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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날들◈ 8회 시나리오

S#1. 병원 수술실 앞 (밤) 

민철... 충격 받은 얼굴로 선재를 바라보고 있다. 
선재... 몸을 돌리자 민철.. 복도 코너로 몸을 숨긴다. 
재은모를 위로하는 선재의 따뜻한 얼굴과 충격으로 
굳어진 민철의 차가운 얼굴이 대비된다. 

S#2. 민철의 차 안 (밤) 

민철.. 차에 타서 시동을 켜는데, 카오디오에서 ZERO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민철.. 분노하는 얼굴로 오디오를 바라보다가 확 꺼버린다. 
  
S#3. 민철의 집 앞 (밤) 

선재의 오토바이 도착한다. 

민철    (차 안에서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선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선재    (민철의 차를 보더니 다가와서 창문을 두드린다)
민철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앞만 바라보고 있다)
선재    (다시 한 번 두드리며) 형! 
민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선재를 바라본다. 싸늘한 눈빛이다)
선재    (!) 
민철    (차에서 내린다. 분노를 누르고) 어디 갔다 오니?
선재    학교...
민철    ...............
선재    형은 왜 안 들어가고 있어?
민철    (말없이 선재를 똑바로 쳐다보는)
선재    (긴장하는데)
민철    (선재를 지나쳐 집으로 들어간다)
선재    .................   

S#4. 1층 거실 (밤) 

민철.. 들어온다. 연수.. 라면 그릇과 수저 등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 주방에서 나온다. 

연수    (목례를 하면)
민철    (목례하고 계단으로 올라간다)
연수    (!)
선재    (들어온다. 연수를 보고 반가운) 아직 안 잤어요? 
연수    네..
민철    (계단 위쪽에서 연수를 보고 얼굴이 환해진 선재를 내려다본다)
선재    (라면 그릇을 보고) 야.. 맛있겠다. 나도 배고파지네.
연수    민지 먹을 건데.. 하나 더 끓여줄까요?
선재    아녜요. 줘요. 내가 들어다줄께요.
연수    괜찮아요.
선재    (쟁반을 뺏으며) 줘요. 
민철    (씁쓸하게 웃으며 계단을 올라간다) 

S#5. 2층 복도 (밤) 

쟁반을 든 선재와 연수.. 민지 방 앞에 선다. 

연수    (손을 내밀며) 고마워요.
선재    (그냥 들여보내기 아쉬워서 쟁반을 주지 않고 머뭇거리는)
연수    (?)
선재    언제.. 잘 거예요?
연수    왜요?
선재    (쑥스러워하며) 난 오늘도 잠이 잘 안 올 거 
        같은데... 그러니까, (발코니를 가리키며)
        아마 저기 나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연수씨도 잠 안 오면.... 
연수    (!)
선재    (멋쩍게 웃으며 쟁반을 주고 선재 방으로 들어간다)
연수    (미소 짓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민철의 방문이 열린다. 

연수    (놀라서 보면)
민철    (쟁반을 뺏어서 민지 방으로 들어가며) 
        내 방에 가 있어요. 할 얘기 있으니까... 
        (방으로 들어간다)
연수    (!)
선재    (선재 방 앞에서 연수를 본다)
연수    (곤란한) ...............
선재    (방으로 들어간다)
연수    (어떻게 할지 몰라 복도에 서 있다) 

S#6. 선재의 방 (밤) 

선재.. 방문을 닫으려다 차마 완전히 닫지 못하고, 
문 앞에 서 있다. 내다보지는 못하지만, 온 신경이 
복도에 있는 연수에게 쏠려 있다. 불안한 표정으로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S#7. 2층 복도 (밤) 

민철.. 민지 방에서 나온다. 
복도에 서 있는 연수를 보더니 방으로 들어간다. 

연수    저.. 무슨 얘긴지 모르지만 내일 하시면....
민철    (연수 팔을 잡아끌어서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선재    (선재 방에서 나오다가 그 모습을 본다) 

민철 방문이 쿵하고 닫히자 선재의 가슴이 내려앉는다. 

S#8. 민철의 방 (밤) 

민철... 창문 앞에서 밖을 바라보며 서 있고, 
연수.. 민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민철    (생각에 잠긴 얼굴로) ...............
연수    (작은 한숨을 쉬고 돌아서는데)
민철    (연수를 확 잡아서 침대 위에 앉힌다)
연수    (놀라는)
민철    (연수 아래 쪽에 침대에 등을 대고 앉는다) 
연수    ....................
민철    (앞쪽을 보며) 할 얘기 같은 거 없어요. 
        그냥 잠깐만 같이 있어요. 
연수    무슨 일... 있으세요?
민철    .................
연수    ................
민철    (연수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다) 
연수    (!)
민철    어머니를 처음 본 날이 생각나요.
연수    (?)
민철    돌아가신 우리 엄마 빈소가 차려진 
        영안실이었어요. 그 때 어머닌 우리 엄마 영정 
        앞에서 절을 하고, 나하고 민지한테 밥을 챙겨주셨죠. 
        나한테 숟가락을 쥐어주던 따뜻한 손이 아직도 기억나요.
연수    ...............
민철    근데 그 따뜻한 손을 가진 사람이 새어머니가 
        돼서 우리 집으로 들어왔어요. 몰래 키워온 
        배다른 동생까지 데리구.. 
        어린 난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죠. 
        그 따뜻한 손이 섬찟하게만 느껴졌어요. 
연수    (안스럽다)
민철    왜 자꾸 그날이 생각나는지 모르겠어. 
        왜 자꾸 그때처럼 섬찟한 기분이 드는 건지...
        (눈을 감는다)
연수    (민철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 와서 민철을 
        위로해주고 싶다. 민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려고 손을 뻗치다가 그만둔다)
S#9. 2층 발코니 (밤) 

선재.. 발코니에 서 있다. 혹시나 하고 연수에게 
들려주던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어보지만 아무 대답도 없다. 
실망하는 선재... 컴컴한 2층 복도를 돌아본다. 

S#10. 테니스코트 (낮) 

민철과 선재... 테니스를 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게임이라 아주 공격적이다. 민철은 수술실 앞에 서 
있는 선재의 모습을, 선재는 연수를 끌고 들어가던 
민철의 모습을 떠올리며 상대를 향해 공을 날린다. 

S#11. 테니스코트 (낮) 

성춘... 휴식용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민철과 선재.. 게임을 끝내고 걸어온다. 

성춘    (선재의 어깨를 두드리며) 어떠냐? 
        한 게임 뛰고 나니까 몸이 개운하지? 
선재    ..............네.
성춘    책상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운동도 
        열심히 해! 애비가 너 때문에 걱정이다.
민철    (씁쓸한)
성춘    (민철에게) 니가 가끔씩 좀 데리고 다녀! 
        골프 가르쳐서 필드도 데리고 나가구...  
민철    (O.L)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성춘    앉어. 오랜만에 애비 따라나와서 뭐가 그렇게 급해?
민철    (앉는다)
선재    (앉고)
성춘    (음료수를 마시며) 그 애 수술은 했냐?
민철    네.
성춘    (혀를 차며) 돈 퍼써가면서 그게 무슨 헷짓이야? 
        찾는다는 놈은 찾지도 못하고...
민철    ................
성춘    니가 하는 일, 웬만하면 암말 안 하고 지나갈라 
        그러는데 이번 일은 영 마땅찮다. 
        맘에 안 들어. 도대체 회사에 득 된 게 뭐냔 말이야! 
        밀어붙이는 것도 주판알 튕겨 가면서 밀어붙여야지 
        무조건 밀어붙여?
민철    ...............
성춘    어떡할 거야? 그놈 찾는 거 포기 안 할 거야?
민철    (선재에게)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선재    (당황한) 뭐?
민철    제로 말이야. 계속 찾아야 될까? 
        아니면 여기서 그만둬야 될까?
선재    ...............
성춘    그런 걸 왜 선재한테 물어봐? 
        공부밖에 모르는 애가 회사 일에 무슨 
        관심이 있다고...
민철    관심이 없으면 안 되죠. 그래도 한 식군데...
선재    (!)
민철    얘기해 봐. 너라면 어떻게 할지....
선재    ................ 나라면... 이쯤해서 그만둘 거 같은데...
민철    그래?
선재    본인이 그렇게 나타나길 싫어하는데, 그 사람 
        의견도 존중해줘야 되는 거 아냐? 
민철    (씩 웃더니) 역시 넌 사업가는 아니구나.
성춘    진짜 사업간 패를 버릴 줄도 알아야 되는 거야. 
        이제 그만 포기해라!  
민철    (정색하며) 아뇨. 제 손으로 제로 꼭 잡을 겁니다. 거의 다 잡았구요.
선재    (!)
성춘    거의 다 잡았어?
민철    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선재    ................
민철    (일어나며) 회의가 있어서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성춘    (일어나며 선재에게) 그럼, 우리도 일어나자. 
        오랜만에 싸우나 가서 아들 등 밀어주는 
        재미 좀 봐야지. 
선재    (따라 일어나는)
민철    (의미심장한) 아버지 잘 모셔라. 
        (성춘에게 인사하고 간다)
선재    (긴장한 얼굴로 민철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S#12. 동대문 쇼핑 타운 앞 (낮) 

세나... 쇼핑 타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연수... 숨차게 뛰어온다. 

연수    (반가운) 세나야!
세나    왔어?
연수    많이 기다렸어?
세나    아니.. 나도 금방 왔어.
연수    (세나 손을 잡으며) 고마워. 
세나    뭐가?
연수    만나자 그래줘서.. 니 전화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세나    (손을 놓으며) 들어가자. 
연수    (행복한 얼굴로 따라 들어가는)   

S#13. 쇼핑 타운 여성 의류 매장 (낮) 

연수와 세나... 매장을 돌아다니며 옷들을 구경한다. 
연수.. 세나에게 어울릴 만한 옷만 보이면 입혀 보고 
싶어서 안달이다. 세나에게 이 옷 저 옷 대보면서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그런 연수를 보며 세나도 마음이 짠해진다. 
  

S#14. 쇼핑 타운 남자 의류 매장 (낮) 

연수와 세나.. 매장 앞을 지나가는데, 
세나..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연수    (?해서 따라들어가면)
세나    (걸려 있는 셔츠들을 보며) 어떤 게 제일 이뻐? 
연수    남자 옷 사게?
세나    응! 
연수    누구 줄라구?
세나    (셔츠 하나를 가리키며) 난 저게 젤 맘에 든다. 
        우리 오빠 입으면 이쁘겠지?
연수    오빠?
세나    선재 오빠! 
연수    (!)
세나    어때? 어울릴 거 같애?
연수    .......... 응..
세나    (주인에게) 저거 좀 보여주세요. 
주인    (옷을 꺼내서 주면)
세나    (옷을 연수한테 대보면서) 오빠가 그동안 
        나한테 옷두 사주구, MP3 플레이어도 사주구.. 
        이거저거 많이 사줬거든. 얼마 안 되지만 
        회사에서 월급도 받았으니까 나도 선물하나 
        하고 싶어서.. 
연수    ..............
세나    (주인에게 옷을 주며) 이걸로 할께요. 얼마예요?
연수    (마음이 불편하다) 

S#15. 쇼핑 타운 내 식당 (낮) 

연수와 세나.. 식사를 하고 있다. 

세나    언니가 보기엔 선재 오빠 어때?
연수    (놀란) 응?
세나    맘에 들어?
연수    ...............
세나    왜? 맘에 안 들어?
연수    아니.. 그런 건 아니구...  
세나    (연수를 떠보는) 혹시 선재 오빠가 언니 찾아간 적 없었어?
연수    (당황한) 날? ..........아니.......
세나    (연수가 거짓말을 하자 순간 표정 굳어지지만 
        애써 태연한 척 젓가락질을 하며) 그래? 
        오빠가 나한테 언니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그랬거든. 
연수    ............. 그랬어?
세나    응! 언니도 기억하지? 언니 때매 나 어깨 데던 날, 
        빅토리 사장님하고 같이 왔던 사장님 아들 있잖아. 
        그 사람이 바로 선재 오빠야! 얘기하다 보니까 
        선재 오빠가 어렴풋 하게 언니두 기억을 하드라구.. 
연수    ................
세나    안 놀라네? 
연수    어.... 들었어.
세나    누구한테?
연수    ..........나래한테...
세나    그래? 
연수    ................
세나    진짜 굉장한 인연 아냐? 난 운명이라고 생각해. 
        오빠하고 나 다시 만난 거...
연수    (아무래도 선재에 대한 얘기를 해야 되겠다 싶어서) 
        저기.. 세나야..
세나    (O.L) 나 그 오빠 좋아해!
연수    (!)
세나    내가 여태껏 만나본 사람 중에 제일 따뜻한 
        사람이야. 물론 옛날엔 언니가 제일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건 아니니까...
연수    ...............
세나    나, 다신 누구한테 기대고 싶어지는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선재 오빤 달라. 
        기대고 싶어. 그러니까, 운명이 맞을 거야.
연수    그 사람은? ....... 그 사람도 널 좋아해?
세나    내가 싫다면 나한테 그렇게 잘해줄 리가 없잖아. 
        지난 번에 봤지? 나 노래한다고 거기까지 찾아온 거...
연수    ..........응...
세나    앞으로 더 좋아하게 만들 거야. 
        내가 좋아하는 거보다 훨씬 더 많이 날 좋아하게.....  
        이젠 손해보는 건 싫으니까..
연수    (!) 

S#16. 민철 집 동네 골목 (밤) 

연수.. 생각에 잠긴 얼굴로 걸어오는데, 
선재의 오토바이가 달려온다. 

선재    (연수를 보고 오토바이를 세운다) 
연수    (선재를 보니 마음이 복잡해서) .................
선재    타요! 
연수    됐어요.
선재    타요! 집에 가는 길이잖아요.
연수    (완강한) 괜찮아요.
선재    (화난 얼굴로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연수    (?)
선재    연수씬 어제 잘 잤어요?
연수    (!)
선재    난 잘 못 잤어요. 
연수    .................
선재    (감정이 북받치는) 솔직히 나 연수씨한테 화났어요. 
        왜 그렇게 형한테 휘둘려요?     
        형이 들어가라면 들어가고, 형이 나가라면 나가고..
연수    (O.L) 선재씨!
선재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며) 미안해요. 
        이렇게 얘기하려고 한 건 아닌데..
연수    (O.L) 나 오늘 세나 만났어요.
선재    (?)
연수    우리 세나... 진짜 맘이 많이 풀렸나봐요. 
        나 불러내서 같이 쇼핑두 하구 밥두 먹구..
        좋았겠죠?  
선재    ................
연수    선재씨 옷도 같이 골랐어요. 
        세나가 선물하고 싶다 그래서.. 
선재    (!)
연수    세나가 선재씨 다시 만나게 된 거... 
        그래서, 선재씨한테 마음 열게 된 거... 
        세나한테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선재씨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많이 
        불안했을텐데... 내가 마음 푹 놀 수 있는 
        사람이라서 참 다행이구요.
선재    ................
연수    나하고 선재씨하고 벌써 친한 사이라는 거...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럴려면 내가 사장님 
        댁에 살고 있다는 것부터 말해야 되니까 못했어요. 
        나중에 세나한테 다 얘기하고 나면, 그땐 우리 
        셋이 같이 만나요. 옛날처럼 셋이서 생일파티도 
        하구요. 어때요? 재밌겠죠? (밝게 웃는다)
선재    (연수의 웃는 얼굴에 가슴이 아프다)
연수    난 산책 삼아 걸어갈 건데, 선재씬 어떡할래요?
선재    난 먼저 갈께요.
연수    그래요. 그럼... 
선재    (오토바이를 타고 떠난다) 

S#17. 민철의 집 앞 (밤) 

슬픈 얼굴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오는 선재. 
집 앞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다가 다시 속도를 
높여 집을 지나친다.   

S#18. HOF (밤) 

선재..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정훈.. 들어온다. 

정훈    (선재를 발견하고 와서 앉는다) 니가 웬일이냐? 
        술 푸자고 사람을 다 불러내고...
선재    (씩 웃는다)
정훈    (종업원에게 소리지르는) 여기 오백 하나 더 주세요! 
선재    형 바쁜데 불러낸 거 아냐?
정훈    심적으로 바쁘긴 하지. 내가 말이야. 
        사랑하는 나의 비너스를 위해서 불후의 명곡을 
        하나 만들고 있는 중이거던! 
선재    세나씨?
정훈    (끄덕)
선재    (표정이 어두워진다)
정훈    너 표정이 왜 그래?
선재    뭐가?
정훈    세나씨 얘기 나오니까 니 얼굴에 고뇌의 
        기색이 역력하잖아! 
선재    ...............
정훈    잘 됐다. 그렇잖아도 찜찜했는데 말 나온 김에 
        우리 한 번 확 털어보자고! 너 솔직히 말해 봐! 
        세나씨한테 맘 있지?
선재    (씁쓸하게 웃는)
정훈    뭐야? 그 웃음은? 맘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있으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해. 
        그래야 나도 대처방안을 모색할 거 아냐!
선재    형이 보기에 내가 세나씨한테 맘이 있어 보여?
정훈    없어 보이진 않지.. 세나씨랑 너, 같이 있을 때 
        분위기 묘하잖아.  
선재    (연수를 생각하며 후회스러운) 그랬나? 
        내가 그렇게 보였나? 
정훈    그럼 아니란 말야?
선재    (고개 젓는다)
정훈    (얼굴 환해지며) 진짜 아냐?
선재    아냐...
정훈    짜식! 그래야지! 형님이 필 꽂힌 여자를 
        니가 넘봐서야 쓰겠냐? 근데,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딴 여자 문제라도 있는 거야?
선재    (술만 마신다)
정훈    있으면 말해! 상대가 세나씨만 아니면 내가 
        발벗고 나서줄테니까! 
종업원  (정훈 앞에 술을 갖다주고)
정훈    (술을 마시다가) 참! 너 형한테 나 작곡하는 
        거 도와준다 그랬냐?
선재    무슨 소리야? 
정훈    얼마 전에 니 형을 만났는데 그러드라구. 
        니가 나 작곡하는 거 도와주는 거 아니냐구..
선재    (!) 
정훈    (이어서) 그게 말이나 되냐? 니 형, 
        나한테 그러면 안 돼. 온갖 잡일을 다 시키면서
        정작 내 음악은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
선재    (민철이 자신이 ZERO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 간다)   

S#19. 빅토리 기획실 (낮) 

기찬.. 앞에서 에버랜드에서 촬영한 신인들의 공연 
테이프를 틀어주고 있고, 성춘, 봉달, 민철, 정훈... 
둘러앉아서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먼저 신인 남자들 
다섯명의 모습이 차례로 나온다. 

민철    이 다섯 명을 묶어서 팀으로 만들 겁니다. 
        처음부터 팀을 염두에 두고 외모부터 음악적 
        포지션까지 차별화 된 애들을 선발했으니까 
        지금부턴 한 팀으로서 호흡을 맞추는데 
        주력하면 될 거 같습니다. 
봉달    외모가 너무 평범한 애도 끼어 있네! 
        더 잘생긴 놈으로 선수 교체를 하지 그래? 
정훈    장부장님! 아직도 그렇게 모르십니까? 
        잘 생긴 애들하고 평범한 애들을 섞어서 팀을 짜는 
        건 전략의 기본이예요. 
        잘 생긴 애한테는 카리스마, 평범한 애한테는 
        친근함, 그렇게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팬층이 
        다양해지죠. 저 다섯 명도 각각 다른 색깔을 
        갖게 해야 됩니다. 쿨 가이, 터프 가이, 
        스마일 가이, 프리티 가이, 퍼니 가이.. 
봉달    (O.L) 자넨 곡에나 신경 써! 
        그런 건 이실장이 알아서 할테니까!
정훈    ..............  
민철    계속 보죠. 

기찬... 다시 테이프를 플레이 시키면, 
금숙이 노래하는 모습이 나온다. 

봉달    금숙이 괜찮지. 근데, 애가 영 철이 없어서 뜨면 볼만할 거야. 
성춘    참! 그 세나라는 애는 어때? 
        걔 하는 것 좀 틀어봐.
기찬    (테이프를 뒤로 돌려서 세나가 노래하는 부분을 플레이 시킨다) 

화면에서 세나가 노래하는데 관객들이 외면하는 장면이 나온다. 

봉달    뭐야 저게? 관객 반응이 영 꽝이잖아.
정훈    (변명해주려는) 저게 말입니다. 저 때 상황이..
성춘    (O.L) 가만 좀 있어봐!
정훈    .................
성춘    (관객들이 외면하는데도 이를 악물고 끝까지 
        노래하는 세나의 모습을 인상 깊게 바라보더니 
        미소를 짓는다.) 역시 어렵게 자란 애라 
        독한 데가 있어! (민철을 보며) 니가 보기엔 
        어떠냐? 내가 볼 땐 싹이 보이는데...
민철    (잠시 생각하다가) 실력은 백인데 무대 위에 
        올라가면 삼십 밖에 못 보여주는 사람이 있고, 
        실력은 삼십인데 무대 위에 올라가면 오십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김세나의 경우는 후자에 속합니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열의가 
        남다르고, 뭣보다 무대 위에서의 근성이 
        대단하니까 앞으로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성춘    (고개 끄덕인다)
봉달    근데, 저 싸가지.. 애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던데요?
성춘    무슨 소문?
봉달    술집 나가던 애랍니다.
정훈    (놀라는)
성춘    술집?
봉달    네! 그래서 애들이 왕따를 시키는 거 같드라구요.
성춘    (민철에게) 넌 알고 있었냐?
민철    ...............
성춘    상관 없어! 요즘 애들 재미 삼아 술집 
        나가는 애들도 많은데, 먹고 살기 힘들어서 
        술집 나간 거 흉 아냐!
봉달    하지만...
성춘    (O.L) 그리고, 고생도 해 본 놈이 한다고, 
        엄마 치마폭에서 오냐 오냐 큰 애들보단 저런 
        애가 군말 없이 오래 견딘다. 
        약점이 있으면 다루기도 쉽고!
민철    (성춘의 말에 표정 굳어진다)
성춘    (정훈에게) 그럼, 이제 녹음 들어가는 건가?
정훈    네! 남자애들은 이미 받아 논 곡들이 있어서 
        바로 녹음 들어갈 거구요. 여자 쪽은 곡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봉달    자네 곡은 밑에 깔어. 괜히 욕심 부려서 판 망하게 하지 말구..
정훈    (노려보면)
봉달    (고소하다는 표정이고) 

S#20. 빅토리 녹음실 (낮) 

정훈.. 세나를 끌고 들어온다. 

정훈    (녹음 부스 안을 가리키며) 저 안에 한 번 들어가봐요.
세나    왜요?
정훈    미리미리 분위기에 익숙해놔야죠. 
        그래야 녹음할 때, 세나씨 집에서 하는 것처럼 
        편하게 할 수가 있어요. 
세나    (눈 커지며) 녹음이라뇨? 저 녹음해요?
정훈    (씩 웃는다)
세나    (흥분한) 정말요? 정말 저 녹음하는 거예요?
정훈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쉿! 쉿! 아직 기밀 
        사항이니까 세나씨만 알고 있어요. 
        지금 여자쪽은 금숙씨하고 세나씨, 이렇게 
        두 명으로 압축이 됐어요. 앞으로 녹음하는 
        거봐서 둘 중에 누구 판을 먼저 낼지 결정할 거예요.
세나    (너무 좋아서 눈물까지 글썽하다)
정훈    내가 세나씨 밀어줄라고 얼마나 애썼는지 모르죠? 
        세나씨가 밀려나면 나도 빅토리를 떠난다! 
        이런 각오로 밀었다 이겁니다!
세나    (정훈을 와락 껴안으며)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정훈    (좋아서 입이 벌어지고) 

S#21. 음반 매장 (낮) 

연수.. 나래한테 세나의 얘기를 듣고 뛸 듯이 기뻐한다. 

연수    잘 됐다! 진짜 잘 됐어! 난 그 날 공연 
        때문에 너무 걱정했는데...
나래    들어보니까 그 날 공연에서 꿋꿋하게 버틴 게 
        오히려 점수를 땄댄다. 
        이런 걸 두고 전화위복이라고들 하지!
연수    우리 세나.. 너무 좋아하지? 
나래    그럼! 너무 좋아서 울라 그러드라.
연수    (자기도 눈물이 핑 돈다) 그럴 거야. 
        얼마나 기다려 온 일인데.. 
나래    근데 말이야.. 이건 내 생각인데, 실장님이 
        빽 써 준 거 아닐까?
연수    (?)
나래    그렇잖아. 빅토리에서 누굴 가수로 만드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사장님보다 실장님
        파워가 더 쎄다는데, 실장님이 안 도와줬으면 
        불가능했을 거 아냐! 
연수    (!) 

그 때, 민철이 기찬, 규석을 대동하고 매장으로 들어온다. 

나래    (연수를 툭 치며) 야! 실장님이다!
연수    (고마운 마음으로 민철을 바라본다)
민철    (연수에게 시선을 준다)
나래    (오가는 두 사람의 시선을 보고 !)
민철    (매장을 나가고)
나래    너 그집에서 빨리 나와!
연수    뭐?
나래    이제 세나도 잘 됐잖아. 
        그러니까, 그집에서 그만 나오라구!
연수    어떻게 그래? 난 민지한테 해준 것도 없는데...
나래    너.. 솔직히 말해봐. 
        민지 때문에 못 나오는 거야? 
        실장님 때문에 나오기 싫은 거야?
연수    ................
나래    실장님.. 겉은 부드러워 보여도 속은 아주
        차가운 사람이야. 필요 없다 싶으면 가차 
        없이 짤라버리는 성격이래! 드라이아이스 알지? 
        연기에 홀려서 얼굴 들이밀었다간 너무 
        차가워서 으윽! 내가 볼 땐 실장님이 바로 
        그런 사람이야! 그러니까, 우물 같네 어쩌네 
        하면서 자꾸 빠져들지 말란 말야. 
        내가 진짜 너 때매 걱정 돼 죽겠다.
연수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민철의 애잔한 얼굴을 떠올린다)
나래    야! 내 말 들어?
연수    (아무도 모르는 민철의 모습을 자신만 아는 느낌이다) 
  
S#22. 병원 (낮) 

선재... 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교수님을 따라 같은 과 학생들과 함께 회진을 도는 모습 스케치.   

S#23. 병원 앞 (낮) 

학생들.. 옹기종기 모여서 음료수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있는데,
선재... 혼자 좀 떨어져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민철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다.   

S#24. 테니스 코트 (낮) - 선재의 회상 (S#11) 

민철    (선재에게)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선재    (당황한) 뭐?
민철    제로 말이야. 계속 찾아야 될까? 
        아니면 여기서 그만둬야 될까? 
  
S#25. HOF (밤) - 선재의 회상 (S#18) 

정훈   얼마 전에 니 형을 만났는데 그러드라구. 
니가 나 작곡하는 거 도와주는 거 아니냐구.. 

S#26. 병원 앞 (낮) 

선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전원을 켠다. 
(병원 안에서는 핸드폰 사용 불가!)
핸드폰에 세나의 메시지가 뜬다. 
<빅뉴스가 있어요 ^0^ 밤까지 연습실에 있을테니까 
회사로 와요 - 세나 ♥♥♥>  

세나    (E) 빅뉴스가 있어요. 밤까지 연습실에 
        있을테니까 회사로 와요.  
선재    (난감한 표정이더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가다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난다) 

S#27. 민철의 차 안 (낮) 

민철.. 차를 운전하며 핸즈 프리로 전화를 받고 있다. 

민철    이민철입니다.
선재    (F) 형! 나야!
민철    (표정 굳어지며) 어!
선재    (F) 형하고 얘기 좀 하고 싶은데.. 
        밤에 잠깐 만날 수 있을까?
민철    무슨 일인데?
선재    (F) 만나서 얘기할게.
민철    그래! 그럼!
선재    (F) 회사 쪽에 가서 전화할께.
민철    (전화를 끊는다. 선재가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하다) 
  
S#28. 빅토리 근처 팬시점 (낮) 

세나.. 쇼핑 타운에서 산 선재의 옷을 포장하는 종업원을 지켜보고 있다. 

세나(쇼윈도 안에 있는 리본을 가리키며) 리본은 이걸로 해주세요. (즐거운 표정이다) 

S#29. 음반 매장 앞 (낮) 

연수.. 퇴근하는 차림으로 음반 매장을 나오다가 
쇼핑백을 든 세나와 마주친다. 

연수    세나야! 
세나    퇴근하는 거야?
연수    응! 나래한테 들었어. 녹음하게 됐다며?
세나    (끄덕)
연수    축하해! 내가 그랬잖아. 넌 꼭 잘 될 거라구!
세나    집에 가는 거야? 
연수    응! 
세나    ............... 잘 가! (매장 쪽으로 간다)
연수    (흐뭇한 표정으로 세나를 보고 있다가 돌아서는데)
세나    언니!
연수    (돌아보면)
세나    나 이따가 축하 파티 할 건데 올래?
연수    (반가운) 언제?
세나    시간은 정확히 모르겠구 아마 9시는 넘어야 될 거야. 
연수    (너무 늦는다 싶어) 9시?
세나    안 돼? 안 되면 말구!
연수    아냐! 올 수 있을 거야.
세나    그럼 이따 연습실로 와! (돌아선다)
연수    (행복한 얼굴로 돌아선다)
세나    (선재와 연수를 같이 불러놓고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는 속셈이다. 긴장하는) 

S#30. 민지의 학원 앞 (낮) 

민지.. 남자 아이들한테 둘러싸여 걸어 나오는데, 
연수가 기다리고 있다. 

연수    (민지를 보고 웃는다)
민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고) 

S#31. 인사동 거리 (낮) 

연수와 민지.. 인사동을 걸어다니고 있다. 

민지    오늘은 또 뭐예요?
연수    무슨 소리야?
민지    날 끌고 왔을 땐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 아녜요. 
        저번에 초상화 때처럼..
연수    어떡하지? 오늘은 아무 것도 없는데...
민지    그럼 뭐하러 여기까지 끌고 왔어요?
연수    그냥 민지랑 좀 걷고 싶어서.. 날씨두 좋구, 
        여기 구경할 것두 많잖아.
민지    (심드렁한) 순 노땅 취향이네 뭐!
연수    (미소 지으며 민지의 팔짱을 낀다)
민지    왜 이래요? (확 뿌리친다)
연수    (다시 끼면)
민지    (못 말린다는 표정이고) 

S#32. 갤러리 (낮) 

연수.. 민지를 끌고 갤러리로 들어온다.
민지.. 처음엔 귀찮다는 듯 연수한테 끌려다니며 
딴청만 하다가 시간이 가면서 점점 그림에 관심을 갖는다. 

민지    치! 이정돈 나도 그리겠다.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그림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연수    (그런 모습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는) 
  
S#33. 야외 까페 (낮) 

연수와 민지.. 차를 마시고 있다. 

연수    민지야!
민지    나 지금 기분 좋거든요! 그러니까, 설교 같은 거 해서 분위기 깰 생각 말아요.
연수    (웃고)
민지    설교 빼니까 할 말이 없죠?
연수    너 지금 몇 살이지?
민지    그건 왜 물어요?
연수    스물 두 살?
민지    ..............
연수    친구들은 대학교 3학년쯤 됐겠네.
민지    또 시작이다!
연수    민지 너.... 솔직히 겁나지?
민지    뭐가요?
연수    지금 공부 다시 시작하는 거.. 
        솔직히 미술 공부하고 싶은 맘이 없는 건 아닌데, 
        이제 나이도 많고, 그래서 겁나는 거 아냐?
민지    (펄쩍 뛰는) 누가 겁이 난다 그래요?
연수    그래? 난 겁났는데... 
민지    (듣기 싫다는 듯 찻잔에 스푼을 넣고 휘휘 
        돌리며 딴청하는)
연수    난 스물 네 살에 신입생이 됐어. 
        그나마 3학년 다니다가 휴학하고 있지만... 
민지    ..............
연수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막연히 미술 대학에 가야겠다 생각은 했는데 
        막상 입시 준비를 시작하고 보니까 그게 보통 
        일이 아니드라구! 미술 학원비가 없어서 
        학원에서 청소해주고 새우잠 자면서 어깨 
        너머로 입시 준비를 했는데 세 번이나 떨어졌어. 
        당연하지. 딴 애들은 하루 종일 공부하고 
        그림 그리는데,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짬짬이 
        준비하는 내가 쉽게 합격이 되겠어?
민지    그래서 결국 성공했다는 거 아녜요? 잘난 척은... 
연수    중간에 몇 번이나 포기할까 생각도 했어. 
        내 처지에 대학이라니 너무 허황된 꿈이 아닐까...
        대학에 가드라도 금방 취직할 수 있는 다른 
        전공을 택해야 되는 건 아닐까...
        갈등이 많았거든. 근데,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잘 견뎠다는 생각이 들어. 
        만약 그 때 그림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갔다면 
        지금쯤 다시 돌아오려고 애쓰고 있을 거야. 
민지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예요?
연수    너 아직 안 늦었다구! 넌 그 때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집에 돈두 많구, 재능도 있잖아. 
민지    .................
연수    너도 그림 말군 좋아하는 거 없지? 
        그걸 아는 것만 해도 얼마나 행운인데.. 
        니 나이에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 얼마 안 돼!  
민지    알았어요. 그만 좀 해요. 밖에까지 나와서 잔소리야.
연수    (웃고) 

S#34. 민철 집 동네 버스 정류장 앞 (밤) 

연수와 민지.. 버스에서 내린다. 

연수    여기서부터 집까진 혼자 가야겠다. 
        밤길이니까 조심해.
민지    또 어디 가요?
연수    응! 잠깐 어디 좀 들렸다 와야 돼.
민지    일찍 일찍 다녀요. 
        그러다 우리 아빠 눈밖에 나지 말구..
연수    왜? 내가 눈밖에 날까봐 걱정 돼?
민지    무슨 말을 못 해! (휙 돌아서서 걸어간다)
연수    (미소 짓고) 

S#35. 민철 집 동네 거리 (밤) 

민지.. 걸어가다가 미술 입시 학원 간판을 올려다 본다. 
  
S#36. 빅토리 레코드 앞 (밤) 

선재의 오토바이 도착한다. 
선재.. 오토바이에서 내려 핸드폰을 꺼내 든다. 
잠깐 망설이다가 세나에게 전화를 건다. 

세나    (F) 여보세요!
선재    나예요!
세나    (F, 반가운) 어! 오빠! 어디예요?
선재    세나씨.. 저기.. 오늘 말이예요! 
        (못 만나겠다는 얘기를 하려는데)
세나    (갑자기 핸드폰을 들고 선재 앞에 확 나타난다) 오빠!
선재    (놀라는)
세나    (애교스런)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렸어요. 
        올 거면 언제 온다고 문자 좀 날려주지! 
        의대생은 그거 두드릴 시간도 없나?  
선재    (난감하다)
세나    들어가요. (선재를 끌고 회사 쪽으로 간다)
선재    저.. 세나씨..
세나    (O.L) 나 다리 아파요! 들어가서 얘기해요! 

 S#37. 빅토리 연습실 앞 (밤) 

세나.. 선재를 끌고 연습실로 들어가려고 한다. 

선재    잠깐만요! 나 오늘 형 좀 만나야 돼요.
세나    실장님은 집에 가서 만나면 되잖아요! 
        오늘은 나한테 특별한 날이란 말예요! 빨리요! 
        (선재를 끌고 들어간다)   

S#38. 빅토리 연습실 (밤) 

선재를 데리고 들어온 세나.. 연습실의 불을 끈다. 

선재    (놀라는)
세나    오빠! 이리 와요! (어둠속으로 선재를 끌고 가더니 라이터를 켠다) 

연습실 중앙쯤에 준비되어 있는 케잌 위에 긴 초가 하나 꽂혀 있다. 

세나    (초에 불을 붙인다)
선재    무슨 일이예요?
세나    오늘 오빠한테 축하 받고 싶어서 보자고 했어요. 
        나.. 드디어 음반을 내게 됐거든요.
선재    그래요?
세나    지난 번에 너무 초라한 꼴을 보여서 속상했는데, 
        이렇게 좋은 소식 전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오빠! 진심으로 축하해 줄 거죠?
선재    축하해요.
세나    (촛불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는다)
선재    (그런 세나를 보며 마음이 착잡하다)  

S#39. 빅토리 레코드 앞 (밤) 

연수... 회사로 들어온다. 손에 케잌이 들려 있다. 
  
S#40. 빅토리 연습실 앞 (밤) 

연수.. 들어가려다가 열려진 문틈으로 어둠 속에 
초를 밝히고 나란히 앉아 있는 선재와 세나를 본다. 
세나.. 선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연수... 
행복해하는 세나의 얼굴을 보며 돌아서는데 
선재가 연수를 본다. 

선재    (벌떡 일어나며) 연수씨!
세나    (!)
연수    ............
세나    들어와! (선재에게) 언니도 불렀어요! 괜찮죠?
선재    ............
세나    언니! 불 좀 켜줄래? 
연수    어... (불을 켠다)
세나    이리 와서 앉어! 
연수    (어색한 얼굴로 와서 앉는다)
세나    오빠도 앉아요!
선재    (불편한 표정으로 앉는다)
세나    오빠랑 먼저 축하하고 있던 중이었어. 
        (연수가 들고 있는 케잌을 보고) 
        언니도 케잌 사왔네!
연수    응.....
세나    그건 그냥 언니 갖구 가서 먹어! 
        케잌 두 개씩이나 필요 없잖아!
연수    그래...
세나    (어색해하는 연수와 선재의 표정을 보며) 
        이렇게 셋이 앉아 있으니까 옛날 생각난다.
        오빠랑 우리 처음 만났을 때도 이렇게 케잌에 
        불 켜고 있었잖아. 15년이나 지나서 이렇게 
        또 셋이 모여 있다니 참 신기하지?
연수,선재   ..............
세나    그때처럼 셋이 노래라도 하나 부를까?
연수,선재   ...............
세나    분위기가 왜 이래? 첨 보는 사이도 아닌데 
        너무 어색해 한다. 
연수    (세나 기분 망치기 싫어서 밝게) 고마워요. 
        세나 축하해주러 와줘서...
선재    (슬픈 얼굴로 연수를 바라본다) 
세나    (연수를 바라보는 선재의 눈빛을 보고 !)
연수    세나야! 우리 케잌 짤라 먹을까?
세나    ................
연수    잠깐 있어. 내가 나가서 접시랑 포크 좀 찾아올게. (일어나서 나간다)
선재    (시선 연수를 쫒는)
세나    (표정 점점 굳어지는)   

S#41. 빅토리 복도 (밤) 

연수... 걸어가는데, 기획실에서 불빛이 흘러 나오는 것이 보인다. 
자기도 모르게 기획실 쪽으로 발걸음이 향하는 연수. 

S#42. 빅토리 기획실 (밤) 

연수.. 살짝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본다. 
아무도 보이지 않자 안으로 들어간다. 
조심스럽게 방안을 살피는데, 민철.. 
소파 위에 누워 잠들어 있다. 

연수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간다)
민철    (한 팔을 이마에 올린 채 잠들어 있다. 피곤이 배어나오는 모습이다)
연수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민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S#43. 빅토리 연습실 (밤) 

선재... 자꾸 문 쪽을 쳐다보며 연수를 기다린다. 
그런 선재를 보며 속이 상하는 세나. 

세나    (아무렇지 않게) 왜 이렇게 안 오지? 접시를 만들어 오나?
선재    (일어나며) 내가 나가서 찾아올께요.
세나    그냥 있어요. 여기서 길 잃어버릴 것도 아닌데..
선재    갔다 올께요. (나간다)
세나    (!) 

S#44. 빅토리 기획실 (밤) 

연수.. 조용히 일어나서 옆에 있는 민철의 옷을 
가져다가 조심스럽게 민철에게 덮어주고 돌아서는데 
민철이 연수의 손을 잡는다. 

연수    (놀라는)
민철    (그윽한 눈길로 연수를 올려다본다)
연수    (!) 

S#45. 빅토리 기획실 앞 (밤) 

선재.. 연수를 찾으러 나왔다가 기획실 앞을 지나간다. 
연수의 손을 잡은 채 올려다보고 있는 민철의 모습을 목격하는 선재...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돌아선다. 
 
S#46. 빅토리 기획실 (밤) 

민철... 연수의 손을 잡은 채 몸을 일으키더니 연수를 끌어당겨 옆에 앉힌다. 

연수    죄송해요. 깨우려고 한 건 아닌데...
민철    괜찮아요. 깜빡 잠들었었나봐요.  
연수    ...............
민철    왜 아직 회사에 있어요?
연수    세나.. 만나러 왔어요. 
        녹음 시작하게 된 거 축하해 줄려구.....
민철    (씩 웃으며) 소식이 빠르네요. 
        내가 먼저 말해주고 기뻐하는 모습 좀 볼라 그랬는데..
연수    고맙습니다. 세나한테 기회 주신 거.. 
        정말 감사드려요.  
민철    고마워하긴 일러요. 녹음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연수    (걱정스런) 그런가요?
민철    가수 되는 거 쉽지 않다고 내가 얘기했잖아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연수    ...............
민철    연수씬 꿈이 뭐예요?
연수    네?
민철    항상 세나씨 꿈에 대해서만 얘기하잖아요. 
        연수씨도 꿈이 있을텐데...
연수    ...............
민철    얘기해봐요. 듣고 싶어요.
연수    제 꿈은요.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은 거.. 그리구..
민철    (?)
연수    (수줍은) 제 아이들한텐 제가 못 가져 본 
        행복한 가정을 갖게 해주고 싶어요.
민철    (!)
연수    꿈이 너무 평범하죠?
민철    어떤 사람한텐 평범한 꿈이구.. 
        또 어떤 사람한텐 너무 먼 얘기구 그렇겠죠.
연수    (?) 
민철    세상엔 행복한 가정 같은 건 애초에 
        포기한 사람도 있으니까.. 
연수    (!)
민철    (일어난다) 세나씨가 기다리지 않아요? 
연수    (얼른 일어난다)
민철    (돌아서며) 가봐요. 집에서 봅시다.
연수    (서운한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민철이 준 핸드폰 벨이 울린다. 

연수    (깜짝 놀란다)
민철    (보면)
연수    (전화를 받지 못하고 망설이는)
민철    전화 안 받아요? 
연수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나가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린다)
민철    (바닥에 떨어진 채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보고 !)
연수    (핸드폰을 주워 드는데)
민철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연수의 손에서 핸드폰을 나꿔챈다)
연수    (!)
민철    (시선은 연수에게 주면서 핸드폰을 받는다) 
선재    (F 가라앉은) 나예요!
민철    (안색이 변하더니 전화를 끊어버린다) 

S#47. 빅토리 복도 (밤) 

선재.. 전화가 끊겨버리자 슬픈 얼굴로 기획실 쪽을 바라본다. 
 
S#48. 빅토리 기획실 (밤) 

민철.. 연수를 싸늘하게 노려보고 있다. 

민철    (연수에게 다가서며) 이걸론 내 전화만 
        받으라고 하지 않았나?
연수    (민철의 싸늘한 표정에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민철    (더 다가가며) 근데, 왜 선재가 여기로 
        전화를 하는 거예요?
연수    (물러서다가 벽에 부딪힌다)
민철    (연수를 가두듯이 양팔을 벽에 짚고 씹어
        뱉듯이 말하는) 내 말이 안 들려요? 그녀석이 
        왜 여기로 전화를 하는지 묻고 있잖아요!
연수    (겁에 질린) 실장님..
민철    (분노에 휩싸여 연수를 노려보는데)
연수    (눈물이 글썽해서 민철을 밀치고 뛰어나간다)
민철    (분노를 이기지 못해 핸드폰을 바닥에 내동댕 친다) 
  
S#49. 빅토리 복도 (밤) 

연수... 눈물을 흘리며 기획실에서 뛰어나온다. 
그 모습을 본 선재.. 놀라서 연수를 쫒아 뛰어간다. 

선재    연수씨!   

S#50. 음반 매장 계단 (밤) 

연수.. 뛰어올라가는데, 선재.. 연수의 팔을 잡는다. 

선재    연수씨! 잠깐만요!
연수    (눈물이 흐른다)
선재    왜 그래요? 무슨 일이예요?
연수    (눈물을 참으려 애쓰며) 아녜요. 아무 것도 아녜요.
선재    (연수를 보며 가슴이 아프다)
연수    저 먼저 갈께요. 세나한텐 미안하다고 전해줘요.
선재    연수씨!
연수    부탁인데.. 나 좀 가게 해줄래요?
선재    (! 연수를 잡았던 손을 놓는다)
연수    (계단을 뛰어올라간다)
선재    (연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S#51. 빅토리 기획실 (밤) 

민철... 소파에 앉아 있는데, 
선재.. 분노에 차서 뛰어들어온다. 

선재    연수씨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민철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
선재    상관 있어! 
민철    그래? 
선재    말해봐! 연수씨에 대한 형의 마음은 
        도대체 뭐야?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장난치는거야?
민철    내가 무슨 마음을 가져야 되니?
선재    (!)
민철    난 여자한테 줄 마음 같은 거 없어.
선재    그럼 연수씨한테 손 내밀지 마! 
        형이 그러면 연수씨 상처 받어!
민철    그러는 넌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가 뭐야? 
        진짜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
선재    ...............
민철    그런 거 아니면 나서지 마! 
        내가 너한테 이런 얘기 듣고 있을 이유 없어. 
선재    (O.L) 좋아해!
민철    (!)
선재    나 연수씨 좋아해! 연수씨가 웃는 거 보면 
        행복하구, 연수씨가 우는 거 보면 가슴 아퍼!  
민철    ................
선재    난 형을 알어. 형은 누굴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연수씨
        속이지 마! 연수씨한테 다가가는 척, 
        마음 여는 척, 속이지 말란 말야!   
민철    속인다... (선재를 똑바로 쳐다보며) 
        그 얘긴 니가 나한테 할 얘긴 아닌 거 같은데?
선재    (!)
민철    궁금해. 니가 그동안 어떤 생각을 하면서 
        날 지켜봤을지... 눈앞에 있는 널 찾겠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날 보면서 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선재    ................
민철    니가 정말 바란 건 뭐야? ZERO라는 이름 
        뒤에 꼭꼭 숨어서 전설이 되고 싶었니? 
        아니면, 이렇게 널 찾아내서 니 숨겨진 
        재능에 감동하길 바랬어? 
선재    형.......
민철    니가 바라는 걸 말해. 바라는대로 해줄테니까! 
선재    난 그냥 음악을 하고 싶었어. 그것 뿐이야.
민철    니가 바라는 게 그것뿐이라면 너무 멀리 왔다. 
        난 그렇다 치고 널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아버지한테 넌 너무 심한 짓을 했어! 
        아버지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안 하는 니가 말이야. 
선재    .................... 아버진 모르시게 해줘. 
민철    그건 니가 알아서 해. 난 아버지하고 니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으니까..
선재    형! 나도 그동안 답답하고 미안했어. 
        이건 진심이야.  
민철    (씩 웃더니 책상 앞으로 가서 컴퓨터를 켠다) 
선재    (민철을 바라보다가 돌아선다)
민철    (선재를 쳐다보지 않고) 좋아한다는 말 그렇게
        쉽게 하지 마! 외로운 사람한텐 그런말이 
        독이 될 수도 있어.
선재    쉽게 하는 거 아냐! 
민철    (!)
  
S#52. 빅토리 연습실 앞 (밤) 

선재.. 복잡한 얼굴로 걸어가는데, 
세나.. 연습실에서 나온다. 

세나    오빠!
선재    (쳐다보지도 않고) 미안해요! 오늘은 그만 갈께요!
세나    오빠!
선재    (가버린다)   

S#53. 빅토리 연습실 (밤) 

세나... 초가 꺼져버린 케잌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비참한 기분이 들어 눈물이 글썽하다. 

S#54. 빅토리 기획실 (밤) 

민철.. 바닥에 내팽개쳐진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 
분리된 본체와 배터리를 주워서 다시 맞춘다. 
슬픈 얼굴이다. (F.O) 

S#55. 음반 매장 (아침) 

연수.. 힘없는 얼굴로 청소를 하고 있는데, 
나래.. 출근하는 차림으로 뛰어온다. 

나래    야!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연수    왜?
나래    세나 말이야. 술이 잔뜩 취해서 새벽 
        다 돼서 들어왔드라구. 걔 몸 관리 한다구 
        술 같은 거 입에도 안 대는데...
연수    (한숨 쉰다) 
나래    진짜 무슨 일 있었구나? 뭐야? 

그 때, 민철... 사무실 쪽에서 나온다. 

윤주    (쫒아가며 조잘대는) 어머! 실장님! 
        어제 댁에 못 들어가셨나봐요. 힘드시죠? 
        제가 따끈한 우유라도 데워 드릴까요?
민철    됐습니다. 일 보세요. 
연수    (민철을 본다) 

민철과 연수의 시선.. 마주친다. 

연수    (시선을 돌린다)
민철    (!)   

S#56. 빅토리 복도 (낮) 

연수.. 박스를 들고 걸어가는데, 
민철.. 연수의 앞을 막아선다. 

연수    (피해가려고 하면)
민철    (다시 막아선다)
연수    비켜주실래요?
민철    (핸드폰을 내민다)
연수    뭐예요?
민철    받아요. 다행히 고장은 안 났으니까..
연수    아뇨! 필요 없어요! 
민철    받아요!
연수    실장님의 호의는 어떤 경우에도 거절할 수 
        없다고 하셨죠? 아뇨! 이젠 거절할래요. 
민철    (!)
연수    하지만, 실장님하고의 약속은 지킬테니까 
        걱정마세요. 
        앞으론 민지한테만 신경 쓰겠습니다. 
        (민철을 비켜 지나간다)
민철    (연수의 냉정함에 불안해진다) 

S#57. 민철 집 앞 (낮) 

명자... 일하는 아줌마와 함께 장을 봐서 집으로 들어간다.
양미미... 차 안에서 보고 있다.
  
S#58. 민철 집 1층 거실 (낮) 

명자... 주방에서 장 본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명자.. 거실로 나와 전화를 받는다.    

명자    여보세요.
미미    (F) 안녕하세요! 
명자    (누군가? 하면서) 네! 안녕하세요!
미미    (F) 꽃바구니는 마음에 드셨나요?
명자    (! 얼굴 하얗게 질린다) 
미미    (F) 아드님을 아주 잘 키우셨더군요. 
        이선생님이 살아 계셨으면 참 좋아하셨겠어요.
명자    누,누구예요? 도대체 누군데 이런 짓을 하는 거예요?
미미    (F) 이거 섭섭하네요. 짐작하실 줄 알았는데..
명자    (다급한) 우리 만나요. 만나서 얘기해요!   

S#59. 양미미의 차 안 (낮) 

미미...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미미    (싸늘하게 웃으며) 그러죠. 어디서 뵐까요? 
  
S#60. 까페 (낮) 

명자... 불안한 얼굴로 물을 마시고 있는데, 
미미.. 걸어온다. 

명자    (미미를 보고 충격 받은) 미미씨!
미미    (당당하게 명자에게 손을 내밀며) 오랜만이예요!
명자    (떨리는 손으로 악수를 한다) 
미미    (마주 앉으며) 좋아보이네요. 
        바깥분이 잘해주시나봐요.
명자    (!) 미미씨도 잘 지냈어요?
미미    그럭저럭요. 노래 못하게 됐을 땐 금방 
        죽을 거 같더니 다 살게 되드라구요.   
종업원  (메뉴를 놓고 간다)
미미    (메뉴를 명자에게 밀어주며) 시키세요. 
명자    왜 나한테 그런 걸 보냈죠?
미미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왜라뇨? 
        축하하는 뜻에서 보낸 건데...
명자    영준씬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예요. 
        도대체 뭘 축하한단 말예요? 
미미    두분이 결혼하던 날이 생각나네요. 
        내가 축가도 불렀었는데... 기억나세요?
명자    ................
미미    선재한테 두 분의 결혼식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얘기해줬어야 되는데..
명자    (O.L) 선잰 안 돼요! 선잰 만나지 말아요.
미미    (차갑게 쳐다보면) 
명자    우리 선재 아무 것도 몰라요. 그러니까 제발... 
미미    아무 것도 모르다뇨? 
명자    (!)
미미    설마 친아버지의 존재도 모른단 얘긴 아니겠죠?
명자    (시선 피하면)
미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어떻게 친아버지의 
        존재를 숨길 수가 있어요?
명자    부탁할께요. 제발 선잴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요. 
        선재 지금 행복해요.
미미    평생을 속아서 산 게 행복한 거예요?
명자    걔한텐 얼굴 한 번 못 본 아버지예요. 
        이미 세상 떠난 아버지 그리면서 애달프게 사는
        것보다 옆에서 돌봐주고 챙겨줄 수 있는 든든한 
        아버지랑 사는 게 훨씬 행복한 거 아닌가요?
미미    (싸늘한) 든든한 남자가 필요했던 건 선재가 
        아니라 본인이었겠죠!
명자    (!)
미미    (벌떡 일어나며) 차는 다음에 할께요. 
        이 자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북하네요.   
명자    (미미를 잡으며) 미미씨! 
        제발 선재한테 접근하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부탁할께요.
미미    돌아가신 이선생님이라면 나한테 그런 
        부탁은 하시지 않았을 거예요!
명자    미미씨!
미미    (명자의 손을 뿌리치고 까페를 나간다)
명자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S#61. 빅토리 기획실 (낮) 

민철... 연수가 그려준 초상화를 보고 있는데, 
민철이 준 핸드폰에서 메시지 도착음이 들린다. 
핸드폰을 열어서 보면 선재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다. 
< 근무 끝나고 회사 앞 버스 정류장으로 나와 줄래요? 
연수씨한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기다릴께요. - 선재 > 

선재    (E) 근무 끝나고 회사 앞 버스 정류장으로 나와 줄래요? 
        연수씨한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기다릴께요.
민철    (!) 

S#62. 버스 정류장 (낮) 

선재... 초조한 얼굴로 연수를 기다리고 있다. 

S#63. 음반 매장 앞 (낮) 

퇴근하는 차림의 연수.. 매장을 나온다. 
갑자기 민철의 차가 연수의 앞을 가로막는다. 

연수    (그냥 지나치려고 한다)
민철    (차에서 내려 연수를 차에 억지로 태운다) 

S#64. 버스 정류장 (낮) 

연수를 기다리는 선재의 곁을 지나치는 
연수와 민철의 차.. 그 엇갈리는 순간에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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