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외전 13부
1. 신전 제단/밤
연결된 검을 두 손으로 신수장에게 바치며 무릎을 꿇는다
신수장, 차갑게 보면
시연 전사를....그만 두겠습니다.
신수장을 올려다보는 시연의 단호한 얼굴.
분노해서 시연을 노려보며 다가서는 신수장.
신수장의 손에서 뻗쳐 나오는 손톱.
금방이라도 시연을 손톱으로 찍어 버릴 것 같은 신수장.
시연,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눈을 감는다.
이를 악물고 시연을 찍을 듯 했던 손톱을 거두는 신수장.
신수장 전사를 그만둔다? 왜냐? 강민우 때문이냐?
시연 (눈 뜨며)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니라, 저 자신 때문입니다.
전 이미 전사로서의 자격을 잃었습니다.
신수장 그 판단은 내가 하는 거야.
시연 수장님.
신수장 받아들일 수 없다. 넌 구미호족이고 전사여야만 해. 그게 니 운명이야.
시연 전, (똑바로 보며) 전 인간을 사랑합니다.
신수장 그래 강민우, 구미호족인 널 지금은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인간은 비겁하고 나약한 존재다. 구미호인 널 끊임없이 의심하고 감시할 거야. 그리고 끝내는 널 숨 막히게 만들겠지.
시연 (허공에 슬픈 시선)
신수장 강민우는 너를 순식간에 사랑에서 절망으로 떨어뜨릴 거다.
그렇게 허무하고 위험한 게 인간의 사랑이야.
시연 강민우에게 갈수 없다 해도 전사는 그만 두겠습니다.
이제... 그와 싸울 용기가 없습니다.
시연을 강하게 보던 신수장, 순간 시연의 칼을 들어 신수장 자신의 가슴을 찌르려고 하면
놀라 막는 시연.
신수장 니가 전사를 그만 두려면, 먼저 나를 죽여야 해. 그러겠니?
시연 (놀라 신수장을 보는)
2.무영 집무실/밤
얘기 중인 사준과 무영, 강하게 빠르게 치고받는 대화.
사준 니가 포기해. 수장님께선 절대 시연이를 놓지 않을 거다.
무영 (부정하는) 천년호는 만든 얘기야. 전설일 뿐이라구!
사준 아니, 수장에게서 수장으로 내려오는 극비 사항이야.
무영 (보면)
사준 안 그럼 수장님께서 그토록 오랫동안 공을 들이셨겠니?
무영 (그렇다!)
사준 시연이가 우리 일족의 운명을 지고 있어. 시연이 하나로 우리가 인간답게 사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있는 거야.
무영 인간답게?
사준 우리 구미호족이 왜 인간의 생간에 중독 돼는 거라고 생각하니?
무영 ......
사준 인간처럼 되고 싶어서야.
무영 뭐?
사준 우리가 인간보다 뛰어나긴 해도 불완전한 존재야. 인간의 간이 있어야만 살 수 있으니까. 그래서 오랜 동안 우리 맘에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왔다.
그걸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야. 천년호를 희생양으로.
무영 (믿을 수 없는) 천년호를 제물로 바치면, 우리가 인간이 된다는 거야?
사준 간을 안 먹어도 살 수 있다는 거, 그건 우리가 인간이 된다는 거 아니겠냐?
무영 (충격)
사준 (설득) 시연이는 정해진 운명이야. 너로 인해 그 운명이 바뀌진 않는다. 바꿔서도 안 되고.
무영 (날카롭게) 형은 이 모든 일을, 언제부터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지?
사준 시연이의 운명이 천년호인 거처럼, 내 운명은 시연이를 지키는 거다.
무영 (차갑게) 어머니의 하수인이 아니고?
사준 무영아.
무영 (외면) 당분간 형 보기 싫다. 안 보고 싶어.
어쩔 수 없음에 나가는 사준과
끓어오르는 감정으로 책상을 꽝 내려치는 무영.
3.훈련장/밤
무기고 앞에 무기를 들고 서 있는 시연, 복잡하다.
신수장 (소리) 니가 나를 버리지 않고는 강민우를 얻을 수 없다.
갈등하는 시연.
4.병실 안/다른 날/낮
눈 뜨는 침상의 민주, 민주 손을 잡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민우와 시선이 딱 마주친다.
민주, 놀라 고개를 휙 돌리면
민우 (애써 태연하게) 눈만 피하면 다냐? 강민주, 너 나한테 딱 걸렸습니다!
민주 (민우 보며) 오빠...
민우 (맘 아프지만 가볍게) 오빠? 야, 사람 엿 먹여 놓구 오빠 좋아한다?
너 뭐 잘났다고 이 지경이 되도록 혼자서 끙끙대? 영화 찍냐?
니가 비련의 여주인공이냐구!
민주 오빠야, 있잖아, 나...아프거든?
민우 아퍼? 너, 말 잘했다. 니가 나보다 더 아퍼? 내가 너 때문에 가슴이 찢어졌어요. 여기(가슴 열어젖히며) 봐, 봐, 봐!
민주 (민우 맘 알고 장단 맞추는) 오바 좀 하지마라.
분위기 잡고 애틋하게 얘기 좀 할랬더니, 하여튼 초를 쳐요.
민우 간장을 쳐줄 껄 그랬나?
민주 어우, 허접한 농담 좀 그만 해. 짜증 확 나.
민우 (콱!)
민주 나 일으켜줘.
민우 (얼른 부축하며 씩씩하게) 이제 오빠가 다 알아서 할 거야. 그니까 걱정 마.
오빠 믿지?
민주 (안쓰럽게 보면)
민우 우 씨! 못 믿어?
민주 믿어.
민우 (순간 애잔해져 민주 머리칼 쓰다듬어 주는데)
문형사 (후다닥 들어오며) 드디어 깼구나, 민주야!
민주 (손으로 얼굴 가리며) 세수도 못했는데 으, 쪽팔려... 눈곱 좀 떼고 와서 인사 할께요.
문형사 괜찮아. 나도 세수 못 하구 왔어.
민주 병문안 오면서 디럽게... 문형사님도 화장실로 오세요. (나가는)
문형사 (한숨) 애가 며칠 새 얼굴이 수세미처럼 됐네. 어떻게 이식 받을 방법은 있대?
민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어려워요.
문형사 빌어먹을! 그럼 어떡하냐?
민우 어떡하든 해야죠. (비장)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민주 고칠 거야.
문형사 무슨 수가 뭔데? 나, 이거야 원... 참, 국장님이 찾으신다.
민우 (골똘해지는)
5.장국장 사무실/낮
책상에 놓여지는 사직서, 민우다.
장국장 (민우 보고) 동생이 아프다는 얘긴 들었어. 그렇다고 사직서를 내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민우 꼭 동생 때문만은 아닙니다. 요원으로서 자격도 없고 의욕도 없습니다.
장국장 윤시연을 상대로 싸울 자신이 없어서는 아니고?
민우 그렇기도 하구요.
장국장 윤시연이 그 정도로 자네한테 깊은 상대였나?
민우 ...네.
장국장 구미혼걸 알았는데도 포기가 안 된다?
민우 (보다가) 윤시연이... 혜인이거든요.
장국장 혜인이?
민우 13년 전에 국장님이 죽었다고 한 제 친구 윤혜인이요.
장국장 (놀라) 뭐?
민우 살아있었습니다. 구미호족 전사로.
장국장 그게 사실이야?
민우 그동안 믿어주셨는데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했어요.(인사하고 나가면)
장국장 윤혜인? (날카롭게 민우가 나간 방향을 보는)
6.민우 사무실/낮
책상 위의 집기를 박스에 확 쓸어 담는 민우.
뛰어 들어와 말리는 문형사.
문형사 너 왜 이래? 진짜 그만두려고 그러는 거야?
민우 네.
문형사 니 첫사랑, 윤시연인지 윤혜인인지, 뭐 걔랑 맞붙는 게 깝깝하겠지.
민주도 저렇게 아픈 것도 거리고.
그건 알겠는데 이런 식으로 그만 두는 건 아니다.
민우 (박스 들고 가려하면)
문형사 (답답) 안돼, 이리 내. 너 지금 제 정신 아냐. 이리 내, 임마.
문형사, 말리려고 억지로 박스를 잡아당기면
미련 없이 박스를 문형사에게 떠밀어 버리고 나가는 민우.
문형사 (황당) 짜식, 그렇다고 미냐? 야, 강민우야.
영모 (들어오며) 허구헌날 강민우 불러대느라고 목이 메네, 목이 메.
문형사 민우 좀 잡아 봐봐. 그만 둔다고 저 쌩지랄이다.
영모 그만 둬요?
문형사 지가 저지른 죄가 있잖아. 잡아, 빨리!
영모 저 자식한테 관심 끊은 지 오래 됐습니다.
그러면서도 신경 쓰여 민우가 간 방향을 보는 영모.
7.SICS 회의실/낮
시연 인적사항을 팍팍 넘겨보고 있는 장국장과 그 옆의 찬혁.
찬혁 그럼 신수장이 그 살해현장에서 윤시연을 구해냈다는 얘깁니까?
장국장 거꾸로 일수도 있지.
찬혁 거꾸로라뇨?
장국장 만약 신수장이 윤시연을 빼내기 위해 일어난 살인이었다면?
찬혁 네?
장국장 (서성이며) 윤시연, 강민우, 79년 8월 15일생... (눈빛을 빛내는)
8. 신전 복도/낮
무영, 오는데 마주치는 신수장.
무영, 차갑게 목례하고 지나쳐 간다.
그런 무영을 분노의 눈길로 확 쳐다보는 신수장.
9. 원로회장/낮
사준의 뺨을 후려치는 신수장.
사준, 굳은 표정으로 받아들이면
신수장 무영이가 모르게 하랬지? 근데 니 입으로 무영이한테 천년호 얘기를 해?
사준 말리고 싶었습니다. 무영이가 더 이상 상처 입지 않도록.
그렇지 않으면 무영이, 끝까지 갈 겁니다.
신수장 넌 아직도 무영이를 몰라.
이제야 말로 시연이를 지키기 위해 무영이는 끝까지 갈 거다.
(버럭) 니가 무영이를 적으로 만들었다. 걷잡을 수 없게 생겼어.
사준 하지만 무영이를 이성적으로 설득을 하면...
신수장 (날카롭게) 이성적? 수장의 자리를 이어 받기 싫어 그 어린 나이에도 검을 안 든 무영이다. 그런 무영이가 누구 때문에 전사가 됐는데!
사준 (시연이다! 할 말 없는)
신수장 (일단 진정하고) 무영이가 방해가 된다면..
사준 (보면)
신수장 (싸늘)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그 즉시...니가 무영이를 쳐라.
사준 수장님!
신수장 무영이를 죽이기까지는 못하더라도 주저앉게는 만들어. 그게 니 역할이다.
이때 이층 난간 구석에서 긴장해서 듣고 있는 채이.
순간 이층의 인기척을 느끼는 신수장, 슬쩍 위로 시선을 주면
사준도 알아채고 뛰어오르려는데 고개를 저으며 잡는 신수장.
이미 이층에는 사라지고 없는 채이.
10. 병실 앞/낮
쇼핑백을 들고 망설이던 시연, 차마 병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서는데
이때 병실에서 나오는 민주.
민주 음료수 사온다더니 오빤 또 어디 간 거야? (쫑알대다가 시연 보고) 학예사님?
시연 (돌아보면 수척한 민주임에 안타까운 시선) 민주씨.
11. 병원 일각/낮
손에 들린 메모를 보고 있는 민우. <장기 매매 알선> 스티커다.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하는 민우.
민우 여보세요?
12. 병실 안/낮
쇼핑백에서 포장된 속옷 꺼내보는 민주.
민주 그러잖아도 오빠한테 속옷 부탁하기가 뭐했는데, 정말 고마워요, 학예사님.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이래서 언니가 있어야 한다니까.
시연 내가... 언니 해줄께요.
민주 네? (미소) 정말요?
시연 (애처로운 마음에 민주를 안아주는) 힘내요. 다 잘 될 거야.
민주 (씩씩) 네. 다 잘 될 거예요.
시연 ...미안해.
민주 학예사님이, 아니 언니가 뭐가 미안해요?
시연 내 입장만 생각하느라 민주씨 아픈 거, 오빠한테 얘기 안하고 이렇게...
민주 아니에요. 제가 부탁드린 거잖아요. 오빠한테 비밀로 해 달라구.
시연 내가 민주씨 어머니 대신, 민주씨 돌봐 줄게.
민주 고맙습니다. 근데요, 옵션으로 울 오빠도 좀 챙겨주면 안 될까요?
울 오빠, 지금 많이 힘들거든요. 허허 웃고는 있지만 지금 땅을 치며 울고 싶을 거에요. 언니가 위로 좀 해주면, 좋을 텐데.
사연 (보면)
민주 그래 줄 수 있죠?
시연 (끄덕이는)
민주 이제야 안심이다! (시연의 어깨에 얼굴 기대는)
시연 (눈물 그렁한)
13. 병원 일각/낮
민우, 바쁘게 오는데
씩씩대며 맞은편에서 오는 문형사.
문형사 (울그락) 강민우, 잘 만났다.
민우 잠깐만 민주 좀 봐줘요. 한 시간에 후에 검사 있거든.
문형사 (화 난) 어디 가는데?
민우 볼일이 있어서 그래. 부탁해요.
문형사 (멱살 잡아채며) 너 장기 밀매, 그 쪽 알아보고 다닌다더니? 그거야?
민우 나중에 얘기해요.
문형사 (버럭) 이 자식아, 미쳤냐? 돌았어?
민우 (폭발) 그럼 어떡해요? 방법이 없는데. 민주, 그냥 죽으라구 그래요?
문형사 니가 여태 한 일이 뭐야? 장기 밀매원들 잡으러 다닌 경찰이야, 너!
민우 (격렬하게) 나 이제 SICS도 아니고, 경찰도 아냐. 내 맘대로 할 거에요.
민주를 살릴 수만 있다면, 장기 밀매 보다 더한 것도 해.
문형사 야, 그럼 니가 그 간 빼먹는 여우들이랑 다른 게 뭐야?
민우 그런 거 몰라요. 아니 상관 안 해.
나 무슨 짓을 해서든 민주부터 살리고 볼 거야.
(문형사의 멱살 잡은 손 뿌리치며) 그러니까 이거 놔요!
문형사 정신 차려!
민우 의 턱을 날려버리는 문형사.
나가떨어져 바닥에 주저앉는 민우.
문형사, 다시 민우의 멱살 잡고 주먹 날리려다가
문형사 민주한테 물어봐라. 니가 그딴 식으로 가져온 간을 지 몸에 집어넣고 싶은가?
민우 그럼 어떡해? 우리 민주, 어떡해!
민우, 북받쳐 올라 울음을 삼키며 고개 떨구면
문형사, 민우를 팍 밀어버려 민우를 바닥에 주저앉게 만들고는 돌아서는데
젖은 눈으로 민우를 보고 있는 시연,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시연을 본 문형사, 자리 피해주려 휙 가버리고
시연은 민우에게 다가서 아프게 민우를 보다가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리고 만다.
시연 현수야...
민우 (천천히 고개 들어 시연을 보는 놀란 눈)
시연 현수야...
14. 야외/낮
벤치의 시연과 민우.
문형사에게 맞은 민우의 얼굴 상처를 수건으로 닦아주는 시연.
떨리는 시선으로 시연을 보는 민우.
시연 내가... 안아줄까?
민우 (아릿한 마음으로 보는)
시연 힘들면 나한테 기대. 그래도 돼.
민우 (애써 농담조로) 야, 임마 . 그거 남자가 하는 말이야.
시연 (결심한) 이제 너, 혼자 아냐. 내가... 니 옆에 있을 거야.
민우 (애틋한) 혜인아...
민우의 손을 잡는 시연, 감정에 솔직한 태도로 민우를 본다.
민우, 그런 시연을 와락 안아버린다.
이에 시연, 민우를 포근히 팔로 둘러 안는다.
깊은 포옹을 하는 시연과 민우.
15. 무영 집무실/밤
창가의 무영에게 다가서는 시연.
무영 가자, 결혼예복 예약해놨어.
시연 오빠.
무영 너하고 할 얘기 없다. 그냥 가기나 해.
시연 (간절) 오빠밖에 없어.
무영 (보면)
시연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오빠한테 잔인하다는 거 아는데...
이 상황에서 날 빼내 줄 수 있는 사람, 오빠 밖에 없어.
무영 (불안한)
시연 오빠가 결혼 취소해.
무영 (이를 악무는)
시연 오빠가 날... 놔줘.
무영 왜,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니?
시연 (죄스런) 수장님, 나한테 어머니구 스승님이야.
나를 그토록 아껴주셨는데 결국 수장님을 실망 시켜드렸어.
무영 (신수장을 잘못 알고 있는 시연의 말에 가책이 되어 외면)
시연 전사를 그만 두겠다고 말씀 드렸거든.
무영 뭐?
시연 (신수장에 대한 신뢰)그런데도 수장님, 날 내치지 않으시고 아직도 감싸고 계셔.
무영 (기막힌) 그래서?
시연 하지만 오빠가 날 놓으면, 수장님도 받아들이실 거야.
무영 .....
시연 이미 난 너무 많이 흔들렸어. 제 자리로 돌아가기가 어려워.
무영 지금도 늦지 않았어.
시연 (애절하게) 아니. 나...이를 악물고 참고참고 또 참았어.
미친 듯이 나를 다잡았어. 강민우를 사랑하지 않으려고...
무영 (쿵!)
시연 근데 오빠...어쩔 수가 없어. 내가 날 어쩔 수가 없어.
무영 전사를 그만 두고 결혼을 취소한다고 해도, 너 강민우한테 갈 수 없다.
그거 모르니?
시연 알아. 그것까지 바라지 않아. 하지만 서로 칼을 겨누고 만나는 일은 없을 거잖아?
무영 (설득) 니 말대로 너한테 나 밖에 없다. 널 지켜 줄 수 있는 거.
니가 내 옆에서 행복하지 않을진 몰라도, 안전은 해.
지금은 니 안전이 우선이야.
시연 그게... 무슨 말이야?
무영 (차마 말 못하는)
시연 sics 얘기라면 걱정 마. 그들한테서 날 지키는 정도는, 내가 해.
무영 (말 돌리는) 전사는 그만 둬라. 하지만 우리 결혼은 해야 돼.
시연 (눈물로 호소하는) 오빠, 나... 사랑하지? 내가 행복하길 바라잖아?
그렇다면 한번만...이번 한번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줘. 이렇게 빌께.
시연의 애절함에 흔들리는 무영, 하지만 마음 굳게 먹고...
무영 다른 길, 다른 여자, 다른 사랑... 나한테는 없다.
넌 내게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니까. 절대, 너 못 보내.
너, 내 옆에 있어야 돼.
강하게 마주 보는 무영과 시연.
k (소리) 천년호?
16. k의 은신처/밤
얘기 중인 k와 채이.
k 그건 일족들 사이에 떠도는 전설 아닙니까?
채이 단지 전설만은 아니에요. (눈빛 빛내며) 신수장이 무영 오빠까지 제치고 그렇게 시연이에게 열을 내는 걸 보면, 분명 대단한 비밀이 있어요.
k 일족들을 샅샅이 훑어서 천년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채이 (골똘해지며 중얼)...천년호.. 윤시연.
17. 장국장 사무실/다른 날/낮
장국장, 상기 되어 벌떡 일어선다.
그 앞에는 찬혁.
장국장 적월도가 국내로 들어 왔다구? 어디 있어, 지금?
찬혁 밀반입되었기 때문에 아직은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장국장 그 검이 적월도인 건 확실한가?
찬혁 정보원에 따르면 검 집에 국장님께서 말씀 하신 것과 비슷한 문양이 있다구 했습니다.
장국장 당장 알아내. 그 검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찬혁 알겠습니다 (나가면)
장국장 이제 구미호 놈들의 목을 조일 수 있겠군. (회심의 미소)
18. 병원 일각 야외/낮
벤치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턱을 받친 채 앉아 있는 민주, 랑이 준 mp3를 듣고 있다.
멀리서 그런 민주를 지켜보는 랑, 풀 죽은 민주의 모습에 짠하다.
하지만 랑, 깊은 숨 내쉬고는 돌아서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액정 보면 민주다.
순간 약간 망설이다가 팍 받고 마는 랑.
랑 (뚝뚝하게) 어, 왜?
민주 아, 증말. 인사부터 하면 안 되나? 잘 지냈느냐? 안녕하냐, 뭐 이런 거.
랑 (민주 쪽 보며) 잘 지내? 안녕하시지?
민주 아픈 사람이 잘 지낼 리가 있나. 그쪽은?
랑 나, 바뻐. 할 얘기 있음 빨리 해라.
민주 으, 튕기기는. 끊어준다.
랑 야, 잠깐!
민주 왜요?
랑 할 말 하고 끊어.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민주 할 말 없어. 그냥 심심해서 건건데. 어디에요?
랑 나, 부산. 여기서 공연 있거든. 넌 어디야?
민주 나? 어... 나야 기숙사지 뭐.
랑 (맘 아픈)
민주 사실은 나, 할 말 있어요. 생각해보니까 그쪽한테 몇 가지 신세 진 게 있더라구.
그래서 말인데, 고마웠어요.
랑 이제라도 아니 다행이다.
민주 그럼 잘 지내요. (끊는)
핸드폰 든 채 그대로 민주 보는 랑, 연민이다.
19. 신전 훈련장/밤
요요를 날리며 앉아있는 랑, 생각이 많은 표정인데
다가오는 채이.
채이 뭐 해?
랑 생각.
채이 누구 생각? (차갑게) 강민주 생각?
랑 (놀라 일어나며) 니가 민주를 어떻게 알아?
채이 어떻게 알 건, 그게 중요하니?
랑 (할 말 없는)
채이 너 정신 나갔구나? 걔랑 도대체 무슨 관계야?
랑 그냥.. 친구야.
채이 (코웃음) 친구? 인간이랑 친구다? 언제부터 니가 인간을 친구를 뒀는데?
랑 그게 아니고..
채이 인간이랑 얽혀서 벅벅대는 거, 윤시연 하나로도 지겨워.
게다가 강민우 동생? 그 남매한테는 우리 구미호족 홀리는 피가 흐른대?
웃긴다, 니네.
랑 ...
채이 어느 병원이야?
랑 (놀라) 뭐가?
채이 강민주가 아파서 입원했다며? 어느 병원이냐구?
랑 그건 왜?
채이 (표독) 미끼로 써야지. 강민주, 강민우 동생이잖아.
랑 채이야!
채이 니 친구 잘 지켜야 할 거야. 내가 언제 치고 들어갈지 모르니까.
싸늘하게 돌아서 가버리는 채이와 속상해서 보는 랑.
20. 벽화복도/밤
천년호 벽화 앞의 무영, 굳은 표정으로 벽화를 보는 위로
사준 (소리) 니가 포기해. 수장님께선 절대 시연이를 놓지 않을 거다.
이에 무영, 결심한 듯한 표정이 되는데
오던 채이, 그런 무영과 천년호 벽화를 번갈아 보고...
채이 (떠보는) 그 천년호, 어쩐지 눈에 익지 않아?
무영 (채이 확 보면)
채이 (벽화로 다가서며) 난 이 천년호 벽화를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해.
내가 아는 누구를 떠오르게 하거든. 오빠는 안 그래?
무영 (날카롭게 보면)
채이 (뭔가 있다) 참, 결혼식은 언제야? 설마 아무도 초대하지 않고 시연이와 둘이서 결혼식을 하는 건 아니겠지?
무영 (그냥 지나가려하면)
채이 (화난) 왜 내 말 무시해? 대답하고 가.
무영 니가 왜 이러는지 이해는 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의 등을 바라본다는 게, 어떤 건지 나도 잘 아니까.
채이 (떨리는 시선)
무영 그래서 널 보기가 더 힘들어. 날 보는 것 같아서, 널 견디기가 힘들다.
채이 (맘 아프지만 독기로) 그러니까 오빠한테 얼굴 보이지 마라, 그거야?
무영 난 너한테 상처와 모욕 밖에 줄게 없어. 그러지 않게 니가 피해.
담담하게 채이를 보는 무영과 아픔과 분노의 시선으로 무영을 보는 채이.
21. 신전 제단/밤
제단을 향해 서 있는 신수장과 신수장에게 다가서는 무영.
신수장 (돌아보지 않은 채) 어쩐 일이야? 다신 날 보지 않을 것 같더니.
무영 (말없이 굳은 채)
신수장 할 말이 있는 거 아니냐?
무영 (결심을 다잡기 위해 주먹을 꼭 쥐는)
신수장, 무슨 일인가 무영 쪽으로 돌아서면
천천히 무릎 꿇는 무영.
신수장, 크게 놀라 무영을 보는데
무영 저 자신을 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시연이는 그대로 두십시오.
신수장 (보다가 카라스마 넘치게) 뭘 잘 못 알고 있구나? 니가 시연이를 대신 할 순 없다.
무영 조만간 간복제가 성공할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신수장 성공을 할지 안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 그 무모한 결과에 우리 일족의 미래를 걸 수는 없어.
무영 어머니께서도 시연이를 아끼시잖습니까?
신수장 시연이가 필요한 존재니까 아낀 거지, 내가 아끼기 때문에 시연이가 필요한 존재가 된 게 아니다.
무영 (애원) 어머니...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신수장 (매섭게) 당장 니 목을 베고 싶다. 수장으로서 일족부터 생각해야 할 니가 사사로운 감정에 매여 이런 추한 꼴을 보이다니!
무영 어머니께는 사사로운 감정에 지나지 않겠지만, 제게는 전부입니다.
시연이가 없으면...저도 없습니다.
신수장 (부르르) 못난 놈!
무영 다시 생각해 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신수장, 차갑게 무영을 쏘아보고 가버리고
무릎 꿇은 채 자괴감으로 고개를 떨구는 무영.
22. 시연 집 앞/밤
시연 집을 보는 무영.
창가로 보이는 시연이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무영.
무영 내가 너 지켜. 너 하나...지킨다.
그렇게 시연을 바라보고 있는 무영.
23. 진료실/다른 날/낮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의사 손을 잡는 민우.
민우 정말이세요, 선생님? 정말, 우리 민주가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거에요?
의사 축하드립니다.
민우 (환희로 밝아지는)
24. 병원 복도/낮
기뻐 어쩔 줄 모르고 뛰어오는 민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시연을 본다.
시연 (민우 보고) 의사 선생님이 뭐래?
민우 (미소 띤 채 눈물 글썽이는) 혜인아.
시연 (놀라 다가와) 왜, 무슨 일이야?
민우 (환호를 지르며 시연을 덥석 껴안고 기뻐하는)
시연 (놀라 무슨 일인가 싶은데) 왜 그래, 응?
민우 우리 민주, 살았어! 못난이가 이식 받을 수 있게 됐다!
시연 정말? 정말이야?
민우 사흘 후에 수술이야.
시연 잘 됐어, 너무 잘됐다.
마주보고 좋아하는 시연과 민우, 서로를 보는 미소가 환하다.
오던 장국장, 그런 시연과 민우를 보고 싸해진다.
이때 핸드폰 울리고 받는 장국장.
장국장 여보세요? (흥분) 적월도를 찾았어? 어디야?
25. 고옥 마루/낮
커다란 탁자에 나열되어 있는 여러 종류의 검들.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장국장과 남자. 그리고 그 뒤의 찬혁.
장국장, 검들을 슥 훑어보다 하나의 장검에서 시선이 뚝 멈춘다.
장국장, 적월도로 손을 뻗는데 막는 남자.
이에 장국장, 찬혁에게 눈짓하면
찬혁, 서류가방을 열어 남자에게 밀면 현찰이 빼곡하다.
이에 남자, 장국장을 막은 손을 거두면
적월도로 손을 뻗어 집어 올리며 감격스럽게 보는 장국장.
녹슬고 낡은 검 집에 새겨진 천년호 문양. C.U
26. 무영 집무실/낮
통화중인 무영
무영 파리 행 비행기표 예약 확인합니다. 신무영, 윤시연. (비장하고 단호하다)
27. 야외/낮
시연 손을 잡고 오는 민우.
시연 어디 가는 건데?
민우 니네 집에. 짐 챙기러.
시연 뭐?
민우 내가 너 있을 만한 곳, 알아봤어. 우선 그리로 옮기자.
그리구 민주 수술 끝나고 회복되면, 우리 셋이 멀리 떠나는 거야.
시연 현수야.
민우 짐은 간단히 챙겨. 왠만한 건 거기서 장만하면 되니까.
시연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급한 건 민주니까 민주부터 챙기고...
민우 SICS는 둘째야. 구미호 쪽에서 널 가만 놔두겠니?
시연 (보면)
민우 특히 신무영, 어떡하든 널 되돌리려고 할 거야. 무슨 수를 쓸지 몰라.
시연 ..그렇지 않아.
민우 (보면)
시연 수장님, 무영 오빠, 그리고 전사들... 너처럼 다 날 사랑하는 이들이야.
날 해치거나 다치게 하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민우 혜인아!
시연 나 그들을 믿어. 아주 많이. (미소로)
민우 (불안하다)
28. k의 은신처/낮
얘기 중인 채이와 K.
채이 천년호를 제물로 바치면 우리 일족이 인간이 된다?
(냉소) 신수장 다시 봐야 되겠군. 겨우 인간 따위가 되자고,
그 긴 세월 그런 일을 꾸며?
K 윤시연이 정말 천년호일까요?
채이 신수장만이 그 진실을 알고 있겠죠. 그러니 신수장의 속이 뭔지, 뒤집어 봐야겠어요.
K 어떻게 말입니까?
채이 신수장의 속을 뒤집기 좋은 카드가 뭐겠어요?
K (알겠다) 강민우 말씀이십니까?
채이 (계략의 표정)
29. 원로회장/낮
궁리가 많은 표정의 신수장,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는데
신수장에게 다가서며 목례하는 사준.
결심을 끝낸 신수장, 더 가까이 오라는 눈짓을 하자
사준은 신수장에게 귀를 기울인다.
신수장 시연이를 잡아 은신처에 가둬라!
사준 (흠칫) 그건 천년호의 조건을 깨뜨릴 수도 있습니다. 시연이가 계속 전사로 남아있어야 천년호로서 자격이...
신수장 (자르며) 시연이를 놓치기 전에 최후의 수단을 써야 해.
사준 놓친다니, 그게 무슨?
신수장 무영이가 움직일 거다. 어딘가로 시연이를 빼돌리려 하겠지.
사준 괜한 염려이십니다. 무영이도 시연이가 우리 일족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라는 걸 아는데, 그렇게 무모한 짓은 안 할 겁니다.
신수장 무영인 내 아들이다. 뼈 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내 아들.
지금 무영이한텐 윤시연 하나 밖에 보이지 않아.
마지막 방법이 나한테 통하지 않았으니, 무영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거다.
사준 (난감하고 걱정스럽다)
30. 훈련장/낮
전사복의 사준, 무기고의 무기에 손을 댄 채 자신의 임무에 갈등하고 서 있다.
그러다 시연의 검으로 시선을 주는 사준, 맘이 무거운데..
이 모습을 보는 채이, 비틀린 웃음으로 돌아서 간다.
31. 병실/낮
과일과 음료를 먹으며 기분 좋은 민우, 민주, 문형사.
문형사 (깍은 과일 민주에게 권하며) 먹구 힘내라. 수술 할려면 먼저 등발부터 키워야 하거든.
민우 (민주 옆에 딱 달라붙어 토닥이는) 많이 먹어. 우리 못난이.
민주 (과일 먹고) 어우, 짜! 퉤, 퉤. 문형사님, 손 안 닦았죠?
문형사 (움찔) 닦았어.
민주 언제? 어제요?
민우 좀 아까 화장실 갔다 오더니, (흘기며) 볼일만 보고 손은 안 닦은 거에요?
민주 으욱! (입에 과일 뱉아내는)
문형사 니들 남매는 왜 그러냐?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니들 옆에 있어 주는데 말야
고마운 걸 모르고, 에잇 나 간다. (일어나면)
민주 (잡으며 애교로) 자꾸 삐치는 모습 보이지 말랬죠? 귀엽다구.
문형사 귀여워?
민주 눈이 옆으로 살짝 찢어지고 입이 댓발 나오는 게.. 어우, 엄청 귀여우시죠.
문형사 내가 섹시보다는 귀여운 쪽이긴 하지.
세 사람, 웃는데
채이 (소리) 안녕하세요.
민우, 보면 채이다.
순간 놀란 민우, 자리에서 일어나며 채이를 본다.
32. 야외/낮
얘기 중인 채이와 민우.
민우 (경계의) 할 얘기가 뭡니까?
채이 시연이가 위험해, 빨리 가보는 게 좋을 거에요.
민우 (놀란) 뭐라구요?
채이 (빈정) 시연이 우리 일족에게 아주아주 중요한 존재거든요.
그런데 그런 존재가 인간과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니, 수장님께서 손을 쓰실 수 밖에.
민우 (채이를 확 잡으며) 무슨 말이야, 똑바로 얘기해!
채이 (뚫어지게 보는) 인간인 널 사랑한 죄로 시연이... 이제 죽어!
민우 또 무슨 속셈이야? 무슨 꿍꿍이야?
채이 내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시연이한테 가서 확인해 보면 되잖아?
민우 나한테 이런 얘길 해주는 이유가 뭐야?
채이 난 일족의 미래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거든.
시연이가 온전히 다른 사람을 선택해야만, 무영 오빠가 내 차지가 돼.
시연이가 강민우 너랑 사라져야, 비로소 무영 오빠가 시연이를 버린다구!
민우 뭐?
채이 (잡은 민우의 손을 팍 떼어내며)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시연이한테 가!
이에 민우, 위기감으로 얼굴이 굳는다.
33. 훈련장/밤
결심을 끝낸 사준, 무기를 꺼내든다.
34. 무영 집무실/밤
서루 가방에 서류들과 디스켓을 챙겨 넣던 무영,
서랍에서 시연의 빨간 손수건을 꺼내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는 무영, 책상에 놓인 비행기표 두장을 웃옷 안주머니에 넣으며 나간다.
35. 시연 집 앞/밤
달려오는 민우의 차, 급정거하고
민우가 뛰어내려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36. 시연 집 현관/밤
시연이 문 열면, 민우다.
시연 (걱정으로) 위험하니까 집으로 오면 안 된다구 했잖아.
시연이의 손을 다짜고짜 잡아끌고 가려는 민우.
놀라는 시연, 영문 몰라 조금 끌려가다가 민우 잡아 멈추게 한다.
시연 갑자기 왜 이래? 무슨 일이야?
민우 일단 여기서 나가자. 나가서 얘기해.
시연 (이상하다) 얘기하고 가.
민우 (뭐라고 얘기하지) 여기서 빨리 피해야 돼.
시연 ...왜?
민우 너 위험해. 널 죽이러 온대. 그러니까..
시연 누가 날.. 죽이러 온다는 거야? 누가 그래?
민우 (할 말 없는)
시연 sics?
민우 그래, 그러니까 빨리 나가자.
민우, 시연을 잡아끄는데
어느새 온 사준, 민우와 시연 앞 쪽에 서 있다.
사준에게서 느껴지는 싸한 살기에 경직되는 민우와 놀라는 시연.
시연 사준 오빠!
무표정하게 민우와 시연을 쏘아보던 사준, 천천히 공격자세로 무기를 든다.
민우, 시연을 뒤로 보호하며 앞으로 나선다.
민우 (가벼운 투로) 보다시피 난 무기가 없거든.
서로 민망하지 않게, 무기 없이 싸우지?
민우의 말과는 상관없이 검을 빼어드는 사준.
이에 시연,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려고 하는데 막는 민우.
민우 (속삭이는) 널 노리는 거야.
시연 (놀라보는)
민우 내가 막을 테니까 가!
시연 (믿을 수 없다. 사준에게) 오빠, 무슨 일이야? 이러지 말고 말로 해. 응?
사준 (차갑게) 나하고 가자. 니가 안 가면 이 친구는 죽는다.
시연 (경직) 오빠.
사준 가자.
시연 알았어. (사준 쪽으로 가려하는)
민우 그렇게는 안돼!
위기감의 민우, 사준에게 가려는 시연을 잡아 훽 뒤로 돌리고는
기합을 넣으며 맨 손으로 사준에게 달려든다.
민우를 맞아 무기를 날리는 사준, 민우를 죽이려는 살기의 공격이다.
하지만 못지않게 필사적으로 대항하는 민우.
보다 못한 시연이 싸움을 멈추게 하려고 막아서는데 무방비 상태의 시연을 내려치는 검.
민우, 시연을 보호하며 사준을 몰아친다.
민우 (고함) 가란 말야, 가!
그것도 잠시, 사준의 검에 민우가 금방이라도 베일 듯하자
어쩔 수 없이 발차기를 이용하여 사준을 공격하는 시연.
하지만 순간 살기로 가득한 사준의 검에 다리를 베이는 시연.
깊은 상처를 입고 쓰러지는 시연.
민우 (시연에게 달려들며) 혜인아.
37. 시연집 앞/밤
차에서 내리는 무영, 살기가 느껴짐에 예민하게 집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38. 시연 마당/밤
고통스러워하는 시연을 안고 사준을 노려보는 민우.
민우에게 성큼 성큼 다가서는 사준.
검을 높이 드는데 검을 든 사준의 손을 탁 막는 손.
사준 보면, 무영이다.
사준 비켜.
무영 무슨 짓이야, 형?
사준 난 지금 임무 수행중이다. 시연이를 데려 가야해. 그러니까 비켜!
무영 어머님 지시야?
사준 비키지 않으면 너도 죽어.
말이 끝나자마자 무영을 공격하는 사준.
맨손의 무영과 사준의 대결.
하지만 무영, 사준을 당해내기 어려운데...
어느 순간 무영을 스치며 상처를 내는 그 살기가 정말 무영이도 죽일 듯 하다..
무영 정말 날 죽일 생각이군.
사준 나한텐 임무가 우선이야.
이에 사준, 공격을 개시하면 사준을 칼날을 맨손으로 잡는 무영.
뚝뚝 떨어지는 무영의 피.
무영 (사준을 막은 채 민우에게) 시연이 데리고 가라!
민우 (보면)
무영 (고함) 빨리 시연이 데리고 가!
민우, 다친 시연을 안아들고 무영 옆에서 멈춰 선다.
민우 ...고맙다.
무영 (민우를 보다가 시연에게로 아픈 시선 돌리면)
시연 (고통 중에도 무영과 시선이 마주치는)
무영 내가 널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가!
시연 (눈물로 무영을 보면)
시연에게서 시선 떼며 사준을 노려보는 무영.
이에 민우, 시연을 안고 나간다.
사준, 검을 잡은 무영을 밀쳐내고 민우를 좇으려 하면 또 막아서는 무영.
사준과 무영의 팽팽한 기싸움.
사준 어떻게 일족보다 한 여자가 먼저일 수 있지?
무영 나는 그래.
사준 니가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천년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너한테 정말 실망이다. 우리의 수장으로 널...
무영 내가 전사가 된 건 시연이를 지키기 위해서야. 수장 따윈 관심 없어.
사준 (화난) 수장 따위?
말이 끝나자마자 맨손의 무영과 사준이 대결하는데...
어느 순간 날아오는 사준의 검을 막지 않고 무방비로 맞는 무영.
이에 사준, 흠칫해서 얼른 검의 방향을 바꾸지만 무영의 어깨를 스치고 만다.
가만히 사준을 보는 무영.
무영 날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는데, 형은 그걸 놓쳤어.
무영을 보다가 검을 돌려 검 집에 넣는 사준, 무영이 아프다.
39. 도로/밤
한쪽에 멈춰서 있는 민우의 자동차.
차 안에는 시연의 다친 다리를 치료하고 있는 민우.
고통스러워하는 시연.
그런 시연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상에 약을 뿌리고 붕대를 감는 민우.
40. 야외/밤
차 안에서 지쳐 잠든 시연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고 있는 민우, 깊은 한숨이 나오는데
앞쪽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급히 오고 있는 문형사가 보인다.
이에 조용히 차에서 내리는 민우, 문형사와 만난다.
문형사 (급한) 어떻게 된 거야?
민우 그쪽에서 혜인이를 죽이려고 해요.
문형사 그쪽이면? 구미호? 아니 걔들이 왜?
민우 ...나 때문에.
문형사 그니까 내가 그 아가씨도 위험해질지 모른다고 멀리 하라고 했잖아!
민우 (할 말 없는)
문형사 그 아가씨는?
민우 차 안에요. 좀 많이 다쳤거든요.
문형사 갈수록 태산이구만.
민우 그래서 얘긴데 문선배가 혜인이 좀 돌봐줘요. 숨어 있을만한데 있다고 했죠?
문형사 돌아버리겠네.
민우 선배...
문형사 (서성이며 궁리를 하고) 아, 씨...뭔 일이 배배 꼬이냐.
민우 (초조하게) 부탁해요, 선배. 도와줄 사람이...
문형사 (자르며) 니가 데려가?
민우 네?
문형사 여우 놈들이 너는 안 좇을 거 같애? 니가 저 아가씨를 떼매고 왔는데?
너도 위험하단 말야, 임마.
민우 안돼요. 민주 수술도 받아야 되고...
문형사 구미호들이 좇는 게 너지, 민주냐? 니나 잘 해!
민우 (답답한)
문형사 어차피 민주 수술 날짜야 정해진 거고, 수술에 너 있고 없고 별 상관없어.
내가 극진하게 간호 할 테니까 걱정 마. 민주한테 얘기도 잘 해 놓을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
민우 선배!
문형사 괜히 여기서 밍기적거리다가 니가 그놈들 손에 죽으면?
그럼 민주, 간 이식도 못 받아보고 바로 쇼크사야. 알어?
민우 (난감, 난처)
문형사 긴 말 할 거 없어. 지금 떠나!
41. 신전 제단/밤
분노로 이글거리는 신수장과 서 있는 사준.
신수장 결국 무영이냐?
사준 아닙니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신수장 그래, 무영이를 못 막은 것도 너의 실수라면 실수지.
이래서 니가 항상 무영이 뒤에 설 수 밖에 없는 거야.
사준 .......
신수장 (다가서 독기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연이를 내 앞에 끌어다 놔!
사준 (고개 숙여 받드는)
신수장 만약 시연이가 강민우와 무슨 일이 있어 천년호가 될 수없다면...
그때 너는 죽음뿐이다. 각오해! (매섭게 노려보는)
사준 (이를 악무는)
42. 시연 집 안/밤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있는 무영, 쓸쓸한 눈길 들어 맞은편을 본다.
(flash back) 6부에서 차를 주던 시연의 여러 모습이 보이다가 스르르 사라진다.
상실감으로 맞은편을 아프게 보던 무영, 일어나 나가다가 쓰레기통을 본다.
안주머니에서 비행기표를 꺼내 보는 무영.
잠시 후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비행기 표 두 장.
43. 모처 (리조트나 펜션 정도) 앞/밤
달려와 멈춰서는 민우의 차.
차에서 내리는 민우, 조수석으로 가 시연을 안아 내리려하면
시연 됐어. 내려 놔. 걸을 수 있어.
민우 지금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시연 (민우 맘 알기에 더는 우기지 않는)
민우, 다리에 붕대를 한 시연을 안고 안으로 향한다.
44. 모처 안/밤
침대에 앉아있는 시연, 사준이 자신을 좇는 것에 멍한 충격으로 있는데
물수건을 가져온 민우, 부드럽게 시연의 얼굴을 닦아준다.
이에 시연, 얼굴을 닦는 민우의 손을 잡으면
시연을 바라보는 민우.
시연 (슬픈) 우리.. 왜 이렇게 만났을까? 왜 이렇게 밖엔, 못 만나는 걸까?
민우 (보다가) 난 그래도 만나서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해.
이렇게라도 만났으니까 널 볼 수 있구, 곁에 있을 수 있고...사랑 할 수 있잖아. 시연 (슬픈 미소) 난 날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만 해.
모정으로 날 품어주셨던 수장님께도, 다시 만난 너한테도...그리고 늘 내 곁을 지켜줬던 무영오빠한테도... 난 상처만 줘.
민우 (다독이는) 아무 생각 하지 마. 많이 생각하면 헷갈리고, 헷갈리면 우울해지거든. 그러니까 무조건 자버려. (밝게) 음.. 잠 안 오면 자장가 불러 줄까? 골라봐. 슈베르트의 자장가? 모차르트의 자장가? 김대현의 자장가?
시연 (보기만)
민우 (목청 가다듬고) 얼른 선곡하시지요.
시연 니 무릎, 빌려줘.
민우 (보는)
(시간경과)
민우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시연과 나직하게 자장가를 부르고 있는 민우.
자장가에 잠이 오듯 천천히 눈을 감는 시연과 계속해서 자장가 부르는 민우.
45. SICS 회의실/낮
장국장, 보관함을 열면 드러나는 적월도.
요원들(다른 요원 보충), 휘둥그레져 적월도를 보는데...
장국장 붉은 달의 기운으로 날을 세운 검이라 적월도라고 한다.
영모 (요리조리 보며) 멋지구리하네. 근데 갑자기 이 녹슨 검은 왜요?
장국장 이 검에는 구미호족 전사들에게 맞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해.
문형사 에? 진짜요?
찬혁 진짠지 아닌지는 이제 확인 해봐야지. 구미호 놈들을 상대로.
영모 (장국장에게) 한번 만져 봐도 될까요?
장국장 (끄덕이면)
영모, 적월도를 들고 한번 슥 살펴보고 검 집에서 검을 빼내려고 하는데... 안 빠진다.
영모 뭐야, 이거? 검이 안 빠지네.
문형사 아, 힘 좀 써봐! (검집을 잡아 당겨주는)
검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영모.
국장과 찬혁, 은밀한 눈짓을 주고받고 찬혁은 옆에 찬 봉으로 손을 가져간다.
이때 용을 쓰던 영모, 검 집에서 검을 확 빼내고
검 집을 잡아당기던 문형사는 반동으로 나가떨어진다.
녹슬고 낡은 겉모양과는 달리 시퍼렇게 날이 선 검의 날.
검을 들고 이리저리 휘둘러보는 영모,
순간 눈빛이 변하며 미친 듯이 요원들을 향해 검을 날린다.
요원들, 놀라 피하고...
문형사 영모야. 미쳤어? 왜 이래?
날 뛰는 영모를 봉으로 영모를 상대하는 찬혁.
하지만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찬혁을 마구 몰아치는 영모
찬혁, 예상했던 것보다 영모의 공격이 거세지자 밖으로 밀려나간다.
46. SICS 일층/낮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영모를 막느라 정신없는 찬혁.
이때 영모의 뒷통수를 강타하는 스탠드...
검을 놓치는 영모와 바닥에 떨어지는 검.
제정신으로 돌아온 영모, 순간 기절하고 만다.
스탠드를 든 문형사, 어안 벙벙해서 장국장과 찬혁을 보면
예상했었다는 표정으로 바닥의 적월도의 집어드는 장국장.
47. 모처 안/낮
침대에 기대 잠이 든 민우, 뒤척이다가 번쩍 뜨는데... 아무도 없다.
놀라 벌떡 일어나는 민우, 여기저기 찾으며...
민우 혜인아, 혜인아!
민우, 낭패의 표정으로 현관으로 가는데 들어오는 시연.
민우 어디 갔었어? 놀랬잖아. 니가 안보여서.
시연 (비닐봉지 들어 보이며) 먹을 것 좀 사왔어.
민우 날 시키지? (비닐봉지 받아들며) 그 다리로 어떻게...?
민우, 시연 다리 보면
붕대 푼 시연의 다리, 상처가 있긴 하지만 많이 아물었기에 놀랍고 당황스러운...
시연 내가 구미호라는 거, 이제 믿어지니?
민우 (보면)
시연 (씁쓸한 표정으로 안으로 향하면)
민우 나 다 버렸어. SICS도, 내가 인간이라는 것도, 니가 구미호라는 사실도...
이미 다 버렸다.
시연 (돌아보면)
민우 다 버리고, 내가 가진 건 너야. 너, 윤혜인...
나, 그걸로 충분해.
시연 (눈물 차오르는데)
민우 (시연에게 다가서 시연 눈물을 닦아주는) 그 정도에 감동 먹은 거야?
너무 쉽네. 나 쉬운 여자 별룬데.
시연 (눈물어린 미소)
민우 (밝게) 우리 좋게 생각하자. 여긴 놀러 온 거고, 꼬인 일들은 다 잘 될 거고,
우린 잘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시연 그래. 그러자.
민우 어, 성질 많이 죽었다, 너. 어릴 때는 이 오빠한테 꼬박꼬박 덤벼들더니.
시연 (흘기며) 내가 언제?
민우 이거 봐!
마주 보며 웃는 시연과 민우.
48. 야외/낮
나란히 걷는 민우와 시연.
민우, 손을 뻗어 시연의 손을 잡는다.
시연, 따스한 눈빛으로 민우 보면
민우 좋다. 지금까지 너 때문에 한 고생들을 다 잊어버릴 만큼... 좋아.
시연 (민우의 팔에 팔짱을 끼며 옆으로 밀착하는)
민우 (좋지만 당황스런)
시연 더 좋지?
민우 뭐, 쪼금 더 좋긴 하다, 허허허..
그렇게 걷는 민우와 시연, 민주 걱정으로 웃음 끝이 씁쓸하다.
시연 (조심스럽게) 민주 말야.
민우 어.
시연 연락 안 해봐도 돼?
민우 (걱정되지만 가볍게) 문선배가 알아서 잘 하고 있을 거야. 문선배, 겉으로는 덤벙거려 보여도 위치추적 받을까봐 전화도 못하게 할 만큼 치밀하거든.
시연 ...미안해.
민우 음? 뭐가?
시연 부모님도 그렇고 민주까지. 나... 너한테 왜 이렇게 죄만 짓는 걸까?
민우 (애틋) 너두 그날 아버지를 잃었어. 전부터 말해 주고 싶었는데...
니 잘못 아니야.
시연 (고맙다)
민우 그런데도 미안하면 앞으로 살면서 다 갚아라. 민주하고 나한테.
얼마로 쳐서 받을까? 이왕 받는 거, 왕창 받아내야 하는데.
시연 내 거 다 줄게.
민우 수지맞았네. 벌어 논 거 좀 많아?
시연 (미소로 끄덕)
49. 원로회장/낮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신수장, 원탁을 꽝 내려친다.
경직돼서 서 있는 사준.
신수장 시연이가 어딨는지, 아직도 못 찾아냈단 말이냐?
사준 죄송합니다.
신수장 (버럭) 못 찾아내는 거야, 안 찾는 거야?
사준 ....
50. 원로회장 앞/낮
듣고 있는 채이,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에 빙글 웃음 짓는다.
51. 무영 집무실/낮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무영,
여러 대의 모니터에 뜬 주가와 정보를 확인하며 통화중이다.
무영 L&J 투자증권 매각 가격을 인수 희망가보다 5% 낮춰요.
채권단과 합의된 가격이니까 양해각서에 그렇게 명시하세요.
전화 끊고 일어나 파일을 넘겨다보며 분주한 무영.
그런 무영을 입구에서 바라보고 있던 채이, 다가선다.
채이 (빈정거리는) 너무 애쓰는 거 아냐?
무영 (비로소 채이 보면)
채이 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 강민우한테 시연이 보내고 가슴이 찢어질 텐데.
무영 (말없이 파일로 시선 돌리면)
채이 (화내지만 가슴 아픈) 차라리 무너져 버려. 울기라도 하란 말야.
한바탕 그러고 나면 털어버릴 수 있는 거잖아?
왜 자꾸 가슴 속에 꾹꾹 묻어버리는 거야, 왜?
무영 걱정해주는 거면 고맙고, 화내는 거면 미안하다.
채이 오빠..
무영 시연이 얘기, 안 하고 싶어. (책상으로 가 일하는)
채이 (슬프게 보다가 순간 싸늘해지며) 눈물나네 .그렇게까지 시연이 행복을 빌다니.
그런데 어쩌지? 이제 곧 시연이 다시 보게 될 텐데.
무영 (확 채이를 보면)
채이 수장님께서 시연이를 기필코 찾아 내실거야. 시연이가 어떤 앤데. 우리 일족의 운명을 책임질 아주 중요한 인물이잖아?
무영 (채이가 뭔가를 알고 있구나! 싶어 보면)
채이 기다려 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테니까.
악마적인 웃음의 채이, 돌아서 나가버린다.
52. 신전 제단/낮
얘기중인 신수장과 채이.
신수장 뭐?
채이 강민우와 시연이를 끌어내겠습니다.
신수장 (뚫어지게 보면)
채이 저한테 미끼가 있습니다.
그 미끼를 쓰면 강민우와 시연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는 베기지 못할 겁니다.
서로를 차갑게 바라보는 채이와 신수장.
53. 모처/낮
싱크대에서 과일을 씻고 있는 시연, 순간 천년호 고통으로 허리가 훅 꺾인다.
고통으로 과일을 움켜쥐는 시연.
일시에 뭉그러져 버리는 과일들.
이때 들어오는 민우를 보고 애써 고통을 숨기는 시연.
민우, 쇼핑백을 식탁에 놓으며
민우 사오라는 거 다 사왔나 모르겠다. 확인해 봐.
시연 어.
민우 (덜컹!) 너 왜 그래? 얼굴이 땀범벅이야.
시연 (변명) 긴장했다가 풀려서 그런가봐. 땀이 나네, 자꾸
민우 아픈 거 아냐? 약 사오까?
시연 아니. (태연) 괜찮아. 칫솔, 치약 정리해서 화장실에 좀 갖다 놔줄래?
민우 알았어. (걱정돼서 시연 보고는 쇼핑백에서 욕실용품 꺼내 가면)
참았던 고통에 주저앉고 마는 시연, 불안하다.
54. 야외/낮
음악을 듣다가 훽 헤드폰 빼버리는 랑, 민주 걱정에 어두운 표정인데
문자 메시지 신호음...
이에 핸드폰 문자를 보는 랑.
민주 (소리) 나 내일 수술 받아. 그 전에 얼굴 한번 보여주면 안 되나?
랑, 민주 때문에 걸리는 맘으로 초조하게 서성이다가
결국은 안 되겠다 싶은 표정으로 뛰어간다.
55. 병원 야외/낮
병색이 완연한 민주, 두리번거리고 오는데
민주 앞으로 불쑥 내밀어지는 꽃다발.
민주 깜짝이야.
랑 수술 축하한다.
민주 (반갑다) 남들은 과일바구니도 잘도 들고 오더만, 하필 먹지도 못 할 꽃이 뭡니까?
랑 야, 도로 내놔.
민주 (꽃다발 뺏으며) 치사하게 줬다 뺐냐. (향기 맡고) 뭐, 향기는 좋네.
랑 근데 내 얼굴은 왜 보여 달래냐? 내 잘생긴 얼굴 보면 수술이 저절로 된대?
민주 ...불안해서.
랑 (마음이 쿵!)
민주 내일이 수술인데 울 오빠가 없거든. 아주 중요한, 중요한 공무 때문에 외국출장 을 가서.
랑 (시연과 같이 간 거 알기에 마음 아픈)
민주 꿩 대신 닭이라고 오빠 대신 그쪽 보면 좀 마음이 놓이겠더라구.
랑 ...
민주 왜 아무 말도 안 하나? 대뜸 또 울 오빠 욕부터 할 줄 알았는데.
랑 (진심이 되는) ....옆에 있어 줄께.
민주 에?
랑 (따스한 시선) 너 수술하는 동안, 니 오빠 대신 옆에 있어 준다구.
민주 (좋다) 아이고, 황송해라.
랑 그러니까 건강해져라. 스쿠터를 다시 타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민주 (미소) 네.
랑 (민주의 머리칼을 쓱쓱 쓰다듬어 주는)
56. 모처 안/밤-아침
마주 앉아 건성으로 식사를 하는 민우와 시연.
민우 (걱정 가득해서 수저질을 멈추면)
시연 내일이 민주 수술이지?
민우 음.
시연 가보는 게 어때?
민우 그게... 민주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어.
시연 나 때문이라면... 내 걱정해서 그러는 거라면, 갔다 와.
민우 아냐. 밥 먹자. (밥 먹는)
시연 (애처러운 시선)
(시간경과-밤)
따로 잠자리를 만들어 누운 민우와 시연.
민주 걱정에 눈을 뜬 채 고민하는 민우와 천년호 고통으로 시트를 쥐어뜯는 시연.
서로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등을 보이며 돌아눕는다.
(시간경과-아침)
점점 걱정이 심해지며 뒤척이는 민우, 끝내는 일어나고 마는데
어느새 민우 앞에 와 있는 시연.
민우, 놀라 보면
민우에게 잘 개어 놓은 옷가지를 건네는 시연.
시연 갔다 와. 니가 나타나는 게 민주한테 위험하다면, 가서 몰래 보고 와.
민우 혜인아.
시연 민주, 13년 전에도 끄덕 없이 살아난 강한 애야. 수술 잘 될 거라고 확신해.
그래도 오빠가 멀리서라도 지켜 봐주면, 민주가 더 힘 낼 수 있지 않을까? 민우 (갈등이다)
시연 나 여기서 너,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무데도 안 가고, 아무 일도 없어.
약속해. 너 올 때까지, 나 여기 있어.
민우 (끄덕인다)
57. 모처 앞/낮
차에 타는 민우와 배웅하는 시연
민우 (불안한) 수술 결과만 보고 금방 올 거야. 실내에만 있어. 아무한테도 문 열어 주지 말고.
시연 알았어. 잘 갔다 와.
민우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기에 시동 걸고 가는)
떠나는 민우의 차.
웃음으로 손을 흔드는 시연, 차가 멀어지자 고통으로 벽을 짚고 안으로 향한다.
58. 몽타주/낮
-수술실 앞
이동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가는 민주, 불안해서 랑을 찾아 이리저리 시선을 준다.
민주, 먼 곳의 랑을 찾아내고 상기 되는데 눈치 없이 민주에게 힘내라고 얼굴을 들이대며 손을 흔들어주고 있는 문형사와 영모.
문형사와 영모 때문에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랑,
수술실 문이 닫히며 민주가 사라지는 걸 안타깝게 본다.
랑 미안해. 니 옆에 있어준다고 한 약속 못 지켜서...
-병원 복도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간호사복의 채이, 당당하게 오며 눈빛을 빛낸다.
-달리는 자동차 안
마음이 바쁜 민우, 속도를 높이며 차 앞에 붙여 놓은 민주 사진을 본다.
민우 못난이! 지금 오빠 가고 있거든. 잘 견디고 있어야 해.
-수술실 앞
수술실 앞으로 온 채이, 티격태격하는 영모와 문형사를 여유 있게 지나쳐 수술실 안으로 들어간다.
멀리서 그런 채이를 언뜻 보게 되는 랑.
랑 채이 아냐?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수술실 안
유리창으로 수술실 안을 들여다보는 채이.
수술대 위의 민주, 마취호흡기가 부착되고 천천히 눈을 감고 잠이 든다.
주위에는 의사들이 수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때 인터폰을 받고 난 간호사, 의사에게 보고한다.
간호 5분 후 도착이랍니다.
고개 끄덕인 의사, 메스를 들고 민주에게 다가선다.
-수술실 앞
나오는 채이, 다른 간호사를 중간에 두고 나와서는 문형사와 영모를 비웃듯이 스쳐지나간다.
한쪽에서 채이임을 확인하고 좇아가는 랑, 채이가 무슨 일을 저지를까 불안초조다.
-주차장
달려와 멈춰서는 응급차.
응급 대원들, 발 빠르게 차에서 내려 냉동 박스를 옮기려하는데
간호사 복장으로 나타난 채이,
채이 강민주 환자한테 이식 할 장기인가요?
대원 네.
이에 채이, 한 순간에 대원들을 무술과 발차기로 날려 버린다.
채이, 씩 웃음 짓고 냉동 박스를 잡는데
순간 나타난 랑, 채이 손에서 냉동박스를 잡아챈다.
당황해 랑을 노려보는 채이.
-수술실 안
위독해지는 민주, 민주 몸과 연결된 의료용 기계들의 수치가 마구 떨어진다.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정신없는 의료진.
-주차장
냉동박스를 가운데 두고 서로 뺏기 위해 대결을 하고 있는 채이와 랑,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채이 못 놔!
랑 저 아이를 죽일 셈이야?
채이 (콧방귀) 그럼 살리려고 이 짓을 하겠니?
랑 이러지마, 채이야.
채이 수장님 지시야.
랑 (굳는)
이에 채이, 냉동박스를 랑에게서 확 뺏어 당기는데...
잠시 주춤했다가 정신 차리는 랑, 다시 냉동 박스를 잡아당긴다.
한편 들어오는 민우의 차.
민우, 주차하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며 차에서 내리는데...
앰블런스 옆에서 대결하고 있는 채이와 랑을 본다.
민우, 순간 자신을 숨겨야 하기에 멈칫했다가
랑과 채이가 다투는 물건이 의료용 냉동박스임을 보고 경악한다.
이에 민우, 채이와 랑 쪽으로 달려가는데
랑에게 못 이기겠다 싶은 채이, 냉동 박스 잠금 장치를 발로 쳐서 열리게 만들고는
냉동박스를 확 날려버린다.
냉동박스 안의 간이 들어있는 의료용 비닐 팩이 허공을 날아
달려오던 민우 앞으로 떨어진다.
순간 팩 안의 보관용액이 팍 터져 버리며 팩이 찌그러진다.
엉망이 된 간이 든 팩을 보는 민우, 충격이다.
59. 모처 안/낮
커튼이 처진 어두운 실내.
시연, 신음 소리를 내며 두 손은 바닥을 짚고 무릎으로 기고 있다.
머리가 앞으로 쏟아져 얼굴을 가린 채로 기고 있는 시연.
시연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신음소리, 더욱 높아지며 고통이 심해지는 순간
시연의 등에 나타나는 정확한 천년호 문양.
이에 비명과 함께 번쩍 얼굴을 쳐드는 시연.
고통으로 부르르 떠는 시연의 얼굴은 핏줄이 터져 나올 듯 불거지고
순간 눈이 빨갛게 변하는 시연의 천년호 징후의 모습에서.......
-끝-
.구미호 외전↲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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