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지정생존자 16
[긴장되는 음악]
[무진이 숨을 들이켠다]
그럼 약속대로 말해 봐요
VIP
테러 배후라는 그 VIP가 누군지
VIP는
VIP는
나입니다
(한모) VIP가 뭐?
VIP는 나예요
다른 누구도 아닌 여기
당신 앞에 앉아 있는 바로 나
당신 혼자
국회 의사당 테러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말입니까?
양진만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반대해
테러를 기획한 사람
(김 실장) 양진만의 경제 정책이 못마땅해 테러 자금을 댄 사람
현실과 타협한 양진만 대통령을 경멸해
테러에 동참한 사람
양진만 정부는
어디에서도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 나라는
대한민국에 복수하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들어 냈죠
그 사람들이 테러 계획을
기꺼이 현실로 만들어 준 겁니다
[한숨]
하지만
테러가 완성될 수 있었던 건
이 테러의 처음과 끝에
박무진 권한 대행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야
[무거운 음악]
박무진
당신이 이 테러를 완성시켰어
[문이 달칵 열린다]
[영진의 한숨] (수정) 대행님 퇴임 기자 회견이
- (수정) 내일 오후 두 시, 맞죠? - (영진) 네
(수정) 대행님 임기도 딱 하루 [영진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노트북 알림음] 24시간 남았네요
그리고 내일 기자 회견은 명목상으로는 대행직 퇴임 기자 회견이지만
(영진) 사실상으로는 국민들을 향한
출마 선언이죠
쿠데타 모의도 진압했고
가장 유력한 테러 배후 인물 검거에도 성공했고
다행이에요
(수정) 임기 마지막에 가시적인 성과물이 있어서
(영진) 하, 지지율에 반영이 돼야 될 텐데
[다가오는 발걸음] [수교의 한숨]
(수교) 실장님
오늘 자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
나왔습니다
(수정) 대행님 지지율 어떻게 됐어요?
[한숨 쉬며] 11%
[수교의 한숨]
그, 뭐...
[수정의 어색한 웃음]
괜찮아요, 그...
(수정) 공식 선거 운동 기간에 열심히 뛰면 되니까
[수교의 한숨]
(남욱) 아니, 이거보다 도대체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되는 겁니까, 예?
11% 차이로 윤찬경 대표를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지지율 1위를 탈환하셨습니다 우리 대행님
[수교와 남욱의 웃음] [경쾌한 음악]
(수교) 윤찬경 대표와 공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지율이 더 힘을 받은 모양이에요
상생의 리더십으로
(수정) 아, 진짜 다행이다
아... 진짜 지지율이 11%인 줄 알았잖아요
[수정의 웃음]
(남욱) 아니, 근데 우리 차 실장님
하나도 안 놀라셨나 보네, 응?
눈 하나 깜짝 안 하시네 인간미 없게
(영진) [떨리는 목소리로] 두 사람 다
변호사 선임하세요, 고소할 거니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미수로
심장 마비 걸리는 줄 알았네, 씨
[수정의 웃음]
(남욱) 인간미가 철철 넘치시네, 아주 그냥
[사람들의 웃음]
(수정) 대행님은 지지율 확인하셨어요?
(수교) 어, 아니요
아직 복귀 전이시라
외출하셨어요?
오늘 오후에 공식 일정 없는 걸로 아는데
(수교) 아...
[무진이 숨을 들이켠다]
(무진) 무슨 뜻입니까?
내가 이 테러를 완성시켰다는 말
[의미심장한 음악]
전혀 예상 못 했다는 표정이네요
국회 의사당 테러의 가장 큰 수혜자면서
당신이 VIP라고 했습니다
(무진) 그럼
당신이 날 이용해 이 테러를 완성시켰다는 뜻입니까?
난
당신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요
그 테러가 일어난 건
테러를 기획한 사람 때문만이 아니에요
(김 실장) 테러가 일어날 걸 알면서도
묵인한 사람 때문에 일어난 거죠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그 사람이 당신을 통해 이 테러를 완성시켰어요
그 사람이 누굽니까?
사면권
나에 대한 사면권을 약속해 줘요
그럼 말해 주죠, 그가 누군지
(김 실장) 누가 당신과 함께
이 테러를 완성시켰는지
(무진) 사면권이 가능합니까?
(세영) 가능은 하죠, 헌법 79조에 따라 [문이 탁 닫힌다]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할 수는 있어요 다만 역시 문제는
사면권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겁니다
대행님 임기는 하루 남았고 대통령 선거는 한 달 남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대행님이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시라고는 하지만
지금 내 약속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군요?
(수정) 법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사면권
옳은 선택일까요?
3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난 테러예요
국민들이 받은 상처도 상상 그 이상이죠
근데 사면권을 요구해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인간 아닌가요?
(희경) 테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면
사면권, 쓸 수 있다고 봐요
누가, 왜 이런 끔찍한 테러를 저질렀는지
제대로 역사에 기록해야죠
(영진) 저는 찬성입니다
그, 테러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다고 하면
사면권 행사해야죠
오늘이라도 김 실장이라는 자가 입을 연다고 하면
그럼 대행님 임기 내에 테러의 실체를 밝혀냈다는
또 다른 성과가 되는 거니까
선거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대행님
한 실장님, 생각 어떠십니까?
아...
난 반대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주승) 국민감정은 사면권에 반대할 겁니다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
국민감정에 반하는 선택을 하는 건 위험해요
무엇보다 대선 후보인 윤찬경 대표, 강상구 시장
권한 대행의 사면권 행사에 정치 공세를 해 올 겁니다
월권이니 뭐니
법리적 해석을 하면서요
대선 정국에서 쟁점화하려 들겠죠
(나경) 사면권, 기대 안 하는 게 좋아요
대선 정국이니까
지지율 1위 후보는
알 텐데요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그 어떤 선택도 하려 하지 않아요
권한 대행 임기는 하루 남았고
어차피 당신은 이제 여기 갇힌 몸이니까
박 대행 입장에서는 사면권이 급할 이유가
없죠
[나경이 종이컵을 탁 내려놓는다]
그러니까 앞으로 자백을 하든 거래를 하든
여기, 나랑 하는 거예요
법률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정치적으로 해결하면 안 됩니까?
(상구) 무슨 일이랍니까, 박 대행?
서울 시장이 아닌 대선 후보 자격으로 만나 달라니?
박 대행 본인도
권한 대행이 아닌 대선 후보 자격으로 만나겠다고 했어요
용건이 있겠죠
사면권에 합의해 달라고요?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잖아요
[숨을 들이켠다]
한 달 뒤 대선에서 아마
우리 중 누군가 대통령이 될 겁니다
(무진) 누가 돼도
사면권만 약속해 준다면 김 실장
테러의 진실에 대해 입을 열 겁니다
김 실장의 입은 열고
(찬경) 우리의 입은 닫겠다는 계산이네요? [무거운 음악]
대선 후보 세 사람의 이름으로 합의한 사실이니
나중에라도 정치 공세에 이 사실을 이용하지 마라?
합의해 주시겠습니까?
가만, 가만
[상구의 고민하는 신음]
이건 정치적 부담이 아주 큰 사안이에요
정치범 사면도 아니고 극악무도한 테러범입니다
왜 그런 거래를 해야 합니까, 우리가?
우리 이름을 걸고
(무진) 이 테러는
사악한 한 사람의 악의에서 시작된 일이 아니니까요
그 한 명을 단죄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테러의 진실
실체를 밝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알아야 할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문을 탁 닫는다]
(대한) 이제 입을 열게 될까요? 김 실장
[파일을 탁 덮는다]
입을 열게 만들어야죠 합의서까지 있는데
잘 부탁드립니다
[문이 탁 닫힌다]
[무거운 음악]
[숨을 후 내뱉는다]
(한모) 대답해
박 대행이 테러를 완성시켰다는 말 무슨 뜻이야?
[긴장되는 음악]
뭐, 왜? [김 실장의 괴로운 신음]
왜, 왜? 왜, 왜! 아이씨
[나경의 다급한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한숨]
구급차, 구급차 불러, 빨리!
[한모의 거친 숨소리]
- (요원) 다녀오겠습니다, 과장님 - 어
(한모) 우리도 간다, 우리 차 따라와
[무거운 음악]
(나경) 김 실장, 지병으로 심장 질환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 갑자기 심정지라니
좀 이상해서요
[의미심장한 음악]
곧 의식을 회복할 겁니다
[심전도계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문이 탁 닫힌다]
[뚜껑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심전도계 비프음]
(한모) 뭐야, 저거 뭐야?
돌려, 돌려, 돌려 [나경의 놀란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나경의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어, 서지원, 구급차 놓쳤어 찾아, 어디 있는지, 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삼거리 신호 앞이야
(한모) 자
(남자1) 아, 진짜 운전을 이따위로 하고...
(지원) 구급차...
(한모) 차 빼요, 차 빼세요, 지금!
(지원) 하, 안 잡히는데요 [시스템 작동음]
안 보여요
(한모) 빨리 빼 주세요, 빨리, 빨리 [한숨]
[긴박한 음악]
[구급차 문이 탁 닫힌다]
(요원) 헬기가 곧 도착할 겁니다
(한모) 손 들어, 움직이지 마!
[다가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지원) 근데 그 인근에 김 실장 접선 장소가 있는데요
(지원) 오영석과 만났던 접선 장소
[가쁜 숨소리]
거기가 어디인데?
[총성]
(한모) 확인, 확인, 확인!
(나경) 사망했어요
[나경의 한숨]
(수정) 김 실장, 테러의 가장 유력한 배후 세력이었어요
누군가 그 입을 막은 거예요
내부 공모자
우리 생각보다 이 행정부에
훨씬 더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그게 누군지는 지금 상관없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김 실장 살해범에 대한 단서를 우리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퇴임 기자 회견 전까지
김 실장을 생포한 건 대행님 임기 기간 중의
가장 큰 성과물이지 않습니까
[무진이 숨을 들이켠다]
- 강 부장 - (대한) 네
(무진) 국정원 요원들에게 전하세요
김 실장 살해범에 대한 단서를 찾는 그 즉시
청와대로 보고하라고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한모) 아직도 묵비권 행사 중이야?
김 실장을 취조실 밖으로 빼내려고 심정지 약을 투약했어요
(나경) 저 요원 기밀 파일에
김 실장과 같은 시기에 북파됐던 공작원이라는 기록이 있어요
[한모의 짜증 섞인 신음]
(한모) 아니, 업무상 취득한 전문 기술을 왜 아무 때나 써먹어?
그래서, 사선을 함께 넘은 애틋하고 짠한 사이라서
김 실장을 도주시키려고 했다는 얘기야, 지금?
(지원) 김 실장 총격이 있던 인근 지역 CCTV 영상이에요
[의미심장한 음악]
(한모) 어?
이 얼굴...
(지원) 태익, 아니
이경표예요
(한모) 아, 그러니까 이경표가 VIP인
김 실장을 배신한 거야? 왜?
(나경) 국정원에 있는 김 실장을
누군가는 도주시키고 싶었고
누군가는 영원히 입을 막고 싶었다는 얘기인데
김 실장과 그 둘, 어떤 관계였을까요?
(김 실장) 그 테러가 일어난 건
테러를 기획한 사람 때문만이 아니에요
테러가 일어날 걸 알면서도
묵인한 사람 때문에 일어난 거죠
그 사람이
(김 실장) 당신을 통해 이 테러를 완성시켰어요
[무진의 한숨]
(준오) 테러 위험을 경고한 제 보고는
국정원과 청와대에서 모두 조직적으로 은폐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1급 기밀 파일을
테러 조직에 넘긴 사람이
(무진) 양진만 행정부에 있었다는 뜻입니까?
[한숨]
[한숨]
지금까지 우린
내부 공모자의 존재를
테러범에게 5015-18 파일을 넘긴 사람이라고만 생각해 왔어요
(대한) 네
테러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사람
테러 위험에 대한 경고를 묵살하고 은폐한 사람이 있다면
그보다 확실한 내부 공모자가 있을까요?
대행님, 그 말씀은...
강 부장이 김준오 요원이라면
테러 위험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청와대 내
누구에게 보고를 했겠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경호처 강대한 수행 부장입니다
국회 의사당 테러 직전 일주일 동안 경호처에 들어온
외부 전화 수신 번호 확인 가능합니까?
[주승이 서류를 쓱 넘긴다]
[남욱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남욱) 여기 좀 보세요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들의 의견을
동영상 클립으로 편집을 한 건데요
(수정) 으음
[무거운 음악] (영상 속 남자2) 결혼을 하려면 집이 필요하잖아요
(영상 속 남자3) 서울이나 경기로 전세로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영상 속 남자4) 그것도 대출받아야 가능하고
대출 조건은 까다롭고
이러다가 막... 결혼도 못 하는 건 아닌지
(영상 속 여자1) 저희는 결혼한 지 3년 됐는데 아이는 생각도 못 해요
맞벌이를 해야 되는 상황이니까
(영상 속 남자5) 장애 등급제가 진짜로 폐지되었으면 합니다
폐지한다고는 하는데 달라진 건 없고 오히려 예산은 줄었거든요
정부가 좀 더 세심한 정책을 펼쳤으면
(영상 속 여자2) 지방에 사는데
여성 안전 시스템이 서울에만 있어서 아쉬운 것 같아요
지방에도 여성 안심 택배나
뭐, 안전 귀가 시스템 그런 게 있으면 좋죠
(영상 속 남자6) 나이 든 퇴직자들도
취업에 성공하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참 좋겠습니다
기자 회견 끝 무렵쯤에
첨부를 좀 해 볼까 하는데
(수정) 테러 이후 대한민국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네요
(남욱) 대행님께 거는 기대, 희망, 비전
뭐, 이런 것들을 담은 거고
(영진) 내일
퇴임 기자 회견 그, 마지막 문구 말입니다
- (주승) 응 - (영진) 예
(영진) 제가 좀 생각을 해 봤는데요
대행님 선거 캠프 캐치프레이즈로도 활용할 수 있는
문구면 좀 어떨까
예
(주승) 그래 [주승이 숨을 들이켠다]
- (주승) 한번 들어 볼까? - (영진) 예
[영진의 헛기침]
(영진) 이제 21세기 복지 국가의 비전을 담은
캐치프레이즈입니다, 그래서, 씁
'다들 갑시다'
'행복의 나라로'
[수정의 당황한 신음]
이런 건데
[경쾌한 음악]
(남욱) 뜨악
(수정) 아무리 레트로가 유행이라지만 그, 그거는 좀...
(영진) 나도 이건 사실 좀 별로였고
[영진이 숨을 들이켠다]
이거, 이게 다음 거
[영진의 헛기침]
이거는 이제
테러 이후의
그런 재건 의지를 형상화, 응? 한 문장이거든요
네, 그래서
'대한민국 우리 강산'
'새롭게, 새롭게'
(남욱) 뭐, 그게 지금... 아니, 뭐, 그게 다는 아니죠?
아닐 거야, 그렇죠? 설마 [수정이 호응한다]
[수정이 살짝 웃는다]
(주승) 괜찮아
전문 인력을 적시에 활용하는 것도
치프 스태프의 역량 중의 하나야
외주...
주는 게 어때?
[수정의 웃음]
(영진) 실장님도 참
이거...
이거 마지막입니다
테러
를 극복한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좀
자랑스러워해도 되지 않나 싶어서
'마침내'
'우리의 자부심'
'대한민국'
[따뜻한 음악]
(수정) 응? 좋은데요
(주승) 응
[영진과 수정의 웃음]
(영진) 알겠습니다
[영진의 뿌듯한 숨소리] (주승) 난 좋아
- (수정) 좋아요 - (영진) 그래요?
(수정) '행복의 나라'는 안 되지 않을까요 [주승이 말한다]
(영진) '행복의 나라'는 농담이었고
(남욱) 농담 아닌 거 같던데, 응? [수정의 웃음]
진심이 아주 제대로 담겼던데요?
(영진) 에이, 방금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대화한다] (수교) 대행님, 잠깐 들러 보시겠습니까?
기자 회견 준비 중인 것 같은데
[무진이 숨을 들이켠다]
(무진) 방해만 될 텐데요
가죠, 오늘은
(무진) 응?
(강연) 마음에 들어?
[무진이 살짝 웃는다]
(무진) 뭐야? [강연의 힘주는 신음]
봐, 마음에 드는지
[강연의 한숨]
(강연) 나
아직은 잘 모르겠더라
당신이
사람들의 말처럼 정말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건지
[무진의 한숨] 다시 이 관저에 들어와 살아도
내가 잘 버틸 수 있을지
근데
아는 것도 하나 있어
당신이 내린 결정이니까
이번에도 틀린 결정은 아닐 거야
그리고 앞으로도
[웃음]
나 오늘 생일이야? 응?
(무진) 선물에, 후한 덕담에
야, 오늘 아주 그냥
(강연) 당신
정답이 없을수록 최선의 답을 구하는 사람이잖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부드러운 음악]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그런 모든 시간에
당신 옆엔
내가 있어
당신이 박수받지 못하는 순간에 더
[강연이 살짝 웃는다]
기억해 두라고
[강연의 웃음]
아, 그리고 오늘
당신 생일 아니고
결혼기념일이야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쉬며] 여보
(무진) 최강연, 잠깐만, 내 말 좀 들어 봐
[문이 달칵 열린다]
(신영) 박무진 권한 대행은
오늘 오후로 예정된 퇴임 기자 회견을 끝으로
30일간의 권한 대행 공식 일정을 모두 마무리 짓게 됩니다
(TV 속 신영) 현재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무진 권한 대행은
[TV 뉴스가 계속된다] (한모) 너라면 어떡할래, 한나경?
네가 대선 주자 지지율 1위 후보야
그런데 네 뒤에
너도 알지 못하는 테러 배후가 있다면?
테러범들 주장일 뿐이에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약 사실이라면?
(한모) 사실대로 밝힐 수 있을까?
다 잡은 권력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나경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선배
내가 지금 뭘 찾아냈는지 알아요?
(한모) 아유, 서지원
너 그 버릇 고쳐야 돼, 응?
선배한테 보고할 때 물음표로 시작하는 버릇
앉아
물음표든 마침표든
여기, 이 보고 내용에 집중해 주실래요?
(지원) 김 실장이랑 다른 북파 공작원들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어요, 2011년에
그래서 이겼어?
(지원) 패소했어요
꽤 명망 있는 인권 변호사가 소송 대리인이었는데
그 변호사가
알 만한 이름이던데요?
[긴장되는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한모) 변호사가 누군데?
[문이 탁 닫힌다]
(수교) 어?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아, 저, 부장님...
어?
(대한) 3월 4일 참사 당일 오전, 김준오 요원
경호처장님과 통화했습니다
그럼 경호처장님이
김준오 요원의 보고를 은폐한 내부 공모자란 말입니까?
경호처장님
김준오 요원의 보고를 받고 다른 청와대 인사와 상의한 뒤
아마 안심하고 국회 의사당으로 대통령님을 수행한 모양입니다
경호처장님이 국회 의사당으로 출발하기 직전
마지막 동선을
청와대 내 CCTV 영상으로 확인했습니다, 여기
(대한) 테러로 희생되신 김종민 전 경호처장입니다
경호처장님의 보고를 들은 이 사람이 [의미심장한 음악]
테러 위험을 묵살하고 은폐하지만 않았다면
국회 의사당 테러는
어쩌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무거운 효과음]
(지원) 그때 김 실장 변호사
지금 청와대에 있는 이름
맞죠?
(대한) 당시 비서실장
한주승 실장입니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나경) 당시 소송 대리인이었던 이 변호사
김 실장을 빼돌리라고 말한 사람
당시 변호사
한주승 실장이 당신들 배후
맞아?
[입바람을 후 분다]
[사람들이 분주하다]
(남욱) 아니, 너무 시끄럽잖아, 좀...
희망은 좋은 겁니다
(주승) 고생이 고생인지도 모르고
뭐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 볼 수 있는 용기도 주고
저 친구들한테는 지금
박 대행이 제일 큰 희망이 될 겁니다
공안 검사였던 나한테
양진만 대통령과의 만남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지금
나한테 박 대행이
그런 것처럼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한숨]
(무진) 국회 의사당 테러 당일
경호처로
테러 위험에 대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보고한 사람은
국가 정보원 소속인 김준오 요원
김준오 요원은
당시 경호처장에게 1급 기밀인 5015-18 파일이
테러범들에게 넘어갔다는 것과
그 파일 내용 그대로 국회 의사당 테러를
모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경호처장은
그 사실을 알고도
대통령님을 모시고 국회 의사당으로 출발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누군가
허위 보고라고 묵살하고
안심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날
경호처장이 김준오 요원의 전화를 받고
국회로 출발하기 전 접촉했던
마지막 사람은
나였습니다
(남욱) 저기, 한 실장님 어디 가셨어요?
방금 전까지 여기 계셨던 것 같은데
(수정) 아, 아까 대행님이랑 말씀 중이셨는데
두 분 같이 계신가?
(남욱) 차 실장님은 모르세요?
아이, 같이 계신 것까지는 저도 봤는데
[남욱이 중얼거린다]
(남욱) 체크받아야 되는데
(무진) 왜
왜 그러신 겁니까?
왜 테러 사실을 알고도
양진만 대통령은 실장님과 정치적 동지이자 오랜...
이 나라는
양진만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없는 나라니까요
[어두운 음악] [지하철이 덜컹거린다]
(주승) 성급하고 이기적이고 욕심 많고
[지하철 도착 알림음] 기다리는 법을 모르는 이 나라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자 양진만 대통령은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는
과분한 지도자였습니다
양 대통령 임기 내내
처참한 지지율이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와 양 대통령은
실패한 겁니다
(주승) 내 인생 전부를 바쳐
이 나라 국민을 믿은 대가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우리를 배신한 건
국민들이 먼저입니다
그래서
국회 의사당 테러로
복수라도 하고 싶었던 겁니까 우리 국민들에게?
(주승) 우리 국민들에게
어울리는 통치 방식을 쓰기로 한 겁니다
(주승) 인간들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은 [지하철이 덜컹거린다]
[폭발음]
두려움과 공포니까
(주승) 결국 대중은 자기 위에 군림하거나 지배하는 자를
두려워하고 복종하기 마련이에요
지난 실패 속에 얻은
내 교훈입니다
오영석 장관 같은 지도자 말입니까?
오영석 장관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선거에 당선될 때까지
행정부를 관리하기 위해서
권력욕이 없고 정치 DNA가 없는 내가 필요했고요
(무진) 그래서 날 이용해
계획대로
이 테러를 완성한 겁니까?
실장님이 평생을 반대해 온 사람들과
손을 잡고서
[한숨 쉬며] 그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어요, 박 대행
이제부터 내 계획은
(주승) 박 대행이 대통령이 돼
이 자리에 앉는 겁니다
무참히 테러를 완성시킨
한 사람으로 세상에 기억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테러로부터 이 대한민국을 재건한
좋은 대통령으로 남고 싶습니까?
선택해요, 박 대행
(남욱) 아니, 대행님 기자 회견 리허설하셔야 되는데, 어?
한 실장님이랑 얘기가 좀 길어지시나 본데?
무슨 일이지?
차 실장님도 모르는 일이에요?
어...
지금 몇 분 남았죠?
(남욱) [한숨 쉬며] 이거 리허설도 못 하고 들어가겠네
[한숨]
[영진히 숨을 후 내뱉는다]
[영진의 한숨]
걱정되십니까?
퇴임 기자 회견
아, 시간이 벌써 다 됐네요
(영진) 그...
테러 내부 공모자 때문입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대행님
뭐, 기자 회견 전까지
국정원이 테러 내부 공모자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면 좋겠죠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깜짝 이벤트가 될 겁니다
하지만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준비해 둔 이벤트는 따로 있으니까요
[태블릿을 탁탁 두드린다]
[영진이 입소리를 쩝 낸다]
(영상 속 남자7) 알바하면서 취업 준비 중이긴 한데 [차분한 음악]
(영상 속 여자3) 언제까지 알바를 해야 되나 좀 암담하긴 하죠
다음 정부에게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입니다
(영상 속 여자4) [어눌한 발음으로] 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당할 때 속상해요
우리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생활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영상 속 여자5) 노후가 걱정돼요
아이들 교육비에 부모님 부양비에
아, 이렇게 살면서 70 되면
경제력도, 모아 놓은 돈도 없을 텐데
(영상 속 여자6) 어른들이 좋은 대학에 가라고 할 때마다
벼랑에 내몰리는 느낌?
(영상 속 여자7) 아,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 사회는 진짜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행님과 저희가
함께 풀어 가야 할 숙제가
꽤 많은데요
(수교) 저, 대행님
그, 한나경 요원이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숨]
[무진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나경) 저희 대테러 팀의 내사 결과
테러범들과 내통했던 내부 공모자는
한주승 당시 비서실장입니다
검경의 협조를 받아 공개수사로 전환할까요, 대행님?
이 사실 어느 선까지 알고 있습니까?
아직은 저희 대테러 팀 세 명입니다
내 지시가 따로 있을 때까지
이 사안, 대외비로 철저히 보안 유지에 힘써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행님
[한숨]
[무거운 음악]
이제부터 내 계획은
(주승) 박 대행이 대통령이 돼
이 자리에 앉는 겁니다
(주승) 설마
내가 테러의 공모자라고
박 대행은 테러의 일부였다고
국민들 앞에
온 세상에 고백이라도 할 생각입니까?
(주승) 이 나라 사람들은 박 대행과 함께
이 테러를 극복했다고 믿고 있어요
그 희망을
거짓으로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은 테러 때보다 더한 상처와 배신감을 느낄 겁니다
비서진들은 또 어떻습니까?
박 대행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꿈에 부풀어 있어요
그들의 바람을 이대로 저버릴 생각입니까?
그들은
아무런 죄가 없어요
(주승) 무엇보다 박 대행, 박 대행은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게 중요한 사람 아닙니까?
[한숨]
(무진) 실장님, 괴물이 다 되셨습니다
(주승) 앞으로도 괴물은 내가 할 겁니다
박 대행은 그 자리에 앉아서
새로운 정치를 하세요
원하는 대로 시민의 얼굴을 한 정치를
그럼 우리 다음 세대는
더 나은 링에서
조금은 더 나은 적들과 싸우게 되겠죠
난 그 길만이
많은 사람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을
애국의 길이라 믿고 있어요, 박 대행
그러기엔 테러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모든 혁명엔
희생이 따르는 법이니까요
날 단죄하려거든 하세요
어떤 벌을 내리든 달게 받겠습니다
난 아무것도 두려워할 게 없는 사람입니다
단
그 모든 것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입니다
(주승) 박 대행은 보고 싶지 않으세요?
나와 박 대행, 젊은 비서진들이 만들
새로운 대한민국이
[파쇄기 작동음]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무진) 박수교 행정관
(수교) 네
김남욱 대변인에게 전하세요 도착했다고
(수교) 네
(주승) 고민이 끝난 모양입니다
선택한 겁니까?
테러 계획의 일부로
남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집무실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남욱) 대행님
시간 다 됐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무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권한 대행
(TV 속 무진) 박무진입니다
저는 오늘
권한 대행직 사퇴 기자 회견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진) 권한 대행직을 사퇴하고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입니다
[무거운 음악]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사이렌이 울린다]
국민 여러분
(무진) 그러나 저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수정) 대...
[놀란 숨소리]
(남욱) 이거 내가 쓴 연설문 아닌데...
[파쇄기 작동음]
테러범과 공모해
국회 의사당 테러 사건에 일조한
내부 공모자가 지금
우리 행정부 청와대 비서진에 있습니다
(무진) 그 행정부의 권한 대행인 저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TV 속 무진) 테러가 남긴 고통과 시련을
우린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이제 우린
또 하나의 과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무진) 대통령 선거로
우린 대한민국을 천국으로
그 어떤 고통과 불평등
부조리가 없는 지상 낙원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민주주의의 최소 기준이라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대통령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권한 대행으로
제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대한민국은
저와 여러분의
자부심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차분한 음악]
박 대행이 선거에 나왔다면
난 정말 힘든 싸움을 할 뻔했어요
(비서) 못 당하겠네요, 박무진 권한 대행
[상구의 한숨]
영입 제안해 볼까?
권한 대행 임기 끝나면
인재 영입은 내 콘텐츠니까
(주승) 결국 박 대행은 이번에도 좋은 사람이 되는 쪽을 선택했군요
제가 선택한 건 제 선의가 아닙니다
(무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던 법과 제도
그 시스템을 선택한 겁니다
내가 박 대행만큼 성실하지 못해서 실패한 것 같습니까?
내가 박 대행만큼
이 나라에 대한 열정이 부족해서 실패한 것 같습니까?
[한숨 쉬며] 세상은
변하지 않아요, 박 대행
한 실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세상은 변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래서 저도
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강대한 부장
(무진) 한 실장님을
부탁합니다
(대한) 한나경 요원과 국정원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박 대행도 실패할 겁니다
양진만 대통령처럼
양 대통령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시행착오는 겪게 되겠죠
그 모든 과정을 우린
'역사'라고 부르지 않나요?
[무거운 음악]
[문이 탁 닫힌다]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수교) 실장님...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영진의 떨리는 숨소리]
(영진) 왜 이런 일을 대행님 혼자서 결정하신 겁니까?
도대체 왜
설마 제가 반대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 그래서... - (무진) 그저
부끄러웠을 뿐입니다
[무진이 숨을 들이켠다]
이런 일을 만든 한 실장님과 우리 세대가
미안합니다
(무진) 차 실장과 우리 비서진들에겐
차 실장이 청와대와 날 버리고 간다고 해도 난...
잊으셨습니까?
저는
대행님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잔잔한 음악]
(영진) 대행님의 자리만이 아닌
[떨리는 숨소리]
대행님의 뜻과
신념
모두를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단) 우 기자
윤 대표와 강 시장을 [문이 탁 닫힌다]
대선 정국 일대일 구도로 해서 꼭지 하나 만들자
오늘 뉴스 포커스야
(신영) 네
아이고
[신영의 찌뿌둥한 신음]
(신영) 국장 촉은 어때요?
윤 대표, 강 시장, 누가 될까요?
지금 지지율이야 윤 대표가 앞서지만
또 모르지
(단) 한 달이나 남은 대한민국 선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장담해?
가장 유력했던 오영석, 박무진이
선거 판에서 동시에 사라졌는데
박무진 권한 대행은 아직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죠
이번 일로 박 대행은
국민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얻었을 거예요
선거가 뭐, 이번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의미심장한 음악]
[통화 연결음]
[일본어] 네, 지금 출국합니다
(경표) 김 실장 일은 제 개인적인 배신으로 처리될 겁니다
네,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합류하고
다음 지시 사항을 기다리겠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지원) [한국어] VIP 말이에요
정말 김 실장이 맞아요?
아, 난 아직도 안 믿어지네
그 엄청난 일을 혼자서 다 모의했다는 말이
(한모) 김 실장이 말했잖아
테러가 필요했던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그들이 다 VIP인 셈 아니야?
(지원) 선배 생각은 어때요?
(나경) 결국 테러 세력이 원한 건
남북한의 긴장 고조와 신냉전 체제였어
어쩌면 VIP는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모든 세력들인지도 몰라
학원 다니는 거 맞다니까
말을 잘해도 너무 잘해
[차분한 음악]
(한모)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김준오 요원
편히 쉬세요
(나경) 약속해
행복해질게
최선을 다해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선거 운동원들) 기호 1번, 강상구
안녕하십니까? 기호 1번, 강상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선거 운동원들) 강인한 대한민국 기호 2번, 윤찬경입니다!
강인한 대한민국
[무거운 음악]
[남욱이 말한다]
- (무진) 준비는 잘되고 있죠? - (영진) 예
[무진이 말한다]
[무진이 말한다]
[무진이 숨을 후 내뱉는다]
[무진이 중얼거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카메라 셔터 효과음]
(TV 속 앵커) 개표 75%가 진행된 가운데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이 거의 결정된 것 같습니다
아, 당선 확정 당선 확정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축하합니다,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수교가 숨을 하 내뱉는다]
(수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TV 속 앵커) 이상으로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취임식
중계방송을 마칩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TV 전원음]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의자를 탁 짚는다]
[의자를 탁 짚는다]
[아련한 음악]
(무진)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감사했습니다
(영목) 수고하셨어요
고생했어요
감사했습니다
(남욱) 감사합니다
(용완) 고맙습니다
(강호) 고맙습니다
[무진이 살짝 웃는다]
(무진) 수고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발걸음이 울린다]
[무진이 서류를 쓱 넘긴다]
[무진이 숨을 들이켠다]
(무진) 나 고백할 게 있어
(강연) 또?
설마 당신
[한숨 쉬며] 이번엔 학교에서
잘렸어?
아니야, 그런 거
오랜만에 가족끼리 캠핑 가는데
갑자기 고백한다, 어쩐다 그러면
사람이 놀라, 안 놀라?
(강연) 그래서 뭔데? 고백할 게
내가 다 잘 챙겼거든
버너에 캠프파이어 장비에 침낭에
당신이랑 애들 영화 볼 수 있게 빔 프로젝터도 챙겼어
[강연의 헛웃음]
(시진) 엄마, 나 '겨울왕국'
안 지겹냐? 너 매일 그거 본다고 엘사 안 돼
얼굴만 올라프 닮아 간다
엄마! 오빠가...
(강연) 시진이는 여기서 울면 '겨울왕국' 안 틀어 줄 거고
시완이는 동생 놀리면 게임 시간 30분 줄일 거야
당신은 계속하고
내가
텐트를 안 챙겼네
[강연의 놀란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강연) 뭐?
(시진과 시완) 아빠!
[시완의 한숨]
[무진의 멋쩍은 웃음] [잔잔한 음악]
[새가 짹짹 지저귄다]
(무진) 시완아, 이거 이것 좀 저 안에 넣어 놔
저 안에다
(강연) 이걸로 이렇게 대면 되겠다, 그렇지?
(무진) 텐트도 대여해 주고 되게 좋다, 어?
다음엔 맨손으로 와도 되겠어
[무진의 웃음] 자
(강연) 아유, 대충 다 끝난 거 같은데
[무진의 힘주는 신음]
좀 걸을래?
(강연) 당신
고백할 거 따로 있는 거지?
당신같이 꼼꼼한 사람이 텐트를 다 두고 오고
쯧, 요즘 생각이 좀 많아 보이긴 했어
그래서 캠핑도 오자고 한 거야? 다음 주에 큰 재판 있다는 사람이?
[무진이 피식 웃는다]
(강연) 내가 이 정도야
당신 생각하는 마음이 [무진의 웃음]
[강연의 웃음]
(무진) 사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락이 왔어 정교수 자리를 주겠다고
미국 대기 학회에서
같이 활동해 보는 건 어떻냐고
스탠퍼드에서?
당신 생각은 어떤데?
조금만 더 가면 바다도 있다는데 가 보자, 여기까지 왔는데
[시진의 신난 비명]
[강연의 웃음]
(강연) 아, 귀여워
[강연의 웃음]
의외네?
환경학 쪽에선
제일 좋은 학교잖아
꽤 좋은 조건 아니야?
[무진의 한숨] 왜?
뭐가 고민인데?
[무진의 한숨]
가면 적어도 5년이야
당신 혼자 일하면서 애 둘을 어떻게 견뎌?
나 말고
당신 마음을 붙잡는 건 또 없고? [차분한 음악]
[강연이 숨을 들이켠다] [갈매기 울음]
(강연) 아, 나오니까 좋다
노을도 예쁘고
[함께 웃는다]
[강연의 기분 좋은 신음]
(의원)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정치 공학으로는 국내에서 따를 자가 없다던데요?
[영진의 멋쩍은 신음] [의원의 웃음]
(영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의원) 자 - (영진) 예
(의원) 양진만 대통령, 박무진 권한 대행 뒤에
선생이 있었다죠?
[영진이 입소리를 쩝 낸다]
(영진) 그분들을 모시기는 했습니다
그, 2년 뒤 대통령 선거
나랑 뛰어 볼 생각 없으세요?
(의원) 난 고향이 TK입니다
학교는 부산 경남에서 나왔고
- 음... - (의원) 처가는 호남입니다
(의원) 또 뭐, 부모님하고 형제들은 충청도에서 농장을 크게 하시죠
좋네요
(의원) 종교는
단일 종교로는 제일 신자가 많다는 기독교
아내는 불교
[의원의 웃음]
우리 당내에서는
다수 계파가 날 밀고 있어요
뭐, 저의 정치적 자산이라고 할까요
참 양지바른 길들만
잘 걸어오신 것 같습니다 지금 계신 자리까지
정치적 희생 한 번 없이
대선 같이 못 가겠는데요, 전
실망했어요? 나한테
[의원이 숨을 들이켠다]
난 명분보다는 실리, 실용성을 추구합니다
21세기인데 정치도 변해야죠?
계산해 보세요, 승산이 있는지
정치 공학적으로 말입니다
(영진) 정치 공학에는
만능 키
치트 키가 하나 있습니다
희생
[의미심장한 음악] 지지자들한테 마음의 빚을 남기거든요
'우리라도 저 바보한테 표를 던져야겠다' 싶어지니까
꽤 수익률이 높은 투자죠
그리고 정치판에는 명분을 지키는 일이 가장 실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영진) 의원님께서는
정치 공학적으로 승산이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이기는 싸움만 합니다
[의원의 헛기침]
누구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 겁니까?
(남욱) 선생님, 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좀 받고 있습니다
제가 설명 좀 드려도 될까요?
선생님, 요거라도 한번 읽어 보시겠어요?
(남자8) 괜찮습니다, 다음에...
(남욱) 선생님, 요거 한번 읽어 보고 가시겠어요?
- (여자8) 바빠서 - (남욱) 아, 요거라도 좀...
(남욱) 서명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큰 목소리로] 여러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병력, 외모, 출신지, 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법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영진) 차별 금지법 제정 촉구 서명 운동
[경쾌한 음악]
소수자를 위한 법을 만들겠다고
소수가 모여서 운동을 하고 있으니
이래서 어디 법이래 만들어지겠습네까?
[영진이 펜을 달칵 누른다]
서명 말고 입법안 발의하는 걸로 합시다
차별 금지법
[펜을 달칵 누른다]
새로운 청와대에서
[사람들이 대화한다]
(수교) 저, 회장님 오늘 오후 그룹 회장단 모임에선
내년도 경제 성장률에 관련한
왕 회장님의 경영 전략 발표가 있을 예정입니다
어제 올려 드린...
예
(회장) 박 과장, 내가 박 과장
왜 높은 연봉 주고 데리고 있는 줄 알아요?
(수교) 네?
대통령 의전 비서관이 내 수족이 돼서 날 받든다
그림 좋잖아
[회장의 웃음]
그러니까 손발 노릇만 해요
자꾸 입 놀리지 말고
[관계자가 말한다]
(회장) 아, 뭐, 편하게 하세요
(관계자) 네,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해서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대화한다]
(수교) 저, 회장님
이건 의전이 아닌데요
'갑질'이라고 하는 겁니다
[흥미로운 음악]
그리고 난
더 이상
당신의 을로 살 생각이
없어
[수교가 숨을 후 내뱉는다]
[수교의 긴장한 숨소리]
가요, 빨리 나 떨고 있는 거 들키기 전에
[영진이 수교를 탁 친다]
[수교가 숨을 후 내뱉는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장관) 아이고
아, 오늘 강연 끝까지 참석해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젊을 때
200여 개국이 넘는 나라를 누비면서
사람을 만난 결과
(수정) 장관님, 현재 대한민국 여권으로 여행이 가능한 국가는
166개국입니다
[장관의 멋쩍은 웃음]
(장관) 아이고
우리 정수정 과장은 정말 모르는 게 없어요, 응?
[장관의 웃음]
아, 잠깐만
이봐
언론들 앞에서 날 망신 주고
주목받고 싶어서 그런 거야?
청와대에서 뭘 배운 거야?
[수정의 난처한 신음] [장관이 혀를 찬다]
[휴대전화 진동음] [장관의 헛기침]
[장관의 웃음]
[장관이 말한다] (수정) 네, 정수정입니다
(장관) 기자 여러분들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예?
[웃으며] 고마워요
네, 알겠습니다
[장관의 탄성] (수정) 장관님
청와대에선 이렇게 배웠습니다
대국민, 대언론 메시지 관리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정직과 신뢰라고
[잔잔한 음악]
정치의 기본이니까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예, 나와서 바로 버스 정류장 앞에
(영진) 예, 아, 여기
- (수정) 오래 기다렸어요? - (영진) 아니요
(영진) 가죠, 더 기다리는 사람 있잖아요
여기 커피
야, 둘이 뭐야 현재 진행형이야, 과거형이야?
궁금하면 물어보세요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남욱) 아니,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물어보냐
(수정) 오랜만이에요, 김남욱 씨
(남욱) 어, 둘이 만나요? 니요?
(영진) [헛웃음 치며] 예?
[수정의 멋쩍은 웃음]
[잔잔한 음악] (남욱) 어?
(영진) 아이... [수정의 한숨]
[남욱의 어색한 웃음]
잘, 잘 지냈어요?
(수정) 네, 남욱 씨는요?
(무진) 우리나라 미세 먼지에 국외 영향과 함께
국내 배출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과학적 증거들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국내 미세 먼지 농도 저감을 위해서
또 주변국과
적극적인 미세 먼지 저감 협력을 이끌어 내는
압박 외교를 위해서라도
국내 배출 요인을 줄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겁니다
[무진이 서류를 쓱 넘긴다]
국내 핵심 감축 대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는
노후화된 경유 차 배출 가스가
미세 먼지 농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입니다
앞으로는 경유 차 생산 감축 정책을 시행하고
전기 차나 수소 차, 하이브리드 차 등
친환경 차를 개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씁, 전국적으로는
사업장의 미세 먼지 배출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환경적 책임을 이행하고
정부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꾸준한 사업장 관리 감독을 해 나가야만 하겠습니다
(영진) 질문 있습니다
아, 계산이 좀 틀린 것 같아서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잔잔한 음악]
어...
봄이면 파란 하늘을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로
미세 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지가 오래됐습니다
경유 차를 친환경 차로 바꾼다고
또 몇 가지 저감 정책을 쓰는 것만으로
정말로 미세 먼지를 감축시킬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정책만으로
그러니까 정치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숨을 들이켠다]
정치가 할 수 없다면
뭐가 할 수 있죠?
(무진) 정치는
신이 부여한 모든 고통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대답이니까요
[무진의 한숨] (수정) 스탠퍼드 대학에서
교수 제안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가시기로 결정하셨어요?
(무진) 미세 먼지 연구엔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영진) 방금 전에 미세 먼지는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고 하신 것 같은데요
내가 하는 일엔 반대부터 하고
[피식 웃는다]
여전하네요, 차 실장
(영진) 여전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아니, 저는 원래 세 번은 안 권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행님께만은 예외네요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출마해 주시겠습니까?
(수정) 여기
저희와 함께요
(남욱) 저도 꼭 보고 싶어졌습니다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 아니
좋은 사람이라서 이기는 세상을
[차분한 음악]
(수교) 의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영진) 대답
해 주시겠습니까?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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