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86
86회 대본 .. S#1 정윤겸 사랑채 외경 (낮) 정렴, 방안을 엿들으며 방쪽으로 한발짝 다가 서는데 김안로E (85회 엔딩 씬의) 난정이 네 이년! 정렴 (움찔 놀라 뒤로 물러서는) ..! S#2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난정, 김안로를 쏘아보고 섰다. 난정과 김안로의 눈빛이 팽팽하게 부딪친다. 정윤겸, 연상 옆에 놓인 벼루뚜껑을 들어 난정에게 휙- 집어던진다. 벼루뚜껑이 난정 얼굴 옆으로 간 발의 차이로 비켜나가 와장창 부서진다. 난정과 김안로, 놀란 눈으로 정윤겸을 돌아본다. 정윤겸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난정아, 네, 네 어찌 손님 앞에서 이 아비 망신을 이리 시킬 수가 있는 것이냐?! 난정 대감마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런 자 의 간계에 어찌 또 속으시려 하시는 것이 옵니까?! 정윤겸 뭣이라?! 네 지금..! 난정 (격앙된) 여기 앉아 계신 희락당대감은 세 자저하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천하권세를 움켜 쥐시려는 분이옵니다! 눈 앞에 이득을 취할수 있다면 명분이나 의리 따위는 헌 짚 신짝처럼 내던져 버릴 소인배란 말이옵니다 ! 김안로 (일그러지는) ...! 정윤겸 (버럭) 그 입 닥치거라! 난정 대감, 어찌 중전마마를 내쫓고내 서방님 가 문을 풍비박산내려고 했던 소인배와 일을 도모하시어 가문을 닫을 화를 자초하시려는 겝니까?! 정윤겸 (분노를 떨리는) ..뭐, 뭣이라?! 난정 (정윤겸을 보는) 대감마님, 어찌 이리도 눈 이 흐려지셨사옵니까?! 어찌 발밑에 놓인 덫을 보시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정윤겸 (벌떡 일어나 장검을 뽑아들고 난정을 노려 보며) 네 정녕 내 손에 죽고 싶은 것이더냐 ?! 김안로 (놀란 눈으로 보는) ..! 난정 예, 이년 정씨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대감의 칼 에 죽겠사옵니다! 정윤겸 (살기 띈 눈빛으로 칼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네..! 네 정녕?! 난정 (다그치듯) 대감, 어서 이년의 목을 치시 옵소서! (각오한 듯 눈을 감는다) 정윤겸 (칼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 김안로 (다급하게) 대감! 정윤겸, 노려보다가 기합을 지르며장검을 휙- 내리 친다.장검이 연상 위에 쾅- 떨어진다. 김안로 (움찔 놀라고) ..! 난정 (눈을 감은 채) .. 정윤겸 (난정을 외면하며) 당장 사라지거라! 두 번 다시 내 눈에 띄면그땐 내 너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난정 (눈을 뜨고) 예, 가지요! (김안로를 휙- 노 려보며) 희락당대감! 이사람, 대감께 약조를 드리지요! 만에 하나 정씨가문이 대감 때문 에 티끌 만한 화라도 입는다면 그땐.. 그땐 대감의 가문이 문을 닫게 될 것이옵니다! 김안로 허, 네 천한 첩년 따위가 나를 위협하는 것 이냐? 난정 다음번에는 대감께 법구경을 전해드리는 것 으로만은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정윤겸 어서 물러가거라!! 난정 대감 두 번 다시 내 서방님댁엔 발걸음을 하지 마시옵소서! 정윤겸 (보는) ..뭐라? 난정 구차하게 벼슬 구걸하실 생각 마시란 말씀 이옵니다! (정윤겸을 노려 보다가 방 밖으 로 휙- 나가버린다) 정윤겸 저..저..! 김안로 허어, 저런 발칙한 계집이 있나? 정윤겸 (김안로에게 조아리며) 이사람이 여식을 잘못둔 죄로 참으로 대감 뵐 낯이 없소이다! 김안로 (정윤겸을 보며) 그게 어디 대감의 잘못이 겠사옵니까? 첩년의 딸년이 제 멋대로 설치 고 다닐 만큼 세상 법도가 무너진 탓이지요 ! (방문쪽을 날카롭게 휙- 돌아본다) S#3 동 정윤겸 대문 앞 길 난정, 대문을 열고 급하게 나오는데 정렴, 그 뒤를 급하게 쫓아 나온다. 정렴 난정아! 난정아.. 방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난정 (그대로 가버린다) 정렴 (멈춰서서 갸웃거리며 보는) ...?! S#4 어느 길 난정, 걸어가다가 멈춰서서 어딘가를 휙 돌아보는 얼굴 위로- 난정E 예, 이년 손으로 정씨 가문을 지켜드리지요! 허나 이년 대감께 부녀지정이 남아 있어서가 아니옵니다. 이년 정씨 성을 가진 죄로 가문 이 문을 닫는 것을 차마 볼 수 없기 때문이 옵니다! 난정, 몸을 돌려 어디론가 총총히 가버린다. S#5 대궐 문 앞 (*혹은 중문 앞) 임백령, 군졸들(*)에게 둘러쌓인 채 결연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군관(*), 낭패한 표정으로 임백령에게 다가 선다. 군관(*) 선비양반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험한 꼴 당 하기 전에 어서 돌아가시오! 임백령 내 주상전하를 알현하기 전까지는 꼼짝하지 않을 것이라 했느니! 내 몸에 손가락 하나라 도 댔다가는 성치는 못할 것이다. 금부도사 (궐문 안에서 나오며)웬 소란이냐? 군관(*) 예.. (금부도사의 귀에 뭐라고 속삭인다) 금부도사 (놀란 눈으로 임백령을 돌아보며) 뭐라? 주상 전하를 알현케 해달라? (임백령쪽으로 다가서 며) 촌선비께오서 어인 연유로 주상전하를 알 현케 해달라는 게요? 임백령 (당당한) 이 사람이 주상전하께오서 성군의 정사를 펼치실 복안을 진언드리고자 하오! 금부도사 (임백령을 찬찬히 살펴 보다가) ..잠시 기다 리시오. (궐문 안으로 들어간다) 임백령 (결연한 표정) ...! S#6 대궐 일각 박승지, 걸어오는데 금부도사가 맞은편에서 다가와 조아리고 선다. 금부도사 승지영감,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박승지 (보며) 아뢸 말이라니? 무슨? 금부도사 (박승지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모습 위로) 중종E 뭣이라! 젊은 선비 하나가 궐문 앞에서 연좌 를 하고 있단 말이냐? S#7 편전 방 안 중종, 윗목에 앉은 박승지를 돌아보며 말한다. 중종 허어, 대체 무슨 연유로 연좌를 한다더냐? 박승지 전하께 장차 성군의 정치를 펼치실 복안을 진언드리고자 한다고 들었사옵니다. 중종 성군의 정치를 펼칠 복안이라? 박승지 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신이 보기엔 선비의 기상이 범상치 않아 보였사옵니다. 중종 (생각하다가) ...군주된 자가 선비의 말한마디 라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법이라 했느니.. (보던 상소를 탁 덮으며) 박승지, 그 선비를 강녕전 앞으로 불러 들이라. 박승지 예, 전하. (일어서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중종 ..성군의 정치를 펼칠 복안이라? S#8 편전 마당 임백령, 박승지의 뒤를 따라 편전 합문 안으로 들어와 계단쪽으로 다가온다. 그 주변으로 호위 별감들이 따른다. 박승지 예서 잠시 기다리시게. 박승지, 계단을 올라 편전 안으로 들어가면 임백령, <康寧殿> 현판을 감동적으로 보고 섰는데... 중종, 박승지와 대전내관, 김상궁 등을 거느리고 편전 밖으로 나온다.임백령, 중종을 보고 무릎을 꿇고 머리 를 조아린다. ] 중종 (계단 위에서 내려다 보며) 그대는 어인 연유로 과인과 면대를 청하였는가? 임백령 주상전하, 소신은 해남에서 올라온 임백령이라 하옵니다. 중종 (입속으로 되새기는) ..임백령이라? 임백령 소신, 주상전하께오서 이 나라 종묘사직을 바로 세워 억조창생이 전하의 업적을 기리는 천세만세 에 길이 빛날 성군으로 칭송 되시기를 바라옵고 또 바라옵는 충심으로 진언드릴 것이 있어 알현 하옵기를 청하였사옵니다. 중종 기탄없이 말해보라! 임백령 전하! 지난번 뇌물 비리에 연루된 조정신료들의 죄를 물으시옵소서! 중종 뭣이라? 임백령 전하, 전하와 백성들을 위해 멸사봉공해야 할 조정신료들이 뇌물을 받은 것은 군주를 기망한 것일 뿐만 아니오라 백성들의 가산을 도적질 한 것이나 진배없는 일이옵니다.소신은 전하께오서 이번 일을 덮어두신 일을 이해할 수가 없사옵니 다! 어찌 조정에 독버섯같은 그자들의 죄를 묻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정곡을 찔리는) ..음! 임백령 전하, 청컨대 뇌물에 연루된 자들의 죄질의 경중 을 따지시어 파직하거나 형장을 치고 귀양을 보 내시거나 참수하시어 일벌백계의 경계로 삼으시옵 소서!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지 않으시오면 이 나라 조정의 앞날은 뿌리채 썩어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임백령 전하, 또한 훈구공신들과 척신들을 배척하시옵소 서! 태조대왕께오서 이 나라를 창건하시올 때 조선은 도학의 나라임을 분명히 천명하시었사옵니 다! 하온데 작금의 사정은 어떠하옵니까? 훈구공 신들과 척신들이 활개치며 조정을 농단하고 있사 옵니다! 지조와 절개를 지닌 선비들은 낙향하고 있사옵고, 백성들은 지방수령들의 토색질에 등골 이 휜 채 비명을 질러대고 있사옵니다! 이는 이 나라에 도학이 바로 서지 못하고바른 말을 하는 선비들이 없다는 증거이옵니다! 청컨대 선비들의 사표이자 귀감이시었던 조정암을 사면복권 하시어 이나라가 도학의 나라이자 선비의 나라임을 천명 하시옵소서! 중종 (충격을 받은 듯) ...! 임백령 (눈물이 흐르는) 전하, 부디 소신의 충심을 깊이 깊이 헤아리시어 천세만세에 빛나는 성군이 되시 옵소서! 중종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라 했는가? 임백령 임백령이라 하옵니다. 중종 ..과인이 그대의 충심을 잘 알았도다.. 허니 이 만 물러가거라. 임백령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흐흑... 중종 박승지. 박승지 예. 전하. 중종 저 젊은 선비에게 술 한병을 내려주도록 하라. 박승지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중종E (편전으로 걸음을 옮겨 들어가려다가 임백령을 돌아보며) 임백령, 임백령이라.. 참으로 선비다운 기개로다. 중종, 편전 안으로 들어간다. 박승지 (계단을 내려와 임백령 앞에 앉으며) 전하께오서 자네의 충정에 감복하시어 어사주까지 내리시었네. 허니 이만 물러가게. 임백령 전하, 흐흐흑... S#9 중궁전 방 안 윤비,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뭐라? 젊은 선비가 필마단기로 전하의 용안 앞에서 뇌물비리에 연루된 조정신료들을 죄주라는 주청을 드렸단 말이냐? 엄상궁 예, 전하께오서 선비의 기개에 감복하시어 어사주 까지 내리시었다고 하옵니다. 윤비 (끄덕이며) 그래 그 선비가 뉘댁 자제라 하더냐? 엄상궁 해남에서 과거를 보러 올라온 선비라 들었사옵니다. 윤비E (끄덕이는) 그런 선비가 작은 오라버니 곁에 있어 준다면 내 마음이 든든할 것을... S#10 경빈 처소 마당 금이, 툇마루 위에 앉아 있는데 장대인,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금이, 툇마루에서 쪼르르 내려와 장대인에게 조아린다. 금이 장대인 오시었사옵니까? 장대인 (미소) 경빈마마께 고하여 주시게. 금이 예, 그럽지요. (처소쪽으로 들어가며) 경빈마마, 장대인 들었사옵니다. S#1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장대인이 앉아있다. (*발은 내려져 있지 않다) 경빈 뭬야? 지금 백아무개를 구명해 달라고 했는가? 장대인 예, 마마. 분명 그리 말씀 올렸사옵니다. 경빈 (의아하게 보며) 내 듣기로는 자네가 백아무개가 금부에 하옥되어 있는 와중에 남소문 객주와 그 자의 집까지 차지한 것으로 알고 있네.만약 백아 무개가 방면된다면 자네에게 손톱만치도 득이 될 리가 없을 터인데 내 자네의 속내를 모르겠구먼? 장대인 모두가 경빈마마와 복성군마마를 위해서이옵니다. 경빈 나와 복성군을 위함이라? 장대인 어차피 복성군께오서 보위에 오르시자면 세자저하 를 폐위시켜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경빈 허어, 자네 목청이 너무 크구먼! 장대인 (낮지만 단호하게) 그러기 위해서는 세자저하의 좌우 날개격인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의 깃을 꺾어 버려야 할 것이옵니다! 경빈 (끄덕이며) 암, 그래야 할 것이야! 장대인 백치수는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를 조정에서 찍어 내는 미끼가 될 것이옵니다. 경빈 백아무개가 김안로와 윤임이를 찍어내는 미끼노릇 을 해줄 것이다? 장대인 예, 마마. 경빈 어디 자네 생각을 속시원하게 털어놔 보게! 장대인 (미소) ... S#12 윤임 사랑채 마당 김안로, 박서방의 인도를 받으며 방쪽으로 다가온다. 황서방, 김안로의 뒤를 따른다. 박서방 대감마님, 희락당대감께오서 뵙기를 청하시 옵니다! S#13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생각에 잠겨 있다가 흠짓 방문쪽을 돌아본다. 윤임 (찌푸리며) ..희락당대감이?.. (방문 쪽에다 대고) 내 지금은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으니 발걸음을 돌리시라 하게. S#14 동 윤임 사랑채 마당 박서방 (김안로에게 조아리며) 저희 대감마님께오서 지금.. 김안로 (말을 자르며) 다시 고하게! 박서방 (놀라 보며) 예에? 김안로 어서 다시 고하래두! 박서방 예.. (방쪽에다) 대감마님, 희락당대감께오서 .. S#15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버럭) 박서방, 내 돌아가시게 하라 이르지 않았는가?! S#16 동 윤임 사랑채 마당 박서방 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며) ..저희 대감마님께오서.. 김안로 나도 들었네! 김안로, 방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마루에 올라선다. 김안로 대감, 이사람 좀 들어가겠사옵니다! (벌컥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17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김안로, 벌컥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윤임 (놀라 보며) 어허, 방주인의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 대감, 어찌 이리 무례한 짓거리 를 하시는 게요?! 김안로 판부사대감, 지금 우리 명치에 비수가 틀어 박힐 판국인데 방안에 드는 예법만을 따지시 려는 겝니까?! 윤임 뭐, 뭐요?! 김안로 (앉으며) 우리 두사람은 세자저하라는 한 배 에 올라탔사옵니다! 헌데 지금 세찬 격랑을 만나 배가 출렁거리고 배 밑바닥에선 물이 솟고 있고 있사옵니다! 윤임 ..음! 김안로 대감, 지금은 잘잘못의 따져 책임을 전가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사옵니다! 어찌 그걸 모르시옵니까?! 윤임E (냉담했던 자순대비의 일이 생각나는 듯) 그래 .. 대비마마께오서 나를 대하시는 것이 예전 같지가 않았음이야. 김안로 대감, 우리 두사람, 다시 뭉쳐야 하옵니다! 그 렇치 않으면 우리 두사람이 탄 배는 세찬 격랑 을 견디지 못하고 수십길 강바닥 아래로 수장될 것이옵니다! 윤임 음! 허면 희락당대감에게 이번 난국을 벗어날 방책이라도 있으신 게요? 김안로 ... S#1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 장대인을 보며 말한다. 경빈 백아무개가 김안로와 윤임이를 찍어내는 미끼 노릇을 해줄 것이라니? 장대인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은 중전마마를 폐위시키려 했던 일로 전하의 신망을 잃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옵니다! 경빈 암, 이번에 중전께오서 회임까지 하시었으니 더 더욱 입술이 바짝 바짝 타들어갈 게야! 장대인 예,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은 조정에서 밀려 나가 지 않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거리라도 할 것이옵 니다. 경빈 (끄덕이는) 그럴테지.. 조정에 세를 불리기 위 해 발버둥을 칠 것이 자명해! 장대인 허나 지난번 치부책 사건 이후로 그 어떤 장사 꾼도 조정에 재물을 대려고 하지 않사오니 조정 에 자금줄이 말라버렸지요. 경빈 ..헌데? 장대인 시생이 백치수를 통해 희락당대감에게 자금을 대어주도록할 것이옵니다. 경빈 뭬야?! 허면 김안로의 숨통을 틔워 주겠다 이 말인가?! 장대인 예, 시생이 희락당대감 손에 먹음직한 떡을 쥐 어줄 것이옵니다. 경빈 (의아하게 보며) 뭬라, 떡을 쥐어준다? 장대인 하오나 급히 먹는 떡은 반드시 체하게 마련이 옵지요! 경빈 급히 먹는 떡은 반드시 체한다?! 장대인 예, 마마. 시생을 믿고백치수를 구명해 주시옵소 서. 허면 시생이 반드시 희락당과 판부사를 조정 에서 도려낼 수 있도록 일을 꾸며보겠사옵니다. 경빈 (생각하는) ..헌데 그 여우같은 김안로가 자네 생각대로 미끼를 덥썩 물어줄까? 장대인 목이 마른자는 찬물 더운물 가리지 않는 법이오니 희락당대감은 반드시 시생이 처놓은 그물에 걸려 들게 되어 있사옵니다. 경빈 ...음! S#19 경빈 처소 일각문 밖 장대인, 일각문에서 나와 흡족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간다. 오상궁, 뒤편에서 걸어오다가 저만치 가는 장대인을 본다. 오상궁, 멈춰서서 갸웃거리다가 어딘가로 총총히 간다. S#20 중궁전 방 안 윤비, 찻잔을 내려놓으며 오상궁을 본다. 윤비 뭐라? 일전에 중궁전에서 내쫓겼던 대국 상인이 경빈 처소에서 나왔다? 오상궁 예, 틀림없었사옵니다. 윤비 (뭔가 생각하는) ... 엄상궁 중전마마, 경빈을 불러들여 자초지종을 엄중히 하문하심이 옳을 줄로 사료되옵니다. 윤비 아닐세, 내 당분간 더 지켜볼 것이다. 엄,오상궁 ... 윤비 E (찻잔을 들며) 경빈이 또 무슨 짓거리를 꾸미기 시작한 게야. S#21 갖바치 집 외경 방백인E 본댁으로 들어갈 길일을 택일해 달라? S#22 동 갖바치 방 안 난정, 방백인 앞에 사주일시가 적힌 봉투를 내민다. 갖바치와 당골네, 찻잔을 놓고 그 옆에 앉아있다. 난정 이속에 적힌 것이 그댁 분들의 사주이옵니다. 방백인 (봉투를 받아들며) 오냐, 내 아주 좋은 날로 택일해 주마. (봉투속에서 사주일시가 적힌 종이를 꺼내 펼쳐 본다) 어디 보자.. 임오년, 정월 경진일이라.. (육갑을 짚으며 중얼거리는) 갖바치 난정아, 네 승후관댁으로 들어갈 작심을 한 것 이더냐? 난정 예, 중전마마의 윤허가 계시었사옵니다. 우선 당추스님 암자에서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 을 위한 백일 불공을 드린 연후에 본댁으로 들 어갈 것이옵니다. 갖바치 (뭔가 불길한) ..음! 당골네 하기사 미우니 고우니 해도 서방님 곁에 찰거머 리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어야 사랑도 새록새록 솟고 정도 붙는 법이지. 방백인 (육갑을 짚다가 움찔 놀라는) ...! 당골네 (의아하게 보며) 왜그러시오, 임자? 난정 (방백인을 보며) 아저씨, 어찌 그러시옵니까? 방백인 (당혹스러움을 감추며) 아, 아무것도 아니다! 난정아, 아무 걱정말고 당추형님 암자에 다녀오 너라. 허면 내 그때까지 길일을 잡아두도록 하마. 난정 그러세요. 허면 아저씨만 믿고 물러가겠사옵니다. 방백인 오냐, 내 말을 믿거라. 난정 (쓰개치마를 들고 일어서려다) 헌데 임선비께오 선 어딜 가신 겝니까? 당골네 글쎄다? 요즘은 도통 말씀도 없고 집에 계시지도 않고 밥때를 넘겨 들어오시는 일이 다반사이시니 그분 속내를 알 수가 없구나. 갖바치 임선비께오서 사자후를 토해내시기 위해 입을 다 물고 말씀을 아끼신 게지. 당골네 예에? 갖바치 어른 그 무슨 말씀이오? 난정 (갖바치를 보는) ...? S#23 어느 길 임백령, 손에 비단보로 싼 술병을 들고걸어오고 있다. 임백령E (굳은 얼굴 위로) 내 청운의 뜻을 품고 살아왔것 만.. 모든게 다 부질 없는 꿈이었단 말인가? 임백령, 문득 손에 든 술병을 보며 탄식을 뿜어낸다. 임백령,뭔가를 생각하다가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S#24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옥매향, 안방쪽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옥매향 (두리번거리며) 모린아, 모린아! 이 에미나이래 대톄 오딜 간기야? 모린아, 모린아! 임백령 (중문 안으로 들어온다) .. 옥매향 (임백령을 보고 반가움에) 임선비 나으리! 임백령 (미소) 그동안 잘 있으시었소? 옥매향 (수줍은 미소로 농조) ..과거공부에 뎡딘하시어 야 할 선비님께오서 기방엔 어인 발걸음이시옵 네까? 임백령 왜요? 내가 찾아온 것이 반갑지 않으면 돌아가리 까? 옥매향 (화들짝) 그런 소리 마시라요! 내 기방을 탸댜온 손님인데 기냥 보내드릴 수야 없디요. 임백령 내 매향이가 따라주는 술 한잔 마시러 왔소. 옥매향 (놀라 보며) 술이요? S#25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옥매향, 임백령의 술잔에 술을 따른다. (*어사주는 따로 있다)임백령, 심각한 표정으로 술잔을 바라본다. 옥매향 댱원급뎨하실 때까딘 입에 술을 안대시겠다던 나으리께오서 어띠 댝심(作心)을 파하신 거야요? 임백령 내 이번에 과거를 포기하고 낙향할 작정이오. 옥매향 (놀라) 예에? 낙향이요?! 임백령 내 매향이에게 그 말을 하고 싶어 온게요. 옥매향 나으리, 허면 소텹은 어띠하옵네까? 나으리께오서 댱원급뎨 하실 날만을 목을 늘이고 학수고대하던 소텹은요? 임백령 미안하오! 내 낙향할 행장을 차려야겠으니 이만 가봐야겠소. (어사주를 들고 벌떡 일어나 방 밖으 로 나간다) 옥매향 나으리! 나으리! (부르다 주저앉아 눈물을 글썽이 는) ...! S#26 남곤 사랑채 외경 남곤E 조정에서 이사람을 찍어내려는 음모가 있소이다! S#27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심정, 놀란 눈으로 남곤을 보며 말한다. 심정 음모라니요?! 대체 조정의 누가 그런 짓거리를 한단 말이옵니까? 남곤 안당과 정광필이 우리 공신들을 밀어내고 조정을 장악하려는 모략을 꾸미고 있소이다! 심정 그럴 리가요? 남곤 (연상 쾅) 그럴 리가요 라니요?! 그자들이 주초의 잔당을 부추켜 우리의 등 뒤에 비수를 꽂아 넣으 려고 하고 있는 판에 화천군께서는 어찌 이리 무사 태평이신 게요?! 심정 대감, 이사람도 조정안팎 돌아가는 사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사오나 아직은 그런 조짐을 감지하 지는 못했사옵니다. 남곤 허어, 이리 답답할 데가 있나?! 화천군대감, 안당 과 정광필이 공신들을 찍어내고 조정을 온통 주초 의 잔당으로 채우게 되면 화천군께서도 무사하지는 못하실 것이외다! 심정 음! 그야 당연한 말씀이지요! 남곤 이번 일을 이대로 좌시해서는 아니될 것이오! 우리 가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그자들을 먼저 찍어내 버려야 할 것이외다! 심정 ..음! 남곤집사E (방 밖에서) 대감마님, 판부사대감과 희락당 대감 께오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남곤,심정(흠짓하여 서로의 얼굴을 보는) ...?! S#28 동 남곤 사랑채 마당 남곤집사의 옆으로 윤임과 김안로가 서있고 그 뒤로 박서방 과 황서방이 서있다. 남곤 E (방 안에서) 뫼시어라! 남곤 집사 예. (윤임과 김안로에게) 드시지요. 윤임,김안로 (헛기침을 하며 마루 위로 올라서서 방쪽으로 들어간다) S#29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앞에 윤임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남곤 두분 대감께서 내집엔 어인 발걸음을 하신 게요? 윤임 대감들과 공생(共生)하자는 말씀을 드리러 왔소 이다! 남곤 ..고, 공생이요? 윤임 예, 다 함께 살아야지요! 김안로 전하께오선 뇌물비리에 연루되었던 조정신료들에 대한 신망을 거두시었사옵니다. 만에 하나 이틈에 사림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안당대감이 조정에 들어오게 된다면 우리들은 언제 찍혀져 나갈지 모르는 일이옵니다. 남곤 (심각해지는) ..음! 그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고.. 심정 두분께서는 전하의 신망을 회복할 무슨 방책이라도 가지고 있으신 게요? 윤임 방책은 단 한가지 뿐이옵니다! 남곤 말씀해 보시구려! 윤임 (은밀히) 역모를 일으키는 것이옵니다! 남곤 ,심정 (경악) ..여, 역모?! 김안로 (결연하게 보는) ...! 남곤 (질린 얼굴로) 역모라니?! 대, 대체 누가 역모를 꾸민단 말이오?! 김안로 안당 대감이옵니다! 남곤 안당? 심정 허면 안당대감을 거짓 역모로 찍어내자는 말씀이 오이까? 김안로 예, 지금은 그 방도 밖에는 없사옵니다. 남곤E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 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먼.. 심정 E 참으로 무서운 작자들이구먼..! 윤임 어찌 하시겠소이까? 두분께서도 우리와 합세해 주시겠소이까? 남곤 그리 되면 이사람에게는 무슨 득이 있겠소이까? 김안로 좌의정께서는 영의정으로 승차를 하시게 될 것이 옵니다. 남곤 영의정이라.. 심정 허나 영상의 자리는 희락당대감의 숙부님이 앉아 계시지 않소이까? 김안로 역모가 수습되면 숙부님께오선 사직을 하실 것이 옵니다. S#30 대궐 일각 경빈 과 희빈, 창빈이 금이와 향이 등 처소상궁 나인들을 거느리고 온다. 희빈 대비마마께오서 우리 세사람을 어찌 함께 들라 명하시었을까요? 경빈 마마께오서 희빈에게 큰 상급을 내리시려는 겔 겝니다. 희빈 (돌아보며) 이 사람에게 큰 상급을요? 경빈 (뼈있는) 암요, 대비마마께오서 중궁전에 충견이 되기로 맹세한 희빈의 충정을 가상하게 여기시어 상급을 내리시구 말구요! 호호호. 희빈 (발끈) 경빈! 경빈 왜요? 이사람이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 창빈 (경빈을 보며) 경빈께서는 어찌 만사를 삐뚜루만 보시는 겝니까? 경빈 (휙-보며) 허! 겉 다르고 속 다른 창빈께서 어찌 이 사람을 가르치려 드는 게요?! 창빈 경빈 , 그 무슨... 경빈 (말을 자르며) 중전마마께오서 폐위를 당하시자 교태전 자리가 탐이 나서 등을 돌리신 창빈 아니 오?! 창빈은 입이 열 개라도할 말이 없으실 게요! 창빈 ...! 경빈 가자 금아! (비웃음을 흘리며 먼저 가버린다) 희빈 (창빈 옆으로 오며) 창빈 마음쓰지 마세요. 혼자 만 잘난 위인 아닙니까? 가십시다. 희빈과 창빈, 경빈의 뒤를 따라 어디론가 가는모습 위로 조상궁E 대비마마, 경빈, 희빈, 창빈 들었사옵니다. S#31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윤비가 앉아있다. 경빈 , 희빈, 창빈, 자순대비 앞에서 큰 절을 올리고 선다. 경빈 ,희빈,창빈 대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자순대비 앉으세요. 경빈,희빈,창빈 (자리에 앉는다) 자순대비 (미소로 보며) 빈들께서도 중전께서 두 번째 용종 을 잉태하신 일은 다들 아시고 계시겠지요? 희빈 예, 마마. 신첩들이 왕실의 큰 경사를 어찌 모르 겠사옵니까? 지난번 신첩들이 중궁전에 들어 경하 를 드렸사옵니다. 자순대비 그래요.. 이 늙은이는 중전께서 무탈하게 대군아기 씨를 생산하실 수 있도록 세분 빈들께서도 축수발 원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아니 그렇소, 중전. 윤비 예, 마마. 신첩도 그리 믿사옵니다. 경빈 ,희빈,창빈 믿으시옵소서! 윤비 (경, 희, 창빈을 미소로 보는) .. 경빈 ... 자순대비 (방 밖을 보며) 조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조상궁E (방 밖에서) 예. 자순대비 내 세분 빈들을 부른 연유는 지난번 말씀을 꺼낸 왕자들의 혼례에 대해 마무리를 짓고자 함입니다. 경빈 ,희빈,창빈 (충격) ...! 자순대비 이 늙은이가 복성군에게 어울리는 혼처를 물색하 던 중에 마침 중전께서 이 늙은이 마음에 꼭 차 는 규수를 추천 하시었소이다! 경빈 E (윤비를 휙-보며) 주, 중전! 기필코 복성군을 내 치실 작정이시오?! 윤비 (경빈 을 미소로 보는) .. 자순대비 이 늙은이와 같은 파평윤문중에 윤인범의 여식이오. 경빈 마마, 파, 파평윤문이라 하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그래요. 이 늙은이도 윤인범의 여식이 현숙하고 후덕하다고 들었는 바, 마침 중전께서도 추천을 하시었구려. 경빈 ...! 자순대비 가문으로 보나, 규수의 성품이 복성군의 배필로는 적합할 듯 싶은데 경빈의 뜻은 어떠하시오? 경빈E (충격을 받은) 정녕 복성군이 내 품을 떠나 궐 밖 으로 나가야 한단 말인가?! 자순대비 (의아하게 보며) 경빈.. 경빈E (울음이 나올 듯) 아니 돼! 아니 돼! 복성군을 이대로 떠나보내서는 아니 돼! 희빈,창빈 (경빈을 보는) ..?! 윤비 경빈 ! 대비마마께오서 하문하고 계시지 않는가?! 경빈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순대비를 보는) .. 예에? 자순대비 경빈, 윤인범의 여식이 마음에 차시지 않으시는 게요? 경빈 아, 아니옵니다! 신첩은 대비마마와 중전마마의 뜻에 따를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이 늙은이의 뜻에 따라준다니 고맙구려. 이 늙은이 가 조만간 혼례일을 택일하여 경빈에게 일러줄 것 입니다. 허니 경빈께선 복성군의 혼사채비에 정성 을 기울여 주세요. 경빈 (조아리며) 명심하겠사옵니다. (고개를 들며 윤비 를 쏘아보는) ..! 윤비E (보는) 경빈,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모두가 대통 을 잇지 못하는 왕자들이 겪어야 하는 운명이거늘 .. S#32 윤원형 집 작은 사랑채 마당 김씨,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고 와서 방 앞에 선다. 김씨 서방님, 소첩이옵니다. 윤원형E 오, 부인 들어오시구려. 김씨 (배천댁을 보며) 이리 주게. 배천댁 예, 아씨. (받쳐들었던 약사발을 김씨에게 건넨다) 김씨 (약사발을 받아들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S#33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약을 마시고 입맛이 쓴 듯 찌푸리며 약사발을 내려 놓는다. 김씨, 약사발을 받아들고 당과를 건넨다. 윤원형 (당과를 씹으며) 부인, 아까 누워있자니 밖이 소란 하던데 무슨 일이요? 김씨 소첩이 임서방에게 안채에 작은집의 세간을 들여 놓으라 하였사옵니다. 윤원형 그 무슨 말이요, 부인? 허면 난정이에게 안채를 내 어줄 것이란 말이요? 김씨 작은집이 들어오면 안채를 내어달라고 할 것이 자명 하지 않사옵니까? 윤원형 허어, 아무리 그래도 법도가 있는 법인데 첩실에게 안채를 내어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소? 김씨 서방님, 난정이가 비록 첩실이라고 하오나 중전마마 의 총애를 받고 있을뿐 아니오라 이번에 서방님을 구명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사옵니다. 하오니 난정이가 안채를 쓴들 부족함이 없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부인! 아무리 난정이가 공이 크다하나 내 조강지처 는 부인이신데 어찌.. 김씨 서방님, 중전마마께오선 소첩과 서방님의 합궁일에 서방님과 난정이의 혼례를 윤허해 주시었고 또한 난 정이에게 당의까지 내리시어 중궁전 출입까지 윤허 해 주시었사옵니다. 또한 이번에 주상전하를 알현하 는 자리에도 소첩이 아닌 난정이를 부르시지 않았사 옵니까? 윤원형 부인, 그건... 김씨 중전마마께오서 처첩간에 법도를 무너뜨리시었사온 데 소첩이 어찌 감히 법도를 입에 담을 수 있겠사옵 니까?! 소첩은 초당에 머물 것이옵니다. 윤원형 ...! 김씨 그리 아시고 쉬시옵소서! (약사발을 들고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허어.. 아무래도 앞으로의 일이 평탄치가 않겠구 먼. 평탄치가... S#34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김씨, 약사발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서다 이마를 짚으며 비틀 한다.김씨가 놓친 약사발이 땅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배천댁 (다가오며) 아씨, 괜찮으시옵니까? 김씨 괜찮네.. 가세.. (초당쪽으로 간다) 배천댁과 탄실, 황급하게 깨진 약사발을 챙겨들고 김씨의 뒤를 따른다. S#35 중궁전 앞 마당 난정, 당의를 입고 환한 표정으로 중궁전 계단 위를 오른다. 엄상궁E 중전마마,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윤비E 들라해라. S#36 동 중궁전 방 안 방문이 열리고난정, 방안으로 들어서려다가 움찔 멈춰선다. 윤비 옆에 세자가 책을 펴놓은 채 다정하게 앉아있다. (*박상궁, 윗목에 앉아있다) 윤비 난정아, 이리 다가오거라. 난정 예, 마마. (윤비 앞쪽으로 다가와 큰 절을 올린다) 세자 (그런 난정의 자태를 유심하게 보는) .. 윤비 세자, 윤승후관의 작은 안으서입니다. 세자 하오면 아바마마께오서 어사주를 내려주시었다던 처자이옵니까? 윤비 그래요.. 난정아 세자저하께 문후 여쭈거라. 난정 예.. 소첩, 세자저하께 문후 드리옵니다.(세자에게 큰 절을 올린다) 세자 오냐... 난정 (쌩끗 웃으며) 세자저하, 소첩이 지난번 존체를 뵈었을 때보다 장성하시었사옵니다. 세자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더냐? 난정 소첩, 세자저하께오서 책봉을 받기 전에 먼발치로 뵌 적이 있었사옵니다. 세자 그랬더냐? 난정 예. 세자저하. 세자 어마마마, 소자는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말씀 나누시옵소서. 윤비 그래요, 세자, 다음에 또 이 어미에게 효경 강독 을 해주세요. 세자 예, 어마마마 그리하겠사옵니다. 윤비 박상궁, 세자를 뫼시게. 박상궁 예, 중전마마. 세자 (펴놓았던 <孝經>책을 들고 일어선다) 난정 (일어나서 세자에 대한 예를 갖춰 조아리는데) 세자 (윤비에게 조아리고 나서 난정을 보고) 허면 다음 에 또 보자구나. 난정 예, 소첩, 세자저하를 다시 만나뵙기를 고대하겠 사옵니다. 세자 가자, 박상궁. (박상궁을 거느리고 방문쪽으로 걸 어가 방 밖으로 나간다) 난정 (조아렸던 고개를 들고 세자의 뒷모습을 무섭게 노려보는데) .. 윤비 앉거라. 난정 예, 마마.. (자리에 앉는다) 윤비 난정아, 네 오라버니댁으로 들어갈 채비는 잘 하 고 있느냐? 난정 예, 소첩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위한 백 일 불공을 마친 연후에 들어갈 것이옵니다. 윤비 그래, 나를 위하는 네 정성이 고맙고도 고맙구나. 난정 황감하옵니다, 마마.. 윤비 (방문 쪽을 보며) 엄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S#3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 격앙된 연상을 쾅-쾅- 치며 말한다. 경빈 앞에 남곤과 심정, 난감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경빈 그리하세요! 안당이든 김안로든 다 찍어내 버리 세요! 허나 대감들 결코 잊으시어서는 아니될 게 있습니다! 남곤,심정 (경빈의 얼굴을 보는) ... 경빈 (살기등등한) 종국에는 반드시 반드시 중전을 천길 벼랑 아래로 밀쳐버려야 할 것입니다! (휙- 보며) 아시겠습니까?! 남곤,심정 (섬찟 질리는) ..! 경빈 아시겠냐고 물었습니다! 남곤,심정 (조아리며)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분을 삭히지 못해 씩씩대다가 어딘가를 휙- 노려 보는) .. S#38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윤비, 다과상을 놓고 마주앉아 있다. 윤비 난정아, 너는 앞으로 조정이 어찌 돌아갈 것이라고 보느냐? 난정 치부책 일로 주상전하의 신망을 잃은 조정신료들이 밀려나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며 물어뜯 을 것이옵니다. 윤비 조정에서 이전투구가 벌어질 것이다? 허면 조정에 또다시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란 이 말이냐? 난정 예, 하오나 마마께오선 크게 심려하시지 않으시어 도 좋으실 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주상전하의 총애를 회복하시고 용종까지 잉태하시었사오니 조정과 왕실의 그 누구도 감히 중전마마의 권위에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윤비 허나 경빈이 있지 않느냐? 난정 경빈은 중전마마의 믿음을 얻기 위해 당분간 김안로 와 윤임이를 찍어낼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윤비 그건 그렇지 않을 게야. 난정 예에? 윤비 근자에 대국서 온 장아무개라는 장사치가 다시 경빈 처소를 드나들이 한다고 들었다. 난정 (흠짓) 장아무개가요? 윤비 그래, 내 이번에 복성군을 성혼시켜 출궁시키는 일을 서둘렀으니 아들사랑이 지극한 경빈이 내게 큰 원한 을 품고 있을 게야. 난정E (생각하는) 경빈과 장대인이 손을 잡고 일을 꾸민다? S#39 편전 방 안 중종, 연상 위에 놓인 교지들을 살펴보며 옥새를 찍어 날인을 한다.박승지, 중종 앞에 앉아 교지들에 날인하는 것을 거들며 지켜본다. S#40 동 편전 복도 김전, 남곤, 심정, 윤임, 홍경주, 김안로, 윤임이 굳은 표정 으로 방문 앞으로 걸어와 선다. 김전 (대전내관에게) 고하여주시게. 대전내관 예. (방문 쪽을 향해) 전하, 영의정과 신료들 들었 사옵니다. S#41 동 편전 방 안 중종 (방문 쪽을 돌아보며) 영의정이? (옥새를 거두며) 들라하라. 대전내관E (방 밖에서) 예. 박승지, 교지를 챙겨 윗목으로 물러난다. 방문이 열리면김전, 남곤, 심정, 홍경주, 김안로, 윤임이 결연한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와 곡배를 올리고 선다. 중종 경들께서 편전엔 어인 연유로 드시었소? 김전 전하, 신들은 역모를 고변하러 들었사옵니다. 중종 (경악하여 보는) 뭣이라? 역모?! 영상, 지금 역모 라 하였는가?! 일동 (결연한 표정) ...! S#4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 위로 경빈E 내 처음부터 중전과는 손을 잡지 말아야 했음이야! 내 참으로 아둔했음이야! 아둔했음이야! 경빈 (뭔가를 억누르는 듯 찻잔을 들어 마시려는데) 금이E (처소 마당에서) 경빈마마, 난정이 들었사옵니다. 경빈 (멈칫) ..뭬라, 난정이가?! (뭔가 생각하는) ..! S#43 동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처소쪽을 향하고 있고난정, 그 뒤편에 서있다. 금이 경빈마마, 난정이 들었사옵니다. 경빈E (대답없는) ... 금이 (갸웃하며) ..주무시나?.. 난정 금아, 더 큰 소리로 고하거라! 금이 (휙- 보며) 난정아, 네 어찌 나를 아랫것 다루듯 하는 게냐?! 난정 (금이 앞으로 한발짝 나서며) 허면 너따위 아랫것 을 상전 뫼시듯 할까?! 금이 (움찔하는데) 경빈E 들라해라! 금이 ..예, 예. 난정 (금이를 밀치고 처소 안으로 들어간다) S#44 동 경빈 처소 방 안 방문이 열리고 난정, 환한 미소를 지으며 경빈 앞으로 다가와 선다.경빈, 난정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찻잔을 들어 마신다. 난정 경빈마마, 소첩 마마를 당분간 뵈옵지 못할 듯 싶어 인사를 여쭈러 왔사옵니다. 경빈 (시선을 주지 않은 채) .. 난정 (앉아서 경빈의 표정을 살피며) 마마, 어디가 미령하시옵니까? 심기가 불편해 보이시옵니다? 경빈 (휙- 노려보다가 들고 있던 찻잔을 난정에게 휙- 뿌려버린다) 찻물이 난정의 얼굴에 뿌려진다. 난정 (쏘아보며) 마마, 어찌 이러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노려보는) 이 요망한 년! 내 손으로 네 년의 각을 떠내도 시원치 않음이야! 난정, 분이 난 숨을 몰아쉬며 경빈을 무섭게 노려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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