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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 76


			
S#1 윤원형 집 초당 외경
			
배천댁과 탄실, 초당 방쪽을 엿듣고 있다.			
김씨E	서방님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니 
	대체 그 무슨 말인가?

			
S#2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김씨를 보며 말한다.			
난정	서방님께오서 금부에 끌려가셨사
	오니 무사히 돌아오시지는 못하
	실 것이오이다.
김씨	(버럭) 그 입 함부로 놀리지 말게! 
	서방님께오서 결백하신 것은 내 잘 
	알고 있음이야!
난정	서방님께서 끌려가신 의금부가 
	어떤 곳인지 모르시오이까? 금부는 
	결백을 밝히는 곳이 아니라 죄를 
	토설할 때까지 형장을 치고 주리를 
	틀고 단근질을 하여 천하에 둘도 
	없는 선인이라도 하루아침에 대역
	죄인으로 둔갑시키는 염라국이오
	이다!
김씨	...!
난정	더구나 아우님의 조부님이신 영상
	대감과 숙부이신 희락당대감이 
	앞장서시어 서방님을 죄인으로 
	옭아매고 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시지 않소이까?!
김씨	('아픈 곳을 찔린') ...!
난정	이런 판국에 서방님께오서 어찌 
	무사하실수 있으시겠소이까?!
김씨	(탄식)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난정	이 세상에서 서방님을 구명하실 
	분은오직 중전마마 한 분뿐이
	시옵니다.
김씨	(기대감에 난정을 보며) 
	..중전마마?
난정	지금 중전마마께오서도 궐내에서 
	고립무원되시어 위태로우신 처지에 
	놓이셨으니 낭패지요!
김씨	(낙심하는)...!
난정	허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은 있는 법이라 했소이다.
김씨	(흠짓 다시 보는) ...?!
난정	...

			
S#3 중궁전 방 안
			
자순대비, 윤비를 팽팽하게 노려보며 질책
하듯 말한다.			
자순대비	중전, 정녕 이 시어미의 뜻에 따르
	시지 못하시겠다는게요?!
윤비	신첩, 대비마마께 신첩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중전께선 이나라의 왕실과 조정의 
	안위보다 오라비의 결백이 더 중하
	다고 생각하시는게요?!
윤비	대비마마, 신첩과 신첩오라비들은 
	주상전하와 이 나라 종사를 위해서 
	하시라도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이
	옵니다! 하오나 신첩의 오라비가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것으로 이번 
	일을 덮어버린다면 이는 진정으로 
	전하와 이나라를 위한 일이 아닐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허면 어쩌자는게요? 이나라 왕실과 
	조정이 일개 장사치가 뿌린 뇌물에 
	연루되어 풍비박산(風扉雹算) 나도 
	좋다는 말씀이오?!
윤비	신첩은 이번에 티끌만한 의혹이라도 
	있다면 투명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그것이 진정한 전하
	의 어의이옵고 장차 전하께오서 정
	사를 돌보시는데 정도가 될 것이
	옵니다.
자순대비	중전께서 어떤 미사여구(美辭麗句)
	를 말하신들 이 늙은이 귀에는 오
	라비를 감싸주시려는 발명으로 밖에
	는 들리지가 않소이다!
윤비	마마, 신첩의 뜻은..
자순대비	(버럭) 중전! 늙은 시에미를 가르치
	실 생각일랑은 마시오!
윤비	...!
자순대비	허! 이 늙은이가 사람을 잘못 보았
	구먼! 중전께선 대의명분을 아시는 
	분인줄 알았거늘 이제보니 속좁은 
	아녀자에 불과하셨구려!
자순대비, 벌떡 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윤비	(참담한)...!

			
S#4 동 중궁전 마당
			
계단 아래에 대비의 가마가 놓여있고 무예청
들과 상궁나인들이 서있다.			
자순대비, 비틀거리며 중궁전을 나오면 조상
궁이 달려올라가 부액을 한다.			
자순대비, 조상궁의 부액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가 가마에 오른다.			
자순대비E(중궁전을 돌아보며) 중전, 이 시
	어미 말을 따르지 않으신 일을 반드
	시 반드시 후회하실 날이 있으리다!
자순대비를 태운 가마가 출발하여 어디론가 
간다.			
금이, 합문근처 일각에서 자순대비의 행차를 
훔쳐보다가 어디론가 간다.			

			
S#5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위에 놓인 치부책에 손바닥을 
올린채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윤비E	이 치부책에 오라버니의 이름만 
	오르지 않았어도 내 당장 김안로와 
	윤임이의 명줄을 틀어쥘 수 있는 
	것을! (주먹으로 치부책을 내려친다)
	
			
S#6 윤원형집 초당 방안
			
김씨, 불안함속에 일말의 기대감이 
담긴표정으로 난정을 보며 말한다.			
김씨	이보게, 자네한테 서방님을 구할 
	방도가 있기는 있는겐가?
난정	아우님, 이사람이 서방님을 구해
	드리면 이집 안채를 내어주시겠소?
김씨	(흠짓 굳으며) 뭐라?! 서방님 목숨
	이 경각에 처했는데 나와 거래를 
	하자는 겐가?!
난정	(미소) 하긴.. 어차피 이집 안방은 
	내차지가 될터인데 서두를거야 
	없지요.
김씨	(노려보는) ..뭐라?! 네 정녕..!
난정	(갖바치의 글귀가 들어있는 크기의 
	서찰봉투를 불쑥 꺼내 김씨에게 
	내밀며) 아우님, 이것을 중전마마께 
	전해드리시오.
김씨	(서찰봉투를 보며) ..이게 무언가?
난정	이 속에 서방님을 구할 방도가 들어 
	있소이다. 이사람은 당분간 입궐하지 
	못할 처지이니 아우님께서 이사람대신 
	중전마마께 심부름을 해달라는 말이오.
김씨	(불쾌한) ..심부름?!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이것을 보시면 서방님
	을 구해드릴 답을 찾으실것이오이다.
김씨	(서찰봉투를 받아들고 보며) ...!
	
			
S#7 동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난정, 대문을 나와 계단을 걸어내려 오다가 
대문쪽을 돌아보는 얼굴위로.			
난정E	아우님, 서방님께오서 방면되시오면 
	아우님 처지가 참으로 난감하실것이
	외다. 시댁이나 친정 양가로부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실터이니 말이오.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어디
	론가 간다)
길상	(한편에서 나타나 난정의 뒷모습을 
	보는) ...
	
			
S#8 의금부 옥사 앞 마당 
			
윤임, 금부도사와 함께 옥사쪽으로 걸어온다.			
금부도사	(멈춰서서) 드시지요, 판부사대감.
윤임	고맙네. (옥사안으로 들어간다)
			

S#9 동 의금부 옥사 안
			
윤임, 옥사안으로 들어와 
윤원형과 백치수가 갇혀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윤원형, 옥살에 기대 눈을 감은채 앉아있다가 
인기척에 눈을 뜬다.			
윤원형	(윤임을 보고 놀라) 아, 아니? 
윤임	(미소) 조카님, 고초가 많으시구먼. 
	어차피 변방 외직으로 나가는 것이나 
	귀양가는 것이나 매한가지인 것을 
	괜한 고집 피우지 말고 받은 돈이 
	청탁 뇌물이었다고 자복하시게나!
윤원형	(휙-돌아앉으며) 내 대감과는 마주
	하기도 싫소이다! 
윤임	허어, 조카님께서 단단히 화가 나셨
	구먼? 
윤원형	조카라니?! 누구 마음대로 조카요?! 
	내 대감과의 촌수를 잘라 내버린지 
	오래니 앞으로는 남남이외다!
윤임	남남이라? 자네가 그리생각한다면 
	어쩔수 없지.나도 그리 알고있겠네.
윤원형	말씀 끝났으면 이만 돌아가주시지요! 
	대감의 얼굴을 뵈니 구역질이나 
	한바탕 토악질이라도 해야 할 것 
	같사옵니다.
윤임	(빙긋) 내 자네가 아니라 백도주를 
	만나러 걸음을 했으니 잠시 참게나.
윤원형	...?!
윤임	(백치수 칸에 다가서서) 백도주, 
	내 말 들리는가?
백도주	(널부러진 채 눈을 뜨고 있는) ...
윤임	내 풍문으로 듣자니 대국에서 조선
	인삼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더
	구먼.
백치수	...
윤임	허허, 누구든 이럴 때 조선의 인삼
	독점권을 쥘수 있다면 천하를 살수
	있을 만큼의 재물을 벌수가 있을걸
	세, 아니그런가?
백치수	...!
윤원형E	(윤임을 힐끔보는) 저 놈이 대체 
	무슨 소릴 지껄이는게야?
윤임	백도주, 자네는 내 말뜻을 알아
	들었으리라 믿네. 허면 잘 생각
	하시게.(윤원형쪽을 보고는 돌아서 
	옥사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백도주, 저 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한게요?
백치수	(뭔가 생각하는 듯 눈을 빛내는) 
	...!
	
			
S#10 경빈 처소 외경
			
경빈E	(깔깔대는 웃음소리)호호호-

S#11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웃어대고 그 앞에 금이가 어색한 
웃음을 따라 웃으며 앉아있다.			
경빈	(금이를 보며) 금아, 대비마마
	께오서 크게 진노하시어 중궁전을 
	나오신 것이 틀림없느냐?
금이	예, 마마. 이년이 까닭을 
	알아볼깝쇼?
경빈	아니다, 그럴거 없느니라. 대비마마
	께오서 진노하신 연유야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금이	예에? 어찌..?
경빈	대비마마께오선 이번일이 일파만파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것을 
	저어하시어 윤승후관 혼자 죄를 뒤집
	어쓰는 것으로 덮어버리셨으면 하셨
	을테고 중전마마께오선 그리는 못하
	시겠다고 대비마마의 뜻을 거스르셨
	을테지!
금이	(감탄한 듯 보는) 예에..
경빈	중전마마께오선 꺽이어 부러지실망정 
	휘어지시는 분은 아니시다. 더구나 
	손에 치부책까지 움켜쥐시고 계신터
	에 이번일을 그냥 덮어두실리는 
	만무하지, 암!
금이	...
경빈E	(야릇한 미소) 허나 윤승후관의 
	이름이 적혀있는 치부책을 함부로 
	휘두를 실수도 없음이니.. 중전마마
	께오서 이 난제를 어찌 풀어낼 것인
	지 내 지켜볼 것이야!
경빈	(다시 웃어대는) 호호호-

			
S#12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분기가 가시지 않는 듯 울그락 
	불그락한) 모두가 이나라 왕실과 
	종사를 위해서거늘!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쳐 시어미의 청을 면전에서 물리
	치다니! (연상 쾅-치고는 벼르듯) 
	중전, 그 위세가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볼것이요!
	
			
S#13 희빈처소 방 안
			
향이, 희빈과 홍경주에게 고자질 하듯 말한다.			
향이	대비마마께오서 분기탱천하시어 대비
	전에 돌아가신 연후에도 수라까지 
	물리치셨다하옵니다.
희빈	(끄덕이며) 암, 며느리한테 면박을 
	당하셨는데 분하신 마음이 그리 쉽게 
	풀리실라구? 향아, 애썼느니라, 
	나가보거라.
향이	예, 마마.(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희빈	(홍경주를 보며) 아버님, 대비전과 
	중궁전에 틈이 벌어진 듯 싶사옵니다. 
홍경주	마마께오서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시
	고 두분의 갈라진 틈에 쐐기를 박아 
	넣으시어야 하옵니다! 그래야 마마께
	오서 교태전에 한걸음 더 다가서시게 
	되시옵니다.
희빈	(쌩끗) 예, 아버님, 이사람을 믿으시
	옵소서.
	
			
S#14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정광필과 안당을 보며 말한다. 			
중종	과인은 백아무개의 뇌물과 연루된 
	조정신료들의 수가 상당할 것이라 
	생각하오. 경들이 내사해본 바로는 
	어떠하오?
정광필	신들이 내사과정에서 백아무개의 뇌물
	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조정신료들은 
	다수 있었사오나 확증이 없기에 좀 더 
	내사를 진행시켜야 할줄로 사료
	되옵니다.
중종	경들은 모쪼록 서둘러주시구려. 
안당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이번 일에
	는 신들의 내사를 돕고있는 사헌부의 
	관헌들까지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중종	뭣이라, 감찰을 맡고 있는 사헌부 
	관헌들조차도요?!
정광필,안당	망극하옵니다!
중종	허어, 어찌 이런일이?! 이런 일이?! 
	가장 지엄하고 추상같아야 하는 사헌
	부까지 썩었다면 온 조정이 부패하고 
	있음인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수 
	있단 말인가?!
정광필,안당	(유구무언이다)..
중종	(분노로 연상을 쾅 치며) 아니되오! 
	아니되오! 과인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진흙탕으로 더럽히는 것을 
	더는 좌시하지 않을것이오! 과인은 
	조정 신료들을 모두 잃더라도 이번일
	에 연루된 자들은 모두 치죄할 것이오!
	
			
S#15 윤원형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지임E	..원로야 ..원로야..

S#16 동 윤원형집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머리를 싸매고 누워있고 그 앞에 
윤원로가 앉아있다.			
그 앞에 약사발이 놓여있다.			
윤원로	(윤지임의 손을 쥐며) 예, 아버님. 
	소자 여기 있사옵니다.
윤지임	(손을 뿌리치며) 이놈아, 네 어찌 
	여기 있는게냐?
윤원로	예에? 소자, 아버님의 수발을 들고 
	있지 않사옵니까?
윤지임	네 아우가 금부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 있는판에 형이란 작자가 이리 
	팔짱만 끼고 있을게냐?!
윤원로	(한숨 푹) 조정신료들께서 우리 삼부자
	에게 등을 돌렸사온데 소자같은 백두가 
	무슨 힘으로 원형이를 구명 하겠사옵니
	까?
윤지임	이놈아,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움켜쥔다고 광화문 앞에서 자리를 깔고 
	주상전하께 석고대죄를 드리던지, 
	아니면 금부옥사에 네 아우 옆칸에 
	들어가 앉기라도 해야될거 아니냐?!
윤원로	..송구하옵니다..
윤지임	어여, 어여 나가봐!
윤원로	예, 아버님...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지임	우애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S#17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윤원로, 한숨을 푹 쉬며 걸어오는데 초당쪽에서 
당의를 입은 김씨가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고 
나온다. 			
윤원로	(곱지 않게 보며) 험,험! 제수씨, 입궐
	하시려는게요?
김씨	예, 중궁전에 들어 중전마마를 알현하려
	하옵니다.
윤원로	(서먹한) 중전마마께오서도 원형이를 
	구해내실 뾰족한 수가 없으실테니 큰 
	기대는 하시지 마시구려.
김씨	... 
윤원로	(시선 피한채) 제수씨 중궁전에 드시기 
	보다는 차라리, 친정에 가시어 영상대감
	이나 희락당 대감께 눈물로 사정을 하시
	는 편이 빠르실게요.
김씨	('그리했던 가슴 아픈 일이 생각나는 
	듯') ..!
윤원로	내 말대로 하시지요, 제수씨.
김씨	(배천댁과 탄실에게) 해 떨어지기전에 
	퇴궐해야 하니 서둘러야겠다. 
배천댁,탄실	예, 아씨.
김씨	(윤원로에게 조아리고 대문쪽으로 간다)
배천댁,탄실	(김씨 뒤를 따르고)..
윤원로	(김씨의 뒷모습 보며 쓴입맛을 쩍 다시
	고는 다시 한숨 푹 내쉰다) ..어쩐다?
	
			
S#18 김안로 사랑채 외경
			
정렴, 지루한 듯 한편에서 하품을 해대는데			
윤임, 황서방을 따라 사랑채 방쪽으로 걸어온다.			
정렴	(벌떡 일어나 조아리며) 판부사대감, 
	그간 기체대안하셨사옵니까?
윤임	(끄덕이며) ..음! 도총관대감만 와계신게 
	아니었구먼? 그래 자네도 무고하였는가?
정렴	예, 대감께오서 염려해주신 덕분이시옵니
	다.
윤임	허허, 내 덕분이라니? 행여라도 아버님
	듣는데서는 그런소리 말게나! 
	(황서방에게) 고하게.
황서방	(방쪽에다) 대감마님, 판부사대감 오셨
	사옵니다.
김안로	어서 뫼시게.
황서방	예. (윤임에게) 드시지요.
윤임	(방안으로 들어간다)

			
S#19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윤임,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김안로와 정윤겸, 찻상을 놓고 앉아있다가 
반갑게 본다.			
정윤겸	(미소) 판부사 대감, 오랜만에 뵙겠
	소이다.
윤임	(앉으며) 참으로 뜻밖이옵니다. 도총관
	대감께오서 희락당대감 댁을 다 찾아 
	주시다니요?
정윤겸	허허, 도총관이라니요? 파직을 당한게 
	언제적 일인데요!
윤임	예에.. 세자저하께오서 책봉을 받으시
	기 전이니벌써 그리되었군요.
정윤겸	...
김안로	판부사대감, 정대감께오선 우리와 한배
	를 타시기로 하셨사옵니다.
윤임	(흠짓) 예에? 한배를 타다니요?!
정윤겸	이사람, 그동안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지내는 동안 신하가 본분만을 지키는 
	것이 충성은 아니란 것을 깨달았소이다. 
	때로는 신하의 본분에서 벗어난다 할지
	라도 군주의 마음을 읽고 행하는 것이 
	진정한 충성인게지요!
윤임	허허, 정대감답지 않으신 말씀을 하시
	옵니다.
정윤겸	(간곡한) 두분대감께오서 기회를 주신다면 
	이사람, 주상전하와 세자저하를 위해 멸사
	봉공할 것이외다. (고개를 숙이는)
김안로,윤임...!
정윤겸	허면 이사람, 두분 대감을 믿고 이만 
	가보겠소이다. (일어난다)
김안로	예, 살펴가시지요.
윤임	다음번엔 장통교 기방에서 만나 술잔이라도 
	기울이시지요.
정윤겸	예, 그럼. (방밖으로 나간다)
윤임	대감, 우리와 한배를 타겠다는 정대감의 
	말을 믿을수 있겠소이까?
김안로	좀 더 두고 보면 깊은 심중을 열어보이
	시겠지요.
윤임	음!.. 대쪽같이 꼿꼿하던 사람이 저리 
	변한 걸 보니 어찌 서글프구려.
김안로	예.. 세월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게지요.

			
S#20 어느 길
			
정윤겸, 정렴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정윤겸	(회한 가득한 표정)...!

			
S#21 중궁전 외경
김씨, 중궁전 계단을 오르는 모습 위로			
엄상궁E	중전마마, 윤승후관 안으서 들었
	사옵니다.
윤비E	들라해라.

			
S#2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 앞에 앉아있는데 방문이 열리고 
김씨가 방안으로 들어와선다.			
김씨	(방문앞에 선채) ..중전마마..소첩, 
	오랜만에 문후 여쭈옵니다..
윤비	(냉담한)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어인 
	일로 중궁전에 발걸음을 하시었소?
김씨	(무릎을 꿇고 방바닥에 머리를 조아
	리며) 마마, 소첩의 친정에서 중전
	마마의 가문을 핍박하고 큰 누를 
	끼친 것을 사죄드리옵니다.
윤비	(보는) ..
김씨	(눈물 흘리며) 중전마마, 부디 하해
	와 같으신 마음으로 소첩과 소첩 
	친정의 무도함을 용서해주시옵소서.
윤비	(무감정한) 영상대감과 희락당대감이 
	이사람과 우리 가문을 위협하고 오라
	버니를 금부옥사에 까지 하옥시킨 일
	이 오라버니 안으서 탓은 아닙니다. 
	허니 눈물을 거두세요.
김씨	...황감하옵니다.
윤비	또한! 오라버니 안으서께서는 김씨 
	가문에서 보면 출가외인이십니다!
김씨	(움찔 보는) ..?!
윤비	이사람은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영상
	대감이나 희락당대감을 찾아다니며 
	이 사람이나 내 가문에 대한 핍박을 
	거두어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구차한 짓을 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김씨	...!
윤비	저들은 오라버니 안으서의 읍소에 
	귀를 기울여주지도 않을뿐더러 사정
	을 봐주지 않을것입니다! 아니 저들
	이 핍박을 거두어준다해도 이 사람이 
	저들을 용서치 않을것입니다!
김씨	(섬뜩한) ...
윤비	(담담한 어투가 더욱 냉랭하게 들리
	는) 오라버니께오서 금부옥사에서 
	문초를 받으시는 일로 궐내가 어수선
	합니다.허니 이만 돌아가도록 하세요
	!
김씨	..마 ..마마..
윤비	이사람에게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
	신겝니까?
김씨	..소, 소첩.. 작은집이 중전마마께 
	전해 올려달라는 전갈을 가져왔사
	옵니다.
윤비	(그제서야 표정의 변화가 보이는) 
	난정이가요?
김씨	..예, 마마.
윤비	이리 다가와 앉으세요.
김씨	예.. (일어나 윤비앞으로 조심스럽
	게 다가가서 앉는다)
윤비	전갈이라니요?
김씨	(품에서 서찰을 소중하게 꺼내어 
	두손으로 건넨다) ..
윤비	(서찰을 받으며 기대감에 눈이 
	빛나는) ..
김씨	(윤비의 표정을 살피며 섭섭함과 
	자괴감이 스치는) ..
윤비	(김씨를 보며 미소를 보이는) 오라
	버니 안으서가 보시기에 난정이가 
	어떻습니까?
김씨	예에? 어떠하다니요?
윤비	그 아이의 사람됨이 어떠하냐 이 
	말씀입니다.
김씨	(주저하는데) ...
윤비	난정이가 겉으로는 방약무도하고 
	드센척하지만 눈물도 많고 속내도 
	여린 아이입니다.
김씨	...
윤비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넓은 아량으
	로 난정이를 감싸주세요. 그리하시
	면 난정이도 오라버니 안으서께 
	마음을 열어 줄것입니다. 이사람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김씨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마마. 
	하오면 소첩은 이만 물러가겠
	사옵니다.
윤비	예, 그리하세요.
김씨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손에 든 서찰을 보는) ...!

			
S#23 동 중궁전 마당
			
김씨, 중궁전을 나와 
계단을 뛰듯이 내려간다.			
김씨, 급히 계단을 내려서다 바닥에 
넘어진다.서글픈 눈물이 줄줄 흘러
내리는 김씨의 얼굴위로			
김씨E	마마, 어찌 소첩의 마음을 이리도 
	아프게 하시는 것이옵니까?! 흐흑
	..
김씨, 울음을 삼키며 일어나서 합문쪽으로 
나간다.			

S#24 갖바치 마당 
임백령, 한켠에서 장작을 텅-텅-쪼개고 
있다.			
당골네, 임백령 옆에서 안절부절하며 
어쩔줄 몰라한다.			
당골네	아유, 글공부하시는 선비님께오서 
	장작패는 일을 하시다닙쇼? 
	얼른 도끼를 내려 놓으시옵소서.
임백령	(미소로 돌아보며) 난 괜찮으니 
	가서 일 보시구려.
당골네	괜찮다닙쇼? (도끼자루를 
	뺏으려들며) 이런 건 미천한 천것
	들이나 하는 짓인걸입쇼!
임백령	허허, 괜찮대도 그러는구려?
당골네	아이고, 생기신 것은 옥골이신 
	분이 어찌 고집은 쇠심줄처럼 
	질기실까? 
임백령과 당골네, 도끼자루를 움켜쥐며 
실갱이 하는데 쇠가죽지게를 진 갖바치와 
방백인이 대문안으로 들어선다.			
방백인	(놀라 버럭) 이 여편네야?! 지금 
	무슨 짓거릴 하는게야?!
당골네	(돌아보며) 무슨 짓거리라니요? 
	선비께서 장작을 패시길래 말리는
	게지요!
방백인	(의심스럽게보는) ...
임백령	괜한 오해마시오. 내 글공부를 
	하다 심신이 곤하여 운기를 좀 
	하려했더니 아주머니가 이토록 
	말리지 뭡니까?
갖바치	(지게를 벗으며) 허허, 예, 서책
	만 들여다보시는 선비분들에게 
	장작패는 일은 헝클어진 머릿속을 
	맑게 해주는 운기법이지요. 운기
	가 끝나셨으면 드시어 술이나 한
	잔 하시지요.(방쪽으로 가면)
임백령	술이라, 거 좋지요! (도끼를 놓
	고 갖바치 뒤를 따른다)
방백인,당골네	...?
	
			
S#25 난정모 방 안
난정, 화선지 앞에 앉아 고요한 시선으로 
백지를 내려다본다.			
난정, 붓을 들어 백지위에 획 하나를 
휘청- 긋는다.			
난정, 선들을 긋는 진지한 얼굴위로			
난정E	(자기 마음속에 십계명처럼 새겨
	넣듯) 용감하여 죽음을 가벼이 
	하는 것을 멀리할지니!.. 성정이 
	조급하여 때를 기다리지 못함을 
	경계할지니!.. 탐욕스러움을 자제
	할지니! 지혜 속에 도사린 겁내는 
	마음을 버릴지니! 신의가 넘쳐 
	남의 말에만 의존하지 말지니!..
난정, 긋는 획들이 모여 난초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난정, 땀배인 얼굴로 붓을 멈추고 
화선지에 그려진 난초를 보는데..			
옥매향E	(방밖에서)난뎡아-난뎡아- 안에 
	있네?
난정	(방문쪽 돌아보는) ..?!

			
S#26 동 난정모 마당
			
난정, 방문을 열고 나오면 옥매향과 
모린이 서있다.			
난정	(반갑게) 매향아...모린이도 
	왔구나.
옥매향	(곱게 흘기며) 에미나이래, 
	암자에서 하산했으믄서 어케 
	기방에 한번 놀러오디 않는
	거이네?
난정	니가 이렇게 찾아와줬으니 
	된거지.. 들어와.
옥매향	기래, (모린이보고) 모린아, 
	들어가자우.
난정, 옥매향과 모린, 방안으로 들어간다.			
	
			
S#27 동 난정모 방 안
			
난정과 옥매향, 모린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옥매향, 방바닥에 펼쳐진 화선지 그림을 
본다.			
옥매향	에미나이래, 난을 티고 
	있었구나야.
난정	(화선지와 필묵을 치우며) 난은 
	무슨? 흉내만 내본거야..
옥매향	(앉으며) 내레 실은 난뎡이 너한테 
	댜랑하러 온거이야.
난정	(보며) 자랑이라니?
옥매향	(얼굴가득 웃음이 피어나며) 내레
	.. 평생의 뎡인을 만난거 같아..
난정	뭐어?.. 매향아, 그게 무슨 
	말이니? 숨김없이 털어놔 봐.
옥매향	내레 어떤 선비분을 만나드랬는데
	... 내레 사내를 보고 가슴이 
	떨려본거이 난생 텸이야.
난정	(호기심 가득) 콧대높은 우리 매향
	이 가슴을 설레게 한 선비가 대체 
	누군데?
옥매향	(웃음) ..


S#28 갖바치 방 안
			
임백령, 물대접을 들어 벌컥벌컥 마신다.			
갖바치와 방백인, 탁배기잔을 마신다.			
임백령	(술을 마신 듯 손등으로 입술을 
	훔치며) 크으- 취하는구나.
당골네	(갸우뚱) 선비님께선 어찌 맹물에 
	취하십니까?
방백인	(취한) 이 여편네야, 술에 취하나 
	물에 취하나 그게 그거지 왜 
	시비야?
임백령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하거니, 
	내 술을 사랑한들 어찌 부끄러우랴 
	내 이미 들었노라, 맑은 술은 성인
	과 같고, 탁한 술은 현자와 같다고 
	일렀음을-
갖바치	이백을 좋아하시는 걸뵈니 임선비
	께서도 풍류를 아시는 듯 싶사옵니
	다.
임백령	(머슥한 웃음) 풍류를 몰라서야 
	어찌 대장부라 하겠소이까? 내 
	이번 과거에 장원급제를 하면 거나
	하게 마셔볼 작정이오.
방백인	예, 장원급제만 하시오면 이놈이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대접을 하겠
	사옵니다.
임백령	아니오, 벌써 선약이 되어있소이다. 
	허니 그 다음번으로 하십시다.
방백인	선약이라니요? 누구하고요?
임백령, 물대접을 들고 음미하듯 마시는 
얼굴위로 			
			
S#29 난정모집 방 안
			
활짝 웃는 옥매향의 얼굴.			
난정	허면 임선비께서 갖바치 아저씨네서 
	식객노릇을 하신단 말이니?
옥매향	(끄덕끄덕) 내가 알아본 바로는 
	기래.
난정	다음번 갖바치 아저씨네 들를 때 
	내가 선을 좀 봐야겠구나.
옥매향	난뎡아, 너 림선비를 뵙더래도 내레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말 흘리면 
	뎔대 아니된다! 알간?
난정	..글쎄?
옥매향	난뎡이 너?
난정	알았어, 약조할게..
옥매향	기럼 내레 니만 가볼게. (일어서며)
난정	벌써가려고?
옥매향	기방문 녈어야디. 실은 내레 너한테 
	뎨일 텸으로 알려듀고 싶어서 
	온기야.
난정	그래, 고맙다. 매향아.
모린	...
			
S#30 난정모 대문 앞
			
난정과 옥매향, 모린이대문을 나온다.			
옥매향, 난정에게 웃어주고 간다. 
그 뒤를 따르는 모린.			
난정, 저만치 가는 옥매향과 모린의 뒷모습
을 본다.			
모린, 자꾸만 힐끗돌아보면 난정,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S#31 동 난정모 마당
			
난정, 힘없이 툇마루쪽으로 걸어가 털썩 
앉는다.			
난정E	(웬지 까닭모를 서운함) 그래, 
	매향아..너도 네 연분을 찾았
	구나.
난정, 얕은 한숨을 내쉬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대문안으로 누군가 급하게 뛰어들어온다.			
난정, 놀라 뒤를 돌아보면 
모린, 숨을 헐떡이며 난정앞에 다가와
선다.			
난정	(영문몰라) 모린아.. 왜 그러니
	..?
모린	(숨을 고르며 입을 여는) ..난정
	아씨, 이년은 난정아씨를 뫼시고 
	싶사옵니다.
난정	(충격) 모, 모린아... 너, 
	너..?!
모린	(난정을 강렬하게 보는) ...
	
			
S#32 중궁전 외경 (밤)
	
			
S#33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연상위에 놓인 종이위에 쓰인 
<生卽必死 死卽必生> 글귀를 골똘히 
내려다 보고 있다.			
윤비E	생즉필사.. 사즉필생이라..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고, 죽고자
	하면 반드시 죽는다?..(고개를 
	들며) 난정이가 무슨 뜻으로 이 
	넉자를 보냈을꼬? 무슨..? 
	
			
S#34 편전 방 안 (밤)
중종, 심난한 표정으로 연상위에 펼쳐진 
상소를 읽다가 탁 덮어버린다.			
윗목에 앉아있던 김승지가 움찔 중종의 
눈치를 살핀다.			
중종	허어! 과인이 읽고있는 상소마다 
	익명서를 방불케하는 온갖 유언
	비어와 마타도어가 난무하고 있는
	가?! 이 나라 조정이 어찌 이리 
	되었단 말인가?!
박승지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중종E	(주먹을 움켜쥐며 결연한) 이리 
	놔두어선 아니돼! 조정신료들이 
	과인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음이야! 
	과인이 결단을 내려야 함이야!
중종	(박승지를 보며) 승지는 들으라!
박승지	예, 전하. 하명하시옵소서!
중종	과인이 금부에 하옥되어있는 윤승
	후관과 백아무개를 친국할 것이다! 
	당장 친국차비를 하라!
박승지	예에? 친국이라 말씀하셨사옵니까?!
중종	(단호한) 그래! 과인이 친국을 하여 
	동이 트기 전까지 진실을 밝혀낼 
	것이야!
	
			
S#35 대궐 전각들위 밤하늘에 마른 번개가 
내려친다
	
			
S#36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충격받은 표정으로 엄상궁을 본다.			
윤비	뭐라?! 주상전하께오서 내 오라버니
	를 친국 하신단 말이냐?
엄상궁	예, 추관과 금부당상은 물론이옵고 
	삼정승과 육판서분들을 입궐하라 
	명하셨다하옵니다!
윤비	(비틀하다가 손으로 연상을 잡으며)
	 ...!
엄상궁	(윤비 옆으로 다가와 부축하며)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윤비	..전하께오서 친국을 하신다면 오라
	버니께오서 무사하시지는 못하실 것
	을!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
엄상궁	...

			
S#37 대비전 방 안 (밤)
			
자순대비, 촛불을 쏘아보며 벼르듯 말한다.			
자순대비	암요, 주상께서 친국을 하시어 
이번 일의 흑막을 분명히, 분명히 밝혀내시
어야 할것입니다!
			
S#38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E	드디어 조정에 회오리가 몰아치기 
시작했구먼! 김안로, 윤임이 실컷 웃어 
두거라! 중전을 찍어내려고 이번 일을 모의
한 네놈들 먼저 중전의 손에 찍혀져 
나갈것이야!
			
S#39 의금부 마당 (밤)
			
형틀과 형구가 놓여져있고 금부도사의 지휘
아래 횃불을 든 군졸들이 도열해 섰다.			
정광필과 안당, 김전,남곤,이유청(*), 홍경
주,심정,김안로,김제학과 판서급의 신료들
(*)이 웅성거리며 서있다.			
금부당상자리는 비어져있다. 			
대전내관E주상전하 납시오
-중종, 상궁나인들이 조족등을 밝히는 가운
데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비롯한 별감들을 
거느리고 마당으로 들어온다. 조정신료들, 
동작과 잡담을 멈춘채 중종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조아린다. 중종, 금부당상의 자리에 
올라 용상(*혹은 교의)에 앉는다.			
중종	(정광필에게) 죄인들을 끌어내라!
정광필	(금부도사에게) 죄인들을 끌어
	내라는 어명이시다-
금부도사	(나장들에게) 죄인들을 끌어내랍
	신다-
나장들	예! (옥사쪽으로 뛰어간다)김전, 
	남곤, 김안로, 홍경주,심정, 
	김제학의 긴장된 얼굴들.. 
중종, 굳은 얼굴로 묵묵하게 앉아있다.			
나장들의 인도로 옥졸들이 오라에 묶인 
윤원형과 백치수을 끌고나온다.			
백치수, 몸을 가누지 못한채 거의 땅바닥에 
질질 끌려나온다.			
옥졸들, 윤원형과 백치수를 형구의자에 
앉힌다.			
백치수, 고개를 떨군다.			
윤원형	(주변의 면면을 살피다 중종을 
	보고는 놀라)..저,전하!
중종	윤승후관! 이 친국장에서 그대는 
	과인의 처남이 아니다! 과인은 
	죄인을 국문하는 군주고 그대는 
	죄인일뿐이다!
윤원형	예에.. 죄,죄인이라니요?
중종	외척의 신분으로 백아무개의 삼만량
	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대죄가 
	될 터! 어찌 네 죄를 모른다고 할
	것이냐?!
윤원형E	(그 서슬에 움츠려드는) 허, 오늘밤 
	윤원형이가 죽는구나!
중종	과인은 그 돈이 청탁뇌물이었는가의 
	여부를 가리고자 함이니라! 허니 
	과인의 하문에 추호라도 거짓이 있거
	나 토설치 않을시에는 이 자리에서 
	참수할 것이니 이실직고 하되 답변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윤원형	(침을 꿀꺽 삼키는) ...!
중종	과인의 말뜻을 알겠느냐?
윤원형	예, 전하! 신은 한치의 거짓도 없이 
	토설하겠나이다!
	
			
S#40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힘이 빠진 채 앉아있다.			
엄상궁, 윤비의 팔을 주물러 주고 있다.			
오상궁E	(방밖에서) 중전마마, 오상궁이
	옵니다.
윤비	들게!
오상궁	(방문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선다) 
	중전마마, 친국이 시작되었다
	하옵니다.
윤비	음..!
윤비E	(눈빛을 빛내며) 오라버니, 모질게 
	마음을 잡수세요. 오늘밤은 반드시 
	반드시 살아남으시어야 합니다!
S#41 의금부 마당 (밤)
			
중종, 윤원형에게 묻고 있다.			
중종	죄인은 옆에 있는 백아무개에게 
	은자 삼만량을 받은적이 있는가?
윤원형	예, 신 분명 삼만량을 이자가 수결
	한 어음으로 받았사옵니다!
중종	(공초문을 보고는) 분명 백아무개
	에게 받은 것이 삼만량짜리 어음 
	뿐이더냐?
윤원형	예, 전하.. 신은 분명 그리 기억하
	옵..
중종	(말을 자르며) 죄인 입에서 바른 
	말이 토설할때까지 주리를 틀어라!
금부도사	주리를 틀라신다!
형졸들	예! 
윤원형	(당황하여) 저, 전하, 어찌? (형졸
	들 주리를 틀면 고통스러운 비명) 
	아악-
중종	(윤원형을 무섭게 노려보다가 벌떡
	일어나 마루 끝으로 나온다) ..
일동	(간담이 서늘한 각자의 표정)..
윤원형	(비명을 질러댄다)
		
			
S#42 자운아 기방 안채 외경 (밤)
			
기방답지 않게 조용한 분위기다.			

			
S#43 동 자운아 기방 부엌 안 (밤)
			
모린, 함지박에 담긴 그릇이며 접시등을 
설거지를 하고 있는 얼굴위로			

			
S#44 난정모 집 방 안 (낮, 모린의 회상)
			
난정, 앞에 앉은 모린을 바짝 보며 말한다.			
난정	모린아, 너 처음부터 말을 할줄 
	알았던거니?
모린	..예. 아씨..
난정	헌데 왜 지금껏..
모린	(글썽) ..아비, 어미가 참살당하
	는 것을 본뒤로 세상이 무섭고 
	미워서...몇번이나 목숨을 끊으려
	고 했사온데 차마 죽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
난정	그래서 세상과 연을 끊기로 하고 
	말을 버렸던게야?
모린	(끄덕이며 눈물 주르르) ..헌데 
	아씨를 처음본 이후로 아씨에게만
	은 다 털어 놓고 싶었사옵니다..
	이년도 어찌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사옵니다.
난정	(보는) ...
모린	아씨, 부디 이년을 거두어주세요. 
	이년 아씨를 곁에서 뫼시고 싶사
	옵니다.
난정	그래, 모린아, 내 너를 거두어줄 
	것이야. 허나 그전에 몇가지 약조
	를 할수 있겠니?!
모린	아씨를 뫼실수 있다면 뭐든 약조
	드리겠사옵니다.
난정	당분간 기방에 머물도록 해라. 
	지금은 네가 기방에 있는 것이 
	나를 위하는 일이야. 그리해줄 수 
	있겠니?
모린	(울상) ..아씨..
난정	이건 명이니라! 그리하도록 해!
모린	예, 아씨..
난정	단 네가 말을 할줄 안다는 것을 
	누구도 알아서는 아니된다! 
	넌 평생 내앞에서만 말문을 열어야 
	할것이야, 약조할수 있겠니?
모린	예, 아씨 약조드리겠사옵니다.
난정	(미소로 보는)...

			
S#45 자운아 기방 부엌 안 (밤)
			
모린, 신선로따위를 북북 닦는데			
옥매향E	(방쪽에서) 모린아, 아래태에 술 
	더 들이라우!
모린, 일어나 앞치마에 손을 닦고 한곳에 
놓인 술병을 집어들고 부엌밖으로 나간다.			

			
S#46 동 자운아 안채 마당 (밤)
			
모린, 술병을 들고 부엌에서 나와 아래채
쪽으로 걸어가는데 아랫방문에 
옥매향과 한량1(*),한량(*)의 실루엣이 
비친다.			
옥매향E	(아랫방안에서) 기런데 오늘밤은 
	어띠 술손님이 없는거야요? 님금
	님께서 금듀령이라도 내리신거야
	요?
한량1(*E)(아랫방에서) 오늘밤 주상전하
	께오서 윤승후관을 친국하시니 
	그렇지!
옥매향E	(아랫방에서) 틴귝이요?
모린	(아랫방 앞에서 움찔 멈춰서는)
	 ..! 
한량2(*E)(아랫방에서) 삼정승 육판서 
	대감들께선 친국장에 불려들 
	나가셨고 이런 기방에 드나들만한 
	당상관이니 참상관들이야 윤승후관
	과 백아무개 한마디에 목숨이 달아
	날 판인데 어디 술맛이 나겠느냐?
옥매향E	님금님께서 윤승후관을 친국하시는
	게 틀림없시오?
한량1(*E)암, 윤승후관도 안됐지..친국이 
	끝나면 뼈들이 튕겨져나가 평생을 
	방안에서 자리보전을 할텐데 안됐
	네, 안됐어.. 쯧쯧..!
모린	(충격으로 술병을 떨어뜨린다)..!
옥매향, 아랫방문을 열고 방밖으로 나오면			
모린, 놀란 얼굴로 중문밖으로 급하게 
뛰어간다.			
옥매향	(모린 뒷모습을 보며) 뎌, 뎌 
	에미나이래?
	
			
S#47 의금부 마당 (밤)
			
윤원형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밤하늘에 
퍼져나간다.			
중종, 손을 들면 정광필이 금부도사에게 
말한다.			
윤원형의 비명소리가 이어진다.			
정광필	멈추어라!
금부도사	멈추랍신다.
형졸들, 주리틀기를 멈추면 윤원형,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떨군다.			
중종	죄인은 지난 정축년 과인과 중전의 
	친영례당시 각지에서 올라온 진상
	물을 탕진한 연후에 그것을 돌려주
	라는 과인의 명에 구휼미를 풀었던 
	일을 기억 하느냐? 
윤원형	(비명지르다 지친) 예.. 기억하옵
	니다..
중종	그때 네가 구휼미로 나눠준 미곡이 
	백아무개의 객주에서 보내온 쌀섬
	이었음을 부인하려드는게냐?!
윤원형	예.. 이제 생각이 나옵니다..신이 
	아둔하여 기억을 하지 못했을 뿐이
	옵니다..
중종	백아무개가 조정의 승후관따위에게 
	어찌 삼만냥이라는 거금을 순순히 
	내주었겠느냐? 이는 필시 네가 아
	닌 중전의 뒷배를 보고자 건네주었
	던 청탁뇌물이 아니었더냐?!
윤원형	저, 전하, 천부당만부당하옵니다! 
	그런 일은 결코 없었사옵니다!
중종	(벌떡 일어나) 죄인이 받은 삼만냥
	의 댓가로 중전이 백아무개에게 무
	엇을 주었는지 이실직고하지 못할
	까?
윤원형	전하! 기필코 그런 일은 없었사
	옵니다!
중종	죄인의 입에서 바른 말이 나올때
	까지 주리를 틀어라!
형졸들	예-
형졸들, 가혹하게 주리를 틀어댄다.			
윤원형,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러
댄다.			

			
S#48 중궁전 방 안 (밤)
			
윤원형의 비명소리의 여운이 이어지면서			
윤비, 양손으로 귀를 틀어 막은채 고통
	스럽게 몸부림친다.			
윤비	아니돼! 아니돼!
엄상궁	(부축하며) 마마, 고정하시옵소서.
오상궁	마마..
윤비	(비명을 지른다)

			
S#49 난정모 집 방 안 (밤)
			
난정, 고요한 정적속에서 
난을 치고 있는데			
모린E	(대문쪽에서 방문쪽으로 뛰어오며) 
	아씨! 난정아씨!
난정, 방문쪽을 돌아보는데 			
모린, 방문을 벌컥 열고 허겁지겁 방안으로 
들어온다.			
모린	(땀범벅이 된채 숨을 몰아쉬며) 
	아씨, 크, 큰일났사옵니다!
난정	큰 일이라니?
모린	지금 윤승후관 나으리께오서 친국을 
	당하고 계신다 하옵니다!
난정	(흠짓 놀라) 친국?!
윤원형E	(비명소리) 아악-
난정	(놀라 소리나는 곳을 돌아보면) 
	...!!
	
			
S#50 의금부 마당 (밤)
			
윤원형, 세찬 고문에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윤원형 얼굴에 뿌려지는 물.
윤원형 비명을 멈춘다.			
	
			
S#51 난정모 집 방 안 (밤)
			
난정, 윤원형의 처참한 몰골을 눈으로 본 듯 
놀라 경악하여 비명을 지르듯 외친다.			
난정	나으리, 나으리
	살아 남으셔야 하옵니다.
	살아 남으셔야 하옵니다.
난정, 비명을 지르듯 외쳐대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여인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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