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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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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s#1. 자운아 안채 기방안(밤) 난정, 정윤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소반을 떨어뜨린다.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술병들. 일순 자운아의 가야금 연주가 뚝 그치고 방안의 시선이 난정에게 집중된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던 난정이 무릎을 꿇고 방바닥에 고개를 박는다. 난정 (울먹이며)..대감마님.. 정윤겸 (엄한 표정으로 난정을 내려다 보며)..음!! 윤임, 파릉군, 자운아가 정윤겸과 난정을 어리둥절하여 본다. s#2. 자운아 기방 마당(밤) 자운아의 뒤를 따라 아래채 방쪽으로 가는 정윤겸과 난정. 자운아 (아래채 방문을 열어주며) 이 방으로 드시디요. 정윤겸 ..고맙네. 정윤겸, 방안으로 들어가면 그 뒤를 따라 주삣거리며 들어가는 난정. 자운아, 방문을 닫아주고 안채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당 한편에서 지켜보던 옥매향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래채 방 앞으로 다가와 방문에다 귀를 가까이 댄다. s#3. 동 안채 방 안(밤) 방바닥엔 아직 깨진 술병 조각들이 나뒹굴고 있다. 윤임 허어, 해괴한 일이 아니옵니까, 도총관의 서출 여식이 어찌 이 기방에..? 파릉군 글쎄요..무슨 사연이 있겠지요..(한잔 마신다) s#4. 동 아래채 방 안(밤) 정윤겸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난정. 정윤겸 (무겁게 입을 떼는)..사람이기에 실수도 하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허나 벌 받을 것이 두려워 도망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니라. 난정 (울먹임을 삼키며)... 정윤겸 너 때문에 애를 태우는 어미의 마음을 어찌하겠느냐? 난정 (방바닥에 눈물이 똑똑 떨어진다)... 정윤겸 ..날이 밝으면 집으로 들어오너라. 네게 죄가 있다면 벌을 받을 것이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소명토록 해라. 알겠느냐? 난정 (울먹이며)...예.. s#5. 자운아 기방 중문 앞(밤) 중문에서 파릉군과 정윤겸,윤임을 따라나와 배웅하는 자운아와 옥매향. 자운아 (파릉군에게)이거 섭섭해서 어캅니까? 언제 또 오실지런지요? 파릉군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나는게 인생살이 아닌가? 내 자넬 잊지 않겠네.. 자운아 (눈물을 글썽이며)어디 계시든 옥체만강 하시라요.. 파릉군 (옥매향 보며) 너도 잘 있거라. 옥매향 예. (당돌하게) 담번에 오실땐 쇤네 대감의 거문고 소리에 뒤디디 않는 춤솜씨를 보여 드리갔시오. 파릉군 허허허, 오냐. 파릉군,윤임, 정윤겸이 대문쪽으로 걸어간다. 정윤겸 이 사람 때문에 파흥이 된 듯하여 송구스럽사옵니다. 파릉군 허허, 너무 게의치마시오.. 윤임 너무 아쉽사옵니다. 누추하오나 이 사람 집에 가시어 술 한잔 더 나누시지요? 파릉군 아니외다. 아침 일찍 행장을 차려야하니 이만 들어가 보는게 좋겠소이다. 윤임 ...하오면 다음을 기약하겠사옵니다. 파릉군 그럽시다 (정윤겸을 보며) 정총관? 정윤겸 예, 대감. 파릉군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그 아일 너무 탓하지 마시오. 핏줄간의 정리는 반상의 구별보다 중한 것 아니겠소? 내가 찾으려는 사람도 따지고 보면 소실이고 서출이외다...내 남의 일 같지 않아 드리는 말씀이오. 정윤겸 ...대감 말씀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파릉군 고맙소이다..두분 대감께 신세 많이 지고 떠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소이다. 파릉군, 인사를 하고 천서방과 함께 가면 정윤겸과 윤임도 인사를 나누고 사인교에 올라 각자의 길로 간다. 대문 안쪽에 숨어서 사인교를 타고 가는 정윤겸을 보는 난정의 얼굴에서. s#6. 정윤겸 집 대문 밖 골목길(밤) 사인교를 타고 오는 정윤겸. 생각에 잠긴 침통한 얼굴이다. s#7. 정윤겸 대문 안 마당(밤) 조족등을 든 배서방이 뛰어 나와 대문을 연다. 정윤겸,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배서방 (조아리며) 늦으셨습니다, 대감마님? 정윤겸 오냐.(사랑채로 가려는데) 배서방 ..저..마님께오서 여러차례 사랑엘 나오셨사옵니다. 정윤겸 (안채쪽을 돌아보며)..그래? (안채 쪽으로 간다) s#8. 정윤겸 안채 방안(밤) 정윤겸, 방안으로 들어오면 맞이하는 박씨. 정윤겸 (앉으며) 왜요, 무슨 일이 있으시요? 박씨 (따라 앉으며)..대감, 대체 이 집 안주인이 누구입니까? 봉치받고 초례를 치룬 소첩이옵니까, 아니면 장흥댁입니까?! 정윤겸 허어,부인, 그 무슨 점잖지 못한 말씀이오?! 박씨 대감께서 소첩을 정실로 여기신다면 당장이라도 장흥댁을 내보내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소첩,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가있겠사옵니다. 정윤겸 ..부인, 장흥댁은 이제껏 나 하나만을 믿고 살아왔소. 내가 그 사람을 내 쫓는다면 그 사람은 천지간에 누굴 의지하고 살겠소? 박씨 하오면 장흥댁 모녀를 용서하시겠단 말씀이옵니까? 정윤겸 ..난정이가 돌아오면 자초지종을 물은 후 치죄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오. 박씨 야반도주를 한 것이 감히 무슨 낯으로 제 발로 들어오겠사옵니까? 정윤겸 나와 약조를 했으니 반드시 돌아 올것이요. 박씨 (보다가)..만약 들어오지 않으면요? 정윤겸 ..그땐 내 부인의 뜻에 따르리다. 박씨 ('어디 두고 보자')... s#9. 자운아 아래채 방 밖(밤) 옥매향(E) 난뎡아, 너 집으로 들어갈거이네? s#10. 자운아 기방 아래채 방안(밤) 난정과 옥매향, 한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난정 ...모르겠어. 옥매향 와, 매 맞을게 무서워서 그러네? 난정 매?! ..매 맞는건 무섭지 않아..그치만 집에 돌아가봤자 첩년의 딸년이란 내 신세가 달라지지 않아... 옥매향 기럼, 넌 아직도 기생이 되고픈 맘이 있네? 난정 ..응, 그래! 옥매향 (몸을 일으켜 앉으며) 기럼, 송도로 가라우. 난정 (보며)...송도? 거긴...?! 옥매향 기래, 큰고기는 큰 물에서 놀아야되는기야. 송도는 피양 못디 않은 색향 아니네? 게다가 송도엔 황디니라는 큰 기생이 있어. 난정 (일어나 앉으며)..황진이..? 옥매향 내레 우리 오마니 보다두 더 흠모하는 분이야. 덩말 큰 기생이 되고 싶으면 그 분을 찾아가 스승으로 뫼시고 배우라우. 난정 (뭔가를 생각하며 되뇌이는)...황진이..!! s#11. 자운아 기방 대문앞(밤) 대문이 열리고 옥매향과 보퉁이를 든 난정이 나온다. 옥매향 밤이 깊은데 혼자 갈 수 있갔니? 난정 ..걱정마. 옥매향 (치마에 찬 복주머니 속에서 옥가락지를 꺼내 난정에게 내민다) 이거 가져 가라우. 어려울 때 쓰라우. 난정 ...아냐..됐어. 옥매향 (난정의 손에 억지로 쥐어주며).우린 동무 아니네? 난정 (뭉클하다)..매향아. 옥매향 너 조선최고의 기생이 되갔다는 약속 닞으면 안돼. 난정 (끄덕이며) 응..잊지 않을게.. 옥매향 날래 가라우. 난정 (미소)..그래 또 만나자.. 난정, 가다가 돌아보면 옥매향,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s#12. 자운아 중문 안 마당(밤) 자운아, 중문안에서 나오다 옥매향을 보고 멈칫 걸음을 멈춘다. 자운아 매향아! 옥매향 (깜짝 놀라 돌아보며)..오마니..?! 자운아 요,에미나이래 오밤둥에 어딜 나갔다 오는기야? 옥매향 내레 난뎡일 배웅했시요. 자운아 (의아) 배웅?..난뎡이래 오딜 갔길래? 옥매향 난뎡이래 훨훨 날아갔시오. 자운아 (놀라)뭐이 어드레?! 훨훨? s#13. 정윤겸 집 장독대(밤) 난정모, 장독대 위에 정한수를 떠놓고 간절하게 빌고 있다. 난정모 비니이다, 비나이다,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우리 난정이 몸 성히 어미 품에 돌아올수 있게 살펴주십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s#14. 성문 밖 길(밤) 난정, 성문을 빠져나오다가 고개를 돌려 눈물 글썽거리는 눈으로 성문쪽을 돌아본다. 난정 (E) 어머니...소녀, 꼭 조선최고의 기생이 되어 돌아오겠세요... 난정, 고개를 휙 돌려 어둠에 쌓인 성벽 길을 뛰어간다. s#15. 어느 길(낮) 파릉군이 탄 당나귀의 견마를 잡은 천서방이 창(唱)을 흥얼대며 가고 있다. 골똘하게 생각에 잠겨있는 파릉군의 얼굴위로 (INSERT) 계향의 고운 얼굴이 떴다 사라진다. 파릉군, 한숨을 푹 내쉬는데 천서방 (파릉군을 보며)대감마님,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십니까? 파릉군 (표정 수습하며)아.아닐세..천서방. 천서방 예? 파릉군 ..내 도성을 떠나기 전에 옛 벗을 만나보고 싶구만. 천서방 (의아하여) 예에? 옛 벗이라닙쇼? s#16. 갖바치 집 마당 갖바치, 한켠에서 도끼로 장작을 패고 있다. 파릉군, 마당으로 들어서며 헛기침을 한다. 갖바치 (돌아보고 크게 놀라는)..아..아니! 대감..?! 파릉군 허허, 그동안 잘 있었는가? 갖바치 (파릉군 앞으로 다가와 꿇어 앉으며 머리를 숙인다)..대감께오서 한양에 돌아오셨단 말씀은 진즉 들었사옵니다만 소인이 주변머리가 없어... 파릉군 (미소) 내 자네에게 맡겨놓은 물건을 찾으러 왔네. s#17. 갖바치 방 안 방바닥에 남자 갖신 한 켤레가 놓여진다. 파릉군 (갖신을 보며) 십년 전에 맞춤한 신을 아직 용케도 간수하고 있구먼. 갖바치 맞춤 신에는 임자가 딱 한사람 밖엔 없는 법이지요. 파릉군 (끄덕이며) 내 자네가 지어준 이 갖신을 신고 구름을 벗삼아 팔도를 주유할 작정일세. 갖바치 예, 청약립에 도롱이를 두르고 낚싯대를 강물에 드리우시면 온갖 시름이 잊혀질것이옵니다. 파릉군 허허허..(웃다가 한숨을 삼키며)..자네는 세상을 어찌 보는가? 실은 내 떠나기 전에 자네의 생각을 듣고 싶어 찾았네. 갖바치 쇠가죽에 바늘땀이나 넣고 사는 백정에게 무슨 식견이 있겠사옵니까? 파릉군 (호쾌하게 웃는) 허허허, 자넨 맞춤 신같은 위인일세. 자네에게 딱 맞는 임자가 나타나기 전까진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으니 말일세. 허허허. 갖바치 ...!! s#18. 갖바치 대문 밖 파릉군, 호쾌하게 웃으며 문밖으로 나오고 갖바치가 그 뒤를 따른다. 파릉군 성균관 유생중에 조광조란 젊은이가 있네. 산으로 치면 태산이고 별로 치면 북두같은 큰 재목일세. 어쩌면 그 사람이 자네 임자일지도 모르지. 허허 갖바치 ...!! 파릉군 (당나귀 위로 오르며) 잘있게,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세나. 갖바치, 파릉군에게 허리 깊숙하게 숙여 인사를 한다. 파릉군을 태운 당나귀가 가면 마주 걸어오던 방백인이 황급히 길 옆으로 붙어서서 고개를 조아린다. 방백인, 파릉군이 옆을 스쳐 지나가면 황급히 갖바치에게 다가간다. 방백인 (파릉군 뒷모습 살피며) 보아하니 왕족의 골상인데 뉘슈? 갖바치 ..오래된 벗을 잊지 않고 찾아주신게지. 방백인 벗...?..헌데 저 양반 짝잃은 외기러기 신세구려..더욱 좋지 못한 것은 말년 운이오,(고개를 저으며) 피붙이에게 화를 당할 상이니.. 쯧쯧.. 갖바치 (버럭) 피붙이에게 화를 당하다니?! 그 무슨 망발인가?! 방백인 (찔끔하여)..내야 얼굴에 쓰인대로 읽는게지요.. 갖바치 함부로 혓바닥 놀리지 말게!(집 안으로 들어간다)... 방백인 (갖바치를 쫓으며) 형님, 형님- 내 형님집에서 신세 좀 져야겠소. s#19.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이 면대를 하고 있다.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있고 사관이 대화내용을 받아적고 있다. 중종 과인이 옛 성현들의 말씀에 따라 사표가 될 만한 사람을 발탁하여 학문을 진작 시키고 인재를 양성코자 하는데 좌상은 어찌 생각하시오? 정광필 지당한 말씀이시옵니다. 신이 조정 중신들중 몇사람을 천거하겠사옵니다. 중종 아니오, 과인은 신진사류들을 대거 등용하여 그들과 정사를 논의하고 싶소. 정광필 (놀라) 예에? 김승지 (흠짓하여 보는)...! 중종 성균관 유생중에 조광조란 인재가 있다고 들었소. 좌상은 그사람을 아시오? 정광필 예..조광조는 한훤당 김굉필의 학문을 이어받아 도학에 밝고 성현의 뜻을 실천하는 청고한 선비라고 들었사옵니다. 중종 (끄덕이며) 과인이 조광조란 인물을 만나보고 싶구려. s#20. 경빈 처소 방 안 발을 사이에 두고 경빈과 남곤이 앉아있다. 경빈 파릉군이 제발로 도성을 떠났다구요? 남곤 예. 마마. 하오나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일 이옵니다. 경빈 파릉군이 돌아오기 전에 도총관과 판부사를 찍어 내세요. 남곤 ..하온데..전하께오서 도총관에 대한 총애가 각별하시니.. 경빈 각별하시다..?..호호..전하께오서 아무리 도총관을 총애하신다 한들 내게 비하겠습니까? 남곤 하오면 마마께오서? 경빈 내 전하께 진언 드리지요. 그깟 도총관 벼슬 갈아치우는 게, 무얼 그리 대수겠습니까? 남곤 (조아리며) 마마만 믿겠사옵니다. 경빈 (은밀하게) 헌데 이번에 중전께오서 공주를 생산하시면... 조정에서 복성군의 세자책봉을 공론화시켜야 합니다. 남곤 ...예, 신등이 힘을 모으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만에 하나 중전께오서 원자를 생산하시기라도 하오면...? 경빈 (확신에 찬) 분명 공주입니다. 믿으세요 이 사람을!(쌩끗 미소).. s#21. 정윤겸 집 대문 앞 옥매향 부지런히 걸어오다 대문을 열고있는 배서방을 보고. 옥매향 아자씨, 이 댁이 됴총관 대감 댁 맞디요? 배서방 (갸웃하여 보며) 맞는데..무슨 일이냐? 옥매향 내레 됴총관 대감을 뵈러왔시오. s#22.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옥매향. 정윤겸 뭣이야..난정이가 떠나?! 옥매향 (고개 숙이며) 예..지난 밤에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떠났시요. 정윤겸 (허탈한 혼잣말)..허어, 그 애가 어찌 내 뜻을 몰라준단 말인가?.. 옥매향 오마니께서 직덥 찾아 뵙고 됴총관 대감께 사죄를 드려야 겠디만... 기생이 대갓댁에 드나드는 건 법도가 아니시라며 쇤네를 대신 보내셨시오. 정윤겸 ...알았다..물러가거라.. 옥매향 예, 대감마님, 고럼 쇤네 물러가겠습네다. 옥매향,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23. 동 사랑채 밖 마당 옥매향, 사랑채 방안에서 나와 대문쪽으로 가려다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는 안채쪽으로 쪼르르 뛰어간다. s#24. 동 안채 마당 옥매향, 안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아래채 부엌쪽으로 간다. s#25. 동 아래채 부엌 안 난정모, 침울한 표정으로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옥매향, 부엌안으로 고개를 쏙 들이밀고 난정모를 본다. 옥매향 아주마니! 난정모 (돌아보며)..? 옥매향 (부엌 안으로 들어오며)아주마니래 난뎡이 오마니 맞디요? 난덩이랑 똑닮아서리 내래 첫눈에 딱 알아 보갔시요. 난정모 (일어서며) 네가 우리 난정일 아니? 옥매향 예, 내래 난덩이 동무, 옥매향이야요. 아주마니한테 난뎡이 소식을 전하러 왔시요. 난정모 뭐?! (다가서며 다그치듯) 우리 난정이 지금 어딨니? 응?! 옥매향 ..난덩인 송도로 갔시오. 난정모 (놀라) 송도?..그 애가 거길 왜 갔단 말이냐? 옥매향 ...기생이 되러 갔시요. 난정모 (더욱 놀라) 뭐, 뭐야, 기생? 옥매향 예, 난뎡이래 조선 최고의 명기가 되어서 오마니를 호강시켜드리갔다고 했시오.. 난정모 (다리에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는다)...뭐,뭐라?! 옥매향 (안심시켜주려는 듯) 너무 걱덩마시라요, 난뎡이래 똘망똘망한 에미나이니끼니 잘 해낼거야요. 난정모 ... s#26. 정윤겸 집 사랑채 옆 마루 앞 옥매향, 대문쪽으로 가다가 걸어오는 옥련과 마주친다. 옥련 (옥매향을 훑어보며) 네가 누군데 함부로 안채엘 드나드느냐? 옥매향 (가늘게 보며) 오라..기러고보니끼니 툭하면 난뎡이한테 누명 씌우고, 때린다던 이 댁 작은 아씨구만요? 옥련 뭐야? 이런 발칙한! 감히 뉘 앞이라고 주둥일 나불대는게냐? 옥매향 내래 이 댁 종이 아니니끼니 종년 대하듯 하디 마시라요. 괜시리 큰 코 다치십네다! 옥련 (어이없어)뭐, 뭐야? 정렴 (방에서 사랑채 옆 마루로 나오며) 무슨 일이니, 옥련아? 옥련 오라버니, 이 발칙한 것을 당장 꿇리시오. 정렴 ..무슨 일인데..? (옥매향을 돌아 보고는)..?! 옥매향 ... 정렴 (옥매향의 미모에 반한 듯 보는)...!! 옥련 오라버니, 어서요! 정렴 (머뭇대는데).. 옥매향 도련님은 줏대도 없시오? 사내대장부가 어린 계집아이 말에 떨떨 매갖구.. 이 담에 어케 큰 일을 하갔시요? 정렴 (멈칫하는)...뭐어?! 옥련 (재촉하는) 오라버니 뭐하고 있는거요?! 정렴 (옥련을 휙 보며) 옥련아, 너, 앞으론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옥련 (당황하여)..뭐,뭐요? 옥매향 (쌩끗 웃으며) 도련님, 이 담에 관례 올리면 장통교 옥매향이를 찾아 오시라요. 정렴 (어색하게 웃으며) 그,그래.. 옥매향 (대문쪽으로 뽀르르 간다) 옥련 저,저..(옥매향의 뒷모습을 보다가 어이없어 빽 소리지르는) 오라버니! 정렴 (옥매향의 뒷모습을 보다가 깜짝 놀라 옥련을 보고)넌 무슨 계집애가 목청이 이리 커!(자기 방쪽으로 가버린다) 옥련 (분하여 숨을 쌕쌕거리며 옥매향쪽을 노려본다)...! s#27. 동 정윤겸 부엌 안팎 난정모, 부엌에서 뛰어나와 흐느끼며 난정모방 쪽으로 간다. 난정모 난정아, 난정아, 난정아, 흑흑흑... s#28. 대궐 어느 문 앞(창덕궁 선인문 정도) 오위부장과 창을 든 군졸들이 지키고 섰다. 박수림, 지게에 큰 독을 짊어지고 문쪽으로 걸어온다. 오위부장 (막아서며) 멈추어라! 웬 놈이냐?! 박수림 어허, 놈이라니?! 이 몸은 궐 안에 계신 내 딸님을 만나러 왔수. 오위부장 (행색 살피며) 딸님?...네 딸년이 누군데? 박수림 허어, 그 양반 목이 몇 개라고 함부로 입을 놀리시나? 오위부장 뭐야? 박수림 허엄! 내 딸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상감마마의 총애를 담뿍 받고 계시는 박빈마마이시우. 오위부장 ..박빈마마..?..(흠짓 놀라) 허면 경빈마마의..?! 박수림 바루 맞췄수. 내 경빈마마님 아비 되는 사람이우. 오위부장 (태도 바뀌며)허,이거 몰라뵈었소이다..(어색한 웃음).. 모쪼록 경빈마마께 말씀 잘 드려주시오. 박수림 (으쓱하여) 험험, 그럽시다. 오위부장 헌데 짊어지고 온 건 무엇이신지요? 박수림 (히죽 웃으며) 상감마마께 올릴 귀한 진상물이요. 오위부장 귀한 진상물이라?..얼마나 귀한 물건인지 이 사람도 구경 한번 합시다. 박수림 상감께오서 보시기도 전에 오위부장이 먼저 본다는게..? 오위부장 궁궐에 출납되는 물건을 기찰하는 것도 오위부장의 직분이라서요.. 박수림 까짓것 그러슈. 내 오위부장께도 나눠드리리다. 오위부장 (입이 찢어지며)허허, 이거 고맙소이다. 박수림, 지게를 내려 작대기에 받쳐 놓는다. 박수림, 독뚜껑을 열어 밀봉된 한지를 풀어낸 후 팔뚝을 걷어붙이고 독 속에 손을 집어 넣는다. 오위부장, 잔뜩 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주시하는데 박수림 (독 안에서 백사 한 마리 꺼내 오위부장 얼굴에 쑥 내민다) 옛수, 천하에 구하기 힘든 백사요, 백사! 오위부장 ('히익-' 기겁하여 뒤로 물러선다)...?! s#29. 희빈 처소 외경 희빈(E) 호호호! 백사?! s#30.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창빈이 다과상 앞에 앉아 웃고 있다. 향이가 그 앞에 꿇어 앉아 쫑알댄다. 향이 예, 뿐만 아니오라, 뱀을 독안 가득 잡아왔답니다. 희빈 호호호, 지난 복날엔 껍질 벗긴 삽살개 한마리를 지고 왔다더니 이번엔 뱀이라..참으로 대통궃은 위인이오.호호. 창빈 그 아비탓에 경빈께오서 망신살이 뻗치셨사옵니다. 희빈 그러기에 핏줄은 속이지 못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경빈이 비록 평성군대감의 수양딸로 들었다고는 하지만 기실 따지고 보면 그 아비가 논 몇마지기에 딸을 팔아처먹은 것 아닙니까? 창빈 ..딴은 그렇지요. 희빈 경빈도 입신양명한겝니다. 근본도 없는 상주 촌무지렁이의 소생이 내명부 일품까지 올랐으니 개천에서 용이 난게지요.호호호 창빈 쉬, 목소리가 크십니다. s#3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박수림이 발을 걷은 채 마주 앉아있다. 경빈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오셨소? 박수림 예, 달포 전에 백사 한 마리를 어렵사리 구했사온데 삼천궁녀 꽃밭에서 노니시는 우리 사위님 양기보강 하시라고 진상하러 왔습죠. 경빈 또, 또! 입조심 좀 하세요! 박수림 (자기 입을 쥐어박으며) 에구, 요놈의 주둥이!(조아리며) 황공무지로소이다. 경빈 (못마땅하게 혀를 차는)..쯧쯧. 박수림 잡뱀들로는 탕을 다리시고 백사는 술을 담가 두셨다가, 상감마마께오서 침소에 드실적마다 한잔씩 올리시오소서. 경빈 ..음. 박수림 (눈치보며) 마마, 이놈이 아무리 미천한 촌무지렁이라고는 하나 명색이 상감마마의 장인 아니옵니까? 경빈 (보며) 그래서요? 박수림 이놈에게 미관말직이라도 한자리 내려줍쇼..상감마마께오서 침소에 드셨을 때 한 말씀만 찔러주시오면.. 경빈 (고개 돌리며)..알았으니 그만 물러가세요. 박수림 예, 그럼 마마님만 믿겠사옵니다. 만수무강 하시옵소서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을 나간다) 경빈 (박수림의 뒷모습을 보며)..음! s#32. 송도 성문 앞 길 군졸이 지키고 서 있는 성문 앞을 드나드는 사람들. 난정, 보퉁이를 품에 낀 채 낯 선 표정으로 성문 안으로 들어간다. s#33. 송도 어느 길 난정, 중갓쟁이 사내에게 길을 묻고 있다. 중갓쟁이가 길 한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고맙다고 조아리며 그 쪽 길로 걸어가는 난정. 다른 쪽에서 길상과 달래가 걸어온다. 달래, 저만치 가는 난정의 뒷모습을 보고 멈춰서서 갸웃하는데 길상 (앞서가다가 돌아보며) 뭐해 달래야? 빨리 와. 달래 ('에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알았소.(깡총발로 길상을 따라간다) s#34. 편전 안 중종의 앞에 조광조가 앉았고 그 옆으로 정광필, 그 뒤로 김승지의 모습도 보인다. 중종 (조광조를 보며) 과인이 보위에 오른지 벌써 십년이 되었다. 헌데도 아직 이 나라의 기강과 법도가 세워지지 않았으니 어찌된 연유인지 그대의 소견을 듣고 싶다. 조광조 (거침없다) 군주의 자리는 높기에 덕이 아니면 누리기가 어려운 자리이옵니다. 군주가 덕을 닦아 그 뜻을 밝히시면 만백성들은 물론이고 생명이 있는 천하의 만물이 군주의 덕에 교화되어 요순시대가 도래할 것이옵니다. 중종 (떠보는) 허면 과인에겐 덕이 없단 말인가? 조광조 전하께오서 덕이 없음이 아니라 조정에 전하의 눈과 귀를 가리는 소인배들로 가득하옵니다, 그들을 내치시옵소서. 정광필 어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망발을 하는가?! 중종 (손을 들어 정광필을 제지하며)어허,가만...(조광조 보며) 계속해 보라. 조광조 군주가 솔선하여 항상 조심하고 삼가는 태도로 정사를 돌볼 때만이 조정의 기강과 법도가 바로 서는 법이옵니다. 요즘 전하께오서 후궁전을 가까이하시어 경연을 폐하시는 일이 잦다 들었사옵니다. 미색을 멀리 하시옵소서. 중종 (버럭) 뭣이라?! 정광필 (당혹스러운)..이,이자가?! 조광조 선비의 입을 막으면 조정에 언로가 막히고 언로가 막히면 필히 조정이 썩게 마련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전하. 정광필,승지 (불호령이 떨어질것에 긴장하는데)... 중종 (굳은 인상이 펴지며)허허허, 과연 듣던대로 성균관의 사성십철로 자칭할만한 기개로다. 정광필은 당혹스럽고 김승지는 심상치 않은 눈길로 조광조를 본다. s#35. 황진이 기방 담장 안 중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선 난정이 가야금소리를 따라 초당으로 다가 선다. 난정(E) 여기가 조선 최고의 명기 황진이의 기방이라고?.. 난정, 기생의 가야금 소리에 넋이 나간 듯 듣고 서있는데 기생,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고 연주를 뚝 그치고 난정을 바라본다. 난정 (기생과 눈이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 바닥에 꿇고 조아린다) 황진이 선생님, 소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완산월 (빙긋 웃으며 가야금을 치우고 방밖으로 나온다) 너 진이 언니한테 기생수업 받으러 온 아이로구나? 난정 (고개 들고 보며)예에? 그럼..? 완산월 (마당으로 내려서며)그래, 난 황진이가 아니고 완산월이야. 진이 언니는 기방문 닫고 떠나셨어. 난정 (일어서며)..예에? 어딜 가셨는데요? 완산월 서화담 선생님이 계신 산방에 들어가셨어. 난정 ..언제쯤..돌아오실까요? 완산월 글쎄..아마 봄이나 되어야 내려 오실거야. 난정 (낙심하는)...!! s#36. 빈청 안 홍경주, 남곤, 심정이 심각하게 앉았고 말석에 김승지가 앉았다. 홍경주 뭣이라? 조정의 소인배들을 몰아내라? 심정 예, 뿐만 아니오라 전하께 후궁전을 멀리하라고 진언하였다고 하옵니다. 홍경주 허, 거, 당돌한 놈이로구만..흥, 허나 젖 비린내나는 일개 유생의 말에 크게 마음 쓸 게 뭐있소? 김승지 아니옵니다, 전하께오서 크게 흡족해하셨사옵니다. 심정 게다가 신진사류들을 대거 천거하라는 하교가 계셨다하옵니다. 홍경주 (심각해지며) 음!! 대체 전하의 의중이 무엇인지...? 남곤 대감, 폐주 연산을 몰아내던 반정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우리 공신들끼리 뭉쳐야하옵니다. 우린 한 배를 탄 운명 아니옵니까? 홍경주 (휙 보며) 뭬요, 한 배? 허, 남부사가 은밀하게 경빈전에 드나든다는 것을 이사람이 알고 있는데도 그런 말이 나오시오? 남곤 (찔끔)...대,대감.. 홍경주 이러지들 마시오! 내게도 듣는 귀가 있소. 세불리할땐 합심하자며 감언이 설로 사람을 꾀다가 필요 없어지면 내 팽겨치면서 한배를 탔다구요? 나는 그 썩은 배에서 내릴테니 대감들끼리 잘들 해보시구려! (일어나 휙-나가 버린다) 심정 ..허, 남양군대감께오서 왜 저리 꼬이셨는지...? 남곤 음..이 사람은 남양군보다도 조광조가 더 마음에 걸리오. 장차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인물이오. 심정 한번 회유해 보십시다. 조광조가 우리에게 가세한다면 우리에겐 천군만마를 얻은 것보다 더 큰 힘이 될 것이 아니옵니까? 남곤 (끄덕이며 생각하는)...조광조라! s#38. 송도 어느 골목길 난정, 보퉁이를 품에 끼고 침울한 표정으로 걸어간다. 맞은편에서 육모방망이를 건들거리며 오던 포졸이 난정을 본다. 포졸 ..야, 너! 이리 좀 오너라. 난정 (돌아보며) 예? (겁에 질려)..왜 그러세요? 포졸 (난정을 훑어보며) 행색을 보니 대갓댁에서 도망친 계집종이 틀림없구나? 난정 (주춤 주춤 뒷걸음질 치며)..아,아니에요! 난 도망쳐 나온 종 아니에요! 포졸 거야 관아에 가서 따질일이고 따라오너라! 포졸, 난정을 끌고 가려는데 달래(E) 언니! 달래가 달려와 난정과 포졸 앞에 선다. 달래 무슨 일이요? 이 언닌 우리 광대팬데..? 포졸 (갸웃) 광대패? 길상 (뒤따라 오며) 예, 패에 낀지 얼마 안된 애라서요.(난정에게 짐짓) 그러게 너 혼자 돌아다니지 말랬잖아! 난정 ..미,미안해. 포졸 니네들 증말 광대패 맞아? 길상, 자리에서 휘릭-휘릭-땅재주를 넘는다. 길상 (씩 웃으며)이제 믿으시겠습니까? 포졸 (보다가)..됐다..(돌아 간다) 난정 (포졸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 길상을 보고)...고마워.. 달래 언니, 우리 모르겠소? 그 반쪽짜리 옥패...! 난정 (그제서야 알아보고)..아!.. 길상 (웃으며)..한양에 있어야 할 애가 송도엔 어쩐일이냐? 난정 ....응,그게...저..(하는데 뱃속에서 꼬르륵-소리가 난다)..?! 달래와 길상이 머슥해하는 난정의 얼굴을 보고 킥 웃음을 터뜨린다. s#39. 장터 국밥집 난정, 평상위에서 허겁지겁 국밥을 떠먹고 있다. 길상, 그런 난정을 지켜보다가 자기 국밥을 난정에게 덜어준다. 난정, 길상을 보면 길상이 난정을 보고 씩 웃어준다. 달래 언니, 정말 황진이란 기생의 제자가 되려고 송도까지 온거요? 난정 ..응..근데 헛걸음을 한 것 같아.. 달래 그럼 한양으로 돌아가겠네? 난정 (단호하게) 아니, 봄까지 기다렸다가 꼭 그분을 만나 제자가 될거야. 길상 그때까지 지낼 때는 있니? 난정 (시무룩)..아니.. 길상 (난정 보며 생각하다가)..그럼 너 겨울동안 우리패에서 지낼래? 난정 (보며)...응? 달래 그게 좋겠소, 그렇게 하오, 언니! 난정 (솔깃하다가 다시 시무룩해지며)..하지만 날 받아줄까? 길상 내가 모가비 어른께 잘 말씀드려 볼께. s#40. 송도 어느 주막 마당 모가비(E) 뭐, 우리 패에 들어오고 싶다고? s#41. 동 주막 방 안 모가비가 화로를 끼고 앉았고 맞은편에 길상과 그 옆에 난정이 앉았다. 길상 예, 어르신, 내년 봄까지만 있게해주세요. 모가비 글쎄..얼굴은 반반한데 아직 여물지가 않았으니 손님을 받게 할수도 없고... 난정 저 밥도 잘 짓고 빨래도 할 수 있세요. 뭐든 시키시는대로 할게요. 모가비 ..하긴..어차피 차려진 밥상에 수저하나 더 얹는격이긴 한데.. 난정 (간절하게 보는)... 모가비 좋아, 대신 공밥 먹일 순 없으니 니 밥벌인 니가 해야 돼. 난정 예..(조아리며)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s#42. 동 주막 마당 길상과 난정이 방에서 나오면 마당한편에 서있던 달래가 조르르 달려온다. 달래 어찌 되었소? 길상 (환하게 웃으며)모가비 어른이 받아주셨어. 달래 증말?! 언니, 참 잘됐소.그치? 난정 (미소)고마워, 다 네 덕분이야. 능금, 주막안으로 들어오다가 길상을 보고 다가온다. 능금 (웃으며) 길상아! (하다가 난정을 보고 어리둥절하여)..어..너..넌..? 난정 (능금보고)...?! 길상 (난정에게) 한양서 본 적 있지? 저 앤 모가비 어른 딸, 능금이야. 능금 (못 마땅하게 난정을 쏘아본다)...얘가 왜 여기있어? 달래 응, 이 언니, 오늘부터 우리 식구가 되기로 했어. 능금 ..뭐어..식구? (난정을 다시 노려본다) 난정 (서먹하게 웃으며)..우리..앞으로..잘.. 능금 흥! 누구 맘대로 식구야?! (휙 돌아서서 주막밖으로 나가버린다) 길상 능금아! 난정 (무안하다).... 달래 (능금 뒷모습 보며)어유, 저 심통! 길상 너무 마음쓰지마. 겉으론 저래도 뒷 끝은 없는 애야.. 난정 (끄덕이는)...응. s#43. 중궁전 방 안 박상궁, 식혜에 은저를 담그고 옆 그릇에 조금 덜어 기미를 보고 있다. 연상 앞에 앉아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는 중전의 얼굴위로 s#44. 대궐 일각(중전의 꿈, 회상) 아무도 없는 황량한 분위기 속에서 한곳에 세워놓은 붉은 영기가 바람에 세차게 나부낀다. 중전, 홀로 바람을 맞으며 깃발을 보고 서있는데 어느 순간 깃대에 매어놓 은 줄이 풀리며 붉은 깃발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중전 (움찔하여 보는데)..!! 박상궁 (E) 마마! s#45. 동 중궁전 방 안(현실) 중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박상궁이 식혜를 두손으로 받친다. 박상궁 마마,드시옵소서. 중전 (식혜를 받아들고 마시려다)..박상궁. 박상궁 예, 마마. 중전 꿈에 붉은 영기를 보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박상궁 ..예, 상서롭지 못하단 말이 있사온데.. (하다 문득 놀라 보며) 마마?!.. 중전 (미소)..아닐세, 그냥 물어본 것 뿐일세..(식혜를 마신다) s#46. 대궐 일각 희빈, 향이를 비롯한 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반대편에서 경빈이 금이와 나인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희빈, 경빈이 다가오면 코를 움켜쥐고 인상을 찌푸린다. 경빈 (보며) 왜 그러시오,희빈? 희빈 대궐 안이 온통 역한 냄새로 진동하는데 경빈은 아무렇지도 않으시오? 경빈 (의아) 역한 냄새라니요? 희빈 경빈전에서 끓이는 뱀탕 냄새 말이오! 경빈 (한방 먹은) 뭐,뭐요? 희빈 (웃음을 참으며) 경빈은 좋으시겠소?..참으로 훌륭한 아버님을 두셔서요.(참던 웃음이 터진다) 호호호! (간다) 향이를 비롯한 희빈의 나인들까지 입을 가리고 웃으며 희빈을 쫓는다. 경빈 (희빈의 뒷모습을 노려보며)..저,저..?!(모욕감에 입술을 깨문다)...! s#47. 윤임 사랑채 방안 윤임,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는 얼굴위로 s#48. 자운아 안채 기방안(6회 s#35의 후레쉬 백) 조광조 소생은 파릉군대감과 이 나라의 도학정치의 장래를 논하고 싶어 찾아왔사옵니다. 윤임 (미소) 그런 자리에 이 사람도 끼워주시면 안되겠소? 조광조 자고로 외척과는 정사를 논하지 않는다 하였사옵니다. 그럼. 조광조, 고개를 숙이고는 휙- 몸을 돌려 나가버린다. s#49.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골똘하게 생각에 빠져 있는데 윤임처가 다과상을 앞에 놓고 앉는다. 윤임처 대감,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윤임 (윤임처 보며) 허허 내, 외척 노릇이 이리도 힘든 것인지 몰랐구려. 윤임처 ..예에? 윤임 부인, 우리 시골에 내려가 농사나 지으며 살면 어떻겠소? 윤임처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얼마 안있으면 중전마마께오서 원자아기씨를 생산하실텐데..영감이 안계시면 누가 중전마마를 지켜 드린단 말입니까? 윤임 (얕은 한숨)..부인 말이 맞소... 윤임집사(E) 대감마님. 윤임 (돌아보며) 무슨 일이냐? s#50. 동 사랑채 방 밖 마당 윤임집사와 뒷짐을 진채 등을 돌리고 선 도포짜리가 서 있다. 윤임집사 윤별좌댁 둘째 서방님 오셨사옵니다. 도포짜리가 사랑채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윤원형이다. s#51. 동 사랑채 방 안 윤임 ..조카가? 윤임처 (못마땅한) 조카는 무슨 조카에요? 촌수도 따지기 어려운 먼 촌수인데..또 용채나 달라고 손벌리러 왔겠지요. 윤임 어허, 부인,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시는게요. 그래도 우리 윤씨 일문 아니오? 윤임처 (일어서며) 소첩은 파락호같은 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사옵니다. (방 밖으로 나간다) s#52. 동 사랑채 방 밖 윤임처, 방밖으로 나온다. 윤원형 (땅 바닥에 넙죽 절하며) 숙모님, 오랜만에 뵙사옵니다. 윤임처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안채쪽으로 간다).. 윤원형 (머슥한데)..? 윤임(E) 들어오시게. 윤원형 예...어험!(헛기침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s#53. 동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방으로 들어와 윤임에게 절을 한다. 윤원형 그간 기체 대안 하셨사옵니까? 윤임 그래, 자네도 잘 지냈는가? 윤원형 (앉으며) 예, 늦었지만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드리러 왔사옵니다. 윤임 허허, 벌써 출산날이 가까워 지셨네.. 윤원형 중전마마께오서 원자아기씨를 생산하시면 장차 대위에 오르실터이고 허면 숙부님께오서 임금님의 외숙이 되시는 것 아니옵니까? 윤임 허어, 이 사람 우물에서 숭늉을 찾고 있구만? 허허. 윤원형 (웃다가 멈추며)..저..일전에 청을 드린 일은 어찌되었나 궁금해서요? 윤임 ...참봉자리 말인가? 윤원형 예, 이 놈이 참봉이라도 한자리 하면 식구들 끼니걱정은 덜지 않겠사옵니까? 윤임 초시부터 보게나. 자네가 초시급제라도 해야 나도 힘을 쓸게 아닌가? 윤원형 (쑥스럽다)..이 놈은 글공부와 담을 쌓은 처지라서요.. 윤임 (미소로 보다가 묵직한 돈주머니를 건네주며)..받게. 이걸로 집 안에 쌀섬이라도 들이게. 윤원형 (황송하게 받는다)..이거 번번히 염치가 없사옵니다. 윤임 궁핍하다고 기죽지 말게. 내 언젠가 자네를 크게 쓸 일이 있을걸세. 윤원형 (조아리며) 이 놈을 불러만 주신다면 견마지로 하겠사옵니다! 윤임 (미소로 끄덕이는)... s#54. 윤임 집 근처 골목길 윤원형, 골목길을 나서며 돈주머니를 하늘로 날렸다가 떨어지는 주머니를 두 손으로 받아들며 씩 웃는다. 윤원형 공돈이 생겼으니 오랜만에 기생년들 궁둥짝이나 두들겨 볼까? 걸어가는 윤원형의 얼굴위로 해설(NA) 윤원형, 후에 문정왕후의 오빠로 천하의 권세를 틀어쥐고 영의정까지 오를 인물이다. 윤임과 윤원형, 먼 친척이었던 두사람은 훗날 대윤과 소윤으로 갈려 서로를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나는 정쟁을 벌이는 정적이 되지만 지금 두사람은 비극적인 앞 날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 s#55. 대비 전 외경 자순대비(E) 미색을 멀리하라니 그런 망발이 어디있소?! s#56. 동 대비전 방 안 흥분한 자순대비와 중종이 다과상을 놓고 앉아있다. 중종 (온화한 미소) 너무 노워여 마십시오, 어마마마. 소자는 그런 충언을 할 수 있는 신하가 곁에 있다는 것이 오히려 흐뭇하옵니다. 자순대비 주상, 왕실의 종사를 번성케 하려면 후사를 많이 두셔야 합니다. 세종대왕께옵서도 여섯분의 부인에게서 열여덟분의 왕자와 네 분의 공주를 보시지 않았습니까? 왕실이 번창해야 조정의 기강도 바로 잡히고 학문도 흥하는 법입니다. 옛 말을 잊지 마세요, 주상. 중종 아옵니다. 하오니 너무 심려마시옵소서.어마마마. 자순대비 (저으며)..음..이 에미는 조광조라는 자가 마땅치가 않아요. 마땅치가... s#57. 대궐 일각(후궁전 가는길) 남곤이 조광조와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다. 조광조 (걸음을 멈추며) 대감, 어디로 가시는 것인지요? 남곤 (빙긋 미소) 아무 말 말고 따라오시게. 자네 같은 유생이 그 분을 뵙는 것만으로도 큰 광영을 입는 것일세 따라오게.(앞장 서 간다) s#5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의 발 너머, 남곤과 굳은 표정의 조광조가 앉아있다. 경빈 (미소) 전하께오서 그대의 학문과 인품을 하도 칭찬하시길래,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여 내 남대감께 청을 드렸소. 조광조 ... 남곤 마마께오선 자네가 복성군마마의 글공부를 맡아주길 바라시네. 조광조 ..글공부를요? 경빈 그렇소, 복성군의 왕재를 갈고 닦아 후일 군주의 덕을 밝혀 줄만한 스승이 되어 주시오. 조광조 하오면 복성군께 왕세자 공부를..? 남곤 (미소) 바로 그런뜻일세. 경빈마마께오서 뒤에 계시니 자네의 앞길에 탄탄 대로가 열릴것이야. 조광조 (버럭) 이 무슨 가당치않은 말씀이오니까?! 경빈 (움찔)..?! 조광조 세상에 적서의 구별이 엄연한데 일개 후궁전 소생의 왕자에게 왕세자 공부라니요?! 경빈 뭬,뭬야, 이런 무엄한?! 조광조 남대감께서도 소인배이셨사옵니까? 남곤 (당황하여)..아,아니..이 자가, 어느 안전이라고?! 조광조 (일어서며)시생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조광조, 불쾌한 표정으로 방문을 박차듯이 나가버린다. 남곤 ..저,저 자가!..(경빈에게 조아리며) 마마, 화,황공하옵니다. 경빈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음!..조광조, 조광조라...내 두고보리라! s#59. 하늘에 뜬 보름달(INSERT) s#60. 송도 주막 마당(밤) 길상, 평상에 앉아 단소를 부는데 난정이 다가와 그 옆에 앉는다. 길상 (단소 멈추며)..왜 안 자고?..하루종일 피곤했을텐데.. 난정 ...단소소리가 너무 슬퍼서..누구한테 배웠어? 길상 ..배우긴..?..그냥 혼자 익힌거지. 난정 (끄덕이다가)..고마워..한양서 우리 엄마 옥패 찾아준 것도 그렇고... 오늘 일도 그렇고.. 길상 (미소) 뭘?...어려운 사람끼리 돕고 사는거지? 능금 (방 밖으로 나오다 보며) 야, 니들 거기서 뭐해? (다가온다) 난정 (일어서며)...나 들어갈게... 길상 ...그래.. 난정 (방쪽으로 가는데)... 능금 (난정을 흘겨보며) 왜 내가 나오니까 들어가는거야? 난정 (흠짓 서는)...?! 길상 능금아, 너 왜 그러니? 능금 ..뭐가? 길상 난정이도 우리 식구야. 한 식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능금 누가 한 식구래? 생판 모르는 남이야! 난정 ...?! 길상 ..그렇게 안봤는데...너 아주 못쓰겠구나. 능금 뭐어? 길상 됐어, 그만하자.(일어서서 주막밖으로 나간다) 능금 (쫓으며) 길상아!!(하다가 멈춰서 난정이를 획 노려본다) 난정 (방으로 들어간다) 능금 여우 같은 계집애! 너, 길상이한테 꼬리치면 가만 안둘거야! 능금, 보다가 불켜진 모가비 방쪽으로 쿵쿵거리고 간다. 난정, 고개를 내밀고 능금의 뒷모습을 노려본다. s#61. 동 주막 방 안(밤) 모가비, 화로 옆에서 패물이며 엽전등을 헤아리며 셈을 하고 있는데 모가비 ..어디보자 가설라므네... 능금 (볼이 부은 얼굴로 방안으로 들어와 앉는다)아부지! 모가비 (셈을 하며)..응? 능금 난정이 고 계집애, 내보내! 모가비 (그제서야 보며) 왜, 또 그러냐 능금아? (히죽 웃으며) 길상이 놈 때문이냐? 능금 몰라! 아무튼 고 계집앨 안 내보내면 낼부터 나 주머니 안딸거야! 증말이야! 모가비 그런 소리 말어.(낮게) 그 애가 복덩이여, 복덩이! 능금 (보며)...복덩이? 모가비 그려, 애비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까 넌 잠자코 있어. 잘 만 되면 팔자가 활짝 필 일이 있으니까. 능금 ..? s#62. 정윤겸 집 난정모 방(밤) 박씨 앞에 난정모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다. 박씨 되도록 사대문 밖으로 멀리 떠나게. 두 번 다시 이 집에 발걸음을 하거나 기별을 해서도 안될것이야. 난정모 ... 박씨 자네가 가까이 있으면 대감의 전정에 큰 누가 될 뿐이네. 내 말 무슨 뜻인인줄 알겠는가? 난정모 ...예.. 박씨 내 자네를 곱게 보내주는 것만도 천행으로 알게. 난정모 ..예..마님..쇤네, 잘 아옵니다.. 박씨 날이 밝는대로 일찍 떠나게.(휙-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일어나서 박씨에게 조아리던 난정모가 털썩 방바닥에 주저앉는다. 난정모, 옥패를 꺼내들고 보다가 눈물을 글썽이며 가슴에 꼭 품는다. 난정모 ..난정아.. s#63. 송도 주막방(밤) 난정, 잠든 달래와 한이불 속에 누워있다. 달래, 엄마 꿈이라도 꾸는지 '엄마..엄마..' 잠꼬대를 하며 난정의 품을 파고 든다. 난정, 달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문득 난정모 생각이 나는지.. 난정 (눈물이 핑돌며)...어머니... s#64. 정윤겸 집 안 채 마당(낮) 배서방과 양평댁, 하인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안방쪽을 보고 서 있다. 난정모(E) 그 동안 돌봐 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사옵니다. s#65. 동 안채 방 안 난정모, 정윤겸과 박씨에게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정윤겸 ...어디에 가 있든 몸 조심하게.. 난정모 (글썽하여)..예, 대감마님.. 박씨 감히 뉘 앞이라고 눈물을 보이는겐가? 하직인사 올렸으면 어서 일어나게. 난정모 ...예..(일어서서 조아리고 나간다) 정윤겸 (난정모가 나가면 박씨 보며)..부인, 이제야 마음이 흡족하시오? 박씨 (떫은 표정으로 얼굴을 돌린다)... s#66. 동 정윤겸 대문 앞 난정모, 대문 밖으로 나오면 그 뒤를 쫓아 나오는 배서방. 난정모 (돌아보며)..우리 난정이가 돌아오면..갖바치 댁에 들러보라고 하세요 ..허면 에미 있는 곳을 알거라고.. 배서방 걱정마시게. 내 꼭 그리 전해주겠네...(섭섭하다) 잘가시게나... 난정모 예..그럼..(배서방에게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 간다) 가는 난정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는 배서방. s#67. 갖바치집 마당 갖바치, 작업대 위에서 갖신을 꼼꼼히 꿰매고 있다. 방백인, 평상위에 앉아 갖바치를 보다가 방백인 형님, 고집부리지 말고 내 말대로 하슈. 갖바치 궁궐 항아님들이 신는 운혜를 만들라는거 말인가? 방백인 예, 내가 대궐에 연줄을 대어드리겠소. 형님 솜씨면 금방 한 재산 모을수 있을게요. 갖바치 (미소) 난 일 없네...자네 앞가림이나 잘하게. 당골네(E) 주인 계시오? 갖바치가 돌아보면 마당으로 들어와 서는 당골네. 갖바치 (돌아 보며)무슨 일이시오? 갖바치의 얼굴을 보고 흠짓하여 황홀하게 보는 당골네의 얼굴위로 당골네(E) 어쩜 저리도 잘생겼을까? 저 오똑한 콧날하며 부리부리한 눈매하며 정말 사내답게도 생겼네. 갖바치 (의아하여)...? 방백인 (힐끗 보며) 형님, 이 여편네 정신 좀 차리게 그 두툼한 손으로 궁둥짝 몇 번 두들겨 주슈. 당골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에그머니나, 내 정신 좀 봐? 방백인 척 보아하니 작두날 위에서 춤추던 당골같은데.. 괜히 우리 형님한테 껄떡대지 말어! 당골네 (방백인을 휙 노려보며) 뭐요, 껄떡대? 말이면 다하는줄 아슈? 내 소싯적에 굿판에서 춤은 췄을망정 오밤중에 부엌칼 들고 설치진 않소! 방백인 (찔끔하여) 뭐,뭐야?! 이 여편네가? 갖바치 그만하게..(당골네 보며) 이 사람에게 무슨 볼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당골네 (누그러지며) 예..실은 십년전 일로 좀 여쭤볼 말씀이 있어서요. 갖바치 허허 사람이 투미하여 엊그제 일도 가물거리는데 십년전 일을 어찌 기억하겠소이까? 당골네 아이 참 그러지 마시고..?(갖바치 앞에 앉는데) 갖바치 내 지금은 일손이 바쁘니 돌아가시지요. 당골네 ..잠시면 되는데.. 방백인 (버럭) 거 참 우리 형님이 돌아가라잖아! 당골네 아유, 깜짝이야.(방백인을 흘겨보다가 다시 갖바치에게 공손히 숙이며) 그럼 한가할 때 다시 찾아 뵙지요.. 당골네, 방백인을 다시 한번 휙 노려보고는 문밖으로 나간다. s#68. 갖바치 집 문 밖 길 당골네, 문밖으로 나오는데 저만치서 난정모가 당골네쪽으로 걸어온다. 당골네, '어마, 뜨거워라' 하고 다시 집 안으로 후다닥-뛰어들어간다. s#69. 갖바치 마당 갖바치, 뛰어 들어오는 당골네를 의아하게 바라보는데. 당골네 (다급하게) 내 그,급해서 그러는데 뒷간이 어디요? 갖바치 (가리키며)..저쪽 뒤로 가시오. 당골네, 황급히 집 뒤편으로 달려간다. 방백인 (어이없게 보며) 거 참 못 말릴 여편넬세? 난정모가 마당으로 들어선다. 방백인, 난정모의 미모에 눈이 번쩍 커진다. 갖바치 (일손 멈추고) 오셨습니까?..(보퉁이를 보고)..댁을 나오신겝니까? 난정모 ..예.. 갖바치 (일어나며) 날이 찬데 방으로 드시지요. 난정모 아닙니다...나중에라도 난정이가 여길 찾아오거든 당추스님께 갔다고 전해 주세요. 갖바치 그렇게 하지요..곧장 암자로 가시겠습니까? 난정모 예..그럼.. 방백인 아주머니, 당추형님한테 가시는게요? 난정모 (보며)..예? 방백인 거 잘됐소, 나도 오늘쯤 당추형님을 뵈러 갈까했는데 나랑 동행하십시다. 잠시만 기다리슈.(황급하게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난정모 ...저 분은 뉘신지요? 갖바치 같은 스승밑에서 수학한 사제올시다... 방백인, 허겁지겁 중갓을 쓰고 중치막을 두르고 나온다. 방백인 가십시다..형님, 그럼 나중에 봅시다. 방백인과 난정모가 갖바치의 배웅을 받으며 문밖으로 나간다. 집 뒤편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보던 당골네의 눈이 가늘어진다. s#70. 송도 어느 주막 마당 볕이 드는 툇마루에서 난정이 달래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다. 모가비가 황참봉과 함께 주막안으로 들어온다. 모가비 (난정쪽을 가리키며) 저 아이올시다. 황참봉 (난정을 훑어본다)... 난정 (보며)...? 모가비 (황참봉에게)방으로 드셔서 찬찬히 보시지요. 황참봉 그러세나.(방쪽으로 간다) 모가비 (난정에게) 난정아, 잠시 방으로 들어오너라. 난정 ...예.. s#71. 동 주막 방 안 황참봉이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앉은 난정을 찬찬히 본다. 모가비 ..올해 열 살이니 딱 좋은 나입죠. 황참봉 (흡족하게 끄덕인다)...음. 난정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걸까?') ..?! 모가비 (난정에게) 됐다, 나가보거라. 난정 ..예..(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모가비 어떻습니까요, 참봉 나으리? 황참봉 뒷 탈은 없겠지? 모가비 그러믄입쇼. 흉년으로 부모를 잃고 떠돌아다니던 아입죠. 뒷탈이 있을리 있겠습니까요? 황참봉 잘못하였다간.. 모가비 아, 염려 붙들어 매시라니까요? 황참봉 (주머니에서 묵직한 은덩어리를 꺼낸다) 은자 쉰냥일세. 나머진 애를 데려오면 주겠네. 모가비 예,예, 그리합죠!(은덩어리를 보고 입이 헤벌쭉 찢어진다)...! s#72. 동 주막 앞 모가비, 가는 황참봉에게 굽신 절을 한다. 모가비 살펴갑쇼, 나으리..(황참봉 멀어질때까지 고개를 숙이는데).. 능금 (다가오며) 아부지, 저 양반 누구요? 모가비 (황참봉 뒷모습 보며) 송도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워 할 만석지기 황부자댁 작은 서방님이시다. 능금 근데..왜 여길..? 모가비 (히죽) 내 은자 백냥에 난정일 그 댁에 동녀로 들여보내기로 했다. 능금 (놀라)동녀?! 모가비 흐흐, 그래..(다짐 받듯) 행여, 난정이한텐 입도 뻥끗말어, 알았지? 능금 (뭔가 찜찜하지만)...알았소. s#73. 장승이 서있는 길 방백인과 난정모가 걸어온다. 방백인 (난정모의 눈치를 힐끗보며) 아이구, 다리야..예서 잠시 쉬었다 갑시다. 방백인, 장승 옆 바위에 걸터 앉는다. 난정모, 저만치 몸을 돌리고 앉는다. 방백인 (허리춤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으며 난정모에게 하나 권한다) 아주머니, 이 것 좀 드슈. 난정모 ..괜찮습니다. 방백인 허, 참..이러면 내 손이 무안하지 않소? 자요, 어서요. 난정모 (어쩔수 없다는 듯 손을 내미는데).... 방백인 (난정모의 손을 덥썩 잡는다) 아주머니! 난정모 (질겁하여 손을 뿌리치려하며) 왜 이러십니까? 이 손 놓으세요! 방백인 (느물느물 웃으며) 보아하니 댁은 쫓겨난 소실댁이고 난 홀애비니 다 좋은게 좋은거 아니요? 방백인, 더욱 거세게 난정모의 손을 잡아당기는데 누군가의 죽장이 방백인의 뒷통수를 퍽 친다. 방백인, '어어쿠!!' 뒷통수를 감싸쥐며 돌아보면 당추가 서있다. 당추 이놈!! 그 못된 버릇을 아직도 못버렸느냐?! 방백인 ...혀,형님.. s#74. 당추의 암자방 안 방백인, 머리통을 붙잡고 '어구구구-'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동자승이 방백인의 깨진 뒷통수에 고약을 발라주고 있다. 당추 (못마땅하게 보며) 머리통을 박살내지 않은걸 다행으루 알아.. 자넨 언제고 그 버릇 때문에 경을 칠게야. 방백인 경을 치다니요? 남녀간에 끌리는건 음양의 자연스런 이치 아니요? 하긴 속세를 떠난 형님이 무엇을 알겠소..? 당추 (동자승 보고) 원아. 똥 한바가지 퍼오너라.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이런 위인에겐 똥이 약이니라. 동자승 (미소) 예.(일어서려는데) 방백인 아이구, 형님, 내 잘못했소. 그러니 그만하시오. 당추 쯧쯧..(방백인을 혀를 차고 보다가 일어서서 나간다) 동자승 (킥킥 웃는다) 방백인 (웃는 동자승을 흘겨보며)..웃지말어! 동자승 예.(계속 웃는다) s#75. 동 법당 앞 마당 난정모, 마당에 서서 법당안 부처님에게 합장을 올린다. 당추 (다가오며) 못난 아우의 허물을 소승이 대신 사죄드리겠사옵니다. 난정모 ..스님..우리 난정이 괜찮겠지요?..꼭 돌아오겠지요? 당추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서 돌봐 주실겝니다.. 당추, 법당안을 보면 빙긋 미소를 짓는 듯한 부처님 모습. s#76. 송도 어느 길 모가비와 난정이 걸어간다. 모가비 (뒤쳐져 걷는 돌아보며) 얼른 오지 않고 뭐해? 난정 (미심쩍은)..정말 겨울동안 만이지요? 모가비 그래, 다 약조가 되어있다니까! 우리패 따라다니며 배곯고 길잠 자는거 보다 부잣집 몸종 노릇이 백배는 낫지 뭘그래? 난정 (다짐받듯)..봄이 되면 꼭 델러 오실거지요? 모가비 글쎄 걱정 말라니까! 난정 ..길상이하고 달래한테 인사도 없이 왔는데.. 모가비 참봉나리께서 기다리시겠다. 빨리가자. 모가비, 발걸음을 재촉하면 총총히 그 뒤를 따르는 난정. s#77. 송도 주막 마당 달래, 마당 한편에서 공기를 받고 있다. 길상 (마당으로 들어서며) 달래야. 왜 혼자있어?(둘러보며)..난정이는? 달래 (일어서서 다가오며) 몰라, 아까부터 안보이던걸? 길상 박연폭포 구경가기로 해놓고...어딜갔지? 능금 (방에서 나오며) 무슨 걱정이니? 우리끼리 구경가면 되지. 가자 달래야. 길상 ..난정이 올때까지 기다려보고. 능금 아무리 기다려도 난정인 안 와. 길상 뭐어? 그게 무슨 소리야? 능금 난정인 황부자 댁에 동녀로 팔려갔어. 길상 (놀라)뭐..동녀?! 능금 늙은이 잠자리 수발드는 거 몰라? 늙은이 첩실 노릇 하는 거말야. 길상, 뭔가를 생각하다가 주막 밖으로 달려간다. 능금 기,길상아!!...가봤자 벌써 늦었는걸 뭐... s#78. 동 황부자 집 사랑채 마당 집사를 따라 사랑채 방 앞으로 오는 모가비와 난정. 집사 나으리, 모가비가 왔습니다요. 황참봉(E) 오,그래? 황참봉, 방문을 열고 대청으로 나와 선다. 모가비 (조아리며) 약조한대로 데리고 왔습니다요. 황참봉 수고했네. (집사에게)저 애를 깨끗하게 씻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히게. 집사 예.(난정에게) 따라오너라. 난정 (쭈빗거리며 모가비를 보는데)...? 모가비 (입모양으로 '어여, 가봐'하며 손짓을 한다)... 난정, 집사를 따라 안채쪽으로 간다. 모가비 헤헤, 약조하신 나머지를 주셔얍죠? s#79. 어느 골목길 길상, 숨가쁘게 뛰어가는데 저 앞에서 싱글벙글하여 걸어오는 모가비. 길상 (모가비쪽으로 달려가 멈추며) 어르신! 모가비 (의아하여) 네가 어쩐 일이냐? 길상 어르신,정말 난정일 동녀로 들여보내셨습니까? 모가비 이놈아, 내가 난정일 동녀로 들였건, 색주가에 팔아먹었건 네놈이 나설 일이 아냐! 길상 그럴순 없습니다! 난정일 다시 데려 오세요! 모가비 뭐야, 이 자식이?! 모가비, 솥뚜겅같은 손으로 길상의 뺨을 퍽-후려친다. 입술이 터지며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길상. 모가비 네가 대가리 좀 컸다고 감히 내게 대드는거냐?! 길상 (피 터진 입술을 닦으며 보는)... 모가비 야, 이놈아. 어차피 춥고 배고픈 천한 인생인데 부자집 종노릇하면서 배부르고 등 따습게 지내면 호강이지, 뭘그려? 길상 ....하지만... 모가비 시끄러, 잔말 말고, 돌아가! (성큼성큼 가버린다) 길상 ....! s#80. 황참봉 집 부엌 안 난정이가 벌거벗은 채 함지박 속에 들어가 목욕중이다. 황부자댁 침모와 계집종이 난정의 몸과 얼굴을 씻어주고 있다. s#81. 어느 길(당산나무 아래 정도) 볼따귀가 벌겋게 부풀어오른 길상이 자책감에 젖은 얼굴로 앉아있다. 길상 (중얼대는)..다 나 때문이야..내가 우리패에 들어오란 말만 안했어도.. (눈물까지 글썽이며)..나 때문에 난정이가 팔려간거야.. (흠짓 무슨 생각이 났는지)...!! 길상, 고개를 들고 어딘가를 휙 돌아본다. s#82. 황부자집 별채 방 안(밤) 말끔한 얼굴에 새 옷으로 갈아입은 난정이가 앉아있다. 황참봉처가 약사발을 들고 들어오면 일어서는 난정. 황참봉처 (보며)..참 곱기도 하구나...(앉으며) 앉거라. 난정 (앉으며 불안하여)...마님..쇤네가..이 댁에..봄까지만 몸종 사는 것이 맞지요? 황참봉처 (안스럽게 보다가)..오냐..아무 걱정 말아라. 난정 (그제서야 인상펴진다)... 황참봉처 (약사발 들어주며) 마시거라. 난정 예에?..이게 무슨 약이옵니까? 황참봉처 ..보약이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테니 마시거라. 난정 ..예...(약사발을 들고 그 쓴 맛에 인상을 찌푸리며 마신다) 황참봉처 (안스럽게 본다)... s#83. 황부자집 사랑채 방 안(밤) 황참봉이 보료위에 앉아있는데 황참봉처가 들어온다. 황참봉처 아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황참봉 부자탕은 먹였소? 황참봉처 예..헌데 어린 것이 불쌍하옵니다. 황참봉 허, 왜 또 이러시오? 이게 다 아버님께 효도를 하려는게요. 황참봉처 아무리 효도도 좋지만 내 부모 봉양하자고 남의 귀한 자식을.. 황참봉 부인! 황참봉 지난번 동녀로 들인 아이도 독한 부자탕을 못견디고 석달만에 죽지 않았습니까? 황참봉 닥치시오! 그 애를 데려오는데 은자 백냥 값을 치뤘소. 그러니 아무말 마시오.(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황참봉처 (한숨 길게 내쉬는).. s#84. 동 사랑채 마당(밤) 황참봉, 난정이가 서있는 마당으로 내려선다. 황참봉 (난정을 흡족하게 보다가)..따라오너라. 난정 예.. s#85. 황부자 집 별채 마당(밤) 황참봉, 난정을 데리고 별채 마당으로 들어온다. 황참봉 (방 앞에 서서 안쪽에다) 아버님, 수발 들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황부자(E) (가래 끓는 목소리)..오냐..들이거라. 황참봉 예. (난정에게) 어서 들어가거라. 난정 ..예.. 난정,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간다. s#86. 동 별채 방 안(밤) 난정, 방안으로 들어와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인다. 금침이 깔려있는 아랫목에 누워있던 황부자노인이 벌떡 일어나 앉는다. 얼굴에 검버섯이 잔뜩 피어난 황부자 노인이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난정의 얼굴을 훑어본다. 고개를 돌려 황부자의 눈길을 피하는 난정의 당혹스런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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