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_Persona (2019)
2. 썩지않게 아주 오래 / Collector (Kẻ Sưu Tầm)
[심오한 음악]
(정우) 넌 처음부터 특별했고
비밀이 많았어
(은) 그동안 잘 지냈어?
(정우) 응
(은) 진짜?
(정우) 뭐, 혼자 있는 시간도 갖고 좋았는데, 뭐
뭐, 네가 이런 적도 처음도 아니고
미안해,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져서
(정우) [웃으며] 아니야,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뭐
괜찮아
근데
그동안은 왜 그렇게 연락이 안 된 거야?
그거는 좀 궁금하더라
(은) 음...
안심되는 얘기를 듣고 싶어?
아니면 진실?
[정우의 웃음]
(정우) 장난치지 말고
진실
여행 갔었어
그럼 뭐 선물 같은 건 없어?
뭐, 대단한 건 아닌데
[정우의 헛기침]
(은) 잠깐만
오늘 우리 헤어진 다음에 열어 봐
나중에, 응?
걱정하지 마
오빠는 오늘을 영원히 잊지 않게 될 거니까
내가 그렇게 해 줄게
진짜?
[숨을 깊게 들이켠다]
여행은 그럼 혼자 갔다 온 거야?
아니, 외국 친구들이랑 섬에 갔었어
두 명
남자?
응, 거기서 뭐 가져올 것도 있었고
[파도 소리 효과음]
[갈매기 울음 효과음]
어, 어떤 섬이길래?
피피섬이라고
아, 디캐프리오?
어, 걔 나왔던 그 영화 배경
막 젊은 애들이 마약 하고 섹스하고
그 영화 진짜 이상했는데
(정우) 근데
은이 영어를 했나?
뭐, 말할 일이 별로 없었어
그럼?
음, 서핑하고 스노클링하고
애들이랑 막 파도 타니까 너무 신나고 흥분되더라
파도?
(은) 응, 파도에 몸을 딱 맡기니까
씁, 내가 설탕이 된 거 같았어
너무 짜릿하더라
(은) 진짜 짜릿했어
[날카로운 효과음]
(은) 그러고 책 읽고
[정우의 탄성]
(정우) 완전 유익한 시간 보냈겠네
몸이랑 마음이랑 더 건강해졌겠네
오빠 짱이다
괜히 막 질투도 안 하고
[헛웃음]
근데 책은 무슨 책?
응, 파탄잘리의 '카마수트라'
뭐?
아,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다
요가책, 별로 재미는 없었어
[은이 입바람을 후 분다]
[은이 차를 후루룩 마신다]
(지수) 내 말이 맞지?
내가 걔 사람 아니랬잖아
그러게 나 있을 때 좀 잘하지 그랬어?
정우 씨
평범하고 소박한 게 제일 좋은 거야
그래서 더 어려운 거고
파혼까지 하고 달려가더니
어리고 예쁜 애가 그렇게 좋았어?
- (은) 오빠 - (정우) 응?
표정이 왜 그래?
또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래, 여행 여행 얘기 좀 더 해 봐 봐
듣고 싶다
난 지겨운데
벌써 지난 일이잖아
(정우) 아...
[은의 하품]
여기 좀 답답하다
좀 걸을까?
(정우) 응
[새가 짹짹 지저귄다]
[심오한 음악]
(정우) 그때 기억나?
너 노란 옷 입었던 날
(은) 아...
봄이었었나?
아니, 여름이었나?
(정우) 그때 너 참 예뻤었는데
(정우) 그리고
그 다리 밑에서...
(은) [픽 웃으며] 내가 저렇게 열정적이었다고?
(정우) 응
너무 황홀했어
(은) 에이, 다른 여자한테도 그렇게 얘기했지?
(은) 아, 맞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은)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정우) 응
(은) 오빠한테 여자란 뭐야?
왜, 그런 말이 있잖아
남자는 여자랑 자기 위해서 대화하는 거고
여자는 남자랑 대화하고 싶어서 같이 자는 거라고
오, 일리 있다
진짜?
진짜 그렇게 생각해?
에이, 그게 뭐 근데 그렇게 단순한가?
씁, 어쨌든 난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더 우월한 존재라고
옛날부터 생각했었어
왜?
만약에 신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내 생각에는 여자의 모습일 것 같아
진짜?
일단 여자는 아이, 그러니까 생명을 가질 수가 있잖아, 어?
(정우) 그리고 예수님처럼 한 달에 한 번 피를 흘리고
그건
남자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이고 시련일걸?
근데 그걸 여자들은 다 견뎌 내잖아
그리고
세상 대부분의 우성 동물, 식물들은 다 아름다워
여자들의 육체가 갖고 있는 그 선 섬세한 부드러움을 한번 생각해 봐 봐
공작새랑 사자는 수컷이 더 이쁘지 않나?
(정우) 어, 글쎄
허, 글쎄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어, 내가 얘기하고 싶은 핵심은
어, 여자가 더 아름답고 강하고
게다가 생명을 낳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거지
그게 신에 더 가까운 거 아닌가?
[은이 살짝 웃는다] [정우의 웃음]
그리고 그, 뭐야, 아무리 터프가이라도
엄마의 사랑 또 여자의 사랑이 필요하잖아
그, 뭐야
천하의 뭐야, 그...
- (정우) 파블로 에스코바르도 - (은) 응
결국 부인, 아이, 가족 지키려고 마약왕이 된 거라니까?
(정우) 남자의 본성은
[혀를 쯧쯧 차며] 그냥 다 그냥 사냥, 어?
파괴, 전쟁뿐이야 [휴대전화 진동음]
여자의 사랑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란 거지
(은) 응 [은의 헛웃음]
[정우의 신음]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난다]
[정우의 헛기침]
[피식한다]
(은) 나 이런 얘기 하는 남자 처음 만나 봐
이런 얘기 하는 거 진짜 너무 재밌다니까?
[휴대전화 조작음]
내 얘기 듣긴 들은 거야?
오빠랑은 대화하는 게 너무 재밌으니까
우리 앞으로 통화만 할까?
어때?
[휴대전화 진동음]
(은) 어? 잠깐만
저기,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정우의 깊은 한숨]
[정우의 한숨]
(은) 여행 갔었어
- (남자1) 좀 야하다 - (은) 그래? 싫어?
(남자1) 아니, 아니
[은과 남자1의 웃음]
- (남자1) 안에 일행 있는 거 아니야? - (은) 맞아, 가 봐야지
(남자1) 그래
(은) 또 언제 봐?
(남자1) 또 봐
[정우의 떨리는 숨소리]
(지수) 하지 마
(지수) 다 자기가 자초한 거야
그냥 가만히 있어
[성난 숨소리]
[정우의 괴성]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정우의 괴로운 숨소리]
[정우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남자2) 지수야
(지수) 응?
- (남자2) 아는 사람이야? - (지수) 아니
[지수의 웃음]
(지수) 아, 어디라고?
(남자2) 아, 여기 찾았는데 여기 한번 봐 봐
여기하고
누구야?
(은) 응? 왜?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우) 친해 보이던데?
(은) 응, 친구
같이 요가 하는 애인데
재밌는 얘기를 하더라고
(정우) [한숨 쉬며] 아, 요가 얘기?
(은) 응, 요가의 신 '시바'라고 있거든
(정우) 아, 시바? 요가에도 신이 있구나
오빠 이론대로라면 여자겠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은) 그 신은 물고기랑도 대화를 할 수가 있었대
요가 최고의 경지에 오르면
물속에서도 오랫동안 호흡 없이 있을 수 있다는 거야
만약에 진짜 그렇게 되면 너무 환상적이지 않아?
인간은 한계가 너무 많잖아
(은) 그냥
더 자유롭고 영원했으면 좋겠어
[휴대전화 진동음]
오빠, 나 이제 좀 재미없다 나 갈게
- (정우) 은아, 은아 - (은) 응?
(정우) 오랜만에 봤는데
오늘 오빠랑 같이 있을까?
[웃음]
뭐야
아, 뭐, 그럴 거면 진작에 말을 하지
[힘주는 신음]
[힘겨운 숨소리]
[힘주는 신음]
[정우의 힘겨운 신음]
(은) 지금 너무 늦었어
다음에
(정우) 가지 마, 가지 마, 안 돼
(은) 아, 왜 이래, 진짜 나 너무 피곤하다니까?
(정우) 잠깐, 오빠가 저, 저기, 할...
진짜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진짜
잠깐만 얘기하고 가
(은) 무슨 얘기를 해? 얘기 많이 했잖아
그냥 뭐, 하고 싶은 말은
좀 더 같이 있자는 거
한번 자자는 거 그거 아니야?
(정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은) [한숨 쉬며] 알았어
들어 볼게, 무슨 얘기 하는지
[깊은 한숨]
(정우) 솔직히
너 좀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냐?
내가 뭘?
너랑 나랑 연인 사이야?
그거 인정해?
뭐, 어떤 부분은
[기가 찬 숨소리]
아이, 내가,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하품]
아니
아무 말 없이
아무, 아무 연락 없이 갑자기 열흘 넘게 사라졌다가 나타나서
(정우) 남자애들이랑 섬에 갔다느니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늘어놓고
하루 종일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화장실 간다면서
딴 남자랑 키스하고
그리고 이제 재미없다고 네 마음대로 먼저 가겠다?
너 왜 이렇게 예의가 없냐?
그게 연인에 대한 예의니?
내가 언제까지 참아야 돼?
내가 너...
내가 너한테 도대체 무슨 의미야?
[한숨 쉬며] 참, 그놈의 의미, 의미, 의미
야!
[정우가 성난 숨을 내쉰다]
[은이 피식한다]
(은) 언제는 내가 비밀이 많아서 더 매력 있고 예뻐 보인다며
자기가 한 얘기인데도 기억이 안 나지?
여보세요
난 오빠랑
아무런 법적인 약속을 하지 않은 자유로운 관계예요
내가 누구랑 어디를 가든 뭘 하든 뭘 하고 싶든
무슨 얘기를 하든
다 내 의지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 몸이라고, 응?
오빠, 세상에는
참 별의별 이상하고 알 수 없는 관계들이 존재해
그러니까 꼭 A 다음에 B가 아니고
1 다음에 꼭 2가 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야, 알아들어?
나는 그냥 오빠에 대한 그 예의로
그 예의 때문에 오늘 계속 같이 있었던 거고
이제 그 시간이 다 된 것뿐이야 [정우의 한숨]
오늘 오빠 얘기 다 들어 줬잖아
뭐, 아까 그거 뭐 여자 하느님 얘기 그거?
오늘 처음 한 얘기인 줄 알아?
나 그거 한 서너 번째 들은 건데도 그냥 다 듣고 있었던 거야
그래도 쪼끔 미안하고
쪼끔 존경하고 좀 좋아하고
그래서 옆에 있었던 건데 왜 그래?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정우) 네 말 다 일리 있어
근데
[한숨 쉬며] 나 너...
사랑해
내 마음 안 느껴져?
어? 오빠 마음 안 느껴져?
내가 어떻게 해야 돼?
[깊은 한숨]
모르겠어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안 느껴져
오빠는
좀 멋있지가 않아
[정우의 한숨] (은) 좀 멋있으면 안 돼?
제발 좀
단 한 번이라도 좀 멋있었으면 좋겠어, 제발
그리고 그렇게 얘기하는 사랑이 뭔데?
[한숨]
참사랑을 좀 보여 줘 봐, 어?
그런 게 있으면 나한테 좀 보여 봐 주라고
[가슴과 테이블을 두드리며] 마음을 꺼내서 나한테 좀 보여 봐, 어?
여기다 좀 내놔 보라고
못 하지? 그렇지?
[정우의 떨리는 숨소리] [은의 한숨]
진짜 그렇게까지 하는 남자는 요새 한 놈도 못 봤어
[심오한 음악]
[깊은 한숨]
[정우의 거친 숨소리]
[빠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우의 신음]
[정우의 고통스러운 신음]
[정우의 힘겨운 신음]
[힘주는 신음]
[정우의 거친 숨소리]
[정우의 고통스러운 신음] [쓱 꺼내는 소리가 난다]
[거친 숨소리]
[정우의 떨리는 숨소리] [심장 박동음]
[정우가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이제 됐니?
[만족스러운 웃음]
썩지 않게
잘 절여서 아주 오래오래
보관할게
[은이 살짝 웃는다]
참, 오빠 이름이 백...
정
우...
아, 맞다, 백정우
정우
[펜을 탁 내려놓는다]
[은이 유리병을 탁 내려놓는다]
[은이 손을 쓱쓱 닦는다]
[힘겨운 숨소리]
[은의 웃음]
[심오한 음악]
[은이 속삭인다]
[은이 흥얼거린다]
[뚜껑을 탁 닫는다] [심오한 음악이 멎는다]
[정우의 한숨]
(은) 오늘을 영원히 잊지 않게 될 거라고 했지?
[은의 웃음]
사랑해
안녕
[심오한 음악]
[잔잔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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