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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 내 인생 3회

[주제곡]

 

[긴장된 음악]

 

누구예요제발

 

날 더 이상 몰지 말아 줘요 양미정 씨

 

(명희내 아이 누구예요?

 

누구예요누구예요누구냐고내 딸!

 

[소리 지르며지안이에요!

 

[쿵 효과음]

 

지안이에요?

 

저 아이...

 

맞아요?

 

당신들

 

왜 신고 안 했어요?

 

왜 멋대로 데려갔어 우리 은석이를!

 

TV뉴스에신문에 온 나라가 은석이 사진으로 도배됐었는데!

 

(미정버려진 아이인 줄 알았어요!

 

딸을 낳고 싶었는데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너무 기뻤어요

 

(미정아이고이거 보자

 

어머삔 예쁘다

 

어머예뻐라

 

(미정우리 지안이는 뭐 할까이거이거?

 

(미정그래이거 두 개 해 그럼 이거 두 개 하고

 

(미정이거 너무 예쁘다

 

[오토바이 급정거 소리] [부딪치는 소리]

 

(미정근데 내 실수로 잃었어요

 

[통곡하는 소리 이어짐]

 

(미정그 아이 산소를 다녀오는데

 

(미정울고 있는 아이를 봤어요

 

(미정어머아기야

 

(미정내 딸이 다시 살아 돌아온 것 같았어요

 

그 사람 없는 데서그런 꼴로

 

우리는 정말 부모가 버린 줄 알았어요

 

(미정파출소에 미아 실종 신고 있냐고 물어봤는데

 

(미정없다고 그러더라고요

 

키도 비슷하고 얼굴도 비슷하고

 

이틀 후에 두바이 주재원으로 떠나면서 데리고 갔어요

 

(미정차마 사망신고도 못 하고 있어서

 

 3년 지내고 돌아왔어요

 

(민 부장출입국 기록 알아보니까 1992 8 21일 금요일

 

은석이 실종 이틀 후에 가족 모두 두바이로 출국했습니다

 

그래 봤자 변명

 

당신들 죽은 쌍둥이 딸 대신이야 우리 은석이가?

 

감히 당신 죽은 딸 자리에 내 딸을 들여앉혀?

 

그러는 사모님은 왜 애를 잃어버렸어요?

 

(미정어쩌다 그 꼴로

 

풀 모기에 온몸이 뜯겨서

 

애가 얼마 동안 몇 시간을 있었는지 배를 곯았는지

 

(미정내가 안아 드니까 내 품을 파고들어요

 

(미정바들바들 떨면서

 

(미정보리차 몇 모금 마시고는 곯아떨어졌어요

 

(미정왜 그런 꼴 될 때까지 강원도 산골에 세워 뒀어요?

 

내가 세워뒀겠어요누가 데려간 거지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저희인 줄?

 

내가 얘기할까요그쪽이 얘기할래요?

 

?

 

은석이가 놀랄 테니 양미정 씨가 얘기하는 게 좋겠죠

 

당장 불러요우리 아이

 

사모님

 

우리 은석이 지금 당장 만나야겠으니까 불러서 당신 입으로 실토해

 

아니면 내가 할까?

 

누구... - 그 아이가 맞았어

 

[느린 음악]

 

(민 부장역시 그랬군요

 

그럼 이제 어디로... - 은석이한테 가야지

 

오줌 싸고 물도 못 내리고 숨도 못 쉬고 죽을 뻔했어!

 

난 눈치도 못 챘어그동안 전혀

 

(해자미정이 너는 어쩜 나한테도 비밀로 하고

 

난 너희 이 집도 반월세에 월세도 반만 받고 살게 해 줬는데

 

언니언니가 왜 여깄어?

 

애가 아주 혼이 나갔네?

 

(해자하긴 나갈 만하지

 

(해자그나저나 그럼 이제 어떡하니?

 

(해자당장 지안이를 데려가겠다는데 안 보낼 수도 없고

 

아니아니지 당연히 보내야지

 

해성 그룹이라는데!

 

(해자세상에세상에

 

(해자지안이가 재벌 딸이었어

 

근데 여기서 그 고생을 하고 산 거야?

 

언니

 

우리 태수 오빠는 어떡하니? - 태수 오빠?

 

네 남편

 

(해자어쩜 그렇게 티 안 내고 지안이를 키웠다니?

 

네가 지수만 챙기니까 태수 오빠가 지안이를 챙겼구나불쌍해서

 

(미정언니제발!

 

[미정 앓는 소리]

 

그만하고 집에 가요 혼자 있고 싶어

 

어떡할 건지 생각을 해야지

 

내가 지금...

 

정신이...

 

말할 기력이 없어서 그래언니

 

언니 제발

 

[슬픈 음악]

 

(인부1) 쉬는 시간에 먹는 빵 맛이 꿀맛이거든

 

(인부2) 좋겠다좋겠어

 

(미정지안이가 자기가 괜찮다고 알바하러 다니고 있다니까?

 

말을 안 듣는데 잡아 앉혀요?

 

그러고 싶음 당신이 얘기해요

 

[통장 넘기는 소리]

 

정 씨정 씨

 

나 휴대폰 좀 빌려줘 숙소에 두고 나왔나 봐

 

(지수이거 꼭 오늘 안에 드셔야 해요

 

(지수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분명히 제대로 찍어 줬는데

 

이거 제 번호예요

 

[휴대폰 진동 소리]

 

[기대에 찬 음악]

 

여보세요?

 

(지수여보세요?

 

이거 혹시 서지수 핸드폰 아닙니까?

 

[실망하는 음악]

 

맞는데요 제가 서지수인데요

 

인마깜짝 놀랐잖아 너 아닌 줄 알았잖아인마

 

아빠?

 

아빠 핸드폰 빌려서 지금 통화하는 거니까

 

얼른 대답만 해

 

지안이 아르바이트한다는 치킨집 그거 어디냐?

 

여의도?

 

(지수이거 내 거 맞는데

 

(남구왜 퇴근 준비 안 하고 코 빠트리고 있나?

 

전화번호를 알려 줬는데 전화 안 오는 건요

 

자전거 맨이 서지수 싫다는 거지

 

자전거 맨을 어떻게 아세요?

 

한두 번 뛰쳐나갔어야 알지 - 

 

그래서 아시는 거구나

 

근데 절 싫어한다고요?

 

아니뭐 아직 안 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너무 바쁘면

 

그리고 쑥스러울 수도 있고 또...

 

남자는 여자한테 연락 안 놓쳐

 

1프로라도 관심 있는 여자면

 

진짜요? - 전화 절대 안 올 테니까

 

쓸데없이 기다리지 마

 

그걸 방장님이 어떻게 알아요!

 

뒷정리청소가게 앞 청소

 

 

전화 안 오면 끝인데 진짜

 

그날 지안이만 아니었으면 고백하는 건데

 

사장님계속 그런 식이면 장사 말아먹습니다

 

밝게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이건 기본 중에 기본!

 

지금 해 보세요손님 없으니까

 

손님도 없는데 그냥 반말하면 안 돼?

 

왜 저한테 반말하십니까?

 

아 참저번에 전화번호 찍어 준 아가씨

 

오늘도 카페 앞에서 서성이다 갔어

 

그러거나 말거나 나하고 아무 상관 없습니다

 

핸드폰 만지작거리는 게 네 전화 기다리는 거 같던데

 

(지수이거 제 번호예요

 

(지수죄송합니다

 

아가씨 예쁘던데

 

예쁘긴!

 

답답한 여자 딱 질색이거든?

 

힐끔힐끔 몇 달째인 줄 알아?

 

어머몇 달째야?

 

여기 숨어서 보고 저기 숨어서 보고쫓아오고!

 

이젠 짜증이 나

 

아유안됐다

 

누님

 

첫사랑은 연락 왔어?

 

연락이 없네답장도 없고

 

핸드폰 아예 꺼져 있고

 

[휴대폰 발신음] (기계음고객이 통화중이어서...

 

!

 

핸드폰 켰다!

 

아빠웬일이세요?

 

(태수아빠 저 오늘 본사 서울에 일이 있어서 올라왔어

 

아빠 지금 여의도인데 너 일하는 데가 어디냐?

 

저도 여의도예요

 

그래잘됐다

 

그럼 우리 저녁이나 먹자

 

저 그게...

 

뭐하냐주문 밀렸는데

 

아빠 이따 다시 전화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중국 관광객들 한강에서 단체 주문 들어왔어서른 마리!

 

빨리해빨리!

 

- (지안죄송합니다 - 잠깐만

 

(사장나와 봐

 

너 두 번째 튀길 땐 뭐라 그랬어내가?

 

[잔잔한 음악]

 

[트렁크 닫는 소리]

 

[대문 소리]

 

어머니일찍 오시네요

 

왜 이 시간에 나가?

 

오전 연습이 교수님 사정으로 늦게 바뀌어서요

 

긴장 풀지 말고 연습해 - (서현

 

아가씨다녀오세요

 

[옅은 한숨]

 

이상하네왜 민 부장한테 운전을 시키시지?

 

무슨 일 있나?

 

오늘 출정은 미뤄야겠다불길해

 

안녕히 가세요 - 

 

매니저님 - 

 

이거 직원가로 하면 얼마죠? - 

 

없어서 못 파는 신상이라고

 

손님한테 싹 다 설명해 놓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매니저직원가는 무슨 직원가야?

 

그럼 이거 정가로 사야 돼요?

 

이 짠돌이가 웬일로 돈 쓸 생각 하지?

 

뭐야여친 생겼어?

 

에이거사에 성공할 때까진 여자 거부라니까요

 

우리 큰누나요

 

그래그러면...

 

내가 이거면 직원가로 줄 수 있다 어때?

 

그래요

 

[잔잔한 음악]

 

[살짝 울먹이는 소리이 방 싹 비워

 

[목탁]

 

영민아할머니 좀 모셔라 - 

 

[휴대폰 진동음]

 

무슨 일인가?

 

사모님께서 되도록 일찍 들어오시랍니다

 

민 부장내가 지금 어딨는 줄 모르나?

 

중요한 하실 말씀 있으시답니다

 

뭔데자네가 말해 보지

 

제가요?

 

민 부장 시켜 전화했으면 민 부장이 해도 될 정도 얘기 아닌가?

 

정말 중요한 말씀이시라서

 

(재성나도 중요한 일이고 약속이야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니까 내일 듣지

 

그 중요한 얘기

 

[휴대폰 종료음]

 

(동생아니 형님저녁만 드시고 올라가신다면서요?

 

온 김에 내일 부모님 산소 벌초 좀 할까 해서

 

가자

 

내일내일 온다고?

 

작은아버님 49재 같이 안 가셔서 언짢으신 거 같아요

 

아무래도 사모님께서 전화를 하시는 게...

 

내버려 둬

 

(지안아빠

 

지안아!

 

아빠 들어가 계시지

 

(태수너 배고프지?

 

(태수이 집이 옛날에 아빠 사업할 때 단골집인데

 

아직 그대로 있네?

 

이 집 고기가 죽여줘요

 

아버지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델 와요한우 비싼데

 

있어인마괜찮아

 

들어가자들어가자

 

(지안다른 데 가요 다른 데 가요아빠

 

입맛이 없어?

 

왜 못 먹어?

 

그래?

 

그러니까 한우 먹자니까 이 자식이

 

이것도 맛있어요

 

뱃속에 들어가면 다 같은 고기인데

 

입에서 겨우 10에이

 

그걸로 몇 배나 비싼 걸 뭐하러 먹어?

 

[애잔한 음악]

 

아 해 봐

 

주세요제가 먹을게요

 

맛있다

 

아빠가

 

(태수살아보니까 이 세상일이라는 게

 

다 때가 있고 연이 닿아야 되는 거더라고

 

그런 거 같아요

 

그냥 지금 지안이 너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

 

그럼요뭐 정직원 못 되는 게 뭐 나만 그런가?

 

그리고 저기

 

너 아르바이트하지 말고 이걸로 어디 여행 가

 

엎어진 김에 그냥 쉬어가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쉬어야 충전이 돼사람이

 

아이아니에요 아버지가 무슨 돈이 있다고?

 

보너스 받은 돈 있어네 엄마 모르게 생긴 돈이 있다니까

 

엄마 주세요

 

내가 나이가 몇인데 아빠한테 돈을 받아

 

저 벌써 한참 전에 경제적으로 독립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딸한테 용돈 한번 못 주냐인마?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우리끼리 냄새 풀풀 풍기고 가면 엄마 삐질 뻔했는데 잘됐네

 

양미정 여사는 고기보다는 현금이죠그렇죠?

 

아빠 집에 못 가 대전 바로 내려가야 해

 

바로요?

 

그래도 너 엄마한테 아빠 왔었단 얘기하지 마

 

너만 만나고 갔다고 엄마 괜히 삐진다

 

아빠 혹시 저 때문에 올라오신 거예요?

 

아유뭐하러 그래요차비 써 가면서

 

근데 너 아빠한테 왜 존댓말 쓰냐?

 

?

 

네가 언제부터 존댓말 썼더라?

 

그거야 뭐 다 컸으니까 그렇죠

 

[애잔한 음악]

 

얼른 드세요새벽에 일하시려면 일찍 내려가셔야죠

 

(지안저 걱정 마세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드세요

 

- (지안드세요 - 먹어

 

아빠 조심히 내려가세요

 

그래어여 들어가

 

가시는 거 보고 갈게요

 

저기밥 꼭 챙겨 먹고

 

(태수일 쉬어야 될 거 같으면 아빠한테 전화해아빠 돈 있다!

 

 

간다

 

(지안가세요

 

[잔잔한 피아노 음악]

 

언니야

 

뭔데 기다리고 있어?

 

나 물어볼 게 있어서

 

가자내가 맥주 사 줄게

 

사지 마집에 갈 거야

 

맥주 안 마셔내가 사 준다니까?

 

돈 아껴서 엄마한테 생활비나 드려나 대신

 

아까 우리 빵집 사장님이 그러는데

 

선 실장님이 나한테 전화 안 하는 건 내가 싫은 거래

 

아니만나지도 않았는데 싫을 수가 있어?

 

그건 아니지?

 

아닐 수도 있고 기일 수도 있고

 

너는 어떻게 그렇게 말하냐?

 

전화 안 오면 나는 끝인데

 

이 하늘 아래 지금 어딨는지도 모르는데

 

모르긴 왜 몰라?

 

내가 카페 가서 물어봐 준다니까 카페 어디야?

 

왜 짜증을 내고 그래?

 

선 실장님 인테리어 업체가 어딘지

 

내가 알아다 준댔잖아 알아다 준다고!

 

(지안그러니까 조금만?

 

며칠만 좀 기다리라고

 

나 숨 좀 쉬고?

 

정신 좀 차리고?

 

- (지안? - 알았어

 

[발랄한 음악]

 

잘렸어요?

 

잘렸어요

 

이거 참 난감하게 됐군

 

저도요우리 어떡하죠?

 

(도경우리라니!

 

가해자 가족하고 피해자하고 우리?

 

저 이렇게 몰래 언니 행세하면서 나선 거 알면

 

언니한테 한 방에 맞아 죽을 거 같거든요

 

어쨌든 우리 언니 일로 엮였으니까 우리는 우리인 거 아니에요?

 

거기까지 - (지수!

 

이러면 되겠다

 

저 취직했거든요?

 

제가 월급 받아서 드릴게요

 

몰래 나선 거 알면 죽이는 언니분이 그러라고 할까요?

 

... 아니요

 

그럼 얘기 끝났네

 

내가 언니분하고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동생분은 빠지시죠

 

어떻게 해결하실 건데요?

 

성인답게

 

됐죠?

 

아저씨 안 봐준다고 했나 봐

 

[한숨 쉬면서하아

 

(지수엄마 드라마 할 시간인데 드라마 안 보네?

 

[문 열리는 소리] (지수엄마

 

둘이 같이 왔네?

 

(지수앞에서 만났어

 

엄마 졸렸구나 - 다녀왔어요

 

지수 먼저 씻고 지안이 들어와 봐

 

엄마?

 

지안이 너내일 당장 그 치킨집 알바부터 그만둬

 

알바를 관두라고?

 

이 한여름에 펄펄 끓는 기름 앞에서 하루종일

 

얼굴이 벌겋게 익어 가잖아

 

그러니까 시급이 세죠

 

(미정시급 세도 관둬

 

이걸로 용돈 쓰고

 

왜들 이러신대?

 

(지안여름이라 취업도 비수기야 가을 되면 다시 원서 넣을 거고

 

그럼 가을까지 쉬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할 만하니까 하는 거고 해야 되니까 하는 거야

 

너 지금 위세 부리는 거야?

 

위세라니?

 

온 집에 치킨 냄새 진동하게 기름에 쩔어서 들어오잖아

 

파김치가 돼서는

 

엄마야말로 기분 내지 마

 

그 치킨집만이라도 그만두라고 그게 그렇게 힘들어!

 

어휴

 

힘들지

 

우리 가족 한 달 어떻게 사는 거 모르나내가?

 

나 학자금 대출 남았어요

 

언제 될지도 모르는 취업 기다리면서 한 며칠 쉬어야겠다

 

그런다고 쉬어지지 않아

 

넣어 두세요

 

대신 몇 달은 나 생활비 못 내요 그거나 봐줘요

 

(도경이야역시 잘 빠졌다니까

 

(도경키 줘 봐 첫인사는 나눠야지

 

사고 내신 분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며칠 더 봐주기로 했다 양심 있으면 연락 오겠지

 

연락 오면 제 계좌로 붙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냐연락 오면 회사로 불러

 

(도경?

 

팀장님 사무실로 부르란 말씀인가요?

 

그럼 전화로 나머지 오백만 원도 안 받아 드리겠습니다 할까?

 

그것마저 안 받으시려고요?

 

사는 꼴이 좀 처참해

 

회사도 잘렸는데 돈도 없는 모양이고

 

돈은 안 받으신다면서 왜 직접 만나려고 하십니까?

 

세상에 거저 봐주는 게 어딨어돈이 걸렸는데

 

배려는 해도 적선은 안 해

 

절차는 밟아야지

 

그만두라뇨?

 

어제 퇴근할 때까진 아무 말씀 없으셨잖아요

 

조카가 갑자기 알바하게 해 달래서

 

아니그렇다고 갑자기 이러시는 게 어딨어요?

 

최소한 3일 전에는 통보해 주시는 게 관례 아닌가요?

 

미리 일 못 구해서 날리는 알바비는 어쩌라고요?

 

그래서 내가 일주일 치 일당 넣었어요

 

일주일 치요?

 

(사장그동안 수고했어요

 

고생시키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안 좋더라고

 

잠시만요

 

절반은 돌려 드릴게요

 

(명희서지안그만두게 해

 

아니누구신데 다짜고짜 반말을 하십니까?

 

내 딸한테 삿대질한 인간한테 존댓말 쓸까?

 

따님요?

 

이건 그 아이 줘요

 

잘 가요

 

[문소리]

 

[통화 연결음]

 

안녕하세요알바 킹에서 채용 정보 보고 전화했습니다

 

(지안알겠습니다 그날 11시까지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꼬르륵]

 

배고파

 

3천 원입니다 [휴대폰 벨 소리]

 

윤하정? - (하정윤하정 왜?

 

치료비랑 합의금 받으려고 전화했다

 

퇴직금 받아서 준다며?

 

(지안퇴직금이 아직 안 나왔으니까

 

주지 않는 거 아니겠니?

 

(지안설마 합의금 오백만 원 그거 안 줄까 봐 걱정했어?

 

(도경오백만 원 OK 대신 기한 3

 

[깜짝 놀라는 소리]

 

오백만 원만 받으시게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합시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약속 이행하고 하시고

 

번호 받아 적어요내 비서한테 연락하면 뒤처리할 겁니다

 

(하정서지안왜 대답을 안 해?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미쳤어미쳤어

 

[박진감 넘치는 음악]

 

(도경) [웃음소리]

 

[영어] (투자자고마워요

 

친구 정말 사업가 맞아요운동선수 아니고요?

 

[영어] (기재제가 스포츠광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거 말고도 스카이다이빙이랑 윈드서핑스키스노보드...

 

또 뭐 있지너 하는 거? - (도경오버하지 마

 

[영어전 신나는 스포츠가 좋아요

 

[영어기재 씨랑 호주에 한 번 와요 스카이다이빙 하러 가죠

 

[영어좋아요

 

(기재최도경네 덕에 협상 잘 풀리겠다

 

쟤 보통 깐깐한 애 아니거든?

 

근데 완전히 풀어졌어

 

(도경끝까지 긴장 풀지 마

 

KSP 그룹 만만한 투자사 아니야

 

[웃음소리] (기재오케이

 

(지태여기 있습니다

 

[휴대폰 진동음]

 

(수아내 번호가 자기한테 걸리면 시집 가 줄까?

 

[문자 수신음]

 

(지태그건 벌이지 결혼 안 하기로 한 사이에

 

(지태안녕히 가십시오

 

지안아

 

(지태네가 웬일이야연락도 없이 여길 다 오고?

 

지나가다가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지태뭔데?

 

혹시 직원 대출 좀 더 받을 수 있어?

 

직원 대출 한도 다 썼잖아

 

집 보증금 올려 주면서

 

맞다그랬지

 

그냥 비상금 마련차 물어본 거야 갈게이따 봐

 

[순번 알림음]

 

저 여자 누구야?

 

동생 큰동생

 

 

재밌었어요 - 다행이네요

 

자식들둘이 샤워하면서 그냥 투자해 주자 이러면 딱인데

 

굿을 해라차라리

 

오죽하면 이러겠냐?

 

우리 아버지 능력 안 보이면 전문 경영인 세우신다잖아

 

(혜미최 팀장님

 

 

외국어 담당 어시가 넘어지면서 발을 접질려서 병원에 보냈는데

 

(혜미어쩌죠지금 다른 사람 부를 수도 없고

 

쟤들 중에서 한 명 불러 써

 

안 돼서빙만 하던 애들이야

 

... 이거 어떡한다

 

[휴대폰 벨 소리]

 

 

안녕하세요저 지난번에 차 사고 냈던 사람인데요

 

(지안유 비서라는 분이 이 번호로 전화하라고 하셔서

 

기억하시죠?

 

(도경안녕은 못 했고 그냥 지난번이 아니라 9일 전이었고

 

약속한 3일에서 6일 지나서 연락하신 분인데 당연히 기억하죠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사정이 좀 있어서 약속 못 지켰어요죄송합니다

 

오백만 원은?

 

그게...

 

그동안 일했던 회사 쭉 읊어 봐요 급하니까 빨리

 

마케팅팀영업팀 글로벌 사업부요

 

영어 회화 할 거고 일어 할 줄 알아요?

 

오케이거기까지

 

당장 정장 입고 양평으로 와요 최고 일당 쳐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 다시 연락드릴게요

 

지안아!

 

지안아

 

엄마 할 말이 있는데 - (지안나중에

 

어디 가는데? - 알바

 

알바 안 해도 돼

 

(지안가야 돼큰돈이란 말이야

 

- (미정알바 안 해도 돼! - 다녀올게요!

 

지안아 엄마랑 잠깐 얘기 좀 해!

 

!

 

(미정아휴진짜

 

[애잔한 음악]

 

저거 은석이 방 물건들 아니야?

 

꼭 자고 와야 했어요내가 중요한 일이라고 했는데

 

내려간 김에 부모님 산소 성묘도 하고 벌초도 해야겠어서

 

중요하게 할 말 있다고 했어요 흔한 일이에요?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해서

 

내 학비 대줘서 공부시켜 준 작은아버지 49재였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나?

 

은석이요

 

?

 

우리 딸 은석이 은석이 찾았다고요

 

그게 무슨 무슨 말이야은석일 찾았다니?

 

은석이가 살아 있었다고?

 

살아 있었어?

 

이미 DNA 검사도 했고 키운 엄마한테 확인도 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그걸...

 

이렇게 되기까지 나한테 한마디도 안 하고 당신 혼자 진행한 거야?

 

기억 안 나요은석이 실종되고 딱 1년 지났을 때

 

당신 은석이 못 찾는다고 덮자고 했어요!

 

죽었다고

 

죽지 않았으면 재벌 딸 데려가서 돈 요구도 없는 게 말이 되냐고!

 

알겠어그만합시다

 

살아있으니 됐고찾았으니 됐어

 

은석이 얘기나 합시다 어떻게 지내고 있어?

 

지금 뭐 하고 살아스물여덟인데 잘살고 있어?

 

일어는 유창하진 않지만 보고 읽는 건 충분히 합니다

 

영업팀 판촉 행사 할 때 상품 설명 해 본 적 있어요

 

알겠습니다

 

트렁크 쇼에서 뭘 시키려고 이런 걸 물어?

 

(도경버스 안 됩니다 택시 타고 와요택시비 줄 테니까

 

기사님얼마나 남았어요 43,000원밖에 없거든요

 

(재성은석이를 보고 싶지 않은 거냐고?

 

25년을 기다렸는데 며칠 아니몇 주라도 왜 못 참아?

 

25년 만에 찾은 딸이니까

 

그래서 하루도 아니 한 시간도 더 그 집에 두기 싫어요

 

(재성우리만 중요한가은석이 입장에서 생각을 해 줘야지

 

(명희은석이가 어떤 꼴로 사는지 다 듣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민 부장아가씨오셨어요?

 

민 부장님저게 무슨 소리야?

 

은석이가 누구예요?

 

아가씨 언니요

 

[발랄한 음악]

 

(도경도착하면 최 팀장 찾아요

 

이름 말해 주면 입에 가시가 돋나왜 최 팀장을 찾으래?

 

매니저님

 

안녕하세요 - 왔어요?

 

약속 못 지킨 건 정말 죄송합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고 이분한테 주세요

 

페밀리아 명품관 쇼퍼 정혜미예요

 

서지안이라고 합니다

 

트렁크 쇼 진행 대본이에요

 

정 매니저가 사회 보면 영어 다음엔 일어로 설명 들어가면 됩니다

 

회사에서 PT 해 봤댔죠? - 그럼요

 

프리젠테이션처럼 할 거면 아무나 불러 읽으라고 시켰겠죠?

 

이분 읽으시는 거 보고 분위기 맞출게요

 

정산은 모임 끝나고 합시다

 

언제 끝나시는데요? - 12시는 안 넘겨요

 

그전에 제 일 끝나고 정산해 주시면...

 

내가 왜 모임 즐기다 말고 그쪽 위해서 중간에 나와야 합니까?

 

차 끊기기 전에 서울 가야 해서 그런데...

 

서울 갈 택시비 지급할 테니까 기다려요

 

더 이상 구질구질 엮이지 말고 오늘로 마지막

 

두 번 다시 안 봤음 싶은데

 

알겠습니다기다릴게요

 

안에 들어가서 대본 숙지해요 - 

 

(혜미어디에도 스치면 안 돼 이거 8천 넘는다

 

8천만 원

 

(혜미브로슈어 갖다 놔

 

(혜미다 읽었어요?

 

 

트렁크 쇼를 이런 데서 굉장히 성대하게 하네요?

 

우리가 주최하는 거 아니에요

 

엔가온 정기 모임인데 우리가 찾아뵙는 거죠

 

분기별로 레포츠 하면서 친목 도모 하거든요

 

엔가온이 뭔데요?

 

재벌 3세들 모임인데 어렸을 때부터 모임이래요

 

재벌 3?

 

(혜미안녕하세요 엔가온 회원 여러분

 

페밀리아 명품관 쇼퍼 정혜미입니다

 

지난봄에 이어 이렇게 또 초대해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영어 통역]

 

[일어 통역]

 

쟤 뭐냐일어도 하네

 

히로시 타쿠야는 KSP 그룹 아시안 대표로 올해 일본에서 왔대

 

영어야 비즈니스 할 때 쓰는 거고

 

노는 자리에선 일어가 편하지

 

역시 최도경

 

(혜미클래식은 영원하다를 올가을 콘셉트로 잡은 발렌티노이

 

일상 속 도발을 컨셉으로 잡은 미트로

 

이 상반된 스타일의 수트부터 보시겠습니다

 

[영어 통역]

 

[일어 통역]

 

발렌티노이와 함께한...

 

[휴대폰 진동음]

 

[영어이 근사한 옷을 입고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너 지금 뭐라고은석이라고 했어?

 

은석일 찾았다고?

 

근데 어머니 아버지 다투세요 집에 빨리 좀 와 주세요

 

그래알았다

 

(기재도경아너 나 때문에 영어일어 하는 어시 구한 거야?

 

기재야집에 일이 생겼어

 

멤버들한테 얘기 좀 해 주고 뒤처리 좀 부탁한다

 

(기재알았어

 

(서현엄마 또 쓰러졌어요 딸을 찾았는데 왜 두 분이 싸우죠?

 

[영어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일어이상입니다파티를 즐겨 주세요

 

어머니괜찮으세요강 박사 왔다 갔다면서요

 

픽픽 쓰러지는 거 한두 번이야?

 

엔가온 모임 아니였냐이번엔 네 차례라며

 

호스트가 중간에 나오면 어떡해?

 

무슨 소리예요은석이 찾았다는 게

 

정말 은석이 찾으신 거예요?

 

그래은석이 찾았다

 

살아 있었던 거예요?

 

언제어떻게 찾으신 거예요?

 

나중에 얘기하자 얘기가 길어

 

은석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

 

잘 지냈는지 못 지냈는지는 만나서 은석이한테 직접 들어봐야지

 

[옅은 한숨]

 

(지안저기... 스텝들 저녁은 언제 먹어요?

 

파티 끝나고 호텔 가서 먹어요 저희는

 

그럼 그때까지 저녁 안 먹어요? - 그래서 4시에 간식 먹었어요

 

[봉지 바스락 소리] (서버드세요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여기서 먹으면 안 돼요 안 보이는 데서 먹어야 돼요

 

(서현어떻게 된 거래요어떻게 찾았대요?

 

네가 아는 거 이상으로 말씀 안 하신다

 

기다리라고만 하셔

 

이게 뭐야갑자기 언니가 나타나

 

오빠는 기억나요?

 

거의 안 나지추억을 되새겨야 기억이 유지되는데

 

은석이 이름조차 금기어였으니까

 

되게 후지게 살고 있대요거지꼴로 살고 있어서 빨리 데려와야 한다고

 

은석이가?

 

[옅은 한숨]

 

[터벅터벅 발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통화 연결음]

 

어우!

 

[기계 소리]

 

(일주일 넘었는데 잠수가 너무 긴 거 아냐?

 

실장님

 

[호통선우 실장!

 

?

 

전화를 해전화를

 

목공 캠프에서 전화 왔어요내가 1시까지 빼 준다고 했는데

 

내가 발신 버튼 눌러 드릴까요용기가 안 나시는 모양이네

 

소장님할 때 안 할 때가 있는 겁니다

 

왜 부르셨어요? - 같이 야근해 준다면서요

 

... 쏘리

 

다른 것도 아니고 목공 캠프 일정을 막 땡기고 그러냐고

 

실장님 요즘 며칠 진짜 이상해요

 

무슨 사고 난 거 아니야?

 

하지도 않으면서 보기만 하면 뭐하냐?

 

걱정되니까... 그렇죠

 

[한심하다는 한숨]

 

[천둥소리]

 

[똑똑] (서현오빠오빠?

 

!

 

깜빡 잠들었네 들어와

 

기재 오빠가 나한테 전화 왔는데요 오빠가 계속 전화를 안 받는다고요

 

종일 물에서 산에서 뛰었더니 피곤해서 못 들었네알았어

 

[문 닫는 소리]

 

어디 갔지?

 

 

(남자이봐아가씨 버스 끊겼어

 

어디까지 가?

 

[불길한 효과음태워 줘?

 

아니에요 애 아빠가 데리러 오고 있어요

 

그래요다행이네

 

[긴장되는 음악]

 

(지안지수야자지 말고 이따가 택시비 갖고 나와줘

 

[통화 연결음] (여자콜택시입니다

 

저 택시 좀 보내 주세요 서울 갈 거예요

 

(여자지금 서울 가는 택시 없어요

 

(여자비가 많이 와서 기사님들이 서울 콜은 안 받아요죄송합니다

 

[통화 끊는 소리]

 

어떡하지?

 

(지안여기 행사 끝나서 뒷정리 중이거든요어디 계세요?

 

지금 저 혼자 있거든요?

 

가라기다려라 연락을 줘야 할 거 아니에요

 

왜 전화를 안 받아요?

 

택시 타고 오느라 현금 다 써서 택시비 없어요

 

재벌 3세시라구요대단하시네요좋습니다

 

더 구질구질 안 엮이고 싶으니까 올 때까지 기다리죠

 

밤새라도 기다립니다

 

(도경더 이상 구질구질 엮이지 말고 오늘로 마지막

 

(도경두 번 다시 안 봤음 싶은데

 

나쁜 새끼

 

[발 끄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무서워엄마 엄마

 

어떡해 어떡해

 

[휴대폰 벨 소리]

 

혁아

 

지안아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나 너무 무서웠어

 

금방 갈게걱정 말고 기다려

 

(소장님급한 일 있어서요 부탁드려요

 

(소장님선우혁이걸 우리끼리 하라고?

 

[통화 연결음]

 

- (기계음전화기가 꺼져 있어... - 뭐야?

 

이 아가씨가 진짜...

 

핸드폰을 꺼 놓으면 어쩌자는 거야어쩌라는 거야?

 

설마 내가 진짜 올 거라고 믿고 너도 한번 당해 봐라?

 

나 진짜

 

[자동차 경적]

 

빨리 좀 가라 여유작작이냐?

 

[끼익 마찰음]

 

아이 씨

 

어쩌라고어쩌자고?

 

[끼익 마찰음]

 

빗길 운전은 20프로 감속이 정상이다 이놈아

 

[자동차 과속]

 

[자동차 경적] [끼익 마찰음]

 

아니저 자식이

 

[자동차 기어 소리]

 

(너 있는 곳이 어디야?

 

나 지금 여기 어딘지 모르겠어 나 그리고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

 

오면서 가게 간판이나 표지판 본 거 없어?

 

대성리 방향이 정도 봤어

 

그럼 지안아 가면서 첫 번째 보이는 주유소에 가서

 

전화 빌려서 나한테 다시 전화해

 

주유소 맞겠지?

 

(첫 번째 주유소야 무조건 첫 번째 주유소 알았지?

 

(서지안!

 

(지안혁아

 

너 괜찮아?

 

[안도의 한숨]

 

가자?

 

일단 무사해서 다행이긴 한데

 

올 때까지 기다린다더니 남자 친구 부르셨어?

 

지안아 갈게연락해!

 

연애 진도 빠르네

 

고마워 - 히터 틀어 줄게

 

아 참핸드폰 충전하자 집에 연락 못 드렸지?

 

내가 할게

 

(도경전화가 안 돼서 문자로 대신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본의 아니게 실례를 했습니다

 

통화 가능할 때 연락해요 깔끔하게 정산해 드리죠

 

(지안오늘 일당 빼고 남은 금액하고 계좌 번호 보내세요

 

계좌로 송금하겠습니다

 

선우혁너 왜 안 물어?

 

?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안 궁금해?

 

궁금한 거 다 알아야 하냐?

 

(눈 좀 붙여 내일 출근하려면 피곤하겠다

 

벌써 2시다

 

나 내일 출근 안 해 나 잘렸어

 

그렇게 됐어

 

저녁은뜨거운 국물 좀 먹고 가자 가다가 24시간 하는 국밥집 있어

 

생각 없어너무 졸립다 좀 잘게

 

그래그럼 자

 

대방동이랬지도착하면 깨워 줄게 - (지안

 

(지안고마워

 

(그냥 가그냥

 

너 다 젖어서 갑자기 벗으면 감기 든다

 

괜찮아

 

빨아서 갖다 주라고인마

 

알았어그럴게 밥 살게

 

그건 당연한 거고

 

얼른 들어가서 씻지도 말고 그냥 자

 

고마워 오늘 정말 고마웠어

 

나 오겹살 좋아한다 오겹살 예약

 

오케이

 

- (지안갈게 - 들어가

 

[터벅터벅 발소리]

 

안녕하세요방장님 저 출근했어요

 

오늘 쉬는 날인데 왜 나왔어?

 

오늘 재료들 들어오는 날이잖아요 같이 나르려고요

 

저 괜찮아요이 정도 드는 거 거뜬 없어요

 

'거뜬하다니까요'거든

 

거뜬 없는 사람 필요 없으니까 가요

 

(지수근데 이 흰강낭콩은 어디에 쓰는 거예요?

 

(남구김칫국 마시지 말라 그랬다 서지수 씨

 

반죽 기술은 안 알려주셔도 힌트는 주셔도 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서지수 씨를 매장 종업원으로 고용했어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가

 

가라고

 

 - (남구!

 

[애잔한 음악]

 

지안아일어나 지안아일어나

 

[피곤에 절은 목소리] (지안왜요?

 

일어나, 11시야

 

(지안나 알바 관뒀어 엄마가 관두래서

 

그래서 어제 좀 놀았어

 

엄마 해장국 끓였지? [웃음소리]

 

(지안나 취한 줄 알았어아니야

 

(지안어제 정거장을 잘못 내렸는데 비가 막 와 가지고

 

그래서 새벽에 온 거야

 

일어나!

 

얼른 씻어엄마랑 나가게

 

이 옷 입고 나와

 

나가자니 어딜? - 나가서 엄마랑 밥 먹어

 

밥을 집에서 먹지 왜 나가서 먹어?

 

화장도 해

 

대체 호텔에 왜 가?

 

나 선봐?

 

엄마나 진짜 선보러 데리고 가는 거지?

 

가 보면 알아 엄마

 

(지배인양미정 씨 되십니까?

 

 - (지배인이쪽으로 오십시오

 

엄마 진짜 아무것도 말 안 해 줄 거야?

 

너무 이상한데

 

[살짝엄마...

 

엄마 아는 분들이셔

 

(미정인사하고 앉아

 

안녕하세요저 서지안입니다

 

얘가 아직 밥을 못 먹었어요

 

(미정밥부터 먹이고 말씀 나누시죠

 

아니저기... - 윤 지배인

 

우리 음식 들여와요 - 부회장님

 

[수레 끄는 소리]

 

취업 자리 부탁하러 온 거야?

 

(재성들어요우린 아침 먹어서 천천히 먹어도 되니까

 

 

지배인우리 음식 코스로 주지 말고 한꺼번에 줘서둘러서

 

가리지 않고 잘 먹는구나

 

가리지 않기도 하지만요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요

 

어제 저녁을 못 먹어서 더 맛있나?

 

식성도 좋고 성품도 좋고

 

부지런하고 머리도 좋고

 

나무랄 데 없는 아이입니다

 

괜찮니물 마셔라

 

(지안죄송합니다

 

솔직히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 따라 나와서요

 

근데 엄마가 왜 두 분께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당황해서 사레가 들렸어요

 

이분이 아무 말씀 안 하셨니?

 

어머

 

지안아 - 죄송합니다

 

엄마 이분들 혹시 해성 그룹?

 

그래맞아

 

해성 그룹 부회장님사모님이셔

 

근데 엄마가 이분들을 어떻게 알아?

 

너 때문에 알게 됐어

 

나 때문에?

 

이분들이 네 친부모님이셔지안아

 

엄마 지금 뭐라고 했어?

 

네 부모님들이시라고

 

[당혹스러운 음악]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지안엄마 아빠가 진짜 내 엄마 아빠가 아니라는 거예요?

 

(태수지안이 별일 없냐고

 

(미정별일 있다고 하면 당신이 뭘 어떻게 해 줄 건데?

 

- (도경그럼 이제 은석이는요? - 데려와야지

 

(지안네가 사실은 재벌 자식이라면 갈 거야?

 

(도경얘 좀 봐 이거 전화 거절인데?

 

어디 한 번 끝까지 가 보자

 

(지안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 (지안왜 이러세요진짜? - (도경봐 준 건 나입니다

 

(도경성질자존심 부릴 거면 줄 건 주고 부려야죠

 

(지안 2천만 원만 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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