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프러포즈 4회
[제 4 부]
S# 1. 갓길
민석이 운전하는 차가, 씩씩대며 걸어가는 미영을 앞질러 가버린다.
깜짝 놀란 미영, 어어어... 하다가, 뛰어가며 손짓한다
미영 여보, 여보, 여보오! 거기 서! 나 지갑도 없단 말야!(놀라서 헐레벌떡 쫓아달리는데)
저만치 달려가던 민석차가 비상등 켜면서 멈춰선다.
미영, 어이가 없고 분하고도 기막힌 얼굴로 달려가서,
얼른 차에 오른다.
민석이 운전하는 차, 다시 출발하고.
S# 2. 민석차 안
민석, 화난 표정으로 묵묵히 운전하고
조수석에 올라탄 미영은 아직도 숨을 헐떡헐떡,
울먹울먹 충격과 원망으로 민석을 보다가
미영 (빽)당신 진짜 이럴래!
민석 (운전하며 버럭)안전벨트나 매!
미영 (안전벨트 매면서도 분하고 서럽고 속이 상한데)......!
S# 3. 미영아파트 앞
민석차 달려와 멈춰서면
화가 잔뜩 난 미영, 먼저 내려서 조수석 문을 쾅! 닫고는
아파트 현관으로 쿵쾅쿵쾅 올라간다.
근방을 청소하던 경비아저씨, 인사를 하려다 머쓱한데
민석도 굳은 얼굴로 차에서 내려 트렁크 안의 여행가방 꺼내서는
현관 계단을 올라가버린다.
경비 아저씨, 갸우뚱하고......
S# 4. 미영거실
여행가방 일각에 팽개쳐 있고,
미영과 민석, 큰소리로 대판 부부싸움 하는 중이다.
미영 차 쪼금 긁힌게 그렇게도 아깝니, 아까워?!
민석 아까워!
미영 (분해서 씩씩대며 노려보는데)......!
민석 누가 차 때문에만 그런 줄 알어?
미영 아님 뭔데?
민석 여자가 매사에 왜 그렇게 단순무식하냐구, 내말은!
미영 (열올라)단순무식?!
민석 (버럭)그래, 단순무식!
미영 (분하다)내가 뭘 어쨌다굿!
민석 이삿날 옥상에서 생쑈 벌인것도 그렇고, 오늘두 그래! 어떻게 갈수록
그렇게 억세지니? 이건 도무지 챙피한 것도 겁나는 것도 없어!
미영 그래, 나 챙피한 것도 겁나는 것도 없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오늘 말 나온 김에 한번 말해봐, 말해보라구!
민석 (의욕상실)됐어, 그만해!(가방 들려는데)
미영 되긴 뭐가돼? 사람 속 홀랑 뒤집어놓구... 말을 하라구! 내가 마중나간게 그렇게도 싫디? 그리구, 내 립스틱이랑 옷차림이랑 그렇게도 맘에 안드는데 어떻게 여태 같이 살았니?
민석 (부글부글)그만 하라 그랬다!
미영 (버럭)그만 못해!
민석 (열나서)그만해, 그만 하라구 글쎄!(소리소리 지르는데)
꽃단비 (열심히 뛰어놀던 차림으로 헉헉 현관문 열고 들어와 안긴다)어? 아빠다, 아빠!
민석 (안으며, 머쓱)어......
미영 (씩씩대며 감정 조절하는데).....!
단비 아빠, 선물 사왔어?
민석 (엷은 미소로)사왔지.
단비 (좋아서)뭐 사왔는데?(하는데)
꽃비 (부모 눈치 살피며)엄마 아빠, 싸웠어?
민석 (좀 무안하다)싸우긴......(하는데)
미영 (거실장 위에 올려진 자동차키 집어들고 현관으로 간다)
민석 (놀라)어딜가!(하는데)
미영 (씹듯이)카센타!(신발 신는데)
민석 (짜증)뭐하러어!
미영 긁힌데 고쳐놓을게!
민석 됐어!(하는데)
미영 내가 치사해서 고쳐놓구 만다!
민석 됐다니깐!(하는데)
미영 (오기로 문 쾅 닫고 나가버린다)
민석 어휴!(하는데)
꽃단비 (걱정스럽게 민석 얼굴 쳐다보다가)
꽃비 싸웠네뭐......
단비 그치 누나?
민석 (무안하고 씁쓸한데)......!
S# 5. 카센타
민석차를 놓고 정비공이 긁힌 부위를 살피는 중이다.
미영, 지켜보고 있고.
정비 문짝을 갈거 까진 없구요, 찌그러진데 조금 펴고 도색 좀 하고... 2십만원 정도 나오겠네요?
미영 (기겁)이십만원이나요?
정비 그래두 문짝 가는 것보단 싼거예요.
미영 (울상인데)......!
정비 어떡하실래요?
미영 아저씨, 쪼금만 깍아주세요, 네?
정비 (웃는)공임표라는게 있어요, 제 맘대로 못해드려요.
미영 어떡해......(속이 상한데)
정비 (뒷좌석 열며)여기 고추가룬 어떡하실래요?
미영 (울상으로)가져가야죠...
정비 봉지가 터졌네? 비닐봉지 하나 드려요?
미영 (기운없이)네......
S# 6. 카센타 인근 길
미영, 속상해서 풀 죽은 얼굴로 고추가루가 든 커다랗고 추레한 검정
비닐봉지 들고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다.
미영 (중얼중얼)15만원이면 한달 내내 아르바이트 해야 버는 돈인데... 꽃비 피아노에다 단비 미술학원비까지 다 낼 수 있는데......(속이 상하는데) E 빵빵!(크락션 소리)
미영 (돌아보면)
유경 (쌈빡한 외제차 차창을 내리고 내다보고 있다)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려?
미영 어? 어어......(하는데)
유경 (조수석 열어주며)타!
미영 (머뭇)......!
유경 (생긋 웃으며)타라니까? 집에 가는 길 아냐?
미영 (탄다)
유경 (운전해 출발하고)
S# 7. 유경차안(외제차)
뒷좌석에 유경의 명품핸드백과 커다란 백화점 쇼핑백 세개가 놓였다.
미영, 생전 처음 타보는 외제차가 생소해서 어리둥절하다.
미영 (고추가루 봉지 안고 조수석에 앉은채)차가 바꼈네?
유경 (생긋)응.
미영 전에 타던 차 좋던데......
유경 말도 안하고 새차를 뽑아왔더라구, 오늘이 내 생일이거든.
미영 (놀라)그럼 이차가 생일... 선물이야?
유경 (여유로운 미소)응.
미영 (놀라운데)......!
유경 (마침 걸려온 전화 받으려 핸즈프리 버튼 누르며)여보세요.
철수E (나긋나긋 다정한)어디야 당신?
유경 응, 백화점 갔다가 집에 가는 중이야.
철수E 이쁜 옷 좀 샀어?
유경 별거 없어, 그냥 캐시미어 가디건이랑 가죽 반코트 샀어.
철수E 잘했어. 참, 차는 어때? 잘 나가지?
유경 응, 괜찮어.
철수E 거기 조수석 박스 안에 뭐 하나 넣어놨거든. 한번 열어봐.
유경 뭔데?
철수E (다정하게)열어봐.
유경 (미영에게)거기 좀 열어봐줄래?
미영 응.(조수석앞 박스 열면 반지케이스 들어있다, 놀라서 건내주는데)
유경 (운전하며, 미영에게)열어봐봐.(핸즈프리로 철수에게)내 동창 미영이, 지금 옆에 있거든.
철수E (반갑게)아이구, 안녕하세요? 이사오셨단 얘긴 들었어요. 반갑습니다! 미영 (머쓱)안녕하세요.(하고는 반지케이스 열어보면 엄청 세련되고 예쁜 사파이어 반지다!)어머!
유경 (힐끗 보면서)사파이어네?
철수E 응, 당신 탄생석이잖아. 생일축하해!
유경 고마워.
철수E 같이 못있어줘서 미안해. 내일 멋진데 가서 외식하자.
유경 그래요.(핸즈프리 끊고는, 미영에게)세미나때문에 부산 갔거든.
미영 그렇구나...(반지를 본다, 엄청 크고 예쁘다)......!
유경 거기 박스 안에 우선 넣어둬.
미영 그래.(박스 안에 반지 넣는다, 기분이 묘한데)......!
S# 8. 미영거실(밤)
민석, 꽃비, 단비, 주방 식탁에서 식사중이다.
미영은 거실 소파에 발 올리고 앉아 애꿎은 리모컨만 이리저리 눌러
가며 TV보다, 보석을 파는 홈쇼핑 채널에 고정한다.
TV화면 속의 반지, 목걸이들을 심란하게 보다가
말없이 밥만 먹고 있는 민석을 못마땅한듯 돌아다본다,
불만으로 입이 한발은 나왔다,
뭐라고뭐라고 입속으로 쭝얼쭝얼 뾰루퉁해서 다시 채널 돌리는데...
꽃비 (미영과 민석을 번갈아 눈치본다)
민석 (묵묵히 밥만 먹고있다)......
미영 (리모콘으로 다른 채널 돌리면서 한숨 포옥)휴우......
단비 (누나를 따라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눈치 살피는데)
꽃비 엄마, 밥 안먹어?
미영 (TV보며)생각없어.
꽃비 (민석을 보는데)......
민석 (못들은 척 밥만 먹는다)
꽃비 (어떡하지? 하는 느낌으로 단비를 본다)
단비 (그러게말야. 하는 느낌으로 꽃비를 마주 본다)
S# 9. 동 서재
민석, 일각에 펼쳐지지 않은 여행가방 놓여있고
민석, 이런저런 두터운 서류들을 정리하며 읽는 중인데
롤러브레이드용 보호장구를 착용한 꽃비와 단비가 쪼르르 들어와 민석에게 매달린다.
꽃비 아빠, 우리 산책해요!
단비 네, 오랫만에 롤러브레이드 타요!
민석 아빠 서류 볼게 있는데?
꽃비 (막무가내 잡아끌고)오늘은 같이 놀아요, 아빠 맨날 바쁘다고 못놀아줬잖아?
단비 아빠랑 얼마나 놀구 싶었는데요, 네?
민석 (웃는)이 녀석들이......(하면서도 끌려나간다)
S# 10. 동 거실
미영, 시무룩해서 설거지하고 있는데
민석, 꽃비와 단비에게 이끌려 서재에서 나온다.
꽃비, 얼른 가서 미영을 막무가내로 끌고온다.
꽃비 엄마도 가!
미영 (고무장갑 낀 채)엄마 설겆이해야 돼.
단비 안돼, 다같이 나가.
민석 (벌써 신을 신고 있다)
꽃비 얼른!(단비와 함께 미영을 현관 쪽으로 민다)
미영 알았어, 알았어.(고무장갑 벗고 앞치마 풀며 따라나선다)
S# 11. 여의도공원 자전거 대여소앞
롤러 브레이드 탄 꽃비와 단비, 미영과 민석을 잡아 끌고
꽃비 (커플 자전거 가리키며)아저씨, 저 자전거 주세요.
미영 (놀라)싫어, 엄마 저거 안타!
민석 꽃비야, 늬들만 롤러 타고 놀아.(하는데)
단비 (아주 귀엽게)헤헤헤, 아빠랑 엄마랑 데이트 좀 하셔!
주인 하하하, 고녀석들 참... 효자네!
미영 (어이없어 웃음이 난다)......
민석 (마찬가지다)......
주인 (커플 자전거 내주며)5천원입니다.
미영 (샐쭉해서 민석을 힐끗 본다)
민석 (주인에게 5천원을 내준다)
꽃비 엄마, 아빠, 우린 저쪽에서 놀고 있을테니까 둘이서 데이트해?
단비 싸우지 말구 서로 사랑한다구 그러구, 알았지?
민석 (어이가 없다).....
미영 (웃음이 나는데)......
꽃단비 (신바람나게 롤러 타면서 저만치 가버린다)
주인 (웃으며)두분 부부싸움 하셨나봐요?
미영 (민망해서)아니예요...
민석 (자전거에 먼저 오르며 퉁명스레)타!
미영 (좀 버티다 못이기는 척 뒤에 올라탄다)
S# 12. 고수부지
여의도공원과 연결된 고수부지를 커플자전거가 씽씽 달려간다.
시원한 강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리우고,
굳어있던 민석과 미영의 표정도 차츰 풀어지면서
어느새 상쾌해지는데......!
S# 13. 연정오피스텔
갓 샤워를 마친듯 편안한 옷차림으로 젖은 머리를 타월로 털어말리며
욕실에서 나오는 연정, 개운한듯 경대 앞에 앉아 스킨을 바르다가
문득 핸드폰을 본다.
핸드폰을 집어들고 핸드폰 고리(민석이 선물한)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혼란스러운듯......!
그러다 안되겠는지 벌떡 일어서서 커튼을 확 열어젖힌다.
어질어진 잡지랑 물건들도 정리하고 침대시트도 시원스레 벗겨낸다.
청소기 꺼내서 힘차게 밀며 대청소를 시작한다.
S# 14. 한강철교 부근 고수부지
민석과 미영의 커플자전거가 달려와 멈춰선다.
민석과 미영, 자전거에서 내린다.
미영 (헐떡헐떡)지갑 갖고 나왔지?
민석 (땀 닦으며)응.
미영 마실거 좀 사와, 목말라.
민석 (매점에 가서 캔음료 두개를 사서 미영에게 하나를 건내준다)
미영 (받아서 따려는데 잘 안된다, 다시 시도하는데)
민석 줘봐.
미영 (음료를 건내준다)
민석 (미영의 음료를 따서 건내준다)
미영 (받는다)
민석 (자기 음료수 마신다)
미영 (민석이 건내준 음료를 마신다)
민석 (음료수 마시며 한강을 바라본다)
미영 (좀 풀어진듯 민석을 흘겨보며)미워죽겠어......!
민석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미영 (어느새 화가 많이 풀렸다. 어이구 이 웬수야 하는 표정으로 민석을 보다가 음료수 한모금 마시고, 흐르는 강물을 보며)잘두 흘러가네......
민석 (생각에 잠겨 강물 보고 있다)......
S# 15. 여의도 공원 광장 일각
길거리 농구하는 청년들, 롤러 브레이드 타는 사람들이 많다.
일각에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묘기 부리는 누군가를 구경하고 있다.
꽃비와 단비, 맨 앞에서 입 딱 벌리고 구경하고 있는 가운데서,
헬맷 쓴 남자가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롤러브레이드 묘기를 부리고 있다.
사람들, 기막힌 기술이 나올 때 마다 와! 함성을 올리고
꽃비와 단비, 입이 딱 벌어져서 다물어질 줄을 모른다.
단비 와, 진짜 멋지지 누나?
꽃비 응, 캡짱이야!(감탄하는데)
미영E 꽃비야! 단비야!
민석E 꽃단비! 어딨어?
단비 어? 엄마 아빠다!
꽃비 (일어나서 뒤돌아 손흔들며)엄마,여기야!
미영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온다)여?었어? 아빠 기다리셔.(하는데)
꽃비 (묘기부리는 남자 가리키며)저기 좀 봐!
미영 (보면, 놀라운 묘기를 부리고 있는 남자)
사람들 (동시에 박수를 치며 환호성)와!
남자 (엔딩까지 멋지게 마무리한 남자, 헬맷을 벗는데 보면 경수다.)
꽃비 (놀라)어? 앞집오빠네?
단비 (반가워)형!(하는데)
미영 (놀랍고)......!
경수 (꽃비 보면서 싱긋)어, 놀러왔냐?(하다가 미영 보고 반갑게 아주 큰 소리로)아줌마! 오백원 줘요, 연체료!
사람들 (일제히 미영을 쳐다본다)
미영 아우!(민망해서 꽃비, 단비를 데리고 얼른 무리를 빠져나오는데)
경수 (그 뒤에 대고 확인사살)이따가 줘야 돼요?
S# 16. 공원일각(경수가 묘기 부리는 상황이 보이는 장소)
민석, 기다리고 있는데
미영, 꽃단비 데리고 황황히 온다.
꽃단비, 아빠!를 부르며 안기고
민석 (아이들 감싸안으며)재밌었어?
꽃단비 (동시에)응!
민석 (꽃비, 단비 손잡고 걸어간다)
미영 (나란히 걸어가고)
민석 (경수쪽을 돌아보며 미영에게)뭘 달라는거야, 저친구?
미영 (당황)어? 아냐......
민석 연체료 어쩌고 했잖아? 당신, 또 그깟 연체료 안주고 버티는거야?
미영 (펄쩍)아니라니깐.
민석 나 그딴거 제일 싫어하는거 알지?
미영 (기어 들어가는)알어......
S# 17. 미영서재(밤)
민석, 컴퓨터 앞에 앉아 바쁘게 자판 두드리며 무슨 서류를 작성한다.
머리도 매만지고 립스틱도 살짝 바르고 신혼때 입었던 레이스 잠옷(그러나 유행이 지나고 바래서 좀 낡은)까지 꺼내입고 들여다보는
미영 안자?
민석 먼저 자.
미영 (좀 실망... 들어와 여행가방 챙겨 나가려는데)
민석 냅둬, 내가 정리할게.
미영 (새침)맘대로 해.(나간다)
민석, 하던 일 멈추고 여행가방을 돌아본다, 일어서 가방을 열고 연정이 준 책과 손수건 2장을 꺼내든다.
깨끗이 빨아다린 손수건의 향기를 한번 맡아보고 책상 서랍 속에 잘
넣어두고,
의자에 앉아 진지하게 <뉴욕3부작> 읽기 시작하는데......
S# 18. 동 안방(밤)
스탠드 불만 켜져있는 실내.
미영 (침대에 앉으며 못마땅한듯 서재 쪽 힐끗 보며 투덜투덜)칫, 잘났어! 싫음 말어라.(큰대자로 활개치며 아주 자유로운 자세로 벌렁 누워 잠 청한다)
S# 19. 연정오피스텔(밤)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 침대시트도 산뜻한 걸로 바뀌어 있다.
연정, 테이블 위에 적당한 스텐그릇을 놓고 세준과 찍은 사진들을 화형시키는 중이다.
사진들을 다 태우고는 세준이 준 선물들(팔찌, 목걸이, 예쁜 스왈롭스키 장식품, 워터맨 만년필, 몽블랑 선그라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리스탈 꽃병)을 상자 속에 챙겨넣는다.
연정, 결심한 듯 상자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간다.
S# 20. 편의점(밤)
연정, 상자를 옆에 놓고 택배신청용지에 강남구 신사동 선샤인 그룹 기획실장 정세준 이름을 써서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넘겨준다.
연정 얼마예요?
학생 5천원이요.
연정 언제 들어가요?
학생 내일 안에 들어가요.
연정 (계산 치르고 나간다)
S# 21. 편의점 앞 거리(밤)
연정, 홀가분한 듯 편의점을 나와 걸어가는데
쇼윈도우가 예쁜 화원이 보인다.
연정, 화원 안으로 들어간다.
S# 22. 화원안(밤)
주인, 막 문을 닫으려고 정리하는 중인데
연정 (들어서며)꽃 살 수 있어요?
주인 막 닫으려던 참인데... 뭐 찾으시는게 있어요?
연정 (둘러보다 예쁜 꽃 한다발(장미 아닌 다른 걸로) 가리키며)이걸로 주세요.
주인 (흡족한듯)아주 예쁘죠?(꽃을 꺼낸다)
연정 (뭔가 홀가분한 미소로)그렇네요. 참, 꽃병도 같이 주세요.
S# 23. 연정오피스텔(밤)
꽃병에 꽂은 꽃다발을 안고 들어온 연정, 경대 위에 올려놓는다.
만족스럽게 보다가 소파에 앉아 리모콘 집어들고 DVD를 켠다.
오뜨꾸뛰르 콜렉션의 패션쇼 장면이 나온다.
연정, 유심히 보면서 뭔가 메모도 하고, 열심이다......
S# 24. 아파트 전경(아침)
출근하는 사람들, 등교하는 학생들로 활기찬 아파트촌의 아침.
S# 25. 미영거실
기지개 켜며 안방에서 나오는
미영 (하품)이이가... 서재에서 잔거야?(서재로 간다)
S# 26. 미영서재
민석, 의자용 쿠션 베고 간단한 무릎담요 덮은채 방바닥에 누워 자고 있다.
연정이 준 책, 중간쯤 펼쳐진 채로 얼굴에 덮고 있고
전등도 밤새 켜져 있다.
문열고 들어와 놀라 전등불부터 끄며
미영 밤새 불을 켜놓고!(민석 흔들며)여보, 꽃비아빠! 안 일어나?(하는데)
민석 (피곤한듯 돌아누워 계속 잠 잔다)......(그 바람에 책 미끄러진다)
미영 (책 일각에 치워놓고는)피곤했나보네...(나간다)
S# 27. 동 거실
서재에서 나와 총총 안방으로 들어간 미영,
간단한 이불과 베개를 들고 나와 다시 서재로 들어간다.
S# 28. 동 서재
미영, 가져온 베개를 민석 머리에 잘 받쳐주고
이불도 꼼꼼히 덮어주고 나간다.
S# 29. 아파트광장
재활용품 분리수거 하느라 광장이 시끌시끌하다.
미영과 경수도 당번이 되어 부녀회 앞치마 두르고 각각 페트병과 캔이라 쓰여진 마대자루를 하나씩 잡고 있다.
통장과 다른 아줌마들 모습도 보이고.
경수, 열성적으로 주민들이 가져온 재활용품 중에 캔종류를 골라넣게 지도하고 있다.
꽃비, 단비,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하고는 정문 쪽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에
미영 차조심해!(외치는데)
경수 (불쑥)아줌마, 5백원 언제 줄거예요? 연체료요!
미영 (짜증난다는듯)어흐!
경수 어흐는 내가 할 말이죠? 준다준다 하면서 벌써 며칠째예요?
통장 호호호, 5백원 떼먹고 도망갈까봐? 바로 앞집 살면서...
경수 제말이 그말이예요,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줄 수 있는걸 안주잖아요!
미영 그깟 5백원 갖구 되게 그러네 정말...(하는데)
경수 그깟 5백원이라뇨? 아줌마한텐 달랑 동전 하날지 몰라도 가게 입장에서 보면 그게 아니라구요! 연체료 미수금 된 것만 40만원이 넘어요!
통장 (놀라)어머나, 그렇게나 많아?
경수 그럼요!
미영 (찔끔하는데)......!
경수 티끌모아 태산이란 말이 딱 맞는다니깐요, 요즘 안 그래도 불경긴데, 미수금만 다 긁어 모아도 반달치 월세는 너끈히 되겠더라구요.
통장 하긴 그렇게네... (미영 옆구리 쿡 찌르며)웬만하면 줘라, 자기!
경수 (다짐하듯)오늘 꼭 줘요?!
미영 (얼굴이 화끈하다)알았어요!(하면서도 경수가 미운데)
S# 30. 미영아파트 건물앞
분리수거 당번을 마친 미영, 투덜투덜 오는데
민석이 헐레벌떡 급한듯 현관을 빠져나온다.
넥타이도 제대로 못 매고 손에 들고 나오는데
미영 (놀라)어머 당신, 어디가?
민석 (짜증)어디긴 어딜가, 회사 가지! 여태 안깨워주면 어떡해?
미영 하도 곤하게 자길래 그냥 뒀지.(하는데)
민석 아침에 회의 들어가야 된단 말야. (두리번)차 어딨어?
미영 차? 저기... 카센타에 있지...
민석 (버럭)뭐? 아이참... 늦었는데!
미영 수리 맡겼잖아. 카센타 들려서 찾아가면 안돼?(하는데)
민석 안돼, 지금두 늦었단말야!(짜증내고는 급히 정문쪽으로 뛰어간다)
미영 (그 뒤에 대고)19동 앞이 택시 잘 잡히는데!
민석 (대꾸도 않고 급하게 뛰어간다)
미영 (그 모습 걱정스럽게 보다가 계단을 올라간다)
S# 31. 미영거실
들어와서 속상한듯 소파에 털썩 앉는
미영 일찍 나갈거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짜증만 점점 늘어갖구... 어디 늙어서 힘빠진 담에 보자구... (투덜투덜거리다)참, 연체료! 어휴 찐드기... 주긴 주는데, 그냥 곱게는 못준다!
거실장 서랍 열고 동전지갑을 꺼내 테이블 위에 엎는다.
10원짜리, 심지어는 5원짜리도 있다, 헤아리지만 5백원이 안된다.
미영, 서재로 들어간다.
S# 32. 동 서재
미영, 들어와 민석이 몸만 빠져나간 이부자리를 대충 밀어놓고
책상 서랍을 열고 동전을 찾다가
문득 책상 위에 놓인 <뉴욕3부작>을 본다,
못보던 책이다 싶어 잠깐 들었다 놓고는 다시 동전 찾는다.
찾다가 민석이 고이 서랍속에 넣어둔 손수건 2장을 보고 꺼내며
미영 (궁시렁)손수건을 왜 여기다 넣어놔..(다시 동전 찾는다)
마침내 중간 서랍에서 재떨이에 담긴 동전들을 찾아낸다.
미영, 희색이 만면해서 동전들과 <뉴욕3부작>, 그리고 손수건 2장을 들고 나간다.
S# 33. 동 거실
미영, 서재에서 가지고 나온 동전들과 거실 테이블 위에 있던 동전들을 합쳐서 5백원 헤아리고는,
가지고 나온 민석 손수건 한장 펼쳐서 거기다 동전들을 모아담는다.미영, 손수건에 싼 동전뭉치를 들고 의기양양 나간다.
S# 34. 비디오가게
경수, 총탄이 난무하는 시끄러운 액션영화 틀어놓고
대걸레 밀며 신나게 청소중인데
턱을 약간 치켜들고 도도하게 들어서는 미영,
경수 (청소 하다가)어서 오세(하려다, 심드렁)오셨네... 5백원 갖고 왔어요?
미영 (대답없이 카운터 위에 손수건을 쏟아놓는다)
경수 (쏟아져 나오는 10원, 5원짜리들 보며 기막혀)아아아!
미영 (탁탁 손수건 털어 챙겨들며)됐죠?
경수 (어이없어)이, 이게 다 뭐예요?
미영 오백원이요, 세봐요, 딱 5백원 맞으니까!
경수 (말문이 막히는데)......!
미영 (가게 둘러보며)에로영화 뒤쪽으로 치워놨네? 수고했어요.(거만하게 나간다)
경수 (미영과 동전들 번갈아보며 버벅버벅)아줌마! 이거봐요!
S# 35. 아파트 길
미영, 빠샤! 주먹 쥐어 내리며 아주 통쾌한 얼굴로 걸어간다.
S# 36. 홈쇼핑 건물앞
택시 달려와 멈춰서면, 민석 급하게 내린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S# 37. 회의실 앞 복도
고PD와 연정, 걸어오는데
저 앞에서 민석과 재원이 오고 있다.
연정 (민석보고 멈칫)......
고 (민석, 재원에게)일찍왔네? 들어가자.
민석 네.(인사하면서도 눈은 연정을 본다)
연정 (가볍게 목례한다)
민석 ......!
재원 연정씨, 수고 많았어요.
연정 (가벼운 미소로)수고는요... (고PD에게)전 안들어가도 되죠?
고 왜? 저녁 방송까지 아직 시간 있잖아.
연정 며칠 쉬었더니 좀 그래서... 차분히 방송 준비 하려구요.
고 그래? 그렇게 해 그럼.(들어간다)
연정 실례할게요.(민석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또각또각 가버린다)
민석 (아쉬움으로 연정을 돌아보는데)
재원 들어가자.
민석 (그제서야)어, 그래.(회의실로 들어간다)
S# 38. 동 회의실
고PD와 민석, 재원 앉아서 괌에서 찍어온 필름을 시사하고 있다.
재원 와, 때깔 죽이는데...... 그렇죠 선배?
고 응, 다른 홈쇼핑에서 나온 골프상품들 거의다 리조트 자체 홍보 필름
만 틀어주던가, 리포터가 가더라도 지명도 없는 친구들이거든. 근데
황연정인 우리 회사 대표선수 아냐, 벌써 때깔이 틀리지?
재원 그러게 말예요. (화면 보면서)연정씬 실물도 좋지만 화면발두 참 잘받어. 배우 해도 되겠어요.(감탄한다)
민석 (화면 속에 연정을 보며 잠시 심란하다가, 추스르고)예정대로 내일 방송 나가죠?
고 응, 근데 자기네가 경품은 좀 내줘야 돼?
재원 경품이라면?
고 글쎄, 골프여행 갈 정도 사람들이니까 최소한 명품 핸드백 정도는 내놔야겠지?
민석 그러죠. 명품핸드백 2개 내놀게요.
고 그래. 그렇게 해줘. 그리구 이사장이 그날 같이 출연해야지.
민석 그냥 연정씨 혼자 해도 되지 않나요?
고 무슨 소리야, 공급업체 관계자도 나와야지.
민석 (난감한데)......!
재원 이 기회에 방송출연한번 해봐. (희망에 부푼)대박이 나줘야 되는데!
고 기대해 보자구. 대박나면 한턱 쏴?
재원 당근이죠! 한턱 아니라 두턱도 쏴야지. 연정씨랑 다 모시고 화끈하게 쏠겁니다.
민석 (내색 않지만 화면 속에 스톱된 연정모습 보면서 심란하다)......!
S# 39. 홈쇼핑 복도
민석과 재원, 걸어오는데
출연의상을 챙겨든 연정, 분장실 쪽으로 가고있는 모습 보인다.
민석 (얼른 재원에게)먼저 내려가, 나 화장실 좀 들렸다 갈게.
재원 그래, 차 대놓고 있을게.
민석 응.
재원 (간다)
민석 (연정을 따라간다)
S# 40. 분장실 앞
연정, 분장실로 들어가려는데
민석 연정씨!
연정 (돌아보고, 좀 놀라는데)어머...... 회의 끝나셨어요?
민석 네, 화면이 아주 좋게 나왔더라구요. 연정씨 공이 커요.
연정 제가 뭘 한 게 있나요...
민석 (버벅버벅)저기... 내일 방송도 잘 부탁해요.
연정 열심히 할게요. (목례하고 들어가려는데)
민석 저기요!
연정 (돌아보면)
민석 혹시 내가 필요한 일 있으면... 저기 뭐 손수건 필요하다던가 그럴때 언제든지 전화해요. 내 번호 알죠?
연정 (어색한 미소)네... 실례할게요.(분장실로 들어간다)
민석 (어색하게 돌아서 걸어가며 혼잣말)어휴 쪽 팔려......
S# 41. 홈쇼핑 앞
민석, 낙담한 얼굴로 대기하고 있던 재원의 차에 오른다.
재원차, 달려가고.
S# 42. 재원차 안
민석 (심란한데)......!
재원 얼굴이 왜그래? 위장병 도졌어?
민석 (심드렁)아니야.......(창 밖 본다)
재원 (눈치 못채고 혼자 신나서)야, 내일이 기다려진다. 대박나야 될텐데... 어때? 느낌이 좋지 않냐? 난 왠지 잘될 거 같은데......
민석 그래야지......(하면서도 마음은 심란한데)
S# 43. 미영거실
미영, 뜨거운 누릉지 냄비 들고 와서 테이블에 올려놓으려 받침대 찾다가, <뉴욕3부작>위에다 털썩 올려놓는다.
리모컨 들어 TV켜고 보면서, 누릉지를 먹다가 싱거운듯
식탁 위에 올려진 김치도 가져다 놓고 먹는다.
화면보며 누릉지랑 김치를 맛나게 먹는데
E 전화벨소리...
미영, 우물우물 입에 있는것 급하게 씹어삼키며 수화기 집어들다
그만 실수로 김치그릇을 건든다.
김치그릇 책 위로 엎어지면서 김치국물에 물들고,
미영, 수습하느라 티슈로 급히 닦으면서 수화기를 집어든다
미영 (수화기)여보세요?
유경E 나야.
미영 (수화기)어.
유경E 다음주에 동창들 모임있거든. 니 얘기 했더니 다들 반가워하더라. 같이 나가자구.
미영 (수화기)누구누구 나오는데?
유경E 경희랑 은미 또 곽현진 너 아나?
미영 (수화기)알지. 언제 모이는데?
유경E 주말쯤 될거야. 다시 연락해줄게.
미영 (수화기)그래.(끊는다)
미영 (김치국물에 젖은 책 들어보면서 투덜투덜)기집애... 일생에 도움이 안된다니깐......(다시 먹기 시작하는데)
꽃단비 (방에서 나와)엄마!
미영 왜? 학습지 다했어?
꽃비 노래자랑 언제야?
미영 그건 왜?
단비 연습 안해?
미영 해야지.
꽃비 집에서 하는 것보다 노래방가서 하는게 낫지 않아?
미영 노래방?
단비 응, 노래방.
꽃비 통장 아줌마도 노래방에서 매일매일 연습한다던데?
미영 (!)그래?
꽃비 응, 앞집오빠가 그랬어. 반주 맞춰서 실전연습을 해야되는거래.
단비 응, 실전연습!
미영 니들, 학습지 풀기 싫으니까 꾀부리는거 아냐?
꽃비 아냐, 엄마 생각해서 그러는거지. 학습진 갔다와서 풀어도 되잖아.
단비 응, 엄마!
미영 (솔깃한)그럴까 그럼......
꽃단비 (신나서)노래방! 노래방!
미영 그래, 알았어. 가자.(먹던 누릉지와 김치를 식탁위에 올려놓는데)
꽃단비 (좋아서 벌써 현관으로 뛰어가 신발을 신으며)빨리 나와!
S# 44. 노래방
미영, 마이크 잡고 혜은이 노래 ‘열정’을 열창하고 있고
꽃비와 단비는 탬버린 들고 신나게 춤추며 백댄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사람, 아주 신이 났는데!
미영 (흥에 겨워)안개 속에서 나는 울었어, 외로워서 난 한참을 울었어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들판에 서서 나는 울었어 외로워서 난 한참을 울었어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S# 45. 홈쇼핑 분장실
혜은이E (노래 연결)만나서 차마시는 그런 사랑 아니야 전화로 얘기하는 그런 사랑 아니야 웃으며 안녕하는 그런 사랑 아니야- 가슴 가득히 열망하는 사랑 사랑 때문에 목숨 거는 사랑
분장을 마친 연정, 대본 보면서 거울 앞에 편하게 앉아 연습중이다.
그러다 문득 거울 속에 자기 모습을 어떤 느낌으로 보는데...
S# 46. 재원차 안
혜은이E (노래 연결)같이 있지 못하면 참을 수 없고 보고 싶을 때 못 보면 눈 멀고 마는 활화산처럼 터져오르는 그런 사랑 그런 사라앙...
거리를 달리는 재원차안.
재원 운전하고 있고
민석, 생각에 잠겨 차창 밖을 내다보는데
민석의 시야에 거대광고판 속에 활짝 웃는 연정의 모습 보인다.
S# 47. 세준 사무실
세련된 명품 드레스셔츠 차림의 세준, 서류 검토하고 있는데
비서가 택배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비서 황연정씨가 이걸 보내왔는데요.
세준 (고개를 든다)......
비서 어떡할까요?
세준 거기다 놔.
비서 네.(상자를 응접세트 테이블 위에 놓고 나간다)
세준, 천천히 일어서 소파에 앉는다, 잠시 상자를 보다가 여는데
그간 연정에게 선물했던 온갖 물건들이다...
물건을 내려놓더니 차분히 회전의자 가서 앉아 의자 돌려 창밖 본다,
그러다 다시 의자를 돌려 책상위로 깍지 낀 손을 내려놓는데,
그 눈빛 부글대는 감정 간신히 억누르는 듯 아주 차갑고 냉정하다.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데......!
S# 48. 민석 사무실
민석, 창 밖 보면서 자판기 커피 마신다, 생각에 잠겨 있는데...
외근 나갔던 재원, 땀 닦으며 들어온다.
재원 뭐해?
민석 어, 왜 들어왔어? 바로 퇴근하는 줄 알았는데.
재원 술한잔 하려구 들어왔지.
민석 누구랑, 나랑?
재원 그래, 너랑.
민석 뜬금없이......
재원 (활기차게)나가자!
민석 됐어.(하는데)
재원 나가자니까, 내가 쏠게!
민석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S# 49. 야외 포장마차
술잔을 기울이는 민석과 재원.
민석 술 산다고 큰소리 치더니 겨우 소주냐?
재원 야야, 그럼 접대자리도 아닌데 생돈 내서 양주사주랴? 양주를 원해? 그럼 옮겨. 우리 집에 양주 있어.
민석 앓느니 죽는다.(피식 웃는데)
재원 (불쑥)너 요새 고민있지?
민석 (뜨끔)없어......
재원 귀신을 속여라.
민석 없다니깐!
재원 집에 무슨 문제있어? 안그럼 그렇게 코빼고 다닐 이유가 없잖아.
3년 전에 우리 부도 맞을뻔 했던거 생각해봐, 지금은 완전 용됐구만. 다들 불경기라고 야단인데 집장만까지 했겠다, 회사일 술술 풀리겠다... 이렇게 잘 나가가도 되는건가, 어떤 날은 자다가도 문득 걱정이
될 정돈데......
민석 ......(술잔만 빙빙 돌린다)
재원 재수씨랑 무슨 문제 있어?
민석 없어.(하는데 그 말투에 짜증이 좀 섞여있다)
재원 (알만 하다는듯 장난스럽게)너, 권태기구나?
민석 ......!
재원 하긴... 그럴 때도 됐지. 콩만할 때 만나서 지금까지 몇년이야? (손가락 헤아려보며)어휴, 20년이 넘네! 질릴 때도 되긴 됐다.
민석 (술 한모금 마신다)......
재원 야야, 남들도 다 그런 고비 넘기면서 살어. 미스코리아 데려다 살아도
한이불 덮고 3년이면 땡이라더라. 알면서 뭘그래? 밉다가도 곱고 곱다가도 밉고 지지고 볶으면서 사는거지 뭐, 별거 있냐?(한잔 쭉 마시는데)
민석 (천천히)안그럴려 그래도 자꾸 그사람 하는게 눈에 거슬리네... 원래부터 좀 덤벙대구 단순한 구석이 있긴 했는데, 이건 갈수록 더 하는거 같아.
재원 (명쾌하게)아줌마 돼가는 거지! 다 그런거야. 30대 중반부터 남잔 남성홀몬 감소하고 여성홀몬이 늘어나는데, 여잔 그 반대거든. 남성홀몬이 펑펑 나오니까 쎄질 수 밖에. 생물학적으로 다 답이 나와있는 건데 뭘...(오이 아작아작 씹는다)
민석 ......
재원 우리 마누란 안그런줄 알어? 너두 알잖아, 우리 마누라, 대학 다닐 때
얼마나 순진했냐? 하늘하늘 코스모스 같았잖아. 거기 홀딱해서 넘어 간건데 요즘은! 어이구 말두 마라, 이건 원 마누라랑 사는건지 여왕벌 을 모시고 사는건지......
민석 (회의가 든다)다들 이렇게 사는거겠지?
재원 (명쾌하게)그럼! 별스런 사람 있냐? 남녀가 만나서 결혼이란거 하고 애 낳고 지지고 볶고 살다보면 당연히 고비야 있지, 왜 없겠어. 그치만 솔직히 우리가 죽구 못사는 낯 간지런 사랑 갖구 사냐? 막말루 룸싸롱 가봐, 쭉쭉빵빵한 기집애들 간이라도 빼줄거같이 야단이잖아.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별식이고 우리 토종들은 밥을 먹어야 살지, 안그래? 정으로 살고 의리로 살고 연민으로 살고 또 습관으로 살고... 그렇지! 자식 때문에 살고! 그런거지......
민석 (입맛이 쓰다)......
재원 우리 처음 회사차려서 버벅댈때 마누라들 고생 좀 시켰냐? 그때 사무실 월세는 커녕 생활비도 못 갖다줬잖아. 그래두 너희 마누라 싫은 소리 한마디 안하구 너 몰래 온갖 자잘한 부업 다했다며? 단비 가져서 막달 될 때까지도 너 몰래 일했다면서?
민석 (씁쓸한)그랬었지......!
재원 밤에 마누라가 옆에서 푸푸거리고 자는거 보면 싫을때가 왜 없겠어? 그치만 고생할 때 꿋꿋이 옆자리 지켜준 동지잖아. 조강지처란 말이 왜 있겠냐?
민석 (씁쓸이 되뇌이듯)조강지처......(하는데)
재원 (소주 따라준다)남자들 돈 좀 벌고 성공하면 제일 먼저 집 바꾸고 차 바꾸고 그 다음엔 마누라 바꾼다더라. 그치만 인간적으로 우린 그러면 안되지 않겠냐?
민석 (씨익 씁쓸하게 웃으며 소주잔 비운다)
재원 (소탈하게 웃으며)들어가서 마누라 궁댕이 한번 툭툭 쳐주고, 그래도 내마누라가 최고려니... 너한테 최면을 걸어. 그러다 보면 어느새 권태기란건 지나가기 마련이거든. 알았지?
민석 (씁쓸하게 웃는다)
재원 (소주 따라주며)마셔.(하는데)
민석 (씁쓸하게 웃는)2찬 내가 낼테니까 옮기자. 시원한 맥주 어때?
재원 내일 방송출연할려면 들어가서 맛사지라도 해야 되는거 아냐?
민석 됐어, 내가 워낙 인물이 출중하잖냐, 딱 한잔만 더하구 가자구.
재원 하하하, 그러든가 그럼.(잔 들며)원샷!(마신다)
민석 (잔들며)원샷!(마신다)
S# 50. 미영거실(한밤중)
식탁 위에 절여 씻어 썰어놓은 배추가 커다란 바구니 가득 담겨있다.
앞치마 두른 미영, 모두 잠든 한밤에 맛김치를 담고 있다.
커다란 스텐다라에 양념을 만들어 맛을 보고 흡족한지 배추를 쏟아붓고 버무린다.
열심히 김치를 담느라 앞치마랑 팔에도 김치양념이 튀어있는데
E 현관문 벨소리......
미영 (위생장갑 급히 벗으며)당신?
민석E (취한 목소리)응, 문열어라 마누라!
미영 (뛰어나가 문 연다)
민석 (덥썩 미영을 안으며 장난스럽다)마누라아!
미영 아휴 술냄새!(얼굴 돌리며 민석을 부축해 거실로 올라오는데)내일 방송나가야 된다면서 이렇게 퍼마시면 어떡해!(하는데)
민석 (미영의 볼에 뽀뽀 쪼옥! 하고 엉덩이 투닥투닥 두드려주며 고래고래 노래부른다)당신, 사랑하는 내 당신 둘도 셋도 넷도 없는 내 당신, 여보 당신 사랑해요...
미영 (기겁하고 민석 입을 틀어막으며)이이가, 왜 안하던 짓을 하구 그래!동네 사람 다 깨!
민석 (미영 어깨 양손으로 잡고)미영아, 장미영!
미영 왜그래?
민석 너 나 사랑하냐?
미영 (장난스레 외면)몰라!
민석 모르긴 뭘 몰라, 대답좀 해봐.
미영 (툭 지르듯)그럴때도 있고 안그럴 때도 있고.
민석 안그럴 때도 있긴 있나보네?
미영 그럼 있지, 왜 없어? 툭하면 짜증내고 그깟 차 좀 긁혔다고 사람을 길에다 내버리질 않나... 어휴, 내가 진짜 인간성이 당신보다 쪼금 훌륭하니까 참아주는 줄이나 알어.
민석 (술취해서 씨익 웃는)그래그래, 고맙다.
미영 가만있어봐, 꿀물 좀 갖다줄게.(주방으로 들어간다)
민석 (소파에 앉아 넥타이를 풀어던지고)애들은 자?
미영 (주방에서 꿀물 들고 나오며)지금이 몇신데?
민석 당신은 여태 안자고 뭐해? 나 기다렸어?
미영 뭐가 이쁘다고 기다려? 김치담고 있었지.
민석 (술취한 장난기로)그랬어 우리 마누라? (미영 손 잡으며 노래)젖은 손이 애처러워 살며시...(하는데)
미영 (손빼며)아우 징그러! 됐어!
민석 (짖궂게)징그럽긴 뭐가 징그러, 이리 와봐!(하는데)
미영 (얼른 몸 빼며 주방으로 간다)술냄새 땜에 숨도 못 쉬겠다!
민석 (술기운에 힘이 없다, 소파에 머리 기대는데)
미영 (주방에서 다 버무린 김치를 커다란 김치통에 담으며)당신, 김치 속 좀 줄까? 당신 이거 좋아하잖아. 생굴 넣어서 보쌈할거 떼어놨는데...
민석 (소파에 머리 기대고 눈감은채)좋지.
미영 일루와.
민석 (일어나 비틀비틀 식탁으로 간다)
미영 (씽크대위에 따로 준비해놨던 배추속과 맛깔스러 뵈는 김치속 담은 접시 식탁에 올려놓는다)
민석 (앉으며)아!
미영 (배추속에 김치양념을 얹어 민석 입에 넣어준다)
민석 (먹는다).....
미영 맛있어?
민석 (끄덕)......
미영 (흐뭇해서)당연하지, 내 김치 솜씬 어머니도 인정하시는 솜씬데! 참, 미국에 이거 김치 좀 보내려구 그러는데 요샌 음식물 보내는거 까다롭다며? 그래?
민석 글쎄...
미영 (미영, 김치통에 뚜껑을 잘 덮는데)
민석 (그런 미영을 가만히 보고 있다)......!
미영 뭘 그렇게 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민석 예뻐서.......
미영 예쁜거 이제 알았어?(김치통 끙끙 들려는데)
민석 이리줘! (들고 일어난다)어따 놓으면 돼?
미영 저기 베란다에 내놔.
민석 (김치통 들고 베란다로 간다)
미영 (얼른 앞서가 베란다문 열고)
S# 51. 동 안방(밤)
스텐드 불만 켜져있는 실내.
민석, 런닝셔츠에 양복바지 그대로 입은채 엎어져 자고 있다.
물수건 갖고 들어온 미영, 그럴 줄 알았다는듯 혀를 차며
끙끙 민석을 돌려눕힌다.
민석의 얼굴과 손, 그리고 발을 차례로 닦아주는데,
민석, 그런 미영의 허리를 잡아당겨 끌어눕히고
목덜미에 입술을 댄다.
미영, 수염이 따갑다, 술냄새 난다, 이닦고 와라 버둥버둥대는데......
S# 52. 연정오피스텔(한밤중)
연정, 컴퓨터로 불어회화를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모니터 보며 발음 따라하면서 열중해있는데
E 핸드폰 벨소리......
핸드폰을 보면 ‘정세준’이름 찍혀있다.
연정, 표정 굳는다.
핸드폰을 아예 꺼버리고 한숨 푹 쉬고는
다시 모니터 보는데
E 전화벨소리......
연정, 계속 울려대는 전화기를 쳐다보다가
이번에는 전화코드를 아예 뽑아버린다.
일어나서 방 전등도 꺼버리고...
창가로 다가간다.
커튼 자락으로 살짝 밖을 내다보면
S# 53. 연정오피스텔 앞(한밤중, 연정의 시선)
가로등 아래 세준의 차가 서 있다.
세준, 차에 비스듬히 기대서 핸드폰 걸다가 천천히 폴더닫는다.
연정의 방을 올려다보는데...
그러다, 차에 오른다.
세준차 달려가고......
S# 54. 연정오피스텔(한밤중)
커튼 틈으로 밖을 내다보던 연정, 커튼을 닫는다......
S# 55. 미영식탁
꽃비,단비, 식탁앞에 앉아있는데
개운하게 샤워한 민석, 머리털어 말리며 식탁에 앉는다.
그 앞에 북어국을 놓아주며 앉는
미영 속은 괜찮아?
민석 응.
미영 어젠 누구랑 그렇게 마신거야?
민석 재원이랑.
미영 재원씨랑?
민석 응(국 떠먹으며)아 시원하다!
미영 황태가 아주 좋더라구. 두부도 손두부 맛있는 거 넣었으니까 시원할거야.
민석 (국을 마신다)
미영 오늘 잘 할 자신 있지?
민석 응.
단비 아빠가 TV에 나오는거야?
민석 (미소)응.
꽃비 우리두 봤으면 좋겠는데.
미영 니들 학교랑 유치원 안갈거야?
꽃단비 (실망에)피이......(하는데)
미영 (기대에)아, 대박나야 될텐데!(굴비 손으로 발라서 민석 밥그릇에 놔주며)굴비가 아주 맛있더라, 많이 먹구 잘해 당신!
단비 치, 자기들 끼리만 사랑하냐?
꽃비 (애어른같이)냅둬, 부부싸움 하는것보단 낫잖아.
미영 뭐? 호호호
민석 하하하(아이들이 귀엽다)
S# 56. 동 안방
골프복을 입은 민석, 거울앞에서 매무새 가다듬고 있는데
손수건 챙겨주며
미영 떨지 말고 잘해!
민석 (웃는)떨게 뭐 있어.(양복상의 입고 지갑속에서 수표를 몇장 꺼낸다)
미영 (어리둥절)뭐야 그게?(하는데)
민석 (내밀며)옷한벌 사입어, 립스틱도 하나 사고.
미영 (눈이 휘둥글해져서)웬일이래?
민석 왜, 싫어? 싫음말구.(도로 거두려는데)
미영 (얼른 나꿔채며)아냐아냐, 고마워!(수표 헤아리며 기쁜데)
민석 화장품 한번 사준 적이 없다며? 앞으론 딴 소리 하지마?
미영 알았어.(기분이 아주 좋은데)
S# 57. 아파트 광장(부감)
현관을 빠져나온 민석, 차문을 열고 서류가방 넣는데
꽃비E 아빠, 화이팅!
단비E 아빠, 사랑해요!
민석, 올려다보면
베란다에 쪼르르 머리 내밀고 웃으며 손 흔드는 미영, 꽃비, 단비.
민석, 씨익 웃고 차에 오른다.
민석차 달려가고.
차 저만치 달려갈때까지 미영, 꽃비, 단비, 손을 흔들어주다가,
베란다 문 닫는다.
S# 58. 홈쇼핑 스튜디오
괌 골프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생방송 준비가 한창이다.
휴양지풍 인테리어로 셋팅해놓은 무대 일각에서
시원한 휴양지 의상 입은 여자모델, 골프복 차림 남자 모델, 그리고 튜브와 물안경까지 착용한 수영복 차림의 어린이 모델들이 리허설중.
연정도 세련된 골프웨어 차림으로 일각에서 대본 검토하는데...
골프웨어 차림의 민석이 들어온다.
연정, 민석을 보는데
민석, 사무적으로 인사하고
연정, 대본을 건내주며 뭐라뭐라 알려주는데
FD 자, 스탠바이 들어갑니다!
모두, 자기 자리를 찾아서서 큐 사인을 기다리고,
S# 59. 동 부조정실
고PD와 엔지니어들 준비하고 있고,
재원도 뒤에서 긴장한채 지켜보는 가운데
고PD, 큐! 사인을 낸다.
S# 60. 동 스튜디오
모델들, 음악에 맞춰 발랄하게 걸어나오고
연정과 민석, 나란히 서서 카메라 향해 인사를 한다.
연정 (경쾌한)안녕하세요? 에코코리아의 이민석 사장님 모시고 1시간 동안 괌으로의 환상적인 골프 여행 상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사장님, 자기 소개를 좀 해주시죠?
민석 (꾸벅)안녕하세요, 에코코리아의 이민석입니다.
S# 61. 미영거실
TV속에 민석과 연정의 모습을 지켜보며 흥분한 미영,
리모콘 손에 쥐고 어쩔 줄 몰라하며 지켜보고 있다.
미영 아휴, 빨간 셔츠 입혀보낼걸 그랬나?(조마조마한데)
TV 화면 속에 괌에서 찍어온 영상, 연정의 리포트 모습들 펼쳐진다.
미영, 좋다! 감탄을 하면서 보는데......
S# 62. 홈쇼핑 스튜디오
모델들 갖가지 포즈 취하고 있고
연정과 민석, 나란히 진행하고 있다.
연정 와! 반응이 정말 폭발적입니다. 지금 신청전화 폭주하고 있답니다. 연결이 지연되고 있는데요, 어떡하죠, 이사장님. 아쉽게도 시간이 다 됐네요. 자동주문전화로 번호 남겨주시면 저희 상담원들이 전화드린답니다. 이사장님, 흐뭇하시겠어요?
민석 (웃음)감사합니다. 성원해주신 시청자들께 최대한의 만족을 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연정 080-000-0000으로 번호 남겨주시면 상담원들이 1시간 안에 연락 드리겠다는 말씀을 끝으로 ‘괌으로의 골프여행 초대’ 방송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정과 민석, 꾸벅 인사를 하고,
모델들, 일제히 나와서 발랄하게 춤을 추며 방송 끝난다.
S# 63. 미영거실
TV보던 미영, 만세를 부르고 우리 남편 화이팅! 외치고
좋아서 야단법썩을 떨고 있다!
S# 64. 홈쇼핑 부조정실
엔지니어들, 대박이라고 웅성거리고 있고
고PD, 아주 흐뭇한 듯 미소지으며 사인 보내고
재원도 뒷쪽에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S# 65. 동 스튜디오
방송 끝나고, 세트를 정리하느라 어수선한데
일각에서 민석과 연정이 좀 어색하게 마주 서 있다.
민석 (환하게 기분좋아서)고마워요, 다 연정씨 덕분이예요.
연정 (흐뭇하다)제가 뭘 한게 있나요, 워낙 상품 구성이 좋아서죠.
민석 (따뜻하게 웃어주며, 뭔가 말을 하려는데)
고PD (저쪽에서 들어오며 부른다)어이, 축하해 이사장, 완전 대박이야!
민석 (연정에게 얼른 목례하고 돌아서서 간다)고마워요 고PD님!
민석과 고PD, 기분좋은듯 연신 웃으며 뭐라뭐라 얘기하면서 나간다.민석의 뒷모습 보면서, 연정, 왠지 허전해지는데......!
S# 66. 홈쇼핑 휴게실
민석과 고PD, 그리고 재원이 아주 기분좋게 음료 마시고 있다.
민석, 목이 말랐던 듯 꿀꺽꿀꺽 달게 마시는데
고 (웃는)목이 바짝 탔었나봐?
민석 생각보다 긴장되더라구요.
재원 그래두 너, 잘하더라? 나같으면 버벅버벅 진땀 꽤나 흘렸을텐데...
민석 (고PD에게)오늘 쏠게요, 언제 끝나요?
고 오늘은 안돼, 시할아버지 제사야.
재원 오늘만 날인가, 하루 날 잡아서 아주 풀코스로 쏘지뭐. 연정씨도 같이. 연정씨 참 잘하더라, 말하는 걸 듣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막 수화기를 집어 들고 싶어진다니까?
고 그러길래 특급 쇼호스트 아냐.(하는데)
E 재원 핸드폰 벨소리...
재원 (핸드폰받으며)여보세요.(하는데)
미영E 아영아빠, 우리 꽃비아빠 같이 있어요? 핸드폰이 안돼서.
재원 (핸드폰)네, 여기 같이 있어요.(핸드폰 민석에게 건내준다)니 핸드폰 꺼놨지? 재수씨야.
민석 (핸드폰 건내받는다)어, 왜?
미영E (행복에 겨운)여보, 축하해! 대박이지?
민석 (핸드폰)응.
미영E 너무 좋다! 여보, 나 이따 나갈테니까 우리 오랫만에 외식할래?
민석 (핸드폰)외식?
미영E 옷사라며. 백화점 나가서 쇼핑도 하고 축배도 들고.
민석 (핸드폰)글쎄...(하는데)
재원 글쎄는 무슨 글쎄야, (민석 통화하는데 옆에 대고)재수씨, 나오세요.
민석 (핸드폰)그럼, 쇼핑은 당신 혼자 하고, 나중에 회사 근처에서 전화해. 저녁이나 같이 먹지뭐.
미영E (들뜬)그래, 이따가 봐.
민석 (핸드폰 폴더 접어서 재원에게 건내준다)
재원 (받으며)간만에 남편 노릇 좀 해라, 이런 날 분위기 맞춰주는게 다 노후를 위한 저축이야.
고 뭘 좀 알긴 아네.
재원 그럼요.(음료 마신다)
고 그럼 나중에 따로 날 한 번 잡자. 나 그만 들어갈게.
민석 고마워요 선배, 이 은혜 안잊을게.
재원 고선배 화이팅!
고 (웃는)그만들 띄워, 그러다 쿵 내려노면 다치니까.(간다)
민석 (웃고)
재원 (아주 기분이 좋은데)
S# 67. 홈쇼핑 일각
민석과 재원이 기분좋게 껄껄 웃고 얘기하며 지나가는데
분장실에서 나오던 연정, 그런 민석의 뒷모습을 본다.
환하게 웃으며 걸어가는 민석의 뒷모습을 알수없는 허전함으로 본다.
S# 68. 백화점 여성의류코너
꽃비와 단비 손을 잡은 미영, 이리저리 옷들을 둘러보고 있다.
마네킹에 입혀놓은 옷 가격표를 보며 입을 딱 벌리는 미영, 엄두가 안 나는데...
꽃비 너무 비싸 엄마?
미영 무슨 옷이 이렇게 비싸니?
단비 아빠가 돈 줬다며?
미영 그래두 너무 비싸. 아휴, 이런걸 어떻게들 척척 사입나 몰라.
꽃비 그래두 사. 난 엄마 이쁜게 좋더라.
단비 나두.
미영 사람은 마음이 이뻐야 진짜 이쁜거야, 이쁜 옷 입어도 마음 나쁜 사람은 하나두 안 이뻐보여.
꽃비 마음두 이쁘고 옷도 이쁘면 더 좋잖아.
미영 그거야...(말문이 막히는데, 저만치 에스켈레이터 입구에 원피스 한벌 무조건 2만원이라 써붙인 행사매장이 보인다)
미영 (눈빛이 반짝)꽃비야, 너 단비손 꼭 잡고 여기서 기다려. 엄마 저것좀 보고 올게.(행사매대를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간다)
S# 69. 동 행사매대
미영, 아귀다툼을 벌이는 아줌마들 틈에 끼어들어 이것저것 원피스들을 들어보다가 맘에 드는 한 장을 발견한다.
집어드는데, 다른 아줌마랑 동시에 잡았다.
미영 내가 먼저 잡았어요!
아줌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잡았어!
미영 내가 먼저 잡았다니깐요!
아줌 (당기며)내가 먼저 잡았어!
미영 (씩씩대며 잡아당기고)
아줌 (질세라 쏘아보며 잡아당기는데)
꽃단비 (쪼르르 달려와 아우성)우리 엄마가 먼저 잡았어요, 저쪽에서 봤단 말예요!
미영 (의기양양)거봐요, 애들은 거짓말 못하는거 알죠?
아줌 어머머, 기막혀!(하는데)
미영 (얼른 원피스 잡아채더니 판매원에게 2만원 주며)됐죠?
꽃단비 (신나서)헤헤헤.
아줌 어머머머, 정말 웃기구들 있어...(투덜대는데)
미영, 그러거나 말거나 원피스 담은 쇼핑백 들고
꽃단비 양손에 잡고 룰루랄라 신나게 간다.
S# 70. 호텔BAR
세준, 발렌타인 30년산을 앞에 놓고 혼자 술을 마신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그 눈빛이 차갑고 날카롭게 빛난다.
세준, 차분히 그래서 더 무섭게 술잔을 비운다.
그 눈빛 이글이글 타는데......!
세준, 그러다 벌떡 일어나 의자에 걸쳐뒀던 상의를 집어들고 나간다.
S# 71. 연정오피스텔
퇴근해 들어오는 연정, 핸드백 테이블에 올려놓고 귀걸이를 빼는데
E 전화벨소리...
연정 (수화기)여보세요.(하는데)
세준E 집앞이야, 내려와.
연정 (수화기, 차갑게)만날 일 없어요, 돌아가요.(끊는다)
연정, 아예 전화기 코드를 뽑아버리고
창가로 가 커튼 뒤에서 살짝 내려다보려는데
E 핸드폰 벨소리...
연정, 핸드폰을 보면 역시 세준이다. 핸드폰을 꺼버린다.
두렵고 불안한데,
E 쾅쾅!(문 두드리는 소리)
세준E 연정아, 황연정! 문 열어! 문 열라구!
연정, 인터폰 액정 속에 세준의 모습 보고 깜짝 놀란다, 두려운데......!
S# 72. 극장식 레스토랑(워커힐 정도)
민석, 미영, 꽃비, 단비가 쇼를 보며 정식 풀코스 디너를 즐기고 있다.
테이블 옆엔 얼음바구니에 담긴 와인도 한병 근사하게 놓여있다.
꽃비와 단비, 즐거워 연신 박수를 쳐대며 아주 즐거워한다.
민석과 미영도 흐뭇하다...
민석 (와인 한잔 따라주며)옷은 샀어?
미영 (받으며)응? 응...
민석 또 매대에서 파는 싸구려 산거 아니지?
미영 (뜨끔하지만)그럼, 좋은거 샀어. 걱정마.(큰소리 치는데)
민석 하나를 사두 제대로 된걸 사.
미영 (애교)알았다니깐... 와인 참 맛있네, 이거 비싼 거지?
민석 (미소로)많이 먹어.(하는데)
E 핸드폰 벨소리...
민석 (핸드폰 폴더 여는데 연정이다. 흠? 놀란 민석 돌아앉아 낮게)여보세요.(하는데)
연정E (울먹)저 좀 도와주세요.
민석 (핸드폰, 놀라)잠깐만요, 나가서 받을게요.
미영 (쇼 보면서 박수치고 있는데)
민석 (핸드폰 들고 나간다)
미영 (민석 힐끗 보다가 다시 쇼보며, 식사하고)
S# 73. 식당 복도
민석, 일각에서 핸드폰 통화중이다.
민석 (핸드폰, 놀라서)무슨 일이예요 연정씨?
연정E (울먹)그 사람이 찾아와서 막무가내로 문을 두드려요. 술이 취한거 같아요!
E 핸드폰 속에서 문 쾅쾅거리는 소리, 연정을 부르는 소리 희미하게 들린다!
민석 (핸드폰)절대 열어주지 말고 가만있어요. 내가 금방 갈게요. 거기 위치가 어떻게 돼요?(민석의 눈빛, 결연한 의지로 빛난다)
S# 74. 극장식당
미영, 꽃비,단비, 식사하고 쇼 보며 즐거워하는데
민석 (급히 들어와)나 먼저 일어나야겠어.
미영 (놀라)어딜가는데?
민석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
미영 무슨 일인데? 나쁜 일이야?
민석 아니야, 걱정할거 없어, 내가 가서 처리만 하면 되는 일이야. 당신, 이따 택시타고 들어가. 알았지?
미영 (어리둥절해서)여보!(하다가 주위 사람들 시선 의식해서 소리 낮춰)여보!(부르지만)
민석 (굳은 얼굴로 급히 나가버린다)
S# 75. 연정오피스텔 건물주차장
민석차, 급하게 달려와 멈춰서고
민석, 차에서 내려 건물로 달려들어간다.
S# 76. 연정오피스텔 복도
세준, 연정의 집 문을 두드리며 소리지르고 있다.
세준 연정아, 황연정! 문 좀 열어봐, 할 말이 있단 말이야!
이웃들 문열고 내다보며 조용히 하라 투덜대지만 막무가낸데,
경비가 경찰을 이끌고 와서 세준을 잡아끈다.
경찰 알만한 분이 왜 이러십니까, 항의 전화가 많이 왔어요.
경비 글쎄 이 양반이 말을 안듣잖아요. 아이구 힘빠져.(땀을 닦는데)
세준 (성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뿌리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버린다)
경찰 아는 사람이에요?
경비 두어번 본것도 같아요. 아이구 참......
S# 77. 동 엘리베이터 앞
세준, 몹시 화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세준이 탄 엘리베이터 문 닫히는 순간,
옆에 엘리베이터 열리면서 민석 내린다.
민석, 급하게 연정집 쪽으로 간다.
S# 78. 연정오피스텔
불안한 표정의 연정이 문 열어주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로 급하게 들어서는
민석 (걱정에)괜찮아요?
연정 (눈물 그렁그렁하게 끄덕끄덕)......
민석 그 녀석, 무슨 행패 부린건 아니구요?
연정 좀 전까지 문 두드리다 경찰 오니까 갔어요.
민석 (안쓰럽게 보며)하얗게 질렸네... 우선 여기 좀 앉아요.(연정 어깨 가볍게 잡아서 소파에 앉힌다)
연정 (정말 얼굴이 허옇게 질려있다)
민석 (냉장고에서 물병 꺼내서 따라 가져온다)마셔요!
연정 (마신다, 컵 내려놓고 오한이 드는 듯 양팔로 어깨를 감싸쥐는데)
민석, 얼른 무릎담요 가져다 그 어깨에 둘러준다,
반무릎 꿇고 연정과 눈높이 맞춘채 담요를 꼭꼭 잘 여며주는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하다.
연정, 자기도 모르게 떨리는 손내밀어 그 이마에 맺힌 땀 닦아주는데
민석, 그런 연정을 느낌으로 본다......!
연정도 눈물 그렁한 사슴 같은 눈동자로 민석의 시선을 받는다......!
두 사람의 시선이 그렇게 얽히더니
민석, 알지 못하는 힘에 이끌려 머뭇머뭇 망설이다 마침내
연정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부드럽게 시작해서 점차 격해지는 키스다.
그냥 내려져 있던 연정의 팔이 이윽고 민석의 등을 감싸안자마자
민석, 연정을 번쩍 안아들고 침대로 향한다.
연정을 내려놓은 민석, 포개 누우며 열정적인 키스 나누는데서
- STO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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