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2회
[주제곡]
[잔잔한 음악]
(재성) 은석이는? 은석이는 어떻게 된 거야?
은석이 어디다가 뒀어?
은석이 못 찾았어요?
(경찰) 장물 시장에 은석 양 실종 다음 날 들어왔답니다
(재성) 실종 다음 날요?
[미스터리한 음악]
(여자) DNA 검사를 해 보세요
이 둘 중에 당신들의 딸이 있습니다
[웅장한 음악]
은석아...
[둔탁한 효과음]
아, 그건 너무 여자 여자 해
오늘 고백하러 왔어요 너 보자마자 바로 알겠다
그렇지? 나도 그럴 것 같았어
정직원 확실하다며
자신 있다더니 떨려?
조금
나도, 오늘 너랑 나랑 우리 둘 다 운명의 날이야
나만 거절당하면 어떡해?
카페 개업식에 오는 건 확실해?
당연히 오지 자기가 맡은 공사인데
아저씨들한테 살짝 물어봤어 온대!
잘해라, 또 바들바들 떨면서 목소리에 바이브레이션 넣지 말고
리허설해 보자, 해 봐!
리허설?
자, 내가 선 실장이야
하실 말씀이 뭔가요?
목소리가 그게 뭐야?
무뚝뚝하다며 빨리해 봐, 나 출근해야 돼
(지안) 서지수 씨?
난 웃겨서 못 하겠어
에이 몰라, 그럼 알아서 해
잘해라!
아니, 티 세 개 넣었는데 무슨 티를 또 가져가요?
회사 근무복 입을 건데
참, 당신 근무복이 없네?
사무실에서 안 가져왔어요?
아, 그거... 대전 지점에 있어
아...
아무래도 중간에 좀 오기 힘들 거 같네 새로 생긴 지점이라서
자리 잡으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거 같아
남의 회사 자리 잡게 해 준다고 60 넘어 한뎃잠 자지 말고
지태 아버지
해자 언니 형부한테 베트남 루트 하나 뚫어 달래 봐요
사업이 남 시켜서 되는 건가? 뚫을 거면 내가 뚫어야지
그럼 더 좋고
형부가 베트남 꽉 잡고 있다니까 도움도 받고요
아니, 이 나이엔 무리야
당신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애들 나이가 중요하죠
앞으로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세상 변했다 변했다 말만 그렇지
아직도 집 장만은 신랑 쪽이 해요 대부분
[혀 차는 소리] 그렇지
그, 그건 그래야지
우리 아들 둘이에요
지호야 아직 좀 멀었고
지태는 취직한 지 몇 년 됐으니까 지가 알아서 모으겠지, 뭐
[드르륵] 아빠! 우리 나가야 되는데 멀었어?
아니다, 아니다 가자, 가자
(태수) 그냥 우리 형편대로 하자고, 응?
[태수 총총 발걸음 소리] 어우...
[경쾌한 배경 음악]
(태수) 지안이 정직원 되는 날인데 아빠가 집에 없어서 섭섭하다
아직 확실한 거 아니라니까
되면 바로 전화할게요
그래, 잘 될 거야 이번엔 꼭 될 거야
아니, 아빠! 그런 반응 노노노! 옳지 않습니다!
요즘 시대 예의는 될 때까지는 그냥 모르는 척해 주는 거예요!
아이구, 야! 큰누나니까 하는 거지, 인마!
이번엔 될 거 같다니까 입만 열면 헛말만 하는 너랑 같냐?
(태수) 그래, 그건 작은누나 말이 맞다, 이놈아
너 이번엔 공부도 꼭 열심히 하고 있어야 돼!
- 대학 꼭 가야 된다, 너 - 아, 그럼요
올해는 꼭, 성과를 내야죠
(지수) 저놈 뭔가 수상해, 야!
(지안) 싸우지 마
지태야, 너 요즘 뭐 연애 같은 거 안 하냐?
예, 바빠서요
바쁘다고 연애도 안 하고 결혼을 어떻게 해?
결혼도 슬슬 해야지
결혼 생각 없어요, 아직 요새 결혼들 일찍 안 해요
그래?
(지수) 아빠 빨리! 버스!
어! 알았어!
[문자 수신음]
(수아) 출근 중? 어디?
(지태) 집 근처
[문자 수신음] (수아) 이따 어디서 봐?
(지태) 퇴근 전까지 아뢰겠습니다, 마님
[버스 도착하는 소리]
[경쾌한 음악]
(부장) 좋은 아침!
(일동) 좋은 아침입니다, 부장님!
(과장) 오늘 마감인데 창립 이벤트 기획안 안 낸 사람 있더라
[종이 부스럭 소리]
어젠 정말 죄송했습니다, 부장님
뭐, 어쩔 수 없지 일부러 사고 냈겠어?
- 그리고 수리는... - 내 차는 내가 범퍼 교체할 테니
상대 차만 처리해, 지안 씨가
(부장) 그 차도 뭐 뒤에 범퍼만 갈면 될 거 아니야?
감사합니다
(부장) 그래
- 과장님 - 어?
기획안이요
정직원들만 하는 건데 이걸 했어?
계약직 아무도 안 했는데
아... 네
그냥 둬라
내일이면 정직원일 건데, 뭐
네?
[밝은 음악]
커피 계속해야 한다!
네, 그럼요!
저 퇴사할 때까지 과장님 커피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지안) 네!
병민 씨, 서지안이랑 빨리 풀어야겠다
정직원 되면 당신이 입사 후배야
정직원 기준으로 입사 선후배 정해야지
계약직 기준으로 하는 게 말이 돼요?
[밝은 음악]
어머! 엄마!
(남구) 아이고, 깜짝이야
아...
오늘 아빠가 지방에 출장 가셔서요
아빠 배웅 겸해서 일찍 나온 거예요
[헛기침]
저... 반죽 배울 생각은 마셔
네?
아니, 빵집에서 일만 하게 해달라면서
어! 그럼 저 취직된 거예요?
아니, 뭐
우리 빵이 싼 빵도 아니고
배달해서 번 돈 빵값으로 다 쓰는 거
지수 씨 부모님한테 죄송해서 그래
뭐, 마침 미영 씨도 관두게 됐고
감, 감사합니다!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홀에서 판매만 하는 거야 반죽은 안 가르쳐 줘
그건 천천히 배우면 되고요
아니, 누가 언제 가르쳐 준대?
그 욕심 낼 거면 애초에...
아, 아닙니다! 그럼 내일부터 나올게요!
식당 배달 후임 정해지면 그때 나와요
네! 감사합니다!
(지수) 아싸!
와, 대박! 오늘 일진 짱인데!
- 허 부장 - (허 부장) 예, 부회장님!
베트남 한식 레스토랑 진출 건 지시한 지가 언젠데
결제가 안 올라오나? 왜 이렇게 굼떠?
그게 아직 회장님 결제가 안 내려와서요
노 대표님한테 한 번 여쭤봐 주십시오
저희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았어, 나가 봐
[긴장된 음악]
[문 닫히는 소리]
[휴대폰 벨 소리]
왜 안 오세요?
(재성) 강 박사는 뭐래? 큰 이상 없대지?
네, 그건 그런데...
기력 찾으시면 자네가 잘 모시고 들어가
부회장님! 그래도...
네! 알겠습니다
안 온대지?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깨셨나 봐요
못 온대냐고?
오늘 중요한 점심 미팅이 있으셨대요
왜 일어나세요!
[한숨]
집에 온 물건들 봤지?
네
DNA 검사 맡겨
사흘 안에 결과 내라고 해 비용 상관 말고
네, 사모님
아무도 모르게...
누구도 몰라야 한다
누구도...
(지안) 뭐 일어서기까지 해!
정식으로 재회 악수는 해야 히지 않겠냐?
많이 씩씩해졌다 전엔 수줍음 탔던 거 같은데
넌 많이 얌전해졌다 전엔 선머슴 같았는데
내 나이가 몇이고 사회생활 몇 년 찬데
뭐야, 그 눈빛은?
느끼했냐?
하도 감회가 새로워서 그러지
- 뭐 먹을래? - 알리오 올리오
빙고!
어, 벌써 시켰어? 어떻게 알고?
그러니까
서지안, 난 네가 알리오 올리오 시킬지 어떻게 안 거냐?
야, 선우혁 너 뭐야?
감사합니다
먹으면서 얘기하자 직장인 배꼽시계 무섭잖아?
빙고!
(혁) 아, 근데 어떻게 된 거야?
서울은 언제 다시 왔어?
먹으라면서?
배고파! 네 얘기 먼저 해!
- 넌 어떻게 지냈어? - (혁) 나?
나야, 뭐...
완전 멋있게 지냈지?
뭐? [혁 웃음]
나 우리 약속대로 실내 디자인과 갔고!
자, 봐라!
창업? 사업가?
아니, 대학 때 창업을 한 거야?
쇼핑몰 사업이 생각보다 커져서
지금은 휴학 중
대단하다
선우혁, 잘 자랐네
[노크 소리]
- (유 비서) 부르셨습니까? - 어
유 비서
이거, 내 차 처분하고!
가해자한테 유비서 핸드폰 번호 가르쳐 줬으니까
연락 오면 수리비 오백만 원 받아
오, 오백만 원요?
어, 3일 안에 연락 올 거야
수리비 오백만 원으로는 턱도 없을 텐데...
봐줬지
이건 기부금 영수증 받을 수도 없는 기부의 생활화다, 내가!
아니, 뭐 어차피 차 바꾸려고도 했고
[탄식]
어찌나 궁상스럽게 매달리는지
아유
부산 거쳐 마산 돌아 대학 가면서 다시 서울로 왔어
조소과는 왜 안 갔어?
왜 경영학과 간 거야? 미대 안 가고
우리 아빠 그때 부도났거든
레슨은커녕 빚더미에 끼니 걱정하는데 미대를 어떻게 가?
포기하고 공부했지! 대학은 가야겠어서
[포크 내려놓는 소리] 그랬구나
그럼 지금 회사는 어디야?
왜?
10년 만에 만난 너한테
과거지사 쫙 늘어놔야 하나?
고민 중
뭐, 그래도 너니까!
해성 그룹 마케팅팀의 계약직!
계약직?
오늘까지야 오늘이 정규직 계약 날이거든
혁아, 내가 졸업하고 이때까지
인턴 2번에, 계약직 2년에
짬짬이 알바 십수 개에
오늘 그 설움 다 벗는 날이야!
좀 덜어줄 걸 그랬네
아니야, 제때 밥 못 먹을 때가 많아서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두는 게 습관 됐어
[휴대폰 벨 소리]
잠깐만, 나 전화 좀 받을게
- 여보... - 지안아! 언니야!
나 취직됐다! 나 그 빵집에 취직됐어
- 주인장이 받아 줬어? - (지수) 응!
축하해 달라고 전화한 거야?
옜다! 축하!
아! 그리고 오늘이 고백 데이인데...
그래, 고백까지 잘하면 퍼펙트 데이 되니까 잘해
나 지금 친구랑 점심 중이라 끊는다
[휴대폰 조작음] 누구야?
동생!
동생이 있었어?
너 하는 짓이 혼자서 사랑 듬뿍 받은 외동딸 분위기였는데
어우 그랬니? 기억도 안 난다
고백이라니 되게 오랜만에 듣는다 그 올드한 단어
몇 달째 애끓이는 남자가 있어 첫눈에 반해서
첫눈에?
그거, 나이 먹어서 쉽지 않던데
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에 자기를 구해 준 남자래
아참, 너 할 말 있다며?
아! [포크 놓는 소리]
너 이따 퇴근하고
(혁) 여기로 좀 와라!
너한테 축하받고 싶은 일이 있어
퇴근하고 또?
[전화벨 소리]
네, 이정우 부장입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한숨]
[부장 발소리]
[짧은 한숨] 아, 예...
자, 다들 인사들 합시다
우리 마케팅팀에 새로 합류하게 될 사원입니다
[충격의 효과음]
효림대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인재라서 특채로 채용하게 됐어요
(부장) 윤하정 씨, 인사해요
윤하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긴박한 음악]
뭣들 하나?
출근은 내일부터니까 정식 인사는 내일 합시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헛기침] 다들 2년 동안 정도 많이 들었는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회사 방침이 그러니까...
양해 바랍니다
[책상 내려치는 소리]
[화난 목소리] 윤하정
[가쁜 숨소리]
너 어제
우리 만났을 때 알고 있었어?
[도도한 목소리] 어, 알고 있었어
해성 그룹 마케팅팀 딱 하나 있는 정직원 자리에
내가 특채로 오게 되는 거
- 근데? - (하정) 근데 왜 말 안 했냐고?
궁금했거든, 네 진짜 얼굴
얘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말 돌리지 말고 간단명료하게 말해
우리 다섯, 대학 신입생 때 팀플로 만나서 꽤 친했었지?
본론 말해
그땐 몰랐거든
우리 다섯 중에 학자금 대출에 알바에
네가 제일 형편이 어렵다는 거
어제 만났을 때 네가 낙하산으로 오는 거
왜 말 안 했는지나 말하라고
점점 네가 신기하더라
아니 무슨 애가 기도 안 죽고
누구 원망도 안 하고 툴툴거리지도 않고
이상하더라고
너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넌 왜 학자금 걱정 없이 알바 한 번 안 하고
용돈 풍풍 써 대면서 명품 걸치는 나를 부러워하지 않는지
아니, 부럽지 않은 척하는 건지
꼴사납더라고
뭐?
분명 괜찮지 않을 텐데 괜찮은 척하니까 빈정 상하고
네가 왜 빈정이 상해?
신세 안 져서 빈정 상했다는 걸 말이라고 해?
특히 졸업 여행 때 말이야
난 교환 학생, 어학연수 갔다 오고
넌 2년 휴학하고 너랑 나만 졸업 2년 늦었잖아
너 돈 없다고 졸업 여행 못 간대서 내가 내준다고 했을 때
너 거절했지?
그 돈 별거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랬더니 네가 그러더라
돈 벌어 봤냐고
그 돈이 내 돈이냐고
아버지가 번 돈 별거 아니라고 하지 말라고, 웃으면서
웃으면서
너한테 안 얻어먹고
고맙다고 굽신굽신 안 거려서
약 올랐다는 거야?
사람들이 왜 돈 버는 줄 알아?
과시하고 싶어서야
남들보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쓰려고
그래서 부자를 꿈꾸는 거지
너도 그래서 스펙도 없으면서
기어이 대기업 들어가겠다고 몇 년째 대기업 주변 얼쩡거린 거 아니야?
네 그 한결같은 여유가 내 호기심을 자극했을 뿐이야
그래서 일부러 말 안 했어
이젠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지금 네 표정 말이야
내 표정?
지금 내 표정이 뭔데?
열패감
뭐?
열패감 나에 대한 열패감
그걸 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일부러 말 안 했어
악의는 없어, 어차피 미리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으니까
와, 너 진짜...
너 진짜 못됐구나
그게 이유가 되니?
내가 왜 너희 부자들 눈치를 봐야 돼?
너희한테 숙이면 너희 자리, 네 자리 줄거니?
주려고 했었니?
그것도 아니면서 무작정 기죽으라는 말이야? 너 좋으라고?
애초에 기죽었으면, 네 자린 줄 알았을 때 물러서 줄 수도 있었지
윤하정
왜? 지금이라도 빌어 보고 싶니?
네 정직원 자리 돌려달라고 빌고 싶지?
웃기지 마
- 뭐? - 네가 이러면...
내가 빌 줄 알았니?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조용히 울면서 집으로 갈 줄 알았어?
뺨 한 대 맞을 각오는 했어
[퍽 소리] 아!
웃기지 말라고
너 죽이고 나도 죽으면 그만이야
[퍽 소리] 아!
[거친 숨소리]
씨, 야!
[몸싸움 소리]
[경쾌한 음악]
저거 뭐야?
- 어? - (도경) 아, 회사 앞에서
당장 조치시켜
아니, 경찰 불러
[퍽 소리]
서지안 씨, 그러지 말고 보호자 불러요
합의하셔야 할 거 아닙니까?
두 분이 남도 아니고 대학 동창이라면서?
합의 안 해요
합의 안 하면
재판 넘어갈 수도 있어요 폭행으로
쌍방폭행이에요
상해 정도가 다르잖아요, 아가씨
정말 감방 가고 싶어요?
저 그냥 고소할래요
전 감방 가고 얘 매장시키면 돼요
우리 학교 홈피, 과 홈피 대학 갤에 다 올릴 거거든요
경영학과 09학번 윤하정이 친구였던 서지안 까고
낙하산으로 내려왔다고
그것도 전날 만나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약직 마지막 날 나타나서 '약 올랐지?' 메롱 했다고
그리고 그 친구 감방까지 보냈다고
야! 그건 네가 합의 시도 성의도 안 보이고
- 너 그거 명예 훼손이야 - 어차피 전과자 된 거
1범이나, 2범이나
[휴대폰 벨 소리]
마침 어머니 전화네
[휴대폰 내려놓는 소리]
아, 씨...
[문 열리는 소리]
하정아
아빠
어떻게 된 거야?
윤하정 아버지입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하정 흐는끼는 소리]
미안하게 됐다
아빠! 나 이빨이 흔들려요
세상에 할 짓이 없어서 친구 속을 후벼 파!
(하정 아빠) 이런 못난 놈 같으니라고
우리 하정이가 잘못했지만
너도 화풀이가 과했어
[슬픈 음악]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어머니
학생, 정은이라고 했지?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아버진 이렇게 점잖으신데
어떻게 딸이 깡패예요?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사과도 안 해요, 사과도!
너, 이 자식
어떻게 친구한테 손을 대 손을 대긴
내 친구 아니야
그리고 쟤네 어머니한테 죄송하다고 했어요
네가 때린 사람이 어머니야?
맞은 사람한테 사과를 해야지
빨리 잘못했다고 해
내가 너 그렇게 가르쳤어?
서지안
- 서지안 - 미안해, 김정은
내가 때린 건 잘못했는데
너 내 동생 삥 또 뜯으면
그땐 진짜 나한테 죽는다
[밝은 음악]
야, 서지안 안 탈 거야?
에이, 그럼 아빠도 걸어간다
야 인마, 아무리 친구가 잘못했어도 폭력이 더 나쁜 거야, 이놈아
지수가 몇 번이나 삥 뜯겼는지 알기는 알아, 아빠?
아빠, 진짜 여러 번 뜯겼어
뭐 앞으론 못 뜯을 거 아니야
그래, 동생 복수해 준 건 잘했어
잘했다, 그거 하나만은 인정
인마, 다음부턴 때리더라도 티 안 나게 때려
- 진짜? - 대신에 절대 먼저 때리면 안 돼
이번에도 내가 먼저 때린 건 아니라니까
으이그
먼저 두 대 맞고 12대 때리느라고 우리 딸 배고팠겠다
탕수육 먹으러 가자
아빠, 언니 목공 조각도 세트 갖고 싶대
콜
운동화도
알았어 탕수육 먹고 백화점 가, 그럼
[지수, 지안 환호]
(하정 아빠) 회사 일은 안 됐다
하정이 친구가 있는 줄 몰랐어
죄송합니다
근데 세상이 그런 거야
가자
[슬픈 음악]
아빠
아빠
아...
배수선 리모델링 건물이라 신축보다 좀 까다로워요
저, 내일부터 철거할 거니까
오늘은 숙소에서 짐 푸시고
- 이따 저녁에 회식합시다 - 네!
- 자, 갑시다 - 날이 덥겠어
아니, 지안이는 왜 전화가 없어?
[통화 연결음]
(기계음)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이 사람은 또 왜 전화를 안 받아?
- 형 뭐해? - 어, 가!
[슬픈 배경 음악]
[휴대폰 벨 소리 계속 이어짐]
(남자) 이봐, 아가씨
(남자) 아가씨!
전화 좀 받아요
계속 울리는데 신경 쓰이게
아...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여기 공사할 때 몇 번 나와 계신 거 오다가다 막 봤는데
[지안 웃음]
전 여기 한 달 동안 점심 배달했어요
아... 네
제가 식당을 그만두게 됐거든요
[탁 내려놓는 소리]
네
그래서 이제 인사도 좀 드리고
- 드, 드릴 말씀이... - 그거
여기 사장님 드리려고 가져온 거 아닌가?
아... 네, 맞아요
개업 축하드려요
고맙습니다
캐러멜 라떼 한 잔 주세요
아, 네
[컵 정리하는 소리]
[슬픈 음악]
(부장) 이번에 정직원 티오는 계약직 중에서 뽑기로 했으니까
열심히들 해 봐
(과장) 내일이면 정직원일 건데, 뭐
(여선배) 나 지안 씨 계약직이라서 막 부려먹는 거 아니야
내 후배 될 사람이라 가르치는 거지
몸은 좀 어때?
괜찮아요, 늘 그랬던 것처럼
점심 약속이 있었어
취소가 안 되는 중요한 약속이었겠죠
와이프가 쓰러진 거 하곤
비교가 안 되게 중요한 그 약속
누구였을까?
강 박사하고 통화했어 단순한 빈혈이라더군
당신 왜 은석이 얘기 안 해요?
왜 한 번도 안 해요? 20년 동안
당신이 안 하니까
[슬픈 음악] (재성) 5년 지나
은석이 찾는 거 포기하고 나서
20년 동안 안 했으니까 당신이
그러고 보니 8월이군
어머니, 도경입니다
저 들어갑니다
어, 왔냐?
어머니,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괜찮아
하와이 티켓팅 하라고 할게요
벌써 8월 다 갔어요
회장님 곁에서 좀 쉬세요
아니, 올해는 하와이 안 간다
여기서 할 일이 있어
[밝은 음악]
지겹다, 냉면
우리 냉면 몇백 번은 먹었지?
부대찌개 먹을 걸 그랬나?
너 부대찌개 좋아하는데 진작 말하지
부대찌개도 몇백 번은 먹었을걸, 그렇지?
그럼, 우리가 만난 게 4년인데
4년?
우리 왜 이렇게 오래 만난 거야?
그러게, 우리 너무 오래 안 헤어진다
아, 이 출구 없는 이수아의 매력을 어쩌면 좋아?
수상하게 굴지 말고 용건 말해
너 뭐 나한테 할 말 있지?
그게...
클럽? 우리 오늘 클럽 가자
노, 오늘은 밥만 먹고 집에 가야 됩니다
아, 왜? 집에 무슨 일 있어?
뭐, 지안이가 정직원에 실패한 거 같거든
자기도 알고 있었잖아 안될 거 같다며?
뭐, 안 될 수도 있다고 했지
그거나, 그거나...
동생 정직원 안 됐다고 오빠가 가서 뭘 해 줄 수 있는데?
[힘없이] 구색
나 장남이잖아 구색은 맞춰 줘야지
해 줄 것도 해 줄 말도 없는 오빠지만
오빠니까
손님처럼 피부가 아주 희디흰 사람은 이런 스킨색이 잘 어울려요
이 다리하고 연결돼서 다리가 길어 보이는데
이게 또 피부 톤하고 안 맞으면 촌스럽거든요
안 그래도 이걸로 하려고 했어요
역시 보는 눈이 있으시구나
그럼 이거 새 제품으로 갖다 드릴게요
[휴대폰 벨 소리]
네, 서지호입니다
어, 형
오늘은 못 갑니다
아, 진짜 큰 손님이네
아깝다
아, 그래도 못 갑니다, 오늘은
죄송합니다
[지호 한숨] 뭐야, 너 오늘 알바 뛰러 안 가?
큰누나한테 우환 생긴 거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한숨]
이상하네
왜 읽지도 않고 연락도 없지?
(혁) 서지안, 너 왜 안 와?
저기... 저 카푸치노 한 잔만 더 주세요
또요?
제가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요
아, 지금 시간이...
너무 마시면 잠 못 잘 텐데 괜찮겠어요?
괜찮아요
어머, 벌써 9시네
- 주세요 - 아... 네
얘는 왜 전화가 없지?
[통화 연결음]
- (기계음) 고객님의 전화기가... - 어?
- (기계음) 삐 소리 후... - 왜 핸드폰을 꺼놨어?
- (기계음) 연결됩니다 - 무슨 일 있는 거야?
어머! 어머, 어떡해!
안 됐나 봐, 안 됐나 봐
아, 맞다
저 계산할게요
(지수) 어떡해, 오늘이 마지막인데
[휴대폰 손바닥으로 치는 소리]
안녕히 가세요
[경쾌한 음악]
(지수) 이거 제 번호예요
죄송합니다
오빠! 지호야! 지안이 왔어?
- 안 왔어 - 안 왔어?
전화도 안 왔어?
여태 연락 없는 거 보면 정직원 안 된 거야
설마, 설마...
왜? 아니, 지안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맨날 야근하고 별일 다 하고 또 하고 그랬는데
[문 닫히는 소리] (지안) 다녀왔습니다
언니, 정직원 어떻게...
- 뭐야, 마스크 왜 썼어? - (지안) 엄마는?
(지안) 엄마, 어디 아파?
(엄마) 응
감기몸살약 먹었더니
졸려, 엄마 자야겠어
나 회사 어떻게 됐는지 안 물어?
안 됐겠지
어떻게 알아?
전화 안 했잖아
[슬픈 음악] 나 때문에 속상해서 누워 있어?
[깊은 한숨]
아니, 감기라니까
코감기에, 몸살에 죽겠어
나도 감기 걸렸는데
약 먹고 쉬어, 그럼
근데 엄마!
나 그 정직원 안 된 게 아니라 관뒀어
아니, 글쎄 정직원 하라면서 지방 발령 내는 거 있지
그것도 마산, 엄마 내가 얼마나 마산 싫어하는지 알지?
알지
그래서 못 간다 그러고 송별회 하고 오느라고 늦었어
잘했어 회사가 거기밖에 없어?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한두 번이야?
[엄마 헛기침]
다 들었지? 그럼 그렇게들 알아
너 옷은 왜 그래? 가방은 어딨어?
[멋쩍게] 송별회 하면서 좀 퍼마시고
굴렀어! 가방은 동기 차에 두고 내렸어
큰누나! 소주 한잔할래?
시원하게 맥주 마셨다 들어간다
큰누나
야, 냅둬
이 해성 그룹 새끼들
내일 쳐들어가서 다 폭파시켜 버린다
언니 진짜 송별회 한 건 아니겠지?
- 뭐 해? - 응, 알바 구하려고
야, 그러지 마
너 왜 그래?
너라니 언니한테? [혀 차는 소리]
까불고 있어
(지수) 나 취직했으니까 내가 용돈 줄게, 어?
그동안 내 용돈 많이 챙겨 줬으니까, 언니가
[환호] 어! 찾았다
- 뭘? - 시급 많은 알바
[타자 치는 소리]
야! 누구야?
너 이렇게 만든 사람 누구야?
조용히 해 오늘 밤만 좀 넘기게 해 줘
자고 일어나면 부기 빠져서 괜찮을 거야
나 씻고 올 테니까 아빠한테 연락 좀 드려
[지수 한숨]
[슬픈 음악]
[왁자지껄한 소리]
아니, 태수야 그새 뭐 대전에 애인 생겼어?
무슨 핸드폰을 이렇게 손에 쥐고 닳도록 보고 또 보고 하는 거야?
아, 나 신경 쓰지 말고 들어
강 기사, 나 기다리는 전화가 있어서 그러는 거야
(일행) 에이, 참나 애인 맞네, 애인 맞아
[휴대폰 벨 소리]
어, 그래 어떻게 됐냐?
안 됐어, 아빠
아... 안 됐어?
아니, 왜?
몰라, 말을 안 해
아니, 그러면 누가?
누가 됐대? 지안이 말고
계약직 중에서 정직원이 누가 됐다는 거야?
몰라? 말을 안 해?
그래, 알았다
저 형님 애인이 잘 안 만나 준대요?
[소주잔 내려놓는 소리]
(일동) 어?
- 씨, 진짜... - 왜 이래요? 진짜 뭔 일 있어요?
아니, 세상에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냐고!
성격 좋아 성실해, 인물 좋아!
우리 지안이 같은 애를 왜 정직원으로 안 뽑냐고?
왜? 왜!
나 회사에 있을 때 같았으면 지안이 같은 직원은
평생 업고 다녔다 내가 모시고 다녔어, 진짜!
서 씨 회사도 운영했었어요?
(남자) 아이, 형, 아이고!
[코 고는 소리 이어짐]
[깊은 한숨]
[느리고 차분한 음악]
[혀 차는 소리]
[앓는 소리]
[통화 연결음]
(여선배) 지안 씨
네, 선배님 어제
하던 일 마무리 못 해서 죄송합니다
브랜드별 정리도 마무리하고
짐 가지러 가겠습니다
(지수) 안녕하세요
- 방장님, 저 출근했어요 - 아이고
어떻게 벌써 왔어?
원래 식당은 한 달만 점심 배달하기로 했던 거거든요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어요
아이고, 아무튼 엉뚱하기는
저 뭐 할까요?
어! 저 밖에 청소부터 해
- (남구) 얼른 - 네
에?
얼른, 얼른
이게 왜 안 돼?
무슨 일이십니까?
출입증이 안 돼서요
아, 마케팅팀 서지안 씨?
- 이쪽으로 잠시만 오시죠 - 네
짐 찾으러 오신 거죠?
오시면 드리라고 맡겨 놓으셨어요
맡겨... 놨다고요?
[슬픈 음악]
감사합니다
[똑똑]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
DNA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날카로운 효과음]
뜯어
[긴장되는 음악]
(민 부장)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이게...
축하할 일인가?
죄송합니다
[휴대폰 벨 소리]
네, 노명희입니다
(여자) 안녕하세요
DNA 검사 권유 드린 사람이에요
얼마 준비하면 돼요?
돈 얼마 주면 되냐고?
현금으로 10억요
[긴장되는 음악] 10억?
25년 전에 보상금 5억 거셨잖아요
현 시세로 환산하면 10억 넘죠
계좌번호 드릴 테니까 거기로 돈 넣으세요
입금 확인되면
따님 이름하고 주소 문자로 보낼게요
돈만 받고 안 알려 주면 어쩌려고?
만나서 주고받기로 하죠
예상 답안 하시네요, 사모님
내일까지 입금 안 되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 한 시간 - 네?
내가 마음이 급해서 내일까진 못 기다려요
10억 준비하는 대로 연락할 테니까
한 시간 정도 걸릴 거예요
한 시간요?
끊어요, 은행 가야 하니까
한 시간 후에 돈 넣는데
[흥분해서] 내가 미리 짐 싸자니까!
아니, 왜 이렇게 내 말을 못 믿어?
재벌이 돈 10억 아까워서 딸을 안 찾겠냐고!
대박! 우리 빨리 집에 가서 가방 가지고 오자
10억이야, 10억!
- 연락 두절? - (유 비서) 네
3일 지나서도 연락 없어서 전화해 봤더니
- 전화기 꺼져 있는데요 - 아, 나 진짜
얘 저능아 아니야?
현장 사진 찍어서 차량 번호 다 아는데
그러게요, 어떻게 할까요?
야, 이러면 할아버지 좌우명이 진실이 되는데
머리 검은 짐승한테 절대 호의, 친절 베풀지 말라
일단 차적 조회해서 인적사항 확보하겠습니다
아니, 아니야 내가 한번 연락해 보고
저기, 핸드폰 꺼 놓은 거 보면
잠수 탄 걸 텐데요
'텐데요'잖아
잠수 탄 게 아니라 탄 거 같다
잠시 꺼둔 거라고 마지막 한 번 더 믿어 줘야지
나는 최도경이니까
네
[통화 연결음]
(기계음)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허...
야, 이 친구가 날 또 시험에 들게 하네
나 진짜 이걸 어쩐다?
[기름 튀는 소리]
[휴대폰 벨 소리]
노명희! 노명희
[휴대폰 벨 소리]
네, 사모님
10억 입금했어요
돈 찾고 바로 문자 보내요
만약 경찰이나 은행에 미리 연락하셨다면
따님 못 찾으십니다
저 절대
입 안 열 거거든요
내가 그깟 돈 10억에 딸 찾을 기회를 놓칠까?
찾고 나면 10억 더 줄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나 갔다 올게, 응?
자기 잘 보고 있어 혹시라도 꼬리 따라붙었나
1억 5천이네요
무슨 일로 이렇게 현금을 많이 찾으세요?
음, 집 살 돈인데
매도자가 계약금을 현금으로 달라네
[고조되는 음악]
(여자) 빨리 가
진짜 신고 안 했어!
- 안 했어! - 출발하자
잠깐만, 잠깐만...
됐다, 가자!
[긴장되는 음악]
서지안
서지수?
주소도 왔어요?
출발해
- 서지안, 서지수 - (민 부장) 지금 출발합니다
- 빨리하고 가자 - 빨리 가, 내가 할 테니까
- (여자) 일단 가 - (남자) 가자
(여자) 어머, 뭐야! 어머!
누, 누구야! 당신들?
(여자) 어머!
아, 아니 어떻게 여기를...
(명희) 그리고 이 번호 위치 추적할 수 있게 해
대포폰일 거야
이걸로 인적사항 알아낼 수 없으니까 쫓아서 잡아야 해
DNA 결과 나오고 나면
돈 요구할 때는 직접 전화할 거야
그때 잡지 못하면 영영 놓쳐
저 같으면 연락만 하고 전원 끌 거 같은데요
- (민 부장) 전원 끄면 - 위치 추적 못 하니까
핸드폰 켜고 있게 해야지
(여자) 안녕하세요
DNA 검사 권유 드린 사람이에요
그렇군요, 용건 얘기해요
전화 왔어요, 추적 시작해요
한 시간
10억 준비하는 대로 연락할 테니까
한 시간 정도 걸릴 거예요
[지갑 떨어지는 소리]
(명희) 조순옥
25년 전, 1992년 8월 19일
내 딸을 어떻게 데려갔는지 그리고 왜, 지금...
[문자 수신음]
서지안, 서지수
부친 서태수
모친 양미정이랍니다
왜 서태수 집에서 크고 있는지 말해
도, 돈이 좋기는 좋네요
별걸 다 알아내시네요, 삽시간에
내 딸 어떻게 데려갔어?
저 아니에요, 사모님
저, 전에 알던 언니한테 들은 거예요
이 여자 뒷조사해 와
고향, 학력, 과거, 거주지, 직업 3시간이면 되지?
(명희) 아니
이 여자 사진 찍어서 종로 금은방 쪽 먼저 뒤져
십 분도 안 되는 시간에
은석이 머리핀에 핑크 다이아몬드 알아본 여자야
백화점 주얼리 샵에서 일했을 리 없어
촌티 나서
말씀드릴게요
나가 있어
얘기 다 하던가요?
사실대로?
서태수 뒷배경 빨리 알아내
부회장님께 알리셔야죠
나중에
확실히 알아보고 나서
[지수 놀라는 소리]
[지안 신음] (지수) 언니 꼴이 이게 뭐야?
손은 또 왜 이래?
몇 군데나
- 데인 거야? - 어
데였구나, 몰랐네
아, 무슨 치킨!
아우, 기름 냄새!
얼마나 튀기길래 냄새가 이래!
종일 전화도 안 받고
그렇게 바빠?
아, 참
너 그날 고백은 했어?
왜 못 했어?
알면서 그래
내 특기잖아 우유부단에 갈팡질팡
그 카페 어디야? 내가 물어봐 줄게
손 실장 일하는 인테리어 업체 어딘지
샤워나 해, 냄새나
아, 진짜 그래야겠다
내 살에서 치킨 냄새 난다
[지안 신음 소리] 씻고 올게
고백했냐고 그날도 물어봐 놓고 또 물어보네
미친 건 아니겠지?
아, 진짜 하루종일 전화도 카톡도 안 읽고
핸드폰 고장 났나?
아, 이러니까 전화를 안 받지
이것들이 우리 지안이를 아주 들들 볶네
잘라 놓고 회사 일은 왜 물어봐?
이건 또 뭐야?
(안내음)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어이, 가해자분!
이 좁은 대한민국에 숨는다고 숨어지나?
숨는다고 내가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긴말 안 할 거니까 잘 들어요
당신 차든 아니든 상관없어
내 차 박살 낸 값 꼭 받을 테니까
내일 밤 열두 시까지 오백만 원 가져오지 않으면
더 크게 혼날 겁니다
명심해요
어머!
지안이 협박당하고 있었던 거야?
그럼 그날 때린 게 이사람...
아니, 이놈이야?
아, 덥다
차는 뭘로 준비할까요?
아, 십전대보탕
- 네? - 십전대보탕
아, 네
[문자 수신음]
야! 봐라! 연락 왔지?
어? 뭐랍니까? 돈 가지고 온답니까?
(지안) 음성 메세지 듣고 연락 드립니다
돈 받고 싶으면 직접 나오시죠
청계천 광통교에서 6시에 봅시다
직접 만나야 준다는데?
그것도 청계천에서?
나, 진짜!
점입가경일세, 이 아가씨
아니, 뭐야?
[통화 연결음]
[휴대폰 벨소리]
- 이거 뭡니까? - 당신 다 찍혔어
어! 어머!
아니, 지금 이걸로 날 찍은 겁니까?
- 그래요, 아저씨 찍었어요! - 아저씨?
아, 나 진짜, 아저씨
요새 눈먼 사람들 천지네!
내가 왜 찍었냐면요!
아저씨 협박으로 고발하려고 찍었어요
그러니까 내 말 잘 들으세요
그리고 괜히 나한테 폭력 행사할 생각 꿈에도 마시고요
여기 사람 아주 아주 많은 거
잊지 마시고요
이봐요!
내가 지금 아주 기분 나쁘지만
좋게 물어보는데
- 사람 잘못 봤어요 - 아니요
아저씨가 사람 잘못 봤어요
우리 언니 차 없거든요
아니 차도 없는데 왜 사고 핑계로 돈을 뜯어요?
협박하지 마요, 다시는!
또 한 번 협박하기만 하면 핸드폰 이 사진 싹 다...
핸, 핸드폰 줘요!
아, 줘요! 어?
어? 줘요!
아가씨 같으면 이거 주겠어요?
협박범이? 내 얼굴 찍혔는데?
그건 그런데...
그래도 내 핸드폰인데
여기 지금 사람 많거든요?
소리 지르기 전에 주는 게 좋을 거예요
[탄식] 하나는 구질구질, 하나는 어이 상실
자매가 참 사람 어이없게 만드시네
아가씨 언니가 회사 부장님 차 몰다가
내 차 박았어요
네?
그렇게 된 거구나
그렇게 된 거고
그래서 오백만 원 요구가
많습니까?
아뇨
잠수 탄 거 아니에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잠수 탄 거 아니에요
언니가 혼이 빠져서 그래요
계약직을 잘렸거든요
- 잘렸어요? - 네, 잘렸어요
(민 부장) 서지안, 서지수 두 사람은 서태수 씨 쌍둥이 딸입니다
92년 8월 중동 가기 전에 살던 곳에 알아보니까
쌍둥이 한 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언니인지, 동생인지는
모르더라고요
혈액형은 둘 다 O형이랍니다
저 아인 전문대 졸업했다고?
(민 부장) 서지안 씨는 얼마 전까지
우리 회사 마케팅팀 계약직 직원이었답니다
- 우리 회사? - 네
아, 몰라요
지안이가 괜찮다고 알바하러 다니고 있다니까
아니, 괜찮기는 어떻게 괜찮아?
한 달, 아니... 한 열흘만이라도 쉬게 해
말을 안 듣는데 잡아 앉혀요?
그리고 그러고 싶으면 당신이 얘기해요
안 그러면 알바 안 해도 되게 돈을 더 벌어다 주든지!
미안, 나 오줌 급해서
혜자 언니 왔어요, 끊어요 [문 닫히는 소리]
누구세요?
여기가, 서태수 씨 댁인가요?
그런데요
노명희라고 합니다
대뜸 이름 석 자 말하고
명함 받으래요?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인데?
신원 밝혔으니 들어갑니다
이보세요! 아무리 회사 대표라도
주인이 들어오란 말도 안 했는데
내 딸 도둑질한 사람한테 딸 찾으러 왔는데 무슨 허락?
- 아니, 그게 무슨... - 서지안, 서지수
둘 중에 한 명은 당신 딸 아닌 거 알고 왔어요
알고 왔으니까 말해요!
누구예요? 당신 딸 아닌 아이가?
뭘...
뭘 아주 잘못 알고 오셨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둘 다 우리 딸이에요
우리 애들 쌍둥이예요
이란성 쌍둥이!
그중 하나가 죽었죠
1992년에
나 당신하고 말싸움할 생각 없어요
어디서 남의 딸 납치해서 키워 놓고 애미 행세야?
이보세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해요?
왜 사모님 따님이 우리 집에 있다 그래요? 증거 있어요?
DNA 검사 하고 왔어요
둘 중에 하나는 내 아이라는 거 이미 알고 왔다고
[날카로운 효과음]
25년이야
25년 동안 날마다 눈뜨면
죽었다, 죽은 거다 그러면서 25년 보냈어
당신 부부 경솔함 때문에
길에서 주웠어? 누구 맘대로 주워!
내 딸을! 감히 내 딸을!
이 집에 내 딸 있냐, 없냐 노크하는 거 아닙니다
내 딸이 누군지, 지안인지 지수인지 그거 알려고 왔어요
아니에요, 잘못 아셨어요
지안이도, 지수도 다 내 딸 내 쌍둥이 딸이에요!
사모님 잘못 아셨어요 어디서 뭐가 어떻게 됐든
잘못 아셨어요, 잘못 아셨어요!
잘못 아셨어요!
그럼 두 아이 불러 모아
DNA 검사하자고 해야겠네요
아니, 왜 그런...
무슨 권리로 그런!
내 딸들을 왜 사모님이!
엄마니까!
두 아이 중에 하나는
내가 엄마니까
엄마잖아요, 내가!
[슬픈 음악]
누구예요?
제발 나를 더 이상 몰지 말아 줘요 양미정 씨
(명희) 내 아이, 누구예요?
누구예요?
누구예요! 누구냐고! 누구냐고, 내 딸!
지안이에요!
[오열]
지안이에요?
[웅장한 효과음]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명희) 그 아이가 맞았어
(태수) 아빠가 살아보니까
이 세상일이라는 게
다 때가 있고 연이 닿아야 되는 거더라고
정직원 못 되는 게 뭐 나만 그런가?
계약직을 잘렸거든요
- 잘렸어요? - 네, 잘렸어요
저 지난번에 차 사고 냈던 사람인데요
더 이상 구질구질 엮이지 말고 오늘로 마지막
두 번 다시 안 봤으면 싶은데
알겠습니다
너 지금 뭐라고
은석이라고 했어? 은석일 찾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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