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1
[풀벌레 울음] [밤새 울음]
[까마귀 울음]
[신비로운 음악]
(강태) 옛날 옛날
아주 깊은 숲속 어느 성에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아이1)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강태) 늘 혼자여서 외롭고 심심했던 소녀는
[아이들이 떠들썩하다] 어느 날 함께 놀 친구를 찾아 성 밖을 나섰답니다
[아이들의 의아한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하지만
[아이들의 비명]
아무리 좋은 선물을 내밀어도
누구도 그녀를 받아 주지 않았어요
[무거운 효과음]
[아이들의 비명] 소녀는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됐죠
죽음의 그림자를 끌고 다니는 괴물
사람들은 소녀를 그렇게 불렀어요
'괴물이다, 괴물'
[쓸쓸한 음악]
(강태) 세상 모든 이들에게 단단히 화가 난 소녀는
뭔가 분풀이 대상이 필요했어요
[물고기의 신음]
[신음]
[차분한 음악]
(강태) 본의 아니게
소년을 죽음에서 건져 올린 그날 이후
신기하게도 늘 그녀를 따라다니던 무시무시한 그림자가 사라졌어요
[풀벌레 울음] (강태) 대신
소년이 그녀 뒤를 항상 따라다녔죠
[천둥이 콰르릉 친다] [비가 쏴 내린다]
밤이든 낮이든
산이든 들이든
소녀 뒤만 졸졸졸
(강태) 화창한 어느 날 소녀가 물었어요
(문영) 얘
너는 늘 내 옆에 있어 줄 거지?
(강태) 그럼, 난 절대 도망치지 않아
(문영) 이래도?
[긴장되는 음악]
(강태) 또 혼자가 된 소녀 곁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다시 찾아와 속삭였어요
(여자1) 네 옆엔 아무도 있을 수 없어
왜냐하면 넌 괴물이거든
그 사실을 절대 잊지 마
알겠니?
네, 엄마
[캐비닛 문이 철컥 열린다]
[옅은 탄성]
[안내 음성] 이번 정류장은 다운직업학교 앞입니다
[버스 벨이 울린다] [안내 음성이 계속 흘러나온다]
(교수) 아니, 수업 중에 갑자기 악을, 악을 쓰면서 난리 발작을 하는데
[어두운 음악] 아, 나 정말...
[상태가 소리를 지른다]
[안전모가 툭 떨어진다]
(교수) 이거 뭐, 말려 봐야 소용이 있나, 진짜 [상태가 중얼거린다]
어디 한두 번이어야 말이지, 어?
(상태) 표정을 보면 감정이 보여요
(교수) 옆에 위험한 집기라도 있었어 봐요
당장 사고지, 사고!
[의미심장한 효과음]
[날카로운 소음이 울린다]
[날카로운 효과음]
[칙칙 분사된다]
(교수) 아니, 왜 흥분 상태가 자꾸 나타나는데 [상태가 중얼거린다]
(상태) 불안하다, 불안하다, 아! [교수가 계속 화낸다]
(교수) 아무튼 안전 문제도 있고 [상태가 중얼거린다]
[교수가 계속 말한다] (상태) 신경질이 난다
그냥 좋게 특수 학교나 지역 복지관 쪽으로 옮겨 가시는 게
(교수) 서로 스트레스 안 받고 좋지 않겠냐 이 말입니다
(상태) 룩 앳 미, 룩 앳 미 표정을 보면 감정이 보여요
(교수) 뭔 말 좀 해 보시든가, 진짜
어떻게 생각하세요?
말 좀 해 봐요, 좀, 입이 있으면!
진짜, 이거 원, 쯧
화가 난다
[흥미진진한 음악]
형
배 안 고파?
(강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어차피 오래 다닐 학교도 아니었잖아
나중에 이사 가면 내가 더 좋은 데 알아볼게, 약속
(강태) 많이 속상...
(상태) 짬뽕
- (강태) 어? - (상태) 탕수육 소짜, 찍먹
(상태) 자금성, 자금, 자금성 말고 양자강 [밝은 음악]
[강태의 웃음]
(강태) 그래
양자강 가서 배 터지게 먹자
(상태) 엄청 맛있어, 엄청 맛있어, 기억나?
(강태) 씁...
그때가 언제더라?
(상태) 걱정하지 마, 형이 사 줄게, 형이
[반짝이는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우아한 음악]
[꿀꺽 삼킨다]
[개운한 신음]
[함께 속삭인다]
(여자2) 혹시 고문영 작가님?
네
봐, 맞지?
저희 딸이 작가님 팬이에요
(여자2) 저, 죄송하지만
여기 사인 좀...
[사인을 쓱쓱 한다]
이름?
이슬비요
(여자2) 실물로 뵈니까 진짜 미인이시다 그렇지?
(아이2) 응
꼭 동화책에 나오는 공주님 같아
[책을 탁 덮으며] 내가 왜 공주 같아?
(아이2) 예쁘잖아요
우리 엄마도 나더러 '공주님, 공주님' 그러는데
예뻐서
[웃음]
어머니, 사진은요?
어머, 감사해요
(여자2) 옆에 가서 서 볼까?
(문영) 일로 와
[여자2의 벅찬 숨소리]
너, 내 팬 아니지?
(아이2) 네?
내가 쓴 동화 속엔 늘 마녀가 예쁘거든
공주는 무조건 착하고 예쁘다고 누가 그래?
너희 엄마가 그러디?
(여자2) 자, 공주님, 여기 보세요
이쁜 게 그렇게 좋으면 이렇게 말해 봐
(여자2) 하나
'엄마, 나는요'
(여자2) 둘
'이쁜 마녀가 될래요'
(여자2) 셋 [아이2가 엉엉 운다]
[카메라 셔터음]
[아이2의 달려가는 발걸음]
[문이 탁 열린다] (여자2) 공주님!
[아이2의 울음] - (상인) 아이고, 아이고 - (여자2) 공주님!
(상인) 아이고
아휴, 진짜, 씨
[문이 탁 닫힌다] 이, 씨, 문영...
[한숨]
[웃음]
'부온 조르노', 문영!
아, 여기 왜 쇠사슬이...
여기 이렇게 있냐
[상인의 힘주는 숨소리]
아침부터 뭔 꼬맹이가 저렇게 대성통곡을 하니?
감동했나 봐
내가 잘못된 선입견을 고쳐 줬거든
야, 너...
[어색한 웃음]
(상인) 아유, 잘했다, 응
요새 애들한텐 선입견 그게 호환 마마보다 훨씬 더 무서운 건데
아유, 그걸 가르쳐 줬어?
역시 우리 문영이는 두루두루 대단해 [휴대전화 진동음]
잠깐만
아, 나 대출 안 받는다, 나 돈 많다
[상인의 한숨]
(상인) 자, 쯧, 슬슬 출발하자
두 시간 정도 여유 있으니까 숍 들렀다 가면 딱 맞겠다
거긴 왜?
너 그러고 갈 거 아니잖아
[신비로운 음악]
야, 너 지금 '아담스 패밀리' 장례식장에 조문하러 가는
프란체스카 같아, 어?
(상인) 그 꼴을 하고 소아 병동을 간다고?
어? [헛웃음]
너 오늘 애들한테 겁주러 가는 게 아니라
꿈과 희망을 주러 가는 거야
네가 쓴 동화책 낭독회, 빠밤
근데 꼴이 그게...
선입견이 무서운 거라며
난 이런 네가 더 무서워, 어?
(상인) 아유, 문영아, 제발 [흥미진진한 음악]
옷은 티피오에 맞게, 어?
타임, 플레이스, 어케이전 [끽 하는 소리가 울린다]
[상인의 괴로워하는 신음]
아, 승재보고 오라고 할게 승재보고 오라고 할게
[거친 숨소리]
내가 이 레스토랑을 왜 좋아하는지 알아?
그, 스테이크가
- (상인) 맛... - 아니
칼이
죽여줘
[몽환적인 음악] [문영의 놀란 신음]
- 봐 - (상인) 문영아, 너, 너, 너
- 피, 피, 피 난... - (문영) 와...
예쁘다
탐나
아휴, 아유, 힘들어, 진짜
어, 손님!
[문이 달칵 열린다]
잠시만요
[상인의 힘주는 신음] [문이 탁 닫힌다]
[상인의 웃음]
[지퍼를 직 채우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옷걸이를 달그락거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다급한 목소리로] 보호사님
휴게실 좀, 빨리요 [의미심장한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환자1) 아이, 씨
저 도둑년이 내 것까지 다 먹어 버렸어
(환자2) 배 속에 연가시가 들었나 봐
명지숙 님?
여보?
[옅은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지숙) 나 속이 너무 허해
(강태) 그래도 이렇게 아무거나 급하게 드시면
또 체해서 엄청 고생해요 [지숙의 시무룩한 신음]
그러니까 한꺼번에 다 먹지 말고
[비닐을 부스럭거린다]
조금씩, 천천히
나눠서 드시면 참 좋겠는데
언제는 잘 먹어서 이쁘다며
(강태) 잘 먹어서 이쁜 게 아니라
좋아하면 먹는 모습도 이뻐 보이는 거예요
[지숙의 웃음]
(지숙) 여보!
[지숙의 웃음]
(지숙) 근데...
왜 그 말라비틀어진 모델 년이랑 붙어먹었어?
[긴장되는 음악] [지숙이 구역질한다]
[함께 헛구역질한다]
[지숙이 계속 구역질한다]
[웅장한 음악]
[지숙이 계속 구역질한다]
[소 울음]
[지숙의 거친 숨소리]
[지숙이 헛구역질한다]
[지숙이 구역질한다]
[아름다운 음악]
[지숙이 콜록거린다]
[거친 숨소리]
괜찮아요
웃지 마
재수 없어
(강사) 펴서 팔 모양 더블유 모양 만들어 주시고요
[승철이 소리친다] 내리면서 쭈욱 끌어 내릴게요, 쭈욱
[승철이 계속 소리친다]
(승철) 놔, 이 새끼들아, 놔!
[도어 록 조작음] 놓으라고, 나 여기 들어가면 안 돼
나 여기 들어가면 안 돼, 놓으라고! [도어 록 작동음]
나 여기 있으면 안 돼 나 여기 있으면 안 돼
(강태) 새로 온 환자예요? [승철이 계속 소리친다]
(의사1) 이틀 전에 딸이랑 같이 알프라졸람 과다 복용 해서
응급으로 들어온 환자예요
[흥미진진한 음악] 불안 증세로 외래 치료를 받은 히스토리도 있고
(간호사1) 그럼 동반 자살 기도겠네요?
(의사1) 정황상 아마 딸부터 죽이고 자기도 따라 죽으려고 한 거 같은데
(승철) 우리 고은이 어디 있어 고은이 어디 있어, 새끼야
우리 고은이, 우리 고은이 [승철이 울부짖는다]
(의사1) 다행히 애는 약 먹자마자 바로 구토했고
지금은 우리 병원 소아 심리실에서 PTSD 상담 치료 중이에요
(의사2) 고은아
고은이 무슨 생각 해요?
(승철) 놔, 놔!
오후에 경찰로 인계해서 정신 감정 들어갈 거니까
(승철) 놓으라고!
(의사1) 바이털 한 시간마다 체크하고 그, 수분 공급 하면서
억제대 상태 잘 살펴봐요
(간호사1) 네
(상인) 자, 낭독 다음에 질의응답
그다음에 참석한 환아들한테 사인 들어간 동화책 선물해 주고
어, 병원 관계자들이랑 홍보용 단체 사진 찍으면 끝
[상인의 한숨]
이건 뭐, 내가 출판사 대표인지 누구 개인 비서인지
하하, 야,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진짜, 쯧
(승재) 저도 출판사 아트 디렉터로 입사했는데
이렇게 대표님 따까리 노릇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상인) 야, 너 면접 볼 때 시키면 다 한다더니?
아, 시키는 일이 머리가 아니라
죄다 몸 쓰는 일이니까 그렇죠 [상인의 웃음]
아, 네가 머리가 안 되는 애인 걸 채용하고 알았는데
그럼 어떡할까, 어? 무를까, 물러? 어? 쯧
(승재) 아니요 [휴대전화 진동음]
[놀란 숨소리]
(승재) '괜찮은 정신병원'?
대표님, 정신과 다니세요?
진짜 잘 생각하셨어요 [상인의 한숨]
(문영) 받아
[상인의 한숨]
여보세요
스피커로
[휴대전화 조작음]
[상인의 한숨] (주리) 여보세요? 대표님
[새가 지저귄다] (주리) 저 괜찮은 병원 남주리 간호사인데요
(간호사2) 따라오세요
(주리) 통화가 안 되시네요 문자에 답도 없으시고
듣고 계세요?
아, 예, 그 제가 조금 정신이 없어...
(주리) 전에 말씀드렸죠?
고대환 환자분 수술 날짜 잡힌 거요
[흥미진진한 음악] [상인의 난감한 숨소리]
(주리) 보호자 동의서
언제까지 기다리면 될까요?
이렇게 무조건 연락을 피하시면
이건 그냥 환자를 죽이자는 거죠
고대환...
나한텐 죽은 사람인데
죽은 사람을 왜 자꾸 살린대, 예수야?
- 저기요 - (문영) 주리야
정 애가 달아 미치겠으면 네가 직접 와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주리의 한숨] (별) 왜요? 왜?
뭐랬는데?
나보고 직접 오래
[헛웃음]
(별) 미친 거 아니야, 그 여자?
(행자) 아프시면 우리 병원 와야지
(별) 수간호사님
(행자) 자, 어디 히스토리 한번 들어 볼까?
(주리) 저, 203호의 기질성 치매 환자요
아, 고대환 님
이번에 재발한 교모세포종 제거 수술을 빨리해야 되는데
수술이고 뭐고 나 몰라라지?
(행자) 이분 우리 병원 최장기 입원 환자야
한데 여태 면회 한 번 없었고 전화 한 통도 없었다면
이건 입원이 아니라 방치라는 건데
그런 불효막심한 보호자를 상대로 전화통만 붙잡고 있을까?
아니면 환자를 살린다는 마음으로 직접 한번 찾아가 볼까?
(별) 예, 예?
아니, 뭘 꼭 그렇게까지...
그렇게까지 할 거지?
자기는 프로니까
저 오프에 연차까지 주시면 제가 직접 갈게요
뭐, 이틀씩이나 왜?
서울에 뭐 보고 싶은 김 서방이라도 있어?
[발랄한 음악] [부인하는 신음]
진짜인가 보네?
(별) 선배
연애해요?
그런 거 아닌데
(주리) 저 그러면 좀만 있다가 출발해 볼게요
(행자) 있네, 있네, 김 서방 있어
(별) 씨, 배신자
따님이 여기 오는 건 아무래도 조금 힘들 거 같아요
[무거운 음악]
[대환의 떨리는 신음]
[떨리는 목소리로] 안 돼
왜 그러세요?
(대환) 아, 안 돼!
[어눌한 말투로] 죽어
(대환) 오, 오면 [긴장되는 음악]
죽어!
[불안한 숨소리]
[대환의 떨리는 신음]
[대환의 불안한 숨소리]
[커피가 졸졸 나온다]
[보호사1의 힘주는 탄성]
[다가오는 발걸음]
(보호사1) 선배
(강태) 응
(보호사1) 우웩
날벼락 맞았다면서요?
(강태) 뺨도 맞았어
(보호사1) 아유
초장부터 일진 사나운 날에는 몸 사려야 되는데
이따 보호실에 있는 김승철 환자 경찰로 인계할 거니...
아, 들었어요 제가 알아서 잘 체크할게요
(보호사1) 어제 병동 회식 때요
우리끼리 뭐 내기했는데
내기?
문강태 보호사는 왜 1년마다 메뚜기처럼
(보호사1) 이 병원 저 병원 정처 없이 옮겨 다닐까?
그거 맞히는 내기
자, 1번
한탕 털어먹고 빚쟁이들한테 도망 다니는 거다
2번, 뭔가 큰 사고를 쳤는데
수사망을 피해서 위장 취업을 하는 거다
3번, 가는 병원마다 환자, 간호사 안 가리고 꼬셔 대다가
풍기 문란으로 쫓겨나는 거다
넌 뭐에 걸었는데?
(보호사1) 음, 저는
3번, 여자
자, 정답은?
[강태가 피식한다]
4번
[익살스러운 음악]
남자
아, 아, 선배, 아...
(보호사1) [어색하게 웃으며] 아이고, 예
맛있다, 커피, 음
[TV에서 만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상태) '그래도 난 아저씨를 사랑할 거야' [만화 속 캐릭터가 똑같이 말한다]
'아저씨도 나만큼 불쌍하니까'
'내가 왜 불쌍해?', '불쌍하잖아요!' [만화 속 캐릭터들이 똑같이 말한다]
'이 녀석이 이제 나를 고아 취급까지 하고 있어?'
'진짜 고아는 아니지만 정신적 고아나 마찬가지예요'
[상태가 중얼거린다]
'인정 없고, 여유 없고, 양식 없고'
'마음이 황폐하니까 고아죠'
'그래도 전 아저씨를 사랑할 거예요'
'왜냐고요?'
(만화 속 캐릭터) 왜냐고요?
'저 혼자 그렇게 마음먹었으니까요'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상태) '그래도 전 아저씨를 사랑할 거예요'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밥은?
[흥얼거리며] 짬뽕, 짬, 짬뽕, 짬뽕
(강태) 또? 면 좀 그만 먹지
어제 반찬도 다 사다 놨잖아
뭐 하고 있어?
그림
스케치북 놔두고 또 그 여자 동화책에 그리지?
그 여자 아니고 고문영 작가님
그래, 고문영
오늘 우리 병원에 온다는데
소아 병동 애들한테 동화책 읽어 주러 온대
형? [상태의 다급한 신음]
(상태) 지금, 지금, 지금, 지금 갈게 지금 갈게, 지금 갈게, 지금 갈게
243번 파란 버스 타고 자양삼거리에서 내려서 5413번
형, 잠깐만, 잠깐만, 형 [상태가 계속 말한다]
(상태) 명성대학병원에서 내려서
- 도보로 3분 거리에 - (강태) 문상태!
[거친 숨소리]
숨 크게 세 번 쉬어
[크게 심호흡한다]
잘 들어
형이 지금 출발해도 여기까지 오면 이미 늦어
그리고 거긴 소아 병동 애들만 들어갈 수 있어
근데 형은 애 아니잖아, 그렇지?
문상태 만 35세 84년생 쥐띠
보기보다 어리지만 애는 아니야
(강태) 그렇지? 어른이지?
대신 상황 봐서 내가 사인받아 줄게
얼굴은 한 번 보면 끝인데 사인은 평생 남잖아
그럼 둘 중에 뭐가 더 좋아요?
사인
내가 좋아, 고문영이 좋아?
(상태) 사인, 사인, 사인
사인, 사인
여보세요?
형?
(상인) 아, 큰 행사 앞두고 기분 잡치면 안 되니까
일부러 쉬쉬했다고, 내가
아휴, 낭독회만 잘 끝내면은 살살 꼬드겨서
내가 어떻게든 끌고 내려가려고 플랜까지 다 짜 놨는데
아유, 씨! 완전히 망했어
[한숨]
감이 안 좋아
근데 작가님은 자기 아버지를 왜 그렇게 싫어해요?
야, 걘 자기 빼고 다 싫어해
(상인) 왜냐고 묻지 마, 태생이 그래, 어?
그래야 너도 오래오래 산다
아유, 근데 얜 대체 어디 간 거야 시간 다 됐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강태) 저기요
담배 좀...
이거 돗대인데
아니, 달라는 게 아니고 끄세요
아직 장초인데?
(강태) 여기 금연 구역이니까 끄세요, 얼른
[담배가 치익 타들어 간다]
[문영의 한숨]
[몽환적인 음악]
혹시
운명을 믿어요?
뭐요?
들었잖아
운명이 뭐 별거인가?
(문영) 이렇게 필요할 때 내 앞에 나타나 주면
그게 운명이지
[흥미진진한 음악]
[문영의 비명]
[마이크가 삑 울린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콜록거린다] [목을 가다듬는다]
(상인) 어, 그, 굉장히 리얼하죠?
우리 문영이가 연기를 굉장히 잘합니다
[문영의 헛기침]
[목을 가다듬는다]
[신비로운 음악]
(문영) 소년은 오늘도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났어요
잊고 싶은 과거의 나쁜 기억들이
매일 밤마다 꿈속에 다시 나타나서
소년을 계속해서 괴롭혔죠
잠드는 게 너무나 무서웠던 소년은
어느 날 마녀를 찾아가 애원했어요
'마녀님, 제발'
'다신 악몽을 꾸지 않게'
'제 머릿속에 든 나쁜 기억을 모두 지워 주세요'
'그럼 당신이 원하는 걸 뭐든지 드릴게요'
(승철) 고은아 [어두운 음악]
고은아, 고은아, 고은, 고은아
(간호사3) 아, 진짜 왜 그러세요
[승철의 다급한 숨소리]
고은이를 얻다 놔뒀...
[다급한 숨소리]
(승철) 고은아!
[다급한 신음]
고은이
우리 고은이 우리 고은이 어디 갔어?
갈매기 777, 갈매기 777
[키보드 조작음]
[강사가 수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탁 닫힌다]
- 야 - (보호사1) 아, 죄송해요
답답하다길래 잠깐 풀었는데
RT 끈 챙겼어?
아, 맞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강사) 편안한 데 잡으시고 트위스트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강사) 자, 한 번 더 갈게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소년은
[신비로운 음악] (문영) 더 이상 악몽을 꾸진 않았지만
(승철) 고은아, 고은아
(문영) 어찌 된 일인지 조금도 행복해지지 않았어요
- 아, 고은아 - (여자3) 뭐예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승철) 고은아, 고은아, 고은아
- (승철) 고은아 - (여자4) 아, 왜 그러세요
(문영) 붉은 보름달이 뜨던 밤
소원의 대가를 받기 위해
드디어 마녀가 다시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원망 어린 목소리로 마녀에게 외쳤어요
'내 나쁜 기억은 모두 지워졌는데'
'왜'
'왜 난 행복해지지 못한 거죠?'
그러자 마녀는 약속대로 그의 영혼을 거두며 이렇게 말했어요
[문이 철컥 열린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갑자기 뭐야, 이, 씨
(관계자1) 아, 죄송하지만 내부 사정으로 인해
낭독회를 중단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이크가 삑 울린다]
[어두운 음악] 의료진과 보호자분들께서는
지금 즉시 아이들을 소아 병동으로 신속히 이동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승철이 연신 '고은'을 부른다]
(승철) 고은아, 고은아
고은...
아직 안 끝났어요
(승철) 고은, 고은아
- (문영) 얘들아, 안 끝났어 - (승철) 고은아
(승철) 하, 아, 이런, 씨...
[아이들이 울먹인다]
(여자5) 어, 괜찮아, 괜찮아
(문영) 아...
(관계자1) 여보세요?
이, 씨...
(관계자2) 좀 올라갈게요
(문영) 어이
[긴장되는 음악] (승철) 고은아
고은아
가자, 아빠랑
- (문영) 댁이 뭔데 지금 내 무대를 - 아, 싫어
함부로 접어? 그것도 하이라이트 직전에
선생님, 저, 그게 아니...
'투 비 컨티뉴, 다음 이 시간에' 뭐, 그딴 거예요?
- (승철)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고은) 아, 무서워
(문영) 빨리 다시 애들 불러요
자! [승철의 힘주는 신음]
(문영) 몇 줄 안 남았으니까
그거 마저 듣고 가라 그러라고
[문이 탁 닫힌다] - (관계자1) 잠깐만 대피... - 얼른!
[승철의 거친 숨소리]
[승철의 초조한 숨소리]
[울먹이며] 아빠, 이러지 마
(고은) 나 무서워
(승철) 내 말 잘 들어
여기서 붙잡히면
난 정신 병원에 갇히고
너 고아원에 가는 거야
너 평생 아빠랑 떨어져 살 수 있어?
(고은) 살고 싶어, 죽기 싫어
(승철) 아빠가 말했지?
애들은 절대로 혼자 못 산다고
이렇게 찢어져 살 바에 차라리 같이 죽는 게 더 낫다고
(문영) 아이, 씨
뭔 개소리야
[긴장되는 음악]
(문영) 와...
개보다 못한 인간 진짜 간만이다
[문영의 놀란 신음]
개기름 봐
너 뭐야, 죽고 싶어?
죽여 본 적은 있고?
[문영의 뼈가 우두둑거린다]
(문영) 살아 볼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혼자 죽을 용기도 없어
저승길에 애부터 앞세우는 덜덜이 주제에
뭐?
찌질하게 굴지 말고 너 혼자 뒈지세요
이런 미친년이
[승철의 신음] [고은의 비명]
[승철의 거친 신음]
[긴장되는 음악] [승철의 다급한 신음]
[승철의 아파하는 비명]
[승철의 거친 숨소리]
[승철의 성난 신음]
이, 씨 [승철의 힘주는 탄성]
[문영의 신음] [승철의 힘주는 탄성]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승철의 씩씩대는 숨소리]
[승철의 힘주는 탄성]
[다급한 숨소리]
[문이 철컥 닫힌다]
[고은의 비명] [강태의 당황한 신음]
- (강태) 괜찮아? - 저기 아빠가...
[어두운 음악] (강태) 쉿, 쉿, 쉿
[통화 연결음]
[승철의 힘주는 신음] [문영의 거친 신음]
(승철) 네까짓 게 뭔데 껴들어!
내 자식이야
죽이든 살리든 내 마음이라고!
[승철의 힘주는 신음] 졸라
더 세게 조르라고, 이 등신아
(승철) 이런 미친
죽어, 죽어!
[승철의 힘주는 탄성]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어린 문영의 떨리는 신음]
(대환) 잠깐이면 끝나
잠깐이면...
(대환) 잠깐이면, 잠깐이면 끝나 [어린 문영의 신음]
[대환의 울먹이는 신음]
[힘겨운 신음]
[승철의 힘주는 탄성]
(승철) 죽어!
죽어!
- (승철) 죽어! - (강태) 김승철 씨!
[승철의 거친 신음]
[콜록거린다]
(승철) 놔, 놔, 놔!
[승철이 씩씩거린다]
[승철의 힘주는 탄성]
(승철) 일로 와 [문영의 거친 숨소리]
[승철과 강태의 힘주는 신음]
[승철과 강태의 신음]
(승철) 야, 이...
[승철과 강태의 거친 신음]
[승철의 아파하는 탄성]
(승철) 놔, 놔!
(승철) 놔, 이, 씨... [승철의 아파하는 탄성]
놔, 이 새끼야!
다 죽여 버릴 거야! 놔
(강태) 해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다칠까 봐 그러는 거니까 진정하세요!
(승철) 다 죽여 버릴 거야!
[다가오는 발걸음] 다 죽여...
[긴장되는 음악] [승철의 놀란 탄성]
[칼을 쓱 휘두른다] [승철의 비명]
[차분한 음악]
[승철의 떨리는 숨소리]
[승철의 놀란 숨소리]
[승철의 놀란 탄성]
(문영) 운명
아니었네?
[한숨]
지금은 좀 빠져 주면 좋겠는데
칼부터 놔요
이 사람 환자예요
아니
이건 환자가 아니라
벌레야
(승철) 미쳤어
이거, 이거 완전 돈 년이야
정신병자라고!
[승철의 떨리는 숨소리]
(승철) 미친년, 미친년...
[문이 철컥 닫힌다] 저 미친년, 저...
[승철의 놀란 신음] [보호사들이 소란스럽다]
놔, 놔, 놔, 놔, 이 새끼들아
야, 나 말고 저년 잡아
(승철) 저 안에 있는 진짜 미친년 잡으라고!
- (보호사2) 야, 꽉 잡아 - (승철) 놔, 이 새끼들아!
(승철) 저 안에 있는 미친년 잡으라니까 [승철이 계속 외친다]
[문영의 한숨]
칼이 아프대?
왜 그걸 감아?
저쪽이 심신 미약이면 난 정당방위라 치고
(문영) 그냥 몸에 칼집 하나 내 주려 그랬는데
괜히 당신이 오버해서 다친 거야
줘
칼 말고 손
[의미심장한 음악]
이건 내 특별 서비스
그거 알아요?
세상엔 죽어 마땅한 것들이 있는데
어떤 사려 깊은 또라이가
그것들을 몰래 죽여 주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는 시민들이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다는 거?
그럼 난 어느 쪽일까요?
생각 없는
또라이
[웃음]
(의사3) 아이고
제가 덕분에 바느질 솜씨가 일취월장합니다
이제 좀 그만 좀 다치시죠?
보호사님?
문강태 보호사?
(강태) 네?
(의사3) 하, 아, 무슨 생각 해요?
[의사3이 의료 기기를 달그락거린다]
(의사3) 다 됐어요
(상인) [손뼉을 짝짝 치며] 오케이, 오케이, 어
낭독회장 아수라판 된 건 그 도망친 환자 탓이니까
노이즈 마케팅 했다 셈 쳐
어, 근데 네 칼부림은, 칼부림은!
병원 관계자가 다쳤다며, 어?
그쪽에서 그, 기사라도 쫙 뿌리면 어쩌려고 그래?
'아, 유명 아동 문학 작가 펜 대신 칼 휘둘러'
'설마 뭐, 다음 차기작은 뭐, 무협 소설?' 어?
그러고 포털에 그냥 쫙...
(문영) 돈 먹여, 많이 해 봤잖아
(상인) 휴, 안 먹히면, 안 먹히면!
꼬셔야지, 미인계로
[상인의 답답한 숨소리]
[상인이 차 문을 툭툭 친다]
(상인) 타
먼저 가, 난 볼일 있어
(상인) 무슨 볼일?
야, 고문영!
저거 또 어디서 사고 치는 거 아니야?
(행정과장) 보호실에 누워 있어야 될 환자가
버젓이 낭독회를 휘젓고 다녔어
그거 때문에 보호자들의 항의 전화로 병원이 벌써부터 시끄럽다고
아, 빨리 아무나 총대를 메 줘야 될 텐데
그게
접니까?
인계 담당했던 애는 들어온 지 두 달 됐던데
걜 자르기는 좀 그렇잖아
[어두운 음악] (행정과장) 근데 자네 보니까
경력 10년 동안 옮겨 다닌 병원이...
하이고, 무려 열다섯 군데
다 1년도 못 채웠고
여기 온 지가 10개월째니까 [행정과장이 숨을 하 내뱉는다]
어차피 곧 관둘 타이밍이네?
(보호사1) 선배
(행정과장) 1년 다닌 걸로 치고 퇴직금은 챙겨 줄 테니까
이 선에서 마무리하자
[물소리가 쏴 들린다]
[문영이 흥얼거린다]
[통화 연결음]
(상인) 어, 난데
그, 문영이한테 칼 맞은 그 보호사 연락처 좀 따 봐
야, 왜긴 왜야?
뭐라도 먹여 가지고 입틀막 해야 될 거 아니야
수습 한두 번 해?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비장한 음악]
"재수"
근처 배달 왔다가
병든 닭처럼 앉아 있는 꼴세가 딱 너다 했다
[흥미진진한 음악]
[아파하는 신음]
(재수) 타, 오빠가 데려다줄게
[헛웃음 치며] 미친놈
(재수) 또 다쳤냐?
[오토바이 시동음]
[물소리가 쏴 들린다] 아, 씨, 쯧
이거 일부러 안 받나?
하, 피까지 봤으면
이거 일단 빼박 고소 각인데 [휴대전화 진동음]
(상인) [작은 소리로] 아...
예, 간호사님
아, 예, 예, 예, 벌써 오셨어요?
[입바람을 후 분다]
예
그, 여기가 몇 호냐면요 [도어 록 작동음]
아, 잠깐만요
[초인종이 울린다]
룸서비스 시켰어?
(문영) 이 인간이 어디 간 거야?
[짜증 섞인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강태의 시원한 숨소리]
고맙다
[재수가 살짝 웃는다]
[오토바이가 덜덜거린다]
(재수) 어어? 알베, 알베르토, 안 돼
안 돼, 이러지 마 알베르토, 안 돼
이러지 마, 알베르토, 제발 안 돼, 안 돼
이러지 마, 알베르토
- (재수) 아, 씨 - (강태) 왜 이래?
- (재수) 어? - (강태) 왜 그래, 왜?
(재수) 아, 진짜, 저, 저, 알베르토, 아이...
[재수의 당황한 신음]
(재수) 알베르토! 알베르토!
[재수의 다급한 신음]
(재수) 이랴, 이랴!
알베르토! 아유, 씨 아, 오토바이가 진짜...
[익살스러운 음악] [재수가 울먹인다]
[강태의 힘주는 신음]
(재수) 강태야!
난 정말 괜찮아!
형님 기다리니까 먼저 택시 타고 가!
그런다고 네가 날 버리는 건 아니야!
난 너 이해해!
그게 우정이고, 의리니까!
닥치고 밀기나 해
(재수) 오케이!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사이코지만 괜찮아"
많이 변했다
(문영) 전혀 몰라보겠어, 촌티가 벗겨져서
나 전학 가고 거의 20년 만인가?
(주리) 응
여기
사인만 하면 돼
담당의한테 전화로 설명은 다 들었을 거고
원래는 네가 직접 가서...
근데
(문영) 이깟 서류에 사인 하나 받자고
세 시간 걸려 달려올 정성이면
사명감이야? 오지랖이야?
우리 병원은 정신과 단과 병원이라
외과 수술은 협진 병원에 전원해서 해야 돼
너희 아버님 같은 경우에는...
죽었다니까?
[픽 웃으며] 나 고아야, 알잖아
그렇지만 어머니는 살아 계시...
사망 처리 한 게 언젠데
(문영) 내가 재밌는 거 알려 줄까?
[어두운 음악]
우리 아빤
영혼은 죽었는데
육신은 살아 있어, 좀비처럼
근데 울 엄만
육신은 예전에 죽었거든?
근데
영혼은 아직 살아 있어
[웃음]
(문영) 그럼 둘 중에 누가 진짜 죽은 거야? 응?
누가 진짜 죽은 거냐고, 간호사님
너희 아버...
아니, 고대환 환자분
이번에 수술 시기 놓치면 진짜 위험할 수도 있어
지금처럼 인지 기능이나...
(문영) 야, 누가 보면 진짜 네가 딸인 줄 알겠다
[잔을 달그락 내려놓으며] 아, 진짜 그러자
네가 고대환 딸 해라 내가 너희 엄마 딸 할게
동의해 주면 나도 여기 동의서에 사인할게, 어때?
[무거운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드르륵 열린다]
[한숨]
(문영) 너희 엄마 밥 맛있었는데
언제 한번 놀러 가서 밥이나 얻어먹을까, 예전처럼?
[피식 웃는다]
농담 안 통하는 건 여전하네?
에이, 재미없어라
(주리) 아, 짜증 나, 씨...
(재수) 아, 미쳤네
어떻게 그런 여자가 아동 문학을 쓰냐?
엽기다, 엽기
미친 게 아니야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지
어이구
정신 병동 보호사 짬밥 10년이면 뭐, 눈빛만 봐도 딱 진단이 나오신다?
오버하지 마
(재수) 넌 제발 오버 좀 해라, 새끼야
아, 그 미친 것들 때문에 칼빵 맞고 병원까지 잘렸는데
찍소리도 안 하고 얌전히 기어 나와? 뭐라도 뒤집어엎었어야지, 씨
야, 엎으면...
속은 후련해도
- 퇴직금 못 받아 - (재수) 잘했네
형은 학교에서 잘려 동생은 직장에서 잘려
형제간의 우애 진짜 눈물 난다
어차피 관둘 때도 됐고
이맘때잖아
(강태) 밤공기 훈훈해질 때
이제 곧
나비가 날아들겠지
[잔잔한 음악]
뭐, 하긴
뭐, 형님은
아직 별 징조 없고?
아직은
(재수) 하, 다음엔 또 어디로 떠나야 되나
[재수의 옅은 웃음]
(재수) 야, 이참에 우리 해외로 갈까?
(강태) 여권은 있냐?
(재수) 형을 영어를 가르치자
[강태와 재수의 웃음]
- (강태) 재수야 - (재수) 어?
(강태) 오늘 일 형한텐 아무 말도 하지 마
(재수) 아유, 그놈의 형, 형, 형, 형 아유, 지겨워, 아유
아유, 질투 나, 정말
- (강태) 아! - 아, 깜짝이야, 씨
(강태) 아!
(재수) 왜, 너, 너 그 여자한테 머리통도 맞은 거 아니야?
사인
그 여자 사인 안 받았어
아, 형한테 약속했는데
너 머리를 세게 맞았구나
어떡하냐, 재수야
아이고
[혀를 쯧쯧 찬다]
[흥미진진한 음악]
이야, 무슨 사인이 성형 문자야
(강태) 상형
성형이 아니고 상형 문자
얼른 마저 해, 형 기다려
[재수가 쓱쓱 사인한다]
오케이
완성, 봐 봐
(재수) 야, 봐 봐, 얼추 비슷하지?
- (강태) 오... - (재수) 오...
- (강태) 오! - (재수) 오!
(강태) 오, 재수 [재수의 웃음]
[강태의 아파하는 신음] (재수) 야, 야, 야, 야
[함께 웃는다]
(재수) 좋냐?
(강태) 응
형이 좋아하겠다
웃지 마, 인마
재수 없어
나 오늘 환자한테도 그 소리 들었는데
내가 웃는 게 그렇게 재수 없어?
너 몰라?
아, 너 진짜 몰라?
뭐가?
너 웃을 때
조커 닮았어, 조커
눈은 이렇게 슬픈데 입꼬리는 이러고 올라간 게
[장난스러운 웃음]
거울 봐 봐, 닮았어
[강태의 헛웃음] [재수의 장난스러운 웃음]
(재수) 빨리 와
[신비로운 음악]
[한숨]
[문이 철컥 열린다]
(강태) 형, 나 왔어
(상태) 이거...
[종이를 구기며] 가짜, 가짜야, 가짜
[재수의 당황한 신음] (상태) 가짜, 가짜야
- (재수) 지, 진짜야, 그거... - (상태) 가짜
(재수) 아... [상태가 중얼거린다]
(강태) 형, 형 [재수의 아파하는 신음]
(재수) 아유, 저, 아유...
[상태가 지퍼를 직 닫는다] - (재수) 어유, 씨 - (상태) 거짓말 나쁜 거
(상태) 가짜, 가짜, 가짜, 가짜 가짜, 가짜, 다
거짓말을, 거짓말을 하니까, 응?
- (강태) 형 - (상태) 안 돼, 거짓말은
형,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상태가 중얼거린다]
(상태) 거짓말했어, 거짓말?
형, 내가 오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상태) 거짓말하면 나쁜 앤데 거짓말했어?
너 거짓말은 초등학생끼리도 다, 어?
(강태) 형, 내일 서점 갈까?
(상태) 거짓말했어, 응?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강태) 형, '공룡대백과' 사러 갈까?
- (상태) 어? - 형 그거 갖고 싶어 했잖아
(강태) 형?
(상태) 거짓말했어, 거짓말?
거짓말했어? 왜 거짓말했어? 거짓말 나쁜 거 [강태의 신음]
[상태가 계속 중얼거린다] (재수) 아이고, 이 불쌍한 새끼야
아무튼 이 고문영이라는 여자 이 여자가 사달이야, 아주 그냥
내가 이 책들을 아주 그냥 깡그리 불 싸질러 버릴 거야, 내가 이거
(재수) 이거 뭐야, 악몽을 먹고, 뭐? 뭐... [상태가 연신 '안 돼'라고 말한다]
내가 이거 다 불 싸질러 버릴 거야 내가 이거
- (상태) 안 돼, 안 돼, 안 돼 - (재수) 뭐가 안 돼?
- 안 돼, 안 돼, 안 돼 - (재수) 어, 안 돼?
- (재수) 안 돼? 뭐가 안 돼 - (상태) 내 거, 내 거, 내 거야
[휴대전화 알림음] (상인)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동 문학 출판사 '상상이상'의 대표
이상인이라고 합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휴대전화 알림음]
먼저 오늘 저희 작가님과 있었던 불미스러운 유혈 사고에 대해
깊이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휴대전화 알림음]
바쁘신 와중에도 괜찮으시다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사오니
내일 저희 출판사에서 꼭 좀 만나 뵈었으면 합니다
[휴대전화 알림음]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만남을 허락해 주십시오
[휴대전화 알림음] 제발
[똑딱거리는 효과음]
[휴대전화 알림음] 제발!
(재수) 좀!
(상태) 재수 씨는 예술을 모른다 예술은 아름다운 거야
(재수) 예술, 예술을 내가 왜, 왜 몰라 [상태가 중얼거린다]
예술은 19금 야설, 그게 우리 같은 사람들이 보는 게 예술이야
(상태) 가 버려라, 가 버려라 너희 집에 가 버려라
(재수) 나, 나, 나한테 내가 형 얼마나 좋아하는데
[혀를 똑딱똑딱 튕긴다]
[휴대전화 진동음]
[웃음]
아유, 그럼 그렇지
자, 두구두구, 두구두구, 두구두구
(강태) 네
네?
씁, 아, 이거 싸한데 [어두운 음악]
(TV 속 기자) 오늘 오후 6시경 서울 소재 모 대학 병원에서
(상인) 감이 안 좋다, 이거
심신 미약 상태로 딸과 함께 동반 자살을 기도해
(상인) 아, 감이 안 좋아
(TV 속 기자) 경찰로 연행될 예정이던 김 모 씨가
(전광판 속 기자) 외부 출입이 통제된 병동 보호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김 모 씨는 병원 내 환아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던
낭독회 행사장에서 난동을 부려
즉시 출동한 보안 요원에 의해 제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분한 음악]
눈이 참 예뻤는데
(문영) 그거 알아요?
세상엔 죽어 마땅한 것들이 있는데
(문영) 어떤 사려 깊은 또라이가
그것들을 몰래 죽여 주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는 시민들이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다는 거?
[한숨]
[재수의 놀란 신음]
(재수) 무시하지 말랬잖아, 이, 씨
(강태) 어, 무시 안 해, 무시 안 해
(재수) 말려, 말려, 말려
- 그래, 무시 안 해, 자 - (재수) 응
[강태가 의자를 쓱 당긴다]
[고은이 흐느낀다] (강태) 소년은 오늘도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났어요
잊고 싶은 과거의 나쁜 기억들이
매일 밤마다 꿈속에 다시 나타나서
소년을 계속해서 괴롭혔죠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소년은
더 이상 악몽을 꾸진 않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조금도 행복해지지 않았어요
[무거운 음악]
(강태) 붉은 보름달이 뜨던 밤
소원의 대가를 받기 위해
드디어 마녀가 다시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원망 어린 목소리로 외쳤어요
(강태) '내 나쁜 기억은 모두 지워졌는데 왜'
'왜 난 행복해지지 못한 거죠?'
그러자 마녀는
약속대로 그의 영혼을 거두며 이렇게 말했어요
(강태)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처절하게 후회했던 기억'
'남을 상처 주고 또 상처받았던 기억'
[바람이 휭 분다]
'버림받고 돌아섰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강태)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자만이'
'더 강해지고'
'뜨거워지고'
'더 유연해질 수가 있지'
'행복은 바로 그런 자만이 쟁취하는 거야'
[상태의 옅은 신음]
[신음]
[상태의 신음]
[상태가 쌔근거린다]
[안도하는 한숨]
(문영)
(간호사4) 잠이 안 오니?
아빠는요?
다 괜찮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
[울먹이며] 경찰에 잡혀가요?
정신 병원에 갇혀요?
아빠가 또 나타나서 고은이 괴롭힐까 봐 무서워?
(간호사4) 이제 그럴 일 없을 거야
아빠는...
[무거운 음악]
우리 아빠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
(고은) 아파서 그랬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런 거예요
[울먹인다]
그러니까
울 아빠 잡아가지 마세요
저랑 같이 살게 해 주세요
아빠랑 같이 살래요
같이 살래
아빠 보고 싶어요
- (문영) '그러니 잊지 마' - (강태) '그러니 잊지 마'
아빠
- (문영) '잊지 말고 이겨 내' - (강태) '잊지 말고 이겨 내'
- (문영) '이겨 내지 못하면' - (강태) '이겨 내지 못하면'
- (문영) '너는 영혼이 자라지 않는' - (강태) '너는'
- (강태) '영혼이 자라지 않는' - (문영) '어린애일 뿐이야'
(강태) '어린애일 뿐이야'
[강태가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옅은 신음]
[신비로운 음악] [상태의 옅은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나, 나비
나, 나비
[어린 상태의 거친 숨소리]
[어린 상태의 겁에 질린 숨소리]
[상태의 비명]
(상태)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나비 [재수의 놀란 탄성]
- (상태) 나비, 나비, 나비, 나비 - (강태) 형, 왜 그래
- (상태) 나비, 나비, 나비 - (강태) 형
(상태)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나비
[상태의 겁먹은 신음]
[어두운 음악]
왔네
나비
(상태)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나비가 나 죽인댔어 나비가 나, 나, 나 죽인대
[상태가 계속 중얼거린다]
형...
[강태의 한숨]
(집주인) 어이, 총각!
에이, 이사 철도 아닌데 갑자기 방을 빼?
참 나, 어이가 없어서, 정말
총각!
어, 어, 어, 어
아니, 계약 기간이 한참 남았는데 갑자기 방을 빼...
어머, 어머, 깜짝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이, 씨, 이 아저씨 또 여기서 잤네?
아니, 이럴 거면 수도세를 더 내든가!
어, 당장 여기 총각 나오라 그래요
우린 친구인데 난 왜 아저씨고 걘 총각이에요?
됐고, 총각 어디 있냐고
아, 그러게요
아, 얜 또 아침부터 어디를 간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상상이상"
문강태 씨?
(승재) 안녕하세요
저, 대표님께서 인쇄소에서 오시는 길이라
한 10분 정도 늦으신다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차량 진입 알림음이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이쪽으로...
(승재)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강태) 네
[흥미진진한 음악]
(직원1) 야, 떴대, 떴대
야, 책상에 있는 거 싹 다 치우고 지금 정리 싹 해
(문영) 여기 누구 자리야?
(직원2) 경리 팀장 자리인데, 왜요? [날카로운 효과음]
(문영) 예쁘네
- 탐... - (직원2) 탐나시면 가지세요
그러려 그랬어
[승재의 당황한 숨소리]
(승재) 자, 작가님이 사무실에 웬일이세요?
'좀비아이' 초판 나오는 날이잖아
(문영) 이 대표는?
(승재) 저...
[몽환적인 음악]
와...
(문영) 와, 그림인 줄
사복 입으니까 꽤 멋지네?
꼭 외상값 받으러 온 호스트 같아
당신은 좀 다른가 했지
근데 똑같네?
얼마 받기로 했어?
(강태) 존대하는 법을 모르면 최소한 알아듣게라도 말해
자기도 열라 자연스럽게 말 까면서 뭘
(문영) 나한테 칼 맞았잖아
그래서?
그거 위로금
플러스
입 다무는 조건으로 얼마 받기로 했냐고, 우리 대표한테
아...
이런 식이 늘 통했나 보네
(문영) 말로 하는 위로가 다 무슨 소용이야?
돈이 짱이지
난 그거 별론데?
돈 아니면 뭐, 몸?
돈보다 가치가 있나?
[코웃음]
그럼 뭐 하러 왔어?
돈도 아니고 몸도 아니면 뭐 뜯어먹겠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가능하다면
당신을 한 번 더
보러
그 눈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거든
[차분한 음악]
눈?
당신이
내가 알던 누구랑 같은 눈빛을 갖고 있어
그게 누군데?
인격이 고장 난 사람
(강태) 양심에 구멍이 뚫린 사람
눈빛에
(강태) 온기가 전혀 없는
그런 여자
그 여자...
무서웠어?
좋아했어
좋아했어
내가
[감성적인 음악]
(강태) 그렇게 좋아?
(상태) '상태 오빠 출판 기념회에 꼭 와 주세용'
(문영) 운명 따위로 퉁치는 건 좀 진부하잖아
도망치는 거
(상태) 머리 만지지 마!
형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
[남자의 아파하는 탄성]
(문영) 겁쟁이
고문영 어디 있어!
(평론가) 이 여자랑 엮이면 끝이 다 안 좋아
- 가지 마 - (문영) 네가 내 안전핀 해라
내가 펑 안 터지게 네가 꽉 붙잡고 있으라고
[신비로운 음악] (문영) 소년은 오늘도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났어요
[드르륵거리는 효과음] 잊고 싶은 과거의 나쁜 기억들이
매일 밤마다 꿈속에 다시 나타나서
소년을 계속해서 괴롭혔죠
잠드는 게 너무나 무서웠던 소년은
어느 날 마녀를 찾아가 애원했어요
'마녀님, 제발 다신 악몽을 꾸지 않게'
'제 머릿속에 든 나쁜 기억을 모두 지워 주세요'
'그럼 당신이 원하는 걸 뭐든지 드릴게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소년은
더 이상 악몽을 꾸진 않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조금도 행복해지지 않았어요
붉은 보름달이 뜨던 밤
소원의 대가를 받기 위해
드디어 마녀가 다시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원망 어린 목소리로 외쳤어요
'내 나쁜 기억은 모두 지워졌는데'
'왜, 왜 난 행복해지지 못한 거죠?'
그러자 마녀는 약속대로 그의 영혼을 거두며 이렇게 말했어요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처절하게 후회했던 기억'
'남을 상처 주고 또 상처받았던 기억'
'버림받고 돌아섰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자만이'
'더 강해지고, 뜨거워지고'
'더 유연해질 수가 있지'
'행복은 바로 그런 자만이 쟁취하는 거야'
'그러니 잊지 마'
'잊지 말고 이겨 내'
'이겨 내지 못하면'
'너는 영혼이 자라지 않는 어린애일 뿐이야'
.사이코지만 괜찮아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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