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1
[천둥이 콰르릉 친다]
[까마귀가 깍깍 운다] [무거운 음악]
[어부1의 겁먹은 신음]
- (어부2) 빨리, 빨리! - (어부1) 아이고
(어부2) 꽉 잡아!
[어부1의 겁먹은 신음]
(어부2) 꽉 잡아, 어
[어부들의 비명]
[주민1의 비명]
[집이 마구 흔들린다] [주민2의 비명]
[주민2의 비명]
[주민3의 겁먹은 비명]
[주민3의 비명]
[어부2가 다급히 소리친다]
[어부1의 비명]
[갈매기가 끼룩끼룩 운다]
[차분한 음악]
[사람들이 구시렁거린다]
[사람들이 연신 구시렁거린다]
[닭이 꼬꼬 운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주민4) 아이고, 세상에, 이것 좀 보소 이거 뭐냐, 이거
- (주민5) 이게 뭔 일이래? - (주민6) 그러게, 그러게
- (주민7) 아유, 빨리 줍기나 해요 - (주민5) 응, 그려
(주민5) 어이구
야, 이거 풍년이네, 풍년, 어? [주민7의 웃음]
(주민7) 이런 건 처음이여
(주민7) 아유, 숭어다
- (주민7) 어여 담아 - (주민5) 어, 그려, 그려
[의미심장한 음악]
[인어의 거친 숨소리]
(주민5) 어, 이게 뭐지?
[인어의 거친 숨소리] 빨리 와!
(주민7) 사람이여, 물고기여?
(양 씨) 어이, 비켜!
[양 씨의 다급한 신음]
(양 씨) 저기, 인어는 어디 있느냐?
(천 서방) 이쪽입니다
[양 씨의 긴장한 숨소리]
[양 씨의 놀라는 숨소리]
[양 씨의 웃음]
진짜 인어구나
(양 씨) 어디, 어디, 어디, 어디
(천 서방) 조심하십시오, 선주 나리
(양 씨) 아, 깜짝이야, 왜?
(천 서방) 인어에게 잘못 손을 댔다간 [몽환적인 음악]
인어가 인간의 영혼을 앗아가 기억을 지워 버린답니다
이놈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게야?
(천 서방) 그것이...
인어들이 인간들에게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 들었습니다
(천 서방) 뱃사람 중에는 인어에 잘못 손을 대
실성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뭐, 나는 상관없다
난 인어에게 이 손을 댈 것이 아니라
칼을 댈 것이니
(양 씨) 어?
알아듣나?
아무튼 내 오늘 너희들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다
(하인들) 네
[양 씨가 껄껄 웃는다]
성거야, 잔치 준비는 잘되었느냐?
예
(양 씨) 신임 현령은 언제 도착을 하는 게야
[경쾌한 풍악이 울린다]
[경쾌한 음악]
[흥겨운 가야금 연주가 들린다]
[사람들이 떠들썩하다]
[사람들의 웃음]
[사람들이 숨을 카 내뱉는다]
[사람들의 웃음]
나리, 많은 현령들이 이곳을 다녀가셨지만
이토록 이렇게 훤칠하신 분은 처음이옵니다
[양 씨가 껄껄 웃는다]
그러한가?
네
(담령) 내 성균관에서 수학하던 시절부터
학업으로는 몰라도 인물로는 으뜸을 놓친 적이 없었다네
[양 씨의 탄성]
[사람들의 웃음]
'군계일학'이랄까
'지존무상'이랄까
[양 씨가 구시렁거린다]
아니, 이러신 분이 일찍 상차하셔서 혼자시다니
[양 씨가 혀를 쯧쯧 찬다]
(양 씨) 이 동네 아낙들 아주 그냥 애간장 좀 녹겠습니다
[사람들의 웃음]
(양반1) 맞습니다
[담령의 옅은 한숨]
(양 씨) 나리, 혹 인어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 인어? - (양 씨) 네
(양반2) 뱃사람들 말이
인어는 뭍에 올라오면 사람 다리가 생긴다고 하여
인간과 혼인한 적이 있다고...
(양반1) 그거 다 옛날얘기 아닙니까?
인어를 봤다는 풍문은 있어도 직접 본 사람은 없으니
사람을 현혹하는 귀신 이야기와 다를 게 뭡니까?
[양반1의 웃음]
그럴까요?
(양 씨) 오늘은 신임 현령이 부임하신 기쁜 날이니
이놈이 여러분들에게
희귀한 구경거리 한번 시켜 드릴까 합니다
[양 씨의 옅은 웃음]
[양 씨의 옅은 웃음]
[신비로운 음악]
(양 씨) 나리
진짜 인어입니다
옛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그런 인어가 아니라
이놈이 직접 잡은 진짜 인어이옵니다
[양 씨가 껄껄 웃는다]
(담령) 자네
저 인어로 무엇을 하려는가?
(양 씨) 진시황 무덤에는
꺼지지 않는 불이 밝혀져 있다고 합니다
그 비밀이 뭔지 아십니까?
인어 기름입니다
(양 씨) 인어에서 채취한 기름은
그 품질이 기가 막히다고 합니다
기름 중에 가장 좋다는
고래기름도 비교가 안 되죠
오래 두어도 절대 상하지가 않습니다
아니, 뭐, 이건 어? 부르는 게 값이지요
[양반들이 껄껄 웃는다]
(양 씨) 나라의 본문을 지키고 선량하게 살다 보니까
이런 복이 오나 봅니다
(담령) 본분을 다하며 선량하게 살아가는 자네에게
쯧, 내 이런 말을 하게 돼서 심히 유감이네만
무슨 말씀을...
내 부임 전에 은밀히 알아보았지
뭘 말이십니까?
자네, 일천 냥이 넘는 어세를 미리 바치고
차인의 자격을 얻어
어민들에게 그 3배 이상의 어세를 징수해 왔더군
[양 씨의 탄성]
죄질이 참 나쁜데
아, 때는 더욱 나빠
얼마 전 주상 전하께서
(담령) 조세로 이문을 남기며 백성을 곤궁케 하는 자는
엄벌에 처하라 명하셨거든
[양 씨의 탄식]
평소 같으면 곤장 백 대로 끝날 일이
아, 이 목을 쳐야 끝나게 생겼으니
[담령이 혀를 쯧쯧 찬다]
[양 씨의 탄식]
그러면 나리
(양 씨) 제가 뭘 어찌해야 될지 말씀을 좀 해 주시지요
아예 뭐, 원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뭐든지...
뭐든지?
뭐든지요
뭐든지라
[의미심장한 음악]
[신비로운 음악]
(양 씨) 감히 내 땅에 들어와서 나를 욕보이다니
두고 보자, 그래
무릇 인어는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법
내 반드시 저 인어를 다시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양 씨) 그리고 저 철모르는 현령 놈
내 손으로 없애 버릴 것이야
[신비로운 효과음]
(양 씨) 저, 저, 저, 저, 저...
뭐 하는 짓이냐, 저 요물이?
저 현령 놈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혼을 빼앗고 기억을 지우려는 것 아니냐?
(천 서방) 인어는 자신이 지우고자 하는 기억만 지운다 하옵니다
하나, 저 손은 잡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인간과 인어가 사는 세상이 엄연히 다른데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맺어 무엇 하겠습니까
[밝은 음악]
(여자1) 우리 내릴 차례네?
엄마, 내가, 내가
[여자1의 웃음] 우리 사은이가 누를 거예요?
- (아이1) 응 - (여자1) 아, 그래
(여자1) 옳지
[총알이 날아가는 효과음] [벨이 울린다]
[경쾌한 음악]
[숨을 카 내뱉는다]
(준재) 구명운입니다, 변호사예요
(준재) 전화 드렸던 남희준인데
장물 사는 거 진짜 안 걸리는 거 맞죠?
(준재) 어? 이거 뭐예요?
(여자2) 어머
[준재의 옅은 웃음]
[준재의 힘주는 신음]
[준재가 입바람을 슉 분다]
[라이터를 달칵 연다]
[여자2의 놀란 신음]
(준재) 짠!
[여자2의 놀란 숨소리]
선물
[가방을 달칵 연다]
(준재) 감사합니다, 사장님
(장물아비) 아이, 뭘...
[가방을 달칵 연다]
[장물아비의 놀란 신음]
[장물아비의 놀란 신음]
(남두) 야, 너는 사기꾼계의 해리포터야
아니, 해리포터보다 낫지
네가 비주얼은 더 훌륭하잖아
(준재) 그렇지
[남두의 웃음] [하이 파이브를 한다]
[준재의 웃음]
[사이렌이 울린다]
(경비원1) 예, 검찰청인데요
저희 지금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가지고 좀...
(남두) 아, 예, 불편 드려서 죄송합니다 [기계 작동음]
이 앞이니까 바로 금방 가겠습니다, 네
[기계음이 삐 울린다]
(남두) 오케이, 가자
야, 일어나 [남두가 준재를 탁 친다]
(남두) 야, 가자 [흥미진진한 음악]
(준재) 야, 가, 너, 가, 가
(경비원1) 근처라더니 일찍 오셨네요
(남두) [멋쩍게 웃으며] 네
[기계음이 삐 울린다]
(남두) 수고하세요
(경비원2) 잠시만요
고 과장님 안 오셨어요?
늘 그분이 오셨는데
(준재) 아, 고 과장님요?
네
[라이터를 탁 연다]
[신비로운 음악]
저기 오셨잖아요
어디에...
저기...
[흥미진진한 음악]
(경비원2) 아, 오늘 안경 쓰셔 갖고 몰라봤네요
네, 그럼 수고하십시오 [준재가 라이터를 탁 닫는다]
(준재) 이거 고장 났어요
계단으로 가셔야 될 것 같은데
[흥미진진한 음악]
[프로그램 작동음]
"업로드 완료"
(남두) 아이고, 참, 그 정도는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니까
이 판사님 스타일 몰라?
아, 한성태 씨
(성태) 네
(남두) 이따 다시 전화할게요
사모님이랑 같이 오셨구나
앉으세요, 차라도 뭐...
- (성태) 괜찮아요 - (남두) 어? 앉으세요, 예, 예
[남두의 헛기침]
(남두) 어유, 얼굴 더 좋아졌어 [성태의 웃음]
저, 검사님 일전에 제가 말씀드렸었는데
이쪽은 이번 일 주선하신 한 사장님이시고
이쪽은 명동캐피털 사모님이십니다
(준재) 명동캐피털?
(남두) 아니, 전에 제가 말씀드렸었는데
왜, 저기, 강남 제일고에서 학생 하나가 자살했는데
그 학생이 유서에다가 아드님 이름 적어 가지고...
- (준재) 아... - (진옥) 그놈이 미친놈이라니까요
(진옥) 떨어지려면 혼자 떨어져 죽을 일이지
거기에 우리 애 이름을 왜 쓰냐고
[흥미진진한 음악] [프로그램 작동음]
[보행자 신호음]
[프로그램 작동음]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진옥) 우리 애가 어떤 애인데
그런 미친놈 하나 죽었다고 이 고생을 해야 돼요?
우리 아들 곧 수능이라고
지금 멘탈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진옥의 한숨]
[무전기 수신음]
(태오) 1분 안에 나와요 방 주인 곧 돌아옵니다
(남두) 저희 뭐, 식사라도 하고 하시죠
- (성태) 예 - (남두) 어, 배고프다 [남두가 손뼉을 짝 친다]
(남두) 뭐 좋아하세요, 사모님?
[보행자 신호음]
[프로그램 작동음]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시민) 아, 뭐야
[흥미진진한 음악]
(준재) 다 좋아요, 좋은데
제가 뭘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네
(진옥) 우리 애 무혐의만 받아 주세요
[진옥의 코웃음]
우리 쪽 비밀 계좌가 버진아일랜드 쪽에 있는데
(준재) 별로인데
(성태) 네?
버진아일랜드가 별로네요
(성태) 네?
(준재) 거기가 조세 피난처잖아요
피난처인데 그렇게 유명하면 어떡해
숨을 수나 있겠어요?
(남두) [감탄하며] 어, 그러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사이렌이 들린다]
(준재) 이참에 옮겨서 숨으시죠
내가 좀 멋진 데를 아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진옥) 어딘데요?
(준재) 지중해 어느 섬인데 이야, 경치가 끝내준다네요
[진옥의 옅은 한숨]
[비행기 엔진음이 들린다]
[밝은 음악]
(남두) 아, 네, 사모님 금액 지금 확인했습니다
그럼요, 저희는 이제 한배를 탄 겁니다
그 계좌 털리면 저희 검사님도 옷 벗어야 하지만
우리, 저기, 사장님 회사도 세무 조사 제대로 탈탈, 아시죠?
예, 하하
저기, 아드님 수능 대박 기원 드리면서, 네
이만 끊겠습니다, 네
[통화 종료음]
(남두) 야, 깔끔하다, 깔끔해
내가 이번 일 앞두고는 꿈자리가 그렇게 좋더라고
야, 태...
(준재) 야, 인사도 안 하고 가냐?
- (준재) 아, 저게 진... - (남두) 야, 냅둬
(남두) 인사성은 없지만 쟤 문은 2초 만에 따잖아
나는 인사 안 하고 가는 게 제일 싫단 말이야
[밝은 음악] (준재) 어유, 쯧
(남두) 야, 너는 하냐, 너는?
싸가지는 자기가 제일 없으면서
[한숨]
(준재) 동의보감에선 땀을 심장의 액체라고 하거든요
손에 땀이 많이 나는 건
심장 쪽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뭐, 그런 거죠
(민지) 아, 심장
한의사 선생님은 딱 보면 보이나 봐요, 막 그런 게
[피식 웃으며] 직업병이죠, 뭐
아, 쉴 땐 좀 쉬고 싶은데
또 모른 척할 수가 없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사랑이 참 많으신 분인가 봐요
[영어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민지) 이제 곧 착륙할 거라서 창문 덮개 열어 드리겠습니다
(준재) 네
[창문이 삐걱거린다]
아름답죠?
(민지) 여러 나라 많이 다녀 봤는데 여기만큼 바다 예쁜 곳도 없어요
그러네요
(민지) 예전에 이쪽 비행 왔다가
여기 오래 사신 할아버지들한테 들은 이야기인데요
(민지) 여기 바다엔 아직도 인어가 산대요
(준재) 네
진짜예요
[신비로운 음악]
[돌고래가 운다]
(민지) 옛날엔 어느 바다에나 인어들이 살았는데
이제 거의 다 사라지고
지구에 마지막 남은 인어들이 이 바다에 산대요
[돌고래가 운다]
[뱃고동이 붕 울린다]
[아이2의 탄성]
(아이2) [영어] 엄마, 바다에 인어가 있어요!
[관광객의 어이없는 웃음]
[관광객의 한숨]
(관광객) 얼마 전에 동화책을 읽어 줬더니
인어를 믿네요
[관광객들의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천둥이 콰르릉 친다]
[파도가 거세게 몰려온다]
[긴박한 음악]
[갈매기가 끼룩끼룩 운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인어의 놀라는 신음]
[인어의 놀라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인어의 놀라는 신음]
[갈매기가 끼룩끼룩 운다]
[피곤한 하품]
[돌고래가 운다]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준재의 놀란 신음]
[한국어] 누구야?
뭐야?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이게 뭔 난리냐, 이거?
[바나나 껍질을 탁 던진다]
큰일 났네, 이거...
[준재의 힘주는 신음]
[준재의 놀라는 신음]
[인어의 놀라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재의 한숨]
너 뭐냐?
뭔데 여기 있냐고?
(준재) [영어] 중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
[한국어] 아닌데, 한국 쪽인데, 딱 필이...
헐, 그거 내가 진짜 아끼는 옷...
그걸 네가 왜...
[한숨]
(준재) 이 호텔 보안이 아주 엉망이구먼!
[인어의 씩씩거리는 숨소리]
야, 너 그거 내 거라고!
[인어의 힘주는 신음]
[준재의 아파하는 신음]
[인어의 거친 숨소리]
[준재의 아파하는 신음]
[경쾌한 음악]
[준재의 당황한 웃음]
[준재의 당황한 웃음]
안 보고 있을 때 사람을 차?
어디서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너 거기 손에 쥔 거 뭐냐?
(준재) 어? 내놔 봐
손 펴 보라고!
(준재) 어?
[인어의 힘주는 신음]
[준재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준재의 어이없는 웃음]
[아파하는 신음]
야, 근데 고개 이게 왜 돌아갔냐, 이게?
[뼈가 우둑거린다]
[한숨 쉬며] 내가 아침이라 몸이 덜 풀렸었는데
이제 다 풀렸거든?
[깨갱거리는 효과음]
(준재) 하, 다 풀리긴 했는데
나도 아침부터 싸우긴 싫다
그러니까 그 손에 쥔 거 내려놓고 그냥 가면
없던 일로 해 줄게
뭐냐?
(준재) 시계냐?
반지야?
[쾅 소리가 난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준재) 미친 거면 머리에 꽃을 달든가
아, 사람 헷갈리게, 씨
[전화기 버튼음]
[통화 연결음]
(준재) [영어] 여보세요
경찰 좀 불러 줘요 여기 도둑이 들었어요
네
[통화 종료음] [피식 웃는다]
(준재) [한국어] 딱 걸렸어, 너는, 씨
너 어디 가서 이런 짓 할 거면
'스미마센' 해라
나라 망신 시키지 말고, 알겠어? [익살스러운 음악]
나는 항상 그런단 말이야
야, 따라 해 봐
[손가락을 딱 튕기며] 야
'스미마센'
'스미마센'
너는 빼도 박도 못하게 [휴대 전화 조작음]
[카메라 셔터음]
여기 봐, 여기 봐
그렇지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준재) 근데 대체 뭘 훔친 거냐?
[유쾌한 음악]
[준재의 힘주는 신음]
[준재의 힘주는 신음]
[준재의 힘주는 신음]
[준재의 힘주는 신음]
[웃으며] 참 나, 진짜
체리?
야, 너 지금...
[한숨]
(지배인) [영어] 정말 죄송합니다
(준재) 괜찮아요
[한국어] 보안이 아주 개판이야, 씨, 쯧
[문이 달칵 열린다]
(경찰1) [스페인어] 끌고 가
[준재의 한숨]
[수갑을 철컥 채운다]
[준재의 옅은 한숨]
자, 가자
(준재) [영어] 잠시만요
그냥 좀 궁금해서 여쭤보는 건데
굳이 수갑을 채울 필요까지 있을까요?
(경찰1) 도주 위험이 있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아, 네
(준재) 근데 뭘 훔치고 그런 건 없어요
(경찰1) 훔치기 전에 잡혔으니까요
운 좋으신 겁니다
최근 근처에서 도난 사건이 많았는데 아주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준재) [한국어] 아니, 무슨 유력한 용의자
그냥 애가 딱 봐도 모자라 보이는구먼
[경찰2가 중얼거린다]
(경찰1) [스페인어] 어서, 가자
- (경찰2) 어서! - (경찰1) 빨리 와!
[애잔한 음악] [걱정스러운 한숨]
(경찰1) 어서, 가자
[못마땅한 신음]
[편안한 신음]
[한국어] 하, 보자
[감탄하는 숨소리]
[힘주는 신음]
뭐야, 이건?
[흥미진진한 음악]
[경찰 사이렌이 울린다]
[자동차 경적음]
[인어가 자동차 경적을 흉내 낸다]
[타이어 마찰음]
[인어가 타이어 마찰음을 흉내 낸다]
[타이어 마찰음을 흉내 낸다]
[경찰 사이렌이 울린다]
"지방 경찰"
[밝은 음악]
[인어의 놀란 신음]
[인어의 놀란 신음]
[인어의 겁주는 신음]
[인어의 겁주는 신음]
(준재) 내가 사진 보냈으니까 조사 한번 해 보라고
제이다이트 같아
어, 그 2013년 홍콩 텐칭 경매, 기억나?
그때 본 거랑 비슷해 예사롭지 않아
물건 주인?
(준재) 아니, 걔도 예사롭진 않지
정상은 아니야
[신나는 음악] [경찰1이 중얼거린다]
(경찰1) [영어] 이봐, 당신
여길 봐
여길 보라고
내가 묻고 있잖아!
그 호텔엔 왜 들어간 거지?
뭘 훔치러 간 거야?
다른 호텔도 갔었어?
[경찰2가 코를 흥 푼다]
[경찰2가 코를 연신 푼다]
[인어의 웃음]
[인어의 장난스러운 웃음]
(경찰1) 웃어?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않고 감히 웃어?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아?
[인어의 힘주는 신음] [경찰1의 신음]
[경찰1의 아파하는 신음]
[경찰1의 아파하는 신음]
[경찰들이 웅성거린다] [경찰1의 아파하는 신음]
[경찰2가 중얼거린다]
(경찰1) 진정해, 진정하라고
[경찰3이 진정시킨다]
(경찰1) 잘했어 [총을 탁 떨어트린다]
(민지) [한국어] 저는 비행기에서의 인연은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비행기에서 끝낸다
(민지) 땅에서 사적인 만남은 갖지 않는다
뭐, 이런 철칙을 갖고 있는 여잔데
[피식 웃으며] 저 자신과의 약속을 깨게 만드시네요
제가 민지 씨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민지와 준재의 웃음]
(준재) 근데 손이 왜 이렇게 작아요?
(민지) 제 손요?
(준재) 이거 봐, 손이 엄청 작네
[준재의 놀란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이건 뭐예요?
이거 어떻게 하신 거예요?
(준재) 어떻게 한 걸까?
[민지의 헛기침]
[휴대 전화 진동음]
(남두) 대박, 이 팔찌 최소 400년 이상
순도 99%나 100% 비취옥으로 추정되는데
만약에 정말이면 이거 60억 이상의 가치
[준재의 기침]
(남두) 일단 실물 확인부터 하자
이 팔찌 주인 누구야 지금 같이 있어?
(민지) 이거 너무 예쁜데 저 주시는 거예요?
- (준재) 아니요 - (민지) 네?
아, 아이, 그냥 보여드린 거예요
그, 예쁜가 어떤가 해서
(준재) 예쁘다니 다행이네
엄마 갖다주려고요
엄마가 백금을 좋아하셔 가지고
[민지의 어이없는 한숨]
(준재) 아, 저는 이만 가 봐야 될 것 같은데
뭐라고요?
다음 기회에
(민지) 아니...
(남두) 그 팔찌에 뭐 새겨져 있잖아 그게 한자인데
담령, 사람 이름 같아
[몽환적인 음악] 담령?
(남두) 야, 될 놈은 뒤로 자빠져도 오버헤드 킥 날린다고
넌 쉬러 가서 그런 로또를...
(남두) 야, 어떡해, 형이 그쪽으로 갈까?
"경찰서"
[경찰서 안이 분주하다]
(경찰1) [영어] 당신, 여긴 또 무슨 일이오?
아까 당신한테 물어볼 건 다 물어봤소
(준재) 그녀는 뭘 훔친 게 아닙니다 풀어 줬으면 합니다
(경찰1) 그게 무슨 상관이오?
우린 아직 조사 중이오
신고한 사람은 당신이잖소
(준재) 그녀는 낯선 사람이 아닙니다 [라이터를 달칵 연다]
[신비로운 효과음]
(경찰1) 그럼 그 여자가 거기서 뭘 한 겁니까?
(준재) 실은 제 와이프입니다
(경찰1) 와이프?
(준재) 네, 우린 방금 결혼했어요
보세요, 웨딩드레스 입고 있잖아요?
[황홀한 음악]
[라이터를 탁 닫는다]
[손가락을 딱 튕긴다]
(준재) 우리 신혼여행 가야 하는데
아내가 저기 갇혀 있어서 못 가고 있어요
[경찰1이 혀를 쯧 찬다]
정말 미안하게 됐군
얼른 풀어 주겠소
네
[사람들의 박수]
(준재) 이건 선물입니다
고맙소
(경찰1) 결혼 축하합니다!
(경찰2) 이봐, 가만히 있어!
[자물쇠를 달칵 잠근다]
(준재) [한국어] 아침에는 미안했다
내가 매정했다
사과할게
[준재의 민망한 웃음]
(준재) 그렇지?
아직 악수할 마음까진 안 나지?
아니, 뭐, 차차 자연스럽게 하기로 하고
씁, 근데 너, 그 팔찌...
[인어의 놀라는 신음]
[인어의 긴장한 숨소리]
(준재) 예쁘다고
예뻐
[발랄한 음악]
(준재) 가자
너한테 미안한 것도 있고 하니까 내가 선물 사 줄게
(준재) 어, 가자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준재) 빨간 불이잖아, 멈춰야지
[준재의 헛웃음]
너는 진짜 정체가 뭐냐?
[타이어 마찰음]
[준재의 한숨]
(준재) 어, 저기다
빨리 와
(준재) 아이, 참
자, 이리 와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준재)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차분한 음악]
[구두를 탁 내려놓는다]
(준재) 신어 봐
신어 보라고
[인어의 기쁜 신음]
[준재의 한숨]
[인어의 해맑은 웃음]
(준재) 야, 야, 야
[차분한 음악]
(준재) 그래, 이제 이거 신고 다녀
맨발로 막 싸돌아다니고 그러지 말고
이게 뭐냐? 여자애 발이 다 까져 가지고
[준재의 헛웃음]
[준재의 민망한 웃음]
(준재) 아, 진짜
아, 이리 와
[한숨]
[휴대 전화 벨 소리]
(준재) 아, 좀 기다려 봐 나 지금 그 여자랑 같이 있어
[신비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음악]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신비로운 음악]
(준재) [영어] 저기요
아까 그 여자 어디 갔어요?
(직원1) 탈의실에 없나요?
[어두운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준재) [한국어] 아, 60억아, 어디 갔냐, 너
"미아보호소"
[아이들의 울음이 들린다]
[준재의 웃음]
[안도의 한숨]
좋단다
아니, 넌 다 큰 애가 여길 왜...
(준재) 야, 너 내가 기다리랬잖아
기다리라는 말 몰라?
[한숨 쉬며] 말도 없이 이렇게 가 버리면 내가 많이 놀라잖아
(준재)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고?
그래, 다친 데는 없네
[차분한 음악] [준재의 헛웃음]
뭐야, 웃을 줄도 아네
(준재)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너 먹는 거 좋아하잖아
[경쾌한 음악]
[인어가 후루룩거린다]
[준재의 한숨]
[인어가 후루룩거린다]
(준재) 너는 어디, 정글에서 왔니?
[경쾌한 음악] 늑대 처녀야?
애가 왜 이렇게 본능적이기만 하냐
자, 봐 봐
이렇게, 어?
해 봐
(준재) 어, 어
그렇지, 굿
[준재의 웃음]
[헛웃음]
우리
이제 많이 친해진 거 같다,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준재) 어? 여기 뭐 묻었다
[라이터를 달칵 연다]
[신비로운 음악]
불 처음 보냐?
(준재)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라이터를 탁 닫는다]
마음에 드냐?
(준재) 예쁘네
먹던 거나 먹어
[준재의 웃음]
(준재) 나 어디 좀 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엘리베이터 버튼 조작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감미로운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덜컥 닫힌다]
(준재) 재질, 경도, 투광, 색감
다 형이 말한 대로야, 진짜 같아
(남두) 그럼 바로 만나자니까
내가 갈까, 네가 올래?
(남두) 형이 지금 장물아비, 매입자 다 섭외해 놨어요
(준재) 나 갈 데가 있다고 했잖아
(남두) 어디 가는데, 그 귀한 걸 들고
(준재) 있어
세상의 끝
(남두) '세상의 끝' 같은 소리 한다 너 나랑 먼저 끝을 볼래?
- (남두) 야, 그러지 말고 준재야 - (준재) 일주일만 기다려
[통화 종료음]
[준재의 옅은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쿵 닫힌다]
[아련한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열린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열린다]
[스페인어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열린다]
[직원2가 스페인어로 안내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타이어 마찰음]
[문이 덜컥 열린다]
(직원3) [영어] 나가 주시죠, 영업시간이 끝났다고요
(직원4) [스페인어] 끝났다고요, 끝!
[영어] 영어는 할 줄 알아요?
(직원3) 여보세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미친 여잔가 봐
(직원4) 성가시네
이 여자 때문에 퇴근 시간만 늦어졌잖아
[애잔한 음악]
[문이 쾅 닫힌다]
[아이들이 시끌벅적 떠든다]
[한국어] 예뻐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3) [영어] 그거 내 거야, 내놔!
[한국어] 기다려
[아이3의 울음] (인어) '기다려'라는 말은
곧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말
(여자3) [영어] 아가, 여기 있었니?
(인어) [한국어] 내가 파도처럼 잠시 멀리 가 있어도
[여자3이 영어로 말한다]
내 친구가 나를 찾아올 거라는 말
그러니 행여 주변에 상어처럼 무서운 누군가 있을까 봐
겁먹고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
(준재) 아니, 넌 다 큰 애가 여길 왜...
야, 너 내가 기다리랬잖아
기다리라는 말 몰라?
[한숨 쉬며] 말도 없이 이렇게 가 버리면 내가 많이 놀라잖아
(준재)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살짝 웃으며] 그래, 다친 데는 없네
(인어) 나의 친구가 내가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말
곧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말
[인어의 다급한 신음] (준재) 야, 불 켜!
(준재) 놀랍지도 않다, 이젠
이상한 게 뭐, 한두 개여야지
[준재의 짜증 내는 신음]
(인어) 사랑이 뭐야?
(준재) 그건 항복이라는 얘기야
큰일 났다는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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