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솔솔라라솔 1
[밝은 음악]
(준) 1685년 독일 아이제나흐에서
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태어났다
[아기 울음 효과음]
1756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는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가 태어났으며
1810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 태어났다
그리고
(라라) 1997년 대한민국의 서울 청담동의 한 산부인과에서
피아노 치는 요정
나 구라라가 태어났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라) 출산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던 아빠는
엄마가 즐겨 듣던 클래식 라디오 채널을 늘 틀어 놓았다
[아기 라라의 울음]
[아기 라라가 연신 운다]
(라라) 한껏 찡그린 나의 표정을
충만한 음악적 감수성이라 오해한 아빠는 [만수의 탄성]
이건 하늘이 내린 재능이야
[만수의 웃음] (라라) 나를 피아노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만수) 재능을 타고난 아이입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잘 키워 주세요
[웃음]
[불안한 피아노 연주]
(라라) 공미숙 선생님은
내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걸
[밝은 음악] 레슨 1분 만에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미숙의 한숨] (만수) 선생님, 선생님, 잠시만요
(라라) 당시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선생님은 아빠의 통 큰 재력에 홀려
나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큰 실수를 하고 만다
[흥미진진한 음악] (미숙) 라라
어, 이번 뮤즈 콩쿠르에서 네가 치게 될 곡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Ah, vous dirai-je, maman'에 따른 12개 변주곡 C장조야
사실 프랑스 옛 민요가 원곡이지
사춘기 딸이
'엄마,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요'라고 털어놓는
사랑의 노래란다
그러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경쾌한 음악]
라라
♪ 반짝반짝 작은 별 ♪
알지?
(라라) 내가 처음 나간 콩쿠르의 곡은
모차르트 '작은 별 변주곡'이었다
[경쾌한 피아노 연주]
[연주를 멈춘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경쾌한 피아노 연주]
(라라) 긴장했던 난 다음이 생각나지 않아서
'도도솔솔라라솔'을 치고 또 쳤던 것 같다
[글로켄슈필을 땡 친다]
[아이들의 웃음]
[훌쩍인다]
[아이들의 웃음]
(라라) 그리고 그 절망의 순간
(만수) 브라보
[만수가 박수를 친다]
브라보
(라라) 틀려도 괜찮다고
충분히 잘했다고 응원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반짝이는 효과음] 빛과 함께 내려왔다
[웃음]
난 [사람들의 박수]
[경쾌한 피아노 연주] 그날의 아빠를 떠올리며 피아노를 쳤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
[미숙이 박자를 맞춘다]
(미숙) 가볍게
춤추듯이
[미숙이 박자를 맞춘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피아노 연주]
테러블, 테러블, 테러블!
그게 연주니? 소음이지!
[어린 라라가 건반을 쾅 친다]
(라라) 피아노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어린 라라의 한숨]
그날의 아빠는
[부드러운 음악] 나를 다시 피아노 앞에 앉혔다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
[사람들의 박수]
(라라) 대망의 졸업 연주회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
[경쾌한 피아노 연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미숙) 아, 저 또라이 진짜
[경쾌한 피아노 연주]
[화려한 변주]
(만수) 브라보
[잔잔한 음악] 브라보!
브라보!
(라라) 이 곡은 오직 한 사람
나의 아빠에게 헌정한 곡이었다
"종료"
(미숙) 야, 구라라!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라라) 으음, 쌤, 난요
졸업 연주회 때 아빠한테 그 곡 헌정하려고 지금까지 피아노 친 거예요
목표 달성했으니 끝
끝!
[밝은 음악] (미숙) 20년이나 피아노를 쳐 놓고
목표가 고작 그게 뭐야? 어?
내가 너 때문에 황당하고 창피해서 말이 안 나와
(라라) 말만 잘하시네
쌤, 사람은 말이죠
꿈의 종류와 크기가 모두 다 다른 거거든요
그래서? 그래서 뭐?
이런 다양성의 시대에 제 목표
[작은 목소리로] 무시하지 말라고요
이게 진짜!
(라라) 쌤도 나랑 안녕 하고 독일 가잖아요
아, 그건 내가…
(미숙) 얘가 왜 이래
그동안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미숙) 으이그
알긴 아니?
독일 가서 나 보고 싶어도 꾹 참아야 해요, 쌤
(미숙) 너 안 봐도 돼서 속이 다 시원하거든?
[장난스럽게] 사랑해요!
(미숙) 아휴, 이런 건 남자 친구랑 해 [라라의 웃음]
[라라가 숨을 크게 들이켠다]
(미숙) 그래서
이제 뭐가 하고 싶은데?
[밝은 음악]
[헥헥거린다]
[한숨]
미미!
고!
(라라) 저는 손톱 한 개에 별 세 개씩 30개 박아 주세요
(직원1) 하, 너무 과하지 않으세요?
(라라) 노, 노, 그동안 이거 너무 하고 싶었는데 못 했거든요
[라라의 옅은 탄성] 왜요?
아, 피아노 치느라고요
예전에 한 번 했다가 선생님한테 맞았어요
[살짝 웃으며] 그랬구나
그럼 이제 피아노 안 치세요?
네
자체 휴업!
그렇지, 미미야?
"미미의 세계"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좋아요"
[카메라 셔터음]
[라라의 탄성]
"월가, 브로드웨이"
[카메라 셔터음]
(라라) 요새 매일 늦더니
첫눈 오니까 나 보러 일찍 온 거야?
따뜻할 때 마셔, 아빠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만수) 그래, 세상에서 우리 딸이 타 주는 생강차가 최고지, 응?
(라라) 뭐야?
무슨 일 있어? [만수가 피식 웃는다]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인데?
[만수의 힘주는 신음]
일은 무슨
[웃으며]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숨을 씁 들이켠다]
- (만수) 라라야 - (라라) 응?
우리 라라, 결혼하지 않을래?
[라라의 놀란 신음]
뭐? 누구랑?
[발랄한 음악]
[정남의 탄성]
은석이 형 떼돈 벌겠네
(정남) 형
(은석) 어, 왔냐?
(정남) [웃으며] 병원에 환자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아휴, 우리 닥터 차, 명의네, 명의야
(은석) 헛소리 좀 그만해라
(정남) 근데 뭘 그렇게 봐?
(은석) 벚꽃
꽃?
(은석) 정남아, 너 그거 아니?
봄에 꽃 피는 순서?
[숨을 들이켜며] 글쎄
(은석) 봄이 오면
[편안한 음악] 제일 먼저 개나리가 핀다
(은석) 개나리가 질 때쯤에 목련이 피고
목련이 지면 벚꽃이 펴 [반짝이는 효과음]
벚꽃이 이렇게 떨어지면은
라일락이 만개하고
라일락이 지면
아카시아꽃이 피면서
산바람을 타고 꽃향기가… [반짝이는 효과음]
[냄새를 씁 맡는다]
[은석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형
어디 아파?
배고파서 정신이 잠깐 가출했구나?
(정남) 이거 얼른 먹어, 응?
형 지금 꽃 타령할 때가 아니야 지금 밖에 줄 선 환자들 못 봤어?
잘 먹을게
(은석) 어, 너,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정남) 나 결혼해
[흥미로운 음악]
[라라와 자경의 탄성]
(자경) 음! 얘, 이거 어떠니?
(라라) [놀라며] 어머니
사채업자 같으세요
어머니는 완전 턱이 뾰족하시잖아요
그런 디자인은 절대 안 돼요, 노, 노
아, 어디 보자
[고민하는 신음] 응!
[살짝 웃으며] 이거, 이거 한번 써 보세요
너희 내년 봄 서초 라미앙 입주는 확실한 거지?
그럴걸요?
(자경) 위례 병원 상가는 4층까지 올라갔던데
그거 7층짜리 건물 맞아?
(라라) 그럴걸요?
- (자경) 얘! - 예?
너는 도대체 아는 게 뭐니?
(자경) 결혼식이 코앞인데
나도 뭘 좀 알아야 스케줄을 짤 거 아니야
제가 나중에 아빠한테 물어볼게요 [웃음]
[자경의 탄성]
(자경) 그래, 예쁘네, 이걸로 하자
같이 계산할게요
어…
[흥미로운 음악] 아까 산 화장품 72만 원에
제가 산 선글라스랑 이거랑 합치면 68만 원
총 150만 원
어머니, 저희 사은품 받을 수 있겠는데요
140만 원이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아닌데?
72, 68, 8, 2…
그렇게 계산이 안 돼서 얻다 쓰니?
아, 어머니
(라라) 베토벤도 산수가 안 돼서 평생 고생했대요
[살짝 웃으며] 예뻐요
[라라의 들뜬 신음]
(자경) 허, 기가 막혀서, 정말
아, 자기가 베토벤이야, 모차르트야?
아, 어디서 맨날 위인전에나 나올 음악가 이름을 팔아먹어?
피아노도 그만둔 백수 주제에
(은석) 장인어른이 병원을 내주기로 했다고?
사실 나
형이 내 롤 모델이었거든, 근데
(정남) 진짜 똑같이 됐다
[정남의 탄성]
(은석) 난 이혼한다
(정남) 이…
[흥미로운 음악]
형
어, 왜?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이 병원 관두고 싶어서
형, 혹시
시한부야?
[작은 목소리로] 어
어?
어
(은석) '구라라'
구라라?
[흥미진진한 음악]
[인부들이 시끌벅적하다]
[힘주는 신음]
(인부) 감사합니다
(십장) 수고했어요
그, 다음 주까지 계속 일 좀 해 주면 안 될까?
아이, 젊은 사람이 꾀도 안 부리고 일도 잘하고
딱 마음에 드는구먼
[파리 소리 효과음]
[오토바이 경적]
[타이어 마찰음] [사람들의 비명]
[반짝이는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밝은 음악]
- (여자1) 어머머 - (남자1) 어디 다친 데 없어?
- (여자2) 죄송합니다 - (남자1) 죄송합니다
- (여자2) 죄송합니다 - (남자1) 죄송합니다
(여자1) 아휴, 이거 다 어쩔 거야 이거 다 어쩔 거야!
(남자2) 아,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여자1) 아휴, 재수가 없으려니까, 그냥!
(남자2) 아씨, 결혼식 시간 다 돼 가는데
(준) 저…
[남자2의 한숨]
(남자2) 아, 저기, 부탁 하나만 합시다
이거
저기 보이는 호텔에 갖다주기만 하면 되는데 어떻게 안 될까?
저 앞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돼
아, 다른 꽃은 아까 갔는데
이걸 빼먹고 가서 내가 급하게 출동한 거거든
[남자2의 한숨]
신부가 부케도 없이 들어가게 생겼네 아씨, 어떡하지
아, 정말 오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어!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객1) 제 남자 친구…
- (정남) 아, 네, 고맙습니다 - (하객2) 축하드립니다
(하객1) 행복하게 잘 살아요 [자경과 정남의 웃음]
(자경) 어머, 사모님, 세상에
(윤실) 축하합니다 [윤실의 웃음]
아, 원장님은 아직 미국에 계셔서 못 왔어요
(자경) 바쁘실 텐데 이렇게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윤실) 아니, 뭐, 우리 병원 식구인데 당연히 와야죠
(자경) 아휴, 사모님
아유, 이렇게 따로 챙겨 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세상에…
(윤실) 인사는 됐어요
[웃음]
닥터 방, 오늘 아주 멋지네
신부도 아주
미인이던데?
[자경이 살짝 웃는다] [정남의 웃음]
[웃음]
(윤실) 그렇게 좋아요? [윤실의 웃음]
[우아한 음악이 들려온다]
[은석의 의아한 신음]
진짜 맞네
(민주) 라라야
(라라) 어
(민주) 부케는 아까 출발했다는데?
아빠도 아직이야?
(민주) 응
민주야, 나 폰 좀, 가방에…
[한숨]
(민주) 응
[통화 연결음] [민주의 한숨]
[걱정스러운 한숨]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왜 전화도 안 받지?
[라라의 한숨]
(민주) 내가 나가서 부케 오면 바로 들고 올게
표정 좀 풀어 신부 얼굴이 그게 뭐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통화 연결음] [한숨]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준의 가쁜 숨소리]
[준의 가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잔잔한 음악]
(준) 아…
다행히 안 늦었네요
(라라) 어, 오지 마!
스톱, 거기 스톱
저기 의자에 그냥 놓고 가
저
싫은데?
(라라) 어?
[라라의 놀란 신음]
네가 더러워서 그런 거 아니야 무서워서 그래, 내가
[잔잔한 음악]
[라라의 비명]
어머 [준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놀란 신음]
어머, 어떡해!
맞은 건 난데 왜 네가 더 놀라?
- 너 코피 나! - (준) 뭐?
(준) 아이씨
[익살스러운 음악]
[라라의 놀란 신음]
[비명] 오 마이 갓!
어, 안 돼
(라라) 나 곧 결혼식 시작인데
너 뭐야? 나한테 왜 그래!
아빠도 안 오고 드레스는 이렇게 되고
진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라라가 훌쩍인다] (준) 울지 마, 참아
참아!
화장 번져서 나처럼 더러워지고 싶어?
[익살스러운 음악]
그러니까 울지 마, 어
(라라) 야! 어디 가?
[울먹이며] 이거, 이거 어떡해?
[준의 다급한 신음]
- (직원2) 무슨 일이에요? - (준) 이것 좀 빌릴게요
(준) 근데 너 왜 나한테 반말해?
그러는 너는?
(준) 네가 먼저 했잖아
내가?
씁, 왜 그랬지?
어려 보여서 그랬나?
너 몇 살인데?
스물넷
나랑 같네
미안, 반말해서
그리고 때려서
(준) 됐어, 한 번 보고 말 사이에
[자동차 경적]
[문 비서의 한숨]
(만수) 거, 더 빨리 좀 갈 수 없을까?
[문 비서의 한숨]
(만수) 씁, 폰을 사무실에 두고 왔나?
[문 비서가 휴대전화를 달칵거린다]
(문 비서) 쓰시죠
[통화 연결음]
어, 라라야
(라라) 아빠
(만수) 우리 딸, 많이 기다렸지? 미안
아빠 곧 도착이니까 걱정 말고 식 준비하고 있어
알겠어, 괜히 마음 졸였네
라라야
(라라) 응?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
아빠도
지금 그런 말 할 타이밍이야? 얼른 오기나 해
식장에서 정신없을까 봐 미리 하는 거야
[문이 달칵 열린다] (민주) 라라야
(라라) 아빠, 끊을게, 얼른 와 [민주의 가쁜 숨소리]
(민주) 부케는 왔네
아빠는 연락됐고?
거의 다 오셨대
(직원3) 아버님 연락되셨으면 신부님 홀로 나가실게요
(라라) 네
(직원3) 신부님 홀로 나가십니다
아
(라라) 고마워
안녕
[의미심장한 음악]
싫은데?
(직원3) 신부님, 이제 가셔야 되는데요
(사회자) 지금부터 신랑 방정남 군과 신부 구라라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자, 신랑 입장! [카메라 셔터음]
[결혼 행진곡이 흐른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
[숨을 깊게 내뱉는다]
(사회자) 곧이어 오늘의 주인공인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결혼 행진곡이 흐른다] [웅장한 효과음]
[심호흡]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탄성]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하객3) 신부는 들어왔는데 신부 아버지는 왜 안 오는 거야?
(하객4) 라라코즈메틱 회장이라며?
(하객5) 근데 저 회사 아주 어렵다고 하던데?
소문 퍼진 지 꽤 됐어
(하객3) 에이, 임자경이가 어떤 여잔데
그런 것도 안 알아보고 금지옥엽 아들을 장가보내겠어?
아파트, 병원, 차, 다 받았다는데?
[결혼 행진곡이 들려온다]
(문 비서) 예, 잠시만요, 예
회장님
강 사장입니다
어, 그래, 강 사장
한 번만
어떻게 한 번만 도와줄 수 없겠나?
(강 사장) 죄송합니다, 회장님
[통화 종료음]
[만수의 고통스러운 신음] [긴장되는 음악]
(문 비서) 회장님!
(만수) [힘겨운 목소리로] 라라, 라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문 비서) 회장님! 회장님!
(자경 동생) [작은 목소리로] 하, 누나
누나
뭐? 그게 진짜야?
어, 어
[힘겨운 신음]
어, 이걸 어째
[거친 숨소리]
[갈등하는 숨소리]
[결혼 행진곡이 흐른다]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사람들의 당황하는 신음]
[사이렌이 울린다]
(민주) 라라야!
아버지가 쓰러지셨어, 빨리! 밖에 구급차 왔어
뭐?
[라라의 다급한 신음] [사람들이 술렁인다]
[의료 기기 작동음] (의사) 하나, 둘, 셋, 샷! 200줄 차지
(간호사1) 차지 [의사의 거친 숨소리]
(의사) 비켜!
하나, 둘, 셋, 샷!
- (의사) 300줄 차지 - (간호사1) 300줄 차지
[긴장되는 효과음] [의사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의사) 2020년 5월 2일 16시 32분
구만수 님
사망하셨습니다
[슬픈 음악]
[의료 기기 작동음]
아빠…
아빠
[라라의 떨리는 숨소리]
[라라가 흐느낀다]
아빠
아빠, 눈 좀 떠 봐
(라라) 아침에 나 드레스 입은 거 보고 싶다고 했잖아
아빠 아직
나 드레스 입은 거 보지도 못했잖아
[라라가 흐느낀다]
아빠
방금 전까지도
나 사랑한다고
금방 보러 온다고 했잖아, 아빠
[엉엉 울며] 사랑한다면서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아빠
아빠
[라라가 흐느낀다]
[힘겨운 숨소리]
(문 비서) 힘드시겠지만 제 얘기 잘 들으세요 아가씨
사업이 어려워진 건 꽤 됐어요
사실 벌써 집도 경매에 넘어간 상태고요
아가씨
지금 채권자들이 아가씨를 찾고 있어서 여기 있으면 안 돼요
장례는 제가 잘 치러서 사모님 옆에다 모실 테니까
나중에
잠잠해지면 그때 찾아가세요
[당황한 숨소리]
장, 장례식장에도 오지 말라고요?
(문 비서) 제가 법적인 절차를 마칠 때까지는 아가씨는 절대 눈에 띄면 안 돼요
알겠죠?
그리고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일단 급한 대로 살 만한 곳부터 마련하세요
아가씨 차는 다행히 호텔에 있어서 압류를 면했고요
그거 쓰시면 돼요
[울먹인다]
고마워요, 신경 써 주셔서
[잔잔한 음악] (문 비서) 잘 사셔야 돼요, 아가씨
[울먹인다]
네
[라라가 훌쩍인다] [문 비서의 한숨]
[풀벌레 울음]
[무거운 효과음]
[미미가 멍멍 짖는다]
[라라의 한숨]
미미야
(라라) 많이 놀랐지?
여태까지 여기 숨어 있었어?
이제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다
잘 살 수 있겠지?
응?
[스위치를 탁 켠다]
[불안한 피아노 연주]
[건반이 부드럽게 울린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
[라라가 울먹인다]
[라라가 흐느낀다]
[힘겨운 숨소리]
[풀벌레 울음이 들려온다]
[잔잔한 음악]
(하객6)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신랑 입장 한 아들 데리고 도망가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냐?
(하객7) 신부 아버지가 쓰러졌대 [사이렌이 울린다]
신부도 드레스 입고 달려 나갔어
(준) 괜찮을까?
그 여자
누구세요?
(민수) 이 사람 여기 있지?
[긴장되는 음악]
[총무의 당황한 신음]
(민수) 몇 호야?
[총무의 헛기침]
이 새끼가
306호요
[민수의 한숨]
[문고리가 달그락거린다]
[거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부하의 힘겨운 신음]
[부하의 힘겨운 신음]
[준의 힘겨운 신음]
[풀벌레 울음] [준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라라가 흐느낀다]
[라라의 떨리는 숨소리]
[라라가 연신 흐느낀다]
(라라) 아빠 [흐느낀다]
잘 가
안녕
[풀벌레 울음]
[한숨]
[준이 훌쩍인다]
[잔잔한 음악]
[힘주는 신음]
[한숨]
"사랑스러운 은포"
이혼 서류
(은석) 접수 부탁할게
(영주) 어디로 가는 거야?
아버님 집에 들어가게?
내가 알아서 할게
(은석) 잘 살아
[어이없는 웃음]
(영주) 걱정하지 마 나야, 뭐, 지금도 행복해 죽겠으니까
지금 나가면 진짜 끝이야
병원이랑 나
포기하는 거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우리 했던 얘기 또 하지 말자
나 정말 괜찮아
돈 안 좋아하는 척, 고상한 척하기는
(영주) 얼른 꺼져
잘난 척하는 그 면상 보기도 싫으니까
[영주의 한숨]
[캐리어를 달칵거린다]
[짜증 섞인 신음]
[밝은 음악]
[정남이 숨을 크게 내뱉는다]
생큐
[자경의 편안한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자경) 아들
'라라 부인'?
네가 부인이 어디 있어?
결혼식 파투 난 지가 언젠데 [휴대전화 진동이 연신 울린다]
차단
[흥미로운 음악] 내 이럴 줄 알고 너 끌고 여기 온 거야
엄마가 세상 사는 데 제일 쓸데없는 게
동정심이라고 했어, 안 했어? [정남의 한숨]
자고로 사람이 맺고 끊는 걸 잘해야 큰사람이 되는 거야
칼같아야 성공한다고! 언더스탠드?
왜 대답을 안 해!
(정남) 알았어, 알았다고
(간호사2) 방 선생님 여행 가셨는데요?
[숨을 씁 들이켠다] [통화 종료음]
진짜 신혼여행이라도 간 건가?
(중개인1) 이 방은 보증금 500에 40
(라라) 아…
그러니까 여기 한 달에 4, 40만 원씩 내라는 거예요?
그렇지
그럼 전세는 매달 돈 안 내고 한 번에 다 내는 거예요?
왜? 전세로 살고 싶어? [흥미진진한 음악]
네
(중개인1) 이 집은 작년에 지은 거고
어때? 엄청 좋지?
네, 아까 그 방보다 훨씬 좋은데요
(중개인1) 그럼
이거 진짜 귀한 물건이야
이 동네 다 뒤져도 이런 집 전세 1억에 못 구해
나왔을 때 안 잡으면 바로 빠지는 물건, 응?
씁, 어디 보자
오늘만 이 방 보는 사람이 넷이네
(라라) [놀라며] 저!
이걸로 할게요
[라라의 힘주는 신음]
[중개인1과 라라의 웃음]
아가씨 오늘 횡재했어 운 좋은 줄 알아
네 [웃음]
(중개인1) 그럼 계약금하고 잔금은 어떻게 할까?
(라라) 1억이에요
[중개인1의 놀란 신음]
세상에
(중개인1) 아, 무슨 이런 큰돈을 현금으로…
아가씨 너무 화끈하다
[웃음] [중개인1의 웃음]
[밝은 음악]
(라라) 아휴, 미미야, 피곤하지?
아휴, 이사라는 게 정말 힘들긴 하다
새집 들어온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 장 찍을까?
[카메라 셔터음]
[의아한 신음]
'외롭고 힘들면 이곳으로 오지 않을래요?'
씁, 누구지? 처음 보는 아이디인데
여기가 어디지?
[편안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도도솔솔라라솔'?
[경쾌한 효과음] ♪ 도도솔솔라라솔 ♪
(라라) [흥얼거리며]
(라라)
날 아는 사람인가?
씁, 아니지 이상한 사람일지도 몰라, 응
[라라의 피곤한 신음]
씁
이불도 없고 커튼도 없고 살 게 많네
[피곤한 신음]
[라라가 코를 드르릉 곤다]
[남자3이 주정한다]
(남자3) [술 취한 목소리로] 야!
야, 서방 왔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놀란 신음]
야! 문 열라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 뭐야, 이게… [라라의 긴장한 숨소리]
[스위치를 탁 켠다] 아닌가 보네
아휴, 죄송해요! [미미가 낑낑거린다]
[놀란 숨소리]
[살짝 웃는다]
[라라가 스위치를 탁 끈다]
[쓸쓸한 음악]
[라라의 한숨]
[라라가 살짝 웃는다]
(라라) 괜히 무섭다
우리 그냥 불 켜고 잘까?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숙경이 혀를 쯧쯧 찬다]
목 빠지겠네, 아주 목 빠지겠어
아이, 빨리 학교나 가, 계집애야
(하영) 아유, 이제 곧 졸업이거든? 좀 늦으면 어때 가지고
(숙경) 유종의 미
유종의 미 몰라?
아, 몰라
(하영) 지금 나한텐 그냥 빨리 졸업해 버리고
우리 준이 오빠랑 결혼할 생각밖에 없지롱
결혼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정말 [숙경이 혀를 쯧 찬다]
(하영) 나올 때가 됐는데
[하영의 들뜬 신음]
[발랄한 음악] [숙경의 놀란 신음]
(숙경) 아휴, 야!
(하영) 어, 준이 오빠!
아휴, 깜짝이야
짠, 오늘은 참치주먹밥이다
고맙다
매일 이런 거 안 줘도 돼
(하영) 어, 오빠, 오빠, 오빠, 오빠
나 학교까지 태워 줘
싫어
왜?
학교 가깝잖아, 걸어 다녀
(하영) 아이…
아, 그거 한 번 태워 주면 어디가 덧나냐
아, 진짜 짜증 나
야! 잘생기지나 말든가!
아, 진짜 짜증 나
짜증 나 [숙경의 탄식]
누굴 닮아 저렇게 속이 없어 내 딸이지만 진짜 동네 망신이야
아휴, 정말
[밝은 음악]
[옅은 신음]
[라라의 옅은 신음]
(라라) 미미, 굿 모닝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숨을 후 내뱉는다]
[의아한 신음]
(라라) 뭐야, 또 왔네, 또 왔어
밥은 잘 먹냐, 잠은 잘 자냐
아프지는 않냐?
[놀란 숨소리] 뭐야, 이거 완전 잔소리꾼이네
[고민하는 신음]
누구지? [초인종이 울린다]
(라라) 누구세…
예, 안녕하세요, 부동산입니다
(중개인2) 집 보러 왔는데요?
우리 집을 왜요?
[서류를 부스럭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중개인2) 아가씨
[다급한 숨소리] 이 위치에 이런 집이 전세 1억이라는 게 말이 돼?
여기 보증금 3천에 200짜리 월셋집이야
전세는 4억 5천!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남자4) 아, 진짜, 열받아 죽겠네! [사람들의 아우성]
(라라) 저 여기 계약서도 썼는데…
(여자3) 지금 이게 집주인이랑 쓴 계약서가 아니라잖아!
우리 지금 길바닥에 다 나앉게 생겼어
[라라의 당황하는 신음]
[여자3의 한숨]
기, 길바닥… [여자3의 한숨]
[초조한 신음]
[형사의 한숨]
[흥미로운 음악]
[한숨]
[형사의 한숨]
(라라) 저, 근데 형사님
그 부동산 실장님이 나쁜 사람처럼은 안 보였거든요
엄청 친절하시고…
진짜 사기꾼처럼 안 생겼어요
(형사) 구라라 씨, 사기꾼이
이마에 '나 사기꾼이야' 이렇게 써 붙이고 다니는 줄 알아요?
어, 저, 제가 사기는 처음 당해 봐서 몰랐어요
(형사) 우리가 사건 접수했고요
그 실장이란 여자는 수배 중이니까 찾으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일단 집에 가셔 가지고 기다리시면 될 거 같아요
- 아, 형사님 - (형사) 네
(라라) 제가 집이 없어 본 적이 처음이라서
진짜 도저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
이렇게 행정적이고 법적인 일, 또
어, 이렇게 복잡한 일 같은 건 늘 문 비서 아저씨가 해 줬거든요
(형사) 그럼 문 비서 아저씨랑 얘기를 하면 되겠네요, 그렇죠? 네
저도 그러고 싶은데 지금 연락이 안 돼요
[형사의 한숨]
(형사) 연락이 안 되는구나
[라라와 형사의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통화 연결음]
네, 여보
(명) 어디? 집인가?
아, 네
아, 아니요, 잠깐 밖에 나왔어요
근데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무슨 일 있어요?
(명) 나 다음 달에 입국하니까 그런 줄 알아
[의미심장한 음악] (윤실) 아…
아니, 1년 일정이면 아직 몇 개월 더 남은 거 같은데 [웃음]
(명) 일이 생각보다 빨리 해결됐어
아, 네 [웃음]
(명) 준이는?
그놈은 잘 있어?
(윤실) [웃으며] 아, 그럼요, 그럼요
(명) 알았어, 다음 달에 보자고
[통화 종료음]
[한숨]
[통화 연결음]
나예요
어떻게 됐어요?
이번엔 완전히 잠수를 탄 것 같습니다
(민수) 폰 번호도 바꾼 거 같고
그 어떤 디지털 기록도 안 잡힙니다
(윤실) 야!
아니, 돈을 그렇게나 받아 처먹고
일을 이따위로밖에 못 해?
당장 찾아내! 당장!
[휴대전화를 탁 던진다] [짜증 섞인 신음]
[한숨]
[짜증 섞인 신음]
[울먹이며] 나쁜 자식
[새가 지저귄다]
[라라의 한숨]
(라라) 나 또 왔어
[잔잔한 음악]
(라라) 엄마 아빠 좋아하는 생강차야
[한숨]
반갑지?
이쁘지?
행복하지?
아빠
나 바보 천치인가 봐
[울먹인다]
사기당해서 집이 없어졌어
어떡하지?
그냥 여기서 살까?
옛날에는 자식이 부모 무덤 옆에서 3년도 살았다더라고
그래도 되지?
응?
[한숨]
(라라) 하늘도 잘 보이고 좋다
그렇지, 미미야?
[미미가 낑낑거린다]
[경쾌한 음악] [낑낑거린다]
(라라) 응?
[헥헥거린다]
배고파?
어머, 언니가 밥 주는 걸 깜빡했네
미미야
기운이 없었어?
언니가 미안해, 까먹었네, 자
맛있어?
[배가 꼬르륵거린다]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오독오독 소리가 울린다]
[침을 꼴깍 삼킨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아휴
아, 별로 맛도 없구먼 이렇게 맛있는 척하기야, 미미?
자, 너 다 먹어
많이 먹어
[개운한 신음] 좋네
[잔을 달칵 내려놓는다]
[부드러운 음악]
아빠 보고 싶네
그날 아빠가 되게 좋아했는데
[웃음]
♪ 도도솔솔라라솔 ♪
(라라) '도도솔솔라라솔'?
어?
[의미심장한 음악] 모차르트 '작은 별 변주곡' 시작 계이름
이거 아빠랑 나만 아는 비밀의 곡이잖아
[놀라며] 설마…
[힘주는 신음]
(라라) 문 비서 아저씨는 고향이 부산이라고 했는데
부산은 아닌 거 같고
공미숙 선생님인가?
공미숙 선생님 지금 독일에 계시는데 누구지?
분명 아빠를 아는 사람이야
[밝은 음악] [웃음]
(라라)
(라라) 미미야, 벨트 매자
[차 문을 탁 닫는다]
은포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 안내를 시작합니다
(라라) 자
출발해 볼까?
[자동차 시동음]
(라라) 어, 씁
거의 다 온 거 같은데
[미미의 불편한 신음]
(라라) 어? 미미야 [미미가 헥헥거린다]
왜 저러지? 어디 아픈가?
[미미가 토한다] 어? 어머
[불편한 신음]
미미야! [미미가 연신 헥헥거린다]
아, 멀미를 했나? 미미야, 괜찮아?
[라라의 걱정스러운 신음]
(라라) 어어! 어!
[타이어 마찰음] [라라의 비명]
[타이어 마찰음]
[당황하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준의 아파하는 신음]
[가쁜 숨소리] 저기요
[부드러운 음악]
안녕
[의미심장한 효과음]
(간호사3) 24세 여자, TA 환자요
(준) 많이 안 좋나요?
(은석) 환자분이 피아니스트라는 게 좀 걸리네요
(은석) 실례지만 환자분하고 관계가…
(준) 피해자입니다
(은석) 뭐야? 왜 피해자가 간병까지 하는 거야?
(라라) 내가 '안녕' 했더니 네가 '싫은데' 했던 거 기억나?
그 말이 마법이 됐나 봐 우리 다시 만난 거 보면
(나겸 모) 아직도 안 받아?
설마 준이 총각 도망갔나?
부담돼서 도망간 거야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
[경쾌한 피아노 연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코웃음]
[화려한 변주]
(만수) 브라보!
[만수가 박수 친다] [밝은 음악]
[풉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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