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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 56


S#1 윤원형 초당 방밖 마당 

배천댁과 탄실이가 방안의 동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S#2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김씨를 내려다 보고 섰다. 
난정과 김씨의 시선이 불꽃을 튀기며 부딪친다. 

김씨 (치미는 분을 누르며) 
..내 자네의 환심을 사려했다니 그 무슨 말인가? 
난정 아우님께서 이사람에게 새살림을 차릴 와가를 마련하라고 돈을 내주시면 
이사람이 아우님 발밑에 엎드려 감격의 눈물이라도 쏟아낼 줄 아시었소?! 
김씨 자네가 무슨 오해를 하는 모양이구먼. 
난정 오해요?! 허, 오해?! 
김씨 앉기나 하게. 
난정 이사람은 요조숙녀(窈窕淑女)의 기품 뒤에 번뜩이는 비수를 감추고 있는 아우님같은 
사람과는 한자리에 마주앉고 싶지 않소이다! 
김씨 (굳으며) 내 듣자듣자하니 더는 참고 들어줄 수가 없구나! 
난정 왜요? 
이사람의 말이 아우님 속내를 가시처럼 찌르니 불편하신가요? 
김씨 (노려 보며) 네 이년! 
난정 (맞쏘아보며) 이년이라니요! 말씀 삼가세요! 
이사람도 서방님과 당당하게 혼례를 올린 윤씨가문의 사람이오! 
김씨 (어이없이 보며) 
뭐라? 윤씨가문의 사람?! 
난정 아우님, 중전마마께오서 이사람과 서방님의 혼례를 
윤허 해주셨다는 사실을 벌써 잊으셨소?! 
김씨 (움찔)..! 
난정 (승자의 미소) 
김씨 (가늘게 보며)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너같이 방자하고 무도한 계집을 서방님의 첩실로 들이라 하셨는지 
내 참으로 알수가 없구나! 
난정 (번뜩) 중전마마의 처사에 대해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시오! 
김씨 내 더는 자네와 입씨름 하고 싶지 않네. (염낭을 집어들며) 
자네가 내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마음대로 하게나. 
난정 호의?! 아우님, 아우님께서 내게다 와가를 마련해주려는 속뜻이 무엇이오? 
김씨 내 자네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네 집에 발걸음을 하실 서방님의 체통을 생각했음이야. 
난정 서방님의 체통이요? 
김씨 조강지처가 지아비의 체통을 생각하는 것이 잘못인가? 
난정 호호호. 
김씨 (불쾌한 듯 보는) 
자네, 어찌 웃는겐가? 
난정 이사람 생각엔 서방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우님, 자신을 위해서 
내게 와가를 마련해 주시려는게 아니셨소? 
김씨 나 자신을 위해서라니?! 그 무슨 말인가? 
난정 이 사람이 이댁에 들어와 살지 못하도록 아우님께서 이사람 살림집을 마련해 주어 
선수를 치시려는게 아니냐 이 말씀오?! 
김씨 (흠짓보며) 뭐라? 허면 자네, 이 집에 들어와 살 작정인가? 
난정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앉는다) 
..아우님, 여인이 혼례를 올리면 지아비가 계신 집에서 함께 사는것이 
당연지사 아니오이까? 
김씨 (굳는)...! 


S#3 동 윤원형 초당 방밖 마당 

방안을 엿듣던 배천댁과 탄실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본다. 
윤원형, 급한 걸음으로 초당쪽으로 다가온다. 
배천댁과 탄실, 방문에서 떨어지며 윤원형에게 조아린다. 
윤원형 방에 작은아씨께서 드셨다지? 

배천댁 ..예,나으리. 
윤원형 (낮게)..두분께서 무슨 말씀을 나누시고 계시는가? 
배천댁 그게..저.. 
윤원로 (급하게 오며) 원형아, 그 닐니리야 일편단심이 또 무슨일로 온게냐?! 
윤원형 형님! 어찌 체통 없이 초당까지 발걸음을 하신단 말이오? 
윤원로 허어, 내 일편단심에게 단단히 일러둘 말이 있다! 
윤원형 (윤원로를 막아서며) 
형님, 말씀일랑 나중에 하시고 자, 우선 나가십시다. 

윤원형, 윤원로를 데리고 초당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초당쪽을 힐끔 돌아보고는 간다. 


S#4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미소를 머금은채 김씨의 심각하게 굳은 얼굴을 지켜본다. 

김씨 (무겁게 입을 여는) 자네 정녕 이 집에 들어와 살 작정인가? 
난정 아우님! 이사람이 당장 이 댁에 들어오겠다는 뜻은 아니오. 
김씨 ... 
난정 (미소) 내 이댁에 들어온다 할지라도 아우님이 계신 
이 초당을 내어달라고 떼쓰지는 않을테니 양미간을 펴시지요. 
김씨 허면 행랑채살이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난정 (쌩끗) 글쎄요, 
그거야 두고보면 아실테지요. 허면 이사람 아우님께 돌려드릴 것을 돌려드렸고 
할말도 다 했으니 돌아가겠소이다. 
(일어서서 김씨를 잠시 보다가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S#5 동 초당 밖 마당 

난정, 방밖으로 나와서 마당으로 내려선다. 
배천댁과 탄실, 난정을 곁눈질로 못마땅하게 힐끔거린다. 

난정 (배천댁과 탄실을 보고 미소) 나중에 또 보세나. 
(대문쪽으로 간다) 

배천댁과 탄실, 난정의 뒷모습에 눈을 흘기다가 초당방쪽을 본다. 


S#6 동 초당 방 안 

김씨, 손에 쥔 (난정이 던지고 간) 염낭을 내려다본다. 

김씨(E) 그래, 어쩌면 난정이 말대로 내 마음속으로 난정이가 이집에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했는지도 모르지.. 
(숙였던 얼굴을 문득 든다) 

김씨의 자괴감 섞인 얼굴위로 들려오는 

윤비(E)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있지요! 
김씨 (고개를 들고 어딘가를 보는 얼굴위로) 


S#7 후레쉬 백(53회 S#7의) 

윤비 오라버니께서 뜻을 이루신 연후에 난정이를 끓는 가마솥에 삶아 
버리시든 뜻대로 하세요. 
윤비 허나, 오라버니께서 뜻을 이루시기 전까지는 난정이가 오라버니를 
물어뜯지 않게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자기 살점이라도 떼어주시는 마음으로 
난정이를 감싸주세요. 이사람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S#8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 염낭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S#9 동 윤원형 대문 앞 길 

난정, 대문앞 계단을 내려 온다. 

윤원형 (대문안에서 급하게 뒤쫓아 내려오며) 부인-부인- 
난정 (멈춰서서 돌아보는) ...서방님, 체통을 지키시옵소서. 
윤원형 (다가서며) 체통이고 뭐고, 
내집 초당엔 또 어인 일로 발걸음을 한겐가? 
난정 서방님, 소첩 아우님께서 내어주신 은자를 돌려드리러 온 것뿐이옵니다. 
윤원형 그,그래? 
무슨 다른 불미스런 일은 없으셨고? 
난정 불미스러운 일이라니요? 
윤원형 아, 그러니까..저.. 
난정 (미소) 서방님, 한 지아비를 뫼시는 처첩간에 얼굴 붉힐 일이 무에 있겠사옵니까? 
윤원형 (안도하는)..허면 다행이고.. 
난정 서방님, 소첩 당분간 산사에 머물러 있을것이옵니다. 
윤원형 절에는 무슨 일로? 
난정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축수발원드리는 백일불공을 드리고자 하옵니다. 
윤원형 백일불공? 
허,허면 내 백일동안이나 독수공방 홀아비 노릇을 해야한단 말이오? 
난정 허니 하루라도 속히 아우님과 합궁날을 택일토록 하세요. 
윤원형 (E) (의외라는 표정) 합궁날을 택하라니? 
난정이 얘가 더위를 먹은겐가? 
난정 (미소) 
소첩 정신은 멀쩡하옵니다. 
떠나는 날 다시 인사를 여쭈겠사오니 이만 들어가시지요. 
윤원형 그, 그리하세나.. 
난정 (조아리고 돌아서서 간다) 
윤원형 (대문쪽으로 가려다가 난정의 뒷모습을 보며 갸웃한다)...? 


S#10 경빈 처소 마당 

능금, 마루에 앉아있는 금이를 힐끔 올려다 보는데 
금이, 시선을 의식하지만 무시해버린다. 

능금 이보슈! 
금이 (돌아보는)...? 
능금 그 마루에 좀 앉으면 안되겠소? 
금이 앉고 싶으면..앉구려.. 
능금 고맙소. (다가가 마루에 올라 앉는다) 
금이 (힐끔보는).. 


S#11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내려진 발 건너편으로 장씨와 심정이 앉아있다. 
경빈 앞에 비단천으로 쌓인 패물함이 놓여있다. 

경빈 (장씨를 보며) 
자네가 이사람과 대국 조정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 있겠는가? 
장씨 시생이 다리를 놓아드린다면 시생에겐 무슨 이득이 생기는 것이옵니까? 
심정 (책하듯) 허어, 이 사람, 
뉘 안전이라고 감히 셈을 따지는겐가? 
경빈 (심정을 말리며) 괜찮습니다! (장씨를 보며) 
과연 듣던대로 천하를 상대하는 거상답구먼. 
내 앞에서 조금도 위축되는 기색이 없으니 말일세. 
장씨 (찻잔을 입술에 대며 미소).. 
경빈 자네가 그리만 해준다면 조선의 물산 반을 떼어준들 아까울까? 
장씨 대국에서 보면 조선은 어디 붙어있는지도 찾기 힘든 조그만 땅덩어리에 
불과 하옵지요. 
경빈 ...? 
장씨 조선에서 나는 물산 전부를 내어준다하셔도 
시생은 탐나지 않사옵니다. 
경빈 뭬야? 
허면 내 부탁을 거절하겠다는 뜻인가? 
장씨 거래에는 흥정이 따르는 법이 아니겠사옵니까? 
심정 (당황하여) 흐,흥정이라니?! 이,이사람..지금 앞에 계신분이 뉘신줄 
알고 하시는 말인가?! 
장씨 (여유있는 미소) 
시생, 대국에 있을 때 조선을 뒤에서 호령하는 여걸 한분이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분이 경빈마마 아니시옵니까? 
경빈 (보다가 웃음을 터뜨리는) 호호호! 자네 말하는 것이 
내 마음에 쏙 드는구먼? 
장씨 (미소).. 
경빈 자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보게. 
장씨 우선 경빈마마께오서 대국의 조정에 줄을 대시려는 연유를 알고 싶사옵니다. 
경빈 (보며) 그쯤은 자네도 짐작하고 있으리라 믿네. 
장씨 마마의 아드님이신 복성군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실수 있게 대국의 힘을 
빌리고자 하심이옵니까? 
심정 (당황하여 경빈의 눈치를 보는데)...?! 
경빈 (진지하게) 
자네가 나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장씨 대신 시생도 청이 있사옵니다. 
경빈 말해보게. 
장씨 주위를 물리쳐 주시옵소서. 
심정 (불쾌한)..뭐라, 허면 내가 들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인가? 
장씨 눈치 한번 빠르시군요? 
심정 뭐라? 
경빈 화천군대감, 
잠시 곁방으로 드시지요. 
심정 (굳으며)..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장씨를 힐끗보고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무엇을 원하는지 털어놔 보게. 
장씨 (여유있게 경빈을 보며) 시생에게 조선 인삼을 독점하여 사들일 수 있는 
권한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경빈 (의외라는 듯) 인삼? 
장씨 대국사람들은 인삼에 영험한 효능이 있다고 믿고 있으니 독점을 할수 있다면 
막대한 이문을 남길수 있지요. 
물론 그 이문중 반은 경빈마마께 바칠 것이옵니다. 
경빈 남는 이문 반을 내게 바친다?! 
장씨 예, 마마. 
경빈 좋네, 그리하세나. 
장씨 또 한가지 청이 있사옵니다. 
경빈 (가벼운 찌푸림) 또오?! 
..또 무슨 청인가? 
장씨 마마께오서 불쌍한 목숨 하나 살려주시지요. 
경빈 (의아하게 보며) 불쌍한 목숨?! 


S#12 동 경빈 처소 마당 

능금, 금이의 눈치를 힐끔거리며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말을 건넨다. 

능금 ..저, 항아님. 
금이 ('항아님'소리가 싫지 않은) 항아님?..말해보슈. 
능금 ..여기 측간은 어딨소? 
금이 측간?.. 
능금 (주눅든 듯 끄덕이는) 예. 
금이 (픽 웃는) 나 급한 모양이구려? 따라오시오. 
(일어나 처소 뒤편으로 간다) 
능금 (오래 참았던 듯 금이의 뒤를 급하게 따른다) 


S#13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장씨가 마주 앉아있다. 

경빈 좌의정대감을 노리던 자객의 목숨을 살려달라? 
장씨 예, 대신 그 자객이 두 번다시는 좌의정대감을 노리지 못하게 해드립지요. 
경빈 (생각하다) 
내 장담은 못하겠으나 좌의정대감을 만나 뜻을 전해보도록 하겠네. 
장씨 마마께오서 그리만 해주시면 시생의 재물을 바쳐서라도 
대국 조정에 계신분들과 인연을 맺어드리겠사옵니다. 
경빈 그 말 믿어도 되겠는가? 
장씨 마마께오선 속아만 보셨사옵니까? 
경빈 좋네! 내 자네를 믿어볼 것이야! 


S#14 경빈처소 일각문 밖 

장씨와 능금, 일각문 밖을 나와 어디론가 간다. 
오상궁, 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오다가 
장씨와 능금을 보고 움찔 멈춰선다. 
오상궁, 장씨와 능금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갸웃하며 보다가 뒤돌아서 
급하게 가는 모습위로. 

윤비 (E) 뭐라?! 경빈처소에서 대국 복색차림의 사내가 나왔다? 


S#15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오상궁을 의아하게 본다. 

엄상궁 (오상궁에게) 대국복색이라니? 틀림이 없으신가? 
오상궁 예, 쇠인 눈으로 똑똑히 보았사옵니다. 
윤비 그것도 사내라? 
오상궁 예. 
윤비 (생각하는) 경빈이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게야.. 
(고개를 들고 어딘가를 보면) 


S#16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중전께서 아무리 짓밟으셔도 
내 이대로 주저 앉지는 않을것이요! 호호. 


S#17 갖바치 마당 

갖바치와 방백인, 길상이 평상위에서 탁배기잔을 기울이고 있다. 
당골네, 툇마루에 앉아 동정에 풀을 먹이고 있다. 

방백인 (취기오른) 몽달귀총각, 내 술 한잔 받게! 
(길상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뭐든 가슴속에 담아두면 한이 맺히는 법일세. 
허니 쭉 마시고 다 씻어버리게. 
길상 (벌컥벌컥 들이키는)... 
갖바치 산다는게 별것이겠는가? 
일하며 흘린땀을 찬물 한바가지로 씻어버리면 
시원한 인생인 것을.. 
어쩌자고 아등바등거리며 사는겐지.. 허허.. 
길상 (고개 숙이며 속울음을 토해내는) 크흐흐! 
당골네 (놀라보고)...! 
길상 (가슴을 쾅쾅 치며) 이놈, 가슴속에 바윗덩이가 들어앉은 듯 참으로 
답답하옵니다! 답답하옵니다! 크흐흐! 
갖바치 음! (한잔 마신다) 
난정 (언제부터인가 들어와 길상을 보고 섰다) 
당골네 (난정을 보고) 난정아, 언제 왔느냐? 
길상 (고개를 들고 난정을 보는)...! 
난정 (길상을 보는)...! 
갖바치 (모른척 일어나서 방안으로 들어간다) 
난정 (굳은 표정으로 보며) 
길상아, 나 좀 보자! 
(돌아서서 대문 밖으로 나간다) 
길상 ... 


S#18 난정 초가 마당 

난정, 굳은 얼굴로 대문안으로 들어와 방쪽으로 간다. 
난정, 방앞에서 멈춰서 휙-돌아보면 
길상,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들어와. (방안으로 들어간다) 
길상 (어금니를 물고 방안으로 
난정을 따라 들어간다) 


S#19 동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등을 돌린채 서있는데 길상, 방안으로 들어와 뒷편에 선다. 

길상 ...난정아.. 
난정 (휙-돌아보며 
길상의 뺨을 찰싹 갈겨버린다) 
길상 ...! 
난정 길상아, 너 요것 밖에 안되는 놈이었니? 
나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일편단심이란게 
고작 술주정거리로 내뱉는 그런거였어?! 
길상 ... 
난정 그래, 니가 그리도 정녕 나를 원한다면 나를 취해! 
(저고리를 벗는다) 
길상 (괴롭게 보며) 난정아! 
난정 (치마 끈을 풀르며) 
니가 원하던게 내 몸뚱이라면 어서 취하란 말야! 어서! 
길상 (울음 토해내며)..난정아! 이러지마! 이러지마.. 
난정 (눈물을 참으며 노려보는) 길상아, 내 곁을 떠나! 
그래야, 그래야 네 마음도 편하고 나도 편해질거야. 
(저고리 고름을 여매며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길상 (방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 앉으며 눈물맺힌 눈으로 허공을 본다)... 


S#20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 툇마루에 앉아있고 
그 앞에 송서방과 달래가 서있다. 

송서방 능금아, 
대궐 전각들하고 길바닥엔 금칠을 했다던데 증말인겨? 
달래 언니, 지밀 후원엔 천년 묵은 무화과 나무가 자란다던데 보았소? 
능금 어유, 되게 귀찮게들구네. 
난 궁궐에서 길을 잃을까봐 장대인 어른 뒷통수만 보고 
쫓아 다녔다니까! 
달래 언니, 평생에 한번 있을까말까 입궐인데 제대로 구경이나 좀 하지? 
송서방 그러게 말이다, 기왕이면 전각에 금칠도 조금 벗겨오고.. 
곽서방 (대문안으로 들어오며) 
능금아, 백도주께서 찾으신다. 
능금 (일어서며) 나를요? 


S#21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백치수와 장씨가 마주앉아있다. 

백치수 인삼 독점권이라.. 크게 남는 장사를 했구먼. 
장씨 그런셈이지요. 헌데 경빈이란 후궁이 
야심이 큰 여자같아 보입디다. 
백치수 암, 폐주연산을 축출한 박원종대감이 첫눈에 수양딸로 점찍었다고 하니 
여북 할라고? 
장씨 (끄덕이는) 
앞으로는 조선땅에 발걸음을 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소이다. 
백치수 아서시게! 
괜히 우리같은 장사치들이 정치판에 끼어들었다가는 
본전도 챙기지 못하고 찍혀져 나가기 십상일세나. 
장씨 (야릇한 미소) 
길고 짧은건 대봐야 판가름이 나는법이니 속단을 마시오. 
능금(E) (방밖에서) 
백도주 아저씨, 능금이요! 
백치수 오, 들어오너라. 
능금 (방문을 열고 들어와 앉으며) 찾으셨소? 
백치수 능금아, 여기계신 장대인께서 네 독선생을 맡아주시기로 했다. 
능금 예에? 
허면 우리 길상일 살릴 수 있는게요? 
백치수 암, 내 믿으라고 하지 않았느냐? 
능금 (감격에)...! 
백치수 뭘하고 있는게냐? 
선생님께 인사 올리지 않고? 
능금 (벌떡일어나 장씨에게 큰절을 올리며) 어르신, 고맙소! 고맙소! 
백치수 헌데 장대인께선 무얼보고 이 들마를 제자로 받아들이셨는가? 
장씨 (농조) 내 정이 넘쳐 품에 안은 계집의 청을 물리치지 못한게요. 
능금 (깜짝 놀란다)...! 
백치수 ('장씨가 여자임을 알기에') 품에 안다니?! 그 무슨 소린가? 
장씨 허허, 그럴일이 있었소! 
저 애에게 물어보시구려. 
백치수 (능금을 보며) 능금아? 
장대인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게냐? 
능금 (얼굴 발개지며) 나도 모르겠소! (피하듯 일어서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장씨 하하하! 
백치수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S#22 경빈처소 외경 

금이, 댓돌위에 놓인 남곤과 심정의 신발을 품에 안고 치우는데 

남곤 (E) (처소 방쪽에서) 예에? 남소문 객주를 내버려두라시라니요?! 
금이 (처소방쪽을 돌아본다)...? 


S#23#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의 발 너머로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경빈 이사람, 좌의정대감께서 자객 한놈을 잡기위해 
남소문 객주를 핍박한다고 들었습니다. 
남곤,심정 ...! 
경빈 (남곤을 보며) 좌상대감께오선 빈대 한 마리를 잡기위해 
초가삼간을 다 불살라 버리실 셈이십니까? 
남곤 하오나 마마, 야음을 틈타 방안까지 들어온 자객을 내버려둔다면 
언제고 큰 화근이 될 것이옵니다. 
경빈 아닙니다, 후환은 없을것입니다. 
만약 그놈이 마음만 먹었다면 그날밤 좌의정대감의 목을 도려냈을 것입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남곤 (그날밤 길상에게 당한일이 떠올라 섬뜩한)...! 
경빈 이사람은 두분 대감께서 복성군을 보위에 올리는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원한은 덮어두시리라 믿습니다. 
허니 이사람 말에 따라주세요. 
남곤,심정 ... 


S#24 경빈 처소 일각문 밖 

남곤과 심정이 심기 불편한 얼굴로 일각문 밖으로 나온다. 

남곤 허어, 대국에서 왔다는 장사치가 대체 무슨 농간질을 부렸길래 
경빈마마께오서 저리 말씀하시는게요? 
심정 이 사람도 그 자리에 앉아있지를 못했으니 잘은 모르겠소이다만은 
경계해야 할 자인 것 만은 틀림없는 것 같소이다. 
남곤 (불쾌한듯) 에잉, 이사람은 이만 퇴궐해야겠소이다. 
(어디론가 가버린다) 
심정 ... 


S#25 대비전 외경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과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대비전안으로 들어간다. 


S#26 동 대비전 복도 

윤비, 걸어와 방문앞에 선다. 

조상궁 (방안에다)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자순대비 (E) (방안에서) 오, 어서 뫼시어라. 
조상궁 (조아리며)드시지요. 

윤비, 방안으로 들어간다. 


S#27 동 대비전 방 안 

윤비, 방안으로 들어서는데 멈칫 선다. 
자순대비 옆에 책상을 놓고 원자가 책을 읽던 중이다. 

원자 (윤비를 돌아보고 반갑게) 
어마마마. 
윤비 (반가운 미소) 원자! 
원자 (발딱 일어나 윤비쪽으로 뛰어가려다 멈칫 선다) 
윤비 원자, 왜그리시는게요? 
이 어미가 반갑지 않으신게요? 
원자 소자, 어마마마께오서 잉태하신 대군아우가 다칠까봐 그러옵니다. 
윤비 ...! 
자순대비 ...! 
박상궁 (황공하고 민망한 표정)... 
윤비 원자, 괜찮습니다. 이리오세요. 
원자 (조심스럽게 윤비에게 다가가 안긴다) 
윤비 (원자를 안아주고 앉는다) 
자순대비 (원자가 흐뭇하고 생모없음이 안타깝다) 
나이 어린 원자의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가상하구려. 
윤비 예, 우리 원자는 장차 동방의 요순임금이 되실 것이옵니다. 
원자 ... 
자순대비 암요, 모쪼록 그래야지요. 
그래야 하구말구요! 
윤비 (웬지 대비의 말속에 뼈가 씹히는듯한)... 


S#28 후원 일각 

윤비와 원자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온다. 
그 뒤로 엄,오상궁과 박상궁, 그리고 상궁나인들이 뒤를 따른다. 

윤비 원자, 요즘은 효경을 강독하신다고 들었는데 
글공부가 재미있습니까? 
원자 예, 소자는 글을 읽고 뜻을 새기는 것이 재미있사옵니다. 
윤비 그래요.. 
원자께서 책을 가까이 하시는 것은 할아버지이신 성종대왕을 
빼어 닮으신 듯 싶구려. 
원자 하오나 소자, 어마마마와 있는것도 좋사옵니다. 
윤비 이 에미 생각까지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원자.. 
(하다가 문득 얼굴이 굳는)..! 

윤비, 고통스럽게 
배를 움켜쥐고 비틀비틀 걸어가 나무에 기대선다. 

원자 (놀라) 어마마마! 
엄상궁 (앞서 오며) 
중전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윤비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참아내는)...! 
엄상궁 (달려온 상궁들에게) 
어서 안으로 뫼시게. 
오상궁은 양어의를 부르시게! 

엄상궁과 상궁나인들이 윤비를 부축하여 내려간다. 
원자와 박상궁, 걱정스럽게 그 모습을 지켜보며 뒤따른다. 


S#29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금이를 보고 말한다. 

경빈 뭐라, 중전께서 복통을 일으키셨다? 
금이 예, 그 일로 교태전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하옵니다. 
경빈 그래, 중전마마의 복중태아는 어떠하시다더냐? 
금이 양어의가 진맥을 하였사온데 복중태아는 무사하시다 하옵니다. 
경빈 (약간의 실망.. 그러나 곧 미소) 그럴게야.. 그럴게야.. 
금이 마마, 무엇이 말이옵니까? 
경빈 군주의 권력이란 핏줄인 자식들까지 정적으로 여겨 
티끌만한 도전조차 용납지 않는 것이거늘.. 
호호, 하물며 장차 보위를 다툴 원자가 옆에 있으니 
중전의 복중태아가 놀랄 수밖에! 
금이 (무슨 뜻인지 몰라) 예에? 
경빈 그런 것이 있느니라, 호호호! 
금이 ...? 


S#30 중궁전 방 안 

윤비, 홑이불을 펴고 누워있고 
중종, 그옆에 앉아 윤비의 손을 쥐고 있다. 

중종 (다정한) 양어의 말로는 중전께서 거동하시는 일이 잦아 
복중태아가 놀란 것이라 하니 당분간은 후원을 거니시는 것도 
삼가시고 섭생에 더더욱 조심토록 하시오. 
윤비 전하의 심기를 놀래케 해드려 신첩 황공할 뿐이옵니다. 
중종 과인이 무얼요? 중전께서 더 놀래셨지요.. 
(윤비의 배에 손을 대며) 
이놈, 너 때문에 이 에비가 십년은 감수했느니라! 
네가 세상에 나오면 에비가 볼기짝을 쳐줄 것이야, 허허허! 
윤비 ... 


S#31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갓과 도포를 차림으로 생각에 잠겨 있는 얼굴위로 
후레쉬 백되는 


S#32 후레쉬 백(55회 정윤겸 사랑채 방안의) 

난정 이년이 대감마님을 금부옥사에서 방면시켜 드린 일이 괜한 짓거리를 
한 듯 싶사옵니다! 


S#33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생각에서 깨어나며 방밖을 보며) 
배서방! 배서방 밖에 있는가? 
배서방 (E) (방밖에서)예, 대감마님! 
정윤겸 내 출타를 할것이니 사인교를 대령하게!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34 동 정윤겸 대문 앞 

배서방, 사인교 옆에 서있다. 
정윤겸, 대문에서 나와 사인교에 오르려는데 정렴과 옥련이 따라나온다. 

정렴 아버님, 아직 몸도 편치 않으신데 어딜 출타하시려는겝니까? 
정윤겸 (사인교에 올라앉으며) 
해 저물기 전엔 돌아올 것이니 걱정말거라. (옥련보며) 
옥련아, 이 애비가 허락이 있기전에는 두 번 다시 희량이를 만나서는 
아니될 것이야! 명심하렷다. 
옥련 ..예, 아버님.. 
정윤겸 가세 배서방. 
배서방 예.(교꾼들에게) 가세. 

옥련과 정렴, 떠나가는 정윤겸의 사인교를 본다. 


S#35 남곤 사랑채 마당 

남곤, 집사를 거느리고 사랑채 방쪽으로 걸어온다. 

중치막 (달려와 조아리며) 
대감마님, 이제 퇴청하시옵니까?! 
남곤 (버럭) 네놈이 왜 아직 내집에 있는게냐?! 
중치막 예에? 
남곤 밥버러지 같은놈! 네 놈이 일 처리를 변변치 못하게 하니 
이렇듯 상전 얼굴에 먹칠을 하는게 아니냐?! 
중치막 대감마님! 
남곤 꼴도 보기 싫으니 다시는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말거라! 으음! 
(방안으로 들어간다) 
중치막 (모욕감에 입술을 깨문다)..! 


S#36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방안으로 들어오면 박희량, 일어서서 남곤을 맞이한다. 

남곤 (보료위에 앉으며) 오래 기다렸는가? 
박희량 아니옵니다, 대감. 
남곤 오늘은 무슨 볼일로 발걸음을 하셨는가? 
박희량 도총관대감댁에 판부사대감과 희락당대감께오서 들르셨사옵니다. 
남곤 그래, 무슨 말씀들을 나누시던가? 
박희량 시생, 소상히는 알지 못하오나 원자마마의 장래를 논의하셨으리라 짐작하옵니다. 
남곤 (끄덕끄덕) 그러셨을게야.. 
헌데 자네는 장차 이 나라 보위를 누가 이으셔야 할것이라 생각하는가? 
박희량 (보는)예에? 
남곤 내 젊은 유생들의 견해를 듣고 싶어 그러니 허심탄회하게 털어놔보시게. 
박희량 대통이야 적통대군이신 원자아기씨께오서 이으시는 것이 당연하지 않사옵니까? 
남곤 허허, 헌데 자넨 어인 연유로 내 그늘에 들어온겐가? 
원자의 외숙이신 판부사나 희락당대감댁으로 발걸음을 하는게 자네의 전정에 더 유망할텐데? 
박희량 ... 
남곤 정치를 하려면 명분이 필요하지, 허나 명분을 꺽고 새로운 명분을 세우는 것은 힘일세. 
(주먹 불끈 쥐며) 권력! 아시겠는가? 
박희량 ...예. 
남곤집사 (E) 대감마님, 정도총관께오서 뵙자십니다요. 
남곤 (흠짓) 도총관이?! 
박희량 (당황하는) 
남곤 뫼시어라! 


S#37 동 남곤 사랑채 방 밖 

남곤집사와 정윤겸이 서있다. 

남곤집사 예! (정윤겸에게) 드시지요. 
정윤겸 (방안으로 들어간다) 


S#38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정윤겸, 방안으로 들어오다가 안절부절 서있는 박희량을 본다. 

남곤 허허, 도총관대감께서 이사람의 누옥을 찾아주시다니 참으로 광영이올시다. 
앉으시지요. 
정윤겸 (박희량 무시하고 앉으며) 
내 대감께 물을 말이 있어 찾아왔소이다. 
남곤 물으시지요. 
정윤겸 이사람이 금부옥사에 가두신 것도 대감이시고, 
또한 방면해주시는데 큰 힘을 쓰신 분도 대감이라고 알고 있소이다. 
남곤 (멋쩍은)허허.. 
정윤겸 헌데 이사람이 방면된 연유가 무엇이오이까? 
남곤 다 지나간 과거지사를 들춰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이까? 
정윤겸 이사람은 꼭 알아야겠소이다! 허니 말씀해 주시지요! 
남곤 대감께서 궁금하시다면 말씀드리리다. 
대감께서 방면된 것은.. 
정윤겸 (보는).. 
박희량 (앉지도 못한채 서있는)... 
남곤 모두 여기 서있는 박선비의 지극 정성 때문이외다. 
정윤겸 ...! 
박희량 (안도하는)...! 
남곤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도총관의 무죄를 주장하며 구명을 청하는데 
이사람이 두손을 든것이지요. 
허니 도총관께서도 이 젊은이에게 고맙다는 말씀이라도 한마디 해주시구려. 
정윤겸 (박희량을 힐끗보는) 
박희량 (고개를 숙이는)... 


S#39 자운아 기방 대문 앞(밤) 

백치수, 장씨(*도포)와 능금을 데리고 풍악소리가 들리는 대문앞에 선다. 
그 뒤로 송서방과 곽서방이 따른다. 

백치수 이 기방이 도성안에서 유명짜한 자운아 기방일세. 
장씨 조선에서는 평양기생이나 송도기생을 으뜸으로 쳐준다고 들었소. 
백치수 (끄덕이며) 자운아가 바로 평양기생이니 아무 염려말게나. 들어가세나. 

백치수와 장씨가 앞장서고 능금이 쭈빗거리며 따르고 
그 뒤로 송서방과 곽서방이 따라들어간다. 


S#40 동 자운아 안채 마당(밤) 

백치수와 장씨, 능금, 송서방, 곽서방이 중문안으로 들어선다. 

옥매향 (안방에서 나오다가 백치수를 보고 반갑게 달려와 서며) 백됴듀 아뎌씨, 
이거이 얼마만에 발걸음을 하신거야요? 
백치수 오, 매향아.. 못 본사이에 네 매화향이 더욱 짙어진 듯 싶구나? 
옥매향 아이, 아뎌씨도?! 
오랜만에 만나서 놀리시기야요? 
백치수 내 귀한 손님을 뫼시고 왔으니 대접 잘해야 하느니라. 
장씨 (옥매향을 보는)... 
옥매향 (장씨를 야릇한 느낌에 보다가) ...아랫방으로 드시디요. 
(앞장서서 아랫방으로 간다) 
백치수 (송서방과 곽서방을 보고) 자네들도 한잔 하면서 기다리게. 
송,곽서방 (싱글벙글) 예. 
옥매향 (부엌에서 나오는 심퉁을 보고) 심퉁아, 뎌분들 뫼시라우. 
심퉁 (송서방쪽으로 오며) 야, 따라오셔유. (앞장서면) 
송,곽서방 (심퉁을 따라간다) 

옥매향, 아랫방문을 열면 백치수와 장씨가 방안으로 들어간다. 
옥매향, 웃음지으며 능금을 보다가 시선이 마주친다. 

옥매향 (놀라) 아니! 이 에미나이래?! 
능금 (인상을 북 긁으며 백치수와 장씨 뒤를 쫓아 아랫방으로 들어간다) 
옥매향 ...? 


S#41 동 자운아 아랫방 안(밤) 

술상이 차려진 자리에 백치수와 장씨, 능금이 앉아있다. 
각각의 옆에 자운아와 향심이 그리고 능금옆에 옥매향이 앉아있다. 

백치수 (자운아에게 장씨를 소개하며) 대국서 오신 귀하신 분이니 
잘 뫼셔야 하네. 
자운아 (갸웃하며 보며) 이 어른께서는 턈으로 기묘하게 생기셨구만요? 
웃으실 때보면 똑 우리같은 여인네 같기도 하고 
어케보면 댤생기신 공댜님 같기도 하고? 
옥매향 (시선이 온통 장씨에게 빼앗겼다)... 
장씨 (미소)... 
백치수 허허, 자운아 자네가 오늘밤 장대인의 수청을 들어보면 알게 아닌가? 
자운아 다 늙은 퇴기년 수텽을 누가 받겠시오? 
그런 말씀마시고 술이나 한댠 하시라요! 
(백치수한테 술을 따른다) 
백치수 능금아, 장대인께서 너를 기방에 데려온 까닭을 아느냐? 
능금 (자리가 어색한듯)..잘 모르겠소.. 
장씨 난 술 석잔도 이기지 못하는 못난이를 제자로 두고 싶지 않다. 
허니 네 술석잔을 이길 수 있을때까진 이 기방에서 술을 배워야 한다. 
옥매향 (능금보며) 하는 딧은 망아디새끼 같은 에미나이래 술석댠도 마시디 못한단 말이네? 
능금 (벌컥) 누가 못 마시는데. 
(술잔 내밀며) 가득 따라. 
옥매향 (술을 따라준다) 
능금 (술잔을 보다가 오기 섞인 얼굴로 단숨에 들이킨다) 
일동 ...! 
능금 (술잔 내밀며) 한잔 더 따라! 
(옥매향이 따른술을 다시 단숨에 마신다) 
옥매향 에미나이래 텬텬히 마시라우. 독한 술은 한꺼번에 튀기가 오르는법이니끼니. 
능금 (술잔 내밀며) 
잔말말고 한잔 더! 
옥매향 후회하디 말라우! (술을 따르면) 
능금 (다시 쭉 들이키고는 장씨쪽을 보는) 어떻소?! 
이만하면 어르신 제자가 될만하오?! 
(하다가 몸이 기울며 방바닥에 쓰러져 잠든다) 
옥매향 뎡말 못 말릴 에미나이구먼. (흔들어 깨우며) 
니보라우 일어나라우! 
여기가 니네 안방인듈 아네? 
능금 (잠꼬대)..길상아..걱정마.. 
내가 널 지켜줄테니까.. 
백치수 내일 아침까지는 깨어나지 못할테니 푹자게 내버려 두거라! 
(장씨보며) 어떤가? 
저만하면 한번 키워볼만한 아이 아닌가? 
장씨 (미소로 한잔 마시는)... 


S#42 어느 골목길(밤) 

중치막, 분노에 찬 눈빛으로 걸어오고 있다. 

중치막 (울분이 나는지) 
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개노릇을 해줬거늘 이제와서 이렇게 내쳐?! 
죽일놈! 

저편에서 길상이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중치막, 눈을 빛내며 길상쪽으로 급하게 뛰어가 부른다. 

중치막 이게 누구신가? 
조광조의 쓸개노릇하던 놈 아니신가? 
길상 (돌아보는)..좌의정집 개로구나! 
중치막 (살기띈 미소) 오늘에야 못가린 승부를 내겠구먼. 
(칼을 뽑아 겨눈다) 
길상 (환도를 뽑지도 않은채 자세를 잡는다) 

중치막, 빠르게 달려들며 찌르기, 베기등 자유자재로 칼을 휘두른다. 
길상, 빠른 몸놀림으로 중치막의 칼날을 피한다. 
길상, 몇합 겨룬 연후에 환도를 뽑아 겨눈다. 
중치막, 필살기인 듯 칼을 번뜩이며 길상에게 달려든다. 
길상, 휘릭-솟구쳐 올라 단칼에 중치막의 머리를 베어버린다. 
순간 잘려져 나가는 중치막의 상투. 
그 바람에 산발된 머리가 중치막 얼굴을 덮고 시야를 가린다. 
길상, 중치막의 목줄기에 환도를 겨눈다. 

중치막 (칼을 떨구고 털썩 꿇으며) 
내가 졌다. 베거라... 
길상 (보다가) 난 한놈을 두 번씩 베지 않는다. 
원수를 갚고 싶으면 머리가 자란뒤에 다시 오너라. 

길상, 환도를 칼집에 휘릭-꽂고 돌아서간다. 

중치막 (패배감에 고개를 떨구는)...! 


S#43 윤원형 집 초당 외경(밤) 

방문에 불빛이 물들어있다. 


S#44 동 윤원형 초당 방 안(밤) 

김씨, 책을 보는 얼굴위로 INTER CUT 되는 53회 S#7의 윤비의.. 

윤비 난정이 그 애는 오라버니와 집안을 지켜주는 개가 될 것입니다.. 
오라버니 안으서께서는 덕망이 높으신 분이니 한낱 개에 불과한 
난정이를 투기 하시진 않으리라 믿습니다. 
김씨 (깨어나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S#45 난정모 집 방 안(밤) 

난정모, 잠들어 있고 
그 옆에 난정이 무릎을 곧추세우고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위로 후레쉬 백 되는 


S#46 후레쉬 백(55회 S#4의) 

윤비 네 투기심 때문에 오라버니께서 조강지처를 소박하거나 내치시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아니될 것이다!.. 
난정아, 나하고 약조를 할 수 있겠느냐?! 
난정 (미소로 조아리며) 
소첩 초당아씨를 평생 상전처럼 받들 것이오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S#47 동 난정모 방 안(밤) 

난정, 생각에서 깨어나 손에 들린 반쪽 짜리 옥패를 내려다 본다. 

난정 마마, 소첩 그 약조만은 지킬수가 없을 듯 싶사옵니다.. 
그 약조만은요.. 

난정, 옥패를 부서지도록 꽉 움켜쥐는데서 (F.O) 


S#48 당추 암자 계단(F.I 낮) 

난정, 보퉁이를 안고 암자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고 있다. 
모린, 계단을 내려오려다가 난정을 보고 흠짓 놀라 멈춰선다. 
난정, 모린에게 웃어주는데... 
모린, 겁먹은 표정으로 몸을 돌려 도망쳐버린다. 
난정, 의아하여 계단을 다 올라가 
불당의 부처님에게 합장인사를 올린다. 

당추 (난정쪽으로 반갑게 오며) 
오, 난정아! 이제 오는게냐? 
난정 (반가운) 스님! 
당추 안그래도 네 오기를 학수고대했느니라. 
난정 예.. 
모린 (탑뒤에 숨어서 빼꼼 얼굴을 내밀고 난정을 보는)... 
난정 저 아인 누구이옵니까? 
당추 명화적패에게 부모를 잃은 오갈데 없는 아이를 데려왔다.. 
그때 놀래서 말을 잃어버렸는지 도통 말이 없구나.. 
불목하니 노릇이나 시키다가 비구니로 출가를 시킬참이다. 
난정 (모린쪽을 보는).. 
모린 (수줍은 듯 몸을 돌려 절 뒤편으로 간다) 
당추 난정아, 왔으면 부처님께 인사부터 올려야지.. 
난정 예, 스님. 
(난정 불당쪽으로 걸어간다) 


S#49 동 암자 불당 안 

난정, 불당안으로 들어와 부처님 앞에 정성스럽게 절을 한다. 

난정(E) (부처님을 간절하게 올려다 보며) 부처님, 난정이가 왔습니다.. 
부처님께오서 영험하신 법력을 베푸시어 중전마마께오서 
부디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게 해주시옵소서.. 


S#50 중궁전 앞 마당 

경빈, 희빈, 창빈이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와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향이는 있지만 금이는 없다) 

엄상궁 (E) 중전마마, 경빈, 희빈, 창빈 들었사옵니다. 


S#51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경빈, 희빈, 창빈이 조아린다. 

경,희,창빈 중전마마, 문후 여쭈옵니다. 
윤비 앉으세요. 
경,희,창빈 예.(자리에 앉는다) 
윤비 세분 빈들께서 이사람에게 문후를 여쭈러 드신것입니까? 
경빈 예, 앞으로 우리 일품명부 세사람은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무탈하게 생산하실때까지 하루에 세 번씩 중궁전에 
들어 문후를 여쭐것이옵니다. 
윤비 그래요? 이것은 누구의 생각이셨소? 
창빈 경빈이 문후를 여쭙자는 말을 꺼냈고 희빈과 이사람이 혼쾌히 따른 것이옵니다. 
희빈 마마, 신첩들은 중전마마와 복중의 아기씨의 안위를 지켜드릴 것이오니 
마음을 편히 가지시옵소서. 
윤비 (세 빈들의 면면을 미소로 보며) 세분 빈들께서 이사람과 복중의 태아를 이토록 
생각해 주니 참으로 고맙구려. 
경,희,창빈 (조아리며)..망극하옵니다. 
윤비(E) (경빈을 보며) 
네 또 무슨 짓거리를 꾸미려는게냐? 
경빈(E) (미소짓는) 차차 두고보시지요.. 


S#52 갖바치 대문 앞 길 

당골네, 물동이를 이고 대문을 나와 실룩이며 걸어가는데 
반대편에서 장옷을 입은 금이가 급하게 온다. 
당골네, 금이와 스쳐지나가다가 갸웃하며 금이를 돌아보다가 그냥간다. 


S#53 동 갖바치 마당 

갖바치, 가죽신에 바늘뜸을 넣고 있는데 

방백인 (옆으로 다가와 앉으며) 
형님, 지난번에 말이오? 
갖바치 .. 
방백인 난정이한테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할거라 말하라 하셨지요. 
갖바치 했지. 
방백인 헌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놈 머리론 그 까닭을 모르겠소.. 
왜 그러신게요? 
갖바치 (가죽신에 바늘을 꽂으며) 
아무래도 저 항아님께서 아우님을 찾아오신 듯 싶네. 
방백인 예에? 항아님이라니요? 
(고개를 돌려 보면) 
금이 (갖바치 등뒤편에서 방백인을 보고 서있다) 
방백인 아니, 항아님이 예까지 어찌 발걸음을 하시었소? 
금이 (갖바치를 경계하듯 보는)... 


S#54 경빈 처소 마당 

금이, 방백인을 데리고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금이 (처소쪽으로 다가서며) 
경빈마마, 점바치를 데려왔사옵니다. 
경빈 (E) 들라해라. 
금이 드시오. 
방백인 (금이를 보며) 
이 사람은 점바치가 아니라 술객이오, 술객! 
금이 점바치든 술객이든 어서 드시오. 
방백인 음! (처소안으로 들어간다) 


S#55 동 경빈처소 방 안 

경빈이 앉아있는데 방백인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발은 내려져 있지 않다) 

방백인 (넙쭉 절하며) 
경빈마마, 오랜만에 문후 여쭈옵니다. 
경빈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방백인 모두가 경빈마마께오서 보살펴주신 은덕이옵니다. 
경빈 (봉투를 툭 던지며) 거두절미하고 그 봉투속에 적힌 사주를 봐주게. 
방백인 (빙긋 웃으며) 마마, 이놈 이 사주를 볼 필요도 없사옵니다. 
경빈 볼 필요도 없다? 
방백인 분명 봉투안에는 중전마마의 사주가 적혀있습지요? 
경빈 (미소) 족집게가 따로 없구먼.. 맞네..허면 중전마마의 복중의 아기씨가 아들인가 
아니면 딸인가? 
자네라면 맞출 수 있을것이야, 아니 그러한가? 
방백인 (망설임없이) 중전마마의 복중아기씨는 아드님이시옵니다! 
경빈 (실망스러운 놀람) 
아들?! 틀림없는가?! 
방백인 아니면 따님인지도 모르지요. 
경빈 뭬야?! 
네놈이 지금 나를 농락하는게냐?! 
방백인 마마, 중전마마의 복중 아기씨께오서 아들님이신지 따님이신지가 
무에 중요하겠사옵니까? 
경빈 중요하지 않다니?! 
방백인 중전마마께오선 이번에 순산을 하시지 못하실 것이옵니다! 
경빈 뭬,뭬야! 그게 참말인가!! 


S#56 중궁전 앞 마당 

윤비, 중궁전에서 엄상궁, 오상궁,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나온다. 
윤비, 어디론가 가다가 찌푸리며 고통스럽게 배를 움켜잡고 쓰러진다. 

엄상궁 (부축하며) 마마, 마마, 정신차리시옵소서! 
윤비 ...아니돼, 아니돼!! 

윤비가 쓰러진 바닥에 붉은 핏자국이 보인다. 

엄상궁 (놀라) 마마!! 
윤비 (정신을 잃는다)...! 


S#57 당추 암자 법당 안 

난정, 부처님 앞에 
절을 올리다가 문득 어떤 불길한 예감에 놀라 휙-돌아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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