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2
[문영의 코웃음]
(문영) 그럼 뭐 하러 왔어?
돈도 아니고 몸도 아니면 뭐 뜯어먹겠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가능하다면
당신을 한 번 더
보러
(강태) 그 눈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거든
눈?
[차분한 음악]
당신이
내가 알던 누구랑 같은 눈빛을 갖고 있어
그게 누군데?
인격이 고장 난 사람
[어린 강태의 거친 신음]
(어린 강태) 살려 줘, 살려 줘!
(어린 문영) 줄까
말까
[어린 강태의 거친 숨소리]
[어린 강태의 힘겨운 숨소리]
(어린 강태) 아이...
눈빛에
온기가 전혀 없는
그런 여자
그 여자
무서웠어?
좋아했어
[풀벌레 울음]
좋아했어, 내가
[천둥이 콰르릉 친다]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수작 거는 거야?
(문영) 아름다운 추억 속 그녀가 나랑 닮았다?
아름답다고 한 적 없어
[어두운 음악]
이래도 내가 좋아?
[놀란 숨소리]
(강태) 착각하지 마
별로 좋은 추억 아니야
그래?
(문영) 근데
안 좋은 추억일수록
여기에 더 오래 남는데?
[차 문이 탁 닫힌다]
(상인) 야, 너 그 둘을 만나게 하면 어떡해!
어떻게든 막았어야지!
아니, 작가님이 말도 없이 들이닥치신 건데
[승재의 신음] 걔가 뭐, 언제 예고하고 저지르디?
(상인) 아유, 진짜
미리 내다볼 머리가 안 되면은
목숨 걸고 막아서는 패기라도 있든가
아유, 진짜 월급 아까워, 씨, 쯧
아...
진짜 한 대만 때려 보고 싶다
그쪽 대표한테 가서 전해
참 여러모로 수고가 많다고
- (문영) 뭐? - 근데 그 수고
나한텐 안 해도 되니까 다신 연락하지 말라고
(상인) [웃으며] 아이고
제가 너무 늦었죠? 이거, 차가 너무 많이 막혀 가지고
요 달달한 거 드시면서 저랑 얘기 좀 하실...
아니요, 됐습니다
(승재) 어? 벌써 가세요?
사인받아 가셔야죠
[익살스러운 음악]
사인?
- 아니, 그게... - (승재) 아까 저한테
작가님 사인 한 장만 부탁드린다고...
(문영) 으음
내 눈빛이 어쩌고 추억 속 그녀가 어쩌고 주절거린 게
사인 때문이었어?
아니야
몸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원하는 게 사인이었구나
아니라고
(상인) 이야, 이거 잘됐네, 어
아, 즉석 팬 미팅이라도 할 겸
- 저랑 요 꿀물 드시면서... - (문영) 해 줄게
사인
(문영) 따끈따끈한 신간이야
자
이름
이름
문
상태
(상인) 아, 누구, 그, 조카?
형요, 우리 형
아! [웃음]
아, 형님이 팬이셨구나
(상인) [웃으며] 이야
하긴 뭐, 우리 문영이가 애고 어른이고 할 거 없이
아주 그냥 다국적으로다가 팬덤이 어마무시하죠
예, 축하드립니다
- 이건 뭐, 오늘 뭐, 굿즈라고 생각... - (문영) 자
그럼
다음에 또 봐
그럴 리가
(상인) 아유, 이거 꿀물 받아 가야 돼 아이, 씨
보호사님!
보호사님!
(상인) 아, 보호사님!
아, 잠시만요
아유, 그, 참, 그, 잠시만... [강태의 아파하는 신음]
아, 저, 죄송합니다, 그...
제가 너무 죄송해서 그러니까
요 꿀물 좀 가져가셔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헛웃음]
혼자 먹기 너무 많은 거 같은데요?
아니, 뭐, 그러면 뭐 주변에 조금 뭐, 노나주시고
- 아... - (상인) 예
[상인의 웃음] 그럴까요?
(상인) 오, 오,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상인의 당황한 탄성]
[상인의 당황한 탄성]
[상인의 거친 숨소리]
어유, 야...
이딴 거 필요 없으니까 따라오지 마세요
아, 저, 저기요
아, 고문영 뒤처리 전담 10년 동안
이 꿀물을 거부한 자가 없었는데
하, 희한하네
씁, 아, 감이 안 좋아
[박스를 툭툭 친다]
두 박스 줄 걸 그랬나, 씨
[의미심장한 음악]
예쁘네
탐나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탐나
(문영) 탐나
[힘주는 숨소리]
[기차 경적]
(승재) [머뭇거리며] 부르셨어요?
저번에 일다운 일 해 보고 싶댔지?
네
저 뭐든 시켜만 주세요
방금 나간 남자 뒤 좀 캐 봐
[흥미진진한 음악]
네?
이 대표한테 일러바치면
혀를 뽑아 버릴 거니까 조용히 알아봐
[까마귀 울음 효과음]
[기차 경적]
[휴대전화 진동음]
(재수) 어, 먹고 있어
야, 아까 새벽 댓바람부터 너희 주인아줌마 쫓아와 가지고
난리, 난리 한따까리 하고 가셨다
(상태) 아, 침 묻었어, 더러워
더러워, 침
기침할 땐 팔로 가리고
전염병 걸리는 거보단 나아
(재수) 어, 컨디션 아주 좋아, 아주
아직은
야, 넌 근데 뭐, 아침부터 뭐, 어디 대리 알바라도 나갔냐?
뭐, 고문영?
[심장 박동 효과음]
사, 사인, 사인, 사인을
[심장 박동 효과음]
[상태가 침을 꿀꺽 삼킨다]
어, 끊어
[재수가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받았대
아니, 아니, 잠깐 있어 봐, 있어 봐
같이 가, 좀 먹고 가자니까, 아이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상태의 다급한 신음] 어이, 어이, 아, 저기, 저 아이, 어이
[강태가 피식 웃는다]
(문영) 상태 오빠
제 출간 기념회에 꼭 와 주세용
[익살스러운 음악]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같이 즐거운 시간 보내 보아용
문영이가 오빠얌 기다린당
아잉 [반짝이는 효과음]
아, 이 여자가 진짜
[강태의 짜증 섞인 숨소리]
(재수) 뭐, 어디를 가 달라고?
아, 그게...
[상태가 중얼거린다] (강태) 이삿짐도 마저 싸야 되고
주인아줌마 설득도 해야 되고
(상태) 스페셜 데이 때는
영국 옥스퍼드 대딩 스타일 대딩 스타일
알바 뛰던 것도 싹 다 정리해야 돼서 [상태가 중얼거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야, 너 거미 똥구멍에서 실 뽑냐? 뭘 그렇게 주절주절거려
그러니까 형님 모시고
뭐, 그 여자 사인회인지 뭔지 거기 갔다 오란 소리 아니야?
어
알았어
시간, 장소 문자로 찍어
[옅은 웃음]
고맙다, 재수야
그럼 내가 좋아, 형님이 좋아?
[통화 종료음] [상태가 계속 중얼거린다]
[웃음]
아주 부끄러움 많아, 귀여워, 아주!
에이 씨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어서 오세요, 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주리 씨
또 치킨집 하네요?
[새어 나오는 웃음]
[신난 탄성]
(강태) 그렇게 좋아?
(상태) '상태 오빠, 상태 오빠'
'제 출판 기념회에 꼭 와 주세용'
'사인, 사인, 사인'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 같이 보내 보아용'
'문영이가 오빠얌 기다린당, 윙크'
[상태의 들뜬 탄성]
'상태 오빠'
좋아
[상태가 계속 중얼거린다]
와, 좋아, 음
(강태) 형, 이거 봐 봐
음, 이게 멋진데?
멋진 거...
멋진 표정 어떤 거야? 어떤 거, 어떤 거
(상태) 멋진 표정
멋진 표정
(상태) 멋진 표정
맥주는 서비스
저 저녁차로 내려가야 돼서 술은 좀 그래요
- 콜라 - (주리) 콜라 마실게요
[냉장고 문이 탁 닫힌다]
(재수) 콜라 서비스 [주리의 헛기침]
(재수) 아...
지방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단 소린 들었는데
(주리) 네
아, 재수 씨 또 어디 다른 데로 가나 봐요?
(재수) 저야 뭐 [재수의 한숨]
한 군데 매여 있길 거부하는
한반도의 마지막 유랑인 아니겠습니까?
라스트 집시
[재수의 웃음]
[주리의 어색한 웃음]
[재수의 헛기침] [주리의 한숨]
[재수의 시원한 숨소리]
저기
잘 지내죠?
아, 예, 보다시피
아니요
강태 씨요
[힘주는 신음]
(재수) 걔야 뭐, 자기 몸 혹사하는 재미로다가 잘 살죠
[인부의 힘주는 숨소리]
(인부) 다쳤어?
아니요
(인부) 쉬엄쉬엄햐
그런다고 시급 더 주는 거 아니여
젊을 때 고생 사서 한다는 거 다 개소리여
아유, 낸중에 봐 봐
사지 육신 다 곯아서 겔겔대다가
[웃음]
젊은 사람이 참 뻣뻣햐
[상인의 헛기침]
[상인의 헛기침]
(상인) 자, 다들 회의 시작합시다
(직원1) 아, 예 [직원1의 헛기침]
(직원2) 모니터 결과인데요
대부분의 의견이 이 일러스트가
너무 그로테스크한 느낌이라고...
(직원3) 아, 그, 가뜩이나 작가님 [놀란 신음]
매번 잔혹성 논란 있었는데
이번엔 삽화도 한몫하는 거 같아서 걱정이...
(상인) 그래, 그럼 그, 2쇄부턴
그대로 가 [익살스러운 음악]
어, 그, 그대로 쭉 가고
(상인) 자, 다음 안건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로 한 작가님 책요
뭐, 그, '미운 개의 새끼'?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네
- (상인) 어 - (승재) 그거, 담당자 연락 왔는데
개에서 고양이 캐릭터로 수정한... [고양이 울음 효과음]
개로 하라 그래
바꾸면 계약 파기한다고
야, 문영아, 그러면 우리 쪽에 피해가 어마무시하게 이게...
손해날래, 죽을래?
[헛기침]
(상인) 야, 유승재!
너 어디 감히 그, 작가 허락도 없이
개를 고양이로 둔갑시켜, 어?
엄연히 종이 다른데, 어?
그, 오리지널대로 그, 가라 그래, 어
(상인) 어, 가려고?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내일 출판 기념 사인회 한 시간 내로 끝내
(문영) 뭐든 빨리 끝내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승재 씨
[거친 숨을 내뱉는다]
[통화 연결음]
(승재) 여보세요?
어, 삼촌
누구 뒷조사 좀 해 줘라
알지
민중의 지팡이가 그럼 안 되지
그, 삼촌 아는 사람들 중에
국정원 요원이나 그, 뭐지?
어, 흥신소 직원 같은... [통화 종료음]
여보세요?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떡해, 무서워
(관리자) 그래, 수고했어
[돈 봉투를 부스럭 받는다] 그동안 일당백이었는데 아쉽네
(인부) 강태 씨
밖의 누가 찾는디?
[차분한 음악]
손은 왜 그래요?
아...
일하다 조금 다쳤어요
(주리) 아...
[주리가 캔을 쉭 딴다]
[강태의 멋쩍은 숨소리]
땀을 많이 흘려서
재수 씨한테 들었어요, 여기 있다고
아...
(주리) 또 이사 간다면서요
여기저기 미련 없이 훌훌 떠나는 거 좀 부러워요
[어색한 웃음]
갈 병원은 정했어요?
어디든 있겠죠
(강태)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신 병원은 계속 늘어나니까
우리 병원도 지금 경력 보호사 뽑는데
'괜찮은 병원'이라고 3교대예요
(주리) 오프는 10일 정도니까
원하면 지금처럼 짬 내서 알바도 뛸 수 있고
또 뭐, 강태 씨처럼
조무사 자격증 있는 보호사는 수당도 붙고요
어디 있는 병원인데요?
성진시요, 우리 고향
(주리) 강태 씨도 어릴 때 거기 살았다면서요
지금은 뭐, 여기저기 재개발돼서 시골 느낌도 별로 안 나요
또 얼마 전에 멀티플렉스 극장도 생기고... [어두운 음악]
[물이 뚝뚝 떨어진다]
[무거운 효과음]
[카메라 셔터음] [사이렌이 울린다]
(어린 강태) [울며]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어떡해
엄마
엄마, 어떡해
[어린 강태가 울부짖는다] 나, 나, 나비가 그랬어
내가, 내가, 내가 봤어
(어린 상태) 나비가, 엄마
엄마 어떡해
엄마, 엄마 죽였어, 나비가
나비가 죽였어
(어린 상태) 나비가
[한숨]
(어린 상태) 나비가 죽였어, 어
내, 내가 봤어
나비가 그랬어
씨...
(어린 강태) 형! 똑바로 말해
남자야, 여자야?
나이는!
얼굴은!
목소리는!
나, 나비가 말하면
나도 죽인댔어
(어린 상태) [울며] 쫓아와서
죽인댔어
(여자1) 어린애는 보육 시설에 맡기고
큰애는
장애 아동 센터에 인계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무거운 음악] 그게 두 아이를 위해서 최선인 거 같아요
(경찰)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린 강태) 형, 가자
빨리
[어린 상태의 거친 숨소리]
(어린 상태) 우리 이제 어디 가?
(어린 강태) 나비가 쫓아오지 않는 데로
(어린 상태) 멀리?
(어린 강태) 응, 멀리
[웃음]
어?
(주리) 피곤하죠?
혼자 와도 됐는데
타요, 새벽에나 도착하겠네
갈게요
저기, 강태 씨
우리 집에 빈방이 하나 있어요
(주리) 아, 그러니까
안 쓰는 방인데
엄마랑 나는 1층에 따로 사니까
그, 혹시 성진시에 내려오게 되면
집은 따로 안 구해도 될 거 같아요
진짜 가야겠다
신경 써 준 거 고마운데
거긴 안 가요
왜요?
너무 시골이라?
네
시골이라
[잔잔한 음악]
(재수) [술 취한 목소리로] 주리 씨, 그거 알아요?
강태 그 불쌍한 놈은요
절대로 깊은 인연을 안 만들어요
어차피 또 어디론가 떠나야 되는데
유효 기간 1년짜리 인연을 만들어 봐야 뭐 하겠냐고
왜 자꾸...
그러니까
왜 떠나는 건데요?
그게 뭐냐면요
뭔데요, 그게?
그게 다, 다
찢어 죽일 놈의 나비
[재수의 힘주는 신음] (재수) 나비 새끼...
에이 씨
나비?
[자동차 경적]
나비?
[문영이 흥얼거린다]
[차분한 음악]
(문영) 다음에 또 봐
(강태) 그럴 리가
[상태가 코를 드르릉 곤다]
[새가 지저귄다]
(상태) '넌 크리스마스 선물로 뭐 받고 싶니?' [TV 속 캐릭터가 똑같이 말한다]
'곰 인형? 쿠키? 캔디? 케이크?'
[상태가 계속 중얼거린다]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상태) [TV 광고 멘트를 따라하며] '따로 쓰지 마세요'
'두피와 모발 건강을 한 번에'
한 번에!
'탈모 이제 안녕'
탈모 안녕
[물이 쏴 나온다] 모발 안녕
[통화 연결음]
[TV에서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상태) '격조 높은 남아의 체취'
[상태의 개운한 신음] (TV 속 남자) 쾌남!
(상태) '쾌남'
(상태) 고문영 작가님, 좋아! 좋아! [통화 연결음]
[상태가 흥얼거린다]
재수야, 제발
[휴대전화 진동음]
[울먹이며] 강태...
너한텐 내가 있어
[코를 드르릉 곤다]
[삐 소리가 흘러나온다]
(상태) 냄새와 세균까지 한 번에
한 번에, 한 번에
끝!
재수 씨, 재수 씨, 재수 씨 언제 와?
아, 재수 씨, 재수 씨 [밝은 음악]
재수 씨 [난감한 웃음]
[상태의 놀란 신음]
엄청, 엄청, 엄청 커
- 자, 받으세요 - (상태) 고맙습니다
"봄의 시작"
[새가 지저귀는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경쾌한 음악]
(상태) 앗, 차가워, 차가워, 차가워
[새가 지저귀는 효과음]
형, 뛰지 마!
(상태) 어, 좌우를 살펴, 안전하게
안전한 자동차, 안전
[들뜬 목소리로] 청색 바지 입었어 청바지, 청바지, 청바지
기분 좋아, 좋아
[카메라 셔터음] (아이1) 이운재요
[신나는 음악]
[팬들의 환호]
(여자2) 감사합니다
[카메라 셔터음] 하나, 둘
[카메라 셔터음]
[상태의 들뜬 숨소리]
[남자들이 대화한다] [상태의 신난 신음]
[남자들의 놀란 탄성]
- (강태) 죄송합니다 - (남자1) 예
[상태의 당황한 신음]
(강태) 아, 아, 형, 형
[상태의 거친 숨소리] 형, 형, 형
- 잘 들어 - (상태) 어
- 저기 복도 끝의 화장실 보이지? - (상태) 어? 어
- 화장실 봤어? - (상태) 어
어, 이따 형이 사인받고 있을 때
나는 딱 저만큼 떨어져서 보고 있을 테니까
형은 그 여자 사인 받고
- 고문영 작가님 - (강태) 그래
고문영 작가님 사인 받고
사진 찍은 다음에 곧바로 집에 돌아가는 거다?
약속 지키면 내가 뭐 해 준다고?
'공룡대백과사전' 사 줘요
형, 형, 뛰지 마, 형
(강태) 천천히, 천천히
[강태와 상태의 놀란 신음]
[카메라 셔터음] [흥미진진한 음악]
[상태의 다급한 신음]
(강태) 형, 형
줄, 줄
- (강태) 형, 여기 줄 서 있어 - (상태) 어
- 나 요만큼만 떨어져 있을게 - (상태) 어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평론가) 엄마는 추리 소설의 여왕
딸은 아동 문학의 여왕
참 대단들 해
[상인의 웃음]
아유, 그, 바쁜 분이 여긴 웬일이세요?
신간이 나왔는데 당연히 축하해 줘야지
명색이 내가 고문영 전담, 응, 평론가 아니야?
아, 예
[웃으며] 예, 그렇죠
(평론가) 이야...
아동 문학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무려 일곱 권이라
[어두운 음악]
(평론가) 진짜 끝내준다, 어?
고문영 그, 얼굴발?
(상인) 아이, 이 얼굴발이 아니라 글발이죠
자, 저희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저랑 어디 가셔 가지고 [평론가가 숨을 씁 들이켠다]
[혀를 똑 튕기며] 달달한 꿀물 한잔하시죠
(평론가) 에헤, 왜 이래
(상인) 참, 한잔만...
[상인과 평론가의 웃음]
(평론가) 아, 왜 이래, 나 당뇨야
(상인) 아이고, 참, 탈 나는 거 아닙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밝은 음악]
[그르렁거리는 효과음]
(재수) 아이, 씨
[아파하는 신음]
해가...
부셔, 왜, 부셔
[다급한 신음]
와, 18
아, 뒈졌다, 씨
아, 나 정말 어떡해
[휴대전화 진동음]
아, 참...
- (강태) 형, 나 통화 좀 하고 올게 - (상태) 어
- 여기 그대로 있어 - (상태) 어
[설레는 음악]
[아이2의 아파하는 신음]
(상태) 어, 스테고사우루스
- 스테고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 (여자3) 어머
(남자2) 뭐야?
스테고사우루스예요, 이거
지붕 도마뱀이라는 뜻이에요 지붕 도마뱀이라는 뜻
(강태) 이제 와서 오긴 뭘 와?
(상태) 어, 골판, 골판, 그게 등줄기를 따라 돋아난 골판이 특징이며
어, 쥐라기 후기에 그때 살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상태가 계속 말한다] (여자3) 어머, 이 사람 왜 이래
뭐야, 당신!
우아, 스테고사우루스 엄청 커, 우아
이 커다란 덩치에 비해 뇌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아이3의 놀란 탄성] (남자2) 절로 안 가?
[사람들의 놀란 탄성]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아이3의 울음]
저도 똑같은 인형 있습니다 스테고사우루스 똑같은 인형 [어두운 음악]
(상태) 제가, 제가 지은 이 아이의 이름은
어, 눈물이라고...
- (상태) 아! - 좋게 말하니까 못 알아듣지? [사람들의 놀란 탄성]
- 머리, 머리, 머리, 머리... - (남자2) 어? 나가, 나, 나가
- (남자2) 나가! 나가! - (상태) 아, 머리, 머리, 아, 머리
(상태) 악! 머리 만지지 마!
머리 만지지 마, 머리 만지지 마 머리 만지지 마 [사람들의 놀란 탄성]
[상태가 계속 중얼거린다]
머리 만지지 마, 머리, 머리, 머리!
[여러 소음이 날카롭게 울린다]
[상태가 계속 중얼거린다]
[카메라 셔터음]
[상태가 소리친다]
아, 머리!
[상태가 소리를 지른다]
(강태) 잠시만요, 형
[상태가 계속 소리를 지른다]
(강태) 미안해, 형, 미안해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형, 미안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내가 미안해, 미안해 [상태가 중얼거린다]
미안해
괜찮아, 형, 이제 괜찮아
괜찮아
[강태의 거친 숨소리]
(강태) 됐어, 괜찮아, 미안해, 미안해
(문영) 줄까
말까
줄까
말까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상태의 떨리는 신음]
(문영) 어이!
[비장한 음악]
(문영) 사과하지?
[상태가 계속 중얼거린다] 해요
사과
- 내가 왜 이 자식한테... - (문영) 아니
나한테
뭐?
(문영) 아저씨 때문에 지금 내 사인회가 엉망이 되고 있잖아요
(남자2)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이 바보 같은... [음 소거 효과음]
[남자2의 아파하는 탄성] [사람들의 놀란 탄성]
이렇게 머리끄덩이를 잡는데 소리를 안 지를 사람이 있나?
[남자2의 아파하는 탄성] [사람들의 놀란 탄성]
봐, 당신도 지르네
(남자2) 아, 놔, 놔, 놔!
- (남자2) 아, 놔, 놔 - (여자3) 아니, 그러면, 어?
웬 미친놈이 애한테 해코지를 하는데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어?
[음 소거 효과음] - 아, 망했다 - (문영) 아...
(문영) 정신과 의사세요? 미친 걸 어떻게 아셨대?
아, 그거야
막 말을 막...
(여자3) 막 주절주절 막 이상하게 하니까!
[코웃음]
미친년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뭐야?
아니, 말을 막 주절주절하시길래
미친년인 줄 알았지
(여자3) 어머, 어머머, 어머
여보, 여보, 여보 들었지, 들었지, 어?
들었죠, 들었죠?
방금 나한테 상욕한 거, 어?
(여자3) 뭐 해, 빨리 찍어, 찍으라고, 어?
(남자2) 찍어, 찍어, 찍어, 찍어, 찍어, 찍어!
- (여자3) 어머, 기막혀 - (남자2) 찍어, 찍어!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툭툭 소리가 들린다]
(상태)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훌쩍이며]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나는 괜찮은...
안 들어가?
진정되면 형이 알아서 열어 줘
그게 언젠데?
한 시간
길면 하루, 이틀
그럼 여기서 날 새우자고?
(강태) 누가 같이 새우재?
걱정 말고 가서 당신 일이나 수습해
걱정? 내가 왜? 누굴 걱정해?
근데 형 뒷머리가 되게 예민한가 봐
성감대 그런 거랑 비슷한가?
아! 폭탄 스위치
만지면 펑 터지고 그런 거지?
(문영) 근데 이발은 또 어떻게 해?
또 막
'아, 아, 아, 아, 아' 이럴... [흥미진진한 음악]
제발 1절만 해
이제 제대로 봐 주네?
[심장 박동 효과음]
[문영의 웃음] (강태) 뭐 하는 짓이야?
모자 쓰지 마
예쁜 얼굴 안 보여
[웃음]
왜 빨개져?
[문영의 놀란 숨소리] (문영) 아!
넌 앞머리가 성감대구나, 그렇지?
[웃음]
(평론가) 어이, 고 작가
그새 또 한 건 했던데?
이 대표 이번엔 똥줄 제대로 빠지겠어
(상인) 아유, 진짜!
아유, 왜 이 원수는 꼭 내가 없을 때만 사달을 내고 지랄이야!
[상인의 거친 숨소리]
요새 그, 보호사 등장할 때마다 그러는 거...
[발을 쿵 구르며] 야, 그걸 아는 놈이, 어?
그 두 사람 못 만나게 안 뜯어말리고 뭐 했어, 어?
아유, 진짜, 씨, 월급 아까워, 씨 [휴대전화 진동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쓱 열린다] [안내 음성] 1층입니다
어, 김 기자
아유, 아니야
'미친년'이 아니라
'아, 나 진짜 미치겠네'라고 했다는데, 뭐
한국말이, 어?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저 새끼
(평론가) 애인?
[탄성]
연애도 해?
꿀물 먹었으면 입 다물고 가지?
이야, 인상 쓰니까 얼굴이 엄마랑 아주 똑같네
[어두운 음악] (평론가) 엄마가 글도 잘 쓰고
참 섹시했는데
모녀라 그런가 여러모로 닮았어
헛소리 치우고 당신 갈 길이나 가지?
지금이야 좋겠지
[평론가가 숨을 들이켠다]
(평론가) 근데 조심하는 게 좋을걸?
유명 소설가였던 엄마는 어느 날 갑자기
사망 소식이 들려왔고
잘나가던 건축가 아빠는 머리가 회까닥해서
정신 병원에 감금됐다는데
그러면 나중에 당신은 어떻게 되려나?
이 여자랑 엮이면 끝이 다 안 좋아
명심하쇼
[평론가가 휘파람을 분다]
[문이 달칵 열린다]
이거 놔
가지 마
나 좋아해?
책임질 거야?
감당할 수 있어?
네가 뭔데 날 붙잡아?
[손을 탁 뿌리친다]
[문이 달칵 열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한숨]
역시
쫓아올 줄 알았어
(평론가) 내가 자기 글을 참 오래 봤잖아
글 보면
작가 정신 세계가 다 읽혀요
그럼 이제
내가 무슨 짓을 할지도 읽었겠네?
[헛웃음]
나 건들지 마
혼자 안 죽어
[어두운 음악] 너랑 이 대표 싹 다 끌어안고 간다
내 별명이 왜 논개겠어?
논평 분야의 개자식
그래서 논개 아니야?
[헛웃음]
내가 펜 한번 들면 너 이 바닥에서 매장이야
(평론가) 알 텐데
동심이 뭔지도 모르는 안티 소셜 인격 장애자가
아동 문학을 쓴다?
하...
이 코미디가 세상에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원하는 게 뭐야?
이제 꿀물이 좀
[긴장되는 음악]
(평론가) 질리네?
아, 그냥 네가
내 비위 좀 잘 맞춰 주면, 어?
좋겠는데
[몽환적인 음악]
[침을 꿀꺽 삼킨다]
그거야 쉽지
근데 펜은
나도 들 수 있거든?
[격정적인 음악] [평론가의 놀란 탄성]
[평론가의 비명]
[평론가의 비명]
[평론가의 거친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잘 가 [평론가의 비명]
[괴로운 신음]
[몽환적인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평론가) 야, 이 악마 같은 년아!
두고 봐, 내가 너희
싹 다 갈아...
(구조대원) 목에 힘 빼세요
[평론가가 웅얼거린다]
[사이렌이 울린다]
에이 씨, 깨끗이 확 뒈졌어야 됐는데
(문영) 죽어 마땅한 쓰레기들은 왜 하나같이 명줄이 긴가 몰라
염병할, 씨
(강태) 거기 서
뭐 하는 거야?
심호흡해
[문영이 숨을 후 내뱉는다]
더 깊이
[심호흡]
- 뭐 하는 거... - (강태) 눈 감아
[흥미진진한 음악]
(강태) 스스로 통제가 안 될 땐
이렇게 양팔을 엑스 자로 교차해서
양쪽 어깨를 번갈아서 토닥여 줘
이러면 격했던 감정이 좀 진정될 거야
이게 뭔데?
나비 포옹법
[상태가 훌쩍인다]
(강태) 트라우마 환자들한테 추천하는 자가 치료법이야
뒤에서 이러는 건 내 취향 아니야
트라우마는
이렇게 앞에서 마주 봐야지
뒤에서 보듬는 게 아니라
(문영) 갑자기 왜 도망쳐?
(강태) 형한테 가는 거야
(문영) 천천히 가, 발 아파
야
야
야!
나 화나게 하지 마, 터져
그래서 나비 포옹 알려 줬잖아
그깟 걸로는 어림도 없어
네가 내 안전핀 해라
뭐?
(문영) 내가 펑 안 터지게
네가 꽉 붙잡고 있으라고
아깐 잡지 말라며
무슨 자격으로 잡냐 안 그랬어?
오, 뒤끝
어, 있어, 뒤끝
[옅은 웃음]
그래서 지금 자격 주잖아
고문영 안전핀
그걸 왜 내가 해?
보호사니까
(문영) 위험인물 마크하고 지키는 게 보호사 일 아니야?
딴 데 가서 알아봐
(문영) 돈 많이 줄게
얼마야? 얼마면 돼?
완치돼서 떠나는 환자들한테 우리가 늘 하는 말이 있어
뭔데?
다신 보지 말자
[차분한 음악]
제발
보지 말자
(강태) 그러니까 여기까지만 해
더는 따라오지 마
[버튼음]
(문영) 근데 나 환자 아닌데?
[강태의 한숨]
(문영) '다신 보지 말자'
그거 환자들한테 하는 작별 인사라며
난 멀쩡해
하긴
당신 같은 부류는 환자랑 좀 다르지
그렇지
약 먹고 주사 맞는다고 낫는 게 아니거든
(강태)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고
그래서 딱히 치료법도 없어
예후도 안 좋고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지
[엘리베이터 도착음]
피하는 게 아니라
도망치는 거겠지, 무서워서
겁쟁이
[차분한 음악]
(어린 강태) 저기...
이래도
내가 좋아?
[어린 강태의 놀란 숨소리]
[어린 강태의 떨리는 숨소리]
겁쟁이
[한숨]
[상인의 한숨]
(상인) 야, 고문영
너 이 사태 이거 어떻게 수습할 거야, 어?
목격자가 지금 한둘이 아니잖아!
넌 어떻게 맨날 이기적으로
네 밥그릇 그냥 네가 그렇게 차 버리냐, 어?
야, 너 뭐 했어, 너 담배 피웠지?
[상인의 거친 숨소리]
아유, 진짜!
야, 문영아!
야, 고문영, 차라리 그냥 날 그냥 좀 죽이고 가라, 네가 그냥
[안도하는 숨소리]
형
사인 못 받아서 속상해?
형이 속상하면
나도 속이 너무 아파
[강태의 아파하는 신음]
- 아, 배, 배, 배가... - (상태) 아, 왜, 배...
- (강태) 아, 아, 배, 배, 배가... - (상태) 아, 119, 119
(강태) 짠!
[놀란 숨소리]
'공룡백과사전'
[강태의 웃음] '공룡백과사전'!
'공룡백과사전'
'공룡백과사전'
[상태의 벅찬 숨소리]
'공룡백과사전'
좋아?
어, 좋아, 딥다 완전 캡숑 좋아
내가 좋아, 고문영이 좋아?
'알뜰살뜰 엄마 공룡 마이아사우라'
(상태) '입이 오리 부리처럼 생긴 초식 공룡이다'
'드로마에오는 달리는 도마뱀이라는 뜻으로'
'매우 빨리 달려서 붙은 이름이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35cm 정도인데'
'1년 안에 3m 정도로 자라 마이아사우라, 마이아사우라'
'마이아사우라는 무리를 지으면서 새끼를 1m 정도로'
[차분한 음악] '1m 정도로 자랄 때까지 돌보았다'
마이아사우라 알뜰살뜰 엄마 공룡, 아빠 공룡
바가케라, 바가케라톱스, 바가케라톱스
머리 뿔 나와 꼬마 뿔 공룡 바가케라톱스
[문영의 웃음] (강태) 뭐 하는 짓이야?
모자 쓰지 마
예쁜 얼굴 안 보여
[상태의 놀란 신음]
(상태) '뿔 공룡 바가케라톱스, 뿔'
'몸집이 작고 꼬리, 꼬리, 꼬리 꼬리도 짧은 편이다'
'바가케라톱스는 사막에 살면서'
'모래를 파고들어 그 속에서 알을 낳았다'
'꼬마 뿔 공룡'
'무시무시한 작살 무시무시한 작살 발톱'
'바리오, 바리오, 바리오닉스'
(행자) 가는 동안 바이털이랑 비피 잘 확인해 주고
그리고 에피네프린은?
혹시 몰라서 프렙했습니다
(행자) 투약 리스트랑 진료 카드 다 챙겼지?
(별) 아, 여기요
(주리) 고마워, 다녀올게요
(의료진) [차를 탁탁 치며] 출발하시죠
(별) 수고해요
[부드러운 음악]
(상태) '날렵하고 빠른 육식 동물이다'
[상태가 책을 계속 읽는다]
(강태) 형
형! [상태의 놀란 신음]
[상태가 중얼거린다]
(강태) 걸을 때 딴짓하지 말라니까
전에도 차에 부딪쳐서 입원했던 거 기억 안 나?
이리 내놔 [상태의 당황한 탄성]
주세요
집에 가서 보자
- 여기서... - (상태) 아이
- (강태) 위험해서 그래 - 아, 어? 저기
[상태의 다급한 신음]
- (강태) 형! - (상태) 안전하게, 안전하게
- 형, 뛰지 마, 뛰지 마 - (상태) 안전하게, 안전하게
- (강태)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 계단에선 천천히 가
[상태의 거친 숨소리]
어?
안 속아, 줘, 이리
아, 재, 재수 씨, 재수, 재수 씨
너 알지?
나 맥주 1톤을 퍼마셔도 까딱없는 거
(재수) 근데 왜 꼭 여자랑 단둘이 마시면 단숨에 꽐라가 되냐 이 말이야
옛 성현 말씀에
역사란
밤과 술과 여자가 만나야 이루어진다는데
내 역사는
깜깜하다
깜깜
- (강태) 재수야 - 응
너 이제 그만해
뭘 그만해?
우리 따라다니면서 고생하는 거
이제 편하게 정착해 살아
뭐야, 내 마음이야
(재수) 네가 뭔데 내 인생의 고, 스톱을 정해?
가든 서든 내빼든 자빠지든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무슨, 웃긴 새끼네, 이거?
뭔 일 있었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센티해
아, 씨, 아, 고문영, 씨
아, 그 사이코가 또 뭔 짓거리 했구나 그렇지, 어?
- 아니야 - (재수) 아니긴, 씨, 쯧
- 아니라고 - (재수) 어, 맞네, 어, 어, 어, 어
네가 아니란 건 아니라는 소리가 아니거든, 뭔데?
도망치는 거
형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 [차분한 음악]
나비건 뭐건
형체도 없는 그딴 거에 쫓겨 다니면서
이게 다 형 때문이라고
사실이잖아
근데 오늘 처음 그런 생각 들더라
실은 내가
도망치고 싶어서
우리 형 등 떠밀고 다니는 거 아닌가
그건 아니지
원래
사는 게 죽을 만큼 힘들면
도망이 제일 편하거든
[옅은 웃음]
[옅은 웃음]
[재수의 옅은 웃음]
[상태가 중얼거린다]
형, 우리 예전에
어렸을 때 살던 데 기억나?
- 엄마랑 같이 살던 데 - (상태) 성진시
(강태) 응
[물건을 툭툭 정리한다]
우리...
거기 가서 살까?
- 형이 싫다 그러면 안 가도... - (상태) 좋아
[잔잔한 음악]
난 좋아, 좋아
진짜 괜찮아?
거기 중국집 짬뽕 맛있는데
짬뽕, 짬뽕, 시장통 초입
홍초 넣고, 땡초 넣고, 국물이 끝내줘
형
(상태) 끝내줘 [웃음]
우리 형 진짜 용감하다
난 아직 겁쟁이인데
(상태) 동생이니까, 동생이니까 겁쟁이 동생이니까
동생이니까 겁쟁이지
응, 형만 믿어, 형만
형, 형 있으면 든든하니까
형만 믿어, 형, 형만 믿어
[주리와 별이 대화한다] [휴대전화 진동음]
뭐야?
(별) 서울의 그 김 서방?
[별의 웃음]
[주리의 멋쩍은 웃음]
안 받아요?
(주리) 여보...
여보세요?
네
네
[휴대전화 진동음] [흥미진진한 음악]
성진시?
[한숨]
어쩐지
(강태) 당신이
내가 알던 누구랑 같은 눈빛을 갖고 있어
[여기저기서 전화벨이 울린다]
(직원4) 아, 저희도 모르는 일이라니까요
[저마다 통화한다] (직원3) 아니요, 그거 다 오해고 루머입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작가님은 저희도 지금 연락이 안 돼서요
네, 아, 잠시만요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여보세요?
(TV 속 남자2) 이 빙신 같은 게...
[TV 속 남자2의 아파하는 탄성] [TV 속 사람들의 놀란 탄성]
(TV 속 남자2) 아, 아, 아, 놔, 놔 [TV 속 사람들의 놀란 탄성]
(TV 속 여자3) 아니, 그러면, 어?
애한테 막 미친놈이 막 해코지하는데 그럼 보고만 있어?
(상인) 그...
서점 CCTV 파일 다 회수 안 했어?
(TV 속 기자) 오늘 오전 어느 맘 카페에 올라온 동영상입니다
[상인이 호응한다] 고문영 작가는 자신의 출판 기념 사인회에서
이해 못 할 폭언과 폭행을 퍼부으며
현장에 있던 수많은 팬들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겼는데요
[음성 변조 목소리로]
[당황한 신음]
[음성 변조 목소리로] '미친년'
[살짝 웃는다]
(TV 속 여자3) 이러면서 웃는데 내가 어찌나 소름이 돋던지, 하
[울먹인다]
(상인) 자, 자, 자, 자, 다들 정신 차리고!
어, 일단 저 두 분을 찾아가서
위로금 조로다가 꿀물을 조금만 드리면 될 거 같아, 어
[직원5가 대답한다] (TV 속 기자)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문영 작가의 과거 엽기적인 행적들이
인터넷상에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읽어 봐
(TV 속 문영) 오...
[아이들이 호응한다]
[흥미진진한 음악] [TV 속 학부모들이 웅성거린다]
- (TV 속 문영) 몰라? - (TV 속 상인) 자, 자, 자
어머님, 아버님, 그, 어...
3학년이면 열 살, 열 살이면
열 살이면 10세, 예
[TV에서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상인) 아이, 왜
저게 대체 뭐가 문제야, 어?
초등학교 3학년이면은 열 살 맞잖아, 어?
10세 아동
아, 이게 대체 뭐가 문제야, 어?
(TV 속 기자) 국내외 수많은 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던
인기 동화 작가의 섬뜩한 이면이 연일 논란인 가운데
세계 아동 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안데르센상 후보에서도
그녀를 제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
[TV 전원을 삑 끈다]
[상인이 울먹인다]
(직원4) 저, 저기...
대표님, 어떡하죠?
이번 건 도저히 꿀물로 실드가 안 될 거 같은데 그...
(상인)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이, 괜찮아, 괜찮아, 어?
우리 이거보다 더한 난관도 헤쳐 왔어
분명히 솟아날 구멍이 있어, 어
(직원6) 대표님, 대표님!
저, 큰일 났습니다
왜, 또 왜!
(직원6) 이번에 나온 신작 '좀비아이'요
내용이랑 삽화가 너무 잔혹하다고
시민 단체에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상인의 헛웃음]
[상인이 악을 지른다]
고문영 지금 어디 있어? [흥미진진한 음악]
고문영 어디 있어!
[갈매기 울음]
[문영이 흥얼거린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훌쩍인다]
문영이 지금 어디 있어?
작가님 호텔에서 체크아웃하셨답니다
어, 그래
[신발을 툭툭 벗으며] 그럼 나도
[신발을 탁 들며] 그냥 내 인생 체크아웃하련다
- (상인) 엄마! - (직원4) 대표님!
- (직원4) 대표님! 잡아, 잡아! - (직원2) 대표님, 대표님!
(상인) [울먹이며] 엄마
(직원4) 대표님! 야, 잡아, 잡아!
아, 대표님, 대표님, 그러지 마세요
[직원들이 소란스럽다]
(승재) 대표님!
[직원들이 조용해진다]
다...
저 때문인 거 같아요
(상인) 뭐?
저, 실은...
[휴대전화 조작음] (승재) 아침에 작가님한테
이거 보내 드렸는데
[상인이 훌쩍인다]
문강태
그 보호사?
[신비로운 음악]
(강태) 자, 자, 자, 자, 자
[흥얼거린다]
[풀벌레 울음]
[흥얼거린다]
[달칵거리는 효과음]
[블루투스 휴대전화 벨 소리]
[문영이 계속 흥얼거린다]
(상인) 고문영, 너 지금 어디야?
어디 있냐고!
안데르센 동화 중에 '빨간 구두'라고 알지?
(상인) 그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지금 어디 있냐고
[천둥이 콰르릉 친다]
(환자) 와, 비다, 비다
(강태) 들어가실게요! [환자들의 다급한 신음]
- (주리) 들어가실게요 - (보호사) 안으로 들어가시겠습니다
(주리) 뛰지 말고 들어가실게요
조심하세요!
(보호사) 네, 들어가실게요
[타이어 마찰음]
[신비로운 음악]
(문영) 소녀는
엄숙하고 경건한 장소에서도
굳이 꼭 그 빨간 구두를 신고 가지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문영) 그 구두를 신으면
두 발이 저절로 춤을 추게 되고
영원히 춤을 멈출 수도
구두를 다시 벗을 수도 없게 돼
그런데도
[천둥이 콰르릉 친다] 소녀는 빨간 구두를 절대 포기하지 않아
결국 사형 집행인이 나서서 소녀의 발목을 잘라 냈지만
잘려 나간 두 발은 빨간 구두를 신은 채
계속해서 춤을 췄어
억지로 갈라놔도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게 있어
너 설마...
예, 병실 쪽은 괜찮고요
어, 로비랑 스테이션 쪽 전등요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문영) 집착은
그래서 숭고하고 아름다운 거야
[시계 종이 뎅 울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문영) 나
이제야 내 빨간 구두를 찾았어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당신이
여길 왜...
왜긴
보고 싶어서 왔지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종이 뎅 울리는 효과음] [드르륵거리는 효과음]
[째깍거리는 효과음]
[감성적인 음악]
(문영)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문이 탁 닫힌다] 어떻게 똑 떨어지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지?
(지왕) 한 클래스 맡아 주시죠, 작가 선생님
오늘부터 문예 수업을 맡게 된 고문영입니다
(강태) 나 네 장단 맞춰서 춤춰 줄 여유 전혀 없거든?
(문영) 위선자
너 놀고 싶잖아
(강태) 나 요새 자꾸 까먹는다
심지어 형까지
(문영) 이젠 안 도망가네?
(강태) 신경...
쓰게 만들잖아, 네가
.사이코지만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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