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59
S#1 대궐 일각 난정, 원자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섰다. 난정, 원자의 뒷모습이 멀어지면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2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처소마당에 비질을 하고 있는데 난정,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금이 (난정을 보고 멈칫)..! 난정 (금이를 보며) 금아, 네 참 바지런도 하구나? 금이 (도망치듯 재빨리 몸을 돌려 처소쪽으로 들어가며) 마마-마마- 난정 (묘한 미소)... S#3 동 경빈 처소 방 안 난정, 경빈 앞에 앉는다 경빈 (여유있는) 난정아, 네 오랜만에 입궐 하였구나. 난정 소첩,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위한 불공을 올렸습지요. 경빈 불공을? 난정 예, 중전마마께오선 부처님의 가피(加被)를 입으시어 틀림없이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 것이옵니다. 경빈 (미소) 글쎄다, 부처님께오서 아무리 영험하시다 한들 어찌 복중의 여아를 사내아이로 바꾸실 수 있으실꼬? 난정 (보며) 예에? 여아라니요? 경빈 아니다. (방밖을 보며) 금아, 시원한 화채 좀 내오너라. 금이 (E) (방밖에서) 예. 경빈 (난정을 미소로 보는)... 난정 (E) (경빈을 보는)...여아라? S#4 중궁전 방 안 윤비,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윤비 (E) 내 복중의 대군으로 대통을 잇게 하기 위해선 우선 복성군에게 왕세자 책봉을 받게 하라?.. 복성군을..복성군을?! 윤비, 흠짓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본다. S#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난정앞에 붉은빛이 도는 오미자 화채가 놓여있다. 경빈 난정아, 네 얼굴이 활짝 피어난 것을 보니 윤승후관과 신접살이 재미가 좋은 모양이로구나? 난정 (미소) 재미는 무슨요? 뒷방살이 노릇 고단함이야 소첩보다는 마마께오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경빈 (흠짓하다가) 호호, 암! 내 잘 알고말고. 난정아, 뒷방살이 소실이 괴임을 잃지 않으려면 사내를 녹일 수 있는 미색은 물론이거니와 조강지처들이 체통 때문에 저어하는 교태가 넘쳐흘러야 하느니. 난정 허나 조강지처께오서 미색이 더 뛰어나시고 년치까지 어리시오면 어쩌지요? 중전마마처럼요. (화채그릇 들고 마시는) 경빈 중전마마처럼? 난정 (쌩끗) 예, 마마. 경빈 허면 조강지처보다 먼저 영특한 아들을 낳아야지. 그래야 안해 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니라. 난정 마마, 아무리 총기 넘치는 아들을 먼저 낳는다 한들 어쩔 도리 있겠습니까? 그래봐야 가문을 이을수도 없는 첩년의 자식인것을요? 경빈 (보며) 첩년의 자식? 난정 예, 복성군마마처럼 말이옵니다. 경빈 (불끈) 뭬야?! 이런 발칙한 년! 네 감히 뉘게다 불경한 혓바닥을 놀리는 것이냐?! 난정 불경하다니요? 이치가 그렇다는 말씀을 드린것이옵니다! 경빈 (눌러 참으며) 머리를 올렸어도 네년의 요망한 혓바닥 놀림은 여전하구나?! 난정 (여유) 마마, 지금 마마와 복성군께오서 무탈하시온 것이 소첩이 중전마마께 경빈마마의 구명을 청한 일 덕분임을 잊으셨사옵니까? 경빈 허면 네 세치 혀가 내 목숨을 구했다 이 말이더냐? 난정 암요! 경빈 (보다가 웃음 터뜨리는) 호호호호. 난정 마마! 어찌 이리 웃으시옵니까? 경빈 (웃음 참으며) 난정아,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시더라도 왕세자책봉이 그 한참 전에 정해질 것인데 중전마마께서 내 생사여탈을 쥐락펴락하실만한 힘이 있으시겠느냐? 난정 ...!! 경빈 쯧쯧..참으로 안스러운 일이로다. 중전마마께오서 폐서인 직전에 천우신조로 회임을 하시어 하늘을 찌르실듯한 기세가 왕세자 책봉 공론으로 하루아침에 땅바닥에 떨어지셨으니 정신이 아득해지셨을 것이다. 호호호. 난정 (비틀린 웃음으로) 마마, 어찌 그리 아둔하시옵니까? 하나만 아시고 둘은 모르시는군요? 경빈 (웃음 뚝) 뭬야? 아둔하다니?!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실 대군아기씨께오서 이번에 왕세자로 책봉되시지는 못하시겠지만 중전마마께오서 어느분 소생의 왕자분을 마음에 두시고 계시는지에 따라 그 왕자분께서 왕세자에 한 걸음 다가설수 있는 길이 쉽게 열릴것이옵니다. 경빈 (움찔)...!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원자아기씨께 왕세자로 힘을 실어주시오면 복성군께서는 영영 뒷방 소생의 왕자로 살아가실 수 밖에요. 그런데도 웃음이 나오시옵니까? 경빈 뭬,뭬라?!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원자를...? 난정 마마, 안심하시옵소서. 중전마마께오선 아직 마음을 정하시진 않으신 듯 싶었사옵니다. 경빈 나, 난정아, 그 말 믿어도 되겠느냐? 난정 예. 중전마마께오선 장차 생산하실 대군아기씨를 지켜주실 분을 왕세자로 낙점하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경빈 음..그러실테지. 난정 경빈마마께오서 중전마마와 대군아기씨의 안위를 보장해 주신다는 확신만 주시오면 중전마마께오서 복성군을 밀어주실수도 있지요. 경빈 암, 중전마마께오서 우리 복성군에게 힘을 실어주신다면 내 틀림없이 중궁전의 안위를 보장할 것이야. 난정 (쌩끗 웃으며) 중전마마께오서 경빈마마의 충심을 어찌 받아들여주실지는 전적으로 경빈마마께오서 어찌 마음을 잡수느냐에 달린 일이옵지요. 경빈 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난정 소첩 역시 복성군마마를 왕세자로 밀어주십사하고 중전마마께 진언을 드렸사오니 중전마마께서도 생각이 있으실 것이옵니다. 경빈 (흠짓 보며) 난정아, 네가 어찌 복성군을...? 난정 예, 마마! 어차피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시지 못할 것이 자명하시다면 차선책으로 복성군마마께오서 대통을 이으셔야지요! 경빈 차선책이라? 난정 예, 원자께오서 장차 대통을 이으신다면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실 아기씨께오서는 평생 강녕전의 눈치를 살피며 조마조마하게 숨죽이며 살아가실 것이 아니옵니까? 그럴바엔 차라리... 경빈 복성군이 왕세자 책봉을 받는 것이 중전마마와 대군아기씨의 안위를 위해 좋을 것이다? 난정 예, 소첩 중전마마께 분명 그리 진언드렸사옵니다. 경빈 (미소) 난정아, 네 사리판단이 참으로 명철하구나. 난정 (쌩끗) 모두가 다 소첩이 살기위함 이옵지요. 경빈 난정아, 중전마마를 떠나 내게로 올 마음은 없는 것이더냐? 내 너만 곁에 둘 수 있다면 천하에 무엇이 두렵겠느냐? 난정 경빈마마, 장차 복성군께오서 대통을 이으신다면 소첩은 대세를 따를 것이옵니다. 경빈 오냐, 내 그날을 기다리마. 난정 (화채를 마시려다 문득 보며) 마마, 하온데 대국서 왔다는 거상이 누구이옵니까? 경빈 (흠짓) 거상?! 난정 예, 대국 조정과 깊숙하게 줄을 대고 있는 거상이 마마의 처소에 드나든다고 들었사옵니다. 경빈 ... S#6 어느 정자위(58회 S#43의 연결) 윤원형, 장씨를 의아하게 본다. (*백치수는 없다) 윤원형 허면 중전마마를 뵈올수 있게 주선해달라 이 말이시요? 장씨 예, 승후관께오서 중궁전에 청을 넣어주시어 중전마마를 알현할 수 있사오면 시생한테는 큰 광영이 될 것이옵니다. 윤원형 헌데 장대인같은 상인이 어찌하여 중전마마를 알현코자 하는게요? 장씨 시생, 앞으로 조선땅에서 큰 장사를 펼칠 포부를 가지고 있습지요. 윤원형 큰장사라 하면? 장씨 한번에 수십만냥의 물산이 오가는 거래가 될터, 조정에서 뒷배를 봐주시지 않으면 쪽박차기 십상이지요. 윤원형 내 장대인 뜻은 짐작하오만 중전마마께오선 반듯하오신 분이시라 장대인의 후견인이 되어주시진 않으실 것이외다. 장씨 시생은 중전마마가 아니오라 승후관나으리를 후견인으로 청하는 것이옵니다. 윤원형 (흠짓 보며) 나, 나를요? 내 빈청에도 들지 못하는 고작 승후관에 불과한 터인데 어찌..? 장씨 농투성이들의 눈엔 엄동설한 들판도 봄이 오면 싹이트고 가을이 되면 풍작을 맞이하는 비옥한 땅으로 보이듯이, 장사꾼들이 사람을 볼때도 지금이 아닌 그 사람의 훗날을 기약하는 법이옵지요. 윤원형 ...훗날을 기약한다? 장씨 예, 나으리께오서 시생의 후견인이 되어주시기 전에 중전마마를 알현케 해주실 수 있겠사옵니까? 윤원형 글쎄요.. 요즘 중전마마의 심기가 편치가 않으실 듯 하여 어려울 듯 싶소이다. 장씨 이사람이 대국조정에 연줄이 조금 있지요. 시생이 중전마마께 쓰임새가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옵니까? 윤원형 (보는)... 장씨 (미소).. 윤원형 그 일은 이사람 혼자 정할 일이 아닌 듯 싶소이다. 내 입궐하여 중전마마께 아뢰온 연후에 가부를 정하도록 합시다. 장씨 (미소) 그리 하시지요.. 윤원형 허면 이사람은 이만 일어나 보겠소이다. (일어나면) 장씨 (일어서서 조아리며) 좋은 소식 기다리겠사옵니다. 윤원형 나중에 또 보십시다. 어험! (정자를 내려가 어디론가 간다) 장씨, 윤원형의 뒷모습을 보다가 어딘가를 휙-돌아보면 길상, 장씨를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장씨, 길상쪽을 빙긋 웃으며 보다가 부채를 펴서 부치면 다가오는 곽서방. 장씨 가세, 곽서방. (곽서방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간다) S#7 어느길 윤원형, 혼잣말을 중얼대며 걸어오고 있다. 윤원형 후견인이 되어달라?..거참.. (부채로 이마를 탁 치며) 아차! 이런 정신머리를 봤나? 난정이와 중궁전에 들기로 했거늘. 윤원형, 서둘러 어디론가 뛰듯이 간다. S#8 갖바치 마당 방백인, 윗통을 벗은채 엎드려 목물중이다. 당골네, 함지에서 물을 퍼서 방백인의 등에 뿌려준다. 방백인 으..시원타! 당골네 (눈치 힐끔보며) 임자, 우리도 더 늙기 전에 후사를 봅시다. 방백인 우리주제에 후사는 무슨?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도 몰라? 당골네 그래도 나중에 제삿밥은 얻어먹어야 할거 아니오? 방백인 걱정말어, 임자 북망산가면 내 꼬박꼬박 젯밥은 먹게 해줄테니. 당골네 말을 해도 꼬옥?! (등판 철썩치며) 다 됐소! 방백인 (벌떡 일어서며) 앗 따거! 이 여편넬 콱!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오며) 아주머니! 당골네 오, 난정이 왔구나? 난정 예, 갖바치 아저씨는요? 방백인 (저고리를 걸치며) 방에 계시다, 들어가 보거라. 난정 예.(방쪽으로 가며) 갖바치 아저씨, 난정이옵니다. 갖바치 (E) (방안에서) 들어오너라. S#9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 화선지위에 별자리를 그려넣고 있다. 방바닥에는 예전에 그렸던 낡은 화선지 뭉치가 차곡차곡 쌓여져 있다. 난정, 방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난정 아저씨 이 무더운 염복에 어찌 방문을 닫고 계시옵니까? 갖바치 (계속 붓을 놀리며) ..왜, 그것이 이상하냐? 난정 ..아,아니옵니다. 갖바치 (계속 하는).. 난정 (의아하게 보며) 아저씨, 무엇을 하시는거에요? 갖바치 허허, 심심파적 삼아 천문도를 그려 넣는 중이다. 난정 (화선지를 보며) 천문도요? 갖바치 그래, 하늘의 운행은 한치의 거짓 없이도 이토록 무구한데 하늘아래 백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들은 이토록 아등바등대는 꼴이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지. 난정 ...! 갖바치 (붓을 벼루에 놓으며) 헌데 난정아, 네 어찌 당추형님 암자에서 백일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온 것이더냐? 난정 화급한 일이 있어서요. 갖바치 화급한 일이라..? 이번 왕세자 책봉 때문이더냐? 난정 (흠짓하다가 '무엇을 숨기랴').. 예, 아저씨.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 하신다 한들 왕세자책봉이 먼저 이루어지면 중전마마께오서 크게 낭패를 보실게 자명하옵니다. 갖바치 난정아, 적통대군이신 원자아기씨가 대통을 잇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거늘 네 어찌 천도를 거스르려 하는 것이냐? 난정 천도요?! 아저씨! 천도라는게 있다면 어찌 조정암 같으신 절개 곧은 선비께서 죄없이 사약을 받으셨으며 어찌 이땅의 죄없는 백성들이 탐관오리의 수탈에 굶주려 죽어가는 것입니까? 갖바치 난정아..아무리 세상이 원망스럽더라도 사람답게 사는 것을 버려서는 아니되느니.. 난정 아저씨가 무슨 말씀을 하셔도 이년 가슴속에 쌓인 억울함과 원망은 풀리지 않사옵니다! 갖바치 ...! 난정 아저씨, 일전에 제가 곤궁에 처하면 경륜을 빌려주시겠다고 약조를 하셨지요? (간절하게 보는) 아저씨, 이번 왕세자 책봉을 어찌 막을 것인지 제게 방책을 일러주세요. 갖바치 (보다가) 난정아, 네 진정 내 방책대로 따르겠느냐? 난정 (기대감에 보며) 예,아저씨. 갖바치 허면 이번에 원자아기씨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시도록 하거라. 난정 (실망감) 예에? 원자를 왕세자에요?! 갖바치 그래야 이 나라 조정과 백성들이 대안(大安)할 것이다. 난정 (버럭) 아저씨, 이년 그리 할 수는 없사옵니다! 갖바치 그리 할수 없다니?! 허면 네가 원자아기씨께 몹쓸 짓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난정 (살기등등) 예, 이년 중전마마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거리라도 할 것이옵니다! 갖바치 (어이없어 보며) 뭐라? 네 지금 뭐라 하였느냐? 난정 (결연한 표정)... 갖바치 (버럭) 난정아! 네가 무엇이간대 대체 네깟게 무엇이간대 감히 나랏일에 함부로 나서려는게냐?! 난정 (당황하여) 아,아저씨... 갖바치 아직 세상을 깊이 읽지 못하는 단견과 세치 혓바닥만으론 네가 하늘처럼 떠받드는 중전마마께 해를 끼칠수도 있음이야! 난정 (움찔)...예에? 중전마마께 해를 끼치다니요..? 갖바치 난정아! 네 가슴속의 야심이 네 총기와 눈을 흐리고 있다는 것을 어찌 깨닫지 못하느냐?! 난정 ...아저씨! 갖바치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 네 어찌 수레를 가로막는 무모한 범제비 짓거리를 하려드는게냐?! 난정 (이를 물고 쏘아보는)... 갖바치 천근만근 말을 아끼고 아껴야 하느니! 네 당분간은 궐내 출입을 삼가고 가슴속의 원망과 야심부터 씻어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불나방처럼 네 스스로 불속에 뛰어들어 네 몸을 태워버릴게다. 난정 (벌떡 일어서며 냉랭하게 보며) 이년, 더는 아저씨를 찾을 일이 없겠군요! 갖바치 뭐라?! 난정 (방문을 휙-열고 나간다) 갖바치 ...난정아! S#10 동 갖바치 방 밖 난정,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오면 엿듣고 있던 방백인과 당골네가 화들짝 놀라 떨어진다. 당골네 (궁색한) 난정아, 벌써 가려고..? 난정 (굳은 얼굴로 찬바람 소리 나게 대문밖으로 나가버린다) 당골네와 방백인, 서로 얼굴을 보다가 방쪽을 돌아본다. S#11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 (탄식하며 괴롭게 짜내는) 난정아, 네 살부(殺父)의 운명을 어찌 씻으려 함이더냐?! 어찌?!! (깊은 탄식을 내뱉는다) 음!! S#12 갖바치 대문 앞 길 난정,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다가 갖바치 대문쪽을 휙-돌아본다. 난정의 가슴 답답한 표정위로 환청처럼 들려오는 갖바치 (E) 천근만근 말을 아끼고 아껴야 하느니! 네 당분간은 궐내 출입을 삼가고 가슴속의 원망과 야심부터 씻어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불나방처럼 네 스스로 불속에 뛰어들어 네 몸을 태워버릴게다. 난정, 환청을 떨쳐버리듯 휙-돌아서서 가버린다. S#13 남소문 객주 마당 백치수, 송서방이 보여주는 물목을 확인하며 서있는데.. 장씨, 곽서방을 거느리고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백치수 (장씨를 보고) 장대인, 윤승후관과 말씀은 잘 나누시었나? 장씨 예, 윤승후관의 상을 보니 예삿 인물은 아닙디다. 백치수 암, 속에 태산같은 야심을 숨겨놓지 않고서야 그만한 인물이 십년동안 파락호 노릇을 했을리 있나? 장씨 (미소) 그거야 더 지켜보면 알게 될터이고 능금인 어디있소? 송서방 마포객주로 심부름을 보냈습죠. 장씨 (진지하게) 백도주, 능금이를 내게 맡겼으면 그 애는 내 사람이니 앞으론 함부로 부리지 마시오. 백치수 그리하겠네. 장씨 (곽서방을 거느리고 대문 밖으로 나간다) 백치수 (송서방을 보며) 송서방, 냉큼 능금이를 찾아 데려오게나. 송서방 예, 어르신. (대문밖으로 급하게 나간다) 백치수 ... S#14 어느 길 능금과 달래가 걸어온다. 달래 (능금의 표정을 살피며) 언니, 무슨 근심이라도 있소? 능금 근심은 무슨? 달래 헌데 어찌 요즘 언니답지 않게 땡감 먹은 상이요? 능금 ..달래야, 만약..만약에 말이야.. 내가 길상이가 아닌 다른 사내한테 가면..? 달래 (놀라) 뭐요? 언니 그게 무슨 말이요?! 능금 (도리질치며) 아니야! 하늘이 두쪽나도 그럴 일은 없어! 내 배필은 길상이 뿐이야! (성큼성큼 걸어간다) 달래 (의아하게 그 뒤를 쫓으며) 언니- S#15 편전 외경 원자와 보양관 김제학(*김승지)가 편전계단을 오르고 있다. 박상궁, 다른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원자의 뒤를 따른다. (*박상궁이 원자의 손을 잡지 않는다) 대전내관 (E) 전하, 원자아기씨와 홍문관 부제학 들었사옵니다. S#16 동 편전 방 안 중종, 연상위에서 교지에 옥새를 찍다가 방문쪽을 돌아본다. 중종 (반갑게) 오, 어서 들라해라. 박승지, 일어나 원자를 맞이한다. 방문이 열리고 원자와 김제학이 들어와 조아린다. 원자 (깊이 숙이며) 아바마마, 소자 문후 여쭈옵니다. 중종 (자애로운 미소) 오냐, 이리 다가와 앉거라. 원자 예. (중종 앞에 다가와 앉는다) 중종 원자, 오늘은 보양관께 무엇을 배웠누? 원자 삼선(三善)에 대해 배웠사옵니다. 중종 오, 그래? 삼선이 무엇인지 말해보거라. 원자 신하로서 임금을 섬기고, 아들로서 부모를 섬기고, 어린 사람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것을 삼선이라 하옵니다. 중종 (흡족한 듯 끄덕이다가 김제학보며) 부제학. 김제학 예, 전하. 중종 부제학이 보양관으로 보시기엔 원자의 자질이 어떠하오? 김제학 신의 소견으로는 원자아기씨께오서 당장이라도 성균관 입학례를 치루셔도 거침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흐뭇한) 허허, 그래요? (대견한 듯 원자를 보며)..원자. 원자 예, 아바마마. 중종 네 앞으로도 학문을 즐거워하고 스승을 높이며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하고 간사한 자를 멀리하여, 삼선의 가르침을 잘따르도록 하거라. 원자 명심하겠사옵니다. 아바마마. S#17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윤임, 김안로가 각기 찻상을 놓고 앉아있다. 자순대비 원자께서 왕세자에 책봉되시면 두분 대감께서 조정에서 원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셔야 할 것이옵니다. 윤임 예, 신들은 신명을 다바쳐 원자아기씨를 떠받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이 늙은이는 두분 대감을 보면 마음이 든든하구려. 김안로 하온데 대비마마, 전하께오서 원자아기씨를 왕세자로 낙점을 하시기로 마음을 정하신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적통대군이 대통을 잇는 것이야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 아닙니까? 김안로 하오나 일전에 전하께오서 복성군의 왕재를 살피시는 문답을 나누셨다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이 늙은이도 그런말을 들었습니다. 허나 그 일은 주상께서 장자에 대한 예우를 해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안로 장자에 대한 예우요? 자순대비 (미소) 예, 이 늙은이는 그리 봅니다. 더군다나 중전께서도 원자를 왕세자로 책봉하는데 힘을 보태주실 것이라 이 늙은이와 약조를 하셨으니 너무 염려하세요. 윤임 암요, 대비마마는 물론이시옵고, 중궁전에서도 원자마마를 추대해 주시온다니 신의 마음 든든하옵니다. 김안로 ... S#18 중궁전 외경 윤원형 (E) 마마, 정녕 원자아기씨를 왕세자로 추대를 하실 것이옵니까? S#19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윤원형이 바짝 앉아있다. 윤비 (생각에 잠긴채)... 윤원형 일전엔 판부사대감과 희락당대감께오서 우리 삼부자가 전하께 원자아기씨를 왕세자로 추대하라는 주청을 드리라 하였사옵니다. 윤비 ... 윤원형 마마, 원자아기씨가 왕세자에 책봉되시오면 마마의 복중 아기씨는 어찌 되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묵묵부답)... 윤원형 마마, 원자아기씨가 왕세자에 책봉되시오면 마마의 복중 아기씨는 어찌 되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윤원형 마마, 뭐라 말씀을 내려주시옵소서. 시생 어찌 해야 하올런지요? 윤비 (무겁게 입을 여는) 오라버니. 윤원형 예, 마마. 윤비 원자는 장차 사초에 길이 빛날 성군이 될 것입니다. 윤원형 예에? 하오면 마마께오선 원자아기씨를.. 윤비 허나! 원자가 대통을 잇는다면 내 복중의 아기는 대군이라는 까닭으로 조정이 혼란스러울 때 마다 역모설에 연루되지 않을까 평생 가슴을 졸이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윤원형 ..! 윤비 또한 오라버니들께오서도 대비전의 외척이라는 이유로 조정에 출사하시기가 힘드실겝니다. 윤원형 (침통한)..그리되겠지요 ...그리되고 말구요. 윤비 어쩌면 난정이 말대로 후궁소생의 왕자가 대통을 잇는 것이 내 복중의 아기와 가문에 득이 될 수도 있겠지요. 윤원형 시생의 작은 집이 그런 말을 하였사옵니까? 윤비 (끄덕끄덕)... 윤원형 허면 마마께오선 어찌 하실 작정이시온지요? 윤비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하의 어의가 무엇이시냐 하는것입니다. 전하의 심중을 좀 더 헤아려 본 연후에 행보를 정해도 늦지는 않을것입니다. 윤원형 ... 윤비 허니 오라버니께서도 판부사대감과 희락당대감이 채근하신다 하여도 절대 경거망동하시면 아니 될것입니다. 이사람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윤원형 예, 시생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큰 오라버니께도 단단히 이르세요. 윤원형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윤비 만사에 언행을 조심, 또 조심하시어야 합니다. 윤원형 예, 허면 시생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나가다가 돌아보며) 하온데 마마. 윤비 (보는)...? 윤원형 대국서 온 거상이 마마를 알현하고 싶다는 청을 넣었사온데 어찌 하올런지요? 윤비 (흠짓) 거상이요? 대국에서 온?! 윤원형 예, 대국 조정에 연줄을 가진 자라고 들었사온데 시생 생각엔 마마께오서 한번 친견하시는 것도 해가 되지는 않을 듯 싶사옵니다. 윤비 (뭔가 생각하는) ...음! 거상..거상이라.. S#20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장씨, 백치수와 마주 앉아 연상위에 장부책을 보고 있다. 장씨 (장부를 넘겨보며) 참으로 놀랍소이다. 백도주께선 조선의 조정인사들 모두와 연줄을 맺고 있으시구려? 백치수 허허, 조정의 한쪽이 잘려 나가면 그 즉시 다른 쪽의 구명줄을 잡아야 하니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힐 수밖에. 장씨 조정신료들에게 자금이 건너간 이 치부책만 있으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겠소이다. 백치수 암, 이 치부책이 내 목숨줄이지. 허허. 장씨 헌데 장차 조선의 왕세자는 누가 될 듯 싶소이까? 백치수 글쎄..모르긴 몰라도 적통이신 원자아기씨와 전하의 장자이신 복성군께오서 두분 중 한 분이 되실터이지. 허나 내 생각엔 원자께오서 대통을 이을실 가망이 큰 듯 싶네. 장씨 ..만에 하나 원자가 대통을 이으신다면 경빈마마께서 조선의 인삼독점권을 약조받은 이사람은 헛물을 켜게 되겠지요. 백치수 그걸 알면서 어찌 경빈마마와 그런 약조를 한것인가? 장씨 (미소) 위험이 클수록 이문이 큰 법 아니오이까? 백치수 위험이 클수록 이문이 크다? 장씨 (끄덕이며) 이사람이 중전마마를 알현하려는 까닭도 거기 있소이다. 백치수 ...그 무슨 말인가? 장씨 중전마마께오서 복성군을 밀어주신다면 내 손아귀에 큰 재물이 떨어질 것이외다! 백치수 허허, 장대인이 조선의 조정 돌아가는 사정을 나보다도 훤히 꿰고 있구먼? 장씨 (미소) 능금이 S#21 윤원형 집 앞 길 윤원형, 사인교와 임서방을 거느리고 계단을 올라가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길상, 길쪽 나무뒤에서 얼굴을 내밀고 윤원형 집 대문이 닫히는 것을 본다. 능금 (E) (등뒤에서) 길상아. 길상 (돌아보면 능금이다)...! 능금 (시선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 길상 ... 능금 (한쪽으로 가면) 길상 (보다가 그 뒤를 따라가는) S#22 개울가 (혹은 한적한 곳) 길상과 능금, 한곳에 앉아 있다. 능금, 뭔가 말을 하려고 하다가 머뭇대며 말을 못한다. 길상 (참지 못하고) 능금아, 할 말이란게 뭐니? 능금 (망설이는)..그게..저.. 길상 (일어서며) 지금 말하기 힘들면 나중에 해. 능금 (급히 일어서며 길상을 붙잡으며) 안돼! 길상아, 지금 말해야 돼. 지금 말하지 못하면 평생 하지 못할거야. 길상 (재촉하듯 보는)... 능금 (시선피하며) 길상아... 내가 지난번 장대인과 한베개를 벤 것은.. 길상 능금아, 그 얘길 나한테 털어놓을 까닭이 없어. 능금 (보며) 뭐어? 털어놓을 까닭이 없다니..? 길상 ...넌 총명하니까 니가 그리했다면 분명 어떤 연유가 있었을게야. 능금 (E) (뭉클한)..그래 길상아, 모두 네 목숨을 구하기 위함이었어. 길상 그래 어쩌면 잘된거지도 모르지. 능금 (보는)...뭐,뭐? 잘되다니? 길상 네 전정에 장대인이 힘이 되어 주실수도 있을게야. 능금 길상아! 무슨 말을 그리하는게야?! 그래, 날 용서할수 없다는 거 알아! 니가 날 욕해도 참을 수 있어.. (울먹울먹) 하지만 하지만..난 어려서부터 너말고 다른 사내를 배필로 생각해본적이 단 한번도 없어. 길상 능금아, 난 니 배필이 될 수 없어. 능금 왜, 내가 몸뚱이를 버려서?! 그런거야?! 그런거냐구! 길상 너때문이 아니야..나 때문이야. 능금 뭐어, 허면 난정이 때문이니? 길상아, 너 아직도 난정이 그 계집애를 잊지 못한게야?! 그런게야?! 길상 ...미안하다. 능금 ('그렇구나!' 허탈한)...!! 길상 (몸을 돌려 가버린다) 능금 (그 뒷모습을 보다가) ..길상아! 이 나쁜놈아!... 나쁜 놈아!..흐흑.. (흐느끼며 뛰어간다) 길상 (눈에 눈물이 고인다)...! S#23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지임 (E) 아니, 원형아 그게 무슨 말이냐?! S#24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윤원형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윤지임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원자아기씨가 왕세자에 책봉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신단 말이냐? 윤원형 그런게 아니오라 중전마마께오서 아직은 누구를 왕세자로 밀어주실지 마음을 정하시지 않으셨다는 말씀이옵니다. 윤지임 허어, 이 애빈 도통 모르겠구나?! 그리도 원자아기씨를 괴이시는 중전마마께오서 어찌..어찌..? 윤원로 아버님, 중전마마께오서 원자아기씨를 괴이시는 마음이야 어딜 가시겠사옵니까, 허나 왕세자 책봉은 왕실과 조정의 막중대사이니 신중에 신중을 기하시려는 뜻이시겠지요. 아니 그러하냐 원형아? 윤원형 형님 말씀이 옳사옵니다. 마마께오서 아버님이나 형님께서도 괜히 판부사대감이나 희락당대감의 부채질에 이리저리 휩쓸리지 마시라는 당부가 계셨사옵니다. 윤지임 ( 뭔가 깊이 생각하는)..음!! 윤원로 (윤원형에게 나가자고 눈짓하는) 하오면 소자들은 건너가겠사옵니다. 윤원로와 윤원형,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지임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혼잣말).. 대세를 거스르면 아니됨이야.. 아니됨이야.. S#25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로, 윤원형의 손을 잡아 끌 듯이 하며 들어온다. 윤원로 (앉으며) 원형아, 어서 앉아 보거라. 윤원형 (따라 앉으며) 아니 형님, 왜 이리 보채시는게요? 윤원로 원형아, 중전마마께오서 왕세자로 어느 왕자분을 밀어주실지 아직 정하시지 않으셨다고 했지? 윤원형 예. 분명 그리 말씀하셨소. 윤원로 허면 우리 삼부자가 뜻을 모아 중전마마께 금원군께 힘을 실어주십사하고 진언을 드리자구나. 윤원형 예에? 금원군이라면 희빈마마의 소생아니시옵니까? 윤원로 암, 남양군 대감의 외손주이시기도 하시지. 윤원형 형님, 뜬금없이 그 무슨 말씀이오? 윤원로 (바짝 코를 들이밀며) 남양군대감께오서 우리 형제가 금원군을 왕세자로 책봉되시는데 힘을 모아주면 장차 당상관 자리를 약조하셨다. 윤원형 예에? 윤원로 어차피 중전마마께오서 잉태하오신 아기씨께오서 책봉을 받을수 없는 처지라면 우리 형제의 살길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 윤원형 형님, 왜 하필이면 금원군이신게요? 윤원로 지금 조정의 공론이 원자아기씨와 복성군에게 모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금원군으로 기울어질게 자명하다. 윤원형 자명하다니요? 형님, 무슨 근거로 그리 말씀하시는게요? 윤원로 남양군께오서 지난번 주초의 무리를 도모하실 때 조정신료들의 밀약을 받으셨다더라! 윤원형 미,밀약이요? 윤원로 (끄덕) 그래, 허니 틀림없이 조정의 공론은 금원군께 몰리게 되어있음이야. 윤원형 (어이없이 보며) 형님, 차라리 별을 따다 바치겠다는 약조를 믿겠소. 윤원로 (버럭) 원형아, 네 진정 이 형님 말을 거스르겠다는 말이냐?! 윤원형 거스르고 말 것도 없소이다. 형님, 괜히 경거망동하시지 말고 당분간은 죽은 듯이 납작 엎드려 두문불출 하시구려. 윤원로 뭬, 뭬야? 임서방 (E) (방밖에서) 작은 서방님! 윤원형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26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밖 윤원형, 방밖으로 나와 마당에 서있는 임서방을 본다. 윤원형 무슨 일인가, 임서방? 임서방 조금전 인편으로 기별이 왔사온데 작은아씨께오서 장통교 기방으로 걸음을 하시랍니다요. 윤원형 장통교기방에? 알았느니.. 임서방 사인교를 대령할깝쇼? 윤원형 (마당에 내려서며) 아닐세, 내 운기삼아 혼자 갈터이니 자넨 따르지 말게. 윤원형, 대문쪽으로 걸어가는데 배천댁 (급하게 걸어오며) 나으리. 윤원형 (돌아보며) 오, 배천댁. 왜그러는가? 배천댁 아씨께오서 오늘이 정미(丁未)일 이라고 여쭈라 하셨사옵니다. 윤원형 정미일?! (생각났다) 암, 내 어찌 조강지처와 합궁하는 날을 잊을수 있겠는가? 내 오늘 일찍 귀가할터이니 아씨께 아무 염려 마시라 여쭈게. 배천댁 (조아리며)예, 나으리. 윤원형 어험.(돌아서 대문쪽으로 간다) 배천댁 (보다가 초당쪽으로 급히 간다) S#27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 앞에 앉는 배천댁을 보며 말한다. 김씨 서방님께 여쭈었는가? 배천댁 예, 나으리께오서 일찍 귀가하실터이니 아무 염려마시라 여쭈라 하셨습니다. 김씨 애썼네. 나가서 목물을 차비해주게나. 배천댁 예, 아씨. (일어서며) 나가자 탄실아. 탄실 예. (일어서서 배천댁을 따라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뭔가를 생각하다가 연상서랍을 열고 수건에 싸인 뭔가를 꺼내 든다) 김씨, 수건을 풀어보면 사향주머니다. 김씨, 사향주머니를 바라보는 얼굴위로 S#28 동 초당 방 안(김씨의 회상) 윤임처, 김씨에게 앞씬의 사향주머니를 건네준다. 김씨 (받아 보며)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윤임처 (미소) 사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사향일세. 조카님과의 합궁날 목욕재계한 연후에 반드시 몸에 지니도록하게. 김씨 (수줍은 듯)...하지만, 어찌... 윤임처 사대부가의 처자는 여인이 아니라던가? 반듯하기만 해서는 갖은 교태와 간살을 떨어대는 첩실에게 사내를 빼앗길 수 밖에 없네. 허니 내 말대로 하시게. S#29 동 초당 방 안(현실) 김씨, 사향주머니를 보다가 수건에 싸서 다시 연상서랍에 깊숙이 넣는다. 김씨 ... S#30 당추 암자 계단 위 모린, 계단 앞에 쪼그리고 멍한 눈으로 멀리 바라보고 있다. 당추, 법당앞에서 그런 모린의 뒷모습을 보는데 신비, 법당에서 나와 당추 옆으로 다가온다. 신비 스님, 모린이가 어인 연유로 하루종일 저 자리만 지키고 있는지요? 당추 글쎄요.. 소승 생각엔 난정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듯 보입니다만.. 신비 난정이를요? (모린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모린 (기다림의 눈길로 계단 아래 산사 입구쪽을 주시하는)... S#31 자운아 기방 후원 정자 위 옥매향, 난정의 잔에 차를 따른다. 옥매향 (난정의 굳은 표정을 보며) 난뎡아, 어띠 입도 뻥끗 안하는거이네? 닙궐해서 듕뎐마마께 꾸지람이라도 들은거이네? 난정 (다른 생각에 빠진 얼굴위로 들려오는)... 갖바치 (E) 난정아, 세상이 원망스럽더라도 사람답게 사는 것을 버려서는 아니되느니! 옥매향 난뎡아, 동무끼리 하디 못할 말이 무에 있간? 속시원하게 날래 털어놔보라우. 난정 (깨어나 보며)..매향아.. 니 가슴속엔 이 세상에 대한 원망이 없니? 옥매향 원망? 난정 그래..하늘은 무슨 까닭으로 나를 이리 천한 신분으로 세상에 태어나게 하셨는지.. (글썽) 내 전생에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이리 진창을 나뒹구는 미천한 계집년으로 태어나게 하셨는지... (눈물 한줄기 주르르 흐른다) 옥매향 난뎡아, 이 세상이 그렇게 생겨 먹은걸 어카갔네? 혼자 몸부림 텨 봤댜 세상이 뒤집어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세상이 바뀌디 않으니 어쩌갔니? 고저 사람이 세상에 맞퉈 살아가야디. 기러티 않네? 난정 (씁쓸한 미소)...글쎄.. 옥매향 (보며) 난뎡아, 너 시딥가더니 둄 변하거 같다? 와 승후관께서 위해주시는 거이 예뎐만 못하네? 난정 못하긴?..아니야.. 옥매향 에미나이래 울 오마니 말이 똑 들어맞는구나. 난정 무슨? 옥매향 난뎡이 너하고 난 애를 낳아봐야디 뎡신 차릴거라 하셨거든? 난정 (미소속에 한숨 쉬듯) 그래..그럴지도 모르지.. (차를 마시는) S#32 동 자운아 안채 마당 자운아, 안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데 윤원형, 심퉁의 인도를 따라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자운아 아니, 이거이 누구시야요? 승후관나으리 아니시요? 윤원형 오, 자운아, 잘 지내셨는가? 자운아 텹댱가를 드시더니 신수가 훤해디셨구만요? 윤원형 예끼 이 사람, 오랜만에 발걸음한 손님을 놀리긴가? (심퉁보며) 헌데 난정아씨는 어디 계시느냐? 심퉁 후원에 계실거구만요. 윤원형 허면 내 후원으로 가보겠네. 자운아 승후관 나으리께서 이 댱통교 기방출입을 하신 닌연으로 됴선퇴고의 기생이 될 난뎡이를 독탸디 하셨으니 댜운아 공을 닞으시면 아니되십네다? 윤원형 내 어찌 자네 공을 잊겠나, (농조) 명만 내리시게 내 이 기방에서 죽놈이 (*중노미-술집 더부살이) 노릇인들 못할까? 자운아 (웃으며) 날래 후원으로 가보시라요. 난뎡이 목 빠디갔습네다. 윤원형 그리함세. 허허허. (껄껄 웃으며 후원쪽으로 걸어간다) S#33 동 자운아 후원 정자 안팎 난정과 옥매향, 정자위에 앉아있는데 윤원형이 후원으로 들어와 걸어온다. 옥매향 (윤원형 보고 일어서서 맞이하며) 승후관나으리 오셨시오? 윤원형 오냐, 매향아, 너도 별고 없었느냐? 옥매향 예. 승후관나으리, 난뎡이 눈에 눈물나게 하시면 내레 가만있디 않을테니 알아서 하시라요. 윤원형 암, 내 매향이 네가 무서워서라도 부인을 극진히 괴일것이니 염려말거라. 옥매향 허면 니년은 이만 물러갈테니 말씀들 나누시라요. (정자아래로 내려가 후원을 나간다) 윤원형 (정자마루로 올라오면) 난정 서방님. 중전마마는 만나보셨사옵니까? 윤원형 (끄덕이며)그래요.. 내 부인한테 미안하게 됐소.. 대국서 건너온 거상이란 자를 만나는 바람에 부인과의 약조를 지키지 못했소이다. 난정 (흠짓 놀라) 대국서 건너온 거상이요?! 윤원형 그래요, 헌데 부인 왜 그리 놀라시는게요? 난정 아,아니옵니다.. 헌데 그 자를 무슨 일로 만나신 것이옵니까? 윤원형 그사람이 중전마마의 알현을 주선해달라고 청을 합디다. 난정 중전마마를요? 윤원형 (끄덕이며) 그래요. 말씀을 올렸더니 중전마마께오선 부인께서 먼저 만나보신 연후에 중궁전에 들일것인지 말것인지를 정하라 이르셨소. 난정 ...! S#34 김안로 사랑채 외경 (E) (방안에서 들려오는 김전, 김안로, 윤임, 김제학의 웃음소리) 한편에 서있던 황서방과 박서방이 기분좋은 표정으로 방쪽을 돌아본다. S#35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전, 김안로, 윤임, 김제학이 호탕하게 웃고 있다. 김전 전하께오서 원자아기씨의 자질을 크게 칭찬하셨다면 대세는 원자아기씨께로 기울어진 것이나 진배없소이다! 윤임 암요, 이번일엔 보양관 영감의 공이 아주 크셨소이다. 김제학 이사람은 보양관의 소임을 다해 전하께 거짓없이 품했을뿐이옵니다. 윤임 원자아기씨께오서 보위에 오르시면 보양관께서는 조정의 큰 일을 맡게 되실겝니다. 김제학 이 사람, 원자아기씨께오서 대통을 이으시는 날까지 성심을 다바칠 것이옵니다. 윤임 (김제학의 두손을 맞잡으며) 고맙소이다, 영감! 이제 원자아기씨를 왕세자로 책봉하자는 주청을 드릴때가 온 듯 싶소이다. 김전 (끄덕이며) 이 늙은이 생각에도 때가 무르익은 듯 싶소이다. (김안로를 보며) 헌데 방주인께선 어찌 입을 꽉 다물고 있으신고? 김안로 아직은 원자아기씨의 왕세자 책봉 주청은 이른 듯 싶사옵니다. 김전 이르다니? 그 무슨 말이냐? 김안로 지난번 전하께오서 복성군을 친견하시온 것이 마음에 걸리옵니다. 윤임 희락당대감, 너무 침소봉대하시는 것은 아니외까? 김안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옛말도 있지 않사옵니까? 허니 전하의 어의가 확실해 지시기전까지는 먼저 원자아기씨를 추대하자는 주청을 드려서 전하의 심기를 흐리게 해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일동 ('서로의 얼굴을 보며 그럴지도')...! S#36 대궐 일각 중종의 옥교가 대전내관과 김상궁, 대전 상궁나인과 내관들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간다. S#37 희빈 처소 마당 향이, 급한 걸음으로 뛰어와 처소쪽으로 뛰어들어간다. 향이 마마, 희빈마마, 주상전하께오서 납시고 계시옵니다. S#38 동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환호작약하는 얼굴로 앞에 앉은 향이를 본다. 희빈 뭐라, 주상전하께오서?! 그게 참말이더냐? 향이 (덩달아 신난) 예, 마마! 희빈 향아, 어서 나가 주안상을 마련하거라! 향이 예! 희빈 (급하게 머리와 옷매무새를 매만지면서 방밖으로 뛰듯이 나간다) S#39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오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뭐라? 전하께오서 희빈처소로 발걸음을 하셨단 말이냐? 오상궁 예, 마마. 윤비 일전엔 경빈처소로 납시오더니 이번엔 희빈처소라?.. 엄상궁 쇠인의 짧은 소견엔 주상전하께오서 희빈의 소생이신 금원군과 봉성군을 찾으신 듯 싶사옵니다. 윤비 (끄덕이며) 음..그 말이 옳을게야.. 윤비 (E) (심각하게 생각하는 얼굴위로) 허면 전하께오서 아직 원자로 어의를 정하신 것이 아니란 말인가? 윤비,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휙-본다. S#40 희빈 처소 방 안 중종, 앞에 앉아 책을 읽는 금원군과 봉성군을 흐뭇한 미소로 본다. 희빈, 중종의 흡족한 얼굴을 살피며 쌩끗 웃음 짓는다. S#4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연상을 쾅- 내려친다. 경빈 앞에 발이 내려져 있는 건너편으로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고 방문 앞에 금이가 어쩔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있다. 경빈 뭬야?! 지금 전하께오서 희빈처소에 납시어 금원군과 봉성군의 경서훈독을 듣고 계신단 말이냐?! 금이 예, 마마. 남곤 (금이를 돌아보면) 두분 왕자께오서 무슨 경서를 훈독하신다더냐? 금이 중용(中庸)이라 들었사옵니다. 남곤 중용?! 심정 중용이라면 전하께오서 평소 경연장에서 강독하실만큼 아끼시는 경전이 아니옵니까? 남곤 음.. 경빈 (답답한 듯 연상을 탕탕 치며) 대감! 대감! 대감!! 지금 무슨 경전이냐를 따져서 어쩌시자는겝니까?! 지금 전하께오서 희빈처소에 납시어 계십니다. 만에 하나 우리 복성군을 바라보시던 전하의 자애로운 눈길이 금원군과 봉성군은 물론이고 다른 왕자들한테까지 쏠리시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으실 작정이십니까? 남곤 예에? 심정 마마의 심중은 짐작 하오나 신들이 무슨 명분으로 전하께오서 왕자분들을 친견하시는 것을 막을 수 있겠사옵니까? 경빈 이리 답답하신 분들을 보았나?! 두분대감께서 당장 빈청에 드시어 복성군을 지지하는 조정신료들의 동요와 이탈을 막으시라 이 말씀입니다!! 남곤,심정 (당황하여)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울그락 불그락 분기로 움켜쥔 주먹이 떨린다)..! S#42 정윤겸 사랑채 외경 정광필 (E) 도총관께서 낙향하시겠다는 뜻을 접으시고 S#43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앞에 정광필과 안당이 앉아있다. 정광필 장차 세자저하의 보위를 맡아주신다니 이 늙은이 마음이 놓이는구려. 정윤겸 이사람보다는 연륜이 깊으신 대감들께서 전하의 곁에 계셔야 마땅하거늘 송구하옵니다. 안당 허허, 우리 같은 퇴물 늙은이들이야 전하께 짐만 될 뿐이지요. 정광필 헌데 도총관께서는 어느 왕자분이 왕세자책봉을 받을 것 같소이까? 정윤겸 일개 무관인 이 사람이 막중한 국사를 어찌 미리 짐작할 수 있겠사옵니까? 안당 전하께오서 도총관께도 아무런 언질도 주시지 않으셨단 말이오? 정윤겸 (고집스러운) 이 사람은 어느 왕자분께오서 세자에 책봉 되신다 할지라도 맡은바 소임을 다해 그분을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S#44 동 정윤겸 집 정렴의 방 안 정렴, 병색의 옥련을 위로하고 있다. 정렴 옥련아, 어머니도 아니계신데 너까지 자리에 누우면 어찌하겠느냐? 허니 마음 굳게 먹고 견뎌내거라. 옥련 오라버니, 소녀 세상을 살고싶은 마음이 없사옵니다. 정렴 허어, 네 그 무슨 약한 소리더냐. 희량이는 잊거라. 옥련 오라버니, 소녀 그럴순 없사옵니다. 정렴 허면 어쩌겠느냐? 아버지 서슬에 이미 돌아선 희량이의 마음을 다시 돌이키기는 힘들것이야. 옥련 ... 배서방 (E) (방밖에서) 도련님, 배서방이옵니다요. 정렴 (방밖을 보는).. S#45 동 정렴 방 밖 마당 정렴, 방문을 열고 나오며 서있는 배서방을 본다. 정렴 무슨 일인가, 배서방? 배서방 (낮게) 희량도련님께오서 뵙자는 기별을 보내셨사옵니다. 정렴 희량이가? S#46 어느 주막 마당 박희량, 평상위에 앉아 탁배기 잔을 기울이고 있다. 정렴, 주막안으로 들어와 박희량 앞에 선다. 정렴 희량이, 자네가 어인 연유로 나를 찾아주었는가? 박희량 폭염에 걸음을 하느라 목이 컬컬할테니 우선 올라와 술 한잔 받게나. 정렴 (술상앞에 앉아 술 사발을 들면).. 박희량 (술을 따라주며) 이번에 전하께오서 자네 어르신께 장차 세자저하가 되실 분의 보위를 부탁하셨다고 들었네. 정렴 ... 박희량 자네 어르신께서 전하의 신망을 회복하셨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 아닌가? 정렴 그 말을 하자고 예까지 나를 부른겐가? 박희량 내 자네를 부른뜻은 다름이 아니라..자네 벼슬 한자리 해 볼 생각없는가? 정렴 벼슬?! 허나 내 아직 초시에도 입격치 못했거늘... 박희량 자네가 나를 도와만 준다면 내 참봉자리 하나쯤은 마련해 줄 수 있을게야. 정렴 차, 참봉?! 박희량 어떤가? 나를 믿고 의기투합해보지 않겠는가? 정렴 무슨 일인데... 박희량 (귓속말을 소근대는) 정렴 (들으며 눈이 커지는)... 박희량 어떤가? 해보겠는가? 정렴 까짓껏 참봉자리가 떨어진다는데 그리함세! (술사발 들어 벌컥 마시는) 박희량 (술잔을 들고 스치는 미소)... S#47 대궐 일각 홍경주, 웃음 가득 머금은 얼굴로 어디론가 걸어가는 얼굴위로 희빈(E) (반가운) 어서 오세요, 아버님. S#48 희빈 처소 방 안 홍경주, 앞에 앉은 희빈을 보며 말한다. 홍경주 전하께오서 처소에 납시어 금원군과 봉성군 두분 왕자의 중용 훈독을 청하시고 크게 칭찬하셨다지요? 희빈 (입이 찢어질 듯) 예, 아버님. 특히 금원군의 학문이 섬부하시다고 전하께오서 어찌나 칭찬을 하시던지요. 홍경주 그것 보시오소서. 마마, 이 애비가 뭐라했사옵니까? 기다리고 기다리면 때가 오는 법이라 여쭈지 않았사옵니까? 희빈 예, 이사람 앞으로는 아버님께오서 닭을 봉이라 하셔도 믿을것이옵니다. 홍경주 마마, 오늘 일로 조정신료들중 다수는 전하의 어의가 금원군에게 있으심을 깨달았을 것이옵니다. 희빈 아무렴요, 모쪼록 그리되야지요. 홍경주 마마, 이럴 때 중전마마께오서 금원군을 밀어주시겠다고 천명을 하시온다면 금원군께서 왕세자 자리에 한걸음 바짝 다가서시게 되시옵니다. 희빈 그거야 알지만.. 무슨 수로 서릿발 같으신 중전마마의 마음을 얻어내지요? 아무리 값진 패물도 마다하시는 분이니... 홍경주 마마께오서 중전마마의 교태전 자리와 장차 생산하실 대군아기씨의 안위를 보장하신다는 약조를 하시오면 중전마마의 마음을 움직이실 수 있으실겝니다. 희빈 정말 그럴까요? 홍경주 (끄덕)예, 마마. 이 아비를 믿으시옵소서. S#49 편전 계단 창빈, 영양군과 덕흥군과 함께 편전 계단을 오르고 있다. 대전내관 (E) 전하, 영양군과 덕흥군 두분 왕자와 창빈 들었사옵니다. S#50 동 편전 방 안 중종 (방쪽을 보며) 어서 뫼시어라. S#51 동 편전 복도 창빈, 영양군과 덕흥군을 앞세우고 방문 앞에 서 있다. 대전내관 (방문쪽에 조아리며) 예. (창빈 일행에게) 드시지요. 창빈과 영양군, 덕흥군이 방문이 열리면 안으로 들어간다. 김상궁 (불안하게 보며) 전하께오서 어찌 창빈마마와 왕자분들을 편전에까지 불러들이셨는지..? 대전내관 글쎄말이오이다.. 김상궁 (복도끝쪽으로 급하게 간다) S#52 동 편전 방 안 창빈과 영양군, 덕흥군이 중종앞에 큰 절을 올리고 일어난다. 영양,덕흥 아바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자애로운 미소) 오냐, 이리 내려와 앉거라. 영양,덕흥 (중종 앞에 다가가 앉는다) 창빈 (선채로) 전하, 어인 연유로 왕자들과 신첩을 편전까지 부르셨사온지 신첩은 황공하여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중종 허허, 과인이 영양군, 덕흥군과 담소를 나누려고 불러들인것이니 너무 마음쓰지 마시구려. 창빈 ... S#5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김상궁을 경악한 눈으로 본다. 경빈 뭬야? 전하께오서 창빈과 왕자들을 편전으로 불러들이셨다?! 김상궁 예, 전례에 없는 일이오라 쇠인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사옵니다. 경빈 (숨을 몰아쉬며) 대체 전하께오서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신단 말이냐?! 대체! S#54 희빈 처소 방안 홍경주와 희빈, 방문앞에 선 향이를 놀란눈으로 본다. 홍경주 그,그게 참말이냐?! 향이 예, 창빈마마께오서 두분 왕자를 앞세우시고 편전으로 드셨다고 하옵니다. 희빈 아버님, 대체 이 무슨 일이옵니까? 우리 금원군과 봉성군은 처소에 납시어 보셨사온데 영양군과 덕흥군은 편전으로 들이시다니요?! 홍경주 음! (벌떡 일어서며) 이 애비가 무슨 영문인지 빈청에 들러 알아봐야 하겠사옵니다. (방밖으로 나간다) 희빈 (뭔가 불안한).. S#55 중궁전 방 안 윤비, 골똘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윤비 (혼잣말) 처음에는 복성군을.. 오늘은 금원군과 봉성군의 훈독을 들으신 연후에 지금은 영양군과 덕흥군을 편전으로 불러들이셨다? 엄,오상궁 (윤비를 힐끔보다가 서로의 얼굴을 보는)... 윤비 (생각의 가닥을 잡은 듯) 그래.. 전하께오서 어의를 정하신게야.. 어의를! 엄상궁 예에? 윤비 아닐세..자네들은 나가들 보게. 엄,오상궁 예.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진다)... S#56 자운아 기방 외경(밤) S#57 동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밤) 옥매향, 윤원형의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윤원형 매향아, 대체 내 안사람은 어딜 간게냐? 옥매향 서방님께서 모르시는걸 내레 어띠 알갔시오? 윤원형 허어, 이거 언제까지 이리 기다릴수도 없고. 매향아, 내 이만 집으로 가봐야겠다. (일어서는데) 옥매향 (막아서며) 그리는 못합네다! 난뎡이가 돌아올때까디 승후관나으릴 꽉 붙들어 두라고 신신당부를 했단말이야요. 윤원형 허어, 나 원 참나... (다시 앉아 술 한잔 급하게 털어넣는다) S#58 윤원형 초당 방 안(밤) 김씨, 곱게 단장한채 앉아있다. 김씨의 불안한 얼굴위로 김씨 (E) (문득) 서방님께오서 설마 오늘도..? (저으며) 아니야, 그러실 리가 없어.. 그러실 리가.. 김씨, 치마를 헤쳐 노리개 옆에 달린 사향주머니를 꼭 움켜쥔다. S#59 경빈 처소 방 안(밤) 경빈, 연상앞에 앉아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한다. 경빈 (방문쪽을 돌아보며)금아! 금아! 금이 (E) (방문밖에서 급히 오며) 예! 금이 (방문 열리면 들어오며) 찾아계시옵니까, 마마. 경빈 (일어서며) 내 중궁전으로 갈것이니라. 금이 예에? 경빈 (방문 밖으로 급하게 나간다) S#60 중궁전 앞 마당(밤) 경빈, 금이와 조족등을 밝힌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와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61 중궁전 복도(밤) 경빈, 방문쪽으로 오면 엄상궁과 오상궁이 흠짓 놀란다. 엄상궁 야심한 밤에 기별도 없이 어찌 드셨사옵니까? 경빈 중전마마께 고하여 주시게! 엄상궁 중전마마께오서 막 침수를 드시었으니 돌아가시지요. 경빈 뭬야?! 고하라면 고할것이지 웬 잡소리가 이리 많은것이냐?! 엄상궁 날이 밝으면 다시 드시지요! 경빈 (쏘아보며) 엄상궁, 네 정녕! 윤비 (E) (방안에서)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운게냐?! 엄상궁 중전마마, 경빈이 들었사옵니다. S#62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 가채와 당의를 벗은채로 금침앞에 앉아있다. 윤비 내 이미 자리에 들었으니 물러가라 하라. S#63 동 방밖 복도(밤) 엄상궁 중전마마께오서 물러가시라 명하셨사옵니다! 경빈 (방문앞에 꿇어 앉으며) 중전마마, 이 나라 왕실과 조정의 장래가 달린 중차대한 일이옵니다! 엄상궁 이 무슨 불경한 짓거리시옵니까? 당장 물러가시지 않으면 상궁들의 손을 빌릴것이옵니다! 경빈 (아랑곳 않고) 마마, 부디 신첩을 물리치지 말아주시옵소서! 엄상궁 (오상궁을 보며) 밖으로 뫼시게! 오상궁 예. (복도쪽에다) 밖으로 뫼시랍신다. 복도끝에서 중궁전 상궁들이 우르르 다가와 경빈을 잡아 일으킨다. 경빈 (끌려가며) 마마! 마마! 윤비 (E) (방안에서) 엄상궁! 엄상궁 예, 마마. 윤비 (E) 경빈을 들이게! 엄상궁 예. (상궁들에게) 물러들 가거라. 상궁들 (경빈을 놓아주며) 예. 엄상궁 (경빈에게 공손하게 조아리며) 드시지요, 마마! 경빈 (엄상궁을 노려보며) 방문을 열게! S#6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단아한 자세로 앉아있는데 경빈, 급하게 들어와 윤비앞에 납작 엎드려 방바닥에 고개를 박는다. 경빈 중전마마, 신첩의 불경을 용서하여주시옵소서. 윤비 경빈, 이 나라 왕실과 조정의 장래가 달린 화급한 일이란 것이 무엇인가? 경빈 (보며) 마마, 복성군을 왕세자로 밀어주시옵소서! 윤비 뭐라?! 아닌 밤에 홍두깨라더니 경빈 그 무슨 말인가? 경빈 (강렬하게 보며) 중전마마께오서 복성군이 왕세자책봉을 받는데 힘을 실어주시온다면 신첩, 중궁전에 어떤 도전도 하지 않을 것이오며 또한 중전마마와 복중의 아기씨를 지켜드리는 충견이 될 것이옵니다! 윤비 충견이 되겠다?! 경빈 예, 마마! 신첩 분명 약조드리겠사옵니다!! 윤비 (미소) 하루에도 열두번씩 얼굴색을 바꾸는 경빈의 말을 내 어찌 믿겠누? 경빈 마마, 정녕 신첩을 믿지 못하시겠사옵니까? 윤비 경빈은 자신을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거늘! 어찌 나보고 믿어달라 떼를 쓰는가?! 내 곤하여 자리에 들것이니 이만 물러가게. 경빈 마마! 윤비 어허, 물러가라 했느니! 경빈 (살기등등하게 쏘아보다가) 신첩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차라리! 윤비 (보면)..? 경빈 (품에서 은장도를 꺼내 칼을 휙-뽑아들고 윤비를 노려보는)...! 윤비 (맞쏘아보며)...! S#65 백치수 사랑채 마당(밤) 난정, 곽서방을 따라 방문 쪽으로 걸어온다. S#66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밤) 장씨, 촛불 아래서 술을 벗삼아 능숙한 솜씨로 난을 치고 있다. 곽서방 (E) (방밖에서) 어르신, 윤승후관댁 안으서께서 뵙자고하십니다요. 장씨 (흠짓 갸웃하며) 윤승후관의 안으서가?...뫼시게! 장씨,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방문쪽을 보는데 방문이 열리고 난정, 방안으로 들어선다. 난정 (장씨의 얼굴을 보는).. 장씨 (난정의 얼굴을 보는).. 난정, 장씨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빤히 쏘아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