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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 85


s#1. 편전 외경(낮)


엄상국과 오상궁등 중궁전 상국나인들이 서있는 
모습위로

중종(E)     (놀라)중전, 어찌 이러시는게요?!
엄상궁,오상궁(불안한 표정으로 편전쪽을 돌아
본다)..!

s# 동 편전 방안

윤비,입을가리고 도통스럽게 헛구역질을 해댄다.
중종,당혹스럽게 윤비를 보고 윤형원,역시 놀란 
눈으로 윤비를 본다.
윤비, 헛구역질을 계속하는데..

난정  (윤비의 옆으로 다가가 등을 쓸어주며)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윤비      (헛구역질을 가까스로 멈추며)..오냐..
            괜찮느니..(중종을 보며)전하,황공하
            옵니다.
중종      (걱정스럽게 보며)이제 역증이 좀 가라 
             앉으시오?
윤비       예..전하,신첩의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중종       무례는 무슨요?중전께서 그동안 마음을 
             너무많이 쓰시어 그러는듯 싶소. 과
            인이 내의원에 일러 체증에 좋은약을 지
             어 올리라 하겠소.
윤원형    (안도하는 표정으로 보는)..
난정       ..마마,입안을 헹궈내시옵소서.(윤비의 
             입가에 물대접을 대어주는)
윤비       (난정이 입에 대준  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돌려 난정이가 받쳐주는 다른 빈대
             접에 뱉어낸다)..
중종       여봐라! 김상궁 게 있느냐?
김상궁(E)    (방 밖에서) 예.
김상궁    (방문 열리면 들어서서)전하, 찾아계시
             옵니까?
난정       (미소)주상전하,소첩의 짐작으론는 중전 
             마마께오선 체증이 아니오라 회임을 하신
            듯 싶사옵니다.
중종      (놀라는)뭣이라,회임?!
윤원형    (휘둥그레지는)회,회임?!
김상궁(E)     아니,회임이라니? 이일을 어쩐다?
난정       (운비를 보며)중전마마,소첨의 짐작이 
             맞사옵나까?
윤비       (네 벌써 알고 있었구나!)....
중종       중전, 난정이 말이 참이오?중전께서 참으
             로, 참으로 회임을 하신것이요?!
윤비       (미소로 고개를 조아리는)..신첩,그런듯 
              싶사옵니다.
중종       (얼굴이 환해지며)허허허! 회임이라
              니! 이런경사가 있나?!(윤비의 손을 잡
              아주며)중전께서 과인에게 참으로 기
             쁨을 주는구려!허허허!
윤비       (수줍은)황감하오니다.
윤원형    (기쁨에들뜬)중전마마, 회임을 경하드리
             옵니다!
윤비       ...고맙습니다,오라버니.
난정       (쌩끗 웃으며 중종과 윤비를 보는)감축드
             리옵니다, 중전마마.
윤비(E)   (다맘한 미소위로 결연한)그래, 내이번엔 
              틀림없이 대군을 생산할 것이야!        
        
 s#경빈처소 방안

경빈,경악한 눈으로 방문 앞에 서있는 금이를 본다.
복성군,다과상 건너편에 앉아서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경빈       (찾잔을 탁 내려 놓으며) 뭬야?! 중전께오
              서 회임을 하시었단 말이냐?!
금이       예, 주상전하께서 윤승후관과 난정이를 
             부르시어 친히 어사주를 따라주시는 자리
             에서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의 징조를 보이시
             었다 하옵니다.
경빈(E)  (충격으로 일그러지는)..이 무슨 천지가 
             개벽할 소식인가?!
복성군   (울상)어마마마, 이 무슨청천벽력이옵니
             까?!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다니요?!
경빈      (충격을 추스리는)...
복성군   어머니,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
            산하시온다면 소자는 성혼을 하여 궐밖으
            로 나간후에 두번다시 대궐흙을 밟지 못
            하는 것이옵니까?!
경빈       (휙-보며)복성군, 속단하지 마세요!지금 
             경거망동하였다간 더 큰낭패를 볼것이니
             잠시 추이를 더 지켜 보십시다.
복성군   (풀이죽은)예 어마마마...
경빈       복성군은 이만 물러가세요.
복성군   예..(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금아,당장 화천군 대감을 입궐하라는 기별을 넣어라!
금이       예,마마(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회임, 회임이라...!치부책 사건으로 주상
             전하의 총애를받고 있는 중전이 이번에 
             대군이라도 생산한다면 만사가 끝장인게야!
             허, 이일을 대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어찌?! (주먹을 으스러지게 쥔다)
        
        s#대비전 외경
        
 중종의 옥교 옆에  대전 내광과 김상궁,대전 상궁나인
 들이 서있고 그옆으로 오상궁과 중궁전 상궁나인들
 이 황한 표정으로 서있다.(*엄상궁은 없다)
 
 양어의(E)중전마마,명주실을 푸시옵소서.
 
 
       s#동 대비전 방 안
       
중종과 자순대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윤비가 명주실 
진맥을 받고 있다. 엄상궁, 윤비의 옆에 앉아 윤비의 
손목에 감은 명주실을 풀어낸다. 내려진 발 건너편
에 수염이 희끗해진 양어의와 의녀 두명이 앉아있다.

중종       (양어의를 보며)양어의, 중전께서 회임을
            하신 섯이 틀림 없는가?
양어의    (조아리며)전하, 참으로 경하드리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선 틀림없는 회임이시옵니다!
중종       (함박읏음)오, 그래? 허허!(자순대비를
             보며) 어마마마,중전이 회임이 틀림없답
             니다.
자순대비     (미소로 끄덕이며)예, 주상. 이 늙은이도
             들었습니다.(윤비를 보며)중전, 부디 이
             번에는 대군을 생산하시어야 합니다!
중종       그래요, 중전, 이번에는 우리 세자한테
             대군 아우를 보게 해주시어야 합니다!
             하하하!
윤비(E)   암요, 암요! 신첩은 반드시 대군을 생산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자애로운 표정으로 윤비엑[ 다가와 앉으
             며 손을 쥐어주며)중전, 모쪼룩 몸가짐에
             각별히 조심하시고 태교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세요.
윤비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s#김안로 사랑채 방 안
    
윤임, 연상을 쾅 치며 말한다.

윤임       허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더니!중전이
             회임을 했다?! 일이 어찌 이리도 꼬일수가
             있단 말이요?!
김안로    온 조정이 중전의 손바닥위에서 놀아난
             것이옵니다.
윤임       중전의 손바닥위에서 놀아나다니요?!
김안로    중전마마이 치부책과 회임하신 것을 양손에
             움켜쥐신채 조정신료글이 꼭두각시 놀음을
             하게 만든 것이라는 말씀이옵니다.
유임       (뭔가 심각한)..음!
김안로    중전이 회임까지 했으니 세자저하의 장래가
             어찌될지 암담할뿐이옵니다.
윤임       (휙-보며) 이 모두가 희락당 대감께서 중전
             을 찍어내는 일을 너무 서두르시는 바람에
             일을 그르친 것이외다!
김안로    (흠짓하여 보는) 예에? 대감, 그무슨? 어
             디 다시 한번 말씀해 보시지요!
유임       말해봤자 똑같은 말이지만! 그러기에 이사
             람이 뭐라 했소이까?! 아무 대책도 없이
             일을 벌렸다가는 도리어 위험할 수도 있다
             고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소이까?!
김안로    아니, 대감, 어찌 이제 와서 이사람을 질책
             하시는 것이옵니까?
윤임       질책이 아니라, 경위가 그렇다는게지요!
             대감께서 그 치부책만 도둑맞지 않았어도
             이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외다!
김안로    ...!
윤임       하긴 희락당대감 말만 믿고 따라 온 이사람
             이 너두도 아둔하였소이다!
김안로    대감, 이럴 때 일수록 뭉쳐야 하옵니다.  
             우리 두사람 사이에 분란이 생긴다면 한치
             앞도 볼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옵니다
윤임       (말을 자르듯) 이 사람은 이만 돌아가보겠
             소이다!(벌떡 일어서서 방문 쪽으로 간다)
김안로    (윤임의 뒷모습을 보며) 대감! 판부사
              대감!
윤임       (방문을 쾅-닫고 나가눈)
김안로    (표정이 굳는)..

 
    s#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윤임, 굳은 표정으로 방쪽에서 급하게 나온다.
박서방, 급히 댓돌위에 신발을 가지런하게 놓으면

윤임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내려서며) 가세,
             박서방.(대문쪽으로 걸어가면)
박서방    예.(유임 뒤를 따른다)
황서방    (허리를 숙이는)...
윤임(E)   (급히 대문쪽으로 나가다가 멈춰서서
             방쪽을 휙 돌아보는 얼굴위로) 이쯤
             에서 히락당대감의 손을 놓치 않으면 내
             가믄이 위태로울 수도 있음이야!
    
윤임, 총총히 가버린다.


    s#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E)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는 귿은 얼굴위로)
             허어, 판부사가 모든 허물을 내게 떠 넘기
             고 혼자만 살아남으려는 수작이구먼. 허나
             수렁에서 발을 빼기엔 너무도 깊숙이 발을
              빠져있음이야..(자조적인) 하하하!
     
김안로, 웃음을 그치고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중궁전 방 안
     
윤비, 다과상 건너편에 앉은 윤원형을 보며 말한다.
(*윤원형은 아직 거동이 불편한 상태입니다)

윤비       이사람 때문에 오라버니께서 주상전하의
             어사주를 밥는 자리가 일찍 파하게 되어
              미안쩍습니다.
윤원형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시생은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이 이사람
             이 어사주를받는 것보다 백배 천배, 막
             중한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고맙습니다,  오라버니. 이사람 주변에
             오라버니께서 계시오니 참으로 마음이
             든든합니다.
윤원형   황감하옵니다! 중전마마, 두 번 다시는
             누구도 중궁전을 위협하지 못하게 이번에 
             는 반드시! 반드시! 대군 아기씨를 생산
             하시어야 하옵니다! 그래야 다시 시작하
             실 수가 있사옵니다.
윤비      (미소)오라버니, 대군은 하늘이 점지해
             주시는 것이거늘 그것이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일이겠습니까?
난정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온 것
             은 하늘이 중전마마의 반듯한 성품에 감
             동하시어 복을 내려주신 것이라 생각하옵
             니다. 소첩은 중전마마께오서 그동안 겪
             으셨던 환난고초(患難苦楚) 대한 보답을
              받으시어 꼭 대군 아기씨를 생산하실 것
              이라 믿어 의심치 않사옵니다.
윤비       (결연한) 오냐. 나 역시 대군을 생산치
             못한 중궁의 자리란 것이 모래 위에 지은
             누각처럼 일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허망한 것임을 뼈저리게 깨달았으니! 내
              이번엔 반드시, 반드시 대군을 생산할 것
              이다! 그래야 천하가 달라질 것이야!
난정       ...!
윤원형    중전마마의 은덕으로 우리 가문에 서광이
              비추는 듯 싶사옵니다.
윤비       오라버니. 전하께오선 이번에 작은 오라
              버니께오서 국문을 당하시는 과정에서 보
              여주신 의기를 높이 사시어 출사길을 열
              어주시겠다는 말씀이 계시었습니다.
윤원형    (기대감에) 예에? 마마. 그 무슨 황공하
              오신 말씀이옵니까? 소신은 문초를 끝까지
              견뎌내지 못하고 망극하옵게도 거짓 자복
              을 하였사온데 어찌..?
난정       가혹한 국문을 사흘 밤낮을 버티신 것만으
              로도 서방님의 의기는 충분히 밝히신 것이
              옵지요.
윤원형    (은근한 자부심)..음..
윤비       허나 오라버니께오선 당분간 출사를 거
              두어달라는 청을 드렸습니다 .
윤원형    (실망한)..예에..
난정       (예상한 듯 담담한)..
윤비       오라버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윤원형    섭섭하다니요?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
              니다! 중전마마께오서 그리 하시었다면 반
              드시 깊으신 뜻이 있으실 것이오라 생각하
              옵니다.
윤비       (끄덕이며) 오라버니. 이사람을 믿어주시니
              고맙습니다.
난정       ... 
윤비       난정아, 너는 내가 오라버니의 출사를 막은
             뜻을 짐작하겠느냐?
난정       예,마마. 어림 짐작하옵니다.
윤비       (끄덕이며) 그래..그럴 것이다. 네 벌써 짐
              작을 하고도 남음이 있을것이야.
난정       ...
윤비       오라버니. 헌데 난정이를 언제까지 산중암
              자와 도성을 오가도록 내버려 두실 작정이
              십니까?
윤원형    예에? 마마. 무슨 말씀이시온지? 
윤비       난정이를 집안에 들이세요. 부부지간에 오
              랫동안 멀리 떨어져 지내면 마음에서도 멀
              어지는 법입니다.
윤원형    예, 시생, 마마께오서 분부하신데로 따르
              겠사옵니다.
난정       (글썽이며  목소리 떨리는)..마마! 소첩을
              헤아려 주시는 우악하오신 은혜에 눈물이
              나옵니다. (방바닦에 머리를 조아리며)
              소첩, 중전마마의 뜻을 떠받들어 소임을
              다하겠사옵니다! 흐흑..
윤비       (끄덕이며 미서로 보는)..그래, 내 그 말
              을 믿을 것이니!
    
    
    
    s#어느 길   
    
    
윤원형, 임서방이 따르는 사인교 위에 불편한 몸을
기대 앉았고 난정의 가마(*84회 s#54의)가 그 뒤를
따른다.

윤원형(E)(뭔가 입맛이 쓴 얼굴위로) 어허, 어찌
               중전마마께오서 이 사람의 출사길을 막으
               셨을꼬? 어찌..?
     
난정, 가마창을 열고 앞서가는 윤원형의 사인교
쪽을 향해 말한다.

난정       서방님, 서방님!
윤원형    (돌아보며) 어이 부르는게요?
난정       잠시 좀 보시어요.
윤원형    임서방, 사인교를 작은 아씨 가마 옆으로
              대게.
임서방    예, 나으리. (교꾼들에게) 잠시 걸음을
              늦추게.
    
윤원형이 탄 사인교가 늦추어지며 난정의 가마와
나란하게 간다.

난정       서방님,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서방님의
              출사를 막으신 것이 마음에 걸리시는 것
              이옵니까?
윤원형    내 어찌 족집게 같은 부인을 속이겠소?
              그래요, 내 그런 생각을 먹지 않으려고
              해도 중전마마의 이번 처사엔 가슴한구석
              이 시큰하구려.
난정       (미소)서방님, 장통교로 길을 잡으시지요.
윤원형    장통교요?    
난정       예, 소첩이 중전마마의 뜻을 말씀 올리지
             요. 또한 소첩이 본댁으로 들어가는 일도
             논의해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윤원형    그러십시다. 임서방, 장통교로 길을 잡게.
임서방    예.


윤원형의 사인교와 난정의 가마가 길을 틀어 어디
론가 간다. 길상, 한곳에서 나타나 그 모습을 지켜
본다.


송서방    (길상 뒤편으로 더가와 어께를 툭치며며)
              길상아!
길상       (돌아보며) 송서방 아저씨.
송서방    남소문 객주의 새행수께서 너를 보자고
              하신다.
길상       (의아) 새핼수요?


    s#백치수 사랑채 마당
    
갓과 도포차림의 능금, 연못을 보고 있다.
송서방, 길상을 데리고 뒤돌아선 능금쪽으로
다가온다.


송서방    행수어른, 길상이를 데려 왔습니다요.
능금       (돌아보며) 애썼네. 자넨 객주로 돌아
              가 있게.
송서방    예, 어른.(조아리고 어딘가로 간다)
길상       (보며)..네가 어찌..?
능금       (야릇한 미소) 길상아, 내가 남소문의
              새행수가 된 것이 낯선게냐? 하긴 광
              대패에서 행인들 주머니를 털던 꽃잽이
              게집이 조선 상권을 쥐락 펴락하는 남
              소문 객주의 행수가 되었으니 세상 참
              오래 살고 볼일 아니냐?
길상       ...능금아..
능금       (버럭) 능금이라니?! 네 어찌 주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단 말이냐?!
길상       뭐어? 주인?!
능금       그래. 너는 백도주에게 팔렸던 몸 아니
              냐? 그런 너를 장대인이 샀고, 장대인께
              서 너를 내게 넘기셨으니 이제부터 내가
              니 새주인이라 이 말이다!
길상       능금아, 그만둬..송충이는 솔잎을 먹어
              야 하는게야!
능금       (버럭) 길상아, 내 앞에서 그런 말 다시
              는 뻥끗도 하지마!
길상       ...
능금       네가 목숨을 걸고 치부책을 훔쳐내어
              중전마마가 목숨을 구해본들 난정이가
              네 품에 안길 듯 싶으냐?! 흔, 어림 없
              는 말이지! 길상아, 넌 난정이에게 이용
              만 당하다가 결국 버림받고 말게야!
길상       (묵묵하게 보다가 돌아서는데)
능금       길상아, 잊지마. 네가 어디서 무슨짓을
              하든 네 명줄을 틀어쥐고 있는 주인이
              나란 것을!
길상       (흠짓 멈춰서 듣다가 그대로 가버린다)
능금       (일그러지는)


    s#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자운하 기방)
    
    
옥매향, 안채 방에서 나와 모린이 서있는 마당으
로 내려선다.

옥매향   모린아, 안방에 차를 다려 올리라우. 
모린   (조아리고 부얶으로 가는데).. 
난정   (중문 안으로 들어서며) 매향아. 
옥매향     (반가운) 난뎡아! 
윤원형     (난정의 뒤를 따라 임서방의 부축을 받
               으며 들어서며) 매향아, 잘 있었느냐? 
옥매향     승후관 나으리! 내레 나으리께서 금부
               에서 무죄방면 되시었다는 소식은 딘즉 
               들었시오. 나으리를 이리 뵈오니 턈으로 
               눈물이 쏟아딜 듯 하옵네다. 
윤원형     오냐, 네가 옛 정을 잊지 않고 내 걱정
               을 해 주었다니 참으로 고맙구나. 
난정   (농조) 두사람이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다시 만난 듯 이리도 애뜻하시니 내레 
               시샘이 나서 볼 수가 없구나. 
옥매향     (흘기며) 에미나이래 말뽄새하고는? 
               예서 니럴게 아니라 방으로 드시댜요. 
               모린다 뭐하네 어서 아랫방으로 뫼시디 
               않고? 
모린   (다가와 윤원형 앞에 깊이 허리를 숙이고 
               아랫방쪽으로 앞장서는데) 
난정   (안채쪽을 돌아보며) 헌데 대낮부터 안방
               에는 누가 들어계신거니? 
옥매향     영상대감과 희락당대감 일행이 들어계셔. 
난정   (흠칫) 희락당 대감?! 
윤원형     (아랫방으로 가는 걸음을 멈추고) 매향아, 
               네 지금 희락당대감이라 했느냐? 
옥매향      예, 나으리 
윤원형     (안방쪽을 무섭게 노려보는).....! 


S#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김안로와 김전, 그리고 김제학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김안로   중전께오서 회임까지 하시었으니 세자저
                  하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것이옵니다. 
김전       (탄식섞인) 음! 그럴게야.. 
김제학   허면 우리는 장차 어찌 처신해야 할지요? 
김전      당분간은 죽은 듯 엎드려 세월을 보낼 
                 수 밖에 없는 듯 싶소이다. 
김제학   ... 
김안로   중전이 치부책에 연루된 조정신료들을 
            구명해 준 저의를 되씹어보니 중전께선 
            우리가 자중지란을 일으켜 스스로 무너
            지길 기다리는 듯 싶사옵니다. 
김전      그럴질도 모르지... 중전께오선 참으로 
           무서운 분이시다. 
김안로       우리가 무너지면 세자저하께오서도 무사
           하시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숙부님과 부제
            학영감께서는 조정의 동요를 막아주셔야 
           하옵니다. 그래야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며 윤원형이 신발을 신은채 
방안으로 들어선다. 김안로, 김전, 김제학 놀라 
방문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윤원형   (쭉 둘러보며) 허어, 어쩐지 이 기방에서 
             역한 똥냄새가 난다 싶더니 과연 여기들 
             앉아계시었사옵니다? 
일동       ...! 
윤원형   영상대감! 희락당 대감! 숙질간에 또 누구
             를 찍어낼 모의를 꾸미시는겝니까?! 
김안로    뭐라?! 모의라니?! 자네 어찌 이리도 방
              약무도할 수가 있는가? 
윤원형    허, 방약무도요?! 내 대감들 모함 덕분에 
              저승문턱까지 구경하고 돌아왔거늘! 더군
              다나 회임을 하오신 중전마마께오서 이사
             람의 뒷배를 봐주고 계신대 무엇이 두려워 
             예를 갖추겠소이까?(김전을 보며) 아니그
             렇사옵니까? 처조부님? 
김전       (시선을 피하며)...음! 
윤원형    (방 한가운데 털썩 앉으며) 이사람, 금부
               에서 문초를 받은 일로 거동이 불편하여 
               큰 방을 차지해야 할 것이니 이 방을 내어 
               주시어야겠소! 
김제학    (일그러지며) 아, 아니 이 자가?! 
윤원형    매향아, 손님들 가신다니 뫼시어라! 
김전       (모욕감에 일어서며) 기방에서 다툴 것 없
               소! 이만 가십시다.!(방밖으로 휙 나가버
               린다.) 
김제학    (윤원형을 못마땅하게 보다가 김전의 뒤를 
                따라나간다)
윤원형    (귀를 후비며) 공산을 보며 비루먹은 개가 
               짖어 내는구먼.. 
김안로   (끓어오흐는 분기를 누르며 윤원형을 노려
               보다가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껄껄껄 웃어대는)...허허허! 


S# 동 옥매향 안채 마당 

김안로, 방밖으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난정, 김안로를 보고 쌩끗 웃으며 다가온다. 

난정     천하를 손에 쥐시었더너 희락당 대감께오서 
              하루아침에 급전직하 하시어 조카사위의 
              호통에 이리 쫓겨나시듯 피하시다니요?! 
김안로(E)   (난정을 쏘아보는) 내 당장이라도 네 년을! 
난정     대감, 당분간은 기방출입을 삼가시고 두문
             불출하시지요, 전해드린 법구경을 읽으시며 
             마음을 수양하시는 편이 좋을 듯 싶사옵
             니다. 
김안로       네 천한 첩년 따위가 감히 뉘 앞에서 요망한 
             혓바닥을 놀리는게냐?! 
난정     이년, 전하께오서 친히 옥수로 따라 주신 
             어사주에 아직도 취한 듯 싶사옵니다. 희락
             당 대감께오선 넓으신 아량으로 이해하여 주
             시옵소서. (과장된 공손함으로 머리를 조아
             린다.) 
김안로       (울그락불그락하며 보다가 휙-중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난정     (그 뒷모습에다) 호호호! 
옥매향       (다가오며 걱정스럽게) 난뎡아, 됴뎡의 덍댕
              한 신료분들한테 이리 불경하게 대해도 
              되는 거이네? 
난정     걱정마, 매향아. 지놈들이 지은 죄가 있으니 
              어쩌진 못할거야. 
윤원형(E)   (방쪽에서) 부인, 무엇을 하시오? 어서 들어
              오시구려! 
난정     예, 들어가옵니다.(매향에게) 매향아, 술상 
             좀 들여주겠니? 
옥매향       기래.. 알았어.. 먼뎌 들어가라우. 
난정     (안방으로 들어가면) 
옥매향       (뭔가 걱정스럽게 난정의 뒷모습을 보는)...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1. 경빈, 윤비 앞에서 눈물로 피묻은 손수건을 빨던 
장면 
2. 경빈, 윤비 앞에서 혈서를 쓰던 
장면. 
윤비, 그 혈서를 촛불에 태워 경빈의 치마폭에 
내던지던 장면. 
3. 경빈, 석고대죄를 드리던 윤비에게 따귀를 맞던 
장면... 

경빈(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듯 얼굴이 
일그러지는)....! 



S# 경빈 처소 마당 

금이와 심정이 급하게 일각문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 위로 

금이(E) 경빈마마, 화천군대감 드셨사옵니다.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심정, 마주 앉아 있다. 

심정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대군아기씨를 생산
             하시온다면 참으로 큰 일이 아니옵니까? 
경빈     (담담한).. 화천군대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시든 공주를 생산하시든 
             중궁전의 동태에 이리저리 휘둘려서는 아
             니됩니다. 
심정     (의외의 반응에) 예에? 
경빈     이사람이 수년동안 중전을 겪으면서 이
             제야 깨달은게 있습니다. 
심정     ...? 
경빈     중전은 총명함과 더불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세자의 효심까지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무서
             운 사람입니다. 그런 중전과 섯불리 맞섰다
             가는 결코 중전을 찍어누를 수 없습니다. 
심정     하오시면? 
경빈     기다리는 것이 상책입니다. 
심정     기다리다니요, 무엇을요, 마마? 
경빈     중전의 가슴 속에 숨겨져 있는 시커면 야심이 
             드러날 때를 말입니다. 중전
             이 대군을 생산한다면 중전은 반드시, 반드
             시 그 대군아기씨로 대통을 잇게 하고자 무
             슨 짓거리라도 할 것입니다.! 
심정     ... 
경빈     김안로가 중전의 속내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이번에 중전을 찍어내려 한 것이지요. 하지
             만 상대를 너무 만만히 봤습니다. 중전은 김
             안로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는 사람입니다. 
심정     음.. 하오시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
             옵니까? 
경빈     중전이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어 속내를 드
             러낼 때까지는 기다려야 합니다. 차라리 이번
             에 중전이 대군을 생산하기를 바래야지요.! 
심정     음! 
경빈     허나 무작정 기다려서는 아니됩니다. 장차 
             조정에 중전을 바쳐주는 세가 형성된다면 이 
             나라 왕실과 조정이 중전의 손아귀에 농단
             될 것이 자명합니다. 허니 조정은 반드시 화
             천군께서 장악하셔야 합니다. 
심정     예, 이 사람과 좌의정대감을 믿으시옵소서! 
경빈     아닙니다,화천군대감께서 좌의정과는 거리를 
             두셔야 합니다. 
심정     예에? 좌의정과 거리를 두라니요? 
경빈     좌의정은 지난번 왕세자책봉때와 이번 치부책 
             때도 이 사람과 복성군에 대한 
             마음이 흔들린 듯 싶었습니다. 
심정     ('알고 있구나?').. 
경빈     화천군대감, 이리 가까이 다가오세요. 
심정     .. 예 마마..(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앉는다) 
경빈     더 다가 오세요 
심정     예에?...예..(더욱 바짝 앉으면) 
경빈     (똑바로 보며) 이사람은 화천군대감만을 믿을 
             것입니다. 
심정     (경빈의 시선에 당혹스러운).. 화, 황감하
             옵니다. 
경빈     (서랍에서 어음을 꺼내 심정에게 건내며) 
             앞으로 조정신료들을 움직을 자금입니다. 
심정     (두손으로 받는).. 
경빈     (속삭이듯) 이 사람은 화천군만 믿습니다... 
심정     ..예, 마마 믿으시옵소서 
경빈     암요, 믿지요, 믿고 말구요! 
심정     (야릇한 표정이 된다)... 


편전 외경 

중종(E)  뭣이라, 기묘년에 대역죄를 받은 주초의 무리
             를 다시 등용하란 말인가?! 

동 편전 방안 

중종 앞에 정광필과 안당이 앉아있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안당      전하, 사리에 밝고 학문이 도도한 도덕성을 
            지닌 젊은 인재들로 개혁정치를 펴나가시지 
              않으시오면 뇌물비리로 얼룩진 이 나라 조정의
              앞날은 어두워질 것이며 그리되면 전하의 치세
              가 사초에 난세로 기록될 수도 있사옵니다. 
중종      (불편한)... 음!(정광필을보며) 수천대감도 
              그리 생각하시오? 
정광필    전하께오서 조정을 쇄신하시겠다는 어의를 천명
              하시었사오니 이번 일에 연루도니 의정부 정승들
              과 육조 판서들중 누구도 사직을 하지 않고 있
              사옵니다. 이는 전하께오서 정사를 돌보시는데 
              큰 부담이 될 것이옵니다. 하오니 우선 그들의 
              사직서부터 받으신 연후에 조정인사를 마무리 
              하시는 것이옳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눈을 감으며) 과인이 좀더 상량해 본 연후에 
             처결할테니 경들은 이만 물러들 가시구려. 
안당      전하, 이번에 실기하시오면 민심이 떠나가옵고 
             이나라 정치가 백년을 뒷걸음칠 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알았으니 물러들 가라 하지 않았는가?! 
안당,정광필 예.(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E)   과인의 치세가 사초에 난세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대궐 일각 

정광필과 안당, 걸어오다가 멈춰선다. 

정광필    영모당대감, 아까 편전에서는 말씀이 
              과하시었소이다. 전하꺼ㅔ오서 심기가 
              불편하신 듯 싶었소이다. 
안당     과하다니요? 주상께 직언을 올리지 못하
           는 신하가 어찌 신하라 자처할 수가 있겠소
           이까?! 이사람은 이반된 민심을 돌이켜 세우
           는 방도는 이번 뇌물비리에 연루된 자들중 
           그 죄상이 큰 좌의정을 파직시키고 군기시다
           리에서 참수하는 것이라 생각하오이다. 
정광필 허어, 영모당대감, 누가 듣겠소이다. 
안당  들으라지요!정국공신입네하고 십수년동안 
          영화를 누려온 자들을 퇴출시키는 길만이 
          이나라 종표사직을 바로 세우는 길이외다. 
정광필    (주변을 둘러보다가)어허, 이만 퇴궐하십
                 시다. 

정광필과 안당, 어디론가 간다. 
박희량, 담장뒷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걸어가는 
정광필과 안당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노려본다. 
박희량, 어딘가로 획 가버린다. 

옥매향 안채 마당 

모린, 안채 방쪽에 서서 방안을 엿듣고 섰다. 

윤원형(E) 허면 앞으로 조정에 정변이 일어날 것이란 
               말이요? 
모린(E)    (흠짓)정변..?(안방쪽을 보는)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난정, 윤원형에게 술 한잔을 따라주고 말한다. 

난정    예, 그렇고 말고요. 
윤원형 부인 어찌 정변이 난다는 말인지 내 아둔
           한 머리로는 도통 알수가 없구려, 소상히 
           말씀해 보시구려. 
난정     주상전하께오선 뇌물비리에 연루된 조정신
           료들을 용서해 주시었으나 내심믿지를 
           못하실 것이옵니다. 조만간 전하께오선 참
           신한 인물들을 등용 하시어 조정을 물갈이 
           하실것이옵니다. 
윤원형  ... 그러실테지요. 허니 이 사람도 그 참에 조
           정에 들어가는게 모양새가 좋지 않겠쇼? 
난정   서방님, 그리되면 지금껏 조정을 장악하고 
           부귀영달을 누리던 구렁이 같은 신료들이 
           가만있지는 않을것이옵니다. 그들은 살아
           남기위해서라면 무슨 짓거리라도 벌릴것이
           옵니다. 
윤원형    (반신반의의 표정으로 술잔을 들어 입술을 
           축이는).. 구렁이 같은 대신들이 정변을 일
           으킬 것이다? 
난정  예, 이번에 조정에 들어가시어 정변에 휩
          쓸리시는것보다는 때를 기다리시라는 것이 
          중전마마의 뜻이라 생각하옵니다. 
윤원형    허면 난 언제 조정에 출사를 하게 되는게
              요? 
난정  당당히 과거를 보시어야지요. 
윤원형    과거라니요?! 부인, 당치도 않소. 내 반토
           막도 안되는 공부로 어느 세월에 팔도에서 
           올라온 쟁쟁한 선비들과 자웅을 견줄수 있
           단말이요? 
난정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
           는다고 하였사옵니다. 소첩이 서방님께오서 
           장원급제하실 수 있도록 해드릴 것이옵니다. 
           하오니 염려거두시옵소서! 
윤원형    장원급제라?허허허! 그래요, 내 부인을 믿
          으리다, 자, 부인도 한잔 받으시구려..(난
          정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헌데 부인은 언
          제 내 집에 들어오실 작정이시오? 
난정  (미소 쌩끗) 소첩, 길일을 택일하여 들어갈 
          것이옵니다. 
윤원형   자 드십시다.(술을 들이키다가 생각난 듯) 
          아, 참, 부인 지난번에 도총관대감이 내 집
          에 걸음을 하셨습디다. 
난정  (흠짓 보며) 예에, 도총관대감이요? 

대궐 일각 

윤임과 비단보자기에 싼 들고 패물함 든 윤임처, 
걸어온다. 

윤임  (멈춰서서) 나는 대비전으로 들테니 부인은 
          중궁전으로 드시구려. 
윤임처    예, 대감 
윤임   부인, 중전마마께오서 어떤 꾸지람과 수모
           를 주신다해도 낯빛을 바꾸면 아니될 것이
           요, 모두가 세자저하와 우리 가문을 위해서
           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 
윤임처    예, 소첩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윤임  (끄덕이며) 허면 내 먼저 가리다.(어디론가 
          걸어간다) 
윤임처    (한숨을 내쉬다가 다른 편으로 간다) 

중궁전 마당 
윤임처, 패물함을 들고 중궁전 합문을 들어와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한 후에 중궁전 계단을 오른다. 

엄상궁(E)중전마마, 판부사댁 정부인 들었사옵니다. 

동 중궁전 방안 

윤임처, 윤비 앞에 큰 절을 올린다. 

윤임처  중전마마, 회임을 경하드리옵니다. 
윤비     (자애롭게 보며)고맙습니다. 헌데 정부
           인께서 참으로 힘든 발걸음을 하시었습
             니다. 
윤임처  (패물함을 바치며)... 마마, 회임을 경하
              드리는 하례물이옵니다. 
윤비    하례물이요? 호호,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내 면전에서 이사람을 중전의 
             자리에서 찍어내시겠다고 눈을 부라리시던 
             판부사대감께서 이렇듯 정부인을 통해 하
             례물까지 보내시다니요? 
윤임처  (방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마마, 대감의 
             죄를 지었다면 신첩이 대신받겠사옵니다. 
             하오니.. 
윤비    (말을 자르며 엄하게) 판부사대갑이 죄를 
             지었다면 판부사대감께서 용서를 구하고 
             죄를 씻으시는 것이 도리이거늘 어찌 이리
             도 무례한 망발을 하시는겝니까?! 
윰임처  (당황하여 더욱 조아리며)마, 망극하
             옵니다..!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경빈, 희빈, 창빈이 엄상궁과 오상궁이 서있는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윤임처(E)(방안에서) 마마, 신첩의 짧은 생각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소서. 
경빈  (엄상궁을 보며) 누가 들어계시는가? 
엄상궁    판부사댁 정부인이 들어계시옵니다. 
경빈  (야릇한 미소)그래?.. 엄상궁, 고하여 
          주시게. 
엄상궁    중전마마, 일품명부 세분 들었사옵니다. 
윤비(E)   (방안에서) 들라하게 
엄상궁    예 

동 중궁전 방안 

윤비 앞에 윤임처, 방바닥에 고개를 박고 납작 
엎드려 있다. 방문이 열리고 경빈, 희빈,창빈이 
방안으로 들어서다 흠짓 본다. 

윤비  정부인, 판부사대감께 똑바로 전하세요, 
          판부사대감께서 이 사람에게 용서를 구할 
          죄를 지었다면 정부인 치맛자락뒤에 숨
          어있지 말고 직접 중궁전으
          로 들라고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윤임처    (쩔쩔매는)... 
윤비  아시겠냐고 물었습니다.! 
윤임처    (진땀이 흐르는)..예, 마마.. 
경빈(E)   허, 명색이 세자의 외숩모되는 정이품 
           정부인이 방바닥에서 이마를 떼어놓지 
           못하는구먼? 
희빈(E)   (침을 꼴깍삼키며) 고양이 앞에 새앙쥐도 
           저렇게 설설기지는 않을게야 
창빈(E)   판부사 정부인이면 중전마마를 교태전에 
           밀어올린 사람이거늘..중전마마께
           오서 어찌 이리 심하게 대하실까? 
윤비  이만 물러가세요. 
윤임처     ...마, 마마... 하오면 신첩 물러가옵니다. 

윤임처,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간신히 일어서서 
경빈, 희빈, 창빈에게 고개를 숙이고 방밖으로 나가
려는데 

윤비  (휙보며)정부인 
윤임처    (움찔 경기를 일으키듯이 놀라 돌아보며) 
           예, 중전마마. 
윤비  (패물함을 밀치며) 냄새나는 이 물건 역
           하니 도루 가지고 가세요. 
윤임처    (울상)마마, 그것은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드리기 위한하례물이온데.. 
윤비  정부인께서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신겝
           니까? 
윤임처    (파랗게 질리며)예에? 
윤비  판부사가 뇌물을 받아 치부한 일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이 사람이 어찌 이따위 부
           정한 하례물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윤임처     마,마마.. 
윤비  판부사께서 뇌물을 받아챙긴것도 마자라 그 
          죄를 이 사람과 이 사람의 가문에 덮어 씌우
          려고 했던일을 진정으로 뉘우치신다면 당장 
          가산을 풀어 백성들에게 돌려주세요. 내 판
          부사가 가산을 풀었따는소문을 듣기전에는 
          판부사나 정부인의 어떤 말에도 귀를 막을 
          것입니다. 
윤임처   (흐느끼는)마마.. 
윤비  (버럭) 어허, 뉘 앞에서 눈물을 보이시는겝
           니까? 어서 물러가세요! 
윤임처    (입술을깨물며)..예, 마마..(패물함을 집어
           들고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희빈창빈 (써늘한분위기에 감히 입을 떼지 못하는데... 
경빈  (미소) 신첩들은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드리
           러 왔사옵니다. 
윤비  그래요? 이리 내려들 앉으세요. 
경빈희빈창빈 예. (쭈빗쭈빗 윤비앞에 내려와 앉는다.) 
윤비  엄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엄상궁     (방밖에서)예 
윤비  (미소)내 마침 세분 빈들게 이를 말이 있었
           는데 마침 잘들 걸음하시었소 
경빈희빈창빈 (긴장하는)... 
윤비  (미소로 경빈희빈창빈을 보는)... 

동 중궁전 앞 마당 

금이와 향이를 비롯한 경빈희빈창빈처소 상궁나인들
이 서있따. 윤임처, 패물함을 든채 눈물을 흘리며 중
궁전을 나와 계단을 내려간다. 윤임처, 중궁전을 원망
스럽게 돌아보다가 합문쪽으로 나간다. 

자순대비 방안 

자순대비, 윤임을 보며 쌀쌀맞게 말한다. 

자순대비 판부사대감, 당분간은 대비전에는 발걸음을 
             하지 마세요. 
윤임  (놀라)예에? 마마,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대비마마께오서 파평윤문인 소신을 어찌 멀리 
           하시려는것이옵니까? 
자순대비  판부사대감이 대비전에 자주 발걸음을 하시면 
            중전의 복중 용종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까 저어되어 그런겝니다. 
윤임   마마, 하오나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
           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세자저하께 위해가 되
           실 것임은 불을 보듯 자명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대감! 이 늙은이가 보기에 세자한테 위해가 
              되는 분들은 판부사나 희락당 대감이십니다. 
윤임   예에? 
자순대비  이번에 조정에서 중전과 중전의 오라비들을 
            퇴출시키는데 판부사와 희락당 대감이 앞장서
            시었다고 들었습니다. 중전께서는 보교를 타
            고 궐밖으로 나가시는 순간까지도 모든 것을 
            짊어지고 떠나시려고 해썽요. 
윤임   마마. 그것은... 
자순대비  이 늙은이 말을 더 들으세요! 
윤임   (찔끔)!... 
자순대비  중전께서 아무리 반듯한 성품을 지니셨다고는 
            하나 중전도 사람이고 아녀자입니다. 대감뜰께
            서 세자의 안위를 내세워 중전을 음해하시려고 
            한다면 중전께서도 억하심정이 생기시어 세자에 
            대한 마음이 달라지실수도 있읍이십니다. 
윤임    ....! 
자순대비  허니 당분간 궐래 출입을 삼가시면서 자중하세
            요. 그것이 진정으로 세자를 위하시는 길이 될
            겝니다. 
윤임   (답답한)마마, 어찌 소신을 믿지 못하시는것이
            옵니까? 분명 중전마마께오서는... 
자순대비  더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외면하며)이만 
            물러가세요. 
윤임   마마! 
자순대비  이만 물러가라고하지 않았습니까?! 
윤임   ...


대궐 일각 


윤임, 힘없이 걸어오는 얼굴위로. 

윤임   허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더니 내 처지가 어찌 
            이리되었누? 
윤임처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다) 
윤임   (윤임처를 보고 급히 다가가며) 부인, 부인! 
            중궁전에 드신일은 어찌 되시었소?(패물함을 
            보고)아니, 어찌 하례물을 전하지 않으신게요! 
윤임처     (눈물 핑하여 원망스럽게 보며 패물함을 휙-건
            네며)대감께오서 직접 중전마마께 전하세요. 
윤임   (패물함을 받으며)왜요! 중궁전에서 무슨 일이
            라도 있으셨소이까? 
윤임처     소첩, 평생 이런 망신과 수모는 처음이옵니다. 
            소첩 두 번 다시는 바깥일에 
            는 끼어들지 않을터이니 그리 아시옵소서.(돌아
            서 총총히 가버린다.) 
윤임   부인부인...(윤임처를 쫓다가 멈춰서서 패물함
            을 내려다 본다.) 


    s# 중궁전 방 안
    
윤비와 경빈, 희빈, 창빈이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윤비      나무도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옛말이 있소.
          지금껏 내명부들이 중국전의 권위와 위엄에 복종
          하였던 것은 이 사람을 두려워 하였기 때문이란
          것을 나 역시 잘알고 있소.  (경빈을 힐끔보며)
          물론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지만..
경빈      ...
윤비      허나 내 이번 회임을 계기로 왕실과 내명부의
          존경을 받는 중전이 되고자 하오. 그러기 위해서
          는 여기게신 세분 빈들께서 이사람을 도와주셔야
          할것이오.
희빈      지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신첩, 중궁전에
              충성을 다 바치겠사옵니다.
윤비      희빈, 그말씀이 참이오?
희빈      신첩, 지난번 중전마마께오서 탕약을 지어 신첩
              의 처소를 몸소 찾아주신 일로 큰 감동을 받았사
              옵니다. 신첩은 창빈을 본받아 중전마마를 떠바칠
              것이옵니다.   
윤비      고맙소, 희빈..
경빈      중전마마, 왕실과 내명부의 존경을 받으시려면
              무었보다 이번엔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옵소서!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치 못하시오면 중궁전
              의 권위와 위엄은 일순간에 무너져 내릴수도 있사
              옵니다.
희빈,창빈   (경빈을보는)..
윤비      (끄덕이며) 내 경빈의 말을 깊이 새기도록 하겠네.
경빈      황공하옵니다.
희빈,창빈   (의외의 반응에)..?
윤비      (떠보듯)허나 내가 대군을 생산한다면 경빈과
              복성군의 앞날이 더욱 흐려질수도 있음인데 어찌
              하누?
경빈      신첩은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대군아기씨를  생산
              하시도록 축수발원드릴 것이옵니다! 하오니 그런
              걱정은 접으시옵소서.
윤비      그말을 믿어도 좋겠소, 경빈?
경빈      (야릇한 미소) 예,신첩을 믿고 지켜보시옵소서!
윤비      (미소) 고맙구려.    자, 차들 듭시다.
윤비(E)  (찾잔을 들고 경빈을 보며) 경빈, 네 때를 기다리
            려 함이더냐?
경빈(E)  (찾잔을 들어 마시면서 윤비를 힐끔보며) 암요,
          이 사람은 중전께서 시커먼 속내를 드러낼때까지
          겨울잠을 자러 동굴로 들어간 곰처럼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이외다!
   
   
 윤비와 경빈, 동상이몽의 미소로 서로를 보는 얼굴에서  
 
 
 s# 장대인 사랑채 외경
 
 
 s# 동 장대인 사랑채 방안
 
 장대인과 심정, 마주 앉아있다.
 
 장대인  경빈마마께오서 모든 거래를 화천군대감을통하
   라고 명하시었단 말씀이시옵니까?
심정      또한 자네와 남소문객주를 통해서 단 한푼이라도
              조정으로 흘러들어가서는 아니 될 것이라는 말씀
              도 게시었네.
장대인  (미소)마마께오서 조전의 정적들의 자금줄을
              말리시려 하신는게군요?
심정      어떤가? 장대인이 그리만 약조해 준다면 남소문
              객주가 조선의 상권을 움켜쥐는데 뒷배를 봐주
              겠네.
장대인  조선의 인삼독점권은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심정      (은밀하게) 인삼독점권은  복성군마마께오서 보위
              에 오르시는 날 자네 수중에 떨어질걸세. 허니
              자네도 복성군마마를 위해 물심양면 힘을 써야할
              것이야!
장대인  좋사옵니다! 그리 약조드리지요!
심정      허면 난 이만 돌아가보겠네.(일어서며) 나중에
            또 보세나.
장대인   (일어나며 명나라식 인사) 살펴가시옵소서.
심정      (방밖으로 나가면)
장대인   (의자에 앉으며 혼잣말) 일국의 군주를 내 손으
            로 옹립한다? 암 그 또한 보람이 서는 일이겠지!
            하하!
능금(E   (방밖에서) 장대인어른 능금이요.
장대인   오,들어오너라.
능금      (앉다가 의아하여 보는) 그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이요?
장대인   아니다. 차차 말해주마..헌데 길상이는 만나보
            았느냐?
능금      예..헌데 아직은 좀 더 말미가 필요할 듯 싶소.
장대인   능금아, 길상이는 중궁전의 장자방인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의 수족노릇을 하고 있다. 장차 우
              리에겐 화근이 될것이 자면하다.
능금      ...
장대인  네 만약 지금 길상이의 마음을 돌려세우지 못한
             다면 언젠가 너나 내가 길상이의 비수에 등을
             찔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능금      (어금니를 무는)..
장대인  그전에 먼저 네 손으로 길상이의 명줄을 따버리
              는 것이 상책이야.
능금      (버럭) 잘 알고 있소!
장대인  오냐, 길상이 일은 네게 맡기마. 허나 나를 실
              망시키지는 말거라!
능금      믿으라고 하지 않았소?! (벌떡 일어나 방밖으
              로 나간다)
잔대인  (뭔가 생각하는)


s# 동 장대인 사랑채 마당

능금,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송서방이 다가온다.

송서방   ..느, 능금아.
능금      (무섭게) 또! 또!
송서방   (조아리며) 행수어른..백도주어른을 방면시켜
             주시겠다는 약조는 어찌 되신겝니까요?
능금      장사꾼 밥으로 잔뼈가 굵은 자네가 그런 약조
             를 믿었단 말인가?
송서방   예에, 하오면..?
능금      (휙-가버린다)
송서방   (그 뒤를 쫓으며) 행수어른, 행수어른!


s# 의금부 옥사 안

백치수, 피딱지가 엉겨붙은 몰골로 멍하게 앉아있다.

백치수   (눈물이 핑 돌며)..허어, 내 헛살았구나..참
             으로 헛살았어..허허허..(헛헛하게 웃다가
             끝내 흐느낌을 터트린다)..흐흑.
   
s#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 머리에 천을 싸맨채 신음소리를 내며 누워
있다.그앞에 남곤이 앉아있다.

남곤      남양군대감,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셔야지요.
홍경주   (저으며)..내 손으로 추대해 올린 전하께오
            서 이 늙은이를 내치셨는대 무슨 살아갈 힘이
            있겠소이까?
남곤      허어, 포악하던 폐주 연산을 한주먹에 몰아내
            신 대감께오서 어찌 그런 심약한 말씀을 하시
            는겝니까?!
홍경주   대감,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신다는게 일장춘
            몽인것을..왜 그리 아등바등거리고 살았는지
            모르겠구려..참으로 모르겠어요..
남곤      (홍경주의 손을 쥐며 안쓰럽게 보는)...   


S# 어느 길 

남곤, 우울한 표정으로 사인교를 타고 오는 얼굴위로
(*남고집사가 배행하고 있다) 

남곤(E) ..산다는게 일장춘몽이라..허어 그럴지도 
              모르지.. 
박희량  (급하게 걸어와 사인교를 막아서며)좌의정
              대감, 시생대감께 긴히 아뢸말씀이 있사옵니다! 
남곤     아, 아니, 자네는? 
박희량  (굳은 얼굴로 보는)... 

S# 남곤 사랑채 방안 

남곤, 분기탱천한 얼굴로 박희량을 본다. 

남곤     뭣이라?!   안당과 정광필이가 나를 찍어내려고
              벼르고 있단 말인가?!
박희량  예, 시생 귀로 똑독히 들었사옵니다! 
남곤      (연상을 쾅-치며)이런 괘씸한 자들이 있는가?!
            (안면이 떨리며 어디 한번두고 보아라! 누가 
            찍혀져 나가는지! 
박희량   (보는).. 

s#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임서방, 신발을 가지런하게 챙기고 있다. 
배천댁과 탄실, 한옆에 다소곳하게 서있다. 

윤지임(E)   (방안에서)뭐라?! 중정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었어?! 
배천댁,탄실(서로의얼굴을 보는)...! 

S#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안 

윤지임, 윤원형과 윤원로가 찻상아페 둘러앉아있다.
 김씨, 삼부자옆에 다소곳 앉아있다. 

윤원형      예, 아버님, 고진감래란 말처럼 중전마마께
              오서 간난신고(艱難辛苦)를 넘기시오니 이제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 싶사옵니다. 
윤지임      이럴게 아니라 우리 삼부자 내일이라도 입궐
               하여 중전마마께 경하인사를 드려야겠다.
               (김시를 보며)며늘아, 네그동안 맘고생이 
               젤루 심했을테니 함께 중궁전에 들자구나. 
김씨   (감격의 눈물을 찍어내며)예, 아버님. 
윤원로      (뚱한).. 
윤원형      헌데 형님은 어찌 꿀먹은 벙어리마냥 입에 
                자물통을 채우고 있으신게요? 
윤지임      (윤원로를 보는).. 
윤원로      원형아, 주상전하께오서 우리형제의 출사에 
                대해서는 정녕아무말씀도 아니하시었느냐? 
윤원형      형님, 아까 말씀드리지않았소? 중전마마께오
                선 우리형제가 과거를보아 당당하게 조정에 
               들어오길 바라신다고... 
윤원로      너하고 내가 무슨 재주로 과거에 급제를 한단
               말이냐?! 이는 필시 중전마마께오서 우리 형
               제들이 출사하는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시는
               게다! 
윤원형      형님, 그런말이 어디있소? 
윤원로     (못마땅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나가려는데) 
윤지임      원로야, 네 어딜가려는게냐? 
윤원로      (분통)아버님, 중전마마께오서 이러실수는 
                없사옵니다! 소자는 중전마마를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금부에끌려가 가혹한 국문까지 받았
                사옵니다. 하온데 중정마마께오선 어찌 소자와 
                원형이를 이리 대하시는지 모르겠사옵니다! 
윤지임      이놈아, 네 지금 중전마마를 탓하는게냐? 
윤원로      두고보시옵소서! 소자, 중전마마의 뒷배가 아니
                더라도 이번에 꼭 조정에 출사를 할것이옵니다! 
                (방문 쾅-닫으며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윤지임      얘, 원로야! 저놈의 성질머리하고는..쯧쯧.. 
윤원형      아버님, 내버려드십시오..형님이야대장간쇠처
                럼 쉬달고 쉬식는성정이니 뒤탈은 없으실
                겝니다. 
윤지임      하긴.. 
윤원형      하오면 소자도 물러가옵니다.. 
윤지임      그래 몸조리를 더 하거라. 
윤원형      (김시의 부액을 받아 일어서며)부인..내 부인
                께 할말이있소이다. 

S# 동 윤원형 초당 방안 

김씨, 놀란 눈으로 윤원형을 본다. 

김씨    예에? 난정이를 집안에 들이실것이란 말씀이
                 옵니까? 
윤원형      부인께서 마음 편치는 않으시리란것을 잘아오. 
                 허나 중전마마께오서 명하신 일이니 부인께서 현명
                 하게 받아들여조실것이라 믿소. 
김씨    (착잡한)...중전마마께오서 윤허를 하시었다면 
                 백번천번 따를것이옵니다. 서방님과 이댁가문에 
                 대죄를 지은 소첩이 무슨 할말이 있겠사옵니까? 
윤원형      (손을쥐며)..부인.. 
김씨     (글썽거리는 눈물을 참아내며)소첩은 중전마마께
                 오서 난정이를 위전으로 뫼시라해도 그리 따를것
                 이오니 심려거두시옵소서. 
윤원형      고맙소, 부인... 
김씨     ...! 

S# 갖바치마당 

갖바치, 한편에 서서 멀리하늘을 살피고섰다. 
방백인과 당골네, 툇마루에 걸터앉아 이불홑청을 양쪽에서 
맞잡고 엇박자로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방백인, 
당골네가 당기는 힘에 홑청 끝 자꾸 놓친다. 

당골네      (흘겨보며) 임자, 하루 밥세끼 꼬박꼬박 챙겨먹
                 으면서 어찌 그리 힘을 못쓰는게요? 
방백인      여편네야, 남녀가 유별하거늘 어찌 사내가 아녀자 
                 일에 능통하길바래? 
당골네      남이들으면 사내일은 변변한줄 알겠네? 양기가 
                 순전히 입으로만 뻗쳐갖구는? 
방백인      뭐야? 이 여편네가 칵! 
당골네      그만두슈. 새로 빤 홑청에 때만 타겠수! (갖바치쪽 
                돌아보면)갖바치어른! 
방뱅인      이 여편네야, 형님께서 천기를 읽고 계신게 안보여
     ?! 
당골네      천기는 무슨? 에휴, 임선비라도 계시면 좋으련만 
                 어딜가신게지? 
갖바치      (하늘을 살피다가 미간을 움찌하며) 허, 조정에 
                 또 한바탕 피바람이 몰려올 징조로구만 이일을 
                 어쩐다? 

S# 대궐문앞 (*혹은 중문 앞정도) 

임백령, 군과과 군졸들이 지키고 서 있는 문쪽으로 
걸어온다. 

군관    (다가오면) 뉘시오? 
임백령  이사람은 해남에서 올라온 임백령이란 유생이오. 
군관    헌데 무슨 볼일이슈? 
임백령   내 주상전하를 알현하고 긴히 아뢸말씀이 있어 
             왔소이다! 허니 비켜들서시오. 
군관    (어이없게 보면)뭐요? 이런 미친양반을 보았
           나? 치도곤을 맞기전에 썩돌아가시오! (군졸
           들을보며)이선비를 멀리 뫼시거라. 
군졸들      예. (임백령에게 다가서는데) 
임백령      (버럭)물러들 섯거라! 언놈이 감히 군주에게 
               직언을 하려는 선비의앞으로 가로막는단말이냐? 
군졸들      (그서슬에 찔끔하여 물러서는).. 
임백령      (바닥에 정자세로 앉으며) 길을 열지 못하겠다면 
                내 주상전하를 알현할때까지는 이자리를 떠나
                지 않을것이니 그리 알거라! 

군관과 군졸을, 낭패한 표정으로 임백령으로 보는데 
임백령, 결연한 표정으로 대궐문을 쏘아본다. 

S# 정윤겸 사랑채 외경 

정윤겸 하오면 전하께오서 기묘년에 귀양을 떠나신 
파릉군대감께 사면령을 내리시었단 말씀이외까? 

S# 동 정윤겸 사랑채 방안 

정윤겸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김안로      전하께오선 지금의 조정신료들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으시옵니다. 허니 믿을수 있는분들을 
                주변으로 불러드리시려는것이옵니다. 
정윤겸      음..! 
김안로      이번참에 분명 전하께오서 대감을 다시불러 
                 막중지책을 맡기실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정윤겸      대감께서, 정녕 그리 생각하시는겝니까? 
김안로      예. 틀림없사옵니다. 대감 그리되시오면 세자
                저하의 호위를 맡게 되실것이옵니다! 
정윤겸      전하께오서 소임을 맡겨만 주신다면 이사람 
                결초보은 할것이외다! 
김안로      대감, 누구든 세자저하께 위해가 되는 자들은 
                대감께오서 쳐버리셔야 할것이옵니다! 
정윤겸      암요! 의당그래야지요! 
정렴    (방밖에서)아버님! 
정윤겸      (방밖을보며)무슨일이냐? 

s# 동 정윤겸 사랑채 마당 

정렴과 그 뒤편으로 난정이 서 있다. 

정렴      난정이가 아버님 뵙기를 청하옵니다. 

s#동 정윤겸 사랑채 방안 

정윤겸      뭣이라? 난정이가? 
김안로      (당황하는기색)난정이가? 
정윤겸      들이거라. 

s# 동 정윤겸 사랑채 마당 

정렴      예. (난정에게 다정하게) 난정아, 들어가
              보거라. 
난정      (신발을 벗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동 정윤겸 사랑채 방안 

난정,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어다가 김안로를 
보고 흠짓 멈춰선다. 

김안로      (난정을 보는)...! 
난정     (김안로를 노려보는)...! 
정윤겸      난정아, 네 무슨일로 내집에 발걸음을 
                한것이더냐? 
난정    (정윤겸을 휙-돌아보며)대감마님! 어찌 
                 이런 간신배오 한방에 마주앉아 계신것이옵니까?! 
정윤겸      뭣이라?! 
김안로      (일그러지는)...! 
정윤겸      난정아, 네 이년! 감히 뉘앞이라고.. 
난정    아버님! 정년 정씨가문의 문을 닫고 싶으
                신겝니까?! 
정윤겸      (당황하여)뭐, 뭐라?! 
난정     (김안로를 휙-노려보는)...! 
김안로      (쏘아보며)난정이 네 이년! 

난정, 김안로를 무섭게 노려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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