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3
[몽환적인 음악]
[타이어 마찰음]
(문영) 안데르센 동화 중에 '빨간 구두'라고 알지?
[천둥이 콰르릉 친다] [형광등이 지지직거린다]
(행자) 비 오면 가끔 이래
공동묘지에 병원 짓는 거 아니라고 다들 뜯어말렸다던데 [형광등이 지지직거린다]
여기 지박령들이 한이 많아 그런가
야간 라운딩 때 조심해
일단 시설과에 연락해 두겠습니다
쟨 겁이 없네
[행자가 휘파람을 분다]
예, 병실 쪽은 괜찮고요
어, 로비랑 스테이션 쪽 전등요
[다가오는 발걸음]
네, 알겠습니다
(문영) 그 구두를 신으면
두 발이 저절로 춤을 추게 되고
영원히 춤을 멈출 수도
구두를 다시 벗을 수도 없게 돼 [천둥이 콰르릉 친다]
억지로 갈라놔도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게 있어
[시계 종이 뎅뎅 울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천둥이 콰르릉 친다]
(문영) 나
이제야 내 빨간 구두를 찾았어
[천둥이 콰르릉 친다]
당신이
여길 왜...
왜긴
보고 싶어서 왔지
[천둥이 콰르릉 친다]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린다]
(강태) 그때 분명
다신 보지 말자고 했을 텐데
그쪽 혼자 한 다짐이었지 난 아닌데?
(강태) 왜 이래?
(문영) 신기해서
잘 컸다
이 정도면 성장이 아니라 진화라고 봐야지
너, 나 알아?
차차 더 알아 가 볼까 해
(문영) 언제 끝나?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고 달려왔더니 배고파 뒈지겠는데
이런 촌구석에도 맛집은 있지?
원하는 게 뭐야?
(강태) 그거 얻기 전엔 물러날 생각 없잖아
그러니까 목적만 말해, 뭐야?
얼른 먹고 떨어져라?
그래 준다면야
너
(문영) 먹고 떨어질게
문강태 나 줘라
왜 하필 나야?
자꾸 탐이 나
그러니까 왜?
예뻐서
[신비로운 음악] (문영) 그렇잖아
구두, 옷, 가방, 자동차
(문영) 내 눈에 예쁘면 탐이 나는 거고
탐나면 가져야지
돈 주고 사든 몰래 쌔비든 억지로 빼앗든
가지면 그만 아니야?
욕망에 꼭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돼?
(행자) 고문영 씨?
아, 원장님이 보호자 면담을 좀 했으면 하시는데
[문영의 한숨]
"원훈"
(지왕) 회복세를 봐야 알겠지만
원체 인지 기능이 떨어져 있던 상태라
당장은 따님을 못 알아볼 수도 있어요
[신비로운 효과음]
[행자의 헛기침]
(행자) 저, 이쪽으로 앉으시죠
됐어요
이 아버님처럼 뇌종양에 수반된 정신 장애는 완치가 힘들어요
완화시킬 수는 있죠
장난해?
아, 화타를 여기 갖다 놔 봐, 되나 절대 안 돼
[흥미진진한 음악]
(지왕) 이게
기억의 오작동이나 환시, 환청도 심하고
이유 없이 뭘 무서워한다거나
그, 괜히 뭐라 뭐라 헛소리도 하고
씁, 증상이 참 여러모로 고약하거든, 이게
(문영) 귀신 씐 사람들이랑 비슷하네
굿이라도 한판 해야 되나?
굿이나 부적보다 훨씬 효과 좋은
처방전을 내가 한 장 써 드릴까 하는데
안 닮았지?
(필옹) 고 교수 딸은 엄청 미인이더구먼
죽은 자기 엄마 닮았나 봐 [달려가는 발걸음]
(정태) 딸이 왔어? 이뻐?
연예인 누구 닮았는데?
(필옹) 너 또 술 처먹었냐?
그러다 평생 여기서 살래, 진짜?
(정태) 술 안 마셨어
진짜야, 안 마셨어
(행자) 여기요
[싹둑 자르는 효과음]
이게 뭐죠?
음, 말씀드린 처방전
저희 병원에서 실시하는 집단 치료 프로그램입니다
(지왕) 거기 쭉 보면
요리, 미술, 음악, 명상, 원예
환자 치료에 필요한 요법 클래스가 골고루 다 있는데
아, 우리가 마침 문예 쪽이 빈단 말이지
이 정신 의학에서는
밸런스가 참 중요한데 말이야
근데요?
아, 한 시간씩 일주일에 두 타임
(지왕) 뭐, 글쓰기든 책 읽기든
뭐든 간에
재능 기부다 생각하고
한 클래스 맡아 주시죠, 작가 선생님
(행자) 저기요, 원장님
아!
(지왕) 제일 중요한 채용 조건
아, 수업 오실 때마다
30분씩 아버지 산책시키기
조건은 내 쪽에서 먼저 걸어야 되는 거 아닌가?
이게 내 환자와 보호자한테 제시하는 제 처방전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문영이 종이를 쫙쫙 찢는다]
(지왕) 성격 참 와일드하구먼
설마 할 거라고 기대하신 거 아니죠?
요새 뉴스 안 보세요? 아주 난리도 아닌데
그 난리 통에 여기로 달려올 정성이면
[무령이 딸랑딸랑 울린다] 씁, 노리는 뭔가가 여기 분명히 있다는 건데
[한숨]
[문이 탁 닫힌다] (강태) 왔어?
봤어요?
(차용) 고문영 우리 병원에 떴다면서요?
이야, 실물 완전 개쩐다던데
에이, 조금만 일찍 올걸
벌써 갔나?
(강태) 쓸데없는 데 관심 끄고
이거 어떡할 거야?
그게 왜요? [차용이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강태) 다 이 꼴로 만들어 놨던데?
미리 잘라 놓으라면서요 환자들 목매고 콱 죽을 수도 있다고
듬성듬성 가위질만 해 놓으랬지 누가 이렇게 난도질을 하래?
[짜증 섞인 신음]
(차용) 알겠어요, 아, 몇 푼이나 한다고
아, 내가 한 박스 사다 놓으면 될 거 아니야
개짜증 나 [캐비닛 문이 쾅 닫힌다]
어디 가?
화장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강태의 한숨]
[문이 탁 열린다] [강태의 한숨]
수간호사님한테 욕먹을까 봐 겁나면 그냥 둬 [문이 탁 닫힌다]
(강태) 내가 나중에 반납할 테니까
(문영) 욕은 나중에 먹고 밥부터 먹자
(강태) 뭐야
[흥미진진한 음악]
(문영) 오...
오, 오, 오
여기 외부인 출입 금지야, 나가
방금 나간 애가 너 여기 있다고 문까지 열어 주던데?
[탄성]
- (강태) 나가, 빨리 - 아, 왜?
- (강태) 나가라고, 얼른 - (문영) 아, 씨...
(문영) 응?
[문영의 탄성]
[강태의 힘주는 숨소리] (문영) 와...
잠깐만
[강태의 당황한 숨소리]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어색한 웃음]
(문영) 뭐, 서로 쌩까자고?
표정 보니 딱 그렇네
(주리) 그래 주면 고맙고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강태 씨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라이터를 탁 닫는다]
[웃음]
왜, 그건 모른 척이 안 되니?
난 그게 참 그렇더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어떻게 똑 떨어지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지?
[몽환적인 음악]
(문영) 만날 때마다 생과 사를 오갈 만큼 극적이었고
그 순간마다 서로가 서로한테 늘 반전이었어
그런 우연이 쌓이고 쌓여서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다면
그걸 무슨 사이라고 해야 돼?
운명 따위로 퉁치는 건 좀 진부하잖아 그렇지?
[한숨]
[한숨]
[타이어 마찰음]
(문영) 타
[흥미진진한 음악]
타라고 [통화 연결음]
[자동차 경적]
(강태) 지금 어디예요?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이 계속 울린다]
나중에 다시 걸게요
기운 빼지 말고 타
고기 먹자, 나 배고파
너 혼자 먹어 나 같이 먹을 사람 있으니까
아, 우리 상태 오빠?
(문영) 잘됐네
저번에 못 한 팬 미팅 오늘 하지, 뭐 집이 어디야?
이렇게 막무가내로 덤비면 다들 잘 먹혀 줬나 본데
나한텐 절대 안 통해
아...
청산리 벽계수였어?
(문영) 와, 재밌겠다
해 보자, 먹히나 안 먹히나
[문영의 웃음]
알았어, 알았어
눈으로 씹어 먹겠네, 아주
오늘은 그냥 갈게
['사이코'라고 말하는 효과음]
대신 다음에 또 튕기면 그땐 납치할 거야!
[자동차 시동음]
[한숨]
[긴장되는 음악]
[밤새 울음]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문영의 비명]
[타이어 마찰음]
[문영의 거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고라니의 울음]
[거친 숨을 내뱉는다]
아이, 씨발, 존나 깜짝 놀랐네
[고라니의 울음] (문영) 닥쳐, 이 고라니 새끼야!
안 닥쳐?
[울음]
아악!
[고라니의 울음] 으악!
(문영) 아악!
[고라니의 울음] [자동차 경적]
[익살스러운 효과음]
[바코드 인식음]
- 좋은 하루 되세요 - (주리) 감사합니다
(강태) 어?
[옅은 웃음]
(주리) 같이 저녁 먹고 오는 거 아니었어요?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강태) 아, 그럴 사이 아니에요
집에서 고작 한 끼 먹는데 저녁은 형이랑 먹어야죠
(주리) 그렇죠 [휴대전화 진동음]
(강태) 어, 재수야
아, 다 왔어
콜라는 냉장고에 있고
그래
응
[신비로운 음악]
[밤새 울음]
[까마귀 울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상인) 아, 안 되는데
아, 여기는 진짜 안 되는데
(승재) 거기가 어디인데요? [상인의 한숨]
저주받은 성
[신비로운 음악] [밤새 울음]
[딸랑거리는 소리가 난다]
(상인) 문영이 태어난 기념으로
걔네 아빠가 직접 지은 저택이야
부인이 글 쓰는 데 집중할 수 있게
엄청 깊은 숲속에다 지었어
[문이 덜컹 열린다]
[긴장되는 효과음]
뭐, 한때 건축 대상을 받을 정도로 으리으리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폐허지
귀신의 집
(승재) 팔면 되지, 왜 여태 그냥 뒀대요?
(상인) 야
팔려야 팔리지
거기서 걔네 엄마 그렇게 되고
걔네 아빠, 아유, 저렇게 되고
그 재수 옴 붙은 델 누가 사려고 들어?
그렇게 저렇게...
뭐가 어떻게 됐는데요?
알려고 하지 마, 뒈져
(승재) 네 [상인의 한숨]
작가님은 갑자기 거길 왜 내려가셨대요?
그러게
왜일까? 어?
왜긴 왜야!
어떤 무개념이!
누구 뒷조사해서!
(상인) 나 몰래 갖다 바쳤기 때문이겠지!
뒷조사를 갖다 바치는 게 낫지
제 목숨을 바칠 순 없잖아요
뭐, 인마? 어?
(상인) 아이고, 이거를 그냥 아주, 그냥
아유, 진짜! 아유!
아유
[문이 달칵 열린다]
[신비로운 음악]
[문이 탁 열린다]
[문이 삐거덕거린다]
[문이 철컹거린다]
[풀벌레 울음] [한숨]
[물건이 툭 떨어진다]
[힘주는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지왕) 괜히 뭐라 뭐라 헛소리도 하고
증상이 참 여러모로 고약하거든, 이게
[몽환적인 음악]
[힘겨운 신음]
[한숨]
배고파
[지글지글 소리가 들린다]
[재수가 흥얼거린다]
(재수) [흥얼거리며] 삼겹살
맛있겠다
[재수의 다급한 숨소리]
[날카로운 효과음]
(재수) 자기야, 아
(순덕) 아이고, 다리야
[순덕의 힘겨운 신음] (재수) 아이고, 아이고
- (순덕) 야, 이것 좀 받아 봐 - (재수) 아이고, 예예
- (재수) 아, 뜨거워, 뜨거워 - (순덕) 뜨거워, 뜨거워
- (순덕) 조심해, 조심해 - (재수) 오, 찌개, 찌개
(재수) [흥얼거리며] 된장찌개
- (순덕) 자 - (재수) 예, 맛있겠다
[재수의 헛기침]
(순덕) 내 팔자가 환갑 넘어서부터 펴진다더니 그 말이 딱 맞네
이 절간 같은 집에 껑충한 사내가 셋씩이나 굴러 들어오고
따박따박 월세까지 받아먹고
아주 인복에 쇳복까지 말년 복이 제대로 터지네
[순덕의 웃음]
솔직히 저는
일조량이 상당히 없는 반지하방인데
(재수) 여기 옥탑이랑 월세가 똑같은 건 좀 그렇지 않나...
넓기는 그 방이 제일 넓어
[순덕의 웃음]
(순덕) 거기 저, 밥그릇 좀 줘 봐
네
[순덕의 힘주는 신음]
(순덕) 이거, 이거 더 먹어 [강태의 당황한 신음]
(강태) 아, 아, 너무 많은데...
나는 약을 한 주먹씩 먹어야 돼서 이 배 좀 남겨 놔야 돼
[순덕의 웃음]
(순덕) 팍팍 좀 퍼 먹어
아, 먹는 게 시원찮으니까 그렇게 말랐지
(주리) 왜 자꾸 억지로 먹이려 그래, 체하게
(순덕) 아이고?
다이어트한다는 년이 잘한다
[따뜻한 음악]
(재수) [작은 소리로] 형님
강태 찍혔다, 찍혔어
어디 찍혔어? 찍혔어? 찍히면 아파
- 어디, 발, 발? - (재수) 아, 아니, 아니
사윗감으로 찍혔다고
눈도장 쾅
눈 엄청 매워 눈 엄청 매워, 매워, 엄청
- (재수) 어, 어, 먹어, 먹어, 먹어 - (상태) 어, 먹어, 엄청 배고파
(순덕) 자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재수) 어, 조심해, 어, 벌레, 벌레!
으, 으, 으, 벌레, 벌레!
[함께 웃는다]
[긴장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춥다
[음산한 효과음]
"환영합니다"
[신비로운 음악] [뽀드득거리는 효과음]
(여자) 옛날 옛날 깊은 숲속 어느 성에
오랜 잠에 빠진 공주가 있었대
[의미심장한 음악]
[질퍽거리는 소리가 난다]
[신비로운 음악]
(여자) '이 아이는 물레 바늘에 찔려 죽게 될 것이다'
공주가 태어난 날
사악한 마녀가 나타나 저주를 걸었기 때문이었지
겁이 난 왕은 나라의 모든 물레를 불태워서
이 저주를 피하려 했지만
결국 공주는 변장한 마녀가 건넨 장미 가시에 찔려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어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두운 음악] (여자) 이 동화의 교훈은
정해진 운명은 절대 거스를 수 없다는 거야
그래
왕자의 키스
[음산한 효과음]
그가 공주의 저주를 풀어 줄 순 있겠지
그렇지만 너무 기대하진 마
왜냐하면
내가 그 왕자를 죽일 거니까
[문영의 떨리는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여자의 웃음]
[출렁거리는 소리가 난다]
(여자) 살려 줘
[긴장되는 음악] [여자의 신음]
제발...
[흐느끼며] 살려 줘
제발
살려 줘
살려 줘! [문영의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강태) 스스로 통제가 안 될 땐
[잔잔한 음악] 이렇게 양팔을 엑스 자로 교차해서
양쪽 어깨를 번갈아서 토닥여 줘
[떨리는 숨소리]
울지 마
[한숨]
[한숨]
(행자) 어, 저기 온다
[흥미진진한 음악]
높은 분이에요?
이 지역 국회 의원 아들요
(기도) 민석이 형
- 아, 누나! - (행자) 아, 진짜
(행자) 야, 난 멀리서 보는데
뭐, 주윤발이 오나 했네, 어?
잘 지냈어요?
(기도) 아이, 뭐, 그럭저럭요
병원에 뭐, 문제없죠? 어?
아이, 그럼요, 덕분에
자, 그럼 가시죠
잠깐, 잠깐만, 근데...
(기도) 아이, 근데 내가, 내가 왔는데 어떻게 저기, 원장 샘이 안 보여요?
아, 이게, 이게 깜깜해서 그런 건가?
[속삭인다]
화장실?
(지왕) 용아
어디 있니? 처용아
처용아
[지왕의 힘주는 신음]
[당황한 신음]
아, 낮잠 자려면 그게 있어야 가위에 안 눌리는데
[신비로운 효과음]
(문영) [졸린 목소리로] 수습 못 할 사고가 어디 있어?
(상인) 있어
이번 건 사이즈가 달라
목격자가 한둘이 아닌 데다가
소문이 소문을 더해 가지고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아유!
(상인) 이 염병할 IT 강국, 진짜
징징대지 마, 골 울려
(상인) 야
너 나만큼 울고 싶니? 어?
너 지금 안데르센상 후보 자격도 박탈시킨다고 난리야
거기다가 너 이번 신간도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
[상인의 한숨]
(상인) 됐고
문영아
우리 그냥 기자들 모아 놓고 시원하게 한번 울자
너 메소드 연기 잘하잖아
나 대사까지 다 써 놨어
창작의 고통, 차기작에 대한 부담
(상인) 뭐, 불면증,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감정 컨트롤이 안 돼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고대환 팔아
(상인) 누구? [흥미진진한 음악]
- (상인) 너희 아버지? - (문영) 받아 적어
(문영) 고문영 잠적
(문영) 알고 보니 치매 걸린 아버지 간병 중
이대로 은퇴 선언?
뒤에 물음표로 여지만 남겨
그렇지
마녀사냥이 한창인데 갑자기 그 마녀가 사라진다
[손가락을 딱 튕긴다] (상인) 그렇지
다시 애타게 찾는 게 대중이지
이야, 문영아
야, 너 어쩜 그렇게 나랑 생각이 똑같냐, 어?
우리가 아주 그냥 환상의 파트너다, 그렇지?
[통화 종료음] 여보세요?
여보, 여보세...
어유, 이 독한 거, 어?
팔 게 없어서 너희 아버지를 파냐?
어유!
무서운 거, 이거
[한숨]
[한숨]
[별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이제 쇼 시작한다
[힘주는 신음]
"안정실"
[기도의 기분 좋은 신음]
[힘주는 탄성]
예스!
[기도의 기분 좋은 탄성]
(강태) 여기 CCTV 있어요
(기도) 알고 있어요
아, 나는 누가 막 이렇게 날 집중해서 쳐다보고 그러면
아, 막 그렇게 좋더라고, 그게 아, '컴 온'
[기도의 기분 좋은 신음]
(강태) 자, 소지품 여기 넣으시고
[강태가 신발을 툭 내려놓는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을까요?
지금 되게 추워 보이는데
(기도) 아닌데, 나 지금 되게 안 추운데
잘못 보고 있는 거 같은데
[기도의 거친 숨소리]
네? 조증요?
(별) 급성 조증으로 봄마다 오는 재환 환자니까
이스케이프 조심해야 돼요
비만 오면 이 산 저 산 산을 하도 타고 다녀서
날다람쥐라 잡지도 못해
이야, 씨...
국회 의원 아들이 조증?
대통령은 감기 안 걸리니?
(행자) 아픈데 누구 아들이 무슨 상관이고
조증이 감춰야 될 성병이라도 돼?
환자를 그딴 선입견으로...
예, 예, 명심하겠나이다, 마마
뭐, 마마?
(행자) 나 아직 말 안 끝났어 오차용, 일로 와 봐
야, 쟤...
어머, 쟤 좀 봐?
오차용!
야, 쟤...
쟤 지금 미친 거지, 그렇지?
적대적 반항 장애가 살짝 의심되긴 해요
(행자) 아, 그래
어, 그래
아픈 사람한테 화내는 거 아니야
화내지 말자, 행자야
야, 오차용!
형, 혹시 그...
모닝썬이라고 아나?
아침 해 뜰 때까지 놀아 젖히는 클럽이라고 해서 모닝썬인데
아니, 요새 거기가 그렇게 핫하다고 하길래 내가
거기를 딱 떴거든?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소란스럽다]
[반가운 탄성]
물 좋고, 음악 좋고
기분도 막 이렇게 올라오니까 내가 좋은 일 좀 했지
(기도) 자!
내가 오늘 여기 싹 다 쏜다, 마셔!
[함께 환호한다]
아, 난 남들한테 돈 쓸 때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나중에 할 거 없으면 자선 사업가 뭐, 이런 거나 좀 할까 봐
암튼 그날 술값이 뭐 한 2천 가까이 나왔나? 근데
분실 카드라는데요?
'왓'?
[긴장되는 음악]
아, 우리 아빠가 내 뒤통수를 쳤네
(기도) 아, 그래서 뭐, 어떡해, 일단
존나 튀었지!
[사람들의 비명]
[자동차 경적] [기도의 놀란 탄성]
[타이어 마찰음]
[기도의 놀란 탄성] [타이어 마찰음]
[기도의 놀란 탄성]
[놀란 탄성]
아이, 급하니까 그냥 도로로 뛰어들었고
뛰다 보니까 막
아, 아유, 막 존나 더웠고
더우니까 그냥 옷 다 벗어젖혔고
[거친 신음]
"FBI 경고"
[타이어 마찰음]
[와장창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타이어 마찰음]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편안한 음악]
[입소리를 푸 낸다]
[굉음]
[경쾌한 음악]
[놀란 탄성]
[숨을 깊게 내뱉는다]
그러다 보니까 난 또 여기 와 있네
100m 몇 나와요?
나? 나 개빠르지
봤지? 이런 식이면 한 뭐, 7초 나오지 형은?
난 6초
아, 뭐, 네발로 뛰어? 뭐야, 뭐, 치타야, 뭐야?
체육 시간에 붙어 보든지
(기도) 오, 형 완전히 내 스타일이다
[옅은 웃음]
갈까요, 면담실?
오케이, 갑시다
(기도) 아, 이 형 뒤에서 보니까 몸, 아유
운동하나 봐, 형, 3대 몇 쳐요?
운동한 몸인데, 아주
- (기도) 아, 민석이 형! - (민석) 어서 와요
(기도) 아, 형, 진짜
(강태) 3시까지 병원 와야 되는 거 알지?
도착하면 전화하고
지금은 뭐 하고 있어? 또 책에 그림 그려?
밀가루 반죽에
(상태) 재수 씨 돈 엄청 많아 의외, 의외로, 의외로
어?
(재수)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손님, 손님, 손님, 손님, 손님
[작은 소리로] 누구야, 강태? 끊어
끊어, 끊어, 끊어
방금 무슨 소리야?
닫아, 닫아, 끊어
- 형, 지금 어디야? - (상태) 어, 끊으래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차용) 선배!
요법실로 환자들 이동한대요
어
(남자1) 근데 밖에 써진 거 진짜예요?
피자 한 판 먹으면 공짜로 캐리커처 그려 준다는
(재수) 아유, 그럼요
오픈 기념행사로 딱 한 달만 하는 건데
어, 저기 피카소 선생님이 10분 만에 후딱 그려 드립니다
[재수의 웃음]
- (재수) 잠시만요 - (상태) 안 돼
잉, 어떡해
- (상태) 어떡해 - 형, 형, 그린대, 그린대, 그린대
아, 강태가 알면 우리 쫓, 쫓, 쫓, 쫓겨나는데
아, 직업 학교도 안 가고 거짓말하고
어, 쫓겨날 수밖에 없지 쫓겨날 수밖에
(재수) 형님, 쌍방 간에 합의 다 끝났잖아
내가 장당 만 원씩 쳐준다니까? 형이 돈 필요하다며
[흥미진진한 음악] 어, 나 돈 필요해요
(재수) 그래, 형님은 재능 살려 돈 벌어 좋고
나는 손님 끌어 좋고 손님은 공짜 그림 받아 좋고
'에브리바디 비 해피', 뭐가 문제야?
형님, 이거 착한 일이야
기부라고
재능 기부
재능 기부는 좋은 거
(상태) 안녕하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오늘부터 문예 수업을 맡게 된 고문영입니다
[환자들의 환호]
(환자1) 예쁘다
[탁탁 글씨 쓰는 소리가 들린다]
[분필을 탁 내려놓는다]
(문영) 동화란 무엇일까요?
동화란 제가 아이유와 결혼하는 겁니다
[환자들의 웃음] (선해) 넌 좀 술 좀 그만 마셔
- (환자1) 아이, 또 술 드셨네 - (아름) 알코올 의존증이에요, 쌤
- (환자1) 아이, 말도 안 돼 - 아이, 주정태 또 주정하고 있네
주정 아니야
주접이지
(문영) 잘 들어요
동화란 현실 세계의 잔혹성과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그린
잔인한 판타지예요
(환자2) 응?
[환자들이 웅성거린다] - (환자1) 잔인한 판타지? - (환자2) 뭔 소리야?
예를 들어 볼까요?
'흥부전'의 교훈, 뭐죠?
(옥란) 착하게 살면 로또 대박을 맞는다
[환자들의 웃음]
- (환자1)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 아니
흥부는 장남이 아니라서 가난했다
즉, 장남한테 몰빵한 유산 상속의 문제를 다루고 있죠
[환자들이 웅성거린다] [어이없는 한숨]
'미운 오리 새끼'는?
아, 못생겼어도 차별하지 말자
아니
남의 새끼 키워 봐야 헛수고니 네 새끼 간수나 잘해라
[환자들이 호응한다] (별) 저기, 선생님?
'인어 공주'의 교훈은?
(아름) 저요
물거품으로 사라지더라도
한 사람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해야 한다
[환자들의 탄성]
(선해) 그렇게 지고지순하게 사랑해 가지고
얘가 자기 남편한테 물거품이 되도록 처맞았어
[환자들의 웃음]
- 유선해 님 - (선해) 네
- (환자3) 아유, 진짜 - (환자1) 이건 몰랐네?
그이가 아니라...
술이 때린 거예요, 술이
[환자들이 웅성거린다] [흐느낀다]
(환자1) 아이고, 술이 문제야
울 거면 나가요
[흥미진진한 음악]
(문영) 자, '인어 공주'의 교훈
약혼자 있는 남자를 넘보면 천벌을 받는다
(정태) 그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요?
속병이 안 나려면 뒷담화를 까라
아... [환자들의 웃음]
(환자1) 하긴, 뒷담화는 까야 돼
[환자들이 호응한다]
[갈매기 울음]
(문영) 자
오늘 수업의 결론
동화는 꿈을 심어 주는 환각제가 아니라
현실을 일깨워 주는 각성제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동화 많이 읽고
제발 꿈 깨세요
고문영 선생님
(문영) 밤하늘의 별을 보지 말고
시궁창에 처박혀 있는 발을 봐야지
그게 내 현실이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에브리바디 비 해피'
'해피, 해피'
[환자들의 웃음]
(환자4) '비 해피'
[흥미진진한 음악] (환자들) '해피, 해피'
'해피, 해피'
- (환자5) 해피하자 - (환자1) 해피, 해피하게 삽시다, 더
[냉장고 문을 탁 닫는다]
누가 와요?
아, 남 쌤은 주간 회의 때 없어서 몰랐구나?
원장님이 고 작가한테 문예 수업을 부탁했어
올 때마다 아버지 산책시키는 조건으로
사, 산, 산책요?
하여간 그 너구리 참 용해
고 작가가 노리는 뭔가가 여기에 있을 거라더니
진짜였나 봐
(문영) 내 첫 수업 어땠어?
어땠냐고
진짜 그렇게 생각해?
뭐가?
인정하면 다 괜찮아진다고?
(문영) 응
난 이대로 괜찮고, 넌 너대로 괜찮다
서로 인정하면 그만이지
자기들끼리만 괜찮으면 뭐 해?
(강태) 남들이, 세상이 그렇지가 않은데
다들 거부하고 밀어내는...
[문영이 하품한다]
아, 미안
지루해서 깜빡 졸 뻔했네
나와, 불 끄게
[강태가 문고리를 덜컹 흔든다]
(문영) 그냥 너도 인정해
- (강태) 뭘? - 너 욕구 불만인 거
[강태의 한숨]
[한숨]
봐
눈에 욕망이 다글다글 한 게
그래서 좋아, 도도한데 천박해서
(강태) 참...
(문영) 아까 보니까 환자들한텐 잘 웃더라?
근데 나한텐 왜 쌀쌀맞아? 밤엔 그렇게 뜨거워 놓고
무슨 소리야?
며칠 전에 꿈에 네가 나왔거든
[부드러운 음악]
날 침대에 앉혀 놓고
네가 막 이렇게
[익살스러운 음악]
오, 오...
['사이코'라고 말하는 효과음]
(문영) 오...
오... ['사이코'라고 말하는 효과음]
난 확실히 욕구 불만 맞아, 인정
조용히 안 해?
[지퍼를 직 채우는 효과음]
(문영) [큰 소리로] 나랑 한번 잘래?
[익살스러운 음악]
왜!
[문이 탁 열린다]
(환자6) 언니, 파이팅! [문이 탁 닫힌다]
[필옹의 놀란 신음]
(별) 대박
[문영의 아파하는 신음]
적당히 하랬지?
수작도 정도껏 부려
나 네 장단 맞춰서 춤춰 줄 여유 전혀 없거든?
(문영) 여유가 없단 거지 춤출 마음이 없단 건 아니네?
멋대로 해석하지 마
왜 그렇게 재미없게 살아?
그렇게 참고 누르다 병나
놀고 싶으면 놀아야지
너 놀고 싶잖아
네가 나에 대해 뭘 알아?
뭘 아는 척 자꾸 함부로 까불어?
위선자
[의미심장한 음악]
[문영의 웃음]
뭘 놀라?
살인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에?
표정이 왜 그래?
(문영) 누가 보면 진짜인 줄 알겠네
뭐, 다들 그렇잖아
속으론 사람 여럿 죽이면서 안 그런 척 위선 떨며 사는 거지
완전무결한 인간이 어디 있다고
[한숨]
[한숨]
(별) 아름 환자님한테 말씀 좀 예쁘게 해 주세요
(선해) 내가 뭘?
(별) 아니, 안 그래도
아름 환자님 요즘 우울증 증세가 좀 심해져 가지고
[어두운 음악] [선해와 별이 계속 대화한다]
(대환) 잠깐이면 돼, 잠깐이면 돼, 문영아 [어린 문영의 신음]
[힘겨운 신음]
[대환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탄성]
(별) 고대환 님!
고대환 님, 왜 그러세요?
[문이 탁 열린다] [힘겨운 신음]
고 작가님?
(남자2) 놔! 놔!
나 멀쩡해!
[남자2가 계속 소리 지른다]
(주리) 오빠
상태 오빠
(상태) 아, 강태, 강태, 강태 강태 전화 안 받아, 강태 전화 안 받아
어, 긴급 전화 3번 눌러, 3번, 3번
3번 남주리
(주리) 잘했어요, 여기서 조금만 기다릴까요? [상태가 대답한다]
(상태) 어
(주리) 주정태 환자 검사 리스트 확인해 주세요
(간호사) 네, 알겠습니다
(주리) 오빠
상태 오빠
(상태) 어?
[흥미진진한 음악] 어?
[상태의 다급한 신음]
(상태) 어?
어? 어? 고문영 작가님, 어?
어, 고문영 작가님 어디 갔지?
고문영 작가님 봤어요? 어?
어? 어?
[상태의 다급한 신음]
고문영, 어?
고문영 작가님
- (강태) 형 - (상태) 고문영 작가님
여기 있으면 어떡해 지금 주리 씨도 찾고 있어
고문영 작가님 여기 있었어 고문영, 고문영 작가님 여기 있었어
(상태) 여기에, 어디 갔지?
봤어? 30세 고문영 작가님?
잘못 봤겠지, 그 여자가 여길 왜
어, 그 여자 아니고 고문영 작가님
그래, 그 작가님이 여길 왜 와? 형이 잘못 본 거야
- (강태) 가자, 형이 잘못 본 거야 - (상태) 어
- (강태) 늦었어 - (상태) 늦었어, 늦었어
(상태) 고문영 작가님 있었어, 여기에
(강태) 형, 가서
- 원장님한테 인사 잘해야 돼 - (상태) 어, 어
(별) 작가님
작가님!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
아버님 산책시키셔야죠
내가 왜요?
예?
아니, 그 조건으로 채용되셨다고...
원장님이랑 약속하셨다면서요
아닌데
난 원래 약속 같은 거 안 해요
뭐 저런...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타이어 마찰음]
[어이없는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한숨]
스테고사우루스
[공룡 울음 효과음]
덩치는 산만 한데 대가리 속에 든 뇌는 쥐똥만 해서
공룡 중에 제일 무식한 놈
[흥미진진한 음악] (지왕) 근데 알고 보면 또 엄청 순진해요
그 아이 이름이 뭐예요?
고길동 얘 이름은 고길동입니다, 고길동
(지왕) 문 보호사!
(상태) 이거 내가 좋, 내가, 내가 좋아하는 책
이거 내가 좋아하는 책 이것도 내가 좋아하는 책
이거 엄청 좋아하는 젤리
이거 초록색 애플 맛 엄청 좋아
이거 모자, 모자 그림 그릴 때 쓰는 모자
화가는 아니지만 그림 그릴 때 쓰는 모자
(지왕) 이거 나 선물받았어
나 좋아해
[지왕의 웃음]
이야, 이 형님 그림 실력이 참 대단하네, 어?
취미로 두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이야
(상태) 원장님 얼굴도 그릴 수 있어요
한 장에 만 원 피자는 안 먹어도 돼요
저, 혹시 형이 나비 얘기도 했나요?
나비?
아니
(지왕) 뭐, 첫날인데 차차 하겠지
[지왕이 커튼을 쓱 열어 젖힌다]
[흥미진진한 음악] - (지왕) 상태 씨 - (상태) 예
저기 밖의 풍경이 참 예술이야
저게 우리 병원의 자부심이거든
(지왕) 저 그림 같은 풍경을
씁, 어디 다른 데다 옮기고 싶은데 말이야
상태 씨가 도와줄 수 있겠어?
(상태) 예예예
어디로 옮기시게요?
(지왕) 여기다 옮기려고
난 상태 씨가
아까 그, 본 그림 같은 풍경을
똑같이 그려 줄 수 있는 실력자라고 믿는데
할 수 있겠어요?
[흥미로운 음악] 저, 원장님
이게 상태 씨한테 내리는 내 처방인데
얼마
줄 겁니까?
어? 얼마, 얼마, 얼마 줄 겁니까?
얼마 줄 겁니까, 얼마?
- (지왕) 어? - (강태) 혀, 형
(상태) 돈 많이 주면 할게요, 돈 많이 주면
얼마, 얼마 줄 겁니까?
[상태의 옅은 탄성]
그리는 거 봐서
[놀란 신음]
[상태의 신난 신음] (강태) 형
(상태) 와, 얼마 줄 겁니까?
[뒤적이는 소리가 들린다]
[들뜬 탄성]
"공룡"
엄청 좋아
(강태) 이야...
우리 형 부자네?
어디 봐 봐, 얼마나 모은 거야?
(상태)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이거, 이거 모, 모, 목표 금액 채우기 전까지는
남한테 안 보여 줄 거야, 어
[당황한 웃음]
내가 남이야?
자폐인에게 가족이란
가장, 가장, 가장 가까운 타인과도 같다
(상태) 가장 가까운 타인
그래서 목표 금액이 얼만데?
3,289만 원, 3,289만 원
그 돈으로 뭐 하게?
차 사게, 차
- 차? - (상태) 차
갑자기 차는 왜?
차
그것도 비밀이야?
차
알았어, 안 물을게
(상태) 우리, 우리 가족에게 추억과 낭만을 선물하세요, 선물, 어?
어, 언제 어디서나 내 집 같은 편안함
워크스루벤 캠핑카 3,289만 원
파격 세일가로 모십니다 파격, 파격 세일가
엄청 싸지
이걸 왜...
그거, 그거 사면 우리 1년마다 이사 안 가도 돼, 어
[차분한 음악] (상태) 나비가 쫓아와도 금방 도망갈 수 있지
그리고 저, 이삿짐 안 싸도 되고 방 뺄 필요가 없지
내 동생, 내 동생이 집주인한테 욕 안 먹어도 되고, 욕 안 먹어도 되고
어디든 갈 수 있어, 어디든
워크스루벤 카
형
(상태) 이거, 이거, 이거 아직 3,227만 원 아직 남았어, 이거 아직
(강태) [울먹이며] 형
난 집도, 차도, 돈도 다 필요 없어
난 형만 있으면 돼
위선자
정말이야
형이 내 전부야
어, 돈 벌기가 이렇게 힘들다니까? 돈 벌기가, 응?
[상태가 돈통을 달그락거린다]
[중얼거린다]
(TV 속 권 의원)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TV 속 권 의원이 계속 유세한다] (행자) 선거 때마다 우리 병원 못 없애서
아주 그냥 안달복달이 나셨지
아무리 그래도, 응?
자기 아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인데 친아빠 맞아요?
아들보다 배지가 더 중요하겠죠
[별의 한숨]
어?
[놀란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버튼을 탁 누른다]
갈매기 777, 갈매기 777
[소란스럽다]
(기도) 가까이 오지 마 [보호사들의 당황한 탄성]
[기도의 다급한 신음]
[소란스럽다]
[환자7의 겁먹은 탄성]
[보호사1의 힘주는 신음]
[기도의 겁주는 신음] [보호사1의 당황한 신음]
[보호사2의 신음]
[보호사들의 신음]
(별) 어, 깜짝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기도의 헛웃음]
너무 들린다, 네 심장 소리
[기도의 힘주는 숨소리]
간다 [보호사3의 힘주는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기도의 웃음]
[기도의 탄성]
[기도의 웃음]
[보호사들의 거친 숨소리]
(행자) 야!
[행자의 한숨]
병원에서 뛰는 거 아니라니까
캠핑 가려고요?
아니요, 그냥
아는 선배가 카라반 대여 사업 하는데
한 대 빌려서 다 같이 놀러 가도 재밌겠다
오프 날 맞을 때 다 같이 한번 가요
아, 그럼 다음 달 듀티 확인해 보고 한번... [휴대전화 진동음]
(강태) 어
뭐? 탈원?
언제?
(행자) 어, 다음 [마우스 클릭음]
(차용) 아니, 면담 중에 갑자기 프리 보이딩을 하길래
환자복 챙기러 간 사이에...
그래서 동선이 어딘데?
(차용) 그게...
(행자) 어어, 잠깐만, 잠깐만
이거 고문영 작가 차 아니야?
- (별) 맞는 거 같은데요? - (민석) 예, 이거 맞는 거 같아요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시동이 뚝 꺼진다]
[기도의 옅은 탄성]
[코웃음]
[코끼리 울음 효과음] [기도의 웃음]
[옅은 웃음]
이래서 아담, 아담 하는 거였어?
[웃음]
아담해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기도의 헛웃음]
추워, 추워서
[코끼리 울음 효과음] (기도) 일시적으로 그게...
[문영의 코웃음]
출근 중이겠네
타이밍 좋다, 타
네?
- (문영) 타 - (기도) 아, 예
[자동차 시동음]
(기도) 누나, 저, 나 쫄려서 그런 거 아닌데 잠깐 빤쓰 좀 잠깐 입을게요
[타이어 마찰음] (문영) 그걸 챙겨서 다녀?
(기도) 아아, 이건 빤쓰가 아니고
내가 유일하게 붙잡고 있는 마, 마지막 정신 줄
[기도의 옅은 웃음]
(차용) 고문영 그 여자가 환자를 납치했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기도의 환호]
[기도의 신난 탄성]
누나, 밟아! 밟아 봐! 오!
(주리) 어? 어? 어?
[기도의 탄성]
주리 씨, 차 세워요
고문영!
- 차 세워! - (주리) 강태 씨, 비켜요! 위험해!
[코웃음]
- 역시 있네 - (기도) 어?
(기도) 어? 어, 저기 잘생긴 형!
나 잡으러 온 거야? 아, 진짜
- (주리) 강태 씨 - (강태) 오지 마!
거기 그대로 있어요
(기도) 오, 누나, 저기
저기 사람, 사람 있는데, 어?
[기도의 웃음]
(기도) 누나, 이제, 이제 스톱
어어, 어, 스톱
[자동차 가속음]
[겁먹은 신음] (기도) 어, 스톱, 스톱,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스톱!
[기도의 겁먹은 비명]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시동이 뚝 꺼진다]
[몽환적인 음악]
(어린 문영) 이래도 내가 좋아?
겁쟁이
(강태) 다신 보지 말자
제발 보지 말자
(강태) 당신 같은 부류는 환자랑 좀 다르지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지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기도) 하, 이게 프리 보이딩이라고 나 같은 조증 환자한텐 굉장히 흔한...
(문영) 입 닫아
(주리) 아, 씨, 아유
아, 저 미친년
내려
이젠 안 도망가네?
피하지도 않고, 멋지다
내려
너 내리래
싫어, 안 가 난 가서, 나 가서 놀 거야
(문영) 그냥 네가 타, 같이 놀자
내려, 당장!
넌 왜 맨날 나한테만 신경질이야?
신경...
쓰게 만들잖아, 네가
무심하면 될 걸
근데 그거 알아?
무심보다 더 무서운 게
방심이다?
[자동차 시동음] [흥미진진한 음악]
[자동차 가속음]
(강태) 차 좀 빌릴게요!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타이어 마찰음]
(주리) 조심해요!
[기도의 웃음]
[기도의 탄성]
[기도의 탄성]
(기도) 아니, 계속 따라와!
(기도) 와!
누나, 밟아, 밟아, 따라온다, 따라온다
[기도의 웃음]
[자동차 경적] 오, 형! 형!
(강태) 갓길로 차 세워!
세우라고, 빨리!
(문영) 싫은데?
[기도의 신난 탄성]
[기도의 환호]
(선거원들) 기호 1번 권만수입니다!
기호 1번 권만수입니다!
(선거원1) 안녕하세요
(선거원들) 기호 1번 권만수입니다!
(기도) 성진시 여러분!
기호 1번 권만수 의원 절대 찍지 마세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에 완전 완전 차별주의자입니다
제가, 제가 막내아들이라 보증합니다, 여러분!
[사이렌이 울린다]
찍지 마세요! 찍지 마세요, 권만수 찍지 마! [흥미진진한 음악]
(경찰) 7040, 7040, 차 세우세요
7040, 차 세우세요
[기도의 웃음]
[기도의 신난 웃음]
(경찰) 7040 [타이어 마찰음]
(경찰) 차 세우세요!
[기도의 웃음]
(경찰) 7040, 차 세우세요!
[기도의 거친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기도) 아, 나와, 나와!
[기도의 신난 신음]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기도) 오, 오, 오, 비켜!
[자동차 경적] [상인1의 비명]
[기도의 놀란 탄성] [문영의 탄성]
(문영) 고추가 풍년이네
[기도의 신난 탄성]
[기도의 웃음]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상인2의 놀란 탄성]
[기도의 놀란 탄성]
[상인2의 당황한 신음]
[타이어 마찰음]
[기도의 웃음]
[기도의 신난 탄성]
[기도의 신난 탄성]
- 뻥이오! - (상인3) 뻥이오! [펑 터진다]
[아름다운 음악]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대화한다]
(권 의원) 다들 잘되시죠, 장사는?
- (상인4) 네, 덕분에요 - (권 의원) 아이고, 그래요
(기도 모) 이이가 빈대떡을 제일 좋아해요
- (상인4) 아, 그러시구나 - (권 의원) 자, 아
[함께 웃는다] (상인5) 이것도 하나 드셔 보세요
아이고, 보기 좋네요
[타이어 마찰음]
[기도의 거친 숨소리]
[기어를 달그락거린다] [자동차 시동이 뚝 꺼진다]
(문영) 아담
우리 여기서 놀자
[거친 숨소리]
- (권 의원) 권만수입니다 - (할아버지1) 네, 아유, 감사합니다
- (권 의원) 자, 어르신도 - (할아버지2) 감사합니다
- (권 의원) 맛있게 드시고 - (할아버지2) 예
(권 의원) 기호 1번
(할아버지1) 자, 1번 갑시다, 1번
[저마다 인사한다]
- (할아버지1) 네, 축하드립니다 - (권 의원) 예, 감사합니다
(할아버지1) 예 [기도의 거친 숨소리]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마이크가 삑 울린다]
아, 기호 1번 권만수 1번 막내아들 권기도입니다!
저, 저 새끼 왜 저기 있어? [차분한 음악]
예, 보시다시피 저는 정신병자입니다!
야, 저 새끼가 왜 저기 있어, 저...
아, 맞아요, 그, 그, 잘난 집구석마다 꼭 하나씩 있다는 돌연변이
[권 의원의 신음] [선거원들의 당황한 탄성]
(선거원2) 괜찮으세요? 의원님
집안의 망신살이자 망나니입니다!
[권 의원의 힘겨운 신음] [기도의 신난 탄성]
[웃음] (선거원3) 여보세요
예예, 여기, 저기 성진시 공원 유세장인데요
[타이어 마찰음]
(기도) 우리 집이 뭐
엄마, 아빠 뭐, 형, 누나
사촌에 오촌까지 그냥
그냥 싹 다 서울 법대 나온 먹물들인데요!
아니, 나만 어려서부터 똥멍청이였거든요
[기도의 떨리는 숨소리]
근데 그게 내 잘못은 아닌데
그냥...
그냥 좀 모자라게 태어난 건데
공부 못한다고 때리고
이해 못 한다고 무시하고
말썽 피운다고 가두고
[잔잔한 음악]
[기도의 한숨]
나도 같은 자식인데
하도 투명 인간 취급 하길래 그냥...
그냥 나 좀, 나 좀 봐 달라고
[울먹이며] 제발 나도 좀 봐 달라고
미쳐 날뛰다가요
그러다가 진짜로 미쳐 버렸습니다, 여러분!
(기도) ♪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
♪ 날 좀 보소 ♪
♪ 기호 1번 권만수의 아들 ♪
♪ 권기도를 보소 ♪
참 잘 논다
(문영) 그렇지?
나 그냥
너랑 놀까?
[잔잔한 음악]
그럴까?
(기도) ♪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
♪ 날 좀 보소 ♪
♪ 기호 1번 권만수의 아들 ♪
(기도) 형, 혹시 그...
모닝썬이라고 아나?
아침 해 뜰 때까지 놀아 젖히는 클럽이라고 해서 모닝썬인데, 아니...
아, 요새 거기가 겁나 핫하다고 하길래 내가 거기를 딱 떴거든
[신비로운 음악]
[기도의 탄성]
(기도) 오, 물 좋고, 음악 좋고
기분 막, 어? 기분 막 올라오니까
내가 어떻게, 사람들 좋은 일 좀 해야 될 거 아니에요!
오늘 내가 이거, 이거 다 쏜다
야, 먹어, 마셔, 마셔! [환자들의 환호]
[함께 환호한다]
아, 난 남들한테 돈 쓸 때 기분 막 그렇게 좋더라고
암튼 그날 술값이 뭐 한 2천 넘게 나왔나?
어
[낮은 목소리로] 분실 카드라는데요?
예? 아...
우, 우리 아빠가 내 뒤통수를 쳤네, 아
어떡해, 일단
일단 존나 튀었지, 뭐
[기도의 다급한 신음]
(지왕) 애쓴다
[지왕의 웃음]
[문이 탁 닫힌다] 잘 모셔요
[문이 탁 열린다] (기도) 급하니까 그냥
보이는 도로로 뛰어들었고
아, 아, 뛰다 보니까 막
막 존나 더웠고, 더우니까 그냥
또 옷 다 벗어젖혔고!
[기도의 거친 숨소리]
[기도의 한숨]
그러다 보니까
아...
난 또 여기 와 있네
[잔잔한 음악]
(강태) 자식이 부모한테
꼭 무슨 쓸모가 있어야 되는 건가?
- (강태 모) 너 왜 그랬어? - (권 의원) 이 새끼가!
(강태 모) 너 왜 그랬어!
(문영) 예쁨받고 싶어 하는 게
보여
(상태) 웃기면 인기 많아요, 예 아, 어떡해, 고문영 작가님
(강태) 형은 건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 (문영) 아직도 화났어? - (강태) 착각하지 마
너 죽을 때까지
(문영) 너도 죽을 때까지
나를 몰라
.사이코지만 괜찮아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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