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2회
풍문으로 들었소 2부.
(051022 수정)
정호 집 앞.밤.
-택시가 다가온다.대문 못미쳐 차고 앞에 선다.
-기사, 이런 대저택이라니.
-인상, 카드를 건네며 다시금 두려워진다.
-봄, 차창 밖을 살핀다.
봄 여,여기가 너희 집이야?
인상 어...
봄 너네 디게 부잔가봐.
인상 어, 아니, 몰라.
봄 그냥저냥 산다며. 아빠는 자영업에, 캠프두 기회균등자루 신청했구,
인상 그때는 너한테 잘 보일려구, (하다가 벌컥)뭔 말은 못해?! 너랑 자구 싶어 미쳐 있을 땐데!
봄 뭐?
기사 결제 됐어요.
인상 (카드 받는다)감사합니다.
-선숙이 나온다. 차 안의 봄을 보고 멈칫.
봄 (헉)너희 어머니셔?
인상 아, 아니, 엄마 비서,
봄 응?(그런 직업도 있나?)
인상 어쨌든 인제 내려야 돼.
봄 어,(급히 머리 매만진다)
-봄이 내린다. 선숙. 세상에...봄, 황망히 고개 숙이고, 뒤따라 인상이 내린다.
선숙 (인상에게)누구신지,
인상 (후덜덜)네, 저기, (봄을 한번 보고는)아빠 주무세요?
선숙 아니요,
인상 엄마는, 아,아니 이지는요?
선숙 아직,
인상 (미치겠다. 봄에게)연습 한 번 하구 들어갈래?
봄 (울고 싶다.작게)야아...
인상 (무참)맞아, 그건 또 아니지, (봄의 어깨 감싸안고 대문으로)
봄 제발 떨지 마...
인상 (봄의 어깨 꽉 잡으며 덜덜)안 떨어. 진짜야.
-선숙, 벙하니 둘을 보다가 급히 따라 들어간다.
현관.
-선숙이 먼저 들어서고 그 뒤 인상과 봄. 선숙이 서둘러 실내화 놓아준다.
선숙 거실에 계세요.
봄 (위압감)
침실 앞.
선숙 (노크)인상씨 들어왔어요...
침실.
-연희가 정호의 정수리를 빗으로 톡톡 두드린다.
연희 (손 멈춘다)늦었는데 얘긴 내일 하구, 올라가 자라구 하세요.
침실 앞.
선숙 그게 아니라요, 두 분 잠깐 좀,
거실.
-봄, 불안하게 앉아 있고, 인상, 엉거주춤 서 있는데,
정호 (까운 차림)야,한인상, 간만에 엄마 아빠 기분 내는데, (하다가 멈칫 서 는)
-봄, 일어선다.
-뒤따라 나오던 연희도 얼음.
인상 저기, (봄을 본다)
봄 (공손히 인사)처음 뵙겠습니다.
-정호,연희,안면 근육 경련 참으며 동시에 질문.
정호 누구,
연희 누,누구시니?
인상 (너무 떨려 이를 악물다시피)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제 여자친구,
정호, 연희 뭐?!
-식당에서 박집사와 태우,정순이 내다본다. 세상에!
-이층에서 내려오던 이지가 이어폰 빼면서 와우...
연희 니, 뭐라구?
인상 여,여자친구,
봄 서 봄이라구 합니다,
이지 대박! (급히 내려온다)봄봄이다!
정호 너, 너,
인상 저기 이건 전적으로 사,사랑의 결실입니다.
연희,정호 니 애라고?
인상 워,원래는 사랑하믄 애를 낳구,아,아니,애를 낳으믄 결혼,아니,그게 아니라,
봄 (시선 떨군 채 안타깝기만)
인상 그,그러니까 제가 봄이를 너무나 좋아해서,하, 한번만 같이 자자구,아니 그보다두,
정호 육하원칙!!
인상 저,저희는, 작년 9월 여, 토론대회에서 처음 만났고, 그런 다음에, 데이트를 하다가, 3월에, 유스 캠프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서, 사랑의 증거로,
연희 누구 맘대로!
인상 네, 저희 맘대로,
정호 정신 차려!
인상 (움찔)
봄 네, 제가 말씀,
다들 (본다)
정호, 연희 (적의로 이글이글)
봄 (있는 힘을 다해 차분하게.하지만 그래도 떨린다)저희가, 수능 때까지 만나지 말자, 약속을 하구 보니까, 헤어지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 큰 실수를 했어요. 참았어야 했는데,
인상 네,마,맞아요,제가 참지를 못하구,
봄 저두 같이 못 참았,
연희 뭘!
정호 왜!
봄 (인상을 잡으며 기댄다.쓰러질듯)야, 나,
인상 (놀라)화장실?
봄 (하얗게 질려 주저 앉는다)아니, 막, 이상해.
인상 (따라 앉아 봄의 어깨 안는)뭐가,응? 뭐가? (하다가 헉)
-봄이 앉은 자리 흥건.
정호 (???미간 좁히는)
인상 이,이거 뭐야?
봄 터졌나봐.
-연희가 입을 막고, 정순이 봄에게 달려간다.
정호 뭡니까!
정순 뭐겠어요. (박집사에게)당신 큰수건 좀 갖구 와요, 담요랑!
박집사 어,(급히 돌아서고)
선숙 이봐요,예정일이 언제길래!
봄 다,다음달,(하다가 인상의 옷자락을 그러쥐며 비명 내지른다.통증과 공 포)어어어.
정순 어떡해,애가 도나봐요!
연희 (주저앉는다)
선숙 사모님, (연희에게로)
정호 데리구 들어가요!
이지 (봄을 들여다보며)119,아저씨 119!
인상 빨리요!
-태우, 전화기 꺼내고,
-연희, 선숙 부축 받아 방으로.
-박집사가 수건과 담요를 들고 뛰어온다.
-정순이 수건을 봄의 치마 아래 넣고, 박집사가 담요를 펴서 가린다.
-정호, 관자노리에 손을 대고 눈 감는다.
정순 쪼끔만 참아요,구급차 올 거예요,
봄 (숨을 몰아쉬며)누,눕구 싶은데,
인상 어? 그래,누워,누워,
이지 침대에 눕혀야지.(뭔지 모르게 신이 난 것 같다)
침실.
-선숙이 연희를 침대 끝에 앉힌다.
연희 저게,저게 인상이 애라고?
선숙 그런가봐요,
거실.
-인상과 박집사가 봄을 안아들고 침실로. 혼미한 봄은 인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뒤따라 정순과 이지.
-정호, 소파 등받이 짚고 섰던 정호가 휙 돌아본다. 냉정을 찾았다.
침실.
-봄과 인상들이 들어온다.
-벌떡 일어서는 연희. 어딜 감히.
인상 엄마 좀 비켜 줘요!!! 얘 누워야 돼!
이지 이거 진짜 대박,
-이지가 침대 커버를 확 걷고 이불도 걷는다.연희,얼결에 내려 서며 입만 벙긋 거릴 뿐,말이 안나오는데,박집사와 인상이 봄을 침대 위에 눕힌다. 정순과 이지가 거든다.
인상 아저씨,살살이요, 살살,
봄 인상아.
인상 어, 얘기해,
봄 저기, 인터넷, 가정출산,
이지 가정출산! (뛰어나가고)
-연희, 벙하니 바라보다 비칠 돌아선다. 선숙이 구경하다가 얼른 따라 나간다.
손님 방.
-선숙이 연희에게 안정제를 먹이고, 정호가 문간에 서서 보다가 돌아선다.
선숙 이 방으루 모셨어요. 아무래두 좀 시끄러울 거 같아서.
정호 정신 바짝 차려.
정호집 침실.
-봄의 울음 섞인 비명 속에, 인상이 겁에 질려 애원하고, 미순은 봄을 어깨 끌어안은 채 진땀.
봄 엄마!!!
인상 어떻게 좀 해 보세요,
정순 아우,미치겠네,
봄 방안 좀 어둡게 해줘.
인상 어,
-인상이 침대 맡의 조절기를 돌려 불빛 낮추고, 이지가 태블릿 들고 급히 들어온다.
이지 (화면 터치 하면서)가정출산, 초산,
봄 으허억!
이지 (태블릿 보면서)방안을 어둡게,
인상 그건 됐고,
봄 진통 간격,
인상 시간 재!
봄 으으으...
손님 방.
-선숙이 연희의 양쪽 귀에 귀마개를 꽂아준다.
현관.
-태우가 급히 들어온다.
태우 119 들어옵니다!
거실.
정호 (급히 현관 향하며)음악 틀어!
태우 네, (리모콘 집어 버튼)
현관 어귀.
-정호가 거실에서 나온다.
-고음의 이중창과 봄의 비명소리 뒤섞여 들리고,
-현관 문 바깥쪽에 구급대원 둘이 서 있다. 박집사는 그들을 막다시피 문 안쪽에 서 있고,
정호 (정중한 사과의 미소)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응급상황이 종료 돼서,
대원1 산모가 벌써 출산을 했나요?
정호 아, 아닙니다. 산모가 아니구요,
대원1 네?
정호 착오가 있었나본데, (또 강조)산모가 아니라! 집사람이 부정맥 증상으로 잠깐 놀랐어요.
박집사 (감 잡는다. 은폐!)
대원들 아아,
정호 이렇게 기민하게 와주시다니,정말 놀랍구 감사합니다. 곧 찾아뵙구 인사 드리겠습니다.
대원1 아니 뭐,
박집사 (어서 나가시라는)네,가셔도 됩니다.
침실 앞.
-정호, 정순, 박집사,
정호 애 받을 수 있겠어요?
정순 그런 걸 언제 해봤겠어요.
정호 보안상 아무나 부를 수 없는 일이라,
봄 소리 엄마!!!!
정순 (침실로 뛰어 들어가며)방수포 소독하구 가위랑 집게랑 다 끓여요, 팔팔.
박집사 어,(주방으로)
정호 (얼굴 쓸어내린다)
연희 침실.
봄 (가쁜 숨 몰아쉬는)저, 여기서 낳아요?
정순 네.
이지 집에서 낳는 사람 꽤 있어요. 침착하게 하면 된대. 후기에두 써 있어.
인상 아무 걱정 하지 마. 내가 지켜주께.
봄 헉헉, 블로그, 똘배 엄마 블로그 찾아봐요. 젤 자세히 나와 있어요.
이지 네,(바삐 자판)
거실.
-태우가 소파 옆 바닥의 핸드폰 집어들고
-정호가 침실 쪽에서 통화 하며 나온다.
정호 (통화)일단 저희집 아주머니가 봐주구는 있는데요...아, 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네.(끊으면)
태우 (정호에게 핸드폰 보인다)
-인상의 핸드폰. 전화가 들어오고 있다. ‘서봄 아버님’ (아까 봄의 집에서 나오기 전, 형식의 겁박에 번호 저장했다)
태우 저, 저쪽, 아버님인가본데요,
정호 (미치겠군)
태우 받을까요?
정호 (서재로 가며)아냐, 끊어지기 기다렸다 문자로 답해.
서재.
-정호와 태우가 들어온다. 태우, 엉거주춤 인상의 핸드폰 든 채로 문 닫는다.
-기괴한 소음이 낮아지고
정호 예의를 갖춰서! ‘한인상입니다. 바로 연락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만, 따님이,
태우 (부르는대로 문자 찍다가)저기,인상씨 관점으로 써야,
정호 그렇구나, 이름이 뭐랬죠?
태우 봄, 서 봄,
정호 봄이가,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 깨우지 말고 재우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양해해 주신다면’
태우 (부지런히 찍고)
형식 거실. 밤.
-형식과 진애, 누리(그 사이 말끔히 씻고 코팩을 붙였다), 문자 본다. 태우가 인상의 전화기로 정호의 지시에 따라 찍어보낸.
형식 잔다고?
누리 어떻게 잠이 오지?
진애 (불안하고 걱정스러운)잠이 많을 때이기는 해.
누리 그 집에서 편하게 대해줬나?
진애 제발 그래줬음 좋겠네.
누리 자세는 돼 있는 거 같애. 문자 또박또박 쓴 거 보면. 아까도 뭐, 애가 얼뗘서 그렇지 막자란 거 같진 않던데.
형식 이쯤 됐으면 부모가 직접 통화를 하는 게 예의지, 어떻게 답전을 달랑 문자로 하나.
정호 집 침실.
봄 (헉헉)또,또,
정순 아이고,
인상 야아...(봄의 손 잡는다)
이지 우와, 3분 간격이야,
봄 (숨이 턱에 걸려)인상아, 등 뒤에서 나를 안어.
인상 (침대에 올라가 봄을 등 뒤에서 안는다)이렇게?
봄 어, 그리구 나랑 같이 숨 쉬어. 네 박자씩.
정순 그래그래,
봄과 인상 후...하...후...하...
이지 하나, 둘, 셋, 넷,
봄 아악,
거실.
-이지가 뛰어 나오며 외친다.
이지 애기 문이 이만큼 열렸대요!
-식당 쪽에서 뛰어나오는 박집사.
손님방.
이지 소리 머리가 보인대요!
연희 (귀마개 빼면서)뭐래?
선숙 머리가,
정호 서재.
정호 (나가며)끊고 침실 문으로 나가며)법리 검토 좀 해 봐.
태우 형법 304조는 이미 폐지됐,
정호 글쎄 그러니까 다르게 접근해야지!
태우 알겠습니다.
손님방.
연희 병원에 안 보냈어? 내 집에서, 내 방에서 낳는단 말야?
정호 침착해. 우리 아들이 만삭의 임산부를 데려 왔고, 출산이 임박했다, 지금 그런 상황이야. 거기까진 인정해야 돼!
연희 저 애를 봐! 행색이나 뭐나, 도무지 인상이랑은 만나질 수가 없게 생겼잖아! 스칠 수두 없게 생겼잖아! 누구 앤지 어떻게,
선숙 (연희의 손을 주무르며)진정하세요.
정호 긴지 아닌지는 그건 사후 처리 과정에서 밝혀질 거고, 우린 단지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한테, 인도적인 차원에서 선의를 베푸는 거야. 만에 하나, 법적으로 모종의 인과관계가 성립이 됐을 경우에 대비하자고! 물심양면 하자가 있어서는 안돼. 융숭히 대접해!
연희 어떻게!
정호 자, 나와. 정신 차리고.
침실 앞.
-정호, 연희 데리고 나온다.
-박집사가 주방 장갑 낀 손으로 큼직한 남비 들고 서 있다.
정호 당신이 갖구 들어가요.
연희 뭐길래,
박집사 가위랑 집게랑 소독한 거,
정호 말했잖아! 일단 우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응?
연희 (울고 싶어)
연희 침실.
-방수포 깔린 침대 위, 탈진한 봄,눈을 감은 채 거친 숨 토해내고 인상이 봄의 뺨을 두들기며 봄을 깨우려.
-크고 작은 수건과 시트가 켜켜이 쌓여있다.
인상 잠들면 안돼!
정순 클났네,힘 줘야 되는데,
인상 서 봄!
이지 (태블릿)잠깐 잠깐, 여긴 또 이렇게 나와 있어,아예 잠깐 재우는 게 좋다구,
-연희가 선숙이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온다.남비를 들고.주방 장갑 낀 손.선숙이 뒤따라 들어와 문을 닫는다.
인상,이지 (뜻밖)엄마!
정순 아이구 사모님이 손수,(침대에서 내려오려)
연희 괜찮아요, (남비를 협탁 위에 놓고)상태가 어때요?
정순 잘 하다가 탈진했네요.
연희 순산해야 할텐데.
인상 (진심으로 감격)어,엄마, 고맙습니다,
연희 사람이 할 도리는 해야지.
정순 그럼요,
봄 으허어억,
이지 깼다!
인상 봄아!!!
정순 (새삼 봄의 양 다리 그러잡는다)다시 한번!
이지 힘!
정순 한번만 더하믄 나오겠네!
인상 한번만 더!
정순 수건 좀 물려요. 혀 깨물지 않게.
-선숙, 얼결에 수건 집어 봄에게 물리려. 봄, 고개 돌려 피한다. 연희, 입을 막고 뒷걸음질.
봄 (헉헉)인상이 너,너,애만 나오믄 봐,가,가만 안둬,
인상 알았어, 니가 시키는대루 다 할게. 죽을 때까지 너만 사랑할게.
미순 자, 마지막!
이지 화이팅!!!
인상 서 봄 화이팅!!!
봄 (인상 때린다)나쁜 놈아...
인상 (머리를 들이대준다)어, 때려, 더 때려,
이지 아싸,
-연희, 나간다.
영라 집 현수방. 새벽.
-방금 귀가한 현수, 까운 차림의 영라, 들어온다.
영라 여태 같이 놀았어? 인상이두?
현수 (핼끔)어,
영라 재밌었어?
현수 (소파에 털썩)후아, 갈증나, (인터폰 집는다)아줌마, 밤 늦게 미안. 나 얼음물 좀...땡큐.(끊으면)
영라 인상인 좀 재미없지 않니?
현수 (문자하며 거짓말 술술)어. 걔 완전 꽐라 됐어. 훌륭하신 부모님 땜에 스트레스 넘 많다구 막 울구, 나한테 안기구,
영라 저런, (즐거워라)
정호 방.
-태우가 정호와 함께 컴퓨터 보고 있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 두 개 꺼낸다. 인상의 전화기에 문자 들어와 있다. ‘장현수’.
-모니터에 판례들. ‘협박에 의한 성관계’ ‘갈취 목적의...’등등.
정호 누구, 저 애 집이야?
태우 아니요, 장회장 댁 따님,(보인다)
현수 소리 나 방금 귀가. 여태 너두 같이 논 걸로 돼 있으니까 말 맞춰 라. 오케이?
정호 (불쾌)당분간 인상이 전화기 보관하고, 주변 차단해. 인상이 뿐 아니라, 다들 주의하라 일러.
거실.
태우 (두 손 입에 대고)통신 보안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정호 집 연희 거실.
-선숙, 통화 중이고, 연희, 손을 마구 내젓는다. 잔다 그래, 잔다 그래...
선숙 네, 사모님...아니요 아직,
연희 (소리없이 역정)
선숙 (미안한 듯 건넨다)
연희 (전화.순식간에 상냥 모드)어,그래...이 시간에 어쩐 일이니?
영라 거실.
영라 (통화. 연희의 부적 주머니 흔들며)인상이 괜찮나 하구.
정호 집 연희 거실.
연희 인상인 진작에 들어왔어...성향이 좀 다르잖니...공부 준비두 해야 하구,(하는데)
-봄의 비명과 함께,
침실.
인상 힘 줘!
이지 (태블릿 보면서 주먹 불끈)응가 하듯이!
정순 끄응차!
봄 (안간힘)으으으으,
인상 (함께)히이이임!
정순 쫌만 더!
이지 얼른 애기 보자!
인상 애기 보자!
영라 거실.
영라 (응?...)무슨 소리야?
연희 거실.
연희 (전화기 반쯤 막고)아냐...거실에서 누가 티브이를 너무 크게 틀었나봐.
봄 소리 아아악!
연희 어, 얘, 한대표가 찾는대. 내일 전화할게? 잘 자.(끊는다)
영라 거실.
영라 (갸웃)뭐야?...
-아기 울음 소리 터진다
거실.
-우렁차다.
-정호, 흠칫 선다.
-박집사가 주방에서 뛰어나오고, 이지는 침실 쪽에서.
이지 왔어요! 아들이야!
박집사 (활짝 웃음)아이고,
정호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심경인데)
박 축하드립,(하다가 입을 막고)
이지 (다시 침실로 가면서)아저씨,미역국이랑 밥,
박 아,
-박집사,급히 주방으로.
-저만치 연희가 나와 있다.곁에 선숙.
-정호,연희,멀찍이 서서 마주 보며 망연자실.
현관. 조금 후.
-태우가 엄박사(60대)와 차박사(40대.왕진 가방을 든)를 안내하여 들어온다. 태우 양 손에 큼직한 짐보따리. 신생아 및 산모용품.
-선숙이 맞이 한다.
거실.
-선숙과 차박사는 침실로,
-태우와 엄박사는 서재로.
침실.
-차박사가 들어오고, 선숙이 짐보따리 문간에 들여놓고 문 닫는다.
-정순이 아기를 안고 욕실로 들어가려다 차박사에게 보인다.
-축 늘어진 봄. 인상, 봄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에 콧물에.
차 (아기 보며)어이구, 기운차네.
정순 씻기려구요.
이지 나오자마자 엄마 가슴에 얹어줬어요.
차 잘하셨어요.
이지 애기가 원래 이렇게 빨개요?
차 네.(문간의 짐보따리 가리키는)신생아 용품은 저걸 쓰세요. 비상용으로 다 삶아서 준비해둔 거니까.
정순 잘 됐네요. 걱정했는데.
-정순과 이지, 욕실로 가고,
차 (왕진 가방을 열며)애썼어요.
봄 (혼곤)고맙습니다.
인상 (콧물 쓱 닦는다)고맙습니다.
차 (장갑 낀다)초유는,
봄 인제 막 맺혀요.
차 공부를 많이 했네.
인상 (훌쩍)그런 거 같아요...봄이 너 진짜 대단해.
봄 (조금 웃음)수능 대신 그 공부 했지....
인상 (새삼 울먹)
차 자, 애기 씻구 나오면 물려보기로 하고, 산후 처치부터 합시다. 어디 볼까요?(이불 들춘다)
봄 (찡그리는)엄마 보고 싶어.
인상 (훌쩍이며 끄덕인다)
침실 앞.
-눈이 퉁퉁부은 인상, 태우에게.
인상 제 전화기 못보셨어요?
태우 아니?
인상 봄이가 엄마 보고 싶다는데,
태우 (인상의 등 돌려세우는)아버님께 말씀 드릴게.
선숙 방.
-엄박사가 축 늘어진 연희에게 주사를 놓고 선숙이 링거액을 옷걸이에 매단다. 곁에 정호.
엄박 푹 좀 주무셔야지 뭐. 갑자기 충격이 크셨을텐데.
정호 부끄럽습니다.
엄박사 뭘...선대부터 인연이예요. 가족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정호 비밀 엄수해주십시오.
엄 염려 마세요.
정호 그리구, 이런 말씀 드리 뭣하지만, 친자 확인 부탁드립니다.
엄 (끄덕)
형식 집 거실. 새벽.
진애 (울먹이며 거의 고함)그래서, 순산했어?!!!
-누리와 형식이 뛰어 나온다.
형식 엉?!
누리 뭐야, 그 집서 낳았대?!
진애 (그렇다 끄덕이고는 다시 전화)어?....아이고 세상에,
형식 (전화 뺏으려)줘봐!
진애 (피한다)너, 너, 괜찮어?!!!
연희 침실.
-봄, 누워서 전화 하고, 인상이 아기 냄새 맡듯이 가까이 들여다본다, 신기하고 애틋하다.
-정순은 바닥에 널린 출산의 흔적들 주섬주섬 치우고,
봄 (전화. 좀 찡그린)어...낳구 나니까 시원해...쫌 아프긴 한데, 괜찮어...어...다들 많이 도와 주셨어...다 친절하시구...엄청 따뜻하구 좋은 방에서, (목이 멘다)어...몰라, 그냥 눈물이 나...엄마 맘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속상하구...엄마두 나 이렇게 아파가며 낳았나, 그런 생각,(비죽 운다)
인상 (울지마, 울지마. 토닥토닥)
봄 (훌쩍)어...
인상 (작게)오시라구 해.
봄 응?(전화)엄마 잠깐만,
정순 그럼, 보셔야지. 초칠일에 원래,
봄 (전화)엄마, 곧 초대 하신대.
정순 아닌가? 삼칠인가? 아냐 요즘은 다 상관없어.
봄 (정순 보고 있다가 다시 전화)나 정신 좀 차리믄, 응, 곧, 모신대...
인상 (마음 안좋다. 애써 안심시키려는 봄이가)
봄 어...옆에 있어....어...쭉 같이 있었어...어...(인상에게 전화기)
인상 (당황)
정순 받아요.
인상 (얼른 받아서, 떨리는)네, 인상입니다!
형식 집.
진애 (전화)어, 그래, 인상, 아아니,
형식 한서방이지!
진애 (가만 좀 있어봐! 다시 전화. 울먹)자, 자네가 애썼어, 용해, 고마워.
누리 엄마, 사진!
진애 (전화)그래, 사진! 사진 좀 찍어 보내!!!
정호 집 침실.
-인상이 봄과 아기 독사진, 투샷, 쓰리샷, 셀카 마구 찍는다.
형식 집.
-형식과 진애, 누리, 입 벌리고 사진 마구 넘겨가며 저마다 감격의 외마디.
진애 세상에!
형식 허허허,
누리 완전 서 봄!
진애 그치!
형식 판박이야!
누리 미치겠다, 진짜,
진애 (엉, 울음)
형식 (고개 돌리며 울음)어흐,
-진애, 형식, 붙들고 울면서,
진애 그동안 마음고생, 몸고생, 엄살 한번 맘대루 못피우구.
형식 왜 아냐...흐흐흐흑,
진애 (형식을 떼내며 벌컥)당신은 뭘 울어? 왜 울어?
형식 왜 우냐니,
진애 동네 챙피하다구, 얼씬두 말라구 한 건 언제구!
형식 솔직히 자랑은 아니잖아, 인간적으루, 응? 이 미개한 한국 사회에서!
진애 당신이 젤 미개인이야!
누리 (훌쩍이며, 눈물 닦으며 새삼 사진 들여다보는)다 됐고요, 너무 이쁘네, 인간적으루.
-형식, 진애, 새삼 들여다보며 엉엉 흑흑.
정호 침실.
봄 니 꺼(전화기)에두 넣어 놔.
인상 (사진 전송)어...(또 전송)엄마한테두...(전화기 정순에게 건넨다)고맙습니다.
정순 (받으며)그냥 오셔두 되는데.
봄 어른들이 허락하시면요.
인상 (미안한)해주실거야.
봄 (글썽)
정순 (전화기 들여다본다. 번호 저장하려는)이게, 보자...
봄 (훌쩍)아주머니는 애기를 좋아하시나봐요.
정순 내 애가 없거든. 이 댁에 오기 전엔 조카들 다 키워줬지.
인상 먹구 싶은 거 있음 다 말해. 만능이셔.
정순 맛은 별루 없지 뭐.
봄 (웃는다)
정순 (‘저장’누른다. ‘외할머니)
형식 집.
-진애, 콧물 닦으며 전화 번호 저장. ‘사돈댁’
선숙 방.
-선숙이 연희에게 핸드폰 속 아기 사진 보여주고, 연희, 실성한 듯 외면하며 중얼.
연희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선숙 ...할머니가 되신 거죠.
연희 할,(삐죽 울음)
선숙 네...
연희 (얼굴 가리며 울음. 흑, 흑, 흑)
주방 어귀.
-선숙과 정순, 박집사, 기대 서서 뭔가 마시며 이야기. 한숨 돌리는 중.
선숙 손자를 너무 일찍 보신 거예요.
정순 오죽하겠어. 하늘이 무너지겠지. 그래두 뭐 어떡해? 이미 태어난 걸?
선숙 친자 확인 검사 한다는데요?
정순 하나 마나지.
박집사 말조심 해야 돼. 난 축하드립니다, 그럴 뻔 했다고.
선숙 방.
-연희, 아예 주저앉아 눈물 철철.
서재. 여명.
-창 앞의 정호, 정원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날린다. 워낙 두꺼운 유리라 주먹만 아프다. 약이 올라 마구 두리번. 협탁 위 큼직한 벼루를 무겁게 들어올린다. 이 분노, 기어이 깨고야 말겠어. 창을 향해 있는 힘 다해 던진다.
정원.
-새들이 놀라 푸드득 날아오르고, 개도 막 짖는다.
한송 복도. 이른 아침.
-안내 데스크의 세계 시계, 서울 7시 00분.
-양비서가 나직히 통화하면서 비서실로. 비상이다.
-저 앞에 셔츠 차림 주니어 두 명이 서류를 들고 간다.
양비서 조찬 약속은 양해를 구했고요, 민주영 자료는 메일로 보내겠습니다.
비서실.
-양비서 들어오며 통화 계속.
-민주영이 테이크 아웃 커피 두 잔 중 하나를 양비서의 책상에 놓는다.
양 이후 스케줄은 말씀 듣고 조정하겠습니다...네. (끊고)왜 하필 오늘이겠니.
주영 아무래두 제 탓인 거 같아요.
양 뭐?
주영 어제 그,
양 자퇴 여고생?!
주영 (끄덕)
양 찾아 줬단 말야?!
-양비서 핸드폰 울린다.
양 네, 대표님,
서재. 이른 아침.
-태우가 정호의 오른손에 타박상 연고제 바른다. 정호는 태블릿 보면서 태우에게 지시. (그 와중에 샤워 하고 옷도 갈아 입었다)
-박집사가 뚫린 유리창 비닐로 막아 붙인다.
정호 개각 발표 나기 전에 수정 보도자료 내야죠. 답변 준비팀 대기 부탁해주시고, (시계를 본다)나는 아홉시쯤 도착합니다. (끊는다)
박집사 유리는 좀 이따가 사람 불러서 갈아 끼우겠,
정호 당분간 사람 들이지 마세요.
박집사 아,네,(커튼으로 수리한 곳 가린다)
정호 (약 바르느라 걷었던 소매 내린다)얘기 좀 합시다. 집사람두 같이.
태우 네,
복도.
-단정한 연희. 정신차렸다. 선숙과 함께 가며,
선숙 정신을 차리셔서 다행이예요.
연희 애를 구하구 봐야지.
선숙 누굴, 애기요?
연희 내 자식!
선숙 아,네,
연희 이지, 말조심 단단히 시켜요.
선숙 네.
-선숙은 이층으로 연희는 서재로.
이지 방.
이지 (머리 빗으며)알아요. 내가 바본가?
선숙 아주 신난 거 같던데.
이지 신나죠. 나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잖아.
선숙 조심해.
이지 애기 자요?
선숙 깨우지 말라셔.
이지 (삐죽)
서재.
-연희는 앉아 있고, 정호는 서서, 태우는 문간에.
정호 원칙 딱 하나야. 분리 통제! 디바이드 앤 룰! 인상이랑 저 애, 저 애랑 애기. 저 애랑 그 부모.
연희 (끄덕)
정호 인상이 공부방 정리돼 있지?
연희 언제든 들어가기만 하면 돼요.
정호 (태우에게)서둘러 세팅 하고, 그 친구 그냥 잡아요. 파격 제안해서.
태우 네.
연희 유모 섭외할게. (선다)진장관댁 외손녀 키워준 사람이 아주 괜찮다구 들었어요.
정호 뭣보다, 친자확인 결과 나올 때까지는 저 애를 최대한 안심 시켜야 해. 최상의 배려와 보호를 받고 있다는 걸 보여주라고.
연희 그래야지.(나가고)
정호 인상이 잠깐 보자고 해요.
태우 네,
정호 집 침실.
-드넒은 킹 사이즈 침대 위, 봄이가 꾸역꾸역 미역국에 만 밥을 먹는다. (침대용 트레이에 쟁반 째로 국과 밥, 흰 물김치가 놓여 있다). 좀 떨어져 잠든 아기. 봄의 발치에는 인상이 잔뜩 오그린 채 곤히 잠.
정순 (인상 조심스레 깨우는)애기 아빠...
인상 (벌떡 일어나 앉으며 두리번.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더라?)
정순 아버님이 잠깐,
인상 아,네, (급히 나간다)
봄 (불안하게 본다)
정순 먹구, 몸을 좀 닦아줄테니까 옷 갈아 입어요.
-침대 한켠에 정순의 옷가지.
-봄이 입고 온 파카도 놓여 있다.
정순 내꺼야.
봄 고맙습니다.
정순 맘이 편해야 몸두 회복이 빠른데.
봄 (조금 웃음)저 괜찮아요, (국 뜬다)
서재.
-인상이 쭈뼛 들어온다. 정호, 썩 흔쾌히 맞아준다(패고 싶지만).
정호 기분 어떠냐.
인상 (뜻밖)
정호 힘들었지?...
인상 (떨군다)죄송합니다.
정호 죄송하긴...놀라긴 했지만, 난 널 믿는다. 니가 저분들(사진 속 조부모) 손자라는 거, 또 내 아들이라는 거. 그거만 잊지 않으면 돼.
인상 (본다)저, 애기, 보셨어요?
정호 (멈칫. 얼른 말머리 돌림)아주머니가 잘 돌봐주실 거다. 아무 걱정 하지 말고, 학교 가라. 밤새 못자서 힘들겠지만.
인상 안가두 되는데요, 사유서 내면.
정호 너는 너 할 일을 해!
인상 ...네.(돌아서고)
정호 (저 자식을! 주먹을 그러쥐지만 아프다)
침실.
-봄(옷 갈아입은)과 아기, 곤히 자고, 교복 차림 인상, 아기 뺨에 조심스레 입술을 대고, 한참...숨을 들이마신다.
-봄이 얼핏 깬다. 인상을 보자 미간 좁힌다.
봄 그 새 잠들었다..
인상 (멋쩍고 애틋하다)자. 많이 자.
봄 학교 가니?
인상 어...너 귀찮게 안할려구.
봄 나 괜찮은데.
인상 (봄의 손가락 잡는다)
봄 아버님 어머님, 애기 보셨어?
인상 보실 거야.
봄 너네 집에선 나 쫌 안먹어 주는 거 같애.
인상 나한테 먹어 주믄 됐지.
봄 혹시 나 의심하시나?
인상 그런 거 없어.
봄 (글썽)
인상 (봄의 손가락 놓고 이마에 입술 잠깐)갔다 오께.
봄 어...
거실.
-인상, 이지와 함께 현관 내려선다. 인상, 마음이 안좋다.
이지 아빠 됐는데 가방 들구 학교 간대.
인상 그러게.
이지 애기랑 저 언니, 여기 계속 있을 거지?
인상 아니면.
-태우가 급히 나온다.
태우 같이 가요.
연희 거실.
-연희, 선숙, 박집사, 정순.
선숙 예약 취소하고 와주겠답니다.
연희 얼른 가서 모셔와요.
선숙 네, (간다)
연희 (박집사 부부에게)인상이 물건, 일상 쓰는 것들 다 좀 챙겨줘요. 공부방 보낼 거.
박집사, 정순 네??
연희 대신 그 방에 저 애 올려보내시구, 애기는 손님방으로. (돌아서려)
정순 어떻게 애를, 인제 곧 젖이 돌텐데. 초유 먹일려구 연습두 많이 했대요. 할머니랑 엄마랑 틈날 때마다 풀어주구.
박집사 (정순 찌른다)
연희 (딱하다는)우리 애들두 다 유모 도움 받았잖아요.
이지 학교 앞. 아침.
-연희 차가 다가가고,
-차 안, 태우 조수석. 뒷자리 이지, 내릴 준비. 그 옆에 인상.
이지 집에 바로 올 꺼지?
인상 어.
이지 이따 봐.
태우 푹 자라.
이지 그럴 거예요. 의무실에 짱박혀야지.
-이지, 내리고,
인상 아, 제 핸드폰,
태우 (시치미)못 찾았어?
인상 (아, 진짜, 이마를 친다)
태우 (힐끗)
-모퉁이 도는 차.
인상 (의아)왜 일루 가요?
태우 어, 아버님이 뭐 좀 보여 주라구 하셔서.
인상 뭘요?
태우 가보면 알겠지.
인상 ???
한송 복도.
-정호와 민주영, 회의실로.
정호 김비서한테 연락 받았죠.
주영 네,(서류 보이며)북경 체류 6개월 동안 현지 입시학원 강사들 상대로 강의법을 전수했다는데요, 해당 기간 수입은 너무 많고 세금은 체납이 돼 있어서 추적을 받고 있어요.
-회의실 앞. 둘 선다.
정호 그거 조정해주는 조건으로 계약하면 되겠네.
주영 알겠습니다.
-정호가 회의실로 들어가면, 주영, 비서실 향하는데 유신영이 모퉁이 돌아나우며 통화. 태블릿 들고 있다. 만삭. 고급 임부복 차림.
신영 이렇게 갑자기 취소하시면 저는 어떡해요?
주영 (들어가 보시라 손짓하고 지나친다)
신영 위약금이 문제가 아니죠. 당장 사람을 어디서 구하겠어요. 그런 전문가급 유모를.
주영 (등 뒤로 들으며 ???)
회의실.
-신영이 들어온다.
-변호사들 몇과 정호가 태블릿과 서류를 대조하고 있다.
신영 죄송합니다.
정호 어서 와요.
신영 (앉는다)베이비 시터가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요,
정호 (응?)
변호사1 어이구, 큰일이네. 얼마 안남았잖아.
신영 (태블릿 켜고 서류철 연다)정말 어렵게, 제 모든 인맥을 다 동원해서 섭외했는데.
정호 (시치미)저런,
신영 송고문님 청문회 통과하시면 저 육아 휴직 낼 수도 있습니다...
정호 그럼 세법 팀이 유변 집으로 출근 해야지, 자, 봅시다. 우선, 야권에서 문제로 삼는 게 세금 문젠데, 송고문님 재직 기간 중에 한송이 지급한 급여 중,
비서실.
-양비서와 이비서, 자판 치면서 나직히. 한국어 일본어 막 섞어서.
양비서 본댁 이비서가 유모 데릴러 갔다더라.
주영 혹시 유신영 변호사 예약 가로챈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양비서 그럴 수 있지. 대갓댁 전문 유모가 몇 안되니까. 인상씨는 아예 내보낸 거지?
주영 그런 거 같아요.
인상 아파트 거실. 낮.
-인상, 어안벙벙 서 있고, 곁에 태우. 박경태가 빈 벽에 까만 점 스티커 붙이고 요가매트를 깔면서 장광설.
-한켠에 수험서 잔뜩 쌓여 있다.
경태 겁먹지 마. 다들 내가 고시생 최고 조련사라구들 하는데, 별 거 없어. 하루 열네 시간 꼼짝않구 앉아 있게 엉덩이 무게 늘려 주구, 저기 저 책에 써있는 거 다 집어넣을 수 있게 머리 비워 주구! 그게 다야.
인상 (태우를 본다. 나를 어떻게 하려고?)
경태 (깔린 매트 위 가리키는)앉아라.
인상 네?
태우 (시키는 대로 하셔)
인상 (어리둥절한 채 앉는다)
경태 책상다리.
인상 (고쳐 앉으며)뭐, 하시는 건지,
경태 자 시선 정면. 점을 봐라.
인상 (얼결에 점을 본다)
경태 오직 저 점에만 집중한다. 잡생각 지울려구 애쓰지 마. 그냥 저거 봐.
인상 (뭐하는 짓이야...)
경태 (뒷짐지고 서성이며)머릿속에 까만 스크린이 꽉 찼을 때, 그때부터 책을 펴서, 니 눈으로 사진을 찍는 거다. 법전 한 장씩. 찰칵,찰칵. 알겠어? 이해 할려구 애쓰지두 마. 한글 세대가 그 많은 한자어를 어떻게 다 알겠냐. 그냥 스캔 해. 그렇게 하루 열 네 시간 씩, 1년 동안 세 번만 돌리면 바보가 아닌 이상 얼추 1차는 통과해. 이게 바로 사진판 기억법이다. 주입식 교육의 정점이야. 나는 주입의 위력을 믿는다.
인상 (겁에 질려 태우를 본다)
태우 그냥 이 분 믿어. (수험서 가리키는)저거 다 여기(머리) 넣어 준다잖아.
경태 나랑 고생 좀 해보자고, 즐겁게.
태우 좀 있으면 인상씨 짐 올 거야.
인상 저더러 여기서 살라구요?!
경태 그럼 뭔 줄 알았냐.
인상 (급히 선다)어떻게 그래요. 제가 홀몸이,(어감이 좀 이상해서)아니, 혼자가 아니잖아요. 내 여자두 있구 애기두 있는데!
태우 그러게 왜 식구를 만들어, 어린 나이에.
경태 처자식 놔 두구 절에 들어왔다 생각해. 원래 고시공부는 고전적으로 하는 거거등?
인상 저 전화기 좀,
태우 미안해.
인상 (아득.돌아서며 머리를 움켜쥔다)
재원의 와인 바. 브런치 타임.
재원 남일 신경 쓰지 마.
소정 남일이 아니지, 친군데 걱정되잖아?
재원 정 궁금하면 가보던가.
영라 너두 같이 가자? 그 집 오디오 니가 소개 했잖아. 잘 듣구 있나 가봐야지.
재원 오후에 아버지 만나야 돼. 갑자기 처신에 신경 쓰라는 둥, 뭔 일이 있는지.
영라 아, 핑계 있다, 이거(부적 들어보인다) 갖다 주자.
소정 속보이지 않어?
영라 좀 보이지 뭐.
재원 체통을 좀 지켜라.
영라 (전화기 꺼내는)아우, 궁금해.
정호 집. 손님방. 낮.
-인부 서너명이 아기 침대와 서랍장 등을 반듯하게 놓고, 마른 걸레를 든 박집사가 문간에 서 있다.
-강혜옥(유모)이 가방에서 오르골 모빌을 꺼내 침대에 부착하면서 연희와 이야기. 한 켠에 연희가 차분히 서서 지켜본다.
강혜옥 이 오르골 모빌은 새 아기를 맡을 때마다 쓰구 있어요. 움직이는 속도, 모양, 색깔, 음량, 음질, 인지 발달에 최고죠.
연희 저희는 그냥 다 일임할게요. 워낙 유능하시니까.
혜옥 (볼트를 조이며 박집사에게)꼼꼼히 닦으셨나요?
박집사 네, 세 번, 네 번, 아주 박박.
혜옥 다 천연 재료라 먼지나 이물질만 철저히 제거하면 안전하죠.
박집사 인상씨 짐은,
연희 어, 보내세요. 같이 가셔서 빠진 거 없는지 물어보시구요.
박 네,(간다)
혜옥 (침대 기둥에 붙은 온도계를 본다)인제 애기 데려오셔두 되겠네요. 22도.
연희 좀 춥지 않나요?
혜옥 최적 온도예요.
연희 (침실 쪽을 본다)
침실.
-반쯤 돌아앉은 봄, 초유 먹이려 애쓰는 중.
-노크 소리.
봄 네...
-봄, 아기 눕히고 가슴 여민다. 문이 열리고 선숙.
봄 (멋쩍은)아직 젖을 잘 못 빨아요.
선숙 (사무적)청소 해야 한다는데요. 환기두 시키구.
봄 아,네,
-선숙이 문을 마저 열고, 혜옥이 들어온다.
봄 누구신지,
혜옥 (눈길 주지 않고 아기에게로)전문가랍니다...(아기 안아들며)애기 엄마두 나가 있어야죠?
봄 (불안)네,
-혜옥이 아기를 안아들고, 선숙이 봄을 부축한다.
봄 제 옷,
선숙 아, (봄의 파카 집어든다)
봄 수첩이 들어 있어서요,
혜옥 (아기 안고 나가며 힐끗. 보통은 넘겠네)
거실.
-아기 안은 혜옥은 손님방(아기방)으로, 봄은 선숙의 부축을 받아 이층으로.
-정순, 청소기와 청소용구 실린 카트 밀고 침실로 가며 봄을 힐끗.
-봄도 돌아본다. 정순, 끄덕. 괜찮아.
침실.
-정순, 시트를 벗기고,연희 문간에 서서,
연희 구석구석 소독하구 냄새 다 빼세요.
인상 방.
-휑한 방. 봄, 선숙이 이끄는대로 침대에 걸터 앉으며 둘러본다.
-남아 있는 물건들 을씨년스럽다. 헐렁한 책꽂이며.
-선숙, 좀 미안하지만 무표정하게 옷장에서 이불 꺼내 침대에 적당히 펼쳐준다.
봄 누구 방이예요?
선숙 당분간 애기 엄마 방이죠. 사모님 방을 계속 쓸 수는 없잖아요.
봄 여기서 애기랑 지내요?
선숙 그건 잘 모르겠네.
봄 (뭐지?!)
선숙 아무 생각 말고 쉬어요. 필요한 거 있음 여기(협탁) 벨 누르시고.
아기방.
-혜옥, 침대에 아기 안고 걸터앉아 우유 먹인다.
-한켠에 우유통, 보온병 등 아기물건 가득한 왜건.
혜옥 애기가 아주 단단하네요. 뱃속에서 잘 컸나봐요.
연희 (궁금은 하다)잘, 안먹네요?
혜옥 (우윳병 떼내고 거즈로 입 가를 닦아준다)모유를 먹이게 하실 건가요?
연희 그, 글쎄요.
혜옥 이름 얼른 지으세요. 자주 불러주는 게 좋아요.
연희 네(나가며 미간 확 좁힌다)
거실.
-언짢은 연희, 작은 거실 쪽으로.
-선숙, 이층에서 전화기 보며 내려온다.
선숙 저,
연희 네,
선숙 홍선생 오기로 돼 있어요?
연희 (흠칫)안돼! 취소해요,
선숙 도착했다는데요,
연희 어떡해, (둘러본다), 애라두 울면,
선숙 (진지)음악을 틀까요?
연희 장난해요?
-대문 벨 소리.
연희 어떡하지,
선숙 (현관으로)
연희 (2층으로)이지 방!
-침실 쪽 복도에서 정순이 내다본다.
인상 방.
-봄, 벽을 짚고 조심스레 방문을 조금 열다가 얼른 닫는다.
연희 소리 죄송해요, 마침 청소 중이라 이리로,
홍 아유 괜찮습니다...
이지 방.
-홍선생이 연희에게 앨범을 넘겨 보인다. 한 켠에 찻잔들. 연희는 불안감 감추려 애쓰며 사진들 본다.
홍 몇 명 골라 두세요. 당분간은 영식님이 공부에 열중하시겠지만 때를 봐서 서로가 자연스럽게 끌리게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죠.
연희 (억지 웃음)그렇죠...
-멀리서 애기 울음소리일까?
홍 ?
연희 (당황. 과장된 웃음)어머, 이 아가씨 괜찮네요
홍 아,네, 안목이 있으시네요. 전직 따님이라 그렇지, (하면서도 표 안나게 귀를 기울이는)
연희 요즘 이 동네 길고양이들이 좀,
홍 아아,
인상 방.
-봄,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킨다.
이지 방.
-연희, 기척에 곤두선다.
인상 방 앞.
-봄, 조심스레 나오려는데 연희가 급히 밀며 들어간다.
봄 (얼결)안녕하세요,
인상 방.
-밀고 밀리며 들어오는 둘.
봄 (불안하지만 최대한 공손)저, 애기 우는 소리가,
연희 (상냥)애기가 울기두 하구 그러는 거죠. 육아의 최고 전문가께서 봐주구 있어요. 걱정하지 마.
봄 제가 더 잘, 아니, 저기, 저 임산부 교실 다니면서 연습 많이 했는데,
연희 육아는 뭣보다 경험이예요.
봄 혹시, 저 벌 주시는 건지,
연희 (뭐?)
봄 제가 크게 잘못한 줄은 아는데요,
연희 무슨 소리야...우리가 뭐라구 벌을 줘...어쨌거나 그쪽두 이런 일만 없으면 귀한 따님일텐데,
봄 그,그러니까 이런 일 땜에 저를 안좋게 보시구,
연희 아니라니까? 우린 편견 없어요. 있는 그대루 봐.
봄 고맙습니다. 근데 애기는 제가 볼게요. 그럴려구 정말 노력 많이 했어요. 엄마 노릇 제대루 하구 싶어서 애기랑 대화두 많이 했구,
연희 (치밀기 시작)
봄 뭣보다, 인상이랑 같이 만든 애기라서 인상이 원망을 거의 안했어요, 혹시라두 애기가 아빠를 안좋게 생각할까봐.
연희 (부들대며 듣다가 폭발)이게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답이야?!
봄 네?!
이지 방.
-홍선생,???
연희 소리 넌 수치심두 없니?!
인상 방.
연희 니가 무슨 짓 했는지 몰라? 여기가 감히 너 같은 게 끼어들 데야?
-선숙이 급히 들어와 연희를 끌어안으며 입을 틀어막는다.
연희 이런 뻔뻔하구 천박한(흡),
선숙 (나직)다 들려요, 사모님.
봄 (글썽)수치심은, 제가 이겨 낼게요.
연희 (입 막힌 채 허공에 삿대질)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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