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4
[편안한 음악] [사람들이 대화한다]
(기도) 성진시 여러분!
기호 1번 권만수 의원 절대 찍지 마세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에 완전 차별주의자입니다!
[상인들의 놀란 신음] [기도의 놀란 탄성]
뻥이오! [펑 터진다]
(기도) ♪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
♪ 날 좀 보소 ♪
[기도가 계속 노래한다]
참 잘 논다
(문영) 그렇지?
나 그냥
너랑 놀까?
그럴까?
[기도가 계속 노래한다]
(기자) 오늘 오전 성진시청 앞에서 진행된
총선 유세 현장에
20대 청년이 나체로 난입해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어두운 음악] 그런데 이 청년은 다름 아닌 국민당
권만수 의원의 차남 권 모 씨인 것으로 밝혀져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됩니다
[울먹인다]
(선거원1) 자녀 학대, 인권 유린!
권만수는 사퇴하라!
(기자) 이번 소동을 계기로 권 후보의 자질 논란과 함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 양반 이번에 배지 날아가게 생겼는데? [TV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행자) 고 작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을 이 지경으로 키운 주범인데
글쎄, 어떻게 하나
[신비로운 음악]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입바람을 후 분다]
♪ 날 좀 보소 ♪
(경호원1) 야, 마이크 뺏어!
(기도) ♪ 기호 1번 ♪
[기도의 거친 신음] [경호원들의 힘주는 신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경호원1) 빨리빨리
[기도의 웃음]
우리 뭐 하고 놀까?
(문영) 어디 가? 놀고 싶다며
내가 언제?
허언증 있어?
[발랄한 음악]
'놀아 볼까' 그거
혼잣말한 거야
(문영) 이씨...
어쨌든 나 잘했으니까 칭찬해 줘
- 뭘 잘했는데? - (문영) 납치
좀 아까 아담 안 잡고 그냥 내비둔 거 내가 잘해서 그런 거잖아
(문영) 아니야?
그럼 왜 안 잡았어?
춤추고 노래하는 걸 어떻게 말려?
그렇게 잘하는데
[웃음]
(보좌관) 이봐요!
[보좌관의 한숨]
당신들 뭐야, 병원 쪽 사람이야?
(문영) 아니 난 작가, 이쪽은 내 안전핀
(보좌관) 당신들
오늘 일 때문에 우리 의원님 잘못되시면
잘못되면?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
[문영의 놀란 신음]
어머, 그래요?
아이고, 무서워라, 아이고, 나 죽겠네 이를 어쩐담?
이 여자가 진짜!
[보좌관의 아파하는 탄성] (강태) 함부로 잡지 말지
[보좌관의 신음]
[감성적인 음악] (보좌관) 당신들 지금
감당 못 할 짓 한 거야
각오해
뭘 자꾸 각오하래, 븅신이
(문영) 오...
(주리) 강태 씨
저, 기도 씨가 찾아요
[옅은 웃음]
수고가 참 많아요
[익살스러운 음악]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입을 푸 튕긴다]
(기도) 들어들 가라고
(민석) 아무튼 바쁘신데 협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도의 옅은 웃음]
형
[기도의 한숨]
(기도) 나 오늘 다 이뤘다
[웃음]
태어나서 오늘이 제일 신났어
그러니까
그 누나한테 절대 뭐라고 하지 마요, 어?
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권 의원이 중얼거린다] - (기도 모) 아유, 여보 - (선거원2) 괜찮을 거예요
[함께 기도 모를 달랜다] [기도 모가 흐느낀다]
(주리) 저, 죄송하지만
가족분 중의 한 분은 기도 씨랑 같이 가 주셔야 할 거 같아요
(권 의원 아들) 미쳤어요?
(권 의원 딸1) 정신 병원 그딴 델 우리가 왜 가요?
아빠 모시고
먼저들 가 있어
(권 의원 딸1) 엄마
(권 의원 딸2) 엄마
(주리) 기도 씨
엄마, 나 이제 좀 괜찮...
(기도 모) 공개적으로 집안 망신시키니까 이제 속 시원하니?
미워 죽겠는 아버지 얼굴에 기어이 똥칠하니까
이제 살 것 같아?
엄마, 나 그냥...
(기도 모) 왜 하필
[차분한 음악] 내 배 속에서
[울먹이며] 모자라게 태어나서 그 구박을 받아?
왜 모난 짓만 골라서 해 내 애간장을 녹여?
그냥 죽은 척 가만히나 있지
왜 죽자고 달려들어 이 사달을 내?
이 등신아!
[기도 모가 흐느낀다]
왜!
[훌쩍인다]
[기도 모의 떨리는 숨소리]
(기도) 오, 우리 엄마 손 되게 맵네?
맨날 형이랑 누나들만 챙긴다고 나 같은 건 신경도 안 쓰더니
아...
한 대 맞아 보니까 느낌 빡 오네
형
우리 엄마 나 안 미워해
나 겁나 사랑해
어떻게 알아요?
맞는 쪽은 알아
애정이 담기면 맞아도 기분이...
안 나빠, 이상해
(강태 모) 문강태!
(강태 모) 너 왜 그랬어?
왜 형 먼저 집에 보냈어?
네가 종일 옆에 붙어 있었어야지!
형이 애들한테 맞고 있을 때 너 뭐 했어?
옆에서 형 지켜 주라고 비싼 도장까지 보내 줬더니
저 꼴로 들어오게 만들어?
[차분한 음악] 어?
(강태 모) 와, 비가 진짜 많이 온다
어, 감기 걸려, 괜찮아?
[주전자를 달그락거린다]
[잔을 탁 내려놓는다]
(강태 모) 나
당신처럼 일찍 안 죽어
나 엄청 오래 살 거야
우리 상태
늙어 죽는 것까지 보고
그다음 날 나도 따라 죽을 거야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강태 모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어린 강태) 엄마?
(강태 모) 아유
아유, 우리 새끼 깼어요?
아유
- 강태야 - (어린 강태) 응?
(강태 모) 너는 죽을 때까지 형 옆에 있어야 돼
키우는 건 엄마가 할 테니까
너는 지켜 주고 챙겨 주고 그러면 돼
알았지?
[강태 모의 한숨]
엄마가
너 그러라고 낳았어
[강태 모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우리도 가죠, 이제
어...
주리 씨
(강태) 우리도 출발해
(문영) 놀러 가는 거야?
곧장 병원으로 가
규정 속도 지키고
치... [차 문이 탁 닫힌다]
[선글라스를 탁 집어 든다]
(강태) 주리 씨, 먼저 가요 [어두운 음악]
나 저 차 타고 갈게요
(주리) 음...
왜요?
그냥...
혼자 보내면 안 될 거 같아서
(문영) 네가 내 차 안 탔잖아?
그럼 너 납치하려 그랬다?
[헛웃음]
납치가 취미야?
부러워했잖아, 아담이 놀 때
나도 저렇게 풀어헤치고 실컷 놀아 봤으면
(문영)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던데?
원하면 말해
내가 납치해서 놀자 판 제대로 만들어 줄게
아주 버라이어티하게
[차분한 음악]
됐어
알았어
도망치고 싶은 얼굴 하고 있으면
(문영) 그때 내가 확 들고 튀어 줄게
기대해
(문영) 에이씨
난 이렇게 잔잔바리로 떨어지는 꽃들이 제일 싫어
난 목련이 좋더라
질 때 모가지가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게 화끈해서 이뻐
[웃음]
(강태) 아니, 비유를 해도 꼭...
비유가 너무 꽃 같지?
그래, 어울리네, 목련
넌 무슨 꽃 좋아해?
안 좋아해
봄이 오는 게 싫어
왜?
또
떠나야 되니까
[쓸쓸한 음악]
(문영) 응?
(승재) 대표님, 대표님
(상인) 어, 어떻게 됐어?
그, '좀비아이'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
- (상인) 어, 어 - 승인됐답니다
(상인) 아, 아...
[웃음]
아...
아, 그러면 이거 그냥 다 반품해 버리면 되겠네, 그렇지?
네 [상인의 웃음]
웃겨?
(상인) 너 지금 웃음이 나와? 어? [익살스러운 음악]
지금 회사 다 말아먹게 생겼는데 지금 웃음이 나와?
[상인의 한숨]
그럼 울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
너 그냥 나가, 어
(상인) 너 그냥 사표 쓰고 나가
[울먹인다]
[드르륵거리는 효과음]
[드르륵 감기는 효과음]
(문영) 나
이제야 내 빨간 구두를 찾았어
[한숨] [손가락을 딱 튕긴다]
[상인의 한숨]
(승재) 대표님, 커피 드실래요?
어디 가세요?
(상인) 아유! 출장 간다, 쯧
(승재) 다녀오세요!
앗싸
(문영) 밥 먹으러 가자더니 이딴 걸 먹여?
빨리 먹고 가서 교대해야 돼
- 삼각김밥도 사 줘? - (문영) 됐어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네
잠시만요
먹고 있어
[문이 덜컹 열린다]
[한숨] [문이 덜컹 닫힌다]
에이씨, 김치도 없고
쟤 돈 은근히 안 쓰네?
궁한 건 참아도 빈한 건 싫은데
(강태) 무슨 일이시죠?
(상인) 무슨 일 없으시죠?
(강태) 네?
하, 다행이네요
뭐래
(문영) 에이씨
(상인) 보호사님, 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우리 고 작가가 혹시 보호사님한테
'아유, 이쁘다, 아유, 탐난다'
뭐, 그런 비슷한 말 한 적 있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강태) 왜 하필 나야?
자꾸 탐이 나
그러니까 왜?
예뻐서
[못마땅한 숨소리]
들었구먼, 들었어
들었으면요?
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걔가 하는 그 '탐난다'라는 소리는
그, '배고프다'라는 것과 같은 의미거든
(상인) 그러니까 곧 잡아먹겠다는 뭐 [익살스러운 효과음]
선전 포고 같은 거걸랑, 그게
그래서요?
지금 보호사님이나 나나
아주 그냥 초, 초, 초비상사태라 이겁니다
(상인) 가뜩이나 이번 신작까지 판매 금지 당한 마당에
걔가 지금 거기서 한가롭게 보호사님이랑 노닥거릴 여유가 없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빨리 다음 작품 써야지
(문영) 오...
아, 넓어
(상인) 암튼 지금 제가 내려가서 어떻게든 끌고 올라올 거니까
그때까지만 부디 잘 살아서, 아니...
부디 잘 버텨 주십시오, 예
행운을 빌어요 [통화 종료음]
(문영) 누구야?
병원
왜, 빨리 들어오래?
(문영) 아니면 나 자르겠대?
참 남의 말 잘 씹어 먹어
맛있냐?
[입바람을 후 분다]
[강태가 코를 훌쩍인다]
(강태) 이번에 나온 책
판매 금지 당했다며
'좀비아이'?
혹시 저번에 그 일 때문이야? 우리 형...
(문영) 욕하고 머리채 좀 잡았다고 판매 금지까지 때리진 않지
그냥 삽화랑 내용이 애들 보기 너무 잔혹하대
빙신들이 활자 뒤에 감춰진 진짜 메시지를 못 봐요
에이씨
[문영이 입바람을 후 분다]
(강태) 메시지가 뭔데?
읽어 봐, 감상평 궁금하네
나 동화책 읽을 나이 아니야
(문영) 에, 읽을 나이 같은데?
너 몇 살이야?
나?
애지, 애
근데
네가 나보다 더 애인 거 같은데?
내가 왜 애야?
예쁨받고 싶어 하는 게
(문영) 보여
[부드러운 음악]
[비가 투둑투둑 내린다]
[웃음]
엄마
[행자의 헛기침]
(행자) 아, 그, 권만수 의원요
그 성격에 배지라도 날아가면 독기 품고 길길이 날뛸 거 같은데
저희도 무슨 조치를 취해야죠
고소장 받을 준비 하고 있어요
(행정과장) 또요?
아, 네
(민석) 먼저 고문영 작가부터 자르시죠
환자 납치범인데
엄밀히 따지면 납치는 아니지
(지왕) 기도 군이 제 발로 탔잖아
(별) 그래도 잘라야 돼요, 원장님
고 작가요 자기 아버지 산책도 아예 안 시켜요
막 자긴 그런 약속 한 적 없다 딱 잡아뗀다니까요?
그렇죠, 선배?
(주리) 응
알던 사이지, 둘이?
(주리) 네
(별) 뭐야, 진짜?
(민석) 아니, 어떻게? 언제부터?
그냥 어릴 때부터 잠깐 알던 사이예요
그럼 뭐, 친구지
남 간호사는 그 친구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잘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문영 작가는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단 급한 건 없으니까
환자 상태 봐서 결정합시다
네
[문영이 흥얼거린다]
(문영) 틀지 마, 남 떠드는 소리 듣기 싫어
네 목소리 들을래 아무 말이나 해 봐
어...
나한테 할 말이 그렇게 없어?
아버지 산책은 왜 안 시켜?
원장님이랑 약속했잖아
약속
그딴 건 코 풀고 버리는 휴지 같은 거야
(문영) 볼일 봤으면 버려야지
어차피 치매 환자야
영혼은 죽고 가죽만 남은 빈껍데기
그딴 걸 왜 끌고 다녀, 시간 아깝게
그냥 죽어 버리면 편할 텐데
너희 부모님은 왜 돌아가셨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뒤에서 좀 알아봤지
그냥 가벼운 호구 조사 정도야
(문영) 물건 살 때도 생산지나 유통 기한 정도는 보고 사는데
뭐, 그 정도야 할 수 있지, 뭐
물건?
사람이 너한텐 물건이야?
(문영) 다를 건 뭐야?
자식도 부모가 유통 기한 지나서 썩은 내 진동하면 버리는 거고
부모도 이쁜 짓 많이 하는 자식은 품고
못나고 쓰잘데기없는 앤 버리는 거지
아담, 걔도 그런 거 아니야?
[무거운 음악] [한숨]
세워
응? 왜?
차 세우라고
(문영) 왜, 오줌 마려워?
[타이어 마찰음] [놀란 신음]
(문영) 갑자기 왜 그러는데, 왜 화를 내?
이유가 뭐냐고!
야!
아, 뭐 때문에 빡쳤는데? 어?
내가
까먹었어
뭘?
네가 남들이랑 다른 사람인 걸
잠깐 까먹었어
나도 모르게
너한테 뭘 기대하고 있었나 봐
나한테 뭘 기대했는데?
응?
뭘 기대했어?
이제 없어, 그딴 거
사랑해
[시계 종이 뎅 울리는 효과음] [째깍거리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사랑해, 강태 씨
[한숨]
사랑한다고!
(문영) 사랑한다니까?
진짜 너무너무너무 사랑해!
또 도망치냐?
내가 사랑한다는데 왜 도망쳐!
왜! 사랑해! 야!
사랑해! 사랑한다고! 야!
[거친 숨소리]
[문영이 씩씩거린다]
어이가 없네, 진짜
분위기 잘 타다가 갑자기 왜 열폭인데, 어?
정신에 무슨 문제가 있나?
아니, 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빡이 친 거냐고
[한숨]
[사람들이 대화를 나눈다]
형
(강태) 오늘은 뭐 배웠어?
(상태) 잼 만드는 거
(강태) 재밌었겠다, 딸기잼?
노잼
노잼, 완전 핵노잼 [잔잔한 음악]
미안해, 형
미술 수업 있는 학교가 근처에는 없더라고
- 대신에 나중에... - (상태) 벽에 그릴 거야, 벽에
병원 벽에 그릴 거야
그림 그리고 돈 벌고 마당 쓸고 동전 줍고
이런 게 일석이조지, 일석이조
[강태의 웃음]
그럼 나 이제 형이 먹여 살리는 거네? 막 놀아야지
걱정하고, 걱정하지 마 나만 믿어, 나만, 나
내가 네 형이니까, 형 형 있으면 든든하니까
(강태) 씁, 그러면 일단 재료부터 사러 갈까?
- 뭐, 화방 같은 게 있나, 여기? - (상태) 내가 네 형이야, 형, 형
(상태) 삼촌 아니고 형 [강태의 웃음]
[풀벌레 울음]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놀란 신음]
[문이 덜컹 열린다]
(상인) 와, 음침하다, 음침해
(문영) 왜 왔어?
(상인) 이야, 이런 귀신 나올 거 같은 집에서 작품은 고사하고
어떻게 사람이 살 수나 있겠냐, 어?
[상인의 한숨]
문영아
우리 서울 가자, 어?
고급 호텔에서 우아 떨면서 차기작 얼른 써야지, 어?
잠적설 흘린 지 며칠이나 됐다고
네가 그, 작가이기 이전에 셀럽이라는 걸 내가 간과했다
대중들한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셀럽은 금방 잊혀져요
대중들 머릿속에 휘발유 있다, 어?
금방 싹 날아가
싫어, 안 가, 여기서 놀 거야
(상인) 문영아 놀아도 우리 서울 가서 놀자, 어?
너 여기, 여기 있으면 절대 안 돼
너 알잖아 너희 어머니 여기서...
그럼
나랑 여기서 같이 살래?
어?
야...
[헛웃음] 너 많이 피곤해 보인다, 어
(상인) 일단 좀 쉬어, 어 내가 내일 다시 연락할게, 어
나 먼저 간다
[한숨] [문이 탁 닫힌다]
(강태) 네가 남들이랑 다른 사람인 걸 잠깐 까먹었어
[한숨]
[긴장되는 효과음] [몽환적인 음악]
(희재) 넌 남들이랑 달라
넌 아주 특별해
넌 내가 만든 최고의 창작품이야
너는 곧 나야
사랑해, 우리 딸
- (재수) 피자 나왔습니다 - (상인) 여기요
(재수) 네?
이 피자 한 판 시키면 캐리커처가 공짜라면서요?
아, 예, 근데 그게 낮에만 하는 서비스라, 죄송합니다
(상인) 아, 낚았네
아, 낚였어
아휴...
근데 우리 문영이는 어떻게 낚아서 서울로 데리고 올라가나, 쯧
오빠
[아름다운 음악]
(주리) 저 윙이랑, 어...
맥주 한 잔 주세요
(재수) 웬일이야?
술은 입에도 안 대는 애가
(주리) 그냥 딱 한 잔만 하려고요
(재수) 뭐야
너 병원에서 무슨 일 있었구나?
[부정하는 신음]
아휴, 모르겠다
내가 같이 마셔 줄게
[재수의 헛기침] 아니요, 사장님은 장사하세요 술은 혼자 마실게요
(재수) 그래, 그럼
저도 오늘 혼자입니다
[퐁 따는 효과음]
합석 안 하실래요?
(상인) 혼자 먹기에는 라지 사이즈라
네, 됐어요
죄송합니다
[시원한 숨소리]
[상인의 시원한 숨소리]
남 간호사는 그 친구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잘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컵을 탁 내려놓는다]
아, 진짜 치사하다, 남주리, 씨
[상인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치사해도 별수 없지
[익살스러운 음악]
하, 먹고살려면 비위 맞춰 주는 수밖에
그래도 걘 여기 있으면 안 돼, 절대
절대 안 되지, 거긴 아니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꼭 데리고 올라간다
내가, 씨...
메아리야, 뭐야?
[의아한 숨소리]
둘이 왠지 같은 얘기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강태) 여기다 넣어
(상태) 아, 8호, 12호
[상태의 들뜬 숨소리]
(상태) 7호
[옅은 탄성]
[의미심장한 음악]
[차분한 음악]
사랑해, 강태 씨
(문영)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니까?
이쁘다
(문영) 예뻐서
갖고 싶어
(문영) 문강태 나 줘라, 자꾸 탐이 나
내 눈에 예쁘면 탐이 나는 거고 탐나면 가져야지
(상태) 아...
나 이거 갖고 싶어
이거 살래
여기 이거, 여기 전부 계산...
[놀라며] 엄청 많아
이거 다 계산해 주세요, 이거 다 이거 바구니 빼고
엄청 많아
[상태의 설레는 숨소리]
[사장이 계산기를 탁탁 두드린다]
엄청 많아
- (상태) 엄청 많아 - 얼마예요?
(사장) 53,000원입니다
(상태) 엄청 많아, 감사합니다
프테라노돈, 프테라노돈, 프테라노돈
턱 아랫부분에 물고기를 담는 주머니 있어요, 주머니
비행 근육, 비행 근육...
[상태가 중얼거린다]
[문이 덜컹 열린다]
[어두운 음악]
(정태) 나 할 거야, 이거
- (경호원2) 비켜 주세요 - (경호원3) 비켜 주세요
(정태) 뭐야, 뭐야, 아씨, 뭐야, 씨
- (정태) 아름 씨, 괜찮아요? 예? - (아름) 아, 무서워, 깡패인가 봐요
(순덕) 자, 병실로 가서 식사들 하세요!
- (순덕) 올라가세요 - (경호원2) 자, 비켜 주세요
(순덕) 야, 저 양복쟁이들 뭐냐?
권만수
불구경 다음에 재미난 게 싸움 구경이죠
가시죠
아, 나 싸움 싫어요
곧 피바람이 불겠구나
[혀를 찬다]
(행자) 저기, 의원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이에요
제가 그, 자초지종을...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행자의 거친 숨소리]
아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어, 뭐라고?
- 장군 - (지왕) 이번엔 내가 진 걸로 합시다
손님이 올라온다네
어차피 내가 다 이긴 판이거든?
(필옹) 약속대로 외출증이나 끊어 줘
[문이 덜컹 열린다]
[어두운 음악]
(권 의원) 정신 나간 놈 납치해서 내 유세장에 끌고 온 그 미친년
그년하고 한패 먹은 그 보호사 놈
그런 모자란 놈들 하나 통제 못 해서 내 명성에 똥칠한 병원장
내 앞에 무릎 꿇어
다 끌고 와!
(지왕) 말이 있었네
[말 울음 효과음]
(차용) 선배, 선배!
[차용의 거친 숨소리]
선배 이제 큰일 났다
완전 좆 됐어요
(별) 어떡해요?
고 작가한테 진짜 연락해요?
안 온다 그러면 어떡하지?
100% 안 오려 그럴 텐데
그냥 내가 연락할게
[주리가 버튼을 탁 누른다]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하지 마요
왜요?
그냥 저 혼자 올라갈게요
그래도 제가...
하지 마요, 절대
[무거운 음악]
(별) 어떡해요? 진짜 하지 마?
하지 말라잖아, 별아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별) 나한테 성질이야
[어이없는 숨소리]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하지 말라잖아'
(상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상태가 중얼거린다]
(보좌관) 그러게 내가 분명 경고했죠?
[노크 소리가 들린다]
(지왕) 응
(권 의원) 왜 혼자야?
너랑 한패 먹은 그년은 어디 있고
안 올 겁니다
올 필요가 없어서요
걔가 주범인데 누구 마음대로 안 와!
아드님은 본인 자의로 탈원한 거지
누가 억지로 데려간 게 아닙...
(권 의원) 야
그 새끼 환자야
툭하면 벗어젖히고 아무 데서나 오줌 질질 싸고!
하룻밤에도 수천만 원씩 물 쓰듯 써 재끼는 정신병자!
그래서 내가 함부로 못 쏘다니게 하려고 처박아 둔 걸
[지왕의 한숨] 하필 내 유세 현장에 갖다 풀어놔?
너희들
일부러 그런 거지?
내가 이 병원 없앤다 그러니까
그 모자란 놈 하나 선동해서
일부러 나 엿 먹인 거네?
엿은 드셨을지 몰라도
(지왕) 덕분에 아드님 상태가 많이 호전됐어요
곧 퇴원해도 될 정도로
당신 미쳤어?
(권 의원) 그런 새끼를 누구보고 감당하라고 밖으로 내보내!
일종의 심리극 효과인데
자신이 주인공인 무대에서 억압된 감정을 분출하다 보면...
(권 의원) 됐고, 휴
전국에 정신 병원만 수천 개야
거기 뺑뺑이만 돌려도 평생 못 나오게 할 수 있어, 내가!
아유, 자식한테 그러면 안 되지!
나한테 쓸모없는 자식들 다 필요 없어!
쓸모가
없다?
뭐?
[무거운 음악]
자식이 부모한테
꼭 무슨 쓸모가 있어야 되는 건가?
[헛웃음]
야
(권 의원) 자식은
부모가 필요해서 낳는 거다
네 엄마, 아버지한테 가서 물어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식새끼가 필요한지, 안 한지!
그럼 낳지를 말았어야지!
(권 의원) 이 새끼가!
어디 감히 보호사 주제에
하! 하, 참
[한숨]
[권 의원의 성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입바람을 후후 내뱉는다]
(상태) 스마일 [카메라 셔터음]
[오리 울음] [카메라 셔터음]
아, 이뻐, 하나, 둘, 셋, 스마일 [병아리 울음]
스마일, 웃어, 스마일
[밝은 음악] [카메라 셔터음]
(상태) 아, 이뻐, 오!
[상태의 탄성]
분수!
[카메라 셔터음]
(상태)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상태의 탄성]
[상태의 탄성]
(상태)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상태)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상태의 탄성] [카메라 셔터음]
- (옥란) 얘 - (상태) 안녕하세요
- 나도 좀 찍어 줘라 - (상태) 예
(상태) 예, 날씨 좋아, 날씨, 날씨 엄청 좋아
[상태가 중얼거린다]
하나...
[질겁하며] 아, 나비, 나비, 나비
[상태의 비명]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나비!
아악, 나비, 나비, 나비!
왜 저래?
내 포즈가 마음에 안 드나?
[노크 소리가 들린다]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문이 탁 닫힌다]
(지왕) 아, 진짜, 노크 좀 해, 쯧
(행자) 했고요, 권 의원 그 사람 이대로 그냥 두고 보실 거 아니죠?
두고 볼 건데?
아, 원장님!
와서 봐 봐
[지왕이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행자의 한숨]
아휴
[행자의 한숨]
"원장실"
[익살스러운 음악]
(강태) 낳지를 말았어야지!
(권 의원) 이 새끼가!
건방지게
보호사 주제에, 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 동영상
언론에 뿌린다고 협박을 좀 해 볼까 하는데
(지왕) 가능하면 병원 후원금도 좀 뜯어내고
(행자) 진심이세요?
아, 뭐 어때?
권기도 환자야
이번 납치가 전화위복이 돼서 차차 나아질 게 자명하고
그럼 내가 할 일은
우리 보호사를 구타한 놈에 대한 응징 아니겠나?
저는 원장님한테 뭐 잘못한 거 없죠?
[생각하는 숨소리]
(상태) 여기 하늘, 하늘 이쪽 위에 하늘, 하늘, 여기 파도
밑에 바다, 바다, 바다, 여기 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씨, 여기 병원, 이 가운데 병원 그다음에 바다
그네, 요 밑에 그네 있고
뭐야
착한 사람만 보이는 거야?
어, 바다예요, 바다
[흥미진진한 음악]
드디어 만났네
상태 오빠
[당황한 신음]
[옅은 웃음]
[중얼거린다]
(별) 안녕하세요
[상태의 신난 탄성]
(주리) 먼저 들어가 있어
[카메라 셔터음] 오빠
[상태가 중얼거린다]
[카메라 셔터음] (상태) 셀카는 위로,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아, 어떡해
[상태가 중얼거린다]
혹시 연락받고 온 거야?
뭐야, 쌩까자더니
근데 무슨 연락?
아니, 오늘 수업도 없는데 왔길래
(문영) 고대환 산책시키려고 온 건데?
약속 안 지킨다고 누가 막 불같이 화를 내길래
그 사람 화 풀어 줄 겸 왔다가
팬 서비스 하는 중이지
(상태) 서비스, 서비스 알아 나도 서비스 알아
피자 한 판 먹으면 캐리커처 공짜
(문영) 아, 뭐래, 이 오빠 너무 웃겨
웃기면 인기 많아, 예
어떡해, 고문영 작가님 [문영의 웃음]
[상태의 웃음]
[통화 연결음]
[캐비닛 문을 철컥 닫는다]
형, 어디야?
[흥미진진한 음악]
(문영) 예쁘다
마음에 들어
만 원
아깐 서비스라며
피자 먹었어? 피자? 피자 안 먹었잖아, 피자
[문영의 웃음]
아, 어떡하지, 이 오빠?
너무 귀엽단 말이야 공룡도 이쁘고
(상태) 솔직히 귀여운 건 나보다 트와이스가 더 귀엽지, 솔직히
형 머리 만지지 마
아직도 화났어?
(문영) 산책시키려고 왔잖아
내가 약속 안 지켜서 화난 거 맞지?
형, 잠깐 로비에서 기다려
어, 나 싫어, 싫어, 여기
여기 작가님이랑 여기 같이 있을 거야 작가님이랑 여기
말 좀 들어, 제발!
[어두운 음악]
가 있어
- 어 - (강태) 금방 갈 테니까
(상태) 어...
- 형 - (문영) 너 누구한테 맞았어?
(상태) 아...
(문영) 누구한테 맞았는데?
얼굴이 왜 그래? [상태의 불안한 신음]
(문영) 어떤 새끼야, 어?
누가 때렸어? 내가 가서 확 죽여 줄 테니까 말해
너 또 참았지?
얻어터지고도 븅신처럼 또 참았어 그렇지?
누가 그랬냐고
네가 왜 화를 내?
뭐?
왜 이렇게 흥분하냐고
네가 맞았잖아
그래서
마음이 아파?
아니면 슬퍼?
[차분한 음악]
지금 정확히 어떤 감정이야?
넌 몰라
네가 지금 무슨 감정으로 이렇게 날뛰는 건지
너도 모른다고
(강태) 속은 텅 비었고
그냥 소리만 요란해
깡통처럼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에 대해 다 안다고
다 이해한다고
착각하지 마
너
죽을 때까지
나 몰라
[강태가 가방을 탁 든다]
[휴대전화 진동음]
네
[어두운 음악]
(상태) 어, 어, 싫어, 싫어, 왜 싫어? 어, 안 돼, 어떡해
루, 루, 루, 룩 앳 미 룩 앳 미, 룩 앳 미
표정, 표정을 보면 가, 감정이 보여요
(강태) 말 좀 들어, 제발!
짜증이...
(상태) 짜증이 난다
형이
밉다
밉다, 안 돼, 안 돼, 어떡하면 좋아
왜...
어? 토끼... 어?
이리 나와 봐, 나오면 요거 줄게
(순덕) 으응?
무로 거북이도 만들어 줄 건데?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강태 지금 밖에서 기다려
너 혼자 여기서 밤새울 거야?
네가 가야 나도 빨리 여기 정리하고 집에 갈 거 아니야?
상태야
가자, 얼른 집에 가자
얼른, 얼른, 얼른 가자 아이고, 이쪽으로
[순덕의 힘주는 신음] [상태가 중얼거린다]
얼른 나와, 어머머, 어머머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아이고
[상태가 중얼거린다] [순덕의 한숨]
(순덕)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아휴 [순덕의 옅은 웃음]
형은...
이따가 내가 데리고 들어갈 테니까
걱정 말고 먼저 들어가
(순덕) 자
죄송해요, 부탁 좀 드릴게요
죄송은 무슨
(순덕) 가
강태야
밥 먹지 말고 있어
내가 가서 쇠고기 죽이게 볶아 줄게
[한숨]
[신비로운 음악]
[주리의 헛기침]
(주리) 혹시 모르니까 처음 몇 번은 내가 동행할게
[어두운 음악]
진짜 기억이 다 지워진 거 맞아?
쇼하는 거 아니야?
환자 자꾸 자극하지 마
[옅은 웃음]
진짜
내가 어떤 애인지 다 잊었어?
아빠?
네가...
(대환) [어눌한 말투로] 네가...
왜...
살아 있어?
죽어
죽어! [긴장되는 음악]
(행자) 빨리 가 봐
(대환) 네가 왜!
- (주리) 도와주세요! - (대환) 네가 왜...
[대환의 힘주는 탄성] [문영의 떨리는 숨소리]
(주리) 고대환 님, 도와주세요!
[대환이 울부짖는다]
(행자) 빨리 진정시켜
[웃음] [무거운 음악]
(여자) 그러게
여긴 오지 말았어야지
[여자의 웃음]
쌤, 저번에 알려 주신 '인어 공주'...
(아름) 씹혔어
쌤이 나 싫어해
아니에요
'건들면 뒈져'
(정태) 여기에 쓰여 있잖아요
(아름) 못 봤는데?
아, 약발이 떨어졌구나?
우리 약 먹으러 가요, 예? [아름의 당황한 신음]
[갈매기 울음]
[한숨]
[다가오는 버스 엔진음]
[차분한 음악]
[세탁기 조작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강태의 한숨]
[한숨] (강태)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에 대해 다 안다고, 다 이해한다고
착각하지 마
(강태) 너 죽을 때까지
나 몰라
[한숨]
(강태) 넌
네가 지금 무슨 감정으로 이렇게 날뛰는 건지
너도 모른다고
속은 텅 비었고
그냥 소리만 요란해
깡통처럼
너도 죽을 때까지
나를 몰라
[한숨]
[한숨]
[스케치북을 툭 내려놓는다]
(강태) 어느 작은 마을에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어
피부는 창백하고
눈동자가 아주 큰 아이였지
아이가 크면서
엄마는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
[잔잔한 음악]
이 아이는
감정이 전혀 없고
그저 식욕만 있는 좀비였다는 걸
(강태) 그래서 엄마는
마을 사람들 눈을 피해
아이를 지하실에 가두고는
밤마다 남의 집 가축을 훔쳐서
먹이로 주며 몰래 키웠어
하루는 닭을
하루는 돼지를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
마을에 역병이 돌아서
남은 가축들이 다 죽고
사람들도 많이 죽어
그나마 산 사람들은
마을을 모두 떠나 버렸지
아들만 두고 떠날 수 없던 엄마는
(강태) 결국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
자신의 다리 한쪽을 잘라 주고
(강태) 다음엔 팔 한쪽을 잘라 주고
[문이 탁 열린다] 그렇게 다 주고
결국엔 몸통만 남아서는
마지막으로 아이의 품속에 스스로 들어가
(강태) 자기의 남은 몸을 맡기지
(강태 모) 이리 와, 아유, 진짜 [어린 상태의 놀란 신음]
아, 비 오잖아, 이리 와
- (강태 모) 이리, 이리 붙어 - (어린 강태) 잠깐만, 엄마
(강태 모) 강태, 이리 와
강태, 이리 와
[차분한 음악]
[어린 상태의 옅은 신음]
(문영) 몸통만 남은 엄마를
아이가 양팔로 꽉 끌어안으며
처음으로 한마디를 해
- (문영) '엄마는' - '엄마는'
- (문영) '참' - '참'
- (문영) '따뜻하구나' - '따뜻하구나'
[흐느낀다]
[책을 툭 내려놓는다]
(희재) 넌 남들이랑 달라
(희재) 넌 아주 특별해
넌 내가 만든 최고의 창작품이야
(대환) 네가 왜 살아 있어?
(문영) 아이가 원한 건
먹이였을까
엄마의 온기였을까
[흐느낀다]
[시동이 툭 꺼진다]
[거친 숨을 내뱉는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비가 쏴 내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재수) 어유, 야, 야 밖에 비 장난 아니야, 어휴
[신발을 탁탁 벗는다]
야, 너 괜찮냐?
주리 씨한테 전화 왔었어
너한테 좀 가 보라고
[재수의 한숨]
또 뺨 맞았다며
진짜 그만 좀 맞아라 나 진짜 속상하다
자기 학대도 정도가 있지
야, 근데 그, 고문영
그 여자도 자기 아빠한테 목 졸리고 난리 났었다며?
뭐?
언제? 누가 그래?
아까 너희 병원 배달 갔더니 환자들끼리 쑥덕대던데?
(재수) 아휴,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더구먼, 쯧
[차분한 음악]
(재수) 아니, 딸이 얼마나 미우면 목을 조르냐
걔네 아빠도 정상은 아니지?
- 재수야 - (재수) 어?
(강태) 바이크 좀 쓰자
야, 뭐, 야, 지금 밖에 비 와
(재수) 야, 야, 강태야 야, 야, 야, 그렇게...
아이고...
왜 저러냐
[타이어 마찰음]
[부드러운 음악]
(문영) 너
나 좋아해?
(문영) 에이씨
(문영) 넌 전생에 머슴이었나 보다
난 마님이고
(강태) 나가라고
[주리의 비명] (문영) 근데 왜 저년 편만 들어?
손 놔
나 네 거 아니야
(강태) 잊고 싶어
그 앤 날 살려 줬는데 난 도망쳤어
(문영) 심심해서 같이 좀 놀았어
데리러 올래?
저주받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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