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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오프닝/ 밤

암흑 속에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 기침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들린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칙, 라이터 켜지며 드러나는- 치곤의 얼굴.

(치곤) 어디야?

(무전) 놓쳤어요! 이 자식이 갑자기 유턴을 받아 가지구....

(치곤) 잘했어.

딸각, 소리와 함께 실내등이 켜지면- 봉고차 안이다.

긴장된 표정으로 앉은 팀원들.

치곤 형택이 상곤이 정문, 중호하고 재문이가 계단 막아.

이 새끼 작대기라도 맞았으면 위험하니까 붙어서 쳐.

박형사 그러게 지원요청하자니까.

김형사 쫄았냐?

박형사 쫄긴.... 빨리 따고 2개월 잠복 쫑 냅시다!

치곤 (무전) 노형사, 들려?

나이트클럽/ 밤

쿵- 쿵- 벽을 울리는 음악과 함께 보여지는 스테이지.

손님들 사이로 부킹웨이터가 오가고, 테이블에 앉은 노형사.

그가 보는- 무대 뒤편에 선 웨이터. 다른 놈들과 달리 연신 입술을 핥으며 입구를 보고 있다.

무대 위- 란제리, 가터벨트 차림의 댄서 하나가 의자 춤을 춘다.

그 밑에서 불콰하게 취해 자기들끼리 춤추는 중년의 아저씨들.

동 밖/ 밤

클럽 앞에 멈춰 서는 검은색 다이네스티.

헤드라이트 꺼지고 운전석에서 내리는- .

주변을 둘러보고 배낭 하나를 꺼낸다. 클럽으로 향하는 곰.

봉고의 조수석이 열린다. 내리며 무전하는 치곤.

치곤 어미 새는 잡고, 새끼 새는 놔준다.

먹이 전달하는 거 확실하게 보고 움직여!

클럽 안/ 밤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테이블에 앉는 곰. 전화기를 꺼내고-

음악의 절정과 함께 댄스가 끝나면, 조명이 바뀌며 이어지는 부르스 타임.

무대에서 내려와 락커룸으로 들어서는 댄서 하나. 나오던 웨이터와 마주친다.

노형사가 주시하던 놈이다.

웨이터 (비릿한 웃음) 어떻게? 오늘 한 번 주나?

댄서 꺼져. 시발 새끼야!

키득거리며 나가는 남자.

락커에서 전화를 꺼내 버튼을 누르는 댄서- 효정.

효정 .... 어디야?

노형사의 시선으로- 곰과 접선하는 웨이터.

맥주를 내려놓고 뭔가를 얘기하다가, 테이블 밑 배낭을 집어 다시 락커룸으로 향한다.

노형사 (무전) 전달했습니다.

동 밖/ 밤

봉고가 상향등을 쏘고, 정문팀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락커룸/ 밤

털썩- 바닥에 놓여지는 배낭. 유니폼을 벗고 옷을 갈아입는 웨이터.

이때, 뒤편의 무대의상이 꿈틀한다. 옷들 사이로 나타나는- 효정의 얼굴.

웨이터가 돌아보는 순간, 그 목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효정! 파지직- 소리와 함께 고꾸라진다.

쓰러진 놈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효정.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배낭을 뒤지면-

수첩사이즈로 응고된 헤로인 덩어리. 챙겨서 달려 나간다.

클럽 안- 밖 (교차)/ 밤

- 클럽 안.

곰, 테이블에서 일어나 출구로 향한다.

노형사 곰새끼 움직입니다. 어떡할까요?

- 건물 후문.

치곤 아직이야! 물건 전달한 거 맞아?

(노형사) 확인했다니까!

치곤 근데 이 새끼 왜 안 나와?

치곤, 차에서 내려 뒷문으로 향하는데 문이 열리고 나서는 효정.

치곤이 그 팔을 낚아챈다.

치곤 너 뭐야?

효정 (빤히) 뭐가요?

겉옷 사이로 무대의상을 보는 치곤. 효정을 놔주고 계단을 달려 오른다.

치곤 빈손이야? 확실해?!

- 클럽 안.

노형사 씨바, 물건 건네는 거 똑똑히 봤다니까?!

따, 말어? 저 새끼 현장 나가면 끝이에요!

- 계단.

(노형사) 팀장님!

치곤 (우뚝 멈춰 선다) 따!

- 클럽 안.

곰에게 다가가는 형사들. 형사 하나가 삼단봉을 촤륵- 펼치자, 곰이 그를 보디체크한다.

와장창! 유리가 깨지며 나뒹구는 형사. 둘이 달려들어 뒷목과 벨트를 잡지만, 곰의 힘에

나가떨어진다. 노형사, 삼단봉으로 허벅지를 가격하자 주춤하는 곰.

놓여졌던 화분 나무를 뽑아 휘두른다. 흙이 튀고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형사들.

(소리) 어이, 곰탱이!

돌아보면, 치곤이 던진 맥주병이 이마를 강타한다!

치곤 (웃으며) 빨리하자. 조서 꾸미고 설렁탕도 먹어야지?

 시발럼이!

달려드는 곰의 멱살을 잡아 엎어치기 하는 치곤!

부서지는 테이블. 덮치는 형사들.

락커룸.

멍한 표정으로 둘러앉은 형사들. 치곤의 눈치만 보고 있다.

노형사 텄어요. 물건 갖고 발랐어.

치곤 ....

노형사 누구 나간 놈 없었어?

치곤 (허탈한 웃음) 아, 나.... 이 시발 것들 진짜....

담배를 물고 라이터 칙-

부아앙- 달려 나가는 자동차.

운전석의 성식과 창문을 열고 히스테릭하게 소리치는 효정의 얼굴.

붐업하면- 서울의 야경과 네온.

시장거리/ 오전

반찬가게 앞.

가판 위의 햄들을 만지작거리는 손. 마디마디에 굳은살이 박였다.

긴 머리, 점퍼에 얼굴을 묻은 태식.

아낙 (짜증) 안 살 거면 자꾸 만지지 말어.... 김밥이라도 싸게?

태식 ....

햄이 담긴 봉지를 들고 시장통을 걷는 태식. 끝에 위치한 가게 앞에 멈추면, 꽃가게다.

태식 (하얀 국화를 물끄러미 본다)

전당포 건물/ 오전

문이 열리고 닫히면- 밖과 달리 어두운 공간.

태식, 계단을 오르려다 멈춰 선다. 다방으로 향하는 지하계단, 그 어둠을 가만히 보는 태식.

태식 나와라.

정적-

태식 죽는다.

그제야, 탁-탁-탁 계단을 밟고 빛 속으로 나타나는 여자애- 소미.

어깨에 멘 크로스백. 낡은 MP3를 귀에 꽂고 있다.

소미 우유 안 훔쳤어요.

계단을 오르는 태식. 따라 붙는 소미.

소미 진짜에요. 이제 안 훔쳐요.... 어, 꽃이네?

태식, 매달린 비닐팩에서 우유를 꺼낸 뒤 안으로 들어가 철문을 잠근다.

입을 비죽 내미는 소미.

대우사 전당포/ 오전

태식, 창문을 열면-

쇠창살 너머의 소미, MP3를 물건 투입구 사이로 밀어 넣는다.

MP3를 받고 천 원짜리 한 장을 소미에게 건네는 태식.

소미 왜 천원이에요?

태식 저번에 오백원 안 갚았어.

소미 신곡 많이 받아놨단 말에요.

태식 너가 듣는 노래 다 이상해.

소미 .... 치사하게.

소미, 돌아서는데- 태식이 장봉지를 잘 보이게 밀어 놓는다.

태식 그거.... 다시 줘 봐.

소미 ?

받았던 지폐를 건네면 다시 오백 원짜리 두 개로 바꿔주는 태식.

소미가 봉지에 담긴 진주햄을 본다.

소미 어, 소세지다.... 나두 소세지 좋은데....

태식 ....

CUT TO

창고에 마련된 작은 식탁. 생선과 계란에 부친 햄, 된장 시금치국. 나름 정성스럽다.

소미의 잔에 우유를 따라주는 태식.

태식 돈 모아서 뭐할 건데?

소미 네일아트 할 거에요.

태식 ?

소미 짜잔! (손가락에 그려진 형형색색의 네일아트) 우리 반에서 내가 제일 잘해.

아저씨도 해줘요? 요샌 남자들도 많이 해요.

소미, 태식의 주먹에 박인 굳은살을 힐끔거린다.

소미 .... 아저씨 정말 깡패에요?

태식 ....

소미 사람들이 그러는데 나쁜 짓하고 숨어사는 거래....

엄마도 아저씨 성추행범이니까 조심하라고 하구.

태식 ....

소미 왜요?

태식 너도 내가 나쁜 사람처럼 보이냐?

소미 그냥.... 감옥이 잘 어울릴 것 같긴 해요.

태식 ....

(소리) 정소미! 소미, 너 거깄어?!

쾅, 쾅, 문 두드리는 소리!

소미 엄마다! (잽싸게 식탁 밑으로 숨는다)

철문을 반쯤 열면 창살 너머로 보이는 소미의 엄마- 다름 아닌 효정이다.

손에 들린 카메라 가방.

효정 아저씨, 소미 여깄어? 정소미! 너 거기 있는 거 다 알어! 얼른 안 나와!

태식 안 왔어요.

효정 말하는 소리 들었어! 아님 문은 왜 가리고 있는데? 문 좀 열어 봐!

문을 마저 열면 소미의 식탁까지 보이는 창고구조.

태식, 보면- 소미의 자리에 남겨진 밥공기. 소미도 밥공기 놔둔 걸 깨닫고 아차한다!

효정 너 잡히면 가만 안 둔다! 빨랑 못 열어?

천천히 문을 여는 태식. 동시에, 발을 들더니 옆차기로 식탁 위 밥공기를 정확하게 밀어낸다.

떨어지는 밥공기. 바닥에 부딪혀 깨지려는 찰나, 그 밥공기를 받아내는 소미!

끼이이 철문이 열리면- 태식의 밥그릇만 덩그러니 놓였다.

효정 뭐야? 정말 없는 거야?!

CUT TO

구형 FM2 카메라를 살피는 태식. 전표를 적고 돈과 함께 건네면-

효정 아저씨.... 경고하는데 자꾸 우리 애 불러들이지 마.

태식 (본다)

효정 (노려보는) 소미한테 이상한 짓 하면 가만 안 둬.

난 유부녀 따먹는 새낀 용서해도 애들 건드리는 새낀 용서 안 해.

불알을 뜯어버릴 테니깐....

태식 ....

효정 정 그렇게 외로우면 데이트 신청하던가?

몽따지도 괜찮고 그쪽이랑 연애해 줄 수도 있는데, 응?

태식 ....

효정 (피식) 쫄기는....

실실 웃으며 내려가는 효정.

태식, 창고를 보면- 소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미) .... 이쁘죠?

돌아보면, 자바라로 구획된 작은 거실-

머리에 국화 한 송이를 꽂은 채 웃고 섰던 소미. 웃음을 멈춘다.

굳은 얼굴의 태식, 다가와 소미의 손에서 국화를 뺏는다.

태식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마.

소미 .... 죄송해요.

머리의 꽃을 떼어내는 소미.

경찰서/ 오후

변호사를 대동한 채 현관을 나서는 곰.

복도에 죽 늘어서서 노려보는 마약팀원들. 치곤이 곰 앞을 막아선다.

치곤 웃냐?

 (웃는다)

치곤 오사장한테 전해. 잡히면 뒤진다고.

 불철주야 좆뺑이 치쇼.

마약계/ 오후

계장실>

치곤, 열중 쉬어 자세로 섰고 그 주위를 맴돌며 낮은 목소리-

계장 2개월 잠복에 통제배달까지 했는데 물건은 다른 루트로 사라졌다....

상선이 누구, 하선이 어딘지도 모르고? 김치곤이.... 살만 해?

치곤 죄송합니다.

계장 마약반은 교도소 담타고 하는 직업이야.

내사과 애들 땜에 핸드폰 두 세 개씩 갖고 다니는 거.... 그거 피곤하다?

(촤륵- 블라인드 열면, 일하고 있는 마약팀원의 모습)

그림 안 그려지면 판이 잘못된 거야.... 허물고 다시 짜.

치곤 ....

사무실>

자리로 와 서류를 팽개치는 치곤. 이마를 짚고 의자를 젖힌다.

생각난 듯 다시 파일을 열면- 웃고 있는 오십대의 판매총책 사진.

치곤 오명규 이 십새끼!

골프연습장/ 사무실/ 밤

철썩- 철썩- 만석의 뺨이 돌아간다! 코피가 터진다.

때리기를 멈추고 만석을 노려보는- 오사장.

오사장 (골프 장갑 벗어 쓰레기통에 버리며)

물건 맡겼더마 홀라당 까묵고.... 내가 흥신소라도 데려다줄 줄 알았나?

오사장 뒤에는 곰. 만석의 뒤에는 30대의 태국인 람로완. 각자의 보디가드다.

만석 애들 풀어서 찾고 있습니다. 빼돌린 년 놈들 잡아내면....

오사장 통나무 장사했던 놈들은 이래서 못 믿는다.

만석 ....

오사장 중국아들 1억6천만이 대마하고, 2600만이 메쌈페타민, 1100만이 헤로인 한다.

노다지다 말이다. UN이 그리 말해.

만석 ....

오사장 삼일이다. 중국아들 잡아둘 수 있는 기 삼일이야. 그 사이에 샘플로 들여온

헤로인 못 찾으면 동생놈하고 싸잡아 인체의 신비전에 보내 뿐다.

만석 !

오사장 느그들 사람고기 장사하니까 그기 무슨 말인지 잘 알제? (일어난다)

삼청교육대 다시 세워가, 싹다 잡아 처넣어야 나라가 산다....

나가는 오사장. 만석, 버려진 장갑 위에 킁- 피침을 뱉는다.

달리는 차 안- 팬트하우스 (교차)/ 밤

강남대로를 달리는 브라부스 튜닝의 벤츠 한 대.

벤츠 로고 위로 신호가 가고-

뿌연 수증기 속에 번쩍이는 램프. 폰을 집는 여자의 손- 러시아 금발 미녀다.

그녀가 중국녀에게 건네면, 중국녀는 다시 옆의 흑인미녀에게 건네고,

흑인녀는 다시 금발녀와 찐한 키스를 나누던 남자에게 폰을 전달한다.

젖은 손으로 전화를 받는 남자- 만석의 동생 종석.

(만석) 어디야?

종석 오오, 목소리 쫘악 가라앉은 게 졸라리 깨졌나부네?

- 차 안.

만석 형님은 노가다 뛰는데 동생 놈은 향이나 피우고 잘 돌아가는 집구석이다.

(종석) 살살해. 살살.... 인생 뭐 있어?

만석 또치한테 연락 왔어. 물건 빼돌린 년 알아냈다.

- 팬트하우스.

벌떡, 일어나는 종석의 나신. 튀는 물에 찡그리는 여자들.

종석 누구?.... 춤추는 년?!

- 차 안.

전화를 끊는 만석. 운전하는 람로완 보며-

만석 어이, 람로완이.

람로완 (룸밀러로 본다)

만석 나 맞는 거 보니까, 기분 좋드나?

람로완 (어깨를 으쓱한다)

만석 (웃으며).... 씨방새.

34호 벌방/ 밤

와장창- 깨지는 화장품들. 씩씩거리는 성식.

성식 물건 어디다 빼돌렸어? 대답 안 해?!

효정 뺑이 친 건 나야.... 반은 먹어야지, 안 그래?

성식 이런 썅!

효정의 뺨을 후려치는 성식!

성식 팔대 이면 괜찮은 조건이니까 지랄 말고 내일까지 토해내, 알아들어?

효정 (피식) 웃기시네.... 직접 처분하고 잠수 타면 그만이야!

성식 아주 뒤질려구 작정을 했구나.... 걔네들이 어떤 놈들인 줄 알어?

문 밖에 나서는 순간 넌 그냥 총살이야 미친년아! 내일이야. 잘 생각해!

효정 (노려보는)

성식, 나서다가 부엌에 선 소미를 본다.

성식 (머리를 때리며) 눈 깔어. 애미나 딸년이나.... 씨바.

성식이 사라지면- 소미, 안방을 본다. 바닥에 주저앉은 효정.

효정 .... 나가서 놀다 와.

소미, 조용히 문을 닫는다.

CUT TO

숟가락에 올려진 필로폰 덩어리가 녹는다. 주사기에 0.03g을 채우는 효정.

복숭아 뼈 밑에 주사를 꽂는다. 투약. 동공이 풀리며 이불 위로 눕는다.

효정 .... 허튼 수작하면 다 죽는 거야.

신음을 토해낸다. 그 소리를 따라 부엌으로 나가면-

바닥에 웅크린 채 귀를 틀어막은 소미.

전당포/ 밤- 오전

태식, 검은 양복을 정성스레 다림질하고 있다.

벽에 거는데- 빨간 동그라미가 표시된 달력.

태식 ....

날짜를 가만히 보는데....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CUT TO

철컹, 문을 열면- 복도의 어둠 속에 선 소미.

태식 ....

CUT TO

소미 진짜에요, 엄마 친구들 가면 돌아갈게요.

간이침대에 이불을 깔아주는 태식.

소미 .... 아저씨 별명이 뭔 줄 알아요?

태식 (본다)

소미 전당포 귀신이요.

태식 ....

소미 내 별명은 뭐게요?

태식 뭔데?

소미 안 가르쳐줘요.

태식 ....

소미 (웃음) 쓰레기통이요.

태식 ?

소미 이모가 그러는데 엄마가 나 임신했을 때 쓰레기통을 뻥 차서 발가락이 부러졌대요.

그때부터 계속 쓰레기통.... 웃기죠?

태식 ....

소미 전당포 귀신과 쓰레기통.... 무슨 아이디 같애요. 그죠?

태식 .... 그만 자라.

불을 끄고 나가는 태식.

DISSOLVE

잠든 소미가 보이고, 이불 사이로 비어져 나온 자그만 손.

태식 ....

조심스럽게 그 손을 이불 속으로 넣어준다.

F. O

F. I

창가로 비쳐드는 아침햇살.

식탁 위에서 잠들었던 태식, 부스스 일어난다.

곱게 포개진 이불. 소미는 보이지 않는다.

태식 ....

태식, 냉장고를 열다가 붙여진 메모를 발견하면-

재료가 없어서 대충 했어요귀엽게 봐주삼!! ㅋㅋ

태식 ?

메모를 떼다가 자신의 약지 손가락을 본다.

연두색 매니큐어가 바탕으로 발라졌고 그 위에 그려진 ^ . ~ 그림.

반대편 약지에도 똑같이 그려진 네일아트.... 바라보는 태식.

납골묘/ 오후

침묵의 공간. 부유하는 먼지 입자들.

카메라, 꽃으로 장식된 벽을 훑다가 멈추면- 검은 양복 차림. 국화꽃을 들고 선 태식.

묘에 붙여진, 환하게 웃는- 연수(28).

태식 ....

봉지에서 귤을 꺼내 올려놓고, 자신도 하나를 까서 우걱우걱 씹는다.

버스 안/ 오후

흔들리는 뒷좌석에 앉은 태식.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꺼내는- 소미의 MP3.

이어폰을 꼽고 버튼을 누르면-

연수의 모놀로그 (고속화면)

병원 복도를 울리는 발소리-

멀리 의자에 앉은 연수가 보이고, 다가가는 누군가의 시선.

거의 다다랐을 즈음, 돌아보는 연수. 그렁그렁 눈에 맺힌 눈물.

하지만, 화사하게 웃는다. 손에 들린 사진을 흔든다.

아파트 상가복도를 달리는 소미. 복도 끝 환한 빛 속으로 사라지면-

빠앙! 울리는 경적음과 함께-

거리/ 오후

철길 위 육교를 걸어오는 태식.

계단을 밟고 내려오다가, 소란스런 소리에 골목 입구를 보면-

세워진 경찰차 너머 중년 여자에게 맞고 선 소미를 본다.

태식 ?

말끝마다 핸드백으로 후려치는-

여자 너 엄마 핸드폰 번호 뭐야? 대답 안 해?!

여경 그만 좀 때려요. 애 잡겠네.

여자 우리 애 다친 거 안 보여요? 관리비 꼬박꼬박 내는데 뭐하는 거야?

거지같은 애들 자꾸 아파트 넘어오게 놔두고?!

소미 (노려본다)

여자 뭘 꼬나 봐? 니네 엄마가 그렇게 가르치디? 어? 어?!

남경 정말 가방 훔쳤어?

소미, 대답하지 못하는데- 보고 섰던 태식과 눈이 마주친다.

소미 ....

태식 ....

소미 안 훔쳤어요.... 그냥 내 거랑 뭐가 다른가 본 거 뿐이에요.

뚱보 (달려들어 때린다) 너 가방 없잖아, 이 거지야!

여자 (버럭) 손대지 말라니까! 세균 옮아!

그 말에 왈칵, 눈물이 솟는 소미.

여경 너 이거 어른 와야 돼. 엄마 안 계셔?

소미 ....

고개 숙인 채 입술을 깨물던 소미.... 천천히 손가락을 든다.

남/여경 ?

소미가 가르키는- 골목입구에 선 태식. 경찰과 두 모자의 시선이 날아와 꽂힌다.

표정이 굳는 태식.

여경 아빠야?

소미 .... (끄덕인다)

경찰들, 태식을 향해 손을 드는 순간- 태식, 발길을 돌려 걸어 나간다.

여경 저기요, 아저씨!

남경 이봐요!... 여기요!

그러나 도망치듯 소미로부터 멀어지는 태식의 뒷모습. 경찰들, 의아한 얼굴로 보면-

소미,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다.

거리/ 해질녘

언덕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

골목을 걷는 소미. 모퉁이 보면, 뒤따르는 태식이 보인다.

문방구/ 밤

카운터에서 바둑책을 보는- 돋보기안경, 백발의 문방구 노인. 그가 힐끔거리는-

놀이카드 사이를 배회하는 소미. 옆으로 태식이 다가와 선다.

소미, 돌아보지 않는다.

태식 .... 화났냐?

소미 ....

태식 그러게 왜 남의 물건을 훔쳐?

소미, 태식을 노려본다. 보란 듯이 놀이카드 한 팩을 훔쳐 문방구를 나선다.

그런 소미를 보다가 노인과 눈이 마주치는 태식.

지폐를 올려놓으며-

태식 방금 가져간 거 얼마에요?

노인 (밀어낸다) 놔둬. 애들은 원래 훔치기도 하면서 크는 거야.

태식 (보면)

노인 애가 맨날 혼자 놀잖아?

태식 ....

노인 다른 아빠들처럼 자주 좀 데리고 와.... (웃으며) 써비스.

태식 ....

골목/ 밤

조금 떨어진 채 벌방촌 입구로 걸어오는 두 사람.

왼편으로 번호가 매겨진 집단거주지, 오른쪽으로는 전당포를 향한 대로가 보인다.

앞서 걷던 소미, 뒤돌아 태식을 본다.

소미 내 MP 주세요.

태식 ....

태식, MP3를 꺼내주면- 주머니에서 놀이카드 한 장을 꺼내 건네는 소미.

소미 돈 없으니까 이거 드릴게요. 내 보물카드.... 뭐든 다 이겨.

태식 ....

소미 안녕히 가세요.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하고 벌방으로 향한다. 저만치 가다가 멈춰 선다.

소미 .... 아저씨.

태식 ....

소미 아저씨도 내가 창피하죠?.... 그래서 모른 척 했죠?

태식 ....

소미 (웃는다) 괜찮아요, 반 애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런데요 뭐.

태식 (뭐라 말하려는데)

소미 엄마도 집 잃어버리면 주소랑 전화번호 모르는 척 하래요.

술 마시면 맨날 같이 죽자는 소리만 하구....

태식 ....

소미,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소미 (목이 메는) 거지라고 놀린 뚱땡이 새끼보다 아저씨가 더 나빠요....

태식 ....

소미 .... 그래도 안 미워요.

태식 ....

소미 아저씨까지 미워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한 개도 없어....

그 생각하면 요기가 막 아파요.... 그니까 안 미워할래.

가슴을 만지며 눈물을 떨구는 소미. 태식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소미 .... 안녕히 가세요.

탁, 탁, 탁, 골목의 어둠을 걸어 나간다.

멍한 표정의 태식. 멀어지는 발소리만 듣고 섰을 뿐....

벌방34호/ 밤

걸어온 소미,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선다.

엄마의 신발이 놓였고, 위잉- 하던 드라이기 소리가 멈춘다.

소미 엄마?

방문을 열면,

익스트림 클로즈업되는- 불에 데인 허벅지, 브래지어 사이로 보이는 가슴,

청테잎이 발라진 입술로 신음을 토하는 효정.

소미 !

헤어드라이기를 들고 웃고 있는- 종석.

소미 주춤 물러나는데, 탁- 어깨에 올려지는 손.

돌아보면, 손가락 하나를 세워 뺨을 콕 찌르는- 람로완.

위잉- 다시 돌아가는 드라이기. 람로완, 소미의 눈을 가린다.

드라이기가 효정의 허벅지 위에 눌러지고, 발악하는 효정.

전당포/ 밤

부서진 열쇠고리가 보인다.

태식 ....

들어서는 태식, 열려진 창고 문. 그 어둠을 보다가 딸각, 불을 켜면-

치렁치렁한 목걸이, 노란 염색머리의 또치. 그리고 곰.

또치 (실실 쪼갠다) 신고하게? 쌔콤 우리가 끊었는데....?

태식 ....

또치 (나이프를 흔들어 보이며) 찾는 물건이 있걸랑? 협조 좀 해주셔야겠어.

태식 ....

태식,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내민다. 또치, 픽- 웃는다.

또치 아 나, 시발.... 누굴 동네 양아치로 아나?

동의라도 구하듯 곰을 돌아보는 순간, 태식이 지갑을 벌려 칼날을 잡고 뺏는다!

또치 !!

순식간이다.

쨍그랑, 테이블에 칼을 버리는 태식.

태식 .... 가라.

또치 !

우득, 목을 꺾으며 나서는 곰.

차 안/ 밤

골목에 주차된 봉고차 안.

케이블타이로 손발이 묶인 채 무릎 꿇린 효정과 소미.

종석, 전당포 창문 보는데- 파직! 유리창에 부딪히는 사람의 그림자.

골목으로 유리가 떨어져 깨진다. 전화 거는 종석.

종석 .... 찾았냐?

(또치) (떨리는) 그게요.... 여기 상황이 좀 골 때리게 됐네?

종석, 의아한 표정으로 람로완 보면- 문을 열고 나서는 람로완.

전당포- 차 안 (교차)/ 밤

- 전당포.

바닥에 쓰러진 곰이 보이고, 얼어붙은 또치는 꼼짝 못하고 있다.

그 앞에 물 같은 정적으로 버티고 선 태식.

무표정한 얼굴로 통화하는 람로완.

람로완 (영어) 그 자식을 넉아웃시켰어....

한패인 것 같기도 하고.... 뭐랄까, 분위기가 좀 달라.

람로완, 핸드폰을 태식에게 던진다. 받아드는 태식.

(종석) 아저씨 누구셔?

태식 전당포 털 거면 번지수 잘못 찾았어.... 신고 안했으니까 그냥 가라.

- 차 안.

종석 (키득거리며) 이야, 졸라 쿨하네! 좋아, 물건만 찾으면 사라져줄게.

박효정이라고 어제 거기다 물건 잡힌 언니가 있거던? 카메라 가방. 그거 내 놔.

- 전당포.

효정이라는 이름에 굳는 태식.

태식 전당포는 하루 지나도 반달 이자 받는다. 원금 팔만원에 4부이자 1600원.

본인이 갖고 와야 돌려준다.

- 차 안.

웃음을 터뜨리는 종석.

종석 그러세요? 근데 어뜩하나?.... 지금 본인이 갈 상황이 아니거던?

효정의 머리칼을 후려잡는다!

- 전당포.

비명과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

(소미) 엄마아---!!

태식 !!

(종석) 얼마? 팔만 천.... 하여튼, 지금 그거 땜에 이쪽은 두 사람이 죽게 생겼어요?

태식 ....

태식, 전화기를 람로완에게 던지고 창고로 향한다.

잠시 후, 카메라 가방을 들고 나와 람로완에게 던지면- 가방을 열어 뒤집는다.

아그작! 바닥에 떨어져 박살나는 카메라.

주머니에서 꺼내는 카람빗나이프. 빙글, 돌려 잡더니 가방을 찢는다.

거기서 나오는- 헤로인.

태식 !

람로완 (영) 회수했어.... 뭐?.... 알았어.

또치에게 신호하면, 전당포를 나서는 또치.

람로완, 안주머니에서 천천히 꺼내어드는- 소음기 장착권총.

태식의 얼굴이 굳는다.

번쩍! 번쩍! 두 번의 빛이 터지는 전당포 유리창.

바닥을 튕겨 오르는 탄피. 소음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하얗게 질린 태식의 얼굴.

람로완, 전화기를 흔들어 보이고, 책상 위에 얌전히 내려놓고는 전당포를 나선다.

태식 ....

옆을 보면- 구멍 난 곰의 머리에서 배어 나오는 피.

정신을 차린 듯 달려 나가는 태식.

동 밖/ 밤

건물 밖으로 나온 태식. 출발하는 차의 꽁무니를 쫓는데, 유리창 보면- 소미다!

태식 !!

울부짖는 소미. 들리지 않지만 분명 아저씨!’ 하고 외치고 있다.

그 모습이 점점 멀어지며- 헉, 헉, 거친 숨을 토하며 멈추는 태식.

34호 벌방/ 밤

엉망으로 나뒹구는 세간과 핏자국. 바닥에 떨어진 소미의 MP3.

태식 ....

집어 드는데, 울리는 람로완의 핸드폰. 받으면-

(종석) 내일 다시 전화한다. 신고해도 죽이고, 전화 안 받아도 죽인다.

달리는 봉고차/ 밤

전화를 끊는 종석.

종석 씨발아, 그깟 꼰대 하나 해결 못해서.... 합기도나 복싱 뭐 그렇드나?

또치 (멍한) 형님도 봤어야 된다니까? 졸라 빨라서 보지도 못했어.

종석 잘 됐어. 안 그래도 던지기 선수 필요했는데....

람로완 (영) 눈을 안 감았어.

종석 (영) 뭐?

람로완 (영) 총을 쏠 때 눈을 안 감았다구.

종석 (영) 그게 뭐?

람로완 ....

도심 속을 달려 나가는 봉고차.

전당포/ 새벽

불 꺼진 사무실을 훑는 카메라. 들려오는-

(경찰) 그니까, 옆집 여자하고 애가 납치됐는데 마약사건 같다?

(태식) .... 네.

(경찰) 그건 아저씨 심증이고, 그 아줌마하고는 무슨 관계에요?

옆집여자 주민번호를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어?

구석에서 통화중인 태식. 장부책에 적힌 효정의 주민번호와 전화번호.

(경찰) 아무튼, 거기 지구대원 보내드릴 테니까 주소 불러 봐요.

곰의 시체. 바닥의 피는 이미 굳어있다.

(경찰) 여보세요?

태식 ....

(경찰) (목소리 톤이 바뀐다) 아저씨, 지금 주소 못 부르죠?

태식 .... 네.

(경찰) (한숨) 아저씨. 그렇게 외로우면 114에 전화를 해.

목소리는 거기 언니들이 더 죽여! 왜 바쁜 경찰에 장난질이에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태식, 전화를 끊는다.

(시간경과)

어느덧 창으로 비쳐드는 여명.

아침이면 사라질 악몽일 거라 믿었지만 변함없이 사무실 바닥에 놓인 곰의 시체.

부르르- 람로완의 핸드폰이 진동으로 돈다. 노려보던 태식.... 천천히 손을 뻗는다.

쿠릉! 들려오는 천둥소리.

마트 옥외 주차장/ 낮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진다.

주차된 차들 사이를 걷는 태식. 핸드폰 액정에 찍힌 ‘2420’ 이라는 숫자.

(종석) 이름을 모르니까 그냥 아저씨라고 할게.

인터컷>

전당포 창살 너머 통화하는 태식의 모습.

(종석) 아저씨.... 생각 잘 하신 거야. 물건 하나만 전해주면 돼.

태식 ....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두 사람 해치지마라.

‘2420’ 차량을 발견하는 태식. 곰의 검은색 다이네스티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는다. 정확히 세 시가 되자, 울리는 람로완의 핸드폰.

(종석) 시동 켜. 네비에 찍힌 곳으로 가.

출발하는 태식의 자동차. 그 뒤를 좇아 미끄러지는 벤츠 한 대.

종석 어때?

만석 (씨익) 와꾸 좋네.

원형통로를 도는 두 대의 차량이 멀리 보인다.

가산역 차이나타운- 전철역/ 오후

대로를 중심으로 중고의류, 군복 가게, 잡화점과 음식점이 늘어선 거리.

우산을 쓴 채 붐비는 사람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경로안내를 종료합니다”.

태식, 브레이크 채우면 걸려오는 핸드폰.

(종석) 콘솔박스 열어.

열면- 편지 봉투가 놓였고, 봉투에서 나오는 넘버가 찍힌 열쇠 하나.

태식 ?

건너편 도로에 멈춰 선 벤츠 안.

종석 그거 갖고 차에서 내려.

태식, 비를 맞으며 차에서 내린다.

핸드폰을 끊고 전철역 계단을 내려가는 태식. 젖은 복도를 걷는다.

환승구를 지나 화장실 옆 보관함을 발견하는 태식.

열쇠에 적힌 ‘48’ 번을 찾아보면- 고장’ 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었다.

종이를 떼어내고 열쇠를 꽂는 태식. 보관함 열면- 쇼핑백이 나온다.

태식 ....

주변을 둘러보는 태식. 호흡을 고르고 쇼핑백을 꺼낸다. 계단을 올라 사라지면....

떨어졌던 고장’ 표지를 집어 다시 보관함에 붙이는 손- 람로완.

거리- 차 안/ 오후

경찰이 주차위반 딱지를 끊었다. 딱지를 던지고 차에 올라타는 태식.

비에 젖은 얼굴을 쓸어내리는데, 울리는 핸드폰.

(종석) 분당 오성 골프장으로 가. 오명규 사장을 찾아.

전달 시간은 정확히 여섯 시. 시간 엄수하고, 전화 끊는 대로 핸드폰은 버려.

태식 두 사람은.... 언제 돌려보낼 거냐?

(종석) 분당에 잘하는 수제비집 있어. 아홉시에 세 명 예약했으니까 찾아봐. (끊긴다)

태식, 쇼핑백을 연다. 거기서 나오는 빨간 모형 자동차.

태식 ?

뽑기 게임용인 듯 철사가 둘러졌고 밑에는 점토가 붙었다.

의외의 물건을 잠시 노려보던 태식. 박스를 뜯는다. 흔들고 살펴보지만 단순한 모형자동차일 뿐이다.

그 시선에 들어오는, 무게추로 쓰인 은박지. 잡고 찢으면- 점토가 아닌 마약이다.

태식 ....

후- 깊게 한숨 쉰다.

이렇게 된 이상 갈 때까지 가는 거다.... 다른 방법은 없다.

창문을 내리고 식당 쓰레기더미에 핸드폰을 던지는 태식.

부릉- 출발한다.

경찰서/ 식당/ 오후

식판에 올려지는 나물들. 인상 쓰는 노형사.

노형사 이모! 반찬이 죄다 잡범이여?

어떻게 피살사건이 하나도 없어 그래? 에이....!

(걸려오는 핸드폰) 예, 마약계 노명숩니다.... 그런데요?

눈이 동그래진다. 밥 먹던 치곤을 보면-

치곤 ?

오성골프장 외경- 차 안/ 오후

입구에 들어서는 다이네스티. 빙글 돌아 한적한 공간에 차를 세운다.

태식, 또치의 나이프를 양말 속에 찔러 넣는데-

달려오는 낯선 사내들. 도어락을 걸면- 운전석으로 와 착, 우산을 펼치고 서는 사내.

태식 ....

사무실/ 오후

사내들의 안내를 받아 계단을 오르는 태식.

조용한 그들의 태도가 의아할 뿐인데, 드라이빙레인지를 지나 사무실에 들어서면-

소파에서 일어나는 오사장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안경잡이.

태식 ....

오사장, 손을 모아 인사-

오사장 짼 맨 흔 까오싱. (안경에게) 맞나?

안경 .... 네.

낯선 중국말에 오사장을 보는 태식.

오사장 혼자 왔드나?

조직원 네.

오사장 대륙아들은 겁도 없는갑제?

미소를 띠며 소파를 권하는 오사장. 사내 하나가 포트에 담긴 차를 내려놓는다.

오사장 (안경에게) 심양에서 공수한 거라 케라.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다고.

공손허니, 댄디하게.... 알긋나?

태식에게 오사장의 말을 중국어로 통역하는 안경잡이.

뭔가? 태식의 눈에 번지는 의혹의 빛.

거리/ 오후

도심을 달리는 경찰차량들.

사무실/ 오후

오사장 (미소 띤 그대로) 중국서 조폭영화 좀 봤는갑네.

껌정으로 쫙 뺀 게 무신 장례식 왔나?

안경 통역.... 할까요?

오사장 죽고 싶나?

실소하는 오사장의 수하들. 자신의 잔에 녹차를 따르며-

오사장 새끼.... 독이라도 탄 줄 아나. 먹어보라 그 말이제? 으이?

입술로 가져가는데,

태식 당신이 오명규 사장이요?

멈칫하는 오사장. 미소는 사라지고, 살쾡이 같은 눈빛.

태식 (마약을 꺼내놓는다) 약속대로 전달했어. 두 사람 보내 줘.

오사장 (흙빛으로 변한다) 이.... 뭐꼬?

달려들어 태식의 양팔을 움켜잡는 수하들.

태식 !

오사장 니 누고? 언놈이 보내서 왔노?

태식 정확히 전달했어. 약속 지켜!

오사장 뭔 소리고 이기?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받으면-

(만석) 물건은 받으셨나?

오사장 ?!.... 만슥이?

주차장입구/ 오후

쾅! 바리케이드를 치고 들어서는 기동차량.

사무실- 차 안 (교차)/ 오후

- 사무실.

달려 들어온 조직원, 손으로 목을 긋는 제스쳐. 오사장의 눈에 불꽃이 튄다.

오사장 니 지금.... 내한테 던지기하는 거가?

- 차 안.

만석 아니면? 두 눈 말짱히 뜨고 업장 뺏기게 생겼는데 멍 때리고 있으리?

- 사무실.

오사장 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나?

만석 오사장님.... 58년 개띠 오명규 사장아. 내 한마디만 하께.

- 차 안.

만석 판검사 똥구녕 핥아봤자 스무 바퀴야.

살고 싶으면 졸라리 달려, 이 씨부랄 똥개 새끼야! (끊는다)

- 사무실.

전화를 내려놓는 오사장. 마약을 움켜잡는데 봉지가 터진다.

오사장 (안경에게) 어이, 중문과.... 니 알바비 날렸다.

팍- 태식의 얼굴에 마약을 뿌리는 오사장!

그것을 신호로 태식의 어깨, 등짝으로 날아드는 손과 발.

눈에 들어간 마약 때문에 저항하지 못하는 태식. 배를 걷어차이고 바닥에 쓰러진다.

덩치 하나가 태식의 머리에 드라이버를 날리려는 찰나,

오사장 둬라! 짜바리한테 던져 줘!!

태식을 잡아 일으키는 조직원들. 드라이빙레인지를 달려 공중에 던진다!

붕- 떴다가 그물 위로 철썩 떨어지는 태식.

- 계단.

올라오는 경찰과 내려가던 조직원이 충돌한다. 그 틈에 화장실 창문을 넘는 오사장.

- 그물 위.

태식의 얼굴을 때리는 빗물. 눈가의 마약이 기포와 함께 쓸려나가고,

신음을 토하며 일어나지만 출렁이는 그물 탓에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나이프를 꺼내 그물을 부욱- 그으면, 바닥에 떨어지는 몸뚱아리!

- 주차장.

휘청거리며 다이네스티로 향하던 태식, 차에 올라타는 오사장을 본다.

- 사무실.

치곤과 노형사, 오사장을 찾지만 보이지 않고-

- 주차장.

콱, 엑셀을 밟고 급출발하는 오사장.

후문 쪽으로 달려 나가는 순간, 튕겨져 나오는 태식의 다이네스티!

오사장 !!

요란한 소리와 함께 태식의 운전석을 들이받는다. 빗길에 미끄러지는 두 사람의 차.

다이네스티는 주차장 벽을 박으며 멈춰 서고,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오사장 보면-

정원수를 밟고 넘어 후문 골목으로 도주한다.

태식, 시동 걸지만 걸리지 않고, 조수석으로 겨우 기어 나온다.

도망치다가 열려진 트렁크를 본다.

태식 !!

고속이 걸리며, 빗소리를 제외한 모든 소리가 잦아든다.

- 달려온 형사들의 경고와 외침.

- 돌처럼 굳은 태식의 멍한 표정.

- 포위하는 거리가 점점 좁아지고, 태식을 덮치는 형사들.

- 형사들 역시 트렁크를 보다가 충격으로 굳는다.

- 안에 놓여진 효정의 시체.

- 손발이 묶였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 적출된 안구와 눈가에 번진 핏물.

- 가슴에서 배까지 ㅗ 자로 꿰매진 자국.

태식의 얼굴을 세차게 때리는 빗방울.

서서히 F. O

경찰서/ 밤

- 퐁, 퐁, 변기 물통에 떨어지는 세정제.

팬티만 입은 조직원들, 벽을 보고 시약컵에 오줌을 눈다.

김형사 바닥에 흘리는 새끼, 죽는다! 오줌에 물 타는 새끼, 뒤진다!

청크린 싹 다 깔았으니까 생각도 하지 마!

등짝에 문신을 도배한 조직원 하나가 힐끔거리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의 태식.

여기저기 꿰맨 자국 틈에 총상으로 보이는 흉터.

- 시창너머 태식을 취조중인 형사. 부검서를 보는 계장과 박형사.

계장 장기가 없어?

박형사 간하고 콩팥, 심장, 피부조직.... 돈 될 만한 건 다 빼내고 없었습니다.

계장 통나무 장사는 오명규 스타일 아냐. (태식을 보며) 저 자식은 뭐야?

박형사 갑자기 튀어나온 놈입니다. 신원조회 중인데 오명규하고 접점이 안 보여요.

계장 (본다)

- 쾅, 책상을 내려치는 김형사.

김형사 박효정이가 물건 빼돌린 거 맞지? 그래서 오명규가 죽이라고 한 거 아냐?!

태식 ....

김형사 오명규 잡히는 거 시간문제야. 존말 할 때 불어!

넋이 나간 얼굴로 침묵을 지키는 태식.

벌방 34호- 경찰서 (교차)/ 밤

- 효정의 집.

서랍과 비닐옷장을 수색하는 경찰들. 비닐에 담긴 필로폰을 들고 오는 노형사.

노형사 보일러 안에 있었습니다.

치곤 (보다가) 양이 너무 적어. 벌써 빼돌린 거야.

삐리리- 걸려오는 핸드폰.

- 경찰서 복도.

박형사 이름 차태식.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산 21번지. 마약전과 없고 약물도 음성.

근데 이 인간 98년부터 06년까지 기록이 없네?

- 효정의 집.

치곤 등록말소 밥 먹듯이 하는 놈들이니까 주변인물 좀 더 캐봐.

어떻게든 오명규하고 연결선 찾아 내.

치곤, 전화 끊고 뭔가 생각난 듯 바닥에 떨어진 종이들을 휘젓는다.

거기서 집어내는- 전당포 전표.

치곤 용산구 동자동 산 21번지.... 뭐야 이거, 전당포 아냐?

경찰서/ 밤

의자에 앉은 태식과 통역안경. 박형사, 효정의 죽은 사진 보이며-

박형사 이 아줌마 콧구멍에서 반점이 나왔어. 뭔 얘긴 줄 알아요?

심장 뛰는데 안구 적출했다고.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눈알 뺐다고!

마약이 문제가 아냐, 당신 계속 묵비권 행사하다간 정말 좆돼! 알아?

태식 ....

안경 저기.... 형사님?

박형사 (본다)

안경 야식 안 주나요?

박형사, 인상 구기는데- 파일을 들고 오는 정보과 형사.

정보과 (태식과 조직원 보며) 누가 차태식이야?

박형사 ? (태식을 가르킨다)

정보과, 날카로운 눈으로 훑는다.

박형사 왜 그러세요?

정보과 락이 걸렸어. 신원조회하는데....

박형사 예?

정보과 (파일 던진다) 오명규 금전관계하고 통화내역이야.

치곤이 들어오면 내가 좀 보잖다고 해.

나가면서도 태식을 노려보는 정보과.

책상 위에 널려진 태식의 소지품들- 지갑과 돈, 영수증....

그 중 태식의 시선은 소미가 건넨 놀이카드에 멈춰있다.

말 탄 기사의 그림이 보이고, 조그맣게 적힌 문구.

암흑의 전사. 바론의 성에서 탈출. 전투율 99프로. 해가 뜨면.... 그림자 속으로 숨는다

태식 ....

골목/ 밤

치곤과 노형사, 올려다보는 대우사 전당포’ 간판.

경찰서/ 밤

국밥을 퍼먹고 있는 안경.

박형사, 태식 앞에 국밥을 놓고 왼손 수갑을 의자에 채운다. 가려는데-

태식 저기요.

박형사 !

태식 나 왼손잡이요.

박형사 어이구야.... 배고픈데 장사 없구나? 이제야 입을 여시네, 응?

채워진 수갑에 열쇠를 꽂으면-

전당포/ 밤

철컹! 문이 열린다.

들어서는 치곤과 노형사. 어둠 속에 스위치를 찾으며-

노형사 무슨 냄새야, 이거?

하다가 뭔가에 걸려 넘어진다! 훅- 번지는 피냄새.

딸각, 불 켜는 치곤.

깜박거리는 불빛 속에 드러나는- 곰의 시체!

경찰서/ 밤

요란하게 울리는 박형사의 핸드폰. 누군가의 손이 들어와 전화를 잡는다.

국밥을 뒤집어쓴 통역안경.

안경 여, 여보세요?

(치곤) 뭐야? 너 누구야?!

안경 전요.... 그냥 밥 시켜달라고 한 거 뿐이거덩요?

(치곤) 박형사 어딨어? 박형사 바꿔!!

안경 (울 듯한) 그게요.... 형사님들이요....!

빠지면-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토하고 있는 형사들. 태식은 사라지고 없다.

거리/ 새벽

비가 그친 거리. 편의점에서 나오는 남자- 성식이다.

주변을 경계하며 골목에 들어서는데, 캐리어를 깔고 앉은 할머니 하나.

노파 총각, 여기!

성식 ?

노파 (길가에 세워진 봉고차 가르키며) 저기 차 넘버 보여?

성식 뭐요?

노파 아들 놈 봉고인지 좀 봐줘. 눈이 어두워서 안 보여.

만나기로 했는데 전화도 꺼져 있고.... 다리도 아프고....

성식 .... 넘버가 뭔데?

노파 (웃음) 오하나 이사.

성식, 침을 찍 뱉고 슬리퍼 끌며 간다. 어둠 속에 확인하면- 오하나 이사다.

성식 (노파를 향해) 맞네, 오하나....

순간, 그 입을 틀어막는 남자들. 성식을 봉고에 싣는다.

헤드라이트 켜고, U턴을 받아 노파 앞에 멈춰 서는 봉고.

조수석 열리고 여자애 하나를 길바닥에 던진다. 붕, 다시 멀어지고-

노파, 버려진 여자애의 눈가리개를 벗기면- 소미다!

겁에 질린 소미, 후다닥- 일어나 도망친다. 저만치 달려가다 멈춘다.

돌아보면-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는 노파.

노파 엄마 안 볼 거야?

소미 !

골목/ 새벽

캐리어를 끌며 노파를 쫓는 소미.

노파를 따라 문 닫힌 상가골목을 이리저리 돌고 꺾는다.

개미굴/ 새벽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을 잠그는 노파. 책이 썩는 퀴퀴한 냄새.

50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과 소파들이 놓였고, 벽에는 낡은 만화책이 꽂혀있다.

묘하게도 그 벽에만 떨어지는 할로겐램프.

소미, 홀을 지나는데- 뭔가와 부딪힌다. 꿈틀거리는 물체.

소미 !

자세히 보면- 각각의 소파에 누운 일용노무자, 노숙자들.

빨래줄에 걸린 옷과 덮고 있는 신문지, 먹다 만 소주병들....

작은 쪽방.

노파, 다락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 가르키며-

노파 올라가.

주름이 자글자글한 가는 눈.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을 풍긴다.

소미 .... 엄마는요?

노파 안 올라가면 못 만나.

소미, 천천히 계단을 밟고 오른다. 다락방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문을 닫는 노파. 열쇠를 걸어 잠근다. 쾅쾅쾅- 미친 듯이 두드리는 소미.

소미 열어 줘! 열어 줘! 엄마! 엄마악!!

이때,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소미, 후다닥 모퉁이로 기어가 숨는다.

불이 켜지는 스텐드. 하나 둘 씩 일어나는 그림자....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다.

소미 !

둘러싼 어둠보다 아이들의 무표정에 숨이 막혀오는 소미.

차이나타운/ 새벽

식당골목- 부스럭, 부스럭 들려오는 소리.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태식.

오물들 틈에서 람로완의 핸드폰을 찾아낸다. 버튼을 누르면 켜지는 액정.

태식 ....

걸어 나가는 태식.

경찰서/ 계장실/ 새벽

굳은 얼굴의 치곤과 노형사. 머리와 팔에 붕대를 묶은 박형사는 의자에 앉았다.

관계자들 사이로 노발대발하는 계장.

계장 내가 하와이 갔다 왔냐? 제주도 갔다 왔어? 집에 갔다 왔다, 집에!

고새를 못 참고 난장을 펴?! (치곤 보며) 이거 어떡할 거야? 청장 보고에,

기자들 엠바고 때리고! 니가 다 할 거야?!

치곤 .... 면목 없습니다.

계장 닥치고! 오늘 내로 차태식이 잡어!

못 잡으면 다들 옷 벗는 거야, 알아들어?!

치곤 ....

경찰서/ 정보과/ 새벽

모니터를 바라보는 치곤, 노형사와 정보과.

CCTV 영상이 투사된다. 수갑을 풀던 박형사를 공격하는 태식.

(치곤) 사십 일분.

복도- 태식을 공격하는 두 명의 형사. 태식, 간단히 제압한다.

(치곤) 사십 삼분.

경찰서 현관을 나서는 태식.

(치곤) 사십 오분 십 팔초....

모니터를 노려보는 치곤.

치곤 경찰 여섯 때려눕히고 오명규 파일 절취하는데 까지 4분 30초....

노형사 중호형은 앞니 두 개랑 코뼈 골절, 권형사님은 무릎연골 아작 났어요.

이 새끼 보통 놈 아닙니다. 복잡한 새끼에요.

치곤 ....

정보과 차태식이 신원조회 락 걸린 코드가 011. 어디게?

치곤 (본다)

정보과 .... 군정보사야.

치곤 ?

정보과 정계인사도 아닌데 락 걸어놓는 민간인.... 내 평생 처음이다.

졸라 호기심 땡겨.

치곤 국방부가 신원조회를 막고 있다?

정보과 단독으론 못하지. 내곡동 애들 손 탔을 거야.

노형사 내곡동이면 국정원?

정보과 뚫을 방법이 있긴 한데.... 어떡할래?

치곤 ....

CUT TO

태식의 주민번호로 아이디를 만드는 정보과.

정보과 (입맛을 다시는) 쇼트트랙 오노사건 알지? 그때 대한민국의 발랄한 초딩 하나가

미국 대통령한테 메일을 보냈어요. I KILL YOU’ 라고 적어서.... 그랬더니

FBI에서 우리 쪽으로 수사를 의뢰한 거라. 뒤가 구린 것들이 의심이 많아.

노형사 그 말은....

정보과 차태식이 이름으로 똑같이 보내는 거야. 걔네들 수사의뢰 들어오면 게임 끝.

국정원 할애비라고해도 정보 공개 안하곤 못 배겨.

노형사 그, 그럼.... 오바마?

정보과 오바마가 니 친구냐 새끼야? 백악관으로 보내는 거지.

(치곤 보며) 고? 스톱?

I KILL YOU’ 라고 적힌 메일. 치곤 노려보다가-

치곤 못 먹어도 고. (탁- 엔터를 친다!)

터키탕/ 오전

햇살이 스며드는 대형공중탕. 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소리) 살려주세요!

비닐이 깔려진 바닥 위로 의자 하나가 놓였고 거기 묶여진 성식.

종석이 다가선다.

성식 진짜에요! 그 년이! 그 시발년이 먼저 하자 그래가지구!

테이블에 앉은 나른한 표정의 만석.

조직원 하나가 그 앞에 일본식 벤또를 내려놓는다.

종석 한국 사람은 닥쳐야 일들을 해요. 올림픽해야 다리 놓고 운동장 짓고 말야....

(손도끼 꺼낸다) 안 무너지고 배겨?

성식 !

종석 그 년이랑 둘이서 떨값이나 벌려고 했다? 뒤에 아무도 없고?

성식 용서해주세요!

종석 시발놈아, 전당포 그 새끼는 뭔데? 그 인간도 한패지?

성식 저, 전당포라뇨?

종석 셋까지 불어, 너 꼬추 잘라서 토치로 그슬린다? 하나.

성식 용서해주세요!

종석 둘.

성식 잘못했어요!

종석 세에- !

하는데, 종석의 도끼를 낚아채는 만석. 그대로 성식의 이마에 내리꽂는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가는 의자. 성식, 즉사한다.

종석 깜짝이야, 시발!

만석 밥 왔다.

종석 깜빡이 좀 키고 들어와라 쫌!

CUT TO

벤또를 먹는 만석과 종석.

종석 전당포 그 놈도 수상해! 좆발랐다구 신고도 안 하고 시키는 대로 했겠냐?

만석 상관없어.... 오사장은?

종석 람로완 보내놨어.

만석 혼자?

종석 그 변태새끼 원래 독고다이 좋아해.

(피 묻은 셔츠 보며) 돌체 엔 가바나! 새로 산 건데, 어우 시발!

비닐에 싸여지는 성식의 시체.

서비스센터/ 낮

카운터에 놓인- 람로완의 핸드폰. 박형사로부터 절취한 신분증.

여직원 아무리 경찰이셔두요 영장 없이 통화내역 조회하는 거 불법이에요?

태식 ....

여직원 정 급하시면 검사님한테 확인전화해주시던가요, 통화하시겠어요?

태식 ....

여직원 형사님?

태식 딸이.... 집을 나갔어요.

여직원 네?

태식 연락도 안 되고.... 동료들한테 말 할 수도 없고....

여직원 (핸드폰 보며) 그럼 이게.... 따님 거?

태식 얘기도 안 들어주고, 애를 너무 혼자만 놔뒀어.

(똑바로 본다).... 어디 있는 지만이라도 알고 싶어요.

만나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여직원 ....

태식 부탁해요. 아직 어린애에요.... 한번만 부탁할게.

여직원 ....

CUT TO

반짝이는 눈빛의 여직원.

여직원 대포폰이래도 처음에 통화가 되는지 확인할 거 아녜요?

요기, 제일 윗줄 맨 처음 찍힌 번호 있죠? 대부분 폰 판매업체더라구요.

뭔가 단서가 되지 않을까요?

번호를 노려보는 태식.

주류창고/ 오후

가방에 수북한 현금과 여권 보이고, 공포로 하얗게 질린 오사장!

빠지면- 그 뒤로 난자되어 쓰러진 세 명의 조직원.

오사장 한번만! 내 한번만 살리도! 만슥이 종슥이보다 돈은 내가 더 준다! 으이?!

나이프를 손에 쥔 람로완. 미소 짓는다.

전당포/ 오후

태식의 우편기록과 고지서를 훑는 치곤.

노형사 죽은 박효정이 딸래미 있죠? 걔가 차태식이 심부름을 해줬대요.

그림 딱 나와.... 차태식과 박효정이 내연 관계였다. 딸래미는 약 운반시키고....

치곤 그 내연녀 배를 가르고 눈깔을 꺼냈다? 차태식이가?

노형사 아닌가?

치곤 (냉장고에 붙은 메모를 본다)

재료가 없어서 대충 했어요귀엽게 봐주삼!! ㅋㅋ

치곤 .... 그 딸아이는 계속 파악 안 돼?

노형사 오명규 땜에 정신없는데 누가 아홉 살짜리 여자애 신경이나 쓰나요?

치곤 ....

이때, 걸려오는 핸드폰. 받으면-

(정보과) 떴다. 차태식이.

치곤 !

사채건물현관/ 오후

점포명이 빼곡히 붙여진 아크릴판.

그 중 서진캐피탈’ 이라고 적힌 상호에 시선이 멈추는 태식.

회의실- 사채사무실/ 오후

- 회의실.

스크린에 투사되는 태식의 신상정보.

정보과 미국 쪽에서 저희 수사기관으로 하달된 차태식의 정봅니다.

긴장된 얼굴로 바라보는 치곤과 경찰관계자들.

- 사채.

찌르릉- 울리는 인터폰.

철컹, 문이 열리고 나오는 덩치. 그가 노려보는 태식의 얼굴 위로-

(정보과) 차태식.

- 회의실.

정보과 통칭 UDU, AIU가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정보사 특작부대요원으로

98년부터 2006년까지 비밀임무수행. 특수살상무술 교관으로 복무했으며

금성장, 무공훈장 수임했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치곤과 노형사. 계장, 인상 구기며 의자에 꺼져 앉는다.

- 사채.

벽에 걸린 목검과 라이온즈 클럽 앰블럼. 창고에 쌓인 박스를 훑어보는 태식.

전자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는 사장.

사장 뭐하셔? 일루와 앉으셔.

보면- 피떡이 된 채 무릎 꿇린 회사원.

태식을 보며 웃는데, 깨진 이빨이 보인다.

- 회의실.

정보과 주임무는 적후방 교란, 폭파, 요인암살 및 납치로 비밀공작업무에

특화된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 사채.

나란히 앉은 회사원과 태식.

사장 두 분 반갑게들 인사하셔. 서로 맞보증 서셔야 되거든?

이 양반이 신용불량인데 선생께서 보증서서 은행거래 터주고, 신용등급 올려주면

이율 48프로까지 깎을 수 있어. 그래, 얼마나 쓰시게?

태식, 람로완의 핸드폰을 꺼내 던진다.

태식 여기서 판 거 맞지?

사장 .... 뭘 잘못알고 오셨나본데 우리는 대부업체지 통신서비스는 취급 안 해요.

태식 사간 놈만 불어. 안 다친다.

사장 (픽 웃는다) 뭐여? 짭새여?

이때, 세면장에서 나오는 덩치3.

- 회의실.

정보과 훈련과정에 대해선 격투시범을 시찰하던 국회의원이 쇼크로 기절했을 정도로

잔혹하다는 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 사채.

덩치1, 태식의 얼굴에 사시미를 들이대는 순간-

3의 목에 걸린 수건을 낚아채는 태식. 칼 든 손을 감싸 잡아 책상에 꽂으면,

머리를 부딪치고 나자빠지는 1! 2가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고, 그 팔과 목에 수건을 엇갈려 걸어

업어치기 하는 태식.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소파에 부딪히며 허리가 꺾이는 덩치2. 이어 3의 얼굴에

수건이 던져지고, 그 시야가 가려지는 순간- 콧등에 작열하는 태식의 팔꿈치!

와장창! 진열장으로 날아가 박히는 3. 사장,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쉬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날아와 꽂히는 무엇! 탱그르르- 벽에 박힌 사시미의 손잡이가 떨린다.

공포로 하얗게 질리는 사장.

- 회의실.

정보과 2006년 교통사고로 입원 후 종적을 감추면서 차태식의 공식적인 기록은 멈췄습니다.

근데.... 이게 좀 수상해요.

계장 왜 수상해?

정보과 현장에 있던 동승자와 달리 차태식은 군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수술했던 군의관 말로는 총상이었다고 하구요.

치곤 ?!

계장 총상?

정보과 이송, 수술기록 전부 삭제된 걸로 봐선 누군가 조직적으로 은폐한 걸로 보입니다.

계장 (파일을 던진다) 이 자식 정체가 뭐야, 이거?!

치곤 동승자는 누구였는데?

정보과 배우자 김연수. 현장에서 즉사했어.

치곤 ....

이때, 급하게 달려 들어오는 형사 하나!

사채사무실/ 오후

박스에서 쏟아지는 대포폰들.

그 속에서 명함을 찾아 태식에게 건네는 사장.

사장 2개월마다 스무 개씩 가져가는 놈인데 통나무장사해요.

태식 통나무장사?

사장 그 왜.... 심장이나 콩팥 소개해주는 거.

태식 !

명함에 적힌- 생명연장의 꿈! 당신도 희망입니다. 실장 김도치. 000-000-0000’.

서비스센터/ 밤

겁먹은 얼굴로 진술하는 여직원. 치곤, 현관 CCTV에 찍힌 태식을 확인한다.

출입문을 열고 나가 거리를 본다. 설치된 교통정보카메라 가르키며-

치곤 십사시부터 십팔시까지 기록 입수해.

타고 간 차량번호 알아내고 택시면 어디서 내렸는지 확인해 봐.

노형사 네!

클럽- 차 안 (교차)/ 밤

- 클럽.

VIP 룸 안. 통화중인 또치.

또치 생명연장의 꿈.... 그거 요구르트만 냅다 처먹는다고 되는 거 아닙니다?

검진기록 보고 얘기하죠 진지하게....

- 달리는 차 안.

전화를 끊는 회사원. 힐끔 보는- 굳은 얼굴로 운전하는 태식.

- 클럽.

소파에 앉는 또치. 건너편 보면- 파트너의 가슴을 주무르며 키스하고 있는 종석.

또치, 만취한 자신의 파트너가 담뱃불 붙이려하자,

또치 담배 맛 떨어지게 언니두 참! (따깡! 은장 라이터를 켠다)

듀 퐁!

불 붙이며 파트너의 술잔에 GHB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사채사무실/ 밤

사무실.

형사들에게 성토하는 사채사장 보이고, 통화중인-

박형사 차를 가져갔답니다. 양화대교 넘은 거 확인했구요.

김도치라는 놈 핸드폰 추적결과도 그쪽으로 나왔습니다!

클럽/ 밤

클럽의 뒷문 앞에 세워진 차 안.

회사원 진짜죠? 이 사람만 찾으면 대부계약서 찢는 겁니다?

태식 어디 있다는 것만 알려줘.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는 회사원.

클럽- 엘리베이터/ 밤

푸른 네온의 복도. 잘 차려입은 남녀가 오가고, 그들 사이를 걷는 태식.

지하로 향하는 계단 앞에서 가드가 막아선다. 또치의 명함을 건네면-

VIP전용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가드.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문이 닫히는 순간, 탁- 문을 잡는 가드.

그가 깍듯이 인사하며 안내하는- 날렵한 인상의 30대.

가드 긴 밤 되세요 형님!

30대 수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다 태식과 눈이 마주치는 30대- 만석이다!

만석 !

태식을 보고 흠칫 놀라는 만석. 그러나 금새 표정관리하며 태식 옆에 선다.

문이 닫히고 V버튼을 누르는 만석.

만석 ....

태식 ....

만석 처음이신가봐요?

태식 (본다)

만석 여기 아가씨들 괜찮은데.... 테크닉이 죽이거든. (전화 건다)

근데 오늘은 영 물이 아니네.... 어, 난데. 오늘 언니들 별로다 야.

옮기자.

룸 안/ 밤

옮기자’ 라는 말에 얼굴이 굳는 종석. 조직원에게-

종석 또치 어딨냐?

클럽 안/ 밤

- VIP화장실.

회사원, 들어서면- 기다리고 있는 동남아 남자 두 명.

동남아1이 변기칸을 두드리자 뒤척거리는 소리 들리고, 옷을 추스르며 나오는 또치.

멋쩍게 웃으며-

또치 제가 변비가 심해서요....

- 홀.

회사원을 찾는 태식.

- 화장실.

변기위에 앉은 또치와 그 앞에 선 회사원.

또치 투석? 일단 시작하면 동네슈퍼 가는 것도 힘들어.

와이프 신장 구하신다니까 특별히 싸게 해드릴게.... 종교는?

회사원 종교요?

또치 절이나 성당에서 신도증을 받아야 돼. 자발적인 기증으로 세탁하는 건데,

2개월은 걸려.... 더우시나? 땀을 많이 흘리네?

회사원 아닙니다.

연신 땀을 훔치는데, 삐리리- 걸려오는 핸드폰.

회사원 네.... (또치를 본다) 여, 여기 화장실입니다....

또치 (굳는다) 누구요?

회사원 .... 친군데요.

또치 친구 누구?

이때, 문 열리는 소리 들리고- 동남아인들, 누군가에게 나가라고 손짓한다.

또치에겐 누구인지 보이지 않는데 동남아인들, 험악한 인상으로 사라졌다가

잠시 후, 탁-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욱 바닥에 밀려와 부딪힌다! 후다닥- 회사원 뛰쳐나가고

쫓아 나오던 또치, 태식을 보고 돌처럼 굳는다! 계약서를 받아 줄행랑치는 회사원.

또치 (와락, 칼을 빼들며-) 이, 이 시발! 확 그어버린다!

휘두르면- 그 손을 꺾어 승모근에 박아 넣는 태식!

또치 아악! (쓰러진다)

태식 대동맥은 초당 오십센티의 피가 흐른다. 두 번 안 물어. 소미 어딨냐?

또치 조까! 씨바!

태식 (칼날을 비튼다!)

또치 아아악!

태식 조금씩 뺄 거야.... 과다출혈로 죽는 거다.

또치 !!

- 스테이지.

람로완, 춤추는 남녀들 사이를 걷는다.

- 화장실.

태식 그래서? 소미를 그 개미굴에 팔았다는 거냐?

또치 나도 몰라! 만석이, 종석이 그 새끼들이 알아!

태식 그 놈들 어딨냐?

말 못하는 또치. 태식, 눈빛을 읽는다. 잡아 일으키면 고통으로 발악하는 또치.

그를 앞세워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퍽! 퍽! 퍽!

또치의 몸에 구멍을 뚫어놓는 탄환! 안쪽으로 몸을 날리는 태식.

또치 보면- 이미 즉사했다. 그 위로 다가오는 그림자.

태식 !

- 클럽.

건물 주변으로 흩어지는 형사들. 치곤과 노형사, 계단을 달리고-

- 화장실.

총을 겨누고 들어서는 람로완. 텅 빈 화장실- 변기칸 세 개.

람로완, 첫 번 칸에 대각선으로 총을 쏜다. 두 번째 칸 역시 대각선으로 방아쇠 당기면,

털썩- 바닥에 쓰러지는 그림자.

람로완 ....

다가가 소음기로 문을 열면- 죽어있는 듀퐁녀.

람로완 !

돌아보는 순간, 태식이 변기뚜껑을 휘두른다.

빡, 소리와 함께 변기 칸으로 날아가 박히는 람로완! 바닥에 떨어지는 권총.

태식, 그 가슴에 니킥을 꽂고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 주먹이 들어갈 때-

쳐내며 태식의 턱에 팔꿈치를 날리는 람로완. 휘청하며 벽에 부딪히는 태식.

람로완, 다시 펀치를 날리면 그 펀치를 막은 태식의 카운터가 들어오고,

카운터를 잡아 꺾는 람로완의 관절기.

람로완 !!

태식 !!

죽은 듀퐁녀를 사이에 두고 합이라도 맞춘 것처럼 일치하는 공격 기술.

태식, 변기를 걷어찬다. 반동으로 문짝이 떨어져나가며 칸 밖으로 튕겨져 나온다.

꺾였던 손을 풀어 역으로 업어치기 하면, 쿵- 크게 부딪히며 나뒹구는 람로완.

바닥의 권총을 집어 방아쇠를 당긴다. 태식이 변기칸으로 뛰어들고,

퍽! 퍽! 퍽! 문짝을 뚫어놓는 세 발의 탄환! 철컥, 철컥- 빈 탄창! 람로완, 스테이지로 나선다.

동남아의 손도끼를 집고 쫓아 나가는 태식.

- 스테이지.

멈춰서는 람로완, 태식과 마주선다. 춤을 추지 않는 단 두 사람.

람로완의 이마에 주륵- 흘러내리는 피.

태식 역시 옆구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어느새 옆구리를 관통한 총알.

이때, 클럽으로 들이닥치는 형사들. 사람들 웅성거리고-

람로완, 품에서 카람빗나이프 꺼내드는데- 그 손을 막는 누군가.

태식을 향해 미소 짓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던- 만석.

태식 !!

람로완에게 뭔가를 속삭이곤 태식에게 핸드폰을 들어 보인다. 바닥에 던진다.

람로완과 함께 스테이지를 빠져나가는 만석.

태식, 핸드폰을 집으려하지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 탓에 쉽지 않다.

겨우 주워서 달려 나가는 태식. 그를 발견하고 쫓아 달리는 치곤.

클럽후문- 거리/ 밤

태식, 문을 열고나서면- 덮치는 헤드라이트!

벤츠 안의 만석과 종석 보이고, 쫓아 달리는 태식.

모퉁이를 돌아 대로에 이르면 속력을 더하는 벤츠. 태식이 도끼를 힘껏 던진다!

터엉- 뒷유리에 맞고 튕겨 나오는 도끼! 멀어지는 벤츠.... 태식, 망연자실 섰는데 끼이익!

달려오던 자동차가 태식과 불과 몇 미터를 남겨두고 겨우 멈춰 선다.

운전남, 욕설과 함께 튕겨 나오다 태식의 도끼를 보곤 기겁하며 물러나고-

(치곤) 꼼짝 마!!

저만치 권총을 겨누고 선 치곤.

태식, 아랑곳 않고 운전석에 올라타면, 와장창! 치곤이 쏜 탄환에 뒷유리가 박살난다!

콱- 엑셀을 밟는 태식. 위태롭게 달려 나가는 자동차.

분한 듯 권총을 거두는 치곤.

달리는 차 안/ 밤

태식, 식은땀이 흐른다. 옆구리 보면- 옷과 시트를 적시는 붉은 피.

운전하는 손에 힘이 풀린다. 이를 악물고 정신 차리는데-

삐리리- 만석의 핸드폰이 울린다.

태식 ....

받으면-

(만석) 어우, 놀래라 시발! 당신 경찰서에 있는 거 아니었어?!

태식 .... 왜 죽였냐? 소미엄마.

(만석) 죽이긴 누가 죽여? 그 년 몸뚱이로 살아난 사람만 세 명인데.

니가 배달했으니까 니가 죽인 거지, 안 그래?

태식 .... 소미도 그렇게 했냐?

빠앙-! 마주오던 차가 경적을 울린다. 핸들을 트는 태식.

(만석) 허튼 수작하면 그렇게 할지도 몰라.

뱃속은 영글지 않았어도 각막은 팔아먹을 수 있거든?

태식 ....

(만석) 오년만 썩다 나와. 혹시 알아?

걔가 두부사서 기다리고 있을지? 크크....

태식 ....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만석) 뭐?

태식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만석) 뭐래냐, 이 븅신이....

태식 난 오늘만 산다. 그게 얼마나 지랄 맞은 건지 내가 보여줄게....

전화를 끊는 태식. 울컥 피를 토한다!

거리/ 밤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태식의 자동차. 가로수를 받고 멈춰 선다.

빠앙- 울리는 경적소리.

경찰서/ 밤

복도를 걷는 구두들의 빠른 인터컷.

단정한 양복차림, 날카로운 눈빛의 국정원 요원 셋.

회의실>

테이블에 앉은 국정원과 계장, 치곤과 노형사, 마약팀원들.

계장 국정원으로 이첩하라.... 그겁니까?

요원1 첩보 제공했는데 마약은 증발하고 피의자는 달아났어요. 더 못나갑니다.

수사일지, 오명규자료, 관련사범계보도 전부 이첩하세요.

요원2 담당이 송검사죠? 대학동기에요. 말 안 나오게 조용히 처리합시다.

대답하지 못하는 형사들. 침묵만 흐르는데-

치곤 .... 조까구들 앉았네.

요원1 !

요원2 뭐야?!

치곤 솔직히 말해보쇼. 원하는 게 오명규야, 차태식이야?

요원1 ....

치곤 두 달간 입냄새 땀냄새 맡아가며 잠복한 것도 우리고,

지금 병원에 누워있는 것도 우리 애들이야.

요원1 ....

치곤 (번뜩이는) 내 손으로 잡아서 깽값 물리고 징역 때릴 겁니다.

막는 놈은 가만 안 둬. 옷 벗는 한이 있어도.... 시발!

살벌하게 부딪히는 치곤과 요원1의 눈빛.

요원1 분위기 파악 못 하시네....

치곤 ?

거리- 회의실 (교차)/ 밤

- 거리.

인적 없는 골목을 달려오는 고철트럭.

- 회의실.

요원1 2006년, 위성관련 자료를 해외에 팔아넘기려 한 국방연구소 직원이 있었소.

돈으로 환산하면 2조원대의 국가기밀 밀수출이었고, 특작부대에 하달된 명령은

밀수 루트 차단과 유출 정보의 재탈환....

- 거리.

트럭이 건물 앞에 멈춰서며 헤드라이트 끈다. 운전석에서 내리는 남자 하나.

(요원1) 투입된 요원 중 하나가 침투조 문달서.

달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건물들 훑는데-

어느 건물 현관 앞에 거꾸로 세워진 우유팩. 우유가 바닥을 적시고 있다.

그리로 향하는 달서. 후레시 켜고 지하계단을 내려간다.

안을 확인하면- 피를 흘리고 있는 태식.

(요원1) 또 하나가.... 섬멸조 차태식이.

- 회의실.

요원1 작전은 성공했지만 희생이 따랐지.

치곤 ?

몽타주- 연수의 산화

고철 야적장.

불 켜진 컨테이너 안- 달서, 태식의 옆구리에서 총알을 빼내고 있다.

식은땀 흘리며 고통을 참는 태식. 그 비전으로-

씬 19의 연수가 환하게 웃는다. 그 옆으로 다가와 앉는 짧은 머리의 태식.

떨리는 손으로 연수의 손에 들린 사진 보면- 노란 화면 속, 점처럼 찍힌 작은 무엇.

연수 강낭콩 같지? 근데 너무 기특해.... 기특해서 눈물이 나....

와락, 눈물을 쏟는 연수.

태식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태식 안아보자.... 우리 셋이....

연수와 자신의 가슴 사이에 사진을 넣고 연수를 안아주는 태식.

행복하게 웃는 두 사람.

(요원1) 몸이 약한 탓에 어렵게 가진 애였소.

귤을 고르는 태식의 손.

꼼꼼하게 하나씩 골라 봉지에 담는다.

유리창 너머 보면- 조수석에 앉아 웃음 짓는 연수.

이때, 핸드폰 메시지가 뜬다. 네 개의 문자와 숫자로 조합된 암호. 태식, 차갑게 굳는다.

(요원1) 보즈도박. 무기밀매 전문 마피아였지.

피신지령을 내렸지만.... 너무 늦었던 거요.

태식, 문을 열고 나와 어딘가로 통화하지만 연결되지 않는다.

전화를 끊고 연수를 보면 입으로만 배고파’ 하고 미소 짓는다.

봉지를 들어 보이며 다가가는 태식. 귤 하나를 꺼낸다.

까기 위해 엄지를 콕 박아 넣는 순간, 주변이 환해진다. 고개 들면-

웃고 있는 연수의 얼굴이 좌에서 우로 빠르게 튕겨나간다.

귀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자동차가 우그러진다. 아랑곳 않고 밀고 나가는 덤프트럭!

바닥에 굴러 떨어지는 귤봉지. 환영이라도 본 것처럼 그 자리에 굳었던 태식.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차를 향해 걸음을 뗀다.

이때, 트럭에서 내린 금발남자 하나- 총을 겨눈 채 다가선다. 태식도 멈춘다.

씨익- 금발의 입가에 번지는 웃음. 푸슝! 태식의 가슴에 박히는 탄환!

동시에 금발의 머리도 터진다! 그대로 고꾸라지는 금발.

달려온 달서와 특작부대원 두 명이 태식의 가슴을 막으며 지혈한다.

붉게 충혈된 태식의 시선에 들어오는- 우그러진 차에서 흘러내리는 피.

피를 토하면서 연수에게 향하지만 그를 저지하는 대원들. 태식, 엉키며 발악한다.

의식을 잃고 있는 자신에게 분노하듯-

태식 아아아악!!!!!

울부짖는 태식의 오열은 사일런트로 처리되며-

차가운 바닥에 구르는 피 묻은 사진....

화장실/ 새벽

똑- 똑- 세면대에 떨어지는 물방울. 젖은 얼굴로 고개 숙인 치곤.

(요원1) 우린 당신들 도우러 온 거요.

차태식은 끝까지 갈 겁니다. 잃을 게 없으니까....

치곤 ....

창밖을 보면- 동이 트려는 듯 붉게 물든 하늘....

고철야적장/ 오전

낡은 철제 의자에 앉아 우적, 사과를 배어먹는 달서.

붕대를 묶은 채 벽에 기댄 태식을 본다.

달서 ....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 되냐?

태식 .... 총 좀 구해줘.

달서 삼년 만에 처음 하는 말이 그거냐?

태식 콜트나 토카레프 말고 열피 넘는 반자동으로.

달서 .... 쉬어라. 열이 사십 도가 넘었어. (나간다)

취조실/ 오후

치곤의 손에 들린 CCTV 사진- 은행에서 현금 인출하는 소미의 모습.

노형사 하루 동안 800만원 인출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 애가....

치곤 ....

노형사 계좌주인은 남성식이라고 마약전과 2범인데,

박효정하고 마지막으로 통화한 뒤 아직까지 행방이 없구요.

(시창너머를 가르키며).... 저 양반 진술하고도 일치하는데요?

치곤, 고개 들어 취조실 보면- 이빨 깨진 회사원.

치곤 놈들이 애를 데려갔고, 차태식은 그것 때문에 개입했다?

노형사 그나마 그게 제일 말 되는 그림이에요.

치곤 ....

야적장/ 해질녘

- 야적장.

고철 더미 속에 신문을 덮고 앉은 태식.

달서, 면도칼로 태식의 머리를 자르는데.... 능숙하다.

달서 옆구리에서 빼낸 총알.... 2센티만 높았어도 죽었어.

태식 ....

달서 그거 하지 마라.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하지 마.

태식 .... 찾을 사람이 있어.

달서 ....

태식 며칠 안됐는데.... 얼굴이 기억 안 나.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둘걸.

달서 .... 누구 얘기야?

태식 ....

두 남자의 실루엣이 어두워진다.

- 컨테이너 안.

붕대를 다시 감고, 윗옷을 입는 태식.

깨진 거울에 비친 짧은 머리의 자신을 본다.

태식 ....

이때, 울리는 핸드폰.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채업자에게 빼앗은 대포폰이다.

경찰서- 컨테이너 (교차)/ 오후

- 취조실.

회사원 (울먹거리며) 아저씨! 난 아무 죄 없다고 말 좀 해줘요, 씨....!

그 핸드폰을 낚아채는 치곤. 연결된 라인으로 듣고 있는 노형사.

- 컨테이너.

(치곤) 차태식이.

태식 !

(치곤) 나 마약계 김치곤이야. 당신 담당했던....

- 취조실.

치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 내가 잡는다.

공권력에 도전하고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태식) ....

치곤 그 전에.... 하나만 묻자.

- 컨테이너.

태식 (끊으려는데)

(치곤) 너 정말 정소미라는 애 찾고 있는 거냐?

태식 !

(치곤) .... 소미 살아있어.

- 취조실.

치곤 가산역 지점 우리은행에서 어제 오후 네 시경 현금 인출했어.

아는 정보 전부 털어 놔. 안 그럼 정소미 못 찾아!

(태식) ....

치곤 어이, 차태식이! 여보세요?

(태식) 만석이, 종석이....

치곤 뭐?

- 컨테이너.

태식 오명규한테 배달시킨 것도, 소미 엄마 죽인 것도 그놈들이야.

내가 아는 건 그게 다요. (끊는다)

- 취조실.

굳은 얼굴의 치곤. 노형사의 눈이 동그래진다.

계장실/ 오후

계장 (놀란 얼굴) 만종형제가 들어와 있어?!

노형사 중국으로 토꼈다가 오명규 라인타고 입국한 모양입니다.

계장 (치곤 보면)

치곤 말 됩니다. 장기밀매 점조직으로 유명한 놈들이에요.

오사장 제끼고 자기네 루트로 마약 돌리면 전국구 먹을 수 있어요.

계장 근데 왜 이러고 있어! 빨리 망원 풀고 동일사범 조져야지?!

치곤 우리한테 수사권 있나요? 양복쟁이 샌님들한테 있지....

계장 (버럭) 이게 오명규 케이스야? 만종형제 재수사야 임마!

언제부터 그렇게 내 눈치 봤다고 지랄이야?!

치곤 .... 그 말씀 기다린 거죠.

나가는 치곤과 노형사.

계장 능구렁이 같은 새끼....

현관/ 오후

치곤 만종이 밑에서 브로커 했던 놈 누구야? (대답하기도 전에) 장두식이!

위치 파악하고 차이나타운 탐문 시작해.

노형사 차이나타운?

치곤 가산역이라고 흘린 이유가 뭘 거 같냐? 차태식이 딱지 끊은 데도 거기고,

정소미 찍힌 데도 거기야.... 우리가 잡아야 돼!

노형사 (묘하게 웃는다)

치곤 왜 웃어?

노형사 만종이 자식들 말에요.... 사람 잘못 건드린 거잖아요?

치곤 ....

차에 올라 출발하는 두 사람.

차이나타운/ 밤

시장골목을 달려와 멈춰 서는 트럭.

달서, 태식에게 야구글러브 건네면- 나오는 글록19와 실탄들.

달서 최초 한 발 땅기는 순간 형량이 달라져. 인생 종치는 거야.

대꾸 않고 탄창을 탈착, 슬라이드 당기는 태식. 귀에 대고 스프링 유격을 들어보는-

픽, 웃는 달서.

달서 중광스님 묘비에 뭐라 쓰였는지 아냐?

태식 (보는)

달서 괜히 왔다 간다

태식 ....

달서 할 거면 괜히 했단 생각 안 들게 해.

태식에게 손 내밀면-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

달서 살자.

태식 ....

태식, 내린다. 부릉- 멀어지는 고철트럭.

몽타주

- ‘고장’ 표지가 사라진 48번 지하철 열쇠함.

- 태식, 드문 네온의 차이나타운을 걷는다.

- 뽑기게임기. 만종형제에게 건네받은 물품과 달리 인형만이 그득하다.

- 밤바다를 밝히는 등대처럼, 홀로 빛을 발하고 선 게임기들.

동일한 모형을 찾아다니는 태식의 모습.

개미굴/ 새벽

소미가 보는- 이마에 상처가 난 람로완.

테이블 위, 각종 과자와 빵을 집어 먹는 아이들.

람로완, 중국식 월병을 건네면 조심스럽게 받아 쥐는 소미.

이때, 노파의 손에 이끌려 나오는 여자아이. 새로 산 원피스를 입었다.

몰려드는 아이들. 잘가 언니!’ ‘나가면 만나는 거야?’ ‘좋겠다!’ 따위의 축하말을 건넨다.

원피스 아이, 소미에게 손 흔들며-

아이 나가서도 해주는 거다?

보면- 네일아트가 그려진 손톱. 그 손을 흔들며 만화방을 나서는 아이.

모두들 웃음으로 배웅하는데, 람로완만이 차갑게 굳어있다.

씁쓸한 얼굴로 고개 돌리다 멈칫하는 람로완. 앞에 선 소미를 발견한다.

람로완 ?

소미, 미니마우스가 그려진 반창고를 람로완의 이마에 붙여준다.

소미 진짜.... 한 달만 자고 엄마 보는 거죠?

말 잘 들으면.... 만날 수 있는 거죠? (웃는다)

멍한 얼굴로 바라보는 람로완.

차이나타운/ 새벽

셔터를 내린 상점 앞 게임기.

접촉이 안 좋은 듯 껌벅거리는 불빛. 동전투입구에 붙여진 고장’ 표지.

들여다보면- 철사와 은박점토로 포장된 물품들.... 일치한다.

태식 ....

DISSOLVE

해가 뜨며- 살아나는 차이나타운.

인천항/ 낮

이제 막 도착한 중국발 배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세관을 통과해 나오는 장애인 하나, 휠체어 밀며 출구로 향하는데-

노형사 어이, 장두식이!

흠칫- 놀라는 두식. 막아서는 치곤과 노형사.

두식 누, 누구셔?

노형사 누구긴 시발롬아 예수다!

뻑- 가슴을 걷어차는 노형사! 주륵- 벽에 부딪혀 넘어지는 휠체어.

노형사 널 발딱 일어나 걷게 해줄 거거던?

두식 니, 니들 뭐야? 경찰에 신고 할 거야!

노형사, 두식이 깔고 앉았던 방석을 칼로 찢고 뒤진다.

노형사 없는데요?

치곤, 휠체어에 걸렸던 목발을 뽑는다. 힘껏 바닥에 후려치면, 쏟아지는- 포장된 필로폰.

두식 !

치곤 기상.

벌떡- 일어나는 두식.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람들.

치곤 닭장차까지 뛴다, 실시!

두식 실시! (달린다)

노형사 (함께 달리며) 발 맞춰! 헛둘! 헛둘!

봉고 안/ 낮

두식의 머리를 후려치는 노형사.

노형사 존말 할 때 불어, 자식아!

두식 진짜 몰라요. 애들 반은 빵에 있고 반은 망원인데 우리랑 연락하겠어요?

치곤, 은행에서 찍힌 소미의 사진 보이며-

치곤 실종된 애야. 걔네들 요샌 애들도 갖다 파냐?

두식 참 나, 지금 무슨 쌍팔년도 얘기하십니까?

노형사, 치곤의 손에 들린 담배를 낚아채 자신의 혓바닥을 지진다.

두식 그 새끼들은 그러고도 남죠.... 근데 아녜요, 딱 보니까 개미네.

치곤 개미라니?

두식 (쪼개며).... 담배 한 대 주시죠?

차이나타운/ 오후

집게가 모형을 잡아 올린다. 뽑기 게임을 하는 아이.

지저분한 옷차림과 달리 새로 산 가방과 신발주머니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익숙한 듯 단번에 뽑은 아이가 골목을 벗어나면- 아이를 쫓는 태식.

(두식) 중국 흑사회 애들이 쓰는 수법이에요.

채무변제능력 없는 사람들 있죠? 빚쟁이들 말예요....

그 자식새끼들 데려다가 물건 운반하고, 돈 수금 시키고....

미로처럼 엮인 시장 골목을 걷는 아이.

태식, 아이를 쫓다가 검문중인 경찰을 본다. 가판대에 놓인 모자를 푹 눌러쓴다.

아이가 들어선 곳은 성인오락실. 동전교환소에 다가가면 문을 열어주는 20대 청년.

미행이 없는 지 홀 안을 훑는다. 태식, 청년을 피해 게임기로 시선 돌릴 때-

교환소에서 나오는 여자아이의 손 클로즈업. 방금 전과 같은 신발주머니.

게임기 사이를 지나 오락실을 나선다.

거리를 걷는 평범한 초등학생 차림의 여자아이. 그 뒷모습을 따르는 카메라.

아이가 계단을 올라 들어선 곳은 당구장이다. 카운터에 신발주머니를 내려놓으면,

거기서 마약을 꺼내 가루큐분에 섞는 주인남. 아이는 그걸 다시 당구치는 네 명의 손님 다이로

가져다주고, 그들이 벗어놓은 구두를 수거해 나간다.

골목을 걸어온 여자아이, 샷시로 지어진 가벽 유리창 두드리면- 얼굴을 내미는 청년.

동전교환소 뒷문이다. 아이가 구두를 건네면- 청년은 구두 밑 깔창에서 직불카드를 빼낸다.

그렇게 빼낸 카드가 수두룩하다. 그 카드를 묶어 기다리던 남자아이에게 건네면-

남자아이가 교환소를 나서고, 게임기에 앉았던 태식 역시 쫓아 일어선다.

봉고 안으로 인터컷>

두식 관리비 적게 들어, 수사망 피해.... 금상첨화죠! 점조직이라 추적도 힘들어요!

치곤 ....

청년, 다시 구두를 창 너머로 던지고- 하나씩 줍는 여자아이.

마지막 한 켤레를 집어 올리는 순간, 그제야 처음으로 드러나는 아이의 얼굴- 소미다!!!!

직부감으로 보이는 건물 외경.

오락실을 나선 태식과 구두를 돌려받은 소미가 정반대로 멀어진다.

지척에 있으면서도 그렇게 엇갈리고 마는 태식과 소미.

시장골목/ 오후

카드를 뱉어내는 인출기. 아이, 현금을 챙겨 가방에 넣는다.

태식 ....

천막 안에서 바라보던 태식. 쫓아 나서는 순간- 모퉁이를 돌던 경찰 둘과 부딪힌다.

태식 !

태연한 척 걷는데 어이!’ 뒤에서 들려오는 경찰1의 목소리.

후다닥- 상가 건물로 달려 들어가는 태식!

경찰2 (무전) 사공이 상황! 사공이 상황!

경찰1, 태식을 쫓아 상가 어둠 속으로 들어서다가, 빡 소리와 함께 나자빠지고-

뒤따르던 2 역시 손목을 꺾어 잡히며 비명을 지른다! 그 입을 틀어막는 태식.

비명 소리에 잠시 돌아봤던 아이가 다시 걸어 나가면, 엄지로 2의 경동맥을 눌러 혼절시킨다.

건물 밖으로 나선다. 아이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 틈을 달리는 태식.

마침내 노상 CD기 앞에 선 아이를 발견하지만 자신을 발견하고 달려오는 경찰 셋.

태식, 다시 상가 계단을 밟고 이층에 오른다. 미싱 소리 요란한 수선공장.

유리문 열고 보면, CD기를 떠나는 아이. 대로변에 멈춰서고 달려온 봉고가 아이를 태워 출발한다.

태식 !

급한 마음에 복도로 나서는 순간- 자신을 겨눈 가스총과 대면한다!

경찰3 꼬, 꼼짝마!!

외침이 완성되기도 전에, 번개 같은 동작으로 총을 낚아채 발사하는 태식.

쉬이익- 하얀 포말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경찰들. 태식, 반대편 복도로 달려 나간다.

복도 끝 유리창을 뚫고 부웅- 점프!

콰장창, 1층에 나열된 좌판으로 떨어지는 태식.

비틀, 일어나 달리면서도 멀어지는 봉고를 놓치지 않는다.

대로에 선 택시에 올라타는 태식. 부릉- 출발한다.

인서트

도심의 빌딩 숲으로 해가 진다.

포천 가구단지/ 밤

가구 판매점 앞에 세워진 봉고. 다가와서는 태식.

폐업처분” 플랜카드가 걸린 내부는 불마저 꺼져 있다.

태식, 담을 타고 넘어 뒤뜰로 착지한다.

판매점 내부/ 밤

인테리어용 클래식 랜턴에 불을 붙이면, 밝아지는 내부.

먼지를 뒤집어쓴 고가구가 을씨년스럽게 방치되어있다. 전시장으로 향하는 태식.

발자국이 옷장 앞에 멈춰있다. 열면- 벽을 면한 쪽으로 만들어진 사각의 문.

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 랜턴의 유리를 벗기면 심지의 불이 훅, 꺼진다.

태식 ....

작업장- 밀실/ 밤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태식. 코를 찌르는 화공약품 냄새.

유리병 부딪히는 소리와 목소리.... 빛이 새어 나오는 공간으로 향하면-

- 소음 밀려들며,

- 열명 가량의 아이들이 박스에서 양주를 꺼낸다.

- 긴 테이블 위로 프리베이스 기계가 끓고 있고 깔대기 안으로 양주를 들이붓는 아이들.

- 알콜은 공기 중으로 증발하고 남은 액체가 관을 타고 흐른다.

- 그 액체는 증류수와 섞이며 비이커로 이동하고,

- 비이커 안에서 굳어지며 필로폰 결정체를 남겨놓는다.

결정체를 비닐에 담아 소파며 침대의 목재다리 안에 포장하는 아이들.

그 뒤편으로 마스크를 쓴 두 명의 덩치가 감시하고 있고, 의자에 앉아 핸드폰 게임하고 있는 남자.

마스크를 올리고 침을 탁, 뱉는데- 종석이다.

태식 ....

소미를 찾지만 여자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이때, 약품에 취한 아이 하나가 쓰러지고,

무심한 표정으로 아이를 들쳐 업는 덩치. 복도를 나선다.

그를 쫓는 태식. 모퉁이를 돌다가 비닐커튼이 드리워진 밀실을 본다.

푸른 조명이 떨어지는 내부. 중앙에 설치된 수술대와 조명. 철제 집기가 가지런히 놓였다.

벽에 세워진 대형냉장고- 다가가면, 위아래가 나눠진 두 조의 시체저장고다.

태식,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연다. 드러나는 얼려진 시신 한 구- 오사장이다!

효정처럼 적출된 수술자국.

무릎을 꿇고 아래 칸의 손잡이 잡는다. 서서히 당기면- 원피스를 입은 작은 몸뚱아리.

태식 !!

그 얼굴을 보던 태식.... 아이의 손가락에 시선이 멈추면,

자신의 손톱에 그려진 것과 동일한 네일아트.

창백하게 질린다. 입술에 경련이 인다.

덩치, 주사기에 소량의 안정제를 흡입한다. 아이의 팔뚝에 주사하려는데,

멍한 얼굴로 자신의 뒤를 보고 있는 아이. 덩치, 그 시선을 따라 돌아보면-

밀실 입구에 선 태식. 무표정한 얼굴.

덩치 !

침대에 누운 두 명의 아이들. 쇠약한 얼굴로 태식을 보고도 움직이지 못한다.

태식의 눈에 슬픔이 어린다. 덩치 얼결에 힘이 들어가고, 주사기에서 뿜어지는 액체!

타- 앙!

와장창! 양주병을 떨어뜨리는 아이.

서로를 보던 종석과 덩치, 복도로 달려 나가면- 정적....

어둠 속에, 번쩍- 불빛이 터진다. 이마에 구멍이 뚫리는 덩치!

종석, 뒤돌아 도주하면 다시 번쩍이는 불빛! 허벅지가 터지는 종석.

신음을 토하며 바닥을 기는데, 그 등을 밟고 넘어온 태식이 머리채를 휘어잡아 작업실로 던진다.

쿠당탕! 종석이 고개를 들기도 전에 다시 한 번 그 몸을 번쩍 들어 테이블로 내동댕이치는 태식.

증류기가 박살나고, 테이블이 두 동강 난다! 양주박스를 등짝에 내리꽂는 태식! 헉- 헉-

마스크를 벗기면 피를 토하는 종석. 태식의 얼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인천항- 가구점/ 밤

- 하역장.

지게차에서 중국행’ 컨테이너로 옮겨지는- 비닐에 싸인 가구와 소파들.

작업을 지시하는 만석. 이때, 핸드폰 울리고 액정에 찍힌- 종석’.

만석 왜?

(소리) 아아악!!

만석 ! 여보세요?

- 가구점.

종석의 허벅지에 박힌 두 개의 대못. 네일 건을 쥐고 선 태식.

태식 소미 데리고 와라.

- 하역장.

만석 !.... 전당포냐?

(태식) ....

만석 (태연한 척) 어이구 씨바, 거긴 또 어떻게 알고 가셨대?

- 가구점.

풋슝! 네일 건을 쏘는 태식. 비명을 내지르는 종석.

- 하역장.

만석, 웃음기가 싹 가신다.

만석 지금.... 누구냐?

(태식) 두 번 협상은 없어. 한 시간 내로 소미 데리고 와.

만석 (버럭) 묻잖아, 이 시발롬아! 방금 누구냐구?!

(태식) ....

만석 너, 너.... 우리가 누군지 모르지? 그 계집애 죽어. 허튼 수작하면

그년 눈깔이랑 내장을 죄다 파내서 개사료로 던져버릴 거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종석이 바꿔! 내 동생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넌 죽는 거야, 알아들어?!

하는데, 푸슝! 다시 네일 건 쏘는 소리 들리고, 발악하는 목소리!

만석 !! 이, 이.... 개새끼야!!

(태식) 시간 없어. 피를 많이 흘렸거든.

만석 !

CUT TO

벤츠에 올라타는 만석.

만석 (조직원에게) 람로완한테 소미라는 계집애 눈알 뽑으라고 해!

달려 나가는 벤츠.

작업장/ 밤

바닥에 묶여진 종석. 그가 보는- 필로폰과 클래식 랜턴 사이에 낚싯줄을 연결하는 태식.

종석 뭐, 뭐하는 거야?!

탁자 모서리에 걸쳐진 필로폰 봉지와 그 반대편 모서리에 아슬하게 놓여진 클래식 랜턴.

태식, 가스밸브를 열고 칼로 배관을 자른다. 쉬이- 가스 새는 소리.

종석 ?!

태식 (다가와 앉는다) 애들이 죽으면.... 장기를 꺼냈지?

간은 충청도로, 눈은 경상도로, 심장은 서울로.... 그렇지?

종석 !

태식 그 어린 것들이.... 죽어서도 그렇게 구천을 떠돌게 된다는 거....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

종석 그러는 넌.... 걔네들 몸값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본 적 있어?

태식 ....

종석 어차피 부모들도 버린 애들이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잖아, 안 그래?

태식의 눈에 살기가 어린다.

태식 틀렸어.... 지금 넌 그 애들한테 사과를 했어야 해.

종석 !

태식, 일어나 테이블로 향한다.

종석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게! 약속했잖아?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너도 그 계집애 다신 못 봐, 알아?!

태식, 필로폰 봉지의 밑을 칼로 긋는다. 주르륵- 바닥으로 떨어지는 필로폰.

태식 소미를 찾아도.... 너희 둘은 죽는다.

종석 !!

광명시 인근수로/ 밤

비닐백에 담겨지는 성식의 시체.

그 너머로 지친 표정으로 차 안에 앉은 치곤. 파일 속 소미의 사진을 보고 있다.

사진 옆으로 태식의 사진을 나란히 대어보는데.... 전화가 울린다.

치곤 .... 여보세요?

인터컷>

가랑이 사이로 쌓이는 필로폰. 공포에 질려 발악하는 종석.

치곤 여보세요!

인터컷>

봉지가 가벼워지며 반대편 랜턴 쪽으로 스륵 미끄러진다.

갸우뚱- 기울어지는 랜턴. 흔들리는 불꽃. 발버둥치는 발.

치곤 전화를 했으믄 말을 해, 시발!

인터컷- 고속>

랜턴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종석의 눈동자 클로즈업.

콰- 쾅!!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귀를 떼는 치곤!!

가구판매점/ 밤

종석을 덮치는 화염! 가구를 공중으로 띄운다!

유리창이 박살나며 낮처럼 환하게 밝히는 불꽃! 폭발에 휩싸이는 가구공장.

아이들, 입을 헤 벌린 채 폭발을 본다. 불꽃놀이를 보듯 감탄마저 머금고-

태식, 허공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천천히 귀로 가져간다.

태식 .... 위치 추적해요.

끄지 않고 그대로 아이에게 건네는 태식. 미행했던 아이다.

태식 갖고 있어.

아이 (바라보는 눈망울)

태식 .... 엄마한테 가야지?

알 수 없는 곳/ 밤

소미 .... 엄마는 어딨는데요?

겁에 질린 소미의 눈동자. 건너편에 앉은 람로완.

각종 의료기기, 산소봄베와 스트레처가 놓인 협소한 공간.

육중한 체구의 중년남자가 고개 숙여 뭔가를 흡입하고 있다.

돌아서면- 덥수룩한 수염에 묻은 코케인. 콧노래 흥얼거리며 수술 장갑을 알콜에 소독한다.

중년 갑자기 부르고 지랄들이야.... 그지?

달리는 차 안/ 밤

운전하는 태식. 무서운 속도로 앞차를 추월한다.

서울 이정표 스치고, 외곽도로를 진입해 달려 나가는 봉고차.

알 수 없는 곳/ 밤

중년, 다가와 자신의 오른손을 내민다.

중년 만져 봐.... 겁낼 거 없어, 만져 봐.

소미 (조심스럽게 잡는다)

중년 (웃음) 통통하지?

소미 ....

중년 (손을 쥐었다 폈다 쥐었다 폈다) 엄마는 여깄어요.... 내가 심장을 꺼냈거든.

소미 !

중년 그러니까 엄마는 여깄는 거야....

창백해지는 소미. 람로완을 향해-

소미 .... 아저씨가 엄마 만나게 해준다고 했잖아요?

람로완 ....

소미 (울먹거리며) 거짓말이야. 우리 엄마 안 죽었어.... 안 죽었어!

눈물이 그렁해지는 소미.

중년, 마취마스크로 소미의 얼굴을 누른다. 웃는 중년의 얼굴이 몽롱해지며-

개미굴/ 밤

쾅! 철문이 부서지며 들이닥치는 경찰들! 흔들리는 후레시 불빛과 고함소리!

화투며 마작을 하던 노숙자들이 토끼몰이 되고, 만화책을 보던 아이들이 굳는다.

카운터 보면- 라면을 먹던 왕개미 노파. 심드렁한 얼굴로 후루룩, 면발을 마저 빨아들인다.

몽타주

- 알 수 없는 곳.

투두둑, 약솜이 철쟁반에 떨어진다. 거기에 부어지는 알콜.

소미의 팔뚝에 꽂아지는 링겔 바늘.

- 가구판매점.

화재 진압된 현장. 119대원들이 아이들을 앰뷸런스에 옮겨 태운다.

그 한켠에서 통화중인 치곤.

(노형사) 전화번호 나왔습니다!

- 개미굴.

체포된 노파 보이고, 다급한 표정의-

노형사 이름 오상만. 외과 개업의였다가 약물복용으로 3년 6개월 맞은 놈인데,

별명이 오백명이래요. 오백명 배 갈라보는 게 소원이라고!

- 알 수 없는 곳.

소미의 얼굴이 천으로 덮여진다. 눈꺼풀을 고정시키는 수술테이프.

상만, 모든 준비를 마친 듯 흥분한 표정으로 메스를 집어 든다.

소미의 안구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메스....

람로완의 무표정한 얼굴.

터키탕/ 밤

유흥가 끝자락에 위치한 건물.

모든 창이 검은 시트지로 가려진 채 간판만이 번쩍이고 있다.

태식, 출입문 앞에 멈추면- 지잉, 돌아보는 CCTV.

태식 ....

비상구 불빛만이 켜진 컴컴한 내부. 죽은 화분이 오랫동안 영업을 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태식.

대형공중탕/ 밤

꼭대기 층에 도달하는 엘리베이터. 땡- 소리와 함께 열리면, 드러나는 대형 공중탕.

연장을 들고 선 예닐곱의 조직원.

태식 (천천히 걸어 나온다)

정면에 선 람로완, 그 옆으로 낚시 의자에 앉아 탕 속에 낚싯대를 드리운 만석.

만석 (노려보는) 너 정체가 뭐야?

태식 ....

만석 그 꼬맹이랑 무슨 사이라고 여기까지 온 건데?

태식 .... 옆집 아저씨다.

만석과 조직원들 실소하고 만다.

만석 또라인줄 알긴 했는데 완전 제대로 독박 썼네.... 나도 이대론 못 끝내.

종석이 어딨냐?

태식 소미가 먼저다.

만석 ....

태식 ....

만석 그래.... 돌려줄게.

릴을 감아올리는 만석. 낚싯줄 끝에 매달려 탕에서 꺼내지는 작은 유리병.

만석, 병을 쥐고 일어선다.

만석 비켜봐, 새끼야.

조직원 하나가 비켜주면 볼링 폼을 잡는 만석.

스텝을 밟더니 볼링공 굴리듯, 태식에게 유리병을 굴린다.

탱그르르- 탕에 공명되는 소리. 굴러와 태식의 발에 부딪혀 멈추는 유리병.

만석 스트라이크!

태식, 병을 내려다보다가 숨이 멎는다.

포르말린 속에서 태식을 보는.... 적출된 두 개의 안구!

소름이 돋는다. 치가 떨려 움직이지 못한다.

만석 경고했지? 깝치지 말라고.... 지금쯤 천당에서 지 엄마 찾고 있겠네?

아니다, 눈이 없으니까 못 찾겠구나?!

키득거리는 만석. 조직원들도 웃음을 터뜨리고.... 람로완만이 웃지 않는다.

천천히 무릎 꿇는 태식. 유리병을 조심스럽게 안는다. 그 얼굴로-

인터컷>

벌방 골목의 어둠 속으로 멀어지던 소미의 모습.

어깨가 들썩거린다. 빠개질듯 앙다문 입술.

만석 종석이 어딨어?

태식 ....

만석 어디다 숨겼냐구, 이 시발롬아!

태식, 유리병을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난다. 만석을 보는 충혈된 눈동자.

태식 충치가 몇 개냐?

만석 뭐?

태식 나 전당포 한다. 금이빨은 받아.

만석 ?

살기를 머금은 입술이 꿈틀한다.

태식 .... 금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 먹어줄게.

퍽! 뒤에 섰던 조직원의 무릎이 터진다! 깨닫기도 전에 반대편에 섰던 놈의 머리통이 날아간다.

태식의 손에서 불을 뿜는 글록19!

만석 !

잽싸게 조직원을 당겨 방패로 삼는 만석. 람로완의 권총이 불을 뿜고, 어깨를 맞는 태식.

조각상 뒤로 몸을 날리며 응사하면 람로완의 허벅지가 터진다. 쓰러지며 권총을 쏘는 람로완.

타일 조각들이 우수수 쏟아지고- 태식, 비상구로 향하는 만석에게 발사하지만,

뒤따르던 덩치의 팔에 피탄 된다. 탄창을 갈기 위해 빼내는 순간- 태식의 얼굴을 가격하는 발차기!

거구의 조직원이 달려들어 태식을 터키탕 중앙으로 던져버린다. 쿵, 총을 놓치며 구르는 태식.

그 얼굴을 내려찍는 사시미. 피하며 팔을 움켜잡는 태식.

놈의 목에 다리를 걸고 가위조르기로 빙글- 넘어뜨린다.

람로완, 태식을 겨누지만 엉킨 놈 때문에 여의치 않은 듯-

그 사실을 알아챈 태식, 교묘하게 방패삼은 놈을 던져 칼을 막고 이어진 놈의 공격을 받아내는 순간-

방아쇠를 당기는 람로완. 태식을 맞추지 못하고 조직원의 등짝에 구멍을 내놓는다. 철컥, 철컥, 빈 탄창!

자유로워진 태식, 조직원의 몸을 땅바닥에 끌며 무리로부터 벗어난다. 놈의 손에 들렸던 칼로

관절과 팔목을 자르고 다시 무리에게 향하면, 사시미를 휘두르는 두 놈의 공격.

앞 선 놈의 가슴을 긋고 이어진 놈의 겨드랑이에 박아 넣는다. 탕을 울리는 비명소리!

발악하는 놈을 잡은 채 남아진 두 놈에게 다가서는 태식.

시선은 두 놈에게 고정한 채 잡은 놈의 팔목과 목, 가슴과 사타구니를 차례로 긋는다.

나사 풀린 인형처럼 주저앉는 조직원. 또 다시 칼날이 날아들고, 피하며 놈의 아킬레스건을 자른 뒤

가슴에 칼을 꽂는 태식. 돌아서는 순간- 미처 방어하지 못한 놈의 칼이 어깨에 박힌다!

태식 !

칼을 떨구는 태식. 꽂은 힘 그대로 밀어붙이는 칼잡이.

태식, 그 힘을 역이용해 허벅지 사이로 깍지를 끼고 빙글- 테이크다운한다!

동시에 어깨에 박혔던 칼을 빼내 놈의 목에 꽂는다.

칼잡이 !!

생선 목을 따듯 목울대 앞으로 날을 튕기면, 촤악- 타일 위로 터져 나오는 핏물!

헉- 헉-

어느새 피칠갑이 된 채 널브러진 조직원들. 천천히 일어나는 태식. 땀과 피로 젖은 얼굴.

돌아보면- 감탄에 젖은 얼굴로 총을 겨누고 선 람로완.

태식 ....

람로완, 총구를 슬쩍 틀어 방아쇠 당기면, 타- 앙!! 구석에 놓였던 유리병이 깨진다.

바닥으로 쏟아지는 두 개의 안구.

태식 !

총을 던지고 품에서 카람빗나이프 꺼내어드는 람로완.

람로완 (미소가 번지는)

태식, 칼 든 손이 떨려온다.

사무실- 차 안/ 밤

- 사무실.

가방에 담겨지는 현금과 필로폰들.

피를 흘리는 덩치가 가방을 나르고, 통화중인 만석. 딸각, 소리 들리면-

만석 종석이냐?! 너 어딨는 거야 새끼야!!

(소리) .... 가고 있다 새끼야.

?! 낯선 목소리에 핸드폰을 보는 만석.

- 달리는 차 안.

치곤, 전화를 끊고 엑셀을 밟는다!

대형공중탕/ 밤

칼을 든 태식과 람로완. 침 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의 정적-

람로완, 태식을 향해 온다. 사정거리에 다다르자 왼손으로 칼날을 가리는 람로완.

그 손 그대로 태식의 시선 가리며 붕, 칼날을 날리면- 팔꿈치를 접어 쳐내는 태식.

동시에 람로완의 왼쪽 목을 노리고 칼을 뻗는다. 람로완, 피하며 명치를 공격,

태식도 막아내며 겨드랑이로 뻗고, 그 팔목을 잡은 람로완은 명치를 노렸던 칼을 비틀어 위로 쳐낸다.

태식의 머리칼이 흩어진다.

일진일퇴의 나이프전. 시간이 멈추고 공간도 사라진다.

둘의 앞엔 오직 찌르고 막고 노리고 가르는 상대가 있을 뿐이다.

조절된 호흡으로 하나, 하나의 합을 겨루는 두 사람.

고속으로- 둘의 얼굴이 칼날을 막을 때마다 텅- 텅- 땀을 튕기며 흔들린다.

거친 숨소리 에코되어 터져 나오고- 람로완의 얼굴로 떠오르는 어떤 희열.

동류의 짐승과 동류의 본능을 겨루고 있다는.... 미소가 번진다.

순간, 무너진 호흡밸런스를 놓치지 않는 태식. 람로완의 어깨를 가른다. 튀는 피!

람로완 !

다시 밸런스 무너지고, 이번엔 옆구리와 상완근을 갈라놓는 태식의 칼.

최후의 일격으로 심장을 찌를 때- 엇갈려 태식의 얼굴을 노리는 카람빗나이프.

쿵- 주차장 벽에 등을 부딪치는 람로완!

태식, 잡은 손에 힘을 주지만 람로완도 사력을 다해 버틴다.

어깨 상처에서 피가 터진다.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칼.

태식의 얼굴에 상처를 낸다. 주륵 흘러내리는 피....

태식, 입을 좍 벌려 칼날을 이빨로 문다.

앙다물며 칼날을 민다. 동시에 쥐고 있던 칼을 람로완의 심장 깊숙이 박아 넣는다.

람로완 !

영혼이 빠져나가듯, 기운을 잃고 풀리는 동공.... 스르륵 주저앉는다.

피를 토하며 희미한 웃음- 절명한다.

주차장/ 밤

인터컷>

어둠 속, 껌벅거리는 형광등 너머- 세워진 앰뷸런스 한 대.

다가가면, 철컹- 철컹- 누군가 미세하게 뒷문을 흔들고 있다.

세워진 벤츠에 올라타는 만석이 보인다.

털썩, 트렁크에 던져지는 가방. 조수석에 앉아 소리치는 만석.

만석 빨리해, 곰탱이 새끼야!

덩치, 트렁크를 닫고 운전석에 타려는 순간- 탕! 이마가 터지며 피가 쏟아진다.

고꾸라지는 덩치.

만석 !!

비상구를 나서며 총을 쏘는 태식. 빠각! 벤츠의 싸이드미러가 날아간다!

기겁하며 운전석으로 옮기는 만석. 태식, 운전석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타앙!! 그러나 유리를 뚫지 못하고 튕겨지는 탄환!

태식 !!

끼기기긱- 스키드마크를 남기며 출발하는 만석의 자동차.

태식, 쫓아 달리지만 역부족이다. 달리던 그대로 슬라이딩해 멈춘다. 벤츠의 뒷꽁무니를 겨눈다.

탕! 방아쇠 당기면 펑, 소리와 함께 터지는 타이어! 빙글- 돈 벤츠가 벽을 박고 멈춰 선다!

만석, 후진기어를 넣는데- 펑, 태식의 탄환이 나머지 타이어까지 뚫어버린다!

주저앉는 벤츠. 오도 가도 못한다.

만석 어우, 미친 새끼! 어우, 미친 새끼!

(도어락 걸고 핸드폰-) 침착해! 침착해!.... 여보세요? 경찰이죠?!

인터컷>

끼익! 멈춰서는 자동차. 치곤, 건물로 달려 들어가고-

걸어오며 탄창을 가는 태식.

만석 사람 죽어! 빨리 와, 씨바! (끊는다)

돌아보면- 트렁크를 밟고 올라오는 태식.

겁에 질린 만석의 시선으로 꿀럭 꿀럭 가라앉는 차 천정이 보이고-

이내, 본넷을 밟고 내려서는 태식의 발.

만석 !

태식, 차창 앞에 서서 만석을 본다. 무릎 꿇고 총을 겨누면-

씨익- 기분 나쁘게 웃는 만석.

만석 이 차 방탄이야, 이 븅신아! 푸하하하!!

태식 ....

만석 짭새들 올 때까지 안 나가면 되지롱! 쏴봐! 쏴 보라구!

태식 ....

태식, 총구를 유리창에 대고 지그시 누른다.

만석 (콧방귀 뀌며) 이 차 방탄이라구, 이 븅신아--!!

노려보는 태식의 귀신같은 얼굴.

태식 .... 안다.

손목을 움켜잡고 방아쇠 당긴다.

탕- 탕- 탕- 탕- 탕- 탕!! 불꽃을 튀며 연사되는 글록.

정으로 돌을 깨듯, 드릴로 철근을 뚫듯, 한 곳에만 집중되는 포화!

만석 !!

열 발이 넘자 유리에 금이 간다. 탄피가 튀고, 파편이 태식의 얼굴에 상처를 낸다.

열 세발 째에 구멍이 뚫리고, 열 네발에 만석의 어깨에 박히는 탄환!

만석 억!

뚫린 구멍으로 건네다 보이는 태식의 눈동자.

태식 .... 아직 한 발 남았다.

만석 !!!!

타- 앙!

만석의 머리가 터진다! 피를 뒤집어쓰는 앞 유리창.

투둑, 유리조각 떨어지는 소리. 시트에 흘러내리는 핏물.... 만석, 즉사했다.

구겨진 벤츠와 총을 겨눈 태식이 멀리 보인다.

태식, 천천히 몸을 움직여 본넷에서 내려온다.

정적이 흐르는 주차장.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태식. 멈춰 선다.

좌우를 둘러보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얼굴로 스치는 허탈함.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무릎 꿇는 태식. 자신의 손엔 다 써버린 권총 한 자루가 남았을 뿐.

그 손에 묻은 피. 옷에도, 얼굴에도....

태식 ....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슴 어딘가에서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라 목구멍을 때린다.

참지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 끄으, 끄으-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어깨를 움켜잡는 태식.

뒤춤에서 마지막 탄창을 꺼낸다. 권총에 장착, 슬라이드 밀친다.

망설임 없이 관자놀이에 대고 누른다. 눈을 감는 태식. 방아쇠를 당길 때-

(소리) 아저씨.

태식 ....

눈을 뜨는 태식. 환청일까?

멀리 어둠 속에서 사각사각 들려오는 작은 발소리.

태식, 얼굴이 굳는다.

기둥의 그늘에서 움직이는 작은 실루엣. 벽을 집는 여린 손.

(소미) .... 아저씨.

빛 속으로 나서는, 창백한 얼굴- 소미다!!

태식 !

태식, 기적을 목도한 듯 멍한 얼굴로 일어난다.

소미를 보면- 반짝이는 아이의 눈망울.

태식 !!

사, 살았다! 자신을 보는 맑은 눈도 그대로다!!

소미, 천천히 다가온다.

소미 나.... 구해주러 온 거에요?

태식 ....

소미, 한걸음 뗀다.

태식, 한걸음 물러난다.

태식 오지 마.... 피 묻어.

소미의 얼굴에 번지는 희미한 미소.

소미 아저씨!

와락! 달려와 태식의 품에 안기는 소미. 울음이 터진다.

태식, 소미의 머리와 어깨를 쓰다듬으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내 작은 몸을 부둥켜안는다!

뜨거운 눈물이 솟는다.

소미 나 구하러 온 거죠? 그쵸 아저씨?!

태식 미안하다.... 미안해!

두 사람의 뒤편, 어느새 다가온 치곤. 총을 겨누고 섰지만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 치곤에게 살아있다고, 소미가 살아있다! 고 말하는 태식의 감격스런 눈빛!

치곤 ....

세 사람이 멀리 보이고, 싸이렌 소리 선행되며-

동 밖/ 새벽

번쩍이는 경광불빛.

눈이 뽑힌 오상만의 시체가 비닐 백에 담겨진다.

치곤의 차량이 출발하고 호위하며 이어지는 경찰차량들.

달리는 차 안/ 새벽

수갑을 찬 채 앉은 태식과 품에 안겨 잠든 소미.

태식, 주머니에서 꺼내는- 소미의 MP3. 잠든 소미의 귀에 조심스럽게 꽂아준다.

버튼 누르면 흘러나오는 음악.

태식 (치곤과 노형사에게).... 부탁 하나 합시다.

에필로그/ 새벽

문방구 앞.

촤르륵- 셔터를 들어 올리는 백발노인. 번쩍이는 불빛에 돌아보면-

나란히 손을 잡고 선- 엉망인 태식과 역시 엉망인 소미. 그 뒤로 도열한 경찰차량들.

노인 ?!

황당한 표정으로 섰던 노인, 이내 빙긋 웃으며-

노인 꼬맹이.... 이번엔 사고 제대로 쳤구나?

소미 (웃는다)

가방이 골라진다.

그 안에 노트와 연필, 놀이카드와 네일아트 재료 등, 넣을 수 있는 최대의 물건들을 우겨넣는 태식.

미어터질 듯 부푼 가방을 동그란 눈으로 보는 소미.

태식, 가방을 소미의 등에 매준다.

태식 미안하다.

소미 (본다)

태식 그때.... 모른 척 해서 미안해.

소미 ....

태식 너무 아는 척 하고 싶으면 모른 척 하고 싶어져.

소미 그게.... 무슨 말이에요?

태식 (웃는다) 나도 몰라.

소미 처음 봐요.... 아저씨 웃는 거.

태식 .... 혼자 서는 거야. 할 수 있지?

이별을 예감한 것일까? 소미의 눈에 고이는 눈물. 입술을 깨문다.

며칠 새에 더욱 견고해진 아이의 눈빛. 태식을 향해 힘차게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

태식, 뭔가 말하려는 듯 망설이다가-

태식 한번만....

소미 ?

태식 한번만.... 안아보자.

소미 .... 그거 성추행인데?

태식 그래도 좋으니까.... 한번만 안아보자.

소미, 천천히 팔을 벌린다.

태식,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안아 올린다.

눈물이 핑 돈다. 이를 앙다문다.

소미 아저씨.... 울어?

태식 .... 아니.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한 태식의 일그러진 얼굴.

F. O

버스에서 들었던 MP3곡과 함께 타이틀 -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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