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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 54


S#1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난정, 김씨를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김씨 	(엄한 눈빛으로 보는) ...! 
난정 	(지지 않고 맞받아 보는데) ..! 
윤지임 	임서방, 뭣하고 있는 겐가?! 
	얼른 이 되먹지 못한 닐니리야 계집을 내쳐버리게! 
임서방 	(난처한 듯 윤원형 눈치보며 쭈볏대는) 그게.. 저.. 
윤원로 	아버님, 아랫것들 손을 빌릴 것도 없사옵니다. 
	소자가 이 팔뚝으로 저 일편단심 닐니리야의 볼기짝이 헤지도록 
	매를 치겠사옵니다! (난정쪽으로 다가가는데) 
윤원형 	(윤원로를 막아서며) 
	형님, 내 저 애를 잘 타일러 돌려보낼테니 그만 두시구려! (난정쪽 돌아보며) 
	난정아, 어서 돌아가거라. 얼른! 
난정 	서방님, 귀밑머리 풀어 올린 안해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시다니요? 
	소첩 듣기가 민망하옵니다. 
윤지임 	뭬, 뭬야.. 귀밑머리 마주 푼 안해?! 
윤원형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 아버님! 
윤지임 	(복장이 터지는) 원로야, 
	당장 저 년의 되바라진 주둥이를 바수어 놓아라!! 
윤원로 	예, 아버님! 무얼 하느냐?! 어서 멍석을 대령하렷다! 
임서방 	그, 그게.. 저.. 
윤원형 	(놀라) 형님! 멍석은 엇다 쓰시게요? 
윤원로 	실성한 계집에겐 몽둥이가 약이라 했느니! 
	저 실성한 계집을 멍석으로 말아들이거라! 
하인들 	예! (멍석과 몽둥이등을 들고 난정쪽으로 다가서는데) 
난정 	(여유있는 미소) ... 
김씨 	(난정의 앞으로 막아서며) 그만두시지요, 시아주버님! 
윤원로 	아니 제수씨, 지금 뉘의 역성을 드시는 겝니까? 
김씨 	아버님, 아주버님. 
	이 일은 아녀자들의 일이오니 소첩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윤지임 	얘, 며, 며늘아. 하지만...? 
김씨 	아버님, 이 일에 대한 소문이 담을 넘어가면 가문의 체통이 
	크게 손상되는 일이옵니다. 소첩이 조용히 마무리 할 것이오니 
	허락해 주시옵소서. 
윤지임 	오, 오냐.. 네 뜻이 그렇다면 네 말에 따르기는 하겠다만.. 
김씨 	(조아리며) 고맙사옵니다. (난정을 엄한 눈빛으로 보며) 따라 오너라. 
난정 	따라 오너라? 
김씨 	(낮지만 기품있는) 네 정녕 멍석말이를 당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난정 	그러지요, 아우님! 

난정, 윤지임에게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려 김씨를 따라 초당쪽으로 간다. 

윤원로 	원형아, 저 일편단심 닐니리야가 지금 제수씨보고 뭐라 한 게냐? 
	아우님?! 
윤원형 	...형님.. 
윤지임 	(이마를 잡고 휘청거리는) 아이구, 머리야.. 
윤원형,원로 (윤지임을 부축하며) 아버님! 
윤원형 	형님, 얼른 아버님을 방으로 뫼십시다. 

윤원형과 윤원로, 윤지임을 부축하여 방 안으로 들어간다. 
윤원형, 방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고개를 돌려 걱정스럽게 초당쪽을 본다. 


S#2 동 윤원형 초당 마당 

김씨, 앞장서고 그 뒤를 난정이 당당하게 따라와 
초당 방 안으로 들어간다. 배천댁과 탄실, 
그런 난정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본다. 


S#3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 보료 위에 앉는다. 

김씨 	(서있는 난정에게) 앉으시게. 
난정 	(김씨의 앞에 앉으며) 
	...아우님께오서 이사람에게 매질이라도 하실 줄 짐작했는데 
	역시 사대부가의 품절을 훈육받으신 분이라 다르시군요? 
김씨 	자네가 지난 스무엿새날 서방님과 혼례를 치룬 일은 중전마마께 들어 잘 알고 있네. 
난정 	이사람도 아우님께서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시지만 속으로 가슴이 
	찢어진다는 것쯤은 잘 압니다. 
김씨 	(담담하게 보는) ... 
난정 	내 아우님한테 미안한 마음은 없지는 않으나 어쩌겠소? 
	한 사내의 정을 나누어 받고 싶지 않은 것이 모든 여인의 심정 아니겠소이까? 
김씨 	(끄덕이며) 자네가 
	서방님과 혼례까지 올렸고 게다가 중전마마의 신망까지 등에 업었으니 
	기고만장(氣高萬丈) 하는 게 당연 할테지. 
난정 	(찌푸리며) ... 
김씨 	내 자네를 원망하지는 않네. 
	나와 자네는 한 지아비로 받들어야 하는 인연으로 얽힌 것을! 
난정 	...! 
김씨 	허나 이댁은 이 나라의 국구댁이자 중전마마의 사가일세. 
	자네가 이집 며느리 대접을 받고 싶다면 그에 걸맞는 언사와 
	행실을 배워야 할 것이야. 
난정 	아우님! 이 사람이 천출이라고 가르치시려 드신다면.. 
김씨 	이보게! 자네야말로 어찌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가?! 
난정 	뭐요? 
김씨 	내 자네의 천한 신분을 책망하려 했다면 자네가 내게다 되먹지 못한 
	언사를 지껄였을 때 물고를 냈을 것이야! 
난정 	(한방 먹은) ..! 
김씨 	(따끔한) 자네를 신망하시는 중전마마께 누가 되지 않도록 사람으로서의 
	품성을 갖추라 이 말일세! 
난정 	아우님께서 일러주시지 않아도 내 앞가림은 내 알아서 할 것이니 
	너무 닥달은 하지 마시오. 
김씨 	(끄덕이며) 그래, 자네한테는 분명 내가 갖추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게야. 
	부디 서방님 전정을 위해 신명을 다해주게나! 
난정 	('이제 보니 만만치가 않구먼') ...! 


S#4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보료 위에 누워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윤원형과 윤원로가 걱정스럽게 윤지임을 본다. 

윤원로 	(휙- 보며) 원형아, 
	네 어쩌자고 엉덩이에 뿔 날 짓거리를 했느냐?! 
윤원형 	형님, 그게 말이오.. 
윤원로 	이러다가 아버님께오서 큰 병환이라도 얻으시면 어쩌려고! 
윤원형 	..형님.. 
윤원로 	(계속 말을 자르며) 아둔한 아우님아! 
	이 형이 첩실 잘못 들여 처가에서 내쫓겼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할망정 
	어찌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게냐?! 
윤원형 	..아, 글쎄.. 내 말도 좀 들어.. 
윤원로 	당장 일편단심 계집은 무 짤르듯이 잘라버리고 제수씨한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거라! 
	행여 중전마마께오서 아신다면 경을 칠게야! 
윤원형 	(버럭) 형님! 중전마마께오서 윤허해 주신 일이오! 
윤원로 	뭬야? 중전마마께오서? 
윤지임 	(벌떡 몸을 일으키며) 원형아, 그게 참말이냐?! 
윤원형 	예, 아버님! 소자가 어찌 첩실을 들이는 중차대한 일을 
	독단으로 행할 수 있었겠사옵니까?! 
윤지임 	(중전의 속내를 짐작하느라)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김씨E 	(방 밖에서) 아버님. 
윤지임 	오냐, 며늘아, 그 닐니리야 계집은 쫓아냈느냐? 


S#5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밖 

김씨와 그 옆에 난정이 서있다. 
한편 구석에 배천댁과 탄실이의 모습도 보인다. 

김씨 	아버님, 작은댁이 물러가기 전에 인사를 여쭈겠다고 하옵니다. 


S#6 동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뭬야? 인사?! 
윤원형 	(눈치보며) 아버님, 잠시 들라 하시지요.. 
윤지임 	시끄럽다! 내 아들놈 첩년한테 시아비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귓구멍에 말뚝을 치는 게 낫지! 
	(못마땅한 표정으로 휙-돌아눕는다) 
윤원로 	(눈짓하며) 원형아.. 
윤원형 	(씁쓸하게 보다가) 알았소...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간다) 
윤원로 	(갸웃하며 혼자말) 
	..중전마마께오서 윤허를 하셨다?.. 
	(방문쪽을 보는) ..?! 


S#7 동 큰 사랑채 방 밖 

윤원형, 방에서 나와 김씨와 난정을 힐끔 본다. 

윤원형 	(난정에게) ..지금은 아버님 심기가 편치가 못하시니 
	다음에 다시 인사를 드리는 것이 좋겠네. 
김씨 	서방님 말씀대로 하게나. 
난정 	(방문쪽을 향해 큰 절을 올린다) .. 
윤원형,김씨 ...! 
난정 	(방문쪽에다) 소첩, 오늘은 아버님께 
	문전박대를 당하였사오나, 언젠가는 아버님께오서 
	버선발로 뛰어나오시어 소첩을 반갑게 맞아주실 날이 있을 것이라 믿겠사옵니다. 
(E) 	방 안의 묵묵부답.. 
난정 	(윤원형에게) 하오면 소첩 물러가옵니다. (김씨에게) 아우님, 
	나중에 또 뵙지요! (돌아서 대문쪽으로 간다) 
윤원형 	(난정의 뒷모습을 보다가 김씨의 눈치를 힐끔 살피며) 
	부인, 부인께서 난정이에게 넓으신 아량을 베풀어 주시니 
	내 참으로 감동스럽구려.. (슬쩍 김씨의 손을 쥐는데) 
김씨 	(손을 빼며) 서방님, 소첩 저녁진지상 채비를 해야 하옵니다. 

김씨, 초당쪽으로 총총히 가면 그 뒤를 배천댁과 탄실이가 따른다. 

윤원형 	(쓴 입맛을 다시며) 
	하긴, 매도 일찍 맞으랬다고 난정이 일이 이리 무마되었으니 
	한 고비는 넘은 셈이구먼! (한숨을 푹 내쉰다) 휴우- 


S#8 윤원형 대문 앞 길 

난정, 걸어가다가 윤원형 집 대문쪽을 휙- 돌아본다. 

난정 	(강렬한 눈길) 내 언젠가는 이집의 안주인 노릇을 할것이야! 
	암, 두고보라지! 두고 보라지!! (섬뜩한 미소로 대문을 보다가 휙 돌아서간다) 

길상, 공간에서 나타나며 걸어가는 난정의 뒷모습을 본다. 

길상 	...! 


S#9 중궁전 옆 마당 

금이와 향이를 비롯한 후궁처소의 나인들이 꿇어 앉아있다. 
회초리를 든 중궁전 상궁이 자세가 흐뜨러지는 나인의 등짝에 가차없이 
회초리를 갈긴다. 

금이,향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 


S#10 중궁전 방 안 

윤비, 차를 마시고 앉아있다. 

엄상궁 	중전마마,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가 있는 나인들이온데 
	어찌 문초는 아니 하시고 앉혀만 두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미소) 그 나인들은 큰 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일세. 
엄상궁 	예에? 미끼라닙쇼? 
윤비 	두고보게, 제발이 저린 고기들이 제발로 찾아들걸세. 
엄상궁 	...? 


S#11 경빈 처소 외경 

처소 앞 댓돌 위에 갖가지 색상으로 장식된 일곱켤레의 운혜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처소 마당엔 각 후궁들의 상궁나인들이 도열해 있다. 

경빈E 	이사람이 여러분을 처소로 청한 연유는.. 


S#12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보료 위에 앉아있고 양옆으로 
희빈과 창빈, 그리고 숙의홍씨, 숙의이씨, 숙원이씨, 숙원 김씨 
(*4명의 후궁)가 둘러 앉아있다. 

경빈 	중전마마의 진노를 풀어드릴 방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오. 
	이일은 내명부의 웃전이신 중전마마의 심기를 
	편케 해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살길을 찾고자 함이오. 
후궁들 	('살길?!'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웅성대는) .. 
경빈 	지금 교태전 뒷곁에 이사람 뿐만이 아니라 
	여러분들 처소의 나인들도 끌려가 있을 것이오. 중전마마께오서 
	마음을 잡수시기에 따라서는 나인들의 거짓토설을 받아내시어 
	우리들을 내치시는 것이 무얼 그리 대수겠소이까? 
	허니 그전에 우리가 선수를 치자 이 말씀이오. 
희빈E 	경빈, 혓바닥에 기름칠을 하셨소? 어찌 그리 말을 
	번드르르 잘 하시오? 
창빈 	그래요, 
	중전마마의 거짓 회임 소문이 불거져 나왔을 때 
	중궁전을 지켜드려야 할 의무가 있는 우리 내명부들이 오히려 중전마마의 
	재진맥을 부추키거나 수수방관 했던 일은 중전마마께 
	대죄를 지은 것이지요. 
희빈 	해서 일품명부인 우리 세사람이 중전마마께 
	죄를 청하고자 하는데 여러분들도 참여해 주시겠지요? 
후궁들 	(서로의 눈치만 힐끔힐끔 보는데) .. 
경빈 	(연상을 쾅치며 버럭) 
	우리의 뜻에 따르겠냐고 물었느니!! 
후궁들 	(움찔놀라 조아리며) 
	예, 따르겠사옵니다. 
경빈 	('진작 그럴 일이지!' 표정으로 후궁들의 면면을 둘러보는) ... 
후궁들 	(경빈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하는) .. 
창빈E 	(그모습을 보며) 중전마마 안전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같던 경빈도 
	아랫 명부들에겐 상전노릇을 톡톡히 하시는구려! 
희빈E 	(보며) 그러게 말이오? 
	호랭이 없는 곳에선 여우가 임금노릇을 한다더니?! 


S#13 난정모 집 마당 

난정모, 키질을 하고 있는데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어머니! 
난정모 	(돌아보며) 난정아! 
난정 	(난정모에게 달려가 안아준다) 어머니! 
난정모 	(난정의 얼굴을 보며) 
	어디보자 내 딸.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왜 이리 훌쩍 크게 보이는지 모르겠구나? 
난정 	..들어가세요. 어머니. 
난정모 	오냐, 들어가자구나.. 
	(난정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간다) 


S#14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난정모에게 큰 절을 올린다. 
난정모, 대견한지 눈물을 찍어낸다. 

난정 	(보며) 어머니, 또 우세요? 
난정모 	그래, 그래, 미안하구나.. 
	(눈물을 찍어내며) 
	다시는 눈물을 보이지 않기로 해놓고.. 	
	승후관께서도 평안하시고? 
난정 	(끄덕이며) 예. 서방님댁에 
	인사 여쭈러 갔었어요. 
난정모 	(놀라) 뭐야? 
	파산부원군 대감댁엘, 네가? 
난정 	(함박 웃음) 예에. 중전마마께오서 윤허하오신 혼례이니 
	저를 혼쾌히 맞아주셨어요. 
난정모 	오, 그래... 이번 네 혼사에 당추스님과 갖바치 어른께서 애를 많이 쓰셨다. 
	당추스님께서 암자에 가시기 전에 찾아 뵙고 고맙단 인사를 드리거라. 
난정 	예, 그럴게요... 참, 어머니. 대감마님께오서 
	방면되셨다는 소식은 들으셨어요? 
난정모 	(밝은) 그래, 양평댁이 일러주더라.. 
	참으로 다행이지 무어냐? 
난정 	(자신의 힘으로 정윤겸을 구한 흐뭇함에 웃는데) .. 
난정모 	이번에 대감마님께오서 방면되신 일에는 
	박참의댁 도련님께서 애를 많이 쓰셨다더라. 
	참으로 고맙고도 고마우신 분이 아니더냐? 
난정 	('박희량이라니?!') 
	..그, 그렇네요.. 


S#15 정윤겸 집 외경 

배서방, 댓돌 위에 놓인 신발을 가지런히 놓으며 주인이 돌아온 
사랑채 방쪽을 미소로 본다. 


S#16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초췌한 정윤겸 앞에 박희량과 정렴이 
그 뒤편으로 옥련이 앉아있다. 

정윤겸 	(박희량을 가늘게 보며) 
	희량아, 네가 내 구명을 위해 애를 많이 썼다지? 
박희량 	송구하옵니다. 
	어르신께오서 방면되신 것은 어르신의 결백하오심 때문이라 생각하옵니다. 
	시생은 미력을 보탰을 뿐이옵니다. 
정렴 	아버님, 희량이가 침식을 거르며 백방으로 청을 넣었던 일은 소자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사옵니다. 
박희량 	(쑥스러운 듯 그러나 싫지는 않은) ..이사람.. 내 무슨 일을 했다고? 
정윤겸 	내 구차한 목숨을 구명해 주었으니 옥련이와의 혼사를 허락해 달라는 것이더냐?! 
박희량 	어르신, 어르신께오서 어인 연유로 시생을 불신하시는지 
	시생도 잘 아옵니다. 어르신께오서 한번 더 기회를 주시오면 
	시생, 어르신의 불신을 말끔히 씻어낼 것이옵니다! 
옥련 	(간절하게 정윤겸을 보는) ... 
정렴 	아버님, 이번에 희량이의 공도 있고 하니 허락해 주시지요. 
정윤겸 	(버럭) 그 입 다물거라! 
박,옥,정렴 (움찔 놀라는) ..?! 
정윤겸 	조정암과 선비들이 참화를 당한 이후로 
	뜻있는 유생들은 붓을 꺾고 세상을 등진다고 들었거늘 
	네 어찌 조정의 소인배들과 
	줄을 대어 그들의 주구노릇을 하려는 것이냐?! 
박희량 	주구라니요?! 
옥련 	아버님, 오해시옵니다. 희량도련님은 
	조정암 나으리의 구명을 위해 연좌를 하시다가 
	금부 옥사에까지.. 
정윤겸 	어허, 다물지 못할까?! 
	(박희량을 노려보며) 
	너같은 소인배의 주구놈에게는 내 딸을 줄 수 없으니 
	썩 물러가거라!! (휙- 고개를 돌린다) 
박희량 	(모욕감에 울그락 불그락 하다가 벌떡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정렴 	이보게, 희량이- 
	(정윤겸에게 깊이 숙이고는 박희량 뒤를 따라나간다) 
옥련 	(글썽) 아버님, 너무하시옵니다. 참으로 너무하시옵니다. 
	(방 밖으로 나가는) 
정윤겸 	(고집스러운) ..음!! 


S#17 정윤겸 집 대문 안 마당 

박희량, 급하게 사랑채쪽에서 뛰어나온다. 

정렴 	(그 뒤를 쫓아나오며) 
	이보게 희량이! 
박희량 	(분노한 표정으로 휙- 돌아보며) 
	누군 배알도 없는줄 아는가?! 어르신께서 내게 어찌 
	이러실 수 있단 말인가?! 
	내 목숨까지 내걸고 어르신을 구명해 드렸거늘! 
정렴 	내 아버님께오서 금부옥사에서 큰 고초를 겪으신 후로 
	아직 불편한 심기가 풀리시지 않아서 그러신 것이니 이해하게. 
박희량 	(숨을 몰아쉬며 분기를 달래는데) .. 
옥련 	(대문 밖으로 나오며) 도련님.. 소녀를 보아서라도 참으셔요.. 
	언젠가는 아버님께오서도 도련님의 참뜻을 알아주실 날이 있을 것이옵니다. 
박희량 	(옥련을 보다가 휙 돌아서 대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옥련 	(안타까운 표정) ...! 


S#18 갖바치 대문 앞 길 

갖바치와 방백인, 당골네가 
행장차림의 당추를 배웅하고 있다. 

당추 	내 이번에 암자로 들어가면 당분간은 속세의 흙을 
	밟지 않을 작정일세. 
갖바치 	형님께서 태산만한 깨우침을 얻으시기를 기원하리다. 
당추 	(끄덕이며) 고맙네. 
방백인 	형님, 이놈 속세의 때가 묻어 안광이 흐려지면 
	암자에 들를테니 박대하지 마시구려. 
당추 	허허, 아주머니께서 몸주를 받으시는 징조가 보이면 기별을 하게. 
	내 한걸음에 달려와 이 죽장으로 고쳐줌세. 허허허. 
당골네 	(삐죽거리는) .. 
당추 	허면, 잘들 있게나! (휘적휘적 간다) 

방백인과 당골네가 당추의 뒷모습을 보다가 대문 안으로 먼저 들어가고 갖바치, 
좀 더 지켜보다가 대문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난정E 	스님! 당추스님! 

갖바치, 돌아보면 난정이가 숨을 헐떡이며 당추쪽으로 달려가 선다. 
갖바치의 시선으로 난정이와 당추가 무슨 말을 주고 받는다. 
당추, 난정의 말에 끄덕여주고 
난정, 당추에게 합장인사를 한다. 
당추, 돌아서 가면 난정, 몸을 돌려 갖바치 쪽으로 다가와 선다. 

난정 	(숨을 고르며) ..하마터면 스님을 뵙지 못할뻔 했사옵니다. 
갖바치 	(미소) 난정아, 당추형님 암자를 중전마마의 아들불공 도량으로 쓰려고 함이더냐? 
난정 	(놀라 보며) 아저씨, 그걸 어찌?! 
갖바치 	허허, 들어가서 오랜만에 차라도 한잔 나누자구나.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난정 	(갖바치를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19 갖바치 방 안 

갖바치, 난정의 찻잔에 차를 따라준다. 

갖바치 	난정아, 산 정수리만을 보고 
	산을 치달아 오르는 사람은 자기가 밟았던 풀 한포기, 
	구르는 돌멩이 따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난정 	(찻잔을 들고 향을 음미하는) ... 
갖바치 	그리 힘들게 산정에 올라섰다고 해도 
	자신이 올라왔던 길조차 잃어버리기 십상이지.. 
난정 	...! 
갖바치 	난정아, 이 아저씨는 네가 
	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잃고 헤맬까봐 그게 걱정이구나. 
난정 	아저씨.. 
갖바치 	물이 항상 아래로만 흐르는 까닭은 자신의 몸을 낮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지만물에 스며들어 싹을 틔울 수 있는 것이지.. 
난정 	... 
갖바치 	(보며) 난정아, 네 가슴 속에 가득한 
	욕심과 원한을 퍼내버리거라. 그래야 네 인생이 편해질 듯 싶구나.. 
난정 	아저씨 말씀 이 가슴 깊이 새겨둘게요.. 하지만 설령 내려오는 길을 잃고 
	헤매는 한이 있어도 내 반드시 산꼭대기까지 오를 것이옵니다! 


S#20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 방 앞 툇마루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송서방과 달래, 능금쪽을 힐끔거리며 뭐라고 수군거리는데 
중치막, 건장한 사내들을 이끌고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중치막 	(둘러보며) 
	백도주는 어디 있느냐? 
송서방 	(다가오며) 우리 어르신께서는 볼일 보러 송도에 가셨으니 
	며칠 걸리실 게요. (경계하듯 살피며) 
	헌데 우리 도주어른은 무슨 일로 찾소? 
중치막 	(사내들에게 턱짓하면) .. 

사내들, 객주에 쌓여있던 물건들을 부수고 
평상 등의 기물을 뒤엎는 등 객주 안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송서방 	(중치막을 붙들며) 아이구, 
	이거 왜들 이러시는 게요?! 
중치막 	(송서방의 멱살 쥐며) 
	더 험한꼴 보구싶지 않으면 길상이란 놈을 데려와! 

중치막, 발길질을 하면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지는 송서방. 
달래와 능금이 송서방에게 달려가 부축한다. 

능금,달래 	아저씨! 
중치막	싸그리 태워버려! 
사내들 	예! 

능금, 눈을 부라리며 벌떡 일어나 
몽둥이를 들고 사내하나의 뒷통수를 갈겨버린다. 널부러지는 사내. 
능금, 다시 몽둥이를 치켜들고 중치막에게 달려든다. 
중치막, 가볍게 내지르면 고꾸라지는 능금. 
능금, 고통을 참으며 다시 달려들지만 중치막의 
더욱 세찬 가격에 다시 쓰러진다. 
능금, 몽둥이를 의지하여 간신히 
몸을 일으킨 채 중치막을 노려보며 달려들다 제풀에 털썩 쓰러진다. 

중치막 	(쓰러진 능금을 살기로 보며) 네가 증말 
	제삿밥을 먹고 싶은 게로구나! 

중치막, 능금의 손에 들렸던 몽둥이를 뺏어들고 번쩍 치켜드는데 

능금 	(눈을 질끈 감는데) 
장씨E 	멈춰라! 
중치막 	(돌아보면) ..?! 
장씨 	(곽서방을 데리고 중치막 패거리쪽으로 다가서며) 
	재물을 태우려는 것을 보아하니 화적패는 아닌 듯 싶고, 
	뉘 댁 개들이냐? 
중치막 	(위협조) 옥골선풍 선비님, 얼굴에 칼자국 봉변당하고 
	싶지 않으면 비켜 서시오. 
장씨 	(쌩끗) 그놈 개숫물을 마셨나? 입정이 아주 더럽구먼! 
중치막 	(인상을 북 긁으며 사내들에게 눈짓을 하면) 

사내들, 장씨에게 달려든다. 
장씨, 부드럽게 춤추듯 
몸을 놀리며 (*태극권류의 중국권법으로) 덤벼드는 사내들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린다. 

능금 	(보며 충격) ...! 

중치막, 품속의 칼을 순식간에 뽑아들고 장씨에게 덤벼들려는 순간... 
장씨, 어느새 바닥에 떨어진 작대기를 주워들고 중치막의 목줄기를 겨눈다. 
중치막, 옴짝달싹 할 수가 없는지 낭패한 표정. 

장씨 	(숨소리가 고른) 진검이었다면 네놈의 목줄기를 끊었을 게다! 
중치막 	...! 
장씨 	이 객주에 볼일이 있으면 객주주인이 돌아온 연후에 
	다시 오너라! (중치막 목에 겨눴던 막대기를 던지며) 
	썩 물러가거라! 

중치막, 여기저기 나뒹구는 사내들을 수습하여 대문 밖으로 나간다. 

송서방 	(달래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서며) 고맙습니다요, 
	장대인 어르신. 
장씨 	(능금을 보며) 네 아직 손가락을 자르지 않았더냐? 
능금 	... 
장씨 	(비웃음 섞인) 
	그리 호들갑을 떨어대더니 
	네 배필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화급을 다투지는 않는 게지!. 
능금 	..그, 그런게 아니요.. 

장씨, 대문 밖으로 나가면 그 뒤를 따르는 곽서방. 

능금 	(일어나서 옷을 털다가 문득 장씨가 간 쪽을 보는) ...! 


S#21 중궁전 외경 

박상궁, 원자의 손을 잡고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위로 

엄상궁E 	중전마마, 
	원자아기씨 드셨사옵니다. 


S#2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방쪽을 돌아보며 반갑게 말한다. 
방문이 열리고 원자와 박상궁이 방안으로 들어선다. 

원자 	(습관처럼 윤비에게 쪼르르 달려오며) 어마마마! 

윤비, 환하게 웃으며 두팔을 벌려 원자를 안으려다 
문득 두손으로 원자를 막는다. 
그 바람에 마치 윤비에게 밀침을 당하듯 벌러덩 엉덩방아를 찧는 원자. 
박상궁, 놀라서 원자쪽으로 다가온다. 

윤비 	(스스로도 놀라 급히 원자를 안아주며) 
	원자, 괜찮소? 
원자 	(영문 몰라 보며) 
	어마마마, 왜 그러시옵니까? 
윤비 	미안하오, 원자.. 이 에미가 잠시 다른 생각을 했나보오. 
원자 	소자, 괜찮사옵니다. 
윤비 	조만간 강학청이 설치되면 
	이 에미가 원자와 놀아줄 짬이 없을 터인데 섭섭해서 어쩌누? 
박상궁 	(윤비와 원자의 모습을 보는) ... 


S#23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원자를 품에 안고 앞에 앉은 박상궁을 놀란 듯 본다. 

자순대비 	뭐라? 중전께서 
	원자를 밀쳐내셨다고 했느냐? 
박상궁 	예. 
조상궁 	(뭔가 게름직한) ... 
자순대비 	허어, 원자를 그리 괴이시던 중전께서 어찌...? 
박상궁 	쇠인 생각엔 복중의 아기씨를 보호하시려다 그리되신 줄로 아옵니다. 
자순대비 	(이해가 된다는듯) 그럴 게야.. 
	내가 배앓이 하여 얻은 자식과 남의 자식이 같이 보일 리가 없는게 
	인지상정이거늘.. 
원자 	할마마마, 소손은 괜찮사옵니다. 
자순대비 	(원자를 품에 꼭 안아주며) 그래요, 원자.. 
	부디 무탈하게 장성하시어 대통을 이으셔야 하오... 대통을... 
원자 	...? 


S#24 중궁전 방 안 

윤비,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윤비E 	내 어찌 원자를 밀쳐 냈을꼬?.. 나도 모르게 원자를 막았음이야.. 
	나도 모르게.. (문득 배를 어루만지면서 자신의 행위를 깨닫는) ...! 


S#25 중궁전 마당 

경빈과 희빈, 창빈과 후궁 네명이 소복차림에 
머리를 푼 채 중궁전 계단 앞으로 걸어온다. 
나인들이 계단 앞에다 자리를 깔면 
경빈과 희빈, 창빈, 그리고 후궁 네명이 자리에 앉는다. 
오상궁, 중궁전에서 나오다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재빨리 중궁전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26 동 중궁전 복도 

오상궁, 엄상궁이 서있는 쪽으로 
급하게 다가와 귓속말을 해댄다. 

엄상궁 	(흠짓 놀라) 그게 정말인가? 
오상궁 	예, 마마님. 
엄상궁 	(표정수습하며 방쪽에다) 중전마마 엄상궁이옵니다. 
윤비E 	들게. 


S#27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방문이 열리면 들어오는 엄상궁을 보고 묻는다. 

윤비 	무슨 일인가? 
	엄상궁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후궁 일곱분께오서 
	지금 교태전 앞에 자리를 깔고 중전마마께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다 하옵니다. 
윤비 	(흠짓) 뭐라? 석고대죄?! 


S#28 동 중궁전 앞 마당 

윤비, 중궁전 밖으로 나와 바라본다. 
계단 앞 마당에서 경빈과 희빈, 창빈을 비롯한 후궁들이 석고대죄 중이다. 

윤비 	(보다가) 전하의 총애를 받는 내명부 후궁들께서 어인 연유로 
	석고대죄를 청하고 있는가? 
경빈 	중전마마, 신첩들 처소의 나인들이 유비무환을 유포한 혐의가 있다면 
	신첩들이 아랫것들을 잘못 다스린 것이옵니다. 
	하오니 나인들 대신 신첩들에게 죄를 내려주시옵소서! 
윤비 	여기 계신 다른 분들도 모두 경빈과 같은 생각들 이신가? 
일동 	(조아리며) 그러하옵니다. 
윤비 	행여 나인들이 바른 말을 토설하여 너희들의 죄상이 드러날까 두려워 석고대죄를 
	청하고 있는 것은 아니신가? 
일동 	천부당만부당 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윤비 	희빈! 
희빈 	(움찔 조아리며) 예, 마마! 
윤비 	빈은 처소 나인을 시켜 지밀근처 후원 잎사귀 마다 꿀물로 주초위왕 넉자를 
	새기라 명한 적이 없으신가? 
희빈 	(바짝 조아리며) 마마, 
	하늘이 굽어보고 계시옵니다! 신첩이 어찌 그런 망극한 짓거릴 하겠사옵니까?! 
윤비 	창빈! 그대는 이사람의 거짓회임을 소문을 불식시킨다는 명분으로 대비마마께 
	재진맥을 주청드렸다고 아는데 
창빈 	... 
윤비 	내심 이사람의 거짓회임을 바라고 주청을 드렸던 것이 아닌가?! 
창빈 	마마, 신첩에게 그런 마음이 티끌만치라도 있었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천벌을 받을 것이옵니다. 
윤비 	(경빈을 보며) 경빈! 
경빈 	예, 마마. 
윤비 	경빈은 처소 나인에게 중궁전의 거짓회임을 궐내 구석구석 퍼뜨리라고 
	사주 한 일이 없는가? 
경빈 	신첩, 천지신명께 맹세코 그런 일은 없었사옵니다! 
윤비 	(끄덕이며) 그렇겠지.. 
	허면 이사람을 진맥했던 양어의를 처소에 불러들여 삼족을 멸하겠다는 
	위협을 가하며 내 회임여부를 추궁하신 일은 있으신가? 
경빈 	신첩, 주상전하를 뫼시는 몸으로 어찌 처소에 사사로이 
	외간 사내를 불러들일 수 있겠사옵니까?! 
	그런 일은 없었사옵니다! 
윤비 	없다?! 
경빈 	예, 마마! 
윤비 	허면 중궁전에 들어 마치 내가 거짓회임을 꾸민 것을 확신하는 양,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라는 등, 폐서인이 될것이라는 등의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불경한 말로 이사람을 핍박하고 
	위해를 가한 일도 없었다고 할 것인가?! 
경빈 	(어금니를 깨물며) 중전마마! 중궁전을 하늘과 같이 떠받드는 후궁이 어찌 
	그런 입에 담기 망령된 말을 내뱉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신첩은 기억이 나지 않사옵니다! 
윤비 	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경빈 	예, 마마! 
윤비 	(버럭) 내 두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들은 말인데도 시치미를 잡아뗄 작정이냐?! 
경빈 	(진땀이 흐르는) 기필코 그런 일은 없었사옵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신첩 당장 이 자리에서 중전마마께 
	목숨을 맡길 것이옵니다! 
윤비 	(노려보는) ...! 
경빈 	(조아린 채 땅바닥을 부릅뜨고 보는) ..! 
윤비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호호호! 
일동 	...?! 
윤비 	이제 보니 경빈이 참으로 재미있는 사람이구먼.. 재미있는 사람이야..! 
경빈 	...! 
윤비 	엄상궁, 잡아들인 나인들을 모두 방면하게. 
엄상궁 	예. 마마.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윤비 	허나, 여기 있는 후궁들은 스스로 죄를 청하였으니 
	내 무슨 죄를 정할지 좀더 상량해 본 연후에 처결을 내릴 것이야! 

윤비, 경빈을 내려다 보다가 몸을 돌려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경빈 	(모욕감과 수치감으로 주먹 쥔 손이 떨리는) ...! 


S#29 편전 방 안 

중종, 놀란 눈으로 김상궁을 바라본다. 

중종 	뭣이라? 석고대죄를 드린다? 
김상궁 	예, 전하. 후궁 일곱분께오서 교태전 앞에서 
	죄를 청하고 계시다 하옵니다. 
중종 	..음! 
김상궁 	전하, 일기가 작열하여 석고대죄를 드리시는 분들의 존체가 미령하실까 
	심히 우려되옵니다. 속히 교태전에 발걸음을 하시어 석고대죄를 그치라 
	하명하심이 가할 줄로 생각하옵니다. 
중종 	(저으며) 아니야.. 
	과인이 군주라 할지라도 내명부를 다스리는 것은 중궁전의 소임이니 
	내 이번엔 중전을 믿고 맡겨둘 것이야. 
김상궁 	(흠짓) ...! 
중종 	중전께서 무슨 깊은 뜻이 계실 것이야... 김상궁. 
김상궁 	예, 전하. 
중종 	과인이 오늘밤은 강녕전에서 침수를 들것이니 그리 알라. 
김상궁 	예... 


S#30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조상궁을 보며) 아직도 이더냐? 
조상궁 	예, 마마. 중전마마께오서 석고대죄 거두라는 명을 
	아직 내리지 않으셨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걱정스러운 혼자말) 허어, 중전의 강건한 성정이 
	회임을 하면 나아질줄 알았건만.. 원자의 장래가 
	참으로 걱정이구나.. 


S#31 중궁전 마당 

경빈, 희빈, 창빈, 후궁들이 작열하는 날씨에 기진맥진 앉아있다. 
금이, 향이 등을 비롯한 후궁처소 나인들이 멀찍하게 
떨어진 곳에서 걱정스럽게 본다. 
숙원김씨, 견디지 못하고 옆으로 픽- 쓰러진다. 

경빈E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결연한) 견뎌내야 함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견뎌내어야 살아 남을 것이야! 


S#32 중궁전 방 안 

윤비 	...! 


S#33 남곤 사랑채 외경 

남곤	E 화천군 지금 뭐라 하시었소? 


S#34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그 앞에 중치막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다. 

남곤 	대국서 건너온 거상이 지금 백도주의 사랑채에 
	머물고 있다고 했소? 
심정 	믿을만한 역관에게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을 겝니다. 
남곤 	허면 (중치막 휙- 보며) 
	저놈이 남소문 객주에서 마주쳤다는 자가 바로? 
심정 	그 거상이 옥골선풍이라 했으니 아마 그럴 겝니다. 
중치막 	... 
남곤 	어허, 허면 이거 낭패가 아니오이까? 
	내가 박살내려는 백도주와 친분이 있다면 필시 우리와는 
	줄을 대지 않을 터인데.. 
심정 	대감, 장사꾼들이란 한푼의 이문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철천지 원수와의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 족속 아니오이까? 
	허니 너무 염려 마시지요. 
남곤 	그럴까요? 
심정 	예, 이사람이 내일쯤 그 자를 만나도록 하겠사옵니다. 
남곤 	(끄덕이는데) ... 
남곤집사	E (방 밖에서) 대감마님, 
	박선비가 오셨습니다요. 
남곤 	들라하게. (중치막에게) 너는 나가 있거라. 
중치막	예, 대감마님. (일어서는) 

박희량,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중치막, 스치듯 방 밖으로 나간다. 

남곤 	자네가 또 어인 발걸음인가? 
박희량 	(앉으며) 대감 어찌 시생을 이리 희롱하실 수가 있사옵니까? 
남곤 	희롱이라니 그 무슨 말인가? 
박희량 	시생에겐 도총관대감댁과 인연을 끊으시라 하시어 놓고 이제와서 
	도총관을 방면하시다니요?! 
	시생,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씀이시옵니까? 
심정 	허허, 자네가 아직 정치를 모르는구먼. 
박희량 	예에? 
심정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시류에 따라 천변만화의 처신을 잘해야 된다 이 말일세. 
남곤 	암, 어제 동문수학하던 문우가 오늘은 정적이 되는 것이 정치이니 
	아무리 절친한 죽마고우라 할지라도 
	속내를 감춰야 한다 이 말일세나. 무슨 뜻인줄 알겠는가? 
박희량 	...! 
심정 	허니, 당분간 도총관댁을 드나들며 도총관이 누구와 만나고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잘 살펴보게나! 
박희량 	하오면 시생보고 간자노릇을 하란 말씀이옵니까? 
남곤 	간자가 아니라 우리와 뜻을 달리하는 
	정치 세력의 판도를 잘 지켜보라 이 말일세. 
	아마 내달쯤이면 자네한테 사간원 정언자리가 떨어질 걸세. 
박희량 	...! 


S#35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밤) 

사인교, 넉대가 서있고 
그 앞에 황서방과 박서방, 그리고 홍경주집사와 김전집사등이 
한담을 나누고 있다. 


S#36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김전, 홍경주, 김안로, 윤임, 김승지가 둘러 앉아있다. 

홍경주 	내 안그래도 이 기방에 들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희락당대감께서 청해주시니 참으로 고맙소이다. 
김안로 	별말씀을요? 
	남양군대감을 뫼시게 되어 광영이옵니다. 
김전 	허허, 남양군대감께오서 점찍어둔 기생아이가 
	있으신가 보오이다. 
홍경주 	암요, 판부사께서 이 늙은이에게 양보를 해 주셨지요. 
	아니 그렇소이까, 판부사. 
윤임 	예, 장유유서라는 말도 있사오니 이사람이 물러서야지요. 
김안로 	(김승지 보며) 영감께서는 장통교 기방에 첫걸음 이시지요? 
김승지 	예. 
김안로 	이번에 전하께오서 영감을 강학청 원자의 보양관으로 명하신 것은 
	그만큼 영감의 학문과 인품을 믿는다는 뜻이 아니겠소이까? 
윤임 	암요, 영감께서도 금관자를 다실 날이 	
	멀지 않았소이다. 
김승지 	(득의에 찬 미소) 전하의 성은에 황감할 뿐이옵니다. 
자운아E 	(방 밖에서) 술상 들여가옵네다. 
윤임 	들이게! 

방문이 열리면 자운아가 앞장 서고 심퉁과 향심이가 술상을 받쳐들고 들어온다. 

윤임 	자운아, 자네 미색을 오랜만에 대하니 대장부의 가슴이 뛰는구먼. 
자운아 	놀리시디 마시라요. 
김안로 	헌데 자네 몸이 축난 듯 싶구먼. 
자운아 	그럴 닐이 있어디요.. 
	내레 디금도 기방문 열 형편은 못되디만 하루라도 빨리 
	뒷뎐으로 물러 앉으려면 매향이한테 기방 꾸리는 법이래 가르텨 
	듀어야 하니끼니 어뗠 수 없이 문을 연기야요. 
홍경주 	이보게, 자운아.. 
	내겐 자네 딸을 불러주게나. 허허.. 
윤임 	(슬며시 일어나는데) 
김전 	판부사께선 술상이 들어왔는데 어딜 나가시는 게요? 
윤임 	허허, 이사람 측간에 좀.. 
홍경주 	그래요, 어서 다녀 오시구려. 


S#37 동 기방 안채 마당 (밤) 

윤임, 안방에서 나온다. 
윤임, 웃음소리가 흘러 나오는 안방을 슬쩍 돌아보고는 후원쪽으로 간다. 


S#38 동 기방 후원 연못가 (밤) 

옥매향, 생각에 잠겨 연못물을 보고 서있는데 

윤임 	(뒷편에서 걸어오며) 매향아. 
옥매향 	(돌아보며 조아리며) 판부사대감께오서 와 나오셨시오? 
윤임 	네 방안이 답답하여 바람을 쐬러 나왔느니라.. 
	헌데 네 예서 무얼하고 있었던 게냐? 
옥매향 	물위에 비튄 달을 보고 있었시오. 
윤임 	물위에 비친 달이라.. 
	허허 너도 이태백처럼 저 달을 잡으려고 
	연못물로 뛰어들 작정이더냐? 
옥매향 	(미소) 그럴 리가 있나요? 
윤임 	(진지하게) 매향아, 
	내 너를 소실로 맞아들이겠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느냐? 
옥매향 	판부사대감, 니년 아딕은 오마니 대신 
	기방도 맡아보아야 돼서리.. 
윤임 	오냐, 내 재촉하지 않으마. 대신! 
옥매향 	대신이요? 
윤임 	저 늙은 구렁이 같은 남양군대감이 
	어떤 감언이설로 꾀어도 넘어가서는 아니 되느니라. 
	약조해줄 수 있겠느냐? 
옥매향 	(피식 웃는) 
	..내레 약조드릴 테니끼니 아무 걱뎡 마시라요. 
윤임 	오냐, 내 너를 믿으마. 
옥매향 	들어가시댜요, 
	손님들이 기다리시갔습네다. 

옥매향과 윤임, 안채쪽으로 들어간다. 


S#39 윤원형 집 초당 외경 (밤) 

윤원형E 	부인 이것이 무엇이오? 


S#40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밤) 

윤원형, 손에 쥔 비단염낭을 보고 있다. 

김씨 	그걸로 난정이 살림집을 마련해 주시옵소서. 
윤원형 	살림집이요? 
김씨 	예.. 
윤원형 	부인, 이런 말 하기는 뭣하지만.. 내 이미 난정이에게 
	두칸짜리 초가 한 채를 마련해 주었소, 
	허니 다시 넣어두시구려. 
김씨 	서방님, 소첩은 난정이에게 아담한 와가라도 한 채 
	마련해 주었으면 합니다. 
	서방님께오서 드나드시어도 체통이 깍이지 않을 법한 
	그런 집 말이옵니다. 
윤원형	 ..내 부인의 말뜻을 알겠소.. 허면 내 받아두리다.. 
김씨 	... 
윤원형 	(슬쩍 보며) 헌데 부인, 우리 합궁은 어찌.. 
김씨 	서방님, 소첩의 닫힌 마음이 열릴때까지 기다려 주시옵소서. 
윤원형 	그러시겠지요.. 
	허면 내 이만 건너가리다. (일어서서 방 밖으로 나간다) 
김씨 	... 


S#41 난정모 방 안 (밤) 

난정과 난정모가 앉아있다. 

난정모 	난정아, 앞으로 어찌할 작정이냐? 
난정 	어찌하다니요? 어머니. 
난정모 	승후관나으리께오서도 드나드시기에 
	불편함이 없으시려면 혼례를 치뤘던 
	남소문 집이 편하실 터이고.. 
	이 에미는 대감마님께오서 마련해 주신 이 집을 
	떠날 수 없으니.. 
	단촐한 두식구 살림에 분가를 해야할 터이니... 
난정 	어머니, 제가 다 생각해둔 바가 있으니 그런 걱정 마세요. 
난정모 	생각해 두다니? 
난정 	당분간 당추스님 암자에서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위한 
	백일 불공을 드릴 것이에요. 
난정모 	백일 불공? 
난정 	예, 분가를 하는 일은 제가 불공을 마치고 돌아와서 정할테니 
	그리 알고 계세요. 
난정모 	그래, 그러자구나... 


S#42 동 난정모 마당 (밤) 

난정, 방문을 열고 나와 부엌쪽으로 걸어가는데 

길상 	(뒷편에서 나타나며) ..난정아. 
난정 	(놀라 돌아보며) 
	길상아.. 여긴 어쩐 일이야?! 
길상 	..난정아.. 네게 할 말이 있어 왔다. 
난정 	이젠 난 다른 사내의 여인이야.. 
	허니 나에 대한 마음같은거 티끌만치두 남겨두지마. 
길상 	(보며) ..난 평생 널 기다릴거다.. 언제까지라도 
난정 	뭐어? 너 지금.. 
길상 	(돌아서 어둠속으로 걸어간다) .. 
난정 	...! 


S#43 백치수 사랑채 외경 (밤) 

곽서방, 호위를 서듯 불켜진 방문 앞 마루에 앉아있다. 

능금 	(방문쪽으로 다가선다) ..저.. 
곽서방 	(능금을 보고) 
	..이 야심한 밤에 무슨 일이냐? 
능금 	...장대인 어른을 뵈러 왔소. 
곽서방 	(보다가 방쪽을 향해) 
	...어르신, 능금이란 아이가 뵙자고 합니다요. 
장씨 	(방안에서) 들이게. 


S#44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밤) 

장씨, 촛불 아래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방안에는 금침이 깔려있다. 
능금, 방문을 열고 들어와 장씨 앞에 쭈삣쭈삣 선다. 

장씨 	(시선주지 않고) 내게 무슨 볼 일이냐? 
능금 	(무릎 꿇으며) 어르신, 내 배필의 목숨을 살려주시오. 
장씨 	살려줄테니 네 손가락을 잘라 가져오라지 않았더냐? 
능금 	(침을 꿀꺽 삼키며) 
	..손가락 대신 내 몸을 통째로 바치겠소? 
장씨 	(미소) 허면 내게 살수청을 들겠다 이 말이냐? 
능금 	그렇소. 
장씨 	네 배필이란 놈이 목숨을 구명하여 돌아오면 어쩌겠느냐? 
	내게 살수청 든 몸으로 혼례를 올릴 수 있겠느냐? 
능금 	...길상이 목숨만 구할 수 있다면 혼례같은건 안 치뤄도 되오. 
장씨 	길상이란 놈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계집복은 있는 놈이구만.. 
	(술 한잔 마시고) 좋다, 
	허면 저고리 고름을 풀거라. 
능금 	(흠짓 놀라) ..예에? 
장씨 	내게 살수청을 든다고 하지 않았더냐? 
	내 손으로 고름을 풀어주랴? 
능금 	아니오, 내가 벗겠소. 
장씨 	(미소) 
능금 	(떨리는 손으로 저고리 고름을 풀고 저고리와 치마를 벗는다) 
장씨 	(빈 술잔을 내밀며) 받거라. 
능금 	예에?.. 
장씨 	합환주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능금 	(술잔을 받으면) 
장씨 	(술을 가득 따라준다) 
능금 	(술을 한번에 입속에 털어넣는다) 
장씨 	(미소) ...눕거라. 
능금 	(숨을 몰아쉬다가 결심했다는 듯 금침 위에 누워 이불을 푹 뒤집어 쓴다) 
장씨 	(피식 웃으며 술 한잔 더 따라 마시는) 


S#45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황촛불 아래서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윤비 	복중의 태아를 위해 경빈과 손을 잡으라.. 경빈과...? 

윤비, 고개를 들고 어딘가를 돌아본다. 


S#46 동 중궁전 앞 마당 (밤) 

경빈, 희빈, 창빈과 후궁들이 석고대죄를 드리고 있다. 
다른 후궁들은 지친 듯 잠이 들었고 희빈은 축 늘어진 채 신음을 흘리고 
창빈은 바른 자세를 잡아보려고 하지만 자꾸만 눈이 감긴다. 
경빈, 꼿꼿한 자세로 교태전 현판을 독기서린 표정으로 노려본다. 

경빈 	...! 


S#47 교태전 전각 위로 아침이 밝아온다 


S#48 동 중궁전 앞 마당 (아침) 

창빈을 비롯한 여섯명의 후궁이 몸을 눕히고 있다. 
오직 경빈만이 고개를 빳빳히 든 채 교태전을 쏘아보고 있다. 
경빈의 눈에서 분노의 눈물줄기가 흘러내린다. 

난정E 	경빈마마! 

경빈, 고개를 돌려보면 당의를 입은 난정이 경빈쪽으로 다가온다. 

경빈 	(난정을 보고) ..! 
난정 	(경빈을 보고) 
	천하를 한손에 움켜쥐고 호령하시던 경빈마마께오서 
	이 무슨 초라한 몰골이시옵니까? (웃음이 터지는) 호호,호호호! 
경빈 	(수치감으로 입술을 깨무는) ..난정이 네 이년...! 

난정, 경빈을 내려다보며 요사스럽게 웃는 얼굴에서 
스톱 모션-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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