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2회
(우체부) 오수?
아, 오빠분한테 또 편지가 왔네요
(오영) 14년 전 엄마 돌아가시고
오빠 소식은...
정말 왕비서님도 모르세요?
뭐야, 당신?
영이
(진성) 형이 피엘 그룹 회장 외동아들이면
난 스티브 잡스가 숨겨 놓은 아들이다
(오수2) 오영, 걔가 내 동생
저기요, 이 편지 좀 읽어봐 주실래요?
눈이 안 보여요?
- 네 - '난 매일 널 상상한다'
'네가 키가 얼마나 컸나'
'네 성격은 좋은지'
'엄마도 없이, 나도 없이'
'네가 혼자 외롭지는 않은지'
(장 변호사) 아버지가 위독해
- (무전) 왕비서님, 회장님 방에서 - 잘못 울렸어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택시!
택시! 택시!
횡령에 불법 포커판 연루 사기도박 혐의까지
(소라) 너 절대로 못 빠져나와
- (무철) 78억원 - 내가 안 주면?
(오수) 어쩔 건데?
(무철) 너만 가거나, 내가 힘이 부치면
같이 가거나
여기가 오수 씨 댁 맞습니까?
내가 오수인데요
나, 피엘 그룹
네 아버지 회사 변호사
아버지랑 학교 선후배고
어려서 너랑 자주 낚시도 하러 다니고 그랬는데
기억 안 나?
피엘 그룹 상속자며 외동 아들로서
굶어 죽어도 너희들처럼은 안 살 거거든
(진성) 형이 뭔 추억이 있는지 죽어가면서 여기 뿌려 달라더라
그러면서 사는 게 힘들면 피엘 그룹을 찾아가라는 거 있지
자기 얘기를 하면 도와줄 거라고
78억, 이제 93일 남았다
왜 그러니, 수야?
내가 그렇게 기억이 안 나?
아뇨
기억 납니다
아저씨 많이 늙으셨네요
(진성) 형, 대체 뭐야? 내가 형을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형, 얼굴이 왜 그래?
저 사람은 누구야?
- 일단 방에 가있어 - 아저씨 누구세요?
대체 뭐 하는데 여기서 야밤에 여기서 얼쩡거려? 누구야, 당신?
오수 형, 대체 이 아저씨 뭐야?
뭐 하는 사람인데 이 야밤에 여기 있냐고, 이 아저씨는!
어? 왜 그래? 나한테 얘기를 해봐 저 아저씨 누군데?
왜 그래? 저 아저씨가 그랬어?
(진성) 아, 왜 그래, 진짜? [문 열리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진성이 문 두드리는 소리]
보시다시피 오늘은 얘기가 안 되겠네요
- 다음에 얘기하죠 - 수야
다음에 얘기하자고 했죠
- 전화드리죠 - 오수 형! [문 두드리는 소리]
오수 형! [문 열리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왜 그래? 저 인간 혹시 무철이가 보냈어?
- 아니면 김사장? - 쉿!
[장 변호사가 문 두드리는 소리]
(장 변호사) 수야!
[장 변호사가 문 두드리는 소리]
수야!
[낮은 한숨]
너도 신문 봤으면 알겠지만
아버님이 일 년 전에 돌아가셨다
내가 이제 너를 찾아와서 서운한 모양인데
아버지도 사정이 있었어
수야
하나뿐인 네 동생 영이가 널 기다린다
영이를 생각해 봐
- (오수) 지킬 수? - 엄마가
동생과 세상을 지키는 사람이 되라고 해서 지었대
[자동차 경적 소리]
[쿵 부딪히는 소리와 브레이크 소리]
택시!
택시, 택시!
아버지가 널 서운하게 한 거지
영이는 아무 잘못이 없잖냐
수야, 걔가...
앞을 못 본다
시각장애인이야
걔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다
수야
[문 두드리는 소리]
- (장변호사) 수야 - 내가 전화한다 했죠!
그래
오늘은 그만 돌아가마
너도 당황했겠지
좀 맘이 편해지면 연락해라
연락해라, 꼭
[돌아가는 발걸음 소리]
[계단 내려가는 소리]
[잔잔한 음악]
(진성) 아, 형 왜 그래, 대체 뭔데?
또 뭘 봐?
[급한 발소리]
[긴장감 흐르는 음악]
형, 왜 그래? 말을 해봐, 대체 왜 그러냐고?
이게 다 뭐야?
피엘 그룹, 장성 변호사?
오수가...
진짜 피엘 그룹...
아들이었댄다
[비웃음] 치
에이, 설마
아버지가 죽었다면서
오수를 찾더라고
진짜?
근데 그럼 뭐 해? 형은 이미 죽었는데
죽었다고 말했어?
아니?
왜 안 해?
근데 나도 몰라
그냥... 내가
죽은 오수인 척했어
[약간 버벅이면서] 뭐, 뭐, 뭐?
그래, 그래, 그래 우리 미쳤다, 왜, 돌았다, 왜!
형이 곧 죽게 생겼는데 부잣집 가짜 오빠 행세 좀 하면 어때?
뭐? 가서 꼰질러? 그래, 가서 꼰질러라, 이 새끼야! [분노한 목소리로]
내가 못할 것 같냐, 이 미친놈아?
아니, 할 것 같다, 이 미친 또라이야 좋아, 해!
네 언니 괜히 죽어서 형 괴롭히고 넌 괜히 살아서 형 괴롭히고
자매가 쌍으로 사람 피 말려 죽여라, 죽여!
- 형이 너희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냐? - 우리 언니를 버렸지
싫으면 버릴 수도 있지!
[팔을 탁 잡으면서]
남자 여자가 싫으면 헤어지는 거지 그게 뭐가 문제야, 이 또라이야!
뭐야, 안 어울리게 울기는 [약간 민망한 듯이]
(진성) [양동이 발로 차며] 에휴, 씨!
(진성) 이 또라이가 지금 뭐라는 줄 아냐? [화내면서]
자기가 피엘 그룹 찾아가서 형이 가짜인 거 불어버린대
(진성) 그리고 91일 후, 형이 무철이 손에 죽으면 장례식장에 큰 화환 보낸댄다
무철이 경찰에 신고해
신고 좋아하네
경찰 등에 업은 놈을 경찰에 신고하면 퍽이나 도와주겠다
너 무철이 몰라서 그런 말 하냐?
걔가 한 짓은 하늘도 땅도 모른다 해서 별명이 '하늘땅'인데 경찰?
죽으려고 아주 빽을 써라
(진성) 형 일주일 전에 칼 맞고 엊그저께 반 죽게 처맞았어
더이상 뭐가 더 있어야 말귀를 알아 처먹을 건데, 이 사이코야?
[문 여는 소리]
[문 쾅 닫히는 소리]
너, 그렇게 살고 싶냐?
남자 새끼가 죽는 게 그렇게 두려워?
네가 그렇게 두려우면 우리 언니는 그럼?
너 어차피 망가진 인생이잖아
지금 죽어도 하자 없는 인생이잖아
사기까지 쳐가면서 네가 살아야 할 이유가 뭔데?
너 혹시 사는데 미련 있냐?
태어날 때부터 부모한테 버려진 주제에 왜?
(희선) 널 버린 엄마라도 만나서 복수하게?
서! 엄마면 거기 서봐
- (오수) 나를 알면... - 택시!
[울먹이면서 외친다] 거기 좀 서보라고!
(오수) 뭐 안 달라 그럴게
돈 달라고도 안 할게!
같이 살자고도 안 할게!
거기 서봐!
나무 밑에 날 버리고 딱 한 번 날 보고선
58000원을 주고 간 그 여자
내가... 그 여자한테 미련?
아니, 그건 별로
근데 왜?
(희선) 살아야 할 이유도 없으면서 왜!
하루 세끼 밥만 꾸역꾸역 개돼지처럼 처먹는 게 전부면서
사는데
꼭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거냐?
살아야 할 이유는 없어도
아침에 눈 떴으니깐 살고
숨쉬니깐 살고, 왜?
사는 의미가 없는 놈은 살면 안 돼?
이렇게 사는 게 쪽팔린 거면
난 지금 쪽팔린 건데...
그래도 말이다, 희선아
나 살아있으니까
살고 싶다
(무철) 수!
너 내가 희선이 옆에 두지 말랬지
[차 브레이크 소리] 만약에 희주가 어려서 나 아닌 무철이를 사랑했다면
지금쯤 희주는 살았을까?
가
[러닝머신 달리는 소리]
오빠를 찾은 게 왜 안 반가워?
난 네가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오빠가 오면 너도 외롭지 않을 거고
아빠가 너 혼자라 늘 걱정하셨다
[러닝머신 느려지며 멈추는 소리]
[숨을 거칠게 내쉬는 소리]
아빠도 그렇다, 그렇게 제가 외로운 게 걱정되셨으면
처음부터 이혼을 말지
- (장 변호사) 그건 네가 이해... - 이해했어요
엄마랑 아빠가 이혼하고, 아빠가 엄마 대신 왕비서님을 선택하고
엄마가 나 아닌 오빠를 선택해 이 집을 나간 것까지, 다
이제와 오빠는 필요 없어요
저한텐 아빠가 엄마, 오빠 대신 선택한
(오영) 왕비서님이 계시잖아요, 늘
24시간, 숨 막히게
- (장 변호사) 영이야 - 근데...
왕비서님은 오빠가 오는 게 반갑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내가 왜 오빠가 오는 게 싫겠니?
- 그건 오해... - 과연 오해일까요?
왕비서님이 그렇게 나오시니까
갑자기 오빠를 만나고 싶어지네
[똑똑, 노크 소리]
야, 진짜 너 그 머리에 대체 뭐가 들은 거냐? 어디 한번 보자
대체 이 꼴통에 뭐가 들었는지 보자, 봐
- 내가 말해줘? - 응, 말해줘
골
귀여운 것 근데 수 형 사진은 이게 전부야?
응, 초등학교 사진은 다행히 말라서 지금 수랑 비슷해서 놔뒀고
중학교 땐 학적부에 사진이 없어 중3 때 자퇴해서 고딩 사진도 없고
유일하게 잠깐 보육원에 1년 있었던 사진이 그건데 보시다시피 지금 여기
야, 대단, 진짜 대단! [박수 소리]
그럼
근데 너 왜 갑자기 마음이 변했냐?
돈 때문에 사람이 죽는 걸 볼 순 없잖냐
원한이면 모를까
수 형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넌 내 거야, 아무리 수 형이라도 절대 양보 못 해
이 사람은 누구?
(희선) 21년 전 퇴직한 피엘 그룹 비서
지금은 법적으로 남이지만 아마도 양엄마?
축하한다, 엄마 생겨서
- (오수) 이 사람은 변호사고 - (희선) 오 회장의 고교 후배
회장의 완전 오른팔 너랑 무지 친했을 수도 있는 사이
- (오수) 이 여자는? - (희선) 인민숙
(진성) 메트로놈에 있던 이름이다, 인민숙
혹시, 엄마?
응, 이대 피아노과 출신
근데 그 사람이 진짜 오빠가 맞긴 한 거예요?
뒷조사를 한번 해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장 변호사님이 벌써 알아보셨대
본인도 직접 만나 확인하셨고
건물 죽이네
이게 그러니까 이제 형 거라는 거지? 이게
너 부자다
(진성) 이 그룹에서 78억 껌값이겠는데 이거?
- 쉽겠다, 돈 뜯기 - 있는 놈들이 더하단 얘기가 있지
난 안 쉽다에 한 표
그리고 전, 오빠를 만나면 바로 친자 확인부터 하는 게 맞다 싶습니다
나도 생각해봤지만 그러다 친자 확인 내용이 신문에라도 나
주주들이 동요하면 가뜩이나 회장 선임 문제로 날카로워져 있는데
친자 확인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 일단은...
[경적 울리며 끼익 멈추는 소리]
- 뭐야? - (왕비서) 왜 그래, 이 본부장?
[경적 울리는 소리]
아닙니다, 가서 뵙죠 전화 끊겠습니다
[진성이 경적 울리는 소리]
뭐야, 당신?
[차 문 닫히는 소리]
- 넌 뭐야? - 여기 일방인 거 몰라, 당신 눈 없어?
(명호) 들어올 때 이정표 못 봤어? 이 사람이 어디서 잘했다고
(진성) 말귀를 제대로 알아처먹어 내가 언제 잘했댔냐?
- 죄송합니다 - (진성) 뭐가 죄송해, 형은?
우리가 보고도 그래? 못 봤으니까 그러지
(진성) 사람이 못 볼 수도 있지, 뭘 그거 가지고 앙탈이야, 앙탈은?
콱 [침 뱉는 소리]
그만, 못 본 게 잘못이야 그만하고 타
(진성) 아오 진짜, 내가 참는다, 참어
죄송합니다, 차 곧 빼겠습니다
저 자식이 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형, 우리 이 그룹 접수하면 바로 저 자식 찾아내서, 그냥...
- (진성) 아, 왜? - 딱 봐도 간부다
회장 아들 나타났다고 수 보러 인사라도 오는 날이면 그땐 어쩔래?
일단 부딪힐 일 없길 바래 봐야지
[잔잔한 음악]
(장 변호사) 오수가 연락이 왔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집으로 가겠다는군요
저도 그때 뵙겠습니다
[문 닫히는 소리]
- [울면서] 엄마! 오빠! - 영이야!
엄마! 오빠! [계속 운다]
엄마! [울먹이면서]
오빠! [울먹이면서]
엄마! 오빠! [서럽게 운다]
영이야 [울면서]
엄마! 오빠! [서럽게 울면서]
[슬픈 음악]
뭐? 동생이 눈이 안 보여?
만만하겠네, 그럼!
형의 정체를 유일하게 잘 알 수 있는 여동생이 눈이 안 보인다
이건 무조건 형의 완승이지, 눈이 안 보이는데 형이 누군지 어떻게 알아
일 년 전에 얼핏 봤을 때 느낌은...
보통은 아니겠던데
그래서 우리가 보통 이상으로 준비한 거 아니야?
선견지명 있는 내가 동사무소에 사망 신고 안 한 바람에 형 아직 살아 있고
그리고...
(진성) 짜잔! 형의 가짜 민증과 운전 면허증
그리고 이탈리안 레스토랑 운영한다는 증거 서류까지
여자애 오빤 겜블러도 건달도 아닌 이탈리안 레스토랑 운영 중인 거지
게다가...
(진성) 아빠가 설계한, 그리고 형이 살았던 집 도면까지
돈은?
일단 이 집 내놓고 로얄급 겜블러들 신상 정보를 형이 거금에 팔았지
(진성) 당분간은 폼 좀 날걸
- 네 외가는? - 이모가 한 분
뉴질랜드 이민가면서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 나와 연락 두절 - 친가는?
사고무친 아버지 혼자 자수성가
다 됐네, 그럼, 근데...
돈을 뽑아내려면 여동생이랑 사이가 좋아야겠다
야, 형이 다른 건 몰라도 여자 꼬시는 건 타고났지, 지금까지 봐
여자란 여자는 형한테 다 몸 주고 정 주고 돈 주고
일단 형이 웃통 벗고 샤워하고 머리카락 넘기고
웃으면서 윙크 한 번만 하면 그냥!
그 여자는 눈이 안 보이거덩
[사레 들린 기침 소리]
(진성) 아이 씨, 이럴 땐 눈이 보여야 되는 건데
[물 끓는 소리]
컵라면 먹자
형, 팔! 수 형, 팔
상처 그거 어떡하지? 그거 어려서 데인 거라 그랬는데, 동생은 알 건데
어떡하지, 형?
[약간 긴장감 있는 음악]
(진성) 와
이게 집이냐, 뭐냐?
[헛웃음] 와
형 돈 78억, 우리 아버지 소랑 우사 지을 돈 1억, 충분히 있겠네
[낮은 한숨]
상처만 안 걸려라
[긴장감 넘치는 음악]
(미라) 왕비서님, 영이가 씻느라 노크를 해도 안 들리나 봐요
(왕비서) 그래, 그럼 씻고나면 내려오겠지
영이 오빠가 오셨어, 인사 드려
안녕하세요, 영이 친구 미라예요
근데 저 사진은 좀 그렇네요
마치 그쪽이 안주인이신 것처럼
영이랑 아버지랑
아, 사실...
법적으로는 왕비서님과 아버지가 남이지만은
임종까지 최선을 다하셨고 그 누구보다 영이한텐 엄마처럼...
그렇겠죠
(오수) 그러니까 그렇게 편하게 가족사진을 찍으셨겠죠
감사합니다 그동안 영이를 돌봐주셔서
(아줌마) 이명호 본부장님 오셨습니다
이명호는 영이의 약혼자야 아버지가 정해준
저 왔습니다
- (왕비서) 영이 오빠가 오셨어 - 아, 네
인사하지
- 안녕하십니까, 영이 오빠 오수라고 - 반갑습...
이런, 한 번 뵌 분이네요
제가 아버지가 그리우면 가끔 회사 근처를 맴도는데
지난주, 지하 주차장, 맞죠?
아, 네
우리 인연은 나중에 이분한테 들으시죠
근데 제가 나갈 때하곤 집이 많이 변했네요
별로 변한 건 없는데
페인트칠도 새로 했고
커튼도 어머니가 좋아하던 색이랑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건 어쩔 수 없이...
이집에서 어머니의 흔적을 지우시려던 건...
아니었고요?
[긴장감 넘치는 음악]
(명호) 흔적이란 말씀을 들으니까 돌아가신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내 아들의 상처가 지금쯤은 아물었을까?'
(명호) 몇 번을 걱정스레 말씀하시던데
사모님과 이혼하실 당시 오빠분이 다치셨다고
화상 상처라고 했나요 장 변호사님?
어?
- (장 변호사) 어, 응 - 죄송하지만
그 상처를 좀 볼 수 있을까요?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은데요, 전
왜? 상처가 다 아물어 흔적조차 없나요?
근데 화상 상처는 아물어도 흔적이 남지 않나?
저도 발목 부분에 화상 자국이 있는데 시간이 가도 영 아물지 않던데
그거예요, 아물지가 않아 상처가
다 나았다 싶으면 어느새 다시 덧나고
또 몇 년 괜찮다 싶으면 다시 이유 없이 덧나고
그래서, 흉해서
보여주고 싶지가 않다고, 내가
의심이 아니라면 그만 하죠
그게... 기억이 나니?
잊을 수가 없죠 어머니가 아끼시던 건데
이대 피아노과셨잖아요 수 형 어머니가
참, 형, 그거 거기 안 놔?
응, 놔야지
의심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전 그 상처 확인...
내가 이거 꺼내줄게 앗, 형, 이거 어떡해 [물 흐르는 소리]
아이, 미안, 어떡해
괜찮아
줘, 줘
[극적인 음악]
[물 흐르는 소리]
흉하죠, 여전히?
마치 어제 난 상처처럼
(오수) 이제야 이게 있을 곳에 있네
[메트로놈 소리]
(오영) 내가 찾을 땐 안 오더니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장 변호사) 네가 오빠를 찾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아버지 돌아가시던 날 제가 우체부한테서 편지를 하나 받았거든요
오빠 편지
우체국 말로는 정기적으로 편지가 등기로 왔다는데
전 그날만 받았죠
- (왕비서) 영이야, 그건 아버지가 - (오영) 전해주지 말랬다고 하겠죠
돌아가신 분은 말씀이 없으니까
- (장 변호사) 영이야 - (오영) 그리고 이건 제 오해겠죠
전 눈이 안 보이니까 증명할 방법도 없고
그래서 이 집안에선 늘 저만 이상하죠
(오영) 그렇죠?
다시 물어, 왜 그때가 아니고 지금이야?
내가 분명 아빠가 위독하다고
- 같이 사는 사람한테 말을 전해달... - 아, 그게...
그 인간이 말을 안 전해줬어요 그 인간이 질이 나쁜 놈이라 빵에 가서
(진성) 그래서 형이 동생이 온 줄 몰랐어요
- 근데 엊그제 우연히 만났... - 그만
이유야 어떻게 됐든 그때 못 온 건 오빠가 사과...
못 들은 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겠지
다른 이유?
돈
너랑 사이 안 좋았던 아빠가 이젠 내 옆에 없으니까
내가 만만해져서
[긴장감 흐르는 음악]
장 변호사님, 아버지 유산 상속이 어떻게 돼있죠?
모두 네 앞으로 돼있다
(장 변호사) 너의 동의 없인 오빤 재산 상속을 받을 수 없게 돼있어
똑똑히 들었지, 저 말?
- 제가 나가 볼게요 - 잠깐
우리 두 남매 일입니다
[문 열리는 소리]
[막대기 탁탁 치는 소리]
오영, 오빠랑 얘기 좀 하자
영이야
난 네가 무지 그립던데
아무리 화가 나도 오빠랑 얘기 좀 하자
사랑하는 동생을 보겠다고
[막대기 날리는 소리]
[약간 심각한 음악]
네가 주는 사랑 따위 필요 없어
가져갈 게 있으면 어서 챙겨서 꺼져
쉽게 가져갈 순 없겠지만
네 지금 그 말은 이 오빠가 그리웠단 말로 들을게
왜요? 제가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무슨 그런 소릴, 안 될 게 뭐 있어 안 그래요, 왕비서님?
[어색하게 웃으며] 아, 그럼요
와, 영이가 좋아하겠다
사실 제가, 영이가 편히 잘 있는 것 같으면
오늘 얼굴만 보고 바로 레스토랑 오픈하러 이탈리아로 떠나려 했습니다
근데 영이를 보니 마음이 변했습니다
대체 영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죠?
왜 그렇게 밝던 애가
이유를 알아야겠어요 영이가 왜 저렇게 됐는지
그리고 내가 보낸 숱한 편지들은 왜 안 전해졌는지
그 진짜 이유도
모든 일을 미루고 모레, 여기 들어올 겁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계약 때문에 3개월이 맥시멈이지만
[너털웃음]
3개월이면 충분하다, 충분해
방 준비할게요
- (미라) 오빠, 또 봐요 - 그래
[긴장감 넘치는 음악]
(진성) 그럼, 저는 그때 뵙겠습니다
(미라) 와, 간지 작렬
장 변호사님 왜 저번에 그러셨잖아요
오빠를 만났을 때 누구랑 다툰 것 같다고
상처도 있었다고
레스토랑 운영하는 사장이 그런 몰골이었다는 게 전 조금...
레스토랑 주방장이 술주정하는 손님이랑 싸움이 붙어서 말리다 그랬대 [차량 문 여는 리모컨 소리]
(장 변호사) 아까 그런 몰골을 보여서 죄송하다 그러더라고
[장 변호사가 헛기침]
[전화벨 소리]
어, 그래, 알아봤어? 응
어
그래, 알았어
복정동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 운영하는 게 맞다네요
[긴장감 넘치는 음악]
(진성) 아, 이거 생각보다 일이 안 풀리겠는데
왕비서랑 이명호랑 다 이상하지
완전 우릴 무슨 도둑놈 보듯 무지 경계하는 거 형도 느꼈지
그 아빠도 이상하네, 아니 무슨 유산을 딸만 줘?
아, 짜증 나, 진짜
뭐? 경찰에 신고?
- 그래, 신고 - 해!
해, 어서
시골 집에 가, 너한테 수 죽는 거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아
놀래잖아, 너
수가 왜 죽냐? 수 피엘 그룹 아들 됐어, 알긴 알아?
78억, 그딴 돈쯤 껌값이라고!
뭐? 수가 피엘 그룹 아들이 돼?
[사진 찰칵 찍는 소리]
[음악 소리]
(아줌마) 어쩌죠
제가 올라가서 아가씨한테 오빠가 오셨다고 몇 번을 내려오라고 말씀...
내가 한번 가볼게요
아뇨, 제가 가겠습니다
[음악 소리]
[계단 올라가는 소리]
[손으로 벽을 스치는 소리]
[똑똑, 노크 소리]
[똑똑, 노크 소리]
(오수) 언제까지 날 안 보고 피할 건데?
영이야
영이야
[철컥 문고리 돌리는 소리]
이런, 문이 열려 있네
오빠 들어간다
[문 열리는 소리]
[음악 소리]
난 우리가 헤어질 때처럼 6살이 아니니까
지금 이런 상황에선 문을 닫는 게 맞지 않나?
아, 미안
[철컥 문 닫히는 소리]
일이 재밌어지네
- (장 변호사) 수영장요? - (아줌마) 네
김 씨가 아까 수영장으로 샌드위치를 가져다드렸다고
(장 변호사) 네, 알겠습니다
우리, 그만 식사하지
그럼 저 먼저, 배가 고파서...
우린 이 시간까지 굶어가며 자길 기다리는데
혼자 수영장에서 샌드위치
애가 버릇이 없네
얘 늘 이래요? 언제나 뭐든 이렇게 지 멋대로?
- 그게, 다른 때는 안 그러는데 - 오늘 특별히 내가 있어 그런가?
전 영이 좀 만나야겠습니다 식사들 하세요
형, 그냥 식사...
[거친 발소리]
나도 같이 가, 형, 나도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
[급히 달려가는 소리]
[약한 한숨]
오빠가 좀 무섭네요
[뛰어가는 소리]
- 형, 지금 뭐 하는 거야? - 뭐 하긴
- 동생이랑 얘기 좀 하려 그러지 - 지금 형 신세가 어떤지 알아?
동생한테 지금 땡전 한 푼도 못 건져, 형도 들었잖아
이 집안 재산 전부가 그 여자 명의인 거, 무조건 구슬려, 무조건
따뜻한 오빠, 동생들은 그런 오빠를 원한다고, 한없이 따뜻한
아니, 부잣집 여자애들 심리를 내가 좀 알지
주변 사람들 모두 지를 공주 대접할 때 누가 나타나 확실히 밟아주면 그때서야
신선한 이건 뭐지 하며 마음의 문을 열지, 그것들이
쟤들은 우리랑 달라
우리처럼 짓밟히는 게 익숙한 인간은 공주 대접, 왕자 대접이 먹히지만
저것들은 밟아줘야지 재미를 느끼거든
이 눈 봐라, 이 눈 사태 파악 못하고 본성 나온다, 본성
똑똑히 들어, 쟨 여자가 아니라 동생이라고
나 여동생 있어, 형은 없지
이번엔 내 말이 맞아, 밟지 마
맞다, 그렇지
쟨 동생이지
그럼 싸가지 없는 동생을 오빠로서 아주 제대로 밟아줘야겠네
따라오지 마
[어이없는 한숨]
(진성) 아, 진짜 왜 여자만 보면 밟으려고 들어
근데 맹인이 뭐, 수영?
[수영하는 물소리]
[물 첨벙거리는 소리]
실망이다, 오영
내가 상상했던 동생 오영이 아니야
싸가지가 없어도 너무 없어, 넌
왜, 돈 많고 배운 거 많으니까
하나뿐인 오빠를 21년 만에 봐도 무시가 되냐?
(오수) 그래?
8살 때 이집에서 쫓겨나 14살 때 엄마를 잃고 보육원 생활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막 나가지 않고 이렇게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나한테 남은 단 하나뿐인 내 동생
너 때문이었어
근데 넌, 뭐?
날 보고 '가져갈 게 있으면 어서 챙겨 꺼져, 쉽게 가져갈 순 없겠지만'
돈이 그렇게 좋아?
그럼 나도 돈 얘기 좀 하지
아버지가 아무리 유산 상속을 너한테 다 했다 해도
소송을 걸면 사정은 달라져 판례가 있어
근데 난 소송은 안 해
왜?
내가 바라는 건 돈이 아니라 딱 하나
내 동생이 딱 3개월만
3개월 후에는 이 나라에 있으래도 안 있을 이 오빠한테
딱 3개월만 제대로 오빠 대접을...
오빠 대접?
넌 동생 대접을 이따위로 하면서 나한텐 오빠 대접? [차가운 목소리로]
- 뭐? - 내가 싸가지가 없어?
넌 내 싸가지는 보이고 네 앞에 내가 눈이 안 보이는 건 안 보이니?
네가 떠난 6살 때 난 눈이 멀쩡했는데
21년 만에 네가 만난 난 눈이 안 보여
[잔잔한 음악]
느낌이 어때?
(오영) 네가 하나뿐인 동생을 네 말대로 그렇게 사랑했다면 넌 지금...
내 싸가지를 말하기 이전에 재산이니 소송이니 말하기 이전에
눈은 왜 다쳤냐
내가 떠날 때 멀쩡하던 네 눈이 지금은 대체 왜 그러냐
그걸 먼저 물어야 되는 거 아니니?
많이 힘들겠다, 많이 아팠겠다
이 오빠도 아프다 내 동생이 날 못 봐서 [소리 높이면서]
너한테 그런 따뜻한 첫인사를 바란 건 아니지만
이건 아니지
21년 만에 나타난 오빠가
눈먼 동생한테
[문 닫히는 소리]
(진성) 완전 된통 당했다니까, 형이
영이 걔가 그날 이후로 3일 내내 완전 더 형한테 차가워져가지고
형 얼굴도 안 보고 밥도 따로 먹고 눈도 안 마주치고...
눈은 원래 안 보이거덩?
[먹으면서] 수는 어떻게든 살어, 왜? 수니까
아, 할렐루야
- 여기서 뵙네요 - (진성) 아
영이 친구
저 여기서 알바해요 오빠, 갔다 올게
참, 나 영이랑 수 오빠 만날 건데
(희선) 응 [구급차 사이렌 소리 흉내]
[구급차 흉내내면서] 삐오삐오
오케이, 드디어 형의 작전 사이렌이 울렸다 이거지
빙고
(코치) 동규야, 왼쪽, 왼쪽으로! 야, 야, 왼쪽, 왼쪽, 왼쪽, 패스!
10시 방향, 10시 방향 야, 패스하라니까, 어디 가, 패스!
야, 패스, 다 차 버려!
[낙담하면서 한숨] 아
(코치) 그렇지, 조금만 더 오른쪽, 오른쪽
(코치) 자, 자, 다시 왼쪽으로, 다시!
[호루라기 소리]
정동규, 너 언제까지 혼자서만 볼 만질 거야?
왜 동료들 도움 안 받아?
밖에 나가면 정안인 도움도 안 받고 같은 시각장애 동료 도움도 안 받고
이 경긴 네가 혼자 얼마나 잘 났나를 증명하는 경기가 아니라
서로 돕지 않으면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걸 너한테 가르쳐주는 경기야
마음의 문을 좀 열자, 동규야 응?
(오영) 제발
영이야, 일단 여기 가만히 있어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 어, 알았어, 빨리 와 - 꼭 여기 있어, 어디 가지 말고, 꼭
[살며시 웃으며] 어
오빠!
영이 저쪽에 있어요, 가보세요
(미라) 그리고 저녁 전에 오셔야 되는 거 알죠?
우리가 기사 아저씨 안 부르고 복지관 말고 다른 데 온 줄 알면
- 왕비서님이... - 알아, 가
화이팅, 오빠!
- 이거 하나 주세요 - (점원) 네, 잠시만요
(점원) 손님, 계산요
(아이1) 내 거야, 내 거라고!
아니
- 얘들아, 잠깐만 - (아이 2) 앗, 뜨거워!
[아이2의 울음소리]
[아이가 크게 운다]
- 괜찮아? - (아이 엄마) 당신 뭐 하는 거야!
(아이 엄마) 이 여자가 미쳤나
왜 커피를 들고 다니고 남의 애를 안으려고 그래!
- 괜찮아? - 아줌마, 너무하시네
(행인) 이분 시각장애인이잖아요! 어떻게 시각장애인한테...
(아이 엄마) 눈이 멀었으면 집구석에 처박혀 있던지
왜 밖을 나와서 나돌아다니냐고!
(아이 엄마) 울지 마, 가자
[짜증 내면서] 아휴, 진짜
[약간 슬픈 음악]
(행인) 여기요, 지팡이
제가 도와드릴까요?
앗! [외마디 비명]
(행인) 여기요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행인) 어, 거기, 거기 물 조심하세요!
[물에 첨벙 빠지는 소리]
[극적인 음악]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제 동생이에요, 제 동생
[물 첨벙거리는 소리]
[놀란듯이 가쁜 숨소리]
복지관 다른 아이들한텐
도움이 필요할 때 당당히 도움받으라고 잘도 가르치면서
넌 왜 이럴 때 남의 도움받지 않아?
그건 말이고 넌 장애가 당당하지 않은 거야
사람들의 선한 도움도 거절할 만큼 왜 이렇게 뒤틀린 거야, 너?
[떨리는 숨소리]
어쩔래? 이제 내 도움도 안 받을래?
[떨리는 숨소리]
가자
[물 첨벙거리는 소리]
죄송합니다 제 동생은 시각장애인입니다
길 좀 비켜주세요
[물에 젖은 발소리]
(무철) 돈 많은 동생이 생겼다고?
옆에 여자냐?
네가 급하긴 급했나보다 사기까지 치고
[급박한 음악]
[지하철 들어오는 알림음]
[지하철 들어오는 알림음]
[지하철 들어오는 알림음]
(무철) 근데 걔가 과연 78억이나 되는 돈을 쉽게 줄까?
근데 수야, 만약...
걔가 죽으면 어떻게 되냐?
[지하철 안내 소리] 지금 들어오는 열차는 이 역을 통과하는 열차입니다
타는 곳 안쪽으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
나한테 온 목적이 돈이면
그 돈을 얻어낼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는데
[지하철 경적 울리는 소리]
지금이야
지하철이 오면
내 등을 밀어
[지하철 경적 소리]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
(오영) 지금이야
지하철이 오면 내 등을 밀어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
[지하철 경적 소리]
(명호) 오빠 오수가 아무래도 이상해
유전자 감식을 해봐야겠어
(진성) 이제 우리 어떡해, 형?
(진성) 야, 너 의도가 뭐야? 너 나중에 형 배신하려 그랬지, 새끼야?
(무철) 근데 왜 안 죽여? 혹시 걔를 여자로 느끼냐?
- 영인 시각장애인... - (오수) 그러니
집구석에 가만히 틀어박혀 주는 밥이나 먹으면서 붙박이 가구처럼
처박혀 살아야 한다?
(오수) 난 너한테 잘보이고 싶어 난 뭐든지 할 작정이야
네가 나한테 약속한 그걸 가져와
(오영) 그걸 가져오면 믿어줄게
(진성) 영이, 영이가 눈이 보여, 형 [놀라면서]
어쩜 저게 우리가 벌써 가짜라는 것도 다 알지 않을까?
- 이 집안의 재산이 탐이 났다면 - (오영) 어떻게든 할 수 있었겠죠
- 아빠가 자연사라고요? - 영이야, 임마!
내 눈이 뇌종양 때문이라고요?
(오영) 내가 그걸 정말 다 믿는 것 같아요?
(오영) 영이 얘가 뇌종양 그럼 그게 재발되는 건가?
- 결과는? - (의사) 유전자 감식 결과 나왔습니다
(오영) 생각해보니 1년 전에 내가 만난 그 남자 혹시...
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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