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영화 시나리오
[새들이 지저귄다]
[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다가오는 경운기]
[잔잔한 음악]
[경운기 엔진음]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든다]
[아이들이 즐겁게 떠든다]
(아이들) 똥차, 똥차
[아이들이 즐겁게 떠든다]
야, 거기 있지 말고 저쪽으로 가
[아이들의 웃음]
야, 너 저쪽으로 가라니까?
[두만의 깊은 한숨]
[아이들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침을 퉤 뱉는 두만]
- 야, 집에 가라 - (아이) 야, 집에 가라
- 이 새끼가... - (아이) 이 새끼가
[아이들이 놀리는 소리] 저것들은 또 뭐야, 저거?
(아이) 저것들은 또 뭐야, 저거?
- 야, 인마! - (아이) 야, 인마!
- 그거 제자리에 놔 - (아이) 제자리에 놔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든다]
(농부) 야, 야, 그거 거기다 놔 거기다 놔! 놓고 가
- 야, 인마! - 야, 인마!
그거 중요한 거니까 손대면 안 돼!
그거 중요한 거니까 손대면 안 돼!
[농부가 아이들과 실랑이한다] 저 새끼들 저...
아이, 저 새끼들 저거
[두만의 옅은 한숨]
[잔잔한 음악]
[긴장감 도는 음악]
너야?
너 죽은 박보희랑 사귀다가 작년 8월에 차였지?
맞아, 안 맞아?
(용의자1) 맞네요
맞네요?
이 쌍놈의 새끼 모자 벗어, 이 새끼야
(두만) 그래 가지고 여자들이 좋아하겠냐, 인마
영화
'보디 히트'를 본 후
'보디 히트'? 뭐, 액션이야? 응?
씁, 아, 액션, 액션, 아휴
[두만의 성난 신음]
[타자기 작동음]
이 새끼가 이거...
(두만) 뭐, 이렇게 사, 사건이 이렇게
부녀자 강간 살인 사건이니까 이런 질문을 좀 이해를 해 주시고
어...
뭐, 예를 들면 뭐
뭐, 섹, 뭐, 섹시하다든지
아니면 뭐, 예쁘다 뭐, 이런, 이런 느낌들 있죠?
첫 느낌?
그냥, 뭐
[용의자2의 헛기침]
시골 아가씨답지 않게 세련되고
눈 떠
[카메라 셔터음]
눈 감았지?
(두만) 야, 날 봐, 날, 어?
야, 하늘 쳐다보지 말고 날 보라고
씁, 눈이 원래 저렇나?
하나, 둘
[카메라 셔터음]
[라디오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두만) 너 예전에 그 육사 간다고 그러지 않았냐?
육사 시험 쳤어, 어?
너 공부 잘해야 돼, 인마 육사 가려면, 어?
[시끌벅적하다]
[두만의 헛기침]
(두만) 영수증
(배달원) 얘기 안 했는데요?
(두만) 뭘 얘기를 안 해, 인마 영수증 가져오라고
얘기를 했는데
(배달원) 얘기 안 했는데요
(두만) 아이, 참, 저번에도 얘기 안 했다고 영수증 안 가져와 가지고
(형사) 야, 야, 야, 야, 박 형사
(두만) 너 이 새끼
전화받고도 얘기 안 했다고 거짓말 자꾸 하고 [형사의 고함 소리]
(두만) 아니, 이거 저...
(두만) 밥집 영수증을 줘야지 이 뭐, 자전거 영수증...
야! 영수증 빨리...
[멀리서 시끌벅적한 소리]
야, 아직 줄도 안 치고 뭐 하냐, 어?
야, 인마 손으로 그리지 말고
뭐, 각구목이라도 좀 구해 가지고 박고 그래라, 어?
- 이 새끼들 일하는 거 보면... - (경찰1) 박 형사님!
- (두만) 진짜, 씨... - (경찰1) 여기입니다
- (두만) 뭐야, 이거? - 발자국입니다
이거 언제 발견했어?
예, 아침에 제가 발견했습니다
(두만) 야, 인마, 너 저, 저 새끼 좀 도와줘
- (경찰1) 아, 예 - (두만) 아이, 참...
야, 감식반들 연락했지?
(경찰1) 예, 예, 연락했습니다 금방 올 겁니다
[헛기침하며] 아이, 근데
그, 현장에 제보자가 없네? 어?
(구 반장) 뭐라고?
(두만) 아이, 뭐, 감식반도 안 오고
완전 지금 현장 보존 개판이야, 지금, 어?
에헤, 그 노인네, 거참
[아이들이 떠든다] [아파하는 구 반장]
(두만) 야, 인마! 야, 저리 가!
야, 야, 야 애들 좀 치워라, 어?
(경찰) 야, 야, 일로 와
(두만) 아니, 누가 전화를 받았어요, 누가?
왜? 신고자 못 찾았냐?
아이, 전화를... 지금 현장 보존이 안 돼요
감식반 이 새끼들
감식반도 안 오고 이거 완전 개판이야, 이거, 어?
- (경찰2) 박 순경 어디 갔어? - (구 반장) 인마, 무슨 얘기를
- (두만) 어이, 그 사진을 - (구 반장) 촌구석에서
- (구 반장) 이게 웬일이여 - (두만) 사진을...
찍으라고 할 때 찍어야지, 거 참
(구 반장) 아이, 기자들은 왜 이렇게 또 불렀냐
아나, 참말로
아이, 나보다, 내가 오니까 다 와 있던데 뭐, 벌써, 어?
뭣이야? 아, 이 새끼...
빠꿈이 박 기자 새끼 안 보이네?
- 어? - 휴가 갔나?
글쎄, 나도 모르겠다
씹새끼 그거 안 보니까 속이 시원하네
야, 이거 인생 말년에 이거 무슨 꼬라지냐, 이거
내가 정말
아이, 이게 현장 보존이 돼야 뭐, 수사를 하든가 하지 [구 반장 투덜댄다]
- (두만) 어이, 어이! 경운기! - 여 봐, 여 봐!
- 현장 보존 잘해! - (경찰들) 예예
- (두만) 어이, 경운기! - (구 반장) 잘하라고
(두만) 어이, 경운기! 아이, 경운기, 저리 가
저리 가요, 저리! 어이!
[두만이 농부를 만류한다]
어이!
아이... 아이, 사람이 손짓을 하면...
뭐, 귓구멍에 뭐, 씨발 밟고 가나, 씨발
에이
야, 이 새끼야, 너 이거...
아이고, 씨, 개새끼들
이제 나타나고 지랄이야 에휴, 씨발
[구 반장이 큰 소리로 지시한다]
(두만) 아니, 전화를 언제 했는데 지금 오면 어떡해! 어?
아이, 현장이 지금 보존도 안 돼...
지랄들 하고 있네, 뭐, 씨바
풀, 논두렁에 꿀 발라 놨냐? 콧구멍 처박게 전부 다, 어?
야, 이거 어떻게 된 거냐, 이거 씨
[전화벨 소리]
뭔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냐? 자꾸 밥맛 날아가게시리
에이, 새끼
얘들 얼굴을 딱 보다 보면 어느 순간에 감이 딱 와
[구 반장의 어이없는 웃음] 직감적으로
네가 점쟁이냐?
아예 돗자리 깔아라, 어
에헤, 반장님도
[헛기침하며]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응?
이 사람 보는 눈은 있다는 거 아닙니까?
[구 반장의 기침 섞인 웃음]
그래서 이 순사밥도 먹는 거고
애들 다 나보고
'무당 눈깔, 무당 눈깔' 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니까
야, 인마, 그러면
저기 앉은 저 두 놈 보이는 겨?
(구 반장) 저 둘 중의 한 놈은 강간범이고
또 한 명은 피해자 오빠다 그 말이여
그러니까
피해자 오빠가 자기 여동생
아, 이거 한 놈을 잡아 가지고 왔다 그거여, 어?
[구 반장이 살짝 웃는다]
[흥얼거리는 말투로] 어느 놈이 강간범인지
한번 알아맞혀 보시오
[고민하는 숨소리]
[두만의 신음] [설영의 신음]
- 야 - (설영) 응?
빠진 것 같은데?
(설영) 진짜?
아이, 좀 제대로 좀 하자
[설영의 힘주는 신음]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내가 오늘 특별히 손수 한 방 놔 주겠어
아이고, 황송해라
[엉덩이를 탁탁 때리는 설영]
감기약 한 방 가지고 생색은
[기가 찬 숨을 내뱉으며] 이게 얼마짜리인데?
[두만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 곽설영이 - (설영) 응
너 병원 다닐 때보다 훨씬 짭짤하다며?
[입바람을 후 부는 설영]
(설영) 어휴, 쯧
동네 사람들 아프면 병원 안 가고 너만 찾는다는데?
(설영) 씁, 가만, 중요한 얘기
방앗간 할머니 링거 놨을 때 들은 얘기인데
왜 정솔면에 백 씨 고깃집이라고 있지?
백 씨?
그 집 백 씨가
[입바람을 후 불며] 무슨 백 씨인 줄 알아?
(두만) 뭔데?
[살짝 웃으며] 덮쳐라 백 씨래, 덮쳐라 백
여자를 덮치나?
(설영) 그렇지
근데
그 집에 맛이 간 아들놈이 하나 있거든?
백광호라고?
그 광호란 놈이
맨날 좋다고 따라다녔대요 이향숙이를
이향숙?
죽은 이향숙?
그래
지난번 겨울에 거들 뒤집어쓰고 죽은 여자
이향숙 맞지?
(두만) 맞지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향숙이 살해되던 그 날 밤
광호가 이향숙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거 봤대요
[설영의 놀란 숨소리]
아, 진짜 봤대?
그렇다니까
그 할망구...
작년부터 노망났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니야, 멀쩡해
씁, 그 아들놈이, 가만있어라
광, 뭐, 백광호?
그, 어떻게 생겼더라?
있잖아, 이쪽 얼굴이 좀...
[한숨 쉬며] ...그래
뭐, 좀 자세히 얘기해 봐
하여튼 좀 안됐어
[게임기 작동음]
[시끌벅적하다]
[광호의 웃음]
(광호) 잘하지, 어?
어? 어?
[광호의 웃음]
[찰싹, 찰싹]
(두만) 야, 백광호 [자를 탁 내던진다]
[작게 어르는 말투로] 그 인마, 남자들끼리 툭 까놓고, 새끼야
이쁜 여자 보면 좆도 꼴리고 씨바, 한번 하고 싶고
나, 인마 나도 너 나이 때, 새끼야
친구들끼리 어울려 다니면서 하고 다 이해해, 인마
너도 그...
뭐, 이향숙이를 그
처음부터 뭐, 죽이려고 그랬던 건 아닐 거야, 응?
어떻게 막, 쯧 젖이나 한번 만져 볼까
- 뭐, 이런, 어? - 못 만졌어
그래서 죽였구나
죽여 놓고 이렇게 만져 보려고
아닌데?
[문이 철컹 열린다] 인마 [두만의 헛기침]
[다가오는 발걸음]
아휴, 저 아저씨도 인마 너처럼 참 어렵게 자랐어
어렵게 자라 갖고
되게 착해, 착하고
(두만) 남자가 정도 많고
뭐, 그, 워낙 성격이 급하다 보니까
뭐, 가끔씩 그런 일이 그게 뭐, 흠이 될 순 없고
그런데 뭐, 주먹으로 사람을 뭐, 때리고
[광호의 비명]
[아파하는 광호]
[두만의 헛기침] 아휴, 이 자식 이거
인상이 이거 더럽네, 이놈, 어? [광호의 신음]
아이고, 이놈
이거, 이거, 얼굴만 봐도 막 [광호의 신음]
화가 나네요, 이놈이 이게?
(용구) 뭐야?
- (용구) 에헤, 씨, 까졌어 - (두만) 어허
[용구의 짜증 섞인 신음]
[투덜대는 용구]
[모른 체 콧노래 부르는 두만] [광호의 기침]
이쁘지, 어?
이거, 이거 까지지 말라고 [아파하는 광호]
이거 신는 거야, 이놈아, 응?
(두만) 야, 야, 야, 야
너, 인마, 군홧발로 그...
이 새끼가 애를 이렇게, 쯧
야, 백광호, 일어나 봐
(광호) 예
[광호의 떨리는 숨소리]
(용구) 에이
이 새끼가 이거 네가 진짜 죄가 없어, 어?
(광호) 예
내 눈 똑바로 봐 봐
[광호의 겁에 질린 숨소리]
어?
이거 어딜 쳐다보는 거야 알 수가 있나
[음산한 음악] 내 눈 똑바로 봐!
[광호가 울먹인다]
[발걸음 소리]
[풀벌레 울음소리]
저, 저, 여기, 저 혹시요
아, 저, 저기요
[여자의 비명] [놀란 태윤]
저, 아가씨! 아이, 저, 괜찮아요? 예? [여자의 겁에 질린 숨소리]
(여자) 왜 그러세요?
아니요, 저, 저
길, 저, 길 좀 물어보려고 제가 그런 건데
일어나시겠어요? 잡아드릴게요
(두만) 어이, 어이!
[사이드 브레이크 올리는 소리]
[여자의 겁먹은 신음] (태윤) 아, 일어나세요
- (태윤) 아, 왜, 왜 그래요 - (두만) 씨발, 아침부터
- 여기가 콩밭이냐, 어? - (태윤) 저, 아가씨
여기 강간의 왕국이야? 이런 씨발 놈의 새끼야
- 일로 와, 이 새끼야 - (태윤) 야, 야
(두만) 씨발 새끼가, 이거 [태윤의 신음]
(태윤) 야, 이 새끼야 아, 너 뭐야, 야, 이 새끼야
야, 야, 야, 너 뭐야, 뭐야?
[아파하는 태윤] [첨벙 빠지는 소리]
(두만) 나와, 이 새끼야
- 어이, 아가씨! - (태윤) 야, 씨발
(두만) 피해자가 같이 가야 된다니까!
[아파하는 태윤]
- (태윤) 야, 이 씨발 놈아 - (두만) 아가씨!
- (태윤) 야, 야 - (두만) 새끼야
[태윤 신음하며] 야, 씨발, 야
[태윤의 고통스러운 신음]
[아파하는 태윤]
(두만) 에이씨, 그냥 가면 어떡해?
야, 너 형사야?
거, 진작 말씀을 하시지
미안합니다
[웃으며] 근데 싸움을 그렇게 못해서 어떡해, 형사가
거, 사람을 그렇게 못 알아봐서 어떡해, 형사가
[냄새를 킁킁 맡는다]
이게 뭔 냄새야?
아, 운동화
냄새 많이 나죠?
그래 봬도 그게 증거물 제28호 되겠습니다
[풀벌레 울음]
[두만의 힘주는 신음]
[기차 기적]
[기차가 덜컹덜컹 다가온다]
[카메라 셔터음]
[전화벨 소리]
이 사진 빨리 뽑아 줘 어? 어?
[형사가 취조한다]
[헛기침하며] 저, 반장님
왜?
저, 이, 그 서, 서울에서...
어, 아, 반가워, 반가워
그저께 연락받았어
아니, 근데
자네 얼굴이 왜...
아니, 무슨 일 있었어?
[두만의 헛기침]
- 아니, 아닙니다 - 그럼 책상을...
(구 반장) 어, 어, 자리, 저...
저쪽 햇볕 잘 드는 곳에 하나 봐 뒀어
저, 저는 저쪽 구석 자리가 좋은데요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자네 좋을 대로 해
[구 반장의 웃음]
[두만의 멋쩍은 웃음]
- 야, 조 형사 - (용구) 예?
인사해
[익살스러운 음악] 서울에서 오신
저, 서태윤 경장이시다
아, 예, 저, 조용구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번 사건 때문에
일부러 자원을 해서 오신 분이야
아, 이 얼마나 흔치 않은 경우야, 어?
자, 우선 들어가서 자리 정리하고 저리로 앉아
자, 앉아, 앉아, 저기, 어?
[흥미진진한 오프닝 음악]
이 노래가 좋아 처음에 나오는 노래가
아빠랑 수사반장 봐야 되는데
우리 집 전화번호 몇 번이지?
야, 이거나 먹어, 인마
맞다, 아빠한테 전화해 줘야 하는데
- 아, 이거 먹으라니까 - 아빠한테 전화, 아빠다...
(광호) 어?
[두만의 헛기침]
[컵을 툭 놓는 두만]
자, 백광호 [두만의 헛기침]
이게 말이야 [두만의 헛기침]
작년에 이향숙 죽었을 때
그 사건 현장에서 찍어 놨던 발자국 사진이야
어? 잘 봐 봐, 어, 그리고
이거 너희 집에서 가져온 네 운동화
네가 신고 다니는 거 맞지? 그래, 안 그래?
(두만) 자, 잘 봐 봐
이 사진 속의 발자국의 모양과
네 운동화의 이 밑바닥의 모양과, 어때?
(두만) 똑같지?
이 무늬, 어?
동그란 거
폭 들어간 거, 어?
정확하지?
그래, 안 그래?
요건 이게 흙이 떨어져 나간 거니까
뭐, 상관이 없고, 그렇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여자들, 네가 다 죽인 거지?
좋아
여자들을 네가 다 죽인 건 아니야
그렇지?
그러니까 이향숙만은 네가 안 죽인 게 아니라 이거지
응?
아무도 안 죽였어
이 자식이, 이게
증거까지 다 나왔는데 이게 어디서, 쯧, 어?
- 우리 삽 어디 갔나, 삽? - 삽요?
[광호의 애쓰는 신음]
아이고, 이, 자빠져요 증말, 이씨
[광호의 힘겨운 신음]
- 야, 야, 이 새끼야 - 예?
그거 줘 봐, 이리, 줘 봐
넌 어떻게 된 놈이
삽질 하나 제대로 못 하냐? 봐 봐
이렇게 자세를 잡아 놓고, 어?
- 이거 밟아, 이렇게 - (두만) 백광호! [광호의 웃음]
- 예? - (용구) 떠내면 되는 거 아니냐?
(두만) 이 새끼가 이게 아주
(광호) [웃으며] 와
(두만) 뭐, 이게
이 새끼 놀러 왔나 이 새끼야, 여기가?
야, 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아파하는 광호]
- 너 파묻으러 왔어, 이 새끼야 - 예?
(두만) 어?
왜...
(두만) 왜는 이 새끼야
말을 안 들으니까 파묻지 이 새끼야
나 말 잘 듣는다
(두만) 그래, 얘기해, 그러면
야, 이 공기 좋은 데서 이 새끼야, 응?
얼굴은 이래도, 어?
야, 너 일로 와 봐
(광호) 아...
(두만) 너 이, 얼굴 보고 여자들이 싫어하지?
[광호 숨소리]
(두만) 뭐, 씨발, 찡그리고 막 도망다니지? 어?
맞다
다 죽여 버릴 거다
[광호의 거친 숨소리]
내 얼굴 보고
찡그린 애들
다 죽여 버려
[광호의 웃음]
내 얼굴 보고 찡그린 애들 내 머릿속에 다 있다
[광호의 웃음]
[나지막하게] 향숙이도 있었어?
향숙이?
이향숙이, 너 향숙이 좋다고 맨날 따라다녔잖아
[웃으며] 향숙이 예쁘지?
어, 이쁘지 [광호의 웃음]
근데 향숙이가 찡그렸구나
너, 너 얼굴 보고 이 씨발 저리 가, 막 이렇게?
넌 좋아서 그러는데 이 씨발 년이, 그렇지?
그래서 죽여 버렸다, 그렇지?
(두만) 어?
[카세트 작동음]
(광호) 기찻길 옆에
그 논에서
(두만) 기찻길, 맞아, 맞아
목을, 향숙이 목을
꽉... 꽉 졸랐다
뭘로?
- 브라자 - 브라자?
향숙이 하얀 브라자로
목을 콱, 콱 졸랐어
그다음엔?
- 스타킹 - 스타킹?
어, 스타킹 벗긴 걸로
- 두 번째 조른 게 스타킹이야? - 어
아, 이 새끼 머리 좋아 어? 영리해
(두만) 그다음엔?
뭐더라, 씁, 그게 뭐더라
무슨 끈 같은 거
핸드백 끈?
어, 맞아, 백 끈
그걸로
향숙이 목을
콱 졸랐어
그랬더니?
그랬더니 햐, 향숙이가
- 몸을 약간 부르르 떨더니 - (두만) 응
완전히 죽은 것 같더라고
그래서?
향숙이 머리에
[웃으며] 머리에 씌운다
뭘?
향숙이 빤스를
향숙이 빤스를
[웃으며] 모자처럼 쓱 덮어씌웠다
거들 말이지, 거들? 그 여자들 입는, 어?
아, 맞다, 거들
- 그걸 - (두만) 어
딱 모자처럼 쓱 덮어씌웠다
[웃음]
- (두만) 그다음에? - 어? 어
벗긴 옷을 다시 입혔다
그건 왜 그랬을까?
몰라, 다시 입혔어
왜 그랬어, 왜?
나야 모르지
(용구) 이 새끼가 증말 잘 나가다가, 씨
야, 이 개새끼야 그다음에 어떻게 했어?
- (용구) 그래 - (광호) 뛴다! [광호 겁먹은 숨소리]
- (용구) 어디로? - (광호) 비가 많이 와서
(용구) 그래, 어디로 뛰었어? 인마
- (광호) 계속 - (용구) 이 새끼!
(용구) 어디로 뛰었냐니까, 이 자식아!
[광호 울먹이며] 번개도 많이 쳐! 콰광!
(용구) 야, 이 새끼야 어디로 뛰었냐고 글쎄!
- (광호) 번개 쾅 친다! 쾅쾅 - (두만) 이용구! 땅 파, 땅
- (용구) 예? 땅요? - (두만) 씨발 년, 쯧
- (광호) 번개 뜨거워, 뜨거워! - (용구) 아니, 땅이 아니라 지금
[사이렌이 울린다] [손전등 딸깍]
[무거운 음악]
(확성기 속 남자) 국민 여러분
여기는 민방위 재난 통제 본부입니다
훈련 공습 경보를 발령합니다
이 방송은 훈련 상황입니다
현재 시각 우리나라 전역에 훈련 공습 경보를 발령합니다
모든 관공서와 건물 각 가정에서는
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등화관제를 실시하시고
민방위 재난 통제 본부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화재의 위험이 있는 유류와 가스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전열기는 코드를 뽑은 후
지하 대피소로 신속하게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떠든다] [흘러나오는 민방위 방송]
[호루라기 소리]
(민방위 대원) 이놈들, 빨리 가!
[아이들이 야유한다] (민방위 대원) 가!
(아이1) 쌀집 불 꺼!
(아이2) 불 꺼!
[웅성거린다]
(형사1) 어? 이건 뭐야?
아가, 가슴 가져가라, 가슴
[형사1의 비웃음]
(두만) 어이! 야, 인마!
일로 와 봐라, 일로
목에 걸어, 야, 애들 집합했냐?
(형사2) 예!
차 타, 인마, 뭐 해?
한번 돌아 봐
[형사3의 비웃음] - 바지, 어? - 됐어
- 바지는 벗어야지, 인마, 어? - 가자, 가자, 가자
[형사들의 웃음]
야, 제목은 뭘로 뽑을 거야?
(기자) 범인 검거 삼 총사 아니면 무적 3인방의 환한 미소
자, 박 형사님 뒤로 가시죠
(구 반장) 빨리 와, 빨리 찍자
(기자) 자, 자, 난간 쪽으로 일렬로 쫙 서세요, 쫙
(구 반장) 그래, 그래 야, 야, 미스 권!
오늘 털보집이다, 회식
(기자) 웃으시고, 자, 찍습니다 자, 오케이
자, 요번에는요 주먹을 한번 쫙, 주먹
주먹 쫙, 주먹 쫙! [일동 웃고 떠든다]
(기자) 자, 좋습니다 자, 주먹 올리시고
야, 서 형사 야, 일로 와, 일로 와
같이 찍자, 같이 찍자 야, 일로 와 [사양하는 태윤]
야, 야, 일로 와
(기자) 잠깐, 잠깐, 구 반장님...
(구 반장) 옳지, 자, 찍어 [카메라 셔터음]
야, 야, 야, 야, 거기 서 봐
(태윤) 야, 일로 와
[광호의 떨리는 숨소리]
너 손가락이 이렇게 붙어서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 하겠다
그렇지?
어릴 때부터 이런 거지?
(광호) 예
[광호의 겁에 질린 숨소리]
- (태윤) 가 - (경찰) 예
[광호의 겁먹은 신음]
[풀벌레 울음] [물 찰방대는 소리]
- (용구) 야, 광호야 - (광호) 네?
- 위치 여기 맞지, 어? - 몰라
저 자식이 저거 딴소리하고 여기 맞잖아, 인마!
야, 야, 됐다, 됐다
[헛기침하며] 현장 검증은 연기를 잘해야 돼
저기 기자들도 많고 사람도 많은데
연기를 잘해야 돼, 알았어? 실감 나게, 어?
- (의경) 자세는 어때요? - 더 숙여, 더 숙이고
(의경) 뭘로, 뭐부터 해야 되죠?
[두만이 우왕좌왕한다]
원래는요
순서를 딱 정해 갖고 해서 해야 좋은데요, 예?
1번 뭐, 2번 뭐, 이렇게
네가 써 오지 그랬어, 이 새끼야 바빠 죽겠는데, 씨발, 쯧
반장님
(구 반장) 뭐 있어?
어차피 현장 검증 제대로 되긴 글렀습니다
[두만의 격앙된 목소리]
더 엉망진창 망신당하기 전에 취소시키세요
야, 이거 봐, 이거 봐
아, 자네는 여기 들어오지 말라고 그러는데
왜 들어와서 또 말이 많아, 어?
아이, 거, 아무 핑계나 대세요
그 용의자가 몸이 아파서 그다음으로...
[버럭 소리 지르며] 서 형사!
[작은 소리로 달래듯이] 야, 왜 이러는 겨 다 된 밥에 왜 똥물을 끼얹는 겨
아, 아까부터 계속 말씀드렸잖아요
백광호, 쟤 범인 아니라니까
야, 조용히 못 하...
아이, 아니, 반장님
죽은 여자 목에 끈 같은 걸로
세 번이나 꽁꽁 묶어서 매듭을 만들어 놨잖아요
쟤 백광호 손 한번 봐 봐요
저 손으로 뭘 묶는다는 게 가능합니까?
나가
- 아, 애들도 웃어요 - 나가란 말이야
[태윤의 짜증 섞인 신음]
(구 반장) 콱, 씨
(두만) 브라자 끈 잡고
(용구) 야, 인마 집중해, 집중
- (광호 부) 광호야, 아빠다 - 아빠다, 아빠!
(광호 부) 야, 광호야, 아빠다
(구 반장) 아니, 저건 또 뭣이여?
아빠!
야, 인마, 너 아니잖아 너 안 죽였잖아! [주위가 소란해진다]
맞아, 내가 안 죽였어
(기자1) 백광호 씨, 범행을 부인하는 거요?
얘기해 봐요, 얘기해 봐 괜찮아요, 자, 자
[시끌벅적하다] (광호 부) 안 죽였다!
내 아들 죄 없다!
[시끌벅적 아수라장이 된 현장]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구 반장) 어허
어차피 글렀어 [주방에서 칼질 소리 들려온다]
더 이상 말 마
야, 너 아까참에
최홍일 검사 표정 못 봤냐?
그래도 그렇지, 씨발 영장 기각이 말이 됩니까?
물증까지 있는데
물증? [구 반장의 한숨]
그 발자국 사진?
[태윤의 비웃음]
아, 백광호 그냥 풀어 주는 겁니까?
아, 그럼 어쩔 것이냐?
자백만 가지곤 뭐, 성립이 안 된다는데, 뭐
자백도 자백 나름이지
아, 반장님도 녹음 테이프 들었잖아요, 어?
그놈 자기 입으로
아주 세부적인 얘기까지 좔좔좔 불었어요, 예?
그, 그, 진짜 범인이 아니고는 도저히 모르는 것들
목 조르는 순서 같은 거
당신도 들었잖아, 그 산꼭대기에서
솔직히 그거 미리 대사 연습 시킨 거 아니야?
뭐?
야, 조용히 해, 조용히 해 밥이나 먹어, 밥이나
진짜, 쯧
[구 반장의 옅은 숨소리]
[두만의 씩씩대는 숨소리]
아, 이거 뭐야
아까 짜장이랑 면이랑 따로따로 달라 그랬는데
이런... 좆같이, 씨...
[무거운 음악] [기차 신호음]
"살인"
[확성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그, 1차 그, 사건 현장 하고
그 2차 사건 현장 요, 이제 요, 그, 직선거리가
아, 이게 한 1,000m 정도
1km도 채 안 되는 그런, 예, 짧은 거리로 있습니다
[옅은 한숨]
아, 피해자는
그, 12일, 16일
그, 양일간에 그, 12시
아, 10, 12월 16일
12월 16일 그, 12시에
어, 방천 소재 그 양지 다방에서
아, 한성근 그, 회사원 32세입니다
(두만) 쩝, 맞선을 봤지, 아마?
[멋쩍은 숨을 내뱉으며] 그러니까 뭐
[헛기침하며] 어, 어쨌든 그 현장에서
족적이 1점이 나왔고 어, 혈흔이 그 2점
정액이 1점
그, 촘, 체모 이때 정액이 나왔었나, 어?
(용구) 예? 예, 예
(두만) 어...
[풀벌레 울음]
(신 반장) 죽은 두 여자 말이야
뭐, 공통점 같은 거 없나?
(두만) 공통점...
뭐, 일단...
둘 다 미혼이라는 점?
상당히 예쁘다는 거요
(신 반장) 또?
(태윤) [무심하게] 사건 날 전부 비가 왔어요
(신 반장) 비?
다들 비 오는 밤에 살해됐다고요
(신 반장) 그래?
그리고 빨간 옷
죽은 여자가 빨간 옷을 입고 있었어요
(신 반장) 두 명 다?
아니요, 세 명 다
세 명이라니?
- 뭔 소리야, 지금 - (용구) 예?
살해된 여자가 하나 더 있어요 아직 시체가 안 나와서 그렇지
[서류를 바스락 꺼내는 태윤]
이거 실종자 신고 서류인데요 이름 독특하죠?
'독고현순, 27세'
두 달 전 7월 18일 실종됐습니다
참, 내, 난 또 뭐라고
독고현순? 걔 나랑 잘 아는 애야
그, 이 동네에서 현순이 쟤 모르면 간첩이에요
저기 그, 정솔면에 독고현순이라고 이쁜 애가 있는데
그, 저기, 얼굴 하나는 뭐 미스코리아 뺨칩니다
그, 집 나갔다고 그때 그, 실종 신고도...
- (신 반장) 아, 참, 시끄럽다, 좀 - (두만) 용구 네가 담당하고...
이건 단순 실종이 아닙니다 반장님
서류들만 자세히 훑어봐도 알 수 있죠
서류는 절대 거짓말 안 하거든
그 실종 당시에 독고현순이 입은 옷이
붉은색 남방입니다
서류에도 떡하니 나와 있죠
그건 뭐야?
예, 이거, 여기 사인펜으로 표시된 부분이
실종되던 날 날씨입니다
그날 저녁도 비가 왔죠
비 오는 날, 빨간 옷?
씁, 확실해요 살해된 겁니다, 같은 범인한테
에헤, 영 동네 돌아가는 걸 모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현순이 얘, 맨날
'나 서울 간다' '서울 간다' 했던 애야...
(신 반장) 어허
(태윤) 시체가 어디쯤에 있을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제일 뒷장 지도 보세요
- 예 - (신 반장) 응
제가 여기에
실종 당일 날 이 여자 동선, 예상 범행 지점
전부 체크해 봤습니다
전경 2개 중대만 붙여 주십시오
이틀 안에 찾습니다
자신 있나?
[풀 밟는 소리가 바스락 들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용구) 근데, 형님
- (용구) 대학생 애들 - (두만) 어? 왜?
(용구) 엠티 가면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다 따먹고
뭐야, 여럿이 한 방에 모여 가지고
막 떼씹하고 그런다며?
그거 진짠가?
- 어? - 몰라, 이 새끼야, 빨리해
아, 형님은 그, 뭐 2년제라도 나왔잖아, 어?
엠티, 거, 오리엔테이션 뭐, 이런 거 안 가 봤어?
어?
아이, 몰라, 인마
저 4년제 나온 저 태윤이한테 한번 물어봐
떼씹하는지
- 자 - 씨발, 4년제
난 고등학교를 4년 다녔는데, 씨바
요렇게, 아니...
[한숨 쉬며] 새끼야, 치워
아이고, 그나저나 현순이 한번 보고 싶다
그렇죠?
하기사 뭐 [태윤이 소리친다]
걔, 이 동네에 썩기는 아까운 애예요 [호루라기 소리]
걔, 서울 가 가지고 말이야
(태윤) 야, 야, 움직이지 마!
- (태윤) 야, 비켜 - (두만) 왜 그래?
(태윤) 야, 이 새끼야
(두만) 저기 뱀 많은데
(태윤) 손대지 말란 말이야, 이 새끼야!
[전경의 헛구역질]
[전경의 토악질]
시체란 게 부위마다 썩는 속도가 다르거든요
봐 봐
오래된 시체인데도
이런 덴 이거 멀쩡하거든 허벅지, 응?
강간 흔적도 나왔죠?
정액 조금 나왔지
그런데 너무 오래돼서 혈액형 판정 불가
(두만) 현순아, 이놈아
보시다시피 이번에도 피해자 물건만 사용했어요
그래, 목 졸린 것도 본인 스타킹 맞지?
(태윤) 예
피해자 팬티를 얼굴에 덮어씌운 것도
이향숙 사건 때랑 똑같죠
손 꽁꽁 묶은 것도 똑같네
살해 수법, 뒤처리 방법 자기 노하우가 확실해요
철저하다
깔끔하죠
[신 반장의 한숨]
(신 반장) 그러니까네, 아직꺼정
목격자도 한 명도 없다 이 말이지?
[광호 부의 웃음]
어떻게, 이 안창살로다가 좀 더 드릴까?
아유, 됐어요, 뭐, 고기는 됐고
씁, 그, 백광호 어디 갔어요? 오늘 안 보이네, 어?
- (용구) 카... - (광호 부) 무슨, 무슨 일로
내가 [두만의 헛기침]
아드님 줄라고 내가 뭘 사 왔는데
나중에 주세요, 오면
(광호 부) 아이, 이게 뭐요?
그, 예전에 그 광호 신고 있는 운동화를 보니까
그 하도 낡아 가지고 냄새도 나고 이래가
내가 마음이 아팠어요, 예?
[태윤의 코웃음] 언제 한번 새 신발 하나
사 줘야지, 사 줘야지 하다가
내가 나이키, 어? 하나 사 왔어
(광호 부) 아이, 뭘 이런 걸...
[쿠당탕] [놀란 사람들]
저놈의 자식은 맨날 이상한 데서 처자고 있어!
[아파하는 두만] [밖에서 손님이 주인을 부른다]
(광호 부) 예, 가요
(두만) 백광호
이 새끼, 이거, 이거
너, 사이즈 250 맞지, 어?
자, 나이키
[기뻐하는 광호] 신어 봐
[두만의 웃음] (태윤) 그거 줘 봐, 줘 봐
줘 봐
(두만) 예전에... [헛기침]
이거, 나이키가 아니고 나이스구먼, 나이스
- 엔 아이 시 이 - 야, 야, 나이키나 나이스나 뭐
신고 다닐 때 튼튼하면 됐지, 뭐, 쯧, 자
[태윤 중얼거리며] 이왕 사 줄 거 그걸 또, 진짜 사 주지
그걸 짜가를 사 줘요 짜가를, 아휴
멋있네, 어?
[두만의 웃음]
(용구) 카...
한 잔 받아라
(용구) 야, 맷정도 정이라더라
인마
앞으로 형, 거 길거리에서 만나면 도망가지 말고
인사하고, 응? 그래
그래, 용구 아저씨가 너, 인마 가고 나서 울...
(용구) 참 씨, 어휴
[용구의 헛기침]
[컵이 떨어진다]
(광호 부) 야! 너, 너 어디 가냐, 인마! [문이 세게 여닫힌다]
(두만) 아이, 저기... [두만의 헛기침]
(태윤) 보셨죠, 반장님?
저 친구야말로
우리가 찾는 범인하고 가장 거리가 먼 타입입니다
그러니까 저런 애를 붙들고
지지고 볶고 시간만 낭비했으니 그게...
(두만) 서 형사
요 고기도 좀 드시고 말씀을 하세요
난 탄 고기 안 먹는데?
♪ 꽃 피는 봄이 오면 ♪
(두만과 용구) ♪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
♪ 노래하는 제비처럼 ♪
[두만의 힘주는 신음]
(두만과 용구) ♪ 언덕에 올라 보면 ♪
♪ 지저귀는 즐거운 노랫소리 ♪
(용구) ♪ 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 ♪
[용구의 신난 괴성]
(용구) ♪ 당신은 소식이 없고 ♪
(두만) 서 형사님?
(용구) ♪ 오늘도 ♪
(용구와 두만) ♪ 언덕에 혼자 서 있네 ♪
어이, 서울 촌놈
(태윤) 왜?
여긴 뭐 하러 왔어? 서울에서 이 촌구석까지
(두만) 어?
범인 잡으러
[즐겁게 떠드는 용구와 여자]
서울이 그렇게 넓냐?
어? 넓어?
미국보다 넓어?
[포도를 툭 던지며] 야, 거기
바나나 좀 줘 봐
[키득거리는 용구와 여자]
(두만) 씨, 미국 말이야
[용구의 웃음]
에프비아이라고 있어, 에프비아이
그 새끼들이 수사하는 거 보면 말이야
어떻게 하는 줄 알아?
반짝반짝, 반짝 대가리를 존나게 굴려
어? 분석하고 말이야
뭐, 왜 그런 줄 알아?
씨발, 땅덩어리가 어마어마하거든!
그러니까 대가리를 안 굴리면 그 큰 땅덩어리가 커버가 안 돼
그러니까 머리를 쓸 수밖에 없는 거야
미국 에프비아이 새끼들이
근데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말이야
이 두 발로 몇 발짝 뛰다 보면 다 밟혀
다 밟히게 돼 있다고
어? 왜 그런 줄 알아?
땅덩어리가 씨발, 좆만 하거든
그러니까 옛말에
'대한민국의 형사들은 두 발로 수사를 한다'
이런, 어? 옛말이 있어 이 새끼야, 어?
너처럼 잔대가리 굴리는 새끼는
저 미국 가, 이 새끼야 미국 가서...
에이, 씨발
좆 까지 말란 말이야, 씨발 놈아 [신 반장의 힘겨운 신음]
에이씨...
씨발 새끼가, 진짜
[신 반장의 헛구역질]
- (태윤) 아, 안 놔? - 너, 이...
[신 반장의 토악질]
(두만) 에이씨
(태윤) 야, 이거 좀 드려 [신 반장의 토악질]
[신 반장의 힘겨운 신음]
이, 이것 좀 치워라 이것 좀 치워, 치워라, 이거!
[신 반장의 힘겨운 신음]
[태윤의 한숨]
[신 반장의 힘겨운 숨소리]
[신 반장의 기침]
다 쏟아내니까 좀 정리가 되네 머리가 좀 돌아가네, 아이
[신 반장의 힘주는 신음]
좀 정리가 딱 되네 범인에 대해서
이놈의 새끼, 이게
또다시 범행을 저지를 거라, 이기 비가 찔찔 오는 밤에
따라서 우리는!
한 박자 먼저 움직인다
선제공격
오케이?
너희들 이놈의 새끼들!
다시 한번 내 앞에서 싸우고 지랄병 하면
내 손에 죽는 줄 알아! 이 새끼들아
아나?
[탁, 탁]
[새들이 지저귄다]
[천둥] [개가 왈왈 짖는다]
[천둥]
[가요가 흘러나온다]
(공무원) 아, 그러니까 여러분 잠깐만 그대로 있으세요...
[여고생들이 소리친다] (공무원) 아, 잠깐만
[시끌벅적하다]
[펑펑]
[여학생의 비명]
[용구의 힘주는 신음] [아파하는 여학생]
(신 반장) 비 잘 온다
준비됐나?
[불길한 음악이 가요에 섞인다]
[차 안에서 가요가 흘러나온다] [용구 웃으며 감탄한다] 어허, 귀옥이, 이야
이 새끼, 시끄러워, 인마
[용구의 멋쩍은 헛기침]
그나저나 쟤 저러다 진짜로 당하면 어떡하냐?
(용구) 에이
저 근처 어디선가
서태윤 형사가 바짝 뒤따라가고 있을걸요?
아, 니미, 함정 수사
아, 비 올 때마다 이 짓을 해야 되냐?
그래도 뭐, 그 덕분에
귀옥이 쟤 빨간 치마도 입어 보고
화장도 딱 하니까 완전히 딴사람 같네요, 쟤?
- 그래서 - 쟤가 저렇게 이뻤나?
쏠리냐?
아이, 형님, 저 뭐 하시는 겁니까?
어디 커졌나 보자
- 아, 저, 지금 근무 중... - 오, 용구
(태윤) 야
여기서 뭘 제대로 보긴 보는 거야?
[의경이 피식한다]
요샌 사람들이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의자를 쓱 당기는 의경]
(귀옥) 저기 누가 오는데?
[달려오는 발걸음]
(귀옥) 얘들아, 얘들아!
(귀옥) 이쪽
[학생들의 가쁜 숨소리]
[당황한 귀옥]
- (태윤) 아유, 조심해야지 - (귀옥) 어유, 젖은 것 봐
야, 너희 여기 좀 있다가 비 좀 그치면 가
우산 쓰나 마나다
(남주) 이것도 학교 앞에서 줏은 거예요
[귀옥의 웃음] (소현) 누가 버린 거예요, 버린 거
(남주) 저, 언니 언니도 능 4리 쪽으로 가세요?
인마, 형사님이셔
에이, 뻥이죠?
경찰서 강력계 형사라니까
- 진짜요? - (의경) 그래
너희 좀 있다가 우리 차 오면 타고 가, 태워 줄게
와, 그럼 경찰차 타는 거네?
(태윤) 야, 야, 야
너희 일찍일찍 다녀
왜 이렇게 밤 늦게 돌아다니냐?
우린 맨날 둘이 같이 다니니까 괜찮아요
에이 넌 혼자 다녀도 괜찮겠는데?
[남주의 토라진 숨소리]
[의경의 웃음] 야, 야, 남주야
너 아까 그 얘기, 그거 해 드려
(남주) 뭐?
아까 우리 청소할 때 한 얘기 있잖아
범인 얘기
아, 맞아 아저씨, 그거 알아요?
범인이 어디 사는지
이거 진짜인데요
우리 학교 안송여중요 거기 뒤에 오래된 변소 있거든요
그 변소 밑에 미친 남자가 숨어 사는데
그게 바로 범인이래요
하루 종일 숨어 있다가 밤만 되면 싹 나와서
여자들 죽이는 거래요
이야, 그럼 범인이 밤에 나타나면
저 멀리서부터 똥 냄새가 싹 나겠다, 그렇지?
[남주의 힘겨운 신음]
[의경의 웃음] 그게 아닌데
유진이가 그러는데
어떤 미친 여자가 빠져 죽은 거라매?
(명자) 그럼 내가 우산 들고 공장 앞으로 나가지, 뭐, 어?
에이그, 됐네요
[어이없는 듯 웃으며] 그래
네, 알겠습니다, 금방 갈게
(명자) ♪ 그대 내 곁에 있어요 ♪
♪ 떠나가지 말아요 ♪
♪ 나는 아직 그대 사랑해요 ♪
♪ 혼자 걷다가 ♪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 어두운 밤이 오... ♪
[서두르는 발걸음]
[노래를 따라 하는 휘파람 소리]
[불길한 음악]
[고조되는 긴장되는 음악]
[명자의 비명]
[전화벨 소리]
[전화벨 소리]
여보세요?
모두 현재 위치에 정지!
본인 주변에 있는 것들 아무것도 건들지 말고
한 발짝도...
(태윤) 이봐, 당신! 당신 말이야
감식반 올 때까지 전부 움직이지 마!
[두만의 옅은 한숨]
(태윤) 보세요
이런 게 진짜 범인 발자국이죠
그, 저기, 저쪽에 레미콘 공장 보이시죠?
(태윤) 그러니까 저 공장 앞에서 여자를 붙잡은 다음에
요기, 요 장소까지
거의 400m쯤을 조용히 끌고 왔어요
(신 반장) 흠
신랑 신부 나란히 입장하는 것 같네
[의아한 숨을 들이켜며] 근데
발자국 말고는 아무것도 찾아낸 게 없다 이 말이지, 어?
피해자 우산에서 범인 지문이 나올까 싶었는데
결국 안 나왔습니다
그나마 그 발자국도 빗물에 뭉개져 가지고
족적 판명이 정확하게 잘 안 돼요
현장 보존 잇빠이 해 봐야 어차피 나오는 거 하나도 없네
씁
그래서 말이죠, 반장님
난 이게 오히려 힌트가 아닌가 생각이 들거든요
힌트
뭔 소리고?
이 사건 현장에
범인의 흔적이 하나도 안 나온다라는 거
그 강간 사건 때는 말입니다
그 저기, 사건 현장에 그, 이...
범인 새끼 거시기 털이
반드시 몇 개쯤은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라디오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따라서 범인은 말이죠
애초부터 여기에 이, 털이 하나도 없는 놈이다
이겁니다
무모증 같은 거?
그렇죠, 무모증, 어?
완전 백대가리
(신 반장) 응
현장에 흘릴 터래끼 같은 기
애초부터 없는 놈이다, 이거지?
예를 들면 말이죠
중놈이 거기의 털을 밀어 버렸다
[손가락을 딱 튕기며] 완전히 완벽한 거지
(용구) 씁, 저기, 그럼
저, 이 근처에 저 용덕사라고 절이 있거든요?
거기부터 한번 밟아 볼까요?
[신 반장의 한숨]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두만) 어이, 저, 귀옥이 - (귀옥) 예?
라디오, 라디오 라디오 켜 있잖아
(귀옥) 아이고
[라디오를 툭 끄는 귀옥]
(귀옥) 저기, 커피는...
어, 나는 설탕 많이, 응?
- (신 반장) 어이, 서 형사 - (태윤) 예
씁, 뭣이 삥 하고 오는 거 그런 것 좀 없나?
글쎄요, 뭐 오늘 보신 것처럼 그...
범인이 워낙 빈틈이 없고요
- 그래서? - 그, 따라서 이게 그
평범한 그, 상식적인 수사는 뭐, 별 소용이 없을 것 같고
아, 그게 뭐고? 도대체 우째 하자는 긴데?
아, 참말로, 내...
(귀옥) 저기, 제가 뭣 좀 보여 드릴 게 있는데요
귀옥이, 오늘은 또 뭘 보여 주려나
(신 반장) 이, 뭔데?
저 FM 라디오 방송국에서 받은 자료인데요
이거, 뭐, 무슨, 그 노래 방송한 목록 같은데?
[쓸쓸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예, 제가 자주 듣는 '저녁 인기가요'란 프로인데
그 프로에 이 '우울한 편지'를 꾸준하게 신청하는 사람이 있어요
거기 자세히 보시면 이 노래 방송된 날짜거든요
(신 반장) 응
사실 이 노래가 별 히트곡이 아니어서
자주 틀어 주는 노래는 아니에요
노래, 뭐? 뭔 편지?
'우울한 편지'요
가수는 유재하
- 조용필 밴드에 있었다나 - 어, 그래, 드럼 치고
그래서?
근데 이 노래 방송된 날이
전부 여기서 사건 터진 날이랑 일치해요
(귀옥) 보세요
10월 20일 박보희 사건 날이죠?
그리고 12월 19일 이향숙 죽은 날
그럼 어젯밤 박명자 죽을 때도
이 노래가 나왔단 말이야?
네, 어젠 제가 직접 들었어요
디제이가 그거 틀어 주면서 신청자 엽서를 읽어 줬는데
'태령읍에서 외로운 남자가 보냅니다'
'비 오는 밤 꼭 틀어 주세요'
[두만의 어이없는 웃음]
미스 권, 나이스, 굿 아이디어!
씁, 추리 소설 많이 봤구먼 학교 다닐 때, 어?
자, 얘기 잘 들었어, 자
(태윤) 씁, 반장님, 이거 우연치곤 너무 정확한데요
이게 서류 보세요 서류는 절대 거짓말 안 하거든요
어허, 참 또 시작이다, 또 시작이야
이 봐라, 범인이 지독한 사이코다 보니까네
이 노랫소리 딱 듣는 순간에 고마 눈이 히뜩 디벼진다는 거지
어허, 반장님까지 또 왜 그러세요, 진짜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거참
저, 말 됩니다, 반장님 쉽게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저, 애국 조회 할 때
애국가 부르고 시작하는 거랑 똑같은 겁니다
방송국 엽서 그거 확보됐나?
아, 그게 저, 얘기는 해 놨는데
그, 그 사람들 워낙 정신이 없어 가지고
엽서 빨리 확보해 갖고
우체국 소인, 지문, 필적 확인해 봐, 알았지?
(태윤) 예!
권 순경, 빨리 방송국에 확인 전화 해 봐
어서, 퍼뜩
[신 반장의 깊은 한숨]
[쓸쓸한 음악이 툭 끊긴다]
무모증
이거 어떡할 겁니까?
뭐?
아까 얘기하던 거 여기 털 없는 놈들
- (용구) 백대가리요 - 참
그거 조사 우째 하려고 그래?
길 가던 남자들 바지 한 번씩 다 벗겨 볼래?
(두만) 아...
[어두운 음악]
아이, 내가 어제 그 엽서 말이에요
그거 잘 좀 보관해 달라고 전화했던 거 기억 안 나요?
아이, 무슨 엽서요, 예?
어제 저녁에 방송했던 거 말이에요!
아, 봐 봐, 깔린 게 엽서야
아저씨
아, 입어요, 입어, 입어
아휴, 형사 양반
그 쓰레기는 어저께 거는 벌써 다 싣고 갔지
찾아보나 마나래도 글쎄
[깡통을 툭 찬다]
[설영의 옅은 숨소리]
(설영) 뭐 해? 안 씻어?
(두만) 고만 좀 씻자
살이 퉁퉁 불어 터진다 불어 터져
(설영) 거기에 털 없는 사람 찾긴 찾았어?
[두만의 한숨]
찾기는 개뿔을 찾아 사우나비만 왕창 깨졌지
씨발, 그 영수증 처리도 안 되는 건데, 쯧
그래도 덕분에 얼굴은 하얘졌어, 좋아
좋기는, 니미
하루에도 몇 번씩 입었다 벗었다, 입었다 벗었다
있던 털도 다 빠지겠다, 쯧
[설영의 질색하는 신음]
때밀이 새끼한테
'거기 털 없는 새끼 보거든 나한테 연락 주세요'
이러면서 명함을 주면
이 씨발 놈이
나 보고 씩 웃어요
혼자 고생하지 말고 딴 애들도 좀 시켜
[설영의 한숨]
서태윤
씁, 그 서울서 왔다는 놈 요새 뭐 해?
최신 가요 연구 중이다
뭐?
그런 게 있다, 씨발
걘 요새도 그렇게 헛소리하나 봐?
깝깝하다
정 답답하면
무당집 같은 데라도 가 봐
무당?
그래
용하다는 점집 가서 한번 물어봐
범인이 동쪽에 있는지 서쪽에 있는지
(설영) 응?
[두만의 복잡한 숨소리]
[쌀알을 뿌리며] 경찰서 정문이 문제가 있어
씁, 동쪽이 아니라 서남쪽으로 한 10m쯤 옮겨야 돼
방금 얼굴 하나가 싹 스쳐 갔는데
그놈인 것 같아
[풍경이 딸랑 울린다]
요 얼굴들 중에 그놈 있어, 범인?
어디서 잡것들 사진을 디밀어, 쯧
(두만) 아니, 좀, 보, 보라고, 이거
안 치워?
재수 없게시리
[두만의 멋쩍은 숨소리]
요거 갖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봐
거, 부적이나 팔려고 그러지 말고
[풀벌레 울음]
(두만) 잠깐, 잠깐, 잠깐 가만 좀 있어 봐, 인마
[두만의 옅은 신음]
사건 현장의 흙을 잘 섞는 거야, 이렇게
[손바닥을 툭툭 털며] 저어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그랬어
이제 부어라
(두만) 됐어
[두만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두만) 그렇지
그래
[입바람을 후 부는 두만]
이걸 이렇게 잘 말리면 이 얼룩얼룩한 게
범인의 얼굴 형상이 돼서 나타난다 이 말씀이야
[입바람을 후 부는 두만] 말도 안 돼요, 이게...
이 새끼가 부정 타게시리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이 새끼야? 쯧
재수 없게, 씨발
[입바람을 후 부는 두만] [다가오는 발걸음]
[입바람을 후 부는 용구]
(용구) 뭐야, 저거?
너도 알지?
범인은 사건 현장에 꼭 다시 온다
[산새 우는 소리]
[용구의 다급한 숨소리]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두만) 가만있어라
저게...
(두만) 아니, 저 새끼가 여기 웬일이야
뭐 하러 왔어?
[쓸쓸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랄하고 있네
씨발, 과학 수사를 해야지, 과학
저, 뭐 하는 짓이야, 저게
그래도 폼은 좀 나는데요?
[다가오는 발걸음]
[카세트를 탁 끈다]
[남자의 힘주는 신음]
[남자의 힘주는 신음]
[남자가 숨을 깊게 들이켠다]
[옅은 신음]
[바지 지퍼를 싹 내린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
[남자의 거친 신음]
[남자의 거친 신음]
[남자의 가쁜 숨소리]
[남자의 거친 숨소리]
[딱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놀란 숨소리]
(두만) 씨발 놈
[옅은 숨소리]
[박진감 있는 음악]
[용구의 다급한 신음]
[형사들의 힘주는 신음]
(태윤) 거기 서!
[태윤이 소리친다]
[두만의 가쁜 숨소리]
[태윤이 소리친다]
(태윤) 거기 서, 인마!
[개들이 왈왈 짖는다] [용구가 소리친다]
[형사들의 힘겨운 숨소리]
[태윤의 애쓰는 신음]
(태윤) 야, 이 새끼야!
[두만의 다급한 목소리]
(두만) 안쪽으로, 안으로, 가!
(태윤) 서, 인마! [놀란 형사들]
[형사들의 성난 목소리]
[형사들의 가쁜 숨소리]
[형사들의 성난 목소리]
(용구) 에이, 씨발, 진짜
(태윤) 저, 아줌마, 여기 이상한 사람 안 들어왔어요?
- 아니 - (태윤) 예?
- 아이씨 - 야, 야, 그때 경찰 아저씨
(남주) 뭐?
그때 거기 초소
(소현 모) 아는 사람이야?
하, 그 새끼 존나게 빠른 새끼네
씨발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용구의 힘겨운 숨소리]
없어? 저쪽 가 봐
[태윤의 힘겨운 신음]
[두만의 힘겨운 숨소리] 거, 동네 뒤쪽 제대로 보긴 본 거야?
야, 이 새끼야 네가 이 동네를 알기는 알아?
[어이없는 숨을 내뱉으며] 네가 아까 나뭇가지 밟았지?
나뭇가지를 밟든 똥을 밟든 그게, 뭐...
쟤가 밟았다, 왜 인마, 새끼야 [용구의 옅은 신음]
[개들이 왈왈 짖는다]
(태윤) 뭐야? [개들이 왈왈 짖는다]
저, 저 새끼, 야, 이 새끼야!
[박진감 있는 음악] (용구) 인마!
(용구) 정지!
[용구의 다급한 신음]
[용구의 가쁜 숨소리]
(태윤) 아, 뭐야, 또 이건 [용구가 씩씩댄다]
야, 어이, 어이!
[시끌벅적하다]
까만색
까만색 옷이야, 까만색
- 야, 너 빼고 다 까만색이야 - (용구) 까만색
작업 중지!
꼼짝들 하지 말란 말이야!
[공사장의 달그락거리는 소음]
조 형사!
예
(두만) 쟤들 좀 모아 봐
(용구) 어, 어이! 동, 동작 그만! 당신들, 잠깐 모여 봐
(용구) 고개들 들고
나란히 한번 서 봐요
내 눈을 똑바로 보실까, 어?
(인부) 어이, 어이, 어이...
[남자의 떨리는 숨소리]
[인부들이 웅성거린다]
[아파하는 남자] (용구) 이 새끼
(인부1) 왜, 왜 이래? 왜 잡아?
[아파하는 남자]
- (남자) 팔, 팔 - (용구) 야, 인마
- 야, 비켜, 비켜 봐 - (남자) 왜 이래, 왜 이래요
- 야, 이 새끼야 - (남자) 아, 아파, 팔, 팔
토껴, 이 새끼야, 네가?
[아파하는 남자] (용구) 일어나, 이 새끼
가, 가
[아파하는 남자] (용구) 가, 비켜!
가만있어
[인부가 말린다] (용구) 우린 경찰이야!
[인부가 용구를 말린다]
카...
[침을 퉤 뱉는다]
아니
뭐, 딸딸이 좀 친 게 뭐, 죄입니까?
으음, 죄 아니지
그럼 왜 도망을 치셨어요?
숲속에서 누가 톡 하고 튀어나오니까
겁이 확 나 갖고
아니, 그러게, 이 양반아
왜 집구석 놔 두고 딴 데 가서 딸딸이를 치세요?
집에야 애들도 있고
또 숲속이 공기도 좋고
네가 죽인 여자 생각이 나 가지고
거기에 간 거 아니야 이 새끼야, 쯧 [아파하는 병순]
[병순 처의 기침] (용구) 어, 어, 저기요
남편이 밤마다 동네 막 돌아다니고 그러죠?
예?
[병순 처의 신음]
뭐야, 이거?
(아이) 메롱, 메롱
(용구) 이리 줘 봐, 줘 봐 [병순 처의 기침]
(아이) 정의의 용사, 베트맨
(용구) 너 이 딱지 뭘로 접었어?
(용구) 응?
[병순 처의 힘겨운 숨소리]
[용구의 기가 찬 웃음]
허...
(병순) 근데 말이죠, 요즘에는 말이에요
이런 잡지들보다도
그, 우리 동네 실제 사건들이 훨씬 더 세요
이 사건 기사들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내가 또 왜 이러나 하면서도 [용구의 기가 찬 웃음]
또 언제 또 이럴 수 있나
[병순이 진술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이웃집 사람들 말로는
뭐, 아픈 마누라 병간호 잘해 주고
교회에 꼬박꼬박 잘 나가고
뭐, 성실하고 하여튼 뭐, 칭찬이...
원래 변태들이 다 그래요
겉으론 멀쩡하지
(두만) 그래도 내 눈깔은 못 속여요
딱 보면 티가 나
(신 반장 처) 여보
양말 여러 켤레 넣었으니까 저녁 먹고 갈아 신고
그리고 냄새나지 않게 좀 자주자주
알았다, 내 알아서 할게 빨리 가, 애들 밥 먹이라
[신도들이 찬송가를 부른다] 데모하고 난리 났다 받힌다이, 빨리...
(신도들) 불신 지옥, 조병순을 석방...
뭐, 또?
그, 조병순이가 밤새 자백을 했다면서요? 예?
누가 그래?
- (기자) 아이참, 반장님도 참 - (군인) 충성
[신도들이 찬송가를 부른다]
(기자) 정식 발표는 언제쯤 하실 겁니까?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조금만 좀 기다려 줘 봐
지금 영장도 없이 나흘째 조사 중이죠?
불법 구금이라고 말들 많던데요?
이번에는 아주
영화처럼 생생하게 해야 돼, 어?
시작
(두만) 아까 잘했잖아
- (두만) 용구야 - (용구) 이씨
(두만) 아, 그러니까
변소 뒤에 숨어 있는데
저 멀리서 박명자의 플래시 불빛이
파라라라락 보이기 시작하는 거야, 그렇지?
(병순) 예예, 예예, 그런 것 같아요 [문이 끼익 열린다]
그런 거야, 아니야? 이 자식아, 정확하게
그런 꿈 꾼 것 같아요
(병순) 아무튼 이, 이 여자에게 이렇게, 에, 다가가서
이, 이, 다, 당수로 이 여자의
목덜미를 이렇게 확 후려쳤, 쳤겠지요
이 날카로운 당수로...
그다음엔?
그러니 명자가 욱 하면서 쓰러졌겠죠? 어?
그래서 제가 이 여자를 이렇게 고대로 놓고서
- (병순) 덮치려고 하면서 - 야, 인마
그게 거기 아니잖아 저기, 저, 저...
[입 모양으로] 솔밭, 솔밭
[웃으며] 아
솔밭으로 여자 끌고 갑니다, 예? 그러니까 이 눈길에서 솔밭까지
뉴스 보면 말입니다
이게 무려 200m 아닙니까? 예?
상당히 먼 길입니다
그래도 이 비가 쫙쫙 오는데
- 여자 질질 끌고 갑니다 - (두만) 그다음에?
(두만) 그다음에
그, 여자 그냥 솔밭에 자빠뜨려 버렸죠 [문이 끼익 열린다]
그리고 목 졸랐죠, 뭐, 씨 [문이 철컹 닫힌다]
(두만) 뭘로 졸랐지?
가방끈
(두만) 진짜로?
스타킹
아, 맞다
브라자, 어? 비너스 브라자
(병순) 이 브라자로 여자의 목을 이, 이렇게
쭉 조르는데
요 여자가요
돌멩이를 갖다가
내 얼굴을 탁 쌔리더라 이거 아닙니까? 참
(두만) 어디 맞았어?
요기요, 요, 요, 요 눈 옆에 요기
[기가 찬 웃음]
꿈에서 맞았는데도 아프고 그래요, 예?
[웃으며] 참
[다가오는 발걸음]
[용구의 한숨]
(용구) 병순
너 자꾸 꿈, 꿈, 그럴래? 어? 어?
(두만) 야, 야, 됐어, 됐어 자, 고개 돌려, 일로
고개 돌려 봐
그 상처가 돌멩이 찍힌 상처지?
아니, 그건 이 아저씨가 어제...
시끄러워! 사진 봐 [카메라 셔터음]
(두만) 자
[병순의 못마땅한 숨소리] 지금까지 잘했으니까
저기, 이제 마무리해라, 어?
[병순의 떨리는 숨소리]
그러니까요
아, 제가 얼굴을 이렇게 돌멩이로 맞고 나니까
이, 정신을 못 차렸겠죠?
한참을 누워 있다가
정신 들어 가지고 싹 깨 보니까
깨 보니까
[두만이 가르쳐 준다] 변소더라 이거 아닙니까? 변소
- (두만) 어? - 똥통
[병순이 중얼거린다]
(용구) 하, 또 시작이야, 씨
(병순) 구더기가 바글바글한 거야
그거까지 마무리가 안 되냐?
[두만과 용구 계속 중얼댄다] 이 구더기 없앤다고 막 씻어 내고
겨우 지푸라기 탁 잡고 위로 올라오는데
[웃으며] 이게 꿈에서도 무척 힘들데, 어?
근데, 근데, 왔더니
이게 집이 아니고 어? 학교 변소더라, 이 말이지, 어?
[웃으며] 운동장으로 싹 나왔더니
이 운동장에, 여학생들이 그냥 바글바글, 바글바글
[중얼거린다]
(태윤) 어이, 잠깐, 이봐!
당신, 그 여학생 변소 얘기 어디서 들은 거야?
거, 뭐, 사람들 다 아는 얘기인데?
(병순) [어이없는 듯 웃으며] 꿈에서 봤다는 얘기지, 뭐
[시끌벅적하다]
(교사1) 사고 지점 아래쪽에서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좌우로...
- (교사1) 알았나? - (학생들) 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놔, 아, 놓으라니까!
- (교사2) 빨리빨리 움직여 - (남주) 놔
[교사1이 학생을 부른다]
[학생들의 힘주는 신음]
[학생의 해맑은 웃음]
(남주) 죽은 척해, 죽은 척
씁, 너 그때 말이야
그때 얘기했던 거
그 변소 얘기 누구한테 들은 거냐?
그거 때문에 오셨어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학생1) 저 사람 누구야? [태윤의 멋쩍은 신음]
(학생2) 몰라
왜 그러냐?
아까 내려오다가 까졌어요 속에 잔돌멩이 같은 게 있었나 봐
뭐야, 양호 선생 어디 간 거야?
줘 봐, 아저씨가 붙여 줄게
내가 할 건데
[웃으며] 아이고, 또 여자라고 꼬맹이가 앉아 봐, 얼른
자, 주고
자, 밴드 줘 봐
들춰 봐, 까진 데
씁, 너 아까 아저씨가 얘기한 거
그거 한번 잘 생각해 봐, 응?
(태윤) 아유, 자
씁, 범인이 뭐, 그 변소 밑에 숨었다가
밤중에 나온다는 그 얘기
(태윤) 제일 먼저 그 얘기를 한 사람이 뭐, 누구라든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참새 시리즈 제일 먼저 만든 게 누구냐?
그딴 거 물어보는 거나 마찬가지죠
[소현의 웃음]
차라리 요기 한번 변소에 가 보세요
인마, 넌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이냐?
[비명]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응? [멀리서 풍금 반주 들려온다]
그런 애들 얘기나 듣고서
이런 변소 같은 데나 기웃거리고, 어?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 괜히 사람 간 떨어지게 만들고
저, 원래, 원래 그 조사라는 게요, 그
뭐요?
[기가 찬 듯 웃으며] 조사 한번 칙칙하게 하네, 진짜
[태윤의 멋쩍은 신음]
아!
씁, 근데 그것 때문에 애들이 그런 얘길 하나?
사실 나도 한, 두 번인가? 본 적 있는데, 그 여자
여자요?
우는 여자
씁, 언제였더라?
어, 그때도 변소에 있었는데
씁, 어디서 여자 우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그래서 나올 때 보니까
저쪽 밭에서
어떤 여자가 일하다 말고 울고 있더라고요, 글쎄
[바람이 휭 분다]
(태윤) 여자가 울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보건 교사) 네
밭에서 계속 울고 있더라고
쯧, 보고 있자니 이상하데...
[바람이 휭 분다]
(태윤) 저기요
실례합니다
여기 사시는 분이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누구세요?
(태윤) 뭣 좀 물어볼 게 있는데요
씁, 저번에 그...
[여자의 겁먹은 신음] 아, 저, 저...
(태윤) 저, 잠깐만요
[여자의 떨리는 숨소리]
저, 이, 이거 보세요
(태윤) 경찰입니다
(여자) 정말요?
- 아이 - (여자) 지금 거기 계시면
- (태윤) 잠깐만, 그... - (여자) 누가 보면 안 돼요
예, 저, 아무도 없어요
[바람이 휭 분다]
[여자의 떨리는 숨소리]
(여자) 가세요
제발요
[여자의 떨리는 숨소리] [애잔한 효과음]
[버튼을 탁 누르는 귀옥]
(귀옥) 어떻게든 비밀 보장은 해 드릴 테니까 안심하시고요
같은 여자끼리니까 편하게
되도록이면 자세히 얘기를 해 주세요
[떨리는 숨소리]
그날 밤에
[힘겨운 숨소리]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밤이었는데
(귀옥) 그게 언제죠?
(여자) 그게 그러니까
[힘겨운 숨소리]
(여자) 작년 9월에
그동안 살해된 우리 동네 여자들
내가 신문에서 다 읽었거든요?
그 여자들 살해된 방법이
(여자) 완전히 똑같아
[울먹이며] 내가 당한 거랑
[흐느낀다]
(여자) 똑같아
[여자의 힘겨운 숨소리]
[여자가 울먹인다]
(귀옥) 얼굴 기억나시죠?
그놈 얼굴 안 보려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요
(여자) 팬티까지 씌웠는데도
눈을 꽉 감고 있었어
얼굴 봤으면
아마 나 죽였을 거예요
(여자) 딴 건 모르겠는데
그거 하난 확실하게 기억나요
손이 정말 부드러웠어요
(여자) 내 입을 막은 손이
진짜 여자 손처럼 곱고
부드러웠어요
[버튼이 탁 튕긴다]
[무거운 음악] [새들이 지저귄다]
(두만) 다 됐어
이제 우리도 좀 자자
여기 도장을 찍으면 이제 끝나는 거야
[용구의 하품]
[입바람을 후 불며] 네가 말한 대로, 어?
마음에 들지?
(병순) 예, 예
그, 그, 그러믄요
아이고, 이, 이제 이제 끝이네요, 예?
- 좀 풀, 풀어 줘요 - (두만) 뭐야?
[병순의 힘겨운 신음]
[아파하는 병순]
이 아저씨 풀어 줘, 범인 아니야
(두만) 뭐?
(태윤) 어이, 조병순, 당신 범인이야?
(병순) 예, 예, 예
[어이없는 듯 웃으며] 웃기지 마, 당신은 범인 아니야
(병순) 아유, 나 범인 맞는 것 같은데
(태윤) 빨리 풀어 주라니까!
- (병순) 왜 이래요, 또 - 이씨
(태윤) 아까 그 여자 진술 내용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서류...
(두만) 야! 개새끼 이게 그렇게 재미있어?
막판에 재 뿌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냐? 어?
다 잡은... 네가 뭔데, 이 새끼야
(태윤) 야, 이 새끼야 잡긴 뭘 잡아, 이 새끼야
(두만) 개새끼... [귀옥의 비명]
(두만) 너 처음부터 씨발 놈아 너 올 때부터 재수 없었어
네가 맞지? 네가 조병순이 매달은 거 맞지?
아, 저, 그게 하도 거짓말을 해 갖고
정신 똑바로 차려라 좀 지금...
(용구) 아, 잠깐, 반장님
이놈의 새끼들이 참말로
[두만과 태윤이 싸운다]
(신 반장) 씨
[귀옥의 비명]
[쓸쓸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귀옥) 이거... [볼륨을 올리는 귀옥]
[태윤의 놀란 숨소리]
뭐야, 이거
지금 라디오야?
방송이 지금 나가고 있나?
(귀옥) 네, 생방송
[불길한 음악]
아, 우선에~ 비상사태부터 날리고
아, 그라고요 전경 2개 중대만 좀 보내 주이소
정보가 있으니끼니 그런 거 아입니까?
오늘 밤에요 오늘 밤에 당장 터지고 맙니데이
예, 저기 급한 건인데 임희철 피디 좀 바꿔...
뭐요? 그만둬요?
(신 반장) 예
거, AD 바꿔 봐
[신 반장이 욕한다]
어, 그, 좀 전에 방송 나간 유재하 '우울한 편지'
그거 신청한 놈 이름하고 주소 불러 봐
아이, 신청 엽서가 있을 거 아니야!
뭐, 장난?
여기 경찰서야, 이 새끼야 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씨
- 제가 직접 갈게요 - (태윤) 어
저, 반장님, 병력 자원은요?
나머지 병력 한 명도 없단다
[기가 찬 숨소리]
전경들, 시위 진압 하러
수원 시내 다 나가 뿌렸다 카네, 고마
[태윤의 짜증 섞인 신음]
[까마귀 울음]
- (경찰) 여기요? - (농부) 아, 예
[경찰의 다급한 신음]
(태윤) 이름 안미선, 28세
범행 추정 시간은
어젯밤 7시 반에서 8시 사이입니다
느그 둘이 정신없이 싸우고 있을 때
그때 다했구먼, 그렇지?
(부검의) 가만있어 봐
질 속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핀셋을 잘그락 집는 부검의]
[이물질을 빼는 부검의]
이거 복숭아 조각인데?
[당황한 두만]
[두만의 깊은 한숨]
[부검의의 한숨]
전부 아홉 개
[두만의 한숨]
근데
서울에서도 이런 거 자주 보나?
[어이없는 듯 웃으며] 전혀
[서류를 바스락 넘기는 두만]
그래, 네 말이 맞다
(태윤) 뭐가?
애초부터 이런 놈들하고
쓸데없는 짓을 했어 [문이 철컹 열린다]
(부검의) 저기
방송국에서 전화 왔어
씁, 엽서 그놈 찾았다는 것 같은데?
엽서 확보됐어요, 주소도 있고요
(귀옥) 적으실 수 있어요?
'태령읍 진안 1리'
(귀옥) '32번지 박현규'
[기차가 덜컹덜컹 지나간다]
[다가오는 발걸음]
누구세요?
(태윤) 경찰이에요
이 방에 박현규란 사람 어디 갔어요?
(집주인) 음...
지금 저 공장에 가 있을 시간인데
[의미심장한 음악] [자동차 경적]
(직원) 저기
야, 현규야, 박현규!
(직원) 박현규!
손 좀 줘 봐
[손을 탁 놓는다]
(태윤) 손이 아주 부드럽네?
공장 사무실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됐어?
작년 9월부터?
그럼
작년 첫 사건 나기 조금 전이네?
그러니까 네가 군대 제대 하고 이 동네 공장으로 온 뒤부터
여기서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난 셈이란 말이야
(태윤) 맞지?
[옅은 숨을 내뱉는다]
(두만) 박현규
네가 이 신청곡 엽서 보냈지?
네
전에도 여러 번 보냈지?
네
꼭 비 오는 날 틀어 달라 그랬지?
네
'우울한 편지'
이 노래 나올 때마다 여기서 여자 죽은 거 알지?
아니요
[기가 찬 한숨]
방송 기록 잘 봐 봐 보여, 안 보여?
그래, 좋아
어제도 네 신청곡 나왔지? 유재하 '우울한 편지'
예
라디오 들었지? '저녁 인기가요'
네
네 신청곡 나온 건 7시 8분 그 프로 끝난 건 저녁 8시
- 그것까지 들었어? - 네
- 계속 네 방에서 들었냐고? - 네
그럼 그 프로 제일 마지막에 무슨 노래가 나왔어?
몰라요
바로 어제인데 몰라, 이 새끼야!
기억 안 납니다!
기억날 리가 없지 넌 그때 집을 나갔으니까!
집에 있었어요!
어제 죽은 안미선 사망 추정 시간 저녁 7시 반에서 8시 사이
넌 그 시간에 라디오를 듣다 말고 뛰쳐나간 거야!
웃기지 마
(신 반장) 야, 조용구!
야, 이 씨발 개좆 같은 새끼야, 장난하냐?
니 인마, 그 손 못 놓나?
인마!
[용구의 거친 숨소리]
내 뒤로 와
아저씨들
죄 없는 사람들 잡아다 족치는 거 동네 애들도 다 알아
(용구) 아가리 닥쳐, 이 개, 씨
(신 반장) 일로 오라 안 카나?
[용구의 성난 숨소리]
하여튼 난 안 당해
절대 안 당해
[태윤의 못마땅한 숨소리]
그래, 좋아, 박현규
어제 그 프로를 집에서 끝까지 들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네가 마지막 노래를 기억 못 할 리가 없어
왜냐하면
디제이가 마지막 노래를 소개하면서 아주 인상적인 멘트를 했거든?
엽서를 자주 보내는 네 얘기까지 곁들이면서 말이야
(태윤) 본인인 네가 그걸 들었다면 기억 못 할 리가 없지
말해 봐, 끝까지 들었다며?
기억 안 나요
기억이 안 나?
내가 대신 설명해 줄까?
(태윤) 어제 나온 방송 그대로 녹음된 거다
[쓸쓸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비 오는 어젯밤에 넌 이 노래를 듣고 있었어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오고
노래는 들려오고
어느새 몸이 근질근질거리기 시작하지
이 노래만 들으면 네가 늘 하는 짓이 있으니까
(태윤) 주인집 아줌마 방에선 텔레비전 연속극 소리가 흘러나오고
넌 네 방에 불을 켜 둔 채로 슬그머니 집 밖으로 빠져나왔지
[짜증 섞인 숨소리]
(태윤) 그리고서는 캄캄한 어둠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어
오늘은 누굴까? 오늘은 누굴까?
(태윤) 그렇지?
그리고 갈대밭에 숨어서 여자가 지나가길 기다려
비까지 흠뻑 맞으면서
그래도 너한텐 그 모든 게 즐겁지
짜릿하고 즐겁지
그래서 어제는 여자 몸에 이런 걸 쑤셨어
[당황한 숨소리]
복숭아를 몇 조각 넣었는진 기억나?
한 조각, 두 조각
- (태윤) 세 조각, 네 조각 - 집어치워요
(태윤)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좆 까지 마!
(두만) 앉아, 이 새끼야!
(신 반장) 조용구! [쨍그랑]
(용구) 씨발 놈아!
[고성과 몸싸움 소리]
때리지 말라캤제?
(신 반장) 응?
때리지 말라캤지, 내가! [놀란 용구]
애초부터 내 경고했제?
기자 새끼들이 우째 댕기는지 경고했지? 내가
(신 반장) 무식한 새끼야! [아파하는 용구]
[용구의 신음] 니, 앞으로
두 번 다시 취조실에 들어올 생각 하지 마라
[문이 끼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두만의 한숨]
(두만) 미치겠네, 진짜
[태윤의 한숨]
목격자가 있나
그렇다고 증거가 있나
뭐가 있어야 뭘 하지, 씨발, 쯧
(태윤) 목격자고 나발이고 씨발, 다 필요 없어
자백만 받아내면 돼
박현규 그 새끼를 죽도록 두들겨 패는 거야, 씨발
너 많이 변했다?
응?
그렇게 잘 한번 해 봐라 개쪽만 당하지
백광호 때처럼
[태윤의 옅은 한숨]
백광호...
전부터 한번 물어보고 싶은 건데
(태윤) 그때 백광호 산에 끌고 갔을 때 말이야
그 자식 삽질하다 말고
이향숙 죽을 때 얘기 조목조목 했었잖아
근데?
그때 그거
정말 백광호한테
미리 대사 연습 시킨 거 아니었어?
[어이없는 숨을 내뱉는다]
진짜 아니라니까
근데 어떻게 그 자식이
목 조른 순서 같은 거를...
(두만) 내 말이 그 말이야
테이프
그때 산에서 녹음했던 그 테이프 어디 있지?
미스 권, 귀옥이
[녹음기 속 광호] 햐, 향숙이가 몸을 약간 부르르 떨더니
[녹음기 속 두만] 응
[녹음기 속 광호] 완전히 죽은 것 같더라고
여기, 말투를 잘 들어 봐
[녹음기 속 광호] 향숙이 머리에
[웃으며] 머리에 씌운다
[녹음기 속 두만] 뭘?
[녹음기 속 광호] 향숙이 빤스를
향숙이 빤스를 모자처럼 쓱 덮어씌우던데?
자기가 한 짓을 얘기하는 게 아닌데?
[녹음기 속 두만] 그다음엔? 응?
그러네
[녹음기 속 광호] 벗긴 옷을 다시 입혔다
자기가 본 걸 얘기한다?
[녹음기 속 두만] 왜 그랬을까?
어?
[녹음기 속 광호] 나야 모르지
백광호가 목격자야
(형사) 이쪽으로 오십시오
[사람들이 대화한다]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여기 광호 어디 갔습니까? 예?
(광호 부) 아니, 우리 광호한테 무슨
(태윤) 아저씨, 저...
아니야, 아니야 우리 술 마시러 왔어, 술
여기 고기 좀 주세요, 예? 고기
[문이 끼익 열린다]
너, 이 새끼 여기서 뭐 해, 어?
[흥얼거리는 용구]
[손님들이 대화한다]
[태윤의 한숨]
야, 적당히 좀 마셔, 인마
방에는 없어
동네 좀 돌아볼게
(두만) 야, 야, 야 오락실부터 오락실, 어?
[힘겨워하는 용구] 너 여기 몇 시부터 와 있었냐, 어?
[침을 퉤 뱉는 용구]
백광호 못 봤냐, 어?
[코를 훌쩍이는 용구]
[손님들이 떠든다]
(TV 속 기자) 사건 발생 1년 11개월 만에 열리게 된 오늘 재판에서
재판부는 문 피고인에 대한 직접 심문에 앞서...
[어이없어하는 여학생1]
(여학생1) 저 형사 새끼들 거시기를 다 잘라 버려야 돼
(여학생2) 야, 야, 잘라도 소용없어
원래부터 무식한 새끼들이야
(남학생1) 조용히 해 봐, TV 좀 보게
[학생들이 대화한다]
(TV 속 앵커) 오늘 공판에서 재판부는
준강제 추행 혐의를 공소 사실에 추가했습니다
한방모 기자입니다
(TV 속 기자) 인천 지방 법원 형사 2부 이근웅 부장 판사는
오늘 공판에서 특별 검사가 제출한...
[학생들의 비명]
[학생들의 감탄과 웃음] (두만) 야, 인마!
(용구) 씨발...
[사람들의 비명]
[고성과 몸싸움 소리]
[사람들의 비명]
[치고받고 싸운다]
(용구) 야, 이년아, 너, 교수랑 했지?
박았지, 이년아?
야, 씨발 부모님이 등록금을 줬으면...
[사람들의 비명]
(두만) 야, 용구야!
(용구) 야, 씨발 놈아, 야
[사람들의 비명]
(여학생2) 경찰 불러, 경찰!
(두만) 놔, 이 새끼야
[놀란 두만]
[울먹이는 광호] (두만) 백광호!
개새끼야! [고통스러운 신음]
[당황한 숨소리]
[아파하는 용구]
[고통스러워하는 용구]
[사람들이 걱정한다]
[사람들의 비명]
(두만) 아, 이 새끼야, 놔 봐, 이거
- (용구) 광호야 - 야, 이 씨발
[광호의 겁먹은 신음]
(태윤) 야, 거기 서!
(광호 부) 박 형사님, 아니, 그게...
(태윤) 서! 백광호, 야, 인마!
야, 백광호! 거기 서, 인마!
[광호의 가쁜 숨소리]
[광호의 떨리는 숨소리] (태윤) 백광호!
[광호가 울먹인다]
(광호) 잘못했습니다
(태윤) 야, 인마 너 왜 그래, 인마! 내려와!
(두만) 야, 너 잡으러 온 거 아니야
저, 내려와, 빨리, 어? 인마
나 죽일 거지?
[씩씩대는 태윤] (두만) 야, 야
그,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은 없었던 걸로 하자, 어?
뭐, 싸움이 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뭐
어, 안 그래?
그러니까 괜찮으니까 내려와, 그냥, 어?
내려가면 나 죽일 거지?
[겁에 질린 숨을 뱉으며] 다 안다
야, 인마, 뭘 죽여, 인마 잠시 내려와, 빨리
아이, 아이, 그래, 알았어 그러니까
그, 거기에 가, 가만있어 봐 너한테 뭐, 좀 물어보자
그러니까 그, 너, 그...
그, 향숙이 생각나지? 죽은 향숙이
(광호) 응?
향숙이 예쁘지
[광호의 웃음]
그래, 인마 네가 졸졸 따라다니던 향숙이
근데 너, 그날 밤에 말이야
비 마구 오던 날 밤에 향숙이 죽는 거 봤지, 어?
(광호) 그거 전부 다 얘기했잖아
그때 숲속에서
[웃으며] 삽질하면서 얘기했는데
(두만) 그렇지?
향숙이가 살해되는 걸 본 거야 그렇지? 여기서
(광호) 어, 그래, 여기
[의미심장한 음악] 여기, 기찻길 연못
(두만) 너 그때
향숙이 죽인 놈, 얼굴을 봤어?
(광호) 응
(태윤) 정말 본 거야?
번개 쾅쾅
[천둥]
요런 데 속에서 자다가 다 봤다
[광호의 웃음] (태윤) 야, 그... 그러니까
얼굴 본 거지? 얼굴
세 번 봤다, 세 번
[천둥]
(태윤) 그 얼굴 정확히 생각나?
(광호) 잘생겼다
나보다 더 잘생겼다
[주머니를 쓱 뒤지는 두만]
(두만) 네가 본 게 이 얼굴이야?
(태윤) 사진 잘 봐 봐
[거친 숨소리]
어?
[떨리는 숨소리]
불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아?
사진 똑바로 봐, 이 새끼야!
불이 얼마나 뜨거운데
(태윤) 정신 차려, 인마! 정신! [호루라기를 분다]
자, 자
자, 잘 좀 봐
뜨거워, 뜨거워, 뜨겁다 뜨거워, 뜨거워
사진을 보라니까
[소리치는 광호 부] (두만) 야, 인마, 백광호
나 어렸을 때
아궁이에 날 집어던졌다, 저 사람이
- (광호 부) 광호야 - (남학생2) 야, 이 새끼들아
(태윤) 뭐야, 저거? 이런 씨
- (태윤) 야, 야, 야, 아저씨 - (광호 부) 한 번만 봐주십시오
뭐야, 왜 이래, 이 새끼야
(두만) 이 새끼가 이게
(광호 부) 학생들, 왜 이래!
[몸싸움하는 소리]
(태윤) 야, 씨발, 우린 경찰이야
(남학생3) 좆 까, 우리 안기부다, 씨발
(태윤) 야, 야, 야, 야!
백광호, 백광호, 잡아, 씨
(두만) 백광호!
(태윤) 야, 이 새끼야, 놔, 놔
(남학생3) 어디 가 [욕하는 태윤]
[가쁜 숨소리]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두만) 야, 광호야
[호루라기 부는 광호] 야, 너 찾는다고 인마
[기차 기적]
야
(두만) 저기 기차 오잖아, 인마! 너 일로 와! 어?
[호루라기 부는 광호] (두만) 야, 빨리 피해
[당황한 광호]
- (두만) 야, 야, 인마! - (광호) 거기 위험하다
- (광호) 아이, 가 - (두만) 기차
[욕하는 두만] 오지 마
- (두만) 저리 비켜, 이 새끼야 - 가, 가
인마! 어?
- (광호) 어? 위험해 - 야, 야!
[기차 기적] [두만의 비명]
여기 이렇게 있어도 돼? 다들 찾을 텐데
[빨래를 비비는 설영]
[옷과 가방을 쓱 챙긴다]
[문이 끼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투신"
(신 반장) 아, 예예 [시끌시끌하다]
아, 그기 저 기자들이 원래 기사 쓰다 보면 말이죠
본부장님께도 제가 지난번에 직접 말씀드렸지만요
여, 여보세요?
여보세요!
에라, 씹새끼들 높은 놈의 새끼들, 개새끼
- (귀옥) 반장님! - (신 반장) 와?
저, 국과수 전화인데요 정액이 나왔대요
(신 반장) 뭣이 나와?
(최 박사) 잘 보세요
피해자 옷에서 이 정액 방울을 찾아낸 겁니다
씁, 아마도 범인이 사체에다 대고 자위행위를 하다가
옷에 튄 게 아닌지 현재로서는...
아, 마, 그건 그렇고요
이 정액에서 나온 유전자 지문하고
박현규 글마, 유전자 지문하고 일치됐다는 거 확인만 되믄
이 게임은 완전히 끝났다 이거 아입니까?
그렇지요?
그렇죠, 이거야말로 정말 확실한 물증이죠
근데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에
이 분석 장비가 도입이 안 돼 있어
유전자 분석을 할 수가 없어요
이 정액 자체를 미국으로 보내야 돼
현재로서는 그 방법밖에 없어
미국에...
어쨌든 유전자 분석만 끝나면 결과가 곧장 날아올 겁니다
(태윤) 아, 그럼 우리는
미국서 서류 오는 것만 기다리면 되는 거죠?
그렇죠
[시동을 걸려고 하지만 안 걸린다] 박현규, 글마 감시 단디 붙여 놨지?
예
24시간 교대로 감시 중입니다
[형사들의 애쓰는 신음]
미국서 검사 결과만 날아와 봐
이놈, 씨발, 내...
한 방에 조져 삘 거야 개새끼, 이거는
[힘주는 신음]
[시동이 탁 걸린다]
(태윤) 아휴, 씨
[힘겨워하는 용구]
[숨을 후 내뱉는 용구]
[용구의 힘겨운 신음]
- 야, 인마 - 예?
- 너 다리가 왜 그래, 어? - 다리 왜요?
병원 가 봤어?
아이, 뭐, 이까짓 거로 병원을 가요
(두만) 일로 와 봐, 일로 와 봐
(용구) 괜찮아요 안티푸라민 다 발랐어요
[아파하는 용구]
- (두만) 뭐야? 이게 - 아, 왜 저번에
그, 자꾸 부어요, 저, 근데
(신 반장) 빨리 가자
[멋쩍게 웃으며] 가요
아니, 다리를 잘라야 된다고요?
예?
설명 또 해 줄까?
아니, 못에 한 번 찔렸다고
그걸 가지고 멀쩡한 다리를 왜 잘라
안 그러면 쟤 죽는다
파상풍 아주 살벌한 거여, 응?
녹슨 못에 찔렸으면 즉시 병원을 찾을 것이지
천하의 미련 쌍곰탱이 같은 새끼들 [아기 우는 소리]
보면 뭐 하냐? [아파하는 용구]
다행이여, 무릎 밑에서 자르니께
(의사) 천하의 미친...
가죠
[숨을 깊게 내뱉는 용구]
가족이시죠?
저 친구 가족이 없어 내가 형은 형인데...
[심드렁하게] 어쨌든 보호자시잖아요
이거 수술 동의서니까요
읽어 보고 서명하시고요
[두만의 한숨] [문이 끼익 여닫힌다]
[두만의 한숨]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숨 쉬며 중얼거린다] 아휴, 씨발 놈아... [절망적인 음악]
[깊은 한숨]
(태윤) 네, 우체국이죠?
아, 저, 수사 본부 서태윤이에요
그, 미국에서 서류 도착 안 했어요?
아, 그, 백 프로 다 체크한 거예요?
[짜증스럽게] 아, 중요하니까 자꾸 전화를 하죠
(태윤) 아이, 하여튼 그, 진짜 중요한 서류니까
[전화벨 소리] 도착하면 저한테 바로 전화해 줘요, 예? 예, 예
[수화기를 놓는 태윤]
(태윤) 쯧
여보세요?
어
[한숨 쉬며] 어? 지금?
[투덜대며] 이런 데 사람 나오라 그래?
왜, 난 좀 불러내면 안 돼?
아휴, 얼굴은 꺼칠해 가지고
잠은 제때 자?
[연기를 후 내뱉는 두만]
잠 제때 자는 형사가 어디 있냐? 쯧
[연기를 후 내뱉는 두만]
왜 자꾸 짜증이야?
어이, 씨발 놈들 낚시나 하고 세월 좋다
[두만의 못마땅한 신음]
[침을 퉤 뱉는 두만]
왜 바쁜 사람 오라 가라 그래?
[무거운 음악]
[한숨 쉬며] 진짜 사람 할 짓이 아니다
이건 내가 할 소린 아니지만
뭐, 딴 거 할 거 없어?
형사 그만두면 안 돼?
[두만의 힘겨운 신음]
[염소들이 운다]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학생들이 대화한다]
(여자1) 왜?
[여자2가 속닥거린다]
[TV에서 스포츠 중계 흘러나온다]
[무거운 음악] [놀란 숨소리]
[시동이 안 걸리고 끼릭거린다]
[태윤의 다급한 숨소리]
[가쁜 숨소리]
[무전기 스위치 찰칵] 강력반
강력반!
오밤중에 어느 집엘 또 가는 겨
완전히 돈독 올랐나 벼?
(설영) 으음
보경이네 할머니 또 쓰러졌대
가 봐야 돼요
[웃으며] 아이고, 표창감이여, 표창감
보사부 표창이나 받아
[어이없는 웃음]
[약사의 웃음]
[불안한 숨을 내뱉으며] 반장님
지금 박현규가 두 시간째 집에 안 들어오고 있습니다
버스 탄 데서 그놈 집까지 여섯 정거장이니까
이 새끼 분명히 중간에 어디서 내린 거예요
조사받다 나간 놈이 설마 엉뚱한 짓 하겠나?
아이, 그 새끼는 우릴 엿 먹이고도 남을 놈이에요!
그, 애초, 애초부터 미친 새끼예요
내가 볼 땐 네가 미친놈이야, 인마
자, 자, 자, 자 유전자 검사 결과만 오면
글마는 그날로 끝이다, 고마 그래
[태윤 중얼거리듯] 내가, 그 새끼를 놓치다니 내가, 씨발
고만 좀 해라 내까지 불안해지잖아!
내가, 씨발 놈을 내가...
[풀벌레 울음]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옅은 한숨]
[거친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거친 숨소리]
[옅은 숨소리]
[달려오는 발걸음]
[놀란 소현]
[사이렌이 울린다]
[음침한 음악]
[아파하는 소현]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확성기 속 남자) 국민 여러분
여기는 민방위 재난 통제 본부입니다
[소현의 떨리는 숨소리] 훈련 공습 경보를 발령합니다
현재 시간 우리나라 전역에
훈련 공습 경보를 발령합니다
[겁에 질린 숨소리]
...지하 대피 시설로 안전하게 대피하시고...
[소현의 겁먹은 신음]
[소현이 울먹인다]
[민방위 안내 방송 계속 들린다]
[가쁜 숨소리]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무거운 음악]
[세찬 빗소리]
[남주의 울음]
(남주 모) 아휴, 그만 가
[소현 모의 울음]
[소현 모 울먹이며] 소현아
이번 사건엔 무슨 특별한 수사 방향이라도 있습니까?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토악질]
[경찰의 기침]
[감식반이 말한다]
[카메라 셔터음] 가슴에 면도칼로 그은 자상
(감식반1) 아이고, 이게 뭐야?
음부에 그, 이물질이 잔뜩 박혀 있는데요?
뭐야? 이거
모나미 볼펜하고
숟가락 같은데요?
(감식반2) 아이고, 뭐야, 이거 정말, 쯧
(감식반2) 저 안에까지 자세히 잘 봐 봐
(감식반1) 네
(감식반2) 쪼끄만 건 뭐야, 이거? 어?
(감식반2) 이건 오래된 밴드 같은데?
[카메라 셔터음]
- (감식반1) 응? 뭐야, 이거 - (감식반2) 어, 뭐야?
(감식반1) 당신 뭐야? 뭔데 왜 사체를 만지고 그래?
[절망적인 음악]
(현규) 뭐야?
[아파하는 현규]
[아파하는 현규]
(태윤) 일어나, 이 새끼야!
[고통스러워하는 현규]
(태윤) 씨발
[아파하는 현규] [힘주는 태윤]
(태윤) 개씨발 새끼야
[힘주는 태윤] [아파하는 현규]
(태윤) 일어나, 이 새끼야
- (태윤) 일로 와, 일로 와 - (현규) 미친놈아
(태윤) 사람이냐? 네가 사람이야? 어?
괴물, 짐승
[아파하는 현규] [힘주는 태윤]
(태윤) 씨발
개새끼야
[태윤의 거친 숨소리]
[침을 퉤 뱉는 태윤]
(현규) 아! 씨
(태윤) 야, 인마
너 같은 새끼 여기서 죽인다고 아무도 신경 안 써, 이 새끼야
[현규의 힘겨운 신음] (태윤) 말해
네가 죽였다고 말해
[힘겨운 숨소리]
(태윤) 말해
전부 말하란 말이야, 이 새끼야!
[아파하는 현규]
[태윤의 힘주는 신음]
[아파하는 현규]
[현규의 힘겨운 기침]
[현규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거친 숨소리]
그래
내가 죽였다
내가 다 죽였다
[분노에 찬 숨소리]
이 말이 듣고 싶은 거지?
그렇지?
[총을 장전하는 태윤] 이제 좀 속이 시원해, 어?
[소리치는 두만] [현규의 힘쓰는 비명]
[아파하는 신음] 어이!
- (두만) 서 형사! 왔어! - (태윤) 이 새끼가
[아파하는 현규]
미국에서 서류가 왔어, 서류, 어? [욕하는 태윤]
[고통스러워하는 현규] 빨리 읽어 봐
[두만의 힘주는 신음] 씨발, 이 개새끼
[두만이 현규를 때린다] 씨발 놈
너 이 새끼 그동안 우릴 비웃었지?
[두만이 태윤을 윽박지른다] 씨발
[아파하는 현규]
[다급한 숨소리]
우릴 비웃었지? 야, 이 새끼
[긴장된 숨을 내뱉는다]
[거친 숨소리]
(두만) 서 형사
[두만의 거친 숨소리]
왜 그래?
[떨리는 숨소리]
[태윤의 떨리는 숨소리]
[울먹인다]
뭔가 잘못됐어
[침울한 음악]
(태윤) 싹 다 거짓말이야, 필요 없어
[피를 울컥 토하는 현규]
[현규의 기침]
[두만의 다급한 숨소리]
(두만) 뭐라고 쓰여 있는 거야 이거? 어?
[현규의 힘겨운 신음]
(두만) 네가 정말 아니란 말이야?
[두만의 힘주는 신음]
(두만) 내 눈 똑바로 봐
[두만의 거친 숨소리]
[태윤의 떨리는 숨소리]
(두만) 똑바로 보라니까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씨발, 모르겠다
[깊은 한숨]
밥은 먹고 다니냐?
가
[절망적인 음악]
가, 씨발 놈아
[씩씩대는 숨소리]
[기가 찬 숨소리]
이씨
[울먹인다]
[기차가 덜컹덜컹 지나간다]
[기차 기적]
[두만의 힘주는 숨소리]
[다가오는 기차 엔진음]
[탕탕]
[두만의 힘주는 신음]
[태윤의 분노에 찬 숨소리]
[두만의 허탈한 숨소리]
그만해라, 이제
[두만의 힘겨운 숨소리]
[음식 먹는 소리가 들린다]
(두만) 지혁이
너 어제 밤새 컴퓨터 게임 했지?
어?
했어, 안 했어?
아빠 얼굴 똑바로 봐
눈이 벌겋네
게임 잘하냐?
(막내) 응
하긴, 공부도 못하는데 게임이라도 잘해야지
(두만) 아이고
야, 인마, 공부가 하기 싫으면 밖에 나가 운동이라도 좀 해라
사내자식이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 가지고
정말 안 했다니까
뭐가 안 하긴 안 해, 인마
아빠, 누굴 속이려고 그래, 쯧
애가 안 했다잖아, 좀, 믿어라
예, 아니, 그, 엊그제
또 저기 오 상무가 직접 전화를 했더라고, 회사로
근데 그, 나보고 맨날
뭐,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안 된다
뭐, 내가 뭐, 어쨌다고 그래?
네가 오 상무 말을
그렇게 곧이곧대로 들으, 들으면 안 되지
다 작전이지, 뭐 내가 그럼 뭐... [두만의 웃음]
최 이사도 참
내가 지금 물건하고 같이 간다니까
예
그래요, 아, 오 상무하고 같이 밥 먹지, 뭐
오래간만에 봐야겠는데, 예
예!
- 야, 철용아 - (철용) 예
좀, 차 좀 세워 봐 봐
[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아이) 그 안에 뭐 있어요?
(두만) 어?
(아이) 거기에 뭐 있냐고요
[헛기침하며] 아니, 에, 뭐...
근데 왜 봐요?
[두만의 한숨]
그냥 좀 봤다
되게 신기하다
뭐가?
얼마 전에도 어떤 아저씨가
여기서 이 구멍 속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 아저씨한테도 물어봤었거든요
왜 여기 들여다보냐고
그랬더니?
뭐라더라?
씁, 맞아
옛날에 여기서 자기가 했던 일이 생각나서
진짜 오랜만에 한번 와 봤다
그랬는데
[의미심장한 음악]
그 아저씨 얼굴 봤어?
어떻게 생겼어?
그냥...
뭐, 뻔한 얼굴인데
어떻게?
그냥...
평범해요
[애잔한 음악]
[의미심장한 음악]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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