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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 60


#1 백치수 사랑채 외경(밤) 

곽서방, 난정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는 
방안 동정에 귀를 기울인다. 


S#2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밤) 

난정과 장씨의 눈빛이 팽팽하게 부딪친다. 
장씨, '사내'를 강렬하게 쏘아보는 난정의 기세에 눈빛을 거두며 빙긋 웃는다. 

장씨 허어, 대단한 뱃심이십니다? 
아녀자의 몸으로 이 야심한 밤에 사내 혼자 머무는 방안에 들어 오시다니요? 
난정 (보다가) 내 백도주 집에 거상이 머문다기에 만나러 왔더니 사람을 잘못 보았군요! 
(방문 쪽으로 돌아서서 미련없이 나가려는데) 
장씨 어찌 어렵게 하신 발걸음을 돌리시려 하십니까?! 
난정 (멈춰서 휙 돌아보며) 
앞에 서있는 '사람'은 보지 못하고 '여자'만 보이는 눈으로 어찌 큰 거래를 
하는 거상이라 할 수가 있겠소? 
장씨 사람은 못보고 여자만 보았다? 하하하. 헌데 부인께선 어찌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보시지 못하고 '장사꾼'만을 찾으시는겝니까? 
난정 (보다가 웃으며) 호호, 
이제야 말이 통할 듯 싶군요. 
장씨 (일어서서 중국식 인사를 하며) 이사람 장아무개라고 하옵니다. 
이사람에게 허물이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하시지요. 
난정 (앞으로 다가와 서며) 
이사람, 정난정이라 하오. 윤승후관의 첩실이지요. 
장씨 (흠짓보며) 첩실이요? 
난정 왜요? 이사람이 천한 첩년이라 심기가 상하셨소? 
장씨 하하, 그럴리가요? 
사내, 계집 구별이 무너졌는데 처첩을 따지겠소이까? 
자, 앉으시지요. 
난정 (그제서야 앉는다).. 
장씨 (앉으며) 헌데 이사람은 술 석잔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겐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못된 버릇이 있습지요. 
난정 (빙긋) 이사람도 이제껏 술을 사양해 본적은 없지요. 
장씨 허허, 그래요? (방밖을 보며) 곽서방, 들게. 
곽서방 (E) (방밖에서) 예. 
곽서방 (방문 열고 들어오며) 어르신, 찾아계시옵니까? 
장씨 대국서 가져온 독주 몇병 내오게나. 
안주는 육포가 좋겠구먼. 
곽서방 예, 그리합죠. (방밖으로 나간다) 
장씨 (난정을 의미심장하게 보는)... 
난정 (미소를 흘리며 장씨를 보는)... 


S#3 중궁전 외경(밤) 

윤비 (E) 경빈, 네 어찌 이리 무엄한 짓거리를 하는 것이냐?! 


S#4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 흐뜨러짐 없는 근엄한 눈빛으로 경빈을 쏘아본다. 
경빈, 은장도를 뽑아든 채 격렬한 눈빛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윤비 네 정녕 그 장도(粧刀)를 휘둘러 나를 위협해 볼 심사이더냐? 
경빈 (살기)... 
윤비 경빈, 잘못 짚었음이야! 
네 따위가 아무리 칼춤을 추어댄다 한들 내 외눈 하나 꿈뻑이지 않을것이야! 
경빈 ...! 


S#5 동 중궁전 복도(밤) 

엄상궁과 오상궁, '장도'소리에 
흠짓 놀라 방문앞에 바짝 붙어선다. 

엄상궁 중전마마, 경빈을 끌어낼깝쇼?! 


S#6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와 경빈의 시선이 불꽃을 튀기며 부딪친다. 

윤비 (경빈을 쏘아보며) 엄상궁, 
내 명없이는 누구도 방안으로 들어오거나 들이지 말라!! 
경빈 ...! 


S#7 동 방 밖 복도(밤) 

엄상궁 예. 마마. 

엄상궁과 오상궁, 긴장한 표정으로 방문앞에서 방안 동정에 귀기울인다. 


S#8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 (가늘게 보며) 경빈, 네 당장 장도를 거두고 네 발로 물러가거라! 
경빈 마마, 신첩의 마음을 어찌 이리도 몰라주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불쑥 장도로 자신의 손가락을 듬뿍 베어낸다. 
경빈의 손가락에서 흐르는 피. 

윤비 ...! 
경빈 (고통을 참아내며) 
마마께오서 신첩의 약조를 믿지 못하시겠다오면 신첩, 중궁전에 충성을 바치겠다는 
마음을 피로 맹세하겠사옵니다. 

경빈, 다른 손으로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방바닥에 펼친다. 
경빈, 피 흐르는 손가락으로 손수건위에 '忠' 글자를 써넣는다. 
경빈, '忠'이 써진 손수건을 들고 윤비앞에 무릎걸음으로 다가가서 두손으로 바친다. 

윤비 (한손으로 받아들고 손수건에 피로 새겨진 '忠'을 보는)... 
경빈 (베인 손가락을 움켜쥔 채) 
마마, 이리 혈서까지 써서 바치오니 중궁전의 충견이 되겠다는 신첩의 충정을 
믿어주시겠사옵니까? 
윤비 (경빈을 가늘게 노려보는).. 
경빈 (믿어 달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마마, 신첩을 믿어주시옵소서! 믿어주시옵소서! 
윤비 (손수건을 천천히 들고 황촛불에 들이밀어 불을 당긴다) 
경빈 (당황하여) 마, 마마...어찌! 
윤비 (불붙은 손수건을 경빈 앞치마 자락에 휙 내던진다) 
경빈 (황급히 치마에 옮겨 붙은 불을 끈다) 
윤비 어미가 자식을 위해서라면 손가락이 아니라 자기 목인들 베어내지 못할까? 
난 경빈같이 주인의 목줄기를 물어뜯을 개는 키우고 싶지 않네. 물러가게. 
경빈 (처절하게) 
마마! 믿어주시옵소서! 
윤비 네가 참으로 상궁나인들에게 개처럼 끌려 나가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경빈 (어금니를 으스러지게 물며)..예, 신첩 물러가지요. 물러가지요! 
(불에 탄 손수건을 움켜쥐고 일어나며) 
하오나 신첩 물러가기전에 한 말씀만 아뢰겠사옵니다. 
윤비 더 들을말이 없느니! 
경빈 마마, 장차 누가 왕세자로 책봉되실지는 모르겠사오나 중전마마와 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실 
대군 아기씨께오선 고립무원 될 것이옵니다. 
그것은 중전마마께오서 자초하신 일이오니 그때 가시어 오늘 밤 일을 후회해 보신들 때가 
늦을 것이옵니다! 
윤비 네가 지금 나를 위협함이더냐?! 
경빈 (강렬한 눈빛) 
모두가 마마와 신첩이 더불어 살기 위함이옵니다! 
윤비 네 목이 몇 개 이간대 터진 주둥이로 함부로 짖어대는 것이냐?! 
경빈 마마, 지금 신첩을 내치시오면 두 번 다시는 마마와 신첩이 한배를 타는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윤비 (휙-고개 돌려 방밖을 보며) 엄상궁, 경빈이 물러갈 것이야. 
엄상궁 (E) (방밖에서) 예! 

방문이 열린다. 

경빈 (윤비를 강렬하게 쏘아보며) 내 오늘 일은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S#9 동 방 밖 복도(밤) 

경빈, 피묻은 손에 손수건을 들고 나와 엄상궁을 노려본다. 
엄상궁, 경빈을 경계하듯 쏘아본다. 
경빈, 벼르듯 보다가 복도 밖으로 나가버린다. 

엄상궁 (방문에 대고 걱정되는) 중전마마, 괜찮으시옵니까? 


S#10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 ..난 괜찮네. 
윤비 (E) (긴장이 풀리는지 그제서야 배를 보듬는 얼굴위로) 
경빈, 네 아무리 발버둥을 쳐본들 전하의 어의가 정해졌음이야.. 어의가! 
(방밖쪽을 휙-돌아본다) 


S#11 동 중궁전 마당(밤) 

경빈, 중궁전 밖으로 나오면 금이와 상궁나인들이 몰려선다. 

금이 (혈흔을 보며) 마마, 이 대체 어인 일이시옵니까? 
경빈 (금이를 밀치며) 비키거라! 

경빈, 앞장서서 걸어가다가 휙-중궁전을 돌아보는 귀기서린 얼굴위로 

경빈 (E) (분기탱천을 가까스로 누르며) 내 죽는 날까지 오늘밤 당한 치욕을 
잊지 않을것이야! (어금니가 갈리는) 
중전, 내 반드시 반드시 되돌려 줄것이야! 반드시! 

경빈, 다시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가버린다. 


S#12 백치수 사랑채 외경(밤) 

(E) (방안에서 난정과 장씨의 웃음소리가 들려나온다) 

곽서방 (빙긋 웃으며 방쪽을 보는)... 


S#13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밤) 

난정과 장씨, 술상 앞에 앉아 기분좋게 취한 듯 웃고 있다. 
방바닥엔 중국풍의 빈술병이 놓여있다. 

난정 허면 대국에선 조선도라지가 인삼으로 둔갑하여 팔린다는 말씀이오? 
장씨 굶주린 백성들은 도라지를 달여먹고도 약효를 보니 세상사라는 것이 
모두 마음먹기 달린 일 아니겠소? 
난정 (술잔을 들며) 불가에선 일체유심조란 말도 있지요. 
장씨 (농조) 장사꾼에겐 일체재물조란 말이 더 어울리지요. 하하. (술잔을 들어 
한입에 털어넣는다) 
난정 (보다가 불쑥) 장대인! 대국조정에서 복성군의 왕세자 책봉을 승인해줄 것이라 
생각하시오? 
장씨 (허를 찔린 듯 움찔하다가 미소) 무,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난정 장대인이 경빈마마의 처소를 드나들며 경빈마마의 소생이신 복성군께서 왕세자 책봉을 
받게 되면 대국의 승인을 받아주마고 밀약을 하신 일이 없단 말이오? 
장씨 하하, 마치 그 자리에 계셨던 것처럼 훤히 알고 계시는데 무엇을 숨기겠소이까? 
예, 경빈마마와 그런 약조가 있었고 대국 조정에 전할 서찰까지 받아두었소이다. 
난정 ('역시')...헌데 어찌 중전마마를 알현코자 하시는게요? 
장씨 장사꾼이란 한푼이라도 더 이문이 붙는곳에다 물건을 부리는 것이 순리 아니겠소이까? 
난정 허면 두길보기를 하시겠다는 말씀이요? 
장씨 (미소) 득이 된다면 두길보기가 아니라 세길보기, 네길보기인들 못할게 없지요. 
난정 (E) (보며) 만만치가 않은 놈이로구먼! 


S#14 남소문 객주 마당(밤) 

송서방, 대문안으로 급하게 뛰어들어와 불켜진 아랫방쪽으로 간다. 

송서방 (방쪽에다) 도주어르신, 송서방이옵니다요! 
백치수 (E) (방안에서) 들어오게! 
송서방 예. (방안으로 들어간다) 


S#15 동 남소문 객주 방 안(밤) 

백치수와 능금이 각기 장부책을 앞에 놓고 앉아있다. 
송서방,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백치수 (능금에게) 능금아, 네 대체 정신을 엇다 빼놓고 있는게냐? 
운문단과 백공단을 바꿔 셈하지 않았느냐?! 
능금 (풀이 죽은)..미안하오.. 
백치수 허어, 네 오늘 더위를 먹은게냐?! 나가 세수라도 하고 들어오너라. 
능금 알았소..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려는데) 
백치수 (송서방 보며) 무슨 일인가? 
송서방 어르신, 장대인께서 난정이를 만나고 계시다 하옵니다. 
백치수 뭬야, 난정이를?! 그년을 왜?! 
능금 (정신이 번쩍) 나,난정이?! (눈빛을 반짝이며 방밖으로 뛰어나간다) 
백치수 (보며)...? 


S#16 백치수 사랑채 마당(밤) 

난정, 방밖으로 나오고 장씨가 배웅하듯 마당으로 내려선다. 

장씨 취하신 듯 싶은데 가마라도 부를까요? 
난정 (저으며) 아니오, 취기도 가실겸 바람을 쐬며 내 발로 걸어 가겠소. 
장씨 허면 부디 중전마마께 잘 말씀드려 주시오. 
난정 (미소로 보다가 대문쪽으로 걸어가는데)... 
능금 (숨차게 달려오다가 난정을 보고 멈춰선다) 난정아! 
난정 (보고 멈춰서는)...! 
능금 (진지하게) 난정아, 길상일 돌려줘! 
난정 하, 돌려줘? 
능금 그래, 길상일 내게 돌려 달란 말야! 제발 난정아! 응? 
난정 (픽 웃으며) 난 길상이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구냐 그놈이?! 
능금 (인상구겨지며) 뭐어?! 
난정 (쏘아보며) 네 정녕 길상이 마음을 잡고 싶다면 구걸하지 말고 네 힘으로 뺏어가! 
알겠니? 
능금 (불끈하여 노려보며) 너 증말! 내 손에 죽고 싶은게냐?! 
장씨 (어느새 다가와 능금의 뺨을 찰싹 친다) 이런 무엄한 년! 
네 어찌 선생의 귀한 손님을 위협하는게냐?! 
능금 (뺨을 쥔채)...! 
백치수 (급하게 뛰어오다 그 모습을 보고 멈칫 선다)... 
난정 (비웃음을 흘리며) 장대인, 백도주 어른 어찌 이리 
제 밥그릇도 챙기지 못하는 아둔패기 계집에게 장사를 가르치시려는게요? 호호호. 

난정, 능금을 밀치며 대문쪽으로 간다. 
(*난정과 능금의 몸이 부딪치는 순간 능금이 난정의 옥패주머니를 딴다) 

능금 (난정 뒤를 쫓을 듯) 저, 저년을! 
장씨 능금아! 그만두지 못할까?! 
능금 (장씨를 글썽한 눈으로 돌아보고는 어디론가 뛰어가버린다) 
백치수 (장씨 옆으로 다가오며) 장대인, 난정이는 어인 일로 만나신겐가? 
장씨 제발로 이사람을 찾아왔소. 
백치수 제발로? 
장씨 (난정이 간쪽을 가늘게 보며) 난정이라..적으로 맞서고 싶지 않은 계집이요. 
백치수 허허, 별일일세. 장대인이 몸을 사리는 사람이 있었다니? 
장씨 들어가서 술이나 한잔 나누면서 난정이와 능금이가 얽힌 사연이나 들어보십시다. 
백치수 그리하세나. (사랑채 방으로 들어가면) 
장씨 (백치수를 따르다 난정이 간쪽을 한번 휙-돌아보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S#17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밤) 

탄금이가 가야금을 뜯고 있고 그 가락에 맞춰 
옥매향, 윤원형 앞에서 춤 한자락을 펼치고 있다. 
윤원형, 춤이 눈에 안들어오는지 안절부절하여 급히 술한잔 들이킨다. 

윤원형 (일어서며) 아니되겠다 매향아! 내 안사람이 오면 내 급히 집으로 
갔다고 전해주거라. 
옥매향 (급히 막아서며) 나으리, 니왕 기다리셨으니 댬시만 더 기다리시라요. 
난뎡이가 곧 올거야요. 
윤원형 어허, 더는 지체할 수가 없다는데두. 
심퉁 (E) (방밖에서) 매향아씨, 난정아씨 오셨슈. 
옥매향 (활짝 펴지며) 거 보시라요, 내레 뭐라 했시오? 
윤원형 (불편한 헛기침을 뱉으며 자리에 앉는다) 들어오시오, 부인. 
옥매향 (방밖보며) 난뎡아 날래 들어오라우! 

방문이 열리고 난정이 심퉁의 부축을 받으며 방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방바닥에 털썩 앉는다. 

옥매향 (난정을 부축하며) 난뎡아, 이게 어케 된 닐이네? 
난정 매향아..내 서방님은? 
옥매향 여기 계시디 않네? 
난정 (미소) 소첩, 서방님께오서 기다려주실줄 알았사옵니다. 
윤원형 (난정을 못마땅하게 보며) 부인, 야심한 밤에 누구와 대작을 하셨길래 
이리 대취를 하신게요? 
난정 소첩, 대국의 거상을 찾아본다 하지 않았사옵니까? 
윤원형 허면 이때까지 그자와 더불어 술잔을 나누고 있었단 말이요? 
난정 서방님, 중전마마를 위하는 일에 밤낮을 어찌 가리겠사옵니까? 
윤원형 (질투와 지금껏 기다린 노여움으로 버럭) 
난정아! 네 어찌 서방을 이리 기망하는게냐?! 
난정 (영문 몰라) 서방님, 어찌 이리 역정을 내시는 것이옵니까? 
윤원형 에잉!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난정 서방님! 서방님! 
(일어나 쫓아나가려다 비틀거린다) 
옥매향 (난정을 부축하며) 난뎡아..됴심하라우. 
난정 (옥매향을 보며) 
매향아, 세상이 변해도 우린 평생 변치 않을 동무 맞지? 
옥매향 기래..많이 튀했으니끼니 누워서 눈 둄 부티라우. 
난정 (중얼거리며 잠속으로 빠져든다).. 고마워..고마워..매향아.. 
옥매향 (보는)... 


S#18 어느 길 (밤) 

윤원형, 분이 나는 표정으로 씩씩대며 걸어온다. 

윤원형 뭐라? 지금껏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사내놈과 대작을 했어? 
허어! 지아비를 어찌보고!! 
(휙- 돌아보며) 두고 보아라, 
내 이번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것이야! 

윤원형, 분풀이 하듯 돌멩이를 걷어차고는 급하게 간다. 


S#19 하늘에 달(INSERT) 


S#20 윤원형 초당 외경(밤) 

초당 방문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김씨의 실루엣이 보인다. 


S#21 동 윤원형 초당 방 안(밤) 

김씨, 무릎을 세운채 미동도 없이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어느 순간 김씨의 표정이 참담하게 무너지며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김씨, 노리개 옆에 달아놓은 사향주머니를 떼어낸다. 
김씨, 사향주머니를 자괴감으로 보다가 무릎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데 

윤원형 (E) (방밖에서 나즈막한) 부인..부인..나요. 
김씨 (고개를 들고)...! 


S#22 동 윤원형 초당 방 밖 마루(밤) 

윤원형, 방문 앞에 바짝 다가 서있다. 

윤원형 (미안한) 부인, 내 참으로 부인 볼 낯이 없구려.. 
내 잠시 부인 얼굴이라도 보고 사랑으로 건너가리다. 
김씨 (E) ... 
윤원형 (한숨내쉬며) 그래요, 
부인께서 내 얼굴을 보고 싶으시지 않겠지요... 
허면 편히 주무시구려.. (돌아서는데) 
김씨 (E) (방안에서) 서방님, 드시지요. 
윤원형 (움찔 멈춰서서 방문쪽 돌아보며) 
지,지금 들라하시었소?! 
(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23 동 윤원형 초당 방 안(밤) 

김씨, 눈물자국을 닦아낸 듯 기품어린 표정으로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윤원형, 급히 들어와 김씨 앞에 앉는다. 

윤원형 부인, 내 이번에도 합궁일을 지키지 못했으니 이 못난 서방을 용서하시구려. 
김씨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소첩은 서방님께서 잊지않으시고 발걸음을 해주신 것 만으로도 
고마울뿐이옵니다. 
윤원형 (김씨의 손을 쥐며) 부인, 내 앞으로는 절대, 절대 이런 일이 없을게요! 
천지신명께 맹세하리다. 
김씨 (글썽)...서방님.. 
윤원형 (김씨를 품에 안아준다) 
김씨 (윤원형의 품에서 그동안 참았던 흐느낌을 터뜨린다) 흐흐흑! 
윤원형 (미안한 한숨을 내쉬며 김씨를 다독거려 준다) 


S#24 편전 외경(낮) 

중종 (E) 과인은 왕세자를 정하는데 있어 이 달을 넘기지 않으려 하오! 


S#25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전, 홍경주, 남곤, 심정, 김안로, 그리고 노회한 대신들 
(*편전이 꽉 채워진 느낌의 인원)과 더불어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김전 전하께오서 마음에 두시고 계오신 왕자분이라도 계시온지요? 
중종 과인이 이번에 왕세자를 정함에 있어 왕자들의 적서를 구분치 않으려고 하오! 
일동 (충격으로 놀라 웅성거린다)...! 
김전 하오나 전하, 조종조의 선례를 살피어도 적통대군이신 원자께오서 
대통을 이으심이,, 
중종 영상, 왕실과 사가의 법도는 분명히 다른 것이요! 
정비의 소생이든 후궁의 소생이든 왕자들은 모두 과인의 핏줄을 이어받은 
왕자들이요! 
과인이 직접 왕자들의 왕재를 살피어 그들중 가장 출중한 왕자로 이나라 만년종사를 
이어 받게 할 것이니 경들도 과인의 뜻에 따라주시기 바라오! 
홍경주 (함박 피어나며) 참으로 현명하시고도 현명하오신 용단이시옵니다! (조아리며) 
이 늙은 신은 저절로 고개가 수그려지올뿐이옵니다! 
남곤 (조아리며) 이나라 종사를 위하시는 전하의 용단은 사초에 기록되어 길이길이 
왕실의 역사를 빛낼 전례가 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경들이 과인의 뜻을 받들어 주시겠다니 고맙구려. 
홍경주 (입이 찢어지고) 
남곤,심정 (이제 되었다는 듯 눈웃음을 교환하고).. 
신료들 (각자 정파에 따라 눈짓을 주고 받고) 
김전 (황당하여 김안로를 보면) 
김안로 (뭔가 깊은 생각)...! 


S#26 대궐 일각 

김전과 김안로가 걸어오고 있다. 

김전 (허탈한 듯) 허어, 이 늙은이가 헛살았나보구나! 
김안로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숙부님. 
김전 난 전하의 어의가 원자아기씨께 있으실 것을 한점도 의심치 않았건만.. 
영상의 자리에 앉아있는 자가 상의 심중을 읽지를 못하다니.. 
참으로 헛산게야! 
김안로 숙부님, 너무 심려 마시옵소서. 시생이 보기에 전하께오서 
다른 뜻이 계신 듯 하옵니다. 
김전 다른 뜻? 
김안로 예, 분명 다늘 뜻이 계실것이라 생각하옵니다. 


S#27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중종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탐탁치 않은) 주상 어인 까닭으로 대통을 잇는 왕세자 책봉에 적서를 
가리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셨소이까? 
중종 어마마마, 군주는 일국의 종사와 백성들을 다스려야하옵니다. 
임금의 자리는 하늘이 내신다고 하오나 소자, 열여섯해 동안 보위에 앉아있는 동안 
스스로의 무력함에 남몰래 눈물을 흘린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자순대비 (찡한)..그러셨을테지요. 
중종 소자, 이제 양녕대군께오서 보위를 내버리시고 
풍류객으로 떠도신 연유를 조금은 알듯도 하옵니다. 
자순대비 ... 
중종 이토록 막중한 군주의 자리이기에 단지 적통이라 해서 대통을 잇는 것보다는 
성군의 자질와 덕을 갖춘 왕자가 물려받는 것이 옳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허나 주상! 태조대왕께오서 조선을 창건하신 이후로 
지금껏 보위가 후궁소생의 왕자에게 이어졌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 점을 유념하세요! 
중종 ... 


S#2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발 너머로 싱글벙글 환한 표정의 남곤과 심정을 본다. 
(*경빈의 베인 손가락엔 천이 감겨져 있다) 

경빈 전하께오서 왕자들의 적서의 차별을 하시지 않으시겠다고 천명하셨다면 전하께오서 
내심 우리 복성군을 마음에 두고 계신게 아닙니까? 
남곤 예, 신들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심정 전하의 장자이신 명분으로 보나 출중한 학문의 소양으로 보나 복성군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실 것이 자명하옵니다! 
경빈 자명하다? 자명하다? (재확인 받듯) 
정말 자명한것입니까?! 
남곤,심정 예,마마! 믿으시옵소서! 
경빈 (가슴속에서부터 북받쳐 올라와 터지는 웃음) 호호호호호- 
남곤,심정 (어색하게 따라웃다가 호쾌하게 껄껄 웃어댄다) 
경빈 (웃음이 멈추지 않는)호호호- 


S#29 희빈 처소 방 안 

홍경주와 희빈이 마주 앉아있다. 

홍경주 조만간 전하께오서 왕자들을 불러들이시어 
문답을 통해 왕재를 살피실테니 당분간 금원군께서는 
침식을 잊으시고 고금의 왕도를 공부하시게 하시옵소서! 
희빈 허면 봉성군은 어쩌구요? 
홍경주 마마, 과욕은 탈을 부르는 법이옵니다. 
이 애비는 금원군께오서 왕재이시라 생각하옵니다. 
희빈 예, 아버님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S#30 후원 일각 

창빈, 영양군과 덕흥군과 더불어 거닐고 있다. 

창빈 왕재란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알아내는 것입니다. 
자신의 몸을 낮출수록 왕재는 더욱 빛나는 것임을 명심하세요. 
영양,덕흥군 예, 어마마마! 
창빈 지난번 전하께오서 두분 형제분만을 편전으로 불러들이셨던 일을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영양,덕흥군 예. 
창빈 허니 스스로를 믿고 전하를 믿으세요. 아시겠습니까? 
영양,덕흥군 명심하겠사옵니다. 
창빈 (미소)... 


S#31 경빈 처소 마당 

(E) (처소쪽에서 경빈의 웃음소리가 계속된다) 

금이 (방쪽을 보며) 저리도 좋으실까?.. 
하긴 복성군께오서 왕세자가 되시오면 경빈마마께오서 교태전의 주인이 되실터이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 


S#32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쥐어짜내듯 웃어젖히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웃음이 북받치는 흐느낌으로 바뀐다. 

경빈 (살기등등한 눈빛) 중전마마, 어디 한번 두고 보시오! 
우리 복성군이 보위에 오르는 날, 내 이 두손으로 중전의 위선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것이야! 

경빈, 다시 광기어린 웃음을 토해낸다. 


S#33 중궁전 방 안 

엄상궁,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윤비를 보며 말한다. 

엄상궁 마마, 전하께오서 왕세자 책봉에 적서를 불문하시겠다고 천명하신 것은 장자이신 
복성군마마를 심중에 두시고 계시온 것이 아니옵니까? 
윤비 엄상궁, 자넨 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엄상궁 쇠인 같은 것이 어찌 정치에 대한 말씀을 여쭐수가 있겠사옵니까? 
윤비 (빙긋) 언젠가 난정이가 중궁전에 들어 이런 말을 했었지. 
엄상궁 ... 
윤비 군주가 뜻을 천명할때는 분명 그 뒤편에는 분명 또 다른 뜻이 도사리고 있음이라고.. 
그것이 군주의 두얼굴이라고 했던가?! 
엄상궁 예에? 
윤비 이번에도 분명 다른 뜻을 가지고 계실테지.. 
엄상궁 쇠인은 도통 무슨 뜻이온지..? 
윤비 뜻을 알고 나면 더 답답해 질테니 차라리 모르는 것이 속 편할게야. 
엄상궁 ...?! 


S#34 동 방 밖 복도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등을 거느리고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오상궁 (조아리며) 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윤비 (E) (방안에서) 어서 뫼시어라. 

중종, 방문쪽으로 다가선다. 


S#35 동 중궁전 방 안 

중종,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온다. 
윤비, 일어서서 맞이하고 엄상궁은 
깊숙하게 조아리며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보료위에 앉으며) 중전, 
과인이 근자에 왕자들의 자질을 살피느라 중궁전에 격조하였구려. 
너무 섭섭하게 생각마시구려. 
윤비 (앉으며) 섭섭하다니요? 
당치도 않사옵니다. 
왕세자 책봉은 종사의 근간을 세우는 국가의 막중지대사임을 신첩이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중종 (보며) 중전, 과인은 이번에 왕자들의 적서의 구별을 불문하고 왕재만을 살펴 
왕세자를 책봉하고자 하오. 
윤비 신첩도 들어 알고 있사옵니다. 
중종 허면 중전이 보시기에 왕자들중 누가 과인의 대통을 잇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 생각하시오? 
윤비 ... 
중종 중전, 괜찮으니 말씀을 해보시구려. 
윤비 ... 
중종 허어, 말씀을 해보시래두요. 
윤비 ... 
중종 중전, 과인이 중전께서 대군을 생산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왕세자책봉을 
하려는 것이 원망스러우신게요? 
윤비 ... 
중종 정녕 그러신게요? 
윤비 전하, 신첩은 전하께오서 누구를 왕세자로 낙점하시었는지 짐작하옵니다. 
중종 허허, 낙점을 하다니요?! 중전께서 너무 앞질러 생각하시는구려? 
윤비 황공하옵니다! 
하오나 신첩은 전하의 어의에 따를것이옵니다. 
중종 (보다가)..중전께는 미안하구려.. 허나 걱정마시구려. 
그 아이가 왕세자가 된다할지라도 중전과 중전의 복중 태아는 과인이 반드시 지켜주리다. 
윤비 .... 


S#36 대궐 후원 연못가 

복성군, 득의만면(得意滿面)한 표정으로 연못을 내려다 보고 있다. 
복성군, 당장 보위에라도 오를 듯이 활개를 펼치며 웃어댄다. 
복성군의 웃음소리가 연못위로 메아리치는데서. 


S#37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옥매향, 부엌에서 목판에 꿀물대접을 받쳐들고 나오는데 
자운아, 안방에서 나오다 옥매향을 본다. 

자운아 매향아, 난뎡이는 아직도이네? 
옥매향 기래도 어뎨보단 많이 됴와뎠시오. 
자운아 턈 댤하는 딧이다. 
남의 텹실살이 하는 뇬이 술병이 나서리 기방에 누워있으니.. 
옥매향 거야 빈속에 독주를 들이켰으니 기렇티요. 
자운아 난뎡이도 난뎡이디만 에미나이래 너도 턈 녈녀났다 녈녀났어. 
기방손님들한테 기러케 시중들었으면 일띠감티 팔댜 고텼을거이야! 
옥매향 오마니두, 동무 됴타는게 뭐야요? (씩 웃으며 아랫방쪽으로 가며) 
난뎡아 닐어 났네?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자운아 뜻뜻..(혀를 차는) 


S#38 동 자운아 아랫방 안 

옥매향, 꿀물대접을 바쳐들고 방안으로 들어와 앉으면 
난정, 누워있다가 찌푸리며 몸을 일으켜 앉는다. 

옥매향 (꿀물대접 건네며) 
뜍 들이키라우, 꿀물이야. 
난정 고마워..(대접을 들어마신다) 
옥매향 에미나이래 뭔 술을 기러케 마셨네? 
난정 (대접 내려놓으며)..그리됐어.. 
옥매향 것보담두 승후관나으리께서 화가 많이 나신 듯 싶더라. 
난정 서방님께오서? 
옥매향 기래, 날래 탸댜 뵙고 오해가 있으면 풀어버리라우. 
난정 (끄덕이다가 문득 깜짝 놀라 치마속을 뒤적거리는)...?! 
옥매향 난뎡아, 와기래? 
난정 (뚝 멈추고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S#39 후레쉬 백(60회 S#16의) 

난정, 능금을 밀치며 지나가는 순간 
능금의 손이 난정의 치마를 헤치며 순식간에 옥패주머니를 딴다. 


S#40 동 자운아 아랫방 안(현실) 

난정 ...!! 
옥매향 난뎡아, 와기러냐니까?! 
난정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뛰듯이 나간다) 
옥매향 난뎡아! 난뎡아! (갸웃)...? 


S#41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 툇마루에 걸터앉아 손에 들린 반쪽짜리 옥패를 보고 있다. 
달래, 능금 옆으로 다가와 옆에 앉는다. 

달래 언니, 그게 뭐요? 
능금 (옥패를 보이며) 달래야, 이거 생각 안나니? 
달래 (옥패를 살펴 보며 갸웃) 글쎄..어디서 본듯도 하고? 
언니, 이게 뭐요?! 
능금 이 옥패가 내 원수야! 원수!! 
달래 원수? 
능금 (옥패를 원망스럽게 꽉 움켜쥐며) 어렸을 때 
내가 이 재수없는 옥패만 따지 않았어도 길상이가 지금처럼 변하지는 않았을거야! 
달래 그게 무슨 소리요? 
난정 (굳은 표정으로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달래 (난정을 보고 반갑게) 난정언니! 
능금 (옥패를 옥패주머니에 넣고 감추며 일어서는데)... 
난정 (거침없이 능금이한테 다가와 뺨을 찰싹 날려버린다) 
능금 ...! 
달래 (충격) 어,언니! 난정 이런 도둑년! 능금 뭐,뭐야?! 
난정 (노려보며 손을 내미는) 
내놔! 얼른! 
난정 (치밀어 올라) 이게! (달려들려고 하는데) 
장씨 (곽서방을 거느리고 들어서며) 능금아! 
능금 (멈칫 돌아보는)...! 
장씨 네가 이분의 패물에 손을 댄 것이 틀림없느냐?! 
능금 .... 
장씨 당장 돌려드리지 못할까?! 
능금 하지만 어르신! 
장씨 (버럭) 어서! 
능금 (마지 못해 옥패주머니를 내민다).. 
난정 (휙-옥패주머니를 낚아채며 장씨를 보고) 
이런 도둑년에게 장사를 가르칠바엔 차라리 괭이에게 어물전을 맡기는게 
낫겠소! 허!(대문밖으로 나가버린다) 
능금 뭐,뭐야?! 저년이! 
장씨 (능금을 보고) 능금아, 냉큼 따라 들어오너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능금 (겁에 질려 주삣주삣 방안으로 들어간다)... 


S#42 어느 길 

난정, 걸어오다가 멈춰서서 옥패주머니를 열고 반쪽짜리 
옥패를 꺼내본다. 
난정, 옥패를 보다가 휙 돌아보는 

난정 (살기서린)...! 


S#43 남소문 객주 마당 

(E) (방안에서 찰싹찰싹 소리와 능금의 흐느낌이 들려나온다) 
곽서방, 여유롭고 달래, 안쓰럽게 방문 앞을 기웃거리는데 
백치수, 송서방을 거느리고 대문안으로 들어선다. 

백치수 (소리를 듣고 곽서방에게) 안에 무슨 일인가? 
곽서방 장대인께오서 능금이의 버르장머리를 고치시는 중이옵니다. 
백치수 (방쪽을 보는)...?! 


S#44 동 남소문 객주 방 안 

장씨, 능금의 종아리를 매섭게 치고 있다. 

장씨 능금아, 내가 네년의 손모가지를 잘라버려야 못된 손놀림을 그치겠느냐? 
능금 (눈물 콧물) 흐흑.. 
어찌 이년보고만 잘못했다고 매를 치시는게요?! 
장씨 네 아직도 잘못을 깨닫지 못한것이냐?! (다시 치려는데) 
능금 (버럭)..난정이년은 내 배필 길상이를 도둑질해갔단 말이오! 
헌데 어찌 나만 나쁜년이라고 탓하는게요?! 왜요?! 흑흑- 

능금, 방바닥에 엎드려 서럽게 엉엉 울어댄다. 

장씨 (능금의 모습을 보다가 회초리를 내려놓으며)...! 


S#45 윤원형 집 외경 

윤원로 (E) 아니, 아버님 가시긴 대체 어딜 가신다는겝니까? 


S#46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윤원로, 당황한 기색으로 관복을 입은 윤지임 앞을 몸으로 가로 막고 있다. 

윤지임 이놈아, 세상천지에 애비 앞길을 막아서는 무례한 자식이 어디있느냐? 
썩 비켜서거라! 
윤원로 아버님, 소자는 비켜드릴 수 없사옵니다! 
차라리 소자에게 매를 치시옵소서! 
윤지임 뭐야, 이놈아! 
윤원형 (다가오며) 아버님, 형님 대체 이 무슨 일이시옵니까? 
윤원로 오, 원형아, 마침 잘나왔느니라. 네 어서 아버님 발길을 붙잡거라. 
윤원형 예에? 
윤원로 아버님께오서 입궐하여 전하를 알현하시겠다고 하시지 뭐냐? 
윤원형 아버님, 전하는 어인 연유를 알현하시려고요? 
윤지임 내 원자아기씨의 왕세자 책봉을 전하께 주청드릴 작정이다. 
윤원형 아,아버님..잠시 안으로 드시지요! 

윤원형과 윤원로, 윤지임을 들어 올리듯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S#47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앞에 
윤원형, 윤원로가 앉아있다. 

윤지임 전후사정이야 어찌됐던 판부사대감께오서 중전마마를 교태전에 밀어주셨으니 
우리가문이 은혜라면 큰 은혜를 입은것이고 빚이라면 큰 빚을 진게야. 
윤원로 아버님, 그렇다고 내 집 일소를 팔아서 빚을 갚으실 작정이십니까? 
윤지임 뭬야? 
윤원형 아버님, 소자도 형님과 같은 생각이옵니다. 
더군다나 중전마마께오서 우리 삼부자에게 자중하라는 분부까지 내리셨는데.. 
윤지임 내 암만 생각해봐도 중전마마께오서 잘못 생각 하시는 것 같구나. 
윤원형 예에? 
윤원로 중전마마께오서 잘못 생각하시다니요? 
윤지임 원로야, 원형아! 
윤원로,원형 예, 아버님. 
윤지임 자고로 눈앞에 이득만 쫓는 사람은 눈앞에 함정을 못보는법이다. 
허니 너희들도 애비를 따라 입궐하여 전하께 
원자아기씨의 왕세자책봉을 주청드리도록 하자구나! 
윤원형 아버님, 소자 아버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허나 그전에 중궁전에 들어 중전마마의 윤허를 받는 것이 순서인 듯 싶사옵니다. 
윤지임 ..음..따는.. 


S#48 대비전 마당 

윤임과 윤임처, 굳은 표정으로 걸어와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조상궁 (E) 대비마마, 판부사대감과 정부인 들었사옵니다. 


S#49 동 대비전 복도 

윤임과 윤임처, 방문 앞에 서있는데 

자순대비 (E) (방문안에서) 뫼시어라! 
조상궁 예. (윤임와 윤임처에게) 드시지요. 


S#50 동 대비전 방 안 

윤임과 윤임처, 방안으로 들어와 자순대비에게 조아리고 앉는다. 

자순대비 정부인께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발걸음을 하셨구려. 
윤임처 예, 마마. 존체는 강녕하시옵니까? 
자순대비 덕분에요. 
헌데 판부사대감께서 어인 연유로 동부인까지 하시어 입궐하셨습니까? 
윤임 소신 부부, 하도 기가 막혀 대비마마께 하소연을 하러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하소연이라니요? 
윤임 전하께오서 왕세자책봉에 적서를 불문하신다고 천명하시었다니 
이는 전하께오서 원자아기씨로 왕세자책봉을 하시지 않으시겠다는 뜻을 
밝히신게 아니옵니까?! 
자순대비 음..! 
윤임 마마, 만에 하나 이번에 원자아기씨께오서 왕세자로 낙점받지 못하시온다면 돌아가신 
장경왕후께오서 저생에서 통곡을 하실것이옵니다! 
자순대비 (한숨을 내쉬는) 그러시겠지요.. 
윤임 전하의 뜻을 돌리실 수 있으신 분은 대비마마 한분 뿐이시옵니다. 
부디 원자아기씨를 버리지 말아주시옵소서!(조아리면) 
윤임처 (같이 조아리는) 
자순대비 내 판부사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 늙은이도 주상의 뜻을 헤아리는 중이니 
좀 더 기다려보십시다. 


S#51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김전, 그리고 보양관 김제학이 앉아있다. 

김전 (김제학에게) 
영감, 원자아기씨께오서 공부는 어떠하신가? 
김제학 원자아기씨의 학문소양이 출중하시다고는 하오나 
아직 소학이나 효경을 훈독하시는 정도이시옵니다. 
김안로 (끄덕이며) 그럴테지요, 
경서를 꿰고 있는 다른 왕자분들에게 아직 비할바는 못되시겠지요. 
김전 허면 낭패가 아니냐? 
김안로 낭패지요. 
아직 년치 어리신 원자아기씨께오서 수년동안 왕세자 공부를 받아온 다른 왕자들을 
젖힌다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일겝니다. 
김전 헌데 네 어찌 남의 말을 하듯 하는것이냐? 
김안로 허면 어쩌겠사옵니까? 
전하를 믿고 원자아기씨를 믿어보는 수 밖에요! 


S#5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복성군을 자애로운 미소로 보고 있다. 

경빈 복성군, 곧 있을 전하의 하문에 답변을 잘하실 자신이 있소? 
복성군 예, 소자 전하께오서 어느 경서 어느구절을 물으신다하시어도 답변을 
할 자신이 있사옵니다. 
경빈 (흐뭇하다)..장하십니다. 
허나 너무 방심하시지는 마세요. 
자고로 등하불명(燈下不明)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복성군 명심하겠사옵니다, 어마마마! 
경빈 그래요, 이 에미는 복성군만 믿습니다. 
복성군 하온데 어마마마, 손가락에 상처는 어찌하시다...? 
경빈 복성군, 당분간 이 에미 걱정은 마세요. 
복성군께서 왕세자에 책봉 되시면 이 에미의 상처는 씻은 듯이 사라질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복성군 예, 어마마마. 


S#53 동 경빈 처소 마당 

복성군, 처소에서 나오면 금이가 조아린다. 

복성군 (일각문쪽으로 나가려다 금이를 돌아보며) 금아. 
금이 (다가오며) 예, 마마. 
복성군 어마마마께오서 어찌하시다가 손에 상처를 입으신것이냐? 
금이 예에? 
복성군 지난밤에 대체 무슨 일이 계셨던것이냐? 
금이 (당황한듯)...그게..저..경빈마마께오서 함구령을 내리시어.. 
복성군 금아, 자식된 자가 어찌 부모의 일을 모른대서야 어찌 자식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허니 네 하나도 흘리지 말고 낱낱이 이실직고하거라! 
금이 ('어쩌나')...시,실은 중전마마께오서.. 
복성군 (눈을 번뜩 빛내며) 뭐라? 중전마마께오서..? 


S#54 난정모 집 마당 

난정모, 툇마루에 앉아 다듬이 방망이질을 하고 있다.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어머니! 저 왔어요. 
난정모 (보고 반가운) 난정아!..(하다가) 헌데 네 백일불공을 드리러 갔다면서 
어찌 벌써 돌아온 것이더냐? 
난정 들어가세요.. 
(힘없이 방안으로 들어간다) 
난정모 (의아하게 보다가 따라 들어간다) 


S#55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 앞에 앉은 난정을 의아하게 보며 말한다. 

난정모 왕세자 책봉하고 중전마마 백일불공이 무슨 상관이길래 일수도 
채우지 않고 암자에서 내려온게냐? 
난정 (미소)..그럴만한 상관이 있어요.. 
난정모 아, 참 난정아, 네게 줄것이 있느니라. 
잠시 기다려 보거라. 

난정모, 장롱쪽으로 다가가 농짝문을 열고 깊숙한 곳에서 뭔가를 꺼낸다. 
어음봉투다. 

난정모 (봉투를 내밀며) 
승후관께서 마련해 주셨다던 남소문 집이 팔렸구나. 
새집을 얻는데 보태도록 해라. 
난정 (봉투를 다시 되밀며) 
이 돈 어머니 쓰세요. 
난정모 허면 넌 어쩌구? 
난정 제가 서방님을 모실 집은 벌써 마련해 뒀어요. 
난정모 뭐라? 그게 어디냐? 
난정 (미소)... 


S#56 중궁전 마당 

복성군, 일그러진 표정으로 합문을 뛰어들어와 중궁전쪽으로 달려간다. 

복성군 (E) 중전마마께서 어마마마를 핍박하는 것도 모자라 피까지 
흘리게 하셨단말이지?! 
내 중전을 가만 놔두지 않을것이야! 

복성군, 중궁전 계단을 급히 뛰어 오른다. 
오상궁, 중궁전 안에서 나오다 달려오는 복성군을 보고 멈춰선다. 

오상궁 복성군마마, 중궁전엔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복성군 (멈춰선채 헐떡이며) 중전마마께오선 안에 계시느냐? 
오상궁 중전마마께오선 후원에 바람을 쐬러 나가셨사옵니다. 
복성군 후원에?! (다시 몸을 돌려 후원쪽으로 달려간다) 
오상궁 (복성군의 뒷모습을 보며)..? 


S#57 대궐 후원 연못가 

윤비, 엄상궁과 중궁전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거닐고 있다. 
저 앞에서 복성군이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오고 있다. 

윤비 (보고) 저기 오는 것이 복성군이 아니더냐? 
엄상궁 (보며)..예, 복성군마마가 틀림없사옵니다. 
윤비 ...?! 

복성군, 달려와 윤비앞에 멈춰선다. 

윤비 복성군, 네 어인 까닭으로 이리 급히 달려왔느냐? 
복성군 (숨을 헐떡이며 윤비를 노려보는)... 
윤비 네가 내게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이더냐?! 
복성군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보는)...! 
윤비 ...?! 


S#58 윤원형 집 대문 앞 

대문이 열리면 관복을 입은 윤원형과 도포차림의 윤지임, 윤원로가 대문밖으로 나온다. 
임서방과 사인교가 그 뒤를 따라 대문밖으로 나온다. 

윤지임 원형아, 중전마마를 뵙거든 이 애비의 뜻을 잘 전해 올리거라. 
윤원형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계단밑에서 짐꾼들이 우마차에서 장롱이며 금침등 안채 살림살이를 내리고 있다. 

윤원로 (버럭) 아니 언놈이 파산부원군댁 대문앞에 짐을 부리는것이냐?! 
짐꾼들 (겁에 질리는).. 
윤원로 당장 치우지 못할까?! 
윤원형 (윤지임에게) 아버님, 소자는 입궐하겠사옵니다. 
윤지임 오냐, 잘 다녀오거라. 

윤원형,임서방과 사인교를 거느리고 가는데 반대편에서 
아낙네가 타는 가마한대가 다가와 윤원형의 앞길을 막는다. 

윤원형 어허, 감히 어느 아낙이 사내대장부의 앞길을 막는것이냐? 

가마가 멈추면 가마안에서 난정이 내린다. 

윤원형 부,부,부인?! 
난정 서방님, 입궐하시는 길이시옵니까? 
윤원로 (윤지임을 부축하고 계단을 오르다 돌아보며) 
아니, 저 닐니리야가 왜 또 온것이더냐?! 
윤지임 (돌아보고 움찔)...! 
난정 (윤지임에게 조아리며) 
아버님, 짐부터 옮긴 연후에 인사를 올리겠사옵니다. 
윤지임 뭬,뭬야? 짐을 옮기다니?! 
난정 (짐꾼들에게) 뭣들 하시는가? 짐들을 어서 안채로 옮기게! 
짐꾼들 예. 
(짐을 계단위로 나르기 시작한다) 
윤원형 부,부인! 어쩌자고..? 

윤원형 삼부자, 난정을 어이없게 보는데 
난정, 쌩끗웃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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