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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문으로 들었소 1회

풍문으로 들었소 1.

(050122 수정)

 

 

 

형식 가게 앞. 12월 초이른 아침.

 

-오가는 행인 몇저만치서 철식이 온다웅크린 채 종종걸음.

 

가게 안.

 

-형식과 고객(중년남아침 운동 다녀오는 듯한 차림새)이 책상 옆에 서서 실랑이 중.

-책상 위, ‘이글’ 기념패.

 

고객 글쎄 나는 분명히 홀인원이라구 했어요.

형식 (주문장 보인다)여기 이글이라고 써 있잖아요.

고객 잘못 적었어난 분명히,

 

-철식이 들어온다.

형식 잘못 말하신 거 같은데,

철식 뭐가 잘못?

형식 이거 니가 주문 받았지?

철식 (다가가며 고객에게 엉거주춤 눈인사)

고객 아니 그걸 어떻게 잘못 받아 적나비슷두 안한 걸아무리 골프를 몰라두 그렇지,

철식 (주문장과 기념패 확인하는)주문하신대로 됐는데요?

고객 허허홀인원 하구 이글은하늘과 땅 차이야평생에 한번 날까말까 한 걸?

철식 다시 해드려요?

고객 당연하지열두시까지 해 놔요.

철식 네?

고객 오늘 점심 때 전달식 있다고.

형식 됐다선금 돌려 드려. (뒷문으로 가면서)딴 데 가 보세요.

고객 뭐요?

철식 형,

고객 야!

형식 뭐요?

철식 (막아선다)야라니,

 

형식 집 거실.(대사 및 지문 순서 바꿈)

 

-형식이 올라온다진애는 밥을 푼다식탁에 반찬들 놓여있고,

-식탁의 한면은 벽에한면은 냉장고에 면해 있던가 해서 두 명 밖에 앉을 수 없다의자 대신 등받이 없는 걸상.

-벽 어중간한 위치에 가족사진봄의 중학교 졸업식이다대학에 합격한 누리와 진애형식.

진애 오늘 차 좀 쓴다?

-형식대꾸없이 싱크대 앞으로손 씻는다.

 

진애 손을 왜 거기서 씻어...드런 물 튀기게.

형식 뭘!

진애 (?)

형식 꼭 오늘 가야 해이따 현수막 출력해야잖아.

진애 서방님이랑 해.

 

-철식이 들어온다.

 

철식 어으 진상선금 줘서 보냈어요.

형식 이번에는 그 새끼 신상 반드시 알아내안 그럼 당신두 올 생각 말구.(수건에 손 닦는다)장모님이랑 봄이랑 모녀 3대가 그냥 거기 살어.

진애 아이 좋아.

철식 (식탁 앞에 앉는다)봄이가 얘길 안하는데 형수가 뭔 수로 알아내나.

형식 (앉는다)말이 되냐해산날이 코앞이야.

철식 그렇다구 애를 다그쳐요지 맘은 어떻겠어어린 게.

진애 (밥 그릇 두 개 식탁 위에 놓는다)그르니까.

형식 애비없이 애 낳게 하라고?

진애 (국을 푼다)우리가 낳게 하구 말구가 어딨어한 달 있음 나올 건데.

형식 나 아주 가슴이 찢어져봄이 저거 어릴 때는내 딸이지만 하두 똘똘해서 장차 최소 강금실이다그런 희망을 품구 살았어.

 

-해사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의 봄.

 

형식 (목 멘다)내가 저한테 얼마나 기대가 컸, (걸상 기우뚱자빠질 뻔 하다가 일어나 걸상 걷어찬다)이것 좀 갖다 버려멀쩡한 건 다 어따 두구.

철식 왜 화를 내구 그래.

형식 (걸상 바로 놓고 앉는다)어으,

진애 약 오르죠혼자 열 받다가 저렇게 휙 넘어 가믄.

형식 (새삼 치민다눈물 마저 글썽)지 친구들은 다 대학 가는데저는?!

 

정호 집.거실같은 시각.

 

-식당선숙이 주방에서 왜건을 밀고 나오고연희가 들어온다.

-서재에 연해있는 누마루 문이 열려 있고서재 안에서 얘기 중인 정호와 인상이 보인다둘 다 정장 셔츠 차림.

 

정호 합격은 당연한 거고진짜 공부는 인제부터가 시작이야.

 

-2층에서 내려온 이지가 식당으로 들어서며 한마디교복 치마에 티셔츠.(밥 먹고 마저 입을 참)

 

이지 축하 말씀이 너무 진지하네...

연희 (왜건의 접시들 식탁에)옷을 제대로 입어야지...

 

서재(추가)

 

-정호가 인상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부모 사진을 보면서,

-인상은 겸손한 듯좀 쑥스러운 듯멍청해보이지도 않고그렇다고 또 까져보이지도 않아서 어른들이 안심하는 표정을 일찍이 익혔다.

 

정호 할아버지 늘 하시던 말씀 기억하지진정한 법률가란냉철한 휴머니스트이면서 열정적 합리주의자다,

인상 네...

 

식당.

 

-정호와 인상이 들어온다.

 

정호 가장 현대적이면서 가장 고전적인그랜드한 매너법을 공부하다보면 그런 게 다 체화가 돼요몸에 배는 거지.

연희 어서들 오세요...

이지 (서서 주스 마시다가)아빠 오빠 안녕.

정호 어그래.

-선숙빈 왜건 밀며 주방으로.

-각각의 플레이트에 정갈한 한식 일습가운데에 재료가 다른 샐러드 두 접시플레이트 오른 쪽에 물컵과 녹차잔.

-다들 앉으며,

 

이지 신나게 얼싸안구 감격하구 그런 거 안해?

 

-정호가 먼저 수저 들고들라고 손짓하면 식사 시작한다.

연희 아빠는 훨씬 먼저 아셨어발표 이틀 전에.

이지 진짜?

인상 어떻게요?

연희 교수님 중에 친구 분 계시거든.

인상 (아아)

이지 인맥 짱이다.

정호 당연한 걸 가지구 호들갑 떨면 민망하지너희 학교에서만두 60명 넘는다며.

인상 네,

이지 어떤 엄마는 지하철에서 막 소리 질렀대우리 아들 서울대 갔어요서울대 붙었어요,

연희 저런세상에짠하다.

인상 (조금 웃기만)

정호 오직 일류대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야.

연희 우리가 이상한 건지두 몰라요일가친척이 다 너무 쉽게들 들어가니까.

정호 스펙은 중요하지 않아내용을 채워야지.

인상 네.

이지 오글거려.

연희 이지야,

인상 방.

 

-인상이 셔츠 단추 채우고 넥타이 매는데,

-교복 다 챙겨 입고 가방을 든 이지가 빼꼼 들여다 본다.

 

이지 (속삭)그 언니 다시 만날 꺼야?

인상 누구,

이지 (입모양)봄봄.

인상 (뜨끔마저 맨다)뭐래냐.

이지 오빠 폰 바꾸기 전에 다 봤네요.

인상 (입 꾹 다물고 웃도리 입는다)

이지 내려가 있으께.(간다)

인상 (가방에 이것 저것 넣는다테블릿만화책...만나야지그래야 하고말고...)

회상. OO대학 국제학부 기숙사지난 봄(8개월 전)

 

-아래 층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웃음 소리.

-방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인상과 봄둘 사이묘하게 불안한 공기어쩌면 성적인 긴장감인지도둘이 몇 달 동안 잠깐씩 만나다가 이번 토론 캠프에 함께 참가하면서 더 설레고 뜨거워졌으니까.

-둘 다캠프 참가자 단체 티셔츠 차림(‘11회 OO대학 토론 캠프라고 영어로 써있다).

 

봄 왜?

인상 뭐 하나 하구다 모였던데.

봄 (짐짓 개구진 웃음)3이 어딜 끼어 들어쟤들 우리 완전 할매 할배 취급인데.

인상 (종알종알 봄의 말 흘려 들으며 손등으로 인중을 쓸었다가귀도 긁었다가 마른세수 하는 등)

봄 (말가니 본다인상의 기분 어떤지 알지만 내색하면 안 될 것 같다)

인상 (딴소리)내일 해산하면 뭐 타구 가?

봄 다 같이 지하철.

인상 그렇구나.

봄 너네는?

인상 학교 버스.

봄 그렇구나.

인상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니)

봄 (어색)니 방 가나 짐두 싸구보고서두 써야 돼.

인상 수능 때까지 나 안볼 수 있어?

봄 참을 거야.

인상 어떻게.

봄 (새삼 웃음)그냥 뭐니 사진에 수염 같은 거 그리면서?

인상 난 자신 없는데.

봄 참았다 만나면 더 좋지 뭐.

인상 한 달에 한 번은 만나두 되지 않어?

봄 (문기둥에 기댄다)난 이 학교 수시 안되면 갈 데가 없어캠프두 그래서 왔구내신두 수능두 다 딸리잖아.

인상 (안고 싶다)나 잠깐 들어가두 돼?

봄 (웃음 깨문 채 도리질)

인상 왜...

봄 ...너 내일 당장 핸드폰 번호 바꾸구 절대 연락 하지 마나두 그럴 거야.

인상 알겠는데이대로 헤어지면 그때까지 어떻게 버티냐그냥 아주 잠깐만,

봄 안돼너두 못 믿겠구나두 자신 없어.

인상 (봄의 입술에 손끝을 댄다)

봄 (눈이 커진다전기 올라! )

 

-시끌짝 말소리 발소리 들린다.

-흠칫 더 놀란 봄이 인상의 손을 떼내고 문 닫으려는데 인상이 문 틈에 발을 끼운다문 열어 인상을 끌어들이고,

-참가자들 한 떼가 계단 쪽에서 나타난다.

 

방 안.

-닫힌 문에 기대서서 숨 죽인 둘.

(외국인 학생들이 쓰는 방침대 두 개와 책상 옷장,포스터며 다트판 등 벽에 붙어 있다책상 위에는 그들이 일상 쓰는 연필꽂이시계 등 그대로바닥엔 봄이 꾸리던 가방과 소지품 널려 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여학생소리 봄!... 서 봄!...

여학생소리 봄이 언니...

-인상황급히 옷장 안으로봄은 침대 위로.

-문이 열리고 여학생 두 명이 고개 들이민다.

-곤히 자는 척베게 옆에 펼쳐진 책.

-여학생들입에 손대고 조용히 문 닫는다.

-소란이 멀어진다.

-조용히 일어난다.

-옷장문 여는 봄인상이 나와 문 잠그고 봄을 안는다당황밀어내지도 마주 안지도 못하는.

 

봄 가나 너무 겁나.

인상 나두 그래.

-인상이 봄의 이마에 입술을 대는가 싶더니 코에눈에입술에...봄이도 역시 제동이 안 걸려.

 

인상 학교 전경아침현재.

 

-수시합격자 명단 가득히 쓰여진 현수막 건물 벽 전체에 걸려 있다서울대 연대 고대 이대...

교실.

 

-조회담임 훈시 중민재 등 수시 합격생들은 여유가 넘치고 정시 지원자들은 초조하고 울적한 분위기.

-인상경청하는 것 같지만 딴 생각.

담임 합격자들은정시 지원하는 친구들 배려해서 표정 관리 좀 해주시고.

학교 차원에서 각종 예비 대학생 프로그램 적극 권장한다해외 단기연수 및 교외 활동상세 계획서 내면 다 출석 인정안 낸 사람 내일까지 내도록이상.

 

-몇 몇 학생들 일어나 우르르 담임에게로 가고(정시지원 상담 하려는),인상이 외투 들고 급히 뒷문으로.

 

담임 (학생들 등급표 보다가)한인상.

인상 네,

담임 잠깐 보자.

교무실.

-담임이 맨 아랫 서랍을 열며 다가오는 인상에게 묻는다.

담임 서 봄이 누구야,

인상 (누구요?!)

담임 (얄팍한 편지 봉투 네 개 꺼내 들어 보인다)내가 우리 학교 훈남들한테 오는 팬레터는 웬만하면 다 버리는데이건 남겨뒀다.

인상 (얼결에 손 내밀어 받으려)

담임 (피하는)공짜가 어딨어...

인상 (닳아오른 얼굴숨은 턱에 차오르고)주세요...

담임 왜 남겨뒀냐하두 특이해서...봐라한인상 담임선생님 전교한인상 친전.

인상 걔 그런 거 많이 알아요.(또 손.어쨌든 주세요)

담임 여친이야?

인상 하,한때아니저기대학 붙으면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그러니까 그냥,(주세요)

교사 쟤 진지한 거 봐.

담임 이거 너희 부모님 손에 들어가면초정밀 관리 통제 시스템 풀 가동넌 거의 감금일테지?

인상 죄송합니다용서하세요.(편지 뭉치 나꿔채 튀어 나간다)

담임 어어,

 

-인상떨군 봉투 정신없이 집어들고 내빼는.

담임 어이한인상!

교사 애들 몰라요호르몬 몰라요.

 

토론반 동아리방.

-칠판 가득 색색의 분필로 자랑스러워사랑스러워토론반 선배들, 7명 전원 서울대 수시 합격!’(영어로)

-인상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봉투들 바라보며 한참 숨을 고르다가 연필꽂이에서 가위 꺼낸다봉투 하나 하나 끝을 잘라내는 인상.

-편지 한 장 씩 읽는 인상달랑 몇 줄짜리 편지들.

봄 소리 우리 헤어질 때번호 바꾼 건 정말 잘한 일이야너두,나두 참 훌륭했지난 아예 폰을 없앴어전자파 멀리할려구건강 제일주의자가 됐거든. 편지 해 줘맘 변하지 않았다면아니변했대두 연락해할 얘기 있어. 5월 31서 봄.

-인상끊으며 풀썩 엎드렸다가 다시 정신 차리듯 벌떡 몸을 세운다.

-두 번째 편지.

봄 소리 오늘 자퇴서 냈고검정고시는 내년 봄에나 볼 수 있어제적 이후 6개월 경과 규정따라서 수능도 내년을 기약해야지. 6월 15서 봄.

인상 (머릿속이 빙빙 도는 채로 다음 편지)

봄 소리 너희 학교 근처까지 갔었어근데 그냥 왔어인제 잊을게너라도 원하는 학교에 붙기 바래안녕.

인상 (머리를 감싼다뭔 일이 있는 거다)

 

교정.

-인상이 뛰어 나온다외투를 입으면서.

 

여자 고등학교 복도현재.

-오가는 여학생들저희끼리 웃으며 힐끗대는 시선들 헤치고 전진하는 인상.

-저만치 행정실 팻말.

행정실 안.

 

직원 (인상의 학생증과 인상을 번갈아 본다자퇴 사유나 기타 신상에 관한 건 알려 줄 수 없어요.

인상 (얼결)그럼 저 어떡해요?

독서실.

 

-‘준수 사항’ ‘월 사용료 인상 안내’ 등 붙어 있는 게시판 보이고인상과 총무가 구멍 뚫린 유리벽 사이에 두고 서서,

총무 (명부 확인하고는)관뒀어요. 5월 말에.

인상 저그럼연락처 좀주소 같은 거,

총무 개인정본데?

인상 (마른 침)부탁합니다.

총무 (불쌍하네)

동 경비실.

 

경비원 이사 갔어한참 됐지경매 넘어갔거든.

인상 (경매?)

경비원 안좋은 일이 많았나봐할아버지 돌아가시고또 그 학생은 어디가 아프다던가그랬던 거 같은데.

인상 (멍해진다뒤엉키는 머릿속)

 

임산부 요가 교실(OO군 보건의료원).

 

-남편과 함께 하는 호흡법,출산전 리허설 등.

-가부좌 자세의 임산부들과 그 남편들 열 명 남짓 뒷모습그 중에 서 봄은 남편 대신 진애둥실한 둔부와 허리예정일 한 달 전이다.

-구석에선 3,4세 정도 아이 두엇(수강생들이 데려온)이 인형이며 자동차 가지고 논다.

-강사의 구령과 지시에 따라.

 

강사 자허리 세우고...어깨 펴고...눈을 감습니다...정신은 편안히 떨구세요...코 끝에다 사뿐히...조용히 내쉬면서하나.........남편 분들은 어깨를 잡아주세요같이 숨 쉰다 생각하시고...

 

-봄과 진애매우 성실히 수행봄은 무심하고 편안한 표정그간 마음 고생 몸 고생으로 단련도 됐고임신 말기의 호르몬 작용 덕분에.

-누워서 무릎 세운 자세남편들이 무릎을 잡아 준다.

 

강사 두 손 아랫배...양 엄지는 배꼽으로...천천히후우...옆으로 돌면서하나...

보건소 대기실겨울.

 

-벗은 잠바와 백팩 끌어안고 기다린다요가 수강생 부부가 번호표 먼저 뽑고 간다짝꿍 있는 여자들이 부럽지만 무심히 번호표 기계 앞으로 다가서는 봄.

-진애가 뜨개질(목도리하면서 옆자리 할매 말상대 해주고,

-할매들 몇이 두런두런(복사뼈가 깨졌대나다니질 못하니 답답하지등등).

-구석의 맛사지 의자에 앉아 덜덜거리는 할배도 있고,

진애 저희 애 정기 검진 땜에요...다음 달이 산달이라.

할매 서울 산다매.

진애 제 친정이 이 동네거든요공기두 좋구.

 

-진애봄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옆자리에 놓인 가방 집어 무릎에 놓고 앉으라고.

할매 (사탕 우물거리다가)딸래미여?

진애 네...

 

-모르는 사람이지만 할매에게 눈인사하고 앉아서 백팩을 연다.

 

할매 야무져 뵈는 게시부모 사랑 받게 생겼네.

진애 글쎄많이 아껴 주시더라구요.

봄 (핸드크림 손등에 짜다가 진애를 본다또 소설 써?)

진애 (천연덕)고마운 일이죠.

할매 우리 맏손녀두 대학 다니다 결혼했는데시집서 대학원까지 시켜줬어.

진애 얘네 어른들두 그러세요공부 맘껏 하라구.

봄 (내가 참아야지크림 대충 문지르고 백팩에서 책 한 권 꺼낸다.)

할매 먹구 살만 하다믄야대 줘야지며느리두 자식인 걸.

진애 그럼요.

간호사 이정분 님.

할매 아이고 나네,

진애 아유,

 

-할매가 지팡이 짚으며 일어서고진애과하게 친절 베푼다부축 해주고,가방 집어주는 등봄도 얼결에 할매 모자도 집어 건넨다간호사가 다가와 할매 데리고 가면 진애가 털썩 앉는다힘들었다.

 

진애 또 소설 좀 썼다둘러대다 보믄 나두 모르게 꼭,

봄 알지엄마 희망사항.

진애 (소리 더 낮추어)너 진짜 말 안할래정말 애아빠 모르게 낳을 거야?

봄 (진애 가방에서 전화기와 이어폰 꺼낸다)

진애 전화는 왜어디 하게.

봄 (이어폰 연결하여 전화한다. 1544-0000)

진애 (기대감)누구걔랑 연락해?

봄 여보세요?...천지면 21번진데요보일러 에이에스 신청했는데,

진애 (이런)

봄 바쁘신 줄 알지만 빨리 좀 해주세요...노인 한 분임산부 한명이 냉방에서 자게 생겼어요.

진애 (내가 딱 미친다)

봄 네...감사합니다.(끊으며)기대하지 마엄마...나 차인 거야.

진애 뭐?!

봄 차인 거라고화끈하게.

진애 내가 너 그렇게 키웠어?! (봄의 배)이거까진 내가 정말 간신히 간신히어떻게든 받아들여야 한다그랬지만차인 건 용서 못해.

봄 차는 거 보다 차이는 게 낫다며.

진애 그건 그냥 사귀다 헤어질 때 얘기지!

봄 눈 온다엄마!

진애 몰라!

한송 비서실.

 

-주영서류를 들고 선 채 인상의 문자 보며 갸웃.

 

인상 소리 주영누나인상인데요사람 좀 찾아 주세요아빠 모르시게.

-주영양비서 책상으로문자 보여준다이럴 땐 공개하는 게 상책.

 

인상 소리 이름은 서 봄올해 6월에 신영여고 자퇴했고이전 주소지 밖에 아는 게 없어요.

양비서 감이 안 좋다.

주영 그쵸?

 

-문자 또 도착.

 

인상 소리 건강이 안좋대요누나 제발.

-마주 보는데 태우가 들어온다양비서가 책상 한 켠의 서류 봉투 집어 준다주영자리에 앉으며 태우 힐끗.

태우 (봉투 내용물 꺼낸다)수정한 데만 보면 되겠죠?

양비서 (서서 볼펜 머리로 짚어준다)여기...여기,

태우 (눈으로 훑고), (다시 넣으며 주영에게)인상씨 전담 트레이너 후보자 신상 내역은,

주영 내일 아침에 보고할 게요.

태우 네. (나가며)30분 뒤에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하십니다.

양비서 수고 하세요.

주영 내일 봬요.

 

-태우가 나가자,

 

양비서 괜히 비밀 만들지 말고 딱 끊어그 댁 남매 방학 프로그램 나갈 때마다 주영씨를 경호원으로 딸려 보낸 건장차 이런 일까지 다 보고하라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사람 하나 찾는 거 쯤정보통 민주영한테는 일도 아니겠지만엮이면 골치 아파요자식들 이성 문제 젤 신경 쓰잖아.

주영 옙. (문자 찍는다)

정호 집인상 방오후.

 

주영 소리 미안어른들 모르시게는 곤란하지.

 

-교복 차림 그대로 침대 위 길게 엎드린 인상문자 보다가 낙담하여 고개 파묻는다눈물이 찔끔.

 

연희 거실.

-연희와 지심여사홍선생찻잔 앞에 두고.

 

연희 (자못 삼가는 마음가짐조심스레)솔직히 대학 입시가 끝이 아니잖아요진짜 시험이 남았는데.

홍선생 그럼요한 대표님께서두 무척 신경 쓰실 거구.

연희 그러니까요저희는재산보다권력보다지성과 자격을 물려준다그런 주의거든요.

지심 걱정하지 마세요이 댁 가풍대주님 사주도련님 사주선대 산소 향배까지 다 살펴서 준비했으니까.

연희 감사합니다.

홍 그럼,

연희 (선다),

지심 (선다)해봅시다.

거실.

-박집사가 사다리 위에 올라 서서 보이지 않게 부적을 붙이고정순은 사다리 잡고 있다지심이 손바닥 비비며 중얼중얼 주문 같은 것을 외고연희와 홍선생선숙이 지켜본다.

 

지심 도련님 큰 성취 하게 도와 주십소사전도 양양광명이 쏟아지게 해주십소사치성을 드리세요간절해야 통하지요.

홍 (연희에게 눈짓)

연희 아, (손바닥 비비며 엉거주춤 허리 굽히고)

 

인상 방.

 

-인상멍하니 앉아 있는데,

-노크소리와 함께,

연희 소리 인상아?...

 

-인상벌떡 일어나 내빼듯 욕실로 들어가며 윗도리 벗는다.

 

인상 금방 씻구 준비할게요.

-연희살그머니 들어온다그 뒤 홍선생과 지심 여사정순박집사(사다리를 든)

욕실.

 

-인상입은 채로 샤워기 틀고 주저 앉으며 삐질삐질 운다.

인상 방.

 

-박집사와 정순이 거실에서처럼 사다리에 올라서서 작업선숙은 지심여사가 가리키는 곳책꽂이 안쪽과 책상 아래에 부착.

-연희와 홍선생이 진지하게 지켜본다.

 

지심 (컴퓨터 가리킨다)여기도,

선숙 네...(바닥에 붙인다)

 

거실.

 

-연희 일행내려온다.

 

지심 서까래가 기운이 드세서 북향에 신경 좀 썼어요.

연희 그러게요시어른들께서 공들여 개조하신 거라 최대한 보존하긴 하는데요아무래두 좀,

지심 인제 아무 걱정할 거 없어요도련님 뜻한 바 다 이룰 거예요.

연희 감사합니다.

지심 아그리구, (선숙을 보면)아까 맡겨둔 거,

선숙 네,(빨간 금박 주머니 연희에게)

지심 늘 간직 하세요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거예요.

홍 그거 중요하죠특히 한창 나이 영식님들속마음을 알 수가 없잖아요?

지심 특히 여자 문제 신경 쓰세요.

연희 어머여자가 보이세요?

홍 이댁 영식님은 워낙 차분하시지만 그래두 모를 일이죠그 점은 제가 내일 따로 뵙고 의논 드릴게요.

연희 네좋아요...

 

한송 복도저녁.

 

-정호와 태우(봉투를 든)가 가면서,

정호 인상이 저녁 때 모임 있다죠?

태우 네사모님두 참석하십니다동창분들 자제 들이라.

정호 대강 때우구 들어오라고 해요들뜨기 전에 신림동 그 친구 붙여서 시험 준비 시작해야지.

태우 알겠습니다.

어느 식당 밀실..

 

-정호가 백대헌을 맞아 들인다.

 

백 이런내가 미리 와 있어야 하는 걸또 선수를 놓쳤구만.

정호 무슨 말씀을요.

백 좋은 소식 들리던데.

정호 네뭐 학부는 무난히 붙었습니다...앉으시죠.

 

-백대헌 먼저 앉고정호가 따라 앉아 손 닦으며 이야기 계속.

백 쪼끔 아쉽긴 하겠어법대가 없어지면서 부자 동문조손 동문이 확 줄었다는데.

정호 그러게 말입니다.

백 사시 한번 시켜봐마지막이 217년인데도전할 만 하잖아굳이 로스쿨 또 갈 거 없이.

정호 네그러지 않아도 본인이 해보겠답니다제 깐엔 뭔가 의무감 같은 게 있는지.

백 어이구기특하네...아들을 아주 잘 키웠어.

정호 감사합니다.

 

정호 집 현관.

 

-선숙이 구두를 꺼내 놓고연희와 인상구두 신는다인상은 선숙이나 연희와 눈 마주치지 않으려는.

선숙 대표님 열시 반쯤 들어오신답니다.

연희 우린 그 전에 들어 올 거예요...(인상에게)샤워 하면서 비누가 들어갔나눈이 왜 빨갛지?

인상 괜찮은데,

선숙 다녀 오세요.

인상 네.

 

식당 밀실.

정호 (차를 따라 준다)식사 전에 용건부터 말씀드릴까요?

백 그럽시다.(은밀)개각 범위가 결정 됐다지?

정호 네외람되게도 제가 미리 알게 됐네요.

백 외람되다니자네는 이미 핵심 중의 핵심이야.

정호 당치 않습니다저희 한송에 워낙 경륜이 뛰어난 분들이 많다보니 본의 아니게 고위직 인사에 관여하게 된 거죠.

백 뭐 사실대한민국에 한송만한 인재풀이 또 없지. (본론)그래,인선두 끝 났나?

정호 네우선 장관급 3개 부처 경질입니다기재 윤병환교과 안명택,외통 유경호,

백 무난하네.

정호 나쁘지 않죠.인사청문회두 순조로울 겁니다.

백 그래...(끄덕이다가)그 위총리급은?

정호 네선배님은 잠시 쉬시는 걸로.

백 ()최단명 총리가 되겠구나예상은 했지하마평도 무성했고.

정호 송구스럽습니다.

백 자네가 왜...그래내 후임은 누구야.

정호 건 좀 의외라구 하실 것 같네요.

백 그래?(누구길래유력 후보가 셋이던데,

정호 그렇죠.

백 보자...물망에 오른 셋 중에,1번은 부인 명의 부동산,2번은 아들 병역 문제가 걸릴 터이구그러면 3윤상헌이네?

정호 거기는 외양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쪽으루 결론이 났습니다.

백 그러면,

정호 후임 총리는송원영 선배님이십니다.

백 (?...)

정호 (강조하듯 조금 끄덕)

백 여론,괜찮을까전임 정부 때 그 껀두 아직 소송 중인데?

정호 무관합니다.참고인 진술 하신 거,그게 다였어요.

백 (손수건 꺼낸다)불사신이네.

정호 (미소)

백 (이마를 닦는다)거기,한송이 터가 좋은 모양이야송선배가한송 고문직이 마지막 직책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잘 할 거야.경제통이니까.

정호 선배님두 권토중래 하셔야죠.

백 내가 무슨낚시나 하면서 회고록이나 써야지.

정호 아직은 이르죠기회가 또 올 겁니다그때까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백 (?!)

정호 한송 고문직으로.

백 나는 인제 효용이 없잖아.

정호 그런 말씀 마세요역대 총리 중 유일하게 대법관 출신이십니다.(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백대헌의 앞에 반듯하게 놓아준다)송 선배님 빈자리 채워 주십시오계약 조건입니다.

백 아니뭘 벌써 만들어왔나, (돋보기 꺼낸다.손이 막 떨린다)이것 참, (돋 보기 걸치고 들여다본다...)

한 (미소 띠고 바라본다)마음에 드시면 좋겠습니다.

 

-서류에 적힌 계약 조건.연봉(5)을 비롯개인 비서,전용차,기사 제공 등에 관한 조항들.

백 (기대 이상)어이구 이런...내가 밥값을 할 수 있으려나.

정호 미흡하나마 저희 한송 구성원들이 뜻을 모았습니다길잡이가 돼 주셔야죠.

백 (감격)최선을 다 할게뭐든 말만 해요.

정호 식사 하실까요?

백 그래 그래,

정호 (벨 누르고)

 

형식 가게.

 

-컴퓨터 화면에 엘피바’ 검색 결과 떠 있고,

 

형식 (전화)알아냈어?!...근데 뭐하러 와길두 미끄러운데!

 

근교 국도.

 

-달리는 승합차.

-차 안운전석의 진애통화하고 봄은 창 밖.

-봄의 목에 진애가 마저 뜬 목도리.

 

진애 살살 가구 있어요...아니 무슨 야만인이야애를 어떻게 냉돌에 재워봄이가 고아야?...엄마는 오빠 집에 내려 드렸구우린 방금 자유로 탔어그런 줄 아시고봄이 방에 불이나 넣어 줘요(끊는다).

봄 엄마 쫌 쎄다...

진애 도착하기 전에 다시 한번 묻자이름이 뭐야?

봄 ...

진애 형제는.

봄 여동생 하나.

진애 부모님은 뭐하셔?

봄 자영업.

진애 성격은?

봄 한마디로 설명 못해.

진애 전화 번호.

봄 몰라.

진애 왜 몰라?!

봄 애 놀래...

진애 그래,미안하다.

봄 (배 위에 가만히 손)

진애 놀아?

봄 어...(혼자 미소)

진애 (에혀)

호텔 와인 바.

-왁자지껄 웃음 소리반쯤 오픈된 밀실.

-연희와 인상영라현수소정민재재원이 둘러앉아 샴페인과 요리 들면서.

-인상은 봄이 생각에 울고만 싶은데 억지 미소.

재원 날 봐부모를 배신해야 어른이 돼요그래야 서로 진짜 배려를 할 수 있다고.

소정 너는 무슨애들 축하한다구 나오래더니,

연희 새겨 듣겠지 뭐.(인상들에게)그치?

영라 아저씨가 괜히 쿨한 척 하는 거야.

재원 됐고솔직히 니들 지금 재미없지?

민재 없죠.

현수 맞춰드리는 거예요.

인상 (탁자 아래 핸드폰 만지작)

연희 어른들 자리에 동석해 버릇 해야지재미가 있건 없건.

소정 그러면서 애티튜드가 몸에 배는 거다.

영라 놀아두 여기 정도에서 선을 지켜아저씨가 멤버쉽 주실 거야.

현수 아진짜.

재원 자,내가 정리한다니들 즉시 나가서 너희끼리 놀고,

민재와 현수 오오,

연희들 (재원에게)!

재원 모친들은 내 방에 올라가 담소나 좀 나누고,

민재현수 (일어서며)감사합니다!

 

-인상도 엉거주춤 서고연희들도 가방이며 쇼올 따위 챙겨 든다.

 

영라 민재랑 인상이우리 현수 곱게 모실 꺼지?

민재 얘가 젤 선수예요.

현수 내가 뭘.

연희 활달하구 좋지 뭐.

영라 어난 내숭은 질병이라구 봐.

소정 과하다 싶으면 인상이가 제동 걸 거야그치?

재원 탈선을 하라고탈선을.

인상 (예의 바른 웃음)

 

동 로비.

 

-민재와 현수그 뒤 민재가 지하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올라와 출입구 쪽으로.

 

현수 거기 별로야.

민재 왜젤 핫한데아는 애들 많이 오구.

현수 (작게)우리 오늘 인상이 술 멕이자.

민재 오오,

인상 (멍하니 뒤따르다가 핸드폰 본다?...선다)

주영 소리 서 봄현 주소지 찾았다아까는 양비서님이 보고 있어서 거절했어.

 

-현수와 민재돌아본다벙하니 서 있는 인상.

 

민재 너네 차 타구 나갈까?

현수 얘!

인상 어?!

현수 뭐 해.

인상 (급히 다가가는)너희끼리 가나 누구 좀 만나야 되거든?

현수 뭐?

민재 친구 누구,

인상 있어만나구 그냥 집으루 갈게. (출입구 향해 뛰어 가는)우리 차 타.

민재 아뭐야.

현수 저런 병(),

 

호텔 현관 앞.

 

-인상택시에 타고,

재원 방.

 

-재원연희들에게 술 따라준다연희의 잔은 이미 채웠고소정과 영라의 잔에.

-다들 편안히 구두 벗고 길게 앉은.

-값비싼 피규어들 즐비하다(재원의 취미)

 

재원 감개가 무량하네내 초딩 동창들이 조로록 애 낳아서또 다 친구로 키워서,

영라 (잔 받침 잡으며)땡큐.

재원 (소정의 잔)거기다가 나란히 최고 스펙 얹어 주구 말이야애 썼다돈이 다 한 거지만.

소정 말을 해두.

연희 품격과 내용은 돈만 가지구는 안되지.

영라 인상이 사시 한다며?

연희 응?

소정 나두 들었다신림동 스타 강사 교섭 중인상이한테 개인 트레이너 붙여줄려구.

재원 진짜?

연희 (짐짓 웃음)미안내가 니들 정보력을 깜빡했네맞아우리 계획은 그래.

재원 애 죽는 꼴 볼려구 작정을 했나마지막 사시까지 4년 밖에 안 남았어나두 아버지 땜에 그거 하다 인생 조졌는데요즘 시대에 너네 애들처럼 자라가지구 그짓을 어떻게 해내겠냐솔직히 법학원외교원이 왜 생겼겠어.

영라 물려는 주고 싶은데자식들이 아빠만큼 못따라 주거든.(구두 벗은 발 스툴에 얹는다)내가 좀 꼬였나?

재원 뭐가 꼬여맞는 말이지.

연희 둘이 편먹었어?

영라 편이 아니라견해가 같은 거다.

소정 (연희에게)학부 여유 있게 다니라 그래그냥 로스쿨 보내라성적 공개 없이 로펌 내부 추천으로 뽑는다며.

연희 왜들 이래억지로 시키는 거 아냐...인상인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어할아버지아버지그 뒤 잇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영라 아니가 그래서 지심여사 불렀나보다인상이 잘 돼라구그치?

연희 무슨홍선생이 근처 왔다면서 같이 들렀던 거야.

소정 부적 했어?

재원 그거 나도 좀 하자애인 좀 생기게.

영라 얘는 절대 소개 안해 줘좋은 건 저만 하지.

연희 우린 그런 거 안 해...법리를 다루는 집안에서 어떻게 미신을 믿을 수가 있어.

영라 천하게그치?

소정 그 사람이 좀 비싸다며.

재원 얼만데.

연희 모른다니까?

영라 (퍽이나)

 

-연희 전화벨.

-연희 황황히 가방 집어 전화기 꺼낸다.뭔가 딸려나와 떨어진다.

재원 얘기 들어보니까 뭐 입시 컨설팅이랑 그런 거랑 또 연계를 한다며.

연희 (일어나 저 쪽으로 가면서 통화)인상아...?.........

영라 (연희를 힐끗 보고는 바닥의 부적 집어 대롱대롱 들어보인다)

소정 어머연희 꺼야?

영라 고품격 코메디.

재원 어디 한 번 줘 봐.

연희 (통화)그래서 지금 어디야?

 

형식 가게 앞.

 

-골목 어귀인상이 택시에서 내리며 통화.

 

인상 시낸데요좀 이따 집으루 바루 갈게요.........(끊는다)

 

-인상핸드폰과 철대문 번지를 번갈아본다맞는데...이층 올려다본다.

-철식이 가게에서 내다본다.

 

철식 어디 찾아요?

인상 (화들짝)

철식 밤에 초행길인가본데,

인상 저여기,

철식 (나온다)글쎄 거기 누구,

인상 여기 사세요?

철식 살지는 않고여기 사는 사람 혈육인데?

인상 네?

 

-형식이 내다본다.

 

형식 뭐냐?

철식 아니이 학생인지 총각인지가,

형식 (아래 위 보다가추운데 괜히 배회하다 신고 당해날 밝으면 다시 오던가 해요.

인상 죄송합니다...

형식 (들어간다)올라가 있으께.

철식 어오나보네.

형식 (다시 나온다)

 

-승합차 다가온다.

-차가 서고철식이 차 문을 연다.

-진애가 내리고 철식이 봄을 잡아준다.

철식 야서 봄,..

 

-옆집 기웃거리던 인상돌아본다봄은 차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봄 작은 아빠...

철식 됐어 됐어...들어가.

 

-봄이 멋쩍은 듯 형식에게 다가간다.

 

봄 (두 손 공손히 모으는)아빠...

형식 (꿀꺽 삼키는)왔어?...

봄 어...

 

-이층에서 누리가 내다본다.

 

누리 야서 봄,

 

-두어 집 건너를 기웃거리던 인상이 휙 돌아본다.

 

봄 언니.

누리 빨리 들어와.

봄 어.

진애 (봄과 형식을 민다)들어가서 얘기해.

 

-인상봄이다...벙하니 서 있다.

-다들 대문으로 들어가고,

-철식이 뒤따라 들어가려다 인상을 본다.

-인상스적스적 다가간다.

 

철식 안갔네못찾았어요?

인상 저기좀 전에,

철식 말을 해봐요...

인상 서 봄,

철식 엉?

인상 서 봄맞는지,

철식 너냐?!

인상 네?

철식 봄이 그렇게 만든,(아오이 자식),암튼봄이 찾아 왔다 말이지?

인상 네...

철식 (진정.또 진정)따라와.

대문 안 통로.

 

-비좁게 따라가는 인상.

-현관문 여는 철식.

 

형식 집 현관.

 

-철식이 들어서서 한켠으로 서며신발 벗는다인상에게도 눈으로 거기다 벗으라고.

 

진애 소리 잠깐 앉았다 가요봄이랑 오랜만인데.

인상 (올려다 본다)

철식 그게 아니라지금 손님 올라가요봄이 찾아 왔다는데?

 

동 거실.

 

-다들,???

-계단 올라오는 철식과 인상.

진애 뭐뭐야누굴 찾아와?

철식 서 봄.

봄 (인상을 보자 헉입을 막는다)

인상 (역시 헉둥실한 배!)

누리 (봄에게)쟤야?

형식 (일어선다)너냐?

봄 (글썽)...

인상 (얼이 빠진),,(뱃속의 그거내꺼?)

봄 (끄덕)

형식 에라이나쁜,

 

-형식이 인상에게 달려들자 철식이 형식을 가로막아 안아버린다.

 

형식 놔이눔으 자식내가 그냥,

철식 냅둬요왔잖아.

진애 어떻게 왔어요?

인상 네저기,

누리 그동안 정말 몰랐단 말야?

인상 네,

봄 있어봐봐, (인상에게너 임신)알구 왔어?

인상 모모르겠어,

형식 (철식에게 잡힌 채)뭘 몰라 자식아!

철식 앉아요앉아서,

형식 저런 눔은 그냥 두면 안돼!

봄 아빠쟤랑 얘기 좀,

진애 그래요,

철식 앉읍시다(형식을 억지로 앉히고)

형식 (씩씩 노려본다)

진애 (인상 손을 잡아 끌며)얼른 절해,

인상 네?

진애 얼떨결에 해그냥!

누리 빨리,

인상 (봄을 본다)

봄 해.

 

-인상형식 앞에 황황히 엎드린다.

 

형식 누가 받는대!

인상 (엎드린 채 덜덜)

철식 아그만편히 앉으라구 해요.

진애 그래다 앉어봄이두, (인상 손 잡아 앉히는)너두,

형식 넌 안돼서 있어!

인상 (선다.덜덜)

진애 아유 그만 해...우리 다 그렇게 기다렸는데...

인상 그냥서서말씀드릴게요어떻게 된 거냐면,봄이를,사랑해서 생 긴 일입니다.,그때두 사랑했구,,지금두 사랑합니다.책임 지겠습니다. 결혼 하겠습니다.

누리진애철식-(?!)

인상 (나 지금 뭐라는 거야?)지금 당장 봄이랑 저희 부모님 뵈러 갈게요봄이 인사 시키고다 말씀 드릴게요.

철식 이 사람 너무 정신 없네,

인상 (봄을 보고는)아닙니다정신 있어요그동안 몰랐었고오늘 알았고봄 이랑 헤어지기 싫고,

형식 그래?

인상 정말입니다.

 

-모두 형식의 입을 본다.

형식 그럼지금 가.

인상 네?!

형식 너희 집에 가라고같이?

인상 (큰일 났다)

진애 이 밤중에 무슨 인사를 가요.

형식 간다잖아.

철식 말이 그렇단 거지.

형식 (버럭)얼른 안가?

인상 (찔끔),

형식 봄이 옷 입구누리 택시 불러.

진애 여보애들을 이런 식으루 대하믄 안되지.

철식 그러게요,

누리 가라 그래요집이 미국두 아니구 부산두 아닌데진심이기만 하다면.

봄 (인상을 본다진심이야정말 그렇게 할 수 있겠어?)

인상 (마구 끄덕인다)...

누리 (전화)콜택시죠?..여기 용산구 삼각지,

봄 (진애에게)너무 걱정하지 마인사 잘 하구 올게.

철식 그럼 됐어.

 

가게 앞.

 

-택시가 떠나고 진애와 누리철식이 바라본다.

-택시 안의 봄이 얼핏 돌아본다진애끄덕여보인다.

 

철식 난 이만 자러 가야겠네.

진애 그러세요.

누리 가세요...

 

-철식가고누리와 진애는 좀 더 서 있다.

 

큰 길.

 

-골목에서 나오는 택시.

-인상창밖 보는 채로 더듬어 봄의 손을 잡는다눈물이 곧 떨어지겠다.

 

봄 (본다...)괜찮어?...

인상 어...(눈물 뚝)

봄 (기사에게)아저씨저희 얘기 좀 해야 되는데요,

기사 내린다고?

봄 아니요어디 좀 세워주시면 차 안에서,

기사 그럽시다.

 

-유턴 차선으로 들어서는 택시.

 

한강공원.

 

-택시가 다가와 선다.

 

기사 둘이 얘기 할 동안 나 국수 한 그릇 먹고 와도 되겠어요?

봄 네...

기사 대기요금 만만치 않을텐데.

인상 괜찮아요.

기사 (내린다)혹시 추우면 히터 더 올려요.

봄 감사합니다.

 

-기사가고,

-고개 돌린 채 눈물 뚝뚝한참손등으로 눈물 닦는다.

봄 얘기할 거 무지 많았는데.

인상 (바로 보지 못한다)만져봐두 돼?...

봄 (파카 앞자락 조금 열어 준다)

인상 (선뜻 대지 못하다가 얹는다)

봄 (외면또 글썽)자나부다자주 움직이는데.

인상 (손 얹은 채 숨죽인)

봄 발차기 하면 말해주께그때 다시 만져. (창 밖)

인상 (손 걷어들인다그 손을 만지작...간신히)나는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상상이 안돼그냥 너무 미안하구미치겠구...

 

-파카 주머니에서 지갑 꺼낸다지갑에서 카드 두장 꺼낸다얼핏 본다.

-‘고운맘 카드’ ‘맘편한 카드

봄 지원금 카드야이건 애기 가진 여자들 다 주는 거구이건 18세 미만 청소년 임산부한테만 줘... 더 큰 사고 낼까봐 챙겨주는 거래...병원두 다니구비타민 사먹구 그러라구...신청하러 갔더니 생일 지나서 안된다구 하는 걸 생긴 날루 계산해야 한다구 막 우겼지.

인상 혼자서?

봄 (카드 만지작)....

인상 (억장 무너져 외면)

봄 (눈물 닦으며 조금 웃음)근데...

인상 (본다)

봄 너 그때분명히,

인상 어...분명히 썼지...

봄 불량품이었나봐.

인상 어...아니면 나란 놈이 사용법을 몰랐거나.

봄 대학생 기숙사라 서랍에 그냥 막 들어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랬는데.

인상 그 얘기 하지말자후회하는 거 같잖아우리가 좋아서 만들어놓구.

봄 후회는 되더라.

인상 (울음 삼킨다)

봄 애기가 이쁘긴 하지만...힘들었어너무너무.

인상 (,)내가너를혼자 뒀어아무 것두 모르구,

봄 됐어...만났는데 뭐...

정호 집거실.

-연희가 현관 쪽에서 들어오고 그 뒤 선숙.

선숙 같이 들어오시는 줄 알았는데요?

연희 좀 늦나봐요.

 

-이지가 2층에서 내려온다.

 

이지 오빠는?

연희 하루 정도 풀어 줘야지좋은 날이잖아?

한강 공원.

 

-차 안봄과 인상둘 다 소리 죽여 우느라 먹먹해진 코붉어진 눈.

봄 부모님어떤 분이셔?

인상 (후우좀 무섭지)

 

연희 파우더 룸.

 

-연희거울 바짝 들여다보며 아이크림 바르고 선숙이 들여다본다.

선숙 서재로 바로 들어가셨어요.

연희 알았어요.

정호집 서재.

 

-태우,정호의 책상 위에 두툼한 서류들 반듯하게 놓는다옷 갈아입은 정호가 들어온다.

 

태우 인사청문회 자룝니다유신영 변호사가 일차 검토했구요미팅은 아홉시.

정호 (책상 앞에 앉으며)그 전에 조찬몇 시죠?

태우 네일곱시 반.

정호 민주영한테 부탁한 건 아직인가인상이 트레이너.

태우 아직 확인이 안된 게 하나 있답니다중국 체류 기록이 있어서요.

정호 수고했어요퇴근해요.

태우 네,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태우,목례하고 나가고정호서류 본다.

-연희가 침실 쪽 문으로 들어온다한약 그릇과 물컵편강 두어쪽이 얹힌 쟁반.

 

연희 들어왔어요?

정호 어,

거실.

 

-태우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잡지를 넘긴다박집사가 식당에서 내다본다.

 

박 퇴근 안하시나?

태우 주니어 들어오는 거 보구요.

 

정호 서재.

-정호가 물 마시고 연희가 편강 접시를 받쳐든다흡족한 날정호편강 한 쪽 집어든다.

 

연희 또래들이랑 같이 있는 거 보면인상이가 확실히 달라요처신 같은 게... 영라 딸소정이 아들걔넨 그냥 다 요즘 애들이거든.

정호 밥상머리 교육에서 갈리는 거지.

 

-앉는다.

연희 홍선생이라구 알지우리 중매 선 양반.

정호 뭐라는데,

연희 성북동에서 인상이 좋게 보신대요.

정호 실속 없어거기...재력은 3대 이내관직은 현직이라 해도 장차관 정도 로는 곤란해전직은 더 말할 것두 없구.

연희 어머나두 전직 딸인데나 이래뵈두 어머님이 고르구 고른 며느리야.

정호 사람 참,그 시절 전직하구 요즘 전직하구는 달라당신두 잘 알텐데 왜.요즘은 직급이니 재산이니 뭐니 다 에스컬레이팅 돼서 도무지 변별이 안되잖아.

연희 그렇게 몇 안되는 데서 어떻게 골라?

정호 (손끝으로 정수리 두들기는)아직 시간 있으니까 심사숙고 합시다우선은 공부에 최대한 집중하는 걸로.

연희 공부야 인상이가 하는 거구우린 우리대로 알아봐야지... 어머당신 탈모신경 쓰이나봐.

정호 (슬몃 손 내린다.멋쩍은)어어,

연희 어디,(일어나 정호 머리숱 들여다보는)

정호 아예 심을까?

연희 (헤쳐보는)아직은 괜찮아맛사지 좀 해줄게아로마 오일 좋은 거 있어.

 

형식 집.

진애 그냥 따라 갈 걸 그랬나?

누리 (젖은 머리 말리면서)그건 또 아니지그쪽에선 당사자 혼자 왔는데 우리 쪽에서만 우르르 몰려가?

형식 봄이가 당당하게 인사하구그런 담에 지들이 와서 고개 숙이구그게 순서야꿀릴 게 없어.

진애 누가 꿀린대?

한강 공원.

 

-기사가 택시 향해 다가가고인상과 봄이 내린다.

 

기사 얘기 다 했어요?

인상 네,화장실,

-기사는 택시에 타고,

-봄은 화장실 들어간다.

-인상엉거주춤 서서 기다린다.

-검은 강물 출렁인다.

-인상두려움에 휩싸이는.

-화장실에서 나온 봄이 택시 쪽으로 가려다가 문득 돌아본다.

-인상이 덜덜 떨며 둑을 타고 강물 향해 내려간다.

봄 (더럭 겁)뭐 해...

 

-,다가가는데,인상이 둑을 타고 내려간다.

 

봄 야...(달려간다)한인상...

-인상강물에 발을 담그는가 했더니 얼른 뺀다.다시 한번...

-둑 위의 봄치민다저게!

-인상,또 발을 반쯤 담갔다가 빼는데,봄이 씩씩거리며 둑 타고 내려온다인상,당황.

 

봄 야 이 비겁자야그 정도루 되냐?

 

-,인상보다 먼저 물 속으로.

 

인상 어어어,

봄 죽을래믄 이 정도는 해줘야지!!!

인상 어어어,

 

-당황한 인상따라들어간다물속에 잠기려는 봄의 어깨를 나꿔채 끌고 나온다둘 다 흠뻑 젖었다이빨 덜덜 떠는 봄.

 

인상 너 정신 있어이 몸이 니 몸이야그러다 애 잘못되믄 어떡할라구!!! 니가 그러구두 애 엄마야?

봄 (덜덜덜덜)그러는 넌,

인상 (윗도리 벗어 봄의 배를 감싼다)애 기절하믄 너 좋아?!

봄 빨리 차에 가추워.

택시 안.

 

-차 안기사가 히터를 한껏 틀어준다오그린 채 떠는 봄기사가 담요를 건네고 인상이 받아서 봄을 감싼다.

 

기사 아니 어쩌다가 애기들이 애기를 만들어가지고,

봄 죄송합니다.

기사 나한테 죄송할 건 없고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렇지그쯤 됐으면 살 궁리를 해야 된다고.

인상 (봄을 안은 채 마구 끄덕)맞는 말씀이예요.

봄 (중얼)인제 좀 낫네.

인상 괜찮어?

봄 어.

인상 잘못했어다시는 안그러께내가 그렇게 비겁하믄 안되는데,

봄 어.

인상 인제 나 겁 안나. (기사에게)가주세요!

 

-택시 출발.

-인상전화기 꺼내 본다.

 

 젖었잖아.

인상 된다.(전화여세를 몰아 늠름뭐라 대꾸할 틈 주지 않고 좔좔좔)엄마늦어서 죄송하구요,무사하구요지금 집으루 가구 있어요.

 

정호집 파우더 룸.

 

-연희가 통화 하면서 거울 앞의 정호에게 아로마 맛사지 시행 중.

 

연희 (전화너그럽고 화사하다)죄송할 거 없어...니가 민재 현수 말구두 만날 친구가 있다는 게 외려 다행인 걸?...?..뭐 할 얘기 있어?

 

거리택시 안.

 

인상 아니저기가서 말씀 드릴게요좀 이따 봬요! (끊는다)이제는 말할 수 있다어땠어?

봄 멋있어너 원래 그런 애였거든.

인상 저기사님저희 키스 한번만,

기사 해안 볼테니까.

인상 감사합니다.(봄의 뺨을 싸쥐고 입맞춘다)

기사 (아이고 이것들아...)

-수줍고 애틋한 입맞춤두려움 감추려다보니 더 절절하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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