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11회
- (오영) 오늘은 얘기 안 되겠다 - 나 다쳤어
아주 많이
눈은 터지고 입도 터지고 피도 나지
근데...
넌 날 볼 수가 없어
(오수) 아니
넌 보려고도 안 하지
수술이 두려우니까
(오수) 눈도 뇌도
방치하지
왜 다쳤어?
어디가 다쳤어?
넌 내가 보고 싶지 않지?
내가 보고 싶단 말은 다 거짓말이야, 그렇지?
그래, 거짓말이야 이제 속이 시원해?
[벽으로 미는 소리]
아니, 그닥 시원하지 않아
네 거짓말이 좀 지겨워질 뿐이야
그래서 난 이제 떠나려고
왜 왔어?
- 처음부터 이러려고 왔어? - 아니
처음부터 이러려고 오지 않았어 근데...
네가 이렇게 이기적인 애인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오지 말걸 그랬다
나도 후회하는 중이야
대체 나한테 뭘 원해?
살고 싶다는 말
살아야겠다는 의지
그럼 뭐가 달라지는데?
난 살 수도 없는데
(오영) 네가 보고 싶지 않냐고? 아니, 보고 싶어
네가 오고부터 난 매일 네가 그리워
그럼 뭐 해?
난 볼 수도 없는데
나도...
무서워, 죽는 게
왜 날 이렇게 자꾸 약하게 만들어, 넌?
왜 날 자꾸...
살고 싶게 만들어, 넌?
살고 싶어?
아니
살고 싶지 않아
[잔잔한 음악]
어디 가, 어디 가?
[문 열리는 소리]
(오영) 서, 가지 마, 나랑 얘기해
도와줘요
도와줘요! [언성 높이면서]
영이야, 그냥 가게 놔둬
가지 마!
가지 마!
[차 문 열리는 소리]
[차 문 닫히는 소리]
가지 마, 나랑 얘기해!
서!
오빠, 가지 마!
오빠! [울먹이면서]
엄마! 오빠! [서럽게 울면서]
[어린 영이 울음 소리]
(오영) 엄마!
오빠!
[살며시 흐느끼는 소리]
[슬픈 음악과 오영 울음 소리]
[차 들어오는 소리]
[차 세우는 소리]
차 타
[차 문 여는 소리]
(왕비서) 두 걸음이야, 문 열렸어
타, 영이야
[숨 고르는 소리]
[훌쩍이는 소리]
옷이야, 신발은 발 밑에 뒀다
[차 문 닫는 소리]
안전벨트 해
[찰칵, 안전벨트 맨 소리]
나쁜 놈
[훌쩍인다]
내가 만약...
앞이 보인다면
널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
[차 출발하는 소리]
[차 급정거하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안전벨트 푸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넘어질 뻔한 소리]
어디 가? 이러지 마, 무서워
[발 헛디디는 소리]
(오영) 나 장애인이야, 나 장애인이야 이러지 마!
무서워 [겁에 질린 말투로]
뭐 하는 거야?
[핸드폰으로 카메라 찍는 소리]
뭐야?
[찰칵, 카메라 소리]
증거물
오늘은 내가 널 버린 날이야
이 사진을 유령의 집 같은 네 온실 방에 갖다 놓고
만약에 네가 눈을 뜨게 된다면 두고두고 봐
그리고 못 보더라도 잊지 마
난 널 버렸어
(오수) 네가 살아있는 동안 내가 떠나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어림없어
넌 내가 널 떠나 보내고 어떤 마음일진
상관이 없어, 그렇지?
(오수) 내가 널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고 만지고 싶어 할지
(오수) 넌 상관이 없어 죽으면 그뿐이니까
[오영 흐느끼는 소리]
네가 이렇게 싸가지 없는 앤 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너랑 음식을 만들고
눈꽃 소리를 듣고
(오수) 널 안고 그런 마음 아픈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는 그런 추억은...
절대 만들지 않았을 거야
그동안 너는...
죽기 위해 추억을 만들었다면 이제 난...
살기 위해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나는 살아야겠으니까! [소리치면서]
이렇게 너랑 아픈 추억만 있다면
네가 죽고 난 다음
널 잊기 어렵지 않을 거야
그래서
내가 이래
나는... 살아야겠으니까!
나는 너 없이도...
나는 너 없이도
이 더러운 세상을
살아야겠으니까! [단호하게 소리치면서]
이제 자
같이 안 자?
말했잖아
네가 살고 싶어하기 전엔 절대 같이...
안 자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
[애잔한 음악]
[자박자박 눈 밟으며 걸어가는 소리]
[푹, 막대기 눈 속에 넣는 소리]
[막대기 쑥 넣는 소리]
[눈에 푹푹 빠지며 걸어가는 소리]
(무철) 100일 줄게, 오늘 부로 딱 100일
(진성) 내가 분명히 말한다
시한부는 영이가 아니라 형, 너야
너부터 살고 봐
내가 분명히 이긴다 그랬지?
앗, 뜨거워, 앗, 뜨거워 영이야, 괜찮아?
오빠한텐...
이렇게 키스하는 게 맞지?
(소라) 걘 네가 오빠라서 좋은 거야
네가 오빠가 아니면 당장이라도 끝낼걸
[가쁜 숨소리]
[잔잔한 음악]
코가 높다
(오영) 우리 오빠 키는...
한 뼘, 두 뼘
세 뼘, 네 뼘
여덟 뼘, 아홉 뼘
우와 [감탄하면서]
[풍경 울리는 소리]
[풍경 울리는 소리]
[풍경 울리는 소리]
(보육원장) 근데 주민 번호가 다르네요
우리 보육원에 그쪽이 말씀하신 주민 번호의 오수란 사람은 없었고요
한 살 많은 오수란 사람은 있었어요
이 사람이 진짜 오빠야
(장 변호사) 1년 3개월 전에 차 사고로 죽었는데
병원에선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는데 동사무소에는
사망신고가 안 돼 있었어
자세히 보니까 옛날 얼굴이 남아있네요
지난번에 당신이 갖고 있던 사진하고 많이 비슷하다
엄마야 [놀라면서]
미라야, 니 다 들었나?
미, 미라야!
당분간 이 일은 모른척해
영이가 오빠한테
맘을 많이 준 거 알지?
네
'전 이명호입니다, 지나간 여자 문젠 영이도 알고 이해한 일입니다
그런 걸로 협박하지 마세요
[핸드폰 내던지는 소리]
[걸레 탁 치는 소리]
이슬이 아는 오빠가 내일 모레 돈 달랬다는데
아오, 내가 내일 모레까지 어떻게 5천을 만들어, 어떻게! [짜증 내며 소리친다]
야, 진성아, 진성아 너 어디 가? [놀라면서]
아니, 저 청소해야지! 아니 청소 준비 안 해?
으이그
[진성 엄마 한숨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이슬) 걱정 마, 해결됐어
나 아는 오빠가 지금 그 차주 만나서 합의본대
[경쾌하게 뛰어가는 소리]
- 쟤 뭐래냐? - 그러게
이슬아!
[뛰어가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정말이야?
내가 언제 너랑 농담하냐?
[문 여는 소리]
영이야!
[막대기 저으며 걸어가는 소리]
[급하게 뛰어오는 발소리]
오빠가 널 살릴 수 있는 진짜 능력 있는 의사를 찾았어
(오수) 그 사람이 널 수술해준대
그 사람한테 수술받으면
너 살 수 있어
밤에 보자
[급하게 뛰어가는 소리]
5일 까자
누나한테 영이란 애 치료 맡기는 대가로
네가 나한테 목숨 내놓기로 한 날을 닷새 앞당기자는 건데
왜, 그건 안 되겠냐?
- 하루라도 더 살아야겠어? - 좋아
그럼 너 죽는 날은 남은 24일에서 오늘 5일 까고
19일 남았네
2주하고 5일, 그렇지?
그날까지 돈 마련이 될까?
난 안 된다에 건다
네가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데 신경 쓰고 있는데
그렇지?
희주한테 안 미안해?
안 미안해, 하나도
왜 안 미안해? 나 같으면 미안할 것 같은데
희주 잊고 딴 사람을 사랑한다 나 같으면 엄청 미안할 것 같은데
형 넌 그렇겠지
형 넌 늘 그렇게 뒷북이니까
희주한테 내가 미안한 건 걔 죽을 때
(오수) 잘 가라고, 거기서 마음 편하라고
쉽게 보내주지 못한 거
그거 하나야
내가 함부로 살고 싶었으면서 걔에 대한 죄책감을 핑계 삼아
막 산 거, 그거 하나
아이 가진 거 싫어한 거
많이...
미안해했어
이해하 거야, 희주는
희주는 그런 애잖아
(오수) 늘 우리를 이해할 준비가 된 애
우린... 그런 애를 사랑했어
걔를 형처럼 속 좁게 만들지 마
[진미랑 이슬 대화하는 소리]
- 좋은데 - (이슬) 오케이
나도 이거 하나 사주라
나도 남친한테 선물 좀 하게
[뒷걸음질하는 구두 소리]
그러니까, 아는 오빠 누구?
있어, 그냥 아는 오빠 [언성 높이면서]
- 그렇지, 진미야? - 어? 야, 난 모르지
(진미) 네가 있다니까 있나 보다 하는 거지, 얘가...
[넘어지는 소리]
[물건 떨어지는 소리]
언니, 왜 그래? 어?
찌그러져 있어라
(블랙잭 오빠) 어, 이슬아, 왜? 또 돈 필요해?
야, 써도 너무 쓴다
어, 무철이 오빠 잘 지내지?
무철이 형님 잘 지내지 근데 형님은 왜?
[전화기 떨어트리는 소리]
다신 안 그럴게, 언니 다신, 다신 안 그럴게
(진미) 아니, 얘가 아무리 돈 써도 그 돈 진성이 오빠한테 안 받는다고 하잖아
그리고 무철이가 내가 쓴 돈은 오수 오빠한테 받는다고
했단 말이야, 그래서 난 그냥...
언니, 내가 다신 안 그럴게 내가 미안, 다신 안 그럴게
이미 그랬어, 넌
너 오늘도 쇼핑했지? 이 돈도...
야, 이 기집애야, 이 돈이 어떤 돈이라고 그 돈을 써! [소리치면서]
야, 대학 못 간 게 막 살아도 되는 이유가 돼?
네가 친구야, 저승사자야! [때리면서 소리친다]
늬들 언제 사람 될래? 너 언제 사람 될래? 언제 사람 돼! [소리 지르면서]
(희선) 언제 사람 될래! [분노에 찬 고함]
그럼 5일 더 까자
(무철) 진성이 돈을 네 빚에 얹어 받는 대가로
너 죽을 날을 5일 더 앞당기자는 거지
내가 보기에 너 이미 죽을 결심한 거 같은데
(무철) 19일이나 14일이나 거기서 거기잖아
좋아, 대신 진성이, 희선이
(오수) 다신 끼어들게 하지 마
[실랑이하는 소리]
- 어때? - 오케이
나도 진성이 딱 여기까지야 근데 김 사장은 모르겠다
(무철) 돈이 놈의 돈이거든
일단 내가 충고 하나를 하자면
희선이, 진성이
더는 같이 다니지 마
걔들이 김 사장 레이더에 걸리는 순간
같이 죽어
충고 고맙네
그럼 우린 2주 후에 봅시다
치 [오수 탁, 치면서]
하루가 금쪽 같은데 미쳤어, 너?
진성이한텐 모른척해
다신 진성이 안 건드리는 대가치곤 싼 거니까
동일이가 왕비서 잡을 비밀 잡았대
왕비서 동생들이 여기저기 건물들이 수두룩하대
[전화 연결음]
- (동일) 어, 형 - 동일아
그동안 고마웠다 이제 너, 빠져도 된다
경찰에 신고할 거야
경찰에 신고하는 즉시 난 바로 죽어
이제 너도 빠져
다신 내 일 끼지 마
[극적인 음악]
(희선) 오수야, 오수야, 오수!
수야! 오수! [큰 소리로]
야, 박진성, 너 어디야?
나 동일이 형 만나러 가
왕비서 잡아서 내 돈까지 해결할 거야
이 미친놈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오수가 죽게 생겼어
너 때문에! [울부짖으며]
[심각한 음악]
지금 김 사장이 형님께서 돈 자꾸 쓴다고 난립니다
이번에도 진성이한테 그렇게 많이 쓴 걸 알면 아마 가만 안 있을 겁니다
형님, 그냥 오수 처리해버리고
이 일에서 깨끗이 손 떼시고 다른 일 알아보는 게 더 낫지 않나요
감자야
나 폐암이란다
가망 없단 진단 받은 지 두어 달 지났고
내가 날 가만히 관찰한 결과
- 난 진짜로 가망이 없어 보여 - 아, 형님
내가 있잖아
살면서 딱 후회되는 일이 두어 가지 있는데
하나, 꽤 착한 널 이 드러운 바닥에 꽂아놓은 거
또 한 가지는...
[진성이 덮치는 소리]
- 형님 - (무철) 끼지 마
[진성이가 주먹으로 치는 소리]
[진성이 나가떨어지는 소리]
내 빚은 내 빚이지 왜 내 빚이 형 빚이야
왜 내 빚이 형 빚이야, 이 새끼야! [분노에 찬 고함]
[진성 비명]
으악
넌 부모님 모시고 시골로 가라 그게 여럿 위하는 거야!
형 죽이려면 나도 죽여 나도 죽여! [소리치면서]
[서로 치면서 싸우는 소리]
[진성이 비명 소리]
으아!
[진성, 가쁜 숨소리]
부모님 모시고 시골로 가
그리고 의리는 가족한테 먼저 지키는 거야
(무철) 가족도 못 지키는 놈이 무슨 동네 형한테 의리를 지켜
씨이
[진성이 덮치는 소리]
[진성이 소리 치면서 계속 때리는 소리]
[몸싸움하는 소리]
으아아아!
[진성 구르는 소리]
[얼굴 맞는 소리]
[진성 얼굴 맞는 소리]
수 동생 치료해
안 한다고 했지
수가 어제 나한테 무릎을 꿇었어 오수가
나한테 어제처럼 무릎을 꿇었던 적이 딱 한 번 더 있었지
17살 때, '나 희주 사랑하니까'
'형이 좀 빠져주라'라고 말하면서
아주 쇼를 하네, 미친놈들
[무철 코웃음]
어제 알겠더라고, 왜 희주가 내가 아니고 오수였는지를
나 죽어도 내가 안 버려지거든
그게 사랑이든, 부모든, 누나든
죽음 앞에서든
난 폼 안 나는 짓은 죽어도 못하거든
근데...
오수는 지를 버리지
폼 같은 거, 구차한 거, 찌질한 거
절대 겁을 안 내
희주가 오수한테 간다 그랬을 때 내가 뭐랬는 줄 알아?
'잘 가, 잘 살아'
' 행복해야 한다'
나 그런 놈이야 폼 안 나는 짓 못 해
오수는 사랑을 지킨다고 지를 버리는데
난 폼 잡으려고 사랑도 잃고
치료 시기도 놓치고
누나 말대로 천벌을 받고 있지
오영, 그 앤 가망 없어
노력이나 해봐, 누나가 신도 아니고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안 그래?
세상에 살릴 사람들이 천지인데
- (선희) 깡패놈들... - 여자애 깡패 아니고 그냥 환자야
보호자 보고 수술해, 누나?
시골집에 가
엄마, 아빠랑 하루만 자
부모, 형제 다 버리고
누나 너만 살겠다고 한 거
잘한 짓이야
우리 집에 남아서 형제들이랑 살려고 허둥댔다간...
너도 나처럼 됐을 거야
오늘이라도 오수를 이 집에서 내쫓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죠
오수한텐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근데... 영이한테 먼저 말을 하는 게...
영이 방으로 가시죠
[긴장감 흐르는 음악]
(무철) 5일 까자, 누나한테 영이란 애 치료 맡기는 대가로
네가 나한테 목숨 내놓기로 한 날을 닷새 앞당기자는 거야
내가 보기엔 이미 너 죽을 결심한 거 같은데
[전화벨 울리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무철) 희선이, 진성이, 걔들이 김 사장 레이더에 걸리는 순간
같이 죽어
야, 형 전화 안 받냐?
진짜 너도 아웃시킨 건가?
[전화 안내음]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이 빌딩들 비싼 세를 전부 준 거라서
실제로 매각해서 건질 수 있는 돈은 큰 거 한 장이야
많네, 그 정도면
그 여자 주식은 해마다 쭉쭉 늘어간다며, 그럼 뭔가 있지
아무리 배웠어도 평범한 것들이 어떻게 강남에 빌딩을 가져? 그게 말이 돼?
이거 분명히 횡령이야
야, 진성아 형이 빠지라면 빠지자, 좀
나 형이랑 불구덩이라도 같이 들어가
내가 의리가 뭔지 반드시 보여줄게
왜 아무 말씀 안 하세요?
두 분 다 저한테 말씀하실 게 있어서 온 거 아니에요?
- 있잖아 - 말씀하세요
- 영이야 - 그럼 제가 먼저...
그래, 네가 먼저 말하는 게 낫겠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저... 수술받을래요
오빠가 절 살릴 의사를 찾았대요
현 박사님도 좋지만 오빠가 말한 의사한테 수술받고 싶어요
믿어보게요
정말 절 살릴 수 있는지
오빠가 떠나기 전에 수술받을 수 있게 준비해주세요
어, 그래
(장 변호사) 예, 예, 잘 알겠습니다
현 박사가 조 박사를 잘 안답니다
셩걱이 까칠하지만 능력은 있답니다
학계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의사가 인정하는 의사라네요
수술에 관해선 믿고 맡겨도 좋다고 합니다
대체 이게 뭔지...
오수 그놈, 생각을 모르겠네요
[오수 들어오는 소리]
- 이리 좀 앉지 - 올라가요
- 장 변호사님이 절 보자고 해서 - (왕비서) 영이가 수술을 한대요
수술 부탁하려고 하신 건데 필요 없게 됐어요
- 수술은 제가 말한 조 박사님 - 그렇게 하죠
뭔가... 너무 쉽네요?
쉬운 거 없어요, 우리가 조 박사를 알아보니까 믿을만하대서 그런 거니까
올라가요
(오수) 그럼, 전...
[오수 계단 올라가는 소리]
왜 말씀 안 하십니까?
저 앤 영이를 사랑해요
오래된 거 같아요
어제 둘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진심으로 영이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 그거야 돈 때문에.. - 돈은 우리가 관리하잖아요
전 인과응보를 믿어요 영이를 속인 대가로 오수는
영이가 수술이 끝나는 동시에
1원 한 푼 못 갖고 이 집에서 나한테 쫓겨날 거예요
빚을 독촉하는 사람들이 오수를 가만두지 않겠죠
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고요
(오영) 잘 안 돼, 아오
엄마, 어머, 엄마
[오수 밝은 웃음 소리]
[눈 탁탁 두드리는 소리]
(오수) 야, 야, 야, 야, 너 그거 너무 커
무슨 눈사람을 그렇게 크게 만들어
넌 크잖아
네가 눈을 떠보면 알겠지만 나 네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아
- 이게 나야? - (오수) 응, 그게 너야
너 나보다 코가 작고 나보다 눈이 작고
나보다 얼굴이 작고 나보다 손이 작고
그래서... 귀여워
- 눈 떠서 보고 싶다 - 곧 볼 거야
코
[눈 뭉치는 소리]
야... 너무 커
난 코쟁이가 아니야
어? 아, 줘!
- 싫어, 싫어 - 줘
- 하지 마 - 뭘 하지 마?
그럼 너도 나를 맞히든가
[눈에 맞고 오수 비명]
- 맞았어? - (오수) 맞았어
- 거짓말 - (오수) 진짜야
아아 [가짜로 맞은 척하며]
[넘어지면서 '아' 하는 소리]
- 맞았어? - 너 눈이 보이지?
(오수) 난 처음으로 아이처럼 즐거웠다
무철이 형의 칼도 두렵지 않았고
서른 살 내 인생이 처음으로 억울하지 않았다
세상은 분명 공평하단 생각도 처음으로 들었다
영이와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아야지
그래서 무철이 형의 칼을 맞을 때 절대 억울해하지 말아야지
수백, 수천 번을 다짐해본다
그래도 순간순간 두렵다
그때 또 생각하려 한다
오늘 이 순간 이전까지 끝없이 죽음을 두려워했을
내 앞의 영이를
나는 내 삶이 절대 억울하지... 않다
지금 행복하다, 됐다
난 눈을 뜨면
혼자 24시간을 걸어볼 거야
그리고 내 손으로 밥도 짓고
그다음엔 내가 좋아하는 영화 '봄날은 간다'를
누구의 설명 없이 혼자 보고 싶어
그리고 네가 읽어준 '어린 왕자'
얼굴도 보고 싶다
어떻게 생겼는지
(오영) 참, 저번 날
유령의 집이란 말 무슨 말이었어?
왜 저번에 나한테...
자?
오늘은 밤새서 얘기하자더니
자는구나?
[애잔한 음악]
[옷장 여는 소리]
(김 사장) 3일 후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 표야
공항에 도착하면 내가 아는 애가 널 맞을 거야
- 자기야 - 아, 참
네 스위스 계좌는 동결시켰어
오수가 가져간 돈 너한테 있는 거 다 알아
처음부터 알았지
근데 왜 오수한테 돈을 달라 그래?
네가 좋아한 대가
3일 후에 네가 여기 남아 있으면 스위스의 돈은 다 내 거야
그리고 너도 오수도 끝이고
나중에 보자
[차 문 여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문자 수신음]
[핸드폰 터치하는 소리]
(왕비서) 지난 번 부탁하신 건 못 들어드리겠네요
오수 씨는 영이 곁에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다신 연락하는 일 없길 바랍니다
전 오수의 정체를 알거든요
[핸드폰 터치하는 소리]
[전화 연결음]
[전화벨 울리는 소리[
[전화 안내음] 전화 왔습니다
- 여보세요 - (소라) 안녕하세요
(소라) 전 오수 씨 여자친구 되는 사람입니다
상의드릴 말씀이 있는데 오늘 좀 뵐 수 있었으면 싶네요
오빠 일이에요, 오빠한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청담동 그린 카페에서 오후 1시에 봬요
[숟가락 내려놓는 소리]
[의자 미는 소리]
너 어제 왜 바닥에서 잤어?
어?
바닥에 이불 있더라고 왜 내 옆에서 안 잤어?
어...
그냥...
조금 불편해서
불편했어?
다른 날은 내 옆에서 잘 잤잖아
- 우리 이제 따로 자자 - 왜?
그냥 침대가 좀... 불편한 것 같아서
알았어
그럼 내가 침대 끝에 바짝 붙어 자면 되겠다, 그럼 되지?
아참, 오늘 조 박사 만나 수술 날짜 잡는다
오빠
혹시 여자 있어?
여자? 웬 여자?
아니야, 그냥 여자 있나... 해서
뭐라는 거야? 뜬금 없이
[차 지나가는 소리]
혹시 애인 있어?
아침부터 웬 애인, 여자 타령이야? 없어, 너밖에
진짜 여자 없어?
있었었지, 근데 지금은 없어
이쁜 여자야?
왜 이래, 없다니까?
지나간 애인은 이뻤어?
뭐, 괜찮았지
나보다 이뻤겠지?
어헛, 쯧
당연히...
- 야, 너 화났어? - 아니
(오수) 화난 것 같은데 아닌가, 질투인가?
오빠랑 동생 사이에 웬 질투?
오빠잖아, 너, 남자 아니고
맞다, 남매 사이에 질투는 웃기지
근데 복지관 학생을 왜 청담동에서 만나?
가끔은 그렇게 만나 오빠가 와서 그동안 못한 거지
나 조 박사님 만나고 데리러 갈까?
이 본부장이 오기로 했어
(오영) 같이 회사 갈 거야
아무래도 남매 사이에도 질투가 있나 보다
갑자기 기분이 확 상하네
그렇지? 내가 이상한 거 아니지?
너 아까 나, 질투했구나?
남매끼리 무슨 질투?
이명호 만나고 집에 빨리 들어가 있어
늦으면 오빠한테 혼난다
[살며시 웃는 소리]
누나, 사진 다시 한번 봐요
네가 오기 전에 열 번 스무 번 봣어
- 이런 케이스는 가망 없어 - 내일 환자 데려올게요
환자 보고 진단 다시 해줘요
우린 환자 보고 진단 안 해 사진 보고 진단하지
괜히 환자 괴롭히지 마
성공 확률 10%도 안 돼
(선희) 수술 성공한다 하더라도 항암하다 끝날 거야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게 해
옛날에 내가 아는 형이 뇌종양이었는데
처음엔 죽는다 그랬는데 수술해서 열어보니까
의외로 종야이 작더래요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어
그리고 얜 재발 환자야
섣불리 수술해서 되지도 않게 이리저리 뇌를 건드려 놓으면
누난 그런 서툰 의사가 아니죠 누난 그럴 리 없죠
내일 얘기해요
[문 열리는 소리]
[깊은 한숨]
[손으로 탁 치는 소리]
[오수, 흐느끼며 우는 소리]
[오수, 훌쩍이며 우는 소리]
[오수 우는 소리]
너무 젊다, 환자가
- 안 가세요? - 응
가자
[전화 안내음] 3시입니다
[문자 수신음]
(소라) 당신 오빠는 진짜 오빠가 아닙니다 그는 당신 오빠를 흉내 내고 있죠
당신 친오빠는 1년 전에 죽었어요
당신 주변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왕비서님께 물어보시면 제 말이 사실인지 알 겁니다
[전화벨 울리는 소리]
3일 후, 밤 10시 공항으로 와
그때 안 오면 좀 전에 너한테 보낸 문자가
(소라) 그대로 음성 메시지가 돼서 네 동생한테 갈 거야
지금 네 동생 보고 있는데
아주 예쁘다
네가 왜 쟤를 좋아하는지 알겠다
근데 네가 양심이 있다면 저런 애는 건드리지 말아야지
안 그래?
[극적인 음악]
[막대기 피는 소리]
조심하세요 계단이 앞에 3개 있어요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막대기 미는 소리]
(명호) 영이야!
안에서 기다리지
정장 소비의 연령대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2030인 이 세대들은 자신을 캐릭터화하고
(명호) 스스로를 연출하는...
젊은 감각의 브랜드로 마케팅 컨셉을 잡고 한번...
뭐?
오빠 여자가 만나자고 했다가 안 나왔다고?
네
다음에 그런 일 있으면 혼자 오지 마
그리고 이런 말 하기 그런데...
- 오빠가 말이야, 영이야 - 내가 잘 몰라 그러는데
동생은 오빠한테
질투 같은 거 느끼면 안 돼요?
안 되는 건가 보구나
신경 쓰지 말아요 아주 조금이니까
난 아빠랑 엄마랑 너무 친했을 때도 질투했어요
그냥 그렇게 가벼운 거예요
영이야
한 비서 일, 너도 알지?
지난 일이잖아요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지난 일이야, 정말 지난 일
솔직히 최근 들어 네가 많이 좋아
부모님도 널 반대했다가 널 보고 내 선택이 맞다고 하셨어
그 말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더라
회장님 유언 잊지 않을 거야
(명호) 피엘 그룹, 정말 최고로 만들 거야
근데 그 여자는...
왜 안 나왔을까요?
그리고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요?
넌 늘 나랑 있어도 오빠 생각만 하는구나
내가... 그랬나?
[술잔 부딪히는 소리]
이야, 짠
에고, 허리 아파서 일 못 한다더니 술은 잘도 퍼마시네
(진성 아빠) 내가 술 안 마시게 생겼나?
이 자식이 내가 보고 싶어서 [혀 꼬인 목소리]
굳이, 굳이 여기를 찾아왔는데
그렇지, 오수야?
아우, 급하면 빨랑 가!
(진성 아빠) 간다, 간다, 이 여편네
[이얏, 하며 일어나는 소리[
(오수) 화장실 가죠, 화장실
치워, 안 가
너... 안 좋은 일 있지?
안 좋은 일은 무슨... 없어
아.. 네가 살면서
오늘로 딱 세 번
내를 보고 싶어 한 거 아냐?
희주 죽고 나서 너 감방 가서 유치장 있을 때
(진성 아빠) 그리고 오늘
뭐?
뭐가 안 좋은데?
그런 거 없어
오수야
너 나한테 소 사줘야 된다, 응?
왜 대답이 없노? 너 나한테 소 사준다 했잖아!
사줄라 하니까 아깝나?
아니, 사줄게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크게 웃음]
우리 다 같이 저 시골 가서 살자
서울은 너무 삭막해가지고
내...
저 자식은 왜 이제 나타나노?
(진성 아빠) 야, 이 자슥아!
네 엄마 식당 일 혼자 하는 거 안 보이나!
퍼뜩퍼뜩 가서 도와야 될 거 아니야! 이 새끼가!
이 새끼... 이 자식이 말이야
- 뭐야, 너? - 말 시키지 마
너 내가 누구한테 이렇게 맞았는지 안 궁금해?
안 궁금해
너 왕비서 잡을 생각 없지? 너 살 생각 없지!
이제부터 너 나한테 어떤 말도 시키지 마라
아는 척도 말고
오늘로 우리 둘 보는 거 끝이야
아버지도 그래서 보러 온 거고
[거칠게 빼는 소리]
나는 못 그러겠다면?
[얼굴 때리는 소리]
[진성 숨 고르는 소리]
별거 아니네, 오수
(진성) 너 그 물 주먹 가지고 이 바닥에서 어떻게 살았냐?
그동안 운 좋았다, 너
야, 야, 나 데리고 가!
형, 형!
(선희) 이런 케이스는 가망 없어
(오영) 동생이 오빠 좋아해도 되니?
(왕비서) 온실 안에 둘만이 아는 뭔가가 있는 것 같네요
(진성) 네 눈엔 내가 오수를 죽일 놈으로 보이냐?
(김사장) 나쁜 제의 아니다
(구 박사) 오영 씨에게 거짓 진단을 한 의사를 찾았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야, 둘이!
조용히 해, 영이를 위하는 척하는 그 가증스러운 눈빛
(오수) 내 앞에서 다신 하지 마
왜 그랬어?
널 사랑하니까
.그 겨울, 바람이 분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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