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4회
[주제곡]
이분들이 네 친부모님이셔 지안아
[긴장되는 음악]
예전에
25년 전에 쌍둥이 딸이 죽었어
산소 다녀오던 길에 널 주웠어
(미정) 이렇게 네 부모님이 살아 계신 줄 모르고
누가 버린 아이인 줄 알았어
엄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엄마, 무슨...
입이 안 떨어져서 말 못 하고 데리고 나왔어요
(미정) 제가 얘기해 봤자
얘가 쉽게 믿을 리도 없고
두 분 앞에서 얘기하는 게 저는 덜 힘들고
지안이는 믿기 쉽고 할 것 같아서요
엄마, 왜 그래?
은석아
그럼 편히 말씀 나누세요
- 은석아! - 은석아!
앉거라
(지안) 죄송합니다
잡아요!
기다려 줬으면 좋았을걸
집에서 차근차근 제 어머니가 먼저 얘기하고
수긍하게 했어야 했는데
어차피 알 거 하루 이틀 차이가 뭐가 중요해요?
은석이한테도 받아들일 시간을 줘야지
아버지 귀국하실 때 은석이 집에 데려다 놓으라고 하셨어요
회장님이 아시나, 벌써?
당연하죠
(명희) 아까 봤죠?
그 차림새며, 먹는 거며
아무리 배고프다고 어른들보다 먼저 수저를 들고 허겁지겁...
가르칠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
음식 데워 오라고 할까? 식은 음식 못 넘기니까, 당신은
지금 음식이 입에 넘어가겠어요?
그럼 일어납시다
- (지안) 엄마! - 왜 벌써 나왔어?
너하고 할 얘기 많으실 텐데
무슨, 내가 무슨 얘기를 해?
안 믿기지? 안 믿길 거야
그래도 사실이야
어떻게 사실이야? 이게 무슨, 이게 어떻게 사실이야?
널 되찾고 싶어 하셔
당연한 일이지
우리가 가로채서 잃어버렸던 딸을 찾았는데
당연히 데려가는 게 맞고
너도 가는 게 맞아
정말 저분들이 내 친부모라는 거야?
엄마, 아빠가 진짜 내 엄마, 아빠가 아니라는 거예요?
저분들이
엄마가, 아니 내가 장난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하니?
네가 계약직으로 다니다 잘렸던 해성 그룹 부회장님이고
사모님이셔
그럼 뭐 어떻게 되는 건지...
머리 좋은 애가 다 들어 놓고 뭘 또 물어?
기억 안 나서 물어?
엄마
식구들 알기 전에 너 먼저 생각 정리해
결정하면 가족들한테 얘기할 거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의견도 듣지 말고
특히 네 아빠 월급 150만 원 받겠다고
지방 근무까지 하면서 고생하는데
이 얘기 들으면 속이 어떨 것 같아?
뭐, 뭘? 뭐를 결정하라는 건데?
무슨 생각을 정리하는 건데?
네가 엄마, 아빠로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남이 잃어버린 자식을 신고도 안 하고 데리고 와서 키웠어
그 부모 입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하고 싶을까?
그냥 두고 싶겠니?
(미정) 생각해 봐 그럼 쉬울 거야
엄마, 우리 집 가는 버스 아니야
해자 이모랑 어디 가기로 했어
어머니 아버진 브런치 하신다고 나가셨대요
- 토요일에? - 그러니까요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 세라 호텔 한식당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딱 그날 하루셨는데
민 부장님, 두 분만 브런치 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은석 양 만나러 가셨습니다
은석이를 만나러 가셨다고요?
뭐가 이래요?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다가 어떻게 찾게 됐는지
우리한테 말도 안 해 주시고
무슨 비밀 있어요?
때 되면 해 주시겠지, 먹자
(지수) 언니 어디 갔었어? 엄마랑 나간 거 아니었어?
- 어, 아니야 - 그럼 엄마는 어디 간 거야?
오빠, 그게 뭐야?
어, 서지태표 잡탕 라볶이
(지수) 배고파 죽겠는데 아무것도 없고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알아서 먹으래잖아
야, 나보고 뭘 해내랜다 말이 되냐?
(지안) 아, 이게 진짜 얼마 만이야?
엄마 밥 차려놓고 가도 오빠가 꼭 이거 해 줬었어, 그렇지?
우리 엄마 좋은 엄마 콤플렉스였어
햄? 절대 안 돼 라면? 말도 안 돼
만두, 피자 같은 인스턴트 음식 죽어도 안 돼
이거 엄마가 띄운 청국장에다
엄마가 만든 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야
맨날 시금치나물에 멸치볶음 지긋지긋한 장조림
나는 카레에 당근 넣는 게 제일 싫었어
라볶이 몰래 만들었다가
비 오는 날 엄마한테 먼지 안 나게 맞은 오빠다
[꺄르르] 맞아
- 이거 불겠다, 빨리 먹자 - (지태) 응
어때? 그때랑 똑같아?
응!
근데 이거 양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뭐가 많아? 언니 와서 모자라게 생겼는데
이렇게 먹고도 살 안 찌는 거 연구 대상이다
나 어릴 때 엄마 아빠가 맨날 우리 지수 잘 먹는다, 복스럽다 그래서
얘 따라 먹다가 배탈도 몇 번 났어, 나
그때도 내가 맞았지, 아버지한테
아빠가 우리한테는 후했는데
오빠는 큰오빠라고 좀 엄했어 그렇지?
어떻게 만들었어? 진짜 맛있다
선 실장한테 전화 안 왔어?
안 왔어 전화 안 왔어
그럼 포기해야겠네
(지수) 야! 넌 언니가 돼 가지고 앞으로 언니 행세 하지 마
에이, 왜 그래?
선 실장 자전거 타고 다니면 회사가 가까운 데 있는 거잖아
[경쾌한 음악]
근처 인테리어 업체 싹 뒤져 봐 선 실장이 둘이겠어, 셋이겠어?
진짜 그러네?
나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지수야 너 나 없이 어떻게 살래?
(지안) 너 나 없이 못 살겠지?
(지수) 응
[캑캑 소리] (지안) 야, 숨 막혀!
괜히 먹었다, 얼굴 띵띵 부을 텐데 소화제 먹어야지
[휴대폰 벨 소리]
(기계음)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얘 좀 보시게? 이거 전화 거절인데?
거절 버튼 누른 건데 이거?
내가 그 돈까지 안 받으려고 했다니까?
깨끗하게 털어 주겠다는데 왜 전화를 안 받아?
[깊은 한숨] [문 열리는 소리]
다녀오셨습니까?
도경이 넌 어젯밤에 왜 뛰쳐나간 거야?
좀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또 구설수에 오르고 싶어?
이젠 더 조심해야 해, 은석이 뒤처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야
두 분 은석이 만나러 가신 거였어요?
그래
그럼 이제 말씀해 주시죠
어떻게 찾았는지 어떻게 하실 건지
그때 머리핀에 있는 다이아 때문에
은석일 데려갔다 버린 사람을 찾았다
어떻게요?
- 최서현 - 죄송합니다
은석이는요?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얼마 전까지 우리 회사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더구나
우리 회사에서요?
은석이가 버려진 아이인 줄 알고 데려다 키운 사람들이 있어
(재성) 그 사람들을 부모로 알고 살고 있었다
형편이 좋진 않았어도 대학도 나오고 했어
그럼 이제 어떡하실 거예요?
데려와야지
여기서 산대요?
너 무슨 말버릇이야? 여기서 살지, 그럼
그 아이는 오늘 알았다 우리가 부모라는 거
충격이 컸을 거야
며칠 내로 오겠지만 너희들 때가 될 때까진 밖에 말조심해
오 실장님이란 분이 오셨습니다 약속하시고 오셨다는데요
들어오라고 해요
(명희) 기본 화이트로 하고
베이스는 프렌치 모던 스타일이 좋겠어요
(오 실장) 네, 가구는 어떻게 할까요?
(명희) 리스트부터 뽑아 와요 보고 얘기하죠
큰누나
뭐야, 12시가 넘었는데 왜 안 자고 있지? 저 인간은
(지수) 야, 얼마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이 누님이 지금 12시가 넘었는데 못 주무시고 계시겠냐? 이 짜식아
어? 너 나 자는 사이에 몰래 언니 먹을 거 사 왔구나?
[놀라면서] (지수) 심지어 백화점 쇼핑백이야
뭐야, 그거? 내놔라
- 아! - (지호) 어림없는 소리
[발랄한 음악]
- 큰누나 거야 - 내 거?
뭔데?
큰누나 단벌 정장 구두 그거
다 낡아빠져서 사망하셨길래
백화점 거면 막내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아, 큰누나가 깨알같이 준 용돈을 모았지
(지호) 이거 면접 보러 갈 때 신어
(지호) 자고로 여자는 구두하고 가방은 좋은 걸 해야 돼, 알아?
몰랐지, 몰랐지?
그러게, 몰랐네
우와, 예쁘다 나는?
낄 때 껴라, 작은누나 넌 나한테 용돈 천 원이라도 줬냐?
됐어 빌려 신으면 돼
(지호) 아니, 근데 우리 모친 미정, 미정
양미정 여사는 왜, 왜, 왜 귀가를 안 해?
엄마 어디 갔지?
[문 닫는 소리]
저, 저 기지배가! 너 어디서 그렇게 입고 나와 있어?
요즘처럼 험한 세상에 겁도 없이!
조명 아래에 있으니까 더 섹시한 거 같지 않아?
[지안 웃음소리]
그어, 눈치채셨네 양미정 여사
내가 무슨 말 할지 눈치챘어, 챘어
[애잔한 음악]
어, 나 그 집에 안 갈 거야
(지안) 25년 살았으면 여기가 내 집이고
25년 함께 산 엄마, 아빠가 내 엄마, 아빠야
25년 함께 산 지수, 지호 지태 오빠가 내 형제고 가족이야
그래서 안 갈 거야
- 그러고 싶어? - 어
여태 고생한 거로 부족해서 이 집구석에 더 있고 싶어?
(미정) 왜, 왜?
말했잖아요, 좀 전에
네 꿈 조각가였잖아, 시카고 유명한 미대 가고 싶어 했잖아
그 집으로 가면 유학도 갈 수 있어 가서 유학 보내 달라고 해
- 유학 - 그래, 유학
취직 걱정도 안 하고 좋잖아
진짜 친부모가 재벌이니까 나 모른 척은 안 하겠네, 뭐
믿는 구석은 재벌 부모한테서 챙길 수 있으니까
가난한 우리 집에서 마음은 편하게 있고 싶은 거니?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해?
모른 척하면, 만약 해성 쪽에서 오지도 않으면 너는 그대로 살아라
그러면 어쩔 거니?
그래도 괜찮아? 지금처럼 살 수 있어?
괜찮아 지금까지 잘살아 왔는데, 뭐
잘살았어, 네가?
(미정) 계약직 잘린 애가 하루도 안 쉬고 알바부터 찾아
힘들어요, 힘들어 죽겠어요 시위하는 거 같아서
그동안 너 보기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근데 넌 괜찮고 잘 살았어?
날 보는 게 힘들었다고?
엄마, 내가 얼마나 죽을 만큼 티 안 내고 참았는데
내가 시위하는 거 같았어?
너 버거워 입 하나라도 덜자
[울먹이며] 엄마
(미정) 우리 형편 누구보다 네가 잘 알아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그래서 그랬어? 내가 친딸 아니라서?
난 대출, 알바 다 하며 학교 겨우 다니고
취업 걱정 때문에 몇 년을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지수는 공부 못해도 이쁘다 이쁘다
알바만 해도 괜찮다, 괜찮다
그래서 그랬던 거였어요?
그런 거는 아니지만
그랬을 수도 있지, 나도 모르게
엄마는 어쩜 그렇게 쉽게 나더러 가라고 할 수가 있어?
외통수니까
(미정) 우린 너 경찰서에 신고도 안 하고 데리고 나갔어
남의 자식 빼돌렸어 겁나 죽겠어
하필이면 그 사람들이 해성 그룹이야
나 같으면 내 자식 빼돌린 인간들 그냥 안 둬
그거 겁나서 나더러 가라는 거예요?
네가 가면 봐주실 거 아니야? 남은 우리 가족도 살아야지
남은... 우리 가족?
[김지수의 'Lonely load' 재생]
네가 가든, 안 가든 형제들한테 얘기 안 할 수 없어
- 거리감 없을 거 같아? - 없을 거야
어차피 예전 같을 수 없어
엄마, 사실 나는 믿기지도 않아
(지안) 근데 그렇다고 하고 그런 거 같아서 뭐라고 못하겠는데
나는 이 집 못 떠나요
싫어
그러니까 엄마...
(지안) 우리 그냥 이렇게 살자, 응?
엄마
[중얼중얼 돈 계산]
그러면 윤하정이 오백 차 수리 오백
천만 원에서 빼기 614 하면 386만 원
남은 금액하고 계좌 번호 보내세요
아우, 이놈의 성질
[통화 연결음]
- (하정) 여보세요? - 어, 나 지안이야
알아, 통성명은 됐고 내 치료비랑 합의금은 언제 줄 건지나 말해
오늘 인사팀에 가서 사인하면 되는데
오늘? 오늘 회사에 온다고?
어, 근데
너 잠깐 나랑 좀 보자 할 얘기가 있어
그래, 그럼 일 보고 사무실로 와
사무실로?
다녀오겠습니다
- 어디 가? - 백화점 알바 면접 있어서
얘!
[문 여닫는 소리]
안 온다고 했다고요?
[긴장되는 음악]
그런 얘긴 양미정 씨가 안 해도 됩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일단 알겠어요, 끊습니다
안 온다고?
[옅은 한숨]
(면접관) 백화점에서 영업도 하고 내레이터 모델도 했네요?
영어 회화도 가능하고
내일 8시까지 출근해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휴대폰 벨 소리]
- 네, 최도경입니다 - (기재) 뉴스 봤냐?
왜, 너희 회사 투자 기사 났냐?
새봄 김진석?
(기재) 네가 선견지명 있었다 탈퇴시키길 잘했어
아, 이 자식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가진 게 많으면 여유를 가져야지
왜 아랫사람한테 품위 없이 감정을 드러내?
(기재) 내가 술 사 주는 기자가 그러는데
재벌 갑질 기획 기사 내려고 제보 받는댄다
엉뚱한 데 또 구정물 튀기겠네
[종소리] (지안) 재벌 3세시라구요? 대단하시네요
[익살스러운 음악] (기재) 도경아, 듣고 있냐?
기재야, 내가 지금 회의가 있어서 끊자
설마 얘도 그런 거 아니야?
(지안) 재벌 3세시라고요? 대단하시네요
올 때까지 기다리죠 밤새라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과했고 전화했고 근데 왜 전화를 안 해?
(미정) 해성 그룹 부회장님, 사모님이셔
[애잔한 음악]
퇴직금은 내일 본인 급여 통장으로 들어갈 거예요
네, 수고하세요
(하정) 네가 하도 엉망으로 해 놓은 일 때문에
내가 아주 골치 아파 죽겠어서 그래
(지안) 그럴 일이 없을 텐데
(지안) 만나서 설명해 줄게 근처 카페에서 보자
(하정) 월말에 정신없는 거 몰라?
(하정) 자리 못 비우니까 사무실로 와
안녕하세요
지안 씨가 어쩐 일이야?
윤하정 씨가 제가 하던 일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요
아... 그거
서지안 씨
그동안 일 야무지게 잘한다고 했는데 일을 어떻게 한 거야?
윤하정 씨 계속 쩔쩔매던데
죄송합니다 뭐가 문제인지 한번 볼게요
그래, 그리고 말이야 연락하려고 했는데
- 조만간 식사 한번 하지 - 네
뭐가 문제야?
- 이거 네가 만든 엑셀 파일 맞지? - 맞아
어떻게 일을 이렇게 했니?
(하정) 파일이 아주 다 엉망이더라
너 때문에 몇 년간 쌓인 우리 부서 데이터 다 뒤섞였어
그게 무슨 말이야?
(하정) 여기에 브랜드 카운팅된 숫자 넣으면
이 칸에 연평균 값이 계산돼 나와야 되잖아
근데...
마이너스잖아, 말이 되니?
(하정) 너 이 파일로 2년 동안 카운팅했던 거야?
윤하정 씨
똑바로 잘 보세요
어? 이게 왜 이래?
왜 이러기는요?
윤하정 씨가 내가 만든 엑셀 파일 수식을 잘못 보신 거죠
내 건 세로가 아니라 가로 기준으로 계산돼요
다른 서류는 다 세로 기준으로 작성돼 있던데?
그건 선배님들한테 제출하는 거니까 한글 파일 틀에 맞춘 거지
회사 기준에 맞춰서
그럼 이 파일도 당연히 회사 기준에 맞춰야지
왜 혼자 쓰는 개인 파일을 회사 기준에 맞춥니까?
뭐?
이 엑셀 파일은 내가 일하기 쉽게 나 혼자 쓰려고
그러니까 브랜드 카운팅 빨리하려고 내가 만든 거거든?
야, 그래도 후임이 쓸 수 있는 파일을 만들어야지
필요하면 본인 스타일에 맞게 직접 수식 만들어서 사용하세요
참나
(선배) 하정 씨 여태 일 늦어진 게 엑셀도 제대로 몰랐던 거야?
그게 아니라요!
제가 너무 상식적으로 생각했나 봐요
뭐야, 그럼 서지안 씨가 잘못한 게 아니었네?
(부장) 아, 이거 참
일 하나는 실수 한번 없이 똑 부러지게 잘하던 사람인데
(대리) 이상하더라
(과장) 일만 잘했나? 커피도 죽여줬지
(부장) 맞아, 지안 씨 커피 그립더라
지안 씨, 온 김에 커피 한잔 부탁해도 되려나?
그럼요
[들뜨는 음악]
[쪼르륵] [잔 부딪치는 소리]
- (지안) 부장님, 커피요 - 고마워
- (과장) 매일 신세 지네, 지안 씨 - (지안) 커피 왔습니다
(선배) 고마워
(하정) 타다 보니까 내가 뭐 하는 건가 싶니?
왜 다섯 잔이야? 내건?
노예근성 생겼어?
(하정) 계약직 잘려 놓고 커피 타라니까 냉큼 '네' 소리가 나와?
이거나 갖다 드려 네가 이 팀 막내니까
줄 거나 주고 성질부려
아
그리고 할 말 뭐야? 빨리 말해
(지안) 네 이빨 치료비하고 합의금 포함해서 오백만 원 주기로 했었지?
백만 원이야
백만 원?
나머진 분납으로 줄게 퇴직금은 먼저 좀 갚을 데가 있어
합의서 쓸 때 퇴직금 받아서 준다며
먼저 돈 갚을 데가 있었는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날 제정신은 아니었잖니?
그래서 깜빡했어
계약직 잘린 건 그날이었어
어떻게 그 전에 퇴직금 받아서 다른 데 쓸 생각을 하니?
계약직에서 정규직 돼도 계약직 때 퇴직금 받을 수 있어
그렇다고 폭행 고소도 안 해 줬는데 푼돈으로 나눠 갚겠다고?
합의 불이행으로 고소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어떡할래, 매달 백만 원씩 받을래? 다시 고소할래?
[발랄한 음악]
이거 제 거죠?
으쌰
앗, 뜨거워
(지수) 아, 미치겠다
왜, 왜, 왜, 뭐가 잘못됐어? 맛이 이상한가?
아니요, 이건 정말 맛있다는 말로 안 되는 맛인데
따로 말이 생각이 안 나요
아이고, 애 떨어질 뻔했네
유기농 밀가루, 우유, 천일염 무염 우유 버터까진 알겠는데
달콤한 게 설탕에 뭐가 더 있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뭐예요? 그것만 알려 주세요
가게 앞 청소
아이, 안 넘어가시네
[경쾌한 음악]
(용국) 왜 이렇게 다달이 매출이 올라?
이러다가 내 투자금 금방 회수되면 이제 선우 사장님 되시겠다, 혁아
- 선배 회사에서 특채 공고 냈죠? - (용국) 어
그거 서류 마감 끝났어요?
아니, 이번 주까진데 왜?
아주 유능한 인재가 있어서요
[휴대폰 벨 소리]
응, 혁아
(지안) 선 실장 자전거 타고 다닌다며
맞아 항상 저쪽에서 왔는데
[발랄한 음악]
그래, 저쪽에서 저렇게
저기요, 선 실장님!
선 실장님!
다행이다
지안이 말이 맞았네 근처에 계셨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럼 제가 이 의자 오천 원에 산다고 하면 파실 거예요?
(혁) 그럼요
(혁) 여울대 가구학과 졸업반 학생이 만든 겁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의자
그런 걸 왜 오천 원에 팔아요?
누군가 쓰기를 바라고 만든 거니까요
대신 배송은 안 해 드립니다
(혁) 들어가세요
누나, 내가 하는 거 봤지 그게 어려워?
아니, 너무 말이 안 된다고 따지니까
그러니까 내가 저 손님한테 했던 말들이 어렵냐고?
그러게
네가 하니까 하나도 안 어려운데 왜 난 어려울까?
누나, 이 카페 누나가 카페라면 할 수 있겠다 해서 시작한 거야
이렇게 별일도 아닌 거로 나 불러대면...
나 사업가야
지금도 약속 있어서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나가야 하는데
시간 다 잡아먹었어
미안해
왜 아직도 사람을 무서워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데
난 주방 일만 보고 서빙 아르바이트 쓰면 안 될까?
손익 분기점 될 때까진 누나 혼자 하기로 했다
누나가 할 수 있다고 했어 안 했어?
했어
알았어, 혼자 할게
약속 늦겠다, 얼른 가 봐 미안해
더운데 왜 뛰어오고 그래?
너 서서 기다리니까
겨우 5분 가지고?
그러니까 카페에 들어가 있지 왜 길에서 기다린다 그래?
- 너하고 갈 데가 있어서 - 어디?
[발랄한 음악]
건배!
아, 좀 살겠다
맥주 마시고 싶음 카페에서 마셔도 되잖아
뭐하러, 만 원에 4개에다 야외 테라스까지 있는 데 두고
(혁) 알뜰해졌네, 서지안
짠순이 된 거지
너 불규칙한 취준생으로 안 살아봤지?
뭘 알겠니?
사장 친구 뒀다 뭐에 쓰려고?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습관 되고
습관 되면 혼자 못 버텨 기대고 싶어져서
나 벌써 너한테 크게 한번 신세 졌잖아
아, 근데 어디서 뭐 하다 왔길래 맥주로 갈증 풀어야 하는데?
혁아 너는 그런 상상해 본 적 없어?
지금 부모님이 내 부모가 아니라면 그런 거
그런 상상을 왜 해?
부모님한테 크게 혼나거나 다른 형제랑 차별받는 거 같거나
뉴스에서 병원에서 바뀐 쌍둥이 얘기 나올 때
아, 그것도 있다
요새 친자 확인 많대잖아
그래서 자기 자식이 아니면 이혼하고
그럼 그 아이는 다른 아빠가 생기는 거잖아?
그런 생각 안 해 봤어?
난 우리나라 사람들 지나친 핏줄 의식 웃기더라
인간은 부대끼면서 정들고 정들어야 가족인 거지
그럼 만약에 네가 사실은 재벌 자식이라면?
그럼 넌 어쩔 건데?
[깊은 한숨] 낮술은 애미 애비도 몰라본다더니
맥주 한 캔에 원초적 상상력 동원된 거야?
- 갈 거야? - 안 가지
안 가? 왜?
그걸 이렇게 바꿔 보면 답 나오지 않을까?
친부모가 재벌이 아니라면
(혁) 지금 부모보다 훨씬 더 가난한 사람이라면
- 그래도 갈까? - 안 가겠지
[희망찬 음악] 결국 돈 때문에 가는 건데
돈 주길 바라면서 사는 사람들이 부모 자식이 될 수 있겠어?
- 없지! - 그럼
빙고!
건배하자 우리 가족을 위하여!
짠!
(동료) 형님,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읍시다
대전에서 제일 유명한 맛집인데 다들 거기로 가자네?
밥 대주는 데 있는데 뭐하러 내 돈 내고 비싼 거 사 먹어?
에이, 1인당 이만 원씩만 내면 돼요
(지안) 뱃속에 들어가면 다 같은 고기인데
입에서 겨우 10초, 그걸로 몇 배나 비싼 걸 뭐하러 먹어?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데
입에서 겨우 10초
그거 맛보려고 이만 원을 허공에 날려, 이 사람아?
아이고, 그러지 말고 형님! 아휴, 참
이렇게 짠지로 살아봤자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습니다
우리 식구들, 우리 애들은 다 알아줘, 이 사람아
(수아) 난 도착
하이라이트 콘서트 데려갈 게 뻔하다, 서지태
(학생) 아줌마!
네
아줌마, 여기 비보이 극장 쪽이 어디에요?
어머, 얘 나 아줌마 아니야
- 아, 네 - 우리 엄마보다 더...
- (학생) 저, 근데 비보이 극장... - 몰라!
아줌마라 부르니까 쳐다봤으면서 뭐 아줌마 아니래?
- (학생) 이 아줌마가! - (수아) 너 뭐라고 했어?
- 아줌마! - (수아) 야, 이리 와!
[학생들이 아줌마 부르는 소리]
쟤 뭐지?
요새 고딩들 문제야 문제 예의가 없어!
[문자 수신음]
(지태) 미안, 깜빡 잠들었다
(수아) 자다니? 어디서?
(지태) 우리 집, 이리 와라 나가기 귀찮다
(수아) 집에는 왜 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
(남자) 수아 씨, 무슨 날이야? 왜 이렇게 차려입었대?
이 인간은요?
자기네 방에서 자고 있던데?
사이다 주세요, 꽉 채워서
응, 그래
야 서지태!
하이라이트 콘서트 가는 줄 알고 엄청 차려입었지?
웬 헛소리?
(수아) 4주년 기념일을 만화 카페에서!
(수아) 이 쥐똥만 한 케이크 하나 달랑 차려놓는 놈이 무슨!
하이라이트 콘서트 데려다줄 거라고 믿을 만큼 순진한 제가 아닙니다
(지태)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데?
(수아) 아, 좀 일어나! 하나도 안 멋있어
야, 왜 안 멋있어?
서프라이즈 이벤트까지 해 주는데?
우리 집처럼 맨날 죽치는 만화방에
이 쥐방울만 한 케이크가 서프라이즈야?
[깊은 한숨] 서프라이즈 다 죽었네 다 죽었어
나 반차 냈어
못생겼어도 맛은 죽여
너 좋아하는 치즈 듬뿍 버터 듬뿍, 생크림 듬뿍
자기가 만들었어?
나 반차 냈어
아, 뭐야? 말을 하지
감동하지 마
너 툭하면 감동, 감격
지겨워
[기지개와 함께 끙 소리] (지태) 식상해
이거 뭐야?
화장품 냉장고야?
룸메가 공용 냉장고에 넣고 쓰는 네 화장품 몰래 쓴다며?
내가 그런 얘기까지 했어?
- 언제? - 몰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귀에 박혔어
진짜... 이리 와
(수아) 지태 씨
이럴 줄 알았지?
[환호성]
어머, 어머, 귀여워
너 아줌마처럼 굴지 좀 마
[냉장고 문 닫는 소리]
자기야, 나 늙었나 좀 봐 봐
아까 어떤 고딩 녀석이 나보고 아줌마라 그랬다?
(지태) 고딩한테는 아줌마지 서른셋인데
어휴, 좀 진지하게 봐 봐!
자기가 보기에도 내가 늙었냐고?
(지태) 그런 걸 뭐하러 물을까? 쓸데없이
자기한테도 늙었으면 나 시집은 꽝이잖아
아유, 그러게
4년 전에 탱탱했을 때 시집갔어야 하는 건데
- (지태) 우리 수아 - 아이 씨, 나 늙었다는 얘기지?
화려한 싱글 싫증 났어?
시집가고 싶음 언제든지 얘기해 바로 보내 줄게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안 보내 줘도 가고 싶으면 갈 거야 언제든
미투
케이크는 뭐 하러 만들었어?
대놓고 기념일 행세는 안 하기로 해 놓고선
그렇지? 괜히 했지 만들면서 그런 생각 들더라
미래 없는 기념일은 의미 없다 그게 우리 모토인데
(지태) 수아한테 혼나겠다 했어
알면서 만들었어?
우리 처음 연애 시작할 때
둘이서 절대로 3년은 못 넘길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잖아
근데 벌써 4년이야
참 신기하더라고
그래서 재미 삼아 해 봤지
자
(지태) 불자
야, 이수아! 왜 너 혼자 꺼!
5주년은 오지 말길
같이 끄면 기념일 행사 되잖아 우리답지 않아
[기침 소리]
(미정) 네, 지태 아버지
그래 나야, 집에 별일 없어?
없어요
지안이는?
지안이 아직 안 들어왔어요
아니, 지안이 별일 없냐고?
왜 당신은 맨날 전화해서 지안이, 지수 지태, 지호 별일 없냐고 물어요?
(미정) 몰라요? 애들 전부 하루하루 사는 거 자체가 별일인데
뭐하러 매일 별일 없냐고 물어요?
별일 있다고 하면 당신이 뭘 어떻게 해 줄 건데?
아니, 당신 왜 그래?
집에 무슨 일 있어?
당신이 딱해서 그래요
자식들은 한참 전에 우리 품 벗어났는데
당신 혼자 착각하고 있는 거 딱해서
그래도 내 생각해 주는 건 마누라밖에 없네
(미정) 끊어요 국 끓어 넘치네
[울음 참으며 코 훌쩍이는 소리]
민증 먼저 꺼내세요
[작게 들리는 클럽 음악 소리]
(클럽 직원1) 빨리 갈아입고 나와 단체가 들어와서 정신없어 죽겠다
에헤이 단체면 오늘 영양가 없겠네!
알바비로 땡이겠어요
이 자식이, 점점 팁만 밝히냐?
서지호, 돈에 환장한 놈 몰라요?
알았어, 쩐내 풍기는 손님 1차로 붙일 테니까 얼른 나와
일억! 렛츠 겟 잇!
[흥겨운 클럽 음악]
(지호) 이쪽으로 오시고
일억 채워 주세요
자,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환호 소리]
(지호) 누구인데 저래요?
- 연예인이야? - (클럽 직원2) 아, 신데렐라
신데렐라?
(클럽 직원2) 저러다 12시 땡 치면 사라지거든
(클럽 직원2) 나름 유명인이야
근데 혼자 와서 저러고 놀아?
한 달에 한두 번? 부킹도 안 해
한마디로 정체불명
돈 안 되는 손님이네
[사람들의 환호 소리]
[흥겨운 클럽 음악]
[점점 고조되는 클럽 음악]
- 연습 늦어지고 있다고 전화했어? - (기사) 네
- (서현) 넘어가셨어? - (기사) 네
- 확실해? - (기사) 네
'네' 말고 할 말 없어?
(기사) 네
왜 없어?
(기사) 출발하겠습니다
어머니
- 연습이 늦어서... - 올라가
[애잔한 음악]
(지안) 안녕히 가십시오
(지안) 어서 오십시오
(손님) 여기 파리가모 매장이 어디야?
아, 이쪽입니다 손님
[휴대폰 진동음]
미치겠네 이 사람 진짜 왜 이래?
어서 오십시오
(기계음)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요새 사람들 '뚜껑 열린다, 뚜껑 열린다'
대체 얼마나 감정 조절이 안 돼서 저런 경박한 표현을 쓰나 했더니
그게 이럴 때 쓰는 말이었구나 이럴 때 쓰는 말이었어
이럴 때, 이럴 때, 이럴 때!
아, 쏘리
[도시락 뚜껑 열고 내려놓음]
유비
- 자네까지 왜 이러나? - 네?
이거, 이거
(도경) 이거 왜 달라? 도시락 이거?
내가 몇 번을 말했어 같은 걸로, 같은 걸로!
나하고 같이 먹을 땐 동등하게 음식 앞에 차별 없다!
내가 언제 단 한 번이라도 너하고 같이 밥 먹을 때 음식 갖고 차별한 적 있어?
없습니다
근데 왜 알아서 스스로를 차별해?
죄송합니다
(유 비서) 송 실장님 돌떡을 먹었더니 배가 덜 고파가지고요
양 적은 걸로 골랐습니다
- 그런 거야? - 네
- 그런 거지? - 네
그래서 그런 거야
(유 비서) 드십시오
하아, 나 진짜 어지러울라 그런다 진짜
아무래도 안 받으려고 단단히 작정한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대체 왜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씹고 하는 거냐고?
작정했으니까 그런 거 아냐?
양평에서 내가 해성 그룹 자식인 거 알았을 거고
벌써 제보한 거 아니야?
내 속도 모르고 내 깊은 뜻도 모르고 말이야!
오백만 원까지 안 받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어?
아, 괘씸해 죽겠다 진짜 이 아가씨
그냥 드시고 나서 나중에 생각하시죠
[통화 연결음]
번갈아 가며 하자
그래 어디 한번 끝까지 가 보자
트렁크에 잘 넣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깊은 한숨] [문자 수신음]
왔다, 왔다, 왔다, 왔다!
(지안) 왜 전화를 계속하세요? 계좌 번호 보내라고 했잖아요
(도경) 아무한테나 개인 정보를 알려줄 순 없죠
만나서 해결합시다
[문자 수신음]
(지안) 잔말 마시고 계좌나 보내세요
한 번 더 연락하면 가만 안 있어요, 나도
스토킹으로 고소합니다
고소?
유 비서
유비야, 전화 많이 하면 스토킹인지 정 변호사한테 한번 물어봐라
여기 있습니다, 고객님
딸 차로 와서 관리 서비스를 못 받았어
(손님1) 차에 짐 싣고 기다려요 화장실 좀 갔다 내려갈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 (매니저) 지호야, 지호야, 지호야 - 네
너 가서 2025, 1017, 1004로 열 개씩 가져와
- 열 개씩요? - (매니저) 응
- 네, 다녀오겠습니다 - (매니저) 응, 뛰어!
고객님 죄송한데 차 좀 빼 주시겠어요?
우리 딸 금방 올 거예요
제가 이 짐을 실어야 해서요
그리고 여기 차 주차하시면 안 되거든요
내가 운전을 못 해서요
돌아서 가, 아가씨
아, 네
[휴대폰 진동음] 아이, 미친놈 아냐!
(손님2) 야! 너 거기 서 봐
(손님2) 방금 뭐라 그랬어?
미친년?
(손님2) 미친년이라고?
아니에요, 고객님 고객님께 그런 게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똑똑히 들었는데
아, 그런 게 아니고요
계속 이상한 스토킹 전화하는 남자가 있어서요
그 사람한테 혼잣말한 거예요
미친년이 아니라 미친놈이라고 한 거예요, 고객님
그럼 줘 봐, 핸드폰
아
(손님2) '언제 와? 엄마랑 얘기 좀 하자'
얘 아주 저질에 악질이네?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 술술?
엄마인지 몰랐어요 정말 고객님께 그런 거 아니에요
얘가 날 끝까지 갖고 노네?
(손님2) 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 저기, 무슨 일로 이러십니까? - (손님3) 엄마, 무슨 일이야?
얘가 글쎄, 내가 지 차 가로막고 서 있다고 나더러 미친년이랜다?
미친년 아냐? 이래 놓고선 나한테 그런 거 아니래
야!
뭐야?
(손님3) 너 당장 무릎 못 꿇어?
(지안) 죄송합니다
이년이 끝까지 말로만 죄송하다네
오늘 우리가 여기서 쓴 게 천만 원이야!
죄송합니다, 고객님
빨리 꿇어요
이씨
무릎만 꿇어?
왜 무릎 꿇었는지 잊었니?
죄송합니다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
주차장 일 보고 받았어요
서지안 씨 해고야
아니, 이러는 법이 어딨어요?
저 사과했어요, 무릎도 꿇었어요
VIP 요구인데 알바생 안 자르면 내가 잘려
그러게 처음에 꿇으라고 할 때 바로 꿇지 그랬어요?
어차피 무릎 꿇을 거 왜 VIP 심기는 건드려?
이력서 보니까 이런 일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니던데
아이, 참
우리 집 주소요?
우리 집 주소는 왜 알려달라시는데요?
직접 만나서 댁 언니분 빚 털어 드리려 그럽니다
진짜요?
흠, 흠!
[차 문 여는 소리]
(도경) 아우, 허리야
아
아니, 사람 보자마자 내빼십니까?
잡아먹을 거 아니니까 긴장 풀어요
- 여긴 어떻게... - 그쪽 만나러 왔죠
나는 만나야겠는데 하도 안 만나 주시니까
제가 이 동네 사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재주가 좀 많습니다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왜 이러세요, 진짜!
계좌 번호, 개인 정보 알려주는 게 그렇게 싫으면
비서분 계좌 알려 주면 되잖아요!
- 진정, 진정하시고 - 진정하게 생겼어요?
우리 동네 어떻게 알았는지 그거나 먼저 말하세요
당장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어떻게 알았는지는 상대하고 비밀이라 말 못 하고
사과하러 왔어요 사과하고 설명하러
무슨 설명요? 무슨 사과요?
우선 양평에서 정산 약속 못 지킨 거 전화 못 받아서 기다리게 한 거
사과합니다
(도경) 명백한 내 실수예요
근데 그날 갑자기 급한... 그러니까
경황이 없을 만한 일이 있어서 그래서 핸드폰을...
알겠으니까 얼마 드리면 돼요?
이봐요
내가 시간 내서 여기까지 와서 오해 풀어 주고 설명하고...
알겠으니까 얼마 드리면 되냐고요?
그날 일당 얼마 쳐주실래요? 그것만 알려 주고 가세요
(지안) 오백만 원에서 그 돈 빼고 내일 당장 비서분한테 돈 드릴 테니까
사람이 사과하는데 왜 이렇게 삐딱해요?
사과받고 싶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내가 왜 사과받고 싶은 사람이 아닙니까?
돈 없다는 사람 택시 타고 오게 하고
집에 갈 택시비 없다는 사람 기다리게 하고
애타서 하는 연락 다 씹은 분이니까요
그 사정 설명 중이잖아요
그쪽이 설명하고 싶으면 설명 들어야 하고
나 보기가 구질구질하다면 그런 줄 알아야 하고
급한 일 생기면 연락 씹어도 되고
난 빗속에서 2시간 걸어도 되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래, 그거!
택시비 없다고 왜 2시간 걸어요? 카드 쓰면 되는데
카드 안 쓰거든요
처음 약속 3일 안 지킨 건 본인이신데 되게 당당하시네
할 만큼 했으니까요
할 만큼이라는 게 그쪽이 정할 일 아니지 않나?
(도경) 봐준 건 납니다
자존심 참 대단하신데
그렇게 대단하면 수리비 전액 주시지?
네?
왜 처음부터 오백만 원인 것처럼 굴어요? 염치없게
수리비 2,070만 원에서 무려 1,570만 원 손해 봐 줬는데, 내가
현금?
이거 2, 3천은 들 텐데?
2,070만 원이었어요?
오백만 원이 최선이라고 빌었던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맞나?
봐줄수록 양양이라고 아무한테나 동정 베풀지 말라고 그랬는데 실수했네
(도경) 이천만 원일 땐 비굴하게 굴더니
오백으로 깎고 나니까 자존심 회복하는 놀라운 능력 가지셨네요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 받읍시다 이천만 원
성질, 자존심 부릴 거면 줄 거 주고 부려야죠, 안 그래요?
그래요, 안 그래요?
그렇게 떨 거 없어요 돈은 안 받을 테니까
그날 양평으로 급호출한 값으로 나머지 오백만 원도 안 받아 주겠다고
털어 주려고 기다리라고 한 거니까
지금 장난치세요?
그럴 거면 그럴 생각이라고 문자로 했어도 됐잖아요
이 아가씨가 진짜 구제 불능이네
거지 근성 있어요?
뭐라고요?
돈 많은 사람들 돈은 우습게 보이나?
의미도 이익도 보람도 없이 돈 쓰는 사람 없어, 이 아가씨야
(도경) 정중한 감사 인사도 안 받고 문자로, 전화로?
죄송합니다
그렇지
오백만 원까지 털어 준다니까 바로 숙이시네
오백만 원은 갚을게요
아니, 절대 갚지 말아요
(도경) 알수록 볼수록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 두 번 다시 안 보고 싶으니까
오백만 원은 갚을 거예요
(도경) 2.070만 원 안 갚을 거면 쇼 그만 부리시죠, 가해자 님
(지안)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동경소녀의 '어쩌면 내일은' 재생]
(도경) 진짜 구제 불능이네 거지 근성 있어요?
(하정) 노예근성 생겼어?
(하정) 계약직 잘려 놓고 커피 타라니까
냉큼 '네' 소리가 나와?
(백화점 직원) 어차피 무릎 꿇을 거
왜 VIP 심기는 건드려?
(부장 딸) 엄마는 언니처럼 안 되려면 특목고 가야 한대요
(동료) 부장 과장 대리님이 똥도 닦아 달라 그러면
그래도 닦아 줄래?
(하정) 네 정직원 자리 돌려달라고 빌고 싶지?
(도경) 2,070만 원 안 갚을 거면 쇼 그만 부리시죠, 가해자 님
[흐느껴 우는 소리]
[휴대폰 진동음]
이 시간에...
여보세요?
저... 서지안이에요
은석이니?
부탁이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말해, 뭐든 말해
저...
이천만 원만 빌려주세요
(지안) 지수야, 지호야 밥 먹어!
[계단 뛰어 내려오는 소리]
우와, 요새 우리 집 반찬이 왜 이렇게 푸짐해?
(미정) 먹자
엄마, 살림 거덜 내기로 작정했어?
아침마다 왜 고기반찬이야?
큰누나, 많이 먹어
(지수) 요새 막내 녀석이 왜 이렇게 언니한테 잘해 주지?
수상해 그렇지, 언니?
그러게, 미안하게
고마워가 아니라 왜 미안해야?
오빠한테도 미안해
지수한테도 미안하고
엄마도 미안해요
저 그 집으로 들어갈게요
그 집으로 들어간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갈게요, 제 부모님 댁으로
[의미심장한 음악]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지수) 진짜 지안이가 언니가 아니야? 어떻게 우리가 쌍둥이가 아니야?
(혁) 우리 로미오와 줄리엣이냐? 마음 놓고 한나절을 못 본다
(지안) 저 수리비 2,070만 원 빚진 사람인데요
전화 끊습니다 끊고 번호 차단할 테니까
엔가온 멤버시죠?
나 지금 협박합니까?
2,070만 원 어떻게 드릴까요?
아...
- 내가 큰 사고 쳤어요 - 뭐?
(미정) 지안이가 간다고 했어요!
(태수) 모르고 한 말이잖아?
- (명희) 온대요? - (도경) 은석이가 온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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