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6
[신비로운 음악]
[문이 탁 닫힌다]
[강태의 한숨]
(강태) 형
형?
[풀벌레 울음]
언제부터야?
언제 알았어, 내가 누군지?
[차분한 음악]
나랑 눈빛이 닮은 그 여자
(문영) 이젠 안 도망가네?
[타이어 마찰음] 피하지도 않고
(문영) 잘 컸다
이 정도면 성장이 아니라 진화라고 봐야지
(강태) 어쩌면
그날
네 눈을 처음 봤을 때부터
와...
연기 진짜 소름이다
오스카는 껌이겠는데?
(문영) 재밌었니?
알면서 모르는 척 가증스럽게
감히 날 갖고 놀아?
- 너도 마찬가지였지 - (문영) 나는
나는 모른 척한 게 아니야
알아
알아봐 주길 원한 거
피하고 싶었어
계속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었어
왜?
그날 밤 말했잖아
(강태) 그 앤 날 살려 줬는데
난 도망쳤어
비겁하게
(강태) 그 뒤로 쭉 도망치는 중이야
가증 떨면서 연기하는 게 지쳤니?
왜 이제 와서 아는 척이야
제대로 끝내고 싶어서
고마웠어
그날
얼음 강에서 나 구해 준 거
미안했어
(강태) 먼저 좋아해 놓고 도망쳐 버린 거
돌아선 순간부터 후회했어
됐어, 집어치워
그날 여기까지 와서
- 이 얘길 못 했어 - (문영) 그만 지껄여
그게 미련이 남아서
두고두고 널 잊지 못했나 봐
이젠 별 미련이 없어?
형 하나로 충분해
충분히 버거워
[문영의 다급한 숨소리]
형은 되고 난 왜 안 돼?
나도 책임져, 나도 너 필요해
나 더 이상
누군가한테 필요한 사람 되고 싶지 않아
[다가오는 발걸음]
(문영) 넌 나 거절 못 해
넌 내가 살렸고 내가 구한 목숨이야
(강태) 그래서 고맙다고 했지?
네가 그날 건져 올려 준 덕분에
내 이번 생은 진짜 거지 같거든?
(문영) 가면 죽여 버릴 거야
넌 도망 못 가, 넌 내 거라고
악!
[차분한 음악] [문영의 놀란 숨소리]
[문영의 거친 숨소리]
미쳤어? 진짜 죽고 싶어?
가지 마
나랑 같이 살자
놔
(상태) 강태야?
(강태) 형
괜찮아? 머리 안 아파?
(상태) [딸꾹질하며] 응
(강태) 아이, 술을 마시면 어떡해
집에 가자, 얼른
여, 여기가 우리 집인데
여기가 우리 집인데
뭐?
(상태) 나, 나 이제 여기서 살아야 되는데
[딸꾹질하며] 약속, 약속했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지금?
작가님 됐어, 작가님, 어떡해
(상태) 나도 이제, 나, 나, 나도 이제 작가, 작가 됐는데
[무거운 음악]
- 이리 줘 - (상태) 안 돼
(상태) 내 거야, 내, 내 거야
(문영) 나랑 계약했어
내 동화책 삽화 작가로
작업실은 여기
(상태) 응, 으, 으, 을은 갑의 으, 을은 갑의
으, 을은 갑의 작업실에서 상주하여 삽화를 그, 그, 그린다, 어?
(문영) 내가 말했지?
넌 도망 못 간다고
그거 이리 줘, 형
(상태) 싫어, 내, 내, 내 거야, 싫어
- 그거 나쁜 거야, 형이 속는 거라고 - (상태) 안 돼
(강태) 얼른 내놔, 내놔, 얼른
(상태) 아니야, 싫어, 싫어 이거, 내, 내, 내 거야
- (강태) 이리 줘, 얼른! - (상태) 나도 작가님 될 거야
- (상태) 나, 나, 여, 여기서 살 거야 - (강태) 형
(상태) 여기가 우리 집이야, 우리가 우리 집
여기가 왜 우리 집이야!
(상태)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그거 상태 거야 내 거야, 안 돼, 내, 내 거야!
그거 내 거야!
- (상태) 그거, 그거 문상태 거야 - 형
나는 내 거야, 네 거 아니야!
[상태가 소리를 지른다] (강태) 형, 형
(상태) 안 돼, 안 돼, 내 거야, 내 거야
[상태가 소리를 지른다]
나는 내 거야, 내 거
나는 내 거야, 문상태는 문상태 거야
문상태는 네 게 아니야! 문상태 거야! [무거운 음악]
내 거야, 나는 내 거야
문상태, 문상태 거야!
- 그만해 - (상태) 문상태 거야
(상태) 네 거 아니야, 아니야!
[상태가 소리를 지른다]
- (문영) 그만하라고 - 내 거야, 내 거야!
[상태의 거친 신음]
(문영) 오빠
우리 집에 들어가 있어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문상태는 문상태 거야
(문영) 어서
어서
문상태는, 문상태는 네 거 아니야
(상태) [울먹이며] 네 거 아니야
[상태가 중얼거린다]
문상태는 문상태 거야 네 거 아니야!
[강태의 한숨]
[강태의 한숨] (문영) 너희 형은 너 버렸어
이제 네가 선택해
너도 형을 버릴지
아니면
형한테 평생 붙잡혀 살지
그때처럼
등신같이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고
[차분한 음악]
[침을 퉤 뱉는다]
(어린 강태) 엄마!
엄마!
엄마, 나 오늘 도장서 빨간 띠 땄...
[어린 상태의 웃음] (강태 모) 문강태
너 왜 그랬어, 너 왜 그랬어?
너 왜 형 먼저 집에 보냈어?
네가 종일 옆에 붙어 있었어야지!
형이 애들한테 맞고 있을 때 너 뭐 했어?
옆에서 형 지켜 주라고 비싼 도장까지 보내 줬는데!
이 꼴로 들어오게 만들어?
이씨!
[강태 모의 거친 숨소리]
난
형을 지켜 주는 사람이 아니야
[어두운 음악] [어린 강태의 떨리는 숨소리]
뭐?
나는 형 게 아니라고!
난 내 거야!
[가슴을 탁탁 치며] 문강태는 문강태 거라고
[어린 강태가 울먹인다]
너 뭐라 그랬어?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어린 상태) 문강태는
문강태 거라고!
[어린 상태의 웃음]
[거친 숨소리]
형 같은 거
다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어린 강태가 흐느낀다]
(어린 상태) 강태
문강태 거!
문강태 거! 문강태 거!
(어린 상태) 강태야! 강태야!
[당황한 신음]
문강태 거라고!
[어린 상태의 신음]
문강태 거
[어린 상태의 아파하는 신음]
[어린 상태의 거친 숨소리]
문강태 거
[어린 상태의 옅은 웃음]
(어린 강태) 일어나
[따뜻한 음악]
문강태 거
[어린 상태의 웃음]
[함께 웃는다]
(어린 상태) 아, 상태 거, 상태 거
상태 거! 상태 거
[어린 상태와 어린 강태의 웃음]
[어린 상태의 신음]
(어린 상태) 줘, 줘, 줘
[어린 상태의 탄성]
[어린 상태의 탄성]
[어린 상태의 웃음]
거기...
[어두운 음악] (어린 강태) 아씨, 형
형!
[놀란 숨소리]
(어린 상태) 문상태 거! [어린 상태의 옅은 웃음]
문상태 거야!
[긴장되는 음악] 형!
[놀란 신음] [어린 상태의 신음]
(어린 상태) [힘겨운 목소리로] 강태야, 강태야
[다급한 숨소리] 강, 강태야
강태야, 강태야, 살려 줘
강태야, 강태야!
[어린 강태의 거친 숨소리] (어린 강태) 형 같은 거 다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어린 상태의 힘겨운 신음]
(어린 상태) 강, 강태야
- (어린 강태) 씨... - (어린 상태) 강태야
[어린 강태가 울먹인다]
(어린 상태) 강태야, 강태야
강태야
강태야!
(어린 상태) 강태야, 강태야, 강태야...
가
그냥 가
[어린 강태의 거친 숨소리]
가 버려
(어린 상태) 강태야, 강태야, 강태야
(어린 강태) 형, 올라가, 형 [어린 상태의 거친 신음]
형, 올라가
재미없어
(어린 강태) 형
[어린 상태의 거친 신음]
(어린 강태) 형
형!
형, 나 좀 잡아 줘
형!
형, 상태 형, 나 좀 잡아 줘
살려 줘, 형!
형, 나 좀 잡아 줘
상태 형!
[어린 강태의 거친 숨소리]
상태 형
아, 상태 형!
[의미심장한 음악]
(어린 문영) 줄까
말까
줄까
말까
[콜록거린다]
[거친 숨소리]
[차분한 음악] [어린 강태가 콜록거린다]
(어린 강태) 아이...
(강태) 네가 그날 건져 올려 준 덕분에
내 이번 생은 진짜 거지 같거든?
(문영) 오빠
걱정하지 마
걘 오빠 못 버려
[잔잔한 음악]
(문영) 을은 갑의 작업실에 상주하여 삽화를 그린다
갑은 을이 최고의 그림쟁이라는 걸 인정한다
(상태) 가, 갑은 으, 을에게 그림값 대신 워크스루벤 캠핑카를 사 준다
으, 을에겐 이사를 가기 싫어하는 동생이 있다
[종이를 부스럭거린다]
(상인) 자, 저기요
이거랑, 어, 이거랑, 이거랑
요거랑, 어...
(승재) 저는 이거 먹을게요
(상인) [손가락을 딱 튕기며] 요거 빼고 전부 다 포장해 주세요, 예
[상인의 웃음]
이런 거 사 들고 간다고 작가님이 받아 줄까요?
[포스 단말기 조작음] (상인) 야, 받아 주는 게 문제가 아니야
걔 당 떨어지면 글 안 써
이렇게 달달한 거, 이렇게 정기적으로 자주 챙겨 먹여야 돼
- 얼마예요? - (종업원) 52,200원요
나나 좀 챙겨 주지
[한숨]
아, 감이 안 좋다, 어?
감이 안 좋으니까 망했죠
아유, 이게 진짜, 쯧
문영이가 그 저주받은 성에 애먼 사람 들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치고 들어가야 돼
빨리 먹어, 응
[놀란 탄성]
아유, 뜨거워
[상인의 한숨]
[갈매기 울음]
(순덕) 아이고
[순덕의 힘겨운 신음]
- (순덕) 오늘 오프지? - (강태) 예
(순덕) 친정에서 햇감자가 올라와서 조금 삶았...
- 너 얼굴 꼴이 왜 그래? - (강태) 아...
환자가 난동이라도 부렸어?
아니에요, 그런 거
누구랑 싸웠어?
(순덕) 어?
형이랑 좀 다퉈서...
(순덕) 다투기는
일방적으로 맞았구먼
아이고, 저...
문상태!
너, 너, 네 동생 얼굴 또 저 지경으로 만들면
아줌마한테 진짜 혼나!
형 없어요
가출까지 했어?
아니요, 그게 아니라...
(순덕) 아이고, 아이고, 잘됐다, 잘됐어
그럼 상태도 이제 작가님이네?
그게 진짜 잘된 걸까요?
아유, 그럼, 잘됐지
(순덕) 우리 상태를 발굴해 주신 분인데 내가 저, 누군지 몰라도
내가 아주 그냥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네
강태야
형 응원해 줘
여태 살 수 있게 보살폈으면
이제는 할 수 있게 밀어주는 단계로 가
[잔잔한 음악]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사람
그거 막는 거 아니야
막아지지도 않고
[노크 소리가 들린다]
[상인이 노크한다]
[익살스러운 음악]
누구...
[짜증 섞인 신음]
[상태의 당황한 신음]
(승재) 어?
- 뭐냐 - (승재) 그, 그 사람
그, 왜
보호사 형요
(승재) 그, 서점에서 그, 난리 쳤었던
(상인) 아, 또, 또, 또 보호사야, 또, 어?
야, 야, 고문영, 문 열어
[힘주며] 문 열어
문 안 열어?
그래, 나 그냥 이 문 그냥 싹 다 부숴 버릴 거야
하나
(문영) 뭐야, 시끄럽게, 누구야!
둘, 셋
[상인의 기합]
[상인의 당황한 탄성]
[상인의 신음]
왜 왔어?
[상인의 거친 숨소리]
(상인) 야, 이 사람 당장 내보내
(상태) 여기 우리 집인데
- (상인) 뭐요? - 맞아, 같이 살기로 했어
(상태) 같이 살아요 부부는 아니지만 같이 살아
- 부부는 아니지만 - (승재) 대박 [상인의 당황한 탄성]
동거를 한다고?
(상태) 을, 을은 갑의 자, 작업실에서 어, 상주하여 사, 삽화를 그린다
삽화라니!
(문영) 인사해, 내 전담 삽화 작가
[흥미진진한 음악] - (상태) 안녕하세요, 문상태 만 35세 - (상인) 하...
(상태) AB형, AB형, 쥐띠
어, 자, 자폐 스펙트럼 있지만 내 일은 알아서 합니다, 노 프로블럼
전 삽화 담당 아트 디렉터 유승재...
(상인) 안 돼, 이 조합 결사반대야
- 난 찬성 - (상태) 찬성
찬성
[상인의 한숨]
문영아
너 자신도 통제 못 해서 허구한 날 빵빵 터트리는 애가
(상인) 지금 누구를 껴안고 가겠다는 거야?
그러다 쌍으로 터지면?
[몽환적인 음악]
안전핀
뭐? 뭔 핀?
안전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상태) 아, 강태야
내, 내, 내 동생 내, 내, 내 친동생, 친동생
- (승재) 저번에 뵀어요 - (상태) 예, 내 친, 친동생
(상태) 거, 겁쟁이긴 하지만 내 치, 친동생, 내...
괘, 괜찮아? 어?
미안해
- 괜찮아, 들어가, 형 - (상태) 어, 어?
(상인) 아, 저, 문영아
문영, 문영아, 내 말 좀...
[문이 달칵 잠긴다]
[상인의 한숨]
인격 장애 아동 문학 작가와
발달 장애 삽화 작가의 컬래버 [상인의 한숨]
[놀라며] 대표님
이거 대박 아니면 쪽박인데요?
(상인) 아유 [문이 덜컹 열린다]
스톱
[흥미진진한 음악]
(상인) 어
(문영) 차 키 줘
[상인의 당황한 숨소리]
(상인) 차 키... 왜?
여기 산길 험해서 나도 SUV 필요해
어차피 내 차잖아? 잘 가
[상인의 한숨]
[상인의 한숨]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미쳤지, 미쳤어
이놈의 주둥이가 아주 그냥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순덕) 아이고, 참
아, 근데
그, 상태랑 작업하실 분 존함이 어떻게 되셔?
고문영 작가라고 일전에 한번 보셨죠? [흥미진진한 음악]
[울먹이며] 고문영
걔 이름만 불렀어
아유, 순덕아, 왜 그랬니
아이고, 아이고, 왜, 왜
아니, 내 딸 불쌍해서 이걸 어떡하면 좋아, 아유 [문이 드르륵 열린다]
엄마
아이고, 아이고, 내 심장 아이고, 아이고, 심장
왜 그래, 무슨 죄 지었어?
(순덕) 죄, 죄는 무슨
가 물이나 한 잔 떠 와 엄마 약 먹게
[문이 탁 닫힌다]
(상태) 주, 준비해 줄게, 준비, 어?
5, 5분 걸려, 5분
5분, 5분
(문영) 이번에도 형을 선택했네?
몇 가지 조건이 있어
그 선택의 이유 중에 나는 없는 건가?
평일에만 상주하고
주말엔 우리 집으로 돌아갈 거야
진짜 전혀 없어?
[상태가 중얼거린다]
(강태) 형이 싫다고 하면
언제든 나갈 거고
눈곱만큼도?
그리고
형을 최대한 존중해 줘
그래, 그럴게
- 어떻게 믿지? - (문영) 혈서라도 쓸까?
(강태) 약속은 코 풀고 버리는 종이라며
지킬 거야
너랑 한 약속이니까
(재수) 안 돼, 안 돼
안 돼, 제발
노, 노, 노, 노, 노, 노, 노
가지 마, 가지 마 플리즈, 플리즈, 플리즈
강태야! 문강태!
[문이 탁 닫힌다] [거친 숨소리]
[쓸쓸한 음악]
(재수) 하, 갔네
야, 너 죽고 싶어?
또 칼빵 맞고 싶어서 환장했냐고
내가 경고했지? 그년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근데 아예 짐을 싸서 그년 집으로 기어들어 가?
너 제정신이야? 너 돌았어?
너 더 돌기 전에 당장 돌아와, 이씨
(재수) 내게 돌아오라고, 제발!
[문이 드르륵 열린다]
(순덕) 저 망할 놈의 주둥이를 그냥
(주리) 엄마 [익살스러운 음악]
재수 오빠 왜 저래? 취했어?
(순덕) 어, 어
저, 그게...
그게...
[주리의 짜증 섞인 신음]
[짜증 섞인 신음]
고문영
이 개뼈다귀 같은 계집애!
[주리의 비명] [부엉이 울음]
(문영) 앞으로 여기서 작업하면 돼
(상태) 와, 책 엄청 많아, 책 엄청 많아
와, 2층, 2, 2층, 2층도 있어, 2층
조심해, 형
(상태) 할아버지 엄청 커, 할아버지 엄청 커 할아버지 엄청 커
책 엄청 많아
와...
상, 상태 책 엄청 좋아해
(문영) 넌 뭐 좋아해?
없어, 그런 거
너희 형이 나더러 캠핑카 사 달라던데
여행 좋아해?
안 가 봤어, 여행
한 번도?
[한숨]
가 보고는 싶어
어디?
어디든
목적지 없이 떠나는 여행
(상태) 여행은 안 갔고 이사는 어, 어, 엄청 자주 갔어요, 엄청 자주
열일곱 번, 여기 열여덟 번째, 여기
형
이사를 왜 그렇게 많이 갔어?
(상태) 자꾸 나 쫓아오니까
- (문영) 누가? - 형
(상태) 그, 그게 자꾸 날 쫓아와서...
(강태) [상태의 팔을 탁 잡으며] 나가자
우리 방은 어디야?
(상태) 책 엄청 많아
[상태의 놀란 신음]
[상태의 탄성]
[발랄한 음악] (상태) 안녕
[상태의 웃음]
이뻐, 이뻐, 이뻐, 이쁘다
내 방 엄청 이뻐, 내 방
(문영) 어릴 때 내가 쓰던 방이야
(상태) 와...
(문영) 침대 하나 이쪽에 더 놔야겠네
(상태) 내 방 엄청 이뻐
[상태가 중얼거린다]
침대 처음 써 봐?
아니
아, 이, 이불...
언제 빤 거야?
(문영) 20년 전쯤?
진정한 빈티지지
(상태) 오, 안에도 밖에도 너무 좋아!
(강태) 형, 형, 형, 형, 형!
(상태) 엄청 좋아!
오, 엄청 물렁물렁
오, 물렁물렁
물렁물렁 이거 내 침, 내 침대야? 어?
와, 엄청 좋아
[기분 좋은 숨소리]
[어두운 음악]
본 사람 없었지?
(필옹) 있어
- (지왕) 누구? - (필옹) 고 교수
- 고대환 환자? - (필옹) 그래
아, 그 양반이 멀쩡하니 앉아서
(대환) 어디 가십니까? [긴장되는 음악]
어디 가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그러더라니까
아이고, 심장아
너무 놀라 가지고 오줌까지 지렸어, 씨
(지왕) 그래?
- (지왕) 아, 그 안의 걸 갈아입어야지 - (필옹) 괜찮아
[필옹의 신난 숨소리]
[꿀꺽 삼킨다]
아이고, 오랜만에 마시니까 달다, 달아
달지?
[함께 웃는다]
그거 사이다야
(지왕) 플라시보 효과라고
'소주다' 생각하고 마시면 진짜 소주 맛이 난다니까
아이, 그러면 다 마시고 난 다음에 말을 하든가
진짜 술 마시고 싶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나가라니까
왜 안 나가고 여기서 삐대?
[필옹의 한숨]
(필옹) 쯧, 아직은 때가 아니야
(지왕) 핑계는, 아유
불러 봐
환자들 사이의 특이 동향
아, 근데
(필옹) 내가 이렇게 흘려 주는 지라시 말고
자기가 상담하면서 딱딱 집어내고 진단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의사잖아
이런 말이 있어요
'아파 본 자만이 진정 그 아픔을 안다'
그렇지, 책보다는 경험이지
솔직히 면담에도 한계가 좀 있고
환자들도 의사 막 속이고 그러걸랑
(필옹) 맞아, 맞아
그, 우리 방에 주정태라고 알코올 환자 놈 있잖아
- 응 - (필옹) 저번 주에 외출 나갔다가
소주를 위생 장갑 안에 담아 가지고
(필옹) 자기 팬티 속에 숨겨 왔더라니까
[함께 웃는다]
[상태가 딸꾹질한다]
[코를 훌쩍인다]
[문이 삐거덕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상태의 놀란 숨소리]
저기 저, 저 밑에...
오빠
혹시 '푸른 수염'이라고 알아?
[어두운 음악]
(문영) 옛날 옛날에
푸른 수염을 가진 백작이
거대한 성에 홀로 살고 있었어
(대환) 어서 와
(문영) 그는 엄청난 부자였지만
푸른색 수염을 가지고 있어서
모두가 그를 두려워하며 피했지
그러던 어느 날
한 가난한 여인이
푸른 수염의 신부가 되겠다며
그의 성을 찾아왔어
푸른 수염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각 방마다 들어 있던 금은보화를
아내에게 모두 선물로 내어 주었지
하지만 딱 하나
지하실에 있는 방
그 방만은
절대 열어선 안 된다고 경고를 해
하지만 호기심 많던 아내는
결국 남편 몰래 그 비밀의 문을 열고 말지
그 방 안에 뭐가 있었는지 알아?
죽은 여인들의 시체가 쭉
벽에 걸려 전시돼 있었어
그동안 푸른 수염의 경고를 무시하고
방문을 몰래 열었던
아내들의 처참한 최후였던 거지
(강태) 그게 끝이야?
(상태) 응
(강태) 형
앞으로
지하실에 함부로 내려가지 마
여기 남의 집이잖아
(상태) 근데, 근데 마을 사람들은 왜
푸, 푸른 수염을 무서워했지?
자기들이랑 다르니까
수염이 푸른색이잖아
다르면 무서운 거야?
[잔잔한 음악]
[한숨]
그런가 봐
다르면 성에 혼자 사는 거야?
아니
(강태) 푸른색 수염이어도 상관없다고
정말 괜찮다고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진짜 신부가 언젠가 나타나겠지
[한숨]
"잘 자"
영 짐 싸서 나간 거는 아니고
(순덕) 주말에는 온대
왔다 갔다 하면서...
(주리) [경적을 빵 울리며] 아이씨!
차선 좀 정하고 달리든가, 씨
(순덕) 아휴...
아, 걔가 뭐, 연애하자고 강태를 끌어들인 거는 아닐 테고
일 때문이니까...
[경적이 빵 울린다] (주리) 아이씨!
깜빡이 좀 켜고 달리든가, 씨
야! 그냥 나한테 지랄해! 빵빵 좀 그만 울리고!
입 뒀다 뭐 할래!
[익살스러운 음악]
(주리) 엄마만 아니면 저 입을, 씨...
(순덕) 아, 말로 해! 말로
(주리) 빵, 빵, 빵
빵, 빵, 빵, 빵, 빵, 빵, 빵, 빵
빵, 빵, 빵, 빵!
너 미쳤냐?
(지왕) 환자분
[심전도계 비프음]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어요?
이상하네?
갑자기 환자 상태 변할 수 있으니까
계속 모니터링해서 보고해
예, 알겠습니다
(지왕) 어디 갔다 오셔?
(정태) 몸이 찌뿌둥해서 모닝 산책 좀...
[지왕이 말한다]
(대환) 고...
대환
방금 뭐라 그랬어요?
참...
예뻐요
(대환) 꼭...
천사 같아
[잔잔한 음악]
누가 천사 같아요?
문영이...
엄마
술 마시지 마
안 마셨어요
(지왕) 거, 고 작가하고 대면하는 건 좀 이르겠지?
지난번에 산책 나갔다가 난리 난 거 아시잖아요
아, 진짜 딸한테 그런 걸까?
무슨 소리세요?
아, 디루젼
딸에게서 다른 누군가를 겹쳐 보고 그랬을 수도 있고
누구요?
차차 알아봐야지
[놀란 신음]
아니, 원장님 프락치가 그거까진 안 알려 주던가요?
이제 린넨실 문도 잠글 거예요
하여간 모르는 게 없어
[새가 지저귄다]
[찌뿌둥한 신음]
잘 잤다, 아...
[탁탁 소리가 들린다] [상태가 중얼거린다]
[중얼거린다]
[상태가 흥얼거린다]
(상태) 어, 작가님 아, 아, 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밝은 음악]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이, 이불 빨래 하고
자, 장 보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작가님은 처자고
[찌개가 보글보글 끓는다]
(강태) 와서 밥 먹어
형, 손 씻고 와
(상태) 손은 화장실에서
(강태) 아침 어떻게 해?
우린 그냥 간단히 밥 먹는데
빵?
밥
밥
(문영) 많이
(상태) 더 줘?
(문영) 콜
[문영이 그릇을 댕댕 친다]
온다, 온다 하지 말고
오늘 와, 오늘
너무 괜찮다니까?
너 전에 선봤던 도곡동
그 주꾸미 닮은 성형외과
걔보다 백 배, 천 배 잘생겼어
넌 나 닮아서 인물만 보잖니
진짜?
오늘 올 거야?
(별) 그러니까
강은자 환자가 여러분의 간식을 꿔 가서
여태 안 갚았다
뭐, 그거죠? 그러니까
(선해) 그렇다니까
[흥미진진한 음악] 씨, 거지 똥구멍에서 콩나물을 빼먹지 말이야
아니, 있는 사람이 왜 그러는 거야, 진짜
(옥란) 딸이 오면 갚는다고 나한텐 돈도 꿔 달랬어
(아름) 아, 맞는다 저한텐 초콜릿도 꿔 갔어요
초콜릿이랑 과자랑...
위기에 처한 거라니까, 조심해야 돼
경찰 불러, 응? 책임자 나오라...
- (선해) 원장 나오라 그래 - (주리) 자, 자, 자
(주리) 잘 알겠고요
저희가 한번 자세히 알아볼 테니까
일단 병실로 들어가실게요
(별) 들어가실게요
(은자) 우리 딸이 내가...
수고해요
분위기만 보면 참 곱게 미치셨는데
[차용이 혀를 찬다]
왜요?
[차 문이 탁 닫힌다] (강태) 그...
다음부턴 따로 오자 쓸데없는 오해 생겨
(문영) 몇 시에 끝나? 같이 가자, 기다릴게
(상태) 작가님 차 휘발유입니까? 경유입니까?
[냄새를 씁 맡으며] 이거 냄새는 휘발유인데, 어?
[콧노래를 부른다]
하, 하는 거 봐서 주세요 하는 거 봐서
그, 이상하네?
왜 그게 없을까?
나비
[흥미진진한 음악] (지왕) 아니, 꽃이 있으면
나비가 날아들어야지
꽃이 저렇게 많은데
여긴 왜 한 마리도 없을까?
뭐, 다 완성된 게 아니니까 우리 작가님이 차차 그리시겠지
거, 거부합니다, 거부, 거부
그리기가 힘든가?
(지왕) 그럼 어디 내가 한번 그려 볼까나?
(상태)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나비 안 돼, 나비 안 돼 여기, 여기, 여긴 안 돼
여기 오면 안 돼 나비 안 돼, 절대 안 돼, 안 돼, 안 돼
나비 안 돼!
안 돼, 나비 날아오면 안 돼, 여기 안 돼, 안 돼
[의미심장한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책을 탁 덮는다]
(별) 보호사님
고문영 작가 좀 아까 출입 카드 찍지 않았어요?
예, 왜요?
아, 근데 수업 안 하고 어디 갔지?
환자들 기다리는데 전화도 안 받고
[통화 연결음] 저도 찾아볼게요
(별) 아, 감사합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뭘 놀라?
벌써 잊었어?
엄마야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아이씨, 어디 있는 거야?
[한숨]
[차분한 음악]
내가 여기서 널 얼마나 기다렸다고
(은자) 안 본 새 많이 말랐네
그래도 엄마한테는
내 딸이 제일 이쁘다
왜 아무 말이 없어?
그깟 성형 좀 했다고
엄마 못 알아보는 거야?
어, 엄마?
진짜...
엄마야?
돌아온 거야?
얘가 왜 이래?
(은자) 꼴랑 공연 한 달 갔다 오더니 영 딴 사람처럼 구네?
공연?
(은자) 내가 전화로 얘기했지?
[어두운 음악] 완전 네 스타일인 남자 하나 찜해 놨다고
엄마 말 잘 들어서 손해 볼 거 하나도 없어
그냥 일단 만나
[문영의 한숨] 너도 마음에 들걸?
키도 훤칠하고 몸도 딴딴한데 무엇보다 눈빛이
눈빛이 아주 좋아
이런 미친! [은자의 놀란 신음]
(강태) 음 [은자의 당황한 신음]
강은자 님?
이제 투약 시간이라
- 병실로... - (은자) 어?
총각
아, 내가 얼마나 찾았다고
얘, 내가 아까 찜했다던 총각이 여기 이 총각이야
어때? 잘생겼지?
- 일단 병실로 가시죠 - (은자) 응, 응
[어두운 음악]
(은자) 쟤가 좀 까칠해도 속은 또 깊어요
독일 음대 나와서 현지 교향악단에 있는 플루티스트인데
아휴, 날 돌보느라고
독일이랑 한국을 그냥 계속... [문영의 성난 숨소리]
(행자) 사이코틱 디프레션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환각이나 망상까지 온 케이스야
(행자) 기초 생활 수급자로 들어왔는데
자기가 모 그룹 회장의 세컨드라는 망상에 빠져 있어
딸이 있는 거 같던데
있었지
하, 남편 없이 힘들게 키운 외동이었는데
몇 개월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어
(행자) 강은자 씨는 딸이 아직 살아 있다고 생각해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아직은
(아름) '에밀은 마음을 놓지 않았어요'
'엄마가 치커리를 먹게 하려고 함정을 판 걸지도 몰라요'
[어두운 음악] '에밀은 콧구멍을 후볐어요'
(은자) 엄마야
(아름) '에밀은 누가 왔는지'
[아름이 계속 책을 읽는다] (은자) 엄마야
엄마야
조용히 해
(아름) '에밀은 후다다다닥 달려 나갔어요'
(은자) 엄마야, 엄마야 [아름이 계속 책을 읽는다]
엄마야
조용히 하라고!
[거친 숨소리]
(환자1) 나 원 참
아, 왜 우리들한테 짜증 내는 거야? [환자들이 구시렁거린다]
(아름) [울며] 고문영 쌤은 나만 싫어해, 진짜
너무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강태) 왜, 무슨 일이에요?
아, 고문영 선생이 아름 씨한테 동화책 읽으라고 시켜 놓곤
읽으니까 갑자기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치잖아
(선해) 내 경험상
십중팔구 곧 귀신 씐다
그게 귀신 소리를 자기 혼자 듣고서는 헛소리하는 증세걸랑
고문영 선생 지금 어디 있어요?
[휴대전화 진동음] [아름이 계속 훌쩍인다]
[비장한 음악]
[숨을 후 내뱉는다]
(상인) 자, 내가 오늘!
결단을 낸다
작가님이 아시면
대표님을 절단 낼 거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상인의 헛웃음]
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
가자!
[상인이 숨을 후 내뱉는다]
[상인의 헛기침]
(상인) 우리 문영이가 차기작 소재로 참고할 만한
국내외 아동 문학계 동향을
아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데이터입니다
이거 뭐, 내가 뭐 혼자 PC방 가 가지고 그...
- 전해 주면 됩니까? - (상인) 아니요
내가 직접 전해 줄 겁니다
그럼 절 왜 보자고 하신 거죠?
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상인) 그 집에서 나와요
보호사님과 형님분
거기 있으면 안 됩니다
왜죠?
문영이 옆은 내 자리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상인) 당신 걔 감당 못 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
나는 10년 동안
문영이 옆에서 견디고 버텼어
그동안 간, 쓸개 다 빼 주고
목숨 걸고 영혼까지 바쳐서 걔를 지켜 왔다고
왜요? 뭘 위해서?
그야 뭐
그 아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돈?
그 여자 책 팔아서
돈 좀 버셨죠
[상인의 헛기침] (강태) 대가를 충분히 받아 놓고
왜 일방적인 희생인 것처럼 뻐기시죠?
뭐? 뻐기다니!
내가 걔를 돈벌이 도구로만 여겼으면
(상인) 내 회사 말아먹을 때 당장에 그냥 갖다 버렸어
문영이랑 나랑은 그깟 그
자본주의로 얽혀 있는 그런 단순한 사이가 아니라니까?
그럼 뭡니까?
[한숨]
[비장한 음악] 문영이한테 난
회사 대표이자, 스승이자, 오빠이자
남자! [승재가 풋 웃는다]
[상인의 헛기침]
암튼 뭐
그 옆은 내 자리니까
아, 비켜요, 당장
싫어
어?
안 비켜
(은자) 얘, 아까 그 보호사 괜찮지?
하, 사람 보는 눈 다 똑같다고
노리는 계집애들이 한둘이 아니라니까
[어두운 음악] 저, 얼른 낚아채야 된다니까
자식이라고는 딸랑 너 하나인데
아휴, 얼른 짝지어서 둘이 알콩달콩 사는 거 보고 죽는 게
이 엄마 소원이래도?
엄마가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아이, 엄마가 하는 대로 좀...
(별) 가, 강은자 님?
수간호사님이 면담 좀 했으면 하시던데
나? 지금?
- (은자) 바쁜데 - (별) 네, 지금 가셔야 돼요
(은자) 얘! 엄마 얘기 좀 듣고 가!
[은자의 난처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아이, 전화는 왜 안 받아?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순덕) 어, 강태야!
이리 와, 이리
[순덕의 웃음]
어여 와, 어여 와 앉아
배고프지? 응?
아이고
그 외진 데서 밥이나 제대로 해 먹기는 하려나
내가 걱정이 돼서 통 잠이 와야 말이지
그래서
대충 새벽에 있는 걸로다가 지지고 볶아 왔어
먹어, 얼른 먹어
예, 감사합니다
(순덕) 자, 상태도
-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 (순덕) 어, 어
[순덕의 웃음]
(순덕) 자, 주리도
- (순덕) 어, 이것 좀 먹어 - (강태) 예
(순덕) 아유
있다 없으니까 그냥
온 집 안이 텅 빈 거 같아
[강태의 헛기침]
저...
주리 씨
아, 들었어요
그, 오빠 일 때문에 잠깐 거기서 합숙한다고
(주리) 오빠, 축하해, 나중에 동화책 나오면 나도 꼭 한 권 줘
어, 채, 책은, 책은 돈, 돈 주고 사야지
(상태) 그, 그게 예의지 네, 네 돈, 네 돈 주고
[순덕의 웃음] 형
(순덕) 그래? 우리 상태 책 나오면 내가 100권은 사재기한다
(상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순덕) 얼른 먹어 - 네
[어두운 음악]
(은자) 어머, 저 간호사 저럴 줄 알았어
자기네 어미까지 동원한 것 좀 봐
얘, 너 그냥 가면 어떡해
당장 저 여시 같은 거 떼어 내야지!
엄마가 뭐랬니!
넋 놓고 있다가 뺏긴댔지?
그 고집 좀 부리지 말고 엄마 말 좀 들어!
여태 공은 내가 들였는데 애먼 년이 채 가게 생겼잖아
아, 알았어
정 네가 하기 싫으면 엄마가 할게
아, 저 여시만 엄마 있니? 너도 있어!
(문영) 제발!
제발
그 엄마 소리 좀 그만해
엄마를 엄마라고 하지, 그럼...
엄마는
죽었어
[어두운 음악]
뭐?
우리 엄마는
(문영) 죽었다고
[타이어 마찰음] (은자 딸) 엄마
[쿵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힘겨운 신음]
(문영) 머리가 깨져서 피가 터지고
(은자) [떨리는 목소리로] 아, 아니야...
(문영) 사지가 뒤틀려서
너덜너덜했어
(은자) 아니야, 안 죽었어
그 핏자국이
아직도 바닥에 그대로 있다고
아니야
아니야
그러니까 아줌마
- 아니... - (문영) 제발
꿈에서
깨
(은자) 아, 아...
아, 아...
[은자의 신음]
[은자가 털썩 쓰러진다]
[한숨]
- 오늘 메뉴가 뭐였지? - (별) 오늘...
(환자2) 간호사님!
[환자2의 다급한 숨소리]
아, 저기요
[환자2의 다급한 신음] (행자) 저기에, 어, 괜찮아, 괜찮아요
(환자2) 아, 어떡해, 어머
(행자) 강은자 씨
강은자 씨? 강은자 씨
- 빨리 권 선생 콜해, 빨리 - (별) 네
(행자) 강은자 씨
밥 안 먹어?
(강태) 병원에 핸드폰 두고 갔던데
자?
[강태의 한숨]
[잔잔한 음악]
진짜...
엄마야?
돌아온 거야?
[어두운 음악]
[신비로운 음악]
(희재) 오늘 기분이 별로구나?
엄마
푸른 수염은
왜 아내들을
다 죽였어요?
(희재) 아내들이
자기 말을 안 들어서
넌 엄마 말 잘 들어야 돼
그래야 착한 딸이지?
대답해
네, 잘 들을게요
(희재) 그래
착하다
근데
왜 데려왔어! [긴장되는 효과음]
[놀란 숨소리]
[몽환적인 음악]
[문영의 떨리는 숨소리]
[문영이 울먹인다]
[문영이 울먹인다]
[문영이 울먹이는 소리가 들린다]
(희재) 엄마가 경고했지?
널 구하러 온 왕자도 죽일 거라고
[희재의 웃음]
[문영이 흐느낀다]
고문영
고문영
[문영이 울부짖는다]
도망가
도망가
- 괜찮아, 고문영 - (문영) 도망가
- (문영) 도망가, 제발 도망가, 빨리 - 꿈이야
당장 꺼져!
[문영이 흐느낀다]
(문영) 당장 꺼져
[차분한 음악]
당장 꺼져
[문영이 엉엉 운다]
그래, 안 갈게
(문영) 내 악몽엔 늘 엄마가 나와
(상인) 너 여기 있으면 안 돼
[상인이 말한다] (강태) 지금 뭐 하는 거야!
(상태) 몸은 정직해서 아프면 눈물이 나와요
근데 마, 마음은 거짓말쟁이라 아파도 조용하지요
(강태) [흐느끼며] 형, 엄마 보고 싶다
(문영) 그럼 오늘 이건 다 뭐야? 썸이야?
(문영) 뭐야, 이 거지 깽깽이 같은 건?
(강태) 악몽 인형
(문영) 나 어때?
(강태) 잘했어, 고문영
오빠
혹시 '푸른 수염'이라고 알아?
[긴장되는 효과음]
[몽환적인 효과음]
[극적인 음악]
[어두운 음악]
"셀린"
"알리에"
"마리"
"애나"
"에스메랄다"
"끝"
[시계 종이 뎅 울리는 효과음] [째깍거리는 효과음]
[경쾌한 음악]
[퍽]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바람 소리 효과음]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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