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5
[비가 솨 내린다] [부드러운 음악]
따듯하다
배고파
"모텔"
[시동이 툭 꺼진다]
[문영의 힘주는 신음]
제법인데? [강태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급한 대로 여기서 몸부터 녹여
그래, 그러자
(강태) 너 혼자
[문영이 헬멧을 탁 건다]
[헛웃음]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종업원) 어서 오세요
아이고...
아주 그냥 홀딱들 젖으셨네들
뭐, 숙박? 대실?
[헛기침하며] 아, 저...
무슨 방 줄까요?
거울 방? 테마 방?
- 코스튬? - (강태) 아니요
그...
일로 와 봐
(종업원) [작은 소리로] 일로 와 봐, 아유
옵션 필요해? 어?
러브 체어, 전동 침대, 수갑?
채찍?
내가 현금가 디시 10% 해 줄게
가자
월풀 욕조 서비스 내가 줄게 딴 데는 얘기하지 마
- (강태) 가자, 빨리 - (문영) 싫어
난 여기 마음에 들어
[종업원의 웃음] (강태) 집으로 가, 데려다줄게
가다 얼어 죽을 일 있어?
여기 방은 아주 후끈해요
집이 여기서 멀어?
먼 게 문제야?
장대비가 퍼붓는데 바이크를 끌고 온 네 센스가 문제지
그럼 지금이라도 택시 타고 가든가, 혼자
돈 줘, 택시비
너 설마...
어
지갑, 핸드폰 다 두고 나왔어
그럼 너 내가 데리러 안 갔으면...
(문영) 밤새 비 맞고 걸었겠지
광년이처럼
그러니까 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행동을 해
터지는 대로 폭주하지 말고, 좀
[흥미진진한 음악]
(강태) 그 어둡고 외진 데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 줄 알고
무작정 걸어?
혼자 겁도 없이
그러다 무슨 일 생기면...
[픽 웃는다]
네가 왜 화를 내?
내가 밤새 빗속을 걷든
(문영) 빗속에 스트립쇼를 하든
네가 왜 흥분을 하냐고
내가 걱정돼?
속상하니?
마음이 아파?
[자판기가 덜컹거린다]
너
나 좋아해?
아니
내가 진짜 몰라서 그래
알잖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에 대해 다 안다고
다 이해한다고 착각하지 마
(강태) 속은 텅 비었고
(강태) 그냥 소리만 요란해
깡통처럼
난 죽었다 깨나도 네 감정이 뭔지 모르는 빈 깡통인 거
지금 네 감정은 어때?
말해 봐
응? 왜 말을 못 해?
너도 깡통이니?
나는...
나는...
말해
어서
방 하나, 방 하나 주세요
[헛웃음]
(강태) 그냥
[자판기 조작음] 깨끗하고 따듯한 방
(종업원) 5만 원 주세요
(문영) 뭐야, 돈 없어?
핸드폰은?
(종업원) 외상은 우리 엄마도 안 줘요, 가요
(문영) [한숨 쉬며] 아...
엄청 급하게 나왔나 봐
생각이란 걸 미처 못 하고 행동할 만큼
[익살스러운 음악]
괜찮아
남자가 본능대로 움직인 건 죄가 아니야
시동 켜
(종업원) [작은 소리로] 저기
저기 밑에 가면
싼 데 있어
거기 외상 해 주고, 가 봐
- 수고하세요 - (종업원) 응
[신비로운 음악]
[시동이 툭 꺼진다]
내려
[비가 투둑투둑 내린다]
취향이 참...
[강태의 당황한 신음]
(강태) 물기부터 닦아
네 옷 줘, 난 쥐라기 감성 싫어
(문영) 신기하네
어떻게 먹고 자고 싸는 게 [강태가 달그락거린다]
이 한 공간 안에 다 들어 있지?
꼭 동물 우리 같다
이런 데 살면 사육당하는 기분이겠어 그렇지?
[강태의 한숨] 왜, 실례인가?
갈아입고 나와
너희 형은?
밑에
- 부르지 마 - (강태) 부를 생각 없어
형이 너랑 같이 있는 거 싫어
질투해?
우리 형은 건들지 마, 절대
- 경고야? - (강태) 경고든 부탁이든
형은 내버려 둬
형도 그렇게 생각할까?
(문영) 아, 데려와서 물어보면 되겠다
왜? 뭐?
왜 그런 눈으로 봐?
지금 내 표정이 어때?
잘생겼어
그거 말고 표정
재수 없어
표정 안에 담긴 상대의 기분, 감정, 컨디션
(문영) 관심 없어
[문영의 놀란 탄성]
잘 봐
(강태) 사람 얼굴 속에 담긴 감정들
관심 없어도 이젠 배워
가슴으로 느끼는 게 싫으면 그냥 머리로 익혀
세상 혼자 살 거 아니면 최소한 그 정도 노력은 해
싫어, 내가 왜?
싫어도 해
[문영의 한숨]
난 자폐가 아니야, 그냥 좀...
그렇다고 '좀비아이'도 아니지
(강태) 감정은 없고 식욕만 있는 아이
그 아이가 원한 건
먹이였을까
누군가의 온기였을까
[차분한 음악] 넌 그 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먹이야? 그저 욕구만 채워 주면 돼?
온기
그 아이가 원한 건 이런 거지 사육이 아니라
너도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거잖아
아니야
- 아니야? - (문영) 어, 아니야
먹이가 다야
좀비 따위한테 감정이 어디 있어?
(문영) 팔다리 다 잘라서라도 배만 채워지면 그만이지
온기? 웃기고 있네
그건 너희들 같은 감상주의자들의 역겨운 동정심일 뿐이야
멋대로 해석하지 마
나 배고파, 밥이나 줘
네 팔다리 다 뜯어 먹기 전에
[한숨]
[한숨]
누가 누굴 동정해?
[한숨]
위선자
[한숨]
[상태가 중얼거린다]
형
말 좀 들어, 제발!
[문이 드르륵 열린다]
형
화 많이 났어?
(강태) 아까 소리 질러서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내가 잘못했어
형
아파
아프다고
나 오늘 뺨 맞았어
나 엄청 세게 맞아서
입안도 다 터지고
귀도 막 잘 안 들리는 거 같고
볼은 땡땡 부어서 완전 혹부리 영감 됐는데
나 어떡해?
혹부리?
혹부리 영감은 어, 어디 있어? 혹부리 영감? 혹부리?
(강태) 어? 어?
혹이 쏙 들어갔네?
오, 오, 완전 신기해
(상태) 유 라이어!
유, 유, 유, 유 라이어 유, 유, 유, 라이어, 라, 라이어 [잔잔한 음악]
라이어, 라이어, 어?
거, 거, 거짓말은 나쁜 거고 속임수고 경찰에 잡혀간댔지, 어?
피노키오 나쁜 놈
양치기 소년 나, 나쁜 놈
거짓말을 했으므로 혼나야지, 어? 맴매를 맞아야지
나쁜 어른이 된다는데 계속할 거야?
왜 말, 왜 말이 없어, 말이 없어, 응?
[옅은 신음] 잘못했으니까 말이 없지, 응? 아파?
[문이 드르륵 열린다] [순덕의 놀란 신음]
(순덕) [어색하게 웃으며] 밥...
밥 여태 아직이지?
얼른 와 앉아
맞으니까 좋냐?
왜 자꾸 일부러 매를 벌어?
네, 네가 무슨 뭐 구타 유발자야?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
(재수) 아이고...
(순덕) 자, 자, 자
얼른 와 앉아 먹어, 어
(강태) 아, 아니요
(순덕) 어? 왜?
저, 혹시...
(문영) 어디 우렁이 각시 년이라도 있어?
(강태) 환갑 넘은 집주인 아줌마야
어쩐지 요리에 연륜이, 응
됐으니까 먹어
[발랄한 음악] [문영의 탄성]
(문영) 이 각시 내가 데려가 살고 싶다 잘하네
거기서 밥은 어떻게 먹어?
굶어
자기 팔다리 잘라 줄 엄마가 난 없거든
너처럼 우렁이 각시도 없고
[탁탁 젓가락질한다]
(문영) 에이씨
(강태) 음
[문영이 식기를 잘그락거린다]
[탄성]
[한숨]
[풀벌레 울음]
[긴장되는 음악]
[형광등이 지지직거린다]
[여자가 콧노래를 부른다]
[음산한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주리) 왜 그러고 있어요?
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
아니요 [형광등이 지지직거린다]
(주리) 어, 다시 들어왔네
[차용이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저기서 무슨 노랫소리 같은 거 들렸는데
아, 그거?
(차용) 그거가 뭔데요?
유선해 환자한테 얘기 못 들었어요?
(선해) 새벽에
[긴장되는 음악] 2층 복도 끝에서
귀신이 노래를 해
[선해가 흥얼거린다]
내 귀에 똑똑히 들린다니까
(차용) 귀, 귀신?
아, 그냥 헛소리겠죠?
(주리) 글쎄요
유선해 환자
[긴장되는 음악]
여태 귀신이랑 소통해서 먹고살았는데
(차용) 예?
무당이었거든요
[무령이 딸랑거리는 효과음]
(차용) 같이 가요!
[긴장되는 효과음]
[행자가 콧노래를 부른다]
(주리) 라운딩 별 이상 없습니다
(행자) 어, 수고했어
- (행자) 얜... - 아, 졸리다고 세수하러 갔어요
확실해?
아, 요 커피 마실래?
예, 감사합니다
[커피 가루를 부으며] 고대환 환자 바이털은?
아직 혈압이 살짝 높아요
그리고 수면 장애도 좀 있고요
[행자가 물을 졸졸 따른다]
저, 근데요
아까 낮에 정원에서요
(행자) 응
왜 그랬을까요? 딸한테
[커피를 휘휘 젓는다]
[숟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뇌 수술 후유증으로
갑자기 난폭해지는 경우 더러 있잖아, 자
어, 단순한 후유증이 아니면요?
[헛웃음]
아니, 그럼 뭐 죽이려고 덤벼들었다는 거야?
[주리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주리) 아니요
살려고요
[어두운 음악] 그러니까 죽지 않으려고
(주리) 자기방어 기제로 폭력성을 드러내는 거라면
죽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남주리 간호사
(주리) 네
고문영 작가랑 원래 아는 사이랬지?
(어린 주리) 우리...
친구 할래?
굳이 감추려고 한 거 보면
그리 달가운 사이는 아니라는 얘기고
(어린 주리) [울먹이며] 제발 저리 가라고!
(행자) 자, 그러면
자기 스스로한테 한번 물어봐
그 부녀 일에 자꾸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키는 건 아닌지
역전이 안 되게 조심해야지
자긴 프로잖아
(문영) 대충 하고 이리 와 누워
넌 전생에 머슴이었나 보다 난 마님이고
일하는 뒷모습이 맛있어 보이네
[물을 뚝 잠근다] [익살스러운 음악]
아, '맛있어'가 아니라 '멋있어' 보인다고
실수, 실수
(강태) 일어나
택시비 줄 테니까 빨리 집에 가
(문영) 싫어, 여기서 자고 갈 거야
(강태) 누구 마음대로 자고 가?
(문영) 내 마음대로
- 일어나, 빨리 - (문영) 싫어, 여기서 잘 거야
- 끌어낸다 - (문영) 끌고 온 건 너야
자고 가라곤 안 했어
(강태) 일어나, 일어나, 빨리
(문영) 입히고 먹였으면 재우는 게 순서지
(강태) 나 신생아 안 키워, 놔, 빨리
(문영) 놔, 소리 지른다?
- (강태) 아, 나가라고 - 오빠! 상태 오빠!
[문영의 거친 숨소리]
(재수) 친구야, 같이 밥 먹자 [익살스러운 음악]
[재수의 장난 섞인 탄성]
[재수의 아파하는 탄성]
(재수) 왜, 왜, 아유, 왜, 왜, 왜 나와 왜, 왜, 왜, 왜? 아유
(강태) 어, 어, 재수야 [재수의 거친 숨소리]
[강태의 당황한 신음] (재수) 야, 넌 뭔, 뭔 땀을 이렇게...
(강태) 어, 어, 아이...
방 안이 좀 덥네, 많이?
아, 더워, 넌 안 덥냐? [재수의 어이없는 숨소리]
(재수) 뭐, 너 갱년기야? 어?
너 진짜 오늘 여러모로 이상해 너 진짜, 아유 [강태의 어색한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재수의 놀란 숨소리]
(강태) 뭐가?
(재수) 야, 처, 처, 처, 청, 청승맞게 혼자 밥 먹고 있을 거 같아서
생각해서 올라왔더니만 이거, 이...
(강태) 아, 나 밥 먹었어
(재수) 버, 버, 버, 벌써?
(강태) 어, 야, 너 밥 다 식겠다 내려가서 밥부터 먹어
얼른
(재수) 야, 너, 너 수상해, 이씨, 너...
[강태의 어색한 웃음] 형님도 안 데려가고 말이야, 너...
(강태) 아이, 형 너랑 있는데, 뭐
(재수) [웃으며] 혼자 뭐 하는 거야
[강태의 다급한 신음] [재수의 웃음]
(강태) 어, 재수야, 오, 오, 재수야
[강태의 어색한 웃음]
- (재수) 오, 힘쓰네? - 아니야
(재수) 오, 힘 좀 써, 어유, 야 [강태의 부정하는 신음]
야, 너 나 알지? 나, 어?
- (강태) 아, 어, 알지 - 알지?
- (강태) 응, 어, 그럼, 그래 - 조심해, 진짜
- 내려가 있을게, 문제 있으면 연락해 - (강태) 어, 알았어
- (재수) 어 - 응
[강태의 한숨]
(강태) 문 열어
열어, 빨리
여, 열어, 빨리
(문영) 자고 가게 하면 열어 줄게
(강태) 하, 일단 열어, 열면...
(문영) 끌어내겠지
(강태) 아니야, 안 끌어내
(문영) 진짜?
(강태) 응, 진짜
일단 열어 봐
(문영) 알았어
열었어
[익살스러운 음악] [강태의 한숨]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 꼭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
(강태) 그러네, 철천지원수
만나선 안 될 악연
(문영) 인연이지, 운명이고
(강태) 비극적 운명이지, 둘 다 죽으니까
(문영) 왜 다 죽었는지 알아?
잠드는 약을 줄리엣 혼자 마셨거든
둘이 같이 먹고 잠들었으면 안 죽었어
그러니까 우린 나란히 같이 자자
(강태) 무슨 그, 개뼈다귀 같은 논리야 빨리 문 안 열어?
(문영) 자고 갈 거야
- (강태) 열어 - (문영) 넌 내 옆에서 자
(강태) 문 부수기 전에 빨리 열어
(문영) 형이랑 셋이 같이 잘까?
오빠! [문영의 신음]
(재수) 터졌다고?
아, 멀쩡하던 수도가 갑자기 왜 터져?
너, 내가 지금 뭐, 올라가서 좀 도...
(강태) 아니, 아니야, 오지 마
아유, 깜짝이야
(강태) 이게...
- (재수) 지지, 지지, 감기 걸렸던... - (강태) 수도관이 낡아서 그런가 봐
(강태) 내일 전문가 불러서 고쳐야 될 거 같아 [상태가 중얼거린다]
- (상태) 감기 맨날 걸려? - (재수) 어, 자주 걸려
아, 지금...
집 안이 온통 물바다라 나는 밤새 치워야 될 거 같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냥
형만 좀 부탁할게
어, 그래, 고맙다, 재수야
[한숨]
그래, 오늘은 네가 더 좋아
[문영이 살짝 웃는다]
[한숨]
문 열어
(문영) 연기 잘하더라?
배우를 하지, 왜 보호사를 해?
네 거짓엔 진정성이 있어
속아 주고 싶을 만큼
형은
우리 형은
내 얼굴을 항상 보고 있어
[차분한 음악]
(강태) 내 눈빛
눈썹 모양
입꼬리
주름 하나하나
화가 난다
표정을 관찰해서
내 기분을 파악해
(강태) 온몸이 찢어질 만큼 아프고
마음이 죽도록 괴로워도
내가 억지로 웃어만 주면
형은 그걸 보고
내가 행복하다고 믿어
(강태) 형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만이야
가짜여도 상관없어
웃어 주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상태) '상식이 통하지 않는 특수 인격체예요' [만화 속 캐릭터들이 똑같이 말한다]
[재수의 고통스러운 숨소리] '아니, 남 잘되는 게 그렇게 배가 아파요? 왜 그래요?'
'흥!'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쟤 성격을 내가 잘 아는데 평소에는 온순, 착실하지만'
'화가 났다 하면 앞뒤를 안 가리는 성격이지'
'오늘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응'
[만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영) 그럼 나한테도 웃어 줘
어렵지 않다며
웃어 봐
[한숨]
빨리 자, 늦었어
어렸을 때도 그랬어?
사진 봤어
(문영) 그때도
가짜였어?
[강태의 한숨]
몰라
오래전이라 기억 안 나
그럼 그 여자는?
(문영) 네가 예전에 좋아했던
나랑 눈빛이 닮은 그 여자
생각날 때 있어?
보고 싶어?
아니
잊고 싶어
[차분한 음악] 와...
엄청 나쁜 년이었나 보네
나쁜 놈이었지
내가
(강태) 그 앤 날 살려 줬는데
[어린 강태의 떨리는 숨소리]
도망쳤어
비겁하게
그 뒤로 쭉
도망치는 중이야
근데 아깐 왜 왔어?
[강태의 한숨] (문영) 도망쳤어야지
나한테 달려왔잖아
그래서 지금 후회 중이야
[웃음]
그래도 뭐...
좀 멋있었어
[어두운 음악] [바스락 어는 소리가 난다]
[다가오는 발걸음]
[심전도계 비프음]
[긴장되는 음악] [대환의 신음]
[심전도계 경고음]
아이, 무슨...
[대환의 신음] (필옹) 야, 정태야, 정태야
(정태) 왜, 뭐, 왜, 왜, 뭔 소리야, 왜
(필옹) 간호사 불러, 간호사
- (필옹) 간호사, 얼른! - (정태) 아씨, 아씨
[문이 탁 열린다] 아, 이 사람이, 고 교수!
아, 이 사람 왜 이래 [대환의 신음]
아, 정신 차려, 이 사람아!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시계 종이 뎅 울리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재수가 코를 드르릉 곤다]
(상태)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익살스러운 음악]
시끄러워
시끄러워, 재수, 재수, 재수 씨
시끄러워, 시끄러워
재, 재수 씨, 피곤, 피곤해? 피곤? 어?
건강하니, 건강하니까 피곤하지, 어?
괜찮아? 아, 시끄러워, 시끄러워
[재수의 거친 숨소리]
[순덕의 힘주는 신음]
(순덕) 아이고, 고생했네, 우리 딸
밤새 궁둥이가 반쪽이 됐네
(순덕) 어
- (순덕) 자 - (주리) 그거 내가 갖다줄게
[달려가는 발걸음]
참...
(주리) 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여기서 잤으니까 이 시간에 여기 있지
(문영) 그러는 넌?
뭐, 투잡? 우유 배달도 해?
나도 여기 살아
여기 내 집이야
[흥미진진한 음악] [문영이 담배를 툭 던진다]
(문영) 그러니까 네가
문강태 그 남자를
이 집에 들인 거다?
그래, 집도 내가 소개시켜 줬고
병원도 내가 소개시켜 줬어
선택은 강태 씨가 한 거고
꼭 너 때문에 성진시로 돌아왔단 소리로 들리네?
좋아하니?
맞네, 고백은?
네가 알 거 없잖아
난 했는데
'사랑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니까!'
이렇게 뜨겁게 고백했지
- 거짓말하지 마 - (문영) 진짜야
자꾸 나한테 뭘 기대하는 눈빛으로 매달리길래
원하는 걸 준 거지
(주리) 적선하니?
[웃음]
도둑년
- 뭐? - (문영) 침 흘리지 마
걘 예전부터 내 거였어
넌 네가 찍으면 다 네 거지?
(주리) 네 게 안 되면 망가뜨려서라도 손에 집어넣고
데리고 놀다 싫증 나면 가차 없이 내다 버리겠지
그게 사랑이니?
네 집착이고
탐욕이지
[웃음]
까고 있네
(문영) 호박씨, 내숭, 가식
착한 척, 약한 척, 순진한 척
그래서 네가 애들한테 왕따당한 거야, 알아?
(주리) 이씨
미친...
[헛웃음]
(주리) 씨, 못돼 처먹은 마귀 할망구 같은 게, 씨
[문영의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문영) 죽을래? [주리의 아파하는 신음]
아씨, 너나 죽어, 씨
(문영) 야, 너 쥐약 먹었냐? [주리의 아파하는 신음]
(주리) 이씨, 약은 네가 먹어야지!
(문영) 야, 이거 안 놔? [주리의 비명]
- (주리) 야! - 약 먹었냐?
- (주리) 아, 야! - 이런, 씨
[주리의 비명]
[주리의 아파하는 신음] 그러니까,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 (주리) 야, 너! - (문영) 이게 미쳤나, 이게 아주...
(강태) 고문영!
놔
[주리의 아파하는 신음]
손 놔
- (재수) 뭐야 - (순덕)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 (재수) 뭔데, 아씨 - (순덕) 어? 어?
[흥미진진한 음악]
(주리) 아...
(문영) 저, 저, 저년이 먼저 때렸다고!
(강태) 그만해
[문영의 거친 숨소리]
아, 왜
왜 나한테 지랄이야 저 호박씨가 먼저 때렸는데?
누가 먼저건 관심 없어
근데 왜 저년 편만 들어?
누가?
'고문영!'
아까 내 이름만 불렀잖아, 네가
[강태의 어이없는 숨소리]
유치하게 굴지 말고 집에나 가
[문영의 다급한 숨소리]
같이 가
이 거지 같은 집에서 당장 나와 너 여기 못 둬
(강태) 신경 꺼
어디서 살건 그건 내가 알아서 해 그리고
나 네 거 아니야
언제부터 들었어?
'사랑해'
'사랑한다고'부터
[차분한 음악]
자
그때 네가 적선해 준 사랑 돈으로 환산해 돌려줄게
(문영) 이씨!
호박씨 같은 년
[한숨]
형, 형, 형!
(강태) 형, 형 [상태가 물을 쏴 튼다]
형, 내가...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물을 쏴 튼다]
[상태가 중얼거린다]
(상태) 안 터졌잖아, 안 터졌잖아 [수도꼭지를 달그락거린다]
안 터졌잖아, 안 터졌잖아 안 터졌잖아, 안 터졌잖아
안 터졌잖아, 안 터졌잖아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안 터졌잖아...
(강태) 형...
미안해, 내가...
거짓말했어
(상태) 거짓말은 나쁜 거랬는데
거짓말, 거짓말하면 잡혀간댔는데 안 한다고 약속했는데
잘못했어
내가 다신 안 그럴게
한 번만 용서해 줘
고문영 작가님
왜 그 옷을 입고 있지? 어?
- (강태) 어? - 청남방에 반팔 무지 티
어디든지 잘 어울려요 보물마트에서 세일할 때
9,900원 주고 원 플러스 원으로 산 거
네 옷인데, 부, 분명 없이 네 옷인데
빌려줬어
어제 비 왔었잖아
옷이 다 젖어서 내가 빌려준 거야
내 옷은?
어?
[익살스러운 음악]
(상태) 내 옷도 이뻐, 이쁜 거
내, 내 옷도 이쁜 거 많은데, 어?
다음에 오면 형 거 줄게
공룡 그려진 거
울트라사우루스 2만 7천 원짜리
2만 7천 원이 9,900원보다 더 비싸
비, 비싼 게 다 좋은 거 아니지만, 어?
그래, 그거 입힐게
꼭
(강태) 응?
형
[문이 달칵 닫힌다]
일어나 밥 먹어
(순덕) 아휴
우는 것도 기운이 있어야 실컷 울지
아, 일어나!
(주리) [울먹이며] 안 먹어
[주리가 훌쩍인다]
걔 맞지?
예전에 엄마 함바집 할 때 데리고 왔던 네 친구
(주리) 친구 아니야
머리털 많이 뜯겼어?
네가 진 거야?
그래서 그거 억울해서 울어?
고문영
걔 이름만 불렀어
나는 쳐다도 안 보고 걔만 노려보고
나한텐 따박따박 존댓말 하면서 걔한텐 반말하고
[익살스러운 음악] 그게...
이렇게 통곡할 일이야?
(주리) 친해도 나랑 더 친해
근데 왜 난 주리 씨고 걔는, 걔는, 걔는 고문영인데?
그 옷도 나랑 원 플러스 원 해서 나눈 건데
어떻게 그걸 입혀!
어떻게 그 방에서
어? 그 방에서 재울 수가 있어
[주리가 훌쩍인다]
(순덕) 아, 그... 그럴 사정이 있었다잖아
아, 강태 걔가 어디
자기 형 몰래 방에서 여자랑 나뒹굴 애야?
걱정 말아 너한테도 기회 충분히 있어
[순덕이 식기를 잘그락거린다]
근데 엄마 어떻게 알았어?
(순덕) 뭐, 네가 강태 좋아하는 거?
이 동네 개도 알아
자, 아
아!
터진 입 뒀다 뭐 해?
이참에 속 시원히 고백해
- 차이면? - (순덕) 또 들이대
[울먹이며] 도망가면?
(순덕) 지구 끝까지 쫓아가
네 엄마도 다 그런 노력 끝에 너 낳았어
[웃음]
[함께 웃는다]
자 [주리가 훌쩍인다]
근데 문영이 걔 이쁘게 컸더라
(주리) 아, 이쁘긴 뭐가 이뻐!
안 이뻐
[휴대전화 벨 소리]
저기요, 전화 좀 받아요
(남자) 아이씨
[피곤한 숨소리]
[휴대전화를 탁 집어 든다]
어
(승재) 대표님
큰일 났어요
(상인) 야, 죽고 사는 문제 아니면 나한텐 큰일 아니랬지?
우리 다 죽게 생겼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어?
(녹음 속 평론가) 글 보면
작가 정신 세계가 다 읽혀요
(문영) 그럼 이제
[녹음기 작동음] 내가 무슨 짓을 할지도 읽었겠네?
(녹음 속 문영) 근데 펜은 나도 들 수 있거든?
잘 가 [녹음 속 평론가의 비명]
[녹음 속 평론가의 신음]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뚝 멈춘다]
(승재) 뇌출혈 수술 받고 이틀 만에 깨어나셨대요
어쩐지 논개가 조용하다 했다
대표님, 이것 좀 보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직원1) 위자료 포함해 가지고
피해 보상 청구액이 지금 어마무시합니다
[상인의 놀란 신음] (직원2) 달라는 대로 안 주면
작가님 진짜 감방 가거나 한 방에 매장일 텐데, 어떡하죠?
그, 회사 잔고에 그, 꿀물 얼마 남았는지...
(상인) 아, 아, 아니다, 그냥
그, 경리 팀장 올라오라 그래, 어
사직서 내고 잠수 탄 지 꽤 됐는데
야, 너 그걸 왜 이제 와서 말해, 인마!
통 안 물어보셔서...
[달려오는 발걸음]
(직원3) 대표님, 인쇄소랑 유통 창고 쪽에서
밀린 대금 언제 주냐고 자꾸 재촉 전화 오는데
(직원4) 대표님 성진시 가신 일은 어떻게 됐어요?
[상인의 골치 아픈 신음] (직원2) 작가님 차기작 쓰고 계시는 거 맞죠?
(직원1) 저희 진짜 괜찮은 거 맞죠?
(상인)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직원들) 대표님!
[직원들이 소란스럽다] (직원1) 괜찮으세요? 정신 차리세요
- (직원3) 대표님 - (직원5) 괜찮으세요?
- (직원1) 대표님! - (승재) 대표님
(승재) 대표님
[뎅 울리는 효과음] [상인이 숨을 몰아쉰다]
[상인의 힘겨운 신음] (직원1) 어? 괘, 괜찮으세요, 대표님?
(상인) 아, 조용히 해 봐, 조용히 해 봐 가만있어 봐, 가만...
가만있어 봐
[상인의 거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상인)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쩝
승재야
(승재) 네
너 산 좀 타니?
네
저 산악 동아리 회장 출신입니다
[괴로워하는 신음]
"닫힘"
잤냐?
(재수) 둘이 사귀어?
너 그 사이코 좋아하니?
벌써 취했냐?
근데 그 빗속에 알베르토를 왜 끌고 가?
(재수)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를 왜 등에 매달고 기어들어 와?
밥은 왜 먹여, 잠은 왜 재우고?
너 자선 사업 하니? 종교 생겼어?
술이 싱겁네
강태야
안 하던 짓 하지 말자
- 너 그러다 수절해, 인마 - (강태) 요절
[재수가 침을 꿀꺽 삼킨다]
수절 아니고
암튼 너 조심해
벌써 잊었어?
처음 본 날부터 너한테 칼 꽂은 여자야, 그 여자가
[차분한 음악]
[헛웃음]
(강태) 그랬지
(재수) 어머, 너, 너, 너 지금 추억하니? 막 아련아련해?
내가 언제?
(재수) 야, 사이코는 남녀노소 부모, 자식 다 필요 없어
눈만 돌면 그냥 싹 다 괴물이라고
봐
이거 보고 늘 명심하란 말이야, 어?
다음번엔 네 손바닥이 아니라...
씨, 쯧
야
이렇게 될 수도 있어
그렇지?
피하는 게 상책이겠지?
그럼, 절대 엮이지 마
[한숨]
눈에 안 보이면 되겠지?
암!
근처에도 가지 마
[재수가 포크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근데 재수야
나 요새 자꾸 까먹는다
뭘?
다
상처도
[차분한 음악]
나비도
심지어 형까지
다 잊어버릴 때 가끔 있어
그러니까
네가 가끔씩 이렇게
알려 줘라
나 정신 번쩍 차리게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좀 그렇게 웃지 마
왜?
- 조커 같아? - (재수) 아니
처키 같아, 인마
[재수가 술을 졸졸 따른다]
[재수가 병을 탁 내려놓는다]
"안 닫힘"
[밤새 울음]
(강태) 그때 네가 적선해 준 사랑 돈으로 환산해 돌려줄게
택시비 정도는 될 거야
(문영) [지폐를 탁 던지며] 이씨!
먹고 떨어지라 이거야?
내가 3만 원짜리밖에 안 돼?
[거친 숨소리]
(문영) 자기는 거지같이 사는 주제에
[힘주는 신음]
순 싸구려
싸구려, 어디 감히!
[차분한 음악] (문영) 이씨
싸구려!
[거친 숨소리]
싸구려
싸구려...
[비가 투둑투둑 내린다]
[한숨]
(문영) 이씨
헷갈리게 이랬다저랬다
다중이 같은 놈
[밤새 울음]
[문고리가 철컥거린다]
[강태의 한숨]
(강태) [술 취한 목소리로] 형, 자?
[잔잔한 음악]
형, 내가 좋아, 고문영이 좋아?
[코를 드르릉 곤다]
난 형이 더 좋아
형이 내 전부야
[새가 지저귄다]
(문영) 누구야?
아이씨...
[문이 탁 부딪친다]
[울먹이며] 문영아
[한숨]
우리 망했다
[상인이 훌쩍인다]
쟨 또 뭐야?
(승재) 저는...
[승재가 훌쩍인다]
대표님한테 낚였어요
(상인) 회사 보증금 빼서
그, 논개 새끼 목구멍에 콱 처박아 주고
애들 밀린 월급에, 퇴직금에
여기저기 업체들 잔금 싹 다 처리하고 나니까
완전 개털 된 거 있지?
(승재) 저만 퇴직금 안 주고
[캐리어를 탁 치며] 이딴 캐리어 사 주면서
지방 출장 가자고 하더니 사기꾼이세요?
야!
그래서 네 남은 인생 책임지겠다고 여기 끌고 왔잖아, 인마!
망한 주제에 누가 누굴 책임져요!
야, 망하긴 누가 망해? 어?
(상인) 나한텐 아직 이 고문영이라는 원대한 희망이 있어!
그렇지?
- 나가 - (승재) 아, 짜증 나
야, 문영아
(문영) 내가 왜 폭망한 인생에 희망이 돼 줘야 돼?
야, 이게...
이게 누구 때문에 이렇게...
당신 때문이지 [익살스러운 음악]
아, 그렇지, 어
(상인) 아, 무능한 대표 탓이지, 뭐
누굴 탓해, 어
무능한 새끼
(문영) 알면 나가
문영아, 그러지 말고
(상인) 그냥 너 글 쓰는 데 옆에서 나 서포트만 좀 하게 해 줘라, 어?
저번에 같이 살자고 했잖아
저번에 그랬잖아, 어?
그때 도망간 게 누구더라?
여기 들어올 사람 있어
누구?
너 설마...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저마다 대화를 나눈다]
(은자) 총각
어이, 총각
[갈매기 울음]
(강태) 아, 감사합니다
내가
요 며칠 총각을 유심히 봤걸랑?
참 반듯하니 잘생겼어
체구도 딴딴하니 듬직하고
(은자) '문강태'
이름도 멋있네
[강태의 멋쩍은 웃음]
나이는?
서른입니다
(은자) 부모님은?
(강태) 아...
돌아가셨어요
양친 다?
(은자) 아이고, 저런
애인은?
[흥미진진한 음악]
없습니다
아...
아까 그 간호사가 자기 혼자 좋아하는 거야?
예?
됐네, 그럼
뭐가...
내가 총각한테 잘 어울릴 만한 색싯감 하나 소개시켜 주려고
아, 아니요, 됐습니다
내 딸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은자) 진짜 남 주기는 아까운 애라서 그래
나 면회하러 오면 그때 한번 만나 봐 봐
예, 아, 생각해 볼게요
저 이제 일하러 가 봐야 돼서
(은자) 아...
어, 마음 바뀌면 얘기해
꼭
둘이 잘 어울릴 텐데
[상태가 흥얼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상태가 중얼거린다]
안 돼
[상태가 중얼거린다]
(상태) 초록색
어...
아, 안 돼 [지왕이 혀를 쯧쯧 찬다]
[지왕이 붓을 탁 집어 든다] 아, 이거?
[상태의 머뭇거리는 신음] (지왕) 아휴
뭐든
시작이 힘들지
첫걸음만 떼면 그다음은 쉬워
(상태) 어어? [지왕의 웃음]
어? 어? 어...
(지왕) 자, 이제
작가님이 실력 발휘 한번 해 봐
[지왕의 웃음]
(상태) 안 돼요, 안 돼요 [지왕의 당황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상태가 중얼거린다]
(지왕) 어어?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내가 잘못했어
어, 다신 안 그럴게
아, 상태 군
[지왕과 상태가 소란스럽다] (정태) 저 원장도 제정신이 아니야, 그렇죠?
[아름이 훌쩍인다] 또 왜 울어요? 어?
[필옹이 당황한다] 우리 안 울기로 약속했잖아요, 네?
아름 씨
(아름) 부러워서요
나도 '나 잡아 봐라' 하고 싶어
[아름의 손을 탁 잡으며] 나 잡아 봐요
우리 약 먹으러 가요, 네? 약 먹으러
[지왕의 당황한 탄성] [상태가 중얼거린다]
(상태) 혼나, 혼날 거야? 어?
[필옹의 웃음]
세상에는 환자복을 안 입은 환자들이 훨씬 더 많은 법이지
[지왕이 당황한다] (상태) 왜, 왜, 왜 그랬어? 안 돼, 어?
[상태가 중얼거린다] [필옹의 웃음]
(지왕) 어, 고 작가
컨디션은?
(문영) 늘 안 좋아요, 왜 불렀어요?
(지왕) 아...
아버지랑 일
얘기 들었어요, 정말 미안합니다
원장님이 내 목 졸랐어요?
아, 그래도 내가 산책 가라고 처방전을 내렸으니까
그럼 의료 사고네
[익살스러운 음악] (문영) 사고 쳐 놓고
이렇게 말로만 때우면 안 되죠
(지왕)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내 목을 졸라
자, 졸라
[어이없는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미친 영감탱이가, 진짜, 씨
[카드 인식음]
(선해) 귀신 노랫소리?
(주리) 네
혹시 어제 새벽 몇 시에 그 노랫소리 들으셨나 해서요
모르지
오늘이 며칠인지도 가물가물한데
(선해) 그냥 저, 화장실 가다가 들은 거야
[선해가 흥얼거린다]
(주리) 그럼 그 시간에 남자 병실 203호나
복도에서 누구 못 보셨어요?
[선해가 숨을 씁 들이켠다]
(옥란) 귀신이 노래했으면 귀신이겠지
[옥란의 코웃음]
남 간호사는
저 여자 헛소리를 믿어?
헛소리 아니야
[어두운 음악] (선해) 내 귀엔 똑똑히 들린다니까
(옥란) 그게 환청이고
미쳤다는 증거야
[과자를 탁 던진다] (선해) 씨...
야
나 안 미쳤어
맞아요, 분명 들으셨을 거예요
(옥란) 그럼 내가 미쳤다는 거야?
[코를 훌쩍인다]
[무거운 음악]
(주리)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 난다
나 용림병원에서
환자한테 뺨 맞고 옥상에서 울 때
강태 씨가 와서 그랬죠?
'속 시원해지게'
'내 뺨 한 대 칠래요?'
[옅은 웃음]
진짜 후려칠 줄은 몰랐어요
(주리) 미쳤나 봐, 진짜 왜 그랬지?
그래도 그 덕에 많이 친해졌잖아요 그렇죠?
아닌가?
친해진 거 아닌가?
(강태) 주리 씨
지금 한 대 더 때릴래요?
왜요?
좀 있다
또 속상할 일 생길 거 같아서
벌써...
거절이에요?
나 같은 거에
마음 묶어 두지 마요
(강태) 나 그럴 자격 없어요
(주리) 어차피
떠날 거니까?
[한숨]
상관없어요, 그냥...
좋아할게요
그건 내 마음이잖아요
부탁인데
내가
부담스러워서
도망가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내가 너무 비참하고
[잔잔한 음악]
슬플 거 같아요
성진시에 있는 동안은 그냥
우리 집에 있어 줘요
엄마가 너무 좋아하고, 또...
상태 오빠도 우리 집에 사는 거 만족해하니까
부탁할게요
(상태) 오지왕 나빠, 오지왕
오, 오지, 오지왕, 오지왕
오, 오지, 나빠, 오지왕, 어?
선생이긴 하지만 오지왕, 어? 나빠, 오지왕
오지왕 엄청 빨라, 오지왕 빨라, 나빠
예, 예의를 지킬 줄 알아야지 동방예의지국에서, 어?
[흥미진진한 음악]
오빠
- 나랑 놀래? - (상태) 예
[통화 연결음]
[볼펜을 달칵 누른다]
[안내 음성]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한숨] 음성 사서함으로...
[한숨]
[탄성]
와, 이, 이, 이 차 이 차 어, 어, 얼마 줬습니까?
(상태) 백만, 백, 백만 원 넘어요? 이, 이백만 원?
(문영) 그거의 백 배, 천 배
[감탄하는 숨소리]
작, 작가님, 얼, 얼마 있어요? 도, 돈 많습니까?
오빠의 백 배, 천 배
와...
[옅은 웃음]
오빠 돈 좋아하는구나?
(상태) 예, 돈 좋, 돈, 돈 좋아요
돈도 좋고, 차도 좋고 작가님도 좋아합니다
백 배, 천 배, 1만 2천 배
[옅은 웃음]
근데 우리,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깜, 깜깜한데
아, 어디 있는 거야?
(별) 아, 또 당직이야
혹시 형님분 찾아요?
보셨어요? [민석이 숨을 씁 들이켠다]
아까 고문영 선생이랑 같이 나가는 거 같던데
(별) 오늘 수업도 없는데 왜 왔대요?
(민석) 글쎄
[한숨]
[숨소리 효과음]
[신비로운 음악]
당신을
만져도 됩니까?
[감탄하는 숨소리]
(상태) 어떡해
[신난 숨소리]
- (상태) 와... - 마음에 들어?
(상태) 예
- (문영) 여기도 마음에 들고? - 네
- 나랑 여기서 같이 살래? - (상태) 네
- 그럼 여기 사인해 - (상태) 네
[의미심장한 음악]
[중얼거린다]
[한숨]
[통화 연결음]
형 어디 있어?
(문영) 나랑 있지
형은
건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상태) 으, 으, 으, 을은 갑의, 을은 갑의...
으, 으, 을은 갑의 을은 갑의, 을은 갑의...
(문영) 심심해서 같이 좀 놀았어 [상태가 계속 중얼거린다]
데리러 올래?
(강태) 어디야?
(문영) 저주받은 성
알았어
어디인 줄 알고?
알아
네가 어떻게?
가 봤으니까
(문영) 뭐?
네가 나를 구해 주고
내가 너한테서 도망쳤던
그때
너 설마
알고 있었어?
갈게, 기다려
(문영) 오빠
내가 옛날얘기 하나 해 줄까?
(상태) 예
옛날 옛날 깊은 숲속
저주받은 성에
한 소녀가 살았어
소녀의 엄마는 딸에게 늘 말했지
(문영) 넌 너무 특별해서
절대 바깥세상과 어우러져 살 수 없다고
반드시
이 성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잔잔한 음악]
(문영) 하지만 소녀는
그 성이 꼭 감옥 같았어
그래서 달님께 늘 기도했지
'제발'
(문영) '나를 구해 줄'
'멋진 왕자님을 보내 주세요'
오늘은 올까
내일은 혹시 올까
소녀는
매일매일 기다렸어
[의아한 신음]
[어두운 음악]
아까는 내가 좀...
꺼져
[차분한 음악]
[대문이 탁 부딪친다]
(문영) 나랑 같이 살자
(상태) 여기가 우리 집이야, 여기가 우리 집
여기가 왜 우리 집이야!
(상태) 내 거야, 안 돼, 안 돼, 내 거야 내, 내 거야!
(순덕) 강태야
여태 살 수 있게 보살폈으면 할 수 있게 밀어주는 단계로 가
(상인) 안 돼, 이 조합 결사반대야
너 자신도 통제 못 해서 허구한 날 빵빵 터트리는 애가
지금 누구를 껴안고 가겠다는 거야, 어?
(문영) 오빠
혹시 푸른 수염이라고 알아?
.사이코지만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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