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3회
[주제곡]
[긴장된 음악]
누구예요? 제발
날 더 이상 몰지 말아 줘요 양미정 씨
(명희) 내 아이 누구예요?
누구예요? 누구예요? 누구냐고, 내 딸!
[소리 지르며] 아! 지안이에요!
[쿵 효과음]
지안이에요?
저 아이...
맞아요?
당신들
왜 신고 안 했어요?
왜 멋대로 데려갔어 우리 은석이를!
TV에, 뉴스에, 신문에 온 나라가 은석이 사진으로 도배됐었는데!
(미정) 버려진 아이인 줄 알았어요!
딸을 낳고 싶었는데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너무 기뻤어요
(미정) 아이고, 이거 보자
어머, 삔 예쁘다
어머, 예뻐라
(미정) 우리 지안이는 뭐 할까? 이거? 이거?
(미정) 그래, 이거 두 개 해 그럼 이거 두 개 하고
(미정) 이거 너무 예쁘다
[오토바이 급정거 소리] [부딪치는 소리]
(미정) 근데 내 실수로 잃었어요
[통곡하는 소리 이어짐]
(미정) 그 아이 산소를 다녀오는데
(미정) 울고 있는 아이를 봤어요
(미정) 어머, 아기야
(미정) 내 딸이 다시 살아 돌아온 것 같았어요
그 사람 없는 데서, 그런 꼴로
우리는 정말 부모가 버린 줄 알았어요
(미정) 파출소에 미아 실종 신고 있냐고 물어봤는데
(미정)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키도 비슷하고 얼굴도 비슷하고
이틀 후에 두바이 주재원으로 떠나면서 데리고 갔어요
(미정) 차마 사망신고도 못 하고 있어서
만 3년 지내고 돌아왔어요
(민 부장) 출입국 기록 알아보니까 1992년 8월 21일 금요일
은석이 실종 이틀 후에 가족 모두 두바이로 출국했습니다
그래 봤자 변명
당신들 죽은 쌍둥이 딸 대신이야 우리 은석이가?
감히 당신 죽은 딸 자리에 내 딸을 들여앉혀?
그러는 사모님은 왜 애를 잃어버렸어요?
(미정) 어쩌다 그 꼴로
풀 모기에 온몸이 뜯겨서
애가 얼마 동안 몇 시간을 있었는지 배를 곯았는지
(미정) 내가 안아 드니까 내 품을 파고들어요
(미정) 바들바들 떨면서
(미정) 보리차 몇 모금 마시고는 곯아떨어졌어요
(미정) 왜 그런 꼴 될 때까지 강원도 산골에 세워 뒀어요?
내가 세워뒀겠어요? 누가 데려간 거지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인 줄?
내가 얘기할까요? 그쪽이 얘기할래요?
네?
은석이가 놀랄 테니 양미정 씨가 얘기하는 게 좋겠죠
당장 불러요, 우리 아이
사모님
우리 은석이 지금 당장 만나야겠으니까 불러서 당신 입으로 실토해
아니면 내가 할까?
- 누구... - 그 아이가 맞았어
[느린 음악]
(민 부장) 역시 그랬군요
- 그럼 이제 어디로... - 은석이한테 가야지
오줌 싸고 물도 못 내리고 숨도 못 쉬고 죽을 뻔했어, 야!
난 눈치도 못 챘어, 그동안 전혀
(해자) 미정이 너는 어쩜 나한테도 비밀로 하고
얘! 난 너희 이 집도 반월세에 월세도 반만 받고 살게 해 줬는데
언니, 언니가 왜 여깄어?
애가 아주 혼이 나갔네?
(해자) 하긴 나갈 만하지, 해
(해자) 그나저나 그럼 이제 어떡하니?
(해자) 당장 지안이를 데려가겠다는데 안 보낼 수도 없고
아니, 아니지 당연히 보내야지
해성 그룹이라는데!
(해자) 세상에, 세상에
(해자) 지안이가 재벌 딸이었어
근데 여기서 그 고생을 하고 산 거야?
언니
- 우리 태수 오빠는 어떡하니? - 태수 오빠?
네 남편
(해자) 어쩜 그렇게 티 안 내고 지안이를 키웠다니?
네가 지수만 챙기니까 태수 오빠가 지안이를 챙겼구나, 불쌍해서
(미정) 언니, 제발!
[미정 앓는 소리]
그만하고 집에 가요 혼자 있고 싶어
어떡할 건지 생각을 해야지
내가 지금...
정신이...
말할 기력이 없어서 그래, 언니
언니 제발
[슬픈 음악]
(인부1) 쉬는 시간에 먹는 빵 맛이 꿀맛이거든
(인부2) 좋겠다, 좋겠어
(미정) 지안이가 자기가 괜찮다고 알바하러 다니고 있다니까?
말을 안 듣는데 잡아 앉혀요?
그러고 싶음 당신이 얘기해요
[통장 넘기는 소리]
정 씨, 정 씨
나 휴대폰 좀 빌려줘 숙소에 두고 나왔나 봐
(지수) 이거 꼭 오늘 안에 드셔야 해요
(지수)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아, 분명히 제대로 찍어 줬는데
이거 제 번호예요
[휴대폰 진동 소리]
[기대에 찬 음악]
여보세요?
(지수) 여보세요?
이거 혹시 서지수 핸드폰 아닙니까?
[실망하는 음악]
예, 맞는데요 제가 서지수인데요
인마, 깜짝 놀랐잖아 너 아닌 줄 알았잖아, 인마
아빠?
아빠 핸드폰 빌려서 지금 통화하는 거니까
얼른 대답만 해
지안이 아르바이트한다는 치킨집 그거 어디냐?
여의도?
(지수) 이거 내 거 맞는데
(남구) 왜 퇴근 준비 안 하고 코 빠트리고 있나?
전화번호를 알려 줬는데 전화 안 오는 건요
자전거 맨이 서지수 싫다는 거지
자전거 맨을 어떻게 아세요?
- 한두 번 뛰쳐나갔어야 알지 - 아
그래서 아시는 거구나
근데 절 싫어한다고요?
아니, 뭐 아직 안 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너무 바쁘면
그리고 쑥스러울 수도 있고 또...
남자는 여자한테 연락 안 놓쳐
1프로라도 관심 있는 여자면
- 진짜요? - 전화 절대 안 올 테니까
쓸데없이 기다리지 마
그걸 방장님이 어떻게 알아요!
뒷정리, 청소, 가게 앞 청소
네
전화 안 오면 끝인데 진짜
그날 지안이만 아니었으면 고백하는 건데
사장님, 계속 그런 식이면 장사 말아먹습니다
밝게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이건 기본 중에 기본!
지금 해 보세요, 손님 없으니까
손님도 없는데 그냥 반말하면 안 돼?
왜 저한테 반말하십니까?
아 참, 저번에 전화번호 찍어 준 아가씨
오늘도 카페 앞에서 서성이다 갔어
그러거나 말거나 나하고 아무 상관 없습니다
핸드폰 만지작거리는 게 네 전화 기다리는 거 같던데
(지수) 이거 제 번호예요
(지수) 죄송합니다
아가씨 예쁘던데
예쁘긴!
답답한 여자 딱 질색이거든?
힐끔힐끔 몇 달째인 줄 알아?
어머, 몇 달째야?
여기 숨어서 보고 저기 숨어서 보고, 쫓아오고!
이젠 짜증이 나
아유, 안됐다
누님
첫사랑은 연락 왔어?
연락이 없네, 답장도 없고
핸드폰 아예 꺼져 있고
[휴대폰 발신음] (기계음) 고객이 통화중이어서...
어!
핸드폰 켰다!
아빠, 웬일이세요?
(태수) 어, 아빠 저 오늘 본사 서울에 일이 있어서 올라왔어
아빠 지금 여의도인데 너 일하는 데가 어디냐?
저도 여의도예요
그래, 잘됐다
그럼 우리 저녁이나 먹자
아, 저 그게...
뭐하냐! 주문 밀렸는데
아빠 이따 다시 전화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중국 관광객들 한강에서 단체 주문 들어왔어, 서른 마리!
빨리해, 빨리!
- (지안) 네, 죄송합니다 - 야, 잠깐만
(사장) 야, 나와 봐
너 두 번째 튀길 땐 뭐라 그랬어, 내가?
[잔잔한 음악]
[트렁크 닫는 소리]
[대문 소리]
어머니, 일찍 오시네요
왜 이 시간에 나가?
오전 연습이 교수님 사정으로 늦게 바뀌어서요
- 긴장 풀지 말고 연습해 - (서현) 네
아가씨, 다녀오세요
[옅은 한숨]
이상하네? 왜 민 부장한테 운전을 시키시지?
무슨 일 있나?
오늘 출정은 미뤄야겠다, 불길해
- 안녕히 가세요 - 네
- 매니저님 - 어
- 이거 직원가로 하면 얼마죠? - 참
야, 없어서 못 파는 신상이라고
손님한테 싹 다 설명해 놓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매니저) 직원가는 무슨 직원가야?
그럼 이거 정가로 사야 돼요?
이 짠돌이가 웬일로 돈 쓸 생각 하지?
뭐야, 여친 생겼어?
에이, 거사에 성공할 때까진 여자 거부라니까요
우리 큰누나요
그래? 그러면...
내가 이거면 직원가로 줄 수 있다 어때?
그래요
[잔잔한 음악]
[살짝 울먹이는 소리] 이 방 싹 비워
[목탁]
- 영민아, 할머니 좀 모셔라 - 예
[휴대폰 진동음]
무슨 일인가?
사모님께서 되도록 일찍 들어오시랍니다
민 부장, 내가 지금 어딨는 줄 모르나?
중요한 하실 말씀 있으시답니다
뭔데? 자네가 말해 보지
제가요?
민 부장 시켜 전화했으면 민 부장이 해도 될 정도 얘기 아닌가?
정말 중요한 말씀이시라서
(재성) 나도 중요한 일이고 약속이야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니까 내일 듣지
그 중요한 얘기
[휴대폰 종료음]
(동생) 아니 형님, 저녁만 드시고 올라가신다면서요?
온 김에 내일 부모님 산소 벌초 좀 할까 해서
가자
내일? 내일 온다고?
작은아버님 49재 같이 안 가셔서 언짢으신 거 같아요
아무래도 사모님께서 전화를 하시는 게...
내버려 둬
(지안) 아빠
어, 지안아!
아빠 들어가 계시지
(태수) 야, 너 배고프지?
(태수) 이 집이 옛날에 아빠 사업할 때 단골집인데
아직 그대로 있네?
이 집 고기가 죽여줘요
아버지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델 와요, 한우 비싼데
있어, 인마, 괜찮아
들어가자, 들어가자
(지안) 다른 데 가요 다른 데 가요, 아빠
입맛이 없어?
왜 못 먹어?
그래?
그러니까 한우 먹자니까 이 자식이
이것도 맛있어요
뱃속에 들어가면 다 같은 고기인데
입에서 겨우 10초, 에이
그걸로 몇 배나 비싼 걸 뭐하러 먹어?
[애잔한 음악]
아 해 봐, 아
주세요, 제가 먹을게요
음, 맛있다
아빠가
(태수) 살아보니까 이 세상일이라는 게
다 때가 있고 연이 닿아야 되는 거더라고
그런 거 같아요
그냥 지금 지안이 너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
그럼요, 뭐 정직원 못 되는 게 뭐 나만 그런가?
그리고 저기
너 아르바이트하지 말고 이걸로 어디 여행 가
아, 엎어진 김에 그냥 쉬어가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쉬어야 충전이 돼, 사람이
아이, 아니에요 아버지가 무슨 돈이 있다고?
보너스 받은 돈 있어! 네 엄마 모르게 생긴 돈이 있다니까
엄마 주세요
내가 나이가 몇인데 아빠한테 돈을 받아
저 벌써 한참 전에 경제적으로 독립했어요
야,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딸한테 용돈 한번 못 주냐, 인마?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우리끼리 냄새 풀풀 풍기고 가면 엄마 삐질 뻔했는데 잘됐네
양미정 여사는 고기보다는 현금이죠, 그렇죠?
아빠 집에 못 가 대전 바로 내려가야 해
바로요?
그래도 너 엄마한테 아빠 왔었단 얘기하지 마
너만 만나고 갔다고 엄마 괜히 삐진다
아빠 혹시 저 때문에 올라오신 거예요?
아유, 뭐하러 그래요? 차비 써 가면서
근데 너 아빠한테 왜 존댓말 쓰냐?
네?
네가 언제부터 존댓말 썼더라?
그거야 뭐 다 컸으니까 그렇죠
[애잔한 음악]
얼른 드세요, 새벽에 일하시려면 일찍 내려가셔야죠
(지안) 저 걱정 마세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드세요
- (지안) 드세요 - 응, 먹어
아빠 조심히 내려가세요
그래, 어여 들어가
가시는 거 보고 갈게요
저기, 밥 꼭 챙겨 먹고
(태수) 일 쉬어야 될 거 같으면 아빠한테 전화해, 아빠 돈 있다!
네
간다
(지안) 가세요
[잔잔한 피아노 음악]
언니야
왜, 뭔데 기다리고 있어?
나 물어볼 게 있어서
가자, 내가 맥주 사 줄게
사지 마, 집에 갈 거야
맥주 안 마셔? 내가 사 준다니까?
돈 아껴서 엄마한테 생활비나 드려, 나 대신
아까 우리 빵집 사장님이 그러는데
선 실장님이 나한테 전화 안 하는 건 내가 싫은 거래
아니, 만나지도 않았는데 싫을 수가 있어?
그건 아니지?
아닐 수도 있고 기일 수도 있고
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말하냐?
전화 안 오면 나는 끝인데
이 하늘 아래 지금 어딨는지도 모르는데
모르긴 왜 몰라?
내가 카페 가서 물어봐 준다니까 카페 어디야?
왜 짜증을 내고 그래?
선 실장님 인테리어 업체가 어딘지
내가 알아다 준댔잖아 알아다 준다고!
(지안) 그러니까 조금만, 어?
며칠만 좀 기다리라고
나 숨 좀 쉬고, 어?
정신 좀 차리고! 어?
- (지안) 어? - 알았어
[발랄한 음악]
잘렸어요?
네, 잘렸어요
아, 이거 참 난감하게 됐군
저도요, 우리 어떡하죠?
(도경) 우리라니!
가해자 가족하고 피해자하고 우리?
저 이렇게 몰래 언니 행세하면서 나선 거 알면
언니한테 한 방에 맞아 죽을 거 같거든요
어쨌든 우리 언니 일로 엮였으니까 우리는 우리인 거 아니에요?
- 거기까지 - (지수) 아!
이러면 되겠다
저 취직했거든요?
제가 월급 받아서 드릴게요
몰래 나선 거 알면 죽이는 언니분이 그러라고 할까요?
아... 아니요
그럼 얘기 끝났네
내가 언니분하고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동생분은 빠지시죠
어떻게 해결하실 건데요?
성인답게
됐죠?
아, 아저씨 안 봐준다고 했나 봐
[한숨 쉬면서] 하아
(지수) 엄마 드라마 할 시간인데 드라마 안 보네?
[문 열리는 소리] (지수) 엄마
어, 둘이 같이 왔네?
(지수) 어, 앞에서 만났어
- 엄마 졸렸구나 - 다녀왔어요
지수 먼저 씻고 지안이 들어와 봐
엄마, 왜?
지안이 너, 내일 당장 그 치킨집 알바부터 그만둬
알바를 관두라고?
이 한여름에 펄펄 끓는 기름 앞에서 하루종일
얼굴이 벌겋게 익어 가잖아
그러니까 시급이 세죠
(미정) 시급 세도 관둬
이걸로 용돈 쓰고
왜들 이러신대?
(지안) 여름이라 취업도 비수기야 가을 되면 다시 원서 넣을 거고
그럼 가을까지 쉬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할 만하니까 하는 거고 해야 되니까 하는 거야
너 지금 위세 부리는 거야?
위세라니?
온 집에 치킨 냄새 진동하게 기름에 쩔어서 들어오잖아
파김치가 돼서는
엄마야말로 기분 내지 마
그 치킨집만이라도 그만두라고 그게 그렇게 힘들어!
어휴
힘들지
우리 가족 한 달 어떻게 사는 거 모르나, 내가?
나 학자금 대출 남았어요
언제 될지도 모르는 취업 기다리면서 한 며칠 쉬어야겠다
그런다고 쉬어지지 않아
넣어 두세요
대신 몇 달은 나 생활비 못 내요 그거나 봐줘요
(도경) 이야, 역시 잘 빠졌다니까
(도경) 키 줘 봐 첫인사는 나눠야지
사고 내신 분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며칠 더 봐주기로 했다 양심 있으면 연락 오겠지
연락 오면 제 계좌로 붙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냐, 연락 오면 회사로 불러
(도경) 왜?
팀장님 사무실로 부르란 말씀인가요?
그럼 전화로 나머지 오백만 원도 안 받아 드리겠습니다 할까?
그것마저 안 받으시려고요?
사는 꼴이 좀 처참해
회사도 잘렸는데 돈도 없는 모양이고
돈은 안 받으신다면서 왜 직접 만나려고 하십니까?
세상에 거저 봐주는 게 어딨어? 돈이 걸렸는데
배려는 해도 적선은 안 해
절차는 밟아야지
그만두라뇨?
어제 퇴근할 때까진 아무 말씀 없으셨잖아요
조카가 갑자기 알바하게 해 달래서
아니, 그렇다고 갑자기 이러시는 게 어딨어요?
최소한 3일 전에는 통보해 주시는 게 관례 아닌가요?
미리 일 못 구해서 날리는 알바비는 어쩌라고요?
그래서 내가 일주일 치 일당 넣었어요
일주일 치요?
(사장) 그동안 수고했어요
고생시키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안 좋더라고
잠시만요
절반은 돌려 드릴게요
(명희) 서지안, 그만두게 해
아니, 누구신데 다짜고짜 반말을 하십니까?
내 딸한테 삿대질한 인간한테 존댓말 쓸까?
따님요?
이건 그 아이 줘요
잘 가요
[문소리]
[통화 연결음]
안녕하세요, 알바 킹에서 채용 정보 보고 전화했습니다
(지안) 네, 알겠습니다 그날 11시까지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꼬르륵]
아, 배고파
3천 원입니다 [휴대폰 벨 소리]
- 윤하정, 왜? - (하정) 윤하정 왜?
치료비랑 합의금 받으려고 전화했다
퇴직금 받아서 준다며?
(지안) 퇴직금이 아직 안 나왔으니까
주지 않는 거 아니겠니?
(지안) 설마 합의금 오백만 원 그거 안 줄까 봐 걱정했어?
(도경) 오백만 원 OK 대신 기한 3일
[깜짝 놀라는 소리]
오백만 원만 받으시게요?
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합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약속 이행하고 하시고
번호 받아 적어요, 내 비서한테 연락하면 뒤처리할 겁니다
(하정) 야, 서지안! 왜 대답을 안 해?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미쳤어, 미쳤어
[박진감 넘치는 음악]
(도경) [웃음소리]
[영어] (투자자) 고마워요
친구 정말 사업가 맞아요? 운동선수 아니고요?
[영어] (기재) 제가 스포츠광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거 말고도 스카이다이빙이랑 윈드서핑, 스키, 스노보드...
- 또 뭐 있지? 너 하는 거? - (도경) 오버하지 마
[영어] 전 신나는 스포츠가 좋아요
[영어] 기재 씨랑 호주에 한 번 와요 스카이다이빙 하러 가죠
[영어] 좋아요
(기재) 최도경, 네 덕에 협상 잘 풀리겠다
야, 쟤 보통 깐깐한 애 아니거든?
근데 완전히 풀어졌어
(도경) 끝까지 긴장 풀지 마
KSP 그룹 만만한 투자사 아니야
[웃음소리] (기재) 오케이
(지태) 여기 있습니다
[휴대폰 진동음]
(수아) 내 번호가 자기한테 걸리면 시집 가 줄까?
[문자 수신음]
(지태) 그건 벌이지 결혼 안 하기로 한 사이에
(지태) 안녕히 가십시오
지안아
(지태) 네가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여길 다 오고?
지나가다가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지태) 뭔데?
혹시 직원 대출 좀 더 받을 수 있어?
직원 대출 한도 다 썼잖아
집 보증금 올려 주면서
아, 맞다, 그랬지
그냥 비상금 마련차 물어본 거야 갈게, 이따 봐
[순번 알림음]
저 여자 누구야?
어, 동생 큰동생
아
- 재밌었어요 - 다행이네요
자식들, 둘이 샤워하면서 그냥 투자해 주자 이러면 딱인데
굿을 해라, 차라리
오죽하면 이러겠냐?
우리 아버지 능력 안 보이면 전문 경영인 세우신다잖아
(혜미) 최 팀장님
네
외국어 담당 어시가 넘어지면서 발을 접질려서 병원에 보냈는데
(혜미) 어쩌죠? 지금 다른 사람 부를 수도 없고
쟤들 중에서 한 명 불러 써
안 돼, 서빙만 하던 애들이야
아... 이거 어떡한다
[휴대폰 벨 소리]
네
안녕하세요, 저 지난번에 차 사고 냈던 사람인데요
(지안) 유 비서라는 분이 이 번호로 전화하라고 하셔서
기억하시죠?
(도경) 안녕은 못 했고 그냥 지난번이 아니라 9일 전이었고
약속한 3일에서 6일 지나서 연락하신 분인데 당연히 기억하죠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사정이 좀 있어서 약속 못 지켰어요, 죄송합니다
오백만 원은?
그게...
그동안 일했던 회사 쭉 읊어 봐요 급하니까 빨리
마케팅팀, 영업팀 글로벌 사업부요
영어 회화 할 거고 일어 할 줄 알아요?
오케이, 거기까지
당장 정장 입고 양평으로 와요 최고 일당 쳐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 다녀왔습니다 - 네, 다시 연락드릴게요
얘, 지안아!
지안아
- 엄마 할 말이 있는데 - (지안) 어, 나중에
- 어디 가는데? - 알바
알바 안 해도 돼
(지안) 가야 돼, 큰돈이란 말이야
- (미정) 알바 안 해도 돼! - 다녀올게요!
얘, 지안아 엄마랑 잠깐 얘기 좀 해!
얘!
(미정) 아휴, 진짜
[애잔한 음악]
저거 은석이 방 물건들 아니야?
꼭 자고 와야 했어요? 내가 중요한 일이라고 했는데
내려간 김에 부모님 산소 성묘도 하고 벌초도 해야겠어서
중요하게 할 말 있다고 했어요 흔한 일이에요?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해서
내 학비 대줘서 공부시켜 준 작은아버지 49재였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나?
은석이요
뭐?
우리 딸 은석이 은석이 찾았다고요
그, 그게 무슨 무슨 말이야, 은석일 찾았다니?
은석이가 살아 있었다고?
살아 있었어?
이미 DNA 검사도 했고 키운 엄마한테 확인도 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그걸...
이렇게 되기까지 나한테 한마디도 안 하고 당신 혼자 진행한 거야?
기억 안 나요? 은석이 실종되고 딱 1년 지났을 때
당신 은석이 못 찾는다고 덮자고 했어요!
죽었다고
죽지 않았으면 재벌 딸 데려가서 돈 요구도 없는 게 말이 되냐고!
알겠어, 그만합시다
살아있으니 됐고, 찾았으니 됐어
은석이 얘기나 합시다 어떻게 지내고 있어?
지금 뭐 하고 살아? 스물여덟인데 잘살고 있어?
일어는 유창하진 않지만 보고 읽는 건 충분히 합니다
네, 영업팀 판촉 행사 할 때 상품 설명 해 본 적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트렁크 쇼에서 뭘 시키려고 이런 걸 물어?
(도경) 버스 안 됩니다 택시 타고 와요, 택시비 줄 테니까
기사님, 얼마나 남았어요? 저 43,000원밖에 없거든요
(재성) 은석이를 보고 싶지 않은 거냐고?
25년을 기다렸는데 며칠 아니, 몇 주라도 왜 못 참아?
25년 만에 찾은 딸이니까
그래서 하루도 아니 한 시간도 더 그 집에 두기 싫어요
(재성) 우리만 중요한가? 은석이 입장에서 생각을 해 줘야지
(명희) 은석이가 어떤 꼴로 사는지 다 듣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민 부장) 아가씨, 오셨어요?
민 부장님, 저게 무슨 소리야?
은석이가 누구예요?
아가씨 언니요
[발랄한 음악]
(도경) 도착하면 최 팀장 찾아요
이름 말해 주면 입에 가시가 돋나? 왜 최 팀장을 찾으래?
매니저님
- 안녕하세요 - 왔어요?
약속 못 지킨 건 정말 죄송합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고 이분한테 주세요
페밀리아 명품관 쇼퍼 정혜미예요
서지안이라고 합니다
트렁크 쇼 진행 대본이에요
정 매니저가 사회 보면 영어 다음엔 일어로 설명 들어가면 됩니다
- 회사에서 PT 해 봤댔죠? - 그럼요
프리젠테이션처럼 할 거면 아무나 불러 읽으라고 시켰겠죠?
이분 읽으시는 거 보고 분위기 맞출게요
정산은 모임 끝나고 합시다
- 언제 끝나시는데요? - 12시는 안 넘겨요
저, 그전에 제 일 끝나고 정산해 주시면...
내가 왜 모임 즐기다 말고 그쪽 위해서 중간에 나와야 합니까?
차 끊기기 전에 서울 가야 해서 그런데...
서울 갈 택시비 지급할 테니까 기다려요
더 이상 구질구질 엮이지 말고 오늘로 마지막
두 번 다시 안 봤음 싶은데
알겠습니다, 기다릴게요
- 안에 들어가서 대본 숙지해요 - 네
(혜미) 어디에도 스치면 안 돼 이거 8천 넘는다
8천만 원
(혜미) 브로슈어 갖다 놔
(혜미) 다 읽었어요?
아, 네
트렁크 쇼를 이런 데서 굉장히 성대하게 하네요?
우리가 주최하는 거 아니에요
엔가온 정기 모임인데 우리가 찾아뵙는 거죠
분기별로 레포츠 하면서 친목 도모 하거든요
엔가온이 뭔데요?
재벌 3세들 모임인데 어렸을 때부터 모임이래요
재벌 3세?
(혜미) 안녕하세요 엔가온 회원 여러분
페밀리아 명품관 쇼퍼 정혜미입니다
지난봄에 이어 이렇게 또 초대해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영어 통역]
[일어 통역]
쟤 뭐냐? 일어도 하네
히로시 타쿠야는 KSP 그룹 아시안 대표로 올해 일본에서 왔대
영어야 비즈니스 할 때 쓰는 거고
노는 자리에선 일어가 편하지
역시 최도경
(혜미) 클래식은 영원하다를 올가을 콘셉트로 잡은 발렌티노이
일상 속 도발을 컨셉으로 잡은 미트로
이 상반된 스타일의 수트부터 보시겠습니다
[영어 통역]
[일어 통역]
발렌티노이와 함께한...
[휴대폰 진동음]
[영어] 이 근사한 옷을 입고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뭐? 너 지금 뭐라고? 은석이라고 했어?
은석일 찾았다고?
네, 근데 어머니 아버지 다투세요 집에 빨리 좀 와 주세요
그래, 알았다
(기재) 도경아, 너 나 때문에 영어, 일어 하는 어시 구한 거야?
기재야, 집에 일이 생겼어
멤버들한테 얘기 좀 해 주고 뒤처리 좀 부탁한다
(기재) 어, 알았어
(서현) 엄마 또 쓰러졌어요 딸을 찾았는데 왜 두 분이 싸우죠?
[영어]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일어] 이상입니다, 파티를 즐겨 주세요
어머니, 괜찮으세요? 강 박사 왔다 갔다면서요
픽픽 쓰러지는 거 한두 번이야?
엔가온 모임 아니였냐? 이번엔 네 차례라며
호스트가 중간에 나오면 어떡해?
무슨 소리예요? 은석이 찾았다는 게
정말 은석이 찾으신 거예요?
그래, 은석이 찾았다
살아 있었던 거예요?
언제, 어떻게 찾으신 거예요?
나중에 얘기하자 얘기가 길어
은석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
잘 지냈는지 못 지냈는지는 만나서 은석이한테 직접 들어봐야지
[옅은 한숨]
(지안) 저기... 스텝들 저녁은 언제 먹어요?
파티 끝나고 호텔 가서 먹어요 저희는
- 그럼 그때까지 저녁 안 먹어요? - 그래서 4시에 간식 먹었어요
[봉지 바스락 소리] (서버) 드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기서 먹으면 안 돼요 안 보이는 데서 먹어야 돼요
(서현) 어떻게 된 거래요? 어떻게 찾았대요?
네가 아는 거 이상으로 말씀 안 하신다
기다리라고만 하셔
이게 뭐야, 갑자기 언니가 나타나
오빠는 기억나요?
거의 안 나지, 추억을 되새겨야 기억이 유지되는데
은석이 이름조차 금기어였으니까
되게 후지게 살고 있대요, 거지꼴로 살고 있어서 빨리 데려와야 한다고
은석이가?
[옅은 한숨]
[터벅터벅 발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통화 연결음]
어우!
[기계 소리]
(혁) 일주일 넘었는데 잠수가 너무 긴 거 아냐?
실장님
[호통] 선우 실장!
네?
전화를 해, 전화를
목공 캠프에서 전화 왔어요? 내가 1시까지 빼 준다고 했는데
내가 발신 버튼 눌러 드릴까요? 용기가 안 나시는 모양이네
소장님! 할 때 안 할 때가 있는 겁니다
- 왜 부르셨어요? - 같이 야근해 준다면서요
아... 쏘리
다른 것도 아니고 목공 캠프 일정을 막 땡기고 그러냐고
실장님 요즘 며칠 진짜 이상해요
무슨 사고 난 거 아니야?
하지도 않으면서 보기만 하면 뭐하냐?
걱정되니까... 그렇죠
[한심하다는 한숨]
[천둥소리]
[똑똑] (서현) 오빠, 오빠?
어!
깜빡 잠들었네 들어와
기재 오빠가 나한테 전화 왔는데요 오빠가 계속 전화를 안 받는다고요
종일 물에서 산에서 뛰었더니 피곤해서 못 들었네, 알았어
[문 닫는 소리]
어디 갔지?
아, 차
(남자) 이봐, 아가씨 버스 끊겼어
어디까지 가?
[불길한 효과음] 태워 줘?
아, 아니에요 애 아빠가 데리러 오고 있어요
아, 그래요? 다행이네
[긴장되는 음악]
(지안) 지수야, 자지 말고 이따가 택시비 갖고 나와줘
[통화 연결음] (여자) 네, 콜택시입니다
아, 저 택시 좀 보내 주세요 서울 갈 거예요
(여자) 지금 서울 가는 택시 없어요
(여자) 비가 많이 와서 기사님들이 서울 콜은 안 받아요, 죄송합니다
[통화 끊는 소리]
아, 어떡하지?
(지안) 여기 행사 끝나서 뒷정리 중이거든요? 어디 계세요?
지금 저 혼자 있거든요?
가라, 기다려라 연락을 줘야 할 거 아니에요
왜 전화를 안 받아요?
택시 타고 오느라 현금 다 써서 택시비 없어요
재벌 3세시라구요? 대단하시네요, 좋습니다
더 구질구질 안 엮이고 싶으니까 올 때까지 기다리죠
밤새라도 기다립니다
(도경) 더 이상 구질구질 엮이지 말고 오늘로 마지막
(도경) 두 번 다시 안 봤음 싶은데
나쁜 새끼
[발 끄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무서워, 엄마 엄마
아, 어떡해 어떡해
[휴대폰 벨 소리]
혁아
지안아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나 너무 무서웠어
금방 갈게, 걱정 말고 기다려
(혁) 소장님, 급한 일 있어서요 부탁드려요
(소장님) 선우혁! 이걸 우리끼리 하라고? 어?
[통화 연결음]
- (기계음) 전화기가 꺼져 있어... - 뭐야?
아, 이 아가씨가 진짜...
핸드폰을 꺼 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어쩌라는 거야?
설마 내가 진짜 올 거라고 믿고 너도 한번 당해 봐라?
하, 나 진짜
[자동차 경적]
빨리 좀 가라 여유작작이냐?
[끼익 마찰음]
아이 씨
뭐, 어쩌라고, 어쩌자고?
[끼익 마찰음]
빗길 운전은 20프로 감속이 정상이다 이놈아
[자동차 과속]
[자동차 경적] [끼익 마찰음]
아니, 저 자식이
[자동차 기어 소리]
(혁) 너 있는 곳이 어디야?
나 지금 여기 어딘지 모르겠어 나 그리고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
오면서 가게 간판이나 표지판 본 거 없어?
대성리 방향, 이 정도 봤어
그럼 지안아 가면서 첫 번째 보이는 주유소에 가서
전화 빌려서 나한테 다시 전화해
주유소 맞겠지?
(혁) 첫 번째 주유소야 무조건 첫 번째 주유소 알았지?
(혁) 서지안!
(지안) 혁아
너 괜찮아?
[안도의 한숨]
가자, 어?
일단 무사해서 다행이긴 한데
올 때까지 기다린다더니 남자 친구 부르셨어?
지안아 갈게, 연락해!
연애 진도 빠르네
- 고마워 - 히터 틀어 줄게
아 참, 핸드폰 충전하자 집에 연락 못 드렸지?
어, 내가 할게
(도경) 전화가 안 돼서 문자로 대신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본의 아니게 실례를 했습니다
통화 가능할 때 연락해요 깔끔하게 정산해 드리죠
(지안) 오늘 일당 빼고 남은 금액하고 계좌 번호 보내세요
계좌로 송금하겠습니다
선우혁, 너 왜 안 물어?
뭘?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안 궁금해?
궁금한 거 다 알아야 하냐?
(혁) 눈 좀 붙여 내일 출근하려면 피곤하겠다
벌써 2시다
나 내일 출근 안 해 나 잘렸어
그렇게 됐어
저녁은? 뜨거운 국물 좀 먹고 가자 가다가 24시간 하는 국밥집 있어
생각 없어, 너무 졸립다 좀 잘게
그래, 그럼 자
- 대방동이랬지? 도착하면 깨워 줄게 - (지안) 응
(지안) 고마워
(혁) 그냥 가, 그냥
너 다 젖어서 갑자기 벗으면 감기 든다
아, 괜찮아
빨아서 갖다 주라고, 인마
알았어, 그럴게 밥 살게
그건 당연한 거고
얼른 들어가서 씻지도 말고 그냥 자
고마워 오늘 정말 고마웠어
나 오겹살 좋아한다 오겹살 예약
오케이
- (지안) 갈게 - 들어가
[터벅터벅 발소리]
안녕하세요, 방장님 저 출근했어요
오늘 쉬는 날인데 왜 나왔어?
오늘 재료들 들어오는 날이잖아요 같이 나르려고요
저 괜찮아요, 이 정도 드는 거 거뜬 없어요
'거뜬하다니까요'거든
거뜬 없는 사람 필요 없으니까 가요
(지수) 근데 이 흰강낭콩은 어디에 쓰는 거예요?
(남구) 김칫국 마시지 말라 그랬다 서지수 씨
반죽 기술은 안 알려주셔도 힌트는 주셔도 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서지수 씨를 매장 종업원으로 고용했어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가
가라고
- 어, 어 - (남구) 가!
[애잔한 음악]
지안아, 일어나 지안아, 일어나
[피곤에 절은 목소리] (지안) 음, 왜요?
일어나, 11시야
(지안) 나 알바 관뒀어 엄마가 관두래서
그래서 어제 좀 놀았어
엄마 해장국 끓였지? [웃음소리]
(지안) 나 취한 줄 알았어? 아니야
(지안) 어제 정거장을 잘못 내렸는데 비가 막 와 가지고
그래서 새벽에 온 거야
일어나, 좀!
얼른 씻어, 엄마랑 나가게
이 옷 입고 나와
- 나가자니 어딜? - 나가서 엄마랑 밥 먹어
밥을 집에서 먹지 왜 나가서 먹어?
화장도 해
대체 호텔에 왜 가?
나 선봐?
엄마, 나 진짜 선보러 데리고 가는 거지?
- 가 보면 알아 - 아, 엄마
(지배인) 양미정 씨 되십니까?
- 네 - (지배인) 이쪽으로 오십시오
엄마 진짜 아무것도 말 안 해 줄 거야?
너무 이상한데
[살짝] 엄마...
엄마 아는 분들이셔
(미정) 인사하고 앉아
안녕하세요, 저 서지안입니다
얘가 아직 밥을 못 먹었어요
(미정) 밥부터 먹이고 말씀 나누시죠
- 아니, 저기... - 윤 지배인
- 우리 음식 들여와요 - 예, 부회장님
[수레 끄는 소리]
취업 자리 부탁하러 온 거야?
(재성) 들어요, 우린 아침 먹어서 천천히 먹어도 되니까
네
지배인, 우리 음식 코스로 주지 말고 한꺼번에 줘, 서둘러서
가리지 않고 잘 먹는구나
가리지 않기도 하지만요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요
어제 저녁을 못 먹어서 더 맛있나?
식성도 좋고 성품도 좋고
부지런하고 머리도 좋고
나무랄 데 없는 아이입니다
괜찮니? 물 마셔라
(지안) 죄송합니다
솔직히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 따라 나와서요
근데 엄마가 왜 두 분께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당황해서 사레가 들렸어요
이분이 아무 말씀 안 하셨니?
어머
- 지안아 - 죄송합니다
엄마 이분들 혹시 해성 그룹?
그래, 맞아
해성 그룹 부회장님, 사모님이셔
근데 엄마가 이분들을 어떻게 알아?
너 때문에 알게 됐어
나 때문에?
이분들이 네 친부모님이셔, 지안아
엄마 지금 뭐라고 했어?
네 부모님들이시라고
[당혹스러운 음악]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지안) 엄마 아빠가 진짜 내 엄마 아빠가 아니라는 거예요?
(태수) 지안이 별일 없냐고
(미정) 별일 있다고 하면 당신이 뭘 어떻게 해 줄 건데?
- (도경) 그럼 이제 은석이는요? - 데려와야지
(지안) 네가 사실은 재벌 자식이라면 갈 거야?
(도경) 얘 좀 봐 이거 전화 거절인데?
어디 한 번 끝까지 가 보자
(지안)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 (지안) 왜 이러세요, 진짜? - (도경) 봐 준 건 나입니다
(도경) 성질, 자존심 부릴 거면 줄 건 주고 부려야죠
(지안) 저 2천만 원만 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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