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1회
"넷플릭스 시리즈"
[주제곡]
[밝은 음악]
(하경) 신호는 단순하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때로는 소리로
[또각또각 소리가 울린다]
때로는 색깔과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천둥이 콰르릉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하경) 진동으로
[통화 연결음] 이 세상에 안전한 것은 없다고
계속해서 내게 신호를 보낸다
- (태경) 안 받아? - (하경) 응
[휴대전화 진동음]
(기준) 미안,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늘 한복집은 못 갈 것 같아
(태경) 왜?
기준이 컨디션이 안 좋다네
삐졌나?
삐져?
[한숨 쉬며] 어제 말이야
왜, 대체 얼마나 끌고 다녔길래?
끌고만 다녔으면 다행이게?
(태경) [한숨 쉬며] 다니는 내내 사람 자존심을 얼마나 건드리던지
내가 제부면 아니꼬워서 이 결혼 안 한다
(수자) 그러면 나야 생큐지
(태경) 엄마, 아유, 치 [수자의 힘주는 신음]
요즘 같은 세상에 제부만 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
월급 제때 나와
정년에 연금까지 보장되는 철 밥통에
얼마나 안정적이야 [통화 연결음]
그래서 결혼하는 거라잖아 안정적이어서
하다못해 듬직한 맛이라도 있든가
어제 그거 조금 끌고 다녔다고 뭐, 컨디션이 뭐?
(수자) 내일모레 칠십인 나도 이렇게 쌩쌩한데
퍽도 안정적이다, 그래
(태경) 그냥 천생연분인가 보다 해
엄마, 10년을 만나는 동안 한 번을 싸운 적이 없다잖아
[탁자를 탁탁 치며] 나는 그게 제일 걸려, 응?
(수자) 얘 이 까칠한 성격은 어미인 나도 이렇게 아니꼬운데
아무리 콩깍지가 씌었기로서니 무조건 받아만 준다는 게 말이 돼?
좋으니까, 좋으면 그럴 수도 있지
싸움도 애정이 있어야 하는 거다
(수자) 이게 좋겠네, 이게
응? 색깔이 아주 격조 있게 곱네, 응? [태경이 호응한다]
저기, 저기, 저기요
(한복집 주인) 아, 네, 네, 사모님
- (한복집 주인) 이쪽으로, 네 - (수자) 예
[하경의 한숨]
(라디오 속 캐스터) 오늘 전국 낮 기온 3도 이상 오르면서
맑고 따뜻하겠는데요
현재 전국에 구름이 다소 많은 편이지만
점차 하늘이 맑아지면서
한동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겠습니다
공기도 깨끗하고 봄볕도 따스해서
서울 기온 18도로 포근한데요
(하경) 아직 멀었어? [일기 예보가 계속 흐른다]
(태경) 어?
저 앞에서 좌회전
(라디오 속 캐스터) 날씨가 참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맑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대기는 점점 더 건조해지고 있으니까요
다들 불씨 관리…
[새가 지저귄다]
(하경) 차 마시러 오자며?
(수자) 차 마시러 왔잖아
여기가 찻집이야?
찻집이 별거야?
(수자) 차 마시면서 얘기하면 찻집 되는 거지
[수자가 차를 조르르 따른다]
[수자가 다관을 내려놓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우리 보살님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오셨을까?
(수자) 저, 일전에 말씀드렸죠?
- (수자) 우리 딸… - (하경) 이분이요
(하경) 교회 권사예요
(선녀 보살) 권사, 집사 목사, 의사, 교수, 사모님
속 시끄러우면 다 고 자리에 앉아 있게 돼 있어
[수자가 가방을 달그락거린다]
(수자) 저…
[종이를 부스럭 펼친다]
둘 다 정묘년 토끼띠네?
[방울이 딸랑거린다]
정묘년 묘시생이라…
[휘파람]
(선녀 보살) 조심성이 너무 많아도 인생 고달픈 법인데
어렸을 때부터 어찌나 의심이 많은지
(수자) 얘는 냉수도 냄새부터 맡고 마셔요
아버지 따라서 빨리 죽을까 봐 그래
(하경) 뭐, 잘못이야?
(태경) 얘는
엄마는 다 너 생각해서 이러는 건데
그리고 결혼하기 전에 궁합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언니는 뭐, 궁합이 안 좋아서 이혼했냐?
(수자) 씁, 하경아, 너 언니한테…
(선녀 보살) 우리 따님
겁이 무지하게 많으시구먼
(수자) 맞아요, 얘가 좀 그래요
'좀'이 아니지 아주 병적이다시피 하지, 엄마
(선녀 보살) 근데 인연이라는 게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방울이 딸랑거린다] [선녀 보살의 휘파람]
[한숨]
왜요?
신랑 사주가…
(수자) 사주가 왜요?
(선녀 보살) 간여지동이라 배우자랑 연이 박해
게다가 사주에 양인살이 껴서
극처할 수도 있겠어
[흥미로운 음악] 사별?
이혼요?
[하경의 어이없는 숨소리] (수자) 거, 거봐
넌 내가 처음부터 그 녀석 찜찜하다고 했지?
- 나 갈 거야 - (태경) 어? 야, 하경아
(수자) 마저 듣고 가
- (하경) 아, 놔, 아이씨 - (수자) 복채가 얼마인데
(선녀 보살) 거기 꽂혀 있는 우산 들고 가
왜요?
[선녀 보살이 숨을 들이켠다]
비가 오겠어
[어이없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신발을 달그락 신는다]
비는 무슨
[밝은 음악]
(시우) '때 시', '비 우'
때맞춰 내리는 비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비 우' 자를 쓴 거구먼
난 또
이름엔 잘 안 쓰는 한자라
(시우) [웃으며] 아
할아버지가 평생 농사를 지으셨거든요
제때 내리는 비만큼 반가운 것도 없다고
아, 그런데 인감은 얻다 쓰시려고?
차 뽑으려고요
[카드 인식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문이 닫힙니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초인종이 울린다]
[가방을 달그락거린다]
[도어 록 작동음]
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컨디션 안 좋다며, 자
찬물로 샤워했더니 좀 괜찮아졌어
(하경) 그래? 다행이다
근데 비밀번호 왜 바꿨어?
아, 어, 그게…
엄마가 또 몰래 왔었구나
[살짝 웃는다]
미안
안 들어가?
(하경) 출근해야지 지금 가도 빠듯해
[휴대전화 진동음] 잠깐만
가 봐야겠다, 죽 꼭 먹어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네, 진하경입니다
[버튼 조작음]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석호) 과장님한테 보고하시죠
그 얘기는 끝난 걸로 아는데요
(석호) 우박이라니까요, 우박, 예?
우박은 일단 내렸다 하면 그대로 피해 발생이니까
1% 가능성만 있어도 분석해야 되는 거 아시죠?
그래서 신 주임님이 분석한 현재 확률이 어떻게 되는데요?
- 확률 말입니까? - (하경) 네
거의 5% 가까이 됩니다
'거의', '가까이' 빼고 말씀해 주실래요?
[한숨]
(석호) 4.8에서 4.9% 정도요
아직 5%가 안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아이, 4.9면 거의 5%인데…
5% 넘으면 다시 얘기하시죠
일단 원칙대로 하겠습니다 끊습니다
[통화 종료음] 아…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석호) 아, 뭐, 자기가 과장이야?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
[버튼 조작음]
[발랄한 음악]
(시우) 지금 출근하십니까 채 기자님?
웬 차야?
뽑았지
(유진) 무슨 돈으로?
(시우) 36개월 할부로
아, 뭐 해, 타
음, 늦었어
(시우) 이미 오전 예보는 나갔을 시간이고
곧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어차피 밥은 먹어야 되잖아
타시죠
[사이렌이 울린다]
(유진) 새 차 아니야?
(시우) 살짝 중고
살짝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
[버튼 조작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우) 너 저번에 TV 보면서 여기 와 보고 싶다고 했잖아
어때? 남친 기억력 쩔지?
[살짝 웃으며] 어
어? 또 오셨네요
[어색한 웃음]
커플 B 세트로 주세요
(종업원) 네, 커플 B 세트
왔었어?
아, 친구랑
아이, 아깝다
내가 제일 먼저 데려오고 싶었는데
[어색한 웃음]
그때가 언제인데
앞으로는 나랑 다니자 차도 생겼는데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음, 글쎄
(시우) 씁, 음…
여행 갈까?
곧 여름이잖아 더 바빠지기 전에 한번 다녀오자
그제도
단열선도에 어렴풋이 우박 시그널이 보이는 거야
시그널 알지?
'3월 중순에 눈이라고?'
직감적으로 이건 우박이다 싶은 거지
그 근거 찾는다고 사흘 동안 청에 처박혀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내가… [휴대전화 조작음]
아…
너 가평 좋아하지? 거기 가면 예쁜 카페 많다고
텐트랑 취사도구 챙겨 가서 경치 좋은 데서 캠핑 어때?
내가 또 그쪽 지리랑 날씨랑은 쫙 꿰고 있거든
나는 캠핑 별로인데
어, 그럼 펜션? 펜션 잡을게
[시우가 휴대전화를 탁 집는다]
[난감한 숨소리]
저기, 그…
[투둑투둑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시우) 헐, 우박이다, 맞지?
(유진) 어, 예보 없었지?
[한숨 쉬며] 또 무시당했지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정비원) 상황실, 상황실
우박으로 인해 기체 손상 우박으로 인해 기체 손상
[전화벨이 요란하다]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봉찬) 예, 알겠습니다, 예
네, 청장님, 예
네, 보고드리겠습니다, 예, 네
하이고 [봉찬이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아니, 오늘 아침까지 이런 특이 사항 보고 없었잖아
(최 과장) 네 아침까지는 대기가 안정적이고
연직 기온 변화도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낮 동안 지상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기 불안정이 강해졌습니다
(봉찬) AWS랑 연직 바람 장 그, 실황 분석했어?
[최 과장이 말한다] (석호) 찔리지 않으십니까?
[모니터 속 봉찬이 말한다]
[시우의 힘주는 숨소리] 뭐야, 너 오늘 비번 아니냐?
씁, 5만 원이요
(오 과장) 나 지금 회의 중이다
아, 그러니까요 제가 우박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봉찬) 아, 저만한 우박이 내렸으면은
그만한 시그널이 있었을 거 아니야
하, 답답해
자, 그럼 그 지역 말이야 단열선도 그래프 좀 띄워 봐요
6시간 전부터 [키보드 조작음]
[긴장되는 음악] [봉찬의 힘주는 숨소리]
[시스템 작동음] 어
어, 12시간 전으로
아, 앞으로 다시 3시간 전
어, 수원
아니고, 인천
[봉찬의 한숨]
이천
아, 잠깐만, 거기 잠깐만, 저 아래
좀 확대해 봐
[마우스 조작음]
저거 아니야?
[한숨 쉬며] 맞네 시그널이 보이네
[직원들의 옅은 탄식] 응?
[봉찬의 한숨]
아아, 아
(시우) '아아'요?
와, 아니 제가 그렇게 얘기할 때는
씻나락 까먹는 소리 말라고 하시더니
지금은 보이십니까?
알았어, 응, 커피 사면 되지?
(시우) 예?
딸랑 커피요?
[한숨 쉬며] 야, 너 내가 한 달 용돈이 얼마인 줄 아냐?
자, 알았어
아, 알겠어요, 커피로 퉁치시죠
그래, 고맙다
(시우) 네
(오 과장) 야, 용건 끝났으면 가라
(시우) 아, 예
- (오 과장) 가, 가, 가, 가 - (시우) 아니, 예
(봉찬) 최 과장 이거 봤어, 안 봤어?
(최 과장) 봤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했습니다
(봉찬) 그러니까 뭘 어떻게 해도 좋은데
그랬으면 여기 뭐, 어디 한 줄이라도
언급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봉찬이 서류를 툭 던진다]
저, 그게 수치가 워낙…
(최 과장) 죄송합니다 제 실수입니다
경위서 쓰겠습니다
[봉찬의 한숨]
(봉찬) 그, 항공기상청에 우리 쪽 미스였다고 전화 넣고요
그, 도로공사하고 농진청에 전화해서
어, 농작물 피해 상황 좀 파악해 봐요
(직원1) 예, 알겠습니다
'일시적인 현상'?
그렇게 하나 마나 한 소리 하니까 뻔한 시그널도 놓치는 거 아니야
[무거운 음악]
(봉찬) 날씨를 중계하지 말고 좀 예보를 하라고, 예보를
아이, 진짜
(기준) 국장님 아래에 기자들 와 있습니다
(봉찬) [한숨 쉬며] 아이고
기자님들 출동하셨답니다
최 과장이 내려가서 수습하시고
나는 청장님 뵈러 가야 되니까
[봉찬의 한숨]
[최 과장의 한숨]
(시우) 어쨌든 저는 분명히 보고드렸습니다, 우박
나중에 본청에 잘 좀 보고해 주십시오
뭐 하러?
본청 상황실은
에이스 오브 에이스만 모여 있다면서요
(시우) 여기 에이스
(오 과장) [피식 웃으며] '에이스 오브 에이스'
그것도 다 옛날 말이다
어, 왜요?
(오 과장) 그냥 지금은
어, 기상청의 아오지 탄광이라고 보면 돼, 어
[놀란 숨소리]
(박 주무관) 국장님이 이번 우박 관련해서
사후 분석 하려면 필요하실 거라고요
어, 1990년대부터 비슷한 사례 싹 다 뽑은 겁니다
(명주) 아, 우리 팀 일주일 연짱 밤샘한 거 뻔히 알면서
이 정도는 정책실에서 커버해 주실 수도 있잖아요
(박 주무관) 아이고 저희도 그러고 싶은데
국장님이 콕 찍어서
총괄 2팀의 보고를 직접 받겠다고 하시네요
(석호) 아, 실황 감시하면서
언제 이걸 다 분석해서 보고서를 올립니까
이… 아휴
(하경) 언제까지 하면 되죠?
(박 주무관) 이번 주말까지요
[하경이 서류를 살핀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석호) 야, 야, 야, 박 주무관
아까 말한 수치 모델은 아직입니까?
곧 나옵니다
빨리 좀 부탁드릴게요
[마우스 조작음]
오늘 브리핑은 진 선임이 좀 하시죠, 예?
(석호) 양심이 있으면
총괄과장님이 계신데 제가 나서는 건 월권이죠
(하경) 기상청이 국민 욕받이인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요
[한숨]
[힘겨운 숨소리] [어두운 음악]
[최 과장이 털썩 쓰러진다]
(수진) [놀라며] 과장님!
(명주) 과장님! 어머, 과장님!
- (석호) 과장님! - (명주) 어떡해, 과장님!
(수진) 정신 차리세요
(명주) 과장님! 누가 신고 좀 해 주세요!
과장님!
[사이렌이 울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수진의 한숨]
(수진) 우리 과장님 괜찮겠죠?
(석호) 괜찮지, 그럼, 쯧
(명주) 잠깐만요
대변인실에서 누구든 빨리 오라고 난리인데요?
(수진) 과장님까지 실려 가셨는데 너무한 거 아니에요?
(석호) 하, 올해만 벌써 이게 몇 명째야
(명주) 어떡해요?
누구라도 브리핑 참석은 해야 할 텐데
[차분한 음악]
제가 가죠
(기준) 최 과장님은?
어, 구급차 와서 방금 출발하셨어
(하경) 기다려 봐야지
근데 누구?
(기준) 어, 출입 기자
아, 질문 순서 좀 조정해 달래서 안 된댔더니 저러네
응, 나 뭐 하면 돼?
응, 낮에 내린 우박에 대한 기본적인 브리핑은 끝난 상태니까
(기준) 세부적인 내용만 설명해 줘
- (하경) 오케이 - (기준) 가자
[긴장되는 음악]
[하경이 서류를 바스락거린다]
그럼 질문받겠습니다
[깊은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봉찬) 어, 병원이지, 어
아니, 괜찮은 거 같아, 어
어, 잠깐, 아, 최 과장
(간호사) 병실로 옮깁니다
(봉찬) 아, 병실로요? 아
아, 제수씨, 많이 놀랐죠?
(최 과장 처) 바쁘실 텐데 뭐 하러 오셨어요
(봉찬) 당연히 와 봐야죠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에요 그렇죠?
(최 과장 처) 다행이요?
[최 과장 처의 한숨] (봉찬) 아…
(최 과장 처) 우리 이이가
벌써 몇 년 전부터 지방 발령 신청했죠?
예
(최 과장 처) 안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고혈압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고 계속 얘기하셨는데
'한 해만 더, 한 해만 더'
그렇게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질 땐 언제고
우박 그거 하나 놓쳤다고
사람을 저 지경을 만들어요?
아, 저, 우박 그거 하나 때문만은 아니고…
(최 과장 처) 아니, 뭐 맨날 틀리면서
그거 하나 틀린 게 뭐 그렇게 대수라고
다들 국장님더러 뭐라 그러는지 아세요?
네?
인간 착즙기요
(최 과장 처) 사람 진을 그냥 쫙쫙 쥐어짠다고
저도요, 이제 그냥 징글징글해요
[최 과장 처의 한숨] 제수씨, 정말 미안합니다
(최 과장 처) 예, 예, 예 그럼 들어가세요
(봉찬) 아, 예 괜찮을 거예요, 예, 미안해요 [최 과장 처가 얼버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수진) 오셨어요?
(봉찬) 어, 최 과장이 심근 경색이라네
(명주) 어쩐지 계속 가슴이 뻐근하다고 하시더니
아, 그랬어?
아, 난 왜 몰랐지, 그걸?
[봉찬의 한숨]
지금은 괜찮으신 거죠? 과장님
어, 뭐, 정밀 검사 받는다니까 좀 기다려 봐야지
괜찮을 거야
(봉찬) 거 괜히 안부 전화니 뭐, 문병 간다고 하지 말아
그거 다 스트레스니까, 응?
자, 그건 그렇고
그럼 그동안에 총괄 2팀은…
어, 진 선임이 좀 맡아 줘
[흥미로운 음악]
저 다음 달에 결혼합니다, 국장님
그러니까 최 과장 돌아올 때까지만 맡아 달라고, 어?
(봉찬) 길어 봐야 2주 아니겠어?
아, 그 정도는 커버할 수 있잖아
그래도 총괄 직무 대행은 좀 무리 아닌가?
(봉찬) 응? 뭐, 뭐, 뭐, 뭐 큰 소리로 얘기해 봐, 뭐, 뭐
다른 뾰족한 수라도 있어? 뭐야?
- (석호) 아닙니다 - (봉찬) 어, 그래?
(봉찬) 자,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어?
[한숨]
[새가 지저귄다]
[휴대전화 진동음]
(기준) 어, 왜 안 내려와?
나 오늘 자기 동창 모임 못 갈 거 같아
또 나 혼자 가라고?
그럼 어떡해 최 과장님이 쓰러지셨는데
[기준의 한숨]
[차분한 음악]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일해
2주만이라니까 그때까지만 좀 미안하자
어
[밝은 음악] [새가 지저귄다]
[시우의 상쾌한 숨소리]
(시우) 와, 죽인다
아, 혼자 보기 진짜 아깝다
(기자) 그러니까 결국 올여름도 덥다는 거잖아, 어?
그럼 뻔하네
자, '최악의 여름'
'기록적 폭염', '한증막 더위'
야, 다섯 글자면 끝날 거 뭐가 이렇게 장황하니?
그, 올여름만 특히 더 덥다는 게 아니고요
지구 온난화로 올 평균 기온이 1, 2도가량 올라간다고요
(기자) 너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 그딴 거에 신경이나 쓸 거 같니?
자극적이어도 좋으니까
좀 읽고 싶게 기사를 쓰면 안 될까?
선배
(기자) 참 너 사람 여러 말 하게 하네, 진짜
너 그래야 에어컨이 잘 팔린다고 내가 몇 번을 얘기하냐?
너 우리 회사 최대 광고주가 누군지 몰라?
여기가 광고 회사입니까?
에어컨 광고를 왜 여기서 해요?
(기자) 그래야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야, 여기 우리 모두 다 좋지
그러니까 잘 좀 하자, 응?
야, 우리도 상여금 좀 가져가자
쯧, 좀
넌 파이팅할 수 있어, 응? 자극적으로
[한숨]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뭐야
(시우)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시우)
(시우)
[한숨] (시우)
[새가 지저귄다]
바쁜가?
[밝은 음악]
[관측소장의 힘주는 신음]
(시우) 소장님!
(관측소장) 저 친구 또 왔네, 아
졌다
졌어
(관측소장) 봐요
레이더 안테나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니까
뭘 여기까지 확인하러 옵니까?
(시우) 아, 기계라는 게 믿을 수가 있어야죠
그러면서 이렇게 얼굴도 한 번씩 뵙고 그러는 거죠
[관측소장의 한숨] (시우) 근데 진짜 이상 없는 거 맞죠?
(관측소장) 예
확인했으면 그만 가요 우리도 바빠
아, 아직 3월인데 기온이 내륙 쪽 평년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높아 가지고요
그건 강원청에다 따지시든가
(시우) 아…
[전화벨이 울린다]
예, 강릉입니다
(시우) 아, 네, 안녕하세요
그, 강원 지역 지면 온도가 튀는데 체크 좀 해 주시죠
아, 그래요?
(시우) 예, 확인하시는 김에
평창, 춘천, 홍천, 횡성, 원주
그 지역 일대도 한 번만 봐 주세요
(직원2) 예, 잠시만요
평창
춘천
홍천
그리고 또 어디요?
횡성, 원주요
아, 아, 횡성, 원주
[마우스 조작음] 잠시만요
아, 저, 죄송한데 빨리 좀 안 될까요?
횡성, 원주가…
아이고
나요, 강릉의 엄
뭔데 그래요?
[한숨 쉬며] 예, 그…
평창, 춘천, 홍천 횡성, 원주 지역
지면 온도 좀 체크해 달라고요
(동한) 아, 이게 동풍이 들어오면서
일사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인데 가끔 이럴 때가 있어요
그러다 말 겁니다
아, 그러다 말 것 같지 않은데
예?
(시우) 아, 일단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아니, 뭘 알겠… [통화 종료음]
여보세요
(동한) 뭐냐, 이 싸가…
얘 누구냐?
아, 저, 그걸 안, 안 물어봤네요
(동한) 그걸 왜 안 물어봤어?
이러니까 이렇게 새파랗게 어린 놈이
버릇없이 구는 거 아니야
주의하겠습니다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에이
(직원2) 근데 선임님
그, 혹시 소문 들으셨습니까?
뭐? 무슨 소문?
본청의 총괄 2팀 과장 자리 지금 공석이라던데요?
그래서?
(직원2) 아유 슬슬 본청 복귀하셔야죠
됐어
[서류를 사락 넘기며] 골치 아픈 동네, 아주
모셔 간다 그래도 싫다
(직원2) 어어? 그, 기러기 생활 그렇게 오래 하시면
한순간에 낙동강 오리알 되시는 수가 있습니다
그거 무서운 거예요
[동한의 한숨]
[쓸쓸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동한) 아이…
- (향래) 여보세요 - 어
아이, 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아?
(향래) 당신은 언제 전화하면 받고?
(동한) 어, 그…
별일 없지?
별일 있으면 와 볼 수는 있고?
아이, 좀 그, 이씨
오랜만에 서방님이랑 통화를 하면은 좀 반갑…
(향래) 용건만 말해
보미는?
보미야! 아빠
(보미) 싫어
싫대
아, 그래
끊어
[달려오는 발걸음]
(직원2) 엄 선임님!
(동한) 응
(직원2) 좀 와 보셔야 될 거 같은데요?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어, 나 지금 바빠
(태경) 야, 잠깐만
너희 리안웨딩홀 예약한 거 아니었어?
어, 맞는데, 왜?
(태경) 아니, 엄마가 뭐 좀 물어봐 달래서 전화했더니
너희 계약금이 아직 입금 안 됐대
뭐?
(태경) 제부는 전화해도 전화도 안 받고
너희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기준 씨 그런 거 확실한 사람이야 뭔가 착오가 있겠지
[봉찬이 말한다]
(하경) 아무튼 내가 확인해 볼 테니까 끊어
자, 잠깐만, 뭐야, 또?
(봉찬) 저 코딱지는 뭐야?
(하경) 불안정이 강해지면서 만들어진 대류운입니다
(봉찬) 저 지역에 습도 얼마 나오는데?
(하경) 현재 82%가량 됩니다
(봉찬) 그럼 응결돼서 떨어질 확률은?
증발할 확률이 70% 이상이고요
특보까지 가기엔 좀 애매하다, 수치가
(봉찬) 오케이 일단 회의부터 합시다
(하경) 3월 14일 예보 토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위성 센터 나와 주시죠
네, 위성 센터입니다
(직원3) 현재 구름 영상을 보면
북동쪽으로 구름대가 발달하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강원청에서 의견 주십시오
(동한) 예, 여기 지역 특성으로 봤을 때
강수로 연결되긴 힘들어 보입니다
(시우) 비 옵니다 틀림없이 온다니까요!
[긴장되는 음악] (오 과장) 아이고 저게 또 지랄병이 도졌나
야, 너 하늘 맑은 거 안 보여?
(시우) 제가 자료 쐈잖아요
하, 이거요, 폭탄입니다
곧 들이닥칠 거래도요
(오 과장) 어, 봤어, 봤고 지금 그거 결정하려고
회의한다, 어?
너 여기 좀 앉아서 기다려
(시우) 아, 시간 없어요
지금 당장 수도권에 호우 주의보 때려야 된다고요
(오 과장) 기다리라고
(시우) 여기 보세요, 여기 지면 온도 튀는 거 보이죠?
강원청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지만
불안정이 강해서
비구름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니까요
[회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오 과장의 한숨]
(시우) 여기요, 여기
(오 과장) 씁 아, 근데 이게, 하…
수도권청은 뭐 할 말 있어요?
(오 과장) 현재 강원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구름 말입니다
이게 심상치가 않아서 말입니다
비구름으로 발달할 거란 말씀이세요?
(오 과장) 예, 1시간 내로요
근거는요?
아, 잠시만요
(시우) 1시간 전만 해도 하층운 상태였던 구름이
현재 춘천 지역을 통과하면서 빠르게 발달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자료 올리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석호) 자료, 자료…
저 친구입니다 그날 우박 예측했던
(하경) 그래서요?
참고하시라고
(동한) 아니, 지금 대기가 얼마나 건조한지 몰라서 그래요?
에코로 잡힐 정도로 비구름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수도권에 닿기도 전에 대기 중으로 증발할 겁니다
(시우) 북진하면서
계속 수분을 공급받는다면요?
현재 이 지역 하층 기온이 올라가면서
계속해서 수증기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보시면 1시간 전만 해도 2km에 불과했던 구름이
현재는 5km, 6km까지 두꺼워졌습니다
더욱이 현재 수도권 동부의 지상 기온이 높기 때문에
불안정해진 대기로 인해서 구름이 증발한다기보다는
발달해서 들어올 확률이 높습니다
제 예상이 맞다면
늦어도 2, 3시간 후에는
수도권에 엄청난 비가 쏟아질 겁니다
(봉찬) 그렇게 말하지 말고 강수 확률 얼마?
(시우) 예, 그러니까, 어…
18.7에서 8 정도 되겠네요
(시우) 예, 맞습니다
(동한) 아니, 그러니까
아, 대기 중으로 증발할 확률이 80% 이상이라는 건데
그거를 뭘 어렵게 소수점까지 찍어 가면서 말을 해요?
(봉찬) 어이, 총괄 직무 대리
어떻게 할 거야?
[긴장되는 음악]
[하늘이 콰르릉 울린다]
[새가 지저귄다]
[휴대전화 진동음]
(태경) 다시 확인했는데 식장 계약금 입금 안 된 거 맞대
오늘 안으로 입금 안 해 주면 예약 취소된다고
신랑 쪽에 전달했다는데?
(동한) 그, 지금이 한여름도 아니고
3월 중순에
20%도 안 되는 확률로 호우 특보라니요
이게, 이거는 그렇게 고민할 수치가 아닌 거 같은데요?
자꾸 춘하추동 공식에 끼워 넣으니까
세팅값 자체가 잘못 설정되는 거 아닌가요?
[휴대전화 진동음]
(동한) 예보는 확률입니다
- 그러니까 맨날 틀리죠 - (동한) 뭐라고?
[흥미진진한 음악] 작년 17호 여름 태풍 때도 그랬고
올 초 겨울 안개 때도 그리고 이번 우박도
확률, 확률 하더니 어떻게 됐습니까?
(시우) 이럴 거면 예보관이 왜 있는 건데요?
그냥 슈퍼컴퓨터가 내놓는 수치 모델대로 예보하면 되지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동한) 기상은 흐름이야
숫자 몇 개로 뒤집을 수 있는 판이 아니라고
기상의 기본은 가변성이죠
작은 현상 하나에도 얼마나 영향을 크게 받는데요
너 지금 나 가르치냐?
아니요
(시우) 저는 중요 포인트가 다른 거라고 말하는 중입니다
(오 과장) 아, 좀 나와 됐어, 됐어, 됐어
(시우) 아…
(봉찬) 자, 자
자, 총괄 직무 대리
이쯤에서 결정해야지?
(하경) 이렇게 하시죠
[한숨]
수도권청에서 제시한 가설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확률이 너무 낮습니다
근거가 빈약하고
무엇보다 사례가 없습니다
아니, 제가 그 자료 쏘, 쏘고… [오 과장이 말린다]
수도권의 호우 주의보 발령은
한 타임 더 지켜본 후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하경) 그사이에 수도권청은 보충 자료 제시해 주시고요
주말 날씨로 넘어가겠습니다
(오 과장) 야, 야, 야!
[버튼 조작음]
[숨을 후 내뱉는다]
(오 과장) 아휴
(석호) 그냥 지나갈 놈이 아닌데
(명주) 아는 사람이야?
이시우라고
나 초임 시절에 같이 백령도에서 근무했던 놈이에요
(명주) 음
(석호) 근데 저놈이 평소엔 순딩순딩하거든요
근데 날씨에만 꽂혔다 하면 절대 포기를 몰라요
[명주의 헛웃음] 씁, 근데 찝찝한 건
저놈이 저렇게 우기면 뭐가 있다는 거거든
[휴대전화 진동음]
(시우) 형, 형, 난데요
어, 넌데, 뭐?
(시우) 지금 형 자리에서 특보 발령 가능하죠?
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 촉이 딱 온다니까요?
하, 야, 안…
(석호) 안 해
아, 못 해
아, 우박도 놓쳐 놓고 연타로 호우까지 놓치실 거예요?
야
하, 나 이 미친놈, 진짜
(봉찬) 자, 그럼, 뭐 아, 청별로 뭐 전달할 사항 없죠?
(직원들) 네
(봉찬) 응, 오케이
(하경) 이상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저마다 인사한다] 고생하셨습니다
(봉찬) 예, 수고했어요
미쳤어요?
뭐 하는 겁니까, 지금!
[직원들이 술렁인다]
(봉찬) 뭔데?
방금 전에 수도권청에서 호우 주의보 발령했답니다
[무거운 음악] (봉찬) 뭐?
자네가 한 거야?
아니, 누가 총괄과장한테 보고도 없이
이런 특보를 때려, 왜!
아무리 보고를 해도 받아 주질 않지 않습니까
(석호) 지난번 우박 시그널도 그렇고 계속
확률이 낮다면서 무시했잖아요
이게 무슨 얘기야?
(석호) 수도권청에서 우박 시그널이 읽힌다고
보고가 올라왔었습니다
가장 먼저 감지한 건
수도권청의 아까 그 친구고요
5%도 안 되는 확률이었습니다
5%에 가까운 확률이었죠
(봉찬) 아, 그래서
그렇다고 상관한테 허락도 안 받고
당신 마음대로 이렇게 특보 때린 거야?
어? 마음대로 할 거면 여기 선임은 왜 있는 거고
이 체계가 왜 필요한 건데?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어디 나가서 예보 회사나 차리란 말이야!
죄송합니다
(봉찬) 자, 아무튼 특보 상황이니까
각자 자리 지키고
자네 잠깐 나 좀 봐
네
(석호) 아휴, 미치겠다
[한숨] [달려오는 발걸음]
(봉찬) 그, 최 과장한테 보고 안 했다는 게 무슨 말이야?
(하경) 들으신 대로입니다 확률이 낮아서요
그러니까
왜 총괄과장 건너뛰고 그 결정을 자네가 했냐고, 왜, 왜?
[한숨 쉬며] 알았어
경위서로 써서 올려
(석호) 야, 닥치고
1시간 내로 비 안 오면 우린 바로 죽은 목숨이야
(시우) 걱정 마요, 진짜 와요, 와
이봐요, 거기
(하경) 본청 허락도 없이 특보 발령 내린 게 그쪽입니까?
네, 그런데요?
특보 발령 한 번 할 때마다
발생하는 국가 비용이 얼마인 줄 알아요?
이 예보 틀리면 그쪽이 책임질 겁니까?
[피식 웃는다]
(시우) 그래서 총괄 대행께서는
우박 예보 틀리신 거 책임지셨습니까?
(하경) 뭐라고요?
(시우) 아니다, 틀린 게 아니라 보고를 아예 안 하셨다 그랬죠?
(시우) 뭐, 얘기는 들어서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근데 아무리 결혼 준비로 바쁘시다지만
그렇다고 보고도 놓쳐 버리고 그러면 좀 곤란한 거 아닙니까?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책임져야 되는 예보관이
개인적인 일 때문에 소홀히 하면 안 되죠
이봐요
이시우입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이시우 씨
이번 예보 틀리면 책임질 수 있겠냐고요?
(시우) 여기서 잠시 저의 책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제가 확보한 데이터로 날씨를 예측하고 예보를 때립니다
저는 제 예보에 확신을 갖고 있고요
그 확신은 최선을 다했을 때만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우박을 예보했을 때도 그랬고요
아, 지금 나한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겁니까?
아니, 뭐, 결혼을 앞두고 계시니까
(시우)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만
야, 너…
수도권청 이시우입니다
야, 너 이시우…
너 거기 딱 기다려
왜요? 오시게요?
기다리라고
[흥미로운 음악] [키보드 조작음]
[시스템 알림음]
[마우스 조작음]
[키보드 조작음]
"경찰"
(해경1) 전 해상 호우 주의보 발효
[무전 소리가 흘러나온다] 출동 중인 경비 함정은
인근 선박에 안전 계도 방송 바람
(군인과 해경2) 수신 완료
[경보음이 울린다]
[사람들이 분주하다]
[사람들이 분주하다]
(어부) 아이 뭐, 점검할 것도 없어요
안 나가, 안 나가
아유, 참 [갈매기 울음]
[어부의 힘주는 신음]
[사람들이 분주하다]
(남자1) 앞으로 좀만 당겨!
[남자2의 힘주는 신음]
(남자3) 죄송합니다
[시우의 한숨]
뭐 하냐?
아, 아까 그 본청에 계신 분이요
진짜 오진 않겠죠?
(오 과장) 야, 설마 진짜 오겠냐?
아유
그거 인마, 네가 인마 하도 하도 깐족깐족대니까는
홧김에 그냥 확…
[놀라며] 아, 오셨네?
(오 과장) 아, 아이, 난 담배를…
너, 널 만나러 오신…
(하경) 이시우 씨
[문이 달칵 닫힌다]
(시우) 진짜로 오셨네요?
(하경) 당신 나 잘 알아?
(시우) 아니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함부로 떠들어?
그거는 제 예보를 자꾸 무시하시니까…
신중했던 거라고는 생각 안 해 봤어요?
어쨌든 보고 안 하셨다면서요
그래서 피해 본 사람들이 생겼…
(하경) 기상청에서 특보를 한 번 발령할 때마다 발생하는
공적 인력 비용이 얼마인 줄 알아요?
5%도 안 되는 확률로 그 수백억을 날릴 수도 있었어
난 그걸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자리고
그래도 시그널을 무시하시면 안 되죠
비가 오는 시간이 오전에서 오후로 한 타임만 밀려도
오보청이라고 다들 난리들인데
호우 특보 내렸다가 틀리면?
아, 그래서 안전빵을 택하셨다?
뭐?
어차피 맞혀도 얻어먹고 틀려도 얻어먹을 욕
수백억 공적 비용까진 날리지 말자
(시우) 양쪽에서 날아오는 화살 중의 한쪽이라도 피해 보자
뭐, 그런 거냐고 묻는 건데요?
그렇다면 걱정 마세요
반드시 옵니다, 비
[부드러운 음악]
대체 뭐니, 너?
'때 시', '비 우'
'때맞춰 내리는 비'
이시우입니다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비가 쏴 내린다]
[방울이 딸랑거린다]
(선녀 보살) 비가 오겠어
(직원2) 이야, 이…
선임님
나도 눈깔 있다
[옅은 탄성]
[숨을 씁 들이켠다]
(봉찬) 아이고, 이거…
[잔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한숨]
쓰고 가세요
(시우) 비 많이 오는데
[휴대전화 진동음]
[무거운 음악]
(태경) 너 제부한테 확인해 봤어?
(웨딩업 관계자1) 청첩장 인쇄 들어가기 전에
최종 시안 확인 메일 드렸는데 신랑분께서 답이 없어서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웨딩업 관계자2) 귀하가 예약한 신혼여행 패키지
입금 지연으로 취소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웨딩업 관계자3) 신부님 드레스 가봉 다 끝났는데
취소하신다고 연락받아서요
전화 부탁드려요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 소리가 흘러나온다]
(수자) 뭐래?
[태경의 한숨]
(태경) 진하경 얘도 전화를 안 받네
아무래도 결혼식장은 날아갈 것 같은데, 엄마?
[태경의 한숨]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문이 닫힙니다
[무거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덜커덕]
[도어 록 작동음]
(하경) 신호는 단순했다
[남녀의 웃음이 들린다]
[여자의 애교 섞인 탄성]
때로는 소리로
(여자) [웃으며] 하지 마
[남녀의 웃음]
(하경) 때로는 색깔과
[또각또각 소리가 울린다]
(하경) 진동으로
[힘겨운 숨소리]
(하경) 이 세상에 안전한 것은 없다고
계속해서
내게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빗소리가 들려온다]
[시우가 흥얼거린다]
혹시 모르니까
[시우의 힘주는 신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왔어?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신발을 달그락 벗는다]
[유진의 한숨]
이게 다 뭐야?
(시우) 여행 가서 해 먹을 거
다행히 비는 내일 새벽까지만 올 거니까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한숨]
아, 이거? 혹시 몰라서 [시우가 살짝 웃는다]
캠핑 아니야 펜션 예약했어, 펜션, 어
[시우의 웃음]
[한숨]
우리 헤어지자
뭐?
헤어지자고
[차분한 음악]
갑자기 왜?
(유진) 갑자기 아니야
나 오래전부터 오빠랑 헤어지고 싶었어
(최 과장) 이야, 별 참 밝다
언제 그렇게 비가 쏟아부었나 싶어
(하경) 저거 인공위성이에요, 과장님
(최 과장) 예이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 매사에 곧이곧대로야?
나도 알거든, 인공위성인 거?
(하경) 아, 네
[최 과장의 웃음]
(최 과장) 그래서 내가 우리 마누라 말은 못 믿어도
진하경이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잖아
그날도 그랬어야 했어요
(최 과장) 뭐?
우박 맞은 날?
음…
(하경) 과장님, 이것 좀 확인해 보셔야 될 거 같은…
(최 과장) 어?
[괴로운 신음]
[한숨]
뭐?
아닙니다
[한숨] [잔잔한 음악]
(최 과장) 그때 안개 때문에 일주일 내내 비상이었잖아
알아, 내가 더 헤맬까 봐 일부러 보고 안 한 거
제가 주제넘었죠, 뭐
보고를 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최 과장) 아니 나 역시 무시했을 거야
그날 서해안 지역에 안개가 좀 심했냐?
그래도 덕분에
뭐, 지난번 영종대교 같은 대형 추돌 사고는 막았잖아
그걸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요
(최 과장) 으음
아무도 몰라주면 어때
아무도 안 다쳤으면 됐지
빨리 복귀하세요, 과장님
어? 몰랐냐?
나 사직서 냈어
과장님
(최 과장) 휴
이제부터 그간 미뤄 놨던 거 실컷 다 하면서 살련다
왜, 왜…
[최 과장의 웃음]
(최 과장) 우리 와이프는 아주 좋아 죽어요
고맙다
진하경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빨리 은퇴할 결심 못 했을 거야
내 뒤가 자네라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저는 정작 제 인생의 시그널을 놓쳐서
지금 침수되기 직전이에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최 과장) 날씨도 사람도 그거 겪어 봐야 알아
세상에 궂기만 한 날씨가 어디 있던?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비바람이 불면 또 그런 대로
다 이유가 있더라
[최 과장의 웃음]
[수진의 한숨]
(수진) 괜찮을까요?
(석호) 뭐, 똑똑은 하니까
(명주) 슈퍼컴퓨터는
누구보다 덜 똑똑해서 맨날 남의 다리 긁고 앉아 있게?
총괄과장은 뭐니 뭐니 해도 연륜이 중요한 건데
원칙 어쩌고 하면서 허구한 날 깐깐할 게 뻔한데
(수진) 근데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명주) 뭐가?
(수진) 아니, 한기준 사무관님 곧 신혼여행에서 돌아올 텐데
계속 한 직장에서 괜찮을까요?
안 괜찮아도 어쩔 수 없지, 뭐
(명주) 그렇다고 뭐, 직장을 관둘 수 없으니까
괜히 주변 사람들만 스트레스받겠지, 응? [수진의 한숨]
이쪽저쪽 눈치…
- (명주) 안녕하십니까 - (수진) 까
[직원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석호) 안녕하십니까
그거 봤지?
(하경) 인사 공고요?
네, 좀 전에 올라왔던데요?
(봉찬) 아니
한기준 사무관 말이야
못 봤구나
전근이 취소됐어
그, 언론 대응력이 좋은 친구잖아
청장님께서 그 점을 높이 사셨는지, 뭐
곁에 두고 싶어 하시네
아, 네
괜찮겠어?
(봉찬) 아, 나야 총괄 2팀 자네가 계속 맡아 주면 뭐, 고맙지, 근데
계속 그 친구 봐야 되잖아 괜찮겠냐고
[봉찬의 한숨]
씁, 아, 이제 그만 자네도 그, 자네 동기처럼
고위직으로 가는 엘리트 코스 한번 밟아 봐야 되는 거 아니야?
뭐, 예보 현업에서 경력이야 이제 할 만큼 했잖아
지금 저더러 예보국을 떠나라는 말씀이신가요?
이번에 5급 임관자를 대상으로 해서
WMO로 그, 파견 교육 기회가 있어서
아, 경력은 뭐, 자네 충분할 테고
추천서는 내가 쓰면 되는 거고, 어때?
스위스 제네바 말씀이시죠?
(봉찬) 그렇지, 제네바
뭐, 기간은 1년이고 원하면 연장 가능하고
(하경) 사내 연애의 끝은 이별만 있는 게 아니었다
[쓸쓸한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스위치 조작음]
[흥미로운 음악]
[통화 연결음]
어, 언니 혹시 거실에 있던 TV 가져갔어?
(태경) 거기 없어?
엄마, 하경이네 신혼집 TV 엄마가 치웠어?
거기 있는 걸 내가 왜?
하경이 그년한테 무슨 날벼락을 맞으려고
(수자) 왜? TV가 없어졌대?
아, 아니야, 일단 됐어, 끊어
[통화 연결음]
[통화 종료음]
아니지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어, 무슨 일이야?
어?
아
아, 그게 그냥 잘못 눌렸나 보네
나야 잘 지내지 항상 뭐, 그렇듯이
저…
혹시 TV 네가 가져갔니?
(기준) 응, 내가 가져갔는데?
인덕션도?
(기준) 응
(하경) 칫솔 살균기도?
아니, 정리할 거 정리해서 나가라 그랬잖아, 네가
필요한 거 갖고 가라는 뜻으로 들었는데?
아니야?
어떻게…
그 말이 그렇게 들렸니?
(하경) 난 네 짐 정리해서 나가라는 거였잖아
하, 야
솔직히 거기서 네 짐 내 짐이 어디 있어
(기준) 다 반반으로 산 건데
뭐, 대신에 냉장고 두고 왔으니까 뭐, 대충 반반 퉁 아닌가?
그래서 아파트 명의는 언제 정리할 건데?
야, 그래 가지고, 하경아
(기준) 그,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이러는 건 어떨까?
여기에 네 돈 들어간 거 빼 주고 내가 인수하는 걸로
뭘 인수해?
아, 어차피 너랑 나 공동 명의로 돼 있으니까
(기준) 근데 막 번거롭게 다른 사람한테 처분하기보다는
그러는 편이 나을 거 같아서
[하경의 기가 찬 숨소리]
위자료라며
우리 정리할 때 그렇게 얘기 끝냈잖아
그랬지, 그땐 그랬는데
근데?
시세를 확인해 보니까 그사이에 많이 올랐더라고
그래서?
[숨을 씁 들이켠다]
나누자, 반반
[밝은 음악]
(하경) 역시 그랬다
이 새끼와의 끝은 이별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시우) 바람은요
보이진 않지만 지나간 자리에 반드시 흔적을 남긴대요
(하경) 볼일 보고 가세요
파견 나왔거든요 총괄 2팀 특보 예보관으로요
나는 정식 발령
(석호) 과장은 얼마 안 가서 교체되지 않을까 싶네
한기준!
- 나도 어쩔 수가 없어 - (하경) 어쩔 수 없으면 뭐
(시우) 과장님
(시우) 궁금했거든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시우) 짠
(하경) 아, 이제 다시는 사내 연애 같은 거 안 해요
(시우) 에이 사람 일 모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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