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기다리며
씬1. 법정.
권위가 느껴지는 판사.
굵고 깊은 이마 주름.... 송곳처럼 길게 찢어진 매서운 눈빛.... 선고를 한다.
냉담한 표정으로 빠르게 타이핑을 해가는 서기.... “탁탁... 타타탁...... 탁탁.........”
판사 사건번호 99로 6752, 이름 김 기범. 죄명.... 살인.
1~6번 살인사건은, 상황과 정황적 증거가 인정되지만 결정적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마지막 7번 사건은 모든 정황과 증거가 충분함으로 살인이 인정되는 바,
본 재판장은 피의자 김기범을 징역 15년에 처한다.
“쾅~! 쾅~! 쾅~!”
공명되듯 장내에 울려 퍼지는 차가운 법봉소리.
이내 포승줄과 죄수복의 기범....... 담담한 표정을.
곧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식과 울분을 따라, 뒤로 팬하면--- 유가족들의 모습.
각기 성토하듯 한탄하는,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다 때려쳐!!!” “저 새끼가 죽인 거라고!!!”
그런 그들을 향해 그려지는 기범의 씁쓸한 미소!!
그 미소가 어느 곳에 멈춰지면, 참관하고 있던 누군가가 억지 미소를 지어 보낸다. (민수)
기범과 달리 우락부락한 외모지만 곰살 맞은 구석이 느껴질 때쯤,
어느 곳에서 조바심으로 자리를 박차는 날랜 남자(형사: 대영)
대영 (격분) 반장님도 니가 죽였잖아 개새끼야!! (기범에게 달려든다)
교도관들 밀쳐내고 기범의 멱살을 잡아채는 대영,
대영 (분노) 나오기만 해! 기필코, 기필코 다시 재판 대에 세운다, 이 씨발새끼야!!
기범 (빤히) 참 말 쉽게 하시네.... (담담히).....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진 않습니다!!
가차 없이 기범을 갈기며 뒤엉키는 대영을 제압하는 교도관들. 이내 아수라장이 되는 법정.
그런 모습들이 간헐적으로 떨리는 눈동자에서 잡힌다.
찾으면, 무아경에 빠져 우두커니 서있는 물방울 원피스의 예쁜 소녀. 천연덕스러울 만큼 순수해 보이는 남희주.
기범과 대영 그리고 교도관들의 거친 몸싸움과 함께 점점 사라져가는 소리들.
교도관들에게 이끌려나가는 기범, 헛웃음과 거만한 시선으로 대영을 응시한다. 그런 기범의 모습에, 어린소녀 희주는 점점 거세게 혼미해져 간다!
교도관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는 대영의 강렬한 몸부림과 메아리.
동요 없이 자리에 차분히 앉아 있는 민수의 뒷모습.
서서히 뒷걸음질로........ 재판장 문을 열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희주.
씬2. 경찰서 정문, 비오는 저녁.
빗속에서, 길가에 고인 물웅덩이를 차듯 걸어오는 취한 발걸음.
긴 한숨과 뒤틀린 미소로 경찰서 정문으로 향하는 대영, 경찰서 정문에 다다르면 시선과 함께,
대영 (만취) 여기 있었네.
길 잃은 강아지처럼 잔뜩 웅크려진 희주.
고사리 손에 들려진 수갑과 턱턱턱! 돌아가는 구형카세트. 이어폰을 낀 귓가에 맴도는 음악 그리고 초점 잃은 시선.
그런 희주를 보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마는 대영. 플래시 백!
씬3. 과거 플래시 백, 택시, 구옥연립, 반지하, 새벽.
택시 안.
택시 뒷자리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굳은 표정의 남반장. (희주 부)
남반장 (통화) 그 새끼가 범인인 게 확실합니다. (듣고) 정말 이러실 거에요 과장님. (답답)
3년 동안 짝사랑한 놈을 이제 와서 포기하라니요!? (사정) 한달 딱! 한 달만 말미를
주십시오. 현장에서 잡든, 증거를 찾아내든, 제가 직접 그 새끼 교수대에 끌어다 앉
히겠습니다. (듣곤) 네. 네. 알겠습니다. (끊는다)
한숨 돌린 듯한 표정으로, 다시 전화를 거는 남반장.
남반장 (통화) 어 반형사 난데, 희주 아침만 준비해놓고 다시 바로 넘어갈 테니까,
나타날 때까지 잘 감시하고 있어. (듣곤) 어 그래, 어 알았어. 위험한 놈이니까 절대
단독 행동 말고. (듣곤) 그래. (끊는다)
택시가 멈춰서면, 잔돈을 받아 챙기며 내리는 남반장.
돌아서는 모습에서 툭! 택시에 승차할 승객과 살짝 부딪힌다.
“죄송합니다!” 택시에 오르는 승객. 손님을 태운 택시가 출발하고 남반장은 집으로 향한다.
문득 걸음을 멈춰서는 남반장....... 멀어져가는 택시를 무심히 돌아보는 표정에서,
남반장 (신음) 하..........!
남반장의 목에서 스멀스멀!! 피가 넘쳐나고 있다. 깊게 찔린 목의 상처!!
cut to ㅡ 구옥연립 반지하.
형식상 미닫이문으로 방과 거실을 구분 지어놓은 추레한 집. 조촐한 살림살이.... “쾅~!”
부서지듯 열리는 현관 문.
목에 피를 손으로 막은 채, 쓰러지듯 들어오는 남반장.
자신의 몸과 함께 안주머니에서 작은 카세트하나가 튀어나와 나뒹군다.
이미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듯........ 애타게 딸을 불러본다.
남반장 (기어서 거실로 향하며) 희주야.... 희주야........ 희주... 야...?
미닫이 문 너머로 곤히 자고 있는 예쁜 잠옷의 희주.
단잠이든 소녀는 아빠의 마지막 부름을 듣지 못한다.
자신의 눈 속에서 자고 있는 딸을 보며, 힘든 숨을 끊지 못하고 있는 남반장.
흐릿해져가는 딸의 모습...... 점점...... 힘겨운 숨과 더불어 굵직한 눈물로 의식을 잃어간다.
Cut to ㅡ
며칠 후쯤.
반지하 쪽창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햇살과 소음처럼 들려오는 창밖 너머 일상의 소리들.
오가는 사람들의 소리와 발그림자가 지나면, 창 너머로 멈춰서는 차바퀴.
cut to ㅡ 동 밖, 차 안.
멈춰서는 구닥다리 차. 운전을 하고 있는 반형사와 보조석에 대영.
반형사 그래서 어머니 수술은 잘되시고?
대영 네... (너스레) 며칠 쉬었더니 영~ 적응이 안 되네.
반형사 병간호가 쉬는 거냐 짜샤?
대영 (말 돌리려... 집 외경을 보며)... 근데 정말 반장님 이런데서 살아요?
반형사 너 실수라도 반장님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마라... 집나간 형수님 노름빚 때문이니까.
대영 (급작스레 변하는 표정) 예...?
반형사 뭔 복이신지 모르겠다. (혀를 찬다)
아니 그건 그렇고 살인사건 정리 안 되면 집에 갈 생각도 말라더니... 반장님은....?
(대영에게 짜증) 가봐 계시나.
대영 (멍하니)... 알았어요. (뭔가를 챙겨 차에서 내리려/)
반형사 웬 케이크이냐?
대영 아 모르셨구나! (도망치듯) 오늘 반장님 생일이시잖아요.(차에서 내린다)
반형사 야~ 야~~ 저,저런 치사한 새끼. (계면쩍다)
cut to ㅡ 반 지하 계단.
케이크를 든손, 상념에 잠긴 표정, 무겁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 대영.
반 지하로 내려서자... 벌레시체로 시커먼 등이, 자동으로 들어오며... 음침한 통로를 비춘다.
문득......... 불빛 속에 비춰 들어오는 핏자국? 순간! 긴장하는 대영. 차분히 총을 꺼내어 경계하듯 조심스럽게 남반장 집으로 향한다.
현관문을 돌리면... 편하게 돌아가며... 열리는.
집안으로 들어서는 대영, 헉! 짧은 신음과 함께 경직되는 몸!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남반장. 시간이 꽤 지난 듯, 거북이등처럼 메말라있는 목에 피.
아버지의 창백한 얼굴을 자신의 작은 허벅지에 괴어 품고 있는 어린 소녀 희주.
외출을 한 듯, 물방울 원피스를 입고 있는 희주의 머리에도, 아빠의 머리에도, 생일축하용 색색가지 종이고깔모자가 씌워져있다.
표정 없는 소녀의 얼굴에, 때로 가득한 눈물자국과 이어폰으로 듣고 있는 아빠의 카세트.
그 앞에 차려진 아빠의 생일상엔, 햇반과 미역국 그리고 케익 크림 속으로 모두 녹아든 촛농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많은 양의 딸기우유 빈 갑들.
딸의 간절한 사랑도 느끼지 못한 채, 희주의 발 베게 속에 창백하지만... 편히 담겨있는 남방장.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차디찬 아빠의 손을 감싸 “호~ 호~~!!” 조약돌 같은 입김으로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소녀.
보이는 참혹함에 자리에 주저앉고 마는 대영. 철퍼덕~!
씬4. 현재, 경찰서 정문, 비오는 저녁.
철퍼덕~! 희주 옆에 주저앉는 대영.
빗속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희주의 해맑은 눈동자와 점점 잃어가는 초점.
대영 희주야.... (안듯 어깨동무를)...... 누구 기다리니?
희주 ............... 네.
씬5. 메인 타이들.
“ 널 기다리며 ”
씬6. 교도소, 이른 아침.
교도소 외경.
육중한 교도소 문이 열리면 형량을 마친 범죄자들이 나온다.
그들 모습 사이로 가방을 맨 기범이 보인다.
마중 나온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기대 없이 찾는 기범의 시선.
예의 아쉬움으로 긴 숨을 시원스레 내 쉬는데, 퍽! 매몰차게 던져지는 두부, 두부가 뭉개져 흐르면, 모습을 보이는 대영.
대영 아이구! 얼굴 좋으십니다~ (미소) 씨발놈아.
기범 (닦으며) 좋은 날인데 이벤트가 아주 엿 같네. (코웃음) 모범수한테?
대영 만기채운 모범수도 있냐 새끼야? (냉소적으로 다가서서) 왜 현수막이라도 걸어주랴?
기범 (교차되는 시선) 됐시다. 잊지 않고 찾아 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대영 짭새돼서 니가 첫정인데 잊겠냐? (담배를 꺼내 피운다)
기범 것도 영광이네. 고마우면 담배나 하나 주시던가?
대영 너 안에 있는 동안 담뱃값 4번이나 인상됐거든. (기범의 신발에 침을 찍! 뱉으며)사 펴.
기범 (짜증) 아직도 내가 다~ 죽였다고 생각하쇼?
대영 (확신으로 기범의 얼굴에 연기를 내뿜으며) 어.
굳어지는 기범의 얼굴....... 대영과 눈싸움을 하다,
기범 미친 놈!!
대영 넌 콩밥 좀 더 처먹어야겠다.
기범 (비아냥) 내가 왜?
대영 한 명 몫밖에 안사셨잖냐, (손가락으로 셈해 보이며)... 여섯 더... (문득) 아니지,
한 명당, 사돈에 팔촌 빼고... 직계가족만 하면, 두당 4치고... (곱셈) 사칠에~ 이십팔.
(차갑게) 28명 인생을 니가 좆같이 만든 거야, (위협적) 이 씨발놈아!?
기범 (어이없다는 듯) 그건 당신 계산이고.
대영 밤길 조심해라.
기범 (침을 찍~!) 밤엔 자야지.
가로막는 대영을 빈정대듯 피해, 길을 재촉하는 기범.
삼삼오오 모여 상봉을 하고 있는 가족과 연인들 등의 사람들 속으로 사라져가는 기범.
대영 (큰소리로) 야 연쇄 살인범~~ (기범에게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기범에게 쏠린다.
걸음을 멈추는 기범, 시선도 주지 않곤 주먹과 이를 꽉~ 우드득,
기범 증거 있어?
대영 (나란히 서서) 너 같은 새끼들 결과는 딱 하나야, 뒈지거나 잡힐 때까지 계속 죽이는 거.
너 학교에 있는 동안 우리 동네 의문사... 한 건도 없었다. (명함을 기범의 앞주머니에)
반성되면 늦지 않게 연락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널 잡을 거니까. (간다)
기범 (싸늘하게 식어가는 표정으로 대영의 뒷모습 노려보는)
그런 기범을 경계하듯 피해주는 사람들... 그들의 눈과 눈... 모멸감으로 미간이 떨리는 기범!
그런 기범을......... 어느 모퉁이에서 훔쳐보고 있는 민수......... 어두운 표정과 무거운 눈길이!
씬7. 공연장 인서트. 희주집.
아름다운 멜로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바이올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호흡을 맞추고 있는 피아노.
피아니스트의 악보를 타이밍 맞게 잘 넘겨주고 있는 여자 도우미.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는 혼연일체가 되어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다.
점점 협연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현란한 피아니스트의 손놀림, 바이올리니스트의 활에서 떨어져나가 나부끼는 말총들.
서서히 마무리가 되어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감미로운 선율.....!!
이윽고 연주가 끝나면........ 검은 드레스의 바이올리니스트가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한다.
경의를 표하듯 자리에서 일어나 찬사의 박수를 치는 관객들.
빠르게 팬 하듯.... 관객들 속 한사람의 모습을 찾아가면...... 세련되게 파인 바이올리니스트의 드레스와 똑같은 드레스의 여인이 잡힌다. 그런데!!
바이올리니스트와 옷도 얼굴도 똑같다!!! 성년이 된 희주!!! 짧은 머리의 희주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역시나 천연덕스러울 만큼 맑은 눈빛과 소녀의 미소를 가진 희주 모습에서, 카메라가 더 뒤로 쑤욱~~~~ 빠지면.
공개홀이 아닌....... 남반장의 옛집 방안이다.
컴퓨터로 공연을 보고 있던 희주, 낡은 의자에서 일어나 모니터를 향해 뜨거운 갈채를 보내고 있다. 그 시선 속엔 다른 드레스의 진짜 바이올리니스트가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컴퓨터 속에선 주인공도 관객도 다 자신인.......... 희주.
Cut to ㅡ
책상에 앉아, 노란 메모지에 뭔가를 정성껏 적는 희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다, 니체’ 초등학생 필체.
희주 (배시시)........ 교양수업 끝.
벽면 어느 곳에 메모지를 가지런히 붙인다. 그런 그녀의 가녀린 목선과 어깨선을 따라 카메라가 차분히 돌면.......... 검은 드레스 뒷면에, 가격텍이 그대로 붙어있다.
Cut to ㅡ
옷장을 여는 희주의 손.
형형색색 갖가지 어여쁜 치마와 원피스들이 나이에 따라 키 높이대로 걸려있다. 옷마다 붙어있는 텍들.
어릴 적부터 입지 못한 치마 옷들을, 씁쓸하게 쳐다보다....... 아쉬움 끝에 웃음으로 지워버리는.
이내 쇄골을 빗겨 짤록한 발목에 내려지는 드레스.
Cut to ㅡ
헙수룩하진 않지만 선머슴 같은 바지차림새의 희주가, 책상에 앉아 외출 준비를 하고 있다.
핑크색 털실타래와 가위 등을 한쪽으로 가지런히 치우면, 털실로 만들어진 핑크리본이 싸리바구니에 가득 담겨져 있다.
물끄러미 책상 위에 놓인 아빠의 훈장증과 금빛녹조근정훈장을 바라보며...... 잠시 그리움에 잠기는 희주.
아빠 훈장 옆으로 나란히 놓인 희주의 명예경찰(명예경찰소년단) 위촉장.
이내 해맑게 서랍을 열어, 카세트가 담긴 다용도 가방과 함께 인식표를 꺼내 습관처럼 목에 건다. 이름 경찰서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인식표. 싸리바구니를 들고 힘차게 일어나는 희주.
돌아서는 희주의 시야에 들어오는 메모지들. 메모지를 따라 방안을 둘러보면....... 온 집안 벽과 천정에 질서 있게 붙어져있는 메모지들.
쪽창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날리고 있는 노란 메모지들.
새의 깃털처럼 틈도 없이 빼곡히 붙어있는 메모지. 마치 천사의 날개 짓 같다.................!
씬8. 산책로 앞 건널목 신호등, 오전.
흐르는 음악.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
어느 CF처럼 이어폰 속 음악과 함께, 싸리바구니를 든 희주가 산뜻산뜻 아이처럼 춤을 추듯 걷고 있다. 정확한 음정박자로 흥얼거리는 희주의 청량한 목소리.
희주 뛰어 갈 텐데~ 훨~훨 날아갈 텐데~~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 은~~
아이처럼~~ 뛰어가지~ 않아도~ 나비 따라~~ 떠나가지 않아도~~
그렇게 신호등 앞에 다가서는 희주, 건널목 파란불이 점멸거리고 있자,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재활용 폐지가 가득 담긴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있는, 왜소한 체형의 할아버지.
건널목을 반도 지나지 못하고 있다.
곧 빨간불로 바뀌는 신호등.
출발을 대기하고 있는 차들을 막아가며, 크게 손을 흔들어가며, 리어카할아버지에게로 재빨리
달려가는 희주. 이내 할아버지의 리어카를 뒤에서 힘차게 밀어준다.
다시 들려오기 시작하는 음악과 함께~~~ 할아버지와 희주를 피해 순차적으로 출발하는 차들.
손짓발짓으로 차들을 정지시켜가며, 부산하게 리어카를 밀어주는 희주의 모습이 귀엽다.
씬9. 어느 건물 옥상, 오전.
위험스럽지만 익숙한 모습으로, 건물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빨대로 딸기우유를 먹고 있는 희주.
이어폰으로 흐르는 음악을 따라 허공에 발길질로 박자를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항상 시선은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시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다보면.......... 어느 구옥 다세대주택 베란다.
가벼운 이불을 널어놓은 베란다 문이 활짝 열려져있고, 그 너머로 야윈 중년의 여인이(희주모) 한쪽 팔에 깁스를 한 채, 집안청소를 하고 있다.
곧 베란다에 널어놓은 이불을 한손으로 불편하게 걷곤 문을 닫는 여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희주, 씁쓸한 미소로 싸리바구니를 들고 돌아선다. 돌아서는 시야에 잡히는 한 남자가 다세대주택으로 돈을 세며 걸어오는.
씬10. 동, 희주모 집 앞 골목, 오전.
한눈에도 느껴지는 노름꾼 꼬락서니의 희주모 남편이, 싱글벙글 돈을 세며 걸어오고 있다.
느닷없이 다가와 투정서린 엄포를 하는 희주. “여자한테 친절하랬죠!!”
남편 아이~ 깜짝아 이씨~~(보곤, 짜증) 또 너냐??
희주 (옅은 미소)
남편 잊을만하면 앞뒤 없이 나타나서 지랄을 떠네.....!!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희주 (해맑게) 아저씨 곧 죽을 거예요.
남편 ?? (황당) 뭐,뭐가 어째//
희주 드디어 죽어도 될 때가 왔다고요.(배시시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춤추듯 멀어져가는 희주의 뒷모습에,
남편 (화를 내려다) 맛이 가도 참~ 해맑게 갔다 저 미친년~~~(어이없이 돌아선다)
씬11. 경찰서 정문.
정문을 지키고 있는 자경대원.
또래정도의 자경대원 앞에....... 다가와 서는 희주.
이어폰을 수줍게 빼서 목에 걸곤 크고 명랑한 소리로,
희주 (깍듯이 인사) 안녕하세요?
대원 (화답) 어~ 우리서 일편단심, 단심이가 이제~ 출근했네?
희주 네!
싸리바구니에 담긴 핑크리본 하나를 꺼내어 자경대원 가슴에 달아준다.
대원 (태연히) 근데 오늘은 무슨 날이야?
소녀의 미소로......... “유방암의 날이요!”
씬12. 동, 경찰서 안.
여기저기 각자 업무를 보고 있는 형사들 가슴에, 모두 핑크리본이 달려져 있다.
첫 출근한 신입 차형사에게 군기를 잡고 있던 유형사.
유형사 안 달고 뭐혀~?
차형사 무슨 캠페인인지 모르겠지만, 이거 창피하게 꼭 달아야 합니까?
유형사 국대 보다 덜 쪽팔린께 걍 달라면 언능 달아야~
차형사 국대라니요?
유형사 광복절에 우리 모둔, 국가대표였다~ 가슴에 죄다 태극기를 달고 다녀서 이거이~ 경찰 선지~ 태릉선수촌인지~ 몰랐당께.
차형사 아.... 근데 이걸 누가 시키는 겁니까?
유형사 어 누가 그러냐면, (불현듯) 워따~ (위협) 근데 선배가 달라면 달지 신입노무새끼가 뒈질라고 말끝마다 토를 달고 지랄이여 지랄은~
차형사 죄, 죄송합니다. (급히 리본을 가슴에)
Cut to ㅡ
가슴에 핑크리본을 단 대영이, 책상에 앉아 20~30만 원가량의 만 원권 지폐를 세고 있다.
대영 (세며) 22.. 23.. 24. (불현듯) 하나가 비잖아. (어딘가를 향해) 유형사!
대답하는 유형사.
유형사 예 반장님.
대영 (돈을 보이며) 한 놈 누구야?
유형사 워머~ 다 거뒀는디... (하며 신입을 보자) 아~ 바로 범인 보내겠슴다이.
(차형사에게) 너 어제 월급 받았지?
차형사 (움찔) 네...?
유형사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가서 보고해.
대영책상에 다가와 서는 차형사.
차형사 (경례, 신고) 신고합니다! 순경 차대섭은 이천 십사년/
대영 (말 막아) 됐고, (잠시 훑어보곤) 만원 내.
차형사 예?
대영 월급 받았을 거 아니야. 빨리 내! 만원.
차형사 (우물쭈물)
대영 뭐해?
차형사 예 알겠습니다.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어 건넨다)
대영 (챙기며) 그리고 신발 그게 뭐야 임마?
차형사 (보면, 운동화다) 이거 운동환데요?
대영 기지바지에 운동화? 나 형사요 표내냐?
청바지로 바꿔 입거나 패션에 맞는 신발 신어, 활동성 좋은 거 많더라.
차형사 예. 반장님.
대영 가봐.
차형사가 사라지면, 자신의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어 30만원으로 채우는 대영.
셈이 끝난 돈을 봉투에 담으면, 때마침 청소도구를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희주의 모습.
그 모습에 차형사에게 장난질을 치는 유형사.
유형사 (음밀히) 남형사 장난 끼가 허벌나게 심한께... 확실하게 신고식해라, 줘터지지말고?
차형사 (긴장) 네...
Cut to ㅡ
봉투를 들고 희주에게 다가서는 대영.
대영 자~ 월급!
희주 감사합니다~~! (넙죽 인사로 받는다)
대영 (어깨를 다독이며) 수고해~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희주 (함박미소로 목에 걸린 가방에 월급을 넣는다)
씬13. 동, 로비.
싱글벙글! 현관로비 청소를 하고 있는 희주.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을 허밍으로 열심히 흥얼거리고 있다.
희주 다가가면 뒤돌아 뛰어가고~~ 쳐다보면 하늘만 바라보고~~~ 내 맘을~~
모르는지 알면서 그러는지~~~ 시간만 자꾸 자꾸 흘러가네~~뛰어 갈 텐데~~
청소와 노래 삼매경에 빠져있는 희주의 어깨에 얹어지는 손. 보면 차형사다.
차형사 신고 받으십시오 선배님! 끝나는 대로 청소는 제가 하겠습니다.
희주 ??... (방끗)
차형사 (군기든 신고, 경례) 신고합니다. 순경 차대섭은 이천 십사년 시월 십일,
경찰학교에서 00경찰서 강력 1반으로 근무를 명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다.
희주 (벙끗벙끗)
차형사 ?? (우물쩍) 다 다시 할까요 선배님??
희주 (더욱 뻥끗대면)
차형사 (안절부절)
주위에 지나다니는 직원들 무슨 상황인지 안다는 듯, 웃음을 숨기며 오간다.
희주 (배꼽인사로) 수고하셨습니다~~!! (청소도구를 챙겨서 돌아서가는)
차형사 (당혹)...... 선,선배님....... (뒤를 따른다)
씬14. 도시 외곽 민수집.
변두리 외진 곳. 판넬로 지은 작고 아담한 단독 집.
잘잘한 기암괴석으로 만든 작은 텃밭과 화단. 그 위로 추위를 막고 있는 비닐하우스.
그 앞에 세워져있는 낡은 짐칸 오토바이.
Cut to ㅡ
공구함을 챙겨 집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민수. 창문마다 빠르게 방범창을 설치하고 있다.
Cut to ㅡ
현관문에 가지런히 설치되어진 몇 개의 잠금장치 고리들.
탁! 탁! 탁! 잠금장치를 채워 확인해 보는 민수의 급한 손놀림. 이마에 흐르는 땀들.........!!
Cut to ㅡ
샤워를 한 듯 보이는 민수. 단정한 차림새 목까지 채워진 단추들.
오래됐지만 나름 고풍스럽고 우아한 멋이 있는 단칸짜리 장롱 앞에 서는 민수.
장롱을 열어 보면........... 어느 여인의 영정사진과 그 앞에 놓인 새하얀 유골함.
코에 선명한 점이 있는 영정사진의 여인(윤정)에게 말을 건네는 민수.
민수 (근심)........ 기범이 오늘 나왔어. (아쉬움) 이렇게 나올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때 처리할걸 그랬나봐. (물끄러미 바라보는)
Cut to ㅡ
현관문을 잠그고 외출을 하려는 민수.
손에 들려진 전기요금 고지서를 현관문틈 사이 어디쯤 기억되는 곳에 끼워 넣는다.
유심히 고지서와 현관문틈의 간격을 재확인을 하곤 돌아서는.
씬15. 이동통신 대리점, 오후.
이동통신 대리점 문을 열고 나오는 기범.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만져보곤, 이내 사용설명서를 꺼내서 본다.
걸음을 옮기며, 설명서의 내용과 지시에 따라 스마트폰을 조작해보는 기범. 쉽지 않은 듯!
그런 기범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시선을 쫓아가면,
씬16. 근처 도로, 차안.
대영 차안.
기범을 미행하며 감시하고 있는 대영.
삼각 김밥과 바나나 우유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있다.
어느 정도 기범의 모습이 멀어지면. 재빨리 차에서 내려 통신 대리점으로 향하는 대영.
씬17. 공원, 오후.
햄버거를 한입 크게 물어먹는 기범.
먹는 거보다 스마트폰을 조작해보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재미있는 듯!
콜라와 함께 온전히 입속으로 햄버거가 다 사라지는 동안에도, 눈은 스마트폰에 머문다.
Cut to ㅡ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는 기범.
조작되는 화면을 따라가다 보면.... ‘인명으로 전화번호 찾기’ 싸이트다.
기범 번호를 먼저 찾고! 주소를 찾으면 되겠군! (차가워지는 표정)
검색란에 ‘정민수’ 이름을 적자, 곧 엄청나게 전화번호가 뜬다.
난감해하던 기범! 이내 망설임 없이 순서대로 전화를 걸어 본다.
씬18. 강력 사무실 안, 초저녁.
어느 한쪽에 만들어져 놓여있는 희주의 책상.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희주. 언저리로 스케치북과 크레파스가 놓여있다.
대영의 책상 주위로 둘러서 있는 형사들. 유형사를 옆에서 노려보고 있는 차형사.
그 시선을 피해가며, 대영에게 집중하는 유형사.
차형사 선배님?
유형사 (못들은 척)...!
차형사 (좀 더 강하게) 유 형사님?
유형사 (깐족) 왜, 왜왜왜
차형사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유형사 여근 그거이 신고식이여.
차형사 (야린다)
유형사 (번뜩이며) 글여서 뭐 한번 엉기거따는 거여? 어따 눈깔로 삿대질이여 콱 그냥~?
차형사 (순간 풀이 꺾여) 아니 그게 아니고...
대영 잡담들 그만하고. (책상위에 사진과 자료를 던져 보이며) 이 새끼 따라붙어.
유형사 (사진을 집어보면, 기범의 사진이다) 이 자슥은...?
대영 그래 그 씨발 새끼 맞아. 지금 장미모텔에 머물고 있으니까, 교대로 감시해.
유형사 근디요... 용의자도 아니고라... 법무부서 알아서 관리할턴디....
대영 (싸늘하게) 니가 반장할래?
유형사 아, 아닙니다.
씬19. 도로, 차안, 저녁.
근무지로 이동하고 있는 유형사와 차형사.
차형사 (다 인지된 듯) 아 그랬구나! 야~ 반장님 보기완 딴판인데요?
유형사 더 지내봐~ 보기와 (강조) 똑~같은께.
차형사 그럼 반장님이 모든 사건에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은 어떻게 잡혔어요?
유형사 예전일이라 나도 잘은 모르것는디... 반장님도 죽고... 동료들 독기도 올라있던 차에,
그놈이 바람난 깔따구년을 마지막으로 죽였다가 잡혔다지 아마. (긴밀하게) 제보자
도움으로.
차형사 (끄덕이며) 제보자요! 근데 대법원 판결이 옳게 난거일수도 있잖아요?
유형사 그럴 수도 있는디... 죽은 나머지 피살자들 사건현장 근방 CCTV에 그 놈이 다 있었댜.
차형사 그럼 피살자들의 사체에서 찾은 공통점이나 살인의 특이성 같은 건 없었습니까?
유형사 음 그런 거 같어.
차형사 에이~ 너무 비과학적이다!
유형사 모르것어 반장님은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라는디...
(농조) 거 바람난 남편 잡아내는 여편네들의 강렬한 직감~? 뭐 그란거 아닐까?
차형사 (피식!) 근데 어떻게 죽었는데요?
유형사 응 긍께말이여... 양팔을 뒤로 확 기냥 부러뜨려서... 얼굴에 봉다리 씌워 숨 막혀 뒤지 게 했다든디.... 기분에 따라 개 줄에도 매달고, 토막도 내불고...
순간, “빠아앙~~~!” 난폭하게 끼어든 차를 향해 경적음과 함께 욕설을 내뱉는 유형사.
유형사 이런 개후리 아들놈무 새끼를 봤나~~ 확~그냥~~ 스랫빠로 뺨을 쳐 불랑께~~~!?
씬20. 장미모텔, 저녁.
두터운 커튼을 쳐놓아 낮인지 밤인지도 모를.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서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는 기범.
그 주위로 편의점 비닐봉지에서 흘러 나와 있는 캔 맥주와 안주.
화장대 거울을 보며, 자신의 화장품 케이스에서 머리띠를 꺼내어 묶는 콜걸
콜걸 (돌아서 다가가며) 오빠 마사지도 받을 거야?
기범 아니.
콜걸 (잘됐다) 킥~ 샤워는 같이?
기범 팬티만 빼고 다 벗어.
콜걸 어? (옆에 털썩 앉아보며) 오빠 변태구나?
기범 응
콜걸 (탁 치며) 뭐야! 하긴... 솔직해서 좋다.
Cut to ㅡ
섹스를 시작 하려는 두 사람.
팬티만 입은 콜걸이 침대에서 후배위 자세를 취하고 있다.
관계를 시작하려 하의를 무릎까지 내리는 기범.
콜걸 (앙탈) 오빤 왜 옷 안 벗어~?
기범 (자세를 취하며)... 옷 입고 했으면 안 잡혔어.
콜걸 잡혀? 뭘?
기범 모르는 게 나.
여자의 팬티를 한쪽으로 쓸듯........ 여자의 탄식 “아......하!!” 선행되는,
씬21. 과거 회상.
아하~~~!
코에 섹시한 점이 있는 여자(윤정)의 거친 신음소리.
찢겨져 나간 옷들~ 강압적으로 윤정을 겁간하고 있는 기범.
후배위 자세 윤정의 양팔을 강하게 틀어잡아 격정적으로 섹스를 하고 있는 기범.
윤정의 신음이 점점....“아, 아.... 아아~~!” 고통의 소리로 오버랩 되어 가면....
기범의 팔 근육도 부풀어가고, 여인의 손이 어깨 역방향으로 점점 꺾여간다....... 강하게.
“으악~!” 윤정의 신음소리가 온전히 비명으로 변하면/ 어깨에서 탈골되는 양팔.
곧 고통스러워하는 윤정의 얼굴위로 씌워지는 비닐봉지.
위급하게 뛰는 심장처럼 움직이는 봉지.......... 기범의 젖은 미소!!
씬22. 현재, 장미모텔.
과거를 반추하듯! 젖은 미소의 기범.
여자의 신음이 서서히 아픔의 소리로 변해가고...
여자의 양팔을 잡고 있는 기범의 손엔.... 점점 힘이.....
순간, 즐기고 있는 듯한 기범의 눈에 들어오는 편의점 비닐봉지,
그리고 점점 꺾여가는 여자의 팔.... 쾌락을 느끼는 기범.......고통의 신음소리.................. 암전.
씬23. 차안, 장미모텔 앞 길, 저녁.
어두운 모텔 앞길에 스며드는 불빛.
모텔앞 도로 위엔, 교통 경광봉을 든 노란 우비 속 마네킹 모습이 보인다.
도로공사를 하는 듯,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경광봉을 따라 불편하게 지나다니는 차들.
잠시 후, 유형사와 차형사가 탄 차가 다가와 선다.
창문을 내려 고개를 내미는 유형사, 모텔 간판을 확인하곤....“맞네!”
이내 후진하여 적당한 곳에 잠복할 자리를 잡아, 차를 세우는 유형사.
그 모습 너머로 모텔 현관문이 열리면,
화장품 케이스를 든 콜걸이 욕설로 아픈 어깨를 움직여가며 문을 나선다.
콜걸 (치를 떨며) 어흐! 미친 새끼! 지 와이프한테나 그러지 열라 재수 없게 썅!
신경질적인 걸음이, 꺾어 신은 구두 굽 소리를 더욱 요란스럽게 한다.
콜걸, 모텔 옆 골목길로 향해 모퉁이를 돌면, 검은색 다이너스티가 주차되어있다.
그런 콜걸의 모습을 모텔 창밖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기범, 입에서 뿜어지는 담배연기와 함께 곧 잠복하고 있는 형사들의 차량도 확인하는 기범.
씬24. 동, 다이너스티 차안.
“쿵~!”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으며 타는 콜걸.
대기하고 있던 스포츠머리, 성난 콜걸을 보곤 놀린다.
스포츠 왜~ 언놈처럼 또 거시기에 인테리어 했던~~? (시동을 건다)
콜걸 (의미 없이 야리곤) 좀 있어봐, 담배나 하나 피고 가게. (창문을 내리며 담배를 문다)
뺀질거리며 다시 시동을 끄는 스포츠머리.
스포츠 나 오줌 누러 갈건데.. (깐족) 오는 길에... 아까진끼(빨간약)라도 사다주랴?
콜걸 (짜증, 고함을 꽥! 지른다) 야~~~
스포츠 (놀리듯 키킥! 거리며 차에서 잽싸게 내리는)
씬25. 동, 도로 위.
도로공사로 인해, 여전히 노란우비 마네킹의 경광봉 지시에 따라, 불편하게 지나다니는 차들.
슬며시 노란우비 속 마네킹의 얼굴을 찾아 들어가면............. 희주다.
차분히 들어지는 싸늘한 고갯짓에 이어 조용히 주위를 살피기 시작하는 희주의 얌전한 눈동자. 곧 시야에 들어오는 잠복형사들의 차 후미에 잠시 머물던 시선이, 길과 건물들을 지나 다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자, 모텔 옆 골목에 주차되어진 검은 다이너스티를 잡는다. 키득~거리며 차안에 있는 콜걸을 놀리며 차에서 내리는 스포츠머리.
이내 우비소매에서 슬며시 밀려나와 반짝이는 칼날과 함께 검은 다이너스티로 길을 잡는 희주.
씬26. 동, 후미진 뒷골목.
담벼락에 노상방뇨를 하기 시작하는 스포츠머리.
그런 스포츠머리의 뒷모습을 향해, 어느덧 모습을 보이며........... 다가가는 희주.
칼자루에 힘을 주며 점점.......... 스포츠머리와 가까워지려는데// 반대편 막다른 골목 쪽에서, 어스름을 등진 한 남자가 서서히 윤곽을 보이며 나타난다.
일순!! 칼을 소매 속으로 감추며, 스포츠머리를 지나........ 윤곽이 드러나는 남자를 스쳐 어스름 속으로 검게 사라져 가는 희주의 뒷모습.
스포츠머리의 옆에 다가가 등을 보이고 서선, 태연히 같이 노상방뇨를 하는 남자.
뭐야 하는 시선으로 남자를 훑듯 야리는 스포츠머리. 머쓱한 미소로 대응하며 계속 소변을 누는 남자. 자세히 보면......... 민수.
짜증스레 무시하고 경계 없이 계속 소변을 누는 스포츠머리.
그런 스포츠머리를 쳐다보며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어 한손으로 착용하는 민수.
다정한 두 사람의 오줌발.
곧 민수의 오줌발이 천천히 스포츠머리 신발 쪽으로 돌기 시작한다.
“아차가~! 이씨벌놈이~~” 매섭게 돌아보는 스포츠머리의 목을 향해 순식간에 지나가는 무엇!
쿵! 땅바닥에 쏟아지듯 쓰러지는 스포츠머리. 베어진 목에서 흐르는 피.
돌아선 민수, 피식! 쪼개며 피 묻은 칼날에 계속해서 소변을 눈다. 소변에 씻겨가는 피.
이내 허공에 탁! 털려지는 칼.
씬27. 동, 다이너스티.
차안에 설치된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는 콜걸.
립스틱을 바르는 손길.
잠시 후, 차 뒷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탄다. “쿵!” 문을 닫는 소리에,
콜걸 왜 뒤에 타? 프린스 호텔로 가야되니까, 장난치지 말고 빨리 출발해.
라며 계속 화장을 고친다.
이내 눈썹 펜슬을 꺼내 양 눈을 질근 감으며, 속눈썹 라인을 그리는.
눈가 위로 검은 선이 그려지자....... 흐릿한 시야 사이로 비취는 낯선 실루엣.
이상한지! 라인을 그리던 손길을 멈추고, 서서히 뒤를 돌아보는 콜걸.
고개를 돌려 모습을 확인하면........./ 마스크의 민수, 비명을 지를 틈도 없게 펜슬을 든 여자의 손을 감아쥐곤! 목으로,
Cut to ㅡ DIS.
사체를 유기하고 차에서 내리는 민수.
저만치 먼 어느 곳에서 예의주시 살피던 희주, 빠르게 민수를 쫓듯 움직인다.
씬28. 동, 근방 이면 도로.
재빨리 골목길을 돌아 이면도로로 들어서는 희주.
“부웅~~~!!”
짐이 실린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지는 민수.
사라져가는 오토바이를 보며.......... 뭐지?? 라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어보는 희주.
/................. 페이드 아웃.
씬29. 희주 집, 오전.
점점 날이 밝아오면........... 걷어져 벽에 걸려있는 바닥장판.
장판 밑면에 수집되어 붙어진 과거 살인사건들의 사진과 자료들.
각기 사진과 자료들에 다양한 기호들로 체크되어 연관성을 요란하게 지어놓았다. 통계학처럼.
덩그러니 의자를 놓고 앉아, 심드렁하게 장판을 쳐다보고 있는 희주.
희주 (갸웃) 틀림없이 그놈이 맞는데. (혼란) 그럼 도대체 그 놈은 누구지..... 누군데 내 생각
을 훔친 듯 똑같이 내 숙제를 하는 걸까, (한숨 포옥!)...... 철학만큼이나 또 복잡해지네.
답답함에 기지개를 켜며, 벽에 붙어진 노란메모지들 이곳저곳을 시선으로 짚어가며,
희주 (놀이삼아)..... 쇼펜하우어의 사상과 바그너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니체..... 결국 그들 을 비꼬고 성공한 니체. 그런 니체를 조롱하던 인종주의자 바그너는, 히틀러의 멘토가 되고...... 천성적으로 여자를 깔보는 쇼펜하우어는 싫은데, 괴테는 별루야....... 하지만, 니체는 좋아..... (결론)....... 철학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폭탄 이다, 니체. 역시 독일 사람들 중에 니체 아저씨가 최고야!
씬30. 장미모텔, 오전과 오후.
사건현장.
모텔 옆 골목에 주차되어 있던 다이너스티. 싸늘히 죽어있는 콜걸과 스포츠머리가 보인다.
양다리가 위로 오도록 의자에 거꾸로 앉혀져있는 두 사체. 단정하게.
보조석에 거꾸로 앉혀져있는 콜걸의 배 위에, 얌전히 놓인 화장품 케이스.
주위를 수사관들과 감식반이 지문체취와 더불어 사진을 찍어대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형사와 이형사에게 검거되어진 기범, 다이너스티 차안 사체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콜걸에 이어 스포츠머리의 목 상처를 확인하곤......... 범인을 직감한 듯, 확신으로 헛웃음을 그려보는,
유형사 재밌냐 이 또라이 새끼야~~ (한대 때리려다, 이형사에게) 끌고 가.
Cut to ㅡ
사건현장 주위로 쳐진 폴리스라인, 동네사람들이 모여 웅성대고, 폴리스라인을 넘으려는 기자들을 기동 타격대들이 저지하고 있다.
그사이를 뚫고 사건현장으로 황급히 들어가는 대영.
현장에 다가와 보는 대영, 변사체들의 참혹한 광경을 멀뚱히 바라보다........ 긴 한숨으로 고개를 돌린다. 마침 다가와 서는 유형사와 차형사.
대영 어떻게 된 거야?
유형사 좀 전에 교대하면서 발견되아 부렸습니다.
대영 (질책) 이 사단이 났는데 밤새 뭐했어?
유형사 .....
대영 그 새끼는?
유형사 혹시나 해서 잡아는 났는디, 아닌 거 같아라.
대영 뭐??
유형사 모텔 직원말로는 아침 일찍 운동 갔다 온 거 말고는, 밖에 나간 적이 없다는데요.
대영 (사체들을 보며) 그 새끼 맞을 거야.
절대 한두 번 한 놈 솜씨가 아니야... 여유롭고 편하게 죽였어. 살인의 완성도도 높고.
(차형사에게) 모텔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차형사 벌써 확인은 해봤는데 녹화가 안돼서...
대영 (난색)...! 방송 편성표는?
차형사 예?
대영 (화를 내려다) 어제 케이블을 비롯한 방송편성표 모조리 다 알아와. (거칠게 돌아서는)
씬31. 경찰서 강력반, 오후.
대영의 책상에서 마주보고 앉아있는 기범.
똥 씹은 표정의 대영과 주위에 둘러서있는 형사들.
유형사는 자꾸 조바심으로 시간을 보고, 차형사는 호기심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영 왜 죽였어?
기범 (빤히 보다가).... 생사람 잡고 있으신 거 잘 아시죠?
대영 모르겠는데? 워낙 신출귀몰한 분이시라.
기범 (놀리듯) 에이~ 또 이러신다!
야밤에 밖을 나가지 않았으니... 카메라 찍힐 일도 없고,
방구석에서 TV만 보고 놀아서... 본 방송들 시간대 별로 독후감을 쓸 수도 있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반장님보다 내가 더 궁금하고 어이없다는 거? 오케이?
대영 닥쳐라.......
기범 급할수록 둘러 가시지.....? (질책) 그렇게 또 성급하시면, 난 또....... 죄 없음?
대영 (인상).........
기범 15년 만에 나왔더니 세상 참 야박하게 변했네..... 계집하나 사먹었다고 경찰서도 오고.
대영 그니까..... 애써 고생 말고 좋게 다시 들어가라.
기범 (신경전) 노우 땡큐우~
(안다는 듯) 보내주실 거면서 그만 힘빼쇼. (비아냥) 아님 여기 말고 취조실로 가든가?
대영 ........ 공부 많이 했다.
기범 ........ 학교에서 보낸 세월이 얼만데.
대영 ........ 가라.
기범 (차갑게) 이젠 좀........ 말해주시죠. 그 인간이 누군지??
대영 누구? (잠시) 아~ 제보자? (눈높이를 맞추며) 말해주면........ 가서 죽이게.
기범 확인할게 있어서 그럽니다. (피식) 그리고 저~ 사람 막 죽이고~ 그런 사람~ 아닙니다.
대영 가라~ 개소리 그만 하고.
기범 (수갑을 보이며 배시시) 담배하나 피고가도 됩니까?
대영 (한심스럽게) 무슨 생각으로 처사냐 넌?
기범 (태연히).......... 우월감. (빙그레!)
갑자기 주먹으로 한방 후려갈기는 대영. 쿵! 의자와 함께 나자빠지는 기범.
대영 100제곱미터 이상이면 다 금연구역이야 씨발 놈아~~(차형사에게) 풀어줘.
넘어진 채, 키득키득 웃고 있는 기범의 수갑을 풀어주는 차형사.
옷을 털고 일어나 나가려던 기범, 입가에 피를 닦아보며 대영에게,
기범 이제 보험 좀 들고 살아야겠네. (피식!) 나의 장래를 위해서.
대영 잘~ 생각했다. 돈은 내 통장으로 보내라.
기범 (돌아서려다) 아! 괜히 찾는다고 고생마시고, 용무 있으시면 장미모텔로.... (미소)
돌아서 나가는 기범의 안면근육이 미세하게 떨린다.
기범이가 사라지자, 궁금한 듯 대영에게 다가서는 유형사.
유형사 반장님 왜 그냥 보내주신 겁니까?
대영 잡으려고. (담배를 물며) 따라 붙어.
유형사 저... 반장님?
대영 (보면)
유형사 (미안) 오늘 아버님 제사라.... 어제 말씀드렸는디...
대영 아 그랬지. 그래 들어가 봐.
유형사 예. (돌아서려)
대영 참 그리고, 15년 전에 저 새끼 제보한 사람 있지? 왠지 찜찜하니까 어떻게 해서든
신상 좀 털어봐.
유형사 예 반장님.
Cut to ㅡ 동, 밖.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리며 사무실로 걸어오고 있는 희주.
희주 (허밍) 스쳐가듯 내 곁을~ 지나가도~ 돌아서서 모른 척 하려해도~ 내 맘에 강물처럼
흘러가는 그대는 무지갠가~~ 뛰어갈 텐데~~ 훠어훨~~ 날아갈 텐데~~ 그대 내 맘/
그런 희주와 강력계에서 나오는 기범과 부딪힌다. “콰당~!” 뒤로 넘어지는 희주!!
도끼눈으로 “뭐야 씨~~!?” 희주를 쳐다보는 기범. 그런 기범과 눈이 마주치는 희주........??????
잠시 희주와 눈을 마주치던 기범, 희주의 인식표를 본다.
- 경찰서 주소와 연락처 그리고 이름 남희주 -
이어폰과 함께 넘어져있는 희주에게 손을 내미는 기범. 그 손을 멀뚱히 바라보다 잡는 희주.
기범 (일으켜 챙겨주며) 너 여기 사냐?
희주 살긴... 집에서 살구요....! 일은... 여기서 해여.....
기범 어라~ 정신 나간 애 구만.
희주 (대들 듯) 안 나갔어요~
기범 알았어 계집아. (밀치듯) 비켜. (간다)
건들건들 걸어가고 있는 기범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희주....... 강하게 떨리는 미간과 손!!
씬32. 경찰서, 1층 화장실.
정복을 입은 여순경이 화장실 문손잡이를 돌려보지만, 열리지 않는 화장실 문.
용무가 급한지 금세 포기하고, 서둘러 돌아서 가는 여순경.
Cut to ㅡ 화장실 안.
어금니를 질근! 씹고 있는 희주의 싸늘한 표정.
화장실 청소용 락스를 세면대에 부어 채우는 손길.
비누와 함께 락스 물로 기범과 잡은 손을 거칠게 닦기 시작하는 희주.
비누칠과 헹굼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희주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강한적개심.
에는 듯 아려 보이는 살갗에 개의치 않는 희주.
거울에 비취는 모습에서 비틀려 오르는 입꼬리........... 억제할 수 없는 분노와 걷잡을 수 없는 차분한 웃음기..........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희주의 표정이 을씨년스럽다.
/................. 페이드 아웃.
씬33. 어느 건물 옥상, 저녁.
흐르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다시 안정된 모습으로, 건물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바이올린을 맨손으로 켜고 있는 희주.
아취를 자아낼 때쯤 어딘가에 고정되는 시선.
쫓으면........... 또다시 구옥 다세대주택 베란다. 베란다 너머로, 힘겨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귀가하는 야윈 중년 여인 (희주 모)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의 모습을 확인하곤, 난간에서 일어나는 희주.
씬34. 희주 모 집, 저녁.
희주 모가 집안으로 들어서면, 거실에 퍼질러 앉아 화투 패를 뜨고 있는 남편.
오징어다리를 질겅질겅 씹어가며 부는 소주 병나발.
남편 카드 만들어 왔어?
희주모 (무시)
남편 야~ 너 미쳤냐?
희주모 (냉소적으로) 그래 미쳤다 왜!
남편 (화투를 희주 모에게 집어 던지며) 이런 미친년이~~! 너 내말이 말 같지 않아~~??
희주모 (참으려다) 말 같지 않은 게 아니라.... 넌 인간 같지도 않아 이 개자식아.
남편 또 매를 버네! 이 쌍년이~~ (신경질적으로)
자리를 차고 일어나 희주 모에게 폭력을 가하기 시작하는 남편.
그런 모습들이 서서히 거실 창밖으로 빠져서 보이면........... 창밖으로 잡히는 희주의 시점.
씬35. 동 어느 건물 옥상, 저녁.
난간에 서서, 패악질을 당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속상하게 바라보는 희주.
집안을 훔쳐보는 모습에서, 곧 남편이 엄마의 가방을 뒤져 돈과 카드를 강취한다.
거세게 대들어보지만 더욱 매만 버는 희주 모......... 이내 자포자기에 빠져, 습관처럼 폭행을 당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
침울하게 감겨지는 희주의 두 눈.............!!
씬36. 동 근방 골목길, 저녁.
슬리퍼에 담배를 꼬나문 남편이 골목길을 내려가고 있다.
강탈한 현금과 카드를 확인하며 건들건들 걸어오고 있다.
잠시 후.
그의 앞을 싸늘히 가로막는 검은 그림자.
보면........... 희주다. 뭔가를 뒤에 숨긴 채, 막아선다.
희주 (경고성) 죽어도 될 때가 왔다고 했죠?
남편 아씨~오늘 골고루 재수 없네 씨발 진짜!! 아저씨 기분 안 좋으니까 혼나기 전에 꺼져라.
희주 (싸늘히)...... 니가 꺼져야지, 드디어 필요할 때가 됐는데.
남편 뭐야?
희주 “퍽!!”
숨겨둔 벽돌로 남편의 머리를 가차 없이 내려치는 모습의 희주.
무방비 상태로 바닥에 널브러지는 남편. 아직 의식이 남아 있자....... 매몰차게 또 내려치려,
희주 (눈시울)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직도 폭행절도가 사형이거든.
법은 만인에게 공평하고 엄중해야 되는 거잖아? 그래서 넌 죽어도 돼. (“퍽!” “퍽!”)
씬37. 장미모텔, 저녁.
사건현장인 골목과 장미모텔이 다 보이는 곳,
그 곳에 차를 세우고 잠복을 하고 있는 운전석의 대영과 차형사.
다이너스티가 세워졌던 자리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대영.
“딩동!” 차형사 휴대폰에 메지시가 왔다는 음이 들리자, 대충 확인하고 얼른 넣는 차형사.
차형사 (눈치를 살피며)... 왜 그 자식이 죽였다고 생각하세요?
대영 (시선 없이) 확실하니까.
차형사 ? (다시 말을 걸려/)
대영 남잔 차 밖에서 죽었어.
차형사 ??
대영 힘없는 여자들도 작은 공간속에서 그렇게 둘 다 쉽게 죽지 않아.
차형사 .......?
대영 죽은 여자에겐 반항한 상처가 없었어. 낯이 있는 놈이란 소리지.
차형사 차 밖으로 나온 남자를 죽인 뒤....
차안으로 들어가 여자마저 죽였단 말이군요.
(갸웃거리며) 근데... 그렇게 추정하기엔 너무 증거가 없잖습니까?
대영 원래 저렇게 스릴을 즐기는 살인마새끼들이 잡기 힘들어. 동기가 없어서....
차형사 성욕, 복수, 돈 같은 목적이 아닌 살인으로, 특이성을 찾기가 힘든 무질서한 패턴...
대영 (보며).... 멍청인 아니 구만.
차형사 (차분히 생각을 끌어내듯) 동기도 없고, 질서도 없는 살인행각들...... 그렇다면,
그게 저놈이 가지고 있는 살인의 패턴..... (살짝 긴장) 그러면 정말 저자식이 다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추정 또한...
대영 (말 막아) 신소리 그만하고... 뒷자리에 있는 상자 좀 줘봐.
차형사, 고개를 돌려 뒷자리를 보면..... 상자가 있다.
차형사 (상자를 집어 보이며)... 여기요?
대영 너 가져.
차형사 저요...? (상자를 열어보면 운동화가 있다)
대영 메이커다 아껴 신어라.
차형사 (“딩동!” 또 메시지, 모른 척) 역시.... 반장님은 보기와 다르십니다!
대영 (아련히) 내가.... 처음 형사됐을 때 .... 그때 반장님께서도 사주셨지....
차형사 (조심스레).... 순직하신 남반장님 말씀하시는 겁니까...?
대영 나랑 첫 근문데 질문이 너무 많다.
(의자를 눕히며)... 여자 친구한테 빨리 연락해줘라.... 애타나보다. (눈을 감는다)
차형사 (다소 뻘줌) 예.... (차에서 내리며 전화를 건다....... “어 자기야 미안~!”)
대영 (피식~!)......
씬38. 경찰서 강력계, 새벽.
옷을 갈아입은 희주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다.
희주, 살피듯 주위를 둘러보면......... 이곳저곳 번잡스럽게 흩어져있는 형사들.
의자에 기대어 토막잠을 자는 형사들과 야식을 먹고 있는 형사들.
큰소리로 조서를 꾸미는 형사와 딴청을 피우는 범죄자들도 보인다.
Cut to ㅡ
책상에 앉아 스케치북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희주.
다 그렸는지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감상하면......... 어린아이처럼 그린 엄마의 얼굴.
언뜻 보면 사실적인 재현은 아니지만 순수한 점, 선, 면, 색채로의 표현을 목표로 한 추상화 같은 그림. (입체파인 피카소의 그림처럼)
잠시 감상을 하다가 주위를 경계하듯 서랍을 열면,
길이와 굵기가 각기 다른 삽화 연필들과 연필 때가 묻은 여러 형태들의 지우개들.
그 중 지우개와 칼을 집어 들어, 연필을 깎듯 지우개를 잘 다듬기 시작하는 희주.
지우개 끝부분이 잘 깎여져 날이 서면, 깎기를 멈춘다.
슬며시 엄마얼굴이 그려진 그림의 뒷장을 돌려 보면,
실루엣 같은 검은 그림자. 언뜻 보면 장미모텔 사건현장인 듯.
어두운 모텔 앞길에 스며드는 불빛. 모텔앞 도로 위, 노란 우비의 교통마네킹 모습에서.
날선 지우개로, 그려진 삽화 위 자신의 얼굴을 가볍게 터치하기 시작하는 희주.
섬세하게 도드라지는 명암으로 인해, 점점........ 높아져가는 그림의 완성도를 따라서........ 암전.
씬39. 현재 장미모텔, 차안, 이른 아침.
“번쩍!!”
무지 화면을 급습하듯 밝히는 빛.
놀라 눈을 뜨는 차형사. 보면..... 아침운동을 나온 기범.
“스마일~!” 휴대폰으로 대영과 차형사를 장난스럽게 찍었다.
기범 (확인하며) 오~ 잘나왔네.
경계하고 있는 차형사 쪽, 차문을 여는 기범.
기범 조반들은 자시고 주무시지.
차형사 (난색)
기범 (비아냥) 아니 이래서 나쁜 놈들 잡겠어?
대영 (슬며시 눈을 떠, 차 시계를 확인하곤) 30분 안에 안돌아오면 사람 죽인 걸로 간주한다.
기범 아이고~ 함부로 사람 막~ 죽이는 사람 아니라니까~ 그래.
대영 문 닫아 씨발놈아. (눈을 다시 감으며) 춥다.
기범 (화를 숨기는)
씬40. 동, 숲속공원 산책로.
낮고 풍성한 야산을 따라 난 산길을 뛰어 올라가고 있는 기범.
저만치 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운집해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Cut to ㅡ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태연히 다가서는 기범. “헉!!” 주춤하며 뒤로 물러선다.
보면........... 벤치에 희주 모의 남편 사체가 유기되어 있다.
‘과거 다이너스티 사건 현장처럼’ 친절하게, 양다리가 위로 오도록 벤치에 거꾸로 앉혀져있는 남편의 사체.
경직된 표정과 혼란스러운 기범의 눈매.
홀리듯 조심스레 사체로 다가가....... 베어진 목을 유심히 본다.......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기범!!
어느 곳에서 기범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 모자를 눌러 쓴 마스크.
긴장과 복잡한 심경으로 뒷걸음질 치며, 현장을 피하려는 기범.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되찾으려는 기범. 그런 기범의 시야에 잡히는 무엇!
쫓으면......... 검은색 운동복차림의 마스크. 주춤하는 마스크.
??? 직감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마스크를 향해 살며시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하는 기범.
그만큼 살며시 물러나는 마스크.
기범을 응시하며 뒷걸음질로 간격을 유지하는 마스크.
어느 순간! 마스크를 향해 뛰는 기범.
기범의 행동에 반사적으로 재빨리 돌아 뛰기 시작하는 마스크.
씬41. 동, 야산.
산속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빠른 속도로 도망을 치고 있는 마스크의 뒷모습.
빠르게 쫓고 있는 기범이 보인다.
낮은 언덕을 넘고 있는 마스크의 빠른 발놀림.
마스크의 모습을 놓칠세라 거친 숨으로 열심히 쫓고 있는 기범.
마스크를 따라 언덕을 넘은 기범, 재빨리 주위를 살피면 아무도 보이지 않는.
빠르게 귀를 움직이며 마스크의 발소리를 찾으려 노력한다.
갑자기 무언가 급습하듯 확! 달려들면/ 반사적으로 넘어지듯 피하는 기범.
피하듯 달려든 고라니.
짧게 숨을 돌린 기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워 고라니가 달려온 쪽을 빠르게 살핀다.
아무도 없다. 빠른 눈으로 살피는 기범의 시야에, 나무사이로 보이는 마스크의 검은 옷자락.
기범, 뛴다, 마스크도, 재빨리 내달린다.
숙련된 발놀림으로 산언덕을 빠르게 내려오고 있는 마스크.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듯 대굴대굴 쫓아 내려오고 있는 기범.
산로에 다 닿은 마스크, 이내 재빨리 산기슭 쪽으로 내달린다.
뒤를 따라 산로에 다다르는 기범, 간격차이가 멀어진 마스크를 재 추격한다.
씬42. 동, 숲속공원.
산길을 따라 뛰어내려오고 있는 기범.
마스크의 모습이 산길 끝자락에서 점점 사라진다. 추격하는 기범이 많이 지쳐 보인다.
속도가 줄어들며 멈춰서는 발.
산로 끝 모퉁이를 돌아 산기슭에 도착한 기범. 곧 허탈감과 짜증으로 일그러지는 얼굴.
보면....... 약수터에서 물통에 물을 받는 사람들, 나무 기둥에다 등을 두들기는 노인들과 삼삼오오 오가며 아침인사를 하는 사람들, 음악소리에 맞춰서 단체로 체조를 하고 있는 사람들, 군데군데 보이는 검은색 운동복. 공원에 비치된 기구들과 놀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가족들과 시민들. “씨발.......!!”
/.............. 페이드 아웃.
씬43. 희주 집.
현관문 잠금장치가 돌아간다. “철컥!”
문이 열리면, 검은 운동복을 입은 희주가 땀범벅으로 힘겹게 들어온다.
희주 (마스크를 풀며, 천진하게) 체육시간 끝.
Cut to ㅡ
찬물세례를 대비하듯,
아이처럼 엉덩이를 쭉~ 빼고 팔을 쭉~ 뻗어서 조심스럽게 샤워기 물을 튼다.
이내 고양이세수를 하듯 장난질로 심장 마사지를 하는 희주.
Cut to ㅡ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 노래와 함께 샤워를 즐기는 희주.
희주 다가가면~ 뒤돌아~ 뛰어가고~ 쳐다보면~ 하늘만~ 바라보고~~
내 맘을 모르는지~ 알면서 그러는지~ 시간만 자꾸자꾸 흘러가네~~~
Cut to ㅡ
핑크털실.... 털실타래에서 털실들이 풀려나가면, 젖은 머리로 해맑게 뜨개질을 하고 있는 희주.
평뜨기를 하고 있는 희주의 표정이 나름 진중하다. 간간히 출근시간을 확인하는 희주.
어느 시점에서 마무리 되는 뜨개질.
보람 있는 표정으로 완성된 목도리를 보자, 저절로 만들어지는 희주의 미소.
곱게 접어들곤 어느 곳에 쌓여있는 상자들 앞에 다가가 선다.
어느 상자를 열면, 많은 양의 핑크 목도리가 보인다. 정성껏 상자 안에 목도리를 담는....... 희주.
씬44. 장미모텔 욕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샤워를 하고 있는 기범이, 거울 속에 담긴다.
기범 (상기하며) 목이 너무 거칠게 베였어....... 그렇다면 이건 민수 짓이 아닌가.......!!
(도리질로 생각을 다시 다 잡는다)...... 아니, 아마 트릭일거야....... 그 새끼가 분명 맞아.
그래도 뭔가 개운치 않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샤워기를 집어 던진다. “씨발..........!!”
씬45. 과학수사연구소 시체 보관실.
“덜컹!”
서랍 문이 열려 나오면, 목이 거칠게 봉합된 남편의 시체가 보인다.
남편의 시신을 확인 하는 희주 모....... 침울함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만다.............!!
씬46. 경찰서, 과장실.
책상에 앉아 난감해 하는 과장. 옛 동료인 반형사다.
두 눈에 쌍심지를 돋으며 과장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는 대영.
대영 그 새끼 출소하자마자 이틀 만에 셋 작살났어~ 근데 체포영장을 왜 안내주는 거야~??
과장 (답답) 현행범도 아니고 물증이 있어야 내주던 말든 할 거 아니야~~!?
대영 우리가 언제 앞뒤 맞춰서 일했어~?? 감으로 잡아다가 꾸역꾸역 맞춰서 처넣지~~??
과장 (버럭) 야~? 그렇게 잘난 놈이 밤새 그 새끼 지키면서 도대체 뭐한 건데~~??
대영 선배~~??
과장 왜? 왜? (짜증) 내가 틀린 말했어? (답답)..... 너 언제까지 그 새끼한테 미련 갖고 살래?
대영 (인상만)
과장 (회유)...... 일단 가라앉히고 다시 기회를 보던가....... 정 아님 함정 수사라도 해보던가.
대영 (긴 한숨만)
과장 그리고....... 이번 피살자 부인이 희주 친모라며? 그 여자 맞아?
대영 (어렵게 끄덕이는)
과장 (걱정) 희주는? 희주한테 말했어?
대영 (착잡함에) 아직은....
과장 에으......! (분위기 바꾸려) 어머니 오셨던데.... 심장은 괜찮으시냐?
대영 여기 서있는 나보단 나. (돌아서는)
무겁게 돌아서 나가는 대영의 뒷모습에 답답함으로 혀를 차보는 과장.
씬47. 동, 구내식당.
구내식당 문을 열고 희주와 함께 들어서는 대영. 곧 어느 곳을 향한다.
소박함이 보이는 차림새와 인상의 대영 어머니가 어느 곳에 앉아있다.
대영 (다가가) 정기검사는 잘 받으셨어요?
어머니 그려. 어여들 앉어~
희주와 대영을 반기며, 밥과 반찬들이 골고루 담긴 삼층 찬합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는 어머니.
이내 펼쳐지는 음식들. “와~~~!!” 정성스런 음식들을 보며 감탄하는 희주의 표정에서,
Cut to ㅡ 과거 희주 집.
앞치마를 입은 남반장, 김치찌개에 몰래 라면스프를 살짝 넣는.
곧 남반장에 의해 상위에 잔뜩 오르고 있는 반찬들. 모두가 인스턴트식품들이다.
그래도 어린 소녀 희주는 반찬을 놓기 무섭게 먹기 시작한다.
그런 희주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남반장, 맛있게 먹는 희주가 측은한지 잠시 미소로 바라본다.
남반장 많이 배고팠지?
희주 아니야 딸기우유 3개나 먹었어.
남반장 (미안함에 물을 건네며) 체하겠다, 천천히 먹어~
희주 (받아 마시곤) 아빠?
남반장 음.
희주 아빠는 왜 이렇게 음식을 잘해?
남반장 (머쓱!) 왜..... 이제 맛이 없어?
희주 아니~ 넘 맛있어~!! 어떻게 밖에서 먹는 음식들이랑 맛이 이렇게 똑같아~~
남반장 (풋~!) 아빠 놀리는 거야?
희주 (갸웃) 아닌데..... 난 진짜! 아빠같이 음식 잘하는 남자랑 결혼할 거야!!
남반장 정말~?
희주 응~!
남반장 으긍~~ 우리 딸이 세상에서 제일이다~ 일등 딸~~ (문득!) 근데.... 우리 딸 숙제했어?
희주 어! 유치원숙제 다했는데.
남반장 그거 말고 아빠 숙제?
희주 했는데...(생각) 유치원 갔다 와서 손발 닦기, 우유 챙겨 먹기 그리고..(피하듯) 그리고...
남반장 그리고 뭐?
희주 (키득!) 하루 3번 이상 아빠랑 뽀뽀하기.
남반장 근데? 근데 했어?? 2번 밖에 안했잖아. (볼을 내밀며) 빨랑해 뽀뽀!!
희주 싫어~~
남반장 그럼 밥 못 먹어~~~ (몸으로 상을 가린다)
희주 알았어~~ 해줄게~~~ 밥 먹고 해 줄 테니까 비켜~~~ (까르르~~~~~)
Cut to ㅡ 현재.
선행되는 자신의 웃음소리로, 생각에 잠겼던 시선이 돌아오는 희주.
어머니 (희주의 손에 젓가락을 챙겨주며) 어여 빨리 먹어들~~
희주 잘 먹겠습니다~~!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대영 어머닌요?
어머니 금식을 했더니 영 입맛 없네...
대영 (걱정) 그래도 드셔야지요?
어머니 알았어! 애미 걱정 말고 니 몸이나 잘 챙겨.
대영 네 그럴게요! (희주에게 미소로) 그렇게 맛있냐?
희주 (배시시) 네!
어머니 (대영에게) 아무리 바빠도 니가 야좀 잘 챙겨 줘...
(고마움에 혀를 차며) 남반장님 없었으면 이 모진 목숨 수술한번 못 받고 죽었을틴디.
그 비싼 놈의 병원비에.... (희주의 머리를 쓰담으며)... 아가 찬찬히 먹어 체하긋다....
희주 네~ 할머니~~
대영 (측은하게 희주를 바라본다)
허겁스럽게 열심히 이것저것 부산하게 먹는 희주.
씬48. 마장동 어느 정육점. 저녁
“푹!!” 젓가락으로 양은냄비 안에서 끓고 있는 고깃덩이를 건져내는 손.
Cut to ㅡ
의자 위 쟁반엔, 간소한 반찬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턱! 하고 쟁반 가운데 놓이는 고깃덩이.
식사 준비를 하는 민수....... 예리하게 선 칼로 보쌈을 정성껏 간격에 맞추어 곱게 써는 손길.
Cut to ㅡ
외모와 달리 차분히 고기 맛을 음미하며 세심하게 밥을 먹기 시작하는 민수의 입술.
그런 민수의 시선이 냉담하게 어딘가를 찾으면......... 한쪽에 놓인 신문기사의 사진들.
위장된 희주모 남편의 변사체 기사들을 눈길로 차분히 살피는 민수. 보쌈 한 점을 다시 입속에.
민수 (오물오물 씹으며)...... 기범이답네......... 답장까지다 보내주고......... (차분한 미소)
Cut to ㅡ
맨몸으로 거울을 보며 외출준비를 하는 민수.
민수 역시 얼굴 안보고 해결하긴........ 힘들겠지..........!!
상의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하려는데, 흰색 머리카락이 보인다........ 이내 날선 칼끝으로 얌전히 머리카락을 헤가르며 새치를 찾는다.
Cut to ㅡ
“부웅~~~!!” 민수의 오토바이가 정육점에서 멀어져 간다.
씬49. 장미모텔, 새벽.
장미모텔 근방에 주차 되어진 대영의 차.
불이 꺼진 기범방 창문을 바라보며 잠복근무를 하는 대영과 차형사.
보조석에 차형사는 잠이든 듯. 시간을 확인하며 예의주시 모텔을 바라보던 대영.
이내 백미러에 보이는 편의점을 확인하곤, 차에서 내린다.
씬50. 동, 근처 거리.
편의점을 향해 걷고 있는 대영, 담뱃갑에 남은 마지막 한 개비를 꺼내어 문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어 담뱃불을 붙이면. 치익~!! 주위를 밝히는 라이터 불빛 속에 대영과 교차하듯 스쳐지나가는 민수.
씬51. 동, 장미모텔 기범방.
불이 꺼진 어두운 실내.
스마트폰으로 폭력성 어플게임을 하고 있는 기범.
어둠속에....... 스마트폰의 여러 조도와 색감들이 기범을 얼굴만을 수놓는다.
씬52. 동, 복도.
민수의 얌전한 발걸음이 계단에서 복도로 이어져.......... 어느새 기범방 앞에 멈춘다.
열쇠구멍에 슬며시 밀려들어가는 쇠꼬챙이. 딱.......! 살며시 해제되는 잠금장치.
씬53. 동, 기범방.
일순! 멈춰지는 기범의 눈빛과 손놀림.
매서워지는 눈빛과 표정에서......... 스마트폰 불빛이 사라진다. 어둠만이........
Cut to ㅡ
복도의 불빛과 함께 방안으로 조심스럽게 잠입하는 민수. 침대로 향한다............... 점점 침대로.
Cut to ㅡ
칼끝을 앞세워 침대에 다가선 민수......... 순간! 이불을 치우며 푹!! 세차게 칼을 내리꽂는다.
헉!! 빈 침대매트에 박히는 칼. 아차!! 싶은 표정으로 빠르게 욕실로 향하는 민수의 눈초리.
긴장과 집중력으로 다시 욕실로........... 향하는 민수.
Cut to ㅡ
조용히 다가서서............... 긴장된 손으로 차분히 화장실 불을 켜는 민수. “딱!!”
Cut to ㅡ
불이 들어오면/ 욕실에 이불을 깔고 자고 있던 기범. 칼을 들고 유유히 서있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긴장감......... 오히려 태연히 보이는 웃음기에 광기까지 서려있는 듯하다.
이내 손에 들려진 칼끝으로, 문을 향해 좌표를 찾듯 조준하는......... 기범.
서서히 돌아가는.......... 욕실 문손잡이.......... 거의 다 돌아가는 순간!! 달려들 듯 욕실 문 어딘가 퍽!! 거침없이 박아버리는 칼.
Cut to ㅡ
윽!!
박살나듯 욕실 문을 관통한 칼이, 손잡이를 돌리며 기대고 있는 민수의 어깨에 박힌다.
거세게 뽑히는 칼이, 다시 퍽!! 박히면 아슬아슬하게 목을 스친다.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민수.
이제 반대쪽에서........ 차분히 돌아가기 시작하는 욕실 문손잡이........ 당황하듯 긴장하는 민수.
욕실 문손잡이가........ 다 돌아갈 때쯤// “쿵! 쿵!!” 방문을 두드리는 누군가.
대영 (소리) 야 연쇄살인마~~?? 자냐~~??
곧 대영의 소리와 함께 열리는 방문을 따라, 방문 뒤로 빠르게 더 물러나는 민수.
Cut to ㅡ
아쉽다는 표정으로 구겨지는 기범.............. “아이 씨발....... 타이밍하고는...............!!”
Cut to ㅡ
태연히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대영을, 욕실 문을 열고 나와 맞이하는 기범.
기범 아이~~ 사생활까지 침해하고 그러면 안 되지~~?
대영 침해가 아니라 관심이다. (비아냥) 하루 종일 안 나오시기에 뒈졌나 싶어서~~!?
방문 뒤에서........ 조금씩 모습을 보이는 민수. 한 시선에 엇갈려 서있는.......... 세 사람.
대영이 욕실에 깔려진 이부자리를 보며,
대영 (놀리듯) 죄지은 게 많으니까, 잠도 아무대서나 막 못자겠지?
기범 (따라 놀리듯) 손님이 와서........ (힐끗)
대영의 뒤를 보는 기범의 시선에서........ 마주치는 민수의 눈빛.
기범과 눈빛을 교류하며........ 천천히 이동을 하는......... 민수.
묘한 느낌을 감지한 대영....... 총집에 손을 옮겨가며....... 기범에게, “내 뒤에 누구 있냐.........!?”
기범 (헛웃음으로)........... 궁금하면 돌아보시던가.
대영 햐이....... 귀여운(센스 있는) 새끼// 확!!
기범을 기술적으로 낚아챈 뒤, 재빨리 방패삼아 총을 겨누며 돌아서는 대영.
민수의 모습은 사라지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실망한 낯빛으로 헛웃음을 머금더니, 이내 기범의 손을 뒤로 당겨 수갑을 채우는 대영.
대영 놀리니까 재밌냐~ 씹새야~? (이끌며) 밤도 늦었는데 같이 야식이나 먹자.
씬54. 동, 근처 편의점.
편의점 안.
거리를 향해 나란히 서서 사발면을 먹은 대영과 기범.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 라면을 먹은 대영과 수갑이 뒤로 채워져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는 기범.
기범 (짜증) 장난쳐?
대영 (무관심) 어! 억울하면 경찰에 신고하던가. (후루룩 후루룩~~ 기범의 사발면까지도)
인상을 쓰는 기범과 개의치 않고 라면국물까지 맛있게 먹는 대영.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쇼윈도 밖에서 잠시 동안............ 잡힌다.
씬55. 어느 건물 옥상, 새벽.
좌불안석 옥상난간에 앉아 있는 희주.
초조함이 가득한 얼굴과 시선으로......... 엄마의 집을 내려다보고 있다.
불이 켜지지 않는 창문들. 유난히 칠흑처럼 깜깜한 집안.
심해져가는 불안증으로 안절부절못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벌떡 일어나는 희주.
씬56. 동, 희주 모 집.
주저거리는 발걸음이, 어느새 계단을 올라 현관문 앞에 다가와........ 다가가서는 희주.
선뜻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고 한동안 쭈뼛쭈뼛! 망설이고 있는 희주.
긴 세월의 벽 때문인지.......... 끝내 초인종을 누르지 못한 채, 어렵게 돌아서는 희주의 뒷모습.
/.............. 페이드 아웃.
씬57. 어느 건물 옥상, 오전.
날이 밝아오면........ 초췌한 표정으로 옥상난간에 앉아있던 희주. 차분히 일어나........ 돌아선다.
Cut to ㅡ
건물 현관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희주.
굳게 닫혀있는 엄마의 집 베란다를 잠시 올려다보곤 돌아서는 희주.
하지만 몇 걸음가지 못하곤/ 왠지 모를 불길함에 다시 걸음을 세워/ 엄마의 집을 또 바라본다.
잠시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맞은편 엄마 집 건물로 다시 향하는 희주.
씬58. 동, 희주 모 집.
맘을 다 잡곤 무덤덤하게 초인종을 누르는 희주.
인기척이 없자, 다시 눌러보지만 여전히 대답 없는 집안.
조급히 몇 번을 더 눌러 보지만 역시 결과는 똑같다.......... 빠르게 불길해져가는 희주의 표정.
혹시나 현관문 손잡이를 돌려보자........ 태연히 돌아가는 손잡이.
Cut to ㅡ
조심스레 집안으로 들어서는 희주.
거실로 들어서자, 화학냄새에 코를 찡그려보는 희주.
냄새를 찾듯 주방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식탁 위로 맥없이 떨어져 있는 희주 모의 얼굴.
그 언저리로 머문 마지막 시선에....... 희주의 유치원 사진이 보인다.
카메라가 뒤 천천히 빠지면, 주위로 흩어져 있는 빈소주병들과 마지막에 잡히는 농약.
서서히 몸과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가는............ 희주!!
눈만 끔벅거릴 뿐 미동 없이 바라보고 있던 희주의 모습이 암담하다 못해 왠지 가엾어진다.
바닥을 쓸 듯 힘없는 발걸음으로 식탁에 다가가가........ 조용히 죽은 엄마와 마주앉는 희주.
식탁 위에 잡히는 자신의 유치원사진과 창백한 엄마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본다.
희주 (서운한 듯)............ 또 아무 말 없이 가버리네, (사진을 챙기며)...... 엄마는.
더 이상 말도 움직임도 없이 그렇게......... 그렇게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는 희주.
Cut to ㅡ
“턱.......!”
현관문을 차분히 닫고 돌아서는........... 희주.
씬59. 경찰서 강력계. 오후.
출동대기 형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대영.
대영 검문검색 강화하고, 더 이상의 피살자들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되니까, 장미모텔을 중심 으로 검문검색 강화하고. (이형사에게) 혹시 모르니까 죽은 피살자들 인간관계부터 이 성, 원한관계까지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다 조사해봐.
이형사 예, 반장님.
대영 (주의) 다들 긴장 늦추지 말고.
(각인) 긴장하고 멀어지는 순간, 인생에 적신호 온다. 알겠어?
일동 예!
대영 사라져.
씬60. 동네 유흥가, 저녁.
잔뜩 찌푸린 하늘, 낮게 드리워진 먹구름, 진압 버스 몇 대가 중심가 대로에 멈춰 선다.
우비를 챙겨 입은 대원들이 소대버스에서 질서 있게 내리기 시작한다.
2열 횡대로 선 대원들 앞에서 소대장이 지시를 하달하고 있다.
각자 맡은 근무지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기동대 대원들.
곧 비가 오기 시작하면 몽타주처럼 흐르듯, 여기저기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흩어지는 대원들.
씬61. 분식점, 저녁, 비.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손님이 없는 분식점에 혼자 앉아, 떡라면과 김밥을 먹고 있는 기범.
연신 밥을 먹으면서 전화를 거는 기범. “여보세요?” 라는 상대방의 목소리만 듣곤 끊어버린다.
또다시 전화를 거는....... 반복되는 결과.
곧 썰지도 않은 김밥을 통째로 씹어 먹으며, 의자를 빼서 마주앉는 대영.
대영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 가냐?
기범 (무시하고 먹는다)
대영 (라면에 고춧가루를 과하게 넣어주며) 이래야 맛있어.
기범 (야리며) 뭐하는 짓이야?
대영 보면 몰라. 시비 걸잖아 씨발놈아!
기범 (고춧가루를 걷어내고 다시 먹는다)
대영 (썰어져있는 김밥을 보며) 넌 참 써는 거 좋아해.... 먹는 것도.... (강조) 사람도.
기범 (비감하게) 억지 부리지 마.
대영 그런 생각들 때문에.... 니놈이 아직 살아 다니는 거야.
기범 (딱! 젓가락을 내린다)
대영 셋 더 죽어 자빠졌으니까... 직계가족만해서,
(곱셈) 사 삼~ 십이... (차갑게) 너 때문에 좆된인생, 12명 추가다.
기범 (자제) 빵에 있을 땐, 해마다 반장 제삿날 면회 와서 지랄을 하더니...... 죄책감이요?
대영 (싸늘히) 의무감.
기범 그러신 분이 자기가 할 일을 남에게 미루면 쓰나.
대영 (차갑게 변해가는)
기범 아무리 개인사정이라도, 자기 근무를 대신한 사람이 뒈졌으니, 미안은 하겠지??
대영 (꿈틀해가는) 죽고 싶냐?
기범 (빤히) 말 참 쉽게 하시네...... (거들먹거리며)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니까.
대영 (비아냥거리며) 넌 참 말 좆같이 해. 그지?
기범 (가소롭게) 나름 잘난 면이 있나보지 뭐.
순간 거침없이 일어나, 의자를 들어 가차 없이 기범의 머리위로 내려친다. “퍽~!!”
피하지 않고 맞아준 기범, 곧 이마 위로 흐르는 피.... 비릿한 미소.
놀라는 주인아줌마,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말리러 간다.
분이 안 풀린 대영.
웃고 있는 기범의 모습에 더욱 화가 치밀어 재차 내려치려 하자,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차형사, 어느새 들어와 재빨리 대영을 말린다.
분기를 참지 못하고 있는 대영. 실룩대는 기범. 두 사람의 팽팽한 눈싸움.
씬62. 동, 밖, 비.
억류하듯, 멱살 잡은 기범을 강하게 차에 밀어붙이는 대영.
분식점 안을 보면..... 차형사, 주인아줌마에게 변상을 해주는 듯 보인다.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기범의 얼굴위로..... 피와 빗물이,
기범 (광적인 미소) 공짜로 밥도 먹었는데, 궁금한 거 가르쳐줄까?
대영 (독기) 니가 다 죽인 거 알아.
기범 (도리질) 다섯 더. 총 열둘.
대영 ????
기범 (히히~) 깊이 묻으면 못 찾잖아.... 너네 들? (비아냥) 가르쳐 주고 싶어도 생각이 안나!
너무 오래돼서.
대영 ????
기범 남반장도 너처럼 사람 참 질리게 했었지. (아쉬움) 상황만 됐으면 반장도 예쁘게
잘 잘라 줬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워! (묻듯) 써는 건 내 취미가 아니라!!
대영 (짐작은 했지만 막상 들으니... 몸이 떨린다).......!!!
기범 너한테만 말해준거다. (키득키득!) 다시 기소 안 되는 거, 잘 알지?
대영 (격분) 이 씨발놈이,
안주머니에서 총을 꺼내어, 기범의 주둥이에 쑤셔 넣는 대영.
대영 (방아쇠를 당기려) 이건 어때... (광분) 개새끼야.............. (당긴/)
급히 그런 대영을 뒤에서 강하게 제압하는 차형사.
차형사 (당황) 왜이러십니까 반장님!
대영 놔 이거? 이 개새끼 죽여 버릴 거야~~ 이거 놔~~
차형사 (당혹) 제발 진정하십시오 반장님!
끝까지 제압한 대영을 놔주지 않는 차형사! 소리를 지르는 대영!!
미소가 광적인 웃음소리로 변해 가는 기범...... “히히히~~ 햐햐햐하하~~~!!”
씬63. 희주 집, 저녁, 비.
번쩍이는 번개와 쪽창으로 튀는 매서운 빗줄기들.
Cut to ㅡ
벽에 걸린 장판.
여전히 칠판인양, 수업을 하듯 바라보며 앉아 있는 희주.
그녀의 손에 들려진 복사본 서류 한 장.............. ‘정민수의 신상카드’
천둥번개와 거센 빗소리를 무시하듯, 고개의 움직임 없이 사진들을 빠르게 살피는 희주.
과거 (씬26, 28 장면) 민수를 반추해본다........... 잠시 후,
각기 피해자들의 사진을 쫓는......... 매섭고 빠른 눈동자. 대단한 집중력........ 더욱 거세지는 손놀림과 눈동자.............점점 밝아지는 표정...............이윽고 답을 찾아낸 듯,
희주 (낮은 탄식으로)....... 햐 ........... 두 놈이었네.............!!
이내 윤곽이 잡힌 듯, 의자에서 일어나......... 장판에 수집된 사진들에 답안을 체크하듯,
희주 무질서해보이지만, 그 안에 일정한 두 개의 패턴....... 이게 한 놈 만의 것이 아니었어.
(각기 사진을 짚어 보며)....... 찌르길 좋아하는 놈. (짚어 보며)....... 베기를 좋아는 놈.
입가에 번져가는 미소..............!!
우월감에 젖어가는 야릇한 표정에서, 번개가 또다시 번쩍이고 번쩍임이 사라질 때 쯤 따라오는,
씬64. 장미모텔, 기범 방, 저녁, 비
천둥소리와 거센 빗소리.
화장대위에 던져지는 봉지와 휴대폰.
봉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몇 병의 소주와 실과 바늘세트.
차갑게 화장대 거울을 보며 애국가와 함께 병나발을 부는 기범.
거의 한 병을 다 마시곤, 남은 소주를 상처 난 이마에 붓는다. 얼굴 위로 흐르는 소주.
기범 (노래)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존하세~~~~
살기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실을 바늘귀에 꿰는 손.
화장대 거울을 보며... 꿰놓은 바늘로.... 상처 난 이마를 무질서하게 꿰매기 시작한다.
아픔의 소리도 표정도 없는 무표정한 기범의 모습이 잔인할 정도로 차갑다.
기범 (거울을 보며 싸늘하게 읊조리듯)........ 민수야................. 보고 싶다.
그 모습에서................. /.................. 이어지는 과거,
씬65. 과거, 야산, 오후, 비
웅숭깊은 야산 속 어느 개골창.
빗물을 타고 개골창 아래로 흐르는 핏물들.
카메라가 차분히 업을 하면......... 중학생정도로 보이는 두 학생이 칼로 뭔가를 하고 있다.
다시 카메라가 살며시 팬하자.......... 언저리로 고양이와 개들이 죽어서 쌓여있다.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 두 학생, 어릴 적 기범과 민수다.
어린 기범 개는 보신탕 집에~ 고양이는 약방에~ 우리 이번엔 그 돈으로 뭐할까~?
어린 민수 이번엔 원장선생님 향수 선물해줘야겠어~
어린 기범 왜? 너 원장 좋아하냐?
어린 민수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졸라 예민하잖아.......(짜증) 어제부터 원장 또 생리
하나보더라고, 냄새 때문에 미칠 거 같아.
어린 기범 (끄덕이며) 하긴.... 같은 피 냄샌데, 그 냄샌 나도 싫더라! 그럼 오늘은 숙소에
가지 말고 찜질방 가서 자자.
어린 민수 그래~~ (눈치) 근데 너..... 언제까지 윤정이랑 사귈 거야?
어린 기범 언제까지라니~ (장난) 음~ 우리 윤정이 코에 점이 사라질 때까지. (키득)
어린 민수 (무겁게 끄덕이는)
어린 기범 (기묘해지는 입술로)..... 너 혹시, 윤정이 좋아하냐?
어린 민수 아,아니... (불만) 아 씨발~ (칼로 손질하며) 국산 칼은 베는 질감이 너무 안 좋아.
어린 기범 (맞장구)그지~ 칼끝이 뼈에서 걸려야 되는데, 국산 칼은 자꾸 살에서 걸려~~!!
(찔러가며) 이거 봐~ 이거 봐~ 소리도 별루~ 쾌감도 왕짜증~~??
어린 민수 (생각난 듯) 참! 이번엔 그때 봐뒀던 그 독일제 칼, 그거 살래~~??
어린 기범 오케이~~!!
신이 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둘의 뒷모습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 페이드 아웃.
씬66. 경찰서 강력계, 오후.
부산하면서도 활기차게 진행되는 수사.
곧 자료를 들고 의욕적으로 다가와 보고를 하는 이형사.
이형사 (건네며) 김기범 핸드폰 조회결괍니다.
대영 (받아 보곤)....... 장기수새끼 어딜 이렇게 전화할 데가 많아?
이형사 그래서 더 알아봤는데 특이한 점이, 모두 정민수라는 명의의 전화번호였습니다.
대영 뭐~ 정 민 수.
이형사 네. 아무래도 김기범이 정민수라는 사람을 찾고 있는 거 같습니다.
대영 (그 말에 불현듯) 야 유형사~!
업무를 보고 있던 유형사가 빠르게 대답을 하며 다가온다.
유형사 예, 반장님.
대영 그거 어떻게 됐어?
유형사 뭘.... 말씀하시는 건지?
대영 거 있잖아~ 김기범이 새끼 신고한 제보자, 신상파악.
유형사 아 그거요~! 정보과에서 가지고 왔는데, 출동하던 길이라서 반장님 책상 위에
올려놓으라고 희주한테 시켰는데, 아마 책상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책상 위 여기저기를 찾는 대영.
성의 없이 몇몇 서류첩을 들어보다가......... 멈칫! 서류 한 장을 들어 본다. ‘정민수의 신상카드’
대영 (상기되어)........ 정 민 수.
매서운 눈으로 자세히 살피기 시작하는 대영.
주저 없이 서랍에서 김기범의 신상카드를 꺼내어 빠르게 비교 해본다.
대영 (떨려오는) 15년 전 제보자가........... 김기범과 같은 고아원 출신에 동갑내기.
그럼 친구란 소린데......... 왜 김기범을 신고 했을까. 아니........ 김기범은 어떻게
정민수가 자신을 신고 했다고 알고 있는 거지..........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표정)
Cut to ㅡ
책상 위에 놓인, 기범과 민수의 신상카드.
그 사이에 놓인, 15년전 죽은 마지막 피살자 윤정의 사건현장 사진들.
어깨에서 뒤쪽으로 탈골된 여자의 양팔....... 얼굴에 씌워진 봉지....... 여자(윤정)의 사진을 보고,
다음으로 보이는 사진, 얼굴에 씌워졌던 봉지가 치워진 피살자의 얼굴사진. 코에 선명하게 점이 있는 윤정의 얼굴.
빠르게 살피는 대영의 눈빛과 추론을 주시하고 있는 형사들.
대영 (신상카드의 관계를) 김기범과 정민수는 친구.
(윤정의 사진을) 15전년 마지막 피살자, 바람난 애인을 죽인 김기범.
(민수의 신상카드를) 친구인 정민수의 제보로 김기범을 검거하고.
(기범의 신상카드를) 자신을 제보한 사람을 모르고 있는 김기범은, 출감 뒤 정민수를 줄곧 찾아 헤매고..... 잠적한 정민수가 제보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김기범...... 그렇다면,
설마~!! 하는 표정에서 다시 이어지는,
대영 치정 때문에 여자가 죽고........... 치정 때문에 친구를 배신하고............ 그래서 복수를 꿈꾼다,
씬67. 애견 센터, 오후.
복사된 ‘정민수의 신상카드’와 ‘어느 지역 방범카메라 배치도’를 보며 걸어가는 희주.
곧 어느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들어서면....... 강아지 사료와 용품들이 즐비한 애견 샵.
어느새 여종업원이 희주를 친절하게 맞이한다.
여종업원 어서 오세요~
희주 네, 안녕하세요~
여종업원 (인식표와 행동을 살피며 인지, 미소로) 뭐... 필요하세요 손님?
희주 개 목줄요.
여종업원 개가 얼만하죠 손님?
희주 저만해요.
여종업원 와~~! 꽤 큰 개를 사셨나봐요?
희주 아니요. 잡으려고요.
여종업원 ?
희주 빨리 주세요, 저 바쁜데...
여종업원 네, 네..... (간다)
비치되어 있는 목줄 중에 가장 큰, 가죽개목걸이를 가지고 다시 희주에게 다가온다.
여종업원 이정도면 되겠죠?
희주 (튼튼한지 당겨보곤) 네~ 얼마에요?
여종업원 이만 원인데.... 만 오천 원에 드릴게요!
목에 걸린 다용도 가방에서, 월급봉투를 꺼내어 만 오천을 계산해 주는 희주.
씬68. 다시 경찰서 강력계, 오후.
대영 (거침없이) 살인범을 누가 사형시키냐? 경찰 여러분? 아님 과거 판례만 흉내 내는
판검사 원숭이새끼들? 좆까지 말라고 그래~~ (단호)바로........ 증거다.
출동 준비를 마친 형사들이 대영의 지시에 집중하고 있다.
대영 이 시간부터 ‘정민수’도 따라 붙어. 절대 제끼지 말고 관찰 잠복만 한다.
일동 예.
대영 김기범이는 방생시켜서 미행하고, 정민수랑 짝짓기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검거한다. 필히 정민수 안전도 확보하도록. 다들 긴장 품고 출발해~~
대답과 동시에 빠르게 각기 움직이는 형사들.
대영, 들고 있던 윤정의 사진들을 기범과 민수의 신상카드 위로 던지며,
대영 (어이없어) 지랄들이 납시셨네.......
무거운 표정으로 총을 챙겨서 돌아서는 대영.
씬69. 장미모텔 앞 거리, 오후.
담배 한 보루를 사서 건들건들 흡연을 하며 걸어가는 기범.
잠복하고 있던 형사들의 사진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휴대폰 화면.
이내 휴대폰 카메라를 작동시켜 어딘가를 비춘다........ 형사들의 모습이 없자, 여기저기 돌리는
휴대폰 카메라 앵글.
기범 날 두고 다들 어디 가셨나.
비웃듯 잠복형사들을 찾아보지만 보이질 않는다.
기범 그럼 넌........ 넌 어디에 숨었니. (전화를 건다)
역시나 목소리만 확인하고 끊어 버리는 기범.
다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면 역시나. 연신 습관처럼 전화를 걸어대는 기범.
무심코 들려오는 목소리. “여보세요.” 순간! 경직하는 기범!! 다시 들려오는 소리,
“여보세요........?!”
미세하게 떨려오는 기범의 눈매! 싸늘해져가는 표정에서 전화를 끊는 기범.
씬70. 마장동 어느 정육점.
비슷한 감성에서......... 휴대폰을 차분히 내리는 민수.
목에 난 상처와 치료한 어깨. 태연한척 냉정함을 찾으려는 민수.
곧 날이 매섭게 선 칼을 잡아 다시 고기를 썰며 손질을 하지만........ 미세하게 느껴지는 불안감.
씬71. 다시 장미모텔.
차가운 표정으로 방문 앞에 다가서는 기범.
방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문 사이에 접혀져있는 용지가 끼워져 있다.
무심코 용지를 뽑아들어 보며,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범. 방안으로 들어온 기범이 일순! 경직을,
기범 (코웃음) 반장 놈이..... 내 수고를 다 덜어주시네.........
용지를 보면......... 희주가 보고 있던, 제보자 ‘정민수의 신상카드’다.
야수의 눈빛으로 변해가는 기범......... 이내 침대 밑에 감춰뒀던 칼을 들고 매섭게 돌아선다.
씬72. 민수집.
도시 외곽 작고 아담한 민수의 집. 잠시 후........ 택시가 다가와 멈춰서면.
택시에서 장미꽃 한 다발과 음식물이 담긴 편의점 봉투를 들고 내리는 희주.
Cut to ㅡ
현관 앞에 쭈그려 앉아 장미꽃 향기를 맡고 있는 희주.
정성을 들인 듯 보이는 비닐하우스 안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비닐하우스로.
Cut to ㅡ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텃밭엔 올망졸망 열매채소들이 싱싱하게 달려있고,
화단엔 사계절 꽃들이 알록달록 원색들을 내뿜으며 아기자기 정성껏 심겨져있다.
멀뚱히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서 있는 희주.
씬73. 마장동 정육점.
계산을 하고 돌아서는 손님.
손님이 나가는 동시에 싸늘하게 들어서는 기범.
민수!!! 기범의 모습에 계산한 돈을 내려놓으며 칼을 슬며시 거머쥔다.
기범 (으름장) 피 보러온 거 아니니까, 긴장하지마라.
칼자루에서 손을 푸는 민수.
기범 (다가서며)........ 왜 그랬냐?
민수 (냉담)....... 뭘?
기범 그냥 달라고 했으면 줬을 텐데, 왜 훔쳐 먹고 겁나서 꼬바른 거냐고?
민수 (오묘한 표정으로) 훔쳐 먹은 게 아니야. 윤정이가 더 이상 널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야.
기범 (헛웃음으로) 그래서 너네는 순결한 사랑이다??
민수 .........
기범 (질책) 민수야~~?? 그런 감성들 때문에 네가 날 이길 수 없는 거야~~ 알겠니~~~??
민수 (싸늘히) 그건 너 생각이고........
기범 (다정히) 우리가 사람들 죽일 때..... 걔네들이 뭔 생각을 할 거 같니?
민수 .........
기범 아파서 아무 생각도 못해. 그래서 컥컥 신음소리만 내는 거야 그것들이.
민수 !!........
기범 나 헛소리 안하는 거 잘 알지? (경고) 발 뻗고 자는 날이 오늘이 마지막을 거야 친구.
(살기) 담에 다시 만날 땐, 혈관을 따라서 골고루 산채 로 널 찢어 죽일 거거든... 조심해.
화답을 하지만 민수의 표정엔....... 이미 기가 꺾여있다.
기범 (시니컬한 미소로)....... 햐이 씨발놈 이거~ 재미없게 벌써부터 겁먹고 지랄이야??
(조롱하듯) 우쨌든 담에 또 보자 민수야~~(돌아선다)
그런 기범의 뒷모습을 보며, 우두득~~!! 갈리는 민수의 어금니.
Cut to ㅡ
가방을 든 민수가 가게 문을 닫고 돌아선다.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오토바이를 출발시키는 민수. 부웅~~~~!!
씬74. 민수집 근방.
오토바이 라이트 불빛이 점점 민수 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씬75. 민수집.
멈춰 세워지는 오토바이.
가방을 챙겨들고 현관으로 가다가가.......... 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민수. 움찔!! 문틈 사이에 전기료 고지서가 사라지고 없다.
차분히 내려지는 가방에서 칼을 꺼내어 잡는 민수.
Cut to ㅡ
똑딱! 불을 켜며 집안으로 들어서는 민수.
주춤!! 집안으로 들어서는 바닥에 얌전히 내려져 있는 전기료 고지서와 장미 꽃잎 한 장.
이내 더욱 맴도는 고요함과 싸늘한 적막감.
민수....... 슬며시 고개를 들어보면......... 꽃잎들이 가지런히 길을 안내하듯 듬성듬성 놓여 있다.
꽃잎을 따라 예의 집중 경계를 하며 거실을 지나 주방으로 향하는 민수.
주방 냉장고를 향해 놓인 꽃잎.......... 그 꽃잎들을 따라 칼을 앞세워 냉장고로 다가가는 민수의
긴장한 발걸음.
그런 그의 뒤로 어느덧 태연히.......... 엄습하듯 그림자처럼 나타나 따르는........... 희주.
한 앵글에 조심스럽게 잡히는 두 사람.
그렇게.......... 초조함으로 냉장고 앞에 다가가는 민수.
긴장감이 역력한 손으로 냉장고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열면......... 냉장고 안엔, 텃밭의 채소들과 화단의 꽃들이 뽑히거나 잘려진 채 가득 담겨져 있다.
뒤틀려지는 민수의 표정에서........... “너도 기분 나쁘지.” 희주의 고요한 음성.
급히 돌아서면// “퍽!!” 매서운 칼끝이 민수의 심장에 박힌다.
박힌 칼을 강하게 비트는 희주. “우지직~~~!!” 이내 입가에서 새는 바람소리와 함께 맥없이 바닥에 쳐 박히는 민수.
목에 걸린 다용도 가방에서 개줄을 꺼내어.......... 민수의 목에 성의 없이 채우는 희주.
그리곤 물건 다루듯 거침없이 끌어내는 희주의 무표정.
Cut to ㅡ DIS.
질질 끌리는 민수의 사지......... 곧 어느 기둥에 묶이는 개줄.
희주 (차분히) 그쪽 때문에 잠깐 헷갈렸었잖아.
슬며시 민수의 손바닥을 확인하는 희주. 손금을 보듯 굳은살을 유심히 살피곤,
희주 엄지 쪽으로 굳은살이 있는 거보니, (묻듯) 베기를 좋아하는 놈. (비웃듯) 그럼 내 생각 대로........ 당신이 보조였겠네.
민수 !! 으으으........ (저절로 새는 신음)
희주 비극을 못 느끼고 재료로 쓰이는걸, 행운인줄 알아....... (오르는 입 꼬리)
Cut to ㅡ DIS.
개줄에 묶여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는 민수, 컥컥.........!! 힘겨운 신음소리만 토해내고 있다.
식탁에 앉아 딸기우유를 먹고 있는 희주, 눈길도 주지 않곤,
희주 아파도 좀 참고, 순간 사고 당했다고 생각하세요....... 죽으면 고통도 사라질 거니까.
/.............. 페이드 아웃.
씬76. 장미모텔 골목, 저녁.
모텔 골목을 비추고 있는 외등.
스산한 바람소리가 골목을 할퀴고 지나가면, 민수의 짐칸 오토바이가 서있다.
잠시....... 외등 아래로 만취의 기범이 그림자처럼 모습을 보인다.
순간! 골목을 비추던 외등이 퍽! 깨져 불이 나가자, 쓰레기통을 뒤지던 고양이 한 마리가 숨듯 쏜살같이 지나가면, “턱!” 고양이 모가지를 순식간에 잡아버리는 기범.
“카~ 야옹~” 날카로운 발톱과 털을 세우며 덤비려하자........ 어이없다는 듯,
기범 겁먹었구나. (가르침) 그럼 빌어야지~ 왜 대들어~/ ‘고양이 목을 비트는 듯’
씬77. 장미모텔, 기범 방, 저녁.
샤워를 한듯 알몸으로 욕실에서 나오는 기범.
냉장고에서 맥주캔 하나를 꺼내어 시원하게 마시곤 거울을 보며 앉는다.
스킨과 로션을 바르는 동안에도............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눈에서 눈을 떼지 않는 기범.
기범 (오묘스레)....... 나도 가끔, 니 눈빛이 소름끼친다? (피시시.......!!)
Cut to ㅡ DIS.
피곤한 듯 목과 어깨를 이완하며 침대로.
잠을 자려 이불을 치우는데// 헉!!
미라처럼 랩에 감겨있는 사체가 덩그러니 누워있다. 목엔 개줄이.
기범??? 경계와 긴장감이 고조되는....... 곧 본능이 살아나듯, 싸늘한 표정으로 얼굴에 감긴 랩을 벗기기 시작한다.
이내 민수의 얼굴을 확인하곤, 경악해가는 기범.
그런 기범의 모습 뒤로 옷장 문이 고요히 열려가며......... 모습을 드러내는 실루엣.......... 이어폰을 낀 희주.
기범!! 뭔가 직감한 듯 빠르게 돌아서려/ “읍!!” 순식간에 허리 쪽에 박히는 칼.
반 박자 빠른 희주의 급습에 윽!! 주저앉는 기범.
박힌 칼로 인해 미동하기도 힘든 기범을, 장갑 낀 손으로 재차 목을 감아 제압하는 희주.
기범 누구야....?
희주 (빙그레~~) 콩팥장수.
기범 ???........ 겁도 없이 계집년이.
희주 세 번째 허리뼈에 칼 들어갔거든.
움직일수록 더 고통스러우니까 가만있어..... 난 집착도 강한 계집이니까. (칼에 힘을)
기범 으으윽...........
희주 아퍼? 에이~ 엄살은? 아직 반밖에 안 들어갔는데.
기범 (이를 물며.... 고통을 참는다)
희주 역시~ 오늘도 아저씨한텐 역겨운 냄새가 느껴져. 이제 좀 아플 거야.
마취를 해주는 냥, 이어폰 하나를 기범의 귀에 꼽아주면,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이 들려온다. 기범.........??
희주, 미소.........“실습시간”
칼에 힘을 주는 희주. 안면근육이 비틀리듯 고통을 참는 기범.
뭔가 찾는 듯, 칼 방향을 이리저리로 헤집기 시작한다.
희주 (찾은 듯) 아저씨한테도 콩팥이 있구나! 세상엔 없는데.
기범 으으으.....!!!
희주 콩팥은... 몸속에 불필요한 물질들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한대,
아저씨처럼 쓰레기들을 세상 밖으로 버려야 되는데....... 나 혼잔 좀 힘들어.
기범 (이가는 소리로)....... 장난이 심하다.
희주 니가 한 짓은 안 심하고? (칼을 뽑으며)....... 다 됐어. (안도의 미소) 착하게 잘 참네?
기범 (독기의 미소) 햐~~ 나쁘진 않은데.
희주 (친근히) 내가 누굴까 진짜~ 궁금하지?
기범 왜 알려주시게?
희주 그건 아저씨 숙제잖어~~?
중요한건, 그냥 당신이....... 오래 전에 내 맘에 들어왔다는 거.ㅋㅋ
기범 ??
희주 (공손히) 귀찮아도 약 꼭 챙겨 먹어~~ 오래오래 벌 받아야 되니까~~
기범 친절하게 그냥 죽이지 그래?
매섭게 급변하는 희주, “푹!!” “윽!!” 상처 속으로 다시 칼을 찔러 박곤,
희주 그럼 진실이 묻히잖아!!! 너한테 죽어간 사람이 몇 명인데 쉽게 죽으려고 그래!!!
그리고..... 널 여기서 죽이고 내가 표적이 될 순 없잖아, 나도 명색이 경찰인데.
기범 좆까고 있네. (차갑게) 후회하지 말고 지금 죽여라.
희주 후회는 니가 해야지.
기범 (경고) 감당할 수 있겠어?
희주 (비아냥) 내가 왜??
넌 이제 곧, 교도소 독방에서 고통 받다가 목매달려 죽을 건데.
기범 ???
희주 (각인) 순간은 사고고. 비극은 긴 시간이야. 너도....... 충분히 비극을 느끼다 죽어라.
그게....... 나의 절대철학이야. 니가 비판받고 비극 하는 거.
기범 (교사스레 웃으며) 씨발년~~ 지랄하네~~~~
희주 (미소로) 센척 그만하고 잘가~~ (귓속말) 현행범은 빼도 박도 못하는 거 잘 알지,
곧 동료들 올 거니까....... 기대해봐. (퍽!!)
칼을 뽑아, 손잡이로 기범의 머리를 가격하는 희주. 쿵!! 쓰러지는 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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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소리.
흐릿하게 눈을 어렵게 뜨는 기범. 사이렌소리에 정신을 잡아보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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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눌러 지압하며, 창가에 다가와 서는 기범.
조급히 창밖을 보면, 기동타격대를 비롯한 경찰차들과 구급차가 모텔 앞에 급히 선다.
“젠장....!!” 싸늘해지는 표정으로 성급히 돌아서는 기범의 시야에 잡히는, 침대 위 민수의 사체.
혼란스러운 기범의 모습.
씬78. 동, 장미모텔 앞.
모텔 앞에 서서 전경들과 형사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대영.
대영 사전 지시대로 모텔 주위 원천봉쇄하고 빠르게 몰이해서 그물에 담는다. (명령) 튀어!!
대영의 지시가 떨어지자, 일제히 숙련된 동작으로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들을 따라 돌아서가던 대영, 문득 다시 고개를 돌려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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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어느 벽모서리에서 정세를 염탐하던 희주와 시선과 마주치는/ 재빨리 숨기고 있던 몸을, 온전히 벽안으로 감추는 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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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지 못한 듯, 차분히 시야를 거두곤...... 동료들을 따라 황급히 모텔 안으로 투입하는 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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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쪽을 살짝! 다시 살피고 돌아오는 희주의 고개.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희주......... 어느새 점점 해맑아지는 표정에서 미소까지.
밤하늘의 별을 유유히 구경하며, 만족스럽게 장갑을 벗기 시작하는 희주, 간간히 흘리는 실없는 웃음에 왠지 귀여움이.
씬79. 동, 장미모텔.
2인1조로, 1층부터 빠르게 객실들을 확인해 가는 전경들.
그들의 모습 사이로 대영과 형사들은 쏜살같이 기범의 방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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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총을 겨누며 세차게 모텔 방안으로 들어서는 형사들.
대영을 비롯한 형사들 빠르게 급습하지만....... 아무도 없다. 침대 위 민수의 사체 뿐.
빠르게 사체를 확인하는 대영. “젠장.......... 제보자잖아.”
열려진 옷장에서 기범의 가방을 찾아 꺼내어 급히 털어보는 이형사. 그러자, 15년 동안 반송되어온 편지들이 가득하다. 편지봉투엔, 받은 이가 모두 ‘정민수’
침대 시트를 적신 피를 손으로 만져 응고상태를 확인한 대영.
대영 !! 이 새끼 아직 이 건물 안에 있어!!! 빨리~ 싹 다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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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하고 번잡스럽지만 활발하게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전경들과 타격대들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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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 문 열리는 객실들. 놀라는 남녀들.
이곳저곳 방안 확인하고 다른 방 수색하는 전경들과 타격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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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1, 쿵쿵!!! 문을 두드리는데 응답이 없자, 손잡이를 돌려 본다. 엄호해 주는 타격대1.
그대로 문이 열리고....... 안에 들어가........ 주위를 살피는데........ 어느 순간, 읍!!!
알몸의 남녀 한 쌍이 욕조 안에 피범벅으로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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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수색작업이 한창인 복도.
위급해 보이는 피해자 한 쌍이 들것에 실려 황급히 옮겨지고 있다.
그런 피해자의 모습에 인상이 더욱 구겨지는 대영!! 수색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씬80. 구급차 안, 저녁.
2인용 구급차.
양 벽 쪽으로 설치된 간이침대에 각기 눕혀져있는 피해자들.
그 사이에서 자리 잡고 있는 구조대원의 손놀림이 다급하다.
위급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처럼 한쪽 맥박체크기가 요란하게 불규칙적이자,
이내 구조대원의 빠른 응급처치로 조금은 안정을 찾아가는 여자 피해자.
대원 (의식을 잡아 세우려) 정신 차리세요~ 잠드시면 안돼요~~? (강요) 이름이 뭐에요~~?
여자 (점점....... 어렵게 초점을 찾아가는 눈동자)
대원 이름이 어떻게 돼요~~??
서서히 속삭이듯 힘겹게 이름을 읊조리는 여자.
대원 그럼 나이는요~~??
여전히 속삭이듯 입술만을 힘겹게 움직이는 여자.
구조대원이 여자의 의식을 돌려 세우려 노력하는 동안. 등 뒤에 누워있는 남자의 손이 조금씩 움직이며 이동을 한다. 뭔가를 찾는 듯........... 구원을 바라듯................!
씬81. 다시, 장미모텔.
죽은 남녀가 있던 욕조를....... 침울하게 확인하고 있는 대영. 곧 답답함에 담배를 꺼내어 물며 돌아서는.
Cut to ㅡ
담뱃불을 붙이며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 대영.
암담함에 담배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고개를 숙이는 대영, 멈칫! 자신의 신발로 밀려드는 핏물.
황급히 침대를 들어보면.......... 남자의 사체가 있다.
대영 이런 씨발!!! (거칠게 침대를 밀어붙인다)
씬82. 다시, 구급차 안.
구조대원의 지시에 따르려 노력하는 여자가 어렵게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보는 시선에 거침없이 떨려오는 여자의 동공!!!! 다시 불규칙적으로 급변하는 맥박체크기!!!!
여자의 시선을 따라 남자를 보면....... 얼굴에 묻은 피를 손으로 훔쳐내는 남자. 아니......... 기범.
곧 검지를 입술에 대며 여자에게 사인을 보낸다. 조용하라고........ “쉿~~!!”
요동치는 여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려는 구조대원/ “쿵!!” 손에 들려진 간이소화기로 내려치는 기범.
혼절한 구조대원을 간이침대로 치우곤, 여자 앞에 구조대원처럼 앉는 기범.
곧 두리번거리는 시야에 잡히는 의료용 가위. 그 가위를 차분히 집어 날을 예리하게 만져가며,
기범 (부른다) 피해자씨?
여자 (부르르....... 떨리는 눈동자!!)
기범 피해자랑 피살자랑 차이가 뭔지 알아? (비릿한 웃음으로) 말을 할 수 있다와 없다야.
여자 (더욱 거칠게 떨리는 눈동자!!!!)
기범 (가위 날 끝을 심장에 대며).......... 침묵만큼 확실한건 없거든. (내려치는 손 망치)
얼굴에 튀는 여자의 피. 이내 손으로 닦아 냄새를 깊이 음미한다.
기범 햐~~~ 또 기운이 뻗치기 시작하네~~~~~!!!
(미친 미소로) 뜨거운 피는 향이 참 좋아.......... 진한 커피처럼.................!
곧 돌아보는 기범의 시선에 잡히는 구조대원.
기범 (우월감) 형씨는 나한테 고마워해야 돼!! (인자하게) 돌아봤으면.......... 너도 죽었어.
구조대원의 볼을 툭! 치곤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 기범.
Cut to ㅡ
구조대원복을 입고 있는 기범이........ 비치되어있는 구급약들을 챙긴다.
/.................. 페이드아웃.
씬83. 희주 집, 오전.
기범의 긴급수배전단지 위로,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컴퓨터 마우스.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컴퓨터에 흠뻑 빠져있는 희주.
컴퓨터를 보면........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최고의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LSO)' 내한공연 소식과 사진.’
티켓을 예매를 망설이는 희주의 손과 마우스.
희주 (마우스 밑에 수배전단지를 보며)....... 공연할 때쯤이면 숙제도 끝나겠지.
망설임 끝에 수줍게 예매를 하는 희주. 이내 두근대는 가슴과 후끈거리는 얼굴....... 그런 그녀가 무척이나 귀여워 보인다.
Cut to ㅡ 몽타주들.
소풍가는 아이처럼 신이나 벌써부터 준비를 하는 희주.
Cut to ㅡ
옷장을 열어, 텍들이 가득한 옷들 중에 검은 드레스를 집어내는 희주의 손.
Cut to ㅡ
상자들이 쌓여있는 곳에서, 택배용 작은상자 두개를 힘차게 들어 올리는 희주.
Cut to ㅡ
한 개의 상자를 뜯어서 열면, 검은 드레스에 입을 검은 속옷이 담겨져 있다. 야해 보이는 듯한 속옷을 보며 부끄러운 듯, 풋 웃음을 그려보는 희주.
Cut to ㅡ
나머지 상자를 개봉하면, 마스카라를 비롯한 색조화장품과 립스틱 등이 가득 담겨져 있다. 서둘러 새로운 기대감으로, 싱글벙글 화장품들을 선반위에 올려놓기 시작하는 희주.
씬84. 경찰서, 서장실. 오전.
고개 숙인 채, 정렬해 있는 각과 과장들과 계장들. 대영의 모습도 보인다.
본청에 다녀온 듯 정복을 입은 서장, 상당히 격분해 있다.
이내 순서대로 쪼인트를 까는 서장. 도미노처럼 단발적으로 들리는 짧은 신음소리들.
서장 (숨을 고르며) 후~ 나 청에서 이렇게 당하고 왔다 이 새끼들아.
(번뜩이며) 너희 지금 뭐하자는 거야? (대영에게) 야 1반!
대영 예 서장님.
서장 너 찍은 놈 있었다며?
대영 예...
서장 근데 그 새끼 지금 어디 있어?
대영 .......
서장 사람들은 죽어 나자빠지고 용의자는 증발하고~~ 지금 장난 치냐~~??
(억지로 참으며) 현상금 제보도 내보내고... 매스컴이든 뭐든 다 이용해봐.
대영 예 서장님.....
서장 (비꼬듯 주욱! 보며) 힘들지? 옷 벗겨줄까?
일동 .......
서장 허 이것들 봐라, (번뜩이며) 무슨 말인지 몰라...?
일동 (우물쭈물).....
서장 (버럭) 무조건 잡아오라고 자식들아. 비슷하기만 하면 다 잡아와.
일동 (각기) 아, 예! 네! 알겠습니다!
씬85. 동, 경찰서 강력계.
사건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유형사에게 급히 다가와 서는 대영.
대영 수배는?
유형사 벌써 저희 구역과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까정 집중으로다 때리고 있습니다.
때마침 급히 모습을 보이는 이형사, 서둘러 대영에게 다가서며 보고를 한다.
이형사 모텔현장에 있는 혈흔 중 김기범의 혈흔도 상당량 있답니다 반장님.
대영 그래.........! (잠시 생각) 의료보험 공단하고 연계해서, 우리 관내 병원 중 오늘
봉합수술 받은 환자들 있나 확인해서 모조리 신상 파악해!
이형사 그럼 서울시내 전부 다 해야 되는 겁니까?
대영 (발끈) 야 자식아 어느 세월에 그걸 다해? 그리고 그 몸으로 어디까지 갔겠어.
이형사 .......
대영 그런 새끼들은 제일 잘 아는 곳이,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놈들이야.
(확신) 예전에도 그랬지만, 그 자식은 이 동네를 벗어나지 않아..... 습관처럼......
이형사 (조심스레)..... 그리고 반장님.
대영 왜?
이형사 저 그게, 김기범이 정민수의 살인용의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결과도 배제할 수/
대영 (버럭) 씨발~ 누가 그래!!
이형사 (서류를 건네며) 현장분석결과하고 프로파일링 결관데요, 김기범의 부상상태와
정민수의 사망시간 관계가...
대영 (서류 찢어발기며) 좆까지 말라고 그래~~ 그럼 여잔 내가 죽였냐~~~!!!
대영의 눈치를 살피며 한둘씩 자리를 피하기 시작하는 형사들.
대영 (신경질적인 가운데 곰곰이) 근데........ 누가 신고를 한 거야......... (담배를 문다)
씬86. 민수집.
차분히 집안을 훑는 카메라.
열려져 있는 냉장고에서 쏟아져 흘러내린 채소들과 꽃들.
집안 여기저기 흘려져있는 흥건한 피....... 사건현장들을 관찰하듯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점에서.
보면....... 한쪽 발을 소파에 올려 팔을 괸 채, 삐딱하게 앉아있는 기범.
냉철하게 쳐다보는 표정에서, 경련하듯 간간히 새어나오는 실소.
기범 (우글대는 어금니) 이 씨발년이......... 내 물건에 손을 대.
이내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어 본다......... 대영의 명함과 민수의 신상카드.
씬87. 장미모텔 골목, 오후.
모텔 골목에 서있는 민수의 짐칸 오토바이를 살피고 있는 유형사와 이형사.
곧 대영의 차가 서면, 그들에게 향하는 대영과 뒤를 따르는 차형사. 서둘러 보고를 하는 유형사,
유형사 (대영에게) 죽은 정민수 소유의 오토바이입니다.
이형사 (프린트 물을 건네며) 이건 정육점 근처 CCTV에 찍힌 김기범이구요. 정민수와 만난 뒤 다시 찾아오거나 같이 동행하거나하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대영 (살피곤)...... 이 근방 CCTV엔?
이형사 걸린 게 없습니다.
대영 (무겁게 끄덕이곤)...... 그 새낀 거짓말탐지기도 통과한 놈이야, 무조건 현장에서 잡아 야 돼.
일동 네.
대영 정민수 집은?
이형사 지금 경력이 이동 중입니다.
대영 (전화벨이 울리자, 받는) 네.
씬88. 민수집.
냉소적으로 통화를 하는 기범.
기범 보내준 선물은 잘 받았다. (민수의 신상카드를 보며) 카드까지.
대영 (필터)........ 선물은 내가 받은 거 같은데.
기범 그렇다고 내가 똥물 다 뒤집어 쓸 거 같아?
대영 (필터) 뭔 개소리야.
기범 아무리 내가 싫어도 경찰이 사람을 막 죽이고 그러면 안 되지?
대영 (필터)........ 겁도 없이 미쳐가네 이 씨발놈이.
기범 너도 작살나고 싶지 않으면, 그년이나 잘 감춰둬라. (차갑게) 내가 곧 찾을 거니까.
씬89. 장미모텔 골목.
대영 니 좆대로 하시고, 넌 지금 어디냐?
기범 (필터)........ 친구 집.
대영 친구 집.......(빠르게 생각을 찾곤) 기다려 씨발놈아. (황급히 돌아서는)
씬90. 민수집, 오후.
비상라이트를 밝히며, 민수집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대영의 차.
민수집과 비닐하우스 주위와 지리멸렬된 화단 그리고 텃밭 안팎으로 감식반들과 형사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비춘다.
곧 급정거로 민수집 앞에 멈춰서는 대영의 차.
Cut to ㅡ
조급히 집안으로 들어서는 대영과 차형사.
맥 풀리는 표정으로, 어이없이 사건현장을 쳐다보는 대영.
보면......... 사건현장 거실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대영의 명함과 경찰보관용인 정민수 신상카드.
Cut to ㅡ
복잡한 심경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대영.
대영 그놈이 어떻게 정민수 신상카드를 가지고 있는 걸까........ 것도 우리만 알고 있는 경찰용 서류를........ (답답) 근데 내가 뭘 감췄다는 거야......... 그리고 그년이라니......... (불현듯)
설마~~ (이내) 에이...... 말도 안 돼.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헛웃음을)
씬91. 경찰서 구내식당, 오후.
경찰서 직원들과 더불어 구내식당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 희주.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희주.
해맑은 얼굴로 밥을 먹어가며 뉴스를 시청한다.
앵커 ----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가 주목됩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경찰의 발표에 의하면... (기범의 얼굴사진이 모니터화면에 선명하게 나타나며)
00구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난 15년 전 살인혐의로 기소되었다가 얼마 전 출감한 김씨를 지목하고------
아쉽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듯,
우월감에 흠뻑 배인 천진한 미소가 희주의 얼굴에 가득 채워져 간다.............!!
씬92. 용역회사, 늦은 오후.
환경미화원 및 정화조 청소 배차장.
마치 고물상처럼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는 용역회사.
주위에 드문드문 환경미화복장의 직원들이 보인다.
쓰레기를 가득채운 정화조 청소차가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배차장으로.
그런 가운데 모자를 눌러 쓴 기범이가, 도둑고양이처럼 안으로 잠입한다.
씬93. 도심 밤거리.
도시야경과 가로등이 환하게 지키고 있는 도심 밤거리 한복판.
주황색 야광조끼와 모자 쓴 환경미화원이, 어두운 도심거리를 쓸며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환경미화원으로 변장한 기범.
오가는 행인들과 취객들 사이로 숨어들 듯, 껌을 씹으며 열심히 청소를 하는 기범.
어느덧 빗자루를 쓸어가며 청소를 하는 기범이, 전봇대에 붙여진 자신의 수배전단지 앞에 선다.
한쪽이 떨어져나간 전단지를 다시 잘 붙여주는 손길. 주위를 살피며 계속되는 거리청소.
씬94. 동, 공중전화박스.
공중전화박스 유리에 붙어지는 껌딱지들. 그 위로 다시 붙어지는 신문기사들.
기범, 차분하면서도 비감한 표정으로 휴대폰 앨범 속, 잠복형사들의 사진과 그 위로 찍힌 날짜들을 확인한다. 그리곤 기사 속 사건들의 시간을 비교 체크를 해가는 기범.
기범 (비릿하게).......... 보험은 참 좋은 거야.
신문기사를 보며 공중전화 버튼을 누른다..........
기범 (통화) 00일보사죠? 저 죄송한데....
(신문을 보며)사회부 박주홍기자님과 통화 가능한가요?
예? 아.... 제보 때문에 그러는데요...... 네 감사합니다..........(야릇한 미소를.........)
씬95. 경찰서 강력계, 새벽.
소파에 모여앉아 설렁탕을 먹고 있는 대영을 비롯한 형사들.
스케치북을 안고서, 대영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잠을 자고 있는 희주.
대영 한잔씩들 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각기 발아래 놓인 소주를 집어 들어, 한잔씩 자작들을 한다.
멀뚱히 보고만 있는 차형사의 빈 밥그릇에 말없이 소주를 따라주는 이형사.
뻘쭘하게 선배들을 따라 소주를 마시는 차형사.
무릎에서 자고 있는 희주를 보며 조용한 한숨을 쉬는 대영.
스케치북을 안고 자는 희주의 손이 크레파스와 연필심 때로 더럽혀져있다.
식당에서 온 물수건으로 희주의 손을 닦아 주는 대영. 잠결인양 대영에게 안기는 희주.
그런 희주의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떨어지려는 종이 한 장. 무심코 종이를 꺼내어 보는 대영.
보면............. 많은 양의 주소가 프린트된 종이.
뭐지 하는 표정으로 잠시 살피던 대영, 의미 없이 다시 희주의 주머니에 넣어준다.
/............... 페이드 아웃.
씬96. 우체국, 오전.
88 대기번호표를 뽑아든, 밝은 표정의 희주.
대기석에 앉아 차분히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 언저리로 물품들이 담긴 많은 양의 크고 작은 소포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렇게 잠시 앉아 있던 희주의 시야에, 빈 의자 위에 놓인 신문이 들어온다.
점점 멍해져가는 표정으로 신문을 집어 보는 희주.
보면............. ‘보복성 함정수사에 누명을 쓴 용의자....... 경찰 망을 피해 도주 중 등등’
파르르! 떨며 시선을 잃어가는 눈동자!! 속상함으로 앙다물어지는 입술.
대기번호판에 들어오는 88 번. “88번 손님!!”이라고 손님을 맞이하려 호명하는 우체국직원.
넋 나간 표정으로 그냥 멍하니 앉아있는 희주.
공명되듯, 번호를 계속 부르는 우제국직원의 소리에......... 나지막하게 대답을 한다. “네..........!”
씬97. 경찰서 서장실, 오전.
허공에 사납게 날리고 있는 신문지. 격양된 모습으로 신문을 던져버린 서장.
서장을 중심으로 패잔병처럼 각과 장들과 계장들이 소파에 앉아있다.
한쪽에 침울하게 벌서듯 우두커니 서있는 대영.
서장 (처참) 다 같이 옷 벗자.
일동 .........
서장 (버럭) 진짜 용의자는 경찰이라니?? 눈가리기식 함정수사라니??
(탁자를 쳐가며) 은폐가 뭐야 은폐가, 여기가 뭐 떴다방이야~~??
그리고 현장에서 왜 우리 집 서류들이 증거품으로 남겨져있어?? (대영에게) 야 너?
대영 예 서장님.
서장 사람들 죽어 나자빠질 때, 그놈 네가 지키고 있었다며?
대영 네.....
서장 근데 그놈이 왜 살인범이야. 니가 죽인거야~ 아니면 니가 농땡이 깐 거야~~??
대영 그건 아니지만..... 그놈이 확실히 범인입니다.... 서장님...
서장 무슨 근거로? (발끈) 지문하나 안 나왔는데, 어떻게 그놈이라고 단정할래.
지금 우리 처지로 변명밖에 더돼? (짜증) 언론에서 그 새끼 보호하고 또 예전처럼 지가 안 죽였다고 빡빡 우겨대면, 그땐 어떡할 거야~ 어~???
대영 ............
서장 (위압적) 이번 주 안에 정리해라.
검찰 놈들이 내 집에 와서 주인 행세하는 거, 절대! 네버!! 보고 싶지 않다. 알겠어?
일동 (각기) 예. 네.... 알겠습니다.
씬98. 경찰서 강력계, 오후.
빵과 우유들을 손에든 희주, 애써 밝은 미소를 그리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Cut to ㅡ
복잡한 얼굴로 혼란스러워하는 대영, 답답한지 라이터를 책상에 똑똑! 두드려 돌려가는.
곧 그런 그의 책상위에 내려지는 빵과 우유. 함께 보이는 희주의 모습. 희주의 손에도 빵과 우유가 들려져있다.
희주 (걱정) 왜 밥 안 먹어요... 반장 삼촌?
대영 (걱정을 숨기며) 아이구.... 나 밥 안 먹었다고, 이거 사온거야?
희주 (끄덕)
대영 (희주 빵과 우유를 보곤) 너도 밥 안 먹었어?
희주 (빙그레) 아니 먹었어요~
대영 밥 먹고 또 먹어?
희주 반장 삼촌 안 먹을까봐.... 같이 먹으려고요.....
대영 (과장) 아이구~~ 나 생각 해주는 건 우리 희주밖에 없구나.
(의자를 당겨주며) 그래 같이 먹자.
의자에 앉으면, 조심스레 대영에게 말을 건네는 희주,
희주 반장삼촌.
대영 (보면)
희주 제가 ‘정의를 위한 용기’에 대해서 많이 공부해 봤는데요.
대영 (기특함에) 그랬어~~
희주 악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한 가지 같아요.
대영 그게 뭘까~?
희주 (확신)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
저도 용기 낼 테니까....... 반장삼촌도 힘내세요. 정의를 위해서. ^^
대영 (포근히 끄덕이며) 그래........!!
씬99. 장미모텔 골목, 오후.
사건 현장이었던 장미모텔 옆 골목.
다이너스티가 주차되었던 곳을 청소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기범.
빗자루를 쓸어가며 모텔 앞 도로 여기저기 주변 상황들을 살핀다.
그런 기범의 시야에 잡히는 알몸의 교통마네킹. 사라진 노란색 우비.
이내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어, 이것저것 형사처럼 메모를 하기 시작하는 기범.
시선을 거두며 돌아서는데 저 멀리서 순찰차가 다가오고 있다.
순간 난감해하지만 곧 평정심을 찾아 태연히 청소를 한다. 곁눈질로 살피면........ 점점....... 다가오는 순찰차.
가까이 다가오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보내는 기범.
별 의심 없이 답례를 해주며 지나쳐 가는 순찰차. 재미있다는 미소를 그려보는 기범.
씬100. 숲속공원 산책로, 늦은 오후.
희주 모 남편의 사체가 유기되었던 벤치에 앉아있는 기범.
여전히 미화원 복장의 기범........... 수첩을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씬101. 희주 집, 저녁.
애써 감정을 감추며 뜨개질을 하고 있는 희주.
하지만 많은 생각들에 휩싸인 그녀의 손놀림에선 떨림과 분노가 느껴진다.......... 섬세하게.
희주 숙젤, 다시 해야겠네...........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니었어................ (괜찮은 척.........!!!)
매섭게 멈춰서는 희주의 손놀림. 술술~ 털실이 저절로 풀리며 스스로 굴러가는 타래........ 암전.
씬102. 경로당, 저녁.
고스톱을 치고 계시는 할머니들.
여기저기서 내기 바둑과 장기를 두시는 어르신들.
어느 한쪽에 돌아누워 잠을 자고 있는 환경미화원 기범.
빠르게 시간이 지나며 한두팀씩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내기 바둑을 두시고 계시는 할아버지, 마무리 신경전이 대단하다.
노인1 (충청도) 여봐.... 내가 1집 더 이겼잖여...?
노인2 (경상도) 뭐라카노? 나가 눈 어둡따고 낼로 속이나?
노인1 왜그랴..... 여그 보면 알잖여..... 여?
노인2 (알면서) 거기가 와?
노인1 왜 자꾸 우기고 그랴..... 속터지긋네....
노인2 니놈 말이 더 속터져.... (바둑판을 엎는다)
노인1 이 개도 안 물어 갈 눔아....... 이게 뭔 짓이여.......?
노인2 에이~~ 나가 이제 네놈하곤 절대 바둑 안 둔다, 이 치사한 자쓱아. (가버린다)
노인1 저 썩을 놈이..... 돈은 주고 가야지........ (따라 나선다)
그렇게 노인들이 사라지면....... 혼자 남는 기범.
cut to ㅡ
바둑판을 두고 앉아있는 기범.
바둑판 한쪽 면에, 흑돌 12개...... 반대쪽엔 6개의 백돌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대국을 펼치듯 생각을 짜내는 기범.
기범 (흑돌을 보며) 15년 전, 우리가 죽인 12개. (백돌을 보며) 이번에 죽은 6개.
12개의 흑돌 중---- 5개를 치우며,
기범 나만 알고 있는 거.
6개의 백돌 중---- 2개를 흑돌로 바꾸며,
기범 민수가 한 거 2개.
4개의 백돌 중---- 다시 2개를 흑돌로 바꾸며,
기범 2갠 내가 한 거. (남은 두 개의 백돌을 보며)........ 이 2개 중 1개는 민수,
백돌 1개를 치우곤,
기범 (마지막 남은 한 개의 백돌을 보며)........... 그럼 찝찝한 이 1개는 뭘까,
집중을 해가며....... 또 무언가를 상기 시키며........ 인지를 하는 기범.
과거 희주와의 첫 만남의 기억, 목소리와 교차되며........ 선행되는,
과거- {희주의 팔이--- 기범의 목을 제압한 희주.
“기범 누구야....?
희주 (빙그레~~) 콩팥장수요”}
기범 20대 여자.
과거- {“희주 역시~ 오늘도 아저씨한텐 역겨운 냄새가 느껴져.”}
기범 면식범.
과거- {‘희주, 이어폰 하나를 기범의 귀에 꼽아주며....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
기범 오래된 음질............. 그년 세대가 아닌 가수............... 조덕배.
바둑판 한쪽에 나란히 놓인 7개의 흑돌. 마주보며 나란히 놓인 1개의 백돌과 4개의 흑돌.
영감을 얻으려는 듯 유심히 관찰을 하며,
기범 (차분히)...... 이들 관계............ 오랜 전 그년 맘에 들어간.............. 나.
(골똘히)...... 표적이 바뀐다.......... 내가 죽게 되면 용의자 될 수 있는............... 년.
차분히 생각을 거두며 일어나는 기범. 또 다른 생각으로 환경미화원 복을 벗기 시작한다.
씬103. PC방, 저녁.
카운터에 있던 주인.
흡연석 쪽이 아닌 금연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기범을 못마땅하게 본다.
안되겠는지, 모자를 쓴 기범에게로 걸음을 옮겨간다.
차분히 마우스를 움직여가는 손. 인터넷으로 어느 신문사 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15년 전 사건을 뒤져보며 계속 기사들을 검색하는 기범. 이번 사건의 기사들도 찾아본다.
그런 기범의 어깨를 툭! 치는 주인.
주인 (퉁명) 손님 여긴 금연석이거든요,
죄송합니다만 다른 자리로 옮겨주시겠습니까?
집중하던 차에 욱!! 해보지만, 출입문을 확인하며 앉아야 된다는 듯 출입문을 쓸쩍! 한번 보곤,
기범 여기 앉아야 돼.
주인 (검색한 것들을 보며) 아니 다른 손님들도 있고....
기범 (싸늘히) 싫다면?
주인 그, 그래도..../
기범 (살기) 싫다고 말했다.
주인 (겁먹어) 저, 저..... 그러면.... 조, 조금만 피우십시오..... (피한다)
추위 먹은 사람처럼 카운터로 돌아온 주인.
멀리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기범을 갸웃거리며 잠시 바라보다가, 아~!! 뭔가 떠오르는 듯
카운터 밑 어느 곳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본다.
수배전단지를 보며 긴장해가는 손. 몸을 낮추며 의자에 앉는 주인....... 용기를 내어 전화기를.
씬104. 경찰서 현관, 저녁.
무거운 발걸음으로 경찰서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오는 희주.
손에 들린 핑크목도리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희주...... 자경대원의 정겨운 인사도 인지 못할 만큼 얼이 빠져있다.
Cut to ㅡ
어두운 하늘 속 꽉 찬 달.
달을 바라보며 현관계단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희주.
그런 희주의 눈동자에 달빛이 배여 맑게 빛난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던 희주, 손위에 놓인 핑크목도리를 매만지는.
그리운 손길로 목에 걸린 다용도 가방을 열면, 가방 속에서 낡은 휴대폰과 신분증이 나온다.
신분증을 보면...... 아빠의 경찰 신분증. 남반장의 사진 얼굴 위를 또다시 매만져보는 희주.
희주 (그리움) 아빠..... 마지막 숙제가 좀 힘드네. 그래도 걱정 마.....(웃음) 나 일등 딸이잖아.
아빠의 사진에 푸념도, 용기도, 그리움도 느껴가며,
희주 나 때문에 엄마도 죽은 거니까........ 나도 혼나야겠지 아빠............... (눈시울)
씬105. 동, 강력계 사무실.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 안.
자기 책상에 스케치북을 펴놓고 앉아있는 희주.
잘 다듬어진 4B 연필과 지우개. 생각을 다잡곤 결심한 듯, 그림 그리기 시작한다.
하얀 스케치북 상단 한쪽에 연필을 대며 그리기 시작하는 달.
달이 아닌 구름으로 달을 그려가고 있다.
밝은 달빛 아래로 그려지기 시작하는 그네...............!!
씬106. 유흥가, 저녁.
쓰레기더미처럼 길가에 쏟아져 나오는 네온간판 불빛들.
취객들과 노점상들, 삐끼 제각기 조화를 이루고 있는 길거리의 천태만상.
그런 모습들 사이로 기범의 전단지를 들고 고시원건물에서 지친모습으로 걸어 나오는 대영.
답답함에 담배를 꺼내어 물면, 곧 옆 건물 편의점에서도 탐문수사를 하고 나오는 차형사.
차형사 (다가서며) 쉽지 않은데요.
대영 .......
차형사 (휴대폰을 받으며) 예. 예. 저희가 지금 그쪽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끊는다)
대영 왜?
차형사 (대수롭지 않게) 유형사님입니다. 또 허위제본 가봐요.
대영 (냉담) 허윈지 확인해봤어?
차형사 ?? 죄송합니다...
대영 어디래?
차형사 이 근방 PC방 인거 같던데요?
대영 같던데요가 정확히 어딘지 다시 알아봐. (돌아서는)
머쓱함으로 전화를 걸며 대영의 뒤를 따르는 차형사.
씬107. PC방, 저녁.
이번 사건 기사들을 확인하고 있는 기범.
점점 호기심 찬 눈으로 변해가더니......... 빠르게 검색을 한다.
죽은 남편의 사건기사들과 연관 정보들을 보다가 신상털이된 자료를 찾아보게 된다.
연쇄살인마에게 두 남편을 잃은 비운의 아내.
순간........??
죽은 전남편은 과거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 이번에 연쇄살인사건에 다시 피해자가 된 남편.
떨리는 눈동자와 빠른 손놀림으로 15년 전 기사와 이번의 기사를 빠르게 확인해간다.
점점....... 흥분되어가는 기범의 모습들!! 이내 “턱!” 이마를 짚으며,
기범 15년 전 죽은 남반장......... 이번에 죽은 피해자의............ 옛 부인,
15년전 기사 ‘현직 경찰 반장의 죽음과 발견 장소의 집--- 곁에 어린 딸---’
이번 기사 ‘비운의 아내--- 현재 남편 또한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
기범 (빠른 생각) 20대 여자........ 날 아는 년........... 조덕배 시절......... 경찰........ 그럼 혹시/
씬108. PC방 건물 입구, 저녁.
건물 입구에 세워지는 대영의 차.
대영 (차형사에게) 올라갔다와 볼 테니까 대기하고 있어. (내린다)
대영, 걸음을 옮기려다 돌아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는 차형사.
대영 (다시 차문을 열어, 차형사에게) 너 뭐하냐?
차형사 대기하는데요?
대영 후~ (짜증을 참으며) 혹시라도 이쪽으로 도주하면 막고 있어야 될 거 아니야?
차형사 아! (머쓱) 예... 반장님... (내린다)
씬109. 동, PC방 안.
“딩동댕~!”
출입을 알리는 멜로디 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대영.
종이에 주소를 메모하고 있는 기범.
멜로디 소리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확인한다. 움찔! 대영의 모습을 확인한 기범.
재빨리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다.
대영, 카운터에서 주인에게 신분증을 보이자 확인한 주인,
주인 (속삭이듯) 아예... (방향을 가리켜주며).... 저쪽...
보면 기범이가 없다. 빈 의자!
주인 (의아) 어어! 방금까지도 있었는데.
대영 (불안) 여기 화장실은 어딥니까?
주인 밖에 있는데요.
대영, 안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며 출입문을 잠근다. “철컥!”
대영 (큰소리) 경찰입니다! 지금 모두 일어나 한쪽 벽에 붙어주십시오. (안전장치를 푼다)
여기저기서 손님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뭐야? 경찰이면 다야~? 아이 짜증나게~~? 시대가 어느 땐데~~? ”등등
대영 (총을 하늘 향하게) 죄송합니다, 첫발은 공포탄이니 놀라지 마십시오.
“탕!” 요란하게 울리는 총소리.
그제야 사태파악이 된 손님들, 우당탕~!! 자리에서 일어나 벽 쪽으로 이동한다.
한쪽 벽에 몰려 서있는 손님들 그리고 빈자리들.
대영 모두들 저를 향해 봐주십시오.
대영의 지시에 따라 모두들 불안의 눈길로, 각기 속도로 대영를 쳐다본다.
대영, 빠르게 살피면 기범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어느 중학생의 불안한 시선이 자꾸 다른 곳으로 쏠린다. 찾아가 보면 테이블 밑에 숨어있는 기범. 중학생의 미묘한 무의식을 감지하곤 차분히 쫓는 대영.
대영 (엄포) 야! 김기범!
여기 있는 거 다 안다....(총을 겨누며) 빨리 가자.... (걸음을 옮긴다)
불안해하는 중학생의 표정에서 뭔가 직감해 가는 기범.
대영이 점점 다가갈수록 더욱 불안해하는 중학생.
대영에게 발각되기 전에 쏜살같이 칼을 꺼내어 중학생을 인질로 잡는 기범.
기범 (협박) 비켜!
대영 후회할 짓 하지마.
기범 니가 그렇게 만들었어.(칼에 힘을 준다)
대영 놔줘!
기범 (중학생 목에서 살며시 배어나는 피)
대영 (방아쇠에 힘을 주며).... 그만 안 둬!
기범 더 이상 말로하지 않는다.
이 아이와 함께 가족 넷 더 좆되겠지...... 니덕에... (칼끝이 더욱 살을 파고든다)
점점 기세가 꺾여가는 대영.
중학생을 앞세워 출입구 쪽으로 이동을 하는 기범. 그런 기범에게 총을 겨누며 따르는 대영.
팽팽한 불안과 긴장감으로 일정한 간격을 가지고 이동하는 기범과 대영.
출입문에 다다른 기범.
잠금장치를 풀며 출입문을 열곤 확! 대영에게로 인질을 거세게 밀어 던지며 도망치는 기범.
중학생에게 덮쳐 넘어지는 대영. 빠르게 일어나 기범의 뒤를 쫓는 대영.
씬110. 동, PC방 건물 앞.
편한 자세로 차에 기대어 통화를 하고 있는 차형사.
차형사 어 자기야. 음 오늘도 철야근무 할 거 같아! 미안.... 대신 이번 비번 날에/ 헉!(멈춘다)
입구를 막고 있던 차형사. 그에게로 칼을 들고 도망쳐 오는 기범.
순간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차형사. 그러는 사이에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 기범. 그 뒤를 빠르게 쫓고 있는 대영. 매섭게 달려오는 기범의 모습에 차형사가 다급히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보지만 긴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총을 떨어뜨린다. 당황스런 몸동작으로 떨어진 총을 급히 집으려하면/ 거의 다가온 기범/ 최대한 빨리 총을 집어 조준을 해보지만/ “윽!!” 기범의 칼끝이 더 빨랐다. 뒤이어 달려오는 대영의 빠른 발/ 칼이 박힌 채로 차형사를 차안으로 밀어 넣는 기범/ 곧 대영도 차로 황급히 다가서지만/ 부우웅!! 대영의 차를 타고 도주하는 기범/ 멀어져가고 있는 대영의 차/ 초조함으로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어 전화를 거는 대영.
대영 어 나야. 지금 빨리 내차 수배해.
(고함) 하라면 해 빨리, 차형사가 위험하단 말이야! (상기된 얼굴)
씬111. 차안, 저녁.
대영의 차안.
복잡하게 일이 꼬인 듯, 거칠게 운전을 하고 있는 기범. 힘겹게 고통을 참고 있는 차형사에게,
기범 서로 머리 아파지니까, 죽진 마쇼.
차형사 (고통) 이제 어쩔거야.....
기범 다 되가니까 좀만 참으쇼 형사나리.
(독기 오른 눈빛)........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지................. (암전)
씬112. 몽타주 저녁.
대로.
몇 대의 순찰차가 갓길에 선다.
서둘러 차에서 내리는 정복 경찰관들, 차 트렁크에서 검문검색 할 장비들을 꺼낸다.
도로에서 차선을 막고 야간 지시등으로 차들을 멈춰 세우는 경찰관들.
cut to ㅡ 번화가.
골목에서도 주차되어있는 차들과 행인들을 검문검색 하는 의경들.
cut to ㅡ 순찰차.
순찰차로 돌며 지나가는 차들이나, 정차되어 있는 차들을 살피는 경찰관들.
cut to ㅡ 교량.
한강다리들 남단과 북단에 설치되어있는 검문소.
검문소 경찰을 비롯한 전경들, 분주하게 움직이며 검문을 하고 있다.
서행을 하며 검문을 대기하고 있는 차들이............ CCTV 화면으로.........
씬113. 경찰서 상황실, 저녁.
CCTV 화면으로 교량에서 검문검색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여러 개의 CCTV 화면들 속에,
관할구역의 교차로, 도로, 차들을 비롯한 각기 모습들이 담겨져 보이고 있다.
그렇게 CCTV 화면들 관찰 확인하고 있는 상황실 직원들과 조급해 보이는 반과장.
반과장 (직원에게) 놓치지 말고 파악해. 확인 되는대로 무전 쳐서 출동시키고.
직원 예.
반과장 거900 교통상황실에도 도움 요청해.
직원 알겠습니다 과장님.
반과장 (답답할 뿐이다).........!
씬114. 동, 정문.
경찰서 정문으로, 차 라이트 불빛이 비추며 한 대의 차가 보인다.
보면 기범이 운전을 하고 있는 대영의 차다. 옆자리엔 자는 듯 보이는 차형사.
반장차임을 확인하곤 경례를 하는 자경대원. 제재 없이 안전하게 경찰서로 들어오는 대영의 차.
씬115. 동, 강력계 사무실.
텅 빈 사무실.
자기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희주.
그림을 다 그렸는지, 핑크목도리와 함께 짐들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난다.
씬116. 동, 현관 로비.
스케치북과 목도리를 든 희주, 사무실 문을 닫고 퇴근을 한다.
희주, 로비를 지나 현관으로 향하는데, 모자를 눌려 쓴 기범이 유유히 걸어 들어오고 있다!
잠시 주춤하던 희주!! 담담히 기범을 관찰하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현관에서 나가는 희주와 들어오는 기범이 천천히 교차된다.
현관을 나와, 돌아서서 기범을 바라보는 희주.
로비 안내판에서 뭔가를 확인하곤, 계단을 올라가는 기범.
계단을 오르는 기범의 뒷모습을 확인하다가, 피식! 살며시 쓴 미소를 그려 보이는 희주.
씬117. 동, 전산실.
전산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범이 표정을 관리를 한다.
당직 근무를 하고 있던 의경이 쳐다보자,
허리에 찬 수갑과 총이 보이도록 자연스럽게 양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기범 수고 많아~
당직의경 무슨 일이 십니까?
기범 어... 강력1반 차형산데, 신원조회 하나할게 있어서.
당직의경 예, 주민번호가 어떻게 되는데요?
기범 어... 그게, 전에 순직하신 남일희 반장님 알지?
당직의경 (갸웃) 제가 지구대파견 근무를 갔다 와서...
기범 (곤란) 어 그래...! 15년 전이 일이라 너희들 잘 모를 수 있겠다.
당직의경 (문뜩) 아! 혹시 단심이 아버지 말씀하시는 겁니까?
기범 ? 단심이...??
당직의경 직원도 아닌데 일편단심 매일매일 출근을 해서, 저희들은 그렇게 부르거든요.
남희주라고 예전에 순직하신 반장님 딸이라고 그러던데.
기범 ??.....!!
점점......... 안개가 걷히는 듯............... 과거,
플래시백- 과거 경찰서에서 희주와 기범이 부딪혀 넘어졌던 생각/ 넘어진 희주를 일으켜주며
챙겨줬던 이어폰/ 인식표에 적힌 남씨 성의 이름 남희주/
기범 남.... 희주. 어 그래 걔가... 맞아! (빙고) 그 친구 지금 어디 있나?
당직의경 (시간을 확인하곤) 지금 퇴근했을 걸요. 잠시 만요.... (구내전화를 건다)
(통화) 여기 전산실인데 단심이 퇴근했냐? 어 알았어. (끊곤) 퇴근 했다는데요.
기범 음. 이거 어쩌나 급한 일인데..... (곤란한척) 주소지 알 수 있을까?
당직의경 (컴퓨터 좌판을 두드려 확인해 가며) 아마도 순직하신 남반장님 인사기록으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찾는다)
기범 빨리 좀 부탁해.
당직의경 (찾다가 갸웃) 그런데... 단심이 아니 남희주 모르세요?
기범 어, 어..... 내가 서초 서에 있다가(안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얼마 전에 왔어.
당직의경 아 그러셨구나!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빨리 조회해 드리겠습니다.
안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우쭐대는 미소를 태연히 그리는 기범.
씬118. 애견 센터, 저녁.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희주. 목에 건 인식표를 보곤 희주를 알아보는 여종업원.
여종업원 또 오셨네요~
희주 네.
여종업원 (친절) 이번엔 또 뭐가 필요할까요? 손님.
희주 개 목줄요.
여종업원 며칠 전에 사셨는데 또요?
희주 한 마리가 더 있어서요.
여종업원 아, 아 그래요.....
희주 저 진짜 바쁜데.
여종업원 네, 네.......(돌아서는)
씬119. 경찰서 주차장, 저녁.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영의 차에 올라타는 기범.
옆자리를 보면, 의식이 없어 보이는 차형사. 무덤덤하게 차형사 목에 맥을 확인해 보곤,
기범 우리서로 일진 좋네? 댁이 안 죽어야 나름 면죄부를 받지. 아니 정당방윈가.
총과 수갑을 차형사에게 다시 챙겨 넣어주는 기범.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칼을 꺼내어 보며,
기범 자.......... 이제 진범 잡으러 가볼까.
차문을 열고 내리는 기범.
실내등이 꺼지지 않게 문을 닫지 않는다. 차 뒷문까지 열고 정문으로 향하는 기범.
씬120. 동, 경찰서 정문.
정문의 자경대원이 선임과 근무 교대를 하고 있다.
대원 (교대를 마치곤, 경례) 수고 하십시오!
선임 (대충) 그래. 내무반 들어갈 때 발소리나지 않게 조용이 들어가.
대원 예 알겠습니다.
교대를 마치고 돌아서는 대원.
그와 스치듯 유유히 정문을 빠져나가는 기범. 선임 또한 그런 기범을 제재하지 않는다.
정문을 나선 기범.
의지의 눈빛으로 발걸음을 옮겨간다. 멀어져가는 기범의 뒷모습...............!
씬121. 동, 경찰서 주차장.
교대를 마친 자경대원, 앞마당을 지나 주차장을 통해 내무반으로 향하고 있다.
그런 자경대원의 시야에 들어오는, 문 열린 대영의 차.
대원 누구차지! 저러다 방전되는데.
귀찮지만 방향을 돌려 대영의 차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대영의 차에 다가서는 자경대원, 차안을 살피듯 안을 보면,
“허걱!” 의식을 잃은 차형사를 발견한다. 아랫배에 흥건히 배어나온 핏자국들.
Cut to ㅡ DIS.
주차장 안을 감싸고 있는 119 구조대원의 사이렌 소리.
황급히 차안에 있는 차형사를 들것에 실어 이송하는 구조대원들.
그런 분주한 모습들 사이에 반과장과 유형사 그리고 동료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보인다.
유형사 이런 씨부럴 노무새끼!!
과장 (허탈)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꼴이냐? 죽어라 찾고 있던 차가 버젓이 경찰서
앞마당에 있으니......
때마침 정신없이 달려와 서는 대영. 상황을 확인하곤 주춤!!
대영 (유형사에게) 차형사는??
유형사 지켜봐야 될 거 같슴다.....
대영 그 씨발새끼는?
유형사 .........
대영 이런 씨...... (점점 폭발).... 정문에선 뭐하고 있었던 거야?
유형사 그거이..... 갸네들은 우들하고 무전망도 다르고.... 입구 출입만 관리하는 터라.....
발로 차 유리를 퍽! 박살내 버리는 대영. 격분~~!!
대영 근데 그 새끼가 왜 여길 온 거야~ 조롱하는 거야 뭐야 씨발~~
씬122. 동, 경찰서 로비.
피곤해 보이는 전산실 당직의경.
목을 만지며 로비에 설치된 커피 자판기에 다가와 선다. 동전을 넣고 커피를 뽑는 동안,
당직의경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커피를 뽑아든 당직의경 궁금한 듯, 커피를 마셔가며 소란스런 소리를 따라 현관 밖으로/
그런 당직의경 시야에 안내판에 붙어진 수배전단지가 잠시 들어온다.
의미 없이 지나치던 당직의경 갸웃! 걸음을 멈추곤, 안내판에 붙어있는 수배전단지를 유심히 쳐다보며 가까이 다가가 선다. 전단지의 기범의 얼굴을 확인하며....... “이런..... 젠장...!!”
씬123. 희주 집, 저녁.
우울한 표정의 희주.
옷장을 열어, 검은 드레스를 다시 옷장 안에 걸어 넣는다.
그리곤........ 빈 상자에 속옷과 화장품들을 어렵게 다시 담아 넣는 희주. 천연덕스럽게 맑았던 그녀의 눈이 서서히 촉촉해져간다.
희주 (불연 듯, 냉소적으로 중얼거린다)...... 안녕........... 니체.
심술 난 아이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희주 횡(橫) 426 종(縱) 182.
Cut to ㅡ
어느 벽 모서리에서, 도서관 책을 찾듯 메모지를 찾기 시작하는 희주.
희주 횡 426.
벽모서리 첫 장 메모지에서, 가로로 움직이며......... 숫자를 센다.
곧 어느 곳에 멈춰 서자,
희주 종 182.
위에서 아래로 숫자를 세며 내려오는 희주......... 이내 찾은 그 곳에서, 메모지를 떼어서 본다.
보면, 니체의 잠언이 적혀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니체.’
희주 (메모지를 보며)..... 신은 죽었다고 니체 당신 말했잖아?! (따지듯) 근데 왜, 왜 괴물이
되지 말래?? (눈시울) 신이 죽었기 때문에....... (질책) 괴물이 필요한 거야. (메모지를)
신경질적으로 찢기 시작하는 희주........ 격해져가는 감정에서, 감추듯 옷소매로 쓸어내는 눈물.
Cut to ㅡ
박스형 액자에 담긴 아버지의 녹조근정훈장을 빼서, 가슴에 자랑스럽게 다는 희주.
핑크목도리와 함께 인식표와 다용도 가방을 목에 두르며, 외출 준비를 하는 희주.
칼을 들어 날을 확인하는 희주의 차가운 표정.
씬124. 희주 집 앞, 저녁.
예전보다 더욱 흉물스러워진 희주의 집 외관.
연립주택 여기저기 바람에 나부끼며 걸려있는‘재건축’ 현수막들.
스산한 분위기 속에 희주의 집 앞을 서성이는 기범.
메모지에 적힌 주소를 확인해가며 어슬렁거리듯 희주의 집을 찾고 있다.
기범 (반추하듯)...... 아직 이 동네에서 살고 있네.
마침내 정문현관에 쓰인 주소를 확인하는 기범. 빙고!
각오를 다지며 안주머니에서 칼을 꺼내어 현관으로 들어가는 기범.
씬125. 동, 계단... 현관문, 저녁.
반 지하 계단을 살피듯,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기범의 조용한 발걸음.
여전히 반 지하로 내려서면 벌레시체로 시커먼 등이, 자동으로 들어온다.
집 호수를 확인하는 기범. 날선 칼을 뒤로 숨기며 초인종을 누르려는 손.
복도 안쪽 자동센서 빛의 사각지대/ 그 속에 그림자처럼 보이는 검은 실루엣!!
곧 흐릿한 사물의 모습이 엄습하듯, 빛 속으로 살며시 나타나려하면/ 잠시의 고요함으로 인해,
턱! 꺼지는 자동센서 불빛/ 그림자의 움직임으로 다시 턱! 들어오는 불/ 빛 속에서 보이는 희주!!
칼을 곧추세워 기범의 뒤에 서있다.
기범?? 뒤에 누군가가 있음을 직감하곤 칼자루에 힘을 준다. “휙!”
재빨리 칼과 함께 돌아서는 기범이 날선 칼의 일합을 순식간에 날린다/ “푹!” “윽!”/ “쑥!” “아!”
기범의 칼은 희주의 어깨에/ 희주의 칼은 기범의 허벅지에/
서로 찌르고 박힌 날카로운 예리한 칼과 칼. 대치하듯 그 모습 그대로 서있는 두 사람!!
희주 (신음) 아..... 이런 기분이구나!!
기범 (뒤틀린 미소로) 내가 분명 경고했지!! 감당할 수 있겠냐고??? (칼자루를 비튼다)
희주 으윽....... 찌르기를 좋아하는 놈. (쓴 미소)........ 아저씨가 우리 아빠 죽였구나.
기범 (떨리는 미간을 웃음으로 숨기며)....... 대단한 추리력인데.
희주 당연하지, 15년을 기다렸는데.
자신들의 아픔을 감춘 채, 서로에게 고통을 주며 양보 없는 기 싸움을 하려하는 두 사람.
여자인 희주가 가소롭게 느껴지는 기범.
질세라 힘을 내어 기범의 허벅지에 더욱 칼을 밀어 넣는 희주.
하지만! 기범보다 더 빠르게 일그러져가는 희주 얼굴. 어깨에 더욱 배어나는 피!!
희주의 칼자루를 손으로 강하게 거머쥐며 방어한 기범,
더욱더 희주의 어깨에 고통을 선사해준다.
으으으윽.............!! 곧 주저앉을 듯한 희주............ 이윽고 칼자루를 포기하곤! 위기를 모면하려 온힘을 다해 기범의 면상에 헤딩을 한다. “퍽!” 또한 빠르게 기범의 손을 비틀면/ 기범 또한 자신의 칼자루에서 손을 놓친다/ 그리곤 재빨리 기범을 밀어붙이며 밖으로 도망치는 희주/ 희주의 급습에 코에서 피가 흐르는 기범이, 같잖은 미소를 어이없이 짓곤 재빨리 자신의 허벅지에 박힌 희주의 칼을 뽑아서 빠르게 희주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씨발년~ 뒈졌어~!”
씬126. 경찰서 강력계, 저녁.
허둥지둥 방탄복을 챙기고 무전기와 플래시를 서로 건네주며 출동 준비를 하는 형사들.
독이 오른 유형사와 다른 형사들, 실탄을 확인하며, 개인 장비들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그들 한쪽에 흥분한 대영의 모습과 어쩔 줄 몰라 하는 전산실 당직의경의 모습도 보인다.
대영 (의경에게) 너 제대하기 전에 영창 먼저 보내줄까~~?? 대문 앞에 버젓이 몽타주
붙여 놓은 놈한테~~ 함부로 신원조회를 해줘~~ 어~~??
의경 죄,죄송합니다 반장님..... (머리를 조아리며)..... 시정하겠습니다.
대영, 부아가 치밀지만....... 불안감이 앞서, 화풀이 하듯 더욱 형사들을 재촉한다.
대영 (격양) 빨리빨리 준비하고 출동해! 지금 희주가 위험하다고. 빨리들 움직여~~!!!
다급한 대영, 경직된 표정으로 먼저 황급히 사무실을 뛰쳐나간다!!
씬127. 길, 저녁.
위급하게 들려오는 빠른 발소리들.
외로이 가로등만이 추레한 골목을 지키고 있다.
위태롭지만 어깨를 감싼 채, 제법 날쌔게 도망쳐오고 있는 희주.
어깨의 고통이 심한지 가로등 빛 언저리에서 힘겹게 걸음을 멈춘다.
어금니를 강하게 물며 어깨에 깊이 박힌 칼을 뽑는다. “으으으...........!!”
그 모습 뒤로 부상당한 다리지만 제법 매섭게 따라 붙고 있는 기범이가 보인다.
이내 칼을 몸속에 숨기곤 다시 빠르게 도망치는 희주. 7
그런 희주를 놓칠세라 매섭게 뒤를 쫓는 기범.
cut to ㅡ
큰길을 따라 이면도로와 함께 보이는 야산.
큰길가로 접어든 희주, 이면도로를 지나 거침없이 야산으로 향한다. 거친 숨소리!!
난폭하게 휙휙 스쳐 지나던 시야가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면,
힐끔! 뒤로 쳐다보는 희주/ 빠르게 추격해 오는 기범/ 필사적으로 계속 도주하는 희주.
씬128. 산기슭, 저녁.
야산을 밝게 비추고 있는 큼지막한 달.
산길을 도망쳐가는 희주, 매우 지쳐 보인다.
아주 가까이까지 추격한 기범, 희주를 곧 잡을 기세다.
부상당한 다리로 속력을 내가며 점점....... 희주에게 접근해 가는 기범.
이내 몸을 던져 희주를 덮친다. 벌러덩 나뒹구는 두 사람.
쓰러진 희주 몸 위로 제압하고 올라선 기범.
기범 (거칠게 가격하며) 죗값은 받고 가야지 씨발년아~~
희주 (배시시) 아저씬? 아저씨는 받았고?
더욱 과격해져가는 기범 “나처럼 웃지 마. 이 쌍년아~~!!”
칼자루 뒷면으로 희주를 가격해가는........ 점점 고속으로 일그러져가는 희주의 얼굴. 여자로써의 한계가 느껴진다. 하지만 더욱 웃어가는 희주!!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는 희주를 따라서 가격을 멈춰가는 기범.
무장해제가 된 희주를 끌고 가려 멱살을 거머쥐며 일으키려는 순간!!
희주, 숨겼던 칼을 꺼내어 부상당하지 않은 기범의 다른 쪽 무릎을 찌른다.
윽! 주저앉는 기범/ 재빨리 일어나 다시 도망치기 시작하는 희주/ 핏발선 눈으로 칼을 뽑아버리곤, 재차 맹렬하게 희주를 추격하는 기범/ 두 번째 당한 무릎부상이 나름 큰 고통과 불편함을 준 듯, 힘들게 희주를 쫓는다.
씬129. 희주 집, 저녁.
“쿵~ 쾅~!”
해머로 현관문을 부수고 들이 닥치는 형사들.
현관 밖에서, 바닥에 떨어진 핏자국들을 확인한 대영, 서둘러 집안을 살피지만 아무도 없이 깨끗하다.
대영 (핏발선 눈으로) 기동대 애들 부르고, 이 근방 다 뒤져서래도 희주 빨리 찾아!!
유형사, 빠르게 전화를 걸고, 다른 형사들도 대영의 지시에 따라 황급히 뛰쳐나간다.
씬130. 야산, 개천, 저녁.
야산 사이로 나있는 개천.
산길을 따라 허겁지겁 도망오고 있는 희주.
길을 막듯 흐르는 개천으로 가까워져 오는 희주.
그 뒤를 공포스런 모습으로 쫓아오고 있는 기범.
희주,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는 가운데, 목에 걸린 다용도 가방에서, 낡은 아버지의 휴대폰을 꺼내어 든다.
휴대폰 전원을 켜는 조급한 손길. 잠시 후 음향과 함께 들어오는 전원.
이내 불안한 눈동자와 손놀림으로... 1번 저장버튼을 누른 뒤, 통화버튼을 누른다.
씬131. 희주 집 밖, 저녁.
희주 집 앞에 주차되어 있는 형사들의 차.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골목 여기저기에서 삼삼오오 빠르게 모이고 있는 형사들.
걱정과 불안감으로 격분해 있는 대영이도 모습을 보이고, 형사들이 모일 때 쯤! 대영의 휴대폰이 울린다. 벨소리......!!!
대영, 액정을 확인하면 ‘남반장님’이라고 뜬다???
대영 (서둘러 받으며) 여보세요?........ (놀라)..... 희주야? 희주야 너 지금 어디니?
(잘 안 들린다)..... 어디? 어디라고?......... 뭐라고....? 어....? 그래 거기? 어?
(다급히) 여보세요? 여보세요, 희주야.....? (통화가 끊긴다)
심장소리가 들릴 만큼 흥분된 대영, 고함을 지르듯 황급히 지시를 한다.
대영 숲속 공원으로 이동! 빨리 움직여!!
우르르 썰물처럼 숙련된 동작으로 이동을 한다.
각기의 차에 오른 형사들. 차위에 경광등이 부착되면, 대영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대영 뭐하는 거야 새끼야~~~ 조용히 출발 못해!!
재빨리 사이렌과 경광등을 치우는 형사들. 황급히 유형사 차에 오르는 대영 “출발해!!”
씬132. 야산, 개천, 저녁.
“첨벙! 첨벙!”
개천을 건너고 있는 희주, 곧 자빠져 물속에 처박힌다.
물을 가르며 희주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기범.
일어나려는 희주의 등을 향해 칼을 높이 치켜세운다. 희주의 등을 향해 내리꽂히는 칼끝!!
죽일 순 없다는 듯, 칼을 돌려 내려치는 기범.
“윽!” 다시 물속으로 처박히는 희주.
혼비백산 허우적대던 희주, 간신히 물속에서 돌을 집어, 기범의 머리를 가격한다.
기범이가 물속에 처박히자, 다시 혼신을 다해 도망을 치는 희주.
악만 남은 듯! 계속 희주를 추격하는 기범!!
씬133. 숲속공원, 저녁.
밝은 달빛 속에서.
기진맥진 숲속공원까지 도망쳐온 희주.
서둘러 공원에 설치되어 있는 그네로 향한다.
그네에 다다른 희주, 숨을 돌리듯 그네에 앉는다. 점점 환한 얼굴로 변해가는...........!!
희주의 시선이 추격해 오고 있는 기범에게 머문다.
유인작전이 성공한 듯 빙그레! 야릇한 미소를 짓는 희주!! 편안한 한숨을 폭!!
서서히 공원으로 진입하는 기범.
그 모습에 차분히 그네 위로 올라서는 희주..........발을 구르기 시작한다.
광기서린 표정으로 공원에 들어선 기범. 그네에 올라서있는 희주를 보며 다가간다.
그네 위에 힘차게 발을 구르며 그네를 타기 시작하는 희주. 싱글벙글~~~!!
그런 희주 앞에 차갑게 다가서는 기범, 그네를 타는 희주를 보며,
기범 뭐하는 거야? 죽여 버리기 전에 내려와~~
희주 싫어.
기범을 향해 던져지는 핑크목도리.
희주 마지막으로 그거 우리 반장삼촌한테 전해주실래요.
기범 이 개같은 년이 미쳤나....... 빨리 안내려와.
기범의 발에 짓밟혀 더러워지는 핑크 목도리.
희주 (속상) 또 생각 없이 막 짓밟네요......... 아저씨 마음대로.
기범, 칼을 앞세워 다가가려 해보지만/ 방어하듯 구르고 있는 그네 때문에 멈칫멈칫! 한다.
희주 이제 우리 벌 받을 시간.
기범 ??
달빛을 받으며 신 바람난 아이처럼! 더욱더 크게 그네를 구르는 희주~~~!!
희주 아저씨도 나도 사람을 죽였으니까. (빙그레~~~!!)
희주가 그네 끝 정상에 오르면/ 공원입구 아래 도착한 형사들의 차들이 보인다.
그네가 다시 내려왔다가, 또 다시 정상에 오르면/ 형사들 모습사이로 대영도 보인다.
다시 내려오면/ 기범을 처량하게 쳐다보는 희주!!
다시 정상에 오르면/ 조급해 하며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는 대영의 모습을 보인다.
떠날 사람처럼 미안함인지! 고마움인지! 모를 미소를 머금는 희주!!
그런 희주의 모습을 지켜보던 기범,
기범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다. 빨리 내려와 이 미친년아!
희주, 그런 기범에게 쓴 미소를 지어 보내며,
희주 너 때문이야!!
기범 뭐....??
희주 이런 내 모습.........(눈시울) 아저씨 때문이라고.
목에 걸린 다용도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는 희주. 아빠의 카세트로 음악을..........!!
조덕배의 ‘없습니다’ 노래가 서서히 들려온다..........!!
그네가 다시 하늘 높이 정상에 오르면/ 공원으로 몰려오는 형사들이 보이고 그 속에 있는 대영의 모습에/ 희주의 눈가에 선명해가는 눈시울!!
그네가 다시 내려와 뒤로 향하면 기범을 바라보며/ 그네 줄에 감춰져 매달려있던 줄 하나를 당겨// 자신의 목 쪽으로 가져오는 희주// 확인하면// 개목줄~~!!!! // 자신의 목에 채우곤//
희주 숙제 끝. 다 니가 죽인거야............. 나도.
그네가 다시 달빛 끝 정상에 오르면/ 하늘을 향해 손을 놓는 희주.
허공을 나는 마지막 희주의 슬픈 눈에/ 안절부절 넋 나간 사람처럼 달려오고 있는 대영의
모습이 들어오면/ 살며시 눈을 감는 희주!!
개목걸이에 의존된 희주의 몸이 하늘을 날고, 다시 땅으로 내려오는 마지막 순간!!
개목걸이에 걸려 숨을 거두는 희주!!!!
의외의 상황에 심장이 멎을 듯 경악을 하는 기범????
그네처럼! 참혹하게 움직이는 희주의 몸짓!!
감정을 추스를 경황도 없이 곧 빠르게 나타나는 형사들/ 플래시 빛과 총을 앞세운 형사들,
현행범으로 재빨리 기범을 에워싼다!!
허탈한 패배감과 좌절감으로 증거품이 될, 피 묻은 칼과 함께 주저앉는 기범!!!!
떨리는 손과 발로 서서히 멈춰서는 대영?!?!
눈에 고인 눈물! 멍하니 그네처럼 움직이고 있는 희주의 죽음을 목격한다!!
억지로 아픔을 삼키고 있는 대영!!! “아니야..... 안돼..... 안돼.........희주야.....!!” 점점!!
울분을 터트리며 희주에게 달려가는 대영!!! 힘없이 흔들리고 있는 희주를 잡아 세우며/
미친 사람처럼 개목걸이를 풀어 희주를 안아 내리는 대영!!!
희주를 가슴에 품고 분탄과 울분으로 미친 듯 발버둥 친다.
“아아아~~ 아아아~~ 안돼 안돼 희주야~~~ 희주야~~~~~~!!!!”
그 모습에 형사들도 고개를 떨어뜨리며 참담한 슬픔을 외면하려 애를 쓴다!!
차가운 희주의 얼굴 위로 흐르는 조덕배의 노래. ‘없습니다’
현장의 소리들은 사라져가고 노랫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진다!!
노래 슬픈 노래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어~~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왔나봐~~
미안해 나 때문에 많이 울었지~~ 나도 몰라 내가 왜 그랬는지~~
어쩌려고 내가 이 길을 따라가고 있을까~~~ 좋은날이 오겠지~~~~
만날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 난 그리워~~~~
노랫소리만.........
이성을 잃어버린 채 광분한 대영이 희주 편히 눕혀놓고/
유형사와 이형사에게 제압당해있는 기범에게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대영.
미친 야수처럼 분풀이를 하듯 기범을 가차 없이 가격하기 시작하는 대영.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며 일그러져가는 기범의 얼굴. 멈추지 않는 대영의 분개!!
노랫소리와 함께........... 서서히................. 사건현장의 모습들이 희주가 그려놓은,
스케치북 속 삽화의 모습들과 동일하게............. 오버랩 되어가며...................... 페이드아웃.
씬134. 법정.
.................... 점점........................... 밝아오면,
엄숙한 법정. 빈자리의 변호사석.
근엄해 보이는 판사와 검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승줄에 죄수복의 담담해 보이는 기범....... 판사와 마주보며 서있다.
판사 사건번호 13로 3619, 이름 김 기범. 죄명, 살인 및 살인미수.
(기범에게) 죄인 김기범은 7건의 살인과 1건의 살인미수 사실을 인정합니까?
차분한 표정의 기범, 판사의 질의에 태연히 미소를 머금는다. 대답이 없는............!
그런 기범을 향해 다시 차갑게 던져지는 판사의 질의.
판사 (강한어조로) 사건번호 13로 3619, 이름 김 기범. 죄명, 살인 및 살인미수.
죄인 김기범은 7건의 살인과 1건의 살인미수 사실을 인정합니까??
기범 ................... 네.
방청객에서 웅성거림이 시작되자,
판사 다들 조용하세요. (서기에게) 이번 질의문답은 기록하지 마세요. (기범에게) 피고 또한 대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판사의 말에 잠시 숙연해지는 법정.
판사 검찰 측의 여러 방법으로 다시 기소되겠지만, 15년 전, 사건번호 99로 6752였던 6건의 미결살인 또한 모두 인정합니까?
기범............ 차분히 고개를 돌려 방청석을 본다.
보면............ 과거 피살자들의 유가족들 모습이 보인다. 그들 모두의 목엔! 핑크목도리가 있다!!
죽기 전 희주가 정성껏 그들 모두에게 소포로 선물한 핑크목도리.
같은 아픔을 같이 함께하고 같이 위로하듯 모두가 함께한 핑크목도리.
그들의 모습 앞에 보이는 대영도 희주의 마지막 핑크목도리를 하고 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범. 차분히 고개를 다시 판사를 향해 돌린다.
기범 (씁쓸히 그려지는 엷은 미소로)................... 네.
유가족들의 탄식소리가 다시 장내를 뒤덮는다..............!!
판사 본 재판을 다시 제기하겠습니다.
(기범에게) 사건번호 13로 3619, 7건의 살인과 1건의 살인미수를 죄인 김기범이 범행 사실을 인정하는 바, 김기범을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처한다.
내려쳐지는 법봉. “쾅~! 쾅~! 쾅~!”
기범, 막상 사형선고를 받자 떨리는 입술로........ 눈을 감는다............!!
유가족 모두들 정의보다, 고통으로, 희망보단, 좌절로, 소리 없는 환성을 터트리고 만다...........!!
차가운 모습의 대영...............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씬135. 접견실.
정적만이 감도는 분위기.
아무런 말없이 차분히 마주앉아 있는 대영과 죄수복의 기범.
차분한 모습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어렵게 입을 여는............ 기범.
기범 이제........ 시원하시겠습니다.
대영 ............... 그럼. 고맙게도 쉽게 인정해 주니까.
기범 어차피 사형인데........... (쓴 미소) 구지 지저분해질 필요까진 없잖습니까.
대영 너도 말 참 쉽게 한다.
기범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이 정말 만만하진 않네요.
대영 ................ 알면 됐어.
기범 (밝게)....... 건강히 잘 사십시오.
대영 ................ 잘 가라. (일어나려)
기범 저............. 마지막으로..... 담배 하나만 주고 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대영 안 돼.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일어나 가는 대영.
그런 대영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기범.
대영......... 차분히 돌아서서.......... 뭔가를 물어본다.
대영 근데.......... 정민수와는 도대체 어떤 관계야?
기범 (잠시 머뭇거리다)......... 저 같은 친구죠.
대영 ?
기범 연쇄살인마는 항상 혼자일거라 생각하시죠?
대영 ??
기범 저흰 둘이였습니다.
대영 (맥 풀리는 표정에)
기범 역시......... 제 말을 안 믿으시는군요.
대영 (빤히 보다가 어이없는 미소로).......... 그럼 한 여자를 사랑한 두 연쇄살인만가.
기범 .......... 보기에 따라선.
헛웃음이 터지고 마는 대영........ 기범의 곁으로 다가간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 주곤,
대영 (귓속말로)........ 건강을 위해서 금연해라. (툭툭! 어깨를 만져주곤)
돌아서 나가는 뒷모습에서, 다시 살아나는 대영의 헛웃음들.
웃음소리가 모두 사라지면, 접견실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기범.
물끄러미 대영이가 놓고 간 담배와 라이터를 보며.......... 살며시 고이는 묘한 웃음................!!
씬136. 호송차량, 대영 차.
도로를 달리고 있는 호송차량 후미를 예의 관찰하듯 따라붙는 대영 차의 앞머리.
차창 밖으로 맞부딪히는 바람을 손으로 느끼며 물끄러미 운전을 하고 있는 대영.
무심코 시야에 들어오는 창밖 풍경들이........ 무표정한 대영의 얼굴 위로 의미 없이 스쳐간다.
Cut to ㅡ
창밖 시선에......... 스쳐지나가는 창밖 풍경들을 여린 웃음으로 그립게 쳐다보는......... 기범.
포승줄과 빨간 수인번호의 기범이 교도관들의 감시 속에 차분히 앉아있다.
저 멀리서 점점 다가오는 싸늘한 교도소 외벽. 어느새.......... 다가와 멈춰서는 호송차량.
Cut to ㅡ
잠시 후, 차갑게 닫히는 교도소 철문 속으로 사라져가는......... 호송차량.
Cut to ㅡ
교도소 철문이 굳게 닫치자........ 유유히 핸들을 돌리며........ 오던 길로 차를 다시 돌리는 대영.
스며들듯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주인공 이름들. O O O......... O O O.......... O O O...........!
“철컥!”...............
씬137. 에필로그. 희주 집.
문이 열리면....... 문을 열고 들어서는......... 대영. 손엔 희주의 유품들.
아빠의 카세트와 이어폰, 아빠의 신분증과 휴대폰, 가방, 인식표가든 상자가 들려져있다.
집안을 둘러보는 대영의 그리운 눈길.......!
희주의 흔적처럼 온 집안에 붙어있는 노란메모지들.
쪽창 너머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에 따라..... 날리고 있는 노란 메모지들을 보며..... 참고 있던 눈물이 다시금 쏟아지려!! 애써 눈물을 숨기며....... 희주 흔적을 따라........ 책상 앞에 서는.......!
책상위에 놓인 희주의 스케치북과 털실타래와 뜨개질용 대바늘.
그리운 손길로....... 스케치북을 넘겨 가면........ 크레파스로.... 아빠.... 엄마..... 그리고 대영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 보인다.
그림을 보며...... 이를 악! 물며 슬픔을 삼키고 있는 대영!!
더 이상 보기 힘든지, 스케치북과 유품상자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돌아선다.
눈을 훔치며 돌아서 가는 대영. 문득! 자신의 손에 묻은 검은 연필 때를 본다.
연필 때를 보며..........?? 돌아서서........... 책상 위, 스케치북을 쳐다본다.
궁금한 듯, 다시 책상으로 다가가........ 스케치북을 들어, 뒤에서부터 펴본다.
그림을 보며.......... 점점.......... 흥분되는 표정과 떨리는 눈동자..................!!
실사처럼 잘 그려진 삽화들.
장미모텔에서 죽은 남녀......... 희주 모 남편의 죽음........ 민수집에서의 민수.........!!
마지막으로 달빛 아래, 그네를 타듯 개목걸이에 걸려있는 희주 자신의 마지막 모습까지..........!!!
다리에 힘이 풀려........ 절망감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마는 대영.............!!!
그런 대영의 시야에 또 잡히는 무언가. 보면......... 장판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종이자락들.
살며시 들쳐지는 장판.......... 과거 살인사건들의 엄청난 자료들.......... 또다시 놀라고 마는 대영.
떨리는 눈동자로......... 다시 집안을 둘러보면.
틈도 없이 빼곡히 붙어 날리고 있는 노란 메모지들이...... 극한공포처럼 새롭게 느껴진다........!!!
대영 이렇게................. 기다렸던 거니........................................................ <화이트아웃>
엔딩 크레딧...................!!
- 끝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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