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로티
(본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각색된 작품입니다)
드넓은 들판
무지 위에 음악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흐르고,
제작/배급 크레딧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화면이 열리면 시원하게 펼쳐진 들판을 낀 국도.
초여름 아침햇살을 받으며 달리고 있는 고급 승용차 안, 라디오에선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있다. 뒷좌석에 몸을 파묻은 남자, 검정 양복 바지에 검정 구두. 손과 발로 까닥까닥 박자를 맞추며 음악을 듣고 있다.
CUT TO. 라디오 속 클래식 음악은 그대로 연결되는데 다른 차 안.
낡은 승용차, 그 내부. 허름한 차에 비해 카오디오 데크는 고급이다. 차 안은 엉망...
정말 컨디션 황인 모습으로 운전 중인 중년 남자, 상진이 보인다.
순간 울리는 핸드폰. 상진,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는다.
상진 아, 지금 가고 있잖아요! 아, 다 와 간다니깐!! 네! 네! 교장선생님~~!!
(확 끊으면서) 자식이 몇 번을 전화질이야...? (담배 하나 꺼내 물려는데)
갑자기 정면 시야로 들이닥치는 에쿠스. 상진, 핸들 확 꺾는다.
흐르고 있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맞춰 샤악~ 예술적으로
에쿠스의 범퍼를 스친다. 일단 닿긴 닿았다. 끼익~!!! 접촉 사고!
상진 아이 씨...
상진, 에쿠스에서 내리는 놈들 본다. 조폭 개털, 왕눈이, 두부 인상 팍 쓰고 목잡고 내린다.
상진 (잘 못 걸렸다는 느낌이 팍) 아 진짜... 미치겠네!
차에서 내려서 스친 부분을 살펴보는 상진.
상진 차는 하도 낡아서 어디가 까졌는지 도통... 에쿠스 범퍼는 상진의 차 색깔이 짧고 가늘게.
상진 미안합니다.
두부 아 목이야...
상진 (어이없어) 하... 목잡을 만큼은 아닌 거 같은데...
개털 (이상한 표준어) 혹시 뭐 의사세요? 긴지 아인지 우예 아세요?
왕눈이 야매 의산가? 차가 꾸리~~한데?
상진 (어이없어) 초면에 거 참...
개털 (기가 차다는 듯 웃으며) 대부분의 사고는요. 예? 초면에 발생해요!
상진 (귀찮다) 저기, 내가 좀 늦어서요. 연락처 주시면...
왕눈이 허 참.... 아저씨만 바쁜교? 우리도 비즈니스가 있거든요!
상진 아니 내 말은... (하는데)
두부 (개털, 왕눈이 보며) 그냥 확 묻어 삐까?
상진 (약간 쫄아서) 네...?
이때, 창문이 내려가는 소리 들리고, 이어 들리는 포스 넘치는 목소리.
장호소리 뭐 이래 시끄럽노.
개털, 왕눈이, 두부 다다다 창문 앞으로 가 고개 푹 숙이고 충성모드.
창문 밖으로 턱 튀어나온 손. 담배 재 떠는데, 손목엔 금팔찌가 주렁주렁.
상진, 단단히 잘 못 걸렸음을 인지하며 좀 겁을 먹기 시작.
개털 저 양반이 지가 잘못하고서는 배 째라카는데여?
장호소리 그라믄 확 째뿌든가.
상진, 침 꼴~깍. 주위를 확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이때, 문이 팍 열린다. 먼저 나오는 발. 반짝이는 검은 구두.
차에서 내리는 검은 양복 차림의 장호다. 상진, 숨죽이고 본다. 장호, 담배를 문 채, 바지 한번 각 잡아보고 힐끗 상진을 본다.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 상진 움찔... 에쿠스 범퍼에 묻은 상진 차 페인트 슥 만져보고 인상 팍 쓰는 장호, 담배 틱 던져버리고, 상진의 차 곁으로 슬슬.
상진 (장호의 포스에 눌려) 제 차는 뭐... 그쪽 범퍼 값은.....
장호 (말 자르며 뜬금없이) 오디오 직이네! (실실) 이 차에 달긴 아깝다.
상진, 좀 울컥.. 그래도 참는다. 장호, 상진은 보지도 않고 유령 취급하며 차로 향하고.
장호 차 팔아도 범퍼값 나오겠나? 시간 없으이까 명함 받고 보내드리라.
장호, 차에 오른다. 두부가 문을 닫아준다. 상진, 지갑에서 주섬주섬 명함 찾고.
뭔가 기분 엄청 나쁘다. 자꾸 에쿠스 안의 장호 뒤통수를 보게 된다. 떠오르는 타이틀...
나의 파파로티
김천예고 교정 /낮
아리아가 끝난다. 오랜 역사가 보이는 낡은 교정 전경.
상진의 차가 김천예고의 교문을 유유히 들어온다.
교장실 / 낮
벽면에 걸려있는 역대 교장들의 사진을 훑고 내려오면 수족관 앞에서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교장 덕생이 보인다.
진우(v.o.) (상진 눈치 보며) 어데고? 거의 왔다고? (사이)
2층에 있는 교장실로 들어온나. (사이) 그래.
덕생, 뭐가 좋은지 히죽히죽... 상진은 짜증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다. 마주보고 앉아 있는 진우, 불편한 기색이다.
덕생 아이고 마, 내가 CD 들어보이까, 딱 지니어스! 진짜 지니어스!!
(진우에게) 야! 천재 맞제?
진우 (상진 눈치 보며) 천재.. 라기보다.. 뭐.. 쏘 스페셜하다... 이 정도..
(민망) 하하하.
상진 그렇게 스페셜한 애가 니네 학교서 왜 짤렸냐?
덕생 나샘. 그 아가요. 학교에서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학교를 옮기야
된다 안캅니까.. 우리가(하는데)
상진 (어이없어 하며) 말씀은 바로 하셔야죠. (진우 보며) 전학이 아니라
퇴학이잖아.
진우 그, 그기...
하는데 똑똑..
돌아보면 장호다. 진우는 식은땀이 나고, 덕생은 짐작은 했으나 너무 과해서 잠시 휘청..
상진, 뒤늦게 별 기대 없이 슥 돌아보는데 ... 헉!
진우 이리 온나.
장호, 팔자걸음으로 느적느적 진우 곁으로 와 선다.
진우 야가 이장호학생입니다. (덕생 가리키며) 여기 교장선생님, 인사드리라.
장호 (어깨인사) ...
덕생 (마땅히 할 말 없어) 장호학생 참 자알 생깄다.
억지 웃음으로 마무리 하는 덕생, 땀 삐질.
진우 (상진 가리키며) 여긴 음악부장 선생님이시다.
장호 (어깨인사) 또 뵙습니다.
상진, 저 개노무... 얼굴이 일그러진다.
덕생 (상진 눈치보며) 아는 사인갑네?
상진 (장호 들으라는 듯) 아, 목이야, 아
장호 (잠시 당황) ...
덕생 (멋모르고) 어디 아픈교? 그래도 나샘이 테스트 함 해봐야지요?
상진 (제정신이냐는..) 예에? (장호를 힐끗 보고 궁시렁) 답이 딱... 하....
레슨실 복도 / 낮
컴컴한 긴 복도. 상진의 뒤를 따라 걸어오던 장호, 핸드폰 울리자 받는다.
장호 (상진 의식하며) 예 형님! 예! 예! 알겠습니다.
장호, 어쩌지... 망설이다 걸음을 멈춘다.
장호 새임.
상진 (서서 돌아본다)
장호 테스트 담에 받겠심다...
상진 (빤히 보며) 뭐?
장호 제가..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서 지금 가봐야 될 꺼 같은데...
상진 (쓰레기 같은 놈...) 그래라 그럼. 급한데. 가야지.
장호 그라믄.. (돌아서려는)
상진 테스트.
장호 (본다)
상진 다음에 받으면 안!될!까!요! 이렇게 묻는 거야.
(눈빛 지지 않으며) 학생은…, 선생님한테….
장호 (빤히 본다. 피식...) 예.
상진 가봐.
장호, 푹 어깨 인사 후 가다가 다시 돌아선다.
장호 아 맞다. 범퍼 값은 놔두이소. 나중에 알라 꽈자나 사주이소.
씩 웃고 돌아서 가는 장호. 상진, 헐....
주차장 . 낮
상진, 주차장 쪽으로 걸어간다.
덕생 소리 이장호 학생 그냥 가데요?
상진, 돌아보면 덕생이 잔뜩 열이 받은 얼굴로 식식거리고 있다.
상진 (어쩌라고...) 막을 도리가 있나요. 급한 일이 있다는데.
덕생 (후... 한 번 참고) 차후 스께줄은 잡았지요 당연히?
상진 당연히 본인이 급하면 다시 연락 하겠죠.
덕생, 두 번 못 참고 뚜껑 열린다.
덕생 급한 건 가가 아이라 우리! 나! 여 김천예고 아인교!!!!!!
차에 타려는 상진을 말리는 덕생. 상진, 귀 따가워라.. 얼굴에 튄 덕생의 침 닦는다.
덕생 진짜 해도해도 넘 한 거 아입니까? 학교야 문을 닫든 말든!
나샘은 봉급만 타면 된다 이긴교!!
상진 (빤히 보다가 쿨하게) 저보고 지금. 사표라도 내란 말씀이세요?
쓰지 뭐. 거 뭐 어려운 일이라고.
(자기 차 앞에 쪼그리고 앉아 범퍼에 난 미세한 기스를 만지며...사투리)
문디 새끼들... 보험사기단이야 뭐야? 에이...
덕생 아! 진짜...
덕생, 한 대 칠 기세로 주위에 보는 이 있나 없나 빠르게 살피는가 싶더니,
와락 상진의 허리를 끌어안고 늘어진다.
덕생 혀엉~~!!!
상진 놔라 이거. 딱 놔!
덕생 못 놔. 안 놔~!!!
상진 간지러 이 그지야!!!
막창집 / 낮
덕생, 공손한 모습으로 숟가락으로 거품 내며 노련하게 소맥 말고 있다.
상진 (막창 뒤집으며) 해도 안 떨어졌는데 소맥은 말고 그러니.
덕생 (소맥잔의 거품을 숟가락으로 걷어내고) 학교를 말아 물 순 없잖아.
(두 손으로 상진에게 진상하듯 바치며) 자, 드이소.
상진, 소맥 시원하게 원샷. 빈 잔을 건네는데 덕생은 사이다를 마신다.
상진 넌 왜 사이다냐?
덕생 내 있지요. 큰 콩쿨에서 트로피 하나 받을 때까지. 술 끊었어예.
상진 (같잖은 듯) 평~생 술 끊어야겠다.
덕생 아, 진짜.. 학교 사정 좀 봐주이소. 전국 콩쿨에서 입상 해본 기
까마득합니데이. 입학생 줄어들어가 학교 문 닫게 생깄다 아임니까.
상진 그래서 조폭 데리고 예술적으로 상 타시게?
덕생 참 말투하고는... (급 젠체하는 모드) 형은 내맘 모른다. 노블레스 오블리쥬!
우리 아버지가 학교를 물려주신 그 순간!! 내는 사회적 책임감으로다가
불철주야 학교를... (상진 눈치 보며 다시 비굴모드) 그라까네 형이
장호 가 쫌!!!
상진 (말 자르며) 너 걔한테 협박당했냐?
덕생 아 진짜... 대학선배만 아니면....
상진 나 폐기물 처리반 아니다. 니가 직접 가르치던지.
덕생 나상진 선생님!
상진 왜 또 교장질이야~!(일어난다)
덕생 정말 이랄낍니까? 돌아가신 우리 아부지가 형 힘들 때 그래도 젤 애끼던
제자라꼬 일루 델꾸왔는데, 학교 문 닫으면 우째 생각하겠는교...
상진 (다시 앉는다) ...
상진, 복잡한 심정으로 소맥 한 잔을 마신다.
불협화음의 피아노 소리 쿵당쿵당 들려온다.
상진집 / 노을 녘
상진의 아들 지민이가 혼자서 피아노를 쿵당쿵당 치고 있고, 상진은 그 피아노
뒷벽에 팔을 넣고 끙끙거리며 바퀴벌레 약을 바르고 있다. 상진의 처 미선, 지켜보고 있다.
상진 (버럭) 그만 쳐 임마! 집중이 안되잖아!
지민 아직 세 번 더 쳐야 되는데.
지민, 좀 전과는 사뭇 다르게 얌전히 피아노를 콩당거린다.
미선 그래두 진우씨가 일부러 당신 학교까지 데리고 왔으이까, 함 잘 키아봐라.
상진 더러워서 안키울랍니다요. 저는.
미선 무섭나? 조폭이라카이까네.
상진 (고개 돌려 미선을 꼬나본다.)
지민 (순간... 장난으로 놀리듯) 바퀴벌레다~!
상진 (화들짝 놀라며) 어디? 어디? 어디?
난리법석을 떠는 상진을 한심하게 지켜보고 있는 미선과 지민.
김천예고 교문 / 다음날 아침
복장 불량한 아이들 집어내는 지도 주임 학주와 영어샘 소리 시끄럽다. 이미 잡힌 아이들 중에 교복을 아슬아슬하게 튜닝한 뚱뚱한 진주와 예쁘장한 숙희도 보인다. 영어샘, 진주에게
영어샘 교복이 자동차가 튜닝해싸케! 이래 타이트 해가 우예 걷노!
진주 잘 예.
영어샘 사람이 말이다. 예의라는 기 필요한기라. 정~ 이래 붙이가 입고 싶으면!
살이라도 빼서 입어야 되는 기 예인기라!
잡힌 아이들 쿡 웃는다. 숙희, 피식 웃으며 진주 옆에서 떨어져 선다. 진주 얼굴 울그락..
영어샘 니 살에 맞하가 버티는 교복도 안됐지마는. 이 모습을 보아야하는
우리 눈도! 안됐는기라... 알겠나?
진주 저 별로 안 뚱뚱한데요~!
영어샘 그건~ 너거 집 거울이 이상한기고~! 치마 끄댕이 잡아 내리래이!!
진주 (할 수 없이) 예....
학주, 숙희 머리 쳐다보며 다가와 선다.
학주 (숙희에게) 아침햇살에 빛나는 머리카락 색깔이 야시꾸리 하다이?
숙희 못먹고 댕기가 탈색된거라예.
학주 내기 할래!
숙희 (머리카락 하나 툭 뽑아) 국과수에 보내보시든가요.
학주 (이것 봐라) 야가, 리얼리티를 모르네. 한 올 갖꼬 되겠나?
한 뭉태기는 뽑아야지. (덥썩 머리채를 잡는다.)
숙희 아, 아.
그때 아이들 교문 밖으로 시선이 몰린다. 학주와 영어샘, 뭔가 싶어 그 시선을 따라간다.
에쿠스에서 조폭들 호위 받으며 내리는 장호 모습 보인다.
장호, 신발은 검은 구두에 가방도 없다. 교복 바지도 색깔만 엇비슷한 다른 기지바지.
숙희, 그런 장호의 모습을 눈여겨본다.
진주 자 아이가? 큰~놈 하나 전학 온다 카든데.
숙희 ... 봤나?
진주 (툭 치면서) 아! 그거 말고..
학주, 골치 아프다. 그냥 못 본 척 지나가길 바라며 슥 돌아서는데.
진주 자는 와 안 잡는데예?
학주 (곤란해서 쏘아보는데) ...
숙희 (대차게 장호를 부른다) 보소!!!
학주, 숙희를 말린다. 장호, 걸음 멈추고 이들을 본다. 학주, 주변의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주 (자신 없게) 학생... 이리 와 보세요..
장호, 학주 앞으로 다가오고, 학주는 떨고 있다.
주변의 벌서는 아이들과 교사도 이들에게 시선 고정. 학주, 주변인들 의식하며
학주 교복이... 이래 입으면.. 안 되는 데. 그죠?
장호 (대답 없이 쳐다만 본다) ....
학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 구두도...
장호 학생은 구두 신으면 안 됩니까?
학주 아.... (교무수첩 꺼내며) 그기 조사를 함 해봐야겠네. 하하... 하하하...
어이없는 아이들. 민망한 학주. 숙희,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장호를 바라본다. 경쾌한 음악 흐르기 시작한다.
몽타주
/ 연주실. 피아노, 바이올린... 등등, 연주 준비를 하고 있는 남자 고딩들.
남고딩1 조폭 근마 3년 꿇었다카데...
남고딩2 교복 안에 사시미 차고 댕긴다드라.
남고딩1 학주도 조용히 불리가 한방 먹었다카던데...
얼굴이 얼어붙는 남고딩들.
/ 발레 연습실. 거울 앞에서 다리들을 찢고 있는 발레복 차림의 여자 고딩들.
진주 온몸이 마, 칼라 문신으로 도배됐다카드라.
여고딩2 살림 채리가 얼라도 있다카던데.
듣고 있던 여고딩들, 허걱!...
/ 교사 전용화장실. 학생 사용 금지라고 적혀있다.
CUT TO. 남자화장실 안 ; 학주, 주임교사 등 여러 남선생들 일렬로 소변을 보고 있다.
다들 열중하는 표정들. 그때 장호 서슴없이 들어오더니 개의치 않고 소변기에 몸을 들이
민다. 끝에서 볼일 보던 학주, 저런 개... 하는 표정으로 장호를 바라본다. 그런 학주의 시선
무시하고 시원하게 제 볼일 보는 장호.
/ 수영장 : 물속에서 수영하고 있는 장호.
남자아이들은 장호가 무서워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서서 구경만 하고 있고,
그런 장호를 보려고 수영장 밖에 몰려든 여자아이들.
그때, 숙희와 진주가 나타난다.
진주 안 꺼지나? 눈깔을 확 뽑아뿌끼 전에!!
숙희 야들이 큰 거 확인하러 왔나...
교실 / 낮
쉬는 시간...신나게 돌아다니던 학생들.
한 한생의 동선을 따르던 카메라. 유독 자고 있는 학생 옆을 지날 때만 조심스럽다.
자고 있는 사람은 장호...
이때 장호 앞자리에 앉아 있는 남학생을 툭툭 건드리는 누군가의 손.
눈치 보며 일어나는 앞자리 학생. 그리고 장호를 향해 거꾸로 앉는 학생은 숙희.
턱을 괴고 앉아 빤히 쳐다보다가,
숙희 (장호머리 만지며) 머리카락 색깔이 야시꾸리하네.
장호 (벌떡 고개 들었다가) ...뭐꼬?
장호 얼굴엔 책상 낙서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숙희 니 미용실 어디 다니노?
장호 (대꾸하기도 귀찮다는 듯 다시 눕는다)
숙희 (손가락으로 다시 쿡쿡 찌르며) 어이. 미용실 어디냐고?
장호 (슥 일어나 숙희 빤히 보다) 자자 쫌.. (다시 눕는다)
숙희 (장호 냄새 맡으며) 냄새 좋은데 샴푸 뭐쓰노...?
이때, 교실로 민기가 똘마니들 데리고 등장.
민기, 장호 보고 있는 숙희 곁으로 슬렁슬렁.
민기 와 그라노?
숙희 하 참, 전학생이 대화의 창을 열었는데 대꾸가 없네...
민기 (가소롭다는 듯) 그래?! 일진을 뭘로 보고... 간띠가 붓나... (겁 없이 장호의
등짝을 쿡쿡) 야야... 일나봐라 야야... 어디 쌍판이라도 함 보자.
하며 얼굴 들이미는데, 장호 불쑥 일어선다. 순간. 퍽.
민기,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다 얼굴을 파묻고 끙끙거린다.
고개 드니 쌍코피 주르륵.
숙희 어! 피....
장호 (천연덕스럽게) 어? 니… 피 나나?
장호, 민기에게 걱정하듯이 다가간다.
민기 (뒷걸음질 치며) 피 아이다. 설정이다. 쉐끼야!
장호 어? 진짜 피나네? 함 보자. 어? 마이 나네?
이때 수업종이 울린다.
민기 (도망가며) 수업종이 니 살린 줄 알아라. 이 쉐끼야!
상진 소리 (장호 뒤통수를 한 대 치며) 아예 학교를 피로 도색을 하세요.
장호 돌아보면, 뒤에 와 있는 상진.
상진 여기가 폭력교실이냐?
장호 그기 아이고... 자들이 먼저..
상진 (말 끊으며) 됐다! (억울한 표정의 장호 보며) 왜 나도 칠래?
장호 ...
상진, 뒤돌아선다. 장호는 부글부글...
상진 아 맞다!
다시 돌아서서 장호 앞으로 와서는 장호 손 턱 잡아 펴 손바닥에 뭔가 쥐어주며
상진 범퍼 값.
장호, 손바닥 펴본다. 만리장성 중국집 할인스티커 한 장.
장호 (어이없는 얼굴로) 이기 뭔데요?
상진 범퍼에 붙여놓고 시켜먹어. 30% 할인 쿠폰이다.
휑 돌아서 가버리는 상진. 헐.... 어이상실 장호.
그런 장호를 호기심 어리게 바라보는 숙희.
매점 / 낮
먹을 거 고르고 있는 숙희.
장호 소리 (매점 아줌마에게) 술 깨는 약 없는교?
숙희 돌아보면, 장호다. 숙희, 콜라캔 하나 턱 올려주며
숙희 내는 야로 푸는데.
장호, 뭐꼬.. 한번 보면,
숙희 (매점 아줌마에게 천 원짜리 한 장 내밀며) 부담 갖지 말고.
환영의 의미로 받아라.
장호와 숙희, 잠시 서로 빤히 쳐다본다.
장호, 지갑을 열어 그 위에 만 원짜리 한 장 턱 올려놓고 돌아서 간다.
숙희 (만 원짜리 지폐 들고 싱긋) 잘 쓸게!
장호 돌아보지도 않고 꺼지라는 듯 손 한번 휙 들어본다.
대레슨실 / 낮
중기, 어설프게 [남몰래 흐르는 눈물] 부르고 있고, 상진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도 치지 않고 한심한 얼굴로 턱을 괴고 있다. 성악반 아이들 속의 장호,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혼자 앉아있다.
숙희, 사랑스럽다는 듯 장호를 바라보고... 그런 숙희를 한심한 듯 바라보는 진주.
상진, 피아노 건반을 하나 탁 친다. 정확하게 땡! 소리다. 노래를 멈추는 중기.
상진 이 노래 슬픈 거거든? 그럼 어떻게 불러야 돼?
중기 슬프게요.
상진 근데 넌 하나도 안 슬퍼. 넌 인생이 안 슬프니?
중기 예. 안 슬픈데요?
상진, 한숨을 푹 쉬고 잠깐 창밖을 보더니. 갑자기.
상진 아버지 승진 하셨지?
중기 예.
상진 레슨 좀 받아라. 학원 하나 소개 시켜 줘?
중기 학교에서 레슨 받잖아요...
상진 중기야.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듯) 수능 만점 받은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만 충실했습니다 하는 말.... 그거 사실이라고 생각하니?
중기 (갸우뚱..) 예...
장호, 피식... 저런 게 선생이라고..
상진 다음.
장호, 이제는 자기 차례라 여기며 반 쯤 일어나려고 하고
숙희는 뒤에서 장호 의자 샥 빼주는데.
상진 (장호 무시하고) 민석이!
민석이라는 학생 장호 눈치 보며 일어난다. 장호, 이런 젠장. 상진, 장호 신경도 안 쓴다.
후문 벤치 / 낮
/ 후문 벤치. 오토바이 소리, 배달청년 짜증 난 얼굴로 스탠드 한구석에 혼자 앉아있는
상진에게 자장면 한 그릇을 성의 없이 내려놓는다.
상진 쿠폰은 가져 왔냐?
배달청년 (속으로만 썅...) 아뇨....
상진 단골한테 오면서 쿠폰을 빼먹는 게 말이나 되니?
장인정신을 가지고 배달을 해야지.
배달청년 (또 잔소리라는 표정으로 시큰둥하게) 예에.
/ 후문 벤치. 상진, 자장면 비비다 무심코 시선 돌리면, 어? 반대편 벤치, 장호 앞에 끽! 멈춰
서는 배달청년. 신속하게 자장면을 내려놓는다.
익숙하게 자장면 그릇 비닐 랩을 뜯고 나무젓가락 쫙 뽀개는 장호.
그 광경을 한심하다는 듯 보고 있는 상진.
상진 전따네 전따... 전교왕따... (아휴 쉐끼야..)
상진, 홱 고개를 돌려버리면, 이번엔 장호가 상진 발견.
/ 반대편. 장호, 자장면 먹으면서 비웃는다.
장호 요즘엔 선생도 왕따가 있나... 쯧쯧..
(고개 설레설레) 아이고 따야..
CUT TO. 후문 벤치 양쪽에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각자 자장면 먹는 두 사람 전경으로
잡힌다.
아이들 소리 핸즈 오프!
교실 / 낮
영어수업이 한창이다. 영어 선생, 칠판에 필기하고 돌아서면.
빈자리 하나 보이고, 복도 쪽 유리창으로 복도에서 통화하는 장호가 보인다.
창문 밖에 시선은 가있으나 계속 수업하는 영어선생.
영어샘 간섭 안한다, 상관 안 할끼다. 핸즈 오프.
아이들 핸즈 오프.
영어샘 온 디스 프로젝트 아일 비 핸즈 오프.
아이들 온 디스 프로젝트 아일 비 핸즈 오프.
영어샘 내는 이 프로젝트에서 손 뗄란다.
그때,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호.
장호와 눈 마주치는 영어선생.
영어샘 통화는 다 했나?
아이들 (반사적으로) 통화는 다 했나?
장호 (뻔뻔) 아뇨. 복도는 전화가 잘 안 터지네요?
아이들, 그제야 뒤돌아본다
영어샘 (아 대가리야..) 뭐라꼬?
영어선생, 화를 참고 다시 수업을 하려는데, 웃기는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영어샘 (히스테리) 또 누꼬!!!
아이들 두리번거리다 모여지는 시선의 끝은 장호다.
장호 (갸웃 하며) 교실이 더 잘 터지는 구나.
(나가며 전화 받는) 예 형님. 예.. 곧 가겠습니다.
영어샘 (황당하면서도 분해서 울컥) 야!!!
교정 / 낮
에쿠스 후진해서 정차하면 장호 올라타고 차 출발한다.
건물을 나오려던 상진과 부딪힐 뻔. 허걱~ 하는 상진, 뒷좌석에 올라있는 장호 모습을 본다.
교정을 빠져나가는 장호를 태운 자동차를 바라보는 짜증난 표정의 상진 모습 보인다.
룸살롱 / 밤
룸에서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며 즐거운 듯 왁자지껄한 개털, 왕눈이, 두부.
그 옆의 장호 소파에 널브러져 있다.
웨이터 (다급하게 달려 들어오며) 형님!
장호 (멈칫) ...?
CUT TO. 룸. 술 취해 웃통 벗고 난리치는 손님. 장호가 룸으로 들어온다.
진상손님 (혀가 꼬여서) 내가. (빈 술병 들고) 병 띠끼를 딱 여는 순간에!
미세한 수돗물 냄새가 팍 올라오는 기라!
이것들이 어디 술에다 수돗물을 타가지고.. 컥..
(핸드폰 폴더 열며) 내 진짜 신고한다? 후회없제??
장호 이 사람이...(핸드폰 쥔 손님의 손목을 낚아채는데)
진상손님 (엄살) 이 새끼들이 사람을 치네~~! 으아아~!
하고 지 힘으로 발랑 넘어진다. 어? 이거 뭐야 하고 바라보는 장호.
이 진상손님... 혼자서 난리를 피우며 엄살을 부린다.
교무실 / 다음날 노을 녘
아무도 없는 교무실. 상진, 핸드폰으로 침 튀며 통화 중이다.
상진 이진우! 학교가 업소야? 그런 깡패 쉐끼 꽂아 넣게!
내가.. (점점 흥분) 내가 똥으로 보여?!
내가 그 놈한테 칼이라도 맞으면 니가 책임 질 거야!!
넌 장례식도 오지 마, 개쉐꺄! 조의금도 내지마!!
이때, 교무실 전화기 요란스럽게 울린다.
진우소리 형 , 그게 아이구요...
상진 전화 왔거든! 끊지마 너!!
(완전 정중모드로 돌변하여 나긋나긋) 예, 김천예곱니다~. (화들짝) 예??!!!
경찰서 / 밤
경찰서로 들어오는 상진.
형사 책상 앞에 앉아있는 장호의 모습이 한심하게 보인다.
CUT TO. 형사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상진과 장호.
형사 (컴퓨터에 입력되는 글자 읽듯) 이장호. 김천예고 학생.
(장호 보고 비아냥) 학교 다니랴, 업소 관리하랴 마이 바쁘것네
장호, 욱 하고 올라오는데 꾹 참는다. 상진은 얼굴이 벌게져 화가 단단히 난 얼굴이다.
형사 (상진 힐끗 보고) 참 훈훈합니다. 훈방..
상진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겨우) 수고가 많으십니다...
형사 저도 저지만. 참 수고 많으시네예. 진짜..
(상진 빤히 보며) 요즘 성악은 개나 소나 다 하는 모양이네예.
상진 (부글부글)...
장호를 노려보는 상진.
경찰서 앞 / 밤
상진, 화가 나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장호는 상진의 눈치를 보며 뒤따라 나온다.
장호 식사는 하셨습니까?
상진 (뒤돌아서 쏘아본다.) ...
장호 (미안한 얼굴) 근처에 국밥집 쥑이는 데 있는데...
상진 (계속 쏘아보다) ... 요즘엔 조폭도 학교 졸업장 있어야 시켜주니?
장호 졸업장 딸라고 학교 댕기는 거 아입니다.
상진 뭔데 그럼?
장호 …노래하는 기 좋습니다.
상진 (기가 차서 웃는다) 허...
장호 내 노래 안 들어봤다 아입니꺼.
상진 (개무시하는 눈빛) 이 나이쯤 되면 말야. 안 찍어 먹어봐도 똥인지 된장인지 다 알거든.
장호 (완강한) 내 똥! 아입니다!!
날카로운 두 사람의 눈빛, 팽팽하다.
상진집 / 밤
피아노 레슨실. 상진은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두고 보자는 얼굴. 장호, 목을 푸는 건지, 몸을 푸는 건지. 약간의 고개 짓, 약간의 어깨놀림. 미선, 음료수 두 병 쟁반에 담아 살짝 들어온다.
미선 마이 덥지예. (장호에게 한 잔 건네며) 시원하게 한 잔 드이소.
장호 아, 네.
미선 잘 생깄네~. 암말 안하면 조폭인 줄 모르겠다!
장호 예?
지민 엄마! 근데 조폭이 뭐야?
미선 응. 조폭이라는 거는 조직...
상진 그만 나가지~~!!
상진, 미선과 지민을 밀어붙이듯 밖으로 내보낸다. 문 쾅!
그 사이 장호, 음료수 원샷 하고, 올라오는 트림을 조용히 끅..
상진 뭐 할래?
장호 반주 다 됩니까?
상진 (이런.. 욱... 참는다) 제목.
장호 ....... 별은 빛나건만.
상진 (듣자마자 깔깔거리고 웃는다) 니가?
장호 안됩니까?
상진 할 만한 거 하지?
장호 이기 좋은데예.
상진 (한참 보다가) 그래 그럼.
상진, 피아노 건반을 본다. 기선제압 하듯 화려하게 전주 들어간다.
장호 죄송한데... 시작하는 데만 쫌...
상진, 다시 잔잔한 전주 들어간다.
장호의 소리가 묵직하게 밀고 들어온다. 생각보다 훌륭한 장호 소리.
상진, 아주 작게 고개 갸웃... 눈빛이 좀 흔들린다. 장호, 온 몸으로 노래한다.
믿을 수 없는 가창력. 정돈된 호흡. 아직 풍부한 표정이나 표현은 아니지만 대단한 실력이다.
CUT TO. 문밖. 쟁반을 들고 입을 떡 벌리고 서 있는 미선. 지민, 우와 하는 얼굴.
CUT TO. 다시 레슨실 안. 건반을 누르는 상진의 손가락도 음악을 타고 흐르듯..
상진, 이 목소리가 정말인가... 믿을 수 없으면서도 그 소리에 점점 빨려 들어간다.
피아노에 웅크리듯 앉아 반주를 넣는 상진. 장호, 멋지게 완창하고 눈을 뜬다.
상진, 건반에서 조용히 손을 거둔다. 두 사람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한다. 머쓱한 장호는 손만 매만지고 있다. 상진, 일어나 레슨실을 빠져 나간다. 장호, 거 보라는 빤질거리는 얼굴.
장호 똥똥 캐쌌트이.... (피식 웃는다)
룸살롱 홀 / 밤
창수, 장부 보고 있다. 장호, 들어와서 옆자리에 앉는다.
창수 니... 경찰서 갔다왔다매?
장호 뭐 별 일 아입니더.
창수 (농담) 학교서 손들고 벌 좀 섰나?
장호 (배 만지며 자신만만하게) 벌은 무슨... 그 양반 지금쯤
머리가 마~이 복잡시릴 겁니더.
창수 에라이 문디 자슥아... (웃고 만다)
이때, 보스가 들어오고, 창수와 장호, 벌떡 일어나 인사한다.
보스 별일 없제?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 하자.
노래방 / 밤
장호와 조폭들 한창 회식 중이다. 창수, 보스에게 술 따르고 있다.
보스 (장호 보며) 장호야! 노래 한곡 해라.
장호 (일어서며) 예 형님!
개털 (눈치 보며) 선구자...
장호 (눈 감고 절레절레. 눈 지긋이 뜨며, 번호도 외웠다) 37842!
개털, 갸우뚱 누르면, 카라 <미스터>! 조폭들 미친 듯이 환호!!
장호 (장중한 테너 소리) 나난나나 나나~ 나난나나 나나~~
헤이~ 거기 거기 미스터!! 여길 봐요~ 미스터어어~~~!!
조폭들 와이셔츠 묶어 배꼽티 만들고 일렬횡대. 현란하게 골반 돌리며 카라 춤추며
쌩 난리 부르스. 장호 능청스럽게 열창이고, 보스와 창수는 웃느라 정신이 없다. 잘~논다!!
상진의 집 / 밤
식사 중인 상진. 상진은 별 일 없었다는 얼굴이다. 미선은 반찬을 식탁에 올리며
상진의 상태를 가늠 중. 지민은 상진의 핸드폰으로 문자 보내며 밥을 먹는다.
상진 핸드폰 치워.
지민 (말도 잘 듣는다) 응.
미선 (상진 눈치 보며) 노래 엄청 잘 하데.. 물건이다. 그자?
상진 (밥 먹으며 못 들은 척)...
미선 사람이 쪼짠쿠로. 인정할 건 인정 하고 살자 쫌.
상진 (입에 밥 가득한 채로) 밥 좀 먹자. 밥 좀.
미선 지금 먹고 있잖아?
상진 (노려본다) ...
지민 (달걀말이 접시 앞으로 당기며) 조폭 성악가. 개쩔어.
상진 말투 봐라..(그 접시 확 끌어당기며) 너만 입이야!
상진, 먹던 숟가락으로 지민이 머리를 콩 때리고,
더 복잡한 얼굴로 달걀말이 먹는다.
학교 식당 / 다음날 낮
상진, 식판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다.
그 앞에 놓이는 식판, 누군가 보면 덕생이다. 나상진 갑자기 체기가 도는 거 같다.
덕생 누가 보면 나샘은 승질 드러버 가 친구도 없는 사람인 줄 알겠습니다.
여럿이 식사하면 소화도 잘되고 좋다카든데.
상진 전 2인 이상 식사 시 늘 체합니다. 그럼 저는 먼저...
덕생 (식사하며) 장호는 며칠째 등교를 안 하네요?
반쯤 일어나던 상진, 이 부분에서 사르륵 다시 앉는다.
덕생 (계속 식사하며) 통화는?
상진 아직... 제가 좀 바빠서...
덕생 선생이 학생일 말고 바쁠기 뭐가 있노...
상진 (식판 들고 조용히 일어나며) 통화 해 보겠습니다. 천천히 잡수..
덕생 똥 매린 강아지도 아이고 앉았다 일났다... 다리 알베기겠습니더.
상진, 포기하고 앉는다. 눈빛은 잡아먹을 듯 서슬 퍼런 선배의 눈!
덕생, 식탁에 메모지 한 장 내민다. 상진, 이건 또 뭐지...
덕생 이장호 학생 사는 집 주손데... 나샘 집이랑 마이 안 멀데요?
상진 ??
덕생 (능글능글) 대구서 여 올 때 같이 태우고 오믄 안 심심하고 좋잖아요.
상진 (아 미치겠네... 작은 소리로) 장덕생이 교장 선생님아!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 줄 아냐? 걘 싹수가 노란 놈이야......
그리고 숙성될 시간이 필요한 거 몰라?
덕생 아가 뭐 된장입니꺼? 숙성시키게... (주위 살피며 애원조로) 선배님요!
따악 한 번! 딱 한 번만 노래 들어보이소.
이 때, 학주와 영어샘이 인사하고 지나간다.
덕생 (급 표정 바뀌며, 크게 주위사람 들으라는 듯이) 나샘! 이제 학교를 위해
이바지 쫌 해야지요. 누군 흙 퍼다 재단 꾸리 가는 줄 아나 말이지요.
내 지켜볼낍니더!!
상진, 부글부글... 덕생은 즐긴다.
덕생 (위엄있게) 바쁜데 먼저 일나이소. 체기 있으면 교장실로 오세요.
손가락 확! 따뿌게!!
상진, 돌아버리겠으나 참고 일어나 간다.
덕생은 웃는다.
상진집 / 새벽
상진과 미선이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다.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상진 더듬더듬 알람 끈다. 상진의 얼굴이 정말이지 짜증나 환장하겠다는 얼굴이다.
이를 악물고 일어나는 상진. 침대 아래로 발을 내딛는데 화들짝 놀란다.
보면, 상진의 아들 지민, 쿨쿨 자고 있다.
상진 넌 또 왜 여서 자?
발로 툭 차니, 지민 알아서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간다.
장호 오피스텔 앞 / 이른 아침
708호... 상진,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초인종 밑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함부로 누르면 죽는다’라고 쓰여 있다.
어이없어 잠시 주저하다가 할 수 없이 문 두드린다.
그러나 전혀 기척 없고. 문 마구 두드리는데 스르륵 문이 그냥 열린다.
좀 버름한 상진. 안으로 들어간다.
장호 오피스텔 안 / 이른 아침
장호의 방 상황. 가관이다.
장호는 엎드려 자고 있다. 장호 곁으로 조폭으로 보이는 세 놈이 팬티 바람으로 자고 있다.
한 놈, 팬티 안에 손 찔러 넣고 자고 있다.
치킨 먹던 상자, 피자 상자, 컵라면... 맥주 캔... 야단이다.
상진, 한심하지만 일단 장호를 깨운다.
상진 야. 야 이장호. 일어나.
장호는 눈도 채 뜨지 못하고 있는데 옆에서 자던 개털이 빛의 속도로 일어난다.
개털 너 뭐야 쉐끼야!!! (생각났다) 어... 범퍼!
(다급하게 장호를 깨우며) 형님! 형님!
그제야 부스스 눈 뜨는 장호. 뒤따라 왕눈이도 잠이 확 깨서 상진을 경계하며 방어 자세.
장호 어! 샘... (일단은 인사) 안녕하십니꺼?
왕눈이 (개털에게) 야! 야! 행님 샘.
개털 아~.
조폭들 (어깨 인사) 샘 안녕하십니꺼?
상진 (한숨 푹... 애써 참으며) 가자!
장호 어디요?
상진 학교!
오피스텔 앞 / 이른 아침
상진, 운전석에 올라타려는데, 개털, 왕눈이, 두부 부리나케 달려와 차 뒷문 열어주고,
장호, 무의식적으로 뒷좌석에 탄다. 상진 그 상황이 짜증나지만 그냥 출발한다.
CUT TO. 아침 안개 자욱한 들판. 그 국도 위를 달리는 상진의 차.
교무실 / 낮
상진, 커피 마시며 클래식 잡지 본다. 양면에 크게 기사가 났다.
상진 또래의 남자가 턱시도를 입고 폼 잡고 있다.
[경상도 시골아이에서 카네기 홀의 주인공으로. 이경찬 교수]
상진, 기분이 나쁜지 잡지를 팍 덮는다.
영어샘 소리 나샘. 전화 왔는데예?
상진 (본다)
영어샘 대구콩쿨이라꼬... 음악과장샘 찾는데예.
상진 (전화 당겨 받는다) 예 나상진입니다. 예... 예?
그럴 리가 없는데... 이번 콩쿨은 준비를 못했는데요...
예? 이장호요? (으..... 감 잡고 얼굴 일그러지는)
유기농 텃밭 / 낮
텃밭 앞에 서있는 팻말이 보이고 그 뒤로 씩씩거리며 걸어오는 상진이 있다.
텃밭엔 아줌마 썬캡을 쓰고 잡초를 뽑고 있는 아줌마 한 분, 슬금슬금 입구에서 먼 쪽으로 움직인다. 텃밭 앞에 선 상진, 소리친다.
상진 니 거기 안서나?!
멈추는 아줌마, 뒤돌아보면 덕생이다. 덕생, 태연하게 상진 쪽으로 걸음 옮긴다.
상진 니가 그 노마 추천서 써줬지?!
덕생 (딴청) 에고고고.. 허리야이.. 척추에 물이 다 빠짔나.. 와이리 뻑뻑~하노.
상진 야!!!
덕생 아~! 대구 콩쿨 말입니꺼?
상진 음악과장은 허수아비야? 어떻게 나도 모르게…. (하는데)
덕생 하하하~!! 낸 또 허수아빈 줄 알고.. 아이구나? 장호 본선 갔나보네요.
상진 너 진짜….
덕생 (장갑으로 바지 탁탁 털며) 상다린 내 펴놨으니까 함 잘 차리보소!
(능글) 욕보소 선배님~~!!
덕생, 실실 웃으며 가버리고 상진은 약 올라 뒷골이 땡긴다.
대레슨실 / 낮
성악부 숙희, 진주와 아이들. 장호는 목을 풀며 자신만만한 얼굴. 음..음... 목도 풀어보고.
상진, 고갯짓 하면, 진주, [송어] 첫 소절 들어간다.
노래 멈추게 하는 상진.
상진 다시.
진주, 노래 부른다. 또 노래 멈추게 하는 상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진주의 얼굴.
상진 이 노래 제목...?
진주 네...? 송어...
상진 근데... 그렇게 불러?
진주 그라문 어캐 불러야 되는데예?
상진 (물끄러미 보다가) 최대한 송어스럽게. 다시.
답답해 죽겠는 진주의 얼굴. 그것도 못하냐는 듯이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장호.
그런 장호가 거슬리는 상진.
CUT TO. 숙희, [금지된 곡]이라는 노래 부른다. 상진, 노래 멈추게 한다.
상진 숙희야! 소리에 빛깔이 없잖아!
숙희 (본인도 답답) 샘.
상진 ...?
숙희 근데 빛깔이 뭔데예?
상진, 말문이 막힌다. 빛깔이라... 숙희를 한참 쳐다본다. 애들 꿀꺽. 넌 뒤졌다는 눈빛들...
상진, 천천히 숙희 옆으로 다가오더니
상진 에라이 빛깔 없는 놈아!
장호, 아예 숙희 레슨 끝나기도 전에 일어나 바지 주름 피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호기 있게 앞으로 나가려는 찰나,
상진 (장호를 쳐다보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장호 (벙 찐 표정으로) ... (엥?)
실외 복도 / 낮
아이들 사이를 쿵쿵쿵 쫓아오는 장호.
장호 (씩씩대며) 샘! 매번 내를 빼는 이유가 뭡니까?
상진 (드라이한 눈빛으로) 다른 애들은 갈 길이 바빠.
걔들 가르치기도 시간 모자라. 됐니?
장호 (비꼬는) 시간이 모자른 기 아이라 성의가 모자란 거 아입니까.
상진 뭐?
장호 안 가르차줄라믄 뭐 하러 저 데리러왔는데요?
상진 교장 선생님이 부탁해서. 됐냐?
장호 (어이가 없어) 정말 안 가르차줄겁니까?
상진 니가 선생이라면 깡패 가르치고 싶겠냐?
장호 근데 와 말끝마다 깡패 깡패 하심니까?
상진 (비꼬며) 너 깡패잖어. 아냐?
장호 (째려보며) 깡패는 노래하면 안 됩니꺼?
상진 (무시하는 눈빛) 클래식이 뽕짝이냐?
개나 소나 취미로 하는 게 클래식이냐고.
장호 취미로 하는 거 아임니다. 그리고 클래식 하는 인간은 따로 있다 말입니까!
내 이런 개취급 받으면서는 안 배울랍니더.
상진 그래~ 넌 그냥 하던 거 해. (비꼬며) 노래하는 건달. 폼 나잖아. 난 파~랗게
잘~ 자랄 놈들한테만 거름 줄란다. (냉정하게 돌아선다)
장호 (멀어지는 상진 뒤에다 대고) 내가 무슨 밭때기 채솝니꺼? 거름 묵게?
(성질나 뒤돌아서며) 세상에 지 말고 선생 없나? 쌔고 쌔삣릿다.
씨바... 진짜 더럽구로... 거름이 뭐꼬?!
레슨실 / 오후
장호, 심란한 표정으로 콩쿨 준비곡 들으며 앉아있다.
문이 열리고, 숙희가 장어도시락 들고 들어와 피아노 위에 올려준다.
피아노에 기대서서 실실 웃는 숙희. 이게 뭐냐는 듯 올려다보는 장호.
숙희 장어 덮밥이다. 이기 뭐에 좋은지 알제?
장호 내 장어 알레르기 있다.
숙희 부끄럽나? 부끄러버서 거짓말하는 거 다 안다!
장호 (어이없어) 뭐?
숙희 와 더듬거리노?
장호 내가 언제?
숙희 또 더듬네?
장호 좋은 말 할 때 나가라!
숙희 둘이 같이 있으이까 쫌 떨리나?
장호 안 꺼지나?
숙희 갈빗집 숯불이가? 꺼지게?
장호 맞고 꺼질래?
숙희 박력 좋고.. 노래도 잘하고.. 니 내 어떻노?
장호 (당황...) 뭐, 뭐, 뭐?
숙희 또 더듬네?
장호 이기 진짜...
숙희 이장호의 히스토리가 와 이리 궁금할꼬 내는.
(장호 엉덩이를 툭툭 치며) 욕봐래이~! (휙 가버린다)
장호 (순간 멈칫하고는) 저기저기 미친 거 아이가?
CUT TO. 숙직실 시계 밤 11시 25분 가리키고, [당직일지]를 쓰고 있는 상진.
그때 노래 소리가 들린다. 상진 이 시간에 누구지? 하며 레슨실로 가까이 가보면,
장호, 그 늦은 시간까지 이어폰 귀에 꽂고 [대구콩쿨 곡]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그때, 전화를 받는 장호.
장호 예, 형님. 예.. 예.. 바로 가겠습니더.
장호, 전화 끊고도 가지 않고 다시 노래 연습에 열중한다.
이런 장호 의외의 모습에 놀라는 상진.
CUT TO. 다음날 새벽. 상진, 교실 순찰을 도는 중. 레슨실 앞이다. 안에 뭔가 보인다.
가던 길 멈추고 보면, 레슨실 안 장호, 밤을 새웠는지 엎드려 자고 있다.
한글 발음이 적힌 악보를 손에 쥔 채 곯아떨어진 아이처럼 순수한 장호의 모습을 보는 복잡한 표정의 상진.
장호 오피스텔 안 / 밤
헤드셋 목에 걸고 한글로 써놓은 이태리어 가사 쪽지 보며 라면 먹는 장호.
헤드셋에선 지정곡 음악이 계속 나오고 있다.
개털, 왕눈이, 두부는 장롱 문을 열어놓고 의상 분석 중이다. 두부, 검은 양복 꺼내 들고
두부 테레비 보니까 주로 깜장을 마이 입더라고요.
장호, 라면 씹으며 고개만 끄덕끄덕...
왕눈이, 은갈치 양복 꺼내 보인다.
왕눈이 간지 나게 이걸로 하이소!
개털 (주머니에서 나비넥타이 삭 꺼내며) 넥타이는 요고!
장호 뭔데?
개털 가게 웨이터 모가지에서 빼왔습니다. 괴얀치예?
장호 (숟가락 던진다) 에라 자슥아~~!
숟가락 피하고 넥타이 서둘러 주머니로 다시 넣는 개털.
개털 (억울하다) 형님 좋아하는 빠마로틴가 그 할배도 이 나비넥타이
맨다 아입니까...
장호 (답답하다) 몇 번을 말해야 되노... 빠마로티가 아니라 파파로티!!
좀 외아라 인마야!
입을 삐죽이는 개털. 자기 목에 나비넥타이 매어버린다.
왕눈이 근데요. 형님은 노래를 어데서 배운 것도 아인데, 우예 그래 잘합니꺼?
장호 (이빨에 낀 라면 빼먹으며 거만하게) 배운다고 되나? 타고 난기지.
청명한 소년의 미성이 들려온다.
저수지 / 낮 (장호 회상)
[대구 동원교회 야유회] 플랜카드 보인다.
어린 장호(중학생 아역), 구성지고 깔끔하게 마지막 소절을 부르자,
우레와 같은 박수 쏟아진다. 장호 할머니는 더 좋아서 박수를 친다.
CUT TO. 시상식. 어린 장호, 화장품 세트, CD플레이어와 CD 받는다.
할머니 좋아라 박수친다.
CUT TO. 할머니 화장품을 열어 살짝 찍어 바르고 있고, 그 뒤로 장호 CD 꺼내서
플레이어에 넣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아베 마리아] 흐른다.
장호 점점 매료된다. 멍하게 멀리 바라본다. 가만히 펼쳐지는 고즈넉한 호수, 해질녘 풍경.
CUT TO. [아베 마리아] 계속 이어지며 이제 장호 단칸방이다. 밤이다. 할머니는 한쪽에서 웅크리고 주무시고... 앉은뱅이책상에 턱을 괴고 돌아앉아 넋을 잃고 음악을 듣고 있는 장호.
장호의 그 얼굴... 그 눈빛... 이미 무엇인가에 완전히 빠져 들어있다. 가만히 눈을 감는 장호. F.O
현재 / 대기실 / 낮
F.I 되면 가만히 눈을 뜨는 은갈치 양복차림의 장호. 카메라 빠지면, 긴장한 얼굴의 학생들.
그 곁에서 옷매무새를 챙겨 주고 물을 따라 주고, 세심하게 챙기는 학부모들.
장호, 혼자 동떨어져있다. 자신의 복장이 좀 신경 쓰인다.
이때 대기실로 들어오는 개털, 왕눈이, 두부. 지들도 구색 맞춘다고 양복에 나비넥타이
종류별로. 사람들 수군거리며 쳐다본다.
개털 (스텐 냉면 그릇 내밀며) 어머니의 마음입니더. 행님!
스텐 냉면 그릇엔 노른자가 열개는 된다.
장호 유기농이가?
왕눈이 하모요!
장호 (쭉 들이키는)
조폭들 (박수치며) 나이스 드링크~!!
대구콩쿨장 / 낮
장호가 무대에 오른다. 무대 뒤에 절도 있는 박수 세 번 보내는 똘마니들. 덕분에 분위기 묘해진다. 심사위원들 장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서로 귓속말을 한다. 장호의 복장을 위아래로 노골적으로 훑는 심사위원도 있다. 장호, 마이크 앞에 선다.
장호 아. 아아..
심사위원들 (기가 막힌 얼굴들) ....
장호 (마이크에 바짝 서서) 시작해도 될까..
순간, 마이크에 너무 가까이 서서 삐익~~!! 날카로운 소음이.
당황한 장호, 툭툭! 후후~ 마이크 테스트... 심사위원들 인상 쓴다.
진행요원 장호에게 좀 뒤로 서라고 짜증난 얼굴로 모션.
장호, 얼른 좀 뒤로 선다.
CUT TO. 텅 빈 공연장. 아무도 없는 곳에 장호가 앉아있다.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속상하고 분한 눈빛.... 앞 의자를 주먹으로 쿵쿵 치며 화를 삭혀내느라 애를 쓰는 장호.
뒷문에 서서 조용히 장호를 바라보는 상진...
회상 / 이태리 오페라 극장 / 낮
침통한 표정의 상진, 단장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상진 (이탈리아어) 제발 하게 해 주세요.. 할 수 있다고요!!
단장 주인공으로서 자네 실력은 다들 인정해. 하지만 노래하면 안된다잖아..
(안타깝다) 더 늦기 전에 성대수술부터 받게.
상진 (파르르 떨리는) ...
단장은 상진의 어깨를 한번 잡아주고 자리를 뜬다.
상진, 상실감과 분노로 앞 의자를 주먹으로 쿵쿵 친다.
상진집 / 다음날 아침
거실에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흐른다. 상진, 화분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있다.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방에서 나온 지민. 부스스한 눈. 오디오를 만진다.
바흐의 음악은 간데없고, 말랑말랑한 카라의 노래 온 거실에 울려 퍼진다.
파자마 바람에 씩 웃는 지민.
상진 눈 뜨자마자 맞으면 더 서럽데이.
지민 아빠만 귀 있나. 나도 있다.
상진 (욱...) 너 누구 돈으로 먹고 싸고 공부해?
지민 아빠 돈.
상진 어쩔래?
지민 (간단하다) 끌께.
상진, 지민이 웃긴다. 지민, 바흐 협주곡으로 다시 바꾸고.
욕실에서 편한 차림으로 나오는 미선. 나오자마자 헤어드라이기로 머리 말리기 시작한다.
미선 당신 오늘 동창모임 있다믄서?
상진 .... (분무기를 멈춘다.)
미선 교장샘한테 전화 왔드라.. 당신 꼭 보내라꼬.
상진 (다시 신경질적으로 분무질) 그 자식은 남의 마누라한테 왜 전화질이야?
미선 (드라이기 멈추며) 인자 그런 데 나가서 사람들도 쫌 만나고 그캐라.
뭐 죄진 것도 없는데 그리 피해다니노?
좀 울적해하는 미선.
상진 괜히 마음이 안 좋다.
한식집 / 밤
다섯 명 정도의 남자들과 상진이 섞여서 식사를 하고 있다. 덕생의 맞은편에 앉은 상진,
신문 기사에서 본 이경찬 교수도 있다. 이제부터 벌어지는 이 술자리 말투나 행동은
상진을 제외하고 성악가 출신 그룹 특유의 ‘젠체 뉘앙스’가 다분하다.
덕생 오우음... 이딸~리아로 가신다고요, 선배?
경찬 (느끼한 성악톤으로 오바) 응... 교환교수로 좀 와 달래서...
덕생 역쉬.... 역쉬... 이경찬... 대단해요... 아참.. 카네기홀.. 극장 괜찮죠?
경찬 소리가 쭉쭉 뼏어나가서 객석으로 아주 파아워풀하게 꽂히지...
아주 원더풀한 극장이야.
덕생 선배! 완전 원더풀~!!
상진 (자작하며) 진짜 오바이트 쏠리네..
덕생 (뜨끔해서는) 아이... 상진 선배... 소맥?
상진 됐어 임마.
경찬 (여전히 느끼한 톤) 상진이 너 뭐 좋지 않은 일 있니?
상진 너 지금 옹알이 하냐? 한국말 못해?
모두 쌔하다... 이경찬 잔을 내리고 상진을 본다. 비실비실... 웃는다.
덕생 어허~~ 선배님들 오랜만에 만나 와 이카는교. 자자 한 잔 하입시데이~.
경찬 (비웃으며) 아들 가르친다매... 촌에서?
상진 (어쩌라고 새끼야... 빤히 쳐다본다)
경찬 (실실 웃으며) 아들이나 지대로 갈키나 모르겠네?
잘나가던 서울 토박이가 김천 촌구석에서...
상진 돈 처발라 교환교수 가니까 눈에 뵈는 게 없냐?
한 번 해보자는 거냐는 표정으로 일그러지는 경찬.
경찬 하... 왜 하필 그때 목에 종양은 생기가 우리 잘난 나상진이 이 모양
이 꼴이 됐을꼬...
순간, 상진이 소주잔을 들어 던지려한다. 모두들 와당탕.. 긴장!
던질 테면 던져보라는 이경찬의 두 눈.
상진, 소주잔 탁! 내려놓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경찬 (가는 사람 뒤통수에) 힘들면 찾아 와라.
덕생 형 쫌!!!
상진집 앞 / 밤
불이 켜진 피아노 학원을 올려다보는 상진.
잠시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린다.
막창집 / 밤
목 늘어진 티셔츠에, 슬리퍼 끌고 나온 추레한 장호, 콩쿨 탈락으로 인해 침울한 기분으로 혼자 자작하며 소주 넘기는데
상진 소리 아지매. 닭발 하나랑 소주 하나 주이소
장호, 이게 뭐지... 살짝 돌아보니 상진이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앉아있다.
장호, 들리지 않는 “아이 씨발 진짜...”. 재빨리 소주잔과 병을 테이블 밑으로 내려놓는다.
입으로는 후후 불며 술기운 내뿜고, 우동 국물을 마구 마셔본다.
장호의 뒤통수 탁! 걸렸다는 생각에 돌아보는 장호.
상진 당당하게 살아 자식아.
쪽팔린 장호... 내려놨던 소주잔과 병을 다시 슥 올려놓는다.
(점프)
상진의 테이블에 마주 앉은 장호, 사이다만 홀짝이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닭발 접시.
장호, 닭발 접시 보고만 있으면, 상진, 먹으라는 듯 장호 앞으로 슥 밀어준다.
장호 저, 닭발 못 먹는데예.
상진 뭐? 니가 못먹는 것도 있냐?
장호 (안어울리게) 징그랍잖아요.
상진 (기가 막혀서) 니가 더 징그러 인마!
장호 (입만 궁시렁) ...
상진 내 보란 듯이 대상 타올라 그랬는데 쪽팔리지? 떨어져서...
장호 (사이다 벌컥벌컥 마신다) ..........
상진 (술 한 잔 들이키고는) 쪽팔리게 은갈치 양복이 뭐냐?
노래 하는 놈이 턱시도도 하나 없냐?
장호 (떫다) 콩쿨을 실력으로 봐야지. 어델 가도 그놈의 비주얼은..
상진 (시니컬) 지랄한다.
장호 (욱... 올라오는데 참는다)...
상진 마이크 앞에 서는 법도 모르면서 실력은...
장호 (궁시렁) 모르면 갈치주가미... (갸우뚱... 어?) 샘.. 콩쿨장에 오셨심니꺼?
상진 (닭발 뜯으며 딴청) 아 매워...
장호 (기쁜 마음을 감추며) 똥똥 캐쌌트이 우에 왔는데예?
상진, 닭발 내려놓고, 장호를 바라본다.
상진 똥 맞드만. 감정, 발음... 다 똥이야! 성악 흉내만 내는거지...앵무새(낄낄)
장호 (뜨끔하지만) 샘이 갈켜주기나 했습니꺼? 그런 걸 우예 압니꺼?
상진 (할 말 없지만) 안 배운다며... 배울 자세도 안된 놈을 내가 왜 가르치냐?
장호, 잠시 생각하다 상진의 잔에 소주를 따른다.
장호 그라믄... 좀 갈켜주이소.
상진, 대답 않고 담배를 빼내어 입에 문다.
장호, 잽싸게 듀퐁 라이터를 켜 상진 턱밑에 들이민다.
상진 (불을 붙이고는) 야... 좋네. 압수! (라이터 뺏어 주머니에 넣는다)
장호 아이, 그거는 안되요. 내 진짜 큰 맘먹고 질렀는데!!
상진 노래한다는 새끼가 담배는... 이장호!
장호 예?
상진 할려면 제대로 해라!
장호, 그 말이 왠지 기분 좋다. 경쾌한 음악 흐르기 시작한다.
교문 앞 / 다음날 아침
학생들, 죽어라 교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교문 쪽에서는 학주가 시계를 보고 서있다.
숙희와 진주도 기를 쓰고 달려가고 있다.
숙희 우리 지각이가?
진주 (재빨리 시계 확인) 아직 아이다.
숙희 그라믄 우리 와 뛰는데?
진주 아들이 뛰니까.
숙희 그럼 자들은 와 뛰는데?
진주 모르지.
둘, 갑자기 서며 천천히 걷는다. 교문 앞이다.
학주 (버럭) 퍼뜩 안 뛰나?!
둘, 허걱 해서 뛰려고 하는데,
진주 니 서방이다!
숙희, 뭐래.. 보면, 장호가 교문으로. 학주, 또 긴장한다. 장호, 운동화에 단정한 교복차림. 학주, 응? 장호, 학주에게 꾸벅 인사하고 들어간다. 학주, 하마터면 맞절 할 뻔했다. 민망한 학주.
대레슨실 / 낮
/ 진주 레슨. [송어] 부른다. 상진, 직접 피아노 반주하다 멈추고.
상진 이 노래는 송어가 파닥파닥 뛰노는 걸 보고 만든 노랜데,
너는 묵직하게 나가면 이게 고래지 송어냐!!
/ 숙희 레슨. [금지된 곡] 부르는 숙희. 상진, 반주하다 멈추고
상진 이 노래는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내가 죽겠다는 거야.
얼마나 슬프고, 애달프고 그렇겠어?
그런 마음을 읽어가면서 불러야지 빛깔이 산단 말이야.
숙희 네.
상진 (피식 웃는다) 진짜 알겠어?
숙희 (씨익) 예. 빛깔.
상진, 악보를 탁탁 챙긴다. 끝내는 분위기. 숙희, 들어간다.
장호, 에이... 또 이럴 줄 알았다는 풀죽은 얼굴.
상진 이장호!
장호 (심드렁) 예. (멍.. 본다)
상진 뭘 봐?
장호 불렀잖아요.
상진 왜 불렀겠니. 레슨 안 해!
장호 (씨익) 아... 예!
상진, 투덜거리며 뒤도는데 아이들과 장호 보이지 않도록 씨익 웃는다.
/ 숙희를 비롯한 아이들 대기 중이고 장호 레슨 받는다.
악보를 보며 [송어]를 반주하는 상진.
상진, 갑자기 반주를 멈춘다.
상진 너 노래 안하냐?
장호 예? ...
상진 (기가 찬.. 악보 넘기고) 너 어디 보고 있냐?
장호 (아 쪽팔려...) 요.. 기..
상진 너... 악보 볼 줄 모르지?
장호 (아씨... 들켰다.) ....
상진 (미치겠다) 아 골이야...
장호 근데 우찌 알았심니꺼? 뒤도 안돌아보시고?
상진이 고갯짓 하면, 장호의 시야에 피아노에 떡 하니 백미러 하나가 달려있다. 장호, 헐!
2층 카페 / 낮
숙희, 창가에 앉아 팥빙수 먹고 있고, 그 맞은편으로 장호 멀뚱히 앉아있다.
숙희 (제 옆자리를 치며) 이리 온나. 안 잡아 묵으께.
어기적거리며 숙희 옆으로 가 앉는 장호. 조금 떨어져 앉는다.
숙희 바짝 붙어라.
장호 와?
숙희 더 안 붙나?
장호 (할 수 없이 바싹 붙어 앉는다) ...
숙희 니 내가 악보 읽는 거 갈키주믄 내한테 뭐 해줄낀데?
장호 밥...?
숙희 바보아이가? (이상한 눈빛으로 장호 본다)
장호 (당황하며) 뭐, 뭐를 원하는데?
숙희 니가 지금 생각하는 거.
장호 (더듬거리며) 내, 내 아무 생각 안하는데.
숙희 순진하기는... 내 조건 없이 갈키주께. (갤럭시 탭 턱! 꺼내 보이며)
잘 봐라이.
장호 (쑥스럽게 웃는다) ...
숙희 그럼 인자부터 여다 콩나물을 심는데이.
장호, 가만히 갤럭시 탭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숙희, 설명하면서 갤럭시 탭 어플 속의 코드를 짚어가기 시작한다.
숙희 GBDF 지붕덮어 ACEG 에이 씨 이 꽝! EGBD 에구 바닥. DFA 뚜러 펑 야!
숙희가 짚어가는 손가락마다 피아노의 음계가 들린다.
장호,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음악 흐르기 시작한다.
/ 장호 오피스텔 앞. 상진, 운전석에 탔는데, 장호 전화 통화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뒷좌석에 탄다. 상진, 출발 안하고 백미러로 장호 노려본다.
장호, 아차! 싶어 통화하면서 조수석으로 기어 넘어온다.
/ 학교 정문 계단 위에서 악보를 보고 있는 장호. 숙희 아이스크림 두 개를 들고 장호 옆으로
다가간다.
/ 다음날, 달리는 버스 안. 장호, 악보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 다음날, 넓은 논두렁 사이 길을 다정히 걷고 있는 장호와 숙희.
대레슨실 / 낮
상진이 피아노로 코드를 집을 때 마다 딱딱 맞추는 장호.
상진, 장호를 아래위로 훑어보고서는,
상진 공부 좀 했나보다?
장호 (으쓱) 제가 맘먹으면 뭐든 잘하거든요. 뭐 어려분 것도 아이고.
상진, 이상하네.. 갸웃. 장호는 보란 듯 어깨 힘 한번 주고.
이때, 문 활짝 열리고, 실실 웃으며 덕생 들어온다.
툭 하고 교탁 위로 떨어지는 브로슈어.
덕생 (일부러 상진 외면하고 장호에게) 함 봐라.
장호 (브로슈어 집으며) 뭐라요? 찌라시 이거요?
덕생 (미친다 정말) 찌라.. (포기한다) 그래 찌라시.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 있는
콩쿨인 세종콩쿨 찌라시.
장호 (브로슈어 보며) 와.... 멋지네!
덕생 (상진 눈치 보며) 함 나가볼래?
장호 (상진 눈치 보며) 지가요?
덕생 (상진 눈치 보며) 여서 대상 타면, 게임 끝이다.
어이없어 하며 둘을 바라보던 상진.
상진 교장샘. 잠깐 밖에서 얘기 좀 하시죠.
덕생 (장호 눈치 보며 세게) 나샘. 여서 하시죠.
상진, 덕생 째려보며 밖으로 나간다.
덕생 (장호 보며 근엄하게) 그라입시더 그럼.
CUT TO. 복도.
상진 덕생아! 뭐하자는 거냐?
덕생 몰라서 그러십니까? 대상 타가 학교의 명예를 드놉히야지예.
상진 입상도 아니고 대상? 악보도 못보는 놈을...?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 지 헛웃음만)...
탐 크루즈 나온 영화 제목 하나만 대봐.
덕생 ... 미션 임파서블?
상진 잘 아네. 미션 임파서블!
덕생 (애원조로) 그라이까네 선배님이 잘 좀 갈켜주소.
상진 아 됐거든. 니가 가르쳐. (하고 돌아서 가려하면)
덕생 (울먹이며) 아이고. 아부지!
상진 (다시 돌아서며) 너 진짜...
덕생 당신께서 남겨주신 이 학교를 아부지 수제자가 결국 말아먹게 돼얐습니더! 흑!
상진 (체념하듯) 어휴... 고마해라... 마이 뭇다.
덕생 (배시시 웃으며) 입상 아이고 대상! (도망가듯 사라지며) 욕보이소 선배님!
CUT TO. 운동장 스탠드. 상진과 장호 나란히 앉아있다.
상진 (장호에게) 너 진짜 나가고 싶냐?
장호 예!
상진 (장호가 포기했으면 싶은) 날고 기는 놈들 다 나와서, 죽기 살기로 해도
힘들텐데..
장호 까짓것 사고 함 치지예 뭐.
상진 (한숨 푹. 할 수 없이) 부르고 싶은 곡이나 있냐?
장호 (잠시 생각...) 네슨 도르마...
상진 뭐? 뭔 도르마?
장호 와예?
상진 너 하이C 낼 수 있어?
장호 하이C ?
상진 먹는 하이C 말고 임마! 그 노랜 한 옥타브 더 높은‘도’음을 낼 수 있어야
소화가 되는 곡이라고...
장호 그래도 할랍니다. 그 노래.
상진 (타이르듯이) 웬만하면 다른 거 해.
장호 싫심니더. 지는 그 노래 꼭 해볼랍니더.
상진 아 왜?
장호 (좀 슬픈 눈) 꼭 해야됩니더.
상진, 난감하게 장호를 본다. 장호의 눈빛 단호하다.
CUT TO. 피아노 앞에 홀로 앉아있는 상진. 이제 시간이 어느덧 흘러 해질녘이다.
상진, 피아노 건반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겨있다. 피아노에 비친 상진의 표정 알 수 없다. 아무 의미 없이 툭 툭 건반을 쳐보는 상진. 이제 서서히 상진의 두 손이 건반 위를 부드럽게 춤추기 시작한다. [네슨 도르마], 텅 빈 레슨실이 고즈넉한 피아노 선율로 아련하게 채워진다.
회상 / 이태리 오페라 극장 무대
상진의 [네슨 도르마] 연주, 계속되며... 불 꺼진 무대. 아무도 없는 오페라 극장.
턱시도 입은 상진 혼자 서있다. 바닥에는 [투란도트] 공연 전단지들 구겨져 널려있다. 이태리어와 영어로 된. 주인공에 상진의 얼굴이 담겨져 있다. 상진, 자신이 주인공이 될 뻔한 [네슨 도르마] 아리아를 한 소절 불러본다. 그러나 목이 갈라지며 빈체로.. 부분 못 부른다. 또 시도한다. 또 목이 막히고.. 너무 속상해서 털썩 무릎을 꿇고 서럽게 펑펑 울어버리는 상진...
현재 / 상진집 / 새벽
열려져 있는 옷장 문. 턱시도가 보인다.
상진 문디 자식... 노래를 골라도 꼭... (한숨 깊게 내쉰다)
세종콩쿨 준비 몽타주
/ 등교 도로. 앞 보조석에서 벨트하고 자고 있는 장호. 상진, 운전하고 있다.
장호 (잠결에) 이 쉐끼들!! 다 죽었어
상진 (화들짝 놀라며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아이 깜짝이야.. 씨발!
CUT TO. 장호, 운전하고 상진이 앞 보조석에서 자고 있다.
/ 상진 집. 지민이 삼성 야구복 입고 신난 표정. 상진, 옷 입으며 현관으로.
미선 야구장 간다며?
상진 (못들은 척 지민 보며) 잘 어울리네! 그거 입고 응원해!
(미안해서) 집에서.
지민 (벙 찐 표정) ???
미선 주말인데 어디가?
상진 그게..
지민 (굉장히 심각하게) 니 여자 생겼나?
상진 (구두 발로 지민에게 뛰어가며) 뭐... 너 일루와 인마!!!
지민, 베란다로 도망가서 에어 방망이로 열심히 방어 자세 취한다.
/ 룸살롱 빈 룸. 이어폰 끼고 손 제스처까지 과하게 넣어가며 혼자 열심히 연습하는 장호.
/ 방과 후. 우렁찬 장호의 노랫소리 복도를 가득 채운다.
레슨실. 상진과 장호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상진 (버럭) 뽕필을 빼라고! 여가 업소야 인마!!
/ 호수가. 생라면을 부숴먹으며 헤드셋을 쓰고 고래고래 마음껏 노래를 부르는 장호.
/ 학교 강당. 무대 적응훈련... 장호, 한결 좋아진 감정 표현. 이제는 손 액션 넣어가며
눈까지 그윽하게 뜨고.. 장호, 어느 한 소절을 부르며 멋들어지게 제스처를 양껏 부린다.
상진, 피아노 연주 멈추고 그 손 찰싹 때린다. 장호, 팔을 벌린 채 그대로 멈춘다.
장호 와요? 지금 잘 나가고 있는데?
상진 춤 추냐? 만세 불러? 쫌만 움직여서 감정 전달 해야지!
장호 요매만요?
장호, 살짝 손가락 까딱. 상진, 한 대 칠 기세로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 상진집 앞. 상진 나오는데 기다리고 있는 장호.
CUT TO. 뒷좌석에 앉아있는 상진. 담배 물면, 불 붙여주는 장호.
보면, 장호의 에쿠스를 타고 가는 상진과 장호.
레슨실 / 다음날 방과 후
쾅쾅! 피아노 건반 내리치는 상진.
장호 뭐... 이상합니까? ... 연습.. 마이 했는데...
상진 연습 어떻게 했는데?
장호 파파로티, 카루소, 도밍고... 엄청 마이 들었거든요...
상진 (어이없어서) 파파로티가 어떤 분이시냐?
장호 예??
상진 파바로티. 임마
장호 (갸우뚱) 파바로티? (말꼬리 돌리며) 도밍고 창법으로 불러 볼께예~
억수로 똑같은데.
상진 흉내 내서 뭐하게?
장호 ??
상진 다 똑같잖아. 사랑 노래도 이별 노래도!! 감정이 없잖아 니 노래는.
장호 ....
상진 파파로티표. 짜파게티표. 도밍고표 말고! 이장호표를 찾으란 말이야.
장호 .... 이별. 사랑.. 그런 걸 우예 압니까 내가..
상진, 답답~하다.
간식 비닐 두 봉지 들고 문 앞에 서있는 숙희, 둘을 바라보고 있다.
대레슨실 / 다음날 낮
성악수업 직후, 우르르 레슨실을 빠져나가는 아이들.
짐 정리하고 있는 장호 책상 위에 우두두 쏟아지는 <약속>, <그해 여름>... 등
영화 DVD와 책들. 어리둥절한 장호, 올려다보면, 숙희다.
숙희 일단 멜로부터 시작하자꼬.
장호 뭐?
숙희 내를 사랑 안 해도 좋다. 얼어붙은 니 마음이 우예 내 이 지순한 마음을
알겠노? 사랑이 뭔지, 이별이 뭔지. 간접체험이라도 해봐라.
니 지적 수준을 고려해서 엄선한기다.
장호 (환장하겠다) 어휴....
룸살롱 / 밤
/ 룸살롱 빈 룸. 눈물 글썽이며 뭔가를 보고 있는 장호.
노트북으로 <약속> 영화 보고 있다.
영화 속 박신양 고해성사 대사가 나오고 있다. “쓰레기입니다. 아주 개쓰레기입니다..”
장호 (성대모사 제대로 하는데 경상도 억양에 ㅆ 발음 안 되고)
스레기입니다. 아주 개스레기입니다!
(박수 퍽퍽 치며) 캬... 박신양이 진정한 건달아이가!!
이때, 급히 웨이터가 들어온다. “형님!”
황급히 눈물 훔치는 장호.
/ 술 취해 난리치는 진상손님. 장호가 룸으로 들어와 손님의 뒷덜미를 낚아챈다.
(점프)
진상손님, 무릎 꿇고 손을 들고 있다.
장호 복창!
진상손님 (쭈뼛대며) 저는 시레기입니다.
장호 (뒤통수 퍽 치며) 국 끼리나, 시레기 찾구로!! 스레기, 스레기 인마!
진상손님 (씨발... 울상) 저는 스레기입니다. 아주 개스레기입니다..
저수지 / 다음날 낮
발성 훈련을 하는 장호. 펼쳐진 전망으로 장호의 소리 메아리 퍼진다.
[네슨 도르마]의 vincero 끝부분을 열창하는 장호.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상진, 음료수 캔 하나 들고 장호에게 다가간다.
상진 (음료수 건네며) 빈체로가 뭐니?
장호 (의기양양) 승리아입니까!!!
상진 그걸 아는 놈이 왜 그렇게 구성져? 이 노래는 슬픈 노래가 아니잖아.
장호 (머리 긁적) ...
상진 솔직히 불어. 이 노래... 왜 고집하는데?
장호 (잠시 상진 보다가) 할매.. 우리 할매요...
뭐? 바라보는 상진.
착한 아이 눈이 되어 고개를 숙이는 장호.
회상 / 장호 단칸방 / 밤
장호의 단칸방, 책상 위에 할머니의 영정 사진이 놓여있다.
추리닝 차림의 장호, 방 한구석에 혼자 멍하게 앉아있다.
텔레비전에선 루치아노 파바로티 사망소식을 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사망] [애도물결]
멍한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보는 장호.
자료화면에서 [네슨 도르마] 흘러나온다.
이상하게 그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죄어온다.
자료화면을 보며 결국 눈물을 흘리는 장호.
이제야 할머니의 부재가 느껴지는지 눈물을 닦으며 울음을 삼킨다.
장호소리 우리 할매요... 세상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거든요.
근데... 우리 할매 죽었다고, 아무도 안 알아주는데..
파바로티 같은 사람은 죽었다고, 전 세계가 떠들썩하데요...
그래서 내... 결심했심니다. 내도.. 파바로티 같은... 사람이 되야 되겠다고...
현재 / 저수지 / 해질녘
숙연한 장호, 버름한지 머리를 벅벅 긁는다.
상진 (혼잣말로) 이노무 아리아는 뭔 사연이 이렇게 많아...
장호 샘도 이 노래 사연이 있어예?
상진 (얼른) 없어!!
장호 (궁시렁) 없음 말지 소리는 와 지르노...
상진 암튼 잘 할 수 있겠지?
장호 우예 안 되겠습니까. 샘, 저 하이 C 확실히
내는 길 찾은 거 같은데 다시 함 해볼까요. 음음...
상진 됐어 인마!
(돌아서 가려다가 뒤돌아 씩 웃으며) 너 이제 그 소리는 돈 받고 내.
아무나 내는 소리도 아니고, 아무데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도 아니야. 알았어?
장호 (너무 좋아서) 진짜요?
상진 (장난스럽게) 너 노래로 벌어먹고 산다에 내 전 재산 건다.
장호 샘, 전 재산이 얼만데예?
상진 (꿀밤 딱) 쓰!
장호, 맞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이 없다. 두 사람, 환하게 웃는다.
상진집 / 며칠 후 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행복한 표정으로 상진 식구들과 어울려 밥을 먹는 장호,
아주 게걸스럽게 잘 먹는다.
미선 그래 맛있나?
장호 예. 억수로 맛있습니더.
지민 그럴 리가 없는데...
미선, 먹던 숟가락을 들고 지민을 홱 흘겨본다.
장호 (웃으며 지민에게) 내는 세상에서 젤로 맛있는 게 집밥이다.
우와! 집밥 몇 년만에 묵어보노~.
상진, 문득 장호의 삶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CUT TO. 상진의 가족들과 고스톱 치고 있는 장호.
장호 에이! 싸나이가 가는 김에 갈 데까지 가야지 뭐. 포고!
지민 (온라인게임 효과음 억양) 와~ 놀라운 타짜군요!
포고믄, 아빠 피박, 광박에, 10800원. 아이다! 흔들었으니까.. 21600원.
니는 뒤짔다.
상진 (저게.. 노려본다)
지민 (뚝, 입 다문다) ...
장호 (실실 웃으며) 치는 사람 어데 갔습니꺼?
미선 퍼뜩 치라. 답 나왔는데 뭐 하노?
상진 (짜증이 확!!)가만 있어봐! 생각 좀 하게...
(하며 기껏 신중하게 쳤는데.. 쌌다)
지민 (온라인게임 효과음 억양) 아~이런 또 쌌네요!
상진 (노려본다)
지민 (딴청) 행님아. 과일 좀 무라.
장호 니 마이 무라.
지민 (주던 과일 자기 입에 쏙 넣으며) 행님은 과일 안 좋아하나?
장호 술안주로 많이 나오잖아.
상진, 깔고 앉아 있던 쿠션을 장호의 머리에 퍽. 장호. 아! 꼬나보고 있는 상진. 씨익 웃는 장호.
장호 핸드폰이 윙 울린다. 꺼내서 보면 조직인 거 같다. 얼굴이 좀 굳는 장호.
상진의 얼굴이 굳기도 마찬가지...
보스 룸 / 밤
짝! 소리와 함께 구석으로 내팽개쳐진 장호. 서둘러 일어나 열중쉬어 자세.
이미 많이 맞아서 입술이 터져 피가 난다. 손바닥 툭툭 털며 장호를 매섭게 보는 보스.
이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창수..
보스 니 요즘 마이 바쁘단 소린 들었다.
암만 바빠도 그렇지. 내 전화를 씹어 쳐 무면 .. (살벌한 눈)
고마 살고 싶으니 지기달라는 뜻으로 봐도 되겠나?
장호 (고개 푹 숙이고) 잘못했습니더.
보스 졸업장이라도 따라고 봐 주는 거 알제? 일 제대로 해라.
학교고 노래고 확 엎어뿌기 전에.
장호 ......
보스 (장호 앞으로 와 턱을 잡아 올려 눈을 맞추고) 내가 왜 니를 거뒀는지 ..
잊아뿌면 서운하지. (무서운 눈) 그자?
보스, 장호의 턱을 확 밀어버린다. 장호 휘청.. 다시 자세 잡는 것이 불쌍해 보인다.
창수, 차마 보기 어려워 시선을 돌린다.
CUT TO. 소파에 앉아있는 장호, 코피를 손으로 닦고 있다. 옆에 앉아있던 창수, 냅킨을 장호에게 건넨다. 장호, 냅킨을 받아 피를 닦아낸다. 창수, 담배에 불을 붙여 장호에게 건넨다.
장호 끊었심더, 노래 땜에...
창수, 대견하다는 듯 장호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장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회상 / 보스룸 / 밤
보스, 험악한 얼굴로 조폭들 대동하고 나타난다.
창수가 보스 바로 옆에 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조폭들, 벌떡 일어나 90도 인사를 한다.
보스 어떤 놈이고?
조폭 중 하나가, 고개 돌리면 저쪽 끝에 딴딴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장호 보인다.
장호도 얼굴이며 교복 꼴이 엉망이다.
보스 (개털에게) 학생이가?
개털 (난처한 듯이 모기소리로) 네...
보스 하! 얼라 하나한테 당했다꼬?
조폭들 (다들, 난처해서 고개 돌린다.)
보스, 장호 쪽으로 걸어가 뚫어지게 본다.
장호, 별로 흔들리지 않고 보스를 똑바로 본다.
강렬한 눈빛.
보스, 씩 웃더니 창수에게 귓속말하고 사라진다.
창수, 장호에게 다가가 선다.
창수 누구랑 일하노?
장호 (가만히 고개 든다. 노려본다) 그런 거 모릅니다.
창수 밥 뭇나?
장호 ....
창수 일 나라. 뭐 먹고 싶노?
장호 ....
회상 / 롯데리아 / 밤
햄버거를 입에 가득 물고 씹는 장호.
창수는 다소 어색하다. 음료수만 마시며 장호를 보고 있다.
창수 잘 생각하고 결정한 기가?
장호 (아무런 고민 없이) 예. 암튼 운동선수들 맹키로 숙소 생활하는 거 맞지예?
창수 한데 모디 살아서 시끄럽지 뭐.
장호 가족들처럼 시끌시끌한 기 좋잖아요. 사람 사는 거 맹키로.
짠하게 장호를 바라보는 창수.
장호 (햄버거 열심히 먹으며) 혼자 있으면 너무 조용해 가가요, 잠도 안와요.
우짤 때는요. 삼일동안 한마디도 안 한 적도 있어요.
창수 그래?
장호 (별 일 아니라는 듯) 말도 누가 걸어줘야 지끼리죠.
창수 가족은?
장호 할매 돌아가시고, 혼자 삽니다.
창수 (잠시 착잡한 눈, 이내) 다시 잘 생각해봐라. 들어오는 건 헐거운 거 같아도,
나가는 건.. 목숨 내 놓는 거랑 같데이.
장호 (동문서답) 내도 이제 숙소 생활 하는 거 맞죠?
애잔해서 웃고 마는 창수.
현재 / 보스 자동차 안 / 밤
달리는 자동차 안.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창수. 그때,
보스 소리 동성로 쪽 말이다.
창수 예. 형님. (고개 돌리면)
보스 와 그래 시끄럽노?
창수 수성파 아들이 빠지든가, 우리가 나가든가. 어중간하이 좀 복잡심더.
보스 우리가 방 뺄 필요 있나. 장호랑 해서 정리해라.
창수 예. 알겠습니다.
창수, 고민 된다.
상진집 / 낮
연습이 끝나고 악보를 정리하고 있는 장호. 그때 상진이 다가와 상자 하나를 내민다.
상진 지난번 고스톱때 진 빚 이걸로 퉁치자.
장호 뭔데요?
장호, 상자 열어보면 턱시도 들어있다.
장호 (기쁘지만) 이래 꼬질한 걸로 퉁칠라고요?
상진 꼬지~ㄹ... 그래뵈도 이태리 원단으로 만든 메이드 인 이태리야. 임마!
장호 아인거 같은데... 샘 돈없다카이 할 수 없지예.
상진 한번 입어봐.
CUT TO. 장호, 턱시도를 입었다. 내색은 안하지만 흐뭇하게 바라보는 상진.
상진 어때?
장호 좋네요.
상진 팔 좀 올려봐... 안 불편해?
장호 (팔 번쩍 올리는데.. 결려서) 아...
상진 왜?
장호 아... 아무것도 아입니다.
상진 (장호 옆구리 만져본다)
장호 (자기도 모르게) 아아악..
상진, 장호 셔츠 확 들춰보면, 피멍이 든 장호 옆구리. 다른 쪽 보면 여기저기 흉터있다.
상진 싸웠니? 그러게 내 뭐라... 에이...
장호 아이라카는데 와 그캐요!
상진의 시선을 피하는 장호.
상진, 속상하고 분통 터진다.
고급 클럽 앞 / 밤
클럽 도로 건너편. 상기된 얼굴의 상진, 캔맥주 하나 끝까지 한숨에 들이키고 있다.
캔... 꾹 구겨버리고.. 한숨 크게 내쉬고 침을 꿀꺽 삼킨다. 잔뜩 긴장...
상진, 한 걸음 옮기면 길 건너 고급 클럽 잡힌다.
보스룸 / 밤
기가 차다는 얼굴로 땅콩 까먹고 있는 보스. 상진은 소파에 앉아 있는데, 주먹 꽉 쥐고 겁먹은 티 안내려고 노력 중. 창수, 문 앞에 서 있다.
보스 장호 가정 방문 오셨습니까?
상진 여기가 집도 아닌데 가정 방문은 무슨...
하다가 보스랑 눈이 마주친다. 눈에 힘 잔뜩 준 보스 보자 또 내려앉는 심장.
상진 길게 말할 거 없고요. 장호... (큰맘 먹고) 그만 놔 주이소.
보스 (말 할 가치도 없다) 이왕 오싰는데 술이나 한 잔 하고 가이소.
괘얀은 딸아 있으면 말씀하시고요. 엉덩이 함 주무르고 가이소.
상진 장호. 뭐... 돈을 내 놔야 되는 거면. 내가 갚겠습니다. 할부로.
보스 (기가 찬다) 김천이라 켔습니까? 촌 샘들 월급에 이런데서 회식하기
쉽지 않지예? 새임들 데리고 함 오이소.
상진 김천도 딸아들은 이쁩니다.
보스 (피식 웃는다)
상진 (이게 아닌데..) 뭐 그런데 간다는 건 아니고.. 아무튼 장호.
이제 놔 주이소. 이때까지 먹이고 입힌 거 제가 다..(하는데)
보스 하하하~~~. 재밌는 샘이네. 내 학교 댕길땐 와 좆같은 새임만 있었을꼬.
(날카로운 눈빛) 샘요. 길면 다칩니데이. 여가 뭐 고아원 인 줄 압니까.
아 찾아 간다카면 예~ 하고 내놓구로. 곱게 보내 줄 때 조용히 가소.
상진 당신들 지금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겁니다. 장호... 조폭 (하다가 움찔)
이런 데서 일할 애가 아닙니다...
보스, 땅콩 접시 창수에게 확 던진다. 와장창...
상진, 너무나 놀라고 무서워 움찔,,, 그래도 호흡 가다듬으며 일어나지 않는다.
보스 너 이 새끼야 일 똑바로 안 해!!!
창수 죄송합니다 형님! (상진 일으키며) 일나시죠.
상진 이판사판이다. 독이 올랐다.
상진 나!... 애들 가르치려면 피아노는 쳐야 됩니다! 그러니까 손모가지는
못 내놓고요... 내 발목이라도 끊어가소 그럼!!!
보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살벌하게 쳐다보는 상진의 눈빛.
보스와 창수, 다소 당황한다.
상진 (결연하게) 장호... 그만 놔 주이소.
보스 (상진 빤히 보고) 창수야.
창수 (큰일이다...) 예. 형님!
고급 클럽 입구 안쪽 / 밤
문 밖으로 내동댕이처지는 상진. 다시 달려들면,
문 닫고 들어가려다 들러붙자 털어내려고 휘두르는 조폭의 팔꿈치에
입술이 터지는 상진. 넘어진다. 문은 닫히고...
옷도 더럽혀지고... 사람들 쳐다본다.
상진... 너무나 속상하다.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창수. 씁쓸하다.
레슨실 / 오후
레슨 준비하는 상진. 피아노 앞에 앉는다. 장호가 상진의 얼굴을 본다.
장호 샘 누구랑 싸웠는교?
상진 (얼굴 숨기며 쳐다보지도 않고) 발성 준비해.
장호 에이.. 입술 터지고 난리났는데요 뭐.
상진 (딴청) 연습 많이 했지?
장호 다 큰 어른이 싸움이나 해싸코 진짜.. 몬산다 내가.
상진 (욱~~) 야 인마, 너.... (참자...) 빨리 준비해.
장호 (아직도 장난) 샘 이래 싸우고 다니시면 유유상종이라 놀림 받잖아요~.
이때, 장호 전화 온다. 장호 조심스럽게 전화 받으려는데...
상진 전화 꺼 임마!! (결국 못 참고) 너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장호 ??
상진 깡패짓이 그렇게 좋니? 힘없는 사람들 등 처먹고, 깜방 가는 게 훈장이고.
장호 (당혹스러움을 감추며) 와 그케여...(허허 웃으며) 사모님이랑
싸웠어예? 오늘은 몇 번 부르까요? 목 상태 최곤데~.
상진 사람들이 니들 무서워서 쳐다보는 줄 알아?
같잖아서 보는 거야.. 같잖아서!
장호 (정색) 샘이 뭐 안다꼬 그라십니꺼?
상진 길을 막고 물어봐. 깡패가 뭐하는 것들인지.
성악을 하려거든 주변 정리부터... (하는데)
장호 (버럭) 아~무도 모립니다!!
상진 ??
장호, 두 눈이 부글부글... 서러운 기억.
장호 내가 뭘 쳐묵고... 우째 살아가는지!! 아무도 몰랐다고요!!
학교요? 샘들요? 웃기지 마라캐요. 그때... 내 가족이라고 챙기준 사람,
창수형입니다. 우리 큰형님입니다.
상진 (노려보며) 그게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턱시도 입고! 콩쿨에서 대상 받아도!
너는... 그냥 깡패 조폭인거라고 이 쉐끼야!!
장호 깡패면 어떻고! 조폭이면 어떻십니꺼!!
상진 뭐?
장호 콩쿨 나가서 상만 받아다 주면 되는 거 아입니꺼!
첨부터! 내 받아 준 이유! 그거잖아요! 모를 줄 알았습니까?
상진 받아다 주면? (노기가 가득 차오른다) 노래 좀 한다고 사람대접 해줬더니
니가 눈에 뵈는 게 없어? 상 타면 뭐하는데? 사람이 돼야지 사람!!
장호 (자제하지 못하고) 때리 치아요 그럼!!
상진 (말문이 막혀) ... 뭐?
상진, 화를 못 참고 장호의 따귀를 때린다.
장호 다 때리 치웁시다 씨발! 내도 중간에서 정말... (빨개지는 눈)
덧정 없습니데이!
장호, 상진을 노려보다 획 나가버린다.
혼자 남은 상진, 두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롯데리아 / 늦은 오후
산뜻한 젊은이들의 환한 웃음들, 수다, 시끌시끌. 다들 여유로운 풍경..
그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외톨이 장호. 이어폰을 낀 채 우적우적 햄버거 먹고 있다.
누군가 장호의 뒤통수 톡 때리면, 창수다.
창수 당당하게 쳐무라 자슥아! 맛있나?
장호 (우적 씹다가 햄버거 내려놓고) 맛있긴... 모가지 메이고 뭐..
창수 (웃는다) 좋다고 두 세 개 쳐물 땐 언제고... 인자 컷다고 싫나?
장호 맞은편에 앉는 창수.
창수 장호야. 여서 누가 젤로 불쌍한지 아나?
장호 (두리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창수 내다...
장호 뭔소리라요~? 형님이 와요?
창수 (슬프게) 내 니처럼 좋은 재주 있으면 이래 안 산다.
장호 예?
창수 (미소 지으며) 내는 꿈이 없다. 일 년 후에 뭐할지..
일 년이 뭐꼬, 당장 내일, 뭐하고 살지 별 계획이 없다. (학생들 보며) 자들은 다 낸중에 뭐 하고 살지 고민도 하고, 준비도 하고...
장호 아입니더. 형님. 요즘 아들 아~무 생각 없심니다.
창수 (깊은 눈으로 바라보며) 학교 잘 다니래이. 샘 말씀 잘 듣고.
또 짤리 나오면 니 내한테 뒤진다. 알제?
장호 학교는 뭐... 때리치고 일이나 열심히 할라고요 이제.
(얼음 와드득) 교복만 입고 다닌다고 학생 되는 것도 아니고.
창수 (안타깝게 바라보며) 니는 교복 입었을 때가 젤로 이쁜 거 아나?
장호 내가 뭐 가시납니까. 이쁘긴 씨...
창수 담임샘한테 때리 친다고 말 했나?
장호 안 나가면 알아 묵겠지. 내도 부담이라요. 콩쿨 떨어지면 어차피 짤릴 거.
창수 너거 샘이 콩쿨 떨어지면 때리치라 카드나?
장호 (얼음 휘저으며) 꼭 말해야 압니꺼...
창수 장호야.
장호 (본다)
창수 큰형님 만나고 갔다. 너그 샘.
장호 (깜짝 놀란다) 예?
창수 아들은 갈치야 된다고 손모가지 말고 발모가지 끊어가라 카드라.
니 돌리달라고.
장호 (충격...) ......
장호, 갑자기 너무 미안해지고... 혼란스럽고...
고급 클럽 안 / 오후
클럽 중앙 홀. 조폭들, 긴장된 표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CUT TO. 클럽 복도를 유유히 걸어가는 창수. 문 열고 들어가면, 일제히 일어나는 조폭들.
창수 아들 다 불렀나?
두부 예.
창수 퍼뜩 끝내고 와서 셔터 내리고 실컷 놀자.
왕눈이 저기... 장호형님한테도...
창수 (말 끊으며) 몇 시 이동이고?
장호오피스텔 안 / 해질녘
아무도 없는 조용한 오피스텔 안.
장호, 냉장고에서 캔맥주 하나 꺼내 탁 딴다.
착잡한 표정의 장호.
장호 간띠가 붓나 씨... 거가 어디라고...
창수 자동차 / 늦은 오후
뒷좌석에서 담담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창수. 부하들도 동승했다.
개털 형님. 저...
창수 (날카로운 미간) 와?
개털 (조심스레) 장호 형님한테도 연락을...
창수 (버럭) 차 세와!!!!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급정거.
창수 내리라 니.
개털 예?
창수 이장호 그 씹새끼 없으면, 우리가 언제부터 전쟁도 못 나가게 됐는데! 어!!
개털 잘못했습니다. 형님!!
창수, 마음을 가라앉힌다.
수성동 클럽 입구 / 해질녘
승합차와 여러 대의 승용차 줄줄이 선다. 창수를 비롯한 모든 조폭들 우르르 내려 클럽 안으로 들어간다. 손에는 쇠파이프 하나씩 들고 있다.
심호흡 하고 눈에 독기 품고 들어가는 창수.
수성동 클럽 홀 / 저녁
깨지는 병들, 비명소리... 테이블, 의자... 다 박살이 난다. 아비규환...
슬슬 밀리기 시작하는 창수 쪽. 인원수가 수성 쪽이 더 많다. 수성파1과 주먹과 킥을 주고받는 창수. 한 놈도 벅찬데 뒤에서 달려드는 수성파2. 창수, 돌려차기로 날려버린다. 그러나 복부로 들어오는 수성파1의 쇠파이프. 창수, 욱... 피가 입에서 터진다.
장호 오피스텔 옥상 / 저녁
옥상에서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담배 피는 장호. 그때 전화가 울린다.
장호 (벌떡 일어난다) 뭐!!! 너거들 어데고!
기겁하는 장호의 얼굴.
수성동 클럽 * 장호 차 안 / 저녁
주방으로 대치하며 밀려들어오는 창수와 몇몇 부하들. 몰아쳐 들어오는 도끼와 수성파들.
싸우기 시작한다. 도끼, 창수에게 덤빈다. 창수와 도끼, 불꽃 튀는 난타전.
CUT TO. 시내도로 위 : 장호, 전속력으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
CUT TO. 주방 : 창수에게 밀리는 도끼.
CUT TO. 클럽 정문 : 클럽 앞에 급정거 하는 장호의 차.
CUT TO. 주방 : 도끼가 밀리는 가운데, 수성파 떼거지들이 우르르 밀려들어온다.
백호파와 수성파의 피 튀기는 전쟁... 창수, 기가 장난이 아닌데...
뒤에서 슬금슬금 접근해 들어가는 수성파 하나가 창수의 옆구리에 순식간에 칼을 꽂는다.
개털 형님!!!!!!!
이미 늦었다. 창수의 옆구리로 깊숙이 들어오는 칼. 창수, 믿을 수 없다.
벽에 밀려 배를 움켜잡고 있는 창수. 정신을 잃고 푹 하고 무릎을 꿇는다.
양쪽 조폭들 거칠게 난투를 벌이고 있다. 밀고 들어오며 수성파들을 까는 장호.
장호, 눈에 걸리는 도끼의 머리채를 잡고 벽에 처박는다.
인정사정 보지 않고 눈이 뒤집혀 밟아버리는 장호. 수성파들, 기에 움찔해서 뒷걸음친다.
장호, 창수를 들쳐 멘다. 수성파들을 제압하며 비상구 쪽으로 빠져나가는 장호.
CUT TO. 클럽 비상구 계단 : 장호, 피를 철철 흘리는 창수를 업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장호 형님~!!! 정신 차리소. 예~~!! 형님!!
창수 (가물가물) 왜 왔어... 이... 병신...
장호 형님!!!
CUT TO. 장호 차 안 : 장호, 정신없이 운전하면서 뒷좌석의 창수 상태 살핀다.
장호 형님, 괜안습니꺼?
창수 담배... 하나 도...
장호, 허겁지겁 담배 찾아 불붙여 뒤돌아 전해준다.
창수 앞에 보고... 운전해라...
(담배 입으로 가져가며) 니 담배... 끊었데메...
장호 형님! 말좀 그만 하이소!
창수 (담배 연기 길게 뱉어내고) 내가... 얘기했제... 장호야!
장호 ...?
창수 ... 사람답게... 살아라. 내처럼... 되지 말고...
창수, 가쁜 호흡 점점 힘겨워진다.
장호 (울음을 참으며) 형님! 쫌만 참으소! 병원 가서 퍼뜩 몇바늘 이쁘게 꼬매가
햄버거 먹으러 가입시더.
장호, 자동차 엑셀을 붕 세차게 밟는다.
교장실 / 낮
주임급의 교사들 모여 있다. 다들 날 선 얼굴이다.
덕생의 얼굴도 무겁다.
학주 깡패 학교라고 소문 나뿌기 전에 명예회복 시키야 됩니다!
덕생 ...... 명예회복이라... 좋은 방법 있습니까?
영어샘 아를 짤라야죠! 공개적으로 퇴학 처리를 해야 됩니다!
학주 그 노마 온 후로 우리 아들 관리가 안됩니다. 나쁜 걸 뽄을 뜬다 아입니까..!
덕생도 더 할 말이 없다. 교사들, 기세등등하다.
상진 장호는.
교사들, 일제히 상진을 본다.
상진 장호는 와... 그 노마고... 다른 애들은 와... 우리 아들입니까?
(학주 본다) 이장호도 이 학교 학생입니다. 우리 아들이란 말입니다.
학주 지금 시비 거는 겁니까 나샘!
덕생 와들 이캅니까!!
상진, 벌떡 일어난다. 일순 조용해진다.
상진 (주위를 둘러보고) 우리 아가 그렇게 된 건 제 책임입니다. 제가 책임지고 옷 벗겠습니다.
상진 돌아서서 나간다. 술렁이는 교장실. 덕생은 위엄 있는 모습에서 살짝 웃는다.
덕생 다들 일나시죠. 밥이나 무러 갑시다.
학주 교장샘 그래도 결론을...
덕생 우리 아가 그런거까네 명예회복을 위해서 우리 모두 옷 벗어까예?
학주 아 그건 아니지만...
덕생 불만 있는 사람은 따로 찾아 오이소. 확 짤라불끼니까네.
학주 교장샘!
덕생 (아니 그래도?.... 째려본다.)
학주 근데... 뭐 무러 갑니까?
장례식장 빈소 / 밤
썰렁한 작은 빈소. 웃고 있는 창수 사진. 카메라 빠져나오면 보스, 창수에게 분향을 하고 있다. 침통한 얼굴... 카메라 가만히 이동하면 상복차림 완장을 한 장호와 심하게 상해 입은 개털, 왕눈이, 두부를 비롯한 조직의 부하들 서있다.
보스, 분향을 마치고 돌아서자 보스를 향해 모두들 고개를 숙인다. 보스, 장호에게 다가가
위로하듯 어깨를 툭툭 쳐주고 돌아서서 빈소를 나간다.
곧이어 종이팩을 든 상진 빈소로 들어온다.
장호와 눈이 마주친다. 장호, 놀란다.
장례식장 휴게실 / 밤
상진 밥은?
장호 ...
상진, 포장된 죽을 차려서 장호 앞으로 밀어준다.
상진 (서먹함 떨치려) 내가 니 땜에 별거 다한다...
마누라 아파도 죽 한 그릇 사간 적 없는데...
장호 누가 오라칸것도 아이고...
상진 시끄럽다. 죽이나 먹어~.
숟가락 장호 손에 쥐어준다.
장호, 한 입 떠 넣는다. 장호, 지난 번 지른 것도 생각나고 여러 가지로 속상해 헛숟가락질만...
상진 (어색함 떨치려) 자슥이...어서 먹어! 식는다...
장호 샘!... 내 말입니다.. (슬픈.. 자신 없는) 사람답게... 살 수 있습니꺼..?
상진 ...?
장호 (눈 촉촉) 내 같은 조폭 새끼도... 성악... 이거 잘하면...
사람 소리 들으면서...
상진 (가슴이 복받쳐) 장호야! 잘 들어. 니 목소리는 있잖아... 하늘이 내려준 목소리다. 내가! 죽었다 깨나도. 니 목소리는 못 따라간다.
내 장담한다. 너는 세계적인 테너가 될거다.
장호 (놀라움에 꾹 눈물 참으려 애쓰며) 정말... 입니꺼?
상진 (장호 손잡고) 장호야. 이제.. 그 검은 양복 벗고.. 턱시도 입고 살자. 그게 니 운명이다.
장호 (눈물 삼키며) 처음입니더. 내보고 그래 말해 준 사람.
샘이 처음입니더... (결국 눈물 흘리며) 샘! 미안합니더...
장호의 어깨가 흔들리며, 서러움과 미안함과 고마움의 눈물이 쏟아진다.
그 나이답게 펑펑 우는 장호. 상진, 흔들리는 장호의 어깨를 말없이 쓰다듬고 토닥여 준다.
학교 복도 자판기 앞 / 며칠 후 오후
자판기 앞에 서있는 덕생과 상진. 자판기에 동전 넣는 덕생.
덕생 (상진에게) 장호 본선이 담 주지요?
상진 예.
덕생 야아~ 본선! 이기 얼마만이고?
인자 내도 어깨 힘 좀 주겠다. (상진에게) 그래, 느낌 옵니까?
상진 뭔 느낌이요?
덕생 대상!
상진 실수만 안 하면 뭐...
자판기 앞으로 오던 학주, 덕생과 상진을 보자 뒤돌아 간다.
그런 학주를 부르는 덕생.
덕생 (학주에게) 주임샘 말대로 확 짤랐뿟시믄 우예 될 뻔 했심니꺼?
뭐 하노?
학주 예?
덕생 나샘 하나 뽑아드리라.
학주, 헐... 궁시렁 대며 자판기에서 음료캔 꺼내고...
덕생 어허... 나상진 이장호 사고 함 치네! 으허허... (학주에게)
우리도 가 봐야 안 되겠나?
학주 줄줄이 갈 필요 있습니까.... 굴비도 아이고...
덕생 내로 지금 굴비라 캤습니까?
학주 (아차...) 어데요~!! 교장샘도 참... 가야죠! 학교 경산데.
상진을 째려보며 캔음료를 건네는 학주.
덕생, 좋아서 연신 허허.. 실실...
학교 식당 / 낮
장호와 숙희, 마주 앉아 라면을 먹고 있다.
숙희, 장호 그릇에 자기가 먹던 라면 면발을 덜어준다.
장호 에이.. 드럽구로.
숙희 병은 없다.
장호 우째 아노? (먹는다)
숙희 근데 와 묵노?
장호 확인해볼라꼬!
숙희, 맛있게 라면 먹는 장호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숙희 잘 해라... 콩쿨...
장호, 고개 끄덕끄덕. 그러다 문득 계란 건더기를 건져 숙희 라면그릇에 가만히 넣어준다.
숙희 뭐...꼬..?
장호 내도 병은 없다!
숙희 (뭔 말인가 하다... 장호 의도 깨닫고 감격해서 웃는다)
장호 확인 안 하나?
숙희 확인하께.. 확인한다.. 내 묵는다.. 묵는다...
숙희, 울먹거리며 허겁지겁 달걀을 건져 먹기 시작한다.
레슨실 / 다음날 늦은 오후
상진과 장호, 방과 후 학교에 남아 마지막 연습을 하고 있다.
상진 자, 아주 좋아. 한 번만 더 해보자.
상진, 피아노를 창.. 하고 시작할 준비를 한다.
장호 (배를 만지며) 아...
상진 또야? 아, 자식... 큰소리 뻥뻥 치더니... 긴장 되지?
장호 아, 아이라예. 내가 긴장을 와 해요?
상진 야! 낼 본선이라고 우리 집사람이 상 봤단다. 한 젓가락 할래?
장호 (기쁘지만 딴청 부리듯이) 뭐 성의를 봐서..
(그러나 배 꾸르륵) 아 배야... 저 잠깐 화장실 좀...
(후다닥 나가며) 아 배야...
상진 아 더러운 자식.. 밥 먹자니까 똥이나 싸고!!
교직원 화장실 / 늦은 오후
장호, 교직원 화장실로 확 뛰어 들어와 변기를 찾아 후다닥 들어간다.
장호 와... 쫌만 늦었시믄...으아...
덕생 소리 (옆 칸에서 들리는.. ) 장호가?
장호 (움찔) 누고?!
덕생 이 쉐끼.. 교장 목소리도 모리나!
장호 (헉! 반사적으로 엉거주춤 반쯤 일어나며) 안녕하십니꺼...?
덕생 콩쿨 하루 남았제?
장호 아.. 예..
덕생 항문에 힘주는 만큼 남은 시간 더 힘주래이.
장호 (비유가 좀 이상해 고개 갸웃) 네.. (힘주어 뿌직)
덕생 나샘 말씀 잘 듣고...
장호 잘 듣고 있심니더..
덕생 더 잘 들어라꼬...
장호 (입 삐쭉)
덕생 그래뵈도 너그 샘 천재다...
장호 (피..) 에이 설마요.
덕생 소리 이태리 유학도 장학금으로 가고..
장호 ?
덕생 소리 거서 오페라 주인공까지 땄는데...
장호 ... 네?
덕생 소리 성대종양만 아이었으믄...
장호 ...
덕생 소리 나샘은 지금 니만 보고 산다... 니는 나샘의 꿈인기라...무슨 말인가 알겠제?
장호 ...
덕생 (아주 진지) 장호야...
장호 (숙연한) 네...
덕생 소리 거기 휴지 좀 있나?
장호 (엥?) ...
덕생 밑으로 줄래, 위로 줄래?
순간, 위에서 두루마리 휴지 덕생의 머리 위로 콩 떨어진다.
저 자식이... 하는 얼굴로 옆 칸을 바라보는 덕생.
상진집 / 밤
상진 가족과 장호가 둘러앉아 맛있게 식사하고 있다.
떡 하니 차려진 푸짐한 한상!
지민 형아 콩쿨 잘 하라고 울엄마가 차린기다.
상진 근데 반찬은 왜 다 너 좋아하는 거 뿐이냐?
지민 형아는 내랑 억수로 비슷하다.
식성도 비슷하고 취미도 똑같고. 그자? 형아야.
장호 내 취미가 뭔데?
지민 (주저 없이) 고스톱!
다 같이 한바탕 웃는다. 장호도 지민이 덕에 웃었다.
CUT TO. 지민이와 피아노에 앉아 있는 장호. 피아노 옆으로 음료수를 가져다 놓는 미선.
상진, 욕실에서 나온다.
미선 장호야! 좋아하는 노래는 뭐고? 내 아는 거면 쳐 줄게.
장호 (웃으며) ...
미선 뭔데?
장호 행복을 주는 사람...
미선 어? 그거는 애 아빠가 젤 좋아하는 노랜데?
지민 이야~, 그래 옛날 꺼를 우째 아노?
피아노에 앉은 미선, 반주 시작하고...
지민 (상진 보며) 아빠도 같이 하자!
상진 (쑥스러워) 됐다!
미선의 반주에 맞춰 장호, 미선, 지민이 어울려 노래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상진. 가족 같은 따뜻한 분위기가 흐른다...
상진집 앞 언덕길 / 밤
상진과 장호가 나온다.
장호 드가세요.
상진 (잠시 다정하게 바라보다..) 장호야.
장호 예?
상진 (미소.. 널 믿는다...) 빈체로...
장호 ........
상진 이장호표 빈체로... 이장호표 승리!
그걸 찾으면 니가 진짜 대상이다.
장호 예...
장호 인사하고 간다.
상진 그리고, ......
장호 (뒤 돌아본다) ...
상진 주먹은 절대 안 된다... 알지?
장호, 씩 웃는다. 결심한 얼굴로 돌아서 간다.
장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는 상진.
고급 클럽 홀 / 새벽
영업 마치고 파장 분위기. 개털, 왕눈이, 두부, 결산 하고 있다.
왕눈이 시마이~! 요즘 매상이 뭐 이카노.
개털 수성파 그노마들 나대서 안그러나.
그때, 홀 안으로 들어오는 장호.
조폭들 (일어나 어깨인사) 형님 오셨습니꺼!
장호 (말 끊으며) 큰형님 계시나?
보스룸 / 새벽
빈 술잔에 술이 채워진다.
보면 보스에게 술을 따르는 장호의 모습이다.
보스 ...창수 일은 빨리 잊어라. 다 지 운명이 있는 기라.
지금부터 니가 동성로쪽 맡아라.
장호 (좀 당황) ..
보스 (이상하다) 와? 문제있나?
장호 저... 형님.
보스 ??
장호, 바닥으로 내려 무릎을 꿇는다. 날카로워지는 보스.
장호 저 이 일. 그만 두고 싶습니더.
보스 뭐?
장호 (간절한 눈) 죄송합니더. 형님.
보스 (매섭다) 창수가 부르드나? 저승길 혼자 가기 심심타코?
장호 (얼어버린다)
보스 그만 두고 싶어? 어? 약 쳐 뭇나? 으이?
믹이주고 입히 주이까네.. 뭐? 이 호로쉐끼야.. 어?!
보스가 앉아 있는 책상에 천에 둘둘 만 긴 자루를 올려놓는 장호.
보스, 이상한 예감에 내심 긴장.
보스 뭐고?
장호 (죽이면 죽으리라는 각오) 칼입니더.
보스 (잠시 흔들리는 눈빛, 이내 차가운 눈으로) 와, 내한테 먹일라꼬?
장호 ... 아입니다. 차라리 여서 죽겠습니더.
보스, 점점 얼굴 일그러진다.
장호 내를 사람 만들고 싶어서 대신 목숨 내놓은 창수형..
그리 된 게 운명이고. 저도. 여서 이래 살아야 하는 게 운명이면.
그냥 여서 끝내주이소.
보스 그깟 노래가 니 목숨보다도 중하나?
장호 ... 예
보스 잊아 뭇나본데. 여 온 건, 니 발로 온 거 아이가?
장호 예. 맞습니더. 그래서. 여서 이 칼 맞고 죽어도 큰형님 원망 안합니더.
대신... 여서 이래 살라고 강요하시면. 그땐 원망 할 거 같습니더.
보스 뭐시라!!!
보스, 이성을 잃고 천에서 칼을 풀어낸다. 시퍼런 칼날.
보스 지기 달라고? 소원이면 내 해주지. 어디 묻어줄까?
(칼을 들고 장호 목에 댄다. 피 흐른다)
장호, 그저 눈을 꼭 감는다. 정말 다 받아들일 심산인 것처럼.
보스는 덜덜덜.. 분노에 치를 떤다. 장호 목을 따 버리고 싶다.
팽팽한 사무실.
보스, 핏발 선 눈. 장호의 얼굴에도 땀이 가득. 칼이 더 상처를 냈는지 목에는 피가 더 흐른다.
보스, 장호를 잡은 손으로 확 밀어버린다. 나동그라지는 장호.
칼도 던져버린다. 잠시 창 밖 보며 마음을 추스르는 보스.
보스 (돌아서 장호 보며) 가라.
장호 ?!
보스 대신. 니 십년 안에 세상 종자들이 다 알아보는 인간 못 돼있으면.
니 모가지....
장호 (본다)
보스 니 선생 발모가지... 그때 딸끼다.
장호 (뭐에 맞은 듯 멍하게 앉아있다.) ...
보스 내가 보내주는 기 아이다...
장호 ...?
보스 창수한테 감사해라..
보스, 나가고... 꿇어앉아있던 장호,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한없이 서럽게 흐느낀다.
달리는 택시 안 / 다음날 낮
어두운 터널을 지나 빛으로 나가면 택시의 시점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길...
달리는 택시 안, 열린 창. 불어오는 바람. 나부끼는 모든 것이 시원하다.
턱시도를 입은 장호, 아주 환한 얼굴로 통화중이다.
장호 예, 샘... 지금 가고 있심니다... 아... 걱정마이소..
예.. 시간 맞차 가겠심니다. 예... 예... (핸드폰 끊는다)
달리던 택시, 신호를 받고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선다.
장호, 이제까지 없던 환한 미소로 창밖을 내다본다. 그 사이 택시 옆으로 차 한 대 선다.
검은 차 뒷좌석, 도끼다! 우연히 택시 쪽을 향해 고개 돌리는 도끼...
도끼 (갑자기 날카로워지는 눈빛...) 저 새끼 장호 아이가?
수성파들, 고개 돌리면 붕~ 하고 떠나는 택시.
도끼 잡아! 저 새끼...
예술회관 안 / 낮
객석에 덕생, 학주, 선생님 셋 정도 나란히... 덕생은 연신 웃고, 학주는 어색하게 꽃다발 들고 있다. 한껏 멋을 부린 숙희와 진주도 설레는 얼굴로 좀 떨어진 곳에 앉아있다.
대구 시내 / 낮
장호가 탄 택시 갑자기 끼~익 급정거한다.
장호, 고개 들어보면 그 앞을 가로 막아선 도끼와 수성파들의 검은 차.
도끼와 수성파들 차에서 내려 택시 쪽으로 다가온다.
도끼 야! 이장호!!
장호 (이런 우라질) ...
예술회관 안 / 낮
참가자들의 노래와 심사위원들의 신중한 심사... 객석의 반응... 교차되며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에 학주에게 귓속말을 하는 덕생, 무대 쪽으로 목을 빼고 장호를 찾는 진주,
초조하게 핸드폰 시계를 보는 숙희, 차례로 잡힌다.
CUT TO. 로비 : 상진, 초조하게 전화를 걸고 있다.
E.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소리.
교각 아래 / 낮
그 핸드폰 소리 계속되고 수성파들에게 둘러싸인 장호, 한 대 맞았는지 몸을 일으키려고 한다.
핸드폰을 꺼내는 장호. 순간 도끼가 발로 장호를 걷어차 버린다. 그 통에 핸드폰 떨어진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핸드폰. 보는 장호. 도끼, 핸드폰을 보란 듯이 밟아 으깨어버린다.
도끼 뭐.. 인자 주먹질을 고마뒀다꼬?
장호 (핸드폰을 바라보고, 도끼를 노려본다) ...
도끼 이기 지금 자다가 너무 다리 긁는 소리 하나?
장호 됐다... 고마 하고... 각자 가던 길 조용히 가자.
장호, 비켜 가려고 한다. 이때 훅 들어오는 수성파1의 발길질. 장호, 윽... 배를 움켜잡는다.
다시 몸을 세우고 주먹을 꽉 쥔다. 하지만 참고 주먹에 힘을 뺀다. 수성파1, 이것 봐라... 다시 들어오는 주먹과 발길질. 장호, 웬일인지 쓰러진 채로 저항 없이 고스란히 발길질 다 받아낸다.
대기실 / 낮
계속해서 통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진. 통화가 연결되지 않는다.
상진, 진행요원에게 다가간다.
상진 저기… 우리 학생이 오다가 사고가 난 거 같은데...
순서를 좀 뒤로 빼주시겠습니까?
진행요원 오긴 오는 거죠?
상진 예. 옵니다.
상진의 간절하고 단호한 눈.
교각 아래 / 낮
수성파 놈들 합세하여 쓰러진 장호를 자근자근 밟는다.
도끼 (발길질 해가며) 대가리! 피도! 안마른기! 맞짱 뜨고 기오를 땐 언제고!
뭐? 주먹을 안쓴다꼬?
장호, 엄청나게 맞는다. 그래도 어금니 꽉 깨물고 다 맞아낸다. 얼굴과 배는 필사적으로 커버.
도끼 언제까지 버티는가 보자 이 씨발놈아!!
맞던 장호, 도끼를 확 잡아서 눕히고 올라타 얼결에 주먹을 확! 곧 내리칠 자세. 도끼 움찔...
장호 제발 고마 하자.... 제발! (빨갛게 차오르는 눈) 내 좀..
내 좀 가자 이 씨벌놈들아!!
예술회관 안 / 낮
참가자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고... 상진, 무대 뒤 소대에서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숙인다.
객석. 학주, 덕생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전한다. 덕생, 얼굴이 굳는다.
마지막 참가자, 무대로 나간다. 상진, 힘이 다 빠진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다.
진행요원 (상진에게 다가와) 마지막입니다... 아직..안 왔심니까?
상진 ....
대기실 / 낮
상진, 침통하게 앉아있다.
문 여는 소리에 상진, 돌아보면... 피투성이가 되어 엉망이 된 장호가 서있다.
장호 마이 늦었지예?
상진 (쳐다보다가 말없이 뒤돌아 간다) ...
장호 오해하지 마이소.. 싸운 거 아입니다...
(울먹울먹) 주먹은 .. 안 쓸라고... 이래 맞아도.. 주먹은 안 쓰고..
상진, 밖으로 나가려다가 뒤돌아본다.
장호 노래는 부를라고요, 배는 가릿거든요!
다... 끝난기지요? (눈물 슥 닦고) 우야노 씨...
상진, 장호의 순수하고 장한 모습에 가슴이, 이미 벅차다!
상진, 단단한 눈빛으로 대기실 문 박차고 공연장으로 통하는 곳으로 나간다.
예술회관 안 / 낮
사회자 잠시 후에 최종심사 발표가 있겠습니다.
참가자들 객석에 순서대로 앉아있다.
보호자들은 그 뒤로 긴장해서 앉아있다.
무대 위로 들어가는 상진, 웅성거리는 객석.
상진, 그대로 객석으로 내려와 심사위원들 앞에 선다.
상진 (공손하게) 저.. 우리 학생이 사고가 나서 좀 늦었습니다.
지금 하면 안되겠습니까...
심사위원1 지금 심사 거의 끝나갑니다. 다음에.. (하는데)
상진 정말 준비 열심히 했습니다. 제발 좀 들어 봐 주십시오.
진행요원 (상진 끌어내며) 이러심 안 됩니다!
상진 (뿌리치며) 놔 봐요 좀!! (심사위원에게 간절히) 제발 좀..
사정 좀 봐주십시오. 한번만.. 부탁입니다, 제발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진행요원 (더 끌어내며) 왜 이러세요! 기다리는 사람들 안보입니까!!
심사위원2 (짜증 난 얼굴) 뭐 이래 시끄럽노...쯧...
상진, 팔 뿌리치고 소리 지른다.
상진 (막 나간다) 우리 애가, 노래한다고 목숨 걸고 왔거든요, 예!!
5분이면 떡을 친다 아닙니까!!! 당신들 자식들만 중합니까!!
내 새끼도 중하다 이 말입니다!!!
장호, 상진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덕생도 안타까운 눈. 학주는 혀를 찬다.
학주 에헤이... 학교 망신 다 시키네. 와 저카노.
깡패랑 놀더이만 지도 깡패가..
덕생 조용히 몬 하나?
학주, 꼬리 내린다.
상진, 정말 미친 듯이 간절하게 땡깡을 부린다.
진행요원 둘이 달려드는 바람에 셔츠도 삐져나오고, 재킷은 어깨 너머로 넘어가고.
상진 노래 한 곡 듣는데! 돈이 드나 하루를 잡아먹나!!!
(재킷 벗겨지려 하자 아예 벗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아이 씨팔!
상 안줘도 돼!! 잘난 상 당신들 다 가지라고~!!
(미친 듯한 모습이 더 애절하고 간절... 눈물 그렁)
애가 노래하고 싶다잖아!! 한번만 들어보자구! 한번만!!
사람들 웅성이고, 심사위원들 혀를 차고..
덕생은 상진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학주와 교사들 쪽팔려하고.
진행요원들에게 상진 끌려 나가며
상진 놔 이새끼들아~!! 이거 못 놔!!!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청명한 목소리... [네슨 도르마]...
그 목소리 참으로 웅장하고 맑고 도드라져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다.
상진도 이게 뭐지... 돌아보면,
장호가 무대에 들어와서 혼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
사람들 웅성거린다. 뭐하는 놈이지...
장호는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 당당하게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노래를 끌어 올린다. [네슨 도르마].... 엄청난 중저음의 포스.
반주 하나 없어도 흔들리지 않는 정확한 음정.
덕생, 놀란 눈으로 장호를 본다. 학주는 저저... 아유 저 새끼...
진행요원, 올라가서 끌어낼까 하는데, 나이 지긋한 심사위원이 손짓.
장호의 노래가 사람들의 움직임을 잡고, 시선을 고정시킨다.
상진, 저.. 저 노무 자식.. 눈물이 뻐근하게 차오른다.
장호, 상진을 보며 조용히 노래를 이어간다. 그리고 언뜻 미소를 보낸다.
상진, 하.. 땅을 한번 바라보고 웃는다.
상진, 자신을 잡고 있던 진행요원 팔을 조용히 뿌리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피아노로 오른다.
흐트러진 셔츠를 바로 하고, 피아노 앞에 앉는 상진.
장호가 상진을 돌아보며 노래 이어간다. 상진, 봄눈 녹듯... 반주를 흘려보낸다.
이제, 무대에 서게 된 두 남자.
그들만의 연주를 시작한다.
장호, 반주를 음미하며 그 반주에 목소리를 얹는다.
상진, 장호의 목소리에 녹아들며 넘치지 않게 반주를 이어간다.
상진과 장호, 노래하며 반주하며 서로 눈이 마주친다.
장호, 눈은 자신감으로 빛나고 목소리는... 천상의 소리다.
상진은 난생 처음일지도 모를 최상의 하모니에 손가락이 가볍고
얼굴엔 빛나는 미소가 걸린다. 지금 이 두 남자는 최고의 연주를 펼치고 있다.
심사위원들, 소동을 가라앉히고 장호의 소리를 듣는다.
웅성이고 동요하던 참가자들과 다른 관객들도 어느새 숙연히 노래를 듣게 된다.
덕생, 자랑스러워하는 두 눈으로, 미소로 두 남자의 연주를 음미한다. 행복한지 눈을 감는다.
학주, 영어샘에게 또 궁시렁 대려고 하는데, 영어샘 짜증스레 조용히 하라고 눈치주고,
오히려 장호와 상진의 연주에 빠져든다.
숙희와 진주, 맨 뒤에 서서 듣는다.
숙희, 조금 앞으로 이동한다. 장호가 잘 보이는 곳에서 그의 노래를 듣는다.
그들만의 무대를 펼치는 두 남자를 바라보는데, 제일 고운 미소가 입에 걸린다.
장호, 빈체로 부분으로 달려가고 있다!
클라이맥스.. 선생님은 어떠십니까 전 기쁩니다 vincero...
장호, 진정한 자신감과 정갈함으로 쭉 뻗어 지른다!
상진도 그 두 눈 간절하고 강직함으로 바라본다...
천상의 우직한 소리가 뻗어 나간다... 장호야 나도 참 기쁘다... vincero..
장호, 넘치지 않는 승리의 미소로 상진에게 손을 뻗는다. 두 남자의 환희....vincero!!!!
그 손길을 따라 장호의 힘찬 목소리가 상진의 마음으로 타고 들어가는 듯. 깔끔한 마무리. 조용한 장 안. 상진과 장호의 얼굴. 환희로 밝게 빛난다. 장호... 얼굴은 엉망이지만 아름답다.
한 사람 박수를 보낸다. 이어 두 사람.. 세 사람.. 사람들의 박수가 이어진다. 덕생과 교사들, 일어나서 박수를 보낸다. 손바닥 터지도록 박수친다! 학주, 마지못해 박수. 숙희, 장호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눈물을 닦는다.
상진과 장호는 서로를 바라보고 한동안 말없이 그렇게 서있다.
보리밭 / 낮
석양이 탁 펼쳐진 보리밭 저 끝으로 작은 오토바이 한 대가 털털거리며 지나간다.
오토바이 다다른 곳은 상진차가 서있는 곳.
뒤 트렁크에 걸터앉아 있는 상진과 장호 앞으로 자장면과 탕수육 세트를 내려놓는 중국집
배달원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런 배달원에게 쿠폰 10장 내미는 상진.
배달원 쿠폰을 받아들고 등 돌리면 온갖 욕지기를 입모양만으로 중얼거리며 인상 쓴다.
오토바이 타고 사라지는 배달원을 바라보는 상진과 장호.
CUT TO. 그 차 안 : 자장면을 먹고 있는 상진과 군데군데 멍 자국 남아있는 장호...
장호 샘. 김치. 김치. (면발 입에 가득인 채로 허둥지둥 김치 랩 뜯는다.)
상진 아씨. 이거 뭐야? 차에 냄새 다 배잖어.
장호 이 꼬라지로 자장면집에서 못 묵는다 아입니까.
상진 (피식) 그 꼬라지로 노래는 잘만 하더라?
장호, 히히. 웃고는 다시 자장면 후루룩... 쩝쩝... 안쓰럽게 가만히 보고 있던 상진.
상진 괜찮아?
장호 맷집 하나는 타고 났습니다.
상진 니 몸 말고 콩쿨!!
장호 뭐, 늦어서 안 된다는데 우얍니까. 그래도 상탄 아들 전부 다 오줌 질질
찌맀을기라요. 저그들이 딱 들어봐도 마 이장호가 대상 맞거든!
상진 니는 그래가 안 되는 기라 임마야!
(턱시도를 가르키며) 이 비싼 이태리제를 걸레로 만들고....
장호 퉁친거 아임니꺼... 걱정 마이소! 교복대신 입고 다닐라니까.
장호, 신이 나서 자장면을 후루룩... 그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상진.
CUT TO. 노을이 진 보리밭을 바라보는 상진과 장호. 가만히 장호의 어깨에 팔을 올리는 상진. 그 뒤로 아득하게 펼쳐진 보리밭 끝,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다.
상진집 마당 / 며칠 후 밤
상진,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 걸까.. 말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입이 마르는지 입술에 침을 바르고. 후.... 심호흡하고 눈 딱 감고..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가는 동안 애가 타는 상진.
소리 (이탈리아어) 여보세요?
상진 ......
소리 (이탈리아어) 여보세요?
상진 ... 경찬아... 나야.. 상진이.. 잘 지내지?
소리 ... 니가 우얀 일이고?
상진 전번에... 미안하다...
소리 니 와이카는데?
상진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애 하나만 받아주라...
야외 텐트앞 / 다음날 낮
교장 덕생과 마주앉아 있는 상진.
덕생 어디로 보낼라꼬요?
상진 ... 경찬이.
덕생 이경찬??? 진심으로?? 야... 나상진 사람 됐네!
상진 (확 노려본다)
덕생 허허허허.... 형이 장호 인간 만든 공도 크지만,
장호가 나상진이 사람 만든 공도 크다!
상진 뭐?
덕생 (깐죽) 암튼 내가 장호 걔 물건이라 했지요? 이 교장 말 들어가
인생 어긋난 적 있습니까? 안 그래요?
상진 내 참... 내 가방이나 들고 다니던 놈이...
학교를 옮기 가든가 해야지.. 드러워서 정말..
덕생 장난합니까? 장호 유학 보낸다고 적금 깨고 퇴직금까지 땡기가 놓고 누구 맘대로 때리 치아? 콩쿨에 입상도 못시키고...
상진 내 이번엔 정말 때리 친다...
덕생 나상진샘요. 형 나가면 낸 누구랑 노노.
(콧털 뽑으며) 내 죽으면 내 빼든가.
재밌다고 웃는 교장 덕생. 덕생의 놀림을 이제 포기한 상진의 얼굴.
대레슨실 / 다음날 낮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상진. 장호는 의자에 뚱하게 앉아있다.
상진 너 왜 안갈라 그러는데? 남들은 못가서 안달인데.
장호 (뚱..) 비행기 한 번도 안 타봤잖아요. 무섭다.
상진 (저런 그지... ) 배 타고 가 새끼야!
장호 (또 뚱....) 배 멀미 합니더.
상진, 악보책 잡아서 던지려다 만다. 장호, 잽싸게 얼굴 가린다.
상진 여권 하고 입학 허가서 나왔으니까 준비해.
장호 아 진짜... 와 그카는데요?
상진 장호야! 이왕 시작한 거... 놀아도 큰 데서 놀라고.
장호 ......... (기어드는 젖은 소리) 아무도 없다 아입니까.
상진 뭐?
장호 (눈물 촉촉) 지 혼자라 아입니까... (상진 보며) 이태리 가면.
상진 ........... (아... 마음에 쿵 뭐가 내려앉는다)
장호 (눈물 그렁해서) 깨아가 학교 보내주는 사람도 없고...
머리 쥐 박아가미.. 똑바로 하라고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고..
발음 똑바로 안하면 지기삔다고 (울컥...) 협박하는 사람도 없고~!
상진, 가슴이 뻐근하다. 장호가 아이 같다. 상진도 눈물이 나올 거 같지만 꾹 참는다.
상진 아~~. 저 문디 새끼 저거.... 내 어깨에 뽕 좀 넣주는 기 그래 싫나!
장호 (본다)
상진 나는 실패하고 왔지만... 내 제자는 선생 잘 만나서 세계적인 테너가 됐다고 자랑 좀 하고 사는 게 그래 꼽나?
이 문디자슥아!
장호 샘... (망설인다) 잘... 할 수 있을까예? 날고 기는 놈들 다 올긴데..
상진 너 이장호야 인마!
장호 !
상진 이장호라고. 하늘이 내린 목소리! 내 전 재산 건다 그랬지?
장호, 조금 웃는다.
상진,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상진 노래나 하나 하자. (장난기 가득) 녹화나 해 두까?
나중에 니 유명해 지면 돈 좀 안되겠나?!
장호 샘은요... 꼭 끝이 안 좋아요.
상진 (피아노 코드 넣어보며) 이리 와 앉아봐라.
장호 마지막 레슨입니까?
상진 레슨은 무슨... 뭐 할래?
장호 (옆에 와 앉는다) 지야 뭐 다 잘하지요.
웃는 상진과 장호. 상진.. 반주를 넣는다. 익숙한 반주. 장호 놀란다.
상진이 먼저 노래 들어간다.
상진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장호 어깨를 툭 친다.
장호 우리 가는 길에 아침햇살 비치면 행복하다고 말해 주겠네.
성악 할 때와 다른 맑고 가볍고 감미로운 두 남자의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진다.
후문 벤치 / 오후
장호, 숙희와 약간 버름하게 벤치에 앉아 있다.
숙희 (의연한척) 내는 남자 앞길이나 막는 그런 시시한 여자 아이다.
...내 쿨하게 보내줄게.
장호 (의외네?) 그래... 고맙다...
숙희 (참지 못하고 그렁) ... 기다려도 되나?
장호 (그럼 그렇지..) 기다리지 마라.
숙희 와?
장호 갔다 오면 내 군대도 가야된다.
숙희 ... 것도 기다리께.
장호 (숙희 보다가 씩 웃으며) ... 그르든가.
숙희 (급 화색 돌며 장호 볼에 뽀뽀 쪽!) 이제 니는 내꺼다. 알긋나?
장호 (싫진 않지만 당황하며) 야가 와이카노?
이때 멀리 유기농 텃밭에서 들려오는 덕생의 외침.
덕생 느그들 신성한 핵교에서 뭐하는 짓이고?!!
호미 들고 선 덕생 보고, 화들짝 놀라 장호와 숙희, 도망친다.
인천공항 출국 게이트 / 며칠 후 낮
장호와 상진, 출국 게이트에서 마주 서 있다.
상진 비행기 탈 때 신발 벗고 타는 건 알지?
장호 아 그래요?
상진 이렇게 모자라서... 이래가 이태리 가서 어떻게 살래?
장호 장단 맞춰 준겁니다. 그런 것도 모릴까봐.
둘 다 웃는다. 무슨 말을 해 줄까... 입술만 마르는 상진과 장호.
상진 필요한 거 있으면 전화해라. 보내 줄게.
장호 사모님이랑 지민이랑 꼭 한 번 오셔야 됩니데이.
상진 (끄덕) ...들어가.
장호 예...
장호, 가방을 끌고 걸음을 옮긴다. 두 남자 눈물이 나는 걸 꾹 참는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 간 장호. 뒤돌아본다. 상진이 팔짱 끼고 서서 고개만 끄덕인다.
장호,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길을 나서는 장호.
닫히는 게이트 문.
잠시 후, 다시 열리는 문. 서로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상진은 들어가라 손짓하고.
바라보던 장호.. 그 자리에서 넙죽 절을 한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는 장호. 고개를 든다.
상진이 눈이 빨갛게 충혈 된다.
다시 닫히는 문...
탑승구 앞 / 낮
비행기 탑승구에서 타지 못하고 서 있는 장호. 장호는 승객들 발만 본다.
뒤 승객들이 비켜 지나가며 앞서 탄다.
영문을 몰라 바라보는 승무원.
신발을 벗지 않고 타는 다른 승객들.
장호 자기 신발을 거의 벗었다가 다시 신는다.
장호 (공연히 뒤를 돌아보며) 에이. 진짜... 끝까지...
인천공항 게이트 앞 / 낮
여전히 게이트 앞에 서서 아직도 가지 못하고 있는 상진.
F.O
에필로그 / 10년 후
어두운 무대. 사람들의 환호 소리! 박수 소리!
무대 조명이 환하게 밝혀지면 ‘자막 : 10년 후’ 뜬다.
앵콜을 외치며 기립박수 치는 사람들. 박수 소리 더 커진다.
[김천예고가 낳은 세계적 테너 이장호 내한공연] 플랜카드.
중계차와 기자들이 무대 옆 객석 중간 중간 자리 잡고 있다.
나이가 든 덕생과 학주, 어엿한 숙녀가 된 숙희, 상진과 미선, 보스와 개털, 왕눈이, 두부 등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덕생, 갑자기 심장 부분을 꾹 움켜쥔다.
학주 (놀라서) 교장샘요! 119 부를 까예!!
덕생 아이다. (이번엔 콧잔등 누르며) 가슴이 뭉클 하다 이기지...
내 저노마 사람 만든다고 얼매나 쎄가 빠지도록 고생했노! 카.....
학주 (할 말이 없다) 어휴...
덕생, 확 야리고. 곁에 숙희 콤팩트를 보며 얼굴 다듬는다.
숙희 남자 보는 눈은 괜찮지 내가. 끈기가 없어 그렇지. 아씨...
우짜다 고무신은 바까신어갖고... (콤팩트 팍 닫고) 다시 도전!
개털 사람들이 알라나? 장호 형님이 우리랑 한 솥밥 묵고 산거.
왕눈이 싸인 해 달라카믄 해 줄라나? 우리 잊아뿐거 아니가?
보스 선생 발모가지 지킨다고 애썼다... (기특해서 웃는)
두부 예?
보스 (감동한 표정으로 기립해 박수치며) 앵콜!!
조폭들 (놀라서 보스 쳐다보다, 얼른 따라 일어나 박수치며 격하게) 앵콜! 앵콜!!
무릎에 놓인 예쁜 꽃다발.
상진소리 촌스럽게 다발이 뭐니...
보면, 미선의 무릎에 꽃다발. 상진은 점잖게 앉아 앞만 본다.
상진 한 송이 딱 던져 주는 게 멋인 거야 이 사람아.
미선 자는요, 푸짐한 거 좋아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씨부리쌌노.
상진 이 사람아 공연은...
미선 시끄라요. 노래 시작하잖아.
앵콜 박수 속에 세련된 복장의 장호가 무대로 나온다.
좌중을 둘러보는 장호. 덤덤한 표정. 웃지도 않고.
장호 옛날에.
순간, 조용~~ 해지는 관중들. 상진도 저 놈이 무슨 말 하려나,,, 본다.
장호 여서 콩쿨이 열맀는데요. 어떤 양반이 자기 아 노래 함 부르게 해달라고
웃도리 집어 떤지고... 생떼 부리고..
순간, 상진 저 쉐끼... 긴장되어 본다.
장호 그 덕에 제가 이 자리에 있네예...
(상진을 바라보며) 그 양반이... 울 쌤입니더.
씩 웃는 장호. 상진, 가슴이 먹먹하다.
장호 마지막으로 제가 젤로 좋아하는 노래 한곡 하겠습니더.
상진, 빈체로 정도 기대하나보다.
장호 지휘자에 사인 주고, 다시금 오케스트라 연주 시작되는데.
어딘가 낯익은 음율... [행복을 주는 사람]
뭐지.. 무대를 보는 상진.
장호, 두 눈을 감고 연주에 마음을 실어 최고의 목소리로 노래 시작. 그 노래다!
미선, 더 감동해서 상진을 조용히 바라본다.
어느새 상진의 눈이 촉촉하다.
상진 저노마 저거...
장호, 눈을 뜨고 상진을 본다.
상진, 자신에겐 여전히 어린 장호여서 기특하고 애잔하게 바라본다.
장호, 은은하고 깊은 눈으로 상진을 바라보며 노래를 이어간다.
두 남자의 그리움과 고마움이 노래에 실려 무대와 객석을 가득 채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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