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1회
(오수) 내 말이 뭐가 이상해?
대충 이렇게 그냥 살면 안 되나?
사람이 사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되는 거야?
(소라) 그럼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살 수 있니?
그래?
가족은 어때?
가족?
[아이 울음소리]
가족이라...
가족이라...
[TV 뉴스 소리] 김명진 기자입니다
피엘 그룹 오세영 회장이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회장직을 수행하지 못한지 오늘로 300일이 되면서
차기 그룹 회장직을 두고 그룹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내 자본으로 유일하게 수많은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24년간
의류 사업 부문 쪽에서 괄목상대할 성장을 해온 피엘 그룹
오세영 회장은 슬하의 유일한 혈육으로 26살 상속녀 오영 씨 외엔
가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TV 뉴스 소리] 오영 씨의 약혼자 이명호 본부장이 회장 대행을 맡아온 지
이제 300일
피엘 그룹은 새로운 회장직을 선출해야 할지
아니면 오세영 회장의 회복을 더 기다려야 할지
중대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TV 끄는 소리]
(명호) 더는 회장 대행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회장님 살아생전에 영이와의 결혼을...
[영이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
(오영) 원래 집안의 어른이 편찮으시면
큰 행사를 하는 게 아니지 않나요?
장 변호사님?
어, 그렇지
아무리 급해도 그건 아니지
그래도 의사가 준비를 하라는데
- (왕비서) 나중에 가족도 없이 혼자... - (오영) 아버지
아직 살아계세요
말씀 함부로 하지 마세요
[잔잔한 음악]
- (오수) 올인 - (남자1) 콜
[칩 올리는 소리]
에이스 투 페어
(남자2) 킹, 풀 하우스
잠깐
투 포커
(남자2) 에이 썅! 너희 다 짰지? 왜 나만 밟아?
(남자2) 왜 나만 밟아! [억울하게 소리지르며]
지금 웃을 때 아니다
그런 것 같지, 쪽수가 많네
뭐 해? 저 새끼들 안 잡고!
(오수)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시간이 가면 기억도 못 할 값어치 없는 사랑에
하나뿐인 제 목숨을 걸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한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질 하찮은 순간의 욕망에
허무하게 제 인생을 전부 걸기도 한다
(사람1) 으악!
(사람2) 악, 으악!
사람들은 모두 다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그럼 나도 덩달아 이 더러운 시궁창같은 삶에서
의미를 한번 찾아볼까?
그러면 내 인생은 뭐가 바뀌나?
세상에 태어나 믿을 거라곤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평생 살아온 내게도
찬란히 눈부신 햇살이라도 비추나?
그럼, 어디 한번 그래볼까?
넌 언젠가
날 버릴 거야
믿는대로 된다더라
(오수) 더는 밑질 것도 없는 인생인데
사람들의 쓸데없고 부질없는 숱한 말장난들을
속는 셈치고 한번 믿어 봐?
그러면 사는 게 좀 더 재밌어지려나?
넌...
잔인해
인정해
[쓸쓸하고 슬픈 음악]
영이야, 잘 자
[진성, 비웃는 소리]
형이 피엘 그룹 회장 외동 아들이면
난 스티브 잡스가 숨겨놓은 아들이다
야, 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하고 너한텐 진짜 뻥 안 친다
우리 엄마가 나 8살, 내 동생 6살 때 우리 아버지랑 이혼하면서...
동생은 아버지 집에 두고 형, 너만 데리고 나왔는데
엄마는 갑자기 돌아가시고 그래가지고
형이 지금 이모양 이 꼴로 파출부나 하면서 산다는
(진성) 쌩구라를 또 치려고 하지, 지금?
나 진짜, 진짜거든
어, 그러셔, 그럼 아버지 찾아 가 가서 돈 달라 그래
이렇게 남의 집 파출부나 하면서 살지 말고
우리 엄마가 돌아가면서 구질스럽게 돈 때문에 절대 아버지 찾지 말래서
내가 안 찾아가는 거거든
(오수2) 그 유언 지키려고
나중에 내가 이탈리안 레스토랑 쉐프 돼서
우리 아빠랑 내 동생 앞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당당...
당당? 당당 좋아하고 있네
[종이 봉투 뺏는 소리]
이 형 진짜 내가 형 이름 바꾸라 했지!
(진성) 우리 형이랑 이름 같은 거 싫다 했지! 그리고...
우리 집 주소를 왜 형이 써?
언제부터 수 형 집이 너희 집이 됐냐!
우리 집에 우편물 와도 받을 사람 없어서 그랬다, 어쩔래?
'지킬 수'?
엄마가 동생과 세상을 지키는 사람이 되라고 해서 지었대
(오수2) 원래 사람 이름에는 지킬 수 잘 안 쓰는데
멋있잖아, 지킬 수
오영, 걔가 내 동생
형 수자는 무슨 수야?
별 뜻 없어, 그냥 '나무 수'
나무 수?
갓난쟁이일 때 나무 밑에 버려져서 나무 수
보육원 앞에 나무가 많아서 나무 수
보육원 원장이 지었어
(오수2) 수 형이 한 말 정말이야?
정말 형 나무 밑에 버려졌어?
내가 묻잖아 어제 누구랑 잤냐고, 너
어, 침묵은 긍정이라던데 인정이냐?
- 이거 완전 걸레 아냐? - (진성)형, 밥 먹어
너 설마 소라 기집애, 사랑해?
난 너만 사랑해
칫
저 그지같은 게
너 그림 안 그려?
가라, 아침부터 재수없게
그리라는 그림은 안 그리고 맨날 기집애들이랑 잠이나 자고
지갑 어디 있어?
- 형 지갑은 또 왜? - 침대 맡
형 왜 애 버릇 없어지게 번번히 돈을 줘?
화분값이거든
맨날 꼴랑 만 원짜리 화분 가져와서 번번히 10만원, 20만원 씩
(진성) 이름만 꽃집 아가씨지, 완전히 하는 짓은 날강도같은 기집애
(진성) 그리고 너, 나한테 말꼬리 똑똑 잘라먹는데
(진성) 그러다 내 기분 더러운날 뒤지게 걸려 그냥 내가 다리 몽둥이를 뽀사...
(진성) 야, 야, 야, 야, 야
(오수2) 그게 왜 저기 있었지?
히엑
그러게 왜 남의 침대를 뒤져, 인마
[숟가락 던지는 소리]
[물 뿌리는 소리]
오 마이 갓, 저 또라이, 진짜
근데, 진성아
진짜 희선이 언니를 형이 죽였냐?
죽이긴 뭘 죽여?
형하고 둘이 사귀다가 형이 질려서 헤어지니까
괜히 지 혼자서 열 받아서 오토바이 타고 가다 달려오는 덤프 트럭에
- (진성) 끼익 - 수야
여기 수건 없다, 수건 줘
예, 형
[오토바이 소리]
(왕비서) 이번에 월동 준비는 좀 꼼꼼히 해요
- 지난해 나무들이 몇 개가 죽었는데 - 네
[오토바이 소리]
집안에 아줌마 있어요?
아, 글쎄요, 있나, 없나
(정원사) 뒤꼍 청소한다는 것도 같고
집안에 영이 아가씨께서...
(우체부) 아가씨가 나오셨어요?
왕비서님은 어디 가셨어요?
정원에 계실 거예요
(우체부) 네, 저기 여기 싸인 좀 부탁드릴게요
(우체부) 등기가 있어서요
(우체부) 자, 여기 있고요, 자, 여기요
(우체부) 예
우편물이 어떤 것들이 왔나요?
(우체부) 잠시만요, 이런 저런 세금 고지서하고요
가만 있자...
어? 오수?
오빠 분한테 또 편지가 왔네요
지난 가을부터 두어 달에 한 번씩은 보내셨는데
못 보셨어요?
(우체부) 매번 등기로 보내셨는데
그래서 제가 왕비서님한테 직접 전해드렸는데
아, 그... 그거요? [버벅거리면서]
봤어요, 제 손에 편지 좀...
(우체부) 아, 예, 여기 있습니다
- 조심히 가세요 - (우체부) 네, 들어가세요
[오토바이 시동 거는 소리]
[계단 올라가는 소리]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
(왕비서) 저기요! 저기요!
아저씨!
[다급한 발소리]
아줌마!
아줌마?
[잔잔하고 긴장감 있는 음악]
[가쁜 호흡]
[심박수 기계 알람음]
[똑똑, 노크 소리]
어디 가게?
눈먼 내가 어디 갈 데가 있나요?
복지관 가려고요
박 기사 부를까?
아빠 아프시고 나선 복지관 갈 때 차 안 타잖아요
택시 불렀어요
난 네가 혼자 택시 타는 거...
어차피 혼자서 살아가는 인생이에요
이제 아빠도 안 계시게 되면 더더욱이 강해져야 하잖아요
난 여전히 너한테 믿을 사람이 못 되는구나 [약간 침울하게]
왕비서님 때문에 아빠 엄마가 이혼하고
(오영) 난 엄마랑 오빠랑 헤어지게 됐는데
시간이 간다고 믿어지진 않죠
대신 늘, 아빠가 믿어주셨잖아요
저보다 왕비서님을 더
[가방 주섬주섬 챙기는 소리]
참
근데
14년 전 엄마 돌아가시고
오빠 소식은 정말 왕비서님도 모르세요?
아버지가 찾지 말라셔서...
그건 엄마가 살아계실 때 아니었나요?
아빠가 밉네요
이렇게 내 옆에..
끝까지 건재하게 계시지도 못할 거면서
(오영) 오빠도 못 찾게 하고
날 외톨이로 만들어놓고
(오영) 근데...
제 방엔 왜 오셨어요?
그게...
우편물을 네가 받았나 싶어서
우편물요? 아뇨
아까 우체부가...
(아줌마) 아가씨, 택시 왔어요
저 갈게요
[창문 열리는 소리]
네, 수정동 우체국 부탁합니다
[차 달리는 소리]
거기 손편지 좀 찾아서
적힌 주소지로 가주시겠어요?
(택시 기사) 아, 이거?
예, 알겠습니다
자, 여기요
- (우체국 직원) 손 편지요? - 네
오늘 저희 집에 손편지가 온 게 있나 확인 가능한가 싶어서요
(우체국 직원) 잠시만요
(우체국 직원) 아, 네, 등기로 온 게 있다고 기록돼있네요
[삐삐, 비상 알람음]
[황급히 계단 내려가는 소리]
[계속 삐삐 울리는 알람음]
[무전 요청음]
네?
(무전 목소리) 왕비서님, 지금 회장님 방에서 비상등이...
잘못 울렸어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옷걸이에서 옷 챙기는 소리]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택시 달려오는 소리]
[택시에서 내리는 소리]
(택시 기사) 아가씨, 뒤돌아서 곧장 가세요
(택시 기사) 거기서 우측으로 조금 가면 문이 있네
- (택시 기사) 호수는 외우죠? - 네
[차 문 닫는 소리]
[막대기 탁탁거리는 소리]
지금 서 계신 데서 왼쪽이 문입니다
네
(도어맨) 저기, 근데...
정말 여기 사는 오수 씨 동생 맞죠?
오빠 보고 가실래요?
[띵동, 초인종 소리]
아닙니다
[띵동, 초인종 소리]
[띵동, 초인종 소리]
[띵동, 초인종 소리]
[띵동, 초인종 소리]
[띵동, 초인종 소리]
[인터폰 켜는 소리]
누구?
(오수) 누구?
뭐야, 당신?
영이
영이, 영이가 누군데?
여기가 오수 오빠네 집 아닌가요?
맞는데, 내가 오수인데
편지를 받았어, 나한테 보낸
편지
아, 그 오수
오수 지금 없는데, 학원 갔는데
한 3시나 올 건데 그때 다시 와요
[인터폰 끄는 소리]
[띵동, 초인종 소리]
이봐요, 아가씨, 지금 오수는 여기 없...
그쪽이 아까는 자기가 오수라고 했잖아요
근데 오수는 지금 없다는 게 이해가...
아, 그게...
그쪽 오빠랑 나랑 성도 이름도 같아, 동명이인, 알지?
(오수) 근데 그쪽 오빠는 없다고, 지금
그리고 난 지금 아주아주 피곤해 그러니까 초인종 누르지 마
[인터폰 끄는 소리]
(도어맨) 사장님!
- 나요? - (도어맨) 네
'36층'이라고 부르시라니까
여기 거주자가 온통 사장님들이라 헷갈려요, 난
예, 근데 저기...
(도어맨) 벌써 3시간 째 저러고 있네요
오빠 기다린다면서 웬 눈먼 사람이...
여기서 3시간을 기다렸어요?
어디 앉지도 않고 이렇게 꼿꼿이 서서, 줄곧?
누구시죠?
나?
아까 인터폰
아, 네
우리 집에 들어가 있을래요? 오빠 올 때까지? 키 줄까요?
- 아니오 - 그렇다면, 뭐
저기요
이 편지 좀 읽어봐주실래요?
여기
거기 오빠 편지가 있을 거예요
뭐가 뭔지 몰라서
편지 내용이 알고 싶은데
눈이... 안 보여요?
네
내가 좀 바쁜...
아버지가 편찮으세요
오빠 상태가 어떤지, 아버지를 뵐 수 있는 상태인지 알고 싶어서
[사람들 발소리]
미안, 앞 못 보는 걸 잊었네
일단 밖으로 나갑시다
여긴 사람들이 지나다니니까
아, 참
내가 손을 잡아줘야 하나?
발소리가 들려요 그냥 가셔도 돼요
앞에 장애물만 알려주세요
발소리
4걸음 정도 걷다가 계단 있어요
[막대기 탁탁거리는 소리]
[오수, 목 가다듬는다]
'안녕, 영이야, 난 오빠야'
'물론 내가 보낸 편지 봉투를 읽었다면 알겠지만'
눈먼 걸 모르나보네
제가 6살 때 헤어졌어요
그땐 보였거든요
'전에 편지에도 말했지만'
'난 요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아주 잘 살고 있다'
아, 이 자식 말 끝마다 구라네
뭐라고요?
아뇨, 아뇨, 혼잣말
'근데 넌 날 안 만나러 올 거니?'
'날 만날 맘이 생기면 편지의 집 주소로 와'
'사실 이 집은 나랑 동업하는 형의 집이야'
'하지만 내가 조만간 사버릴 거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유일하게 믿는 이 형의 이름도 나와 같은 오수야'
'생각할수록 골 때리지'
얘가 이렇게 썼어요 천박하게 '골 때리지'라고
'넌 어떻게 지내고 있니?'
'말괄량이에 여전히 귀여운 어리광쟁이니?'
말괄량이에 귀여운 어리광쟁이로 전혀 안 보이는데
편지 안 읽으세요?
'난 매일 널 상상한다'
'네가 키는 얼마나 컸나 네 성격은 좋은지'
'엄마도 없이, 나도 없이'
'무뚝뚝하고 무서운 아빠랑 살면서'
'네가 혼자 외롭지는 않은지'
고맙습니다
마저 읽을게요
'참, 그리고 이런 사람은 어떡하면 좋을지 네 조언을 듣고 싶다'
'나랑 사는 오수 형은'
'제 주먹과 외모만 믿고 완전 쌩날라리 인생을 살고'
아, 얘가 내 뒷담화를 이렇게 까네
참고로 그쪽 오빠는 약간 허풍이 있어요
내 얘기는 패스하고
다음 쪽부터 읽을게요 나도 프라이버시가 있으니까
네
[차 들어오는 소리]
왜 안 읽으세요?
[전화기 진동 수신음]
(진성) [전화로 다급하게] 형, 지금 어디야?
집 근처
형 피해, 형 빨리 피해
형 잡으로 형사들이 집에 왔어
소라년이 김사장 클럽 돈 공금 횡령 형한테 덮어 씌우고 지는 빠지고
청담동에 소문이 쫙
그래서 형사들이 클럽이랑 우리 돈줄들 수사하고 소라 지는 토끼고
형, 일단 그냥 토껴
(진성) [전화기 너머 다급하게] 잡히면 죽어, 무조건 뛰어, 무조건
(진성) [전화기 너머로] 형, 내 말 들어? 내 말 듣냐고
[극적인 음악]
어, 왜 이러세요?
잠깐만
안 다치게 할 테니까 잠깐만 있어
당신 오빠, 조금 있으면 올 거야
내가 가면 다시 수위한테 가서 오빠를 찾아
[종이봉투 급하게 접는 소리]
참
오빠가 편지 맨 마지막 줄에
당신을 사랑한대
잘 가
저, 저기요
저기, 저... 내 지팡이
(형사들) 거기 서!
(형사들) 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
형, 형!
- (오수2) 형, 무슨 일이야? - 치워
형!
[전화벨 수신음]
[전화벨 안내 음성] 장 변호사님이 전화하셨습니다
네, 저예요
형!
어디 가, 형!
[자동차 경적, 쿵 부딪히는 소리]
[툭 떨어지는 소리]
(장변호사) [전화기 너머로] 영이야, 아버지가 위독해
어서 와, 어서
택시, 택시
[자동차 끼익, 정차 소리]
(형사) 야!
잠깐, 잠깐만
[비극적인 음악]
[오영이 막대기 탁탁하는 소리]
택시!
택시!
택시!
(오영) 택시!
택시!
택시!
택시!
택시!
택시, 택시!
뭐냐, 너?
(오수) 아주 날 제대로 엮어놨더라
내가...
네 스폰서 김사장 클럽 돈을 횡령?
내가?
김사장 사무실은 간 적도 없는데
내가 그 클럽 회계 문서를 조작?
너 같은 게 법조인이냐?
네가 나 엮은 거지?
얘 혼자 머리로는 그 머리 안 돌아가거든
이유가 뭐야?
1년만
빵에서 썩어
아니
변호사 써서 보석으로 나갈 거야
엊그제 검찰에서 내가, 아니...
네가 조작한 공금 횡령 금액이 5억이더라
- 그 정도면 보석 써서... - 아니
네가 한 공금 횡령 금액은 70억이야
뭐? 7, 70억?
횡령에 불법 포커판 연루 사기 도박 혐의까지
넌 절대로 못 빠져나와
그나마 1년도 검찰과 합의된 형량이야
널...
사랑해서 그래
내가 미국 촬영 가있는 1년만 여기 있어
난 미국에 있는데 넌 여기서 자유롭게...
싫어
네가 날 두고 어디로 가버릴까 봐 두려워
1년 후 빵에서 나가면 스위스로 가
돈은 내가 안전한 계좌에 넣었어
김사장은 돈이 너한테 있는 줄 알아
김사장 무서운 사람인 거 너도 알지?
(소라) 네가 서울에 있으면
그 돈을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릴 거야
항소하지 마
이건 검찰도 같이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거든
빵에서 나오면
스위스로 가있어
거기서...
우리 같이 살자
[책상 뒤엎는 소리]
[오수, 분노한 거친 숨소리]
이게... 이게 네가 말하는
사랑이냐?
엿 먹어
내가 나가 김사장 손에 죽어도
너랑은 끝이야
[문이 쾅 닫히는 소리]
[비가 추적추적 오는 소리]
[차 문 열리는 소리]
[흐느끼며 우는 소리]
(진성) 에이, 쯧
형 집이랑 차랑 현찰, 증권 김사장이 싹 다 접수했어, 개자식
(진성) 내가 성질나서 김사장 클럽 가서 깽판을 좀 쳤더니
내 팔을 뽑더라
그래서 다음날은 깁스하고
다시 찾아갔더니 내 다리를 분지르고
그래서 다리 낫고
이번엔 확 불 지르려고 기름통을 그냥 들고 갔더니
돈을 주대?
그러면서 지 밑에 있으라는 거 있지?
근데 내가 누구냐?
의리의 박진성 아니야 내가 그냥 그놈 얼굴에 침을 퉷!
[진성의 한숨 소리]
그리고 그놈 주먹에 바로 이빨 두 대 나갔어
앞니 두 개 임플란트
그래서 수는 여기 뿌렸냐?
응
형이 뭔 추억이 있는지 죽어가면서 여기 뿌려 달라더라
그러면서 사는 게 힘들면 피엘 그룹을 찾아가라는 거 있지
자기 얘기를 하면 도와줄 거라고
(진성) 암튼 끝까지 뻥은
그래도 착했는데
참, 수 형 옥탑방에 가야 돼 갈 데가 없거든
넌 이 바닥 떠
뭐?
아님 김사장 밑으로 가든가
빵에서 쉰밥 먹었어?
독수공방 오매불망 기껏 기다렸더니 말도 안되는 소리하고 있어
[팔 잡는 소리]
농담 아니야
너, 너희 아버지
구제역 때 죽인 소 백 마리 사고 우사 짓는 게 네 야망이라며
남자가, 자식아
- 야망을 위해선 배신도... - 네가 해, 배신, 그럼 되겠네
못하겠지, 왜? 넌 날 사랑하니까
우린 의리의 남자들이니까
자, 이제 어쩔 거야?
다시 포커판 치고 화려한 재기?
김사장 잡고 청담동 접수?
말도 디지게 안 듣는구나
아자! 이제 오수와 박진성 불멸의 두 남자 나가신다
다들 싹 다 죽었어!
이런 후진 렌트카도 오늘로 쫑이다, 가자, 형
판돈을 안 내?
아니, 뭐가 무서워서 승률이 99.9%인 우리 형 판돈을 못 대?
(진성) 알았어, 너희 말고 장사장 나오라 그래
장사장!
형님, 미안하다
김사장이 무철이 시켜서 우리들 목줄 잡았어
봐주라, 좀
(소라) 오수!
야! [소리 지르며]
자, 여기, 이거 얼마 안 되는데
[약간 화내면서] 어? 이게 누구를 거지로 아나?
(진성) 아, 나 진짜!
[박치기하고 싸우는 소리]
(사람1) 뭐야, 이 개새끼야!
- (진성) 놔! - 그만
(사람) 아이, 씨
찌그러져 있어라
어우, 이 새끼를 확 그냥!
너희들 오늘 수 형 아니었으면 나한테 죽었어, 알아!
어, 만두야, 나다, 수
그렇지, 뭐
일단 만나서...
뭐? 볼일?
너도 설마...
나 피하냐?
여보세요, 여보...
만두지, 지금?
죽었어, 내 손에...
(무철) 외로워보인다
난 왜 이렇게 덥냐, 사시사철
78억
김사장이 너한테 받을 돈 70억에
내 수임료 10% 얹고
1년 동안 이자 얹고 그래서 78억
언제 갚을래?
78억이 누구 애 이름이냐?
난 그런 돈은 본 적도 없네
나도
근데 이번에 너한테 받아서 나도 한번 봐보게
내가 안 주면 어쩔 건데?
알면서 그런다
너만 가거나
내가 힘이 부치면 같이 가거나
백일 줄게, 오늘 부로 딱 백일
[칼 찌르는 둔탁한 소리]
다음에 오른쪽으로 10cm 더 가줄게
내가 고분고분 말만 하면...
네가 우리 사이를 아직도 형동생으로 기억하고
네가 너무 쉽게 생각할까 봐
병원 가
[긴장감 흐르는 음악]
[문 열리는 소리]
[사람들 손뼉 치는 소리]
[카메라 셔터 소리와 손뼉 치는 소리]
[사람들 손뼉 치는 소리]
이 자리가 좀 떨리네요
앞이 안 보이는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아버지도 아마 그러셨을 겁니다
[사람들 살짝 웃는 소리]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인사는 여기서 끝내고
자료 보시죠
우리 피엘 그룹은 이 시대가 원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최고의 패션 그룹으로 도약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손뼉 치는 소리]
[카메라 셔터 소리와 사람들 손뼉 소리]
오늘 완전 대박이다, 대박
투자자들이 널 보는 눈빛이 무슨 연예인을 보는 양 신기해서는
다들 세부 자료 달라고 난리가 나고
아효...
네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생각하니까
나도 주책맞게 막 그 자리에서 눈물이...
아마 오늘 하루만일 거예요
저도 제가 이름만 회장인 거 알아요
석 달 후, 회장 임기가 끝나면
주주들은 김 대표를 회장으로 추대하겠죠
오늘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만 날 인정한 거예요, 다들
눈먼 내가 이번 프로젝트에 한해서 상품 가치가 있으니까
언론도 동물원 원숭이 보듯 신기해하고
눈먼 애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니까
그래도 간만에 복지관하고 집이 아닌 이런 데를 오니까
재밌었네요, 전
[차 문 닫히는 소리]
잘 가라, 영이야
장 변호사님, 오늘 저희 집 안 가세요?
식사는 다음에 해
아버지가 나한테 긴히 부탁하신 유언이 있어
이제 회사 일 접고 너만 보살피면 되니까
그 유언 지켜야지
무슨 유언이셨는데요?
서프라이즈할 거예요
기대해, 문 닫는다
조심히 가세요
[차 문 닫히는 소리]
[전화 벨소리]
네, 장변입니다
뭐? 찾았어?
어, 그래, 일단 만나
장 변호사님이 뭐라고 말씀하신 거예요?
글쎄다
근데, 참, 명호랑 결혼은 언제쯤 할 거니?
(왕비서) 약혼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는데
결혼 안 해요
약혼은 아버지 생각이었지 전 관심 없어요
왜?
난 네가 명호한테 호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니?
사람들은 호감만 있으면 결혼을 하나 보죠?
- 그건... - (오영) 왜?
난 장애인이니까 호감 정도면 그냥 결혼해야 하는 거예요?
내 말은... 영이야 그런 게 아니라...
전 그런 뜻으로 들려요
장애인이기 때문에 갖는 자격지심이라고 해두죠
어디 갔지?
아이, 대체 어디 간 거야?
어, 네 형 찾냐?
네 형 아까 옷 갈아입고 나가던데
옷을 갈아입고 나가...
아, 그 몸으로 어딜 간다고 진짜 속 썩이네
귀 먹었어? 애들 다 풀으라고!
수 자식이 오고 있어
지금 룸살롱 뒷문으로 싹 다 모여
늬들 한 놈이라도 빠지기만 해 봐 내가 가만 안 둘 테니까
내가, 자식들아
나만 죽을 거 같아?
애들 불렀냐?
내가 무슨 애들을...
나 안 그래, 형
형이 나 밥 먹여준 게 몇 년인데
나 절대 안 그래요, 형
다른 놈은 몰라도 만두야
넌 그러면 안 되지
그래, 그럼, 형, 그럼 안 되지
형이 나 밥도 먹여주고
- 밥만? - 응?
내가 너한테 고작 밥만?
집도 사게 해주고
목숨도 두어 번
덮쳐!
[정신 없이 싸우는 소리]
이 바닥에서 의리를 기대할 만큼 아직도 넌 순수한 거냐? 재미 없게
시간이 술술 잘도 가지?
이제 93일 남았다
[걷어차이는 소리]
[쓰러지는 소리]
[끼익, 차 서는 소리]
[경적 소리, 차 출발하는 소리]
[숨 몰아쉰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기가...
(장 변호사) 저기, 여기가 오수 씨 댁 맞습니까?
그런데
오수 씨 계십니까?
내가 오수인데요
오수라고?
아니, 근데 왜 몰골이...
저기
나...
장 변호사 아저씨다
몰라보게 변했다, 너
내가 잘 기억이 안 나?
나 피엘 그룹
네 아버지 회사 변호사
아버지랑 학교 선후배고
어려서 너랑 자주 낚시도 하러 다니고 그랬는데
기억 안 나?
피엘 그룹 상속자며 외동 아들로서
굶어 죽어도 너희처럼은 안 살 거거든
(진성) 형이 뭔 추억이 있는지 죽어가면서 여기 뿌려 달라더라
그러면서 사는 게 힘들면 피엘 그룹을 찾아가라는 거 있지
자기 얘기를 하면 도와줄 거라고
78억
이제 93일 남았다
왜 그러니, 수야?
내가 그렇게 기억이 안 나?
아뇨
기억 납니다
아저씨 많이 늙으셨네요
(진성) 형이 곧 죽게 생겼는데 부잣집 가짜 오빠 행세 좀 하면 어때?
이 그룹에서 78억은 껌값이겠는데 이거?
이유야 어떻게 됐든
그때 모든 건 오빠가 사과...
다른 이유가 있겠지
다른 이유?
돈
지금 형 신세가 어떤지 알아?
(진성) 무조건 구슬려, 무조건
(오수) 부잣집 여자애들 심리를 내가 좀 알지
(오영) 많이 힘들겠다 많이 아팠겠다
그걸 먼저 물어야 되는 거 아니니?
(무철) 걔가 과연 78억이나 되는 돈을 쉽게 줄까?
(무철) 걔가 죽으면 어떻게 되나?
.그 겨울, 바람이 분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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