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 영화 시나리오
인트로 / 수인 웨딩샵 / 낮
은은한 음악이 흐른다.
하얀 백지 위에 예리하게 잘 깎은 연필 들어온다.
슥슥슥... 거침없는 선이 그려진다. 조금씩 드레스의 모양을 갖춰간다.
우아한 드레스 위로 나비 문양을 슥슥 그려 넣는 연필.
카메라 빠지면 고운(여 서른 중반)이 열심히 드로잉하는 모습 보인다.
가슴선에서부터 허리를 거쳐 치마 아래로 떨어지는 단아한 나비문양.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디자인하는 고운.
고운과 미자. 바쁘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미자 드레스가 바뀌었데!! 이씨..
고운 (미자가 떨어트린 물건을 집으며) 확인 안했어?
미자 수란이가 챙겼는데.. 이런 그지 같은 인간!
고운 못 살아 정말~~!!
이때 울리는 고운의 핸드폰.
고운 응. 소라야. 뭐?
창밖을 보는 고운.
소라의 학교 운동장 + 현관 / 낮
여전히 내리는 비. 아이들이 대부분 하교하여 한산하다.
건물 현관에 우두커니 비를 바라보는 아이, 소라(9살).
빵~~하는 소리 들려 돌아본다. 소라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뿌듯하다!
운동장 진흙탕 물을 가르며 고운의 자동차가 달려온다.
레이서 수준으로 정차 한 후, 창문을 내려 소라를 부르는 고운.
고운 장소라! 빨리 타!!
도로 위 고운의 자동차 / 낮
질주가 시작된 고운의 차.
고운 야, 장소라. 아침에 비 온다고 우산 가져가랬잖아!
소라 아침엔 비 안 왔어.
고운 일기예보 아줌마가 비올 확률이 80이라고 했으면 챙겨야지.
너 매번 비 올 때마다 이럴 거야?
삐죽이며 대꾸하지 않는 소라.
고운이 속도를 높이자 뒷자석의 소라는 조용히 안전벨트를 당겨 멘다.
고운의 핸드폰 울린다. 이어폰으로 받는다.
고운 가고 있어~! 금방 가니까 기다려 좀.
신부화장이 지워질까봐 하늘을 보며 우는 신부.
그 옆에서 티슈로 눈물을 찍어내는 도우미. 쩔쩔매며 통화하는 수란.
수란 10분후에 신부 입장이에요.
신부는 사이즈가 안 맞는 드레스를 입고 있다.
<고운 차 안>
고운 (버럭) 그러게 누가 드레스 바꿔 가래!
고운이 정말 바빠 보이자 소라는 조용히 창밖만 본다.
호텔 앞 고운의 자동차 / 낮
진흙까지 묻은 고운의 차가 거칠게 와 선다.
발렛 직원 약간 인상 찌푸리며 다가온다.
고운, 정신없이 내려 자동차 뒷문을 열어 드레스 가방을 꺼내 식장으로 간다.
신부대기실 앞
드레스를 예쁘게 입고 나오는 신부.
고운, 신부에게 예쁘다를 연발하며, 온갖 비위를 맞추며 따라 나온다.
소라도 따라다닌다.
신부 (뭔가 이상하다..) 부케는요?
고운 부케? 아, 부케 부케...
(방송) 신부입장이 있겠습니다!! 하객 여러분께서는..
사색이 되어 쓰러질 것 같은 신부!
이때 미자가 비에 젖은 머리로 예식장 로비로 뛰어들어온다.
미자 부케 여기있어요~~~
마음이 급한 나머지 부케를 던지는 미자
미식축구선수처럼 점프하는 고운.
부케가 고운을 지나 땅으로 떨어진다. 떨어진 부케를 집어 드는 소라.
웨딩드레스
발레 학원 앞 / 낮
정차한 고운의 차 안.
고운 다음부턴 안 돼, 알았지?
엄마 일하다가 나오기가 아주 곤란하단 말이야.
소라 외숙모가 없었단말야...
고운소리 (왠지 미안하다) 간만에 뽀뽀할까?
고운 소라 앞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소라, 창피한지 얼굴을 찡그린다. 고운은 계속 내밀고 있고
마지못해 볼에 뽀뽀하는 소라.
소라 이제.. 들어가야해...
소라, 차에서 내려 어정쩡한 표정으로 고운 본다.
이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고운이 갔을까 돌아본다.
아직 지켜보고 있는 고운, 손을 흔든다. 소라, 할 수 없이 들어간다.
발레학원 앞 복도 / 낮
발레학원 곁에 택견 학원.
소라가 발레 학원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 본다. 들어가야 하는데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소라.
우물쭈물 하다가 택견 학원앞에 등을 기대고 선다. 진아야~~!! 하는 소리에 경직되는 소라.
계단으로 아이들이 올라오는 소리 들린다. 소라, 택견 학원 안으로 들어간다
택견 학원 안 / 낮
입구로 들어 와 밖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소라.
아이들 소리가 멀어진다. 다시 나가려다가 멈칫 한다.
창가 쪽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학원을 둘러보는 소라. 넓고 깨끗하고.. 원생은 하나도 없고!
소라, 학원 안을 둘러본다.
지훈소리 (통화 중) 나연아.. 이러지 말자. 어? 나 이제 학원도 차렸구.
애들도 바글바글해. (어떻게든 잡아야 하나보다 허세를 부린다)
폼 나게 도복을 입은 8등신 지훈이 통화하다 소라를 보고 깜~짝! 놀라 눈물을 훔친다.
지훈 그래 한번 와라, 학원에! (애절하다) 끊지마, 끊지마...
(울먹인다) 내가 너 없이 무슨 이유로 밥을 먹니!!
나연아~~!!! 나연, 나.. 여보세요? 나연아!!!
지훈, 소라를 의식하고 뒤돌아 원복으로 슥슥 닦는다.
그리고 엄격한 얼굴로 폼 잡으며 돌아본다.
지훈 너, 너.. 너 뭐야?
소라 (빤히 바라보며) 울었어요?
지훈, 민망한지 청소하는 척 소라에게 다가간다.
지훈 택견 배울 거니?
소라 (학원을 한번 돌아보고) 원생이 하나도 없네요?
지훈 (아자작....) 아직 안 온 거거든!!!
똘망똘망하게 바라보는 소라.
영양탕 집 방 / 밤
독립된 방.
가스 불에 바글바글 끓고 있는 영양탕.
수란 실장님 개고기 먹을 줄 아셨어요?
고운 (눈 돌리지도 않고) 오늘부터 먹을 줄 알아.
미자 “보신탕요? 그런 걸 어떻게 먹어요~~”
하던 년이 웬일이래?
고운 (미자에게 버럭) 언닌 좋아하잖아~! 비싼 거 사줘도 구박이야.
미자 삼계탕 시키지?
고운 (질세라) 언닌 맛으로 먹고, 난 약으로 먹고! 조으네...
수란 (젓가락 빨며) 이제 먹으면 안 될 까여?
고운 그럼 시작 할까?
무슨 대단한 시식도 아닌데 신중하게 고기를 집어 입에 넣는 고운.
그 모습을 팔짱끼고 지켜보는 미자.
고운, 오물오물 씹는다. 얼굴은 웃는다. 속을 알 수가 없다.
미자.. 곧 뱉을 때가 됐는데...
고운, 꿀꺽 삼킨다.
고운 맛나네.
갸우뚱하는 미자.
수란 풋 웃는다.
울리는 고운의 전화.
고운 순영아! 어떻게 됐어? (반갑다) 찾았어? (비장해 진다) 문자로 주소보네!
(끊으려다) 고마워 순영아! 1할 떼 줄게!
미자 (이상하게 본다) 뭔데 1할이나 떼 줘? (감 잡았다는 듯) 어쩐지.. 돈을
펑펑 쓸 때부터 이상하다 했어.. 아무리 그래도 사채업은 아니지~!!!
뭔지 모르지만 의지를 굳게 불태우는 고운!
고운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핸드폰 째려보며)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지?
넌 죽었어 아주.. (나가버린다)
벙찐 미자와 수란.
택견 학원 / 낮
오늘도 아이들이 없는 학원.
소라는 또 이곳으로 와 의자에 앉아게임하고있다.
지훈은 혼자 도복입고 거울 앞에서 택견 연습 중. 거울로 소라를 힐끗힐끗 본다
지훈 (도저히 못 참겠다) 내가 왜 그런 딜을 해야 될까, 어린 너하고!!
소라 (게임하며) 그런 말 들어보셨어요? 상부상조.
지훈 야, 체대 나왔다고 그런 말도 모를 줄 알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운동한 사람 무식하다는 거야!
지훈, 옆으로 향하는 동작을 취하다 거울로 소라를 힐끗 보지만 소라는 보이지 않고.
바로 뒤에서 소라의 목소리가 들리자 흠칫 한다.
소라 (느긋하게 지훈의 택견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똑똑한 남자한테 갔구나 애인이.
지훈 야!!! (또 꺾였다) 암튼 난 싫으니까 옆집 발레학원으로 가라고요 학생!
소라 (여전히 지훈을 따라하며)그냥 한 시간만 구석에서 구경하다 간다고요.
지훈 그러게 내가 왜 그 불편을 감수해야 되냐고요!
소라 (조용히 바라보는데 나름 포스가 있다) 울보 관장님.
지훈, 콧구명 벌렁벌렁.
이때, 소라의 핸드폰 울린다. 고운이다.
소라 어, 엄마. 나? (지훈 보며) 나.. 발레학원. 응..응... 알았어 글루 나갈게.
소라, 야무지게 전화를 끊는다. 지훈을 본다.
소라 저 지금 가봐야 되거든요? 나머지는 내일 이야기해요.
지훈 무슨 얘길 더 해~?!!
소라 (개무시하고) 내일 만나요.
종종 나가는 소라. 지훈, 수습이 되지 않아 입만 벌리고 보고 있다.
친구 아파트 안방 / 낮
고운, 소라와 함께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간다. 친구 따라 들어온다.
친구, 고운의 팔을 잡아끌고 안방으로 간다.
고운 어머~~여기가 안방이구나!
침대 죽인다. (상표 찾는 듯) 어디 꺼야? 꽤 하겠는데?
(벽에 걸린 웨딩 사진을 보며)도둑 시집을 가고 그러냐....
드레스 어디서 했어?
친구 아.. 엄마 친구 딸이....... 너 왜 그래 진짜?
고운 (빤히 보며) 넌 왜 그 모양이야?
친구 ...... 계좌 적어 놓고 가. 금방 넣어 줄게.
고운 그렇게 똑 같이 지껄이고 잠적해서 오늘 본거야.
(침대 벌러덩 누우며) 일 봐라. 당분간 여기서 출퇴근 할라니까.
친구 야아~~~.
고운 (눈 감고) 잠 잘~온다.
친구 정말 줄게. 일단 집으로..
고운 내 놔.
친구 당장 그 돈이 어딨니?
고운 (벌떡 일어나 앉으며) 당장 없어서 카드 세 개로 서비스 받아 너 준거였어.
몰라?
친구 알지..
고운 몰라도 되니까 돈이나 내 놔.
친구 야! 솔직히 1년도 넘게 가만있다가 이건 아니지~~!
고운 소라야~! 이리 와봐! 여기서 한 숨 자자 우리.
다가오는 소라, 친구 돌아버리겠는 얼굴.
고운 (눈 감은 채로) 없는 년이 수입가구로 쳐 바를 돈은 있냐?
고급 갈빗집 / 밤
고운과 소라 꽃등심 정도의 고기를 맛나게 구워먹고 있다.
소라 입이 터질라 그런다.
고운, 수첩을 본다.
인서트 / 수첩내용 / 일곱 명 정도의 이름이 적혀있고 금액도 나란히.
마지막으로 박향숙 750에 줄을 긋는다.
뿌듯하게 고기를 보는 고운.
고운 맛있지?
소라 엄마 돈 많아졌어?
고운 엄마 원래 돈 많아. 먹고 싶은 거 있음 다 말해.
소라 갖고 싶은 거 말해도 돼?
고운 돼.
소라 게임기 사줘.
고운 그래.
소라 칩이 여러 가진데.. 음.. 뭐가 재밌냐면..
소라, 빤히 고운을 본다.
고운 왜? 왜 그렇게 봐?
소라 엄마 남친 생겼어?
고운 어?
소라 이상하네.. 왜 막 잘해줘?
고운 글쎄..
고운, 먹던 젓가락으로 소라에게 고기를 집어준다.
소라, 인상을 쓰더니 고기를 보고만 있다.
고운 (아차) 난 엄만데~ 넘 한거 아니냐?
소라 쫌 그래.
고운 치사해........
소라 위생적으로 먹자는 데 뭐가 치사해?
고운, 고기를 다시 집어 와 먹는다.
고운 까탈은..
새로운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소라에게 놓아준다.
이제는 넙죽 받아먹는 소라.
지혜 집 거실 / 아침
현관으로 고운과 등교 준비를 한 소라가 들어온다.
지혜, 익숙한 듯 소라 가방 받아 준다.
고운 리듬악기 세트 있어요 언니?
지혜 민우 쓰던 게 어디 있을 걸?
고운 다행이다.... 빨리 찾아 줘. 아~~ 배야~~!!
고운, 화장실로 들어간다.
소라 입이 삐죽 나와 있다.
지혜 외숙모가 찾아 줄게. 화 내지 마.
소라 뭐 맨날 그런데요 우리 엄마..
지혜 (소라를 달래며) 소라 곧 생일인데 뭐 받고싶은거 없어?
있음 이야기해. 외숙모가 사줄게~ 밥부터 먹자.
소라 식탁에 앉고
정운이 양복 차림으로 나온다.
지혜 먼저 먹어 여보.
식탁에 앉는 고운.
지혜, 소라의 개인 반찬 접시를 올려 준다.
고운 언니, 애 그렇게 주지 말아요. (소라 보며) 유난이야 아주 그냥.
야! 장소라. 니가 더 창피한 거야. 그냥 대충 먹지 맨날 이게 뭐야!
소라 외숙모가 굶는 거 보다 낫다 그랬어. 밥도 안 해주면서!
고운, 깨갱...
지혜와 정운은 피식 웃는다.
정운 소라 신경 좀 써라...
무척 버름한 고운, 우적우적 밥만 먹는다.
소라, 고운한테 “메~~롱” 하고 고운. 소라만 흘겨본다.
고운의 집 거실 / 밤
거실 탁자 가득 쌓여 있는 게임기 상자.
베란다에 내용물을 분리해 낸 장난감 박스들이 쌓였다.
낡은 텔레비전에 연결해 닌텐도 위를 하는 고운과 소라. 자동차 운전 게임
화면이 작아서 영 모양이 안 나온다.
소라 텔레비전이 너무 쩔어 엄마.
고운 좀 쩐가?
(점프)
남자직원 둘이서 커다란 텔레비전을 들고 고운의 집으로 들어오고 있다.
고운 이쪽~ 으로 오세요.. 이쪽에 놓아 주세요~ !
소라, 벙찌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고운의 집 거실 + 소라방 / 밤
어두운 거실. 고운의 방문이 열린다.
고운, 잠옷 차림으로 베개를 안고 종종종 소라의 방으로 들어간다.
cut to
소라방. 침대에 자고 있는 소라.
고운이 소라의 좁은 침대로 끼어든다.
소라, 귀찮고 짜증나는 얼굴인데도 옆으로 이동하며 고운의 자리를 마련해 준다.
가져온 베개를 탕탕 자리 잡아 놓고 벌러덩 눕는 고운.
흡족한 얼굴이다. 옆으로 확 돌아 누우며, 자는 소라의 어깨를 당긴다.
고운 (속삭인다) 이쪽 보구 자라~.
소라, 아이 참~~ 하면서도 돌아 누워 고운을 보고 잔다.
고운, 그런 소라를 보며 좋아라한다. 자는 소라의 얼굴을 한참 보는 고운.
고운의 집 소라방 / 아침
TV앞에 앉아 있는 소라.
그 뒤에서 빗을 들고 소라의 머리를 빗겨주는 고운.
고운 (엉킨 머리를 잡고 살살 빗어 내려가면서) 완전 엄살쟁이다 너.
(살살 빗으며) 이게 아파, 이게?
소라 아까는 아팠단 말이야.
고운 이제 머리 정도는 혼자 빗을 수 있어야지. 이거 봐 이거.
완전 엉켰네?
소라 빨리 해~! 학교 늦는단 말이야~!
고운, 입은 궁시렁거리지만 눈빛은 즐겁다.
정운의 은행 앞/ 낮
건물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고운,
건물 안에서 나오는 사람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든다.
잘 생긴 청년 뒤로 문에서 나오는 정운(고운의 오빠).
고운이 정운의 팔짱을 낀다.
정운 (팔짱을 어색해하며)근무시간인데...
고운 잠깐이면 된다니까...
정운을 끌고 가다시피하며 팔짱을 끼고 가는 고운.
자동차 매장 / 낮
자동차에 나란히 앉아 있는 고운과 정운.
고운, 핸들을 돌리며 신이 나 있다. 조수석의 어리둥절한 표정의 정운.
정운 (마치 정부에게 말하듯) 나한테 왜 이러는 거니?
고운 (앞을 바라보며) 내 마음이야. (정운을 간절히 바라보며) 받아 줘.
정운, 고운을 본다. 고운 눈을 깜박깜박.. 정운, 고운을 바라보다가
낼름 꼴밤을 가볍게 날린다.
정운 정신 차려 이 놈아!
카메라 빠지면 이들은 자동차 매장 안 전시차를 타고있다.
고운 좋잖아~!! 이거 봐 이거. 와.. 계기판 컬러가 다르네!
정운 지금 차도 멀쩡해!
고운 멀쩡하진 않지~ 그게 언제적 모델인데!
정운 (고운을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보며) 왜 그래~!!
카메라 빠지면 이들은 자동차 매장 안 전시차를 타고 있다.
고운 (삐졌다) 새언니 데리고 나와서 계약 할거야!
정운 (차에서 내리며)그러기만 해? 둘 다 자동차에서 살게 될 줄 알아
고운 (답답한 얼굴로 정운을 따라가며) 아 오빠~!!!
정운, 직원들에게 예의바르게 인사하며 매장을 나서려한다.
고운, 뜻대로 되지 않아 투덜투덜...
수인 웨딩샵 / 낮
예비 신부와 신랑에게 드레스를 선보이는 미자.
가장 좋은, 비싼 드레스를 쫙 보여준다. 이쪽은 조명부터 다른 거 같다.
신부 감탄하며 본다.
미자 여긴 다 신제품이구요. 신부님이 초이스하시면 제일 먼저 입게 되니까
개인 드레스 맞춘 거나 다름없죠.
신부 어머.. 예쁘다... 이런 건 얼마나 해요?
미자 000원 선인데, 신부님이 너무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디씨해 드릴게요.
신부 (좀 비싸다) 그래요... 좀 낮은 가격대 드레스는 어때요?
미자, 콧구멍 한 번 벌렁... 그냥 비싼 거 하지..하는 얼굴이다.
미자 좀 저렴한 것들은 이쪽에 보시면 (반대쪽 드레스를 보여주며)
급하게 날 잡고 저렴하게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는데..
이것도 드라이 다시 해서 입으면 그런대로 뭐...
확실히 안 예쁜 드레스들.
신랑 (신부 안색 살피며) 그냥 신제품으로 하자. 한 번 하는 건데..
미자 어머~!! 신랑님 시원시원하시다!
신부 그럴까..?
미자 (반갑다) 디자인은 다른 것들도 있으니까 이쪽으로 오셔서
카다록을 좀 보시지요.
미자, 신부와 신랑을 2층으로 안내한다.
신부와 신랑에게 드레스를 보여준다.
신랑 신부 미자를 따라 2층으로 간다.
미자, 카다록 펼쳐 보여주려는데, 탁자위에 놓인 고운의 드로잉 북이 보인다.
단아하게 그려진 드레스.
신부, 드로잉 북을 들고 본다.
신부 어머.. 이 디자인 너무 예쁘다...
신랑 그러게? 자기랑 잘 어울리겠다. 너무 파인 거 싫다며?
미자 아, 그건... 이제 만들려고 디자인해 둔거라..
신부 저희 가을에 하는데, 그 전에 못 만들어요?
미자 (솔깃) 만들죠~!! 못 만들 리가 있나요. (장삿속) 계약금을 안전하게
걸어 주시면 가능하죠.
이때, 샤샤샥 드로잉 북을 거둬가는 손, 고운이다.
고운, 눈이 안보이도록 가식 미소를 지으며
고운 죄송합니다 손님. 이 디자인은 좀 전에 다른 손님이 먼저 예약을 ..
죄송합니다~!
방긋 웃고 드로잉 북을 옆구리 끼고 디자인실로 내려가는 고운
미자, 벙찌다.
미자 (미소 잃지 않고) 잠시만...
미자, 고운을 따라 내려간다.
수인 웨딩샵 디자인 실 / 낮
득달같이 들어오는 미자, 드로잉북 챙기는 고운을 잡아먹을 듯 본다.
미자 뭐하자는 거야~! 계약금 제대로 지르게 길 닦아놨더니, 웬 똥차가
길을 막는 거니~!
고운 이건 안 돼...
미자 안 팔 거면 뭐 하러 머리 터지게 디자인 했어?
고운 ....
미자 너 씨.. 딴 데 팔아먹을 거야~?!
고운 (난감하다..에라 모르겠다) 내가 입을 거야 내가!
미자 웃기시네.. 선 얘기만 나와도 경기 일으키는 게,
재혼은 무슨... 빨리 안 내놔!
고운 (이번엔 정말이다) 소라 꺼야~~!!!
고운, 나가버린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미자. 고은을 향해 투덜거린다.
미자 대체 어따 팔아 먹을라고 딸까지 팔아~!!
고운의 집 주방 / 밤
식탁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는 소라.
그 앞에 고운이 난감한 얼굴로 앉아 있다.
고운 내일이 소풍이라고? (걱정)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
소라 (뭐가 문제냐는 듯한 얼굴) 아침에 김밥 집에서 김밥 사고 슈퍼에서
과자랑 음료수 사고. 끝이잖아. 갑자기 왜 그래?
고운 (더 당황스럽다) 아니.. 그렇긴한데.. (큰소리친다) 나 사실은 김밥 정말
잘 싸거든. 알지?
소라 (망설임 없이) 몰라.
난감한 고운의 눈과 갸우뚱하는 소라의 눈빛 찌릿!
고운 (기가 차다는 듯 오버하며 웃는다) 진짜 몰라? 나 참.. 바빠서 못 해 준거지,
내가 싼 김밥 먹잖아? 기절 한다니까?!
소라 (약간 의심... ) 그냥 사자 엄마.
이런... 오기가 발동하는 고운 얼굴!
고운의 집 거실 / 새벽
캄캄한 거실, 스탠드불만 켜져 있다.
고운은 식탁에 김밥 재료들을 늘어놓고 분주하다.
열심히 싸다보면 옆구리가 터지고... 난감하다 고운.
고운 왜 이렇게 자꾸 터지냐, 속 터지게...
다시, 김 펴고 도전한다. 꽤나 열심인 고운의 모습.
고운의 집 거실 / 아침
베란다를 향해 나란히 앉은 고운과 소라.
이들의 낙망한 얼굴. 고운의 얼굴이 더 속상해 하는 것 같다.
베란다 밖으로 비가 퍼붓고 있다.
고운 비오네.
소라 우천 시 정상수업.
고운 (주방 식탁을 돌아보며) 진짜 열심히 쌌는데.
소라도 고운 따라 돌아보면, 식탁에 아담하게 놓여 있는 도시락과 남은 재료들.
김밥, 유부초밥, 과일... 찬합에 예쁘게 담겨 있다.
소라, 어쩌지... 하는 얼굴로 고운을 올려다본다.
고운, 다부지게 이를 앙 문다!!
고운 뜨자.
고운의 자동차 안 / 아침
아직 비가 내리고 있다.
다소 걱정된 소라의 얼굴, 뒤에는 도시락이 놓여있다.
고운 머리털 나고 첨 싼 김밥인데, 집에서 먹을 순 없다!
소라 그렇다고 바다까지 가?
고운 거기 비 안 온데. 일기예보 봤거든!
소라 선생님한테 뭐라 그랬어?
고운 할머니 환갑이라고 뻥쳤어 엄마가. 걱정하지 마.
소라 (잠시 난감) 슬기로운생활 시간에 할머니 돌아가셨다고 발표했는데?
고운 !!! 친할머니라 그래.
소라 다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고운 ..... (난감하다) 음... 엄마가 가서 대신 혼날게.
갑자기 라디오 볼륨을 높이는 고운!
고운 와! 000다~!!
소라, 잠시 노래를 듣는다.
소라 이 노래 알아?
고운 그러엄~! (운전하며 좋다고 자랑한다) 이 노래 있잖아. 아빠가 기가막히게
잘 불렀거든. 이 가수보다 아빠가 더 잘불러!
소라 (아빠 이야기에 방긋 웃으며 귀기울인다) 그래?
고운 사실은, 아빠가 이 노래 불러주면서 엄마한테 프로포즈 했거든.
엄마 멋지지 않냐?
소라 아빠 멋지다.
고운 (이씨...) 조용헤~! 노래 감상 할 거야!
소라 (치...) 엄마가 계속 말했잖아~!
콧구멍 벌렁 거리는 고운. 소라는 고개를 살랑살랑 노래를 감상 중이다.
바닷가 어디쯤 / 낮
고운과 소라 차에서 내려 바다를 보며 활짝 웃는다.
고운 으아~~ 멋지다! 그치?
소라 배고 파!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해변.
돗자리에 앉아 파도치는 바다 풍경을 보며, 김밥을 먹는 고운과 소라.
갑자기 바람이 불고,
물벼락을 맞는 고운과 소라.
jump
바닷가를 뛰어다니는 소라.
멀리 떨어져 소라를 따라 걷는 고운.
4륜오토바이를 타는 고운과 소라 CUT.
조개잡는 고운과 소라 CUT.
석양아래 같이 사진찍는 고운과 소라CUT.
안면도 펜션 욕실 / 밤
고운, 욕실밖에 앉아 소라를 씻겨 주고있다.
고운 자~ 다됐다~!!
소라 (소라 물밖으로 발을 내밀며) 여기 발가락 사이사이도 문질러줘야지~!!
고운 (소라의 볼을 꼬집으며) 어떻게 너는 애가 대충이 없니~?!! 쬐끄만게
여기!! 여기! 됐지?
소라 어른이 왜 그렇게 대충야!!
고운 (콧구멍 벌렁) 자, 이번에는 세수하자. 꼬맹아~!
소라 얼굴에 비누칠을 야무지게 하는 고운.
고운 (샤워기 물 틀어서 얼굴에 가까이 가져간다)
자~ 엄마가 하나 둘 셋! 하면 숨 참아, 알았지?
소라, 눈 꼭 감고 고개만 필사적으로 끄덕.
고운 하나.. 둘.. 셋!
소라는 붕어처럼 볼에 힘을 빡 주고 숨을 꾹 참는다.
그 얼굴 위로 샤워기로 물을 뿌려주는 고운.
다시 숨 쉴 수 있게 물줄기 치워준다. 헉헉 숨을 몰아쉬는 소라.. 귀엽다.
고운 자, 다시 한번! 하나 둘 셋!!
다시 뿌려지는 물. 꾹 참는 귀여운 소라.
물줄기 피해 얼굴을 비비며 헉헉 거리는 소라.
고운 자~ 됐다~!!
소라 한번더! 비누가 남았잖아~!!
고운 으휴~ 알았어~ 알았어~!!
하나! 둘!
소라 할 수 없이 숨을 꾹 참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가만히 보는 고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소라 (눈 감은 채) 왜 셋 안 해!!
고운, 셋!! 이라고 말하고는 물줄기 대신 소라의 입에 뽀뽀를 해버린다.
소라 아 뭐야~~!!
고운 그러게 쬠만 예뻐야지, 누가 이렇게 예쁘래냐?
소라 (싫지 않다) 맨날 그래 치...
소라의 겨드랑이를 간질이며 장난치는 고운.
간지러워 소리 지르며 웃는 소라.
정운 집 거실 / 오후
거실이 난리 법석이다.
민우, 민혜와 여운의 아들 오랜만에 만나 난리다.
게임기를 서로 갖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
지혜 간장을 더 넣어야겠지?
여운 짜게 먹으면 안 돼요 언니. 다들 오래 살겠다고 얼마나 유난들인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향해) 조용히좀 해~!!
지혜 마늘 좀 더 넣어 봐요.
고운의 자동차 안 / 오후
도로를 달리는 고운의 차, 소라는 옆에서 자고 있고 고운은 늦었는지 자꾸 시계를 본다.
어딘지 모르게 힘겨워하고 있는 고운, 쌔근쌔근 자고 있는 소라를 본다.
정운 집 주방 / 밤
여운 , 후라이팬에 전을 부치며
여운 얘는 왜 안와?
지혜 바빠 요즘에.
여운 그 기집애가 안 바쁜 날이 언제 있기나 한가?
지혜 소라엄마니까 그 정도 살지, 아가씨나 나 같으면 그만큼 해내겠어요?
기특한 거지...
여운 (좀 고깝다) 식구들 걱정이나 시키지 말던가.
날라리 무능력한 놈이랑 살겠다고 설칠 땐 언제고..
엄마가 걔 때문에 일찍 간 거라구!
지혜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고모.
여운 하고 사는 꼴이 한심해서 그래요 한심해서.
다독거리는 게 능사는 아니야, 지가 애야?
지혜 애들 들어요.
정운, 방에서 상을 들고 나와 지혜를 향해 이야기한다.
정운 먼저 시작해야겠는데? 고운이가 늦네..
지혜 그럼 준비 할까요?
바쁘게 움직이는 지혜와 돕는 여운.
정운 집 거실 / 밤
거실에 거하지 않지만 정갈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다.
가족들 함께 식사 중.
현관 문 열리면서 고운과 소라 들어와 상 앞에 앉는다.
고운 미안미안~!! 길이 너무 막혔으니 화는 도로공사에 내주길 바래.
여운, 모녀의 등장에 별 감흥 없이 바라본다.
여운 (고운에게) 일찍 좀 못 오니? 새언니 혼자 힘들잖아.
고운 그래서 당신이 먼저 왔네?
여운 (언짢다) 당신이 뭐니 언니보고!
이들의 티격태격에 정운 헛기침을 한다. 고운과 여운 알아듣고, 1차전 마무리한다.
(점프)
정운과 식구들 상 앞에 앉아 모두 무릎 꿇고 머리 숙여 기도 중이다.
정운 어머니를 기억하며 모였습니다. 늘 그렇지만, 이 날이 되면.. 어머니께
잘해드리지 못했던 것들이 더 생각납니다.
고운, 눈감고 기도하는데, 어지러운지 기도하는 손을 풀어 한 손으로 땅을 집는다.
그래도 좀 휘청거리는 고운... 눈을 뜬다.
기도하는 사람들을 본다.. 이명소리처럼 웅웅 거린다.
정운 아직도 여기 있는 우리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고 계실...
고운, 점점 힘이 빠진다. 눈이 감긴다.
기도하는 자세에서 스르륵 ... 무너지듯 쓰러진다.
지혜, 살짝 눈을 뜬다. 점점 동그레지는 지혜의 눈!!
종합병원 응급실 / 밤
정신이 드는 고운, 조용히 주위를 둘러본다. 병원이다.
고운, 퍼뜩 정신이 들어 식구들을 찾는다. 저만치 정운과 지혜가 보인다.
정운과 지혜 의사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다.
시종 밝은 얼굴의 정운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의사의 말을 듣고 있다.
의사 환자분이 아직 말씀을 안 드린 모양인데요. (차트 보며 망설인다)
그러니까.. (마음 다잡고 쉽게 설명해준다) 폐암 말기시고요.
좀 힘든 상태십니다.
정운 .... 네?
의사 내일 다시 내원하셔서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를...
의사의 이야기를 듣는 중인 것 같다. 담담하게 듣고 있는 정운.
정운, 고운 쪽을 본다. 고운은 오빠와 눈이 마주치자 그냥 담담하게 웃어준다.
정운의 자동차 안 / 밤
아무 말 없이 운전하는 정운.
뒤에 나란히 앉은 고운과 지혜... 셋 다 누구하나 섣부르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골목으로 들어와 갑자기 서는 정운의 자동차.
정운, 핸들을 잡고, 이를 앙 다물고 앞만 뚫어지게 보다가,
핸들에 머리를 쿵쿵 찍으며 운다. 지혜도 조용히 가슴을 치며 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고운,, 조용히 자기 손만 보고 있다.
정운 (울먹이며 핸들에 머리를 박은 채) 너 이노무 자식.. 너 이노무 자식...
이노무 자식 너...인마...
고운 (조용히) 미안 오빠.. (아직 눈물 흘리지 않는다)
난 맨날 오빠 힘들게만 한다...
정운은 핸들에서 고개를 못 들고 울고 있고, 지혜는 창밖만 보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만
닦고 있고, 고운은.... 이들의 아픔을 차분하게 감당해내며 손만 만지작만지작...
살짝 고이는 눈물에 촉촉해지는 고운의 두 눈.
소라 방 / 밤
고운소리 소라는 몰라요 오빠....
소라, 새근새근.. 잘 자고 있다. 소라를 내려다 보는 고운.
소라 초등학교 앞 /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지훈이 도복을 입고 아이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지훈, 열심히 돌리는데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
소라소리 사탕이라도 하나 붙여주지..
지훈 돌아보면, 시니컬 소라가 전단지를 보고 있다.
소라 그리고 이런 건 하교시간에 돌리던데... (어쨌든) 수고하세요.
자기 갈 길을 가는 소라.
지훈, 뭐가 지나간 거지.. 정신이 멍... 손에 든 전단을 본다.
소라 학교 교실 / 낮
급식시간. 소라는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식판에 담긴 급식을 먹고 있다.
식판에 오늘의 우유인 바나나 우유 들어있다.
한자리 건너에 있는 진아와 그 패거리들 소라를 힐끗힐끗 본다.
진아, 야릇한 웃음을 띠더니 소라 자리로 다가온다.
소라, 인식하지만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밥만 먹는다.
진아 너 왜 요즘 발레학원 안 와? 발표회 안 해?
소라 ........
진아 설마 내가 무서워서 안 오는 거니?
소라 (진아를 빤히 본다) 나 발레 별로 안 좋아해.
진아 그렇구나.
진아, 어떻게 골려줄까 머리 굴리다가 바나나 우유를 본다.
빨대를 뜯어 소라의 바나나 우유에 턱! 꼽는다.
그러더니 바나나 우유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소라, 언짢지만 일단 참는다.
진아, 일부러 부르륵 부르륵 거품을 내며 쪽쪽 마신다.
진아 미안. 내가 바나나우유를 좋아해서 그만.
그래도 반 남겼으니까 너 마셔.
아이들, 익숙한 상황에 큭큭 웃는 아이들도 있고, 긴장하며 지켜보는 아이들도 있다.
진아, 아무 대꾸도 못하는 소라를 비웃으며 자리로 돌아간다.
우물우물 밥을 씹는 소라. 다부지게 삼킨다. 그리고 바나나 우유를 잡는다.
모두 바라본다. 소라, 빨대를 빼고, 뚜껑 포장을 뜯어 진아의 자리로 간다.
진아, 앞에 와 선 소라를 빤히 본다.
소라, 들고 있던 남은 바나나우유를 진아의 먹는 중인 식판에 줄줄줄 붓는다.
노란 우유가 넘치는 식판. 진아의 얼굴 일그러진다.
소라 좋아한다며? 다 먹어.
팽팽하게 바라보는 소라와 진아!
수인 웨딩 디자인 실 / 낮
고운, 드로잉 북에 디자인 했던 드레스를 만들고 있다.
마네킹에 입혀 놓았는데, 아직 시침핀이 엉성하게 꽂혀서 미완성 작품이다.
고운 언니...
미자 (찻잔 들며 고운을 본다) 난 니가 그렇게 정색을 하고 부르면 무서워.
고운 나 다음달부터 ... 좀 쉴게.
미자 (마시던 차가 목에 캑 걸린다) 뭐?
(화난다) 너 어떻게 하면 이미자 물 먹일까 연구 하냐 요즘!
고운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
미자 야!! 난 밤마다 삭신이 쑤셔서 소주 반병씩 마시고 자, 알아?
이 나이되면 다 쑤시고 아프고 그런 거지 너만 유난이야?
고운 ..... 정리 할 것도 좀 있고....
미자 (일어나 버린다) 나도 머리가 터질 거 같아요 실장님!!
(확 뒤돌아 갈군다) 일찍 퇴근하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을 해 이년아!!
고운, 그냥 웃는다. 미자 씩씩 거린다.
핸드폰이 울린다.
고운 네. (반색하며) 어머 선생님~!!
학교 교실 / 낮
담임(여 30후반) 과 마주 앉아 이야기 하는 고운.
선생님들 몇몇 책상에 앉아 잡무를 처리하고 있다.
담임 소라보고 극복하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제 시작이라는 겁니다. 중학교 고등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 힘들어지지 않을까 해서요.
소라의 결벽증 (다시 고쳐 부른다) 아니.. 남다른 식습관으로 다툼이 있진
않았는데..이번엔 어떻게 그렇게 돼 버렸어요.
고운 ... 죄송합니다.
담임 아니요, 죄송하다니요. 소라만 잘못 한 것도 아닌데요...
사실... 진아가 소라한테 망신을 당한 적이 있어요.
담임 소리 그 후로 진아랑 소라랑 사이가 안 좋아요..
플레쉬 백 /
체육시간이 끝나고 들어 온 아이들. 모두 목이 마르다.
소라, 자신의 물통을 꺼내 책상에 놓는다.
바닥으로 뭔가가 떨어져 집고 일어나니, 한결 착해 보이는 진아가 소라의 물통에
입을 대고 몇 모금 마시고 있다.
화가 나는 소라, 확 뺏는다.
진아 미안.. 목이 말라서 .. 조금 밖에 안 마셨 (하는데)
소라 (버럭) 너 거지야?!!!!
순간, 진아 민망하다. 주위를 보니, 아이들이 모두 보고 있다.
아이들 거지래.. 큭큭 웃기도 한다.
택견 학원 원장실 / 낮
지훈, 아이들을 가르치다 땀을 흘린 채로 허겁지겁 원장실로 들어와 보니,
소라가 테이블에 만들다 남은 사탕 전단지를 만들고 있다.
지훈 (기겁을 하며) 너.. 너 언제 들어왔어? 누가 너보고 이런 거 하래?
소라, 지훈 한 번 보고 다시 전단지에 사탕을 붙인다.
지훈 넌 왜 어른이 말을 하는데 자꾸 씹어~!
소라 (지훈을 빤히 보다가) 엄마가 학교에 불려 가면 어떻게 되요?
지훈 (또 낚인다. 소라 앞으로 달려가 앉는다) 끝난 거지!
엄마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던질 만한 걸 모두 숨겨놔야 하는 그런 상황?
소라, 조용히 일어나 가방을 멘다. 지훈, 시계를 본다.
지훈 (착한 건지 까먹는 건지) 아직 한 시간 안됐는데!
소라 던질만한 거 숨기러 가요.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가는 소라를 보는 지훈. 어쩌지..
지훈 근데 나 왜 쟤 걱정을 하고 이러니. 나 원 참...
소라가 만든 사탕전단지를 박스에 담는 지훈. 꽤 많다.
고운의 집 주방 / 밤
고운,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한다고 법석이다.
소라 식탁에서 학습지를 풀면서 고운의 눈치를 본다.
소라 (눈치 보다가) 엄마 화 났지?
고운 (시무룩한 얼굴을 일부러 밝게 하며) 아니.
소라 (미안한 얼굴) 그냥 혼내지 왜 갑자기 요리해?
고운 내가 안 해서 그렇지 원래 요리사야 꼬맹아. 버섯볶음 해 먹자!
소라 난 버섯 싫은데...
고운 넌 성장기 어린이니까 이것저것 잘 먹어야 돼!
소라 (고집이다) 그래도 먹기 싫은 건 안 먹고 싶어. 토할 것 같단 말이야!
고운 (돌아보며) 뭐가 토 할 것 같아.. 응?
소라 (고집스런 얼굴로 말을 닫는다)
고운, 가스 불을 조금 줄인 다음 소라 맞은편에 앉는다.
소라 좀 부담스럽다.
고운 장소라.
소라 응
고운 소라는 왜 다른 사람이랑 밥을 못 먹을까?
소라 ....... 구역질 나. 더러워.
고운 뭐가 더러워... 한국 사람들은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같이 퍼 먹고 사는 게 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소라 미국은 안 그래.
고운 (버럭) 니가 미국사람이야?
소라 미국 가서 살 거야.
고운 엄마가 말하면 좀 들어! 왜 따박따박 말대꾸야!!!
소라.... 놀라서 쳐다본다.
고운도 좀 당황한다.. 이게 아닌데...
소라 그냥 왜 싸웠냐고 혼내면 되지 왜 그래?!!
고운 뭐?
소라 왜 요리한다고 그러면서 나한테 짜증 내!
고운, 화가 난다.
일어나 가스 불을 확 꺼버린다.
앞치마를 풀어 식탁의자에 내던지고 방으로 확 들어가 버린다.
소라... 혼자 남아... 가만히 식탁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다시 학습지를 풀어 나간다.
고운의 방
고운 손톱을 물어뜯으며 서성인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눈물이 좀 고이는 것도 같다.
그러나 울지 않는다.
초조하다.......
고운 (주절거림) 잘 하지 미친년아... 진작 좀 잘하지... 하....
고운의 집 주방
여전히 열심히 학습지 풀고 있는 소라.
고운의 방문이 열리고 고운 버름하게 나온다.
괜히 냉장고 열어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린다.
소라 (학습지만 풀면서) 버섯 먹을게.
냉장고 불빛에 환하게 비춰진 고운의 얼굴 일순간 스톱.
입 언저리에 작은 경련... 울면 안 된다.
허공에 고운의 손이 좀 떨린다.
고운, 참지 못하고 냉장고 문 열어 둔 채 소라에게로 달려와
소라의 작고 귀여운 머리를 가슴에 확 안아버린다.
소라... 손에서 연필을 내려 두고 .. 고운의 손을 살살 만져 준다.
소라의 따뜻해 하는 얼굴.
고운의 고통스러운 얼굴... 눈물을 참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고운.... 숨소리만 거칠다...
고운의 집 거실 / 깊은 밤
부분 조명으로 은은한 거실.
고운이 쇼파 쭈그리고 앉아 뭔가를 열심히 보는 중이다.
고운의 옆 에는 여러 장의 서류들이 널려있다.
가까이 보면.... 여러 회사의 보험증서들과 약관들이다.
고운, 손가락으로 약관 한 장을 훑어내려 간다.
고운, 무릎을 세우고 소파에 앉아 유언장 카피 본 을 읽어본다.
고운 소리 (목소리가 아주 장난스럽고 맑다) 사랑하는 딸 장소라..
엄마가 먼저 가서 정말 미안하다.
그래도 이렇게 널 위해 밑거름을 만들고 가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잘 살아라.
장난 같은 유언에 고운 피식 웃음이 난다.
고운... 탁자로 내려 앉아.. 펜을 들고 유언장의 여백에 몇 자 적으려 한다.
그러나 .... 한 자도 적을 수 없다.
무릎에 머리를 푹 처박아 버린다...
웨딩스튜디오 촬영장 / 낮
신혼부부들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한다.
그때마다 펑펑 퍼지는 후레쉬.
고운 수란씨! 마지막 드레스 아직 멀었어?
수란 지금 가요.
신혼부부가 순서대로 서있으면, 그 뒤에서 옷매무세를 다듬는 고운과 수란.
고운, 손목에 달린 시침핀 고리에서 시침핀을 빼 모델 허리 라인 잡아주는 모습이
예리하여 프로답다.
뒤태를 조이는 동안 신부의 화장을 고치는 미자.
미자 야. 저 사람 돌싱이래.
ok, ok하며 사진작가의 우렁찬 소리가 들린다.
미자의 말을 무시하며 시침핀을 입술에 무는 고운.
미자 스튜디오가 여기 말고도 양평에 또 있데! 완전 큰 거.
키 크지 얼굴도 참하지, 능력도 좋지.. 아!
손목에 있던 시침핀을 빼서 미자의 손목에 채워준 고운.
바늘이 삐져나와 미자의 손목을 찔렀다.
고운 사장님. 전 관심 없으니까 맘대로 하세요.
미자 야, 누구 땜에 뒷조사 한 건데!
고운 잘 됐네, 같은 돌싱끼리 잘해봐..이제 나 빠져도 되지?
나 중요한 약속이 있어.
미자 넌 씨.. 내가 사장이야 인간아~! 퇴근시간이 나이롱이야~!
싱긋 웃어주고 급하게 촬영장을 나가는 고운.
미자, 사진작가와 눈이 마주친다.
미자 (박수치며) 오케이, 오케이, 나이스 컷!
발레학원 안 / 낮
고운, 얼굴이 굳어있다.
여자 아이 하나가 발레복을 입고 고운에게 이야기.
발레아이1 소라 언니 안 왔어요. 요즘에 맨날맨날 안 오는데..?
고운 맨날맨날...?
황망한 고운, 이럴 리가....
발레학원 앞 / 낮
전화를 걸며 나오는 고운.
고운 (긴장가득) 어 소라야. 어디야 지금?
소라, 택견 학원 문을 열고 나오며
소라 발레학원.
소라, 이상한 기운에 고개 들어 보니 고운이 넋이 나간 얼굴로 자기를 보고 있다.
소라, 기겁한다.
택견 학원 안 / 낮
지훈, 발레동작을 흉내내고 있다. 빙글빙글 돌다 넘어진다.
그 앞으로 다가오는 고운과 소라.
고운 됐구요. (지훈을 확 노려보며),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그렇지,
상도가 있는 거 아닌가요?
지훈 네? (고운의 신발을 보며) 저 죄송한데 신발은 벗고 들어오시죠..
고운 (흠칫 하지만 무시한다)이런 식으로 아이들 끌어 모으나 본데!
교육 사업을 이딴 식으로 하나요!!!
지훈, 억장이 무너진다.
지훈 저요, 그런 놈 아닙니다. 운동하는 사람들, 그런 얍삽한 마음으로
운동하는 거 아닙니다. 내가 정말.. 얼마나 열심히.. (울컥)
아 진짜.. 너무한다 진짜...
고운 (한결 누그러져) 뭐.. 미안하긴 한데요... (다시 욱) 그래도 어른이 말이죠!
애들이 판단을 잘못하고 그러면 선도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지훈 (답답해서 소라를 본다) 야.. 너 말 좀 해봐... 이게 아니잖아 우리가~!!
소라 그러게요... 에이 왜 그랬어요 선생님...
지훈, 입이 떡 벌어진다.. 맙소사....
고운의 집 소라 방 / 밤
벽에 붙어 있는 아름다운 발레리나 사진들.
고운, 조용히 사진들을 뜯어낸다.
소라, 침대에 걸터 앉아 묵묵히 땅만 보고 있다.
소라 발레 할게.
고운 아니, 하지 마. 안 해도 돼. 엄마는 소라가 행복한 재능을 발견하길 원하는
거지, 억지로.. 거짓말까지 하며.. 이렇게 살라고 하는 게 아냐.
소라 ........... 학원에 .. (어렵게 말을 꺼낸다) 진아가 있어.
고운, 움찔한다.
고운 진아?
소라 지난번에 싸운...
고운 (머리가 아프다) 그 친구 때문에 .. 걔가 너 괴롭히니?
왕따 시키고 그래?
소라 아니. 그냥... 내가 가기 싫어서...
고운 (한참 생각하며) 소라야. 살다보면.. 우리 생각과 다르게 힘든 상황들이
생겨.. 그럴 때마다 도망 다닐 거야? 평생?
소라는 말이 없고, 고운은 답답하다..
풀이 죽은 소라를 보니 고운 마음이 더 아프다. 소라 앞으로 가 앉는다.
소라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고운 (씩 웃으며) 좋은 생각이 있어.
우리.. 소라 생일에 진아랑 친구들 초대하자!!
소라 (좀 맘에 안드는 얼굴) 그런 거 한 번도 안했잖아...
고운 그러니까 우리도 한 번 해보는 거지!! 엄마랑 같이 초대장 만들자!!
글쎄.. 자신 없어 하는 소라의 얼굴.
소라의 학교 교실 / 낮
쉬는 시간, 소라는 동화책을 읽고 있다.
소라, 가방에서 초대장을 꺼내려한다. 이때 눈이 마주치는 진아.
저만치 진아가 다른 아이들과 웃고 떠드는데, 소라와 눈이 마주치자 쌩~!
초대장을 다시 가방에 넣어버리는 착잡한 표정의 소라.
고운의 집 / 낮
한 상 차려져 있다.
나름 이것저것 붙여서 장식도 되어있다.
그러나 아무도 없고 고깔을 쓴 고운이만 소파에 앉아 시계를 보고 있다.
고운, 소라의 방으로 가 본다.
소라 방 / 낮
소라, 머리에 고깔을 쓰고 문제집 풀고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고운 이미 열린 문을 노크 해 본다.
소라 돌아보며 씩 웃는다.
고운 (침대에 걸터앉으며) 이 웬 재수 없는 씨츄에이션이지?
생일파티 전에 열공이라... 별룬데?
소라 숙제하는 거야, 열공 아니야.
고운 친구들은?
소라 ..............
고운 (조심스럽다) 늦나?
소라 (한동안 침묵) 안와.
고운 뭐라고?
소라 ......... 아무도 안와.
고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혼도 낼 수 없다 생일이니까...
소라, 고운의 눈치를 본다.
고운.. 더 난감하다.
고운 (어쨌든 너의 생일이다) 야, 우리 저거 다 먹고 자전거 타러 가자!
학교 운동장 / 낮
소라가 자전거를 타고 고운이 뒤에서 잡아주고 있다.
소라의 몸이 자꾸 기운다.
고운 왼쪽으로 자꾸 기울잖아~! 중심을 잘 잡아야 된다니까!
소라 (자꾸 뒤 돌아보며) 중심이 안 잡히니까 그러지~!!
고운 니가 자꾸 뒤 돌아 보니까 그렇지 뚱땡아!!
땅에 다리를 내려놓고 서 버리는 소라.
고운 알았어 알았어.. 뚱땡이라고 안 그럴게.
고운, 소라의 앞으로 와 소라와 눈을 맞춘다.
고운 소라야. 엄마가 뒤에서 꼭 잡고 있잖아.
소라 안 넘어지게 꼭 잡고 있으니까..
믿고 .. 뒤돌아보지 말고 .. 목표만 보고 가. 그래야 넘어지지 않아.
(먼 구령대를 가리키며) 저~기 저 구령대 태극기 보이지?
저기를 목표로 엄마 믿고 가는 거야. 알았지?
소라.. 심통 난 얼굴로 끄덕끄덕.
다시 소라의 자전거를 잡아 주는 고운.
고운 자, 그럼 가 볼까~!! 간다~~!!!
고운, 자전거를 잡아 주며 달린다.
비틀비틀 하던 소라 좀 중심을 잡고 잘 가는 것 같다.
소라 엄마, 꼭 잡고 있지!!
고운 그래, 꼭 잡고 있어!!
소라가 잘 달린다. 고운 잡고 함께 달리는데.. 숨이 차 온다.
힘들다.. 아프다... 자전거를 사르륵 놓는다.
홀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소라의 뒷모습을 헉헉거리며 바라보는 고운.
고운소리 소라야.. 엄마가 꼭 잡아줄게. 엄마가... 꼭 잡아줄게...
숨이 차 가슴을 잡고 더 고통스러워하는 고운.
이 모습을 보는 소라.
고운의 집 주방 + 거실 / 한 밤
고운이 싱크대에 한 손으로 기대어 서서 약을 먹고 있다.
양이 많은지 힘들게 삼킨다.
좀 내려가자 다시 약 봉지 하나를 뜯어 입에 넣고 물을 마신다.
정말 힘들게 꿀꺽..꿀꺽... 그 뒷모습으로도 괴로움이 전해진다.
카메라 팬하면, 소라가 자기 방문을 조금 열고 이 모습을 보고 있다.
약간 인상도 쓰고 있고.. 두려움도 있고.. 소라, 조용히 문을 닫는다.
진료실 / 낮
의사와 대면하고 있는 고운.
의사 이제 입원하셔야 합니다.
고운 네...
의사 대답만 하시라는 게 아니라... 이제 통원치료로는 못 버틴다니까요.
고운 (씁쓸하게 웃으며) 나 진짜 열심히 약도 먹고 하는데..
의사 오늘이라도 당장 입원하세요.
고운 선생님. 저 겁 많아요. 못 견디게 힘들 거 같으면 제가 먼저 보따리 싸서
온다니까요? 근데 지금은 쫌 .. (그냥 웃는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얼른 들어올게요.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웃는 고운 얼굴.
정운의 집 거실
지혜 , 청소하고 있다.
소라 외숙모. 저 갈게요.
지혜 (청소하며) 응.. 갈래?
소라 외숙모.
지혜 저 집에 데려다주세요
지혜 (소라를 바라본다) 응?
정운의 집 앞 골목길 / 밤
지혜 , 소라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소라 묵묵히 땅만 보며 걷고 있다.
소라 외숙모.
지혜 응?
소라 (담담하게) 엄마가.. 약을 많이 먹어요.
지혜 잠시 스탑. 어찌해야 하나.....
소라 (여전히 다른 곳 보며) 아주 많이 먹어요. 밥 보다 더 많이.
(지혜 보며) 엄마 ... 많이 아파?
지혜 (당황) 응?
소라 엄마 .. 쫌 많이 아프지?
지혜 응....
소라 어디가?
지혜 배 안이...
소라 엄마... (망설인다) 죽는 거야?
멈칫하는 지혜, 심장이 멎는 것 같다.
지혜 그래.. 엄마 많이 아파.
하지만 병원도 다니고 우리들이 모두 기도하고 도와주니까 ..
얼른 나으실 거야.
소라 거짓말....
지혜 (소라를 바라본다) ?
소라 그렇게 말하는 건 다 거짓말이야.
침착하게 소라 앞으로 다가와 마주 앉는다.
지혜 그게... 무슨 말이야 소라야.
소라 텔레비전에서 다 봤어요.
(눈물이 좀 고인다) 큰 병원에 다니고.. 약도 많이 먹고..
자꾸 쓰러지고.. 자꾸 다 토하고...
그럼.. 그럼...
지혜 (다급하다)소라야, 소라야 그건..
소라 (단호하다.. 그래도 눈물이 고인다) 엄마... 죽어요?
지혜 (움찔... 아... ) .....
소라 엄마.. (목이 멘다) 죽어요?
외숙모 거짓말 하면 안 돼요. 나중에 내가 외숙모 미워 할 지도 몰라요.
지혜 소라야.... (미치겠다) 그래..엄마 ...
소라... 모든 동작이 멈춘다.
작은 입술이 달달 떨린다. 가만히 지혜를 본다.
소라 ... 몇 밤 자고?
지혜 (소라의 손을 잡고 담담하지만 죽을힘을 다해) 아직.. 잘 몰라 소라야.
엄마는 씩씩한 사람이니까.. (뭐라 할 말이 없다)
소라.. 커다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무서움에 파르르 떨기도 하는 것 같다.
지혜 소라를 와락 안아준다.
소라 외숙모.
지혜 그래..
소라 엄마한테는 ... 비밀로 해주세요.
지혜 걸음을 멈추고 소라를 내려다본다.
소라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엄마한테는 내가 알고 있는 거 비밀로 해 주세요.
엄마... 힘들어요.
지혜 (이 녀석을 어쩌면 좋을까) 그래...
소라가 삼촌이랑 외숙모보다 어른이구나.
다시 손잡고 조용히 걷는 지혜와 소라.
아파트 현관 / 밤
소라, 자전거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손을 뻗어 자전거의 페달을 잡아 살살 돌려본다.
잘 돌아간다.
계속 돌리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고운의 집 거실 / 아침
가방 메고 방에서 나오는 소라. 소라의 얼굴이 불편해 보인다.
고운의 구토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라, 구토소리를 못들은 머리를 빗는다. 빗에 엉킨 머리.
소라, 짜증이 올라오지만 꾹 참는다. 그리고 엉킨 머리를 한 움 잡아 살살 빗어내려간다.
차분하게 빗겨진 머리... 그런데도 계속 빗질하고 있는 소라.
고운의 괴로운 구토소리가 여전히 들린다.
소라, 정신 차리고 빗을 내려 놓고, 가방을 멘다.
소라 (밝게)엄마!! 나 학교 간다!
고운소리 어.. 그래. 엄마가 지금 좀...
소라 그러니까 쫌씩 만 먹어 돼지엄마!!
고운소리 머리 빗어야지...!
소라 나 머리 잘 빗어 원래...! 나 간다....!
고운소리 잘 갔다 와..
소라, 돌아서 걸음을 옮기는데 자꾸 욕실을 본다.
걱정이 되서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고운 아파트 현관 문 밖 / 아침
소라, 문에 기대어 쭈그리고 앉아 입을 막고 운다.
우유 주머니가 소라의 등에 걸려 같이 들썩인다.
소라..두 손을 꼭 쥐고 중얼중얼 거리는데 자꾸 울음이 나와서
눈물을 닦느라 정신없다.
자기도 모르게 들썩이는 어깨...
소라의 교실 / 오후
음악 수업중이다.
아이들 리듬악기도 합주를 연습하는데
소라는 뭔가 열심히 적고 있다, 보면
[비올 확률 80%.. 일기예보 아줌마...]
창밖을 보면 비가 쏴아 내리고 있다.
소라 교실 쪽 현관 / 오후
아이들 비옷 입고, 혹은 우산 펴고 집으로 돌아간다.
소라도 나왔는데 비 오는 운동장만 보고 있다.
오늘도 우산을 가져 오지 못한 소라. 할 수 없이 손으로 이마를 가리며 뛰어나가려는데,
주위가 노란 빛으로 확 바뀐다.
소라, 어리둥절해서 보면, 고운이 노란 우산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소라,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수인 웨딩샵 작업실 / 밤
고운이 드레스 거의 마지막 공정을 작업 중이다.
소라도 함께 있다. 드레스들을 구경하고 있는 소라.
고운 소라 졸리지? 거의 다 했어. 그러게 집에 있으라니까..
소라 안 졸려. 엄마랑 있으면 자기 싫어.
고운 왜?
소라 눈 감으면 엄마 얼굴 안 보이니까.
고운, 하던 일을 멈추고 소라 앞에 쭈그리고 앉아 눈높이를 맞춘다.
소라 엄마.
고운 (다시 일하며) 왜?
소라 왜 엄마는 결혼 할 때 웨딩드레스 안 입었어?
고운 (아무렇지도 않게) 그땐 아빠가 가난했어.
할머니가 하도 반대하셔서 몰래 시골 교회에서 했거든.
드레스 대신 예쁜 원피스 사줬어 아빠가.
소라 그럼 엄만 드레스 만들기만 해?
고운 그러네?
소라 입고 싶지 않아?
고운 엄마? .....
소라 (거의 완성 된 드레스를 잡고는) 이게 제일 이쁘다.
갸우뚱 하는 고운.
(점프 1층)
소라, 귀여운 어린이 턱시도를 입고 있다.
뷰 공간의 커튼 자락을 잡고 있는 소라.
소라, 하나 둘 셋! 외치며 커튼을 연다.
화사한 조명아래 고운이 쑥스럽게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고운은 자신 없어 하지만, 소라보기에.. 아니 그 누가 보더라도 정말 아름다워 보인다!
소라, 입이 찢어질라 그런다!
소라 엄마... 완전 이쁘다... 와....
고운 (거울을 보며) 정말.. 이뻐?
소라 최고 이뻐!
고운, 쑥스럽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소라, 얼른 고운 옆에 가 선다. 꼬마 신랑 같다.
아름다운 엄마 곁에 선 턱시도 입은 소라!
두 사람, 기분이 좋다. 소라, 신사처럼 춤을 신청한다.
고운, 어랏? 하는 표정. 그러나 그 춤 신청을 받아준다.
이들은 두 손을 맞잡고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
어느새 울려 퍼지는 왈츠 풍 결혼 행진곡... 이들 귀에만 드리는 것...
정말 행복하게 딸 소라와 춤을 추는 아름다운 고운.
웨딩샵 앞 / 밤
드레스를 입은 고운과 소라를 보는 시선샷.
정운이 쇼윈도 너머로 모녀를 보고 있다.
발레학원 앞 / 낮
진아와 아이들이 우르르 떠들며 학원 건물로 들어간다.
소라, 인상만 잔뜩 쓴 채 들어가지 않는다.
지훈소리 배신자!
소라 엄마야~!!
깜짝 놀라서 주저앉는 소라. 좋다고 웃는 지훈.
동네 수퍼 파라솔 / 낮
도복을 입은 지훈과 소라가 파라솔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지훈 (소라 흉내 내며) 그러게요.. 에이 왜그랬어요 선생님
(버럭) 넘 한 거 아니냐!
그래놓고 발걸음 딱 끊고. 여자들이란.. 으유!
소라 ....
지훈 (소라 힐끗 보고) 많이.. 혼났냐?
소라 (아이스크림 한 술 먹고) 혼을 안 내요 엄마가.
지훈 다행이네~! 난 너 안 오길래 엄청 혼난 줄 알았지.
소라 또 대답 않고 아이스크림만.
지훈 (할 말 없으니) 그래도 내가 참 좋은 아저씨 아니냐?
누명을 쓰고도 아이스크림 사주고! 맛있지?
소라 ... 네.
지훈 (발끈) 뭐냐. 먹지 마 너!
소라 (지훈을 빤히 보며) 관장님.
지훈 뭐야.. 왜 또 어려운 눈으로 날 보니..
소라 라디오 방송국에 가봤어요?
어리둥절한 지훈.
고운의 집 거실현관 / 아침
책가방을 메고 현관에서 신발을 싣는 소라.
고운 엄마가 학교까지 바라다 줄까?
소라 (엄마 마음 알고) 정말?
고운, 신나서 신발을 싣는다.
등교 길 / 아침
엄마 얼굴을 힐끗 본다.
소라 엄마.
고운 응?
소라 나 오늘... 학교 가지 말까?
고운 왜?
소라 그냥... 엄마랑 집에서 하루 종일 놀고 싶어서.
고운 선생님한테 엄마 또 혼나면 어떡해.
소라 내가 대신 혼날게.
걸음을 멈추고 소라를 가만히 보는 고운.
이 꼬마가 같이 있어줬음 좋겠다.
그래도 참아야하나... 어쩌지..
고운 (씩 웃고) 그럴까?
소라, 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바로 턴해서 집으로 손잡고 신나게 걷는 고운, 소라.
소라 학원도 안 갈 거야.
고운 그럼! 까짓 거 한 번에 혼나는 거지 뭐.
그나저나 우리 뭐하고 놀까?
소라 그냥 거실에서 만화보고 누워서 놀자.
고운 저녁엔 드라마 봐도 될까?
소라 구래!
고운 앗싸~! 소라 나랑 놀아주고~!!
정말 신나하는 고운.
정말... 아이보다 더 신나하는 고운.
그런 모습을 보는 소라의 웃음은 걱정이 섞여 있다.
고운 집 거실 + 주방 / 낮
거실 바닥에서 만화책을 보다가 잠이 든 고운과 소라.
거실에 널부러진 라면그릇 과자 ....
수인 웨딩샵 / 밤
창밖을 보고 있는 고운, 미자가 커다란 드레스 가방을 들고 들어온다.
고운, 얼른 받아 드레스를 꺼내 살펴본다.
미자 어렵다 어렵다.. 다 구라지. 차 막히는 것 좀 봐.
아유..
고운 고생했지?
미자 아는 척 하지 마! 아줌마 안 나와서 혼자 얼마나 뺑이 쳤는지 알아?
고운 그러니까 사람 빨리 뽑으라고.
미자 (또 시작이라는 얼굴) 사람이 있는 데 뭔 사람을 뽑아 인간아~~!!!
징글징글 우려먹네 그냥.
고운, 어떻게 말할까... 소파에 앉는 미자 앞에 마주 앉는다.
그리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고운 언니. 사람 뽑아야 해. 나보다 훨씬 유능한 디자이너로 말이야.
미자 너보다 유능한 애를 뽑아야 되는 건 맞는데, 너보다 편한 인간이
없을 거 같아서 싫다.
고운 나 이제 곧,,,, 못 나와.
미자 (하던 동작 멈추고 고운을 무섭게 본다) 말 나온 김에 해봐 어디.
왜 못 나와? 어디서 월급 더 많이 준다니? 아님 샵을 내 준데?
뭔데 맨날 나간다 타령이..
고운 곧 가 내가.
미자 그러게 어딜 가냐고~!!!
고운 ....... (웃으며 조심스럽게) 소라 아빠한테 가.. 곧..
미자, 미간이 움찔... 뭐라는 거지...? 설마....
미자 (입술이 움찔움찔.. 눈만 껌벅껌벅) 알았어. 다른 데로 가도 되니까.
쓸데없는 소리 나불거리지 마. (세차게 일어나며 버럭) 수란아~!!!
수란아~~~!!! 얘는 맨날 어딜 싸돌아다녀~!!
미자, 수란을 더 신경질 적으로 부르며 자리를 뜬다.
고운 착잡하게 미자의 뒷모습 본다.
고운 집 앞 놀이터 / 밤
정운과 고운이 나란히 그네에 앉자 있다.
정운 회사는.. 이제 그만 두지 그러니.
고운 놀면 또 뭐해요.
정운 힘들 텐데.
고운 ...... 집에 있는 게 더 힘들 거 같아.
정운이 고운을 본다.
고운 (웃는다) 입원 하잔 말 하지 마.
정운 오빠가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으니까 맘 독하게 먹어라
포기하지 말고...
고운 포기안해.. 남은 시간 잘 쓸거야
우리 소라.. 오빠 언니 위해서라도
체념한 듯한 고운 얘기에 화가 나지만 누르며
정운 넌 나아서 잘 살 생각을 해야지... 벌써부터 남은 시간 얘길하고
그러냐.. 끝까지 이럴래? 소라 데리고 우리 집으로 들어와라.
고운, 정운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미소지어보인다.
고운 ... 힘들면.. 오빠한테 말 할게요.
계속 그네를 타는 남매.
정운소리 먹는 건 괜찮니?
고운소리 술은 끊어야 될 것 같아.
정운소리 (씁쓸하게 웃는) 그거 잘됐다.
고운소리 뭐야~~
지혜의 집 거실 / 오후
민우 민혜 거실에서 만화 보고 있다.
지혜, 아이들에게 과일 깎아 주고 있다.
고운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지혜 어서 와요.
고운 소라 짐 여기로 가져 왔어요 언니?
소라소리 내가 온다고 그랬어 엄마.
돌아보면 소라 서있다.
소라 요새 엄마 음식감이 떨어진 것 같아. 맛없어. 그러니까 토하지.
외숙모가 해준 밥 먹고 나아.
지혜 잘 했어 소라. 엄마가 괜히 그러는 거야.
고운, 소라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싼다.
그리고 따뜻하게 웃어준다.
고운 학교는 잘 다녀왔어?
소라 응.
지혜 소라야, 오빠한테 가서 과일 먹어.
소라 엄마도 주세요.
지혜.... 소라가 기특하고 짠해서 바라본다.
고운의 집 / 밤
텅 빈 고운의 집. 현관 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문이 열리고, 미자가 끙끙 마네킹을 안고 들어온다.
미자, 집 안을 휘 돌아본다. 착잡한 얼굴이다.
미자, 마네킹에 만들 다 만 고운의 드레스를 입힌다.
필요한 도구들도 옆에 세팅해 준다. 시종일관 얼굴이 어둡다.
지혜의 집 마당 / 밤
현관이 문이 열려있다. 여운이 들어온다.
고운이 마당에 앉아있다. 여운, 반대편 의자로 가 앉는다.
여운 니 인생도 참... 그렇게 고생해서 이제 먹고 살만하니까 이 무슨
날벼락이니?
고운 그런 대사는 이미 많이 들었는데... (웃는다)
여운 웃음이 나와!!
고운 그럼 또 울어? 눈 아파....
잠시 어색한 침묵. 고운,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여운 넌 참 긍정적이야. 귀여움을 많이 받고 커서 그런가...
아빠랑 엄마랑 넌 막내라고 귀여워하셨지.
오빠는 장남이라고 넌 밭 다 주고, (고운 똑바로 보며) 귀여운 막내딸은
혼자 산다고 아파트 내주고.. 난 뭐 하러 낳았을까?
고운 ...
여운 소라는 어쩔 거야?
고운 글쎄...
여운 아직 글쎄면 안 되잖아? 새언니가 소라 키워 준다든?
고운 ...
여운 하긴.. 니가 지금 그런말 할 정신이 어딨겠니..
(차 우리며) 그래도 ..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말.. 괜한 게 아니야.
고운 ...............
여운 (망설이다) 터놓고 말하자.
고운 ?
여운 형부 사업이 또 기울어서.. 우리 다 털어 이민 간다.
고운 ...
여운 소라 우리가 데려 갈게.
고운 놀라서 본다.
여운 캐나다가 여기보다 공부하기도 좋을 거야.
남보다야.. 피 섞이고 살 섞인 사람이 낫지 않겠니?
고운 .......
여운 (망설이다 눈 딱 감고) 지금.. 너 많이 힘들고 무섭고..
억울하고.. 그런 거 안다........ 그래도 소라는 잘 커야 되잖아.
아빠라는 사람도 가고 없고, 이제 엄마마저 ..(주춤) 암튼, 여기 있어
봤자 팔자 사납단 소리나 듣고 산다고. 듣게 싫겠지만 (고운 보며) 현실이야.
고운 ...
여운 (다시 망설이다)보험금... 소라 앞으로 갈 거지?
순간... 정적이 흐른다.
고운 뭐라 리액션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운.. 창피하기도 하고 얼굴 화끈거린다.
CUT TO
현관문. 들어가지도 못하고 서 있는 지혜.
지혜, 묵묵히 돌아선다.
여운의 집 아이들 방 / 낮?밤?
여운의 아들 컴퓨터 오락하고 있다.
뒤돌아보고 인사한다.
지혜 그래, 저녁 먹었어?
아이 네.
지혜 외숙모 엄마랑 상의 할 게 있거든? 게임 조금만 있다 하자.
아이 네.
아이 나가면 지혜 게임 볼륨을 높인다.
게임 음악이 시끄럽다.
여운 무슨 일...
하는데 지혜 바로 여운의 뺨을 세게 때린다.
놀라 보는 여운.
지혜 사람이니?
여운 (화난다) 뭐하는 짓이예요!
지혜 사람이 어떻게 그래! 다 죽어가는 사람.. 지 새끼 어디다 두고 가야 할지
몰라서 지 아픈 것도 잊고 사는 사람한테 너 무슨 짓 한 거니! 어!!
여운 뭐냐구!
지혜 니들 사업 망했으면 조용히 니들끼리 해결 해.
이제 손 벌릴 데가 없어서 ... 니 동생 목숨 값 널름거리니?
여운 (시선 외면한다) .......
지혜 (분을 삭일 수가 없다) 고운이 .. 중학교 들어갈 때부터 같이 살았어.
어머니대신 학교 보내고, 도시락 싸주고, 옷 빨아 입히고!!
나 이럴 자격 있는 거지? 고운이가... 죽는다고 이 사람아!
물보다 진한 게 피라 그러더라.. 너.. 너는...
지혜 호흡을 가다듬는다.
화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한다.
잠시 말없이 서있는 두 사람.
지혜 게임 볼륨 낮추고 방문 손잡이 잡고 한마디 더.
지혜 피보다 진한 게 ! 정인가 보다..
지혜 나가버린다. 여운, 휘청한다.
지혜소리 (아이에게) 미안, 외숙모 또 올게..
아이소리 안녕히 가세요.
지혜소리 그래...
현관문 열고 닫히는 소리.
여운, 의자의 등받이를 잡는다. 잘못 했다.
고운의 집 거실 / 낮
부드러운 햇살이 거실 가득.
마네킹에 입혀진 드레스가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빛난다.
그 앞에 고맙고, 담담한 얼굴로 고운이 서 있다.
고운 김미자씨... 생각보다 감동이야..
고운, 두 팔을 걷어 부친다. 셋팅된 도구를 꺼낸다.
시침고리를 팔목에 차고, 드레스의 마지막 태를 잡아 간다.
눈빛은 날카롭고 진지해... 아픈 사람 같지 않다.
(점프)
거의 모양이 갖춰져 가는 드레스.
고운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그래도 열심히 다시 잡고, 다시 달고...
이미 밖은 어두워졌다. 베란다 창으로 드레스와 고운이 비친다.
고운, 다 만든 드레스를 보며 휴.. 숨을 몰아쉰다. 머리를 슥 넘기는데,
한 움큼 빠지는 머리카락.
고운,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한참 머리카락을 바라본다.
서글픈지 피식 웃는다. 고운, 자투리 하얀 실크를 네모나게 자른다.
삼각모양 반으로 접어, 머리 수건 하듯 묶는다.
고운, 거실 장 곁의 전신 거울 앞에 가 선다.
하얀 두건을 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는다.
고운 (두 팔을 허리에 올리며) 뭘 해도 이쁘다 서고운!
자신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보내는 고운.
정운의 집 주방 / 밤
정운의 식구들과 고운과 소라 식사 중이다.
고운 잘 먹지 못한다. 지혜 안타까워 눈치보고 있다.
소라 ..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 중.
고운 우리 때문에 언니가 고생이네.
지혜 고생은 무슨..
정운 (넌지시) 간이 좀 세지 않아?
고운 (당황) 뭐가 간이 세요. 부드럽고 좋은데...
지혜와 고운 정운의 마음을 안다.
민우 (소라의 따로 덜은 반찬을 보며) 그렇게 먹으면 맛있냐?
소라 별루..
민우 너 그러다 시집도 못 간다 너?
소라 오빠 같은 돼지랑 결혼 안 해. 걱정하지 마.
정운과 지혜 철렁한다. 고운도 당황 한다.
소라.. 아무렇지 않게 밥 먹는다.
민우가 신경질이 나서 소라의 국에 자신의 숟가락을 넣어버린다.
소라, 국을 밀어버린다.
민우, 더 화가 나서 소라의 반찬 접시의 반찬을 휘 젖는다.
정운 (엄하게) 서민우!!
민우 소라가 먼저 시비 걸었잖아요.
지혜 소라는 동생이잖아!
소라 접시를 또 밀어 버리고 숟가락 놓아버린다.
고운.. 화가 났다.
고운 소라. (접시 국 밀어 주고) 먹어.
소라 싫어. 토 할 것 같아.
지혜 (얼른 일어나) 외숙모가 다시..(하는데)
고운 먹어.
소라 싫어. 더러워.
고운, 벌떡 일어나 소라 팔 잡는다.
고운 미안.. (소라 끌어내며) 너 이리 좀 와...
버팅 기는 소라 질질 끌고 나가는 고운, 정운 벌떡 일어나는 데 지혜 말린다.
고운 집 거실 / 밤
고운과 소라. 쇼파에 나란히 앉아있다.
고운 (최대한 화를 누르며) 너 그 버릇 안고칠거야?
세상에 누가 니 그런 식성 맞춰준다니!
그렇게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않아!
삼촌 집에서 그게 무슨 짓이야!! 잘못했지?!!
소라 안 잘못했어.
고운 뭐? ... 너...!!
소라의 팔을 내려치는 고운.
고운 누가!! 누가 그걸 다 받아준데 누가!!
(또 내려치며) 누가 그런 짓을 받아 준데!!
소라 (버럭) 엄마가!!
순간, 허공에서 멈추는 고운의 손.
소라... 부들부들... 울음을 참는다.
소라 (앞만 보고) 엄마가 오래 살아서... (울음이 차오른다) 받아 주면 되잖아.
고운... 입술이 덜덜덜....아무 말도 못한다.
소라 장난감 게임기 그딴 거 다 갖다 버려!!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하나도 안 갖고 싶어!!!
고운 뭐~!!
소라 그런 거 막 사주고!! 엄마는 없고!! 싫어 싫다고오~!!!
가슴이 내려앉는 고운...아.... 아.. 이 꼬마...
고운... 소라를 와락 안아버린다.
소라.. 고운에게 안겨 참아왔던 공포와 설움을 다 쏟아낸다.
소라 엄마 죽지 마....엄마... 엄마 나랑 살아...
고운.. 아무 말도 해 주지 못하고... 소라를 안고 ... 끙끙 신음소리로 참아낸다...
두 모녀가.. 많이 아프다.
정운 집 마당 / 밤
정운. 마당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지혜가 나와 정운의 옆에 앉는다.
지혜 왜 안자고 나와있어. 소라 때문에 그러지?
정운 ..아직 어린데... 그 녀석만 보면.. 내가 눈을 못 마주치겠어.
지혜 소라가 우리보다 어른 이예요.
정운 고운이... (힘들다) 가면... 하~~
지혜 당신 지금 .. 소라 혼자 남을까봐 고민하는 거야?
정운 ??
지혜 아빠도 없고 엄마도 먼저 가면 .. 왜? 고아원 보낼 려고?
정운 당황한다.
지혜 서운하다 서정운.
정운 뭐가?
지혜 소라 우리가 키우자는 말 차마 나한테 못해서 끙끙거리는 거잖아 지금!
정운 ........
지혜 그걸 고민 한다는 자체가 서운하네. 내가 쫌만 일찍 시집왔어도
아가씨 기저귀 갈아줬어 이 사람아!!
정운 (피식) 여튼 허풍은...
지혜 그런 거 일단 다 접어요. 아직 아가씨 잘 버텨내고 있잖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정운. 지혜 정운의 손을 잡아준다.
소라 방 / 밤
고운과 소라. 소라의 침대에서 같이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고운 장소라. 자냐?
소라 .......안자.
고운 자장가 불러주라.
소라 자장가는 엄마가 불러줘야지!
고운 한번만~~
소라 .......귀찮게 진짜.......
버팅기다가 어쩔 수 없이 000을 부르는 소라.
소라 챙피하다. 이제 엄마가 불러줘.
고운 ........
소라 엄마?
대답 없는 고운.
돌아보면, 소라를 껴안은 채 쓰러진 고운이다. “엄마!!”
소라, 소리치며 운다.
소라 엄마... 엄마 아파? 엄마..
고운, 미동도 없다. 소라 얼굴에 점점 공포로 일그러진다.
소라 (날카로운 비명) 엄마~~~~~~!!!!!!
소라, 놀라 울며 고운을 흔들고 난리다.
방에서 나오는 소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고운 집 아파트 현관 앞 / 밤
고운이 산소마스크를 쓴 채 의식을 잃고 이동 침대에 누여져 나온다.
응급차에 옮긴다.
지혜가 구조원들과 올라탄다. 정운과 지혜 달려온다
구조원소리 꼬마야, 넌 안 돼.. 집에 있자 응?
잠옷 차림의 소라가 필사적으로 구조원의 팔을 뿌리치려 한다.
그 얼굴은 아이 얼굴 같지가 않다.
오히려 한마디도 하지 않고 겁먹고 한편으로 결연한 강한 의지로
소라의 얼굴은... 돌조각 같다.
지혜 아저씨, 같이 갈 거예요. 소라 이리 와!
지혜 소라를 안아 올려 구급차에 오른다.
소라 지혜의 손이 떨어지자마자
고운 곁에 자석처럼 달라붙는다.
소라의 발이..... 조그만 발이.... 하얀 맨발이다...
중환자 실 복도 / 밤
긴 복도에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옆으로 늘여 놓여 진 의자에 소라의 실루엣이 보인다.
고개를 숙이고 발을 까딱까딱... 맨발의 실루엣이 보인다.
소라소리 엄마 ..내가 엄마 소원 하나 들어줄게 말해 봐.
고운소리 소원? 말하면 다 들어주는 거야?
소라소리 들어 보구.
고운소리 치사하다! 소원이라... 아 그래!
우리 소라가 친구들이랑 와글와글 놀러 다니는 거?
아! 또 있다. 나 사실... 소라 발레 하는 거 보고 싶어.
소라소리 정말 그딴 게 소원이란 말이야? 시시하다 엄마.
고운의 병실 / 낮
고운이 안정을 찾고 침대에 누워 있다.
노크 소리 들리고 미자가 들어온다.
미자 야~~ 독방이냐?
고운 감옥인가 독방이게? 1인실!!
미자 그게 그거지 뭘....
미자, 안색이 완전히 나빠진 고운을 본다.
맘이 무겁지만 표현하지 않는다.
미자 야, 너 나가고 수란이가 넘버원 이잖냐.
니가 그랬지 감 좋다고?
고운 왜?
미자 감이 좋긴 무슨...자르지 못하는 게 한이다 한!
고운 오랜만에 깔깔 웃는다.
고운, 침대 옆 수납장에서 드로잉북 꺼내 미자에게 준다.
미자 펴본다. 나비 문양 들어있다.
고운 하프로 들어가면 안 돼 언니.
나비는 바스트에 가까이 있어야 되고
흘러 떨어지는 선이 길게 웨스트 아래로 떨어져야 돼.
미자 내가 귀머거리냐? 몇 번을 말하는 거야..
고운 잘 하는 사람이야?
미자 우리 집 자수 그 사람이 다해. 잘해 믿어.
고운 다행이다...
미자가 들고 있는 드로잉 북 다시 받아 펴 본다.
한참 보는데 침침한 게 잘 보이지 않는다.
눈을 자꾸 비벼 본다.
발레 학원 / 낮
아이들 발레복을 입고 스트레칭 중이다.
소라가 발레복을 입은 채 선생님 앞에 서 있다.
진아는 소라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발레샘 소라야. 이 클레스 말고, 6시 클레스로 올래?
여긴 발표회 준비 때문에 소라가 맞출 수가 없어...
소라 (단단히 각오 한 얼굴) 저도 할래요. 잘 할 수 있어요.
발레샘 난처하다.
(점프)
아이들 사이에서 열심히 따라 하려는 소라.
그러나 소라 때문에 동선이 꼬인다. 모두 한 바퀴 돌고 점프하는데 소라만 두 바퀴 돈다.
발레샘 소라, 여기에선 한번만 돌아야지. 그리고 나서 점프야.
진아 짜증 가득한 얼굴로 소라를 본다.
발레샘도 어쩌지.. 이때 원장이 나와 소라를 본다.
발레 학원 원장실 / 낮
발레복을 입고 있는 소라.
원장이 소라의 양 발을 잡고 조용히 타이른다.
원장 소라야. 그럼.. 내년 발표회 때 하자. 지금은 시간이 너무 없어.
소라 내년이요...?
소라의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이는데,
원장은 이 아이가 뭐가 문제인지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
발레학원 앞 복도 / 낮
택견장에서 아이들이 나온다. 지훈이 뒤따라 나온다.
발레학원에서도 아이들이 우르르 나온다. 진아도 있다.
진아 장소라 쟤 미친 거 아니냐? 한 번도 안 나오다가 갑자기 나와서 왜 저래?
발레아이2 하나도 연습 안했으면서 발표회를 어떻게 하냐? 그치?
진아 웃긴다니까..
아이들 계단을 내려간다.
모두 내려가자, 조용히 소라가 나온다. 일부러 늦게 나왔다.
지훈과 눈이 마주친다.
택견 봉고 차 / 낮
운전 중인 지훈. 조수석엔 소라.
뒤엔 마지막 택견학원 아이 둘이 타 있다
어느 아파트 앞에 정차하면 아이들이 내리고 지훈 따라내려 이야기한다
지훈 야. 문좀 잘 닫아 넌 꼬리가 너무 길어~ 그리고 임마.
내일부터 이동작 (다리를 들어올리며) 알지? 이거? 잘 좀 하란말야~
(다른아이 바라보며) 그리고 넌 좀 일찍와 !!
아이들 뭐라뭐라 고함지르며 인사하고 달려간다.
지훈. 차에 바로 오르지 않고 조수석 창에 기대 소라를 본다.
지훈 너 혼자 버스타고 가는 거보다 이게 훨 빠를걸?
소라 치....
지훈, 어두운 소라의 얼굴이 맘에 걸린다.
지훈 발표회 하게?
소라 .... (창밖만 보며) 네.
지훈 갑자기 발레가 막 하고 싶어졌쪄요?
소라 ......... 소원이니까.
지훈 소원?
소라 엄마 소원....
담담하게 거리를 바라보는 소라.
무슨 말인지 몰라서 갸웃갸웃 하는 지훈.
병원 앞 / 낮
소라가 봉고에서 내린다.
소라 고맙습니다.
지훈 (소라의 눈을 잘 못마주친다) 그래. 잘 가라~!
소라. 병원 안으로 들어간다.
지훈, 소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출발한다.
소라소리 엄마가 아빠한테 가기 전에 보여주고 싶은데.. 원장님은 내년에 하래요.
발레 학원 잘 다닐 걸...
병원 복도 / 낮
소라, 책가방 멘 채 걸어오고 있다.
옆으로 이동침대 빠르게 지나간다.
소라, 순간 겁먹고 마구 달린다.
병실 / 낮
요란하게 문이 확 열리면서 소라가 헐떡이며 들어온다.
고운 문 쪽을 본다.
소라가 좀 흐릿하게 보인다.
고운 소라야!
소라 엄마 안 아프지?
고운 응. 왜?
소라 병실로 들어온다.
소라 아냐 아무것도.
소라 학교 복도 / 낮
쉬는 시간이다.
소라, 복도 한켠에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진아에게 선물을 건넨다.
진아 뭐야?
소라 부탁이 있어.
진아 근데?
소라 나랑 어디 좀 가자.
진아, 얄미운 마음이 가득해서 소라를 빤히 본다.
진아의 손에는 마시다 만 우유가 있다. 빨대가 꽂혀 있다.
소라, 그 우유를 본다, 한참 본다. 그러더니 우유를 잡는다.
진아, 왜 이러지 하는 얼굴로 소라를 본다.
소라 (우유 들고) 나... 목마른데.. 이거 좀 마셔도 될까?
진아 왜 그래 너? 또 싸우자는 거야?
소라 아니.. 목말라서..
소라, 망설인다.. 마실 수 있을까.. 고민하는 소라.
진아를 비롯한 아이들이 모두 보고 있다.
소라, 천천히 진아가 마시던 빨대를 입에 가져간다.
정말 마실지 .. 아이들 지켜본다.
소라, 마음 다잡고, 빨대를 입에 문다.
욱,,, 하고 올라온다. 그러나 참는 소라.
진아도 긴장해서 본다.
소라, 눈 꼭 감고 한 모금 쭉 빨아들인다. 다시 욱,... 눈도 빨게 진다.
토할 것 같은 소라, 그러나 꾹 참고 꿀꺽꿀꺽.... 구토를 참으며 억지로 마시는 소라.
교실 안팎의 아이들 모두 숙연해 진다.
진아, 소라의 손에서 우유를 뺏는다.
소라, 욱,,, 그러나 내색 안하려 한다. 진아를 보고 웃어준다.
소라 시원하다...
진아 너... 왜 그래...?
소라 거지라 그래서 .. 마안해.
진아, 아무 말도 못하고 소라를 바라본다.
담임, 긴장을 풀고 저만치서 바라보고 있다. 짠하다...
병실 / 낮
고운. 침대에 누워 웨딩잡지를 보고있다.
갑자기 시끄러워지는 병실. 소라와 아이들이 들어온다.
소라 엄마, 내 친구들이야.
고운 (놀란다) 어....
아이들 안녕하세요~!!
소라 진아를 끌고 고운의 앞으로 데려온다.
진아 시선을 어디다 둘 줄을 모른다.
소라 엄마, 진아 알지? 내가 사과 했어. 그지 진아야?
진아 ...으응...
고운 아... 진아구나. 반가워. (아이들 둘러보고) 얘들아, 너무 고맙다...
소라 엄마, 나 친구들 많아. 걱정하지 마.
고운 소라 친구들 다 예쁘구나.
아이들 배시시 웃기도 하고,
진아는 좀 미안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고운을 본다.
고운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소라가 방긋 웃는다. 진아와 눈이 마주친다. 진아도 웃는다.
발레학원 건물 앞/ 낮
지훈, 건물안을 힐끔 들여다본다. 누군가를 찾는지..
잠시 후, 발레샘이 아이들과 나온다! 얼굴에 긴장이 가득 차오르는 지훈, 봉고를 닦는 척 발레샘을 훔쳐본다. 발레샘이 아이들과 점점 다가온다.
지훈, 가슴이 콩닥콩닥... 눈을 감았다 뜨고... 숨이 막힌다.
지훈의 옆을 지나가는 발레샘. 지훈, 말을 걸어야 한다.. 멀어져 간다.
지훈 (겨우... 부른다는 게) 발레~~!!
발레샘, 뒤돌아본다.
지훈 숨이 막힐 거 같다.
발레 학원 / 낮
발레복을 입은 소라와 발레샘이 동작을 익히고 있다.
발레에 쓰이는 음악이 깔려있다.
발레샘은 소라의 팔을 잡아 모양을 맞춰준다.
발레샘 이렇게 동그랗게.
소라, 따라하는 데 잘 안 된다.
발레샘 더 동그랗게 해야지. (발을 뒤로 빼며) 그 상태에서 아라베스크.
소라 아라베스크...
다리 빼는데 휘청휘청...
발레샘 중심 잡자....그렇지..
소라, 정말 열심히 한다.
지훈, 저만치 구석에서 마대질 하며 소심하게 힐끗힐끗.
(점프)
또 다른 날,
소라는 다른 발레 연습복을 입고 있고, 샘은 예쁜 스커트 평상복을 입고 있다.
이제 제법 잘 하는 소라.
소라가 양팔을 벌리고 자세를 잡는다. 샘 팔의 위치를 잡아준다.
발레샘 달걀이 굴러간다고 생각해.
(높이 올린 왼쪽 팔부터 목을 지나 아래로 내린 팔을 따라 만져주며)
이렇게... 왼팔을 지나서,,, 목을 지나서.. 오른팔까지..
여길 더 내려야지, 달걀이 여기서 떨어지잖아 그럼.
소라 이렇게요?
발레샘 소라 발레 잘 하는 구나!
카메라 조금 빠지면, 이제는 적응이 되어, 도장 구석 의자에 편하게 앉아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음악을 타는 지훈. 발레샘에게 하는 말인지.. 애매한 표현..
지훈 음... 아름다운 모습!!!! (박수 퍽퍽 치며) 원더플~!!
개무시하고 연습하는 소라와 발레샘.
버름한 지훈... 쩝...
병실 / 낮
간호사, 들어 와 차트에 체크 한다.
간호사 지금 안정제 들어가서 환자분 좀 주무실 거에요.
약 때문에 그런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여운 네...
간호사 나가고,
한쪽에 화분 하나를 올려두는 여운. 그리곤 고운의 자는 곁에 와 서서 바라본다.
여운 좀.. 일찍 사 올걸 그랬다..
이건.. 이름이 바비아나래.
손톱만한 꽃들이 한 뿌리에 피어 있는데 색깔이 다 달라.
근데..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 게 참 신기해?
고운, 아는지 모르는지... 가슴만 오르락내리락...
여운 너랑 나랑은 참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그지?
넌 막내라고 이쁘고 오빠는 장남이라고 듬직하고...
엄만 내가 있다는 걸 까먹고 사시는 것 같더라고.
그게 오래도록 화가 나서 말이지...(피식 웃는다)
우리도.. 한 뿌리에 매달린 꽃인데 서로 예쁜 줄 모르고 살았다.
여운, 고운의 곁으로 와 손을 잡는다.
여운 미안해. (사이) 이것저것.. 많다 미안한 게..
소라는 걱정하지 마. 모두 한 뿌리에 피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니 꽃이 먼저 떨어진다고..바비아나가 다 죽진 않아..
고운, 여전히 눈감고 있다.
고운, 여운의 잡은 손을 더 꽉 잡는다.
여운도 희미하게 웃는다.
병실 / 오후
의사가 회진 중이다.
지혜와 정운이 곁에 있다.
고운 저... 눈이 좀 침침해요.
의사 잘 안보이세요?
고운 예..
의사 (좀 난처하다) 음.. 암세포가.. 머리 쪽으로 전이되면서 시신경을
자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운 실명이 될 수도 ..있나요?
의사 ... 네.
고운 너무... 야박하다.
얼굴이 무거운 정운과 지혜.
걱정이 가득한 고운. 펼쳐진 소라의 앨범을 내려다 본다. 흐릿하다...
발레 학원 / 낮
이제 제법 아이들과 대오를 맞춰 연습하게 된 소라.
잘 하고 있는 소라를 보면서 진아가 씩 웃어준다. 소라도 웃는다.
이때, 미자가 커다란 가방을 두 개나 끙끙 들고 들어온다.
원장, 달려가 받아준다.
원장 무거운데..
미자, 소라를 찾는다. 눈이 마주친다.
막 손 흔들어주는 미자. 소라 시니컬하게 짧은 손 인사.
원장, 봉투에서 발레복 하나를 꺼낸다.
원장 어머~~너무 이쁘다. (애들 돌아보며) 얘들아! 소라 어머니께서 우리 공연
잘 하라고 발레복을 만들어 주셨어요.
아이들 발레를 멈추고 미자쪽을 바라본다. 소라 곁에 있는 친구.
발레여3 너네 엄마야?
소라 아니야. 우리 엄만 이뻐.
암 것도 모르고 막 손 흔드는 미자.
공연장 객석 / 낮
고운, 지혜, 정운. 객석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다.
정운 (걱정스런 얼굴로 고운을 보며) 외출하면 안 됀다 그랬잖아!
지혜, 정운을 콕콕 찌른다. 고운의 마음을 안다.
정운 아 글쎄...(그러나 우기지는 못하고)
발레 공연장 무대 뒤 / 낮
발레샘과 다른 도우미 두 엇이 아이들 복장 챙겨주고 있다.
문이 빼곡 열리더니, 지훈이 고개를 쏙 내민다.
소라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손을 흔들며 아는 척.
소라는 시큰둥. 지훈, 맘 상했다는 모션.
지훈, 소라를 보다 슬쩍슬쩍 누군가를 찾는다.
발레샘과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으며 어설프게 손을 흔들다 마는 지훈.
발레샘, 바쁜 와중에도 지훈을 보더니 수줍게 웃으며 나가라고 손짓한다.
소라에게 발레복을 입히는 미자.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소라 이모가 만든 거지?
미자 뭐?
소라 발레복.
미자 (이런 거 약하다) 발 좀 잘 껴!!
소라 (발 껴 주며) 고마워.
미자 (피식 웃는다) 참.
미자 주머니에서 예쁜 코사지 꺼낸다.
미자 이거 달고 나가.
소라 나만 달면 혼나.
미자 그니까 입장하기 바로 전에 달아야지.
소라 (코사지 받아 미자 본다)
미자 그러게 주인공하면 도드라지고 좋잖아!
소라 치!
미자 (머리 만져주며) 엄마가 잘 보이게 달고 나가자 응?
소라 (씩 웃는다)
발레 공연장
앞쪽 객석에 핼쑥한 고운이 가족들과 앉아있다.
곁으로 정운과 지혜 여운.. 그리고 아이들이 뒷줄에 앉아있다.
그러나 고운의 얼굴이 불안하고 괴로운 것 같다.
고운, 고개를 갸웃갸웃... 고운의 시선으로 공연장이 보인다.
그나마 형체가 희미하게 보였다가 뿌옇게 사라졌다가.. 점점 더 뿌예지고..
이때 박수소리, 음악소리... 고운, 어쩌지.. 일단 박수를 치며 웃어준다.
줄지어 무대로 달려 나오는 아이들.
틀릴까봐 긴장해서 아이들과 진지하게 호흡을 맞춰나가는 소라.
중간중간 고운이 있는 자리를 찾는다.
미자가 벌떡 일어나 손 흔들어 주는 바람에 엄마를 찾는 소라. 안도와 흡족의 미소.
군무 중 잠시 대기 타임 (주인공 진아가 솔로 하는 시간)에 살짝 엄마를 보는 소라.
그러나 엄마의 표정이 좀 불안해 보임을 감지하는 소라.
소라무리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타임이다.
소라, 같은 무리 아이들과 종종종 무대로 나가며 고운을 본다.
고운, 두 손을 모으고 웃고 있는데.. 곁에 지혜가 ‘소라 나왔다’ 말해주자 더 환하게 웃는데..
그 두 눈은... 엄마의 두 눈동자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소라, 입술이 파르르... 엄마를 보지 못하겠다.
열심히 발레를 한다. 열심히 눈물을 참는다.
페이드아웃.
병실 / 한 밤
고운의 침대에 턱을 괴고, 고운의 손을 잡은 채 라디오를 듣고 있는 소라.
고운 소라 오늘 너무 예쁘더라.
하품을 하는 소라.
고운 피곤하지?
소라 아니!
고운 하품 했으면서....
소라 아냐 나 이거 듣고 잘거야~
미소 짓는 고운.
잠이 오는지 하품 하며 눈을 비비는 소라.
눈을 뜨려고 해도 자꾸만 눈이 감기려 한다.
<시간 경과>>
11시 23분.
소라가 고운 옆에서 자고 있다.
라디오DJ 어머. 오랜만에 받아보는 엽서네요? 그림이 아부 예뻐요.
성중 초등학교 장소라양이 보낸 엽선데요. 직접 그린 거 같은데...
엄마께 쓴 편진가 보다.
소라가 신청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라디오DJ 사랑하는 우리엄마. 엄마, 난 엄마 딸이라서 아주 좋아.
요리도 못 하고, 맨날 회사 때문에 바빠서 나랑 잘 못 놀아준다고
투정 부린 거 미안. 사실은 그래도 나는 엄마가 제일 좋아. 알지?
엄마... 많이 아파? 엄마..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어...
(DJ 좀 당황한다) 어머... 엄마가 많이 아프신가봐요..
(다시 편지) 엄마... 내가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요리도 할게... 엄마는 누워만 있어도 되니까.. 나랑 오래 살면 .. 안돼?
엄마... 많이 많이...최고...사랑해요.
신청곡의 볼륨이 커진다.
병실 가득 고운이 나직이 불렀던 노래가 신청곡으로 울려 퍼진다.
고운, 잠든 소라를 바라본다.
고운소리 (담담하고 깊은) 소라야... 엄마에게 소라는 선물인데..
소라에게 엄마도 선물 일까...
(목이 메여 쉰 소리처럼) 사랑한다 소라야...
소라를 쓰다듬는 고운.
병실 / 아침
소라가 잠에서 깬다.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본다.
소라 엄마.. 자? 나 오늘 학교 안가는 날 맞지?
소라 일어나 고운을 본다.
잠시 더 본다.
소라, 냉장고로 가서 물을 꺼내 컵에 물을 따라 바비아나에 물을 준다.
소라 엄마, 바비아나도 시원한 물주면 좋아할까?
목마를 땐 차가운 물이 최고잖아.
소라, 그 다음 뭐를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고운을 돌아본다.
고운을 본다.
고운을 본다....
소라 엄마 졸리지?
소라, 병실 밖으로 나가며
소라 피곤하니까, 엄마 더 자.
병실 앞 / 아침
소라가 병실 앞에 얼음처럼 서있다.
의사들의 회진이 시작되었다.
바로 옆방으로 들어가는 의사들.
소라.. 좀 긴장 한다.
(점프)
의사들 고운의 병실 앞으로 온다.
소라가 막고 있다.
인턴 소라야 잠깐만?
소라 (문을 막는다) 엄마 자요.
어제 한숨 도 못자고 나랑 놀아서 피곤하데요.
인턴 그래? (전문의 눈치 본다)그래 그럼 주무시는 것만 보고 갈게.
소라 (눈에 겁과 적대감이 가득) 잔다고요! 엄마 지금 자요~!
깨우면 안 돼요!!
전문의 뭔가 눈치를 챈다.
인턴 소라를 안아 올린다.
소라 온힘으로 저항하는데.. 만만치 않다
복도 가득 소라의 아픈 비명 소리가 퍼진다.
필요한 짐들을 들고 오던 정운과 지혜 소라를 보고 달려온다.
소라 안 돼~!!
안 돼, 우리엄마 자는 거야~!! 엄마 데려가지 마, 엄마 데려가지마~~!!!!
(서럽고 .. 아프고.. 무섭다..)
우리엄마 안 돼!! 자는 거야 자는 거야~!!!!!
엄마~~!!!엄마~~!!!!!
의사들 우르르 달려 들어가고,
달려온 지혜 소라를 와락 안아버린다.
정운과 의사들과 달려 들어간다.
소라 발버둥 친다.
옷이 다 풀어져 나가도록 미친 듯이가 아니라.. 아파서...미쳐버렸다...
페이드아웃
소라의 방/ 아침
여행지에서 찍은 고운의 사진 보인다.
책가방 챙기는 소라.
책상에 여행지에서 엄마와 같이 찍은 사진 붙여져 있다.
지혜소리 소라야~! 다 했어?
소라 나가요~. (가방 메고 사진보며) 갔다 올게.
달려 나간다.
정운 집 근처 골목길/ 아침
민우와 소라 학교 가는 중.
소라는 우산을 들고 간다.
민우 비 안 오는데?
소라 일기예보 아줌마가 비올 확률 80이랬어.
소라의 학교 / 낮
비가 내리고 있다.
아이들 하교 중이다. 소라도 현관으로 나온다.
비를 바라본다. 한참 바라본다.
소라, 다부진 얼굴로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힘차게 편다! 노란 우산이다.
씩씩하게 빗속으로 걸어 나가는 소라.
넓은 운동장에 노란 우산이 종종종.... 걸어 나간다!!
에필로그 / 수인 웨딩 샵 / 낮
비가 내린다.
쇼윈도에 노란 우산이 와 선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본다. 고운이 만든 드레스다.
드레스 아래에는 작은 패널 [작품명 / 소라에게]
수인 웨딩 샵 / 낮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성인소라.
미자, 드레스를 정리하다가 어서오세요 돌아본다.
예쁜 소라가 웃으며 서 있다.
미자 소라야~
소라, 해말게 웃는다.
(점프)
뷰 공간. 고운이 만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단앙하게 서 있는 고운소라.
어느새 비는 그쳐 햇살이 환하게 소라를 비춘다.
정말 아름답다....
소라 예쁜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보는 듯 한다.
소라소리 고마워, 엄마.
고운소리 사랑해, 아가야.
끝...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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