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_Persona (2019)
4. 밤을 걷다 / Walking at Night (Dạo Bước Trong Đêm)
[풀벌레 울음]
(지은) 언니는 엄청 힘들어했어
[어두운 음악]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언젠가부터는 그냥 죽고 싶다 그랬어
근데 언니는 끝까지 죽고 싶어 하지는 않았어
그 살고 싶다는 본능 때문에
그렇게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버텼었나 봐
하지만 언니는 싸늘하게 죽어 갔어
옆에서
언니가 죽는 걸 천천히 지켜봤었어
언니는 죽는 순간에 입을 벌렸어
안간힘으로 마지막 숨을 쉬고 싶어서
[지은이 숨을 크게 들이켠다]
이렇게
그렇게 입을 벌리고 죽었어
[지은이 숨을 크게 들이켠다]
[지은의 놀란 신음]
[함께 웃는다]
[지은의 한숨]
그래서
나는 절대 죽을 때 입을 벌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어
죽을 땐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삶에 저항하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지
(K) 뭘 그렇게 우울한 얘기를 해?
(지은) 응?
(K) 뭐, 죽는다느니 그런 거
(지은) [헛웃음 치며] 그거야 내가 죽었으니까
잊었어?
생각난다
[살짝 웃는다]
어, 죽었어, 너, 죽, 죽...
[흐느낀다]
[K가 계속 흐느낀다]
[K가 흐느낀다]
[K가 흐느낀다]
(지은) 야
왜 그렇게 울고 그래, 속상하게
장례식장에서는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더니만
[K가 계속 흐느낀다]
[K의 거친 숨소리]
너 눈물 한 방울 없길래 절교하려 그랬어
죽은 다음에 절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K의 떨리는 숨소리]
(K) 울고 싶지 않았으니까
[K의 떨리는 숨소리]
지금도 내가 왜 운지 모르겠다
제멋대로 죽어 버린 게 너고 남은 게 나인데
내가 왜 울어야 돼?
(지은) 왜 화를 내고 그래?
이 좋은 밤에
어?
여기 기억 안 나?
[K의 한숨]
(K) 아, 여기 걷던 데네?
(지은) [살짝 웃으며] 이제 기억해?
(K) 기억난다, 여기서 네가 끼 부렸었는데
- (지은) 내가? - (K) 어, 장난 아니었는데
(지은) 야, 내가 좋아서 그런 걸 끼 부렸다 그러냐?
[K가 살짝 웃는다]
(K) 너한테 좋은 냄새가 났어, 그 밤에
지금도
[함께 웃는다]
[K의 헛기침]
[K의 한숨]
신기하다 꿈속에서도 냄새가 맡아지네
(지은) 응
이제야 네 꿈속인 걸 알겠어?
(K) 그럼 넌 진짜가 아닌가?
(지은) 응? 진짜야
살아 있는 게 아니니까 진짜는 아닌가?
음, 점점
미끄러지는 느낌으로 사라지고 있어서
좀 슬퍼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부 다 사라지기 전에
널 찾아오고 싶었어
이렇게 꿈을 이용해 보는 거지
(K) 죽은 사람이 꿈에 나타나는 게 이런 건가?
(지은) 모르지
[웃으며] 나도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아는 게 별로 없어
아무튼
꿈에서 깨면 너는 거의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
(K) 그럼 이게 뭔 소용이야 내가 기억을 못 하는데
넌 죽었고
(지은) 기억한다는 게 대수인가, 뭐
우리가 이렇게
다시 한번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어두운 음악]
(K) 다시 슬퍼지려 그래
(지은) 씁, 울지 마
꿈에서 깬다
(K) 응
(지은) 말 잘 들어
[피식하며] 착해
그래서 내가 너를 이뻐했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은) 음, 여기 정말 좋았어
아직도 있을까?
(K) 그러게
(지은) 우리 뭐 먹었는지 기억해?
(K) 응
말도 안 되는 한 잔에 3,900원짜리 와인을 팔고 있었지
(지은) [웃으며] 그런 걸 기억해?
(K) 그럼, 다 기억해
돌담 위에 붙은 이상한 액자며
옆에 술 취해 자고 있던 아저씨도 있었고
우리 건너에도 테이블 하나 있었어
가게에서는 좋은 음악도 흘러나오고
(지은) 이상한 음악이었던 거 같은데
[지은이 살짝 웃는다]
맞아, 이 노래
[지은의 한숨]
[지은의 웃음]
맛없던 이 와인이랑
(K) 맛있었는데?
(지은) 맛없었어
하, 정말 맛없다
(지은) 왜 죽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어두운 음악]
[K의 한숨]
(K) 궁금해하면?
어차피 여기서 깨면 기억도 못 한다며
(지은) 그럼 뭐...
[K의 한숨]
(K) 왜 죽었어?
외로웠어
(지은) 끝이 없이
끝이 보이지 않게
(K) 내가 너 외롭게 했어?
(지은) 아니
네가 항상 내 옆에 있어 줬지
나를 아는 사람이 있고 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어
나를 아는 사람 중에는 네가 있었고
너 외의 다른 사람들이 있었어
나는 너 외의 사람들한테 외로움을 느꼈어
나를 아는 수많은
너를 제외한 그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들에 외로움을 느꼈어
[피식한다]
네가 항상 옆에 있어 줬는데
부질없이 괴로워했네
죽을 때까지
[K가 중얼거린다]
[K의 애쓰는 숨소리]
[계속 중얼거린다]
뭐 해?
[중얼거린다]
잊지 않으려고, 꿈에서 깨도
난 평생 내 탓 할 거야
(K) [울먹이며] 네가 왜 죽었는지
평생 내 잘못을 찾겠지
미안해
[한숨]
나도 네가 꼭 네 탓이 아니란 걸 기억하게 하고 싶다
[K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바람이 쏴 분다]
[풀벌레 울음]
(지은)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봤어?
(K) 아니
얘기로 들었지, 뭐
(지은) 나 바로 안 죽었어
그렇게 높은 데서 떨어졌는데도
잠깐 의식이 들었어, 어느 순간에
막 사람들이 모여들고
난 있는 힘을 다해서 입을 다물었어
피가 차서 코로 숨을 쉴 수는 없었는데
난 입을 다물었어
근데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할 수가 있어야지
혹시 내가 입을 벌리고 죽었는지 다물고 죽었는지 알아?
(K) 아니, 몰라
(지은) 궁금한데
(K) 죽어도 궁금한 게 남아?
(지은) 그런가 봐
언니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죽어서도
끝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
그것뿐이야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풀벌레 울음]
여름이었네
[잔잔한 음악]
(K) 응?
(지은) 그날, 여름밤이었네
풀벌레 소리가 들렸어
꿈도 죽음도
정처가 없네
가는 데 없이
잊힐 거야
[슬픈 숨소리]
(지은) 우리는 여기에 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다 사라지고 밤뿐이네
안녕
[어두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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