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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코지만 괜찮아 5

 

 [비가 솨 내린다]  [부드러운 음악]

 

 따듯하다

 

 배고파

 

 "모텔"

 

 [시동이 툭 꺼진다]

 

 [문영의 힘주는 신음]

 

 제법인데?  [강태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급한 대로 여기서 몸부터 녹여

 

 그래그러자

 

 (강태)  너 혼자

 

 [문영이 헬멧을 탁 건다]

 

 [헛웃음]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종업원)  어서 오세요

 

 아이고...

 

 아주 그냥 홀딱들 젖으셨네들

 

 숙박대실?

 

 [헛기침하며]  ...

 

 무슨 방 줄까요?

 

 거울 방테마 방?

 

 - 코스튬?  - (강태아니요

 

 ...

 

 일로 와 봐

 

 (종업원)  [작은 소리로]  일로 와 봐아유

 

 옵션 필요해?

 

 러브 체어전동 침대수갑?

 

 채찍?

 

 내가 현금가 디시 10% 해 줄게

 

 가자

 

 월풀 욕조 서비스 내가 줄게  딴 데는 얘기하지 마

 

 - (강태가자빨리  - (문영싫어

 

 난 여기 마음에 들어

 

 [종업원의 웃음]  (강태)  집으로 가데려다줄게

 

 가다 얼어 죽을 일 있어?

 

 여기 방은 아주 후끈해요

 

 집이 여기서 멀어?

 

 먼 게 문제야?

 

 장대비가 퍼붓는데  바이크를 끌고 온 네 센스가 문제지

 

 그럼 지금이라도  택시 타고 가든가혼자

 

 돈 줘택시비

 

 너 설마...

 

 

 

 지갑핸드폰 다 두고 나왔어

 

 그럼 너 내가 데리러 안 갔으면...

 

 (문영)  밤새 비 맞고 걸었겠지

 

 광년이처럼

 

 그러니까 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행동을 해

 

 터지는 대로 폭주하지 말고

 

 [흥미진진한 음악]

 

 (강태)  그 어둡고 외진 데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 줄 알고

 

 무작정 걸어?

 

 혼자 겁도 없이

 

 그러다 무슨 일 생기면...

 

 [픽 웃는다]

 

 네가 왜 화를 내?

 

 내가 밤새 빗속을 걷든

 

 (문영)  빗속에 스트립쇼를 하든

 

 네가 왜 흥분을 하냐고

 

 내가 걱정돼?

 

 속상하니?

 

 마음이 아파?

 

 [자판기가 덜컹거린다]

 

 

 

 나 좋아해?

 

 아니

 

 내가 진짜 몰라서 그래

 

 알잖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에 대해 다 안다고

 

 다 이해한다고 착각하지 마

 

 (강태)  속은 텅 비었고

 

 (강태)  그냥 소리만 요란해

 

 깡통처럼

 

 난 죽었다 깨나도  네 감정이 뭔지 모르는 빈 깡통인 거

 

 지금 네 감정은 어때?

 

 말해 봐

 

 왜 말을 못 해?

 

 너도 깡통이니?

 

 나는...

 

 나는...

 

 말해

 

 어서

 

 방 하나방 하나 주세요

 

 [헛웃음]

 

 (강태)  그냥

 

 [자판기 조작음]  깨끗하고 따듯한 방

 

 (종업원)  5만 원 주세요

 

 (문영)  뭐야돈 없어?

 

 핸드폰은?

 

 (종업원)  외상은 우리 엄마도 안 줘요가요

 

 (문영)  [한숨 쉬며]  ...

 

 엄청 급하게 나왔나 봐

 

 생각이란 걸  미처 못 하고 행동할 만큼

 

 [익살스러운 음악]

 

 괜찮아

 

 남자가 본능대로 움직인 건  죄가 아니야

 

 시동 켜

 

 (종업원)  [작은 소리로]  저기

 

 저기 밑에 가면

 

 싼 데 있어

 

 거기 외상 해 주고가 봐

 

 - 수고하세요  - (종업원

 

 [신비로운 음악]

 

 [시동이 툭 꺼진다]

 

 내려

 

 [비가 투둑투둑 내린다]

 

 취향이 참...

 

 [강태의 당황한 신음]

 

 (강태)  물기부터 닦아

 

 네 옷 줘난 쥐라기 감성 싫어

 

 (문영)  신기하네

 

 어떻게 먹고 자고 싸는 게  [강태가 달그락거린다]

 

 이 한 공간 안에 다 들어 있지?

 

 꼭 동물 우리 같다

 

 이런 데 살면 사육당하는 기분이겠어  그렇지?

 

 [강태의 한숨]  실례인가?

 

 갈아입고 나와

 

 너희 형은?

 

 밑에

 

 - 부르지 마  - (강태부를 생각 없어

 

 형이 너랑 같이 있는 거 싫어

 

 질투해?

 

 우리 형은 건들지 마절대

 

 - 경고야?  - (강태경고든 부탁이든

 

 형은 내버려 둬

 

 형도 그렇게 생각할까?

 

 (문영)  데려와서 물어보면 되겠다

 

 ?

 

 왜 그런 눈으로 봐?

 

 지금 내 표정이 어때?

 

 잘생겼어

 

 그거 말고 표정

 

 재수 없어

 

 표정 안에 담긴  상대의 기분감정컨디션

 

 (문영)  관심 없어

 

 [문영의 놀란 탄성]

 

 잘 봐

 

 (강태)  사람 얼굴 속에 담긴 감정들

 

 관심 없어도 이젠 배워

 

 가슴으로 느끼는 게 싫으면  그냥 머리로 익혀

 

 세상 혼자 살 거 아니면  최소한 그 정도 노력은 해

 

 싫어내가 왜?

 

 싫어도 해

 

 [문영의 한숨]

 

 난 자폐가 아니야그냥 좀...

 

 그렇다고 '좀비아이'도 아니지

 

 (강태)  감정은 없고 식욕만 있는 아이

 

 그 아이가 원한 건

 

 먹이였을까

 

 누군가의 온기였을까

 

 [차분한 음악]  넌 그 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먹이야그저 욕구만 채워 주면 돼?

 

 온기

 

 그 아이가 원한 건 이런 거지  사육이 아니라

 

 너도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거잖아

 

 아니야

 

 - 아니야?  - (문영아니야

 

 먹이가 다야

 

 좀비 따위한테 감정이 어디 있어?

 

 (문영)  팔다리 다 잘라서라도  배만 채워지면 그만이지

 

 온기웃기고 있네

 

 그건 너희들 같은 감상주의자들의  역겨운 동정심일 뿐이야

 

 멋대로 해석하지 마

 

 나 배고파밥이나 줘

 

 네 팔다리 다 뜯어 먹기 전에

 

 [한숨]

 

 [한숨]

 

 누가 누굴 동정해?

 

 [한숨]

 

 위선자

 

 [한숨]

 

 [상태가 중얼거린다]

 

 

 

 말 좀 들어제발!

 

 [문이 드르륵 열린다]

 

 

 

 화 많이 났어?

 

 (강태)  아까 소리 질러서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내가 잘못했어

 

 

 

 아파

 

 아프다고

 

 나 오늘 뺨 맞았어

 

 나 엄청 세게 맞아서

 

 입안도 다 터지고

 

 귀도 막 잘 안 들리는 거 같고

 

 볼은 땡땡 부어서  완전 혹부리 영감 됐는데

 

 나 어떡해?

 

 혹부리?

 

 혹부리 영감은 어어디 있어?  혹부리 영감혹부리?

 

 (강태)  ?

 

 혹이 쏙 들어갔네?

 

 완전 신기해

 

 (상태)  유 라이어!

 

 유 라이어  유라이어라이어  [잔잔한 음악]

 

 라이어라이어?

 

 거짓말은 나쁜 거고  속임수고 경찰에 잡혀간댔지?

 

 피노키오 나쁜 놈

 

 양치기 소년 나나쁜 놈

 

 거짓말을 했으므로 혼나야지?  맴매를 맞아야지

 

 나쁜 어른이 된다는데 계속할 거야?

 

 왜 말왜 말이 없어말이 없어?

 

 [옅은 신음]  잘못했으니까 말이 없지아파?

 

 [문이 드르륵 열린다]  [순덕의 놀란 신음]

 

 (순덕)  [어색하게 웃으며]  ...

 

 밥 여태 아직이지?

 

 얼른 와 앉아

 

 맞으니까 좋냐?

 

 왜 자꾸 일부러 매를 벌어?

 

 네가 무슨 뭐  구타 유발자야?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

 

 (재수)  아이고...

 

 (순덕)  

 

 얼른 와 앉아 먹어

 

 (강태)  아니요

 

 (순덕)  ?

 

 혹시...

 

 (문영)  어디 우렁이 각시 년이라도 있어?

 

 (강태)  환갑 넘은 집주인 아줌마야

 

 어쩐지 요리에 연륜이

 

 됐으니까 먹어

 

 [발랄한 음악]  [문영의 탄성]

 

 (문영)  이 각시 내가 데려가 살고 싶다  잘하네

 

 거기서 밥은 어떻게 먹어?

 

 굶어

 

 자기 팔다리 잘라 줄 엄마가 난 없거든

 

 너처럼 우렁이 각시도 없고

 

 [탁탁 젓가락질한다]

 

 (문영)  에이씨

 

 (강태)  

 

 [문영이 식기를 잘그락거린다]

 

 [탄성]

 

 [한숨]

 

 [풀벌레 울음]

 

 [긴장되는 음악]

 

 [형광등이 지지직거린다]

 

 [여자가 콧노래를 부른다]

 

 [음산한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주리)  왜 그러고 있어요?

 

 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

 

 아니요  [형광등이 지지직거린다]

 

 (주리)  다시 들어왔네

 

 [차용이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저기서  무슨 노랫소리 같은 거 들렸는데

 

 그거?

 

 (차용)  그거가 뭔데요?

 

 유선해 환자한테 얘기 못 들었어요?

 

 (선해)  새벽에

 

 [긴장되는 음악]  2층 복도 끝에서

 

 귀신이 노래를 해

 

 [선해가 흥얼거린다]

 

 내 귀에 똑똑히 들린다니까

 

 (차용)  귀신?

 

 그냥 헛소리겠죠?

 

 (주리)  글쎄요

 

 유선해 환자

 

 [긴장되는 음악]

 

 여태 귀신이랑 소통해서 먹고살았는데

 

 (차용)  ?

 

 무당이었거든요

 

 [무령이 딸랑거리는 효과음]

 

 (차용)  같이 가요!

 

 [긴장되는 효과음]

 

 [행자가 콧노래를 부른다]

 

 (주리)  라운딩 별 이상 없습니다

 

 (행자)  수고했어

 

 - (행자...  - 졸리다고 세수하러 갔어요

 

 확실해?

 

 요 커피 마실래?

 

 감사합니다

 

 [커피 가루를 부으며]  고대환 환자 바이털은?

 

 아직 혈압이 살짝 높아요

 

 그리고 수면 장애도 좀 있고요

 

 [행자가 물을 졸졸 따른다]

 

 근데요

 

 아까 낮에 정원에서요

 

 (행자)  

 

 왜 그랬을까요딸한테

 

 [커피를 휘휘 젓는다]

 

 [숟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뇌 수술 후유증으로

 

 갑자기 난폭해지는 경우  더러 있잖아

 

 단순한 후유증이 아니면요?

 

 [헛웃음]

 

 아니그럼 뭐  죽이려고 덤벼들었다는 거야?

 

 [주리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주리)  아니요

 

 살려고요

 

 [어두운 음악]  그러니까 죽지 않으려고

 

 (주리)  자기방어 기제로  폭력성을 드러내는 거라면

 

 죽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남주리 간호사

 

 (주리)  

 

 고문영 작가랑 원래 아는 사이랬지?

 

 (어린 주리)  우리...

 

 친구 할래?

 

 굳이 감추려고 한 거 보면

 

 그리 달가운 사이는 아니라는 얘기고

 

 (어린 주리)  [울먹이며]  제발 저리 가라고!

 

 (행자)  그러면

 

 자기 스스로한테 한번 물어봐

 

 그 부녀 일에 자꾸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키는 건 아닌지

 

 역전이 안 되게 조심해야지

 

 자긴 프로잖아

 

 (문영)  대충 하고 이리 와 누워

 

 넌 전생에 머슴이었나 보다  난 마님이고

 

 일하는 뒷모습이 맛있어 보이네

 

 [물을 뚝 잠근다]  [익살스러운 음악]

 

 , '맛있어'가 아니라  '멋있어보인다고

 

 실수실수

 

 (강태)  일어나

 

 택시비 줄 테니까 빨리 집에 가

 

 (문영)  싫어여기서 자고 갈 거야

 

 (강태)  누구 마음대로 자고 가?

 

 (문영)  내 마음대로

 

 - 일어나빨리  - (문영싫어여기서 잘 거야

 

 - 끌어낸다  - (문영끌고 온 건 너야

 

 자고 가라곤 안 했어

 

 (강태)  일어나일어나빨리

 

 (문영)  입히고 먹였으면 재우는 게 순서지

 

 (강태)  나 신생아 안 키워빨리

 

 (문영)  소리 지른다?

 

 - (강태나가라고  오빠상태 오빠!

 

 [문영의 거친 숨소리]

 

 (재수)  친구야같이 밥 먹자  [익살스러운 음악]

 

 [재수의 장난 섞인 탄성]

 

 [재수의 아파하는 탄성]

 

 (재수)  아유왜 나와  왜아유

 

 (강태)  재수야  [재수의 거친 숨소리]

 

 [강태의 당황한 신음]  (재수)  넌 뭔뭔 땀을 이렇게...

 

 (강태)  아이...

 

 방 안이 좀 덥네많이?

 

 더워넌 안 덥냐?  [재수의 어이없는 숨소리]

 

 (재수)  너 갱년기야?

 

 너 진짜 오늘 여러모로 이상해  너 진짜아유  [강태의 어색한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재수의 놀란 숨소리]

 

 (강태)  뭐가?

 

 (재수)  청승맞게  혼자 밥 먹고 있을 거 같아서

 

 생각해서 올라왔더니만  이거...

 

 (강태)  나 밥 먹었어

 

 (재수)  벌써?

 

 (강태)  너 밥 다 식겠다  내려가서 밥부터 먹어

 

 얼른

 

 (재수)  너 수상해이씨...

 

 [강태의 어색한 웃음]  형님도 안 데려가고 말이야...

 

 (강태)  아이형 너랑 있는데

 

 (재수)  [웃으며]  혼자 뭐 하는 거야

 

 [강태의 다급한 신음]  [재수의 웃음]

 

 (강태)  재수야재수야

 

 [강태의 어색한 웃음]

 

 - (재수힘쓰네?  - 아니야

 

 (재수)  힘 좀 써어유야  [강태의 부정하는 신음]

 

 너 나 알지?

 

 - (강태알지  알지?

 

 - (강태그럼그래  조심해진짜

 

 - 내려가 있을게문제 있으면 연락해  - (강태알았어

 

 - (재수어  

 

 [강태의 한숨]

 

 (강태)  문 열어

 

 열어빨리

 

 열어빨리

 

 (문영)  자고 가게 하면 열어 줄게

 

 (강태)  일단 열어열면...

 

 (문영)  끌어내겠지

 

 (강태)  아니야안 끌어내

 

 (문영)  진짜?

 

 (강태)  진짜

 

 일단 열어 봐

 

 (문영)  알았어

 

 열었어

 

 [익살스러운 음악]  [강태의 한숨]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 꼭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

 

 (강태)  그러네철천지원수

 

 만나선 안 될 악연

 

 (문영)  인연이지운명이고

 

 (강태)  비극적 운명이지둘 다 죽으니까

 

 (문영)  왜 다 죽었는지 알아?

 

 잠드는 약을 줄리엣 혼자 마셨거든

 

 둘이 같이 먹고 잠들었으면 안 죽었어

 

 그러니까 우린 나란히 같이 자자

 

 (강태)  무슨 그개뼈다귀 같은 논리야  빨리 문 안 열어?

 

 (문영)  자고 갈 거야

 

 - (강태열어  - (문영넌 내 옆에서 자

 

 (강태)  문 부수기 전에 빨리 열어

 

 (문영)  형이랑 셋이 같이 잘까?

 

 오빠!  [문영의 신음]

 

 (재수)  터졌다고?

 

 멀쩡하던 수도가 갑자기 왜 터져?

 

 내가 지금 뭐올라가서 좀 도...

 

 (강태)  아니아니야오지 마

 

 아유깜짝이야

 

 (강태)  이게...

 

 - (재수지지지지감기 걸렸던...  - (강태수도관이 낡아서 그런가 봐

 

 (강태)  내일 전문가 불러서 고쳐야 될 거 같아  [상태가 중얼거린다]

 

 - (상태감기 맨날 걸려?  - (재수자주 걸려

 

 지금...

 

 집 안이 온통 물바다라  나는 밤새 치워야 될 거 같아

 

 아니야아니야아니야그냥

 

 형만 좀 부탁할게

 

 그래고맙다재수야

 

 [한숨]

 

 그래오늘은 네가 더 좋아

 

 [문영이 살짝 웃는다]

 

 [한숨]

 

 문 열어

 

 (문영)  연기 잘하더라?

 

 배우를 하지왜 보호사를 해?

 

 네 거짓엔 진정성이 있어

 

 속아 주고 싶을 만큼

 

 형은

 

 우리 형은

 

 내 얼굴을 항상 보고 있어

 

 [차분한 음악]

 

 (강태)  내 눈빛

 

 눈썹 모양

 

 입꼬리

 

 주름 하나하나

 

 화가 난다

 

 표정을 관찰해서

 

 내 기분을 파악해

 

 (강태)  온몸이 찢어질 만큼 아프고

 

 마음이 죽도록 괴로워도

 

 내가 억지로 웃어만 주면

 

 형은 그걸 보고

 

 내가 행복하다고 믿어

 

 (강태)  형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만이야

 

 가짜여도 상관없어

 

 웃어 주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상태)  '상식이 통하지 않는 특수 인격체예요'  [만화 속 캐릭터들이 똑같이 말한다]

 

 [재수의 고통스러운 숨소리]  '아니남 잘되는 게  그렇게 배가 아파요왜 그래요?'

 

 '!'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쟤 성격을 내가 잘 아는데  평소에는 온순착실하지만'

 

 '화가 났다 하면  앞뒤를 안 가리는 성격이지'

 

 '오늘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만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영)  그럼 나한테도 웃어 줘

 

 어렵지 않다며

 

 웃어 봐

 

 [한숨]

 

 빨리 자늦었어

 

 어렸을 때도 그랬어?

 

 사진 봤어

 

 (문영)  그때도

 

 가짜였어?

 

 [강태의 한숨]

 

 몰라

 

 오래전이라 기억 안 나

 

 그럼 그 여자는?

 

 (문영)  네가 예전에 좋아했던

 

 나랑 눈빛이 닮은 그 여자

 

 생각날 때 있어?

 

 보고 싶어?

 

 아니

 

 잊고 싶어

 

 [차분한 음악]  ...

 

 엄청 나쁜 년이었나 보네

 

 나쁜 놈이었지

 

 내가

 

 (강태)  그 앤 날 살려 줬는데

 

 [어린 강태의 떨리는 숨소리]

 

 도망쳤어

 

 비겁하게

 

 그 뒤로 쭉

 

 도망치는 중이야

 

 근데 아깐 왜 왔어?

 

 [강태의 한숨]  (문영)  도망쳤어야지

 

 나한테 달려왔잖아

 

 그래서 지금 후회 중이야

 

 [웃음]

 

 그래도 뭐...

 

 좀 멋있었어

 

 [어두운 음악]  [바스락 어는 소리가 난다]

 

 [다가오는 발걸음]

 

 [심전도계 비프음]

 

 [긴장되는 음악]  [대환의 신음]

 

 [심전도계 경고음]

 

 아이무슨...

 

 [대환의 신음]  (필옹)  정태야정태야

 

 (정태)  뭔 소리야

 

 (필옹)  간호사 불러간호사

 

 - (필옹간호사얼른!  - (정태아씨아씨

 

 [문이 탁 열린다]  이 사람이고 교수!

 

 이 사람 왜 이래  [대환의 신음]

 

 정신 차려이 사람아!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시계 종이 뎅 울리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재수가 코를 드르릉 곤다]

 

 (상태)  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  [익살스러운 음악]

 

 시끄러워

 

 시끄러워재수재수재수 씨

 

 시끄러워시끄러워

 

 재수 씨피곤피곤해피곤?

 

 건강하니건강하니까 피곤하지?

 

 괜찮아시끄러워시끄러워

 

 [재수의 거친 숨소리]

 

 [순덕의 힘주는 신음]

 

 (순덕)  아이고고생했네우리 딸

 

 밤새 궁둥이가 반쪽이 됐네

 

 (순덕)  

 

 - (순덕자  - (주리그거 내가 갖다줄게

 

 [달려가는 발걸음]

 

 ...

 

 (주리)  

 

 네가 왜 여기 있어?

 

 여기서 잤으니까 이 시간에 여기 있지

 

 (문영)  그러는 넌?

 

 투잡우유 배달도 해?

 

 나도 여기 살아

 

 여기 내 집이야

 

 [흥미진진한 음악]  [문영이 담배를 툭 던진다]

 

 (문영)  그러니까 네가

 

 문강태 그 남자를

 

 이 집에 들인 거다?

 

 그래집도 내가 소개시켜 줬고

 

 병원도 내가 소개시켜 줬어

 

 선택은 강태 씨가 한 거고

 

 꼭 너 때문에  성진시로 돌아왔단 소리로 들리네?

 

 좋아하니?

 

 맞네고백은?

 

 네가 알 거 없잖아

 

 난 했는데

 

 '사랑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니까!'

 

 이렇게 뜨겁게 고백했지

 

 - 거짓말하지 마  - (문영진짜야

 

 자꾸 나한테  뭘 기대하는 눈빛으로 매달리길래

 

 원하는 걸 준 거지

 

 (주리)  적선하니?

 

 [웃음]

 

 도둑년

 

 - ?  - (문영침 흘리지 마

 

 걘 예전부터 내 거였어

 

 넌 네가 찍으면 다 네 거지?

 

 (주리)  네 게 안 되면 망가뜨려서라도  손에 집어넣고

 

 데리고 놀다 싫증 나면  가차 없이 내다 버리겠지

 

 그게 사랑이니?

 

 네 집착이고

 

 탐욕이지

 

 [웃음]

 

 까고 있네

 

 (문영)  호박씨내숭가식

 

 착한 척약한 척순진한 척

 

 그래서 네가  애들한테 왕따당한 거야알아?

 

 (주리)  이씨

 

 미친...

 

 [헛웃음]

 

 (주리)  못돼 처먹은  마귀 할망구 같은 게

 

 [문영의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문영)  죽을래?  [주리의 아파하는 신음]

 

 아씨너나 죽어

 

 (문영)  너 쥐약 먹었냐?  [주리의 아파하는 신음]

 

 (주리)  이씨약은 네가 먹어야지!

 

 (문영)  이거 안 놔?  [주리의 비명]

 

 - (주리!  - 약 먹었냐?

 

 - (주리!  - 이런

 

 [주리의 비명]

 

 [주리의 아파하는 신음]  그러니까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 (주리!  - (문영이게 미쳤나이게 아주...

 

 (강태)  고문영!

 

 

 

 [주리의 아파하는 신음]

 

 손 놔

 

 - (재수뭐야  - (순덕뭐야이게 무슨 소리야?

 

 - (재수뭔데아씨  - (순덕?

 

 [흥미진진한 음악]

 

 (주리)  ...

 

 (문영)  저년이 먼저 때렸다고!

 

 (강태)  그만해

 

 [문영의 거친 숨소리]

 

 

 

 왜 나한테 지랄이야  저 호박씨가 먼저 때렸는데?

 

 누가 먼저건 관심 없어

 

 근데 왜 저년 편만 들어?

 

 누가?

 

 '고문영!'

 

 아까 내 이름만 불렀잖아네가

 

 [강태의 어이없는 숨소리]

 

 유치하게 굴지 말고 집에나 가

 

 [문영의 다급한 숨소리]

 

 같이 가

 

 이 거지 같은 집에서 당장 나와  너 여기 못 둬

 

 (강태)  신경 꺼

 

 어디서 살건 그건 내가 알아서 해  그리고

 

 나 네 거 아니야

 

 언제부터 들었어?

 

 '사랑해'

 

 '사랑한다고'부터

 

 [차분한 음악]

 

 

 

 그때 네가 적선해 준 사랑  돈으로 환산해 돌려줄게

 

 (문영)  이씨!

 

 호박씨 같은 년

 

 [한숨]

 

 !

 

 (강태)  형  [상태가 물을 쏴 튼다]

 

 내가...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물을 쏴 튼다]

 

 [상태가 중얼거린다]

 

 (상태)  안 터졌잖아안 터졌잖아  [수도꼭지를 달그락거린다]

 

 안 터졌잖아안 터졌잖아  안 터졌잖아안 터졌잖아

 

 안 터졌잖아안 터졌잖아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안 터졌잖아...

 

 (강태)  ...

 

 미안해내가...

 

 거짓말했어

 

 (상태)  거짓말은 나쁜 거랬는데

 

 거짓말거짓말하면 잡혀간댔는데  안 한다고 약속했는데

 

 잘못했어

 

 내가 다신 안 그럴게

 

 한 번만 용서해 줘

 

 고문영 작가님

 

 왜 그 옷을 입고 있지?

 

 - (강태?  - 청남방에 반팔 무지 티

 

 어디든지 잘 어울려요  보물마트에서 세일할 때

 

 9,900원 주고 원 플러스 원으로 산 거

 

 네 옷인데분명 없이 네 옷인데

 

 빌려줬어

 

 어제 비 왔었잖아

 

 옷이 다 젖어서 내가 빌려준 거야

 

 내 옷은?

 

 ?

 

 [익살스러운 음악]

 

 (상태)  내 옷도 이뻐이쁜 거

 

 내 옷도 이쁜 거 많은데?

 

 다음에 오면 형 거 줄게

 

 공룡 그려진 거

 

 울트라사우루스 2 7천 원짜리

 

 2 7천 원이 9,900원보다 더 비싸

 

 비싼 게 다 좋은 거 아니지만?

 

 그래그거 입힐게

 

 

 

 (강태)  ?

 

 

 

 [문이 달칵 닫힌다]

 

 일어나 밥 먹어

 

 (순덕)  아휴

 

 우는 것도 기운이 있어야 실컷 울지

 

 일어나!

 

 (주리)  [울먹이며]  안 먹어

 

 [주리가 훌쩍인다]

 

 걔 맞지?

 

 예전에 엄마 함바집 할 때  데리고 왔던 네 친구

 

 (주리)  친구 아니야

 

 머리털 많이 뜯겼어?

 

 네가 진 거야?

 

 그래서 그거 억울해서 울어?

 

 고문영

 

 걔 이름만 불렀어

 

 나는 쳐다도 안 보고 걔만 노려보고

 

 나한텐 따박따박 존댓말 하면서  걔한텐 반말하고

 

 [익살스러운 음악]  그게...

 

 이렇게 통곡할 일이야?

 

 (주리)  친해도 나랑 더 친해

 

 근데 왜 난 주리 씨고  걔는걔는걔는 고문영인데?

 

 그 옷도 나랑 원 플러스 원 해서  나눈 건데

 

 어떻게 그걸 입혀!

 

 어떻게 그 방에서

 

 그 방에서 재울 수가 있어

 

 [주리가 훌쩍인다]

 

 (순덕)  ...  그럴 사정이 있었다잖아

 

 강태 걔가 어디

 

 자기 형 몰래  방에서 여자랑 나뒹굴 애야?

 

 걱정 말아  너한테도 기회 충분히 있어

 

 [순덕이 식기를 잘그락거린다]

 

 근데 엄마 어떻게 알았어?

 

 (순덕)  네가 강태 좋아하는 거?

 

 이 동네 개도 알아

 

 

 

 !

 

 터진 입 뒀다 뭐 해?

 

 이참에 속 시원히 고백해

 

 - 차이면?  - (순덕또 들이대

 

 [울먹이며]  도망가면?

 

 (순덕)  지구 끝까지 쫓아가

 

 네 엄마도  다 그런 노력 끝에 너 낳았어

 

 [웃음]

 

 [함께 웃는다]

 

 자  [주리가 훌쩍인다]

 

 근데 문영이 걔 이쁘게 컸더라

 

 (주리)  이쁘긴 뭐가 이뻐!

 

 안 이뻐

 

 [휴대전화 벨 소리]

 

 저기요전화 좀 받아요

 

 (남자)  아이씨

 

 [피곤한 숨소리]

 

 [휴대전화를 탁 집어 든다]

 

 

 

 (승재)  대표님

 

 큰일 났어요

 

 (상인)  죽고 사는 문제 아니면  나한텐 큰일 아니랬지?

 

 우리 다 죽게 생겼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

 

 (녹음 속 평론가)  글 보면

 

 작가 정신 세계가 다 읽혀요

 

 (문영)  그럼 이제

 

 [녹음기 작동음]  내가 무슨 짓을 할지도 읽었겠네?

 

 (녹음 속 문영)  근데 펜은 나도 들 수 있거든?

 

 잘 가  [녹음 속 평론가의 비명]

 

 [녹음 속 평론가의 신음]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뚝 멈춘다]

 

 (승재)  뇌출혈 수술 받고  이틀 만에 깨어나셨대요

 

 어쩐지 논개가 조용하다 했다

 

 대표님이것 좀 보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직원1)  위자료 포함해 가지고

 

 피해 보상 청구액이  지금 어마무시합니다

 

 [상인의 놀란 신음]  (직원2)  달라는 대로 안 주면

 

 작가님 진짜 감방 가거나  한 방에 매장일 텐데어떡하죠?

 

 회사 잔고에  그꿀물 얼마 남았는지...

 

 (상인)  아니다그냥

 

 경리 팀장 올라오라 그래

 

 사직서 내고 잠수 탄 지 꽤 됐는데

 

 너 그걸 왜 이제 와서 말해인마!

 

 통 안 물어보셔서...

 

 [달려오는 발걸음]

 

 (직원3)  대표님인쇄소랑 유통 창고 쪽에서

 

 밀린 대금 언제 주냐고  자꾸 재촉 전화 오는데

 

 (직원4)  대표님  성진시 가신 일은 어떻게 됐어요?

 

 [상인의 골치 아픈 신음]  (직원2)  작가님 차기작 쓰고 계시는 거 맞죠?

 

 (직원1)  저희 진짜 괜찮은 거 맞죠?

 

 (상인)  아유아유아유아유!

 

 (직원들)  대표님!

 

 [직원들이 소란스럽다]  (직원1)  괜찮으세요정신 차리세요

 

 - (직원3) 대표님  - (직원5) 괜찮으세요?

 

 - (직원1) 대표님!  - (승재대표님

 

 (승재)  대표님

 

 [뎅 울리는 효과음]  [상인이 숨을 몰아쉰다]

 

 [상인의 힘겨운 신음]  (직원1)  괜찮으세요대표님?

 

 (상인)  조용히 해 봐조용히 해 봐  가만있어 봐가만...

 

 가만있어 봐

 

 [상인의 거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상인)  아니야아니야아니야

 

 

 

 승재야

 

 (승재)  

 

 너 산 좀 타니?

 

 

 

 저 산악 동아리 회장 출신입니다

 

 [괴로워하는 신음]

 

 "닫힘"

 

 잤냐?

 

 (재수)  둘이 사귀어?

 

 너 그 사이코 좋아하니?

 

 벌써 취했냐?

 

 근데 그 빗속에  알베르토를 왜 끌고 가?

 

 (재수)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를  왜 등에 매달고 기어들어 와?

 

 밥은 왜 먹여잠은 왜 재우고?

 

 너 자선 사업 하니종교 생겼어?

 

 술이 싱겁네

 

 강태야

 

 안 하던 짓 하지 말자

 

 - 너 그러다 수절해인마  - (강태요절

 

 [재수가 침을 꿀꺽 삼킨다]

 

 수절 아니고

 

 암튼 너 조심해

 

 벌써 잊었어?

 

 처음 본 날부터  너한테 칼 꽂은 여자야그 여자가

 

 [차분한 음악]

 

 [헛웃음]

 

 (강태)  그랬지

 

 (재수)  어머너 지금 추억하니?  막 아련아련해?

 

 내가 언제?

 

 (재수)  사이코는 남녀노소  부모자식 다 필요 없어

 

 눈만 돌면 그냥 싹 다 괴물이라고

 

 

 

 이거 보고 늘 명심하란 말이야?

 

 다음번엔 네 손바닥이 아니라...

 

 

 

 

 

 이렇게 될 수도 있어

 

 그렇지?

 

 피하는 게 상책이겠지?

 

 그럼절대 엮이지 마

 

 [한숨]

 

 눈에 안 보이면 되겠지?

 

 !

 

 근처에도 가지 마

 

 [재수가 포크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근데 재수야

 

 나 요새 자꾸 까먹는다

 

 ?

 

 

 

 상처도

 

 [차분한 음악]

 

 나비도

 

 심지어 형까지

 

 다 잊어버릴 때 가끔 있어

 

 그러니까

 

 네가 가끔씩 이렇게

 

 알려 줘라

 

 나 정신 번쩍 차리게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좀 그렇게 웃지 마

 

 ?

 

 - 조커 같아?  - (재수아니

 

 처키 같아인마

 

 [재수가 술을 졸졸 따른다]

 

 [재수가 병을 탁 내려놓는다]

 

 "안 닫힘"

 

 [밤새 울음]

 

 (강태)  그때 네가 적선해 준 사랑  돈으로 환산해 돌려줄게

 

 택시비 정도는 될 거야

 

 (문영)  [지폐를 탁 던지며]  이씨!

 

 먹고 떨어지라 이거야?

 

 내가 3만 원짜리밖에 안 돼?

 

 [거친 숨소리]

 

 (문영)  자기는 거지같이 사는 주제에

 

 [힘주는 신음]

 

 순 싸구려

 

 싸구려어디 감히!

 

 [차분한 음악]  (문영)  이씨

 

 싸구려!

 

 [거친 숨소리]

 

 싸구려

 

 싸구려...

 

 [비가 투둑투둑 내린다]

 

 [한숨]

 

 (문영)  이씨

 

 헷갈리게 이랬다저랬다

 

 다중이 같은 놈

 

 [밤새 울음]

 

 [문고리가 철컥거린다]

 

 [강태의 한숨]

 

 (강태)  [술 취한 목소리로]  ?

 

 [잔잔한 음악]

 

 내가 좋아고문영이 좋아?

 

 [코를 드르릉 곤다]

 

 난 형이 더 좋아

 

 형이 내 전부야

 

 [새가 지저귄다]

 

 (문영)  누구야?

 

 아이씨...

 

 [문이 탁 부딪친다]

 

 [울먹이며]  문영아

 

 [한숨]

 

 우리 망했다

 

 [상인이 훌쩍인다]

 

 쟨 또 뭐야?

 

 (승재)  저는...

 

 [승재가 훌쩍인다]

 

 대표님한테 낚였어요

 

 (상인)  회사 보증금 빼서

 

 논개 새끼 목구멍에  콱 처박아 주고

 

 애들 밀린 월급에퇴직금에

 

 여기저기 업체들  잔금 싹 다 처리하고 나니까

 

 완전 개털 된 거 있지?

 

 (승재)  저만 퇴직금 안 주고

 

 [캐리어를 탁 치며]  이딴 캐리어 사 주면서

 

 지방 출장 가자고 하더니  사기꾼이세요?

 

 !

 

 그래서 네 남은 인생 책임지겠다고  여기 끌고 왔잖아인마!

 

 망한 주제에 누가 누굴 책임져요!

 

 망하긴 누가 망해?

 

 (상인)  나한텐 아직 이 고문영이라는  원대한 희망이 있어!

 

 그렇지?

 

 - 나가  - (승재짜증 나

 

 문영아

 

 (문영)  내가 왜 폭망한 인생에  희망이 돼 줘야 돼?

 

 이게...

 

 이게 누구 때문에 이렇게...

 

 당신 때문이지  [익살스러운 음악]

 

 그렇지

 

 (상인)  무능한 대표 탓이지

 

 누굴 탓해

 

 무능한 새끼

 

 (문영)  알면 나가

 

 문영아그러지 말고

 

 (상인)  그냥 너 글 쓰는 데 옆에서  나 서포트만 좀 하게 해 줘라?

 

 저번에 같이 살자고 했잖아

 

 저번에 그랬잖아?

 

 그때 도망간 게 누구더라?

 

 여기 들어올 사람 있어

 

 누구?

 

 너 설마...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저마다 대화를 나눈다]

 

 (은자)  총각

 

 어이총각

 

 [갈매기 울음]

 

 (강태)  감사합니다

 

 내가

 

 요 며칠 총각을 유심히 봤걸랑?

 

 참 반듯하니 잘생겼어

 

 체구도 딴딴하니 듬직하고

 

 (은자)  '문강태'

 

 이름도 멋있네

 

 [강태의 멋쩍은 웃음]

 

 나이는?

 

 서른입니다

 

 (은자)  부모님은?

 

 (강태)  ...

 

 돌아가셨어요

 

 양친 다?

 

 (은자)  아이고저런

 

 애인은?

 

 [흥미진진한 음악]

 

 없습니다

 

 ...

 

 아까 그 간호사가  자기 혼자 좋아하는 거야?

 

 ?

 

 됐네그럼

 

 뭐가...

 

 내가 총각한테 잘 어울릴 만한  색싯감 하나 소개시켜 주려고

 

 아니요됐습니다

 

 내 딸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은자)  진짜 남 주기는 아까운 애라서 그래

 

 나 면회하러 오면  그때 한번 만나 봐 봐

 

 생각해 볼게요

 

 저 이제 일하러 가 봐야 돼서

 

 (은자)  ...

 

 마음 바뀌면 얘기해

 

 

 

 둘이 잘 어울릴 텐데

 

 [상태가 흥얼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상태가 중얼거린다]

 

 안 돼

 

 [상태가 중얼거린다]

 

 (상태)  초록색

 

 ...

 

 안 돼  [지왕이 혀를 쯧쯧 찬다]

 

 [지왕이 붓을 탁 집어 든다]  이거?

 

 [상태의 머뭇거리는 신음]  (지왕)  아휴

 

 뭐든

 

 시작이 힘들지

 

 첫걸음만 떼면 그다음은 쉬워

 

 (상태)  어어?  [지왕의 웃음]

 

 ...

 

 (지왕)  이제

 

 작가님이 실력 발휘 한번 해 봐

 

 [지왕의 웃음]

 

 (상태)  안 돼요안 돼요  [지왕의 당황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상태가 중얼거린다]

 

 (지왕)  어어미안미안미안미안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상태 군

 

 [지왕과 상태가 소란스럽다]  (정태)  저 원장도 제정신이 아니야그렇죠?

 

 [아름이 훌쩍인다]  또 왜 울어요?

 

 [필옹이 당황한다]  우리 안 울기로 약속했잖아요?

 

 아름 씨

 

 (아름)  부러워서요

 

 나도 '나 잡아 봐라하고 싶어

 

 [아름의 손을 탁 잡으며]  나 잡아 봐요

 

 우리 약 먹으러 가요?  약 먹으러

 

 [지왕의 당황한 탄성]  [상태가 중얼거린다]

 

 (상태)  혼나혼날 거야?

 

 [필옹의 웃음]

 

 세상에는 환자복을 안 입은 환자들이  훨씬 더 많은 법이지

 

 [지왕이 당황한다]  (상태)  왜 그랬어안 돼?

 

 [상태가 중얼거린다]  [필옹의 웃음]

 

 (지왕)  고 작가

 

 컨디션은?

 

 (문영)  늘 안 좋아요왜 불렀어요?

 

 (지왕)  ...

 

 아버지랑 일

 

 얘기 들었어요정말 미안합니다

 

 원장님이 내 목 졸랐어요?

 

 그래도 내가 산책 가라고  처방전을 내렸으니까

 

 그럼 의료 사고네

 

 [익살스러운 음악]  (문영)  사고 쳐 놓고

 

 이렇게 말로만 때우면 안 되죠

 

 (지왕)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내 목을 졸라

 

 졸라

 

 [어이없는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미친 영감탱이가진짜

 

 [카드 인식음]

 

 (선해)  귀신 노랫소리?

 

 (주리)  

 

 혹시 어제 새벽 몇 시에  그 노랫소리 들으셨나 해서요

 

 모르지

 

 오늘이 며칠인지도 가물가물한데

 

 (선해)  그냥 저화장실 가다가 들은 거야

 

 [선해가 흥얼거린다]

 

 (주리)  그럼 그 시간에 남자 병실 203호나

 

 복도에서 누구 못 보셨어요?

 

 [선해가 숨을 씁 들이켠다]

 

 (옥란)  귀신이 노래했으면 귀신이겠지

 

 [옥란의 코웃음]

 

 남 간호사는

 

 저 여자 헛소리를 믿어?

 

 헛소리 아니야

 

 [어두운 음악]  (선해)  내 귀엔 똑똑히 들린다니까

 

 (옥란)  그게 환청이고

 

 미쳤다는 증거야

 

 [과자를 탁 던진다]  (선해)  ...

 

 

 

 나 안 미쳤어

 

 맞아요분명 들으셨을 거예요

 

 (옥란)  그럼 내가 미쳤다는 거야?

 

 [코를 훌쩍인다]

 

 [무거운 음악]

 

 (주리)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 난다

 

 나 용림병원에서

 

 환자한테 뺨 맞고 옥상에서 울 때

 

 강태 씨가 와서 그랬죠?

 

 '속 시원해지게'

 

 '내 뺨 한 대 칠래요?'

 

 [옅은 웃음]

 

 진짜 후려칠 줄은 몰랐어요

 

 (주리)  미쳤나 봐진짜 왜 그랬지?

 

 그래도 그 덕에 많이 친해졌잖아요  그렇죠?

 

 아닌가?

 

 친해진 거 아닌가?

 

 (강태)  주리 씨

 

 지금 한 대 더 때릴래요?

 

 왜요?

 

 좀 있다

 

 또 속상할 일 생길 거 같아서

 

 벌써...

 

 거절이에요?

 

 나 같은 거에

 

 마음 묶어 두지 마요

 

 (강태)  나 그럴 자격 없어요

 

 (주리)  어차피

 

 떠날 거니까?

 

 [한숨]

 

 상관없어요그냥...

 

 좋아할게요

 

 그건 내 마음이잖아요

 

 부탁인데

 

 내가

 

 부담스러워서

 

 도망가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내가 너무 비참하고

 

 [잔잔한 음악]

 

 슬플 거 같아요

 

 성진시에 있는 동안은 그냥

 

 우리 집에 있어 줘요

 

 엄마가 너무 좋아하고...

 

 상태 오빠도 우리 집에 사는 거  만족해하니까

 

 부탁할게요

 

 (상태)  오지왕 나빠오지왕

 

 오지오지왕오지왕

 

 오지나빠오지왕?

 

 선생이긴 하지만 오지왕?  나빠오지왕

 

 오지왕 엄청 빨라오지왕 빨라나빠

 

 예의를 지킬 줄 알아야지  동방예의지국에서?

 

 [흥미진진한 음악]

 

 오빠

 

 - 나랑 놀래?  - (상태

 

 [통화 연결음]

 

 [볼펜을 달칵 누른다]

 

 [안내 음성]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한숨]  음성 사서함으로...

 

 [한숨]

 

 [탄성]

 

 이 차  이 차 어얼마 줬습니까?

 

 (상태)  백만백만 원 넘어요?  이백만 원?

 

 (문영)  그거의 백 배천 배

 

 [감탄하는 숨소리]

 

 작가님얼마 있어요?  돈 많습니까?

 

 오빠의 백 배천 배

 

 ...

 

 [옅은 웃음]

 

 오빠 돈 좋아하는구나?

 

 (상태)  돈 좋돈 좋아요

 

 돈도 좋고차도 좋고  작가님도 좋아합니다

 

 백 배천 배, 1 2천 배

 

 [옅은 웃음]

 

 근데 우리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깜깜한데

 

 어디 있는 거야?

 

 ()  또 당직이야

 

 혹시 형님분 찾아요?

 

 보셨어요?  [민석이 숨을 씁 들이켠다]

 

 아까 고문영 선생이랑  같이 나가는 거 같던데

 

 ()  오늘 수업도 없는데 왜 왔대요?

 

 (민석)  글쎄

 

 [한숨]

 

 [숨소리 효과음]

 

 [신비로운 음악]

 

 당신을

 

 만져도 됩니까?

 

 [감탄하는 숨소리]

 

 (상태)  어떡해

 

 [신난 숨소리]

 

 - (상태...  - 마음에 들어?

 

 (상태)  

 

 - (문영여기도 마음에 들고?  - 

 

 - 나랑 여기서 같이 살래?  - (상태

 

 - 그럼 여기 사인해  - (상태

 

 [의미심장한 음악]

 

 [중얼거린다]

 

 [한숨]

 

 [통화 연결음]

 

 형 어디 있어?

 

 (문영)  나랑 있지

 

 형은

 

 건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상태)  을은 갑의을은 갑의...

 

 을은 갑의  을은 갑의을은 갑의...

 

 (문영)  심심해서 같이 좀 놀았어  [상태가 계속 중얼거린다]

 

 데리러 올래?

 

 (강태)  어디야?

 

 (문영)  저주받은 성

 

 알았어

 

 어디인 줄 알고?

 

 알아

 

 네가 어떻게?

 

 가 봤으니까

 

 (문영)  ?

 

 네가 나를 구해 주고

 

 내가 너한테서 도망쳤던

 

 그때

 

 너 설마

 

 알고 있었어?

 

 갈게기다려

 

 (문영)  오빠

 

 내가 옛날얘기 하나 해 줄까?

 

 (상태)  

 

 옛날 옛날 깊은 숲속

 

 저주받은 성에

 

 한 소녀가 살았어

 

 소녀의 엄마는 딸에게 늘 말했지

 

 (문영)  넌 너무 특별해서

 

 절대 바깥세상과  어우러져 살 수 없다고

 

 반드시

 

 이 성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잔잔한 음악]

 

 (문영)  하지만 소녀는

 

 그 성이 꼭 감옥 같았어

 

 그래서 달님께 늘 기도했지

 

 '제발'

 

 (문영)  '나를 구해 줄'

 

 '멋진 왕자님을 보내 주세요'

 

 오늘은 올까

 

 내일은 혹시 올까

 

 소녀는

 

 매일매일 기다렸어

 

 [의아한 신음]

 

 [어두운 음악]

 

 아까는 내가 좀...

 

 꺼져

 

 [차분한 음악]

 

 [대문이 탁 부딪친다]

 

 (문영)  나랑 같이 살자

 

 (상태)  여기가 우리 집이야여기가 우리 집

 

 여기가 왜 우리 집이야!

 

 (상태)  내 거야안 돼안 돼내 거야  내내 거야!

 

 (순덕)  강태야

 

 여태 살 수 있게 보살폈으면  할 수 있게 밀어주는 단계로 가

 

 (상인)  안 돼이 조합 결사반대야

 

 너 자신도 통제 못 해서  허구한 날 빵빵 터트리는 애가

 

 지금 누구를 껴안고  가겠다는 거야?

 

 (문영)  오빠

 

 혹시 푸른 수염이라고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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