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1회
풍문으로 들었소 1.
(050122 수정)
형식 가게 앞. 12월 초. 이른 아침.
-오가는 행인 몇. 저만치서 철식이 온다. 웅크린 채 종종걸음.
가게 안.
-형식과 고객(중년남. 아침 운동 다녀오는 듯한 차림새)이 책상 옆에 서서 실랑이 중.
-책상 위, ‘이글’ 기념패.
고객 글쎄 나는 분명히 홀인원이라구 했어요.
형식 (주문장 보인다)여기 이글이라고 써 있잖아요.
고객 잘못 적었어. 난 분명히,
-철식이 들어온다.
형식 잘못 말하신 거 같은데,
철식 뭐가 잘못?
형식 이거 니가 주문 받았지?
철식 (다가가며 고객에게 엉거주춤 눈인사)
고객 아니 그걸 어떻게 잘못 받아 적나, 비슷두 안한 걸. 아무리 골프를 몰라두 그렇지,
철식 (주문장과 기념패 확인하는)주문하신대로 됐는데요?
고객 허허, 참, 홀인원 하구 이글은, 하늘과 땅 차이야. 평생에 한번 날까말까 한 걸, 어?
철식 다시 해드려요?
고객 당연하지! 열두시까지 해 놔요.
철식 네?
고객 오늘 점심 때 전달식 있다고.
형식 됐다. 선금 돌려 드려. (뒷문으로 가면서)딴 데 가 보세요.
고객 뭐요?
철식 형,
고객 야!
형식 뭐요?
철식 (막아선다)야라니,
형식 집 거실.(대사 및 지문 순서 바꿈)
-형식이 올라온다. 진애는 밥을 푼다. 식탁에 반찬들 놓여있고,
-식탁의 한면은 벽에, 한면은 냉장고에 면해 있던가 해서 두 명 밖에 앉을 수 없다. 의자 대신 등받이 없는 걸상.
-벽 어중간한 위치에 가족사진, 봄의 중학교 졸업식이다. 대학에 합격한 누리와 진애, 형식.
진애 오늘 차 좀 쓴다?
-형식, 대꾸없이 싱크대 앞으로. 손 씻는다.
진애 손을 왜 거기서 씻어...드런 물 튀기게.
형식 뭘!
진애 (엄?)
형식 꼭 오늘 가야 해? 이따 현수막 출력해야잖아.
진애 서방님이랑 해.
-철식이 들어온다.
철식 어으 진상. 선금 줘서 보냈어요.
형식 이번에는 그 새끼 신상 반드시 알아내. 안 그럼 당신두 올 생각 말구.(수건에 손 닦는다)장모님이랑 봄이랑 모녀 3대가 그냥 거기 살어.
진애 아이 좋아.
철식 (식탁 앞에 앉는다)봄이가 얘길 안하는데 형수가 뭔 수로 알아내나.
형식 (앉는다)말이 되냐? 해산날이 코앞이야.
철식 그렇다구 애를 다그쳐요? 지 맘은 어떻겠어. 어린 게.
진애 (밥 그릇 두 개 식탁 위에 놓는다)그르니까.
형식 애비없이 애 낳게 하라고?
진애 (국을 푼다)우리가 낳게 하구 말구가 어딨어. 한 달 있음 나올 건데.
형식 나 아주 가슴이 찢어져. 봄이 저거 어릴 때는, 내 딸이지만 하두 똘똘해서 장차 최소 강금실이다, 그런 희망을 품구 살았어.
-해사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의 봄.
형식 (목 멘다)내가 저한테 얼마나 기대가 컸, (걸상 기우뚱. 자빠질 뻔 하다가 일어나 걸상 걷어찬다)이것 좀 갖다 버려. 멀쩡한 건 다 어따 두구.
철식 왜 화를 내구 그래.
형식 (걸상 바로 놓고 앉는다)어으,
진애 약 오르죠, 혼자 열 받다가 저렇게 휙 넘어 가믄.
형식 (새삼 치민다. 눈물 마저 글썽)지 친구들은 다 대학 가는데! 저는, 엉?!
정호 집.거실. 같은 시각.
-식당. 선숙이 주방에서 왜건을 밀고 나오고, 연희가 들어온다.
-서재에 연해있는 누마루 문이 열려 있고, 서재 안에서 얘기 중인 정호와 인상이 보인다. 둘 다 정장 셔츠 차림.
정호 합격은 당연한 거고, 진짜 공부는 인제부터가 시작이야.
-2층에서 내려온 이지가 식당으로 들어서며 한마디. 교복 치마에 티셔츠.(밥 먹고 마저 입을 참)
이지 축하 말씀이 너무 진지하네...
연희 (왜건의 접시들 식탁에)옷을 제대로 입어야지...
서재(추가)
-정호가 인상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부모 사진을 보면서,
-인상은 겸손한 듯, 좀 쑥스러운 듯, 멍청해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까져보이지도 않아서 어른들이 안심하는 표정을 일찍이 익혔다.
정호 할아버지 늘 하시던 말씀 기억하지? 진정한 법률가란, 냉철한 휴머니스트이면서 열정적 합리주의자다,
인상 네...
식당.
-정호와 인상이 들어온다.
정호 가장 현대적이면서 가장 고전적인, 그랜드한 매너, 응? 법을 공부하다보면 그런 게 다 체화가 돼요. 몸에 배는 거지.
연희 어서들 오세요...
이지 (서서 주스 마시다가)아빠 오빠 안녕.
정호 어, 그래.
-선숙, 빈 왜건 밀며 주방으로.
-각각의 플레이트에 정갈한 한식 일습. 가운데에 재료가 다른 샐러드 두 접시. 플레이트 오른 쪽에 물컵과 녹차잔.
-다들 앉으며,
이지 신나게 얼싸안구 감격하구 그런 거 안해?
-정호가 먼저 수저 들고, 들라고 손짓하면 식사 시작한다.
연희 아빠는 훨씬 먼저 아셨어. 발표 이틀 전에.
이지 진짜?
인상 어떻게요?
연희 교수님 중에 친구 분 계시거든.
인상 (아아)
이지 인맥 짱이다.
정호 당연한 걸 가지구 호들갑 떨면 민망하지. 너희 학교에서만두 60명 넘는다며.
인상 네,
이지 어떤 엄마는 지하철에서 막 소리 질렀대. 우리 아들 서울대 갔어요. 서울대 붙었어요,
연희 저런, 세상에, 짠하다.
인상 (조금 웃기만)
정호 오직 일류대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야.
연희 우리가 이상한 건지두 몰라요. 일가친척이 다 너무 쉽게들 들어가니까.
정호 스펙은 중요하지 않아. 내용을 채워야지.
인상 네.
이지 오글거려.
연희 이지야,
인상 방.
-인상이 셔츠 단추 채우고 넥타이 매는데,
-교복 다 챙겨 입고 가방을 든 이지가 빼꼼 들여다 본다.
이지 (속삭)그 언니 다시 만날 꺼야?
인상 누구,
이지 (입모양)봄봄.
인상 (뜨끔, 마저 맨다)뭐래냐.
이지 오빠 폰 바꾸기 전에 다 봤네요.
인상 (입 꾹 다물고 웃도리 입는다)
이지 내려가 있으께.(간다)
인상 (가방에 이것 저것 넣는다. 테블릿, 만화책, 등...만나야지. 그래야 하고말고...)
회상. OO대학 국제학부 기숙사. 지난 봄(8개월 전)
-아래 층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 웃음 소리.
-방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인상과 봄. 둘 사이, 묘하게 불안한 공기. 어쩌면 성적인 긴장감인지도. 둘이 몇 달 동안 잠깐씩 만나다가 이번 토론 캠프에 함께 참가하면서 더 설레고 뜨거워졌으니까.
-둘 다, 캠프 참가자 단체 티셔츠 차림(‘11회 OO대학 토론 캠프’라고 영어로 써있다).
봄 왜?
인상 뭐 하나 하구. 다 모였던데.
봄 (짐짓 개구진 웃음)고3이 어딜 끼어 들어. 쟤들 우리 완전 할매 할배 취급인데.
인상 (종알종알 봄의 말 흘려 들으며 손등으로 인중을 쓸었다가, 귀도 긁었다가 마른세수 하는 등)
봄 (말가니 본다. 인상의 기분 어떤지 알지만 내색하면 안 될 것 같다)
인상 (딴소리)내일 해산하면 뭐 타구 가?
봄 다 같이 지하철.
인상 그렇구나.
봄 너네는?
인상 학교 버스.
봄 그렇구나.
인상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니)
봄 (어색)니 방 가. 나 짐두 싸구, 보고서두 써야 돼.
인상 수능 때까지 나 안볼 수 있어?
봄 참을 거야.
인상 어떻게.
봄 (새삼 웃음)그냥 뭐, 니 사진에 수염 같은 거 그리면서?
인상 난 자신 없는데.
봄 참았다 만나면 더 좋지 뭐.
인상 한 달에 한 번은 만나두 되지 않어?
봄 (문기둥에 기댄다)난 이 학교 수시 안되면 갈 데가 없어. 캠프두 그래서 왔구. 내신두 수능두 다 딸리잖아.
인상 (안고 싶다)나 잠깐 들어가두 돼?
봄 (웃음 깨문 채 도리질)
인상 왜...
봄 ...너 내일 당장 핸드폰 번호 바꾸구 절대 연락 하지 마. 나두 그럴 거야.
인상 알겠는데, 이대로 헤어지면 그때까지 어떻게 버티냐. 그냥 아주 잠깐만,
봄 안돼. 너두 못 믿겠구, 나두 자신 없어.
인상 (봄의 입술에 손끝을 댄다)
봄 (헉, 눈이 커진다. 전기 올라! )
-시끌짝 말소리 발소리 들린다.
-흠칫 더 놀란 봄이 인상의 손을 떼내고 문 닫으려는데 인상이 문 틈에 발을 끼운다. 봄, 문 열어 인상을 끌어들이고,
-참가자들 한 떼가 계단 쪽에서 나타난다.
방 안.
-닫힌 문에 기대서서 숨 죽인 둘.
(외국인 학생들이 쓰는 방. 침대 두 개와 책상 옷장,포스터며 다트판 등 벽에 붙어 있다. 책상 위에는 그들이 일상 쓰는 연필꽂이, 시계 등 그대로. 바닥엔 봄이 꾸리던 가방과 소지품 널려 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여학생1 소리 봄!... 서 봄!...
여학생2 소리 봄이 언니...
-인상, 황급히 옷장 안으로, 봄은 침대 위로.
-문이 열리고 여학생 두 명이 고개 들이민다.
-봄, 곤히 자는 척. 베게 옆에 펼쳐진 책.
-여학생들, 입에 손대고 조용히 문 닫는다.
-소란이 멀어진다.
-봄, 조용히 일어난다.
-옷장문 여는 봄. 인상이 나와 문 잠그고 봄을 안는다. 봄, 당황. 밀어내지도 마주 안지도 못하는.
봄 가. 나 너무 겁나.
인상 나두 그래.
-인상이 봄의 이마에 입술을 대는가 싶더니 코에, 눈에, 입술에...봄이도 역시 제동이 안 걸려.
인상 학교 전경. 아침. 현재.
-수시합격자 명단 가득히 쓰여진 현수막 건물 벽 전체에 걸려 있다. 서울대 연대 고대 이대...
교실.
-조회. 담임 훈시 중. 민재 등 수시 합격생들은 여유가 넘치고 정시 지원자들은 초조하고 울적한 분위기.
-인상, 경청하는 것 같지만 딴 생각.
담임 합격자들은, 정시 지원하는 친구들 배려해서 표정 관리 좀 해주시고.
학교 차원에서 각종 예비 대학생 프로그램 적극 권장한다. 해외 단기연수 및 교외 활동, 상세 계획서 내면 다 출석 인정. 안 낸 사람 내일까지 내도록. 이상.
-몇 몇 학생들 일어나 우르르 담임에게로 가고(정시지원 상담 하려는),인상이 외투 들고 급히 뒷문으로.
담임 (학생들 등급표 보다가)한인상.
인상 네,
담임 잠깐 보자.
고3 교무실.
-담임이 맨 아랫 서랍을 열며 다가오는 인상에게 묻는다.
담임 서 봄이 누구야,
인상 (누구요?!)
담임 (얄팍한 편지 봉투 네 개 꺼내 들어 보인다)내가 우리 학교 훈남들한테 오는 팬레터는 웬만하면 다 버리는데, 이건 남겨뒀다.
인상 (얼결에 손 내밀어 받으려)
담임 (피하는)공짜가 어딨어...
인상 (닳아오른 얼굴. 숨은 턱에 차오르고)주세요...
담임 왜 남겨뒀냐. 하두 특이해서...봐라. 한인상 담임선생님 전교, 한인상 친전.
인상 걔 그런 거 많이 알아요.(또 손.어쨌든 주세요)
담임 여친이야?
인상 하,한때, 아니, 저기, 대학 붙으면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그냥,(주세요)
교사 쟤 진지한 거 봐.
담임 이거 너희 부모님 손에 들어가면, 초정밀 관리 통제 시스템 풀 가동, 넌 거의 감금일테지?
인상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편지 뭉치 나꿔채 튀어 나간다)
담임 어어,
-인상, 떨군 봉투 정신없이 집어들고 내빼는.
담임 어이, 한인상!
교사 애들 몰라요. 호르몬 몰라요.
토론반 동아리방.
-칠판 가득 색색의 분필로 ‘자랑스러워, 사랑스러워, 토론반 선배들, 7명 전원 서울대 수시 합격!’(영어로)
-인상,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봉투들 바라보며 한참 숨을 고르다가 연필꽂이에서 가위 꺼낸다. 봉투 하나 하나 끝을 잘라내는 인상.
-편지 한 장 씩 읽는 인상. 달랑 몇 줄짜리 편지들.
봄 소리 우리 헤어질 때, 번호 바꾼 건 정말 잘한 일이야. 너두,나두 참 훌륭했지. 난 아예 폰을 없앴어. 전자파 멀리할려구. 건강 제일주의자가 됐거든. 편지 해 줘. 맘 변하지 않았다면, 아니, 변했대두 연락해. 할 얘기 있어. 5월 31일. 서 봄.
-인상, 끊으며 풀썩 엎드렸다가 다시 정신 차리듯 벌떡 몸을 세운다.
-두 번째 편지.
봄 소리 오늘 자퇴서 냈고, 검정고시는 내년 봄에나 볼 수 있어. 제적 이후 6개월 경과 규정. 따라서 수능도 내년을 기약해야지. 6월 15일. 서 봄.
인상 (머릿속이 빙빙 도는 채로 다음 편지)
봄 소리 너희 학교 근처까지 갔었어. 근데 그냥 왔어. 인제 잊을게. 너라도 원하는 학교에 붙기 바래. 안녕.
인상 (머리를 감싼다. 뭔 일이 있는 거다)
교정.
-인상이 뛰어 나온다. 외투를 입으면서.
여자 고등학교 복도. 현재.
-오가는 여학생들. 저희끼리 웃으며 힐끗대는 시선들 헤치고 전진하는 인상.
-저만치 행정실 팻말.
행정실 안.
직원 (인상의 학생증과 인상을 번갈아 본다) 자퇴 사유나 기타 신상에 관한 건 알려 줄 수 없어요.
인상 (얼결)그럼 저 어떡해요?
독서실.
-‘준수 사항’ ‘월 사용료 인상 안내’ 등 붙어 있는 게시판 보이고, 인상과 총무가 구멍 뚫린 유리벽 사이에 두고 서서,
총무 (명부 확인하고는)관뒀어요. 5월 말에.
인상 저, 그럼, 연락처 좀, 주소 같은 거,
총무 개인정본데?
인상 (마른 침)부탁합니다.
총무 (불쌍하네)
동 경비실.
경비원 이사 갔어. 한참 됐지. 경매 넘어갔거든.
인상 (경매?)
경비원 안좋은 일이 많았나봐.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또 그 학생은 어디가 아프다던가, 그랬던 거 같은데.
인상 (멍해진다. 뒤엉키는 머릿속)
임산부 요가 교실(OO군 보건의료원).
-남편과 함께 하는 호흡법,출산전 리허설 등.
-가부좌 자세의 임산부들과 그 남편들 열 명 남짓 뒷모습. 그 중에 서 봄은 남편 대신 진애. 둥실한 둔부와 허리. 예정일 한 달 전이다.
-구석에선 3,4세 정도 아이 두엇(수강생들이 데려온)이 인형이며 자동차 가지고 논다.
-강사의 구령과 지시에 따라.
강사 자, 허리 세우고...어깨 펴고...눈을 감습니다...정신은 편안히 떨구세요...코 끝에다 사뿐히...조용히 내쉬면서, 하나...둘...셋...남편 분들은 어깨를 잡아주세요. 같이 숨 쉰다 생각하시고...
-봄과 진애, 매우 성실히 수행. 봄은 무심하고 편안한 표정. 그간 마음 고생 몸 고생으로 단련도 됐고, 임신 말기의 호르몬 작용 덕분에.
-누워서 무릎 세운 자세. 남편들이 무릎을 잡아 준다.
강사 두 손 아랫배...양 엄지는 배꼽으로...자, 천천히, 후우...옆으로 돌면서, 하나...
보건소 대기실. 겨울. 낮.
-봄, 벗은 잠바와 백팩 끌어안고 기다린다. 요가 수강생 부부가 번호표 먼저 뽑고 간다. 짝꿍 있는 여자들이 부럽지만 무심히 번호표 기계 앞으로 다가서는 봄.
-진애가 뜨개질(목도리) 하면서 옆자리 할매 말상대 해주고,
-할매들 몇이 두런두런(복사뼈가 깨졌대, 나다니질 못하니 답답하지, 등등).
-구석의 맛사지 의자에 앉아 덜덜거리는 할배도 있고,
진애 저희 애 정기 검진 땜에요...다음 달이 산달이라.
할매 서울 산다매.
진애 제 친정이 이 동네거든요. 공기두 좋구.
-진애, 봄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옆자리에 놓인 가방 집어 무릎에 놓고 앉으라고.
할매 (사탕 우물거리다가)오, 딸래미여?
진애 네...
-봄, 모르는 사람이지만 할매에게 눈인사하고 앉아서 백팩을 연다.
할매 야무져 뵈는 게, 시부모 사랑 받게 생겼네.
진애 글쎄, 많이 아껴 주시더라구요.
봄 (핸드크림 손등에 짜다가 진애를 본다. 또 소설 써?)
진애 (천연덕)고마운 일이죠.
할매 우리 맏손녀두 대학 다니다 결혼했는데, 시집서 대학원까지 시켜줬어.
진애 얘네 어른들두 그러세요. 공부 맘껏 하라구.
봄 (내가 참아야지. 크림 대충 문지르고 백팩에서 책 한 권 꺼낸다.)
할매 먹구 살만 하다믄야, 대 줘야지. 며느리두 자식인 걸.
진애 그럼요.
간호사 이정분 님.
할매 아이고 나네,
진애 아유,
-할매가 지팡이 짚으며 일어서고, 진애, 과하게 친절 베푼다. 부축 해주고,가방 집어주는 등. 봄도 얼결에 할매 모자도 집어 건넨다. 간호사가 다가와 할매 데리고 가면 진애가 털썩 앉는다. 힘들었다.
진애 또 소설 좀 썼다. 둘러대다 보믄 나두 모르게 꼭,
봄 알지. 엄마 희망사항.
진애 (소리 더 낮추어)너 진짜 말 안할래? 정말 애아빠 모르게 낳을 거야?
봄 (진애 가방에서 전화기와 이어폰 꺼낸다)
진애 전화는 왜. 어디 하게.
봄 (이어폰 연결하여 전화한다. 1544-0000)
진애 (기대감)누구, 너, 걔랑 연락해?
봄 여보세요?...아, 네, 천지면 21번진데요, 보일러 에이에스 신청했는데,
진애 (이런)
봄 바쁘신 줄 알지만 빨리 좀 해주세요...노인 한 분, 임산부 한명이 냉방에서 자게 생겼어요.
진애 (내가 딱 미친다)
봄 네...감사합니다.(끊으며)기대하지 마, 엄마...나 차인 거야.
진애 뭐?!
봄 차인 거라고. 화끈하게.
진애 내가 너 그렇게 키웠어?! (봄의 배)이거까진 내가 정말 간신히 간신히, 어떻게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랬지만, 차인 건 용서 못해.
봄 차는 거 보다 차이는 게 낫다며.
진애 그건 그냥 사귀다 헤어질 때 얘기지!
봄 눈 온다, 엄마!
진애 몰라!
한송 비서실.
-주영, 서류를 들고 선 채 인상의 문자 보며 갸웃.
인상 소리 주영누나, 인상인데요, 사람 좀 찾아 주세요. 아빠 모르시게.
-주영, 양비서 책상으로. 문자 보여준다. 이럴 땐 공개하는 게 상책.
인상 소리 이름은 서 봄. 올해 6월에 신영여고 자퇴했고, 이전 주소지 밖에 아는 게 없어요.
양비서 감이 안 좋다.
주영 그쵸?
-문자 또 도착.
인상 소리 건강이 안좋대요. 누나 제발.
-둘, 마주 보는데 태우가 들어온다. 양비서가 책상 한 켠의 서류 봉투 집어 준다. 주영, 자리에 앉으며 태우 힐끗.
태우 (봉투 내용물 꺼낸다)수정한 데만 보면 되겠죠?
양비서 (서서 볼펜 머리로 짚어준다)여기...여기,
태우 (눈으로 훑고)네, (다시 넣으며 주영에게)인상씨 전담 트레이너 후보자 신상 내역은,
주영 내일 아침에 보고할 게요.
태우 네. (나가며)30분 뒤에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하십니다.
양비서 수고 하세요.
주영 내일 봬요.
-태우가 나가자,
양비서 괜히 비밀 만들지 말고 딱 끊어. 그 댁 남매 방학 프로그램 나갈 때마다 주영씨를 경호원으로 딸려 보낸 건, 장차 이런 일까지 다 보고하라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사람 하나 찾는 거 쯤, 정보통 민주영한테는 일도 아니겠지만. 엮이면 골치 아파요. 자식들 이성 문제 젤 신경 쓰잖아.
주영 옙. (문자 찍는다)
정호 집, 인상 방. 오후.
주영 소리 미안. 어른들 모르시게는 곤란하지.
-교복 차림 그대로 침대 위 길게 엎드린 인상, 문자 보다가 낙담하여 고개 파묻는다. 눈물이 찔끔.
연희 거실.
-연희와 지심여사, 홍선생. 찻잔 앞에 두고.
연희 (자못 삼가는 마음가짐. 조심스레)솔직히 대학 입시가 끝이 아니잖아요. 진짜 시험이 남았는데.
홍선생 그럼요. 한 대표님께서두 무척 신경 쓰실 거구.
연희 그러니까요. 저희는, 재산보다, 권력보다, 지성과 자격을 물려준다, 그런 주의거든요.
지심 걱정하지 마세요. 이 댁 가풍, 대주님 사주, 도련님 사주, 선대 산소 향배까지 다 살펴서 준비했으니까.
연희 감사합니다.
홍 그럼,
연희 (선다)네,
지심 (선다)자, 해봅시다.
거실.
-박집사가 사다리 위에 올라 서서 보이지 않게 부적을 붙이고, 정순은 사다리 잡고 있다. 지심이 손바닥 비비며 중얼중얼 주문 같은 것을 외고, 연희와 홍선생, 선숙이 지켜본다.
지심 도련님 큰 성취 하게 도와 주십소사, 전도 양양, 광명이 쏟아지게 해주십소사, 치성을 드리세요, 간절해야 통하지요.
홍 (연희에게 눈짓)
연희 아, 네, (손바닥 비비며 엉거주춤 허리 굽히고)
인상 방.
-인상, 멍하니 앉아 있는데,
-노크소리와 함께,
연희 소리 인상아?...
-인상, 벌떡 일어나 내빼듯 욕실로 들어가며 윗도리 벗는다.
인상 금방 씻구 준비할게요.
-연희, 살그머니 들어온다. 그 뒤 홍선생과 지심 여사, 정순, 박집사(사다리를 든)
욕실.
-인상, 입은 채로 샤워기 틀고 주저 앉으며 삐질삐질 운다.
인상 방.
-박집사와 정순이 거실에서처럼 사다리에 올라서서 작업. 선숙은 지심여사가 가리키는 곳, 책꽂이 안쪽과 책상 아래에 부착.
-연희와 홍선생이 진지하게 지켜본다.
지심 (컴퓨터 가리킨다)여기도,
선숙 네...(바닥에 붙인다)
거실.
-연희 일행, 내려온다.
지심 서까래가 기운이 드세서 북향에 신경 좀 썼어요.
연희 그러게요. 시어른들께서 공들여 개조하신 거라 최대한 보존하긴 하는데요, 아무래두 좀,
지심 인제 아무 걱정할 거 없어요. 도련님 뜻한 바 다 이룰 거예요.
연희 감사합니다.
지심 아, 그리구, (선숙을 보면)아까 맡겨둔 거,
선숙 네,(빨간 금박 주머니 연희에게)
지심 늘 간직 하세요.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거예요.
홍 그거 중요하죠. 특히 한창 나이 영식님들, 속마음을 알 수가 없잖아요?
지심 특히 여자 문제 신경 쓰세요.
연희 어머, 여자가 보이세요?
홍 이댁 영식님은 워낙 차분하시지만 그래두 모를 일이죠. 그 점은 제가 내일 따로 뵙고 의논 드릴게요.
연희 네, 좋아요...
한송 복도. 저녁.
-정호와 태우(봉투를 든)가 가면서,
정호 인상이 저녁 때 모임 있다죠?
태우 네, 사모님두 참석하십니다. 동창분들 자제 들이라.
정호 대강 때우구 들어오라고 해요. 들뜨기 전에 신림동 그 친구 붙여서 시험 준비 시작해야지.
태우 알겠습니다.
어느 식당 밀실.밤.
-정호가 백대헌을 맞아 들인다.
백 이런, 내가 미리 와 있어야 하는 걸, 또 선수를 놓쳤구만.
정호 무슨 말씀을요.
백 좋은 소식 들리던데.
정호 네, 뭐 학부는 무난히 붙었습니다...앉으시죠.
-백대헌 먼저 앉고, 정호가 따라 앉아 손 닦으며 이야기 계속.
백 쪼끔 아쉽긴 하겠어, 응? 법대가 없어지면서 부자 동문, 조손 동문이 확 줄었다는데.
정호 그러게 말입니다.
백 사시 한번 시켜봐. 마지막이 2천17년인데, 도전할 만 하잖아. 굳이 로스쿨 또 갈 거 없이.
정호 네, 뭐, 그러지 않아도 본인이 해보겠답니다. 제 깐엔 뭔가 의무감 같은 게 있는지.
백 어이구, 기특하네...아들을 아주 잘 키웠어.
정호 감사합니다.
정호 집 현관.
-선숙이 구두를 꺼내 놓고, 연희와 인상, 구두 신는다. 인상은 선숙이나 연희와 눈 마주치지 않으려는.
선숙 대표님 열시 반쯤 들어오신답니다.
연희 우린 그 전에 들어 올 거예요...(인상에게)샤워 하면서 비누가 들어갔나, 눈이 왜 빨갛지?
인상 괜찮은데,
선숙 다녀 오세요.
인상 네.
식당 밀실.
정호 (차를 따라 준다)식사 전에 용건부터 말씀드릴까요?
백 그럽시다.(은밀)개각 범위가 결정 됐다지?
정호 네, 외람되게도 제가 미리 알게 됐네요.
백 외람되다니, 자네는 이미 핵심 중의 핵심이야.
정호 당치 않습니다. 저희 한송에 워낙 경륜이 뛰어난 분들이 많다보니 본의 아니게 고위직 인사에 관여하게 된 거죠.
백 뭐 사실, 대한민국에 한송만한 인재풀이 또 없지. (본론)그래,인선두 끝 났나?
정호 네, 우선 장관급 3개 부처 경질입니다. 기재 윤병환, 교과 안명택,외통 유경호,
백 무난하네.
정호 나쁘지 않죠.인사청문회두 순조로울 겁니다.
백 그래...(끄덕이다가)그 위, 총리급은?
정호 네, 선배님은 잠시 쉬시는 걸로.
백 (쩝)뭐, 최단명 총리가 되겠구나, 예상은 했지. 하마평도 무성했고.
정호 송구스럽습니다.
백 자네가 왜...그래, 내 후임은 누구야.
정호 건 좀 의외라구 하실 것 같네요.
백 그래?(누구길래) 유력 후보가 셋이던데,
정호 그렇죠.
백 보자...물망에 오른 셋 중에,1번은 부인 명의 부동산,2번은 아들 병역 문제가 걸릴 터이구, 그러면 3번, 윤상헌이네?
정호 거기는 외양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쪽으루 결론이 났습니다.
백 그러면,
정호 후임 총리는, 송원영 선배님이십니다.
백 (엉?...)
정호 (강조하듯 조금 끄덕)
백 여론,괜찮을까? 전임 정부 때 그 껀두 아직 소송 중인데?
정호 무관합니다.참고인 진술 하신 거,그게 다였어요.
백 (손수건 꺼낸다)불사신이네.
정호 (미소)
백 (이마를 닦는다)거기,한송이 터가 좋은 모양이야. 송선배가, 한송 고문직이 마지막 직책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뭐,잘 할 거야.경제통이니까.
정호 선배님두 권토중래 하셔야죠.
백 내가 무슨, 낚시나 하면서 회고록이나 써야지.
정호 아직은 이르죠. 기회가 또 올 겁니다. 그때까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백 (엉?!)
정호 한송 고문직으로.
백 나는 인제 효용이 없잖아.
정호 그런 말씀 마세요. 역대 총리 중 유일하게 대법관 출신이십니다.(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백대헌의 앞에 반듯하게 놓아준다)송 선배님 빈자리 채워 주십시오. 계약 조건입니다.
백 아니, 뭘 벌써 만들어왔나, (돋보기 꺼낸다.손이 막 떨린다)이것 참, (돋 보기 걸치고 들여다본다...)
한 (미소 띠고 바라본다)마음에 드시면 좋겠습니다.
-서류에 적힌 계약 조건.연봉(5억)을 비롯, 개인 비서,전용차,기사 제공 등에 관한 조항들.
백 (기대 이상)어이구 이런...내가 밥값을 할 수 있으려나.
정호 미흡하나마 저희 한송 구성원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길잡이가 돼 주셔야죠.
백 (감격)내, 최선을 다 할게. 뭐든 말만 해요.
정호 식사 하실까요?
백 그래 그래,
정호 (벨 누르고)
형식 가게. 밤.
-컴퓨터 화면에 ‘엘피바’ 검색 결과 떠 있고,
형식 (전화)알아냈어?!...근데 뭐하러 와, 길두 미끄러운데!
근교 국도. 밤.
-달리는 승합차.
-차 안, 운전석의 진애, 통화하고 봄은 창 밖.
-봄의 목에 진애가 마저 뜬 목도리.
진애 살살 가구 있어요...아니 무슨 야만인이야? 애를 어떻게 냉돌에 재워? 봄이가 고아야?...엄마는 오빠 집에 내려 드렸구, 우린 방금 자유로 탔어. 그런 줄 아시고, 봄이 방에 불이나 넣어 줘요(끊는다).
봄 엄마 쫌 쎄다...
진애 도착하기 전에 다시 한번 묻자. 이름이 뭐야?
봄 ...
진애 형제는.
봄 여동생 하나.
진애 부모님은 뭐하셔?
봄 자영업.
진애 성격은?
봄 한마디로 설명 못해.
진애 전화 번호.
봄 몰라.
진애 왜 몰라?!
봄 애 놀래...
진애 그래,미안하다.
봄 (배 위에 가만히 손)
진애 놀아?
봄 어...(혼자 미소)
진애 (에혀)
호텔 와인 바. 밤.
-왁자지껄 웃음 소리. 반쯤 오픈된 밀실.
-연희와 인상, 영라, 현수, 소정, 민재, 재원이 둘러앉아 샴페인과 요리 들면서.
-인상은 봄이 생각에 울고만 싶은데 억지 미소.
재원 날 봐. 부모를 배신해야 어른이 돼요. 그래야 서로 진짜 배려를 할 수 있다고.
소정 너는 무슨, 애들 축하한다구 나오래더니,
연희 새겨 듣겠지 뭐.(인상들에게)그치?
영라 아저씨가 괜히 쿨한 척 하는 거야.
재원 됐고, 솔직히 니들 지금 재미없지?
민재 없죠.
현수 맞춰드리는 거예요.
인상 (탁자 아래 핸드폰 만지작)
연희 어른들 자리에 동석해 버릇 해야지. 재미가 있건 없건.
소정 그러면서 애티튜드가 몸에 배는 거다.
영라 놀아두 여기 정도에서 선을 지켜. 아저씨가 멤버쉽 주실 거야.
현수 아, 진짜.
재원 자,자, 내가 정리한다. 니들 즉시 나가서 너희끼리 놀고,
민재와 현수 오오,
연희들 (재원에게)얘!
재원 모친들은 내 방에 올라가 담소나 좀 나누고,
민재, 현수 (일어서며)감사합니다!
-인상도 엉거주춤 서고, 연희들도 가방이며 쇼올 따위 챙겨 든다.
영라 민재랑 인상이, 우리 현수 곱게 모실 꺼지?
민재 얘가 젤 선수예요.
현수 내가 뭘.
연희 활달하구 좋지 뭐.
영라 어, 난 내숭은 질병이라구 봐.
소정 과하다 싶으면 인상이가 제동 걸 거야, 그치?
재원 탈선을 하라고, 탈선을.
인상 (예의 바른 웃음)
동 로비.
-민재와 현수, 그 뒤 민재가 지하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올라와 출입구 쪽으로.
현수 거기 별로야.
민재 왜, 젤 핫한데. 아는 애들 많이 오구.
현수 (작게)우리 오늘 인상이 술 멕이자.
민재 오오,
인상 (멍하니 뒤따르다가 핸드폰 본다. 엉?...선다)
주영 소리 서 봄, 현 주소지 찾았다. 아까는 양비서님이 보고 있어서 거절했어.
-현수와 민재, 돌아본다. 벙하니 서 있는 인상.
민재 너네 차 타구 나갈까?
현수 얘!
인상 어?!
현수 뭐 해.
인상 (급히 다가가는)야, 너희끼리 가. 나 누구 좀 만나야 되거든?
현수 뭐?
민재 친구 누구,
인상 있어. 만나구 그냥 집으루 갈게. (출입구 향해 뛰어 가는)우리 차 타.
민재 아, 뭐야.
현수 저런 병(신),
호텔 현관 앞.
-인상, 택시에 타고,
재원 방.
-재원, 연희들에게 술 따라준다. 연희의 잔은 이미 채웠고, 소정과 영라의 잔에.
-다들 편안히 구두 벗고 길게 앉은.
-값비싼 피규어들 즐비하다(재원의 취미)
재원 감개가 무량하네. 내 초딩 동창들이 조로록 애 낳아서, 또 다 친구로 키워서,
영라 (잔 받침 잡으며)땡큐.
재원 (소정의 잔)거기다가 나란히 최고 스펙 얹어 주구 말이야. 애 썼다. 돈이 다 한 거지만.
소정 말을 해두.
연희 품격과 내용은 돈만 가지구는 안되지.
영라 인상이 사시 한다며?
연희 응?
소정 나두 들었다. 신림동 스타 강사 교섭 중, 인상이한테 개인 트레이너 붙여줄려구.
재원 진짜?
연희 (짐짓 웃음)미안. 내가 니들 정보력을 깜빡했네. 맞아. 우리 계획은 그래.
재원 애 죽는 꼴 볼려구 작정을 했나. 마지막 사시까지 4년 밖에 안 남았어. 나두 아버지 땜에 그거 하다 인생 조졌는데, 요즘 시대에 너네 애들처럼 자라가지구 그짓을 어떻게 해내겠냐. 솔직히 법학원, 외교원이 왜 생겼겠어.
영라 물려는 주고 싶은데, 자식들이 아빠만큼 못따라 주거든.(구두 벗은 발 스툴에 얹는다)내가 좀 꼬였나?
재원 뭐가 꼬여. 맞는 말이지.
연희 둘이 편먹었어?
영라 편이 아니라, 견해가 같은 거다.
소정 (연희에게)학부 여유 있게 다니라 그래. 그냥 로스쿨 보내라? 성적 공개 없이 로펌 내부 추천으로 뽑는다며.
연희 왜들 이래. 억지로 시키는 거 아냐...인상인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어. 할아버지, 아버지, 그 뒤 잇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영라 아, 니가 그래서 지심여사 불렀나보다. 인상이 잘 돼라구. 그치?
연희 무슨, 홍선생이 근처 왔다면서 같이 들렀던 거야.
소정 부적 했어?
재원 그거 나도 좀 하자. 애인 좀 생기게.
영라 얘는 절대 소개 안해 줘. 좋은 건 저만 하지.
연희 우린 그런 거 안 해...법리를 다루는 집안에서 어떻게 미신을 믿을 수가 있어.
영라 천하게, 그치?
소정 그 사람이 좀 비싸다며.
재원 얼만데.
연희 모른다니까?
영라 (퍽이나)
-연희 전화벨.
-연희 황황히 가방 집어 전화기 꺼낸다.뭔가 딸려나와 떨어진다.
재원 얘기 들어보니까 뭐 입시 컨설팅이랑 그런 거랑 또 연계를 한다며.
연희 (일어나 저 쪽으로 가면서 통화)어, 인상아...응?...어...어...
영라 (연희를 힐끗 보고는 바닥의 부적 집어 대롱대롱 들어보인다)
소정 어머, 연희 꺼야?
영라 고품격 코메디.
재원 어디 한 번 줘 봐.
연희 (통화)그래서 지금 어디야?
형식 가게 앞.
-골목 어귀, 인상이 택시에서 내리며 통화.
인상 시낸데요, 좀 이따 집으루 바루 갈게요...네...네...(끊는다)
-인상, 핸드폰과 철대문 번지를 번갈아본다. 맞는데...이층 올려다본다.
-철식이 가게에서 내다본다.
철식 어디 찾아요?
인상 (화들짝)
철식 밤에 초행길인가본데,
인상 저, 여기,
철식 (나온다)글쎄 거기 누구,
인상 여기 사세요?
철식 살지는 않고, 여기 사는 사람 혈육인데?
인상 네?
-형식이 내다본다.
형식 뭐냐?
철식 아니, 이 학생인지 총각인지가,
형식 (아래 위 보다가) 추운데 괜히 배회하다 신고 당해. 날 밝으면 다시 오던가 해요.
인상 죄송합니다...
형식 (들어간다)올라가 있으께.
철식 어, 오나보네.
형식 (다시 나온다)
-승합차 다가온다.
-차가 서고, 철식이 차 문을 연다.
-진애가 내리고 철식이 봄을 잡아준다.
철식 야, 서 봄,..
-옆집 기웃거리던 인상, 휙, 돌아본다. 봄은 차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봄 작은 아빠...
철식 됐어 됐어...들어가.
-봄이 멋쩍은 듯 형식에게 다가간다.
봄 (두 손 공손히 모으는)아빠...
형식 (꿀꺽 삼키는)왔어?...
봄 어...
-이층에서 누리가 내다본다.
누리 야, 서 봄,
-두어 집 건너를 기웃거리던 인상이 휙 돌아본다.
봄 언니.
누리 빨리 들어와.
봄 어.
진애 (봄과 형식을 민다)들어가서 얘기해.
-인상, 봄이다...벙하니 서 있다.
-다들 대문으로 들어가고,
-철식이 뒤따라 들어가려다 인상을 본다.
-인상, 스적스적 다가간다.
철식 안갔네? 못찾았어요?
인상 저기, 좀 전에, 그, 그,
철식 말을 해봐요...
인상 서 봄,
철식 엉?
인상 서 봄, 맞는지,
철식 너냐?!
인상 네?
철식 봄이 그렇게 만든,(아오, 이 자식)아,암튼, 봄이 찾아 왔다 말이지?
인상 네...
철식 (진정.또 진정)따라와.
대문 안 통로.
-비좁게 따라가는 인상.
-현관문 여는 철식.
형식 집 현관.
-철식이 들어서서 한켠으로 서며, 신발 벗는다. 인상에게도 눈으로 거기다 벗으라고.
진애 소리 잠깐 앉았다 가요. 봄이랑 오랜만인데.
인상 (올려다 본다)
철식 그게 아니라, 지금 손님 올라가요. 봄이 찾아 왔다는데?
동 거실.
-다들,???
-계단 올라오는 철식과 인상.
진애 뭐, 뭐야, 누굴 찾아와?
철식 서 봄.
봄 (인상을 보자 헉, 입을 막는다)
인상 (역시 헉, 둥실한 배!)
누리 (봄에게)쟤야?
형식 (일어선다)너냐?
봄 (글썽)야...
인상 (얼이 빠진)그,그,(뱃속의 그거, 내꺼?)
봄 (끄덕)
형식 에라이, 나쁜,
-형식이 인상에게 달려들자 철식이 형식을 가로막아 안아버린다.
형식 놔, 이눔으 자식, 내가 그냥,
철식 냅둬요. 왔잖아.
진애 어떻게 왔어요?
인상 네, 저기,
누리 그동안 정말 몰랐단 말야?
인상 네,
봄 있어봐봐, (인상에게, 너 임신)알구 왔어?
인상 모, 모르겠어,
형식 (철식에게 잡힌 채)뭘 몰라 자식아!
철식 앉아요, 앉아서,
형식 저런 눔은 그냥 두면 안돼!
봄 아빠, 나, 쟤랑 얘기 좀,
진애 그래요,
철식 앉읍시다(형식을 억지로 앉히고)
형식 (씩씩 노려본다)
진애 (인상 손을 잡아 끌며)얼른 절해,
인상 네?
진애 얼떨결에 해, 그냥!
누리 빨리,
인상 (봄을 본다)
봄 해.
-인상, 형식 앞에 황황히 엎드린다.
형식 누가 받는대!
인상 (엎드린 채 덜덜)
철식 아, 그만, 편히 앉으라구 해요.
진애 그래, 다 앉어. 다. 봄이두, (인상 손 잡아 앉히는)너두,
형식 넌 안돼, 마! 서 있어!
인상 (선다.덜덜)
진애 아유 그만 해...우리 다 그렇게 기다렸는데...
인상 그냥, 서서, 말씀드릴게요. 어떻게 된 거냐면, 보,봄이를,사, 사랑해서 생 긴 일입니다.그,그때두 사랑했구,지,지금두 사랑합니다.책임 지겠습니다. 결혼 하겠습니다.
봄, 누리, 진애, 철식-(뭐?!)
인상 (나 지금 뭐라는 거야?)지금 당장 봄이랑 저희 부모님 뵈러 갈게요. 봄이 인사 시키고, 다 말씀 드릴게요.
철식 이 사람 너무 정신 없네,
인상 (봄을 보고는)아닙니다, 정신 있어요. 그동안 몰랐었고, 오늘 알았고, 봄 이랑 헤어지기 싫고,
형식 그래?
인상 정말입니다.
-모두 형식의 입을 본다.
형식 그럼, 지금 가.
인상 네?!
형식 너희 집에 가라고, 같이, 엉?
인상 (큰일 났다)
진애 이 밤중에 무슨 인사를 가요.
형식 간다잖아.
철식 말이 그렇단 거지.
형식 (버럭)얼른 안가?
인상 (찔끔)네,
형식 봄이 옷 입구, 누리 택시 불러.
진애 여보, 애들을 이런 식으루 대하믄 안되지.
철식 그러게요,
누리 가라 그래요. 집이 미국두 아니구 부산두 아닌데. 진심이기만 하다면.
봄 (인상을 본다. 진심이야? 정말 그렇게 할 수 있겠어?)
인상 (마구 끄덕인다)가...
누리 (전화)콜택시죠?..여기 용산구 삼각지,
봄 (진애에게)너무 걱정하지 마. 인사 잘 하구 올게.
철식 그럼 됐어.
가게 앞.
-택시가 떠나고 진애와 누리, 철식이 바라본다.
-택시 안의 봄이 얼핏 돌아본다. 진애, 끄덕여보인다.
철식 난 이만 자러 가야겠네.
진애 그러세요.
누리 가세요...
-철식, 가고, 누리와 진애는 좀 더 서 있다.
큰 길.
-골목에서 나오는 택시.
-인상, 창밖 보는 채로 더듬어 봄의 손을 잡는다. 눈물이 곧 떨어지겠다.
봄 (본다...)괜찮어?...
인상 어...(눈물 뚝)
봄 (기사에게)아저씨, 저희 얘기 좀 해야 되는데요,
기사 내린다고?
봄 아니요, 어디 좀 세워주시면 차 안에서,
기사 그럽시다.
-유턴 차선으로 들어서는 택시.
한강공원.
-택시가 다가와 선다.
기사 둘이 얘기 할 동안 나 국수 한 그릇 먹고 와도 되겠어요?
봄 네...
기사 대기요금 만만치 않을텐데.
인상 괜찮아요.
기사 (내린다)혹시 추우면 히터 더 올려요.
봄 감사합니다.
-기사, 가고,
-둘, 고개 돌린 채 눈물 뚝뚝. 한참. 둘, 손등으로 눈물 닦는다.
봄 얘기할 거 무지 많았는데.
인상 (바로 보지 못한다)만져봐두 돼?...
봄 (파카 앞자락 조금 열어 준다)
인상 (손, 선뜻 대지 못하다가 얹는다)
봄 (외면. 또 글썽)자나부다. 자주 움직이는데.
인상 (손 얹은 채 숨죽인)
봄 발차기 하면 말해주께. 그때 다시 만져. (창 밖)
인상 (손 걷어들인다. 그 손을 만지작...간신히)나는, 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상이 안돼. 그냥 너무 미안하구, 미치겠구...
-봄, 파카 주머니에서 지갑 꺼낸다. 지갑에서 카드 두장 꺼낸다. 얼핏 본다.
-‘고운맘 카드’ ‘맘편한 카드’
봄 지원금 카드야. 이건 애기 가진 여자들 다 주는 거구, 이건 18세 미만 청소년 임산부한테만 줘... 더 큰 사고 낼까봐 챙겨주는 거래...병원두 다니구, 비타민 사먹구 그러라구...신청하러 갔더니 생일 지나서 안된다구 하는 걸 생긴 날루 계산해야 한다구 막 우겼지.
인상 혼자서?
봄 (카드 만지작)어....
인상 (억장 무너져 외면)
봄 (눈물 닦으며 조금 웃음)근데...
인상 (본다)
봄 너 그때, 분명히,
인상 어...분명히 썼지...
봄 불량품이었나봐.
인상 어...아니면 나란 놈이 사용법을 몰랐거나.
봄 대학생 기숙사라 서랍에 그냥 막 들어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랬는데.
인상 그 얘기 하지말자. 후회하는 거 같잖아. 우리가 좋아서 만들어놓구.
봄 후회는 되더라.
인상 (울음 삼킨다)
봄 애기가 이쁘긴 하지만...힘들었어, 너무너무.
인상 (흑,흑)내가, 너를, 혼자 뒀어. 아무 것두 모르구,
봄 됐어...만났는데 뭐...
정호 집. 거실. 밤.
-연희가 현관 쪽에서 들어오고 그 뒤 선숙.
선숙 같이 들어오시는 줄 알았는데요?
연희 좀 늦나봐요.
-이지가 2층에서 내려온다.
이지 오빠는?
연희 하루 정도 풀어 줘야지. 좋은 날이잖아?
한강 공원. 밤.
-차 안. 봄과 인상. 둘 다 소리 죽여 우느라 먹먹해진 코, 붉어진 눈.
봄 부모님, 어떤 분이셔?
인상 (후우. 좀 무섭지)
연희 파우더 룸.
-연희, 거울 바짝 들여다보며 아이크림 바르고 선숙이 들여다본다.
선숙 서재로 바로 들어가셨어요.
연희 알았어요.
정호집 서재. 밤.
-태우,정호의 책상 위에 두툼한 서류들 반듯하게 놓는다. 옷 갈아입은 정호가 들어온다.
태우 인사청문회 자룝니다. 유신영 변호사가 일차 검토했구요, 미팅은 아홉시.
정호 (책상 앞에 앉으며)그 전에 조찬, 몇 시죠?
태우 네, 일곱시 반.
정호 민주영한테 부탁한 건 아직인가? 인상이 트레이너.
태우 아직 확인이 안된 게 하나 있답니다. 중국 체류 기록이 있어서요.
정호 수고했어요. 퇴근해요.
태우 네,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태우,목례하고 나가고, 정호, 서류 본다.
-연희가 침실 쪽 문으로 들어온다. 한약 그릇과 물컵, 편강 두어쪽이 얹힌 쟁반.
연희 들어왔어요?
정호 어,
거실.
-태우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잡지를 넘긴다. 박집사가 식당에서 내다본다.
박 퇴근 안하시나?
태우 주니어 들어오는 거 보구요.
정호 서재.
-정호가 물 마시고 연희가 편강 접시를 받쳐든다. 흡족한 날. 정호, 편강 한 쪽 집어든다.
연희 또래들이랑 같이 있는 거 보면, 인상이가 확실히 달라요. 처신 같은 게... 영라 딸, 소정이 아들, 걔넨 그냥 다 요즘 애들이거든.
정호 밥상머리 교육에서 갈리는 거지.
-둘, 앉는다.
연희 홍선생이라구 알지, 우리 중매 선 양반.
정호 뭐라는데,
연희 성북동에서 인상이 좋게 보신대요.
정호 실속 없어, 거기...재력은 3대 이내, 관직은 현직이라 해도 장차관 정도 로는 곤란해. 전직은 더 말할 것두 없구.
연희 어머? 나두 전직 딸인데? 나 이래뵈두 어머님이 고르구 고른 며느리야.
정호 사람 참,그 시절 전직하구 요즘 전직하구는 달라. 당신두 잘 알텐데 왜.요즘은 직급이니 재산이니 뭐니 다 에스컬레이팅 돼서 도무지 변별이 안되잖아.
연희 그렇게 몇 안되는 데서 어떻게 골라?
정호 (손끝으로 정수리 두들기는)아직 시간 있으니까 심사숙고 합시다. 우선은 공부에 최대한 집중하는 걸로.
연희 공부야 인상이가 하는 거구, 우린 우리대로 알아봐야지... 어머, 당신 탈모, 신경 쓰이나봐.
정호 (슬몃 손 내린다.멋쩍은)어어,
연희 어디,(일어나 정호 머리숱 들여다보는)
정호 아예 심을까?
연희 (헤쳐보는)뭘, 아직은 괜찮아. 맛사지 좀 해줄게. 아로마 오일 좋은 거 있어.
형식 집.
진애 그냥 따라 갈 걸 그랬나?
누리 (젖은 머리 말리면서)그건 또 아니지. 그쪽에선 당사자 혼자 왔는데 우리 쪽에서만 우르르 몰려가?
형식 봄이가 당당하게 인사하구, 그런 담에 지들이 와서 고개 숙이구, 그게 순서야. 꿀릴 게 없어.
진애 누가 꿀린대?
한강 공원.
-기사가 택시 향해 다가가고, 인상과 봄이 내린다.
기사 얘기 다 했어요?
인상 네,저, 화장실,
-기사는 택시에 타고,
-봄은 화장실 들어간다.
-인상, 엉거주춤 서서 기다린다.
-검은 강물 출렁인다.
-인상, 두려움에 휩싸이는.
-화장실에서 나온 봄이 택시 쪽으로 가려다가 문득 돌아본다.
-인상이 덜덜 떨며 둑을 타고 강물 향해 내려간다.
봄 (더럭 겁)뭐 해...
-봄,다가가는데,인상이 둑을 타고 내려간다.
봄 야...(달려간다)한인상...
-인상, 강물에 발을 담그는가 했더니 얼른 뺀다.다시 한번...
-둑 위의 봄, 치민다. 저게!
-인상,또 발을 반쯤 담갔다가 빼는데,봄이 씩씩거리며 둑 타고 내려온다. 인상,당황.
봄 야 이 비겁자야! 그 정도루 되냐?
-봄,인상보다 먼저 물 속으로.
인상 어어어,
봄 죽을래믄 이 정도는 해줘야지!!!
인상 어어어,
-당황한 인상, 따라들어간다. 물속에 잠기려는 봄의 어깨를 나꿔채 끌고 나온다. 둘 다 흠뻑 젖었다. 이빨 덜덜 떠는 봄.
인상 너 정신 있어? 이 몸이 니 몸이야? 그러다 애 잘못되믄 어떡할라구!!! 니가 그러구두 애 엄마야?
봄 (덜덜덜덜)그러는 넌,
인상 (윗도리 벗어 봄의 배를 감싼다)애 기절하믄 너 좋아?!
봄 빨리 차에 가. 추워.
택시 안.
-차 안. 기사가 히터를 한껏 틀어준다. 오그린 채 떠는 봄. 기사가 담요를 건네고 인상이 받아서 봄을 감싼다.
기사 아니 어쩌다가 애기들이 애기를 만들어가지고,
봄 죄송합니다.
기사 나한테 죄송할 건 없고, 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렇지, 그쯤 됐으면 살 궁리를 해야 된다고.
인상 (봄을 안은 채 마구 끄덕)네, 맞는 말씀이예요.
봄 (중얼)인제 좀 낫네.
인상 괜찮어?
봄 어.
인상 잘못했어. 다시는 안그러께. 내가 그렇게 비겁하믄 안되는데,
봄 어.
인상 인제 나 겁 안나. (기사에게)가주세요!
-택시 출발.
-인상, 전화기 꺼내 본다.
봄 젖었잖아.
인상 어, 된다.(전화. 여세를 몰아 늠름. 뭐라 대꾸할 틈 주지 않고 좔좔좔)엄마, 늦어서 죄송하구요, 저,무사하구요, 지금 집으루 가구 있어요.
정호집 파우더 룸.
-연희가 통화 하면서 거울 앞의 정호에게 아로마 맛사지 시행 중.
연희 (전화. 너그럽고 화사하다)죄송할 거 없어...니가 민재 현수 말구두 만날 친구가 있다는 게 외려 다행인 걸?...응?..뭐 할 얘기 있어?
거리. 택시 안.
인상 아니, 저기, 가서 말씀 드릴게요. 좀 이따 봬요! (끊는다)이제는 말할 수 있다! 어땠어?
봄 멋있어. 너 원래 그런 애였거든.
인상 저, 기사님, 저희 키스 한번만,
기사 해. 안 볼테니까.
인상 감사합니다.(봄의 뺨을 싸쥐고 입맞춘다)
기사 (아이고 이것들아...)
-둘, 수줍고 애틋한 입맞춤. 두려움 감추려다보니 더 절절하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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