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宮>
제3부
-운현궁, 이로당
채경이 탄 리무진이 들어와 서고, 그 안에서 내리는 채경.
나인들 다가오고 수행원이 채경을 안내하고.
넓은 방에 최상궁과 앉아 있는 채경.
최상궁 -이곳 운현궁은 지금으로부터 140년전 1866년 명성황후께오서 궁중법도교육을 받으신 아주
유서 깊은 곳입니다. 신책경님께서 장차 나라의 큰 어른이 되시기 위한 예비 훈육을
이 곳에서 받게 되신 것을 머리 조아려 감축 드리옵니다.
채경 -네?
그때 천, 방나인 교육 자료를 들고 온다.
최상궁 -그 옆에 놓게.
천, 방나인 -(채경 옆에 내려놓는다)
최상궁 -신채경니께서 앞으로 공부사혀야 할 교재들이옵니다.
채경 -네? 저걸 다요?
-운형궁, 이로당 - 처소
채경 -잡수시다는 접수시다로, 눈물은 옥루, 양치질을 수부수, 수부수?
세수는 소세, 편찮으시다는 미령하시다.
아아~ 뭐 복잡하게 궁중 용어를 따로 쓰냐? 그냥 일반말 쓰지.
아, 미치것네 이거 언제 다 외우냐.
시간 경과.
박상궁 -황후마마 납시오.
책상위에 고개를 옆으로 뉘고 쿨쿨 잠이 들어 있는 채경.
황후 이 모습 보고 최상궁을 한번 보고 최상궁 놀라 다가오고.
황후 -(한숨) 이 아이를 도대체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할고.
최상궁 -송구하옵니다 마마. 본격적인 친영례 훈육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례 도감 의궤를 살펴
보시라 하였사온데..(나인들 내려보면)
천, 방나인 -(채경에게 달려가) 깨어 나시옵소서, 깨어나셔야 합니다.
채경 -(못 일어나고) 엄마 좀만 더 잘게~
황후 -그냥 두거라. 피곤할테지..간밤에 한 잠도 못 이루었을 게야.
-운현궁, 일각
단호한 얼굴의 황후, 최상궁을 앞에 두고.
황후 -훈육에 있어 한 치의 오차가 없어야 소란 없이 친영례를 치를 수 있네.
실수가 잦은 아이니 태자비로서 품위를 지니도록 훈육해주게.
최상궁 -예, 마마.
황후 -무엇보다 궁중 법도가 지엄하다는 것을 알려야 할 것이야.
최상궁 -유념하겠사옵니다 마마.
황후 -(수첩을 건네며) 그날 그날 배우고 익힌 것, 잘하고 못한 것.
훈육 기간 동안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기록하도록 하게.
최상궁 -(고개 숙이고)
황후 -그간 나인 훈육을 담당하며 보여왔던 실력, 내 이번에도 기대해 보겠네.
최상궁 -황공합니다 마마.
-운현궁, 이로당 앞
밖을 살피는 채경 문을 나서고, 뒤늦게 채경이 없어진 것을 안 천, 방나인 채경을 찾고.
-운현궁, 일각
천나인, 방나인 쫓는 가운데 신나서 숨바꼭질 하고 있는 채경.
즐거워하며 숨어 다니던 채경, 깜짝 놀란다.
앞을 보면 채경을 보는 최상궁.
최상궁 -도대체 이 무슨 해괴한 짓들이냐!
나인들에게 호통치는 최상궁.
최상궁 -이런 철딱서니 없는 것들을 보았나?!
채경 -(고개 숙이고) 아니요..저기요..
최상궁 -한치의 틀림도 없이 모시라 그리 일렀거늘.
이 어인 소란이란 말이냐. 궁이 너희들 놀이터인 줄 아는 게야?
천, 방나인 -잘못했사옵니다.
채경 -(미안하고) 아니요 저기요..상궁 언니. 언니들이 아니고 저거든요.
최상궁 -(고개 수그리며) 아니옵니다. 무슨 잘못을 하셨다구요.
이분이 누구시더냐. 이 나라의 빈궁마마가 되실 분이 아니더냐.
또 한번 이리 허투로 마마를 모실 것이냐?
천나인 -(놀라서) 아니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사옵니다.
방나인 -다시는 그런일이 없도록 하겠사옵니다.
채경 -저기요..
최상궁 -시끄럽다!
채경 -(뜨끔)
최상궁 -너희들의 잘못은 추후에 다시 물을 것이다.
(채경에게) 친영례때 입으실 대례복이 준비 되었사옵니다. 어서 처소로 드시지요.
채경 -네? 대례복이요? 그게 뭔데요?
방나인 -가시면 아시옵니다, 서두르시어요.
천나인 -예, 가시지요.
-궁, 황태후전
황태후 -안부를 묻사옵니다. 요즘 어떠신지요.
창문에 달빛 어리면 그리움 더욱 짙어집니다.
꿈속에서도 님을 만나려 내 영혼이 서성인 발자국을 본다면 문 앞 돌길이 모두
모래가 되었을 것입니다.
서상궁, 혜정궁은 아직 소식이 없는가?
서상궁 -아직 영국 쪽 일이 정리되지 않아 입국하지 못하셨다 하옵니다.
황태후 -내일 황실에 큰 경사가 있을터인데 이럴때 황실가족 모두가 함께 한다면 얼마나 좋을고.
서상궁 -혜정궁 마마 뜻이 아직 그렇지 아니 하신 듯 하옵니다.
황태후 -(효열태자의 가족 사진을 만지며) 갑자기 남편과 사별한 것만도 충격이 클터인데
황태자비였던 사람이 황실 법도에 따라 쫓기 듯 궁을 나가게 되었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상처가 컸을고.
서상궁 -예, 마마..혜정궁 마마, 의성군 마마를 생각하면 소인의 마음도 안타깝기 그지 없사옵니다.
황태후 -그러고보니 서상궁. 자네가 효열 황태자와 의성군의 유모가 아니였던가.
서상궁 -그렇사옵니다 마마. 그 사진을 찍을때의 상황대로라면..
효열 태자께서는 지금 보위에 계시고, 두 분 모자께서는 각각 황후마마와 황태자 전하의
자리에 앉아 계실것입니다.
황태후 -지난 얘기를 해서 무엇하겠는가. 다 부질 없는 짓이지.
-궁, 황제전
황후 -(황제에게 탕약을 건네며) 내일 큰 일을 앞두고 계시오니, 오늘 하루는 직무에서
손을 놓으라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황제 -(마시고) 고집을 피우다 이리 되었으니..알겠습니다 부인.
황후 -다행히 혈색이 많이 좋아 지셨습니다.
황제 -이렇게 정성과 기원이 담긴 약을 드는데 차도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황후 -그렇다 하여 한시도 마음을 놓으시면 아니 되시옵니다.
현운엔 완쾌가 없다 하니, 이보다 무서운 병이 어디 또 있으려구요.
황제 -(웃으며) 알겠습니다. 조심하고 또 조심 할 테니, 걱정 놓으세요.
태자비 될 아이 친영례 교육은 어떻게 되가고 있습니까?
황후 -엄히 일러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고는 있습니다만..기본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어려움이
많습니다. 내일 친영례도 걱정이지만, 앞으로 태자비 교육을 어찌 해야 할지..
황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적응 기간을 두고 천천히 살펴갑시다.
황후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옵니다 폐하. 폐하와 저의 의견 차이 때문에 그간
태자 교육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런 불협화음 가운데 태자의 성품이 저리
들쑥 날쑥 해진것이 아니옵니까. 태자비 교육만큼은 시작부터 일관성있게 할 것 이옵니다.
황제 -밖에서 자유롭게 자라던 아이를 너무 옥죄어 교육하면, 오히려 궁 생활에 적으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황후 -태자비 문제는 내명부의 일입니다.
태자비 교육만큼은 저에게 오롯이 맡겨 주셔야 합니다 폐하.
-운형궁, 이로당 - 처소
최상궁 -그 동안 짧은 일정에 맞춰 예절 훈육을 받으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채경 -네, 저야 뭐 언니들이 더 고생하셨죠. 이제 끝난 거에요?
최상궁 -예. 준비된 교육 일정은 다 마치셨습니다.
채경 -(반색) 와 아아~
최상궁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받으신 습의의 과정을 복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채경 -네?
최상궁 -일단, 내일 치를 에식에 대해 설명을 해 보십시오.
채경 -전부다요?
최상궁 -예, 전부다.
채경 -(나인들 쳐다보고)
천, 방나인 -(걱정)
채경 -먼전, 황제폐하가 황태자비를 책봉하는 '책비'를 하구요 그리고 제가 여기 운현궁으로 와서
책봉을 받는..수..수..
최상궁 -안되겠다. 소매을 걷거라.
채경 -?
최상궁 -습의에 소홀함이 업이하라 내 그리 일렀거늘. 무엇 하느냐. 당장 소매를 걷지 않고!
채경 -(어쩔줄 몰라 하고)
천, 방나인 -(소매 걷고)
최상궁 -궁중 법도의 지엄함을 모르다니 너희들이 정녕 황실의 예를 능멸하겠다는 것이냐!
(회초리 든다)
천, 방나인 (눈 감는다)
채경 -(내려치는 순간 붓으로 막는다) 잠깐만요, 생각이 날 것 같아요. 아 맞다. (소매 걷은 팔을
앞으로 가져와 보면 깨알같이 써진 글씨) '책비' 가 끝나면 '수책비' 를 하구요..
그리고..황제폐하는 친영례를 앞둔 황태자에게 술을 주며 훈계하는 '임헌초계'..
그게 끝나면 친영롄데..그러니까, 황태자가 별궁인 이곳 운현궁으로 직접 와서
초례상에 기러기를 올리는 전안례를 한 다음에 황태자비를 궁으로 데려가는 거죠.
그때 거리에서 가례행진을 하구요. 그렇게 궁으로 들어가 황태자, 황태자비는 동뢰를 하는데요
동뢰는 두 사람이 함께 절을 하고, 술과 찬을 나눈 후에, 첫날밤을 치르는 의식이에요.
그러고 나면, 오늘의 결혼식은 끝이 나는거죠.
최상궁 -아주 잘 하셨습니다
채경 -그동안 연습 졸라 많이 했잖아요.
최상궁 -졸라? 그게 무슨 뜻이옵니까?
채경 -많이 매우 그런 뜻이에요..(난감)
-궁, 황태자전
신, 율, 그리고 공내관.
공내관 -(신에게) 주강 후, 배가 쌀쌀하시다 하셨사온데 지금은 어떠하십니까?
신 -(의례적으로) 편안합니다.
공내관 -(메모하고) 새로운 보양죽은 어떠하셨습니까? 입에 맞으셨사옵니까?
신 (건성) 네 맞습니다.
공내관 -(메모 마치고) 그럼, 소인 물러가겠사옵니다.
태자 전하, 의성군 마마..두 분 편히 쉬시옵소서.
문을 나서는 공내관.
신 -(비아냥 거리듯) 변은 묽습니까? 단단합니까? 아니요..아주 굵습니다!!
율, 씁쓸하게 웃고, 신은 보던 잡지 덥고.
신 -가자.
율 -어딜?
신 -운현궁에 당근 주러..같이 가. 너 걔랑 같은 반이라며?
율 -(생각하더니) 아냐..난 안갈래.
신 -(쳐다보고) 왜? 꽃미남 오면 그 푼수 좋아라 할텐데..
율 -너 혼자가. 교육 받느라 피곤 할 테니까,
쵸콜렛이나 사탕 같은 거 사 가지구 가면 좋아 하겠다.
신 -그딴거 꼭 사가지고 가야해? 방문 해주시는 것만 해도 영광 아닌가?
율 -위로 방문 이잖아. 여자애니까 그런 거 좋아할 거야.
신 (짜증내듯) 아..귀찮아..
율, 씁쓸한 표정.
-학교, 미술 실기실.
경축 결혼! 등등..요란한 플랭카드 만들고 있는 히숭, 순영.
저만치 구석에선 강현이가 무언가 열심히 카드를 만들고 있다.
순영 -근데 혹시 채경이가 황태자비 됐다고 막 우리 모르는척 생까고 그러는거 아닐까?
히숭 -하긴, 나같으면 찌질하게 나랑 안놀거든.
강현 -야, 그렇게 만들어가지고 보이냐 길거리에서.
순영 -그래서 우리가 준비 했잖아.
히숭, 순영 -(일어서며) 우리는 황태자비 친구들인 싱숭 생숭 입니다.
애는 싱숭, 나는 생숭. 우리는 싱숭 생숭 입니다.
강현 -어이없다.
-운현궁, 이로당 - 처소
공부하다 지루해진 채경. 노트에 친구들의 얼굴들을 그리다 기지개 펴는데, 신 서있고.
채경 -어, 아무도 못들어 온다고 했는데.
신 -(앉으며) 내가 아무나냐.
(들고 있던 가방에서 초콜렛이나 사탕 든 봉지 꺼내며) 결혼하기 전에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봐둬야 할거 같아서.
채경 -(사탕, 초콜렛 꺼내보고) 어머.
신 -율이가 보낸 거야. 율이 알지? 니네 반에 전학 온 녀석.
채경 -율? 율이가 누군데?
신 -여자애들은 그런거 좋아한다고, 여기선 그런 거 못먹게 할테니까 보내주면 좋아 할 거라구
바리바리 싸주더라.
채경 -(좋고)
신 -설마 엄마 보고 싶다고 눈물이나 질질 짜고 이는 건 아니겠지?
채경 -(갑자기 슬퍼짐)
신 -왜?
채경 -아니야 아무것도.
신 -실은 너랑 결혼하겠다고 하면서 내건 조건이 있는데..동궁을 창덕궁이나 창경궁으로 옮겨
달라는 거였어.
그럼 윗전들이 계신 정궁하고는 거리가 멀어지니까 자연히 너나 나나 어른들로부터
간섭을 훨씬 덜 받게 되겠지.
채경 -..
신 -그러니까 니가 한달에 한번쯤 몰래 너네 집에 다녀오는 것도 눈감아 줄 수 있어.
그리고 또 뭐였더라..(주머니에서 종이 꺼내 보면서) 어, 친구들을 궁에 초대해서
파티를 연다든가..오, 이거좋겠네. 황실 리조트에 니네 가족을 초대해서 휴가를 같이
보낸다든가..너 해외여행 해 본적 있냐?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채경 -그만해..그만 하라구 그런게 위로하면..
신 -(종이 구기며) 그래 머..이건 율이가 적어 준거고. 내가 약속 할 수 있는건 이혼뿐인데..
채경 -뭐?
신 -내가 나이를 좀 더 먹어서 내 일을 내가 알아서 결정해도 아무도 막을 수 없을 때가 되면
그리고 그때가지도 니가 적응을 못하고 굳이 떠나고 싶다면 나도 맨날 징징거리고 엄마나
찾는 마누라는 감당 못할테니까.. 해 줄 수 있어.
채경 -...
신 -하지만 난 왕위를 이어가야 할 황태자야. 나이는 얼마 안먹었어도 이혼이란게 말처럼 쉽지
않을 거란 것쯤은 알고 있어. 그러니까 정말로 죽기 직전에 못견뎌서 죽을 것 같기
직전에만 말해.
채경 -...
신 -그때는 해 줄 테니까.
-채경의 집, 안방
장식장의 할아버지 사진.
그 앞에 공복 차림으로 앉아 있는 가족들.
아빠 -자, 아버님께 감사의 표시를 올려야지. 당신부터 시작해.
엄마 -아, 정말 별걸 다..
아버님, 아버님 말씀대로 우리 채경이 결혼해요. 아버님이 말씀 하실때 못믿고
또 허풍 치시는 거라고 한거 정말 사죄드립니다.
아빠 -고맙습니다. 아버님 덕분에 저희들 살았습니다.
우리 채경이가 아무 사고없이 국혼을 잘 치루도록 잘 도와주십시오.
엄마 -채준, 너도 할아버지께 뭐라고 좀 해.
채준 -어? 어..할아버지 본좌가 빨리 근육 키워서 학교 짱 먹게 해주세요.
엄마 -우리집 가훈!
채준 -과유불급..오버하지 말자!
엄마 -(흐뭇해 하더니) 당신 가례 때 할거 다 외웠지?
아빠 -아 그거. 공~경하고 공~손하여 부모의 말을 믿고 따라서...따라서..
엄마 -아유 아유 정말. 그게 몇줄이나 된다고 그걸 못외우냐. 있다 가서 또 실수하면 당신 정말
이혼이다.
아빠 -너 진짜, 딸 결혼하는데 그딴식으로 얘기할래?
엄마 -그만큼 중요하단거지.
아빠 -알아.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어김이 없게 하소서..
공경하고 공손하여 부모의 말을 믿고 따라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어김이 없게 하소서.
(일어나려 하면) 자, 가자~
엄마 -한번만..
아빠 -공..공..허..공..(기억 안남)
엄마 -(에휴)
-궁, 정전 앞
임헌초계. 면류관과 구장복을 입은 황태자 신.
무릎을 꿇은 후 술이 담긴 작(爵 - 잔) 을 받아든다. 술을 맛보고, 흐뭇하게 보는 공내관.
황제 -가서 너의 배필을 맞아 우리 종사를 잇게 하라. 힘써 공경하고 변치 말도록 하라.
신 -신, 삼가 제지를 받들겠습니다. 감히 명령을 잊지 않겠습니다.
-궁, 황태후 전
궁 앞 환호하는 인파의 모습. TV로 보여지고.
이를 보는 황태후와 황후.
황태후 -(놀라며) 아니 이 많은 사람들이 궁 앞에 모였다니..
서상궁 -예 마마..2002년 월드컵 못지 않은 뜨거운 열기라 하옵니다.
황태후 -(흐뭇해서) 예상을 못한 바 아니나 이정도까지 인줄은 몰랐어요.
이 모두가 황태자 내외에 대한 지극한 관심이 아니겠습니까?
황후 -예, 마마. 황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서민 가정 출신의 황태자비다 보니, 그러한가 보옵니다.
황태후 -그래요..그렇군요. 이제 책비례와 임헌초계를 마치었으니, 친영입니다.
이번 친영례는 특별히 생중계가 될터인데 경험이 전무한 태자비가 혹여, 사소한 실수라도
한다면은...
황후 -훈육상궁 최상궁. 틀림없는 사람이오니 심려 놓으소서 마마.
황태후 -그래요..그래야지요. 대내외적으로 우리 전통을 아낌없이 선보일 수 있는 자리에요.
한치의 틀림없이 가례가 치워 져야 할 것입니다.
황후 -예 마마.
-노안당 처소
대례복을 이고 있는 채경. 살평상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천, 방나인.
그때 최상궁 들어온다.
채경 -..
최상궁 -(인사하고) 지금 막 태자전하께오서 이곳 운현궁에 도착하셨사옵니다 빈궁마마.
이제 곧 혼례 절차에 따라 친영례가 시작되오니 노안당으로 나가시지요 마마.
-운현궁, 마당
사강원 관인에게 기러기를 받은 신. 기러기를 든 채 내문 안으로 통과한다.
-거리
환영 인차 운집한 가운데, 대형 화면으로 보이는 신의 모습.
신을 보고 함성을 지르는 여학생들.
화면 바뀌어 채경이 나오고.
그런 가운데, 환소성을 지르는 히숭 순영.
옆 남학생을 가로 막으며 황태자비가 자기 친구라고 자랑하는데.
순영 -저기요 전광판 보이죠? 쟤가요..아니 황태자마마가요 우리 친구거든요.
히숭 -맞거든요, 같은 학년, 같은 반이거든요?! 진짜 친하거든요?!
남학생 -(비웃으며) 저기요, 댁들이 황태자비마마와 친구라면요 우린 동방신기 친구다.
순영 -뭐래? 지금 뭐라는거야?
히숭 -그러니까 우릴보고 완전 구라쟁이라는 소리거든 요?
순영 -핸드폰 핸드폰 어딨어? 채경이랑 찍은 사진!
-효열 황태자 사당
TV화면 통해 보이는 황태자 신.
TV 켜진채 책을 읽는 율. 곁엔 공복이 단정히 접혀 있고.
그때 종친 어른들 들어온다.
당숙 -의성군!
율 -(일어나며) 오셨어요 당숙 어르신.
당숙 -아니 의성군께서 지금 여기서 뭐하고 계신겁니까.
율 -생중계로 보고 있었는데요.
당숙 -지금 운현궁에서는 종친 어르신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계승 서열 2위이신 의성군께서 국혼 참여를 않고 계시다니 이게 어디 말이나 됩니까.
율 -저 옷 말이에요. 저걸 반드시 입고 와야 된다고 해서요.
당숙 -아니, 고작 저 공복때문에 여태 이러고 계셨단 말씀이십니까.
율 -그리고..그리고 왠지..
당숙 -의성군..돌아가신 효열 황태자를 잊으신것은 아니시겠죠.
오늘 혜정궁께서 의성군을 먼저 보내신것도 이번 가례 참석 때문이심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자, 어서 가시지요.
-운현궁
계속 되고 있는 친영례.
-태국, 극장
무대 뒤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효린.
(회상) 발레 연습실.
피아노에 앉아 치는 신, 옆엔 효린.
효린(소리)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13시간 동안 연습했어.
이제 너한테 주어진 시간은 5분이야. 실수하지마 민효린.
교수 -긴장 돼?
효린 -네..
교수 -(안아주며)
-운현궁
나인들 시중 받으며 우아한 자세로 걸어오는 채경.
의외라는 표정의 신.
엄마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아빠, 긴장된 표정.
그 모습 보고 안좋은 채경의 표정.
신이는 살짝 웃고.
기러기를 올리고 절을 하는 신.
아빠는 채경에게 경계하는 말을 하고.
엄마도 채경에게 다가와 옷 매무새 정리해주며 경계하는 말 전하고.
-인의 저택, 거실
화려한 거실 중앙 포켓볼 대.
인, 경, 환 대형 TV 통해 친영례 모습 보고.
경 -제법인데? 실수 안하네. 왠 일이래?
인 -오리가 백조 되느라고 용쓰는 거지 뭐.
그때 갑자기 카메라 앞에 나타나 옷 벗고 근육 자랑하는 포즈를 취하는 채준.
경 -뭐야? 저건 또 왜저래 쟤?
인 -어이구, 어기구. 갑자기 왠 스트립쇼? 하여튼 저런 똘아이들이 한국 GNP 평균 다 깍아
먹는다니까.
경 -그래도 뭐 환이보단 몸매 좋은데 뭐.
인 -하하..하긴 그래.
-운현궁, 일각
취재하는 여러나라의 취재진들.
주목받는 신의 모습을 홀로 바라보는 율.
편치않는 표정의 율. 이내 자리를 피하고.
그때 저만치 모습을 보이는 채경.
최상궁의 인도를 받으며 내문 밖 차소의 신을 향해 걸어가는 채경.
연(가마) 앞에서 기다리던 신.
최상궁 -(깊이 목례) 가르치지 못하여 예를 행하기에 부족함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드시지요.
인도를 받아 가마에 올라타는 채경.
-태국, 극장
무대위의 효린. 아름다운 자태로 춤을 춘다.
끝나면 큰 환호.
-궁, 황태후전
TV 화면으로 보여지는 운현궁 앞.
내문을 출발하는 황태자부부의 봉연, 연.
황태후 -훈육 기간이 짧아 우려하였는데 실수가 없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황후 -(흐뭇한) 예 마마.
황태후 -황후, 애 많이 쓰셨어요. 이후 태자비 교육은 지위에 걸맞는 품위를 갖추도록 유념합시다.
황후 -예, 마마. 분부 받잡겠습니다.
황태후 -그렇지 않아도 황상의 환후가 깊어 경황이 없을 터이니 나도 힘 닿는 대로
도울까 합니다.
황후 -망극하옵니다 마마.
황태후 -커 가는 어린 세대와 살아온 날이 더 많은 늙은 세대의 낙차가 있겠으니 그 거리를
좁히는 것 또한, 황실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황후 -(고개 끄덕이고)
황태후 -내 오늘..느낀 바가 많아요. 궁은 거리에 나온 저 수많은 이들의 환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겝니다. 거들의 소리가 무엇입니까? 새 시대에 발맞춰 황실의 현대화를 이끌
젊은 태자부부에대한 기대와 희망이 아니겠습니까.
존경받는 황실의 전통을 이러달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때 울리는 핸드폰 벨 소리. 놀라 돌아보는 황태후.
뒤에 앉아 있던 상궁의 벨소리.
-궁, 명선당
그 곳 앞에서 효열 황태자와 혜정궁이 함께 찍은 사진을 들어보고 서 있는 율.
명선당 이곳 저곳을 찬찬히 살핀다.
눈을 감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는 율.
저만치 서상궁이 바라보고.
서상궁 -태후전에 문후 드리러 입궁 하셨사옵니까?
율 -예? 아 예..
서상궁 -그런데 어찌 이런 후미진 곳에..
율 -산책 중이었어요. 할마마마, 태우전에 계시죠?
서상궁 -예..친영례 내내 긴장하시다가 이제야 마음을 놓으셨습니다.
(이내 안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효열 태자 마마, 혜정궁 마마. 두 분 친영례를
치르셨던 일이 바로 어제와 같습니다. 그때만해도 태자마마께오서 황위에 오르시는것이
당연하였사온데..
세월이 모든걸 바꿔 놓았습니다.
태자마마를 그대로 닮으신 마마를 뵈오니 소인의 마음이 더욱 안타깝사옵니다. 의성군 마마.
-거리 전경
환호하는 인파 가운데 교통이 통제된 도로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황실 가례 행렬.
선사대와 현대식 육, 해, 공군 복장의 군인들.
이어서 의장과 기물들 황태자비에게 수여된 4개의 함을 실은 수레.
황태자 신이 탄 봉교와 황태자비 채경이 탄 연이 기병대의 호위를 받으며 장엄한 행렬 이루고.
손을 계속 흔드는 신.
채경이 지나가자 소리지르는 강현, 히숭, 순영.
그러나 못보고 지나치는 채경, 이내 실망하는 친구들.
-음식점
친구들 들어와 자리에 앉고.
강현 -야, 기운내. 우리 공짜 음식 얻어먹고 기분풀자. 어?
테이블로 와서 그릇 치우는 아줌마.
히숭 -전 삼계탕이 먹고 싶거든~요.
순영 -오자마자 그러냐..저두요.
아줌마 -어떻하죠? 오늘 음식이 다 떨어졌네요. 손님이 많이 오셔가지고. 죄송합니다.
-궁
가례복 차림으로 접견실에 들어오는 채경.
최상궁 -가운데로 나가십시오.
채경 -네?
들어와 신 옆에 서고.
그때 총리 나와 인사.
총리 -문무 백관을 대표하여 인사 올리겠습니다.
그때 채경도 같이 인사하려다 머리에 쓴 가채가 벗겨져 총리 머리에 끼고.
어쩔줄 몰라 하는 채경을 나몰라하는 신.
-채경이네 집, 주방
전을 부치며 전화통화 하는 채준.
집 전체적 분위기는 잔치 분위기로 왁자지껄.
채준 -(신나서) 그거지! 이제, 본좌가 황태자 하구 처남 매형 사이 된거지. 봤어? 수꾸임.
몸매 죽이지? 아싸, 대한민국 중딩 넘버원!
아빠 -아 이자식 시끄러워 죽겠네.
엄마 -당신이야 말로 옷 좀 갈아입어!
아빠 -아 뭐 어때~ (공복 계속 입고 있고)
엄마 핸드폰 벨 울리고 들어와 식탁에 앉으며 받고.
엄마 -여보세요. 어 현섭 엄마. 어..그래 고마워. 보험 상품이야 좋은게 계속 나오고 있지.
어..어 그래. 내가 연락해 줄게. 응.
그때 또 울리는 집 전화.
아빠 -여보세요! 예, 작은아버지. 예 안녕하세요. 아 TV 보셨어요? 아 예 가문의 영광 입니다.
채경이 엄마요? 잠깐만요. 여보.
엄마 -(손사래 치며) 어휴 싫어 피곤해. 없다 그래.
아빠 -받아봐. 축하한다는데..
엄마 -축하는 무슨 축하. 아주 전화 피해가면서 우리 없을때는
그냥 코빼기도 안 비치고 있더니..됐네.
아빠 -아 사람 사는게 다 그런거지. 성격 까칠하게 왜그래.
엄마 -(마지못해)여보세요..예..예 안녕하셨어요?
보험이요? 연세가 있으시니까 실버가 좋으시겠죠. 예..아 예 감사합니다 작은 아버님.
아빠 -뭐래? 보험 든대?
엄마 -어, 아니 3년을 쫓아 다녀도 꿈짝 안하시더니 식구수대로 다 든대.
아빠 -(좋아하며) 우아 우리 껀수 올렸다! (다시 전화벨) 또 전화다!
-궁
최상궁을 비롯한 나인들 문 밖에 앉아 있고,
채경이 앉아 있으면 신이 들어와 털썩 앉는다.
채경 -(원망의 눈빛) 신군.
신 -뭐? 신군?
채경 -그래 신~군. 어떻게 그 상황에서 모른척을 하냐?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대수머린지 대머린지 10킬로 짜리를 내리 눌러서 목이 분질러 지는 줄 알았고만.
신 -총리 뒤통수 찌른건 제법 센스 있었어. 뜻밖이였지만.
채경(na) -문득 생각하게됬다. 이 아인 어떤 앨까? 어느날 찾아와 이혼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애. 엄숙한 결혼식때도 알수 없는 웃음을 짓고, 성격 나쁜애처럼 굴다가도
거리에 나온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는 애.
그러다가도 느닷없이 딴 생각을 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이..
알고 싶어.. 어떤 앤지. 나중에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우린
한 배를 타게 된거니까.
시간 경과.
최상궁과 나인들 들어오면 양 쪽 문에 기대어 잠든 신과 채경.
최상궁 -그만 깨셔야죠 빈궁마마.(채경에게)
(신에게) 아직 합궁례가 남았습니다 전하.
고개 살짝 떨구다 이내 깨는 신.
최상궁 -이제 곧 합환주와 상이 들어옵니다. 맞을 준비를 하셔야지요 전하.
(채경에게) 빈궁마마.
신 -(하지말라는 손짓)
다들 물러가고.
신 -(발로 차며) 야. 야 그만 일어나.
(채경에게 가까이 다가가) 야, 뭐가 더 남았다는데? 어?
채경 -(잠꼬대) 이런, 아줌마! (신이 멱살 잡고) 순대 간이 빠졌잖아요 간이!
염통도 팍팍 썰어 넣으라니깐.
신 -(놀라고 어이없고)
채경 -(그때 눈을 뜨고, 이내 모르는척 다시 눈 감고) 라고 철수가 말했다. (자는 척)
신 -하 참. 자는 척 하지마! 야 야!! 일로와, 안일나?! 야~
채경 -(여전히 자는 척)
시간 경가.
신과 채경 앞에는 상이 마련되어 있고.
가운데서 말하는 최상궁.
최상궁 -원래 동뢰는 부부가 되신 두 분께서 합방을 하시는 의례지만 두 분께서 아직 성인이
아니시기 때문에 정식적인건 성인식 뒤로 미루고 오늘은 합환주를 나누시는걸로
간단하게 식을 끝내겠습니다.
신 -(갑자기) 왜 미뤄요?
최상궁 -예?
신 -그 합방인지 뭔지..왜 굳이 성인식 뒤로 미루냐구요..
채경 -(소리 - 저게 미쳤나?) 저..
신 -아, 뭐 그런 눈으로 볼거 없어 순대.
채경(소리) -잉, 순대?
신 -니가 사정하며 붙잡아도 어차피 그냥 갈거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거야.
웃기지 않냐. 나이로 그런걸 정해놨다는게. 안그래?
자 그럼 먹어볼까. 합환주부터 마시고.
채경 -(보고)
신이 마시면 채경이 마시고. 나인이 주는 안주도 먹고.
맛있어서 눈짓으로 더 달라는.
시간 경과.
문 밖에 있는 상궁, 나인들 꾸벅 꾸벅 졸고 있고.
신 -뭐야 상궁 아줌마들. 감시를 할려면 제대로 하던가. 자기들이 먼저 자고 있으면 어떻해.
아~ (몸 기대며) 피곤한데 여기서 그냥 자버릴까.
채경 -(놀라고)
신 -안 졸립냐?
채경 -어? 야, 뭐야..일어나. 아까 못들었어? 잠은 동궁 양관에서 각자 자야 된다고 그랬잖아.
신 -그래? 그럼 나 먼저 간다. (일어서고)
채경 -야?
신 -(돌아보며) 왜?
채경 -혼자가면 어떻해.
신 -아, 그럼 어떻하는거야 나보고.
채경 -잘 좀 부탁해. 앞으로..
신 -(보고)
채경 -솔직히 나.. 여기 궁안이 무지 낯설고 무서워.
하지만 넌, 여기서 쭉 살았으니까 그러진 않을거 아냐.
신 -근데, 그게 만일 내가 명목상으로라도 남편이니까 널 돌봐줘야 된다는 뜻이라면..
그건 솔직히 약속 못해. 워낙에 누구를 챙긴다던가 입장바꿔 생각한다던가..
그런건 내 체질이 아니거든. 알겠냐? 그게 뭐 내 결함이라는건 알고 있지만,
타고난 천성이 그런걸 어떻하겠냐. 그러니까 내 얘기는..
채경 -(울거 같은 표정)
신 -미안해지네 그런 표정 지으니까..
(앉으며 손 내밀고) 친구로서 고민 상담 정도는 해 줄수 있어. 그럼 되지?
채경 -(의미 심장한 미소 지으며 손을 잡더니 덥썩 물고)
신 -아 아아~~
(손 놓으면) 뭐하는 짓이야? 이게.
채경 -친구는 무슨 개뿔 친구야. 그냥 알았다고 하면 어디 덧나냐? 이 쪼잔한 놈아.
아이구 쪼잔해~ 왜 찔려? 찔려?
신 -이게 정말.(때릴려하면)
상궁, 나인들 다가와 그런 신 말리고.
최상궁 -전하 고정 하시옵소서.
신 -놔, 이거. 야 이게 저번에 발길질도..무슨 조폭 아니야?
채경 -(귀 막고) 아이고 하나도 안들리네? 아 안들린다 약오르지?
신군 안녕. 잘가~
그대로 밖으로 끌려 나가는 신.
시간 경과.
혼자 방에 남게된 채경.
슬픈 표정.
채경(소리) -나쁜 자식. 누가 저한테 기대고 싶댔나. 아주 잠깐 이였지만 콧날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고 절 좀 더 알고 싶어져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는데..
나쁜놈. 실망이야..
밖을 바라보는 채경.
제3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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