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프러포즈 5회
[제 5 부]
S# 1. 연정오피스텔
불안한 표정의 연정이 문 열어주면,
이마에 땀까지 송글송글 맺힌 채 급하게 들어서는
민석 (걱정에)괜찮아요?
연정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끄덕끄덕)......
민석 그 녀석, 무슨 행패라도 부린 건 아니구요?
연정 좀 전까지 문 두드려대다 경찰 오니까 갔어요.
민석 (안쓰럽게 보며)하얗게 질렸네... 우선 여기 좀 앉아봐요.(연정 어깨 가볍게 잡아서 소파에 앉힌다)
연정 (정말 얼굴이 허옇게 질려있다)
민석 (냉장고에서 물병 꺼내서 따라 가져온다)천천히 마셔요!
연정 (마신다, 컵 내려놓고 오한이 드는 듯 양팔로 어깨를 감싸쥐는데)
민석, 얼른 무릎담요 가져다 그 어깨에 둘러준다,
반무릎 꿇고 연정과 눈높이 맞춘 채 담요를 꼭꼭 잘 여며주는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하다.
연정, 자기도 모르게 떨리는 손내밀어 그 이마에 맺힌 땀 닦아주는데
민석, 그런 연정을 느낌으로 본다......!
연정도 눈물 그렁한 사슴 같은 눈동자로 민석의 시선을 받는다......!
두 사람의 시선이 그렇게 허공에서 얽히더니
민석, 알지 못하는 힘에 이끌려 머뭇머뭇 망설이다 마침내
연정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부드럽게 시작해서 점차 격해지는 키스...
내려져 있던 연정의 팔, 이윽고 민석의 등을 망설이듯 감싸안자마자
민석, 연정을 번쩍 안아들고 침대로 향한다.
연정을 내려놓은 민석, 후끈 달아오르는데
그런 민석을 막으며 다급히 고개 돌려 외면하는
연정 저기요, 잠깐만요!
민석 (숨을 고르는데)......!
연정 서로를 더 알고, 확신 선 다음에요, 그 다음에요!(그 눈빛 간절한데)
민석 (스르르 힘이 풀린다, 연정 안은채 벅차게 숨을 고르다가 겨우 진정이 되자 안심하라는듯 연정 이마에 자기 이마 대고 끄덕끄덕)......!
줌 아웃된 카메라, 일각 탁자 위 활짝 만개한 화병의 꽃들 비춘다!
S# 2. 극장식 레스토랑
웨이터가 디저트를 놔주는 참이다.
꽃비와 단비는 디저트 아이스크림을 범벅을 해가며 먹으며,
쇼 구경하고 마냥 기분이 좋은데,
S# 3. 동 일각 공중전화
미영, 민석에게 전화하는 중이다.
E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메시지를 남기시려면 1번 전화번호를 남기시려면 2번......
미영, 의아하고 답답한듯 전화기 내려놓는데...
S# 4. 동 레스토랑
단비, 아이스크림을 입가며 옷에까지 엉망으로 묻히고 있는 중이다.
미영 (전화 끊고 오다가 속상해서, 냅킨에 물묻혀 박박 닦아주며)단비야, 옷 다 버렸잖아, 조심 좀 해!
꽃단비 헤헤헤(그러거나 말거나 쇼 보며 박수치느라 바쁘다)
S# 5. 연정오피스텔
테이블 위에 만개한 화병 속의 꽃들......
연정, 소파 근처에 어정쩡 서있고
소파에 앉은 민석, 그런 연정의 손을 이끌어 옆에 앉힌다.
가만가만 흘러내린 연정의 앞머리를 쓸어주는데
그 손길, 깨지기 쉬운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다......
연정 저랑 차한잔 하실래요, 여기 말고 나가서요.
민석 (자상한 미소로)차말고 밥 먹읍시다, 배 안고파요?
S# 6. 극장식 레스토랑
쇼도 끝나고,
다소 썰렁한 분위기.
미영, 꽃비와 단비 얼굴에 묻은 아이스크림 닦아주는데
웨이터 (빈그릇 치우며)더 필요하신거 있으십니까 손님?
미영 (당황)아니, 됐어요.(먹다 만 와인병 보며 배시시)저기, 이거 많이 남았는데 가져가면 안되나요?
웨이터 (흠? 당황하더니)잠시만 기다려보세요.(와인병 들고 간다)
단비 (칭얼칭얼)졸려 엄마.
꽃비 집에 가자...
미영 (안되겠다는듯)그래, 가자.(가방 집어들고 일어선다)
꽃단비 (따라 일어나고)
S# 7. 동 카운터
꽃비와 단비는 나 잡아봐라 놀이를 하면서 일각에서 짓꿎게 장난치고 있다.
손님들과 종업원들 싫은 눈치지만 나서서 만류하는 사람은 없다.
미영 (카운터 앞에서 핸드백을 열면서 입으로는 아이들 단속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꽃비단비! 얌전히 있으라 그랬지! 니들 이러면 다신 안데리구 나와!(야단치는데)
꽃단비 (기어이 사고를 낸다, 일각에 작은 화분 정도를 깨트린다)
미영 (버럭)그럴 줄 알았어! 니들 혼날 줄 알어!(주위 눈치 살피며 난감한데)
꽃단비 (구석에서 눈치만 살핀다)
미영 (얼른 직원에게)미안해요, 내가 변상할게요.
직원 (사무적인 표정으로)괜찮습니다 손님.
미영 (난감해서 얼른 지갑 꺼내며)얼마예요?(하는데)
캐셔 텍스 포함 오십사만육천원입니다.
미영 (크게 놀라)얼마요?
캐셔 (또박또박)오십사만육천원입니다 손님.
미영 (울상)뭐가... 그렇게 비싸요?
캐셔 정식 일인당 구만 구천원에 와인 포함된 액숩니다. 깨진 화분값은 포함 안했구요.
미영 (말문이 막힌다... 난감한 듯 신용카드 꺼내준다)
캐셔 (카드를 계산하고)
웨이터 (호텔쇼핑백에 담긴 와인병 들고 와서 건내준다)여기 와인입니다 손님.
미영 (받으며 한숨이 나온다)......!
S# 8. 호텔앞 언덕길(초저녁)
보행자는 없고 고급 승용차들만 간간히 오가는 언덕길을
백화점 쇼핑백 들고 잠든 단비까지 들쳐업은 미영,
와인병이 담긴 호텔쇼핑백 든 꽃비 이끌고 터덜터덜 내려간다.
호텔쇼핑백 버겁게 들고 미영 옷자락 잡고서 쫄랑쫄랑 따라가는
꽃비 (투덜투덜)택시 타고 가면 안돼?
미영 조금만 더 내려가면 버스 있대.
꽃비 (볼멘)아빠가 택시 타라 그랬잖아?
미영 아까 먹은 밥이 얼마짜린 줄 알어? 쪼금만 가면 버스 있는데 뭐하러 택실 타?
꽃비 (불만에)치......(하면서도 쫄랑쫄랑 손 붙잡고 따라 내려가는데)
미영 (자꾸 쳐져내리는 단비 엉덩이를 추스려 올리며)병 깨지 않게 잘들어?
꽃비 (쇼핑백 올려 들며 볼멘 소리로)알았어......
미영 (단비 업고 꽃비 손 끌고 타박타박 언덕길을 내려간다)
S# 9. 전망이 훌륭한 최고급 스카이라운지(밤)
서울 야경이 멋지게 내려다보이는 스카리라운지 일각테이블에
민석과 연정이 마주앉아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먹기 좋게 잘게 썬 자신의 접시를 넘겨주며
민석 이걸로 먹어요.
연정 괜찮은데...(그 접시 받고, 자기 접시를 대신 건내준다)
민석 (받아서 스테이크 써는데)
연정 (입맛이 없는 듯 잘 먹질 못한다)
민석 (걱정스레)왜요? 맛이 없어요?(하는데)
연정 (힘없이)혼란스러워서요......
민석 (진솔하게 보며)나도 그래요.....
연정 (민석을 보는데).....!
민석 (테이블 위로 손을 내민다)손 좀 줘봐요.
연정 (민석을 보다가... 테이블 위 민석 손바닥 위에 손을 올린다)
민석 (연정 손 꼭 잡아주며)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여기, 우리 둘만 생각해요.(신뢰감 넘치는 투박한 미소로 연정을 본다)
연정 (그 미소에 왠지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는듯)......!
민석 (잡고 있는 연정손 다시 한번 힘줘서 쥐어주며 미소)이제 밥먹어요?연정 (미소)...
민석 (미소...손을 놓는다)
연정 (식사를 시작하고)
민석 (그 모습 따뜻한 미소로 보며 식사 시작한다)
S# 10. 미영집 애들방(밤)
컴컴한 방에 스위치 올리면서 잠든 단비를 업은 미영, 헉헉 들어선다.
꽃비도 졸음이 가득한 눈 비비며 따라 들어서고.
미영, 어영차 단비를 침대에 내려놓고 헉헉... 힘겹게 숨을 고른다.
꽃비 (졸려서 칭얼)졸려 엄마...
미영 (헉헉)이빨 닦아야 되는데?
꽃비 (찡얼찡얼 짜증)졸린다니깐?
미영 (단비 양말 벗기며 다짐한다)알았어, 오늘 만이야?
꽃비 (침대로 기어들어가자 마자 곧바로 잠들어 버린다.)
미영 (미영, 힘들었는지 이마에 송송 밴 땀을 손등으로 닦으며 애들 이불 잘 여며 덮어주고 불 끄고 나온다)
S# 11. 동 거실(밤)
애들 방에서 나오자마자 거실 바닥에 풀썩 주저앉은 미영,
스타킹 벗어서 아무렇게나 휙 던지면서 바닥에 벌렁 눕는다.
미영 (한숨 푸욱)아후 힘들어... 허리 부러지는 줄 알았네.(고단한듯 바닥에 벌렁 누워 다리만 소파에 올리는데)
S# 12. 미영아파트 단지안 벤치(밤)
민석, 벤치에 팔베개하고 벌렁 누워 있다.
첫사랑에 설레는 사춘기 소년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민석의 시선)밤하늘에 총총한 수많은 별들......
E 귀뚜라미 소리......
S# 13. 미영거실(밤)
민석, 현관문 열쇠로 열고 조용히 들어서는데
E 변기물 내리는 소리
목둘레가 늘어진 낡은 면티셔츠에 민석의 트렁크팬티 입은 미영,
찢어져라 하품, 목 벅벅 긁으며 욕실에서 나오다가
민석과 딱 마주친다.
미영 (짜증스레)어떻게 된거야?!(하는데)
민석 (미영 옷차림에 확 깨는 느낌! 찌푸리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미영 (쫓아 들어가며)핸드폰은 왜 꺼놨는데?
S# 14. 동 안방(밤)
민석, 장롱열고 양복 벗어 거는데
미영 (쨍알쨍알)저녁먹다가 뛰쳐나간 사람이 핸드폰까지 꺼놓구, 대체 무슨 일인데? 그리구 거긴 밥값이 왜그렇게 비싸, 오십만원이 넘게 나 왔어 글쎄!
민석 (외면한채 와이셔츠 벗으며)거래처 사람이 교통사고났어, 수습해 주느라 복잡했구, 핸드폰은 밧데리가 나갔어.
미영 (그제서야 좀 수그러져)그래? 그래두 공중전화도 있구,(궁시렁대는데)
민석 (O.L)당신 옷꼴이 그게 뭐야? 왜 남의 팬틸 입고 설쳐?
미영 (팬티 고무줄 잡았다 탁 놓으며)뭐가 어때서? 통풍도 잘돼고 얼마나 편한데... 내 파자마 빨았거든.(하는데)
민석 제발 그러지 좀 마라! 부탁한다 진짜!(열터지는듯 나가버린다)
미영 (어이없어)저 남자가! 아니, 지금 화낼 사람이 누군데그래? 간만에 밥사준다 불러내놓고 혼자 휙 사라진 주제에... 어휴... (생각할 수록 화가 난다)한판 붙어?(하다가 허리 아픈지 찡그리며 손으로 콩콩콩)내가 오늘은 컨디션 조절땜에 봐주는 줄이나 알어!(투덜투덜 침대에 기어올라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데)
S# 15. 동 주방(밤)
착잡한 마음으로 주방에서 냉수 한잔 쭉 들이키던 민석,
식탁 위에서 김칫국물 물든 <뉴욕3 부작> 발견하고는
갑자기 핏대가 확 솟는다.
책 집어들고 안방으로 돌진하는 민석.
S# 16. 동 안방(밤)
미영, 잠을 청하고 있는데
김치국물 묻은 책 들고 씩씩대며 들어와
민석 (버럭)이게 뭐야?
미영 (누워서 퉁명스럽게)뭐가?
민석 (책 흔들며 짜증)이게 뭐냐구우!
미영 책이네.
민석 (버럭)왜 책에 김치국물이 쏟아져있냔 말야?
미영 (신경질)냄비받침 대신 썼어, 그러다 김칫국물 흘렸구. 그게 뭐 세상 뒤집어질 일이야? 이 밤중에 소리소리 지르게!
민석 (열 터진다)책은 읽으라구 있는거야, 냄비받침하라구 있는게 아니라!
미영 (알수 없다는듯)당신 요새 생리하냐? 왜 갈수록 짜증이 늘어 남자가!
민석 (질린다)어휴어휴, 말하는 거하군!
미영 아우 됐어 그만 좀 해!(이불 휙 뒤집어쓰고 돌아눕는다)
민석 아흐!(열받는 듯 어쩔 줄 몰라하다 나가려는데)
미영 (이불 속에서)불끄구 나가!
민석 (문 쾅! 닫고 나간 후)
미영 (벌떡 일어나 씩씩대며 불 끄고 다시 이불 확 쓰고 눕는다)
S# 17. 동 거실(밤)
김치국물 묻은 책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털썩 소파에 앉는 민석,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벌떡 일어나 베란다로 나간다.
S# 18. 동 베란다(밤)
가슴이 답답한 듯 베란다 창문 활짝 열어젖힌 민석,
밤하늘 올려다보며 마음을 가라앉히다 문득 연정을 떠올린다......!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 꺼내서 문자를 보낸다.
S# 19. 연정오피스텔(밤)
연정, 창가에 서서 잠옷차림으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E 문자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핸드폰 소리
연정, 커튼 닫고 경대 앞에 와서 핸드폰 집어들면
액정 속에 <잘자요... 민석>
연정, 그 문자 보면서 빙그레 미소.... 핸드폰 폴더 닫고.
그러다, 경대 서랍 열고 민석이 선물했던 핸드폰 고리 꺼내든다.
조심스럽게 쓰다듬다가... 기존의 핸드폰 고리 떼어내고
민석이 선물한 것으로 바꿔 끼운다.
핸드폰 경대 위에 올려놓고 침대에 눕는 연정,
스탠드 불 끄고 잠을 청한다.
S# 20. 미영주방(이른 아침)
E 다다다다(아주 능숙한 도마질 소리)
미영, 종종 썬 청양고추를 된장뚝배기에 넣으며 간을 본다.
가스렌지 위에는 치익 소리 내며 압력솥 고리가 돌아가고 있는데
출근복장으로 안방에서 나와 현관으로 나가는
민석 갔다올게.
미영 (놀라 쫓아나오며)밥 안먹구 어딜가?
민석 (퉁명)됐어.
미영 그래두 아침을 안먹으면 어떡해?(하는데)
민석 운동 끝나고 알아서 먹을게.(나가버린다)
미영 어어?(어이 없는 얼굴로 돌아서는데)......!
S# 21. 실내수영장
민석, 수영장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수영하고 있다.
풀 사이드에 도달하자 헉헉 숨을 고르더니
다시 반대방향으로 힘차게 출발을 한다.
복잡한 마음 털어내려는듯 아주 열심히 수영하고 있다.
S# 22. 미영주방
설거지를 하다 말고 문득
미영 요새 기운 딸려서 자꾸 짜증을 내나? 보약 한재 해줘?(하다가)에이, 아직 젊은데뭐... 먹는게 보약이지. 김치 맛있게 익었으니까 김치감자탕이나 해주자. 그거면 밥한그릇 뚝딱이잖아.(‘열정’을 콧노래로 흥얼흥얼거리며 다시 설거지 시작한다)
S# 23. 대형할인매장 일각
한가한 오전시간의 할인매장 안.
미영, 카트 안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골라담으며 오는데,
몽땅 덕용포장이다.(우유, 과자, 치솔... )
미영, 카트를 몰면서 감자를 투명봉투에 골라 담고 있는데,
일각 채소 코너에서 유기농 채소를 꼼꼼히 고르는 경수 보인다.
요리조리 살피는 폼이 총각답지 않게 아주 꼼꼼한데
미영 (못마땅해서)어으, 남자가 쫀쫀하기는......(감자봉지를 얼른 카트에 담고 경수와 마주치기 싫어서 얼른 자리를 뜬다)
S# 24. 동 정육코너앞
미영 돼지등뼈 있어요? 냉동 말구요.
직원 지금 막 들어온 게 있는데 아주 싱싱해요.
미영 어디 봐요?
직원 (상자 채 들고나와 바닥에 내려놓으면)
미영 (쭈그리고 앉아서 위생비닐을 뒤집어 손에 끼우고 살집 좋은 부분으로 척척 골라담는다)
직원 (옆에서 봉지 벌려서 들고 거든다)
S# 25. 동 생활용품코너
미영, 감자와 각종 야채, 푸짐한 돼지등뼈 봉지가 든 카트를 생리대 코너 앞으로 밀고 온다.
미영, 생리대를 고르느라 수그리고 이것저것 살피는데
경수E 여?구만!
미영 (놀라 돌아보면)......?
경수 (아이스바 아작아작 먹으며 덕용포장(서비스로 주는 낱개 생리대가 테잎으로 부착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이거 찾는거 아니예요, 덕용포장? 천오백원 할인이라고 써있네?
미영 어머, 기막혀! 별꼴이야!(몹시 불쾌하다는 듯 카트 밀고 총총 가버린다)
경수 치!(뭐가 어때서? 하는 표정으로 아작아작 아이스바 먹으며 화장지를 자기 카트에 집어넣고는 다른 쪽으로 간다)
미영 (반대쪽 골목에서 경수가 가는거 보고 얼른 생리대 앞으로 온 미영, 경수가 가리켰던 덕용생리대를 카트에 재빨리 넣고는 얼른 간다)
S# 26. 동 계산대
경수가 계산대에 장본 것들을 올리고 있다.
미영이 와서 경수를 피해 옆 라인에 서는데
캐셔 여기는 소량계산댄데요 손님?
미영 (보면, 다섯개 미만 소량계산대라고 씌여있다, 미영 할 수 없이 옆 계산대 경수 뒤에 서서 차례 기다린다)
경수 (한참 물건을 올리고 있는데)
E 경수핸드폰 벨소리...
경수 (물건 올리다 말고 핸드폰 받으며, 반가워서)어, 형! 어디야?
앞집E 동네 근처야. 나 쫌 있다가 들어갈게.
경수 형수랑은 잘 해결된거야?(하는데)
미영 (뒤에서 짜증스레)계산 안해요?
경수 (핸드폰 받으며, 미영에게)먼저해요.(하고는)그래, 일단 와서 얘기하자.
가게로 올거지? 그래, 알았어.(하고 통화 마치는 동안)
미영, 새침떨며 계산대 위에 놓인 경수 물건들 밀어두고 자기가 장본것들 올려놓는다. 돼지등뼈, 감자, 생리대, 양파한망, 대파, 생강, 요구르트가 덤으로 딸린 천미리 우유, 가족단위 포장 치솔(이것도 덤으로 한개가 더 달린) 등등 자질구레한 것들 속에 생리팬티(낱개 박스 포장)들어있다.
미영, 장 본 것들을 계산해서 장바구니에 담는데 생리팬티가 경수 푸성귀 밑에 깔려 누락된 줄도 모르고 계산 마치고 총총 가버린후,
경수, 캐셔가 계산한 것들을 확인할 틈 없이 부지런히 쇼핑봉지에 주워담는데 그 중에 생리팬티도 섞여 들어간다...
S# 27. 미영 주방
미영, 큰 곰솥에 돼지뼈 우르르 부어놓고 찰랑 넘치게 물을 받는다.
씽크대 일각의 찌개냄비를 가스렌지에 올리고 불을 켠 후,
식탁 위에 차려진 찬밥에 물 말아서 김치와 간단한 반찬으로 맛나게 먹는다, 볼이 미어져라 아주 맛있게 먹고있는데
E 전화벨소리...
종종종 거실로 나가 수화기를 집어들며
미영 (우물우물)여보세요?(하는데)
통장E 꽃비엄마? 나야 통장.
미영 네.
통장E 여기 자기네 앞집 또또아빠 와있거든, 미안했다구 한턱 낸대. 정자아래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랑 나 와. 알았지? 빨리 와!
미영 (미소)네, 알았어요.(전화 끊는다)
미영, 급히 현관으로 나가는데
주방 가스렌지엔 찌개냄비엔 불이 그대로 켜져있다.
S# 28. 아파트 단지 내 정자
조경이 잘 된 아파트 주민들의 휴식처다.
앞집남자가 통장과 경비를 비롯한 동네 아줌마들 모아놓고
치킨과 탕수육, 맥주로 푸짐한 동네파티를 벌이고 있다.
미영, 저만치서 급한 걸음으로 오는 걸 보고
통장 저기오네! 어서 와, 꽃비엄마. 여기 앉어.
미영 (와서 앉는다)네에...
앞집 면목 없습니다. 이사오자 마자 저땜에 많이 놀라셨죠?
미영 (웃는)괜찮아요, 제가 뭐 한게 있나요...(하는데)
통장 아니지, 그게 아니지. 우리 꽃비엄마 표창장 줘야돼, 요즘 세상에 누가 남의 일에 그렇게 발벗고 나서겠어?
경비 맞아요, 맞아. 이웃에 누가 죽어나가도 몇달이 되도록 모르고 사는 세상인데...
아줌1 그러게 말야, 그날은 정말 일 치르는 줄 알았지!
앞집 (쑥스러워서 머리만 긁적이며 쿠폰 내민다)이건 쪼그만 성?니다......
미영 (보며)뭐예요 이게?
앞집 저희 가게 쿠폰이에요, 비디오 DVD 20회 무료 이용권이요.
미영 (좋아서 벌쭉)어머, 뭐 이런걸 다......
통장 받어,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진데.
미영 받아두 되나...(하면서도 얼른 받아 챙긴다)
앞집 (닭다리 내밀며)이것 좀 드세요!
미영 (안타깝다)어떡해...금방 밥 먹고 왔는데......
통장 엥? 그럼 어떡해? 꽃비 엄마가 오늘에 주인공인데.(하는데)
미영 (얼른 배시시)있다 남은거 좀 싸가죠 뭐......
남자 그럼 되겠네요. (옆에 포장도 안뜯은 치킨 박스 내밀며)이거 가져다 애들 주세요.
미영 괜찮은데.......(하면서 받아 챙기며 혀 낼름! 기분이 좋다)
S# 29. 미영복도
경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복도에 이상한 연기가 차있다.
경수, 앞집 현관키 열려다가 킁킁 냄새를 맡는다.
미영 현관문 쪽으로 바짝 다가가 킁킁 냄새를 맡다가
뭔가 이상한듯 벨을 누른다. 여러 번 누르지만 응답이 없다.
경수 (쾅쾅 문 두드리며)안에 없어요? 뭐 이상한 냄새 나는데요? 안에 아무도 없어요?(몹시 불안한듯)뭐가 타는 냄샌데......(안되겠는지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데, 오질 않는다. 급히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고)
S# 30. 동 경비실 앞
경수, 급히 뛰어나와 경비실을 보는데, 없다.
경수, 앞에 세워놓은 스쿠터에 올라 급출발한다.
S# 31. 아파트 공원 내 정자
미영을 비롯한 앞집남자, 통장, 경비, 아줌마들 음식을 먹으며
수다판이 벌어졌다.
통장 또또아빠가 그날 순간적으로 욱하는 맘에 그랬었대. 또또엄마가 글쎄 이혼서류를 보내왔더래!
미영 (놀라)이혼서률요?
앞집 제가 솔직히 영화 한다고 설치다 돈 좀 날렸습니다, 네. 그치만 사나이 야망이란게 있는거 아닙니까, 타란티노도 그렇고 올드보이 만든 박찬욱감독도 그렇고 비디오가게 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는거 아닙니까? 저라고 뭐 그렇게 되지 말란 법 있습니까?
통장 타란-티노가 뭐야?
아줌1 (어리둥절)몰라.(하는데)
앞집 (울분에 맥주 한잔 쭈욱 들이키더니)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밀어달라
그랬더니 휙 나가버렸어요. 그러구선 퀵서비스로 이혼서률 보내 왔더라구요.
통장 쯧쯧쯧... 요즘엔 이혼들을 너어무 쉽게 생각해!
경비 (끄덕끄덕)그러게나 말예요.
미영 또또엄마가 속상해서 괜히 한번 그래봤을거에요. 어디 좋은데 가서 분위기 좀 잡으면서 차분하게 대활 해보세요.
통장 그래, 그거 좋겠다. 둘만의 추억의 장소 같은데 있잖아. 연애할때 자주 갔던 데라던가, 신혼여행지라던가...
앞집 (풀 죽어)전화도 안받는걸요, 속상해서 바람좀 쐬고 다니느라구 저도
연락 끊었었거든요.
미영 그럼 안돼죠! 그렇게 나오면 여자들 더 엇나가요, 무조건 전화해서 (목소리 깔며)‘당신 나 땜에 고생 많았지? 미안해.’ 이렇게 우선 구슬리세요, 그리구 어디 분위기 좋은데 가서 와인 한병 시켜놓고 이런저런 따뜻한 말 살살 해주다 결정적인 순간에 속맘을 풀어놓는거예요. 여자들은 분위기에 약하거든요. 그렇게 나오면 또또엄마도 무조건
화부터 내진 못할걸요?.
앞집 (솔깃)그럴까요?
미영 그럼요! 말나온 김에 지금 당장 해보세요.
통장 그래. 지금 해봐.(재촉한다)
앞집 (솔깃해서, 핸드폰 꺼내드는데)
경수E (고래고래)아줌마! 아줌마!
모두 (돌아보면)
경수 (급하게 스쿠터 몰고 와서 멈추며)아줌마, 가스렌지에 뭐 올려놨어요?
미영 (어리둥절해서)에?(하는데)
경수 (다급히)복도에 연기 꽉 찼어요 지금, 가스렌지에 뭐 올려논 거 없냐구요?
미영 (그제서야 퍼뜩)어머어머, 어떡해! 된장찌개!!!(허겁지겁 정자에서 내려와 허둥지둥 신발 꿰 신으며)어떡해, 어떡해!
경비 엥?(놀라 따라 일어서고)
앞집 (놀라)앞집에 불나면, 이거 우리집까지 위험한거 아냐?
통장 (놀라)빨리 가봐들!
미영 (울상이 돼서 뛰어가는데)
경수 (스쿠터 타고 쫓아가며)타요!
미영 (앞뒤 가릴 새 없이 뒤에 올라탄다)
경수 (스쿠터에 미영을 태우고 부리나케 달려간다)
S# 32. 아파트내 도로
경수가 모는 스쿠터가 전속력으로 급하게 달려간다.
뒷좌석의 미영, 얼결에 경수의 허리를 꽉 잡고 매달려있고...
외제차 몰고가다 그 광경을 보고 서행하며 차창밖으로 머리 내미는
유경 (의아해서)어머, 쟤 뭐하는거야?
S# 33. 미영거실
현관문 급하게 열리며 미영과 경수가 뛰어드는데
거실에 연기 자욱하다.
미영, 주방으로 들어가면 가스렌지 위에 쫄다못해 타들어가는 냄비,
미영, 놀라 맨손으로 잡으려는데
경수 (그 손 휙 잡으며)가만있어봐요!(가스렌지 불부터 끄고 행주 집어들어 냄비 손잡이 감싸고 씽크대 스텐 상판에 내려놓는다, 그래도 뜨거운지 손 흔들며)앗 뜨거!
미영 (울상)어떡해.....
경수 (버럭)어떡하긴 뭘 어떡해요, 빨랑 환기부터 시켜요!
미영 (그제서야 급히 거실 창문이랑 베란다문까지 활짝 열어젖힌다)
경수 (주방창 열고 연기 나가라고 앞치마를 휘둘러 공기를 흩어놓는데)
앞집 (급하게 들어오며, 헉헉)괜찮아요?
경비 (따라 들어오며)어이구, 연기가 까득이네!
미영 (울상)다행히 옮겨붙진 않았어요.
경비 천만다행이네!
경수 (한심하다)사람이 왜 그렇게 둔해요? 나같으면 청국장 냄새때문에라도 그냥은 못나가겠네!
미영 (주눅들어)미안해요......
경수 아, 진짜!(질렸다는듯!)
경비 가끔 이런 일이 있어요, 사골 같은거 고다가 그냥들 두고 나가버리거든요. 작년에 8단지에선 그래갖구 불났었잖아요!
미영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경수 거봐요, 들었죠!(윽박지르는데)
앞집 (경수 옆구리 찌르며)그만 좀 해, 아줌마가 제일 놀랐겠지... 나가자.(미영에게)많이 놀라셨죠? 좀 쉬세요.(경수와 경비 이끌고 나간다)
미영 미안합니다.(배웅하고는, 맥풀려 소파에 풀썩 주저앉는데)......!
S# 34. 비디오 가게앞 파라솔
경수, 또또를 안고 얼르고 있는데
앞집남자, 와서 또또를 받아안으며 볼 비비고 좋아 어쩔 줄 몰라한다.
경수, 옆에서 캔음료 마시고 있고
앞집 또또야, 아빠 보고싶었져, 그랬져?(물고 빨고 야단이 났는데)
경수 보구싶긴 뭐가 보구 싶어, 나랑 얼마나 잘 지냈는데?
앞집 (들은척도 않고)거짓말이지? 아빠가 더 좋지?(하다가)참, 너 장봐온거 정리하다 보니까 이게 있드라?(주머니에서 생리팬티 상자채로(손바닥에 들어가는 사이즈) 꺼내놓는다)
경수 어? 이게 뭐야?
앞집 이거 여자팬티 맞지?
경수 여자팬티?(풀어서 펼쳐보는데 생리팬티다! 놀라서)얼레?(하는데)
앞집 (심히 의심스럽다는 듯)혹시... 변태?(의심스럽게 보는데)
경수 (펄쩍)형,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앞집 아님 왜 여자팬틸 사와?
경수 내거 아냐, 딴 사람거 딸려왔나봐. (하면서 퍼뜩 25씬의 계산하던 미영을 떠올리곤, 알만하다는 듯)누구 건지 알겠어. 내가 갖다줄게.(팬티를 주머니에 쑤셔 넣는데)
또또 (경수에게 오려고 코를 킁킁 문댄다)
경수 (귀여운 듯 또또 쓰다듬으며)형, 내가 형없는 동안 얘한테서 엄청난 재능을 발견했걸랑, 한번 볼래?
앞집 (어리둥절)뭔 재능?
경수 얘가 아무래도 전생에 댄서였나봐, 틀림없어!(회심의 미소로 테이블 위에 놓인 MP3로 트롯음악 튼다, 음악에 맞춰 스텝 밟으며 손)또또, 한판 땡겨 볼까나!
경수, 또또와 함께 신나게 춤을 춘다.
두발로 일어서 춤추는 또또,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경수가 앞발을 잡아주면 지루박까지 능숙하게 춰댄다.
지나던 주민들, 발걸음 멈추고 빙 둘러서서 구경하며 감탄들을 한다.
꽃비와 단비, 아영도 쪼르르 와서 맨 앞에 앉아 좋아라 박수친다.
앞집 (충격을 받을 정도로 놀라서)아니, 또또!
경수 (또또와 춤추며 씨익 웃는다)어때?
앞집 (놀라움에)와!(감탄으로 입이 딱 벌어졌는데)
S# 35. 민석 사무실
재원, 아주 흥분해서 벌떡 일어나 전화받고 있다.
비서, 일각 자리에서 무슨 일인가 의아해 보고 있고
재원 (수화기)그게 정말입니까? (감격)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흥분해서 수화기 내려놓는데)
민석 (들어선다)
재원 (들어서는 민석을 얼싸안고 볼에 뽀뽀까지 해대며)야, 이민석. 우리 이제 노났다, 대한민국 돈 몽땅 긁어모으자!
민석 (피하며)징그럽게 왜이래!(하는데)
재원 금방 홈쇼핑에서 전화왔는데 우리 골프상품이 최고 판매실적 달성했
대! 문의전화가 아주 줄줄이 이어진단다, 대박이야, 왕대박!
민석 (기뻐서)그래?(하는데)
재원 그뿐이 아냐, 알카리수 정수기도 한방에 통과됐단다, 앞으로 우리 기획안 우선적으로 밀어줄거래!
민석 (하늘을 날아오를듯)그게 정말이지?
재원 정말이지 그럼!
비서 축하합니다.(하는데)
민석 (흥분한)나 잠깐 나갔다올게.(급히 나간다)
S# 36. 회사 주차장 출구
민석의 승용차가 출구를 힘차게 빠져 나온다.
달려가는 민석의 승용차.
S# 37. 홈쇼핑앞
연정, 의아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민석차 급하게 와서 멈춰서더니
민석, 환한 얼굴로 급히 내려 조수석 문 열어준다.
민석 타요!
연정 무슨 일인데요?
민석 (기쁜)가보면 알아요!
연정 (어리둥절해서 탄다)
민석 (조수석 문 닫아주고 운전석에 오른다)
민석차, 출발하고
S# 38. 갤러리아 명품관 쇼핑몰 복도(귀금속 코너앞)
민석, 어리둥절해 하는 연정의 손을 이끌고 성큼성큼 가고 있다.
연정 무슨 일인데요?
민석 우리 골프상품이 올 최고 판매실적 돌파했다구, 앞으로 우리 회사 상품 은 우선적으로 편성해주기로 했데요!
연정 어머, 그래요? (진심으로)잘됐네요!
민석 이게 모두 연정씨 덕분이예요.
연정 (수줍은듯)제가 뭐 한게 있다구요......
민석 홈쇼핑 뚫고 들어가는거 얼마나 힘든데요, 근데 그 어려운걸 첫타석에 홈런 쳐냈잖아요! 연정씨 리포트가 결정적으로 도움됐어요.
유정 (수줍은듯)당연히 제 일인걸요... (하는데)
민석 (진솔하게)그 소식 듣자마자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이 누구였는지 알 아요?
연정 ... 저란 말씀이세요?
민석 (환희에 찬)연정씰 만난 뒤로 자신감도 생기고, 막 힘이 솟는 것 같 아요, 세상이 달라보이구!
연정 (보는데).....!
민석 (연정을 이끌고 성큼성큼 쥬얼리샵으로 들어간다)
S# 39. 최고급 쥬얼리샵
민석과 연정, 고급스런 쥬얼리를 둘러보고 있다.
연정 (장난스럽게)정말 제 맘대로 골라도 돼요?
민석 (웃는)마음대로 골라봐요!
연정 (미소)......
직원 (고급 에머랄드며 다이아 목걸이같은 거한 물건들을 보여주는데)...
민석 (보며)음, 이것도 좋은데? 어때요?(하는데)
연정 (직원에게)저... 이 가게에서 제일 저렴한게 뭐예요?
민석 (의아)아니 왜? 가격 신경쓰지 말라니까......
직원 특별히 찾으시는게 있으세요, 손님?
연정 여기 물건중에 제일 싼 걸로 보여주세요.
직원 아... (의외라는 듯 아주 심플한 물건(예를 들면 은으로 만든 귀후비개 같은 의외의 물건이 좋겠습니다)를 구석에서 꺼내온다)
민석 (말문이 막히는데)연정씨?!
연정 (좋아서)이걸로 주세요!
민석 (반대한다는 듯)연정씨!
연정 이게 좋아요, 대신 다른 거 해주실게 있어요.
민석 (의아)어떤거 말예요?(하는데)
연정 (웃으며)나가서 말해드릴게요.(직원에게)이거 싸주세요.
직원 알겠습니다.
민석 (어이가 없고, 재미도 있고)......!
연정 (사랑스런 미소로 상큼하게 웃어준다)
민석 (그 사랑스런 미소에 가슴이 얼얼해오는데)......!
S# 40. 미영안방
4부 69씬에서 산 싸구려 원피스를 입은 미영,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며 만족한다는듯 씨익 웃는다,
립스틱도 고쳐 바르고...
S# 41. 동 주방
미영, 냉장고 열고 날계란 입에 털어넣어 꿀꺽 삼킨다.
아! 아! 발성 연습도 하면서 목을 풀고 아아! 다시 소리를 내보는데
깜찍하게 차려입고 쪼르르 달려들어오는 단비
꽃비 (기대에 찬)엄마, 빨리 가야지!
단비 자신있지?
미영 (결의에 찬)그러엄! 홈씨어터, 기다려라 내가 간다!(굳은 결의로 씩씩하게 나간다)
꽃비 (쫓아나가며)우리 엄마 화이팅!
단비 (따라나가며)화이팅!
S# 42. 동네 공원
찜질방 주최 노래자랑대회 야외특설무대가 설치된 동네 공원.
E 흥겨운 음악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무대 일각엔 홈씨어터, 김치냉장고, 20Kg 쌀푸대를 비롯한 푸짐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동네사람들 객석에 모여앉아 대회를 기다리며 화기애애하다.
앞집남자, 경수, 꽃비단비도 또또를 데리고 한자리 차지하고 희희낙락
앞집 (안타까운듯)아 나도 쪼금만 일찍 알았으면 신청해 보는건데...
경수 (웃는)가게나 제대로 하셔, 아주 적자 간신히 면하는데......
앞집 (긁적긁적)그러게나 말이다......
꽃단비 (앙증맞은 강아지옷 입은 또또 데리고 놀면서 아주 재미가 나는데)
S# 43. 동 무대 뒤쪽.
미영과 통장, 경비아저씨, 아줌마1을 비롯한 참가자들,
목도 풀고 율동도 연습하며 준비중이다.
미영, 옆에 다른 사람들 준비하는 것 보니까 장난이 아니다.
통장은, 에어로빅 할 때 입던 쫙 붙는 옷 입고 왔고,
경비아저씨도 백구두에 설운도가 울고갈만한 빤짝이 양복 입고 ‘사랑의 이름표’ 맹연습 중이다.
생머리 휘날리는 20대 초반 여자애는 효리를 본딴 현란한 춤연습...
저쪽엔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십대 남자애들 팀도 있고....
미영, 주위 풍경에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데,
일각에 미영과 똑같은 원피스를 입은 아줌마가 등장한다.
미영 (놀라서)어머어머!(하는데)
단비 (어느새 와서)어, 엄마랑 똑같은 옷이다!
꽃비 (걱정에)어떡해 엄마, 가서 옷 갈아입구와!(하는데)
미영 (울상)안돼, 5분 밖에 안 남았어.
아줌마 (미영과 같은 옷입고, 주부가요열창 우승자 뺨칠만한 놀라운 노래 실력을 자랑한다.)
미영 (주눅이 팍 들어서 울상)날샜네......(절망하는데)
꽃비 (그 아줌마 노래소리 들으며 감탄)진짜 잘한다 저 아줌마!
단비 (걱정스럽다는 듯)어떡하지 엄마?
미영 (실망)글쎄말이야, 아무래도 기권해야 될까봐... (하는데)
꽃비 (야무지게)엄마, 시작도 안해보고 포기하는건 바보같은 짓이라고 우리 선생님이 그러셨어!
미영 (말문 막히는)그거야 그렇지만...(하는데)
꽃비 요새 테레비젼에 나오는 가수언니들, 노래보단 춤으로 승부하잖아!
미영 엄마 춤 못추잖아.(하는데)
꽃비 (얼른)엄마, 잠깐만 기다려봐!(단비손 잡고 급히 뛰어나간다)
S# 44. 동 공원
꽃비, 단비, 급하게 뛰어와서 경수와 또또를 이끌고
막무가내로 끌고 간다.
S# 45. 동 무대 뒤
또또를 안은 경수, 꽃비와 단비 손에 끌려 들어오는데
미영 (노래연습 하다가 의아해서)왜?(경수와 또또를 번갈아 보는데)
꽃비 엄마, 또또 진짜 춤 잘춰, 봐봐!
경수 (또또 내려놓고 앞발 잡아주면)
또또 (빙빙 돌며 춤을 춘다)
미영 (신기해서)어머나!(하는데)
단비 우리 둘이서 또또랑 같이 백댄서 할게, 그럼 엄마 틀림없이 1등 먹을거야!
경수 (또또 가리키며)얘가 내 말만 듣거든요. (뻐기듯)상금 나눠주면 내가 생각해보죠.
미영 (망설이는데)......!
꽃비 (재촉한다)엄마아!
단비 엄마!
미영 (결심한듯)알았어요, 상품 타면 넷으로 갈라요, 나랑 우리애들이 삼,
또또가 일, 됐죠?
경수 (시큰둥)그러시든가......
꽃단비 (좋아라 박수치며)와!(하는데)
사회자 (무대 뒤 들여다보며)준비들 하세요, 들어갑니다!
미영 (바짝 긴장하는데)......!
S# 46. 동 무대
E 신바람 나는 음악.
사회 (마이크 들고 등장해서)안녕하세요 구민 여러분,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민 가요제를 시작하겠습니다.
관객들 (환호성과 박수치는데)와......!
사회 첫번째 참가자를 모시겠습니다. 서초동의 명가수 계일남씨! 부르실 곡은 ‘사랑의 이름표’
E 반주 나오고
반짝이 옷 입고 등장한 경비 아저씨 ‘사랑의 이름표’ 열창하는데...
S# 47. 예쁜 까페
창 밖 경치가 아주 예쁜 창가 좌석에
민석과 연정이 커피잔 놓고 마주앉아 편지지에 각자 뭔가 쓰고 있다.
두 사람 아주 진지하다......
민석, 쓰다가 막히는듯 연정이 뭘 쓰는지 슬쩍 보려하면
연정, 얼른 팔뚝으로 가리며
연정 (귀엽게 눈흘기며)뭘봐요, 그냥 솔직하게 쓰면 되는데...
민석 (쑥스러운듯)하도 오랫만에 편질 쓰려니까 잘 안되네요.
연정 그냥 서로 속마음 솔직하게 털어놓기예요, 아셨죠?
민석 몇점부터 합격인데요?
연정 (장난꾸러기처럼)음... 80점!
민석 (정신 바짝 난다는 듯)열심히 써야겠네!(고민하다가... 뭔가 열심히 써내려간다)
연정 (그 모습에 빙그레 미소짓더니... 열심히 쓰기 시작한다)
예쁜 창가 자리에 마주 앉은 두 사람, 그렇게 서로에게 편지를 쓴다.
S# 48. 동네공원(몽타즈)
생머리 처녀가 효리춤 추며 노래하는 모습.
브레이크 댄스하는 십대 청소년 그룹.
에어로빅 옷 입은 통장, 노래하는 모습.
그리고 미영과 똑같은 원피스 입은 아줌마의 열창!
S# 49. 동 무대 뒤
E (연결)아줌마의 열창소리...
꽃비와 단비, 또또 데리고 일각에서 백댄스 연습하고 있다.
차례가 임박한 미영, 바짝 긴장해서 얼어있는데
경수 (심호흡시키며)나 따라해봐요, ?, 푸!
미영 (따라서)?, 푸!
경수 긴장 풀고 노래방에서 할때처럼 신나게 노는거예요, 알았죠?(하는데)
E 아줌마의 열창소리(끝나고)
사회E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은 행복아파트에서 오신 장미영씨! 부르실 곡은 혜은이의 ‘열정’
경수 (그 소리에)나가요, 떨지 말구!
미영 (?, 푸... 심호흡하고 나간다)
꽃단비 (경수의 격려 받으며 또또 안고 따라 나가고)
S# 50. 동 무대
미영, ‘열정’을 열창하는데
꽃비와 단비, 그리고 또또가 뒤쪽에서 백댄서 노릇을 단단히 한다.
귀여운 아이들의 댄스와 특히 강아지 또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객석의 관객들, 박수와 환호성으로 열광의 분위긴데
S# 51. 동 객석뒤쪽 산책로
유경, 아영, 철수 한가롭게 산책하다가(철수가 아영을 목마태운 상태)
자연스럽게 노래자랑 모습을 보게 된다.
무대위에서 열창하는 미영과 아이들 모습을 본다.
아영 (신나서 손가락질하며)어, 단비다! 아빠, 우리 유치원 친구예요.
유경 (놀라서 따라보다 미영을 발견)어머, 쟤 또 웬일이니, 여보, 내 동창 장미영!
철수 (놀라 보며)이중위 와이프말야?
유경 (기막혀서)응.
철수 하하하, 이중위 정말 재밌게 사네. 가보자.(가족 이끌고 객석으로 간다)
S# 52. 동 무대
미영의 열창이 거의 끝나간다.
꽃비, 단비, 또또, 환상의 백댄스를 선보이고
객석의 관객들 열광의 도가닌데......!
무대 아래 일각에서 지켜보던 경수, 아주 흐뭇하다!
S# 53. 홈쇼핑 근처
민석차 달려와 멈춰선다.
민석과 연정, 내린다.
민석 (아쉬운듯)편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 지금 읽어보면 안돼요?
연정 (펄쩍)안돼요. 일 다 끝나고 주위 조용할때 아무도 없는데서 보세요. 알았죠?
민석 (미소로 끄덕끄덕)....
연정 저 들어가야돼요.
민석 그래요, 어서 들어가요.
연정 (건물로 들어간다)
민석 (그 모습 아쉬움으로 보다가 차에 오른다, 민석차 달려가고)
S# 54. 홈쇼핑 스튜디오
고급 스카프와 핸드백 판매용 세트가 준비된 스튜디오 안.
출연의상으로 갈아입은 연정, 대본을 검토하고 있는데
고PD 오늘에 포인트는 국내 첫 런칭되는 해외브랜드란 점이야, 그 점을
부각시켜줘야돼?
연정 (밝은 미소로)네.
고 얼굴이 좀 나아졌네, (떠보는)정세준이 이젠 귀찮게 안해?
연정 (씁쓸한)결혼식 얼마 안남았잖아요... 괜찮아 질거예요.
고 힘든일 있으면 말해, 하다못해 술이라도 같이 마셔줄테니까.
연정 (씩씩하게)저 이제 괜찮아요 선배, 걱정마세요.
고 (왠지 안쓰러운)그래, 들어가자.
연정 네.
고 (부조로 향하고)
연정 (대본 내려놓고, 매무새 다듬는데)
S# 55. 동 부조
고PD, 큐 사인을 내면
S# 56. 동 스튜디오
연정, 우아하게 앉아서 환한 미소로 오프닝 멘트를 한다.
연정 안녕하세요, 그렇게 뜨거웠던 2004년 여름도 어느새 물러가고 성큼 가을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을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패션소품, 뭐니뭐니해도 스카프 와 핸드백이겠죠?
S# 57. 동 부조
기술진들과 함께 연정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고PD...
기술1 (화면 보며)황연정씨 볼이 뽈딱한게 오늘따라 더 예쁜데?
기술2 그렇네. 한동안 꺼칠한거 같더니......
고 (안심이 되는듯)......!
S# 58. 동네공원 객석
미영을 비롯한 노래자랑 참가자들, 객석 맨 앞에 쪼르르 앉아있다.
발표를 기다리며 다들 긴장하는데...
S# 59. 동 무대
사회자가 입상자 명단을 들고 나온다.
객석에 관객들, 웅성웅성 주목하고 있고.
사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민가요제 입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댄스상엔 청솔고등학교 댄스팀! 20키로들이 쌀 한포대를 부상으로 드리겠습니다, 우수상엔 경민아파트에서 오신 최경자씨(미영과 같은 옷입은 아줌마다) 부상으로 김치 냉장고를 드립니다!
호명된 사람들, 좋아라 무대로 뛰어 올라가고
S# 60. 동 객석
미영과 꽃비, 단비, 또또를 안은 경수,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S# 61. 동 무대
사회 그리고 오늘의 최고상엔 행복아파트에서 오신 장미영씨! 백댄서들에 공이 컸죠?
S# 62. 동 객석
미영,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 올리며 벌떡 일어나
엉겁결에 경수와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다가 서로가 화들짝!
꽃단비, 환호성 올리고 좋아라 펄쩍펄쩍
앞집남자와 유경, 철수, 아영이 놀라 입 딱 벌리며 박수 치고,
통장과 경비아저씨도 몹시 부러운데.
사회E 장미영씨 나와주세요!
꽃비 엄마, 나가자!
미영 (그제서야 정신차리고 무대로 뛰어나간다)
꽃단비 (또또를 안고 뛰어나간다)
경수 (흐뭇하다)아, 오늘 수입 올렸네, 홈씨어터면 저게 얼마짜리야!
앞집 (다짐)내몫도 있다? 또또 주인은 엄연히 나야?
경수 알았어,알았어. 쫀쫀하기는...
S# 63. 동 무대
몹시 흥분해서 뛰어나오는 미영, 꽃비, 단비, 또또
미영 (흥분해서)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회 기쁘시죠?
미영 네! 너무 기뻐요!
사회 오늘 최고상 상품이 뭔지 아시죠?
미영 (두근두근)홈씨어터요, 제가 사실 이사온지 얼마 안됐거든요, 안그래도 티브이가 오래돼서 바꿀 참이었어요.
사회 축하드립니다!
미영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회 그럼 오늘의 우승자 장미영씨의 노래를 다시 한번 청해듣도록 하죠, 음악 주세요!
E 반주 음악 나오고
미영 (마이크 받아들고 ‘열정’을 열창한다)안개 속에서 나는 울었어......
꽃단비 (또또와 함께 백댄스 하며 아주 신이 났는데)......!
S# 64. 공원 일각
아직도 흥분한 티가 역력한 미영, 꽃비와 단비 이끌고 신바람나서 걷고 있다.
앞집남자, 또또를 안고 경수 이끌고 달려와서
앞집 (꾸벅)축하드립니다!
미영 감사합니다.
경수 약속은 약속이예요,? 사분에 일은 내몫이라구요!
미영 (기분이 좋다)알아요, 누가 떼먹는데요?(하는데)
경수 또 동전으로 주면 안돼요?
미영 뭐라구요?(어이가 없는데)
아영 단비야!
미영 (돌아보면)
철수 (유경, 아영 이끌고 와서)축하드립니다!
앞집 (경수와 또또 이끌고 빠지고)
유경 인사해, 우리 애기아빠야.
미영 (그제서야)어머 안녕하세요?
단비 (꽃비와 함께 아영 손잡고 근처 풀밭으로 달음박질하고)
미영 제가 미처 못알아?어요.
철수 당연하죠, 결혼식때 슬쩍 보고 처음인데..... 근데, 어쩜 그렇게 재밌게 노랠 잘하세요?
미영 (민망)다 보셨어요?
유경 봤지 그럼... 하여튼 너 정말 못말리겠다.
철수 재밌기만 하던데 왜! 하하하! 이중위가 아주 재밌게 살거 같아요, 제수씨땜에...
미영 (쑥쓰러운듯 혀 낼름)그렇지도 않은데...
철수 밥한번 같이 먹자 그랬는데, 통 연락이 없네요?
미영 (미안한)그이가 출장도 갔다오고 요새 많이 바빴거든요, 저기, 말 나온김에 저희집으로 가세요, 감자탕 맛있게 해놨거든요.
유경 (새침)무슨 감자탕... 어디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데로 가요, 애들도 있는데...
철수 감자탕이 어때서? 서민적이고 좋지... (미영에게)저 감자탕 좋아합니다!
미영 (기쁜)그이한테 전화해서 일찍 들어오라 그럴게요.
철수 (핸드폰 꺼내며)이중위 번호가 어떻게 되죠?
미영 (철수 핸드폰 건내 받아서 번호 누른후)여보세요?(하는데)
철수 저 바꿔주세요.(핸드폰 받아서)어, 난데 이중위!
S# 65. 민석 사무실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컴퓨터 앞에서 부지런히 문서 작업하며
눈으로는 모니터보며 핸드폰 통화중이던
민석 (놀라)아, 나대위님!
철수 (반화면으로)밥한번 먹기가 그렇게 어렵냐? 한동네 살면서...
민석 (미소)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모신다는게 그만...
철수 됐구, 지금 빨리 들어와, 나 와이프랑 애 데리구 이중위 집에 쳐들어가는 길이니까. 약속 다 취소하고 빨랑 들어온다, 실시!
민석 실시!
철수 셋셀동안 뛰어와?
민석 (웃는)네.(핸드폰 끊는다, 집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좀 난감하지만 어쩔 수 없다. 비서에게)송상무한테 나 먼저 들어갔다 그래.
비서 네.
민석 (컴퓨터 끄고, 서랍속에서 연정이 준 편지봉투 꺼내서 소중하게 안주머니 깊숙히 넣고, 퇴근 준비를 시작한다)
S# 66. 미영거실
상품으로 받은 홈씨어터가 거실장 한가운데 우람하게 버티고 있다.
꽃비, 단비, 아영, 신이 나서 거실을 운동장처럼 누비며 뛰놀고 있고
철수는 새로 들여온 홈씨어트를 리모콘으로 이리저리 조정하며 보고 있다.
철수 (화면 이리저리 돌려보며)재수씨, 화질 죽이는데요?
S# 67. 미영주방
가스렌지위의 큰 곰솥에 부글부글 김치감자탕이 끓고 있다.
앞치마 입은 미영, 땀 뻘뻘 흘리며 감자가 익었나 젓가락으로 찔러보다가 흐뭇해서
미영 그렇죠?(마냥 즐겁기만 한데)
유경 (거들 생각은 않고 팔짱끼고 할랑할랑)생각보다 많이 좁네, 구조가 좀 답답하게 나온거 같애?
미영 (그러거나 말거나)그래? 난 편하고 좋기만 한데...
유경 (냄새 난다는듯 찡그리며 손부채질)아우, 환기도 안되는거 같구. 창문 좀 활짝 열어라얘.(하는데)
미영 (통마늘 떠안기며)마늘 좀 까! 마침 다져놓은게 똑 떨어졌네?
유경 (얼결에 받으며)우이씨...
미영 (재촉)어서! 니남편 시장하댔잖아.
유경 (할 수 없이 뿌르퉁 식탁에 앉아 마늘을 까는데, 긴 손톱 탓에 여의치가 않다, 투덜투덜)손톱 어저께 손질한건데......
미영 (못들은척 바쁘게 돌아가면서, 고소하다!)
S# 68. 미영복도
미영 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새나온다.
앞집문 빼꼼히 열리더니 앞집남자와 경수,
라면 먹다 말고 나온듯 젓가락 들고 고개만 내민채 킁킁 냄새맡으며
앞집 와, 냄새 죽이네?
경수 이웃간에 맛있는 건 좀 나눠주는게 기본 아냐?(꼬르르 소리)
앞집 (씁쓸한)라면 다 불겠다, 빨랑 먹고 가게나 나가자.
경수 (미련이 남는데)
앞집 (현관문 닫은 직후)
엘리베이터 열리고,
민석 내려서 미영집으로 들어간다.
S# 69. 미영거실
민석, 문이 열렸네... 하면서 들어서는데
거실 안에 노래 소리 흥겹다.
못보던 홈씨어터에 마이크까지 연결해놓고
철수, 노래부르며 유경의 손을 잡고 돌리고 지르박 춘다.
유경, 어이없어 하면서도 분위기 맞춰주고
아이들 신바람나서 막춤들을 추고
미영은 소파에서 깔깔깔 웃으며 박수치고 있는데
어리벙벙 들어서는 민석을
노래계속 하면서도 철수가 잡아끌어 미영에게 인도해주고
민석도 얼떨결에 철수노래에 맞춰 미영과 밀고 당기고 돌리고
민석 (얼결에 춤추면서도 홈씨어터 보며)웬거야?
미영 (자랑스런)내가 벌었어!
민석 (스텝 밟으며, 놀라)벌어?(하는데)
철수 (크라이막스의 열창)
철수, 흥이 올라 신나게 노래 부르며 유경과 춤을 춘다.
미영, 신나서 깔깔깔
민석은 얼결에 같이 스텝밟으며 호응은 해주면서도 어리둥절한데
(시간경과)
다른 반찬 없이 물김치와 밑반찬, 밥그릇 놓인 단촐한 교자상에
민석, 철수, 유경, 꽃단비, 아영이 둘러앉았는데
민석 (깜짝 놀라)집사랑이 구민 노래자랑엘 나갔단 말예요?
철수 하하하! 얼마나 인기있었나 몰라, 꽃비랑 단비가 백댄서 노릇 단단히 하고, 아주 열광의 도가니탕이었다니깐!
민석 (안봐도 비디오다!)아흐...!
철수 재수씨가 워낙 재밌어서 이중위 넌 심심할 일 없겠다, 하하하!
유경 (은근히 씹는)미영이가 원래 학교다닐 때부터 좀 별났거든요.
철수 답답하고 꽁한 성격보단 얼마나 좋아, 하하하!
민석 (미영이 또 얼마나 설쳐댔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얼굴 구겨지는데)......!
미영 (커다란 전골냄비에 수북한 김치감자탕을 들고 와 상 가운데 놓으며)자, 김치감자탕이 왔습니다!
유경 애게?(뭐가 이렇게 썰렁해? 하는 표정으로 시큰둥하다)
민석 이게 다야? 손님 초대해놓고 이게 뭐야?(민망한데)
철수 (성격 좋게)뭐가 어때서? 푸짐하고 좋은데, 먹자구! 이런건 손으로 잡고 뜯어야 제맛이야.(커다란 뼈다귀 개인접시로 들고 가거 뜯어먹는데 보기보다 아주아주 맛있다! 감탄하며)와, 이거 양념 어떻게 한거예요? 여느 감자탕이랑은 많이 다른데? 먹어봐, 당신두!(아주 맛나게 먹는다)
유경 (할 수 없이 시큰둥 하나 갖다 먹는데 맛이 아주 제법이다).....!
꽃비 나두 줘 엄마!
미영 (웃는)그래, 많이 먹어.(아이들 앞접시에 하나씩 놔주고)
단비 (맛나게 먹으며)우리 엄마 이거 대빵 잘만들어요!
아영 (앙증맞게 먹으며)맛있다!
미영 (민석앞에 놔주며)맥주 가져올까? 참, 와인도 있는데...(주방으로)
민석 와인사놨어?
꽃비 (먹으며)어제 외식할때 남은거 싸왔어, 그거 들고 오느라구 얼마나 팔아팠는데?
민석 (놀라)와인을 싸갖구 왔단 말야?
미영 (와인과 맥주잔 가져와 놓으며)남은걸 버리구와 그럼?
유경 (피식 웃는데)...
철수 그럼요, 아깝게 왜 버려요? 저 한잔 주세요 재수씨!
미영 네.(따라준다)
철수 (달게 마시며)카! 감자탕과 와인, 절묘한데!
미영 (흐뭇해서 민석에게 따라주는데)
민석 (미영에게만 들리게 낮게)잔이 이런거밖에 없어?
미영 (예사롭게)없는데?(맛나게 먹는다)
유경 (피식 비웃는)......
미영 (그런 줄도 모르고 민석에게)당신 많이 먹어, 요새 입맛 없어 했잖아.
(뼈를 발라 놔준다)
민석 (못마땅하고)......!
S# 70. 아파트 앞(밤)
왁자지껄 유쾌하게 몰려나오는 철수, 유경, 아영,
꽃비,단비, 미영과 민석.
철수 (유쾌한)오늘 정말 잘먹구 재밌게 놀다 간다. 담번엔 우리 집에서 뭉치자.
민석 네, 꼭 초대하세요.
철수 그럼!
유경 (미영에게)참, 동창들 몇이서 내일 점심 하기로 했는데, 나올수 있지?
미영 동창들?
유경 지난번에 얘기했잖아, 몇명 꾸준히 만나는 애들 있다고.
미영 아!
유경 강남백화점 옆에 유명한 레스토랑 있거든, 거기서 모이기로 했어.
미영 (호기롭게)그래, 나가지 뭐.
철수 (미영에게)재수씨, 오늘 감자탕 정말 죽여줬습니다. 우리 아영엄마한테도 비법 좀 전수해 주세요.
미영 (웃는)그럴게요.
미영과 민석, 유경가족을 배웅하고 돌아서 현관으로 들어간다.
S# 71. 미영거실(밤)
평상복 차림의 민석, 비스듬히 소파에 기대앉아 마감뉴스 보고있는데
낡은 파자마잠옷 입고 옆자리에 와서 민석의 무릎 베고 누우며
민석을 올려다 보는
미영 (눈치 살피며)좋지? 소리 끝내주지?
민석 (말없이 티브이 만 본다)......!
미영 (애교)덕분에 홈씨어터 생겼잖아, 거실이 까득차고 얼마나 좋아?(재잘재잘)저거 돈주고 살려면 되게 비싸대? 최소한 이백만원은 된다는데? (아주 뿌듯한데)
민석 (냉정하게 티브이만 보고 있다)
미영 (눈치 살피며)화났어? 그래?(하는데)
민석 (차갑게)됐어, 말린다고 내말 듣는 사람이야, 당신이...
미영 (변명)그게 아니라(하는데)
민석 됐다니깐, 가서 잠이나 자.
미영 치, 잘났어 진짜!(벌떡 일어나 궁시렁 궁시렁 투덜대며 안방으로 들어간다)
민석 (냉정하게 티브이만 응시하는데)
E 이내 들려오는 미영의 코고는 소리 푸우.....
민석 (한심한듯 안방쪽 힐끗 보고, 리모콘 들어 티브이 끄고 서재로 간다)
S# 72. 동 서재(밤)
불 키며 들어온 민석,
일각에 걸어놨던 양복상의 안주머니에서 연정이 줬던 봉투 꺼낸다.
의자에 앉아 연정의 편지를 꺼내 읽는데
연정E 흑기사 아저씨게.
민석 (빙그레 웃으며 계속 읽는다)
연정E 제가 힘들때 마다 어김없이 제 앞에 나타나주는 흑기사 아저씨...
부끄러운 모습을 남김없이 들켰다는 자격지심에 처음엔 당황스럽고 무조건 피하고만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힘 들고 슬픈 순간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돼버렸네요, 안되는 줄 아는데도 아저씨 선한 웃음이 자꾸 생각납니다. 아저씨 웃음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저 나쁘죠, 그렇죠? 그래서 많이 두렵고 혼란스럽습니다
민석 (편지를 내려놓고 마음이 벅차오른다, 주체할 수 없는듯... 편지를 서랍 깊숙히 넣어두고 걸려있던 잠바를 집어 들고 급히 나간다)
S# 73. 아파트 주차장(밤)
전자키로 저만치 주차된 차 시동을 걸며
민석 (핸드폰)아직 안 자요? ...지금 집 앞으로 갈테니까 잠깐만 나와요. 지금 출발할게요.(차에 올라 급하게 출발시킨다)
S# 74. 연정오피스텔앞(밤)
연정이 기다리고 서 있다.
민석의 차가 달려와 멈춰선다.
민석, 차에서 급하게 내려 성큼성큼 오더니 왈칵 끌어안으며
민석 (격정에)연정아!
연정 (놀라)무슨 일이예요?
민석 보고싶어서 왔어, 너무 보고싶어서!
연정 (안긴채)정말이요?
민석 (절절한)연정이가 준 편질 읽다가 참을 수가 없었어. 내가 왜 이러는 지 나도 모르겠어. 잠깐만 보고 갈테니까 이해해 줘.
연정 (안긴채)이것좀 놓고 얘기해요, 숨막혀요.
민석 (그제서야 놓으며 쑥쓰럽다)미안해...
연정 (귀여운 미소)절 보러 와주셨는데 뭐가 미안해요...
연정, 민석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걷는다.
연정 (미소)...나도, 아저씨 편지 읽고 있었어요.
민석 (긁적긁적)멋대가리 없지?
연정 (미소로)그래서 더 좋았요, 멋내지 않고 꾸미지 않고 솔직해서...
(오피스텔 건물 앞에 도착)
민석 (아쉬운듯, 연정 볼 만져주며)밤공기 차네, 이제 들어가 자, 내일 방송 해야되잖아.
연정 (미소)가는거 보고 갈게요.
민석 (투정부리듯)아... 나두 따라 들어가고 싶다!(하는데)
연정 (귀엽게 협박하듯)자꾸 이러시면 저 앞으로 전화해도 안내려올 거예 요?
민석 알았어. 알았어. 어서 들어가.
민석, 사랑스러운듯 연정을 미소로 바라본다.
연정, 그런 민석의 팔짱에 꼬옥 매달려 걷다가
오피스텔 현관에서 환하게 웃어주며 두손 머리에 올려 하트 만들어보 인다.
민석, 엉거주춤 아주 어색하게 두손 올려 같이 하트 만들어 보이고
연정, 환하게 웃으며 건물로 들어간다.
민석, 연정 방에 불 켜질때까지 지켜보다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선다.
S# 75. 아파트 앞길(아침)
미영과 유경, 단비와 아영을 이끌고 다른 자모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유치원 버스 기다리고 있다.
유경 (미영에게)이따 내 차로 같이 갈래?
미영 (새침)됐어, 난 어디 들릴데가 있어서.
유경 그래, 그럼 그러든가... 12시까지 늦지 않게 나와. 위치는 알지?
미영 내가 뭐 어린애니, 거기두 못 찾아가게. (하는데)
유치원 버스 도착한다.
모두들, 버스에 애들 태우고 손흔들고 돌아서고...
S# 76. 달리는 지하철안
신경써 차려입고 나온 미영, 흔들리는 지하철 일각에 서 있다.
손목시계 보면서 혼잣말
미영 너무 서둘러 나왔나, 시간이 남네...
S# 77. 백화점 상행 엘리베이터 앞
미영, 상행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타임서비스로 메이커 넥타이를 균일가 2만원에 파는 매대 보인다.
미영, 끼어들어 고르는데 꽤 마음에 든다.
미영 (판매원에게)이거 포장도 돼죠?
직원 특가상품이라 곤란한데요(하는데)
미영 (우기는)선물할거니까 좀 해줘요, 네?(애교 작전)
직원 (어쩔 수 없이)그러세요...(포장박스 꺼내는데)
미영 (좋아서 얼른 지갑을 연다)
S# 78. 고급 레스토랑 앞
단독 건물의 고급 레스토랑 앞으로
미영이 넥타이 포장이 삐죽 나온 핸드백 들고 유쾌하게 걸어오는데
유경을 비롯한 동창1,2,3이 모두 나와서있다.
미영 어머, 현진아, 은미야 경희야! 오랫만이다!(반가워 하는데)
동창들 (반가워 한마디씩)어서와, 오랫만이다 얘!
유경 (못마땅한)웬만하면 핸드폰 하나 장만해!
미영 (어리둥절)왜, 무슨 일인데? 왜 다들 나와서있어?
현진 날씨가 하두 좋아서 교외로 빠지기루 했거든, 근데 너만 연락이 안되
잖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미영 어머, 그랬구나.(하는데)
모두 (각자의 최고급 자동차에 전자키로 시동들을 켠다)
유경 (미영에게)타!
미영 어? 어..... (유경차 조수석에 탄다)
S# 79. 근교의 아름다운 들판
E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2악장 ‘엘비라의 테마’ 흐른다.
밀짚모자, 어울리는 하늘하늘한 예쁜 원피스 입은 연정,
산뜻한 캐쥬얼 차림의 민석이 영화 <엘비라 마디건>의 주인공들처럼
아름다운 들판을 거닐고 있다.
첫사랑을 나누는 소년 소녀처럼 수줍게 손을 잡고
서로를 다정하게 배려하며
두 사람 행복하다......
민석, 연정의 손을 잡아당겨서 마주본다,
두 사람, 가만히 서로를 응시하는데, 그 눈동자 아주 진지하다......!
S# 80. 국도
퐁광이 아름다운 국도를 유경의 외제차를 비롯한 동창들의 차가 줄지어 달리고 있다.
S# 81. 유경차안
미영, 차창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며 마냥 기분이 좋은데...
S# 82. 교외호텔 외경
풍광이 수려한 강변에 꽤 공들여 지은 호텔 건물이 보인다.
1층엔 레스토랑, 위층엔 객실 있는 구조.
S# 83. 호텔 로비
유경과 미영, 경희, 은미, 현진이 즐겁게 깔깔 웃으며 들어선다.
1층 레스토랑을 향해 가고 있는데
객실쪽 엘리베이터 열리면서
민석과 연정이 나온다.
선두에 섰던 유경이 제일 먼저 민석과 연정을 발견하고 멈칫,
본능적으로 민석 뒤의 연정을 훑어본다.
민석도 유경 보고 당황하다가 그 뒤 미영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데,
동창들과 수다떨던 미영, 그제서야 민석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진다.뒤에 동창(경희, 은미, 현진)도 따라서 멈칫하는데
미영 (어리둥절)여보......!
민석 (몹시 당황해서 굳는다)......!
연정 (저만치 뒤에서 얼어붙었는데)
미영 (연정과 민석을 번갈아 보면서)여보오...!(하는 미영의 놀란 얼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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