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남자 4
-모네야. 우리 모네가 이렇게 예뻤었나?
-정말? 태성 오빠 오늘 온대?
-그럼. 아, 안 그래도 조금 전에 전화 왔었는데.지금 오는 길이라고.
-나 온다는 말, 했어?
-아니. 깜짝 놀래주려고 안 했지.그런데 너희 오빠 말이야.되게 웃기더라.
-뭐가?
-그냥...너랑은 너무 달라서.차도 없고.좀.꾀죄죄하게 사는 것 같기도 하고.그리고.아이, 아니다.그냥 여러 가지로 너랑은 되게 다른 것 같아.
-그래도 멋있지?
온다.
-모네도 왔네?안녕?
-오빠...
-놀랐죠? 모네랑 나랑 태성 씨 놀래주려고 일부러 말 안 했는데.일단 성공한 건가?이렇게 보니까 둘이 또 닮은 것 같기도 하다.남매 사이라 역시 달라.그렇죠, 태성 씨.
-닮았어요?우리가 ?
-네. 아, 모네야.엄 상무도 부를 걸 그랬나?태성 씨, 엄 상무님 만나본 적 있어요?
-물론 두고 봐야죠.모네하고 결혼할 사이인데.
-오빠, 나.오빠.나 엄 상무 아저씨랑 결혼 안 해요.아빠한테 말씀 드렸어.오빠랑 결혼하고 싶다고.오빠 아니면 안 된다고.
-모네야. 누구랑 결혼을 해?오빠?어떤 오빠?
-오빠가 뭐라고 하든 나 두 번 다시 오빠 안 놓칠 거야.그러니까 내 전화 피하지 마.
-모네야. 왜 그래?너희 오빠잖아.
-언니 미안한데.내가 거짓말했어.이 오빠 우리 작은오빠 아니야.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심건욱.미안해.
-뭐? 아니, 잠깐만.지금 이 사람이 홍태성이 아니라고? 이봐요.당신 누구야?
-들었잖아요.심건욱.
-그럼 지금까지 나한테 홍태성이라고 거짓말한 거였어?
-나는 거짓말 한 적 없는데.그쪽이 마음대로 나를 홍태성이라고 불러서 가만히 있었고, 내가 홍태성이기를 원하는 것 같아서 그런 척 해 주고.
-아,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야.
-언니.
-재미있네.
-웃어? 재미있어? 너 재미있어 죽겠지?이거 완전 나쁜 새끼네.너 사람 순식간에 바보로 만들어놓고 너는 재미있어?
-언니! 재인 언니 왜 저래?둘이 무슨 일 있었어?
-모네야, 잠깐만.네가 시작한 일이야.
-뭐?
-커피 들고 다가와서 일부러 내 옷에 흘렸고 그걸 핑계로 명함 주고, 전화 기다렸다 찾아오고.처음부터 네가 시작한 일이야.그런데 왜 화를 내?
-왜 화를 내?왜 화를 내.그래.내가 먼저 시작했다.네가 혜신그룹 둘째 아들 홍태성인 줄 알고 내가 먼저 꼬이려고 들이댔어.들이대기만 해?얼굴에 철판 깔고 그 꾀죄죄한 집에 가서 생판 얼굴도 모르는 남자 빨래에, 청소에, 설거지까지 다 해 줬어.너, 아니, 홍태성 붙잡으려고.
-내가 홍태성이 아니라서 억울하다?
-그래, 억울해.분해.네가 홍태성이 아니라서 화가 나고.너같이 나쁜 놈한테 내 마음 들킨 것 같아서 창피해서 화가 나고.한 순간이나마 너같은 놈 진짜로 좋아할 뻔했던 내가 한심해서 화나 미치겠어.이제 됐어?그러니까 꺼져.
-이렇게 되면 내가 홍태성이 아니라는 게 정말 미안해지는데.
-뭐? 너 아직도 내가 우습지?그런데 웃기지 마.너나 나나 똑같은 부류의 인간인 거 알거든.그러니까 잘난척하지 마.아.너 나랑 같은 이유로 모네 만나는 거 아니었으면 좋겠다.
-말리고 싶었어.비참해 봐야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거기서 끝낼 테니까.
-왜 끝내야 되는데?네가 뭔데?네가 나한테 뭔데?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
-(건욱 ) 첫사랑 해 보셨으면 알 텐데.그때는 상대가 누구이든 중요하지 않죠.그 감정에 몰입해 버리니까.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죠.열병처럼 들끓으니까.(휴대전화 벨 소리)
-네, 엄마.지금 출발하려고요.네.제가 소담이 유치원에 가서 데리고 갈게요.그리고 저녁에 늦어요.저녁 준비할 것 없어요.
-검사님은요?
-늦으세요.저 머리카락 날리는 거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청소 신경 좀 써주세요.
-알겠습니다.죄송합니다.
-미스 양한테도 그렇게 말하고요.강 기사.소담이 데리고 평창동으로 가요.
-네, 아가씨.
-한봉아.
-네.
-봐봐. 얘기를 하잖아.한 번 딱 제대로 서라는 말이야.이렇게 하지 말고 말이야.딱 보고.하나, 둘!
-왜 사람이 없는 집을 들어왔냐 이거지.최첨단 무인 경비 시스템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우리집을 어떻게 들어왔냐, 이거지.나는 그게 상당히 불쾌하다 이거야.
-저, 감독님.그거 누가 그랬을까요?
-그런 악의 세력들은 완전히 뿌리 뽑아야 돼.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밝혀내고 말겠어.
-혹시 우렁각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
-고둥 종류는 내가 싫어하기 때문에 우렁은 아닐 거야.
-옆집 할머니 아니에요?
-한봉아.
-(건욱 ) 첫사랑 해 보셨으면 알 텐데.그때는 상대가 누구이든 중요하지 않죠.그 감정에 몰입해 버리니까.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죠.열병처럼 들끓으니까.(휴대전화 벨 소리)
-네, 엄마.지금 출발하려고요.네.제가 소담이 유치원에 가서 데리고 갈게요.그리고 저녁에 늦어요.저녁 준비할 것 없어요.
-검사님은요?
-늦으세요.저 머리카락 날리는 거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청소 신경 좀 써주세요.
-알겠습니다.죄송합니다.
-미스 양한테도 그렇게 말하고요.강 기사.소담이 데리고 평창동으로 가요.
-네, 아가씨.
-한봉아.
-네.
-봐봐. 얘기를 하잖아.한 번 딱 제대로 서라는 말이야.이렇게 하지 말고 말이야.딱 보고.하나, 둘!
-왜 사람이 없는 집을 들어왔냐 이거지.최첨단 무인 경비 시스템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우리집을 어떻게 들어왔냐, 이거지.나는 그게 상당히 불쾌하다 이거야.
-저, 감독님.그거 누가 그랬을까요?
-그런 악의 세력들은 완전히 뿌리 뽑아야 돼.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밝혀내고 말겠어.
-혹시 우렁각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
-고둥 종류는 내가 싫어하기 때문에 우렁은 아닐 거야.
-옆집 할머니 아니에요?
-한봉아.
네.
-이제
-나는 누구인지 아는데.
-도대체 누구야?누구야?
-되게 예뻐.
-예뻐? 예뻐, 또?
-되게 재미있던데.
-여기서 일단 두 가지 단서 나왔어.예쁘면서도 재미있다.일단 인기 여성 코미디언으로 압축이 되네.자, 또, 누구?뭐?다시 얘기해 봐.
-그리고..형 팬티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자, 정리를 해 보자.굉장히 오묘한 개성을 가진 여성이라고 볼 수 있겠네.내 팬티를 좋아한다고 그러면 뭐 여자로서의 삶은 포기한 그런 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자, 그리고 또?
-궁금해. 얘기해 까?
-화끈하게 얘기해, 화끈하게.
-화끈하게!
-화끈하게 한 번 가자.가자.
-화장실 좀 갔다올게.
-소담이 학교 입학하면 회사로 들어와.
-안 그래도 그러려고요.
-갤러리는 관심 없어 보이고.생각하고 있는 일이라도 있니?
-호텔이나 백화점 쪽 일을 해 보고 싶어요.
-그래. 내 생각에도 그쪽이 너랑 맞지 싶다.
-태성이는 일본에 잘 도착 했대요?
-걔가 언제 집에 전화하는 애니?
-태성이를 보면 잘 모르겠어요.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엄마.
-왜?
-그 아이는.잘 지내고 있겠죠?
-누구?
-그때 그 아이요.태성이랑 바뀐 아이.
-그 애 얘기는 왜 꺼내?입에 담지도 마, 불쾌해.
-태성이를 보면 가끔 그 애 생각이 나.그 아이는 지금 뭘 할까.만약 그 아이였다면 어땠을까.그 아이였다면 달라졌을까?
-왜 그래?무슨 일 있니?
-아니요. 그냥요.
-아저씨. 딱 걸렸어요.1천 원 내놔요.
-레드 썬.
-아이, 돈이나 내놔요, 빨리!그래.내가 안 줄 줄 알았다.그런데요.나인 줄 어떻게 알았어요?
-네 목소리.
-내 목소리가 뭐요?
-웃기잖아.
-아, 진짜!아니, 그런데 아저씨.이 동네 사세요?
-응. (휴대전화 벨 소리) 뭐야, 내가 또 받으라고요?아니, 보면 만날 동앗줄밖에 안 오냐.아저씨 같이 가요.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아저씨.빚졌죠?동앗줄이라는 거 빚쟁이죠?아!저기에서 잘려서 카드 돌려막기 하는구나.그렇죠?그러니까 만날 아이들 삥이나 뜯고 살지.아휴.힘내세요.
-저기.
-하늘에 뭐요?
-저기서 사람들한테 동아줄을 하나씩 내려주거든?
-네? 나 그런 거 본 적 없는데.
-그런데 사람들은 그 동아줄만 타고 올라가면 뭐든 되는 줄 알고 일단 잡거든.그런데 그 중에는 썩은 게 태반이라 수 없이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또 떨어지고.나한테 마지막 남은 동앗줄이 있는데 그거야.
-아! 뭘 그렇게 어렵게 얘기해요?돈 꿔주면 되잖아.아저씨.노동을 하세요.땀을 흘리고 일을 해야 돈이 나오지.
-그래.
-일을 하세요.왜 1천 원 안 줘요?
-줄거야.
-나쁜놈.
-모네가 좋아하는 놈이 심건욱이라고?내가 한 번 만나보지.
-네? 당신이 만나서 어쩌시려고요?
-버리지 못할 때는 내 사람으로 써야 되는 거야.그래야 나중에 탈이 안 나요.
-아버지.
-나한테 맡기거라.내가 알아서 처리할게.그래, 요즘 모네는 어때?
-오늘도 차 사고 날 뻔 했어요.도대체 걔가 왜 그러는지 몰라.
-문제 생겨 좋을 거 없어.조용히 넘어가게 해.
-아휴...요즘에는 잠잠하다 했어.또 뭔데?말해 봐.무슨 일 있어?야, 문재인.
-어, 어?어.야.그래도 종이장판이라 그런지 잘 지워진다.
-언니 돌았지?언니도 그 뭐냐.아, 동아줄 곧 내려올 테니까 좀 웃으면서 살아.남자가 뭐 그 남자 뿐이야?실연이 언니의 그, 뭐냐.아!말라붙은 감 정에 자극도 좀 주고 정신건강에 도움 줬다 생각하고 삭여.
-아, 진짜.실연당한 거 아니라고 했다.
-그럼 사기인가? 부잣집 아들 아니라며?
-진짜 죽는다, 너.
-하여튼. 걱정하지 마.하늘에서 언니한테 동아줄 쫙 내려보내 줄거니까.
-동아줄? 그건 또 무슨 소리야?아, 시끄럽고 이거나 지워.
-아, 왜 그래.
-아, 빨리.자국 나기 전에.
-내가 더 잘 지운다.
-갤러리. 디딘.
-흠!
-관장님. 오셨습니까.
-갤러리 경비 좀 강화시키세요.오픈도 안 했는데 사람들 함부로 들이지 마세요.
-예.
-오셨어요.
-어, 그래, 수고.지금 귀한 작품들 갖다 놓고 불미스러운 일 생기면 안 돼.경비 강화하고 낯선 사람 접근 못 하게 해, 오픈 전까지.
-알겠습니다.
-참 재인 씨.본사 로비에 걸어둔 작품 좋더라.다른 곳 작품도 전체적으로 교체할까 싶은데 콘셉트 좀 잡아봐.대낮부터 웬 이상한 사람이 왔다 갔다 해?
-누가 있어요?
-아니. 좀 신경 쓰여서.
-인천에 로봇을 테마로 한 로봇 테마파크 사업, 우리 혜신이 맡기로 했습니다.
-그 국제사업 말하는 거지?
-네.
-일단 진행시켜.
-네.
-그쪽은 태성이가 좋아하겠구먼.아, 그리고 모네가 만나는 녀석이 있어.그 녀석 좀 불러들여.
-네.
-왜 그렇게 혜신그룹에 집착하시는 거죠?
-연어는 때가 되면 태어난 강으로 돌아갑니다.그런데 그 강이 사라져 버렸다면.왜 사라져버렸는지 알고 싶지 않겠어요?해신그룹.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버려지고 가장 소중한 걸 잃어버린 사람의 아픔과 분노가 어떤 건지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엄마.아빠.빨리 와.
-한태성 씨.아니.심건욱 씨.그런데 당신 정확한 이름이 뭐예요?
-나도 가끔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네요.누가 나를 불러줄까.어떤 이름으로.(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심건욱 씨 되십니까?
-네, 그런데요.
-해신그룹 회장님 비서실입니다.홍 회장님께서 뵙기를 원하십니다.
-해신그룹이요?
-내일 오후 2시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그럼 오후에 찾아 뵙겠습니다.
-태성아.
-아빠!
-이야, 우리 태성이 왔어?
-안녕하십니까?심건욱이라고 합니다.
-앉게. 자네에 대해 조사를 좀 해 봤는데.흥미로운 구석이 꽤 많아.어째 낯이 익어.우리 초면일 텐데.정말 낯이 익구먼.신기하네.미국 유학파에.내가 다닌 대학을 나왔구먼.기업 합병 인수가 전공이고.그래, 한국에는 왜 들어온 건가?
-가족을 찾으러 들어왔습니다.
-가족? 미국에 입양됐었다고 했지?그래서.가족은 찾았나?
-곧 찾을 예정입니다.
-그래. 잘 됐네.그래도 잊지 않고 돌아와서 가족을 찾겠다니 기특하구먼자네 PSD학위라는 말 들어봤겠지?
-가난하지만 똑똑하고 부자가 되고 싶은 강한 욕망을 가진 사람.앨런 그린버그 회장이 찾는 인재상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양반은 MBA 학위보다 PSD 학위를 가진 인재를 찾으라고 했어.나도 그런 사람이 좋아.자네한테 기회를 한 번 줘 볼까 하는데.내가 시키는 일, 한 번 해 보지 않겠나?
-저기요. 갤러리에서 나왔는데요.
-오랜만이네.
-좀 늦으셨네요.
-왜 갑자기 존대말이야?
-미술품 배치 현황목록 가지고 오셨죠?
-덕분에 결혼, 잘 했어.
-1층에 전시된 미술품은 다 어디 있나요?
-네 생각이 나기는 하더라.너도 봐서 알겠지만 너만큼 예쁘지는 않거든.솔직히.
-그만해. 여기 지금 일하러 온 거잖아.
-아직도 내가 그렇게 미워?아니, 어쩔 수 없잖아.결혼이라는 게 현실이다 보니까.조건 보는 게.
-뭐라고 부르면 돼?
-뭘? 규원 씨라고 불러.새삼스럽기는.아니면 오빠라고 하던가.그게 편한가?
-아니, 직급에.언제까지 승진 못하고 빌빌 거리면서 살래?그 정도면 대리 정도는 달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가? 아, 오늘 어때?우리 와이프 일 때문에 파리에 갔는데.우리 오랜만에.
-재인아! 누구야?애인이야?
-그새 생긴거야?
-우리 재인이한테 무슨 볼일 있어?
-우리 재인이?
-손 치워라.너같은 게 애인인 척 하면서 도와주려는 거 별로 안 반갑거든.이 일, 회장님 사모님께서 직접 부탁하신 일이야.그렇게 사적인 얘기하면서 업무 방해하면 곤란할 텐데.승진은 해야지.언제까지 와이프 등쳐 먹으면서 살래?
-너무 발악하지 마, 재인아.흉해 보여.그리고 너 자존심 상할까 봐 얘기 안 했는데 나 이번에 팀장으로 진급했어.결혼을 잘해서 그런지 일이 술술 풀리더라.우리 회사 사원증에 직급같은 거 안 적혀 있어.회의 시간이네.나 가볼게.다음에 우리 팀 막내랑 얘기하도록 해.간다.
-너는 뭔데 나서?잘난 것도 없으면서.다시는 내 일에 끼어들지 마.야.네 차야?내려.
-타.
-네 차냐고.내리라고.
-엔진 소리는 쓸 만하네.
-나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거든.내리라고.놔.안 놔?
-타. 벨트 해.
-사람 놀리니까 재미있니?여기는 왜?여기는 왜 왔는데.
-여기는 아무도 없잖아.창피할 것도 없고.
-그래서?
-소리 한번 확 지르고 .다 풀어버리라고.야!야!
-야!
-야! 야!
-야!
-야!
-아!
-일본? 왜?건욱 오빠를 왜 일본에 보내?
-태성이 도와주라고 아빠가 보내신 거야.일하는 거 지켜보다가 일하는 게 마음에 들면 너랑 교제를 허락하신대.
-와! 진짜로?진짜?얼마나?얼마나 있다가 오는 건데?
-태성이 데리고 한국에 빨리 온다면 시간도 앞당겨지겠지.그런데 조건이 있어.네가 더 이상 말썽부리지 않고 공부에 전념하면.
-무슨 조건이 그래?
-너 계속 말썽부리잖아.어떻게 할래?아빠 말씀대로 할래, 네 고집대로 할래?
-아, 알았어.이제 말썽 안 부리면 되잖아.그런데 진짜?정말, 정말?
-모네야. 그 사람이 그렇게 좋니?
-응. 그렇게 좋아.왜.겨울 되면 정전기 생기잖아.막 손가락 부딪히면 찌릿찌릿하고.요즘에 한 20년치 정전기가 한꺼번에 온 것 같아.그냥 막 떨려.나 이런 적 처음이다.언니는 형부한테 그런 적 없어?
아까 그 자식 옛날 애인이야?옛날 애인한테 복수하려고 해신그룹 아들 만나려고 했던 거야?
-사랑 .해 본 적 있어?대학교 4학년 때, 우리 학교 선배였는데 나는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남자인 줄 알았어.진심으로 사랑했었고.그래서 결혼까지 하려고 했었는데.돈 많고 배경 좋은 여자랑 결혼하더라.미안해.나한테 그.딱 한마디만 했거든.몇 년을 사랑한다고 쫓아다니고 결혼까지 하자더니.미안해.그 세 마디로 끝이었어.그런 게 사랑이라니.정말 웃겨.사랑이라는 거, 없어.내가 볼 때는 사랑이라는 건 없어.너는 이름이 뭐랬지?
-심건욱.
-심건욱. 너도 다를 것 없어.너도 내가 우습지?쉽고 만만하지?
-재미있기는 하더라.
-그래. 다 나를 갖고 놀아라.너, 심.
-심건욱.
-그래, 심건욱.우리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너는 내 생애 최고 창피한 인연이야.아까 그놈보다도 더.아, 토할 것 같아.
-등 두들겨 줄까?
-아니, 됐거든.다시는 네 앞에서 망신 당하기 싫다.우리는 여기서 끝.종.응?
-그게 마음대로 돼?
-뭐가?
-누군가를 보고 안 본다는 게, 마음대로 되는 거냐고.
-글쎄. 몰라.나는 너 다시는 안 볼 거니까.
-주웠어.
-남자들은 선물 줄 때 꼭 그런다더라.뭐 나한테 미안하기는 했나 보지?어?이거 어디서 많이 본 건데?
-그거 너 되게 비싼 거다.
-내가 모네한테 사줬던 거랑 똑같은 거잖아?이거 어디서 났어?
-길에서 주웠다니까.
-너 이거 진짜 주웠어?제주도.스턴트맨? 누구세요?
-조용히 해.
-설마...나 목 조른 거 너 아니지?
-소품용 칼은 네가 먼저 가져갔잖아.
-진짜 그거 너야?잠깐.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만날 수가 있지?나 어떡해.나 또 창피해지려고 해.진짜 너야?그것도 너야?진짜?웃지 마.야.웃지 말라고.웃지 말라니까?
-원샷. 쭉, 쭉.
-그래. 먹자.어디를 다녀오냐?
-아유, 갑자기 야근을 해서.아, 피곤해.아, 왜 이렇게 피곤하냐.
-술냄새 딱 감지됐어.사실대로 불어.나 엄마한테 전화 한다.
-어, 아니, 아니.아, 정말.어른들은 다 그런 거야, 어?
-갈수록 망가져 가는구나.알았어, 내가 어디 가서 한 놈 콱 물어다 줄게, 아주.
-아이고, 앉아.앉아서 밥이나 먹어.밥이나 먹고 학교 가야지.
-에이!
-아! 원인아.언니 일본 출장 간다.유리가면 가지러.
-유리가면?유리로 만든 가면?그런 게 어디 있어?
-야. 있어.신 여사님이 그거 얼마나 기다리신다고.이번에 나 그거 가지고 오면 정직원 될지도 모른다.
-알았어. 선물 사 와.
-야, 너는 지금 선물이 중요하냐? 그걸 갖고 와야 내가 돈을 벌고, 네 학비를 대고 그럴 거 아니야.
-나한테는 선물이 중요하거든.
-하, 참.알았어, 사 올게.아!밥 다 먹으면 그릇에 물 부어놔.
-어. 아니, 왔으면 달걀 프라이라도 하나 해 주고 그러든가.
-반장님.
-최정혁 휴대전화 아직 못 찾았어?
-네. 현장에도 없고 집에도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통화 목록은 다 확인했지?
-네.
-마지막 수신지가 홍태성의 오피스텔 근처니까 거기에 떨어졌거나 아니면 최선영하고 싸운 그놈이 가져갔거나둘 중에 하나야.휴대전화 주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수시로 체크하고.
-네, 알겠습니다.
-누나!
-건욱아. 나 좀 도와줘.나 좀 도와줘.도와줘!다 말할 거야.
-누나 왜 이래.
-놔!
-제정신이야!미쳤어?
-태성아..나 어떻게 해, 태성아.
-태성이라고.태성이라고 그렇게 부르지 마.(휴대전화 벨 소리)
-태성 씨.놀랐지?야.너 응하고 대답했으면 나한테 죽을 뻔 했어.
-웬일이야?
-야, 심건욱.네가 준 만년필 나오지도 않아.너 뭐야?이거 비싼 건데.물어내.
-이상하면 다시 돌려주든지.
-아, 치사해.됐어, 끊어.어?어, 잘 나오네?아휴.괜히 전화했나?
-최근에 찾아오신 분 없죠?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혹시 최선영 씨 납골당에 사람이 찾아오면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
-방금 누가 서 있기는 했는데.
-네, 알겠어요.
-비행기 탔대?
-네.
-잘 됐어.태성이 그놈을 정신차리게 해서 데리고 오든지.아니면 제 놈이 태성이를 못 견디고 도망치든지 둘 중 하나겠지.
-테라 너는 모네 유학 준비 좀 서둘러라.
-네.
-심건욱이라는 놈은 어때요?
-똑똑한 놈 같은데.뭔가 석연치가 않아.그게 뭔지 모르겠어.
-아, 놔.내가 나간다고.(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모시모시.아, 배고파.
-그럼 .사람도 죽여줄 수 있어?
-놔! 안 놔?아, 마음대로 해!마음대로 하라고.강제추방을 하든지 감옥에 보내든지 마음대로 해 봐.어?그런데 나 한국가기는 싫거든?미국이나 유럽쪽으로 보내줘라.알았냐고.(노크 소리)
-이것들이 새로 나온 거라 뭔지 모르나?
-잠깐만. 비타민?이 새끼가 나를 가지고 장난을 쳐?너는 죽었어.
아, 달랑 사진 한 장 가지고 어디 가서 찾냐.일단 시내 쪽으로 가 봐야 되나?술하고 여자 좋아한다고 하셨으니까.아!아, 뭐야?어?뭐야?이, 씨.
-다녀오셨어요?
-누구 찾아온 사람 있어?
-자기가 죽여놓고 여기까지 오겠어요? 반장님도.
-뭐든 실마리를 찾아야지.이름 하나 가지고 뭐라도 알아내려면.저거 누구야?
-글쎄요.
-최선영이 조사할 때 저 자식 본 적 있어?
-아니요.
-나가 봐.
-네. 거기 안 서 이 새끼야.
-아, 왜 그래요!나 아무 잘못 없어요.
-이름이 태성이가 아닌데요.
-태성이? 태성이 어떻게 아세요?
-경찰입니다.최선영 씨랑 어떤 사이십니까?홍태성 아세요?
-누나한테 무슨 일 있어요?태성이 걔 누나한테 계속 연락하고 지낸대요?
-홍태성. 홍태성 알아요?
-누나하고 같이 천사원에 있던 놈인데요.
-네?
-홍태성이 고아였어?
-해신그룹 아들이잖아요.그때 경찰서 갔던 여자가 그렇게 말했었는데.
-해신그룹?걔 해신그룹에서 파양됐다가 들어온 놈인데.
-반장님.
-어? 아, 어떻게 해.아, 어떡해.
-한국 사람이네?
-어? 한국 사람이에요?반가워요.
-여기는 너무 시끄러운데.조용한 데 나갈래요?화가세요?
-네? 아, 아니요.그냥 좀 일이 있어서.그쪽은요?
-나는 그냥 초대장 받아서 온 건데.재미가 없네.
-혹시...우리 아는 사이는 아니죠?목소리를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나를요? 이름이 뭔데요?
-문재인이요.그쪽은요?
-파티 끝나고.우리 요트나 갈래요?
-요트요?
-거기 가면 우리 둘만 있을 수 있는데.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랑 그런 데 가는 건 조금 그런데요.
-이름 가르쳐주면 가는 건가?나 마음에 들어서 따라나온 거 아니에요?
-아닌데. 그냥 같은 한국 사람이니까 반가워서.
-드레스도 안 입고.다 낡아빠진 명품 가방 들고 여기까지 온 건 어떻게든 이 자리에 참석해서 뭐라도 건지겠다는 거 아니냐고.
-뭐라고요?
-남자라든가.-어! 어!어떡해, 사람 빠졌어요!누구 없나?그러지 말고 사람 좀 구해 봐요.아, 빨리요!
-아니. 나 보고 어쩌라고.
-아, 어떡해.아, 빨리요.사람 죽는다고, 빨리요!저러다 저 사람 죽는다고요!어?
-너 때문에 죽은 거야, 너 때문에!
-아, 빨리요!빨리.
-죽기는 누가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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