)
삼순 (복잡하다)...
20. 커피숍(동 밤)
-진헌이 희진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빤히 바라본다.
-마치 그 시선을 피하려는 듯 티포트의 밀크티를 각각의 잔에 따르며 희진은
불안한 수다를 떤다.
희진 피아노 실력이 더 늘은 거 같던데 설마 딴 여자한테 쳐준건 아니지? 전화두
안받구, 바빴나봐? 바쁘면 좋지. 레스토랑 잘 된다며? 니가 그런 쪽으로
재능 있는 줄 몰랐어.
진헌 (그저 빤히 본다)
희진 (눈 맞추고 피식 웃는다)... 화, 많이 났구나?
진헌 용건이 뭐야.
희진 (저 싸늘한 모습, 각오했지만 두렵다)
진헌 (거만한)날 찾아온 용건이 뭐냐구.
희진 돌아온다고 약속했잖아. 기억, 안나?
진헌 기억 나. 니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희진 !...
진헌 ...
희진 (무마하려는 듯 씨익 웃고는)너 지금 아주 화나있어. 3 년 내내 화나 있었어.
그래서 지금 나한테 화풀이 하는 거야. 실컷 해. 받아줄게. 내가 잘못한 거
나도 알아. 나로선 어쩔 수 없었지만 니가 화낼만 해. 그러니까 실컷 화 내.
진헌 넌 니가 아주 대단한 사람인 줄 아는구나?
희진 ?...
진헌 그래, 처음엔 화가 났었어. 사고나자마자 공부를 핑계로 가버리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근데 나, 아주 바빴어 3 년동안. 부서진 다리 다섯 번 수술
하고, 재활치료 받고, 레스토랑 개업하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몰라.
그리고 몸 아픈 거에 비하면 마음 아픈 건 아무것도 아니더라. 너? 몸은
아프고 시간은 없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희진 (마음 아프다)일부러 그러는 거 뻔히 아는데, 그래도 마음이 안좋네.
진헌 (빈정거리듯)5 년 걸린다더니 일찍 왔네.
희진 너 땜에 다 채울 수가 없었어.
진헌 (피식 냉소)
희진 (정색하고)그러지 마. 나도 지금 쉬운 거 아냐.
진헌 ...
희진 이렇게 화나 있는 모습, 매일 생각했어. 못견디겠더라. 그래서...
진헌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공부도 팽개치고.
희진 제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진헌 잊었니? 3 년 전의 너는 더 했어.
희진 어쩔 수 없었어. 너라도 그랬을 거야.
진헌 나 같으면 그따위 선택 안하지.
희진 적어도 죽진 않았잖아!
진헌 (언성 높아지자 좀 놀라는)!...
희진 내가 그렇게 떠났다고 너 죽었니? 멀쩡히 살아서 니 할 일 하고 있어.
그럼 됐잖아.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진헌 넌 전화 한 통 없었어!
희진 마음 약해질까봐 할 수가 없었어!
진헌 왜! 내가 우는 소리할까봐!
희진 그래, 독한 맘 먹고 갔는데 방해받기 싫었어! 그 정돈 이해해줄 줄 알았어!
진헌 (핏발 선다)3 년 동안 전화 한 통 없는 여잘 어떻게 이해해!
희진 넌 그래줄 줄 알았어 이 바보야! (핑글 눈물이 돈다)
진헌 !...
희진 우리 사이엔 그런 믿음이 있다고 생각했어. 전화 한 통 없어도, 내가 돌아
온다고 했으니까,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울컥)그러니까... 기다릴 줄
알았어... 날 믿어줄 줄 알았다구...
진헌 !...
-노래가 바뀐다. 메리 홉킨스의 ‘Those were the days'
-달아오른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희진, 얼른 눈물을 훔친다.
진헌 ...
희진 ... 이 노래 기억 나?
진헌 (모른 척)
희진 오버더레인보우하고 이 노래, 니가 가끔 연주해줬잖아.
진헌 (기분이 이상해진다)
희진 (응? 그만 화 풀라는 듯 간절하게 바라본다)...
진헌 (감상에 빠지기 싫어 벌떡 일어난다)음악감상은 혼자서 하는 게 좋겠다.
-진헌이 그녀 옆을 지나치는 순간, 희진이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는다.
아슬아슬하게 손가락만 걸친 채가 된다.
진헌 !!!...
희진 ... 가지 마.
진헌 !... (목젖이 울렁인다)
희진 (손을 온전히 잡는다)
진헌 (오랫동안 잊었던 느낌이 되살아난다. 아득하다)
희진 아직 할 말이 많아...
진헌 ...
희진 제발...
진헌 (조용히 그러나 완강하게 그녀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낸다)
희진 !...
-진헌, 뒤도 안돌아보고 나간다.
-희진의 어깨가 무너진다.
21. 베이커리실
-타이머가 땡 울린다.
-삼순, 30 도에 맞추어져 있는 숙성기에서 부풀어오른 크로와상 반죽을 꺼낸다.
작업대에 반죽을 올려놓고 가스 빼는 작업을 한다.
22. 포장마차(동 밤)
-삼순과 인혜를 뺀 여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다들 적당히 취했다.
영자 우리가 괜찮은 남자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
여직원 1 첫째, 착한 남자는 못생겼다.
여직원 2 둘째, 잘 생긴 남자는 안착하다.
여직원 3 셋째, 잘 생기고 착한 남자는 이미 결혼했다.
여직원 4 아까 거기까지 했어요.
영자 (열변을 토한다)넷째, 잘 생기고 착하며 미혼인 남자는 능력이 없다. 다섯째,
잘 생기고 착하며 미혼이며 돈 많은 남자는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여섯째,
잘 생기고 착하며 미혼이며 돈 많고 우리에게 관심있는 남자는 바람둥이다.
-여직원들, 자학적인 표정들이다.
영자 일곱 번째, 잘 생기고 착하며 미혼이며 돈 많고 우리에게 관심 있고
바람둥이가 아닌 남자는 동성애자다.
-여직원 하나가 살맛 안난다는 듯 들고있던 젓가락을 던진다.
영자 여덟 번째! 잠깐, 나 화장실 좀. (일어나 나간다)
23. 베이커리실
-삼순, 마지막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불 끄고 나간다.
24. 홀
-나오는 삼순. 현관 쪽으로 가다가 인기척에 멈칫 서서 돌아본다.
-바에 홀로 앉아 진헌이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삼순, 갸우뚱해서는 그쪽으로 가려다가 멈춘다.
-왠지 건들면 안될 것 같은 진헌의 분위기...
-삼순, 그냥 나간다.
25. 포장마차
영자 여덟 번째, 잘 생기고 착하며 미혼이고 돈 많고 우리에게 관심있고 바람둥이가
아닌 이성애자는 절대 먼저 접근하지 않는다. 아홉 번째, 잘 생기고 착하며
미혼이며 돈 많고 우리에게 관심 있는 바람둥이가 아닌 이성애자에게 우리가
먼저 접근하면 그 남자는 우리에게 흥미를 잃어버린다.
-여직원들, 맞어 맞어 먼저 대쉬하면 안돼 수군거린다.
영자 그럼 열 번 째는 뭐냐! (실눈을 뜨고 일급비밀을 누설하듯이)잘 생기고 착하며
미혼이며 돈 많고 우리에게 관심 있는 바람둥이가 아닌 이성애자에게 우리가
먼저 접근해도 우리에게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그 남자는?
-그 남자는? 여직원들 고개를 모으고 귀를 쫑긋! 눈이 초롱초롱!
영자 (더더욱 실눈으로)뭔가 이상이 있는거지.
-뭐야아... 잔뜩 실망해 제각각 궁시렁거리고, 여기 오돌뼈 하나 추가요 소리
지르고, 원샷도 하는 여직원들.
영자 이게 현실이거든? 그런데 삼순이는 어떻게 진헌왕자를 낚아챘냔 말이지. 지가
나보다 젊어?
여직원 1 나보다 날씬해?
여직원 2 나보다 이뻐?
여직원 3 나보다 성격 좋아?
영자 사필귀정! 아까 그 여자 봤지? 이제 삼순이는 낙동강 오리알 됐다 이거야.
여직원 4 근데 삼순이가 누구예요?
26. 홀 내 바(동 밤)
-진헌, 위스키 잔을 단숨에 비운다. 잔을 채우려 병을 드는데 누군가가 채간다.
돌아보면, 삼순이다.
삼순 이거 회사물품인데 이렇게 함부로 마셔도 되는 거예요?
진헌 (병을 빼앗아 잔에 따른다)
-삼순, 잔을 갖고 와 옆 스툴에 앉아 제 잔에 술을 따른다.
진헌 ...
삼순 (한모금 마시고 진저리를 친다)
진헌 (마시고 잔을 채운다)
삼순 (힐긋 본다. 뭐든 말을 붙여야겠어서)... 미주 말예요. 말 못하는 것 땜에
놀이치료 다닌다면서요?
진헌 ...
삼순 이건 제 생각인데요, 한달에 한두번쯤 일루 데려와서 같이 빵도 굽고 케잌도
만들고 그럼 좋을 것 같은데.
진헌 (보며)?...
삼순 전에 테레비에서 놀이치료하는 거 보니까 빵 만들고 과자 굽는 거랑 별로
다를 게 없더라구요.
진헌 ...
삼순 안돼요?
진헌 괜찮은 생각이에요.
삼순 그런다고 뭐 이자 삭감해달란 소린 아녜요. 그냥 미주가 이뻐서...
진헌 (피식 웃는다. 많이 취했다)... 우리 미주 이쁘죠.
삼순 네. 근데 왜 말을 못해요?
진헌 ...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예요.
삼순 ?...
진헌 어릴 땐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안하드라구요.
삼순 왜요?
진헌 알 수가 없죠. 말을 안하니까.
삼순 어린 게 심오하네.
진헌 (피식)...
삼순 (그 여자가 궁금해 죽겠다. 힐긋 눈치 살피고는)많이.. 좋아했어요 그 여자?
진헌 ...
삼순 이쁘더라, 인상도 좋아보이구... 둘이 잘 어울리던데... (용기 내어)왜
헤어졌어요?
진헌 ...
삼순 네 번째 조항 발효. (스스로 입을 다문다)
진헌 ...
삼순 (못참겠다)딱 하나만 더 물어볼께요. 성이 뭐예요?
진헌 ...
삼순 성도 똑같으면 곤란하잖아요. 나랑 차별화도 안되구. 김? 이? 박? 아님,
천방지축마골피?
진헌 ... 유희진...
삼순 유희진? 아... 유씨구나. (하는 순간 진헌이 무너져온다)
-삼순, 어? 얼결에 진헌의 몸을 받지만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둘 다
프레임아웃.
-바닥에 널부러진 삼순, 진헌의 몸에 깔린 채 다친 머리를 감싸쥐고 아파한다.
삼순 아- 머리야... (가슴팍에 얼굴 묻은 걸 보고는 헉! 얼른 머리를 쳐낸다.
진헌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떨어지자 놀라서 흔든다)사장님! 사장님!
(반응 없자 뺨을 찰싹찰싹 친다)사장님... 아저씨... 삼식아!
27. 오피스텔(동 밤)
-침대에 널부러진 진헌의 구두가 벗겨진다.
-삼순, 구두를 벗기고 양말을 벗긴다.
삼순 (신났다)너 딱 걸렸어. 술버릇 갖고 장난쳤지? 한번 당해봐.
-진헌, 간지러운지 툭 헛발질을 한다.
삼순 (발바닥을 찰싹 치며)가만 있어 짜식아.
-삼순, 킁킁 양말냄새를 맡고는 으~ 인상 쓰며 휙 던지는데 진헌이 몸을
뒤집으며 제대로 발길질 한다. 그 발에 정통으로 맞고 악! 나가떨어지는 삼순.
삼순 (코피가 났나 확인하면서)우이씨... 이 자식 이거 술 취한 척 한 거 아냐?
(발을 살살 간질인다)
진헌 (발을 찬다)
삼순 (얼른 피하고는)그냥 한번 더 맞고 코나 세울까? 아니지, 뼈를 깎는 고통은
실연으로 족해.
-삼순, 침대 위로 올라가 양복을 벗기기 시작한다.
삼순 이렇게 좀 해봐. 비싼 양복 다 망가지네.
-삼순, 애드립해가면서 팔 한쪽을 빼고는 반대쪽으로 건너가 다른 한쪽을
빼며 난리부르스를 떤다. 그리고는 넥타이를 푸는데 진헌이 덥석 그녀를 안아
눕힌다!
삼순 허???!! (반사적으로 발딱 일어나는데)
진헌 (힘주어 확 눕히고)
삼순 허?!... (살짝 고개 돌려 보면)
진헌 (콧김을 내뿜으며 잔다)
삼순 !... (콧김을 손으로 젓는다)... 자는 거야? 그런 거야?
진헌 ...
삼순 술버릇 참 희한하네. (살살 팔을 들어올리는데)
-진헌, 오히려 더 꽉 끌어안는다. 얼굴과 얼굴이 맞닿는다.
삼순 (헉!)... (눈이 마구 굴러다닌다)... (기분이 이상해진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눈을 감고 두 손 모아 기도한다)
하느님 아버지,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소서. 삼순이 인생에 성추행이라뇨.
제발! 플리즈!
진헌 희진아...
삼순 (반짝 눈을 뜨고 쳐다본다)
진헌 희진아...
삼순 !!!...
진헌 (잠 든 채)...
삼순 !... 어느 희진. 김희진, 유희진.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고 콕 집어서 말해.
진헌 ...
-삼순, 괜스레 맥이 탁 풀린다. 시무룩하다. 하릴없이 실내를 둘러본다.
지난번에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보질 못했다.
-깔끔한 실내... 빨아서 깨끗해진 꿀꿀이가 어딘가에 놓여있다.
-삼순, 진헌을 본다. 바로 눈 앞에서 그가 잔다.
삼순 인간미 없는 놈... 코도 안고냐. (눈코입을 하나하나 뜯어본다. 마음이
이상하다)...
진헌 ...
삼순 (괜스레 마음이 짠해진다)... 여기다 널 가둬놓고 그 여잘 기다린거니?
진헌 ...
-삼순,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고는 진헌의 팔을 살짝 들어올린다. 올라간다.
됐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나 또 끌어안으며 아예 발까지 덮치는
진헌.
삼순 (미치겠다)야!!!
28. 희진 거실(동 밤)
-소파에 웅쿠리고 앉아 와인을 홀짝이고 있는 희진...
29. 과외 오피스텔(회상&꿈)
-교복을 입은 대여섯명의 남녀학생들이 영어과외를 받고 있다.
-맞붙은 책상에 마주앉아 희진과 진헌이 열심히 강의 듣고 있다. 그러나 책상
밑에서는,
-희진의 발이 진헌의 발을 장난스레 툭 찬다. 진헌의 발이 화답하듯 쿵 찬다.
희진, 어쭈? 하는 표정으로 더 세게 찬다. 진헌, 더 세게 찬다. 희진,
구둣발로 정강이를 콕 차버린다. 욱! 비명 지르는 진헌. 선생님이 쳐다보자
시침 떼며 고통을 참는다. 쌤통이지? 하는 희진의 표정. 진헌, 두 다리로
희진의 두 다리를 확 감싸안는다. 희진이 발을 빼려하지만 여의치 않다.
못당하겠지? 진헌, 여유만만한 미소를 보낸 뒤 모른 척 강의를 듣는다. 희진도
그만 웃어버리고는 강의를 듣는다.
-그때 책상 아래로 누군가의 볼펜이 떨어진다. 볼펜 임자가 허리를 숙이다가
엉켜 있는 다리를 본다. 갈래머리 삼순이다.
삼순 (확 일어나 둘을 째려보며)놀고 있네, 주민등록증에 잉크도 안마른 것들이.
안떨어져?!!!
30. 오피스텔(아침)
-놀라 번쩍 눈을 뜨는 진헌. 꿈이다... 안도하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데,
삼순 (E)일어났어요?
-또 놀라 확 상체 일으키는 진헌.
삼순 (국자 들고)일어났으면 빨리 씻어요. 밥 먹고 출근하게.
진헌 ???!!!...
삼순 순진한 척 하긴, 뭘 그렇게 놀래요?
진헌 ?!...
삼순 (계란국 간을 보며)다행히 쌀이 있길래 밥 좀 했어요. 국은 계란국이에요.
냉장고에 계란 밖에 없더라구요.
진헌 (황당하다. 일어나 앉는다)... 어떻게 된 거예요?
삼순 (돌아보며 음흉한 미소와 함께)사장님 술버릇도 장난 아니던데요?
진헌 ?!...
-시간경과.
-식탁에 국을 놓아주고 앉는 삼순. 맞은편에는 마악 씻고 나온 진헌이
앉아있다. 식탁에는 밥과 계란국, 김치와 김 계란찜이 전부다.
진헌 나 별로 생각 없는데...
삼순 (짝 째리며)입이 음식물 쓰레기봉투려니 생각하고 갖다부어요.
진헌 (마지못해 숟가락을 들고는 힐긋)... 나.. 어떻게 데려왔어요?
삼순 (열심히 먹으며)레스토랑에서는 택시 아저씨가 실어주고 여기선 경비 아저씨가
나르고... 문은 경비아저씨가 열어줬어요. 다행히 비상키가 있더라구요.
진헌 (망신이군... 숟가락으로 밥을 께작거리는데)
삼순 복 달아나요. 퍽퍽 퍼먹어요 좀!
진헌 (에이... 계란국에 밥을 말아 한 술 뜬다. 정신이 좀 드는 것 같다)
삼순 맛있죠?
진헌 싱거워요.
삼순 소금이 없어서 나 세수한 물에 끓였어요.
진헌 (찌푸리며 본다)
삼순 발도 씻을 걸. 그럼 간이 딱 맞았을텐데.
진헌 ... 정말 여기서 잤어요?
삼순 그럼 집에 갔다가 다시 와서 계란국을 끓였겠어요? 뭐가 이쁘다구?
사장님이 못가게 붙잡았잖아요. 기억 안나요?
진헌 ?... 내가요? 왜요?
삼순 허! 왜요? 내가 묻고싶네. 왜 그랬어요?
진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삼순 정말 기억 안나요?
진헌 (맹해서 고개 젓는다)
삼순 (너 한번 당해봐라)술 마시고 쓰러지는 것까진 좋은데 여자까지 밝히면 쓰나.
밤새 얼마나 괴롭히던지 잠을 한숨도 못잤네. (하품까지)아 피곤해.
진헌 (말도 안돼)!...
삼순 (오홋, 샘통이다)
-(E)초인종 소리.
-두사람 모두 현관 쪽을 쳐다본다.
진헌 (나사장?)
삼순 (메기여사?)어떡해요, 또 어머닌가봐요.
-진헌, 일어나 비디오폰으로 간다. 곧 비디오폰을 보고 표정 굳는다.
진헌 !!!...
삼순 어머니예요? 어머니죠.
진헌 !...
삼순 ?... (일어나 비디오폰으로 가 확인하고 놀란다)
-비디오폰에 보이는 희진의 모습.
31. 오피스텔 복도
-밤을 지샌 피곤한 얼굴로 희진이 벨을 한번 더 누른다. 잠시 후 문 따는
소리에 이어 문이 열리고 진헌이 나타난다.
진헌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본다)...
희진 (진헌을 지나쳐 안으로 불쑥 들어가며)할 얘기가 있어.
32. 오피스텔
-신발 벗고 안으로 들어오며,
희진 니가 모르는 게 있어. 다 얘기할게, 내가 왜 그랬는지. 너만 힘들었던 거
아냐. 나도 (하다가 멈칫!)
-삼순이 뻘쭘하게 꾸벅 인사한다.
-희진, 어리둥절하다.
-진헌이 안으로 들어온다.
-희진, 진헌과 삼순을 번갈아본다. 그제야 삼순을 알아본다.
희진 (넋나간 채 입엣말로)케잌?... (실내를 둘러본다)
-어질러진 침대, 식탁위의 밥상...
-희진, 도대체 이게 다 뭐야? 하는 표정으로 진헌을 본다.
-삼순도 진헌을 본다. 어떡해요...
진헌 말해. 할 얘기가 뭔지.
희진 (어이가 없다)...
진헌 내가 모르는 게 뭔데.
희진 (삼순을 본다)
삼순 (움찔 놀라 슬그머니 시선 피한다)
희진 (간신히, 예의 바르게)죄송하지만 둘이 할 얘기가 있어요.
삼순 네? 네... (서둘러 가방과 옷을 챙긴다)
희진 (배신감에 진헌을 노려본다)
진헌 (맞받아 쳐다본다)
삼순 저 그럼 말씀 나누세요. (나가려는데)
진헌 가지 마.
삼순 (멈칫, 돌아본다)?...
희진 ?...
진헌 (다가가 삼순의 어깨를 안는다)내 여자친구야.
희진 !!!...
삼순 !!!...
진헌 할 얘기 있으면 같이 있을 때 해. 여자친구 몰래 딴 여자랑 수근대기 싫어.
희진 !!!...
삼순 !!!...
진헌 (희진을 빤히 쳐다본다)
희진 (원망 가득한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삼순 (둘 사이에서 피가 마른다)
-결국, 희진이 돌아서서 뛰쳐나간다.
-삼순, 진헌을 확 쳐다본다. 화가 났다.
-진헌, 아무일도 없었던 듯 식탁으로 돌아와 밥을 먹는다.
-삼순이 어이없게 쳐다본다.
-진헌, 국에 만 밥을 마시듯이 후르륵 먹어댄다.
-삼순, 성큼 다가와 국그릇을 빼앗아 한쪽에 탕 놓는다. 몹시 화가 났다.
진헌 (안보고)...
삼순 저 여자 좋아하잖아. 나랑 가짜연애하면서 기다린 게 저 여자 아냐?
진헌 당신이 상관할 바 아냐.
삼순 나도 상관하기 싫어. 근데 이게 뭐야. 날 바보로 만들었잖아!
진헌 상관하지 말라구!!! (박차고 일어나 옷장으로)
삼순 니가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 알아? 여자한테 그게 얼마나 큰 상천데!
진헌 (출근할 옷을 챙긴다)
삼순 (달려들어 들고 있던 가방으로 등을 뻑 치며)빨리 가서 붙잡아! 할 말이
있대잖아 이 나쁜 자식아!!!
진헌 (챙기던 옷을 확 내던지며))입 닥쳐! 저 여자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당신이
알아?!!!
삼순 !...
-진헌, 옷을 집어든다. 너무 화가 나 삼순이 보든 말든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와이셔츠로 갈아입는다.
-삼순, 싸늘하게 가라앉는다.
삼순 그럼 계약 파기해. 니 연애에 날 이용해도 된다는 말은 없었어.
진헌 맘대로.
-삼순, 쏘아보다가 휙 돌아서서 나간다.
-진헌, 꼼꼼하게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고 넥타이를 맨다. 잘 안매진다. 몇번
되풀이하다가 확 빼서 던져버린다.
33. 오피스텔 주차장
-울며 성큼성큼 걸어오는 희진. 차에 다다르자 가방을 뒤져 키를 찾는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 앞이 잘 안보인다. 가방 속에서 자꾸만 헛손질을
한다. 바닥에 내용물을 다 쏟아붓고 키를 찾는다. 눈물은 자꾸 흐르고 키는
안보이고... 결국 털썩 주저앉아 흐느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뚝 울음
그치더니 눈물을 슥슥 닦는다.
희진 (혼잣말, 그녀에게는 주술의 의미)괜찮아 다 괜찮아질거야... 이것도
지나가는 거야... 지나가는 거야...
-희진, 소지품을 가방에 주워담고 주머니를 뒤진다. 키가 나온다. 차에 올라타
시동 걸고는 곧 출발한다.
34. 주방(동 낮)
-빈 그릇들이 들어온다. 몹시 안쓰럽게 생긴 어린 설거지맨이 재빨리 쓸어간다.
-현무의 눈에 음식이 거의 그대로인 접시가 뜨인다.
현무 잠깐. (그 접시만 집어들고 맛을 본다. 갸웃하며)맛있는데... (한쪽에 쌓여
있는 주문서를 보며 몇 번 테이블인지 확인한다)X 번 테이블? (홀을 내다본다)
-패셔너블한 차림의 이영이 와인을 마시고 있는 게 보인다.
35. 홀
-웨이터가 이영의 테이블에 커피를 서빙한다.
이영 이것 좀 치워주세요.
웨이터 네.
-웨이터, 빈 와인잔과 전혀 손을 안댄 크레페 접시를 들고 간다.
-이영, 커피 마시며 둘러본다. 남자라고는 웨이터가 몇 명 보일 뿐이다.
이영 얜 외박하는 주제에 핸드폰은 왜 꺼놓구 난리야?... 삼식인 어디 있나?...
36. 베이커리실(동)
-인혜가 크로와상 시트에 칼등으로 이등변 삼각형 모양을 만든다.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삼순, 옆에서 보고 있다가 한숨을 쉰다.
-인혜, 지레 주눅 들어 쳐다본다.
삼순 (엄한)비켜봐.
-인혜가 비키자 삼순이 칼을 든다. 인혜와는 달리 능숙하게, 똑같은 모양으로,
칼등으로 모양을 잡는다. 그리고 단번에 칼날로 슥슥 자른다.
-인혜, 감탄스런 표정으로 지켜본다.
-삼순, 시트를 돌돌 말아 크로와상 모양을 만들어 오븐 팬에 가지런히
정렬한다. 붓으로 달걀물을 바르고 역시 30 도에 맞춰진 숙성기에 오븐 팬을
넣는다.
삼순 (내내 무뚝뚝한)반죽이 두 배로 부풀면 달걀물 한번 더 발라서 오븐에 넣어.
온도는 몇도?
인혜 230 도요.
삼순 몇분.
인혜 15 분.
삼순 자를 때는 단번에 잘라야 돼. 안그럼 층이 뭉개져.
인혜 그건 아는데 잘 안돼요.
삼순 자꾸 하면 돼. 연습 해놔, 다음주에 볼 거야. (나간다)
인혜 (갸웃)어제 그 여자 땜에 사장님하고 싸웠나?
37. 주방
-크레페 접시가 들어온다.
현무 (웨이터 붙잡고)이거 몇 번 테이블이냐.
웨이터 X 번이요.
현무 ? 이상한 여자네? 왜 레스토랑에 와서 음식을 안먹어? (이번에도 크레페를
맛본다. 자뻑이다)이렇게 맛있는 걸...
38. 홀
-이영, 두리번거리다가 깜짝 놀란다.
-현무가 새로 만든 크레페 접시를 내려놓는다.
이영 ?... 이거 안시켰는데요?
현무 예, 압니다. 원래 디저트로 나온 건데 손도 안대셨더라구요. 근데 이건 좀
다른 크레페(본토 발음으로)라서요. 왜 우리 두부도 그냥 두부가 있고
손두부가 있듯이 크레페도 만드는 방법이 여러가진데 오늘은 모처럼 시골식
으로 만들어봤습니다. (스스로 참 뿌듯하다)이런 크레페, 서울서 맛보기는
힘들걸요? 길거리에서 대충 만드는 하라주꾸 크레페는 발톱의 때에 붙은
박테리아랄까요? 맛이라도 한번 보시라구 새로 만들어 왔습니다.
이영 ? 쉐프예요?
현무 이런 실례! 이 레스토랑의 모든 요리를 책임지고 있는 총주방장 이현뭅니다.
음식이 반 이상 남으면 항상 체크를 하죠.
이영 (시큰둥하게 접시를 민다)저 크레페 별로 안좋아해요.
현무 아... 근데, 타르타르 스테이크도 거의 안드셨던데...
이영 그건, (문득 불쾌해진다)그런 것까지 꼭 말해야 돼요?
현무 저희 레스토랑의 발전을 위해서 별 무리가 없다면...
이영 다이어트 중이라 남겼어요. 그리고 이거 가져가세요. 다이어트 중에 밀가루
음식은 더더욱 안먹으니까.
현무 (뚱-해진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이건 보통 크레페가 아닙니다. 크레페의
출생지인 브르타뉴 지방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시골스런 방식대로 만든 겁니다.
현지에서도 맛보기 힘든건데...
이영 글쎄 전 크레페 별로 안좋아한다니까요?
-현무, 몹시 마음 상한 표정으로 크레페 접시를 들고 간다. 그러나 곧 멈춘다.
돌아서면서 표정이 싸악- 변한다. 짐 캐리 같다. 핸드폰 버튼 누르고 있는
이영에게로 돌진한다.
현무 어떻게 크레페를 안좋아할 수가 있죠?
이영 (번호 누르다 말고 쳐다본다)네?
현무 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하고 향긋한 크레페를,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냐구요.
이영 (황당)이봐요 아저씨.
현무 그깟 다이어트 땜에 평생에 한번 맛볼까말까한 크레페를 거들떠도 안보다니,
아가씨 정신이 외출한 거 아닙니까?
이영 뭐라구요?
현무 그리고 그 옷차림은 뭡니까? 그렇게 가슴 쭉쭉 파고 다닐려고 세상에 하나뿐인
크레페를 안먹겠다는 겁니까?
이영 이 아저씨가 정말.
현무 (접시 디밀며)당장 먹어요!
39. 주방
-홀이 보이는 곳에 요리사들이 몰려있다. 각자 오이 당근 샐러리 같은 거
아작아작 씹어먹으며. 그들 머리 위로는 키작은 설거지맨의 머리가 콩콩
튀어오른다. 궁금해 죽겠는데 대선배들 사이에 끼기는 어렵고 작은 키로
어떻게든 볼려고 용을 쓰는 중이다.
요리사 1 드디어 터졌군. 차라리 후련하네.
요리사 2 아침부터 특별한 크레페를 만든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
요리사 3 다크써클 장난 아니죠?
-삼순이 들어온다.
삼순 이부장님 어디 계세요?
요리사 1 우리 이부장님 생리중이야.
삼순 ??? (그들 틈에 끼어 홀을 내다본다)
요리사 2 삼순이 누님도 조심해세요. 맛 봐달란다구 함부로 품평하지 말구요.
요리사 3 특히 다크써클이 진한 날엔.
삼순 (이영을 발견한다)어?... (후다닥 뛰어나간다)
40. 홀
-끌고 가는 웨이터들을 확 뿌리치는 현무.
현무 이거 안놔?! 니들 5 분간 내 몸에 손대지 마.
오지배인 (애가 탄다)이부장님, 정신 좀 차리세요. 지금 영업시간이에요. 여긴 홀이구요.
현무 글쎄 저 여자가 세상에 하나뿐인 내 크레페를 안먹겠다잖아요.
이영 기가 막혀 정말. 지가 부시야 뭐야? 왜 지 멋대로야? (핸드백 들며)더러워서
피해준다 내가. (나가려는데)
현무 (붙잡는다)가긴 어딜 가? 이거 먹고 가!
이영 이 아저씨가 우아하게 좀 살려 그랬더니 협조를 안하네? 말로 할 때 이거
놓으시지?
현무 (접시를 코 앞에 들이민다)먹어. 먹고 가.
오지배인 (울상)이부장, 왜 이래 정마알.
현무 먹으라구. 먹어! 먹어! 먹어!
이영 안먹어! 안먹어! 안먹어! 악먹는다니까!!(그 접시를 확 쳐낸다)
-부웅 공중으로 날아가는 접시. 크레페가 공중돌기를 한다.
-웨이터들과 웨이츄리스들의 시선이 크레페를 따라 공중돌기를 한다. 그러더니
곧 허억! 놀란다. 흥분해 있던 현무도 놀란다. 이영은 엥? 하는 표정이다.
-크레페를 모자처럼 뒤집어쓴 진헌. 소스가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때.
삼순 (E)언니!
-모두들 돌아본다.
삼순 (달려나오며)언니 여기서 뭐하는 거야?
-모두들 놀란다. 현무는 더 놀란다. 언니?
-삼순, 그제야 진헌을 보고 놀란다.
삼순 ??? 뭐하세요 사장님?
이영 (사장? 휙 쳐다본다)
41. 현관 앞 또는 테라스
-이영을 끌고 나오는 삼순.
이영 (끌려나오면서도 홀을 연신 돌아본다)잠깐마안 제대로 못봤단 말야아... 어머
어머, 잘 생겼다아...
삼순 (끌어다놓고)전화나 하고 오지 이게 무슨 망신이냐? 남의 직장에서.
이영 난 잘못한 거 없어. 주방장인지 뭔지 그 넙치같이 생긴 놈이 지 성질에 지가
넘어간 거지.
삼순 안봐도 훤해. 속을 박박 긁어댔겠지. 언니 별명이 왜 주걱이겠어?
이영 그건 그렇구, 너 왜 핸드폰 꺼놨어. 외박은 왜 하구. 어젯밤 뭐 했어?
삼순 (찌푸리며)엄마 화났지.
이영 뭐 했냐니까?
삼순 (시선 피하며)묻지 마.
이영 !... (직감이 온다)너 남자랑 있었지!
삼순 (자신 없게)아아냐.
이영 표정 보니까 맞는데 뭐. 누구야. 너 정말 남자 생겼어?
삼순 아니라니까? 아 몰라! (홱 돌아서서 들어가는데)
이영 (얼른 잡고는)삼식이지. 너 삼식이랑 같이 있었지!
삼순 (뜨끔)
이영 어머 얘 부뚜막에 올라갔네? 빨리 말해. 뭐 했어.
삼순 하긴 뭘 해에... 그냥.. 잤지...
이영 허?!
삼순 (에구 실수! 펄쩍 뛴다)아아니 그 잠 말고 그냥 잠 그냥 잠...
이영 니들 진짜로 연애하니?
삼순 아니야아! 우리 사장 애인 있어.
이영 애인?
삼순 (아차! 괜히 말했다!)
이영 애인 있는 놈이 왜 가짜연애를 해?
삼순 (짜증)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빨랑 가. (후다닥 들어간다)
이영 (갸웃)얘네들 진짜 하이틴로맨스 쓰네?
42. 주방
-요리사들이 한쪽에 모여 난감한 표정들이다.
-오지배인이 설거지를 하고 있다.
-현무가 옆에서 말리고 오지배인은 밀쳐내면서,
현무 글쎄 제가 잘못했다니까요. 이러지 마세요 좀. (두 손으로 싹싹 빈다)이렇게
빌잖아요. 정말 잘못했어요 예? 다시는 안그럴게요. ... 오지배인님!
오지배인 (화나서)주방에서 무슨 짓을 하든 난 상관 안해요. 하지만 홀은 내 책임이에요.
조폭영화도 안봤어요? 남의 구역에서 무슨 짓이에요 그게? 어른인 내가
잘못 가르쳤으니 내가 벌을 받아야죠. 앞으로 일주일동안 설거지는 내가
할 거예요.
현무 그러니까 빌잖아요. 다시는! 정말 다시는 안그럴게요.
오지배인 전에도 그랬어요.
현무 이번엔 진짜예요 진짜. 아예 홀에 발걸음도 안할께요. 다시 한번 그러면 내가
개자식이다 정말. (말리는)그러니까요 예?
오지배인 (팔을 확 쳐내고 설거지 계속한다)
현무 (안되겠다. 마지막 수다. 요리사들을 휙 쳐다보며)얘들아, 여왕벌 모셔라!
-요리사들, ‘예!’ 하더니 우르르 달려들어 각자 팔과 다리를 잡고 하늘높이
치켜들고 나간다.
오지배인 어머머 무슨 짓들이야 이게! 아우 어지러워. 이거 안놔? 야 이놈들아!
-주방 창 너머로, 요리사들이 오지배인을 높이 쳐들고 으쌰으쌰 하며 가는게
보인다. 오지배인은 어지럽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현무 (으쓱)당연히 어지럽지. 과부에 총각이 넷인데. (구석에 뻘쭘하게 있는
설거지맨을 휙 본다)넌 뭐하냐? 설거지 안하고?
-설거지맨, 얼른 달려든다.
43. 남녀공용 직원화장실(동)
-삼순, <직원용>이라는 팻말이 붙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삼순이 들어오다가 멈칫한다.
-진헌이 씻은 머리를 타월로 닦다가 돌아본다.
진헌 ...
삼순 희진씨, 만났어요?
진헌 ?...
삼순 일단 만나요. 만나서 아까 일 사과하고, 아니,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명하세요. 중간에서 입장 곤란하니까.
진헌 (무시하고 삼순을 지나쳐 나가는데)
삼순 아깐 너무 했어요. 비겁하고 치졸하고,
진헌 (멈춘다)
삼순 잔인했어요.
진헌 (싸늘하게 돌변해 돌아선다)... 당신 뭐하는 여자야.
삼순 뭐??? 다앙신???
진헌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삼순 허! 너 어따 대고 반말이야?
진헌 참견하지 말라고 했잖아!
삼순 그럼 날 이용하지 말았어야지. 날 바보로 만든게 누군데!
진헌 모든 일에 적극 협조한다. 두 번 째 조항 기억 안나?
삼순 협조한다고 했지 이용하란 소린 아니었어!
진헌 그럼 그 자리에서 밝히든가.
삼순 너 정말 그렇게 나올래?
진헌 그러니까 건들지 말라고 했지!
삼순 먼저 건든게 누군데! 연애질을 할려면 조용히 하든가, 왜 가만 있는 사람을
건드려 이 나쁜 자식아!
-진헌의 표정에 열 오르는게 역력하지만 삼순은 지금 눈에 뵈는 게 없다.
삼순 연애한다고 유세 떠니? 사랑싸움한다고 자랑하고 싶어? 웃기지도 않어 정말.
누군 왕년에 연애 안해봤나? 연애가 거기서 거기지 왜 그렇게 유난 떠는데?
야야 눈꼴 셔서 못봐주겠다 야. 이따위로 할 거면 차라리 계약을 파기하든가.
진헌 (주저없이)좋아, 파기해.
삼순 그래, 파기해!!
진헌 그럼 지금 이 시간부터 계약은 없었던 일이야. 대신, 오천만원 당장 상환해.
(나간다)
삼순 (헉, 오천만원!)
-삼순, 불시에 기습당한 얼굴로 벙-해 있다가 쫓아나간다.
44. 사장실
-진헌이 들어온다. 책상에 앉아 서류 들추는데.
-부술 듯이 문을 박차고 쳐들어오는 삼순.
삼순 너 개 키우니?
진헌 ???
삼순 그 개 이름이 오천만원이야? 야 이 철없는 놈아. 너한텐 오천만원이 개이름
일지 모르겠지만 난 아냐. 우리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서 만든 집이 그 돈
때문에 날라갈 수도 있어! 오천은커녕 오백이 없어서 자살하는 사람도 있구!
근데 넌 뭐야. 그 돈 니가 벌었니? 부모 잘 만나서 호강하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잘났어?! (재빨리 두리번거리더니 책상 위 꽃병을 냅다 집어던진다)
돈 없어! 배 째!
진헌 (입이 딱 벌어진다. 뭐 이딴 여자가 다 있어?)
삼순 지금은 돈 없으니까 나 돈 생기면 그때 파기해. 아까처럼 날 이용할
생각하지 말구. 대신 난 니 일에 상관 안해.
진헌 (그저 황당해서 보는)
삼순 계약대로 협조는 할 수 있어. 내 기분이 더러워지면 이용이고 아니면
협조야. 알았어 몰랐어.
진헌 (그저 어이없는)
삼순 그리구 너!
진헌 ?...
삼순 한번만 더 반말 해? (주먹 쥐어보이며)죽을 줄 알어. (나가는데)
진헌 아직 안끝났어요.
삼순 (? 해서 돌아본다)
진헌 (빈정대듯)꽃병값은 물어내야죠.
삼순 걱정마, 똑같은 걸로 사다놀테니까.
진헌 꽃도.
삼순 (으~ 치사한 놈)... 알았어! (휙 돌아서서 나가다가 ‘김숙’처럼 째려보며)
니가 꽃을 알어? (쌩 나간다)
진헌 (허, 어이가 없다)
45. 홀(동)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병사처럼 맛나게 밥을 먹는 삼순. 현무가 식판 들고
삼순의 옆에 와 앉는다.
삼순 (돌아본다)
현무 (민망, 무안)미안해서 어쩌지? 언니한테 너무 실례를 했네?
삼순 (방금 전의 전투에 고무돼 씩씩하다)괜찮아요. 언니두 잘한 거 하나도 없어요.
아직도 밥 굶는 사람이 많은데 비싼 식당에 와서 반너머 음식을 남긴다는게
말이나 돼요?
현무 (인상 확 펴진다)아이 참 그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고맙지이. 그리구 이거.
(붉은 띠를 내민다)
삼순 ?...
현무 정직원 됐잖아. 노란띠는 막내들이나 하는 건데.
삼순 (반갑다)고맙습니다. (기분 좋게 노란띠를 벗고 붉은 띠를 두르는데)
영자 (E)김삼순씨?
삼순 (무의식중에 쳐다본다)네?
영자 (희색이 만면해서는)어머, 김삼순이라고 부르니까 쳐다보는 것 좀 봐.
삼순 (아차! 그제야 깨닫고 당황스럽다)
-여직원들이 군무를 추듯이 흥!
영자 지금부터 김희진씨의 본명을 공개하겠습니다. (새로 만든 이름표-김삼순-을
치켜든다)이게 바로 김희진씨의 본명입니다. 김삼순!
-여직원들 키득댄다. 쌤통이다.
-그러나 나머지는 심드렁한 표정들이다.
-영자, 뜻대로 되지 않자 의아해한다.
영자 김희진이 아니라 김삼순이라구요. 삼순이!
인혜 지난번에 오지배인님이 가르쳐줬어요.
삼순 !...
영자 !...
여직원들 !...
현무 난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영자씨만 모르고 있었던 거 아냐?
영자 장캡틴이욧!
현무 아 미안미안. 장캡틴도 이름이 맘에 안들면 바꾸지 그래? 영희? 영미? 영순이?
영자 (욹으락붉으락)이부장님 딸한테 지어주세요, 영순이!
삼순 그만해요 장캡틴.
영자 (쳐다본다)
-삼순, 이름표를 떼고 새 이름표를 단다.
-모두들 쳐다본다. 분위기 싸-하다.
삼순 (의연하게)조만간 개명할려구 했는데 그때까진 그냥 이걸루 할께요. 잠시나마
헷갈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 (영자 보며)이제 됐어요?
영자 (머쓱하고)
현무 (어색해진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등을 툭 친다)개명은 무슨! 희진이보단
삼순이가 백배는 낫다. 희진이가 뭐야, 니 맛도 내 맛도 아니게. 안그래
삼순씨? 안그러냐 니들?
요리사 1 삼순씨, 나도 삼순이가 더 맘에 들어.
요리사 2 저두요 삼순이 누나!
요리사 3 미투 삼순이 누나!
웨이터 1 미쓰리 삼순이 누나!
인혜 지두 그렇구만이라 삼순이 성.
삼순 (버럭)아 그만들 해요 좀!!!
46. 보나뻬띠 현관 앞(동 밤)
-우르르 나오는 삼순과 직원들.
현무 그럼 푹 쉬고 내일 보자구. 삼순씨 안녕! (짖궂게 윙크하며 간다)
삼순 (어우!)
요리사 1 삼순이 누나 안녕히 가세요.
여직원 1 삼순이 언니 잘 가요.
여직원 2 내일 봐요 삼순이 언니.
여직원 3 삼순이 언니 안뇽~
요리사 2 삼순이 누나 싸랑해요~
요리사 3 삼순이 누나 화이링~
-그렇게 제각각 한마디씩 하며 흩어지고 영자와 삼순이만 남는다.
영자 (흥, 흘겨본다)
삼순 눈 안아파요?
영자 흥! 남이사?
삼순 근데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면서 왜 언니라고 안부르니 영자야?
영자 어머어머?
삼순 너 혹시 나이 속인 거 아냐?
영자 어머어머, 누누누누가 나이를 속였다 그래요?
삼순 아님 말구. 근데 언니라고 부르면 이쁠텐데. 안그러니 영자야?
영자 (말문 막혀서)허! 허! 기가 막혀 정말! (도망치듯 종종종 사라진다)
삼순 (비싯 웃는다)기집애... 좀 귀엽네... (걸어나오는데)
-헤드라이트 불빛이 갑자기 비친다.
-삼순, 눈이 부셔 선다.
-(E)크랙션 소리.
-삼순, 소리 나는 곳을 본다..
-저쪽에 대어져 있는 차에서 희진이 내린다.
삼순 !!!...
희진 (다가온다)
삼순 !...
희진 (다가와 마주 선다)
삼순 !...
희진 실롄 줄 알지만, 얘기 좀 해요 우리.
삼순 !!!...
-두 여자에서 스톱.
-5 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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