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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문으로 들었소 10

 

정호 집 계단 중간.

 

-이지와 정순 소곤소곤.

 

이지 둘이 법적 부부 아냐언니 이름 안새겼다며?

정순 나중에 넣어주신대요.

이지 시험 붙으면 넣어줘아님 이혼시키구?

정순 만화를 너무 많이 봤어.

 

재원 스위트.

 

-미니바에 마주 선 영라와 재원마실 것 한잔씩.

 

재원 그만하기 다행이지 야그러면서 어른되는 거구.

영라 내 평생에 연희 아들이 이렇게 아쉬울 줄 누가 알았겠니.

재원 연애를 해야 치료가 되는데.

영라 아무나는 안되구이왕이면 연희네가 경배할 수준으로.

재원 너는 딸이 짝사랑의 고통으로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데 겨우 스펙 경쟁이냐?

영라 연수원 이번 수석이 너네 아빠 기사 아들이라며.

재원 어느 새 그거까지 알았어?

영라 한번 보자자연스럽게?

정호 침실.

 

-정호연희각각 파우더룸에서 까운 차림으로 나온다소파에 앉거나 서거나.

 

정호 뭐라구 설명을 할 수가 없어설명을...어느 학교 다니냐누구 집 딸이냐한마디면 딱 되는 그 무엇이 없다는 게 이렇게 불편해!

 

인상 방.

 

-행사 차림 그대로 통화 중인상은 정장 벗고 집에 옷으로 갈아 입는다.

 

봄 이거저거 다 했어가풍대루...사진두 많이 찍구...서운하지?...그래서 우리가 갈려구...뭘 어떻게 가차 타구 가지...인상이가 말씀 드렸어...

인상 (손가락 브이)

봄 허락을 구하는 척 하면서통보 수준으로 강력하게.

형식 거실.

 

진애 (통화좋아서)어이구 제법이네...남편 노릇 사위 노릇 아주 이쁘게 한다...

-형식이 욕실에서 머리 닦으며 나온다.

 

진애 애들 온대.

형식 어?!

진애 (끄덕이고 다시 통화)그럼아침먹구 바루 와?...

형식 내내내가 데릴러 간다 그래.

진애 아유 참할머니 차로 온대.(다시 통화)인상이두?

 

정호 집 인상 방.

 

-옷 갈아입은 인상내려간다고,

봄 (인상 향해 끄덕하고는)...인상이는 학교 끝나구 그리 올거구 갈때는 나랑 애기랑 보모 아주머니그렇게.

식당.

 

-연희가 정호 앞에 차를 놓아준다.

정호 애가 영특하구 생각이 깊다는 건 인정하겠는데찬찬히 짚어보면 또 시험에 최적화된 인간은 아니라 말이지.

연희 불안하죠.

정호 본인한테 분명히 말을 해 줘야 돼오늘 진영이 이름을 새겨서 새로 부착한 명판에 지 이름이 왜 없는지.

연희 알아들을까?

거실계단 옆.

 

-인상숨죽이고 들으며 갈등봄이가 내려올 것만 같다.

 

정호 소리 서류 상으로야 분명히 부부지만,

 

식당.

 

정호 우리가 인정할 만한 뭔가를 갖추기 전에는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걸,

인상 (작게)저기요,

정호연희 (?)

인상 (연신 계단 쪽 보면서 잔뜩 조심)봄이가 들으면 어쩌시려구요,

연희 (저도 모르게 낮은 소리)걔 안자?!

정호 험,(무안해서 얼른 찻잔 드는)

인상 아실만한 분들이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함부로 하세요저는 봄이가 이 현장을 절대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

연희 뭐?!

정호 (한모금 삼키다가 캑)

연희 어머사래,

정호 캑,,,

연희 여보,

인상 (우왕좌왕)

정호 (독한 사래기침 연발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내려앉는다)

연희 (정호 팔 잡으며)너 뭐해!

인상 (얼른 달려가 웅크린 정호 부축)

 

-순간정호등을 세우며 인상의 뒤통수 팍인상!

-연희도 등짝 팍인상!

-이어지는 부모님의 연타.

-측면 출입구의 이지급히 돌아서고,

-주방에서 정순 나오려하자 박집사가 뒤에서 정순을 잡아당긴다.

계단.

 

이지 (뛰어올라가며)언니오빠 매맞어!

 

주방 일각.

 

박집사 (정순에게)맞게 둬!

식당.

 

-인상을 깔고 앉은 정호가 양손 스매싱.

-연희주먹을 불끈 쥐며 맞아야 돼!

 

계단.

 

-이지뛰어내려오며 숨가쁘게 속삭샤워하다 말고 뛰어 나왔다젖은 머리에 까운 차림.

 

이지 오빠가 대들었어.

봄 그럼 나 조건부 며느리야?

식당.

 

-인상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서있다정순이 화장지로 코피 닦아 박집사가 들고 있는 휴지통에 넣고,

-정호와 연희가 앞에 서서 준엄하게 꾸짖는다.

 

정호 단단히 뉘우쳐라!

연희 뼛속 깊이 반성해!

 

-측면 출입구봄이 급히 들어서다 멈칫그 뒤 이지.

 

이지 코피다!

봄 ()가정폭력!

정호 아니지이건 징벌이다!

인상 둘 다 아냐맞아 드린 거야.(나름 이성을 되찾은)

정호 뭐야?!

 

-정순인상의 콧구멍 한쪽을 솜으로 막아주고박집사와 함께 눈치보며 주방 문으로.

연희 (봄에게)넌 꼴이 그게 뭐니어른 계시는데!

봄 죄송합니다제가 맘이 급해서요이 말씀 먼저 드린 담에 얼른 갈아 입구 올게요법률혼의 기본은 혼인신고라조건부 인정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인상 당사자간 합의 말고는 누구도 조건부를 주장할 수가 없구요따라서 두 분께서는,

연희 너네 지금 법 얘기 하니?! 공자 앞에서 문자 써?!

정호 미성년 혼인의 선행 조건은 부모 동의다따라서혼인 당사자가 그에 따르는 의무를 행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부모는 언제든 동의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알겠냐!

인상 저희는 법이 정하는 부부간의 의무를 소홀히 한 적이 없어요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연희 벌써 같이 잔단 말야?! 또 생기면 어떡, (이지를 본다)올라가!

이지 (돌아서고)

정호 자세가 틀려먹었다!

연희 그게 그렇게 중요하니?!이 추잡한,

 

주방 일각.

정순 세상에 저런 말씀을,

박집사 심했네.

정호 소리 얘들 쫓아내요!

 

식당.

 

연희 둘 다!

 

-정순박집사나오며,

정순 (나오며)고정하세요.

박집사 아까 말려드릴 걸,

정호 진영이는 우리가 키운다아침에 나 눈뜨기 전에 사라져! (나간다)

연희 (따라나가며)너희는 부모두 아냐!

-봄과 인상따라붙는다.

 

인상 그럼 진영이를 입양 하시겠다는 거예요?! 두 분이?

 

거실.

 

-정호 부부인상과 봄식당에서 안채 향하며.

-정순과 박집사전전긍긍 뒤따르고.

 

연희 뭘 신경 쓰니부부간의 정신적 육체적 의무나 실컷 행하구 살지.

봄 민법 877조에 존속 입양 금지라구 돼 있어요.

정호 908조는 모르냐?! 판례 찾아봐!

인상 그거 알아요기각됐잖아요!

봄 908조의 2항 8항은 아동의 복리실현에 부합할 경우에만 적용 돼요.

연희 너희는 복리 실현 못해!

정호 어쩌다 그거 하나 알아가지구 잘난 체야?!

인상 공부 좀 해뒀어요이런 일 생길까봐,

봄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형식 집 봄이 방.

 

-진애침대에 걸터 앉아 시트를 쓰다듬는다형식은 책상 앞에서 괜히 책 한권 빼보다가 다시 꽂는 등감회 착잡.

 

진애 그렇게 가서 진영이 낳구딱 백 하루 만에 노는 거네.

형식 (그러게...)시집 간 딸 친정 부모 보러 오는 거그거 뭐 부르는 말 있지 않나?

진애 근친이라 그러지...나 때만 해두 그런 말 간간이 썼는데 요즘은 아무두 안쓰는 거 거 같더라.

형식 (새삼 둘러보는)한 10년 지난 거 같어...

진애 어...

형식 내년적어두 후년에는 딱 금의환향이러면 얼마나 좋을까최연소 합격?

진애 그 얘긴 하지 맙시다애 부담 돼.

형식 거 참생각을 바꾸라니까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몰라?

진애 (선다)

 

거실늦은 밤.

 

-형식진애나오면서,

 

형식 나는 요즘 아무리 힘들어두 그런 날 오기 바라는 맘으루 버틴다.

진애 부모의 희망이 자식의 어깨를 누른다그런 말은 혹시 못들어보셨나?

 

-누리 올라온다퇴근길.

 

누리 내일 봄이 온다며?

진애 통화 했어?

누리 어...

형식 간만에 딸 둘 온전히 같이 보겠네어우 좋아. (주방으로)

누리 진영이 백일기념으로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금 냈단 얘기 들었어?

진애 아니?...

형식 (소주병 들고 식탁 앞에 앉으며)그런 것두 했대?

누리 (방으로 가며)거액이더라구요.

형식 거액 얼마?!

 

누리 방.

진애 소리 얼마면,

 

-누리옷 갈아입는다.

거실.

 

형식 누가 뭐래?

진애 (찬통에서 마른 반찬 꺼내 담는다)진영이가 어른들 덕에 애깃적부터 좋은 일 한다그렇게 생각하구 말일이지,

형식 (술을 따른다)나두 모르게 귀가 쫑긋 서버렸어...

진애 (앞에 놓아준다)이거랑 먹어.

형식 알았어...조심하께.

영라집 현수방.

 

-현수소파에 길게 앉아 핸드폰 들여다보고영라 서서,

 

영라 너 좀 창피하지 않어?

현수 뭐가...그날 술이 안받아서 그런 거 뿐이야.

영라 간단히 얘기할게긴 얘긴 너두 나두 재미 없으니까.

현수 얼른 하구 내려가.

영라 남들 하는대로 정상적인 연애를 해.

현수 간섭은 사양할래.

영라 싫으면 어른답게 굴던가니 손으로 벌어서 먹구 입구 쓴다는데야 내가 뭐라겠어?

현수 그렇게 따지면 엄마두 어른 아니지모범을 한 번 보여 봐엄마 손으로 벌어서 먹구 입구 쓰는데야 내가 뭐라겠어?

영라 (돌아서며 소리없이 가슴을 친다)

 

영라 거실.

 

영라 (들어오며)아우 약올라.

 

현수 방.

 

-현수핸드폰 보다가 멈칫.

 

이지 소리 솔직히 이해 안되구내가 막 언니한테 미안해너무하지 않어조건부 며느리라니.

현수 (중얼)대박이다.

 

접견실.

 

-인상과 봄컴퓨터로 판례 찾고책과 노트 마구 뒤져가며긴박한.

 

인상 반박 자료가 필요해.

봄 야어떡해조부모 입양 판례 있어...

인상 어디! (모니터 들여다 본다)

봄 청구인이 친조부모야.

인상 헐사건 본인을 청구인들의 친양자로 한다...

봄 생모가 18세 때 출산가출과 방탕을 일삼았대.

인상 우린 안 그러잖아.

봄 (삐질)이게 다 나 때문이야내 조건이 충족이 안돼서 그래.

인상 그게 아니지 바보야!

봄 인증이 없다는 거 아냐.

인상 부모님이 스펙 중독이라니까?! 니가 이해를 해야지!

봄 (눈물 닦고)맞어울구 있을 때가 아냐판례보다 법리가 우선이지.

인상 관련 조항 다시 한 번 보자.

봄 나 내일 꼭 집에 가구 싶어맘 편하게.

인상 그럴 수 있어.

-문 밖슬몃 보다가 사라지는 정호.

 

침실.

 

-정호서성인다연희는 모로 누워 새침.

 

정호 서당개 석 달에 풍월이 제법이던데...

연희 어...시너지 효과두 있는 거 같애어쨌거나 인상이가 입이 터졌잖아요.

정호 (한숨)현재 상태 스펙만 좋다면 바랄 게 없겠지?...

연희 그러게.

정호 (멈춘다.맞아)

연희 (본다)

정호 (손가락 딱 소리내는)그런 게 있었어.

연희 응?

형식 가게.

 

-형식철식소맥과 치킨을 뜯고 마시며.

-그간 마음의 요동을 반성하는 듯자못 착잡한.

 

형식 인제 뭐 마음 비우구나나 잘해야지...처신에 신경 쓰고...

철식 그 사람들 참 쉽게 산다 싶어요...어떻게 그 큰 돈을 고민도 없이 턱 내놓나...

형식 그런 생각 자체를 지워.

철식 지웠죠...내 조카가 잘 사는 게 우선이지나잇살 깨나 처먹어가지구,

형식 업종을 바꿔볼까?...

철식 사돈댁 체면 생각해서?

형식 너무 누추하니까 그 쪽 보기 좀 그렇잖아.

철식 이걸 뭘로 바꿔요.

형식 야 솔직히 이거 아버지 한창 때나 좀 됐지몇 년 동안 거의 개점휴업 상태 아니냐말년에는 그냥 평생 하시던 거니까 그냥 소일거리였잖아.

철식 하긴 뭐형이나 나나 직장 관둔지 몇 년이지만 설마 이걸 하게 될 거라군 상상두 안했죠.

형식 엘피 바 어떨까그거 엘피 레코드 틀어줄 필요 없대인테리어 업자한테 천만원만 주면 엘피 만장 딱 맞춰서 꽂아주는데그건 그냥 장식이지음악은 음원 사이트 받아서 틀어준다는 거야.

철식 할려면 제대로 해야지 무슨그러자면 수억 들어요적어도 3,4억은 그냥 쉽게,

형식 야야야관두자다 망상이야우리 인제 진짜 조용히 살아야 돼적어두 부끄러운 아빠는 되지 말아야지마시자.

정호 서재아침.

 

-출근 차림 정호공손히 마주 선 인상과 봄.

 

정호 잘 다녀 와라.

인상봄 (꾸벅)고맙습니다.

 

-돌아서고정호힐끗.

-책상 위보고서인상과 봄이 밤새 작성한 것(20페이지쯤 되는). 제목 동일 조항 상반된 판례에 관한 소고’ 아래쪽에 작성자, ‘서 봄’, ‘한인상

거실.

 

-인상과 봄연희.

 

연희 (새침)잘 됐네아침 먹구 출발해.

인상봄 (흐뭇)...

 

-정순이 식당에서 내다보며 끄덕.

한송복도 아침.

 

-정호태우와 함께 출근.

-안내 직원 인사.

 

정호 어좋은 아침.

 

-비서실의 주영과 양비서서서멀찍이 정호 향해 목례.

-정호손을 들어보이고 방으로.

 

비서실.

 

-태우가 들어오면,

 

주영 기분이 좋으시네요댁에 무슨 좋은 일 있어요?

태우 글쎄 감이 안잡히네아침에 좀 늦어가지구밤새 안부를 확인 못하기두 했지만. (책상 앞에 앉는다)

양비서 (서류철 들며)들어가보면 알겠지.

 

-양비서 가고주영철식을 힐끗 살피고 모니터 본다뭔가 급히 확인할 게 있는 듯.

정호 방.

 

정호 역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냐늦도록 정말 즐거웠어요득천하영재 이 교육지 삼락야요그런 기쁨이 있더라 말이지.

양비서 아이구 저도 즐겁습니다.

정호 아주 간단히 예를 하나 들어줄게요알다시피 법학서는 거의 다 한자어 아닙니까요즘은 많이들 풀어쓰지만그래도 황당한 어휘가 얼마나 많아요근데 그 뜻을 다 알아요.

양비서 과연...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정호 그애 할아버지가 도장업을 했다는 게 아주 좋은 영향을 준 거 같아요.

영비서 하아...

정호 그래서 말인데그애 집안을 뭔가 기품있게 격상을 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아요청렴하고 건강한 서민거기에 더해서유서 깊은 유학자 집안으로 말이지.

양비서 그렇겠네요도장 기술자라면전각 예술가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정호 바로 그거예요성균관에 가면 족보 다 있죠?

양비서 그럼요다 찾아 줍니다.

정호 그렇게 한번 만들어 보죠!

양비서 알겠습니다.

형식 거실.

 

-봄의 짐(큰 가방 두 개)을 나누어 든 형식과 진애가 들어오고 그 뒤봄과 아기 안은 혜옥.

진애 죄송합니다많이 누추해요.

혜옥 별 말씀을요.

봄 차 기다리는데 진영이 저 주구 그냥 가세요.

혜옥 아니예요그래두 애기 도련님 짐 풀어서 챙겨 놓구 가야죠..

봄 그러실래요?

혜옥 어떻게, (애기를)작은 사모님 방에 누일까요?

봄 아,이쪽이예요.(봄의 방으로)

혜옥 (뒤따르고)

진애 (형식에게 작게)작은 사모님?

형식 ()그렇다누만.

 

정호집 인상 방.

 

-정순이 청소 중.

-연희가 들여다본다.

 

정순 허전하시죠?

연희 허전하긴홀가분하죠환기 잘 시키세요.(돌아선다)

정호 집아기방.

 

-연희비어있는 침대 쓸어보고헝겊 인형 집어 뺨에 대본다.

-선숙이 삘쭘 들여다 보고 간다.

-연희모빌 툭 치는.

재원 스위트.

 

-영라가 들어오며 불평.

 

영라 얘문 앞에 왜건 좀 빨리빨리 치우라 그래다 먹은 음식 그릇처럼 보기 흉한 게 없어.

 

-미니바의 재원과 제훈마실 것과 피규어 몇 개 놓여 있다.

재원 어서 와라.

영라 어머미안.

제훈 (들고 있던 피규어 내려놓고 일어선다)처음 뵙겠습니다.

재원 윤제훈.

영라 세상에나 돌았나봐초면에 웬 실례겠니당연히 아직 안왔을 줄 알았지.

제훈 괜찮습니다.

영라 영광이예요나 연수원 수석이런 사람 첨 보거든.

제훈 (쑥스럽다는)

재원 그냥 여기 앉을래?

영라 좀 그렇다. (제훈에게)저 자리가 더 편하지 않을까요?

제훈 네좋습니다.

 

-조금 후소파에 앉은 셋탁자 위 마실 것 세 잔과 조그만 피규어들.

 

영라 근데 이름이재원제훈아무 상관 없는 거지?

제훈 송이사님은 아이저는 어이,

영라 신기하네요수재들은 아무래두 전형적인 데가 있잖아.

재원 얘두 뿔테 안경 씌워 놓으면 딱 그래보여.

제훈 (웃음)그래서 안쓰잖아요.

영라 보자는 사람이 많겠어요.

재원 너무 많지일단 첫 번째 부류가 마담 뚜,

영라 왜 아니겠어다들 벌떼같이 달려들어 표 받구 줄 서있겠지.

제훈 (손 저으며 웃음)아니예요저는 별로 없어요.

영라 정말겸손의 말씀 아니구?

재원 지가 필터링 하는 거지 뭐얘 부모님두 그렇구워낙 조용히 사시는 분들이라.

영라 훌륭하시네요...

제훈 저희 아버님 하시는 일 자체가일단 조용해야 하거든요하위직이지만 공무원 신분이라 엉뚱하게 정치 바람 같은 거 탈 수두 있구요그렇다보니까,

영라 말 진짜 이쁘게 하신다...

제훈 감사합니다.

재원 우리같은 날라리들 하구는 인생의 경지가 다르지.

영라 나 괜히 찔려. (제훈에게)아닌게 아니라 우린 좀 시끄럽거든요지금두 좀 정신없죠?

제훈 아니요재밌습니다.

영라 (새삼 웃어주고 재원에게)용건 얘기 했어?

재원 대충만.

영라 우리 친정 회사에서 법무 팀을 따로 두려구 하거든요대산그룹이랑 별도로.

제훈 아아...

한송정호 방.

 

-정호와 주영이 들어온다정호는 소파에 앉고 주영은 서서,

정호 그 친구가 송이사랑 왜 친하지아버지가 총리공관 근무자라는 건 접점이 못되는데송재원이 공관에 자주 가지두 않잖아송총리 취임한지도 얼마 안됐고.

주영 다른 인연이 있습니다송이사가 에스에프 동아리 원년 멤버구요오비 회장에 큰 후원자다 보니까.

정호 별거 다 하네.

주영 지금 통화 하시겠어요?

정호 그러죠.

 

-주영책상 위 핸드폰 집어 건네고,

 

재원 스위트.

 

재원 (통화)어쩐 일예요...아니요손님들하구 얘기 중이야.

영라 (?. 입모양으로 묻는다한정호?)

재원 (끄덕여보이고통화 계속)?...(웃음)어떻게 친하냐니형은 무슨인간관계가 꼭 한정호 방식대로 발생하는 건 아니지...

제훈 (혼자 조금 웃으며 피규어 만지작)

재원 나는 세대를 초월한 친구가 좀 많아...형은 그런 거 모르겠지만.

한송 정호 방.

 

-주영은 없고정호통화 중.

 

정호 사람이 어떻게 다 알구 살겠니...거두절미용건을 말하께윤제훈 그친구한테 침 바르지 마라우리가 작업 중이야오케이?

 

재원 스위트.

 

재원 (끊으며)침 바르지 말라는데?

영라 말을 해두. (제훈에게)한대표 그런 말 쓰는 거 상상이 안되죠?

제훈 (웃음)

재원 귀엽게 볼수도 있는데,

영라 두 번만 귀여웠다간,

재원 암튼난 인제 모르겠고,(제훈에게)니 선택을 돕기 위해서 순전히 내 기준으로 한마디 한다면이거 하나야일이 많아서 피규어 신상 번개 모임에 못나가는 인생은 인생이 아니다.

영라 그럼요우리두 법무팀에 무슨 막중과중한 업무를 맡길 생각은 없어요그냥 자문 정도어차피 송사는 대리인 선임해야 하잖아?

재원 그냥 다 얘기 해돌리지 말구.

영라 그러자. (제훈에게)실은 내가 딸이 하나 있답니다.

제훈 네? (재원을 보면)

재원 난 인제부터 노코멘트.

영라 걔두 재밌어요인물두 좋구나만큼은 아니지만.

재원 얼씨구?

제훈 (진심 재밌어서 웃음)

 

한송신영 방오후.

 

-신영주영.

 

주영 아침에 의논 할려구 했는데지시 사항이 맍아서 좀 늦었어요.

신영 (긍정적인 미소)그러잖아두 궁금했어요...뭐죠?...왜 나랑 따루 구좌 틀려구 해?

주영 개인적인 일이예요.

신영 연애 상담?

주영 그럴 수도 있구요(usb와 쪽지 내민다)읽어봐 주세요.

신영 오오영광이네.

주영 그럼,

 

-주영이 나가면신영쪽지 편다.

 

주영 소리 usb에 내용을 적었습니다반드시 변호사님 개인 태블릿으로 읽어 주십시오.

 

-신영, usb 만지작뭘까알기 전에 결정해야 할 것 같다는.

 

정호 방.

 

정호 내일 오전 스케줄이 없던데집사람이랑 양평에서 하루 자고 와도 되겠죠?

양비서 잘 생각하셨습니다그간의 갈등과 불화를 깨끗이 해소하십시오며느님 친정 승격 껀은특별히 따로 신청해 놨습니다시일은 좀 걸린다고 합니다.

정호 잘하셨네요그럼, (선다)

 

-양비서옷걸이의 윗도리 받쳐들고정호팔 꿴다.

신영 방.

 

-신영소파 탁자에 발 올리고 앉아 태블릿 본다웃기도 하면서,

 

주영 소리 당시 내부고발자 민주환이 제시한 증거물은 폐기처분 됐고노조 측에 전달한 활동비가 민주환 개인 명의로 입금이 되었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유변호사님은 그동안 한송의 경리부장이나 다름이 없었죠최근 접근 차단 조치된 일련의 자료들 중에는,

 

비서실퇴근 무렵.

 

-양비서주영가방 챙긴다.

-신영이 복도 지나 나가는 모습 보이고,

 

양비서 유변이랑 무슨 용무가 있었나?

주영 컴퓨터 고장 수리 팔로업 하느라구요.

양비서 오늘 한 대표 집에서 파티가 있어.

주영 네?

양비서 을들의 향연이지원래 일년에 두 번여름 겨울에 휴가 떠나면 오래된 사람들이 다 모여서 한판 걸지게 놀거든.

주영 오재밌겠네요...

양비서 근데 이번 겨울에는 손자 보는 바람에 걸렀잖아다들 목 빼고 기다린다같이 가자.

주영 어떡해선약이 있어요.

 

-태우손수건으로 손 닦으며 들어온다.

 

태우 무슨 약속인데?

주영 취미 생활요즘 솔로들취미 동아리가 대세잖아요.

태우양비서 (힐끗)

 

정호 침실.

 

-파우더룸연희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울 앞에서 화장 매만지고선숙이 1박 2일 가방을 챙긴다.

 

연희 이지 오면 한남동 데려다 주구 퇴근하세요.

선숙 네.

연희 내일 오전에 데려오시면 돼요애들끼리 오랜만이라 밤새 놀겠지.

선숙 잠옷은 이걸 넣을까요? (화려한 레이스 들어보이는)

연희 (잠깐 생각)알아서 해요(다시 거울).

선숙 제가 입을 게 아니라서,

연희 그걸루 하던가.

정호 동네 전경.

 

-왁자지껄 웃음 소리.

 

정순 소리 왕언니 납신다!

 

정호 집거실.

 

-현관양비서와 태우가 들어서고 정순이 달려간다앞치마 대신 헐렁바지에 티셔츠.

양비서 잘들 계셨나...

 

-양비서와 정순두 손 맞잡아 크게 흔들고,

-선숙이 거실 어귀에서 양비서 향해 환영의 트위스트선숙도 정순처럼 편한 차림.

 

양비서 (깔깔깔)여전하구나.

선숙 (요염자태까지 보여드린다)

 

-거실박집사가 양비서에게 경태 소개정순은 양비서 가방 들고 계단 옆으로.

-탁자 위엔 이미 술과 안주 질펀.

 

경태 (양비서에게 깎듯이 인사)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박경태라고 합니다.

양비서 (어깨를 친다)수고 많으시지요.

경태 지도 편달 부탁 드립니다.

 

-어느새 태우는 앉아서 선숙이 따라주는 술 받는다.

 

정순방.

 

-거실의 박장대소 들려오고,

-티셔츠 갈아입은 양비서가 바지를 끌어올린다정순은 양비서의 옷가지를 옷걸이에 걸고,

정순 아유 왕언니께선 고대로시네.

양비서 고대로는 야배가 점점 나와가지고 하루 종일 답답해 죽는다.

정순 (양비서의 보정 속옷 들어보이며)세상에 이건 그냥 갑옷이네나는 앞치마로 가리면 되는데.

양비서 (티셔츠 소매 걷으며 은밀)며칠 전에 사향노루 거시기 샀다고 하던데효험 좀 보셨다니?

정순 뭘 물어요꽝이지.

양비서 (혀를 찬다)돈이 썩어 난다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라고,(이런 기회에 충성도를 떠보려는)

정순 그래두 애쓰는 게 어디야밖에서 딴짓 안하구.

 

-나가며,

 

양비서 그거는 그렇지.

 

형식 집 거실.

 

-인상이 고개를 반쯤 돌려 술을 목구멍에 들이 붓듯이 비우고 철식에게 잔을 올리려 하자철식이 술병 들고 기다리고 있다가 잔을 채운다.

-진애인상의 앞접시에 전 따위 덜어놓고,

 

철식 아니지이런 날은 그냥 주는대루 먹구 확 자버리는 거야.

인상 네!

진애 아버님이랑 술 가끔 해?

인상 아니요이런 자리 처음이예요.

철식 마셔.

인상 네그럼, (고개 돌려 꿀꺽꿀꺽)

철식 어이구제법이네.

진애 너무 많이 주진 말아요잠자리두 낯선데 화장실 드나들다 넘어질까 걱정돼.

 

-진애봄의 방으로 가고이번에는 형식이 잔을 채워준다.

 

형식 술이나 줘야지 뭐내가 참면목두 없구 할말두 없어.

인상 아닙니다봄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형식 그래그 맘만 잊지 마.

봄이 방.

 

-누리가 진애에게 아기 건네준다.

진애 젖 먹였지?

봄 어새벽까지 잘 거야.

진애 외할머니랑 자자? (나가려다)어른들께 전화 드렸어?

봄 어.

 

안방.

 

진애 (아기 누이며)우리 도련님 기저귀 좀 볼까?...

정호집 거실.

 

-풍악 소리 거나하다.

-박집사가 양비서에게 스텝을 가르치고양비서 잘 보고 따라하지만 번번이 꼬여정순대구포 따위 물고 손뼉을 쳐가며 깔깔깔.

-경태와 선숙농밀한 춤 추면서,

 

선숙 사랑의 묘약은 시험해 보셨는지요.

경태 고이 간직하고 있어요언젠가 둘만의 그날을 위해.

선숙 우린 그런 게 필요없지 않나요.

경태 동의합니다...

 

-일각얼근히 취한 태우구겨지듯 주저앉아 문자.

 

태우 소리 어딨어요....왜 씹으시나...있을 때 잘해...민주영!

 

-양비서가 태우의 뒤통수 빡!

 

양비서 뭐하니!

태우 아누님!

양비서 너 민주영이한테 맘 있지?!

태우 (비칠 일어서다 주저앉는다)글쎄이 요망한 것이 계속 씹잖아.

사격장.

 

-두 개의 과녁에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실탄이 꽂힌다명중률 현격히 차이 남.

-주영과 철식각각 사로에 서서방아쇠 당기는.

-주영귀마개 벗고조끼도 벗고철식은 점수표 두 개 비교하며 웃음.

 

철식 너무 차이나네...자주 하시나 봐요.

주영 네주말엔 거의.

철식 단골은 싸게 해줘요?

주영 생각 있으면 말씀하세요주인이랑 잘 알아요.

철식 (새삼 점수표 보며)생각을 해봐야겠네요이게 뭐냐고.

주영 나가시죠.

철식 아,.

 

정호 집 거실 일각.

 

-거실 쪽은 시끄럽고,

 

태우 (안경 들고 눈 가를 닦는다)내가 매력이 없는 거지 뭐...(안경 바로 쓰다가 양비서 본다)누님 나 어떡하지?

양비서 (쥐어박는다)인간아...

태우 (피하며 흑)

 

부근 공원.

 

-주영거의 경보 수준으로 걷는다철식헉헉 숨소리 티내지 않으려.

 

철식 감이 영 안오더라고요팔이 덜덜 떨리고예비군 동원 때 소총이나 쏴봤지 그런 건 오늘이 첨이라.

주영 근력악력다 연습해야죠.

철식 설마 저걸 쓸 일은 없겠죠?

주영 순간 집중순간 판단그런 게 좋아서 하는 거 뿐이예요.

철식 좀 천천히 걸으면 안될까요.

주영 습관이 돼서요저기 앉을까요?

철식 아이고,감사합니다.

-벤치에 앉아 마실 것 한잔씩 들고.

 

철식 주환이한테는미안해서 연락을 못하겠어요.

주영 오빠 얘기 안하셔두 돼요할만큼 하신 거 알아요.

철식 뭐 꼭 그렇지는 않죠...괜히 나한테 처음 들켜가지고...

주영 그때 공개 안하시구시간을 준 게 고맙대요자기 입으로 밝히게 해준 게.

철식 그렇게 심오한 뜻이 있었던 건 아니고...워낙 살벌했으니까요다 지난 일이지만.

주영 계속 그렇게 사실 거예요?

철식 (?!)

주영 지난 일로 치고 사실 거냐구요.

철식 (본다혹시?)

주영 딱히 대상을 적시하지 않더라도뭔가 바로 잡고 싶은 게 없나요?

철식 (고개 설레설레)없죠당연히.

주영 그래요?

철식 그것도 다 한 때 생각이예요머리도 나쁘고 간도 작은 놈은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게,

주영 (선다)잘 알겠습니다.

철식 (선다),

주영 저는머리 나쁘고 간 작은 분이랑은 할 얘기가 없어요.

철식 (!!!)

주영 이만, (간다)

철식 (잡지 않고 본다신호다!)

 

-주영가면서 핸드폰 본다부재중 전화 및 문자 한가득. ‘김태우 김태우 김태우...’ 열 개쯤그 중간에 유신영

-주영유신영 문자 연다.

 

신영 소리 28년도 사태 때 집행부 쪽 증인이 필요해요.

주영 (가면서 등 뒤 의식서철식당신인데)

-철식그 자리에 선 채 외친다.

 

철식 연락 할게요!

주영 (오케이돌아보진 않고 브이자)

 

-철식멀어져가는 주영을 담담히 바라본다체한 건 토해내야지.

정호 집.

 

-텔레비전 화면에 신바람 이박사 동영상다들 흉내 내거나 감탄하며 우스워 죽는데,

-박집사식당에서 나와 안채 계단 뛰어올라간다.

 

박집사 (손나팔)경계경보요!

 

-양비서가 급히 리모콘으로 소리 죽이자다들 돌아본다.

-화면 속 이박사소리없는 열창.

-벙하니 바라보는 양민들.

 

박집사 금 23시 19분 현재주인님 내외분께서 부부 싸움으로 인해 급거 귀가 중이에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양민 여러분께서는비상시 대처 요령을 다시 한번 숙지하시고,

 

정순 방.

-선숙이 허겁지겁 근무복으로 갈아입고경태가 문간에서 바깥 쪽 살펴가며 망을 봐준다.

-양비서가 벗어놓은 바지와 티셔츠 한켠에.

경태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선숙 빈도는 낮습니다만 강도는 쎄죠,

 

-태우가 경태를 밀치고 들어와 침대 위에 뻗는다.

 

경태 우린 언제 같이 나갈 수 있죠?

선숙 (나가며 머리 매만진다)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거실.

 

-현관박집사가 실내화 놓아주고 정호와 연희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들어선다선숙과 양비서가 가까이 나가 맞이한다.

-거실탁자 위의 것들 왜건에 실려 있고정순(어느새 근무복 차림)리모콘으로 밀고 가려다가 황황히 리모콘 집어 이박사 비디오 끄고,

-현관.

 

양비서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모님.

연희 오그래요간만에 회포를 풀고 있었나봐요?

양비서 네외람되게도.

정호 집엔 별일 없겠죠?

선숙양비서박집사 네...

 

-다들 거실 향하고선숙기사에게서 연희의 여행가방 건네 받는다.

-거실정호와 양비서는 서재로선숙과 연희는 침실로.

-박집사바라보다가 가슴을 쓸어내리고정순이 식당에서 마실 것 한잔씩 얹힌 작은 쟁반 두 개를 들고 나오자 얼른 하나 받아든다.

 

서재.

 

-정호마실 것 벌컥이고양비서가 단정히 서서 지켜본다.

-정호가 잔을 내려놓으면,

 

양비서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정호 (쓸쓸히 한숨)

양비서 혹시 장회장 댁 사모 때문에 언쟁을 하신 건지,

정호 (고개 젓는다)

양비서 아니라면모처럼 화락하신 중에 왜,

정호 아무래도 갱년기 증상 같아요.

양비서 무슨 그런 말씀을요.

 

침실.

 

-파우더 룸.

-선숙이 가방에서 옷가지 꺼내 걸고연희는 화장대 앞에 앉아 있다.

-선숙레이스 까운을 다시 접어 서랍에 넣고연희힐끗 보고 외면.

 

선숙 저한테 다 털어놓으세요홧병 됩니다.

연희 혹시 그때 그거,

선숙 사향주머니 말씀이신가요.

연희 갖구 있어?

선숙 ...버렸는데요.

연희 그래...이비서같은 독신녀는 필요가 없겠지.

선숙 딱히 그래서는 아니지만,(아차), 아무튼 저는 그런 게 필요 없습니다.

연희 나 정말 늙었나봐뜨겁지가 않은 거야.

선숙 나이는 무관합니다케미가 중요하지요.

연희 그런 건 인제 포기해야지 뭐.

선숙 그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선다)모쪽록 안녕히 주무시기를,

연희 (글썽),

정순 방.

 

-박집사와 경태가 태우를 찰싹여 깨우고,

 

박집사 어이,

경태 김태우,

박집사 집에 가서 자야지.

경태 야,

 

-한켠에서 선숙과 양비서가 가방과 핸드폰 따위 챙긴다.

 

양비서 (선숙에게)저렇게 두고 가도 될까.

선숙 본인들이 해결하셔야죠.

양비서 참만사를 좌지우지하는 양반이.

 

-정순이 들어온다종이봉다리 양비서에게,

 

정순 이렇게 가셔서 어떡해.

양비서 뭐니?

정순 주먹 찰밥이야냉동실에 넣어놓구 하나씩 뎁혀 드셔.

 

-박집사와 경태태우를 굴리다시피 하다가 정순에게,

 

경태 재워주셔야겠는데요,

박집사 통나무야.

정순 그건 안되지...우리 사생활은 딱 자는 시간뿐인데.

박집사 자네가 데리구 가.

선숙 선생님 사생활도 있지 않나요?

정순 하루쯤 재워줄 수두 있지!

경태 물론입니다만(선숙 눈치),

양비서 맞다업고라도 나가.

 

거실.

 

-경태와 박집사가 태우 양팔 걸고 나간다선숙양비서정순다 조심조심 현관으로.

 

양비서 기분 잘 살펴 드려.

정순 알았어요...

 

침실.

 

-잠옷차림 정호빗을 들고 파우더룸 기웃.

-파우더룸잠옷차림 연희아이크림 바르고 일어선다.

-연희가 나오면정호얼른 앉아서 혼자 정수리 친다나 혼자서도 잘 하거든?!

-연희거들떠도 안보고 침대에 눕는다.

-정호거칠게 두드린다헛손질도 해가면서.

-연희!

 

아기 방늦은 밤.

-정호문간에서 들여다보다가 들어와 오르골 감는다.

-시간 경과연희가 들여다보고정호가 등뒤에 쓱.

 

정호 꼭 자구 와야 하나?

연희 당신이 그러라 그랬잖아.

정호 내가 언제?!

연희 허참 기가 막혀.

 

봄이 방.

 

-봄은 침대에 팔 베고 누워서누리는 책상 앞에 앉아서 도란도란.

 

누리 몸조리는 잘 된 거야?

봄 이만하면 잘 된 편이래배두 쏙 들어갔구...직장은 재밌어?

누리 수습이라 정신없지 뭐그런대로 할만 해.

봄 언니 힘으루 돼서 다행이야.

누리 글쎄.

봄 왜?

누리 난 당연히 내 실력으루 됐다 생각하는데사람들이 눈치 줘너희 아버님 빽이라구.

봄 디따 불편하겠다.

누리 당연하지.

봄 인제부터 뭔가 보여주면 되겠네 뭐.

누리 낙하산 꼬리표 떼기가 쉬운 줄 알어?

봄 (웃음)미안.

누리 너네 시댁 덕 좀 볼려구 잔머리 썼다가 벌 받는 거야.

-문이 벌컥 열리고인상술기운에 붉어진 얼굴.

 

인상 서 봄나 어떡, (하다가 누리에게)죄송합니다.

봄 (일어나 앉는다)화장실?

인상 아니그게 아니라,

누리 (웃음)노래 시켰구나?

인상 네,

봄 그냥 하면 되지 뭘 또,

누리 도전 천 곡우리 집 가풍이야혼 좀 나봐.

인상 네, (봄에게)빨리 나와떨려 죽겠어,

형식 거실.

 

-인상과 봄동요 가요 망라하여 두 소절씩 끝없이 노래하고철식누리가 손뼉치며 박자 맞추고애 깬다고 잔소리하는 진애.

-그 와중에 형식이 반쯤 돌아앉아 고함치듯 통화 중.

 

형식 아글쎄 지금 애들이 전화를 받을 수 없,(하다가)누구요?...아이고이거이 밤에 어쩐 일로...?!

 

정호 서재.

 

-까운 차림 정호가 통화 중이고연희가 독려하듯 지켜본다.

 

정호 아무래도 저희가 생각이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애들이 그동안 나름껏 생활 리듬을 잘 지켜 왔는데그게 깨지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양해해 주시리라 믿고 지금 즉시 차를 보낼테니까세 식구,

형식 거실.

형식 (버럭)이봐요!

-도전천곡 뚝 그치고 다들 형식을 본다.

 

형식 이게 무슨 경웁니까나 안그래두 유감 많았는데이렇게 더 보태십니까?! 애들 잘 놀구진영이두 잘 자구 있구만지금 보내라니요!!!

 

-진애가 아기 안고 나온다.

 

진애 어머머 별일이야이 밤중에?

인상 아버지세요?

철식 그런 거 같네.

누리 너무 하신다.

형식 (통화)우리는 고작 이 정도 자격두 없다는 거야?!!

봄 아빠그래두 반말은 자제,

형식 저쪽에서 먼저 했어! (다시 통화)애들이 당신 꺼야?!!!

-진애안방으로.

 

진애 우린 듣지 말자진영아어른들이 배려가 없어그치?

 

정호 집 서재.

 

정호 보내라고!!!! 귓가에 쟁쟁거리구 눈 앞에 어른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잖아!!!!

 

형식 집 거실.

 

형식 싫어!!!!

 

정호 집.

 

정호 나두 싫어!!!!!

 

형식 집 앞 밤.

 

-정호 차 도착하고정순이 내리면서 통화.

 

정순 네진영 할머님저 지금 왔는데...

-누리가 나온다.

 

정순 아, (전화 끊고는)진영이 이모시구나.

누리 네안녕하세요.

정순 제가 들어가서 도울까요?

누리 아니요좀 기다려 주세요지금 의논 중이거든요아빠가 못가게 하셔서요좀 취하시긴 했지만 저희두 서운하구요.

정순 아유 알죠...

 

형식 집.

형식 가지 마그건 순종이 아니야지는 거야.

인상 맞아요.(술 마신다)

진애 (안방에서 나온다)장인 사위가 다 취했네.

형식 나 안취했(철식 어깨에 툭)

철식 아유 고맙네. (형식을 눕힌다)이럴 땐 한명이라두 조용히 해주셔야,

인상 (철식에게)제 잔,

철식 어, (받아주며)봄이 니가 결정해야겠다.

인상 (철식 잔에 술 따르며)제가 전화 드릴게요못갑니다그럴게요.

진애 그건 아니지...

 

-누리가 들어온다.

 

누리 아주머니가 그러시는데웬만하면 가는 게 좋겠단다집안 분위기가 좀 그렇다구.

봄 뭐지?

인상 제가 정할게요공평하게봄이 너는 진영이랑 가고나는 여기서 (쓰러진다)자겠습...

누리 세상에.

철식 결론 났네.

봄 (진애를 본다괜찮어?)

진애 괜찮어.

누리 진영아빠 두구 왔다구 혼나는 거 아냐?

진애 (선다)그럼 자는 걸 깨우니?!

봄 (선다)혼나지 뭐.

-잠시 후누리가 큰 가방봄이 작은 가방진애가 아기 안고철식이 앞장 서서 내려간다.

 

누리 이게 뭐야...

진애 뭐는 뭐야시집살이지.

봄 인상이 인질로 두구 갈게막 구박해.

철식 (주영한테서 들은 얘기가 있어서 착잡)

정호 집 거실.

 

-정순이 진영을 안고봄과 가방을 든 박집사가 들어선다.

 

봄 다녀왔습니다...

-정호와 연희어색하게 서서 위엄 부리는.

-박집사는 안채로아기방에 가방 놔두러.

 

연희 인상이는 서씨 집 아들 하겠대니?

정호 ()그래두 공평하게 잘 했다.

봄 (웃음)신의 한수,

연희 잠자리 바꿨다가 혹시 탈이라두 날까봐 오라구 했어.

정호 너희 어른들 서운하신줄은 알지만진영이를 우선으로 생각해야지가장 약하구 여린 존재 아니냐.

봄 (웃음 감추고)그러니까요.

연희 들어가 눕히세요.

정순 네, (봄에게)오늘은 제가 볼게요보모님이 휴가라,

봄 저기제가 데리구 자구 싶어요.

정순 그러실래요?

정호연희 (한번 급히 마주 보고는 봄과 정순을 향해)우리가!

정순 네?!

 

아기방.

 

-정호와 연희가 아기를 향해 엎어지다시피 들여다보며 정신없이 어르고,

복도.

 

-어르는 소리 들으며 봄과 정순소곤소곤.

봄 우리가 번갈아 보초를 서야 할 거 같아요.

정순 그래야지...한 시간두 못버티실걸.

봄 (흐흐흐)

정순 (마주 웃음)

형식 집 거실다음날 아침.

 

-말끔히 치워진 탁자에 쪽지 붙어 있다. ‘가게에 있으니까 깨면 전화해’ 형식 혼자 자고,

 

욕실.

 

-인상엉거주춤 서서 나름 계산저게 물이고이건 대야니까저기서 물을 퍼서.....바가지 집어든다대야에 물을 퍼담고쭈그려 앉아 본다어떻게 앉아도 이상하다간신히 세수.

 

주방.

 

-인상서서 물을 마시며 둘러본다가스렌지 벽에 붙어있는 반짝이도 쓱 만져보고싱크대 틈새도 기웃.

 

봄의 방.

 

-문간에 서서 한참 바라보는 인상서 봄이 방에서 살았구나아기자기한 물건들봄의 손때 묻은 책들.

 

정호 집 식당 일각.

 

-인상과 통화.

 

봄 여태 거깄어?...너 학교 갔다 그랬는데...

 

형식 집 봄의 방.

 

-침대에 걸터 앉아 소리 낮춰 통화 하는 인상.

 

인상 나 지금 니 방에 있어......다이어리같은 거 찾는데없더라?...그런 걸 봐야지...구남친 사진 같은 거...

형식 소리 (잠 덜깬)여보인상이 갔어?

인상 아버님 깨셨다. (밖을 향해)아니요, (하고는 통화)이따 봐. (끊으며 일어선다)

 

-형식들여다본다푸스스한 얼굴로 멋쩍은 웃음.

 

인상 안녕히 주무셨어요.

형식 뭐 하냐...

인상 그냥.

형식 잠은 좀 잤구?

인상 네.

형식 목욕 갈래?

인상 어,.. ,

 

가게 앞.

 

-인상과 형식나온다파우치 하나씩 들고.

-가게 안에서 목 빼고 내다보는 진애괜히 시큰같이 목욕 가는 게그까짓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형식은 왠지 뿌듯.

 

형식 (인상을 힐끗)낯설지 않냐?

인상 (조금 웃음),

형식 견문을 넒힌다 생각해너네 집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거든.

인상 그렇죠.

형식 목욕하구 나와서 동네 한바퀴 돌아주께사람들이 다들 뭐 해서 먹구 사는지 보라고.

인상 네...

 

정호 집 접견실같은 시각.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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