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던 우리에게 3
[새가 지저귄다]
[밝은 음악]
(솔이) 몸은 좀 어때?
(헌) 어
고마워
늦겠다
(솔이) 어?
[밝은 음악]
가자
어?
아, 어, 어
(솔이) 내가 들까?
- (헌) 어 - (솔이) 응
[호루라기를 분다]
(학생 주임) 잘했어
(진환) 신솔이, 네가 우리 반 반장을 한다고?
맨날 숙제는 내 걸 베끼고
수업 시간엔 꾸벅꾸벅 졸고
그것도 아닌 날에는 그림 그리며 딴짓하…
- (하영) 콱 - (진환) 는데
(진환) 아니, 내 말은
솔이 너만 잘못됐다는 게 아니야
사실 우리 반에는 반장 할 사람이 없다 이거야
우대성은 학교나 나오면 다행이고
차헌, 쟤는
반 애들 이름도 다 모르고
우리 하영이는…
[하영의 못마땅한 신음]
(희지) 헌아, 혹시 바빠?
나 반장 연설문 다 썼거든
한 번만 봐 줄 수 있어?
알았어, 이따 봐
(희지) 응
(하영) 너 저래도 포기할 거야?
[흥미로운 음악] 네 사랑 차헌이
저 얄미운 오희지랑 나란히 선도부를 할 텐데
보고만 있을 거냐고
그건 아니지
(솔이) 안녕하세요
저는 신솔이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솔이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솔이입니다
[한숨 쉬며] 그래, 애들이 내가 신솔이인 걸 모르겠냐고
[한숨]
[놀라며] 엄마
(대성) 아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패기가 없어?
아, 이 학교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우리 브라더의 패기 어디 갔냔 말이야
자, 보자
[헛기침]
'저 신솔이' [익살스러운 음악]
'우리 7반을 위해 이 한 몸 다 바쳐'
'충성을 다해 불 싸지르겠습니다'
'저 왕세형'
(세형) '우리 7반을 위해'
'이 한 몸 다 바쳐'
'충성을 다해 불사르겠습니다'
(학생들) 왕세형, 왕세형, 왕세형!
기호 3번 왕세형!
[학생들이 환호한다]
(학생1) 야, 근데 세형아 이거 빵 하나 더 먹어도 되냐?
(대성) 왕세형 걸 베낀 건 아니지?
혹시 같은 웅변 학원 다녔어?
(솔이) 아휴, 망했네, 망했어, 진짜
아휴
(대성) 저런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얘기 말고
너의 장점이 뭔지 한번 생각해 보자
그냥 기권할까 봐
걱정 마
있다니까, 우리 브라더의 장점
뭔데, 그게?
진정성
응? 진정성?
(대성) 뭐, 비록 지금은 보잘것없는 동네북이지만
뭐, 어쨌든
앞으로 최선을 다할 거잖아?
(솔이) 응, 응
그것만으로 끝내주는 반장이 될 자격이 충분하지
근데 이거 칭찬이야, 욕이야?
[오리 울음 효과음]
오 [밝은 음악]
우리 브라더
언어 듣기 능력이 아주 출중한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솔이) 야! 야, 우대성!
[대성의 비명] [솔이의 놀란 신음]
(대성) 어어, 저거 뭐야?
- (솔이) 왜, 왜? - (대성) 아닌데, 뻥이야
[대성과 솔이의 웃음]
(솔이) 어, 헌아
(헌) 왜?
너 누구 뽑을 거야?
(솔이) 아니, 아니야
대답하지 마
비밀 투표인데 말하면 안 되지
어
아, 아무튼
나 정말 열심히 할 거니까 꼭 지켜봐 줘
[새가 지저귄다]
(솔이) 선생님, 그리고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신솔이입니다
제가 반장 선거에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거나 또 못마땅한 친구들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 성적이 좋지도
그렇다고 모범적인 학생도 아니고
리더십이 좋거나 웃기지도 않으니까요
(하영) [작은 목소리로] 힘내!
(진환) [작은 목소리로] 파이팅!
[밝은 음악]
[솔이의 심호흡]
저는 실수할 때도 많고
바보 같은 짓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 더 좋은 방향으로
많이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솔이) 앞으로 우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 보낼 겁니다
그 후에 저는 여러분의 기억 속에
사고뭉치 신솔이가 아니라
모두를 위하고 도왔던
여러분이 좋아하는 반장 신솔이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학생들이 계속 박수 친다]
(희지) 이거
연설문 도와줘서 너무 고마웠어
됐어
(수진) 그러지 말고 받아
희지가 손수 만든 건데 너무 아깝잖아
[속삭이며] 잘됐다, 그렇지? 그렇지?
어머, 부반장이네?
부반장도 감지덕지 아니야?
주제를 알아야지
(희지) 왜 그래
(수진) 왜, 뭐, 어때
그러는 넌 뭔데?
[흥미로운 음악] (대성) 주제는 네가 알아야겠는데?
[수진의 헛웃음]
괜찮아
말해 봐
너 솔이 왜 안 뽑았냐?
당연히 아니니까
오케이
(숙희) 희지랑 솔이가 동점이네?
(솔이) 선생님
차헌이 없는데요
[문이 드르륵 열린다]
(진환) 차헌
넌 누구한테 한 표야?
(세형) 야, 차헌, 나 여기 있다
여기 짝꿍 있는 거 잊으면 안 된다
[학생들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오희지
[학생2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솔이) 야, 차헌
- (헌) 왜? - 왜 내가 아니라는 건데?
네가 반장감은 아니잖아
오희지는 당연히 반장감이고?
너보다는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헌의 아파하는 신음]
(헌) 야
(하영) 뭐? 네가 차헌을 깠다고?
그것도 완전 확?
(솔이) 좀 작게 얘기해
와, 신솔이 너 완전 감동이다
제대로 한 방 먹였는데? [익살스러운 음악]
차헌을 발로 깐 건 넌데 왜 내가 더 짜릿한 거지?
[속상한 신음]
난 심란해 죽겠다고
사과하면 받아 줄까?
(진환) 차헌, 차헌, 같이 가
대박, 완전 믿을 수가 없다
씁, 신솔이가 차헌을 발로 뻥 깠다…
(세형) 솔이, 솔이, 신솔이
솔이, 솔이, 신솔이
솔이, 솔이, 신솔이
[세형의 익살스러운 신음] (솔이) 왜!
(세형) 여기
이게 뭔데?
다음 주에 쓸 체육 대회 반티값
희지가 너한테 내라던데?
- (솔이) 나한테? - (세형) 몰라
[하영의 한숨]
이렇게 떠넘기겠다 이거지?
[놀란 숨소리] 하영아
나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일단 부반장이면 그냥 해야지
아니, 차헌 말이야
차헌한테 어떻게 반티값을 걷냐 이거야
야, 그냥 말해
머리에 딱 헤드록 걸고
총 쏘면서, 빵
'돈 내놔'
[솔이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솔이) 난 키가 안 닿잖아
앉아 있을 때 해
차헌 맨날 앉아 있잖아
[한숨]
(학생3) 자, 자, 하나, 둘, 셋!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거스름돈
(희지) 헌아
아까 담임 샘이
너한테 영어 원서 좀 추천받으라 하시더라
네가 이미 많이 봤다고
난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어떤 걸 보는 게 좋을까?
나중에 리스트 적어 줄게
응
(희지) 반티값 다 걷었지?
야자 전까지 선생님이 달라셔
응, 알았어
- (수진) 가자 - (희지) 응
[흥미로운 음악]
[작은 목소리로] 뭐야?
어? 어디 갔지?
[놀란 숨소리]
잘 생각해 봐
응
[희지가 교탁을 탁탁 친다]
다들 국어 수행 평가 제출해
여기 나
아, 미치겠네
(하영) 쉿
수행 평가 노트에 끼워 뒀나 봐
[놀라는 숨소리]
찾아오면 되지
(하영) 오희지랑 이수진이 알기 전에 찾아오면 돼
근데 그럼 교무실에 가야 되잖아
(솔이) 근데 국어 샘 옆자리가 [흥미로운 음악]
[학생 주임의 웃음]
(솔이) 학주잖아
[한숨]
난 아마 안 될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꿀꺽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심장 박동 효과음]
[꿀꺽하는 효과음]
[한숨]
[새소리 효과음]
[한숨]
[초조한 신음]
(대성) 브라더
어, 어? [흥미로운 음악]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아니
배, 배가 아파서
진짜?
[노크 소리가 들린다]
[아파하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대성) [힘겨운 목소리로] 선생님, 안녕하세요
[대성의 아파하는 신음]
[보건 교사의 헛기침]
아, 선생님, 저 배가 너무 아파서요
약 좀 주세요
어디가 아픈데?
- 배… - (보건 교사) 어디 한번 좀 볼까?
[당황한 신음]
예 [헛기침]
[대성의 아파하는 신음]
(보건 교사) 여기면 체한 거고
[대성의 신음] 여기면 장염이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숨을 씁 들이켠다]
그럼
다 다른 약을 먹어야 되나요?
(보건 교사) 그렇지
아픈 원인에 따라 먹어야 하는 약이 다 다르지
그러니까 그…
성별도 중요해
[익살스러운 효과음]
남자와 여자가 먹는 약이 다르거든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정확하게 말해 줄래?
[코를 훌쩍인다]
저, 그럼
여자 약으로 주세요
[보건 교사가 픽 웃는다] [대성의 멋쩍은 웃음]
감사합니다
(솔이) [괴로워하며] 아, 어떡해
[대성의 헛기침]
[솔이의 한숨] (대성) 받아
빨리 먹고
어?
빨리 먹어
[대성의 헛기침]
[헛기침] [코를 훌쩍인다]
[솔이가 훌쩍인다]
너 반티값 잃어버렸지?
아니
그래?
그럼 말아
아, 헌아 [익살스러운 음악]
- 나 좀 도와줘 - (헌) 내가 왜?
(솔이) 아까 발로 찬 거 미안해
근데 내가 바로 사과하려고 했어, 진짜야
아, 도와주면
내가 평생 이 은혜 잊지 않을게
어디서 잃어버렸는데?
국어 노트에 끼워 놨고
숙제로 제출했어
(헌) 아, 그럼
[속삭이며] 가서 국어 샘도 뻥 걷어차면 되겠다
(솔이) 아, 완전히 망했어!
[솔이의 떨리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죄송합니다
(솔이) 아, 제발 부탁드릴게요
저희 반 친구들한텐 절대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
특히 오희지랑 이수진은
절대 안 된다고요
절대, 제발
(헌) 뭐 해?
왜 길을 막고 섰어?
[옅은 신음]
[학생 주임이 학생들을 훈육한다]
(숙희) 어, 헌아, 컨디션 괜찮니?
부럽다
[학교 종이 울린다]
희지야, 반티값은 다 걷었지?
네, 부반장에게 있어요
솔이야, 왜 그러니?
아, 선생님
그러니까
제가…
[밝은 음악]
솔아?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반티값을 잃어버렸어요
그걸 지금 차헌이 찾아 줬고요
(수진) 난 쟤 그럴 줄 알았다니까
(세형) 와, 신솔이, 대박 사건
미안해, 얘들아
난 부반장 자격이 없는 것 같아
(학생4) 야, 쟤 사퇴해야 되는 거 아니야?
(학생5) 야, 저 정도면 대형 사고지
[술렁인다]
(숙희) 조용, 조용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어
그건 선생님인 나 역시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그 잘못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지
이렇게 나서서 고백하는 것도 아주 큰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고
그런 의미에서 난
솔이가 아주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해
[부드러운 음악]
(미녀) 없어진 것도 아닌데
괜찮지 않나?
(학생6) 그래, 괜찮지
(학생7) 다 그대로 있잖아
그럼 됐지
"다음에 계속"
[부드러운 음악]
(숙희) 헌아, 수고해
(헌) 네
(학생 주임) 야, 뭔 일이야?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학생 주임) 어휴
잘하란 말이야, 응?
너희들도 내일모레 고3이다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신솔이 파이팅! [부드러운 음악]
(진환) 신솔…
헌아!
[솔이의 비명] (대성) 다음 주에 운동회가…
(감독) 운동회가 너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데?
(하영) 야, 차헌, 너 쟤가 왜 저렇게 열심인 줄 알아?
(진환) 선생님, 저희 하영이 괜찮은 거죠?
(하영) 꼭 가야 돼
- (진환) 무슨 방법 없나? - (헌) 담 넘으면 돼
- (학생 주임) 거기 뭐야? - (헌) 학주 온다
(솔이) 우리 집 앞 놀이터에서 잠깐 볼래?
(헌) 긴장하지 마
(솔이) 헌아, 나 도와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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