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10회
[전화벨 울리는 소리]
이거 놔요, 왜 이래요!
(깡패1) 내가 전화 찾아 준다니까
당신 오빠가 당신 찾나 본데
- 전화기만 줘요, 전화기만 - [전화 안내음] 오빠입니다
다른 건 다 가져도 되니까 제발 전화기만 줘요 [언성 높이면서]
(깡패들) 어이, 참
전화기만 줘요, 전화기만! [소리 지르면서]
전화기만 줘요!
그거 필요하다고요!
[오영 소리 지르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
(깡패2) 으악!
으악
[깡패 비명 소리]
[깡패 비명 소리]
전화기
전화기
전화기
(오영) 전화기
전화기
전화기
[가쁜 숨소리]
[바닥 더듬으며 가방 찾는 소리]
[오수 앉는 소리]
영이야
[뺨 때리는 소리]
(오영) 쉬웠겠다, 이렇게...
눈이 안 보이는 나를 속이기
참 쉬웠을 거야, 너
[가쁜 숨소리]
[약 내던지는 소리]
안락사... 시키는 약?
[한숨 쉬며 주저앉는 소리]
(오영) 왜 못 죽였어?
왜 날 못 죽였어?
난 이렇게 쉬운데
난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는데!
왜 날 못 죽였어, 왜! [소리 지르면서]
[오영, 흐느끼며 우는 소리]
[슬픈 음악]
(깡패1) 에이, 왜 하필 저 자식이 나타나
- (깡패2) 야, 쟤 누구야? - 야, 인마, 오수잖아
넌 어떻게 이 바닥에 살면서 오수를 몰라?
(무철) 야
(무철) 우리 귀여운 오수가 또 한 발 빨랐네
재밌네
[웃음 소리]
아 [무철 신음 소리]
아 [무철 신음 소리]
희선이 말대로
넌 돈이 필요한 거야
(오영) 그렇지?
그래서 나한테 온 거고
들떴겠다
난 네가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알아서 유언장을 써줬으니까
아주 들떴겠어 [차갑게]
왜 약을 안 먹였어?
난 쉬운데
왜?
너도 사람이라
양심에 걸리디?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네가 나타났다고
오빠가 나타났다고
신이 나서 웃고 떠들고 깔깔대는 내가
불쌍했니?
(오영) 아니면
나 죽고 난 다음
(오영) 사람들한테 들킬 게 겁이 났니?
- 그것도 아니면 - 그것도 아니면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거나
[잔잔한 음악]
약은 내 거였어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오수) 대체 내가 왜 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
난 왜 이렇게
아둥바둥 살려고 하나
그냥 끝나도
누구 하나 마음 아파할 사람 없는데 [떨리는 목소리]
오늘 당장 끝나도
아쉬울 것도 없는 인생인데
(오수) 근데...
너를 만나고
너랑 지내면서
그만하자
이 방법은 어때?
내가 널 떠나는 거
(오수) 그럼 다 끝날 일이야
그렇지?
떠난다?
그래
[허탈한 한숨]
야
쉽고 좋다, 그거
잘 가
[막대기 펴고 탁탁 치는 소리]
- (남자) 뭐야? - (여자) 안 보이나 봐
(여자) 위험해요
[막대기 치며 계단 내려가는 소리]
영이야
떠나면 끝나?
넌...
떠나면 끝나는 거니?
난 남고
넌 가면 끝나는 거야? [언성 높이면서]
그래, 가! 떠나, 다! [소리 지르면서]
떠나버려, 다! [소리 지르면서]
[막대기 휘청하는 소리]
영아
영아
[전화벨 울리는 소리]
진성아, 지금 당장 차 가지고 와! [다급하게 소리치며]
여기 응급실이 어디예요? [급하게 소리치면서]
(의사) 저쪽으로 가세요
(왕비서) 오빠 오수 씨가 영이한테 위험한 이유가
78억의 빚 때문인가요?
그 빚은 왜 생긴 거죠?
갬블러였는데 스폰서 돈을 횡령했어요
빚을 갚기로 한 날짜가 다가오고 있죠
지금 그 사람은 사면초가예요
난 그 사람이 오빠란 사실 자체를 의심하고 있어요
그 사람보단 죽은 오수란 사람이 궁금하죠
죽은 오수란 사람은 어떻게 자랐죠?
몰라요
뭐, 보육원에 있었단 말은 들었는데
보육원요?
오빠가 있던 보육원은 어디죠?
희망...
보람이라고 들었어요
[문 열리는 소리]
오늘 제의는 생각해보죠
난 약속이 있어서
[종이 넘기는 소리]
[종이 넘기는 소리]
진소라 씨는 왜 만나신 겁니까?
장 변호사님이 절 안 믿으시니
저도 모든 걸 말씀드리기 그러네요
[삐, 기계음]
여기 온통 종양 덩어리입니다
[전화벨 울리는 소리]
재발이네요
수술하죠, 하루라도 빨리
구 박
뭐야?
수술 못 하겠네, 이거
왜?
또 괜한 희망 주고 있었냐?
그래서 내가 널 못 미더워 하는 거야
술은 나중에 하자
[문 드르륵 열리고 닫히는 소리]
저 사람 무철이 누나지?
남매가 쌍으로 재수 없이
(오수) 누나, 누나
누나가 수술해줘요
난 승산 없는 게임은 안 해
게임?
사람이 죽어가는데 당신 눈엔 이게 게임으로 보여?
- 당신이 의사야? - 이게 게임이 아니면
네가 하는 도박판 게임이 게임이냐?
무철이가 하는 깡패 짓이 게임이야?
웃기는 놈 아니야, 이거?
누나, 누나!
영이가 깬 것 같아
지난 번 비밀 주주 회의에 들어갔던 이 이사를 만났습니다
이명호가 단독으로 공장 가동도 하지 않는 현수 법인을 인수했답니다
(장 변호사) 주주들은 왕비서님이 그 일의 책임자인 줄 알고 있고요
보고받은 적 없어요
보고를 받았다면 제가 장 변호사님께 이 일로 전화드리진 않았겠죠
주주들 사이에서
돌아가신 오 회장님의 충복이었던 계열사 정 대표를
차기 회장에 취임시키자는 말이 나오고 있답니다
그럼 영이는요?
그 사람들도 영이를 위한다는 명목이죠
영이가 원하는 것도 회사의 안녕이니까요
정신 차려요, 장 변호사님
그 사람들은 영이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날 제거하려는 거예요
내가 없어야 지들 맘대로 되니까 [흥분하면서]
정 대표가 뭐? 회장님의 충복?
회장님 충복이 이 세상에 나 말고 어디 있어? [화난 목소리]
웃기고 있어, 정말
[자리 박차고 일어나는 소리]
[화난 발걸음]
떠난다며 [차갑게]
떠나지
왜 안 떠났어?
앞이 보이는 너희들은
떠난다는 말이 늘 무기지
앞 못 보는 내가 혼자 남아 어떤 생각을 할지는
상관 없지
너희들은
의사가 뭐래?
재발... 됐대 [떨리는 목소리]
내 예상이 맞았네
수술하면 된대
6살 때도 사람들이 그랬어
'수술만 하면 돼'
(오영) '항암 치료 20번이면 돼'
'다시 재발만 안 되면 돼'
말은 참 쉬워
영이야
안 괜찮아도 되니까
울래?
아니
별로
[살짝 흐느끼는 소리]
수가 지금처럼 우는 거
딱 한 번 본 적 있어
영안실에서 죽은 우리 언니 안고
기억 나
이상하다, 기분이
별로 화도 안 나고 성질도 안 나고
뭐야, 이거
[훌쩍거리는 소리]
[훌쩍거리며 우는 소리]
두 사람 깨울까요?
[잔잔한 음악]
[문자 수신음]
(소라) 내일이 내가 약속한 3일 째야 기억하지?
그곳을 떠날 준비를 해두는 게 좋을 거야
불편할 텐데 내려가서 자
우리 이제
같이 자자
내가 떠날 때까지
같이 자
아픈 게 좋을 때도 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같이 자는 거 안 된다고 잔소리했을 텐데
[급하게 계단 내려가는 소리]
[다급하게 세우는 소리]
죽으려고 환장했어? 뭐가 아직 때가 아니야? [격하게]
소라가 쫓고 무철이가 쫓고
이제 시간 26일 밖에 안 남았는데
당장 이명호라 딜해
여기 있는 사진 이명호한테 보내고
돈 달래서 여기 뜨자
이명호한테선 돈 안 나와
안 나올지 나올지 형이 어떻게 알아! [소리 치면서]
아까도 말했지만
이명호가 78억 만드는 거 형이 신경 쓸 일이 아니야
걔가 지 집 팔아서 안 되면 형제 집 부모 집을 팔 거고 그걸로도 안 되면
(진성) 머리 좋은 놈이니까
회사 돈을 빼돌리든 주식 조작을 하든 어쩌든 하겠지
- 이명호보단 왕비서를 잡아야 돼 - 주제 파악 좀 하지!
영이랑 좋아하는 거 다 들켜
형 말, 형 행동, 형 지금 이 눈빛
내가 분명히 말한다
시한부는 영이가 아니라 형 너야
너부터 살고 봐
난 살아
어떤 일이 있어도
시궁창에 처박히고 무철이 칼이 날 찔러도 나는 살아
갓난쟁이일 때
한겨울 나무 밑에 버려졌어도 산 놈이야, 내가
날 자식처럼 보살펴 준
너네 엄마, 아빠 배신하고
돈 훔쳐들고 나와서도 죄책감 하나 없이 산 놈이야, 내가
희주가...
내 앞에서 죽어도
산 놈이라고, 나는 난 어떻게든 살아
너도 있고 희선이도 있고
살아야 할 이유가
너무 많아, 난
무슨 생각 해?
너랑 같은 생각
(진성) 저 오수 형 동생 진성입니다 78억이 필요합니다
일주일 시간 드립니다
[차 문 열리는 소리]
[차 문 닫히는 소리]
형 말 안 들은 거 이번이 처음이야
이번에도 들었으면
넌 나한테 죽었어
이제 난 오수 잊었다
질투냐?
왕비서나 잡으러 가자
너랑 나 연애질은 나중에 하자고
(진성) 아유, 이놈의 기집애
병원 못 옮겨요
수술 받든 치료를 받든 영이는 이 병원에 있습니다
영이가 지금까지 치료 받던 현 박사는
국내 최고 의사예요
당신이 뭐래도 난 듣도 보도 못 한 이 병원에서 영이 치료 못 시켜요
오늘 당장, 아니 지금 당장 병원 옮길 거예요
일개 집사 주제에 당신이 뭔데?
- 말씀이 심하십니다 - 영이랑 아직 결혼 안 했지
그럼 아무것도 아니고, 그렇지?
입 닥쳐
그럼 당신은 뭔데?
내가 당신을 진짜 오빠라고 믿는 줄 알아?
아니, 난 당신을 안 믿어
영이가 믿으니까 나도 믿어주는 척할 뿐이야
나 역시 그렇죠
영이가 아무 말 하지 않으니까
당신을 좋은 집사, 양 엄마
후견인으로 믿어주는 척
하고 있죠
[긴장감 흐르는 음악]
내 뒷조사를 하셨다고요
나 역시 당신들 뒷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칠 수 있는 완전한 패를 가지면
다시 이렇게 모여 담판을 짓죠
그때까지 영이의 수술과 치료는 이 병원의 조 박사님께 받습니다
[의자 박차고 일어나는 소리]
장 변호사님
(명호) 장 변호사님!
[물세례 소리]
[물잔 내려놓는 소리]
내가 다른 건 몰라도 회사 가지고 장난치지 말랬지!
왕비서님
- 지금 무슨 말씀이신지 - 현수 법인!
약혼은 파기야
왕비서님
오수 씨가 절 협박합니다
명호를 못 믿는 건 그렇다고 치고
왕비서님을 의심하는 이유는?
영이 눈
뇌종양 때문이 아닙니다
영이가 어렸을 때 뇌종양은 고치게 하고 눈은 방치한 거죠
- 그래야 영이를 자기 소유물처럼 - 말조심해!
왕비서님은 수십 년을 자네 아버지가 사람 취급을 안 해도
영이를 친자식처럼 키운 사람이야
어떻게 네가 감히 그 사람을 의심을 해 [화내면서]
왕비서가 영이를 방치했다는 증거가 있다면요?
가져와, 그 증거물을
괜한 말장난하지 말고
그전에, 나도 자네를 절대 안 믿어
그러죠
[긴장감 있는 음악]
사무장
지문 감식 보낸 거 어떻게 됐어?
영이야
어디 가? 누워 있지
의사 선생님 만나러 가
구자성 선생님 방이야 나 좀 데려다줘
응
(의사) 오영 씨
어디 가세요?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 박사님 가족이 만약 제 경우라면
수술과 10번일지, 20번일지 모를 항암 치료를
다시 받으라고 하시겠냐고요
난 합니다
그럼 모든 게 끝나나요?
다신 아프지 않고 재발하지 않고
전 반드시 살 수 있는 건가요?
[곤란한 한숨 소리]
그건 아니군요
[막대기 젓는 소리]
의사가 뭐래?
영이야!
영이야!
우리, 집으로 가는 거죠?
아니, 우린 현 박사님 병원으로 간다
- 아깐 집에 간다고 했잖아요 - 넌 집에 못 가
차 세워요
- 차 세워! - 그냥 가
회장님! [다급하게]
영이야! 영이야! [긴박한 목소리]
(왕비서) 영이야, 영이야!
[차 급정거하는 소리]
[뺨 때리는 소리]
뭐 하는 짓이야! [고함치면서]
오빠 아파요, 오빠 왜 그러세요?
우리 어디 가요?
네가 영이랑 고등학교 때 찾아간 그 의사를 만나러
영이한테 RP라고 말한 그 의사가 있는 병원 기억하지?
- 오빠가 그걸 어떻게... - 영이 일기장을 봤어
(오수) 거짓말할 생각 마, 차 타
- 오빠, 그때 제가 왕비서님한테 - 차 타!
네
[차 문 닫는 소리]
[차 급하게 출발하는 소리]
여기 있는 사람 다 나가!
(왕비서) 어서
다 나가! [소리친다]
[멀어지는 발소리]
넌 수술해, 내가 시켜
난 수술 안 해요
더는 어떤 치료도 안 받아
왜? 죽을래?
그러려고
[뺨 때리는 소리]
[오영 주저앉는 소리]
내가 널 처음 쳤다 그동안 나랑 살면서
넌 내 뺨을 열 번, 스무 번 쳤어도
난 지금 널 처음 쳤어
알아
이게...
네가 나한테 하는 복수니?
언제부터 준비했니 이런 잔인한 복수는?
6살 때부터?
네가 처음 뇌종양에 걸린 그때부터?
너도 내가 널 이용한다고 생각했니?
네 주변 회사의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이 집안의 재산이 탐이 나 네 아빠를 죽이고
(왕비서) 널 조종해서 회사를 말아먹고
가당찮은 이명호랑 결혼을 시키려고 하고
널 인형처럼 조종해 결국은 회사의 회장 자리를 탐내는...
너도 날 그 정도 수준으로밖에 안 봤니? [억울하게 소리치며]
아니
당신은 그 수준은 아니지
한때는...
당신을 그렇게 오해한 적이 있었지
당신은 사람이 아닐 거다 괴물일 거다
(오영) 힘이 있다면
죽이고 싶을 때도 있었어
그래서, 그게 안 돼서 네가 죽어서
복수한다?
그러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 집에 아무도 없을 때
계단 위에서
날 밀기만 해도 난 죽을 텐데
(오영) 당신은 왜 안 그러나
내가 잘 때
당신이...
이불만 뒤집어 씌워도 난 어쩔 수가 없는데
왜 당신은 깊은 밤 내 방을 찾아와
내 이마랑 손만 만지고 가나
회사가 탐났다면 너한테 점자를 가르치지 않았으면 돼
시각장애인 컴퓨터를 가르치지 않았다면
넌 서류 한 장 볼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됐을 거야
(왕비서) 그런데 내가 가르쳤어
점자를 배우지 않겠다는 너한테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뺨을 맞아가면서
기어이 포기하지 않고 내가 지금의 널 만들었어
기억해
'영이야, 이 회사는 네 거야'
'네 걸 챙기려면 싫어도 배워야 해'
'눈먼 네가'
'이 무서운 세상을 살아갈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
'배워야 해'
당신이 한 말, 다 기억해
영이야, 수술받자
수술하면 살 수 있어 재발하면 어때?
또 받으면 되지, 영이야, 수술하자
난 너무 지쳤어
(오영) 안 해
결혼할래
오빠가 곧 떠나요
오빠한테 마지막으로 예뻐보이고 싶어
(오영) 내가 결혼하면
오빠도 걱정은 덜하겠지
- 그거면 돼 - 그래
웨딩드레스는 입혀주마
여자로 태어나서 웨딩드레스 한번 입어보겠다는데 못해줄 거 없지
결혼식과 수술, 동시에 진행하면 그뿐이니까
난 수술 안 해요
아니, 넌 수술받게 될 거야
앞 못보는 널 수술대에 눕히는 일은 나한테 어려운 일이 아니야
(왕비서) 우리 이 지겨운 싸움은 네가 살고 싶어할 때까지 계속될 거야
올라가
[문 열리는 소리]
[문 쾅 닫히는 소리]
있어?
없어요
그 의사 이름 몰라?
곽... 뭔데
기억이 잘 안 나요
저기요, 이 병원에 안과의
곽 선생님이란 분을 찾는데
혹시 지금 안 계시나요?
오빠!
오빠, 오빠, 오빠! [차가 급하게 출발하는 소리]
제가 알기로 그분은 10년 전에 여기 나가서 개인 병원 내셨어요
그 개인 병원 위치가 어떻게 되죠?
그건 저도 모르죠
[전화벨 울리는 소리]
[차 문 닫히는 소리]
이미 왕비서는 네가 돈 때문에 영이한테 온 걸 알고 있어
모르는 건 딱 하나
네가 영이의 가짜 오빠인 거 하나지
네가 지금 여기 오지 않았다면 나 왕비서한테 모든 걸 말하려고 했어
근데... 네가 왔네
분명히 말한다
내가 왔어도
왕비서한테 말해
의리 없는 애랑은 못 놀겠어, 난
난 너한테 이렇게 당해도 별로 할 말이 없어
널 가지고 논 대가라고 생각하면 돼
근데...
넌 김 사장한테 이러면 안 되지
네 가족을 먹여살려주고
16살짜리 양아치 같은 널 데려다 이만큼 만들어준 사람한테
사랑은 의리가 아니야
사랑은 내가 알지
네가 나한테 하는 건 집착
사랑은 말이야, 아주 간단해
상대가 끝났다고 하면...
끝나는 거
싫다는 사람 같이 사랑하자고 하는 건 집착
사랑은 거래가 아니어서
배신이 없어
자기가 좋아 시작한 거니까
생색도 안 통하고 자랑도 안 통해
네가 우긴다고 집착이 사랑이 되진 않아
영이란 애가 그렇게 좋은 거야?
네가 이렇게 목숨을 걸 만큼?
모든 인간은 딱 한 번
죽는다는 말을 기억하려고 해
그렇다면 지금이 나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걘 네가 오빠라서 좋은 거야
네가 오빠가 아니면 당장이라도 끝낼걸
알아
때가 되면 기꺼이
떠나려고
[차 문 여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너, 나 진짜 말할 거야
왕비서한테 네 정체 진짜 말할 거라고! [소리 지르면서]
[전화 연결음]
엊그제 한 비서를 만난 건 진짜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현수 법인의 공장 가동 중지는 우리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해
인수 금액이 생각보다 훨씬 적게 들었습니다
현수 법인이 피엘 그룹의 새로운 차기 주력 사업이 될 거라고
전 확신합니다
남자들 여자 문제
한 번은 눈감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널 여기까지 끌고 온 거야
영이한테 회사는 목숨줄이야
다시 한번 나 모르게 이런 장난을 친다면
네 끝은 아주 참담할 거야
압니다
결혼보다 수술이 먼저야
결혼식 준비 전에 수술 날짜가 잡히면
수술이 먼저야
결혼식은 하루아침에 끝날 수 있지만
(명호) 수술은 이후 경과도 봐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제 생각엔...
하시란 대로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보람 보육원 주소를 전부 찾아서
내 이메일로 보내, 가
시골집에 먼저 가있겠습니다
내일 영이 시댁 될 어르신들 뵈러 가기로 했어요
내가 데려가고 싶은데
죽어도 영이가 오빠랑 가겠대요
지금 중요한 건 결혼보다 수술이에요
처음으로 맞았네요 우리 둘의 의견이
근데 영이가 수술보다 결혼식을 하고 싶어해요
그래서 내가 수술과 결혼을 동시에 진행하자고 제의했죠
영이 어디 있어요?
방에, 진성 씨가...
이 본부장을 협박한 거 아세요?
[긴장감 흐르는 음악]
이명호한테 과거 여자가 있었던 건 영이도 나도 이미 아는 사실이었고
'과거는 덮어두자'가 우리 둘의 소신이에요
진성 씨한테 전해주세요 돈은 못 준다고
그리고 조심하세요
영이가 당신을 믿고 있어서 내가 이 모든 걸 참고 있지만
영이 수술이 끝나면 당신은 친오빠라도 끝이야
수술만 받으면 끝나도 상관없습니다, 저도
근데... 제가 끝날 때
왕비서님도 같이 끝나야 할 겁니다
[계단 올라가는 소리]
왜? 내가 너무 염치가 없어 보여?
언제 죽을지 모르면서 결혼한다니까
내가 염치없어 보이냐고
그래?
그래서 말 안 해? 나랑?
짧은 결혼생활이 될지 어떨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피엘 그룹 후계자가 되면
나도 보상할 만큼 한 거잖아
(오영) 안 그래?
- 수술해 - 여잔...
웨딩드레스 입을 때가 제일 이쁘대
기대해
영이야
우리가 함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게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차가 경적 울리고 급정거하는 소리]
- 어떡할 거야, 어떡할 거야? - (진미) 잠깐만요
(진미) 이제 곧 우리 오빠 올 거거든요
우리 오빠 오면... 오빠! 히잉 [갑자기 운다]
(사람) 당신이 오빠야? 어쩔 거야, 내 차?
이 차가 얼만지 알아?
무려 2억이야, 2억
당신 동생 무면허지?
맞지?
야, 너 이 차 누구 거야?
이슬이네 아빠 거
(이슬) 비켜, 비켜요, 비켜요!
어, 어머, 어떡해 [울먹이면서]
야, 너 이거 어떡할 거야? 어떡해! [신경질적으로]
아오, 짜증 나, 차가 무슨 2억이야 [발 구르고 징징대면서]
고만해라
[진미 징징대는 소리]
(진미) 아오, 짜증 나
네가 지금 뭘 잘했다고 울어? 시끄럽게! [소리 확 지르면서]
[진미, 더 크게 운다]
(진미) 앗, 차가워, 이씨
오빠, 어디 가?
찌그러져 있어라
[입으로 '푸' 하는 소리]
[자동문 열리고 나오는 소리]
야, 너 어디 가?
김 사장한테 돈 빌리러
너 미쳤어?
일단 막아야 돼 엄마, 아빠 알면 기절해
- 야 - 그럼 어떡해!
난 돈 있는 놈이라곤 김 사장밖에 모르는데
[뺨 때리는 소리]
일단 진정하고
머릴 짜보자, 오수한테도 알리고
- 방법을 찾아보자, 어? - (이슬) 오빠
어우, 죽는 줄 알았네 [한숨 내쉬며]
오빠, 걱정 마, 해결됐어
나 아는 오빠가 지금 그 차주 만나서 합의봤대
- 쟤 뭐래냐? - 그러게
이슬아
기대된다, 이명호씨 부모님들이 어떤 분들인지
난 환상일지 모르지만 농사짓는 분들은 다 착할 것 같아
오빠 네 생각은 어때?
결혼식은 오빠 네가 떠나는 전주에 해야겠어
(오영) 우리 신혼여행 같이 가자
오빠랑 진성 씨랑 희선이랑 다 같이
(오영) 재밌겠지?
참, 청첩장을 만들어야겠다
(오영) 가족들만 모여 소박하게 하면 좋겠지만
그룹의 주주분들은 모셔야 할 것 같아
주례는 장 변호사님이 하고
(오영) 결혼식장에 들어갈 땐 오빠 네 손을 잡고 들어가고
왜 대답이 없어?
설마 식장에...
나 혼자 들어가게 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
(오영) 암튼 그러기만 해봐 가만 안 있을 거니까
[차가 끼익 정차하는 소리]
[차 문 여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차 문 여는 소리]
나와
상견례 가기 전에 네 결혼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제가 오늘 왕비서님을 만난 건
오빠 오수 씨와 제가
여기를 떠날 수 있게 도와달란 부탁을 하기 위해서예요
저는 그 사람한테 돈을 줄 수 있어요
아직 사랑하거든요
근데 돈만 가지고 끝나는 문제만은 아니어서...
우리 둘이 안전하게 있을 곳이 필요해요
아무도 모르게 한국을 빠져나갈 수 있게
(소라) 왕비서님께서 도와주시면
피엘 그룹에 어떤 피해도 입히지 않고 조용히 그 사람과 여길 떠날게요
[발걸음 소리]
이상하네, 사진이 없어졌네요
분명히 있었는데
두어 달 전에도 어떤 여자가 찾아와서 제가 보여줬는데
오수를 누가 찾아왔었다고요?
네, 젊은 여자가 찾아왔었어요
오빠가 있던 보육원은 어디죠?
희망...
보람이라고 들었어요
죄송하지만 우리나라 보육원과 연계가 되시면
희망 보육원을 좀 찾아봐주시겠어요?
- 네, 알겠습니다 - 네
(보육원 직원) 우리 보육원엔 오수란 사람이 없었는데요
네, 알겠습니다
말씀 좀 물을게요
거기 보육원생 중에 오수란 사람이 있었나요?
(중태) 장 변호사님, 사진 찾았습니다
장 변호사님
오수가 떠나기 전에 기념으로 찍은 사진인데
보세요, 상처가 왼팔에 있죠
(중태) 지금 오수는 오수가 아니에요
아이고
(오수) 여기 아주 좋은 웨딩 플랜하는 회사가 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단골이래
여기다 다 맡기면 되겠네
결혼 반지, 청첩장, 웨딩드레스
- 신혼여행, 기타 등등 - 좋다
거기에 맡기자
이명호, 여자 있는 거 알아?
아마... 다 지난 일일걸
이명호가 회사돈을 유용했다며
왕비서님이 계셔서 쉽진 않을 거야
야, 너
대단하다, 멋지다, 진짜 [빈정대는 투로]
말투가 왜 그래?
예쁘고 착하고 쿨하고 머리 좋고 돈 많고
게다가 죽음까지 두려워하지 않고
- (오수) 야, 진짜... - 비꼬지 마
참 재수없다, 너
내가 너보다 나은 게 하나 있어 딱 하나
난 그 어떤 순간에도 살고 싶어한다는 거야
난 네가 날 이해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죽고 싶었던 순간이 너도 있었다며
그래서 약을 준비한 거라며
오기지, 그건
그 약을 보면서 죽을 각오로 살자
분명히 말하지만 난...
늘 살고 싶어
넌 살고 싶으면 살아지지만
난 살고 싶어해도 살 수 없어
6살 때부터 준비한 거야
만약 언젠가 때가 오면
지금처럼 웃으면서 가야지
구차하게 연연해 말아야지
너랑 있는 이 순간도
너무 좋고 따뜻해도
연연해하지 말아야지
그립지 말아야지
단념하지 않으면 구차해질 뿐이니까
애원하지 말아야지
6살 때부터 준비한 거야
그러니까...
날 흔들지 마, 기대하게 하지 마 [단호하게]
가자
이명호 씨, 여기 신내 가는 길 커피숍입니다
이리 좀 와주세요
뭐 하는 거야? [언성 높이면서]
널 여기 두고 나 혼자만 가려는 거야
넌...
거짓말하는 데 아주 재주가 없어
넌 죽고 싶지 않아
(오수) 넌 살고 싶어
네가 그걸 인정하는 순간 초라해지는 게
겁날 뿐이지, 근데...
미안하게도
지금 네 모습이 난 더 초라하게 느껴져
[의자 박차고 나가는 소리]
가지 마, 나랑 같이 가
같이 가
죽는 순간까지 나랑 즐겁게? 이게 즐겁니, 넌?
네 뜻대로 안 돼
(오수) 살고 싶다고 말하지 않으면
이제 아무것도 네 뜻대로 안 될 거야
어디 가? 같이 가
이리 와
[공 튕기는 소리]
[공 골대 부딪혔다 튕기는 소리]
[공 튕기는 소리]
- 뭐냐? - 선희 누나
조 박사님한테
영이 수술 부탁해줘
[공 튕겨서 굴러가는 소리]
착한 애야
(무철) 어우, 씨 [발로 차는 소리]
[무철, 소리 지르며 발로 차는 소리]
[오수, 짧은 비명]
[무철, 소리 지르며 차는 소리]
[오수, 짧은 비명]
[오수, 신음 소리]
[무철, 이 악물고 오수한테 주먹질하는 소리]
[오수, 신음 소리]
[오수, 낮은 신음 소리]
[낮게 흐느끼는 소리]
살려주라, 형
[오수, 흐느끼는 소리]
(오수) 형 [울면서]
[오수, 흐느끼며]
형, 부탁해, 형 [애절하게]
내일 또 올게
모레도 또 올게
내가 형...
네 손에 죽으면 되잖아
영이는 살리자
죄 없는 애는 살리자 [울먹이면서]
희주처럼은 만들지 말자 [애절하게 울면서]
형!
형! [울면서]
형 [감정에 북받쳐 울면서]
어머, 얼굴이 왜 그러세요?
[계단 올라가는 소리]
밤늦게 죄송합니다 거기 희망 보육원이죠?
예전에 있었던 오수라는 보육원생을 찾고 있는데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요?
[문 열리고 오수 들어오는 소리]
[전화벨 울리는 소리]
- 나야 - 알아
난 눈이 보이거든
왜 그렇게 말해?
그런 말이 나한테 상처줄 거라는 거 생각 안 해?
해
근데 왜 그래?
네가 나한테 상처를 주니까 나도 돌려주는 거야
난 상처준 적 없어
그건 네 생각이지, 네 방 가
- 얘기해 - 무슨 얘기?
네가 죽고 나서 내가 널 그리워할 거다, 말 거다, 그런 얘기?
네 결혼식 마지막으로 보고 떠나야 하는 내 기분에 대해? 무슨 얘기?
오늘 상견례했어, 그 얘기해
부모님이 좋으신 것 같더라
눈도 안 보이는 애가 어떻게 알아, 네가?
오늘은 얘기 안 되겠다
나 다쳤어
아주 많이
눈은 터지고 입도 터지고 피도 나지
근데 넌 날 볼 수가 없어
(오수) 아니, 넌 보려고도 안 하지
수술이 두려우니까
(오수) 눈도 뇌도
방치하지
왜 다쳤어?
어디가 다쳤어?
넌 내가 보고 싶지 않지?
내가 보고 싶단 말은 다 거짓말이야
그렇지?
그래, 거짓말이야
이제 속이 시원해?
[벽으로 미는 소리]
아니, 그닥 시원하지 않아
네 거짓말이 좀 지겨워질 뿐이야
그래서 난 이제 떠나려고
왜 왔어?
처음부터 이러려고 왔어?
아니, 처음부터 이러려고 오지 않았어
근데...
네가 이렇게 이기적인 앤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오지 말 걸 그랬다
나도 후회하는 중이야
[오영, 떨리는 숨소리]
대체 나한테 뭘 원해?
살고 싶다는 말
살아야겠다는 의지
[오영, 한숨]
그럼 뭐가 달라지는데? [따지는 말투]
난 살 수도 없는데
네가 보고 싶지 않냐고? 아니, 보고 싶어!
(오영) 네가 오고부터...
난 매일 네가 그리워
그럼 뭐 해?
난 볼 수도 없는데
나도...
무서워, 죽는 게
왜 날 이렇게 자꾸 약하게 만들어, 넌?
왜 날 자꾸 살고 싶게 만들어, 넌?
(오영) 가지 마, 나랑 얘기해!
- (오영) 오빠, 가지 마! - (오수) 오늘은 내가 널 버린 날이야
(오수) 못 보더라도 잊지 마 난 널 버렸어
자세히 보니까 옛날 얼굴이 남아 있네요
(무철) 5일 까자, 누나한테 영이란 애 치료 맡기는 대가로
(진성) 형 죽이려면 나도 죽여 나도 죽여!
(오수) 영이와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자
그래서 무철이 형의 칼을 맞을 때 절대 억울해하지 말아야지
(장 변호사) 오늘이라도 오수를 이 집에서 내쫓는 게
사진 다시 한번 봐요
(선희) 이런 케이스, 가망 없어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게 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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