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의 왕비 20
[주제곡]
[긴장되는 음악]
(원종) '신씨는 폐주와 내통하여'
'그의 탈주를 돕는 패역한 짓을 저질렀다'
'그 죄악이 실로 극하니'
'공개 처형하라'
(백성1) 마마!
(채경) 애초 만나면 안 될 운명이었던 걸 아셨지요
이제야 아버지의 말씀이
겨우 받아들여집니다
하나 이왕 만나서 사랑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지요
(송 내관) 전하!
우승지가 온 것이냐?
내금위장은?
아니, 그게 아니오라
(백성2) 마마 [백성들이 웅성거린다]
(백성3) 마마, 어떻게 이런 일이
[백성들이 연신 탄식한다] (백성4) 아유, 불쌍해
집행시간을 당기다니 누가? 왜?
(송 내관) 대비마마께서 명을 내리셨사옵니다
[말이 투레질한다] 도망친 폐주가 무슨 짓을 할는지 알 수 없다고 하시면서
[융의 말몰이 기합]
(채경) 이생에선
죽음으로
그 사랑을 지키고자 합니다
(관군 수장)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으시옵니까?
없소
(신하) 폐비 신씨의 형을 집행하라
[북을 둥 친다]
(채경) 다시 태어나면
절대 만나지 않겠습니다
전하
(백성5) 중전마마! [백성들이 통곡한다]
(백성6) 마마!
[백성들이 마마를 부르며 운다]
- (백성7) 중전마마! - (백성8) 마마!
멈춰라!
(역) 멈춰라!
(백성들) 전하!
(역) 채경아
[역의 다급한 숨소리]
(역) 채경아
[채경이 쓰려지는 숨소리] (역) 채경아
(역) 채경아
어찌 너를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야, 어찌
[채경의 떨리는 숨소리]
[역의 한숨] [채경의 떠는 숨소리]
[역이 흐느낀다]
[채경이 흐느낀다]
[역과 거친 숨소리] [채경의 힘겨운 신음]
(역) 가자
(역) 물러서라
[안도의 한숨]
(광오) 폐주가 마지막으로 유숙한 곳이 여기라면서?
(석희) 관군들 풀어서 이 일대를 싹 다 뒤졌는데도 못 찾았어
하면 친척들 집을 뒤지는 게 가장 빠르겠다 [문이 덜컥 열린다]
주상 전하 뜻대로 하겠다고 전해주십시오
범인들 넘기겠다고요
갑자기 변심한 이유가 뭡니까?
(명혜) 그런 거 따질 시간 없을 텐데요
신채경 처형 시간이 갑자기 앞당겨지는 바람에
(명혜) 방금 전하께서 처형장까지 달려갔었습니다
중전마마는요?
(명혜) 당장 목숨은 구하시겠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전하까지 곤란해지실 거예요
범인들은 어딨습니까?
마포 나루로 가보세요
(석희) 마포 나루? 가자
(우렁각시들) 예
[의미심장한 음악]
석희와 광오가
어제 서노의 무덤을 동적전 마을로 이장했다
(명혜) 예, 들었사옵니다
(역) 너는 오지 않았더구나
상단 일로 바빴사옵니다
그 상단에 가서 네가 사흘째 오지 않았다는 보고도 받았다
(역) 그 무렵
형님께서 유숙하셨던 김포 역참에서 널 봤다는 보고도
왜 그랬느냐?
(역) 네가 원했던 세상이
고작 이런 것이었더냐?
(역) 우리가 어찌하다
어찌하다 이렇게까지 된 것이야?
너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를 주마
[옅은 한숨]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
(송 내관) 전하, 내금위장이 알현을 청하옵니다
들거라
전하, 하명하신 대로
(석희) 폐주 탈주 사건의 진짜 범인을 잡았사옵니다
[긴장되는 음악]
[김 내관의 헛기침]
(내관) 주상 전하 납시오
(대신들) 주상 전하를 뵈옵니다
(석희) 전하, 유배 가는 폐주를 습격한 일당들이옵니다
왜 그랬느냐?
(명혜의 수하1) 주,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왜 그랬느냐 물었다
(명혜의 수하2) 지시를
받았사옵니다
무슨 지시?
폐, 폐주를 공격하여
(명혜의 수하1) 일부러
그자가 도주할 수 있게 상황을 만들라는...
- 김 내관 - (김 내관) 예
전 일부러 좌상의 소식을 전하였사옵니다
(김 내관) 폐주가 도망칠 때
좌상 댁으로 달려가게 만들려고 제가 간 것입죠
누가?
(역) 누구냐?
누가 그런 짓을 시킨 것이야?
(역) 답하라!
우상 대감이옵니다
(원종) 억울하옵니다, 전하
억울하다?
김 내관은 폐주의 사람이 아니옵니까?
(원종) 필시 전하와 제 사이를 음해하여
복수를 하려는 것이옵니다
(자광) 우상의 말이 맞사옵니다
제대로 조사도 안 해보고
저놈들의 말만 듣고 우상을 벌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대신들) 그러하옵니다, 전하
(순정) 무엇보다도 우상은
그간 전하의 즉위를 위하여 물심양면 애쓴
(순정) 일등공신이 아니옵니까
(원종) 전하
정확한 조사를 통하여
시시비비를 가려주시옵소서
물론 그럴 것이오
(역) 증언 하나만 믿고
이 나라 조선의 공신을 함부로 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오
황공하옵니다, 전하
(역) 죄인들을 옥에 가두어라
내 친히 국문하여 다스릴 것이다
끌고 가 옥사에 가둬라
(내금위 병사들) 예, 대감
[긴박감 넘치는 음악]
[문이 드르륵 열린다]
(원종) 신씨 그 계집에게 중전의 자리를 양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양보가 아니지요 애초 제 것이 아닌 것을요
집어치우거라
그따위 못난 말이나 할 거 같으면
당장 명나라로 떠나거라
(원종) 내 네가 아니더라도
뜻을 이룰 길은 많으니
기어이 죽이시라 하신 겁니까?
어마마마의 손에
어마마마의 결정에 채경이가 죽으면
소자더러 어찌 살라고요?
그 아이의 부모가
친인척이 모조리 죽었다
그것도 네 손에 네 결정으로
(자순대비) 한데 그 사실을 잊고 평생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냐
(자순대비) 넌 이미
그 아이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자순대비) 미안해서
괴로워서
불안해서
어미 말이 틀렸느냐?
어마마마의 말씀 맞사옵니다
(역) 눈을 똑바로 못 볼 때가 있었사옵니다
하나
(역) 말로 표현하고
손으로 만지고
[잔잔한 음악] 마음으로 보듬다 보면
생채기 난 마음도 녹을 때가 있겠지요
나을 때가 있겠지요
(역) 이럴 때일수록 늘 함께하면서
사랑한다
사랑한다 보듬어주고 아껴주는 게
그게 부부라고
채경이가 말해줬습니다
(역) 하니 어마마마
우리 부부
제발 그냥 두십시오
소자, 이렇게 간절히 부탁드리옵니다
[화면 전환 효과음]
(서노) 뉘십니까?
서노라 하옵니다
(명혜) 내가 잘못 생각했다
어차피 네가 곁에 없어서
어찌 살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은혜하는 사람의 방식을 존중하고
생각을 닮아가는 게 사랑이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거라고요
(명혜) 신채경, 그 여인을 보는 순간 깨달았어
진짜 사랑한다는 것은
오롯이 상대의 뜻을 지켜준다는 것이구나
설사
자기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명혜) 하여
네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신채경
그이를 살려주는 것으로
이걸로
너한테 진 빚 갚을게
[한숨을 내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채경아
(역) 채경아
대군마마
괜찮느냐?
[놀라는 숨소리]
(채경) 어찌 된 것입니까?
어쩌시려고 저를 구한 것입니까?
너야말로 어쩌려고 그랬느냐
(역) 거짓이라고 누명이라고
나를 음해하려는 사람을 잡아달라고
그리 부탁을 했었어야지
억울하다고 발버둥 쳤었어야지
[역의 속상한 한숨]
어떻게 죽을 생각을 먼저 할 수 있었단 말이야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게 있다면요?
그땐 어찌합니까?
[잔잔한 음악] [채경이 울먹인다]
목숨을 걸어야만 지킬 수 있는 게 있다면요?
그땐 어찌해야 된단 말입니까
채경아
(채경) [흐느끼며] 왜 저는
온전히 전하의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입니까?
[채경이 흐느낀다]
(채경) 전하
제가 원망스럽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저인 것이
너무 한스럽사옵니다
[채경이 흐느낀다]
(역) 괜찮다
[융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역의 놀란 숨소리]
(명혜) 피를 그렇게 흘리고도 용케 살아나셨습니다
채경이는?
채경이는 어찌 되었느냐?
걱정 마시지요
중전마마께선 무사하십니다
[아파하는 신음]
함부로 움직이실 상황이 아닌 듯싶습니다
나를
보내다오
기어코
더 사셔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까?
내가 벌인 일이다
마무리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
(명혜) 대군마마께서 오랜 세월 쓰시던 겁니다
제대로 숨 쉬지도 걷지도 웃지도 못하고
5년을 사셨습니다
이제
이제 전하의 차례십니다
[융의 허탈한 한숨]
[풀벌레 울음]
(유모) 어디 갔노, 이게...
아이고, 깜짝이야 아이고 깜짝이야, 아휴
아니, 무슨 숟가락을 신줏단지 모시듯 그러고 있어?
아, 이거 그때 마님께서 혼수 사실 때
신신당부했다 아입니꺼
누가 언제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모리니까네
(유모) 아씨 식사는 무조건 유기그릇에
숟가락은 은 숟가락으로 [아련한 음악]
아유, 내가 괜한 얘길 해가
[유모가 훌쩍인다] 내가 죽을까 봐?
[숟가락을 달그락 놓는다]
(유모) 아기씨
(유모) [코를 훌쩍이며] 이건 사는 게 아닙니더
하루를 살아도 이래 살면 안 됩니더
[울며] 아유, 우짜면 좋노
[채경이 울음 섞인 숨을 토한다]
[긴장되는 음악]
(석희) 김 내관까지 모조리 자결하였사옵니다
아무래도 우상 측에서 입막음한 것 같사옵니다
(순정) 전하, 중전마마의 무고를 입증해줄 죄인들이
모두 죽었다 하옵니다
(자광) 애초에 중전마마가 무고하다는 죄인들의 말이
사실인지도 믿을 수가 없사옵니다
폐주가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인데
(원종) 유일한 목격자이자 용의자인 중전마마를
그냥 두실 순 없사옵니다
중전마마를 폐하셔야 하옵니다
(원종) 조정과 왕실을 위해...
불허하오
앞으로 중전이 죄를 저질렀다는
새로운 증거 없이 폐비를 논하는 자가 있을 땐
왕실을 능멸한 죄로 다스리겠소
(원종) 전하
충심을 외면치 마시옵소서
(대신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고조되는 음악]
(원종) 그간 들인 공이 얼마인데
이대로 포기하면 타산이 안 맞지 않소이까
(원종) 지금의 주상 전하를 보위에 앉힌 게 누구더냐
우리가 목숨을 걸고
폭군 연산군에 맞서 싸운 덕이 아니더냐
그런데 전하께선 눈과 귀를 닫으시고
신하들의 충언을 외면하고 있다
해서
전하께 백성의 뜻을 하늘의 뜻을 전하려 한다
앞으로도 우리 우렁각시들은 계속해서
전하께 백성과 하늘의 뜻을 전하는
천명을 받들어야 할 것이다
(우렁각시들) 예, 대감
(명혜) 저는 명나라로 떠날 것이옵니다
내 가라지 않았더냐
한데 지금 하시는 일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제가 없으면
중전 자리도 아무 의미 없지 않습니까?
(명혜) 하니 우리 목숨과 가문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더 이상 주상 전하와 척을 지지 마시고 차라리...
너도 아직 멀었구나
내게 조카가 더 하나뿐이더냐
(원종) 아니지
조카가 다 뭐냐, 딸도 있는 것을
(원종) 여봐라 [잔잔한 음악]
들라 하게
(하인) 예, 대감마님
[문이 드르륵 열린다]
아버님, 부르셨나이까?
외숙부님
(수종) 인사하거라, 내 수양딸이니라
[어이없는 숨소리]
설마 수양딸을 전하의 비로 삼으시려고요?
못 할 게 뭐냐?
국구가 되는 것인데
[기가 막힌 숨을 뱉는다]
(송 내관) 주상 전하 납시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전하, 오셨사옵니까
몸은 좀 괜찮은 것이냐?
예, 전하
전하
오늘도 신하들과 언쟁하셨사옵니까?
그 정도 언쟁 없이
어찌 국정이 돌아갈 수 있겠느냐
신첩의 거취 문제로
수일 째 논의 중이라 들었사옵니다
누가 그런 쓸데없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야?
(함께) 송구하옵니다, 전하
전하
저는 왕실의 풍습이나 예법 같은 건
잘 모릅니다
다만
여염에서는
저고리 고름을 잘라
이별을 청한다 하옵니다
[가위를 달그락 집는다]
[부드러운 음악]
[가위를 달그락 놓는다]
(역) 채경아
채경아
제가 먼저 끊어내지 않으면
전하께서 절대 저를 놓지 않으실 테니까요
전하와 이혼하고 싶사옵니다
허락해주시옵소서
전하
내, 내 대답은
너도 알지 않느냐
(역) 화해도
극복도 용기도
다짐도 약속도 위로도
우리가 함께하면서 할 수 있는 게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토록 많은데
왜 다 해보지도 않고
(역) 왜 헤어지잔 말부터 해
너를 그동안 힘들게 한 시간 때문이라도 못한다
아니
안 할 것이야
[코를 훌쩍 삼킨다]
전하, 전하께서
예전에 낙천 도령이셨을 때
그 모진 거짓말로 저를 밀어내셨을 때
그 마음을 되살려 보시옵소서
(채경) 그 수많은 거짓말들 중
유일한 진심은 제 안전이었을 것이옵니다
아니 그렇사옵니까?
저 역시도
제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전하의 안전이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전하께서 가시려는 그 길을 위해
(채경) 서노가 있고
제 부모가 있고
조선의 수많은 백성들이 있사옵니다
(채경) 그 결심을 행하시고
뜻을 이루신 후에
그다음에 저에게 오시면 됩니다
(역) 그 길에
왜 함께하면 안 되는 것이냐
자꾸 죽으니까요
저도 서방님도
자꾸 죽을 위기에 처하지 않습니까
(채경) 우리가 함께 있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애잔한 음악]
이제 전하께서는
일국의 군주가 되셨사옵니다
하니
이제는 죽음을 두려워하셔야 합니다
[역의 한숨]
하니 어떻게든 살아남으십시오
채경아
(채경) 우리가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살아있음이 아닐는지요
하니 우리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사랑한다는
증좌가 되는 것이옵니다
내가 일 년을 살면
(역) 채경이 너를 일 년 사랑한 것이고
십 년을 살면 십 년을
백 년을 살면
백 년 동안 널 사랑한 것이다
예
(역) 꼭 같이 있지 않더라도
살아만 있다면
그 자체로
우리가 서로 사랑한 것이다
하는 일이 많고 중하여
잠시 집을 떠나 있다 해도
그 집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는 것처럼요
그 집이
여기일 순 없는 것이야?
여기는
중전의 집이지요
저는
그냥 신채경이옵니다
[역이 흐느낀다]
[역이 크게 흐느낀다]
[사내1이 벽서를 보고 한마디한다]
(사내2) 물러나시오, 물러나시오
[백성들이 수군거린다]
[원종이 헛기침한다]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대신1의 못마땅한 헛기침]
[대신들이 수군거린다]
[대신들이 헛기침한다]
(내관) 주상 전하 납시오
(대신들) 주상 전하를 뵈옵니다
간밤에 아주 도성이 시끄러웠다 하더이다
또 우렁각시들이 출몰했다는군요
우상께서는
봤소?
전하
그것이 어찌 우렁각시만의 뜻이겠습니까
(원종) 소신 입궐하는 길에
백성들이 한마음, 한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음, 보았다고요?
그렇사옵니다, 전하
대신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실 수는 있어도
(원종) 하늘과 백성의 뜻은 절대로
외면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그렇지요
[웃음]
그래서는 아니 되지요
하오면
중전의 폐위를
[종이를 바스락거리며 펼친다]
[의미심장한 음악]
아무래도
우상께서 잘못 보신 것 같소이다
이게
- 전하 - (역) '박원종은'
'폐주의 측근들 재산 몰수 과정에서'
'심근손'
'김숙화, 최숙원'
'장손 등의 집을 헐값에 거둬들여'
'사가를 넓히고'
'곳곳에 분가를 만들었다'
'또한, 박원종은'
'반정공신 조계형, 김숙영 등과'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지방 하급 관리들에게'
- (석희) 서둘러라 - (역) '벼슬을 청탁받았다고 한다'
'모임 자체가 청탁성 모임이며'
'이미 관리들에게도 소문이 자자한...'
전하, 억울하옵니다
증인을 들라 하라
(송 내관) 증인을 들라 하라
[고조되는 음악]
모르는 자들이옵니다
네가...
이번에도 증인들을 모두 죽이고 빠져나갈 것이오?
(역) 더 할 말 있소?
우부승지
(광오) 예, 전하
우의정 박원종의 관직을 삭탈하고
(역) 부당하게 모은 재산을 다 몰수하라
또한
그 죄는 유배형으로 다스려
(원종) 전하!
모두 다 모함이옵니다
소신 억울하옵니다
(역) 이자가 죄를 인정하고 뉘우칠 경우
이쯤에서 그만두겠으나
계속 죄를 부정하고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역) 이는
과인을 능멸하는 처사로 여겨
참형에 처하고
[긴박한 음악]
삼족을 멸하는 대역죄로 다스릴 것이야!
명 받들겠사옵니다
전하
이러실 순 없사옵니다
전하
(대비전 상궁) 중전마마
떠나는 것이냐?
[잔잔한 음악]
심려 끼쳐드려서 송구하옵니다
송구할 것 없다
살림에 보태시게
헤어지는 것으로
서로를 지켜야 하는 인연도 있는 것을 어찌하겠느냐
부디 멀리서라도 지켜줄밖에
말씀
깊이 새기겠나이다
(송 내관) 전하
[안타까운 숨을 뱉는다]
[애잔한 음악]
[성문이 쾅 닫힌다]
(역) 이제부터 나의 하루는
너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하루라서
너를 더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하기 위해
난 살아내고 또 살아낼 것이다
(채경)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우리만의 방법을 찾는다
[울음 섞인 한숨]
[가마가 덜거덕거린다]
[비장한 음악]
[융의 아파하는 신음]
[융의 힘겨운 숨소리]
[융의 쓰러지는 신음]
[융의 아파하는 숨소리]
나는
도망친 적이 없다
하니, 중전 신씨가
나를 도망시킨 적도 없다
이 말을 꼭 전해야 한다
[융의 힘겨운 숨소리]
(송 내관) 전하, 내금위장 들었사옵니다
들라 하라
전하
(석희) 폐주 이융이 스스로 유배지에 왔다 하옵니다
(석희) 탈주할 마음이 없었고
중전 신씨도 누명을 쓴 것이라
자필로 된 진술서까지 보내오셨사옵니다
(역) 형님도
채경이를 살리고 싶으셨던가 보다
[잔잔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을 뱉는다]
(수근) '밤낮으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전하의 옥체가 심히 걱정되옵니다'
'유독 이맘때가 되면 기력이 쇠하셨으니'
'가급적 음주는 삼가시고'
'기력을 보충해주는 음식과 탕약으로'
'원기를 다스리시옵소서'
'소신, 밤낮으로 전하를 떠올리매'
'마음이 사무칩니다'
'저의 간절함이 전하의 옥체와'
'마음에 깃들기를 비옵나이다'
(역) 형, 형님
[융의 힘겨운 숨소리]
괜찮으시옵니까, 형님
[융의 놀라는 숨소리]
[융의 겁먹은 신음]
[융이 힘든 숨을 뱉는다]
역이
역이 너냐?
예
저 역입니다
[반가운 숨소리]
[애잔한 음악]
[융의 아파하는 신음]
저 왔습니다
제가 형님을 뵈러 왔습니다
[융의 떨리는 숨소리]
[융의 힘겨운 숨소리]
[융의 거부하는 숨소리]
가거라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무슨 꼴을 보려고 왔어?
(융) 얼마나 더 비웃어 주려고 왔냐는 말이다
[융의 고통스러운 신음]
형님, 형님 [융의 아파하는 신음]
[화면 강조 효과음]
(역) 형님
형님
[융의 힘겨운 숨소리]
(역) 정신이 좀 드십니까?
[융의 불안한 숨소리]
[융이 놀라는 숨을 뱉는다]
[융의 거친 숨소리]
이제 제가 보이십니까?
[융이 거친 숨을 뱉는다]
참으로
허망하고
허망하구나
[구슬픈 음악]
아바마마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는데
나는 어느새
아바마마의 예견대로
폭군이 되어 있었다
질투에 눈이 멀어
스스로를 파멸시킨
내 어미를
닮아 있었어
역아
예
너를
미워했던 게 아니었다
네 눈에 비친 날
미워했던 게지
(융) 그리고
네 눈과 똑같이 닮은
채경이 그 아이의 눈도
그 눈을 보기가 부끄러워
너희를 죽이려 했고
너희를 망치려 했다
나는 그저
내가
밉고
원망스러웠던 게다
기어코 너희 둘을 갈라놓았으니
그 벌로
이 꼴이 된 거겠지
그런 게야
[융의 숨이 가빠진다]
[힘들게 숨을 커억커억 쉰다]
[가랑거리는 숨소리]
형, 형님
[융이 넘어갈 듯 숨을 몰아쉰다]
이생에서
다 못 받은 벌은
내 죽어서
마저 받으마
[융의 죽어가는 숨소리]
저기 오셨다
이제야 비로소
내게 손을 내미시는구나
형님
[부드러운 음악]
(역) 형님
저랑 밥 한 끼라도 하고 가시지
[역이 코를 훌쩍인다]
미움도
원망도
불안도 없는 세상에서
편하게
편하게 쉬세요
[역이 계속 흐느낀다]
(채경) 고모님
간식거리 좀 싸 왔습니다
[바구니를 탁 놓는다]
주상 전하와 세자한테 보낼
(신비) 솜옷을 짓고 있었다
전하께
생신 선물도 못 해드려서 말이다
저도 도울게요
(유모) 아씨
[문이 드르륵 열린다]
궐에서 아니, 교동에서 사람이 왔습니더
폐주께서
돌아가셨다 합니다
[잔잔한 음악]
(어린 융) 어마마마, 탄신일을 감축드리옵니다
[기뻐하는 탄성]
아니, 세자 이건 비녀가 아니옵니까?
세자가 어찌 이것을
마음에 드시옵니까?
[기쁨에 겨운 숨소리]
마음에 들다마다요
한번 해보시옵소서
(융) '역이에게 왕이 되라 하십시오'
'그럼 제가 대신'
'채경이의 지아비가 되고'
'좌상의 사위가 되고'
'어마마마의'
'아들이 되어서'
'그리 살겠습니다'
(자순대비) 주상
다음 생애에
꼭 내 딸로 태어나세요
내 많이 아껴주겠습니다
주상
[흐느끼는 숨소리]
(송 내관) 워워워
말이 많이 지친 듯하구나
예서 좀 쉬었다 가자
네, 전하
(송 내관) 중전마마
송 내관
지금 집 앞에 금상께서 와 계시옵니다
(송 내관) 말이 너무 지쳤다 하시어
좀 쉬었다 가고 싶으시다 하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게
말죽을 쑤어주겠네
중전마마께서 친히
말죽을 쑤어주시겠다 하였사옵니다
말죽을?
나는? 나를 찾진 않더냐?
[아련한 음악]
[놀라는 숨소리]
(역) 채경아
[채경의 단호한 숨소리]
말을 먹이십시오
신채경
인사를 여쭙지 못해 송구하옵니다
[채경의 놀라는 숨소리]
송구하옵니다 다시 드리겠습니다
(역) 얼굴만 좀 보여주면 안 되느냐
이 문만 밀치면 우리가 볼 수 있는데
정녕 내가 이대로 가길 바라느냐?
'아닙니다'
(역) 한 마디만 하거라
하면 내가 이 문을 열고
너에게 달려가마
그대로 널 안아줄 것이다
잊으셨습니까?
마주 보아야만
함께 있어야만
손이 닿아야만
은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채경) 우린 남들과 달라
함께 있지 않는 것으로
만나지 않는 것으로
서로 은혜하는 마음을 지켜나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채경) 벌써 무너지는 것입니까?
[새가 지저귄다]
[말이 투레질한다]
(역) '정녕 내가 이대로 가길 바라느냐'
[애잔한 음악] [후회하는 숨소리]
[애타는 숨소리]
서방님, 대군마마
(채경) 서방님
[화면 강조 효과음]
(역) 안 되겠어, 채경아
난 너 없인 못 살겠어
가지 마세요
같이 있어요, 우리
(채경) 짠
[역이 큭 웃는다] [채경의 탄성]
이게 뭐냐?
(채경) 와
딱 맞다 [채경이 멋쩍어 웃는다]
(역) 봐! [채경이 웃는다]
[역이 기침한다]
[방문이 탁 열린다]
(유모) 아들입니더, 아들
[흥분해 탄성을 지른다]
(유모)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유
[역의 신나는 탄성]
[화면 전환 효과음]
채경아
(채경) '전하'
'저를 복권시키겠다는 그 마음은'
'참으로 감읍하나이다'
'하오나'
'전하께 이미 소생인 원자 아기씨가 계시온데'
'제가 다시 입궐하여 중전이 되면'
'장차 제가 나을 아이는'
'왕권 다툼에 휩싸이게 될 것이옵니다'
'형님과 전하의 일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 세상에'
'두 분 형제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또 생기길 원치 않으실 겁니다'
- 유모, 소매는 - (유모) 음
(유모) 반 뼘
(채경) 그리고
- 어깨는 - (유모) 음
- 그래그래, 한 뼘, 한 뼘 - (유모) 한 뼘
(유모) 아이, 그라믄 이걸 더, 이...
아, 나 진짜
아이, 옷을 한 벌 빌려오셨으면 되지
이게 뭔 고생입니까?
(유모) 머리가 나쁘니까 몸이 고생입니다
머리는 뒀다 뭐할라꼬요
(채경) '얼마나 많이 아프셨습니까'
'얼마나 많이 두려우셨습니까'
'우리가 스스로'
'또다시 그런 비극을 만들어선 아니 될 것이옵니다'
'저는 전하께서'
[풀벌레 울음]
'우리를 위해 씩씩하게 살아가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옵니다'
[노인 역의 힘겨운 숨소리]
(노인 역) 송 내관
(노인 송 내관) 예, 전하
[애잔한 음악]
(노인 송 내관) 주상 전하의 옥체가 미령하시옵니다
(노인 송 내관) 대전으로 통하는 모든 문을 열어두거라
출입을 통제하지 말고
순위도 서지 말거라
[노인 역의 힘겨운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어린 채경) 대군마마
대군마마, 언제 오셨습니까?
새똥
많이 기다렸어?
치!
뭐 기다리는 게 하루 이틀 일입니까
제가 너무 늦었사옵니까?
아니다
하나도 안 늦었어
그간 많이 힘드셨지요?
참으로 대견하시옵니다
참으로
잘 버티셨사옵니다
네가 기다리고 있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내가 버틸 수 있었다
(역) 네가 거기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나 역시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채경) 이제
제가 서방님의 곁에 있겠사옵니다
하니 이제 집에서 편히 쉬시옵소서
(역) 이제야 집에 왔구나
(채경) 연모합니다
은혜합니다
사랑합니다
서방님
(역) 하나만 해도 된다
[가슴 시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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