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남자 1
-다가오지 마!오지 마.오지 마!오지 마.오지 마.오지 마.오지 마.
-규한 씨.나 지금 어머니가 만나고 해서 호텔에 와 있어.나 너무 무섭고 떨린다.
-아가씨 명문대 나왔으니까 말귀 알아듣겠네.나는 쥐뿔도 없으면서 똑똑한 머리 하나만 믿고 설치는 여자 제일 싫어.자기 주제도 분수도 모르면서 지나치게 욕심 부리는 여자도 싫고.별거 아니에요.우리 규한이도 아가씨에 대한 마음 정리한 것 같으니까 이쯤에서 우리 끝내기로 합시다.자존심 세울 필요 없어요.우리가 불우이웃에 기부하는 돈 한 달에 수백이야.그 돈에 자기 돈 하나 끼어 있다고 생각하면 돼.
-저기요. 괜찮으세요?어떻게 해.저기, 괜찮아요?
-네, 119입니다.
-여기 교통사고 났는데요.여기가 어디냐면요.저기 잠깐만요.지금 구급차 올 거예요.잠시만요.
-여보세요?거기 어디세요? 여보세요?
-악!
-오셨습니까?
-여기 입주자야?
-입주자는 아니고요.여기 경비원들 말로는 여기 입주자랑 같이 지내던 애인 같답니다.
-지금 신원 파악하고 있습니다.애인 당일 행적 조사하고 안에 들어가서 CCTV 확인해.
-네.
-저기서 떨어진 거라면 자살이겠죠?
-너 강력계로 옮긴 지 얼마나 됐어?
-6일이요.
-6일? 너 같은 애송이를 데리고 무슨 수사를 한다고.됐어, 인마.
-왜 그러세요.반장님.누가 봐도 자살인데.딱 보면 견적 나오잖아요, 반장님.
-견적 나오면 인마, 수사과에서 우리를 불렀겠냐.가서 단서나 찾아.
-네.
-초동 수사가 제일 중요한 거야.
-알겠습니다.
-701호 입주자 아직도 안 들어왔습니까?
-네. 저희도 신경 써서 확인하고 있는데 아직이요.
-네, 아주 좋습니다.이번에는 신랑신부 마주보고 뽀뽀 한번하세요.네, 좋습니다.마주 보시고요.하나, 둘.네, 아주 좋습니다.여기 보시고요.활짝 웃으시고요.아주 좋습니다.하나, 둘.
-야. 야, 여기가 어디라고.이리 와봐.잠깐만.야, 너.야.이게 누구를 망신 주려고.
-뭐 해요?
-너 망신 안 주려고 이런 치사한 짓까지 하고 싶지 않아서 수십 번 좋아했었어.전화만 안 받으면 끝나니?사랑하다 헤어질 수 있어.결혼.조건이 안 맞으면 더 좋은 사람 만나서 갈 수도 있어.네 선택 백 번 천 번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했어.그런데 이건 아니야.헤어지더라도 상대에게 예의라는 게 있어.이렇게 빌어먹는 강아지 내쫓듯 사람 비참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잖아.
-아니, 아니, 그건.
-규한 씨 이 여자 뭐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가난한 게 내 잘못이니?돈도 없으면서 너랑 결혼을 꿈꾼 게 그렇게 큰 죄야?그래서 사람 이렇게 바닥까지 모는 거야?
-야. 미안해.
-시끄러워.됐고.너희 엄마한테 가서 전해.불우이웃 돕고 싶으면 다른데 가서 알아보시라고.한때나마 내가 사랑하고 결혼까지 꿈꿨던 남자가 고작 이정도였다는 게 진짜 한심하다.잘 살아.결혼 축하해요.
-그냥 사건 접죠.벌써 며칠째예요.지금 박 형사님 지원도 나가야 하는데.
-이 형사.다시 현장에 왔을 때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든다.그러면 그 사건 끝난 게 아니야.그 느낌이 정리돼야 사건 종결이야.
-제 눈에는 그냥 깔끔하게 정리된 것처럼 보이는데요.
-야, 부검결과 못 봤어?손목에 상처가 있었어.죽기 얼마 전에 난 상처야.죽으려던 사람이 일부러 자기 손목에 상처 내고 뛰어내렸겠어?최선영의 알리바이 확실하게 확인하기 전까지는 자살도 살인도 아니야.
-CCTV에서는 최선옥 혼자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잖아요.
-야, 인마.계단에는 CCTV가 없잖아.
-옥상이랑 계단에 별다른 흔적도 없더먼.그나저나 이 애인이라는 놈은 도대체 어디로 숨은 거야?
-그러게 말이다.제발 좀 집에 들어와라.어?
-잘 찍혔어?
-네?
-거기서 뭐해.이거 좀 도와줘.촬영팀 어디 갔니?
-아.
-아저씨 촬영하고 있어요?영화?드라마?이름이 뭐예요?
-뭐하시는 거죠?
-언니. 이 아저씨 영화 찍나 봐.
-너 안 다쳤어?너 괜찮아?남의 배에 타놓고.
-그쪽 배라고요?
-아니요. 내거예요.내거.이름이 뭐냐니까요?
-천사 아저씨다.
-야, 건욱아 거기 남의 배에서 뭐하는 거야, 인마.
-아저씨 내일도 떨어질 거예요?내일도 요트 타는데.
-모네야.
-야, 빨리 와.
-야, 건욱아.너는 왜 걸핏하면 남의 배에 가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수정아 안에 들어가자.모네야 너도 넋놓고 있지 말고 들어와.뭐라도 좀 먹자.
-잘 끝냈어, 문재인.수고하세요.
-아, 재인 씨 왔네.
-네.
-내가 찾아오라는 자료 구했어?
-네, 구했습니다.
-트랜치 코트가 예쁘네.
-감사합니다.아, 관장님.저 오늘 가면 전시회 건으로 제주도 내려가요.
-제주도? 아, 참 그렇지.지금 가야 되겠네.다녀와.아, 참.시간 되면 우리 모네 보고 오든지.
-모네 제주도에 있어요?
-제 언니랑 놀러갔어.생일파티한다고.가서 좀 놀아줘.
-네, 알겠습니다.
-수고. 재인 씨.
-네.
-네, 관장님.
-여기 너무 저너분하잖아.오픈 준비중인거 티내.이거 오며가며 눈에 안 띄어?당장 치워.언제까지 일일이 말로 해야 돼?
-네, 관장님.아, 진짜.요즘 들어 관장님 왜 저러셔?진짜 피곤해 죽겠다, 진짜.홍태성 때문에 저렇게 예민하신 거야?야, 홍태성이 누구인데?홍태성 몰라?홍태성.해신그룹 홍 회장님이 밖에서 데리고 온 아들.내부적으로는 쉬쉬하는데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알지.
-어.
-너 제주도 가잖아.이번에 모네 생일 때 홍태성도 오랜 만에 온다고 했어.
-그래? 나는 처음 듣는데.
-아, 계집애.좀 소문에 관심 좀 가져라.어?관장님도 슬슬 신붓감 알아본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 사람 결혼 안 했나보지?
-너도 관심 가냐?하기야 홍태성만.너 규한이 그 자식이 어떻게 됐어?잊어라, 잊어.규한이 그 자식 .너, 이번에 제주도 갔을 때 홍태성 잡아라.그래서 해신그룹 며느리가 돼서 그 인간 앞에 딱 나타나는 거야.그럼 규한이 그자식 아마 기절할 거다.
-야, 나 그냥 일하러 가는 거거든.사무실 가서 자료 좀 프린트할게.수고해.(속으로) 해신그룹 아들 홍태성.홍태성.안녕하세요?
-네, 안녕 하세요.
-이거 얼마예요?
-아, 이거요?이것은 178만 원입니다.손님.
-네?
-178만 원이요.
-이거는요?
-아, 이것은 조금 저렴하게 나왔는데요.78만 원입니다.
-모네 생일 때 오랜만에 홍태성이 올지도 모른다고 그랬어.
-저, 이걸로 주세요.
-계산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할부 되죠?
-네, 됩니다.
-12개월 할부로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47번 게이트로 가세요.
-네, 고맙습니다.
-누구세요?
-쉿. 조용히 해.
-119죠.여기 경찰 좀 불러주세요.아, 여기가요 .호텔 이름이 뭐더라?쟤 뭐니?쟤 뭐야?
-아, 수고하셨습니다.
-여기서 경찰을 왜 찾아.반장님 어디 갔어?
-아이고, 죄송합니다.지금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아니, 제가 뭘 어쨌다고요.
-죄송합니다.저기 이거.
-안 들어가고 뭐했어?다 맞춰본 거잖아.
-뭐야? 보조출연 아니었어?
-현장 통제 안 하고 어디 간 거야.
-참 기가 막혀.놀러왔어? 놀러왔냐고.
-이런 이런 자기가 잘못해 놓고 .
-건욱 씨.무술 감독님.
-네.
-싸워도 옷 찢기는 거에서 웃통 벗는 걸로 갑시다.액션 영화가 왜 이래.좀 화끈하게 갑시다.
-화끈한 거 원하십니까?화끈하게 갈까요?그러면?
-OK.
-무술감독님 건욱 씨 몸매 좋지?
-아, 건욱이 몸은 3년 전의 몸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바로 갈 수 있나?
-바로 갈 수 있습니다.준비할게요.야, 건욱아.옷 벗고 갈 가자고 준비 좀 해라.
-싫어.
-안 돼.돈을 받았으면 일을 해야지.돈 받았잖아.
-나 대역 아니야?주인공 대역 아니냐고? 직접 벗고 하라고 그래.
-야, 현범아.
-예.
-너 저기 준비해.옷 벗고 푸시업 좀 해.
-제가 왜요.건욱이 형이 있잖아요.
-시켜 줘도 안 해?
-아니, 몸 하면 건욱이 형.이봐요.좋잖아요.야, 좋아.얼마나 좋아.형.미안해요.
-네가 내 여자도 아닌데.내 옷을 왜 벗겨?
-언니. 언니 옷 갈아입어야 돼요.
-그러니까 인마 몸뚱아리 간수를 잘해야지.등에다 박음질을 해서.
-형. 나 먼저 갈게.
-그리고 인마, 너는 대사도 없는데 만날 대본을 챙기고 그거 버릇이 안 고쳐지네.정말.그리고 무술감독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전체적인 발란스를 어떤 것을 가지고 있어야 돼.그만해.
-소품 어딨어요? 소품팀.소품용 칼.
-아, 스톱, 스톱.강 기사 아저씨 스톱.언니 먼저 가.
-어디 가려고?
-영화 촬영하잖아.보고 올게.
-이모, 나도 나도.
-그래.
-조심히 다녀와.길 잃어버리지 말고.
-코딱지만한 호텔 길 잃어버릴 데가 어디 있다고.가자.
-강 기사 가요.
-어? 안녕하세요?모네 언니 되시죠?
-누구시죠?
-맞네요. 모네 방에 있는 사진에서 뵙었는데.저기.신 여사님이 운영하시는 갤러리 돕고 있어요.문재인이라고 합니다.
-아, 어머니가 미술관 오픈 준비중이시라는데.거기 직원이신가 봐요?
-아, 직원은 아니고요.프리랜서로 첫 기획전 준비 도와드리고 있어요.그런데 모네는?
-잠깐 어디 갔어요.모네가 약속 있다는 얘기 안 했는데.무슨 일이시죠?
-제주도 출장왔다가 모네 생일이라고 그래서 잠깐 들르겠다고했는데.
-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예쁘세요.신 여사님도 그렇고 모네도 그렇고 다들 하나같이 정말 미모가 뛰어나세요.
-모네한테 제가 연락할게요.들어가세요.
-저기요.
-뭐예요?
-형. 사인 좀.
-응.
-아니에요.분명 저 옷 입고 있었는데.
-얘, 뭐야?
-그렇지? 소담아.소담아.언니.소담이 언니한테 갔어?
-총 지배인님한테 연락해.CCTV 확인 어디서 하지?
-무슨 일이시죠?
-소담이가 없어졌대.
-어, 천사 아저씨다.
-소담아. 언니.나 소담이 본 것 같아.
-어디까지 따라올래?꼬마 아가씨.
-천사 아저씨.날개 다 말았어요?
-날개?
-네. 아까 물에 빠졌잖아.날개 다 말랐어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아저씨 왜 날개를 등에 안 달고 머리 위에 달고 다녀요?
-등에 숨겼다가 필요할 때 머리 위에서 펼치거든.요즘 천사들은 날개 위치를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대.
-아! 그럼 아저씨 진짜 천사 맞구나.
-그런가?
-네, 맞아요.천사 아저씨.아저씨, 날아봐요.
-응?
-날아주세요.
-그럼. 어디 한번 볼까?날개가 다 말랐나.
-소담아.
-이모. 내가 천사 아저씨 찾았어.이 아저씨 날 수 있대.
-아저씨. 날아봐요.
-아저씨.
-이모, 좀 올려주지.
-아저씨. 왜 못 날아요?
-날개가 덜 말랐네.꼬마 아가씨.
-언제 마르는데요?
-너희 이모부터 좀 먼저 일으켜 세워주고 다시 얘기하자.뭐야? 당신.
-강 기사.경찰 불러요.애를 왜 이런 데로 데려와 ?그래서 뭐 어쩌려고.이 애 세워놓고 협박이라도 하려고?왜 그렇게 봐?애 하나로 모자라서 모네까지 붙잡아서 뭐하려고 한 건데.
-언니. 그런 거 아니야.
-너 소리 지르는 거 다 들었어.그것도 아니면 애를 왜 옥상까지 데리고 와.신고부터 해야지.누가 이런 데로 데려오냐고.
-그런 거 아니라니까.소담이가 그냥 여기 올라온 거라고.
-너 조용히 해.소담이가 뭘 알고 옥상까지 왔다는 거야?제가 오해한 거 아니죠?한 번 말해 봐요.아까 배 위에서도 본 것 같은데 이런 데서 그쪽을 다시 본 건 뭔가 그쪽이.뭐하려고 한 거냐고.
-언니. 그런 거 아니라고.왜 내말을 안 들어?언니 가.가.소담아 가자.강기사 아저씨 신고하지 마세요.저 사람 잘못한 거 없어요.
-무슨 소리하는 거야.네가 소리질러놓고.너 지금 누구 편 드는거야? 저 사람 소담이 때문에 죽을 뻔 했다는 말이야.언니는 애 때문에 유괴범이 죽는 거 봤니?아저씨 미안해요.아저씨 신고하지 마세요.가.
-놔.
-이런 식으로 그냥 내려오자고 하면 어떻게 해.제대로 알아보고 경찰에 신고를 해서.
-이모, 내가 먼저 찾았어.그렇지?
-무슨 소리야, 소담아?
-이모랑 천사 아저씨 찾기로 했는데 내가 먼저 찾았어.
-봐.
-소담아 네가 그 아저씨 그냥 쫓아간 거지?
-응.
-그런데 사람을 왜 유괴범으로 몰아.
-너 왜 이렇게 화를 내.소담이가 옥상까지 따라갈 동안 그 남자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니?너 안 이상해?
-언니가 더 이상해.영화 찍으러 온 사람이 우리가 여기 온지 어떻게 알아.아무한테나 부잣집 딸 행사하면서 몰아붙이지 말라고.
-그럴 만하니까 그런 거야.네가 뭘 안다고.
-아, 몰라.두 방이나 때리고.언니는 잘 나가다 꼭 한 번씩 밉상이야.
-모네 너 언니한테.
-죄송합니다.회의 중이라 연락을 늦게 받았습니다.자제분은?
-별일 아니었어요.그런데 호텔에 영화촬영팀이 온 것 같은데.
-예. 홍보촬영에서 촬영 지원하고 있습 니다.
-무슨 영화예요?주인공 이름이 뭔데요?
-홍보도 좋지만 호텔 투숙객들은 쉬러오시는 거니까 방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 부탁드려요.
-아! 아파.왜 꼬집어.
-모네야 조카가 장난친 걸로 그렇게 화내면 되니?소담이 놀라잖아.
-언니. 나.
-내일 우리 모네 생일 준비는 잘 돼가고 계시죠?
-그럼요. 내일 생일파티에 회장님 내외분도 참석하십니다.
-모네 생일이라 바쁜 스케줄 중에서 오시는 거니까 신경 좀 써주세요.
-네.
-그럼 내일 잘 부탁드려요.
-어우, 밉상.밉상.(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왜?
-어, 여기 진짜 좋다.
-제주도야?
-어. 경치 정말 좋다.전망이 정말 좋네.원인아.너 만약에 언니가 재벌가 며느리 되면 어떻게 할래?
-재벌가. 부잣집, 뭐 대기업 며느리 이런 거?아니, 생뚱맞게 그게 무슨 말이래?
-야. 세상에 안 될 일이 뭐가 있어?될 수도 있는 거지.
-그 규한인가 거시기한 놈한테 차이더니 이제 막 나가는구나
-너는 언니한테 그딴 소리를 꼭 찍어서 해야 되냐.
-괜히 헛바람 들지 말고.
-정리 다 됐어.
-제주도 어디인데?
-여기? 해신 그룹 자제들이 머문다는 그 호텔 스위트룸.사람들이 이래서 돈 많은 사람 찾나봐.
-거기 왜 갔는데?
-생일파티 한다더라고.홍태성이라고.그집 아들이 올지도 모른다는데 언니 한번 꼬드겨볼까?
-아주 미쳤구나.아니, 그 사람들 생일파티하는 데 언니가 왜 가냐?초대는 해 준대?
-초대야 받으면 되지.
-아이고, 그거 진짜 할 일도 없다.정말.
-전시된 작품도 정민화 화백의 태양은 가득히네.
-야, 그거 얼만데?
-야, 너는 돈밖에 모르냐.어?그저 비싸야 좋은 작품인 줄 알지?끊어.
-언니. 언니.아이, 진짜 문재인 그래라.그래, 만날 그렇게 해봐.
-문원인. 아, 이놈의 자식.수업시간에 몰래 나와서 전화 통화에 매점까지 갔다 와?
-아, 선생님도 참.요새 애들이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아, 내가 쓰레기를 이렇게 밖에다 버리면 어떡하나.
-재인 언니.
-어? 모네야.아, 왔어?
-응.
-모네야.
-응. 너 생일 선물 샀어.만년필이야.대학간 기념으로 필기할 때 쓰라고.
-고마워, 언니.
-아니, 이게 왜 있지?누구세요? 아, 모네야.미안해.이거 아닌데.아, 어떡해?미안해.
-우와, 언니 이거 베이지도 않겠다.나 해도 되지?
-어? 어, 그럼.저기, 생일 파티 때 뭐 입을 거야?생일 때 식구들은 다 오는거지?
-아니야, 큰오빠랑 형부는 못 와.그럼 작은오빠는?
-응? 언니 우리 작은오빠 알아?
-아니, 네가 큰오빠 이랬으니까 작은오빠도 있나 하는 거지.작은오빠도 있는 거지?
-응. 태성이 오빠라고.그런데 엄마랑 언니한테는 모른 척 해.
-왜 말을 안 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
-가족인데 왜 그러지.
-유학가서 사고를 하도 많이 치니까 창피해서 그렇지.나 이거 입을 건데 어때?
-어, 정말 예쁘다.너희 오빠 혼자 살다 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한국에는 들어왔겠네.요즘도 사고 치고 그래, 너희 작은오빠?
-언니 이거는?
-그건 조금 추울 것 같은데 오늘 쌀쌀하다던데.
-무슨 소리야.내일 입을 건데.
-오늘 너 생일이잖아.
-내일이거든요.
-아, 진짜?
-모네.
-언니, 아까 내가 말한 거 비밀이다.
-언니, 언니.재인이 언니 내일 우리랑 같이 저녁 먹어도 되지?가족모임이잖아, 모네야.미안해요 재인 씨.대신 두 사람 오늘 맛있게 식사하고 가요.
-아, 괜찮아요, 저는.
-열어줘. 열어달라고요.열어줘요.
-혼자네요.오랜 만에 일찍 나와서 스태프들한테 예쁨 좀 받아보나 했더니 너무 일찍 나와 버렸네.얼굴이 왜 그래요?
-좀 긁혔어요.
-조심해야죠.얼굴인데.우리 같은 사람은 얼굴이 생명이에요.
-내 얼굴이 TV에 나오는 것도 아닌데, 뭐.
-내일 스카이다이빙 촬영있죠?연습하기는 했는데 대역 안 쓰고 하려니까 겁나더라고요.제가 액션영화는 처음이라서 욕심내기는 했는데.건욱 씨는 겁 안 나요?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뭐.
-내일 건욱 씨만 믿을게요.
-나를 뭘 보고 믿어요?
-네?
-혜주 언니.혜주 언니.촬영장 바뀌어서 실내신부터 찍는대요.빨리 옷 갈아입으셔야.
-아우, 조심해야지.다림아.괜찮아?너는 진짜.안 내려가요? 그럼 나중에 봐요.가자.
-아.
-야. 내 옷이 너 넘어졌을 때 받쳐주는 쿠션인줄 아니.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너는.실력도 없는 게 아주 그냥 눈치도 없어요.하필 왜 그때 들어와?
-언니. 여기 디저트 진짜 맛있는 레스토랑 있는데.
-그래?
-와플도 맛있고 케이크도 정말 맛있어.
-홍모네.
-어? 엄상무 아저씨.아, 맞다.오늘 저녁 약속 있는 거 깜빡했다.어떻게 해, 언니.
-약속 있었어?괜찮아.
-반장님, 커피요.
-이 형사.
-네.
-왜 유서가 아니라 이 학을 남겼을까?
-팬이 없었나 보죠.
-자살 같은 경우에는 유서든 뭐든 남길 시간이 충분히 있었을 텐데.이 학 한 마리만 남겨놓고 죽었다.그렇게 죽는 것이 급했을까?
-그 남자친구 사진 접어놓은 건 너 때문에 나 이렇게 죽는다, 뭐 그런 거 아니겠어요.
-최선영 애인 출입국 관리 기록은 확인했어.
-연락 달라고 했는데요.
-자식아, 인마 그런 건 우리가 알아서 체크했어야지.너 지금까지 오락한 거야?
-아니요, 그게.
-이게 완전히 빠져가지고.
-물어보겠습니다.반장님.
-저거 완전히 뺀질이네, 저거.
-요트는 마음에 들었어?
-네. 좋았어요.요트.
-요트에서 무슨 일 있었구나.
-엄상무 아저씨.무 아저씨 왜 꼭 나랑 결혼하려고 해요?
-모네가 마음에 드니까.모네는 내가 싫어?느끼해서?
-그건 아니고요.
-그런데?
-그래도 결혼인데 엄청 좋아야 하는 거잖아요.
-모네 왜 그래?불편해?
-네? 아니요.잠깐만요.
-왜?
-여기 남자 화장실인데.
-아까 미안했어요.언니가 놀라서 그런 거지.우리 언니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신경쓰지 마.괜찮으니까.
-어? 얼굴.아까 언니 때문에 다쳤어요?
-아니야. 괜찮다니까.
-미안해요.
-그쪽이 미안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거의 끝났어.조금만 더 기다려.사람 무안하게 왜 그래?너 엉뚱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이따 봐.
-아가씨 보기보다 대담하다.여기가 어디라고.
-그게. 제가 너무 미안해가지고.
-나가자. 아무도 없다.나와.
-저기. 이름이 뭐예요?
-심건욱.
-고마워요, 건욱 오빠.그런데요.나는 아가씨가 아니고 홍모네예요.홍모네.
-홍모네.
-수요일 아침 9시.히틀러는 아주 멋진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빈둥거리고 있었어요.
-엄마.
-응?
-내일 또 천사 아저씨 보러가면 안 돼?
-누구?
-낮에 본 천사 아저씨.
-아! 네가 찾았다는 그 아저씨?소담이 많이 컸네.한 번 본 아저씨를 딱 알아보고.그런데 다음부터는 그렇게 따라가면 안 돼.
-그 아저씨가 없어졌는데도.
-뭐? 웃었어, 그 아저씨가?
-응. 웃었어.
-어. 그래?
-응.
-제가 오해한 거 아니죠?한번 말해 봐요.
-액션영화 찍는다며?위험한 건 알아서 빼달라고 해.
-처음 하는 주인공인데 위험하고 안 하고 따지겠어.
-앞으로 예쁜 것만 찍어.
-예쁜 거 하면?CF하나 밀어줄 거야?
-간장 CF 하나 했잖아.
-나도 바르는 거 하고 싶은데.어떻게 해요?어떡해?
-얼굴 가리고 있어.괜찮아.가리고 있어.조심해서 다녀야지.젊은 사람이.응?
-운전자는 그쪽이 아닌 것 같은데.남자끼리 해결하지.원, 투, 쓰리.
-애인 엄청 아끼시네.그러니까 더 궁금한데.
-미안하다.됐지?
-어이. 조심해.
-자, 스카이다이빙팀.촬영장으로 이동할게요.이동, 이동.자, 스카이다이빙팀 촬영장으로 이동할게요.이동.
-저기요. 저기 혹시 어제 호텔 앞에서 제 만년필 못 주우셨어요?
-누구신데요?
-아니, 어제 막 저 목조르고 이런 거 촬영하셨잖아요.
-아, 그분이구나.
-그때 만년필 떨어졌었는데.좀 물어봐 주시면 안 돼요?그거 비싼건데.
-저기 어제 호텔 앞에서 이분 만년필 보신 분 있으세요?
-비싼 건데.
-비싼거라는데.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자, 스카이다이빙팀 이동했는지 확인 좀 해 봐.야.
-잘 봐.이거.아니면 이런 걸 끊어야 죽지.
-놔요.
-뭐하자는 거야?
-놔요.
-뭐하자는 거냐고?
-아, 좀 놓으라고요.좀.이거 놔요.최혜주가 얼마나 못된 년인지 당신이 몰라.최혜주가 얼마나 사람을 무시하고 짓밟는지 당신이 알기나 해?걸핏하면 욕하고 걸핏하면 뺨 때리고 협박하고 소리지르고정말 지겨워 죽겠어.내가 최혜주 죽여버릴 거야.최혜주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년.
-정신차려.그런다고 네 인생이 달라져?최혜주가 죽는다고 네 인생이 달라지냐고.최혜주자 죽으면 또 다른 최혜주가 너를 밟으려 들 텐데 그때마다 죽을래?그때마다 지금처럼 죽이려 들래?죽이는 거 쉬워.사람 죽이는 게 얼마나 쉬운 건지 가르쳐 줘?사람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뭔지 알아?네가 최혜주를 밟고 올라서는 것.그리고 두 번 다시 누구도 너를 밟지 못하게 만드는 것.앞으로 그런 바보 같은 짓 절대 하지 마.
-야, 간다.
-안녕하세요?
-아, 감독님.
-왔어?
-산소가 부족하네요.건욱아 준비하자.혜주 씨, 들려요?
-네.
-건욱이만 믿으면 안전합니다.
-정말 주의사항 없어요?대본에 그런 대사 있잖아요.
-전투기 조종사들이 가끔 바다가 하늘인 줄 알고 돌진하다가사고를 당한다.하늘에서 길을 잃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거 외운 거예요?
-스카이다이빙 하다가 버티고현상 겪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정신만 똑바로 차려요.
-네.
-네, 셋 센 다음에 떨어집니다.셋.둘.하나.
-아, 저기 있네.저기 보이죠?태양 옆에 조그맣게.
-들려?
-네. 반말이네?
-하늘이잖아.
-좋다, 하늘.
-어제 잘 들어갔어?
-어.
-무슨 사이야?
-누구?
-어젯밤 그남자.
-봤어? 오해하지 마.그냥 잠깐 사귀는 애인정도.
-그 남자 사랑해?
-사랑?
-글쎄.
-나 그남자 알아.
-성수그룹 아들 맞지?
-그남자 결혼해.
-그리고 이건 또 다른 선물.사랑해.
-야, 건욱아.낙하산 준비해라.
-하나, 둘, 셋, 하면 펴.
-벌써?
-야, 건욱아.낙하산.
-하나, 둘, 셋.정신차려.
-살려줘.
-최혜주. 최혜주.
-살려주세요.살려줘.
-건욱아.
-야, 빨리 준비해야지, 인마.
-건욱 씨.
-건욱아. 야.왜 안 펴는 거야 도대체.
-건욱아, 뭐해?인마.펴야지.건욱아, 낙하산 펴, 인마.야, 건욱아.건욱아.건욱아.야.야, 이거 왜 이래.충전 안 했어, 이거?
-충전 다 돼 있는데요.
-건욱아. 혜주 씨.
-건욱 씨.건욱 씨.
-야.
-PC방 사건 목격자가 나왔답니다.만나보고 오겠습니다.
-반장님. 반장님.찾았습니다.
-누구?
-자살한 최선영 애인이요.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니까.어디 있는데?
-제주도에 있답니다.
-제주도?
-형. 형.괜찮아요? 건욱이 형.정신 좀 차려봐요.형.건욱이 형.
-태성아.
-엄마. 엄마.
-빨리 와.밥 먹어야지.
-엄마. 아빠.우리도 보청기 사자.
-태성아 보청이 낀다고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야.보청기가 얼마나 비싼데.
-(속으로) 아빠는 괜찮아.보청기 없어도 태성이 말하는 거 다 들을 수 있어.괜찮아.
-아니야, 아빠.보청기만 있으면 다 들을 수 있어.방에 불 꺼져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다 알 수 있는 거야.엄마, 내가 꼭 아빠 듣게 해 줄게.
-형, 괜찮아요? 형.정신 좀 차려 봐.형.형, 괜찮아요?형, 괜찮아요?
-이제 아빠 말 잘 들어.네 진짜 아빠가 너를 찾아.네 진짜 아빠는 서울에서 큰 부자야.그러니까 이제 네 아빠한테 가서 사는 거야.알았지?이제 최태성 아니라 홍태성이야.
-아니야. 아빠가 진짜 아빠야.아니야, 아니야.싫어.아빠.싫어.싫어요.싫어요.엄마, 엄마.싫어요.
-태성아. 들어가자.
-싫어요. 아빠.
-그래, 그래.내가 네 아빠다.
-엄마. 싫어요.
-자, 들어가자.
-싫어요. 아빠.엄마.싫어요.싫어요.
-수화만 하고 있어요.
-어?
-시골에 있는 엄마, 아빠 보고 싶지?네가 말 잘 듣고 착하게 굴면 네 엄마, 아빠는 부자가 돼서 너 찾으러 올거야.
-그럼 내가 말하면 엄마, 아빠 부자돼서 나 데리러 와요?
-그래. 너는 이제 최태성이가 아니라 홍태성이고.오늘부터 내가 네 엄마.회장님이 네 아빠고 여기가 네 집이야.앞으로 잘 할거지?
-저기.
-그래 말해.무슨 말이니?말해 봐.
-보청기 사주세요.
-알았다. 들어주마.이제 말해봐.아빠.
-아... 아빠.
-그래. 태성아.내가 네 아빠다.태성아.내가 네 아빠다.태성아.뭐라는 거야?
-글쎄 보청기를 사달라네요.
-보청기?
-대본인가?태라, 누나, 모네.가족?어?해신그룹 사람들 이름이 왜 여기에 있지?밤에는 밤에는 온통 캄캄한 어둠 속이라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빛나는 게 불빛인지 별빛인지 분간이 안 가.
-자, 우리 태성이 왔으니까 다 온 거지?태성아.여기 서.태균아 네 동생이야.동생한테 잘 해 줘야지.태라 너도.
-네, 아빠.
-서 기사 양반 어서 찍어요.
-앞을 봐, 태성아.
-누구를 속이고 이 집에 들어와.어디서 거짓말을 해?
-내가 태성이라고 했잖아요.내가 홍태성이라고 했잖아요.열어줘요.열어달라고요.열어줘요.
-내가 가려는 곳은 어디일까?천국일까? 지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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